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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秋史 학문·예술 총체적 집대성

    ●완당 평전(유홍준 지음/학고재 펴냄). “당신은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를 붓글씨를 잘 쓴조선 시대의 서예가 쯤으로만 알고 있는 것 아닙니까?” 우리나라 최고의 서예가는 물론이요 시와 문장의 대가,금석학(金石學)과 고증학(考證學)에서 당대 최고의 석학,문인화의 대가,해동의 유마거사 등으로 일컬어지는 김정희(1786∼1856)에 대한 비평을 곁들인 전기 ‘완당 평전’이나왔다.김정희는 추사·완당등 여러가지 호를 썼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오른 미술사학자 유홍준(53·명지대 교수)씨가 짓고 학고재가 펴냈다. ‘완당 평전’은 문·사·철(文·史·哲),시·서·화(詩·書·畵)에 대성한 김정희의 삶과 학문,예술을 총체적으로 다룬 것으로 그에 대한 전기가 책으로 엮여져 출간된것은 그의 사후 150년만에 처음이다.지금까지 완당(阮堂)에 대한 전기는 지난 1976년 미술사학자 최완수(60·간송미술관 학예연구실장)씨가 ‘김추사 평전’을 신동아에 기고한 것이 전부이다. 저자가 ‘완당 평전’을 시도한 이유는 간단하다.사후 150년이 다 되도록 김정희 전기가 나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추사 연구자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문과 예술 다시말해 시,금석학,고증학,경학(經學),불교학,서예,회화 등 어느 한 측면에서만 그를 논해왔기 때문이다.“심하게 말하면 전문화된 자기 전공만의 시각으로 추사를 바라보니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게 저자의 말이다.따라서 이 책은 추사 연구자들이 그동안 끊임없이 발표해온 연구업적을 종합해 시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추사의 인간상 전체를 집대성한 최초의 성과물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책은 2권으로 돼 있다.‘일세를 풍미하는 완당바람’이란 부제가 붙은 1권은 출생부터 제주도 유배 시절까지를,‘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라는 부제의 2권은 서울 용산에서 곤궁하게 살던 시기부터 완당의 서거와 사후 평가까지 다루고 있다.책을 읽어보면 신동 김정희가 아버지를 따라가접한 청나라 연경 학계와의 교류,학예를 연구하는 과정,출세 가도를 달리고 가문이 화(禍)를 당하는과정,제주도와북청 유배시절,과천시절의 모습 등을 탁월한 입담과 인문학적 상상력으로 한 편의 역사소설처럼 긴장감있게 풀어내고 있다는 감이 든다.추사의 서예 등 예술,학문에 대한 이해를 돕기위해 도판을 389컷이나 실었다.각권 1만8000원. 한편 오는 20일에는 학고재와 동산방 화랑에서 ‘추사 김정희전’이 열리고 그에 맞춰 완당 전공자,연구가 등에게참고가 될 ‘완당 평전 3권-자료와 해제편’이 발간된다. 유상덕기자 youni@
  • 당사자·관련단체 반응 “잘못된 고증…” 노코멘트

    28일 여야 의원들이 발표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 명단에 오른 인사들과 관련된 단체와 친지들은 공식 논평을 자제했다. 일부 관계자들은 “친일행각이 일부 드러나기는 했지만 그동안 우리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분들”이라면서 “잘못된 역사고증으로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강하게반발했다. 고 김활란 여사가 초대 총장으로 재직했던 이화여대 관계자는 “김활란 박사는 한국 여성의 근대화 교육에 헌신한 분”이라면서 “친일 문제가 지나치게 거론되면 김 박사가 우리사회에 기여한 긍정적인 부분도 과소평가되거나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이화여대 관계자는“김 박사의 친일문제는 그동안 많이 거론돼 온 것으로 더이상 확산되지 않길 바랄 뿐”이라면서 “학교측의 공식적인대응이나 논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난파 예술원’ 관계자는 “홍난파 선생은 비록 친일문제가 거론되고는 있지만 우리 음악계에 큰획을 그은 분”이라면서 “비록 그가 명단에 올라갔다고 하더라도 한시적인 것일뿐이고 그의 음악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난파 예술원의 ‘난파’는 홍난파 선생이 수원 화성 출신이어서 그 호를 딴 것일 뿐”이라면서 “아직까지는 뭐라고 말할 형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창립자 방응모씨가 명단에 포함된 조선일보측은 이날 오후대책 회의를 열었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일단 방응모 선생이 명단에 포함되게된 배경과 과정 등에 대해 다각적으로 조사 중”이라면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와 관련된 회사측의 공식 논평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창립자 인촌 김성수씨가 명단에 포함된 동아일보와 고려대는 공식적인 논평을 피했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공식적이거나 사적인 논평을 할 계획이 없다.”면서도 “이번 발표는 역사적인 한 단면만 보려는 것으로 서글픈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현역정치인 가운데 부친이 명단에 포함된 한나라당 최돈웅(崔燉雄)의원은 “당시 대부분의 양심적 유지들이 그랬던 것처럼 부친도 앞에서는 일본에 협력했지만 뒤로는 독립군에군자금을 대줬다.”면서“비행기를 헌납했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최 의원은 “선거 때마다 시달릴 만큼시달렸고,선거용으로 허위 날조된 비방자료에 근거한 발표”라면서 “대응가치가 없어 법적대응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현석기자 hyun68@
  • 새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나(1)

    내년부터 종합소득세율이 인하되고 인터넷으로 입영부대와입영일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는 등 많은 제도가 바뀐다.세제,금융,병무,보건복지,노동,환경,정보통신 등 각 분야에서새해부터 달라지는 제도 등을 점검해본다. ■세제. [종합소득세율 인하] 종합소득세율이 1,000만원 이하는 10%→9%,4,000만원 이하는 20%→18%,8,000만원 이하는 30%→27%,8,000만원 초과는 40%→36%로 10%씩 내린다. [근로소득 공제 확대] 500만원 이하면 전액 공제받고 1,500만원 이하는 40%에서 45%로 공제율이 높아진다.3,000만원 이하는 15%,4,500만원 이하는 10%,4,500만원 초과는 5%로 세분화된다.일용근로자 소득공제금액은 하루 5만원에서 6만원으로 높아진다. [경로우대자·장애자 등 공제 확대] 경로우대자·장애자 추가 소득공제액이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난다.장애인특수교육비도 연 15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해준다.평생교육법에 의한 원격대학도 교육비 공제대상에 포함되며 사립학교에 기부한 장학금은 전액 소득공제를 받는다. [우리사주제도 지원] 우리사주조합에 종업원이 출연한 금액은 연 240만원 한도에서 소득공제를 해주고 기업의 출연금은 전액 손비인정한다.종업원이 3년 안에 인출할 때는 근로소득으로 보고 정상과세하며 3년 이후에는 9%의 최저 세율을매긴다. [세금우대종합저축 이자소득 분리과세] 금융소득 규모와 관계없이 분리과세한다.지금은 금융소득이 4,000만원을 넘을경우 세금우대종합저축의 이자도 종합과세한다. [비과세저축 전산 통합관리] 중복 가입 등의 문제가 있는 각종 비과세저축의 1인1통장 제도를 없애고 금융기관 통합 저축한도제로 바꾼다. [양도소득세 과표구간·세율 조정] 1년 이상 보유한 부동산의 양도소득세율은 양도차익 1,000만원 이하는 9%,1,000만원 초과∼4,000만원 이하는 18%,4,000만원 초과∼8,000만원 이하는 27%,8,000만원 초과는 36%가 적용된다.1년 미만 보유부동산의 양도소득세율은 36%다. [정보화투자 세제지원 강화] 중소기업의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 설비투자금액의 세액공제율이 5%에서 10%로 높아진다.중소기업은 자동화·정보화 설비투자금액,컴퓨터 구입비용의 5%를 세액공제받을 수 있다. [소규모 맥주제조자 면허제도 신설] 연 생산량 60∼300㎘의맥주를 만들어 영업장 안에서 직접 마시는 고객에게만 팔 수 있다. [인지세 과세대상 조정] 과세 안 되는 전화가입신청서에 1,000원,기업어음에 400원의 인지세가 부과된다.골프장 회원권의 인지세는 5,000원→1만원,신용카드회원가입신청서는 300원→1,000원으로 오른다.영업양도 증서,정관,조합계약서 등은 인지세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금용. [신용카드 위·변조 처벌] 위·변조 신용카드를 만들거나 취득하는 사람은 처벌을 받게 된다.전자상거래 등 온라인에서매출전표를 작성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처벌을 받는다.(상반기). [연체금 일부 갚아도 신용불량자 등록 연기] 내년 3월부터신용불량자로 등록되기 이전에 연체금을 일부만 갚아도 이금액에 해당하는 기간만큼 신용불량자 등록일이 연기된다. [해킹 등 고객 과실없는 사고시 은행이 손실 부담] 현금자동지급기,현금자동입·출금기,컴퓨터,전화기,직불카드 단말기등 전자금융거래 관련 기본약관 제정에 따라 은행들은 고객의 고의나 과실이 없는 해킹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손실을부담해야 한다. ■증권. [코스닥시장 가격제한폭 확대] 12%에서 15%로 확대한다.(1·4분기중). [호가공개범위 확대] 상하 10단계 호가 및 호가 수량을 공개한다.총호가 수량은 미공개한다. [코스닥시장 신용거래 허용] 현재 증권거래소 상장주식에 한정돼 있는 신용거래가 코스닥등록 주식에도 허용된다.(3월중)[코스닥 시간외 대량매매] 정규매매시간 종료 후 일정시간동안 주문을 접수해 종가 또는 주문가격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로 다양한 매매제도의 제공을 통해 환금성을 제공한다.(3월18일). [우리사주신탁제도 도입] 종업원에게 성과급의 일환으로 자사주를 배분하는 우리사주신탁제도를 도입해 종업원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고 증시의 안정적 수요기반을 마련한다.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 허가] 증권회사에 장외 파생 금융상품거래를 허용해 기업의 다양한 자금조달 수요를 지원하고증권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다. ■소비자보호. [제조물 책임제도 도입] 민법상의손해배상 책임요건을 완화해 제품의 결함에 의한 손해발생 때 제조업체는 고의·과실여부에 관계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7월1일). [자동차 주행거리 변조 처벌 강화] 중고 자동차를 매매할 때 가격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주행거리를 변조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화물차 적재물 배상보험 의무화] 이사·택배화물 등의 파손 및 분실로 인한 배상민원이 급증함에 따라 상반기부터 화물운송업자는 이같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자동차 등록 구비서류 간소화] 3월부터 자동차등록신청서만 작성,제출하면 된다.시·도간 주소지 변경때는 변경등록신청서와 자동차등록증·번호판을,자동차 이전등록 때는 이전등록신청서와 양도증명서·양도인 인감증명서만 첨부하면 된다. ■국방·병무. [국립묘지 인터넷 참배] 국립현충원 홈페이지(www.nmb.go.kr)에 ‘사이버 참배’ 코너가 마련돼 내년 1월부터는 인터넷망이 깔린 곳이면 어디에서나 서울과 대전국립묘지에 안장된 18만여 영현(英顯)에 대한 참배가 가능해진다. [인터넷으로 입영일·부대 선택] 입영이 연기된 대학생들이입영을 원할 경우 병무청 홈페이지(www.mma.go.kr)를 통해입영부대(훈련소)와 일자를 선택할 수 있고, 입영일 연기도신청할 수 있다. [장교보직 이동시기 조정] 분기별에서 자녀들의 학교 주기에 맞춰 연 2차례 여름·겨울 방학기간으로 조정된다. [의무소방원제도 도입] 소방행정 수요 폭증에 따라 의무소방원 모집이 시작돼 내년에 1,292명이 충원된다.의무소방원은28개월간 복무하면 현역복무로 간주된다. [간호사관생도 모집 재개] 존폐 논란으로 2년 연속 생도 모집이 중단됐던 간호사관학교 폐교 방침이 철회됨에 따라 99명을 모집한다. [장병급식 질 개선] 장병 급식 질 향상 및 쌀 소비 확대 정책에 맞춰 보리 혼식비율이 10%에서 5%로 축소되고,떡국 제공 횟수가 연 14차례에서 18차례로 늘어난다.7월부터는 꼬리곰탕과 육가공품이 연간 6∼3차례씩 제공될 예정이다. ■교육·노동·법무. [서울 초·중·고 수업료 자동이체] 새학기부터 수업료,급식비 등을 학부모가 거래하는 은행의 예금계좌에서 자동이체로 납부할 수 있다. [외국인학교 졸업생 고교학력 인정] 3월부터 국내 외국인학교 졸업생도 한국어 및 한국문화·역사 등의 교과를 2개 과목 이상,각각 주당 1시간 이상 수업을 받았거나 이들 교과목을 통합해 주당 2시간 이상 수업을 받았을 경우 일반고교를졸업한 것과 마찬가지로 고교학력이 인정된다. [근로자 신용보증지원제도 신설] 저소득근로자 등이 보증 부담없이 생활안정자금 등을 대부받을 수 있도록 근로복지공단이 금융기관과의 계약을 통해 신용을 보증해준다.대상사업은 재직근로자 생활안정자금,체불근로자 생계비 대출,산재근로자 대학 학자금 및 생활정착금 대부,실직근로자 가계안정자금 대부,장애인근로자 직업생활안정 자금 등이다. [저소득층 근로자 1,000만원 이하 무보증 대부] 월급여 150만원 이하 저소득 근로자들은 근로복지공단의 보증으로 1,000만원 이내의 생활안정자금과 학자금 등 각종 대부를 받을수 있게 된다. [외국인 취업 허용] 3월부터 한국인의 외국인 배우자 및 난민 인정자 중에서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한해 부분적으로 취업을 허용한다. [청소년 직장체험 프로그램 도입] 청소년인턴제가 청소년 인턴 취업지원과 연수지원으로 이원화된다.청소년 인턴지원은지금처럼 고졸,대졸자를 인턴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1인당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다.연수지원은 고교·대학재학생들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켜 월 25만∼30만원의 연수수당과 재해보험료가 6개월간 지원된다. [소년원 특성화 교육 다양화] 3월부터 대덕소년원을 체능소년원으로 개편해 씨름,복싱,태권도,유도,생활체육,볼링 등 6개 과정이 운영된다.퇴원생의 성공적 사회 복귀를 위해 전용 창업보육센터가 설치,운영된다. [교도소 개편] 천안개방교도소를 교통사고 등 고의성없는 과실범 전담교도소로 운영한다.11월부터는 청주여자교도소를현대식 시설로 신축,이전한다. [출입국관리법 개정] 3월부터 외국인을 국내로 허위 초청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 및 공항 환승구역 내에서 외국인을 불법 출입국시키기 위해 탑승권 등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난민신청기간이 국내 입국일로부터 60일 이내에서 1년 이내로 연장된다. [여권 위·변조 대책 강화] 여권에 사진을 직접 붙이는 대신 미국·일본에서 사용되는 사진 전사(轉寫) 방식을 도입한특수 보안처리된 새로운 여권이 발행될 예정이다. [채무자 재산조회제 시행] 7월부터 채무자 재산목록에 허위나 부족함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국가가 각종 금융기관에 채무자의 재산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소송구조 활성화] 민사소송 비용을 국가가 부담해주는 ‘소송구조’를 대폭 활성화,‘소송구조 전문변호사제’가 도입되며 모두 3,000건의 소송구조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구속재판 확대]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구속요건을 엄격히 적용하거나 구속적부심과 보석단계에서 석방을 늘려 피고인에게 불구속 재판기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시행된다. [경범죄 처벌법 개정] 7월부터 경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로 범칙금 납부의 통고처분을 받은 사람은 즉결심판이 청구되기전까지 통고받은 범칙금에 50%의 가산금을 더한 금액을 납부한 경우 즉결심판을 받지 않는다.
  • 11월 해외영화제 화제작 3편

    가벼운 코믹물들이 극장가를 독식하다시피하는 이때 ‘편식’이 우려됐다면 11월 개봉되는 몇 작품들을 눈여겨봐두자. 올해 유수 해외영화제들에서 크게 주목받았으나 어렵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화제작 3편을 소개한다. ◆아들의 방=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항구마을.정신과 상담의 조반니(난니 모레티)는 평범하고 단란한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출판사에 다니는 아내 파올라(로라 모란테),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안드레(주세페 산펠리체)와 딸 이레네(야스민 트린카)와 함께 하는 생활은 행복으로 넘친다.그러나친구들과 여행을 떠난 아들이 뜻밖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탈리아의 국민배우 난니 모레티가 시나리오,감독,주연까지 도맡은 영화 ‘아들의 방’(The Son's Room·11월3일 개봉)은 이런 비극적 설정 아래 이야기를 풀어가는 심리드라마이다. 아들을 영원히 떠나보낸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죽은 아들의 방에서 새삼 아들의 체취에 오열하고,아들의 여자친구를 보며 아들이 느꼈을 감정의 결을 더듬어보려는 부모의 애절함이 대목대목 절절히묘사돼 있다. 어찌보면 TV드라마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는 진부한 소재다.이렇다할 극적 장치없이 깊은 감동의 울림을 끌어내는 건 분명 영화의 힘이다.모르긴 해도 마음약한 관객은 눈자위가 빨개져서 극장문을 나서기 십상일 것이다. ◆왕의 춤=“음악과 영화는 이렇게 만나는 거야!” 격조있는 음악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모처럼 반가운 작품이선보인다. 프랑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왕의 춤’(Le Roi Danse·11월10일 개봉)은 그가 앞서 만든 ‘가면 속의 아리아’,‘파리넬리’와 동일한 계보에 놓이는 음악영화다. 배경은 루이 14세가 전제군주로서 맹위를 떨치던 17세기프랑스.루이 14세(브누아 마지멜)와 그에게 충성을 바친 작곡가 륄리(보리스 테랄),희극작가 몰리에르(체키 카리요)등 실존인물들의 이야기를 뿌리삼아 그들의 인간적 갈등과 예술적 방황을 그렸다. 덕분에 카메라는 왕실 안팎의 움직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어린 나이에 즉위한 루이 14세는 정치적 압박과 어머니의섭정 속에서 춤에 빠져 산다.그런 그의 곁에서 정치적 욕망을 키우며 그와 동성애 관계에까지 빠지는 왕실악단 지휘자 륄리,거칠지만 순수한 작가혼을 불태우다 끝내 왕의 눈밖에 나 파국으로 치닫는 작가 몰리에르의 부침(浮沈)이 이야기의 중심얼개가 된다. 철저한 고증덕분에 프랑스 왕실역사의 한 단면과 예술장르의 발전사까지 실감나게 들여다볼 수 있다.얼굴을 황금빛으로 칠한 왕이 직접 추는 왕실발레,궁정발레에서 연극을 거쳐 오페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는 중세 프랑스 왕실의 예술편력 등은 특별한 감상포인트.17세기 이후 단 한번도 연주된 적이 없다는 ‘밤의 발레’같은 륄리의 미공개 음악도감상할 수 있다. ◆폴락=추상표현주의 시대를 개척한 미국의 전위화가 잭슨폴록(폴락·Jackson Pollock·1912∼1956)의 전기가 영화로 만들어졌다.애드 해리스 감독이 직접 주연한 ‘폴락’(Pollock·11월10일 개봉)은 ‘액션 페인팅’이란 미술용어를낳기까지 폴록의 작가정신,사랑,갈등 등을 균형있게 담아냈다. 뉴욕의 무명화가 잭슨 폴록(에드 해리스)에게 여류화가 리(마샤 게이 하든)가 찾아와 작업실을 둘러본다.첫눈에 천재성을 감지한 리는 잭슨의 영원한 후원자가 되겠다며 동거를 시작한다.알코올 중독과 신경쇠약에 시달려온 잭슨은 그림에 대한 강박에 휩싸여 기행을 일삼으며 방황한다. 그러나 리는 자신의 작품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잭슨을 독려하고 그의 천재성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기울인다. 미술 애호가라면 망설일 필요가 없는 영화다.폴록 특유의강렬한 색채와 추상적 이미지의 작품들이 시종 화면을 채운다.폴록의 라이벌이었던 윌렘 드 쿠닝(발 킬머)과 미술관운영자 페기 구겐하임,미술평론가 클리멘트 그린버그 등 당대 유명 미술인들의 이야기를 살짝살짝 들여다보는 재미도쏠쏠하다. 황수정기자 sjh@
  • [조약돌] 밀성박씨 대종회 ‘왕건’에 발끈

    KBS드라마 ‘태조왕건’의 일부 장면을 놓고 밀성(밀양)박씨 문중이 발끈하고 나섰다. 밀성 박씨 대종회(회장 박성형)는 지난 9일 밀양시 내일동 밀성재에서 오릉보존회와 중앙청년회,전국 박씨 성손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열고 “역사를 왜곡한 KBS측은 전국민에게 사과하고 만약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면 관련 자료를 대종회로 보내줄 것을 요구했다”고 10일 밝혔다. 박씨 대종회는 “9월 마지막주 방영된 드라마 ‘태조왕건’ 내용 가운데 백제 견훤이 신라 경애왕에게 침을 뱉는등 모욕적인 언행은 명백히 역사를 왜곡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전국 500만 박씨 성손의 명예가 실추된 만큼 KBS측은 분명하게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이에대해 KBS 안영동(52) 부주간은 “기록상에 침을 뱉는장면이 직접 언급되진 않았지만 실상은 훨씬 더 비참한 부분이 많았으며 제작진과 논의를 거쳐 오해가 없도록 문중에 회신하겠다”고 말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연극무대 오른 역사속의 인물들

    역사속의 인물들을 연극무대에 올리기란 쉽지 않다.무엇보다 철저한 고증이 뒷받침돼야 하고,특히 과거 인물의 성격을 지금의 연극언어로 표출하는 과정이 녹녹치가 않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최근 무대에 올려졌거나 공연될 세 작품은 눈여겨볼만한 것들이다.극단 연우무대의 ‘청산에 나빌레라’(25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극단 쎄실의 ‘엄마’(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그리고 연희단거리패의 ‘시골선비 조남명’(10월6∼1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모두무대를 통한 역사의식을 강조해온 극단들의 의욕적인 시도다. ◆청산에 나빌레라(이응률 김학선 원작,정한룡 연출)= 송도삼절의 하나로 유명한 황진이.기생이었으면서도 자유로운예술혼을 지닌,진보적 여성으로 평가된다.이 극은 금강산의 사계를 씨줄로,황진이가 만나는 남자들에 따라 달라지는의복을 날줄로 하여 전개된다.죽음을 앞둔 황진이가 낡은의복에 죽장 하나를 쥐고 마치 저승길을 가듯 금강산에 오른다.금강산의 사계와 옷의 변화에 따라 자신을 그리워하다가 죽은 총각,벽계수,지족선사,서화담,이사종 등과의 인연이 펼쳐진다. 마지막 대미에서 처녀 중년 노년 3명의 황진이는 함께 창하고 춤추며 죽어간다.연출자 정한룡씨는 “스토리보다는 한국적 형식미와 소리의 예술성을 살려 황진이의 바람같은 삶을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엄마(김현묵 작,채윤일 연출)=흔히 패륜아,폭군으로 알려진 인간 연산군을 새롭게 조명해본 무대.과거 연산군을 다룬 연극들이 대부분 그의 파행적인 패륜행각에 초첨을 맞춘 반면 이 작품은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심리학적 측면에서 접근한다.특히 연산이 어렸을 때 아버지인 성종에 의해 죽임을 당한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한그리움과 모성결핍,어머니를 죽인 데 가담한 자들에 대한증오 등이 그의 패륜적 행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출자 채윤일은 “그동안 연산의 생애를 조명한 작품은많았으나 대부분 연산의 패륜적 행각에 초첨을 맞췄지,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드물었다”며 “연산의 행동의 모태가 됐던 심리적 기제에 초첨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시골선비 조남명(이윤택 작·연출)=목숨을 걸고 ‘왕후는 궁정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임금은 고아일 뿐’이란 상소문을 올린 재야 선비 남명 조식의 무대.한국의 전통지식인이었던 선비의 실체를 통해 정치적 혼돈과 지식인의 위기를 겪고있는 지금 한국 지식인의 방향을 제시하는 무대다.친인척과 주위 척신들에 의해 왕권이 흔들리고 거듭되는 당쟁과 사화로 정치적 혼돈이 극에 달했던 이조 중기 명종조의시기를 혼란스런 지금의 우리사회와 연결하는 게 특징이다. 전통 지식인이었던 선비문화가 창출했던 시조 등 소리양식과 양반춤·택견 등 풍류도의 중심을 이루었던 몸짓을 공연양식으로 재창출해낸다. 김성호기자 kimus@
  • 사극 인기열풍속 현대극 “맥 못추네”

    TV드라마의 사극과 시대극의 인기 열풍 속에서 현대극은여전히 추풍낙엽 신세이다.지난주 드라마 인기순위를 살펴보면 ‘태조왕건’‘여인천하’‘명성황후’ 등 사극 3편이 상위를 점하고 있다.게다가 시대극인 ‘매화연가’의 시청률도 껑충 뛰어올랐다.‘매화연가’는 ‘오싱’과 같은 한여인의 성공담에 삼각관계라는 멜로의 긴장감과 성동일,김형자,변소정의 감초 연기가 적절히 어우러져 급격히 인기가 올랐다. 현대극은 ‘그여자네 집’과 ‘수호천사’,그리고 KBS,MBC의 일일연속극만이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MBC가 전반적인 시청률 침체를 만회코자 야심차게 시작한 미니시리즈인 ‘선희진희’‘반달곰 내사랑’은 사극의 기세에 밀려 10%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KBS의 새 미니시리즈 ‘순정’도 10%가 안 되는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다. ◆현대극의 생존방식=현대극은 사극에 비해 극적 긴장감이떨어진다.인물의 성격도 현대극에서는 사극만큼 악한 인물이 등장하기 어렵다.KBS 윤흥식 주간은 “현대극의 얄팍한감성이 역사적 사실이 주는 극적 효과를 못 따라간다”고지적했다. ‘그 여자네 집’의 인기요인은 철저한 현실밀착이다.맞벌이 부부의 갈등이 갖은 논쟁과 화제를 낳으며 시청자들을끌어들이는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하고 있다.‘수호천사’는 줄거리는 만화같지만 등장 인물들의 성격이 현실감있고 생생하다는 점이 인기요인이다. ◆사극 열풍의 문제=사극은 오락적인 드라마보다는 역사에대한 관심을 높이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하지만 최근 ‘태조 왕건’이나 ‘여인천하’가 역사적 고증보다는 작가의상상력에 기반한 줄거리 전개에 치중하면서 갖은 문제점을낳고 있다.‘태조 왕건’은 삼국지의 고사를 베낀다거나 권모술수가 지나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여인천하’ 또한선정적인 화면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방송사들은 ‘흑묘백묘’(黑猫白猫)식으로 “시청률이 좋으면 사극이든 현대극이든 무슨 상관이냐”고 말한다.MBC는 ‘상도’,SBS는 ‘대망’,KBS는 ‘제국의 아침’‘사대신검’등 대형사극을 줄줄이 준비하고 있다.하지만 사극은 현대극에 비해 제작의 어려움이 크다.촬영장소,배우 등이 현대극에 비해 제약이 심하고 제작비도 많이 든다.시청자들에게 역사관을 심어주게 되므로 충실한 고증에도 항상 신경써야 한다. 사극 ‘장녹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탤런트 박지영은“TV를 바보상자로 만드는 것은 시청자 자신”이라면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따지지 않고 사극이 인기를 끌면 사극이 최고라며 사극만 보는 시청자들의 편견과 이에 발맞추는 방송사의 기획이 문제”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박은식선생 유저 ‘檀祖事攷’ 발굴

    한말 대한매일신보 주필과 상하이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선생의 미공개 저서 ‘단조사고(檀祖事攷)’가 처음으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백암의 유저(遺著)로 책이름만 알려진 이 책이 햇빛을 보게된 것은 백암연구는 물론 단군과 고대사연구 등문화사적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백암은 시베리아와 중국 등 해외망명생활을 하면서 민족독립운동을 고취시키기위해 역사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백암은 ‘한국통사’를 써서 일제의 침략과정을 폭로했고‘한국독립운동지혈사’를 저술하여 한민족의 투쟁과정을서술했다. 이들 저서에 못지 않은 ‘단조사고’는 한민족의 뿌리인 단군과 고대사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서이다. 백암은 망국기에 단군과 고대사연구를 통해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1911년 서간도에서 프린트본으로 이 책을썼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역사부터 다시 써야 한다는신념으로 단군과 고대사를 정리한 것이다. 백암의 모든 사서(史書)는 여기에 기초하고 있다는 평가이다. ‘단조사고’는 독립운동가로서 중국연변에 살던 김정규옹이 장서 수천권을 연변대학에 기증한 것으로 문화대혁명때 홍위병들이 장서를 소각·파손하는 와중에 다행히 재난을 면하게 되었다. 김옹의 사후 유족들이 남아있는 장서를수습하는 과정에서 이 자료를 찾아 복사본을 최근 대한매일과 동방미디어가 공동추진중인 ‘박은식·양기탁전집편찬위원회(위원장 윤병석)’에 기증했다. A4용지 70쪽분량에 순한문으로 씌어진 책의 첫장에 ‘배달족원류-단군혈통’을 도표로 표시하고, 다음에 단군조선의 강역(疆域)을 지도로 정리하고 있다. 북쪽으로는달단(타타르)해협과 흑룡강, 서쪽으로는 흥안령, 남쪽으로는 한반도가 강역이었음을 표시했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백암이 사망한 1926년 11월 기관지 ‘독립신문’의 백암 특집호를 발행하면서 백암의 저술 목록을 상세히 정리했다. 이 특집에 따르면 ‘학규신편’‘왕양명 실기’에 이어 세번째가 ‘단조사고’이다. 이어서 ‘한국통사’‘안중근전’‘동명성황실기’등 16권의 저서 목록이 보이고 “만근에 대동민족사를 저술하다가 미필하다”라고 부기했다. 백암은 책머리에서 “단조의 유사(遺事)가 여러 학자의책에 번갈아 가며 나오는 것이 자못 많다. 그러나 모두 어지러지고 완전하지 못하여 돈사(惇史:역사가 돈후한 덕을기록한 역사)가 없으니 한탄스럽도다! 이에 널리 고증하고 요약하여 채록하였는데 말이 허망하고 간사한 말은 물리쳤고 사실이 혹 모순되는 것은 분별하여 억지로 한권의책을 만들어 이름을 단조사고라 하였으니 과거에 질정하여 징험함이 있다. 그러나 견문이 좁고 소략하여 미래의 어질고 밝은 사람을 기다리니 무릇 우리 동포가 된 자에게고루 바람이 있노라.”고 저술 의도를 밝혔다. 전집편찬위원회는 ‘단조사고’의 내용과 필체 등을 검토한 결과 백암의 저서로 확인하고 연말에 간행될 전집에 전문과 한글번역문을 게재키로 결정했다. 백암의 ‘단조사고’가 발굴되면서 단군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편찬위원회는 이 자료를 북한학계에도 보내고 전집출간후남북학계의 단군연구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김삼웅 주필 kimsu@
  • SBS FM 광복 특집 ‘실록 조선사편수회’

    “2,500년 우리 상고시대 역사가 어떻게 사라졌는지,그 누구도 알지…흠흠…이거 까다롭네.” SBS 러브FM(103.5㎒)의 광복절 특집 다큐멘터리 드라마 ‘실록 조선사편수회’(13∼15일 오전11시)의 녹음이 한창인스튜디오.MBC라디오 ‘격동 50년’으로 유명한 성우 김종성씨가 굵직한 목소리로 해설을 해 나가지만 오랜만에 라디오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진과 신호가 안 맞아 여러차례 NG가난다. “전하∼”“뭬야?”등 농담을 주고받으며 마이크를 점검하던 성우들은 일단 녹음에 들어가자 안타까운 일제 시대역사 왜곡의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해 낸다. ‘실록 조선사편수회’는 SBS라디오가 ‘실록 김두한’이후 3년만에 만드는 드라마.우리 민족의 역사를 식민사관으로 날조,말살시키려 했던 조선총독부 산하 역사왜곡기관인조선사편수회의 16년간 회의 자료를 토대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1부 ‘너희가 역사를 아느냐’는 조선사편찬위원회의 활동과 조직,임직원 명단과 직무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2부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서’는 친일학자 최남선과 역사학자이병도 등이 식민사관 형성에 기여한 바를 폭로하며,3부 ‘그래도 역사는 흐른다’는 일제의 조선 역사 왜곡에 맞선박은식,신채호,정인보 선생 등 민족사학자들의 외로운 역사투쟁을 평가하고 일본의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해부한다. 해설을 맡은 김종성씨 외에도 고조선 관련 사서를 수십만권 불태웠던 구로이타 동경제대 교수역은 드라마·연극 등을 통해 낯익은 성우 주호성씨가 맡았다. 조선사편수위원으로 10여년이 넘도록 역사 왜곡에 일조한최남선은 ‘메가패스’광고의 이순신장군 목소리로 유명한김태성씨가 연기한다.오순제 한국고대사연구소장,김호석 중앙대 사학과 교수 등 역사학자들이 참여,충실하게 고증했다. 10년전부터 자료를 수집하며 드라마를 기획했다는 곽노흥작가는 “단군조선 등 우리의 2,500년 고대사가 일본에 의해 신화로 전락했다”면서 “청소년들이 꼭 이 방송을 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창수기자 geo@
  • 가야금 산조의 역사 학술적으로 첫 조명

    국악에서 ‘산조’란 1인 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이 말이가야금의 명인 김창조(1856∼1919)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국내 최초로 김창조의 가야금을 다루는‘산조 학술회의’가오는 7월4·5일 이틀동안 전남 영암 군민회관에서 개최된다. ‘김창조와 가야금 산조’가 주제이다.이 행사에서는 100년이 넘는 가야금 산조의 역사가 속속들이 조명된다.첫날은 김창조 산조의 구조에 대한 연구발표로 채워진다.이보형 한국고음반 연구회장의 ‘가야금 산조와 후기 산조 전승론’,가야금 연주자이자 ‘가야금 현창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인양승희씨의 ‘산조 창시자 김창조에 대한 남북한 자료 및 문헌고찰에 의한 고증’과 연주회 등이 마련된다. 둘째날은 산조의 발전 방안을 논의한다.한명희·서한범 단국대 교수가 산조의 예술적 가치와 전수방법론에 대해,전인평중앙대 교수와 박일우 한양대 교수가 산조의 국제성에 대해각각 주제발표한다. 가야금 현창사업추진위원회는 행사중 ‘가야금산조 본향선언식’을 갖는다.김창조를 비롯해 한성기 김죽화 등 가야금 명인의 고향인 영암이 산조음악의 요람임을 천명하려는 것이다.때맞춰 양승희씨가 김창조의 산조를 CD로 내놓았다. 황수정기자 sjh@
  • “요즘 사극 철저한 고증없이 재미 치중”

    “진짜 사극을 하고 싶습니다.” ‘연산군’‘수양대군’‘이방원’에 이어 KBS-2TV의 ‘명성황후’중 ‘대원군’역까지 맡으며 사극 붐을 일으킨 유동근씨(44)의 첫마디는 의외다. 그는 “요즘 사극이 전성기라고는 하지만 철저한 역사적 고증이 없고 재미에만 치중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TV드라마에 사극붐을 일으킨 주인공답게 사극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초여름 KBS 본관 맞은편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나타난 그는 촬영을 막 마친 탓에 아직까지 대원군의 위엄이 배어있는 듯했다. 극중에서 경복궁 중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세금을거두면서 백성들의 원성이 높아진 것에 대해 대신들이 항의하자 대원군이 눈물을 흘리면서 설득하는 대목에서는 실제로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라와 펑펑 눈물을 쏟기도했다.영국 공사가 중국을 처음 방문해 어머어마한 자금성의규모에 놀라 기가 죽는 이야기를 자못 처연한 목소리로 상세히 들려주며 “자금성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웃 나라들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나라라는 인상을줄 정도의 궁궐은 있어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울먹이며 대신들에게 되묻는 장면이다. 그는 이어 “국민의 혈세로 궁궐이나 지어 왕권을 강화하려 했던 대원군의 종래 이미지는 본래 모습과 차이가 있는 것같다”면서 “대원군에 관한 고정된 인물관을 바꿔놓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열정을 갖고 연기에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 윤창범 PD도 같은 생각이다.“단순히 구한말 상황을 재연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국민적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흥선대원군이나 명성황후가 구한말 백성들의 지탄을 받았고 파벌정치와 매관매직 등으로 국력을 약화시켰다는 비판은식민사학자들의 그릇된 평가라고 제작진은 보고 있다.이때문에 대원군 캐스팅은 윤PD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이기도 하다.‘5척 단신에 빼빼 마르고 꼬장꼬장한’ 면모로서는 왕실개혁과 세도정치 혁파에 앞장섰던 지도자의 선굵은 이미지를 제대로 살려낼 수 없어 당당한 풍채에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유동근을 발탁한 것. 유동근은 부인 전인화와 요즘 서로왕과 왕비로 부르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예전에 한명이 사극에 출연할 때는 서로 도움을 줬으나 요즘에는 헷갈려서 대본읽기 연습도 따로한다”고 능청을 떨었다. 이송하기자 songha@
  • 거창 양민학살사건 다큐멘터리 제작

    거창 양민학살사건이 영화로 제작된다. 거창군은 이달중 부산 영화제작사 하늬영상(대표 조성봉)이 거창양민학살사건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다고 2일 밝혔다. 이를 위해 하늬영상 제작팀은 오는 10일 거창사건 희생자유족회 대표와 회의를 갖고 영화의 제작방향과 구체적인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하늬영상은 생존자 및 유족의 증언과 역사적인 고증을 토대로 50년전 양민학살 현장이었던 거창군 신원면 박산골·탄량골·청연골 등에서 당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재현,35㎜ 필름에 담을 계획이다. 하늬영상은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학살현장에서 실시된법원의 현장검증 광경을 필름에 담았으며,지난해 10월 거창군 신원면에서 열린 합동위령제와 평화인권 예술제 광경을 미리 촬영했다. 이 영화는 1시간30분∼2시간짜리로 올 연말쯤 완성돼 일반에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거창 이정규기자 jeong@
  • 인천박물관 3층석탑 주인논쟁

    인천시립박물관에 있는 3층 석탑을 놓고 충남 보령시와 인천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보령시는 인천시립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전시돼 있는 3층 석탑이 본래 보령시 남곡동 탑동마을 절터에 있던 것이라며 반환할 것을 인천시에 요구하고있다. 보령시는 왕대산 기슭 절터에 있던 석탑이 1916년에 인천회부(현재 시의회) 의원이었던 고노라는 일본인에 의해 인천으로 반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석탑은 고노의 인천시 동구 송학동 별장 조경물로 사용되다가 해방 뒤 시장관사와시청 공보관을 거쳐 92년 시립박물관으로 옮겨졌다는 것이다.보령시는 고려 중기에 제작된 이 석탑은 원래 5층이었으나 일부가 파손돼 현재는 3층(높이 230㎝,가로·세로 120㎝)만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령시는 “문화재는 원래 위치에 보존되고 계승될 때 역사적 생명력이 부여되는 것이므로 당연히 석탑이 반환돼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천시는 3층 석탑이 보령시에서 반출됐다고 확신할만한 고증자료가 없다며 반환거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박물관 관계자는“3층 석탑이 고노의 별장에서발견된 것은 사실이지만 각 문헌마다 연원에 대해 차이를보이고 있다”면서 “보령시 주장과는 달리 석탑의 본 형태가 3층으로 판단되는 점 등으로 미뤄 석탑이 보령시에서 반출된 게 아닌,다른 석탑일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보령시는 석탑 반환을 위해 소송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문화재 반환문제를 놓고 지자체간의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신간 맛보기

    ●문화경제학 만나기(한국문화경제학회 지음,김영사 펴냄)문화·예술과 경제의 접목을 시도한 연구서.학계와 문화계,문화현장 전문가 17명이 국내 문화산업의 현황과 지원 실태를 분석하고,육성·발전 방안을 제시했다.문화가 경제논리만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경제학 기본원리를 건설적으로 적용한다면 문화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공연예술·미술품·문화유산 등 예술활동에 관한 경제학적 분석과,영화·방송영상·게임콘텐츠·음반 등 문화산업,공연기획·박물관 운영 등 문화경영을 두루 짚었다.문화산업의 재원조달 전략과 외국사례도 소개하면서 저작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술경영 시리즈 제2권,2만2,800원. ●마왕퇴의 귀부인(웨난 지음,이익희 옮김,일빛 펴냄)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호남성 장사의 마왕퇴 1∼3호 묘 발굴과정을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 중·소 국경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방공호를 파다 발견된 1호분에서는 2,100년된 여자 시신이 완벽한 상태로 발견됐다. 살을 누르면 살짝들어갔다가 다시 나올 정도.권력층의 반응 등 정치적뒷얘기가 삽입돼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힌다. 유물과 서적 등 다양한 부장물은 서한시대 초기 중국 귀족의 생활과 문화를한눈에 보여 준다.전2권 각 1만2,800원. ●탈식민주의! 저항에서 유희로(바트 무어-길버트 지음,이경원 옮김,한길사 펴냄) 식민주의의 비판과 극복을 위한 담론적 실천인 탈식민주의의 역사적 맥락을 포괄하면서 사이드, 스피박,바바 등 주요이론가와 쟁점에 대한 심층분석도제공. 탈식민주의는 주체가 제3세계일 때 피해자의 저항이고,서구가 중심일 때 가해자의 반성이자 서구 독자의 입맛에 길들여진 일종의 유희가된다며,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의 등장을 탈식민주의의출발점이 아닌 분기점으로 간주한다. 탈식민주의가 제3세계의 토착주의와 서구의 문화다원주의사이에서 줄다리기하며 정체성을 구성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전2권 각 1만2,800원. ●북한쪽 백두대간,지도 위에서 걷는다(이향지 지음,창해펴냄)철조망이 가로막혀 갈 수 없는 북한쪽 백두대간 910㎞ 구간을,산을 좋아하는 시인이 가상 산행한 기록.광범위한 조사와 고증을 바탕으로 사이버 세계를 걸으며 끊어진 허리를지도에서나마 연결했다.5만분의1로 축소된 지도를 보며 실제 세계를 떠올리고,기호로 가득찬 평면을 보면서 입체적인 표정을 길어올려야 하는 힘든 작업이었다.33개 구간별 개념도와 가상코스 가이드를 마련했다.백두대간 마을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도 글과 자료사진으로 되살려놓았다.1만2,000원
  • 건원 1400주년 국립국악원 기념공연

    국립국악원이 개원 50주년을 맞았다.국악원이 문을 연 것은1951년 4월10일.6·25 피난 시절 부산 용두산 아래 한 초등학교 분교에 간판을 달았다. 음악을 관장하는 국가기관의 역사는 그러나 훨씬 거슬러 올라가,7세기 신라시대 음성서(陰聲署)가 효시라고 한다.올해를 건원(建元) 1400주년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고려시대에는 대악서(大樂署)와 전악서(典樂署),조선시대에는 전악서·아악서(雅樂署)·장악원(掌樂院)으로 전성기를누렸다.일제강점기에는 이왕직아악부(李王職雅樂部),해방이후에는 구황궁(舊皇宮)아악부로 명맥을 이었다. 이렇듯 ‘개원 50주년,건원 1400주년’을 맞은 국악원이 4월10일부터 5월18일까지 다양한 기념공연을 펼친다. ●궁중연례악 ‘왕조의 꿈,태평서곡’은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무대작품으로 재현하는 것.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바탕으로 한영우 서울대교수가 고증,송혜진 국악원 학예연구관이 구성을 맡는 학구적인 무대이다.다음달 10∼15일 예악당과 로비·광장을 모두 활용한다. ●민속악제전‘흥과 신명,그 생명의 바람’은 19·20일 예악당 무대에 오른다.민속악의 명창·명인이 대거 출연하여민속악이 가진 신명 뿐 아니라,그 음악적 깊이를 보여준다. ●불교예술의 미(美) ‘영산재’는 26·27일 공연된다.영산재는 악·가·무 일체라는 전통예술의 특징을 집약적으로보여주는 불교의식.국악원과 영산재보존회가 힘을 모아 처음으로 무대작품화를 시도한다. ●어린이 무용극 ‘콩쥐랑 팥쥐랑’은 5월 4·5일,악·가·무 ‘사철가’는 10·11일 각각 무대에 올려진다.‘사철가’는 남원의 국립민속국악원이 역량을 선보이는 자리가 될것으로 기대된다.기념공연은 17·18일 제52회 한국음악창작발표회로 마무리된다. 예악당에서 대형무대가 꾸며지는동안 소극장격인 우면당에서는 ‘우리시대 명인의 무대’가 4월 한달동안 펼쳐진다. 매주 화·목요일 열리는 기존의 판소리 한마당을 ‘업그레이드’시켜 명인·명창의 축하무대로 구성한다. 한편 공식 기념행사에 앞서 14·15일 오후7시30분 진도군민속예술단이 삼별초 항쟁을 다룬 ‘진도에 또 하나의 고려있었네’를 예악당에서 공연한다. 국립남도국악원이 2004년까지 진도에 세워지게 된 것을 축하하는 뜻도 담고 있다. 서동철기자 dcsuh@
  • ‘아줌마’가 ‘여인천하’ 가로막네

    월드스타 강수연과 ‘사극의 대부’ 김재형PD가 손잡고 야심차게 내놓은 SBS 사극 ‘여인천하’가 MBC ‘아줌마’의 기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천출로 태어나 정경부인까지 오른 난세의 풍운녀 정난정의삶을 그린 ‘여인천하’는 강수연의 억대 출연료와 함께 대대적인 홍보전으로 방송전부터 일찌감치 관심을 끌었었다. 아직 초반이라 성급한 감은 있지만 뚜껑을 연 결과는 조금실망스럽다.시청률 전문 조사기관인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여인천하’첫회가 방송된 5일 17.8%대를 기록한데 이어 6일 13.9%,3회가 방송된 12일에는 15.8%로 저조함을 면치못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줌마’는 30%가 넘는 시청률로 거뜬히 수성(守城)에 성공했다.‘아줌마’는 오삼숙이 이혼 후음식점을 개업하느라 한창 신바람이 나있고 속물 남편 장진구는 애인에 버림받고 몰락의 길을 걷는다는 구도로 아줌마부대의 뜨거운 환호를 받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아줌마’가 새달 20일까지 연장방영하기로 결정했다는 ‘비보’도 전해졌다.표면적인 이유는 후속으로 방송되는 MBC 새 사극 ‘홍국영’의 세트장 건설이 늦어졌다는 것이지만 인기 열풍을 좀더 연장하려는 계산도 읽혀진다.이래저래 ‘여인천하’로서는 당분간 더 가시밭길이이어질 판이다. 아역들의 연기도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이다.난정 길상 능금등 아역 7인방으로 10회까지 끌어가며 성인 정난정의 출세욕 등에 설득력있는 복선을 제공한다는 기획의도였으나 아역들의 초반 인기돌풍이 내내 큰 추진력으로 작용한 ‘덕이’‘가을동화’등에는 비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템포빠른 현대적 사극’이란 큰 틀에만 치중하다보니 소소한 데서 눈에 거슬리는 대목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자막 등 역사적 설명이 부족해 이해가 어렵다”“장군들이 함부로 임금을 하대한다” 등 고증부족에 대한 지적들이 만만치 않다.어린 난정에게 젖을 먹이면서 젖가슴을 다 드러내거나 왜구가 출몰하는 장면에서 처녀들이 웃저고리를 벗은채 도망치는 모습은 선정성 논란도 따라붙을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여인천하’가 매력포인트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사극으로는 속도감있는 극 전개와 탄탄한 줄거리 구도가그런대로 흡인력을 발휘할 만하다.‘아줌마 터널’을 빨리벗어나 ‘홍국영’이라는 후속 주자와의 좀더 녹록한 대결을 기약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다. 허윤주기자 rara@
  • ‘발해史 복원’ 작지만 큰 첫걸음

    올초 국립민속박물관에 발해를 다룬 상설전시공간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반가운 마음에 찾은 사람들은 적지않게 당황했을 것같다. 도무지 새로 만들었다는 발해 코너는 찾기부터가 쉽지 않았다.제1전시실 한켠에 마련된 전시공간을 간신히 발견한 순간엔 “고작 이것뿐이냐”는 실망감이 든다.복원한 정효공주 무덤과 모니터 하나가 전부기 때문이다.나아가 이 정도도 우리 발해연구의 역량이 총체적으로투입되어서야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듣고 나면 더욱 황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민속박물관이 ‘잃어버린 왕국-발해’라는 전시공간을 마련한 것은그런 점에서 규모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 박물관이 비로소 발해를 역사의 한 부분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할 듯하다. 실제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를 다룬 ‘한민족 생활사’관도 발해 코너가 마련됨으로써 역사의 빈 자리를 메울 수 있었다. 발해 코너는 발해전문가인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가 고증을 맡았다.발해 문왕(文王)의 셋째딸인 정효공주(貞孝公主·737∼793)의무덤을복원할 때는 송교수가 현지에서 수습해 온 벽화조각으로 색조를 실제에 가깝게 복원할 수 있었다.3차원 기법으로 발해의 역사와문화를 압축한 6분짜리 영상물도 그가 현지에서 찍어오거나,구해온화상자료가 상당한 몫을 차지했다. 발해 코너는 2003년 개관할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시실 준비에 자극을 줄 것이다.새 박물관에는 발해 코너가 마련될 예정이지만,중앙박물관은 현재 발해 관련유물을 거의 갖고 있지 못하다.남한 전체에도 서울대박물관 등지 에 와당 등 극소수만 있을 뿐이다. 그런만큼 발해 코너 설치가 학계의 체계적인 연구,정부 차원의 발해유물 확보 노력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동철기자 dcsuh@
  • “논개 표준영정 제작 시급”

    임진왜란 때 진주성을 침략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순국한 의기(義妓) 논개(論介·?∼1593)의 표준영정 제작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93년 진주에서 ‘논개영정 폐출운동’이 있은지 7년만의 일이다. 진주문화시민연대(대표 배영선)는 최근 문화관광부,국회,진주시, 장수군,화순군 등에 보낸 ‘건의서’에서 “겨레의 충절의 상징인 논개의 표준영정이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논개와 관련있는단체들이 공동으로 표준영정 제작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민연대측과 진주시 당국,논개의 출생지로 알려진 장수군 등이 서로 입장 차이가 있어 표준영정 제작을 놓고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3년 진주지역 시민단체들이 ‘논개영정 폐출운동’을 벌인 이유는 그동안 논개의 영정으로 사용돼온 진주 남강변 의기사(義妓祠·일명 논개 사당) 소장 ‘미인도 논개’가 영정으로서는 부적절하다는것이었다. 우선 이 영정을 그린 이당 김은호(金殷鎬)는 일제하 친일화가로 알려진 인물인데다 그가 그린 논개의 영정이 고증이 전혀안된 것은 물론 화법 역시 일본화풍을 본뜬 작품이라는 것.당시 이같은지적은 진주지역사회는 물론 문화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으나 ‘영정 폐출’로 이어지지는 못한채 논란 끝에 97년 진주시 의회는 현재의 영정을 유지하기로 최종결정을 내렸다. 한편 논개의 표준영정 제작문제가 다시 거론된 것은 논개의 상징물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혼란을 빚고있기 때문이다.논개의 대표적 상징물인 진주 의기사의 영정을 비롯해 전북 장수군 의암사의 영정과 논개 기념관의 기록화,또 장수군 계내면 생가 인근 백화여고에 건립된동상 등이 모두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으며 최근 진주시와 장수군이 제작한 논개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진주시는 최근 진주문화원과 공동으로 논개의 동상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시민연대측은 “표준영정이 없는 상황에서동상을 새로 건립하는 것은 또다시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계현 진주문화원장은 “표준영정이 없어도 전문가들의 자문·고증을 받아 표준동상 제작이가능하다”며 “금년 상반기중 공모를 통해 하반기쯤 발주할 계획”이라고말했다.진주시청 관계자는 “진주 이외의 타지역에서 논개의 연고를들어 상징물을 제작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타지역 관계자들과 논개의 동상건립 문제를 상의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시민연대측은 “장수,화순 등에서도 이미 선양사업을 하고있는 상황에서 진주 단독으로 동상을 건립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며 “전문가 동원,경비모금 등을 공동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밝혔다. 정운현기자 jwh59@
  • 화쟁기호학으로 풀어본 삼국유사

    ‘경덕왕 19년인 760년 4월 초하룻날에 해가 둘이 떠올라 열흘이 되도록 없어지지 않았다.…월명사가 도솔가를 부르며 산화공덕(散花功德)의 의례를 행하였더니 두 해의 괴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삼국유사’감통편 ‘월명사 도솔가’조)이 황당무계한 말은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국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이도흠 박사는 경덕왕이 전제왕권을 확립하는 마무리 책략으로 여러 면에서 모자라는 세살바기인 건운(혜공왕)을 세자로 옹립하려 하자 김염상을 비롯한 귀족세력이 왕권에 도전,두 세력이 맞선 것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풀이한다. 신라인들은 태양을 왕으로 여겼다는 얘기다.또 왕실의 안정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대응 뿐 아니라 주술적인 힘도 필요해 승려로 하여금 화엄의 이상을 널리 펴는 꽃을 부리는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는 것. 이박사는 ‘신라인의 마음으로 삼국유사를 읽는다’(푸른역사 펴냄)에서 우리가 말로만 듣고 읽어보지 못했거나,읽었어도 그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삼국유사’를 원효의 화쟁(和諍)사상을 바탕으로 철저한 고증을 거쳐 알기 쉽게 설명했다.자신이 창시한 화쟁기호학으로 풀어낸 우리 신화와 문화의 원형 찾기다.화쟁기호학은 이분법을 극복하고,세계를 셋으로 보는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형식주의와 마르크시즘 비평을 결합,텍스트의 의미와 미적 가치를 끊임없는 진동의과정에 놓는 새로운 인문학 비평이론이다. 우리 앞의 사물을 드러나는 모습(품)과 숨어있는 본질(몸),작용하는기능(짓)등 세가지 범주로 인식한다.우리문화는 한(恨)의 문화가 아니라 정(情)과 한의 화쟁의 문화이며,우리에게 최상의 맛은 ‘얕은맛이 나는 깊은 맛’이요 ‘뜨거운 시원함’이라는 것.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 귀가 된 이야기는 헌안왕을 속이고 왕위에 오른 사실을 은유한 것이며,조신의 꿈은 왕위에 오를 수 있는 왕자였으나 계속 푸대접받는데 격분해 반란을 일으켰다가 처형당한 김흔과 그일가의 무상한 삶을 환유한 것이라는 등 명쾌한 해석을 내놓는다. 신라의 조상신들이 산으로 온 데서 풍류도를,선도산 상모 사소의 법회에서 풍류만다라를,도솔가에서 화엄만다라를 발견한다.신라인은 오랜 세월동안 풍류도라는 세계관으로 자기 앞 세계를 바라보고 대응하다가,불교가 들어오자 풍류도와 합해 풍류만다라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형성하더니,통일 후 극락정토 왕생을 소망하며 화엄의 원리를 체계화해 화엄만다라의 세계관을 정착시켰다고 강조한다. 김주혁기자 jhkm@
  • 운보 김기창 스케치전

    서울 반포동에 자리잡은 운보갤러리가 개관(28일)을 기념해 ‘운보김기창 스케치전’을 마련했다.운보의 스케치 작품으로 현재 남아 있는 것은 650여점.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초기작품에 속하는 50여점을골라 소개한다. 주목할 만한 작품은 운보가 1931년 제10회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한 ‘널뛰기’의 밑그림이 됐던 스케치,50년대 이미 입체파의 경향을보인 것으로 평가되는 ‘보리타작’과 아이를 업은 ‘여인’ 등의 스케치,52년 군산 피난시절부터 그려온 ‘말’스케치 연작 등. 월남 종군화가로 현장을 스케치한 작품들은 당시의 전쟁상황을 짐작케 하는역사적인 그림으로 관심을 끈다. 80년대초 운보와 함께 세계 18개국 화필기행을 한 이규일씨(월간‘아트’대표)는 “운보는 풍속화 스케치도 고증을 받고 그린 흔적이 있으며,그림이 완성된 뒤 낙관할 자리까지 염두에 두고 그릴 정도로 진지했다”고 회고한다. 28일부터 내년 1월15일까지.(02)501-1971김종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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