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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일반| ●가치혁명과 사회시스템 개조론(사카이야 다이치 지음, 이윤정 옮김, 아이필드 펴냄) 20세기가 노력과 조직가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개성과 브랜드의 시대로 정의하고, 새시대에 걸맞은 가치관을 모색한다.1만 5000원. ●타키투스의 연대기(타키투스 지음, 박광순 옮김, 범우 펴냄) 로마의 정치가이자 역사가인 타키투스의 로마 역사서. 티베리우스 황제로부터 네로 황제까지 55년간의 로마 제정 초기의 역사를 담고 있다.2만 8000원. ●어머니, 내 안에 당신이 있습니다(신현림 등 지음, 월간조선사 펴냄) 신현림, 장상, 신달자, 강부자, 윤무부, 이계진, 하일성, 복거일 등 각계각층의 명사 43명이 전하는 ‘나의 어머니’ 이야기.9500원. ●한국의 계급과 불평등(신광영 지음, 을유문화사 지음) 장기화된 불황과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로의 전환 속에서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계급주의적 시각에서 분석했다.1만 2000원. |실용| ●10가지 생존의 기술(조길선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무일푼으로 미국에 건너가 밑바닥 시절부터 세계 최대 솔루션기업 오라클의 상임이사까지, 한 한국 여성의 생생한 성공담과 생존 전략.9500원. ●성공한 커리어의 5가지 패턴(제임스 시트린·리처드 스미스 지음, 신시란·서은경 옮김, 물푸레 펴냄) ‘자신의 가치를 깨달아라’‘관대한 리더십을 보여라’‘승인 패러독스를 극복하라’등 성공한 경력의 5가지 패턴.1만 2500원. |유아·아동| ●꾸러기, 학교에 가다!(조나단 런던 지음, 송민영 옮김, 애플트리태일즈 펴냄) 영어CD가 들어있는 그림동화. 개구리가 주인공인 구연동화를 우리말과 영어로 섞어 들으며 언어감각 익히기.3세 이상.9000원. ●색깔을 훔치는 마녀(이문영 지음, 비룡소 펴냄) 색의 혼합원리를 쉽게 설명해주는 창작그림책. 하얀색에 질린 꼬마마녀가 마술봉으로 숲의 색깔을 모두 빼앗는데….4세 이상.9000원. |어린이·청소년| ●꿀벌의 일생과 역사(찰스 미쿠치 지음, 연진희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 꿀벌의 생태와 역사, 쓰임새 등을 두루 파악할 수 있는 정보그림책 시리즈.‘개미의 일생과 역사’‘땅콩의 일생과 역사’가 함께 나왔다. 초등저학년.8500원. ●행복한 일기쓰기 365(조혜원 지음, 삼성당i 펴냄) 아이들에게 일기쓰기 습관을 다져주는 실용서. 작가가 어린시절 경험담을 바탕으로 날짜에 맞춘 적절한 글감을 귀띔해준다. 초등생.1만 2000원.
  • [예언으로 읽는 우리역사]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6일부터 매주 목요일 연재

    [예언으로 읽는 우리역사]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6일부터 매주 목요일 연재

    서울신문이 새해부터 역사학자 백승종(47·푸른역사연구소장)씨의 역사 문화 에세이 ‘예언으로 읽는 우리 역사-백승종의 정감록(鄭鑑錄) 산책’을 연재합니다. 1월6일부터 매주 목요일에 실릴 이 연재물은 우리 사회 문화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민족의 예언서 ‘정감록’에 담긴 의미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가는 고급 에세이입니다. ‘정감록’은 동학을 비롯한 새로운 종교의 사상적 모태가 되었습니다. 조선 후기 변혁운동의 추동력도 바로 ‘정감록’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이른바 ‘감록촌(鑑錄村)’이 생겨났을 정도로 ‘정감록’의 영향은 지대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민간신앙의 경지에까지 오른 ‘정감록’의 본질에 대해 우리는 아직 잘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잘못 알려진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필자에 따르면 ‘정감록’은 18세기 전반 함경도에서 출현했고, 세월이 지나면서 적지 않은 내용상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한 사람의 창작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친 ‘민중의 저작’인 셈입니다. 그런 만큼 ‘정감록’의 비의(秘意)를 정확히 해독하기는 어렵습니다.‘…백승종의 정감록 산책’은 그 비밀의 코드를 여러 문헌 자료와 역사적 상상력을 통해 독자와 함께 풀어가는 흥미로운 지적 여정이 될 것입니다. 서강대 사학과 교수와 독일 베를린 자유대 한국학과 교수를 지낸 필자는 국내 미시사 연구의 개척자로,‘정감록’에 관한 논문을 6편이나 쓴 최고의 ‘정감록’ 학자입니다.‘대숲에 앉아 천명도를 그리네’ 등 대중적 역사서를 낸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합니다. 새들은 태풍을 미리 감지하고 안전한 곳으로 부지런히 날갯짓을 한다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도 뭔가 큰 일이 닥쳐올 것 같으면 ‘정감록’을 서둘러 훑어 보았습니다. 거기에 절망을 희망으로 살아내는 예언의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백승종의 정감록 산책’은 ‘정감록’이 결코 단순한 혹세무민의 비기(秘記)나 길흉화복을 점치는 참서(讖書)가 아님을 증명해 보일 것입니다. 필자의 자유분방한 붓끝을 좇다보면 어느새 역사를 바라보는 눈이 밝아지고 사유의 지평이 트인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
  •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하) ‘열린’ 서술로 합의해야

    [日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하) ‘열린’ 서술로 합의해야

    역사학자 크로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궁극적으로 “모든 역사는 현대사”일 수밖에 없다. 크로체가 ‘국민국가’의 전성시대였던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인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겸손함’으로도,‘냉소’로도 읽힐 수 있는 말이다. 교과서 왜곡을 둘러싼 일본 우익의 문제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심각한 것은 관점에만 그치지 않고 사건의 ‘존재 여부’까지 손대려 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일본이 역사교과서를 왜곡했다는 데 분개한다. 그러나 어디가 어떻게 왜곡됐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턱하니 막히기 일쑤다.2001년 파문을 일으켰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쇼사(扶桑社)교과서를 펴봐도 눈에 딱 띄는 구석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교과서이다 보니 서술이 간결하고 세련됐기 때문이다. 내년 검정에 제출될 후쇼사 교과서는 2001년의 경험을 되살려 더욱 정교하게 꾸며질 것으로 보인다. 아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는 빠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미 새역모는 “옛 적국의 ‘선전’에서 자유롭다.”고 자신들의 교과서를 자랑한다. 또 “대동아전쟁은 (아시아)여러 나라의 독립을 촉진했다는 명료한 인과관계도 공평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2001년 새역모 교과서에서 논란이 된 부분 가운데 대표적인 것 10가지를 뽑았다. 앞의 것은 새역모 교과서의 서술, 뒤의 것은 우리 정부의 수정 요구안이다. 근대사 부분에서 유치한 지정학과 저질스러운 인종주의를 확인할 수 있다. ●임나일본부설 -4세기 후반 야마토 조정이 조선으로 출병한 뒤 반도 남부 임나를 차지. 고구려가 남하정책을 폈으나 일본군의 저항으로 실패. -신라의 요청으로 고구려가 일본을 격퇴했고 일본군이 계속 주둔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은 명백한 오류. ●임진왜란 -히데요시가 중국의 명(明)뿐 아니라 인도까지 정복하고자 출병했으나 명과의 평화교섭을 위해 철수. -‘침략’을 출병으로, 침략원인을 명 정복과 히데요시 개인의 망상으로만 기술. ●조선통신사 -조선과 국교를 다시 연 뒤 막부의 장군이 바뀔 때마다 조선에서는 통신사파견. -일본의 국교정상화 노력이 빠졌고 통신사의 파견 목적과 초빙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음. ●강화도사건 -강화도에서 조선과 일본이 교전했고 청(淸)이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에 일본과의 교섭을 허가. -조선의 발포를 유도한 계획적인 군사작전이었다는 사실 등 도발의 주체·목적·경위 등을 은폐.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 -종교집단에 의한 농민폭동으로 서울까지 압박했다고 서술. 또 청일전쟁은 중국이 일본을 가상적국으로 삼은 것이 원인인 것처럼 서술. -반봉건·반외세운동을 단순 폭동으로 기록. 청일전쟁에 대한 일본의 고의성 은폐. ●러·일전쟁 -러시아의 위협을 강조해 일본의 안전 차원에서 전쟁이 발발한 것으로 묘사. 결과에 대해서도 유색인종국인 일본이 백인제국인 러시아에 승리했다고 서술. -스스로 도발한 전쟁을 안전상 위협으로 미화하고 인종간 전쟁으로 오도.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보장받았다면서 유색인종의 승리였기에 피억압민족에 희망을 줬다고 모순되게 서술. ●한국강제병합 -병합은 일본에 꼭 좋은 일만은 아니었지만 서구제국들의 찬성으로 합법적으로 이뤄졌음. -침략행위를 은폐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기술. 병합 반대 의견이 극소수인 것처럼 서술. ●한반도위협설 -한반도는 대륙에서 일본을 향해 불쑥 솟은 팔뚝이자 흉기이고 배후지가 없는 일본은 자국방위에 고민했다고 서술. -위협설 강조로 청·일, 러·일전쟁 등을 자위권 발동으로 묘사하고 한국의 식민지화를 합리화. ●관동대지진 -대지진 뒤 조직된 자경단이 유언비어 때문에 조선인·중국인·사회주의자들 수천명을 학살. -관헌(군경)에 의한 학살사실 은폐. 주된 피해자는 조선인이었다는 사실 축소. ●군대위안부 -고의로 누락. -반인륜적 전쟁범죄로 규정된 군대위안부 문제를 고의로 누락하고 정부 관여사실도 은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리 역사서술 방향은 우리의 역사서술 역시 개방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유신정권의 탄생과 함께 만들어진 ‘국정교과서’를 없애야 한다는 비판이다. 한국식 민주주의를 모토로 내걸었던 유신체제는 그야말로 국사교과서에 ‘한민족의 역사’가 담겨야 한다고 봤다. 이 때문에 서울대 이영훈 교수는 74년 국정교과서제가 채택된 뒤부터 우리나라 역사교과서가 너무 경직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일제시대 관련 기술은 거의 무비판적으로, 관성적으로 ‘우리는 순진무구한 피해자, 일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게 악랄한 가해자’라는 공식을 확대 재생산해 왔다고 꼬집는다. 아직도 그 영향 때문에 우리 역사교과서에서 문장의 주어로 ‘우리 민족’이란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너희는 민족적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쓰면서 우리는 왜 안 되느냐.”는 일본의 반발도 여기서 나온다. 이 문제가 불거지자 우리도 근현대사부분에 한정해서 검인정제를 도입하는 타협책을 선택했다. 성공회대 권혁태 교수는 “다양한 역사서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우리부터 국정교과서제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양국 정치권 움직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양국 정치권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은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 연말까지 약 100여명의 의원들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쯤 일본측과 심포지엄 등을 개최, 공감대를 마련한 뒤 역사교과서 검정이 이뤄지는 3∼5월에 적극적으로 활동한다는 계획이다. 조직만 비대해질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10인 위원회’ 형식으로 대의원단을 구성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도 ‘한·일 평화연대’를 조직했다. 일본 민주당 의원 70여명, 한국측 여야 의원 30여명이 참가한 이 조직은 지난 18∼19일 창립대회를 열었다. 참가한 일본 의원들은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상징되는 일본의 군국주의 흐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각 주제에 대해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함께 공부하고 토론해서 결론을 도출한다는 계획이다. 각 분과에는 근현대사 학자들도 포함되어 있어 교과서왜곡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문제도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 의원측은 장기적으로 한·일평화연대를 ‘아시아평화연대’로까지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본 민주당은 일본내 활동에도 열심이다. 민주당 오카자키 도미코 참의원, 이시게 게이코 중의원은 한·일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4일 청와대를 방문해 한·일과거사 문제를 거론했다. 민주당에서는 또 ‘국회도서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회도서관 내에 강제동원 등 일제시대 피해와 관련된 사료를 수집하는 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법률안이다. 기본적인 사료를 모은다는 중립적인 접근법을 사용한 덕분에 자민당에서 공산당까지 90여명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끌어냈다. 내년에는 당 차원에서 ‘전후처리 프로젝트팀’을 별도로 구성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교과서 문제를 전면에서 다루기는 어려울 전망.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 때문이다. 이 때문에 별도 조직보다는 한·일의원연맹이라는 기존 조직을 활용하자는 소극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의원연맹 아래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소위원회를 두자는 방안이다. 의원들의 이런 활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알 수 없다. 정치인은 아무래도 국내사정에 영향을 받는다. 거기에다 우리의 경우 여야간 다툼이 치열해지면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도 있다.4대 개혁법안이나 이철우 의원 사건처럼 첨예한 정치적 사건이 불거지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실제 단결해서 한목소리를 낸다 해도 궁극적으로 역사 문제는 정치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일본 총리가 100번 사과하는 것보다 학자들의 공동연구를 통해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한 가지라도 더 남겨두는 것이 더 의미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 결의를 통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재계 등 민간 차원에서의 지원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역사교과서 왜곡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지원이 거의 없다. 여기에서 굴곡많은 우리현대사 문제가 다시 부각된다. 근현대사를 심도깊게 연구하는 사람일수록 우리 현대사에 비판적인 학자가 많다. 이러다보니 못마땅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친일인명사전편찬사업을 지원하는 예산안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한 것이 좋은 예다. 편찬사업을 주도하는 역사문제연구소가 대표적인 ‘反 박정희 단체’라는 점이 문제가 된 것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日 역사교과서 왜곡 실체와 해법은] (중) 역사왜곡, 누가 주도하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힘은 그들 주장의 논리성이나 합리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들에게 역사는 사실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에게 자부심을 주느냐 못 주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은 정·재계는 물론 언론계 등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일본 우익의 뒷받침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政·財·言 ‘새역모’ 전방위 지원 한때 1만명의 회원을 자랑했던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은 최근 회원수가 줄고 있다. 해마다 200∼300명씩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새역모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뜻일까. 그것보다는 무관심이 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정·재계에 흩어져 있는 ‘새역모’의 배후 지지 세력들은 우익을 중심으로 해마다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일반 대중의 무관심에다 집요한 우익의 결집까지 더해지면 결정적인 기회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2001년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새역모는 더욱 집요해지고 있다. 새역모는 단순한 연구모임이나 단체가 아니다. 역사문제를 다루는 우익 모임으로는 자유주의사관연구회, 일본교육연구소, 역사교과서시정을 요구하는 모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조직이 바로 새역모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의 회원 대부분은 새역모 회원이다. 자유주의사관연구회는 일본교육연구소와 연결돼 있다. 일본교육연구소의 핵심인물은 전 자민당 중의원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다. 그는 자민당 역사검토위원회, 밝은일본국회의원연맹, 일본의 앞날과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모임 등 우익 국회의원 단체들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중앙에서 활동하는 단체라면 실제 교육현장에서 뛰는 조직도 있다.2000년 결성된 ‘교과서개선협의회(개선협)’가 대표적이다. 문화청 장관 출신 미우라 슈몬(三浦朱門)이 관여한 이 조직은 각 지역단체와 연계해 교육위원회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역사서술에서 주변국의 이해를 고려하겠다며 1982년에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삽입된 ‘근린제국조항’을 빼라는 등의 요구를 55만명의 서명과 함께 문부과학성에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새역모는 정·재계에 광범위한 응원조직을 갖추고 있다. 미요시 도루(三好達) 전 최고재판장관이 97년 결성한 ‘일본회의’가 대표적이다. 평화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일본회의’의 주요인물 가운데는 모모시마 유조(桃鳥有三) 일본청년회의소 대표, 이나바 고사쿠(稻葉興作) 일본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눈에 띈다. 일본회의와 연결된 국회의원 간담회 멤버로는 현재 경제산업상인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자민당 간사장 대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등 유력 정치인들을 포함,240여명의 의원이 가입해 있다. 일본회의는 그 아래 헌법연구회·정책연구회·국제위원회 등을 두고 있는데 이 모임들에는 새역모 멤버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마루베니, 도쿄미쓰비시공업, 후지쓰,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00여개 이상의 기업이나 기업 관련단체가 새역모를 후원하고 있다. 언론계에는 대표적인 극우신문 산케이를 비롯해 새역모 교과서를 출판하는 후소샤(扶桑社)를 계열사로 둔 요미우리신문도 새역모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종교계의 ‘원시복음·그리스도의 막사’라는 천황주의 단체도 지원세력. 이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새역모는 자체 구성 멤버도 탄탄하다. 한일합방은 한국인이 원했다고 주장하는 평론가 니시오 간지(西尾幹二)가 명예회장으로 있다. 다쿠쇼쿠대 교수인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우에하라 다카시(上原卓) 같은 학계인사는 물론 우치다 사토시(內田智)·다카이케 가쓰히코(高池勝彦) 변호사 같은 법조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엔도 고이치(遠藤浩一)·이치다 히로미(市田ひろみ) 등 다양한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일본 우익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역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다. 공식적으로는 어느 단체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매스컴에서 떠들썩하게 취급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 우익의 심중을 대변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도쿄도가 내년 4월 개교할 첫 도립 중고일관교인 하쿠오(白鷗)고교 부속중학교에 새역모 교과서를 쓰기로 지난 8월 결정했다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을 합친 ‘중고일관교’라는 개념 자체가 일제시대 명문학교 교육과정에서 따온 데다 왜곡교과서까지 채택한 것이다. 반면 일본 우익의 이런 전방위 공세에 대항할 시민사회단체들의 힘은 차츰 약화되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양미강 상임공동운영위원장은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지는 데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면서 일본 우익이 시민단체에 붙인 ‘친북적’이라는 딱지가 장애물이 됐다.”고 전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민족·국가 초월성 집착 韓우익, 日우익 ‘닮은꼴’ 사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보다 더 큰 문제는 일본 우익의 자유주의사관 논리에 대한 우리의 반박논리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외려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는 이름으로 일본 우익식 논리에 푹 젖어 있는 게 현실이다. 공주대 지수걸 교수는 “일본 우익의 특징은 국가·민족의 초월성이나 신성성에 대한 집착”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유구한 민족을 강조하는 우리도 일본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일본사’를 공부하는 데 반해 우리는 ‘국사’를 공부한다는 점도 시사적이다. 지 교수는 특히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식의 역사정통론적인 시각은 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도 한국역사교과서의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반격하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에게는 색깔론도 걸림돌이다. 지난 5월 금성출판사의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가 친북·반미라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의 주장이 대표적이다.‘반공적이다’‘천박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민중사관’이라 몰아세우는 한국 우익들의 논리는 자학사관을 코민테른사관이라 비난하는 일본 우익과 다를 바 없었다. 현 집권세력을 수구좌파로 규정하는 자유주의연대는 아예 창립선언문에 자학사관을 버리자는 일본 우익식 주장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히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한 논의를 무조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우리네 우익과 주변국들의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하는 일본 우익은 닮았다. 재미있는 점은 문제가 된 금성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한국교원대 김한종 교수는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를 심층적으로 파고든 연구자였다는 사실이다. 일본 우익과 한국의 반공·우익이 묘하게 만나는 한 단면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자유주의 사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에 집약된 일본 우익의 역사인식은 ‘자유주의 사관’이라 칭해진다.‘수정주의’라는 용어도 쓰지만 단순히 ‘고친다’는 의미로만 비춰질 수 있어 자유주의라는 말을 쓴다. 이는 기존 역사서술이 좌파적 시각에서 비롯된 ‘자학사관(自虐史觀)’이라는 비판에서 출발하는 것과도 관련 있다. 91년부터 자학사관을 비판하고 나선 새역모의 핵(核) 도쿄대 후지오카 노부카쓰(藤岡信勝) 교수는 자유주의 사관을 ‘사관(史觀)의 자유주의’로 정의하고 있다. 역사를 보는 데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고, 이 다양한 관점을 억누르지 말고 공개적으로 토론해 보자는 논리다. 언뜻 19세기식의 낭만적 자유주의의 색채가 묻어나는 이런 주장은 역사서술에 대한 ‘책임’을 굳이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있다. 기존 사관에 대해서는 마르크시즘, 다시 말해 소련의 국익이라는 관점에서 서술됐다는 ‘빨간칠’도 빼놓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자학사관은 ‘코민테른사관’이라고도 불린다. 후지오카 교수는 ‘오욕의 근현대사’라는 글에서 자유주의 사관의 핵심 테마로 5가지를 제시했다.▲메이지유신(明治維新)은 위대한 민족주의 혁명이다 ▲일본의 근대화는 위로부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근대화다 ▲러시아의 위협이 없었다면 군사대국화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동아 전쟁은 전략적인 선택의 오류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에 대해 무조건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서구제국의 침략에 대한 방어막이었고 동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 도움을 줬다는 대동아공영권의 또 다른 표현이다. 후지오카식 주장은 관점의 자유에서 ‘사실에 대한 자유’라는 반역사학적인 단계로까지 확대된다. 난징대학살이나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그 시대 전쟁 중에 흔히 있었던 일로 일본만 지나치게 가혹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불만 섞인 투덜거림에서 아예 ‘그런 사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으로까지 발전한다. 이는 곧 역사교과서에서 관련 서술을 빼야 한다는 논리로 옮아간다. 올해 1월 일본 우익을 분노케 했던 대입시험 문제가 단적인 예다. 세계사 문제에서 정답으로 2차대전기간 동안 일본에 의한 강제연행이 있었다는 문항이 제시된 것. 우익세력은 문제 자체를 아예 무효화하자고 요구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씨줄날줄] 인생반환점/육철수 논설위원

    역사는 오래 산 사람보다 뭔가를 이룬 사람을 기억한다. 시대에 따라 특정인물에 대한 선악을 가리기가 쉽지 않은 흠이 있긴 하나, 그의 삶의 길이보다는 깊이를 따지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태초 이래 가장 오래 산 사람에 대한 기록이 어느 역사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음악가 모차르트·슈베르트·멘델스존·쇼팽이 인생이 짧아 업적을 이루지 못한 게 아니며, 김소월·윤동주·김유정·박인환이 요절하는 바람에 주옥같은 시와 글을 남길 수 없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천재성을 인정하지 않는 바 아니지만, 그들이 역사에 남은 것은 피와 땀에 젖은 열정으로 길지 않은 인생에서 남보다 백배 천배 이상 천착한 결과가 아니겠는가. 그들의 궤적을 통해 나이는 먼저 태어난 자를 따라잡을 수 없어도 업적은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인생의 묘미를 깨닫곤 한다. 어제 통계청이 ‘2002년 생명표’를 발표했는데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73세, 여자 80세라고 한다. 친절하게도 기대여명(평균잔여수명)을 따질 때 남자는 37세, 여자는 41세가 ‘인생 반환점’이라는 계산도 내놓았다. 생명표를 보면 40대 중반의 기대수명은 30년으로 나와 있다. 인생의 반환점을 10년 가까이 지나친 입장에서, 만감은 아니더라도 여러 상념에 잠기는 것은 흐르는 세월 탓만은 아닐 것이다. 불혹(不惑)을 훌쩍 지나 지천명(知天命)이 코앞에 다가오는데도 이룬 것이 없어 가슴이 짓눌리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신문에 이름 석자 오르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처지에 욕심을 너무 부리는 것은 아닌지…. 여생이 짧다고 느껴져 다급한 생각에서 공돈이라도 한탕 크게 벌어 볼 요량으로 로또복권에 자꾸 눈길이 가 서글픔이 밀려올 때도 많다. 하지만 일순간의 인생역전보다는 진솔하게 삶을 이어가야 한다는 이성으로 돌아와 이내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른다. 평균수명만큼 산다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30년을 얕은 삶으로 초조하게 허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라톤이야 코스가 정해져 있어 반환점이 중요하겠으나, 종점이 언제 어딘지 모르는 우리 인생에서 그 반환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저 인생의 중간평가 정도로 가볍게 넘기고 말 일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되돌아 본 2004 문화] ① 출판계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출판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2004년 출판계를 주도한 책들은 몇가지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먼저 소설시장을 중심으로 자기 상상력을 추구한 책들이 주목을 받았으며, 특히 역사적 사실성(fact)에 상상력(fiction)을 보탠 팩션(faction)류 작품이 각광을 받았다. 올해 종합 1,2위를 다툰 ‘다빈치 코드’(댄 브라운, 베텔스만)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가 대표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반응이 식지않는 것으로 보아 내년에도 이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문적 실용서 확대와 땅테크 서적이 유행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올해 화제를 일으킨 인문서는 ‘미쳐야 미친다’(정민, 푸른역사),‘책문’(김영완, 소나무),‘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지음, 김영사)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들은 주로 역사의 비주류, 또는 당시로선 톡톡 튀던 사회 부적응자들을 다루거나, 파격적인 생각을 가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별성, 차별성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와 달리 마치 이야기를 듣듯 쉽게 읽힌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경영서중에선 ‘땅테크’ 관련 책들이 주목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로버트 기요사키 등, 황금가지)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랜덤하우스중앙)와 같이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개인의 경제적 마인드를 제고하는 책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올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책들이 바통을 이어받았다.‘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국일미디어),‘한국의 땅부자들’(조성근, 한국경제신문)은 각각 10만부를 훌쩍 넘어섰으며, 땅테크를 다룬 책은 적어도 1만부는 팔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류바람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귀여니’(전9권)를 수입해 열풍을 일으켰으며,‘국화꽃 향기’(생각의 나무)도 중국에서 번역 출판돼 수십만부가 팔렸다.‘가을동화’‘엽기적인 그녀’와 같은 영상물을 모태로한 책도 물건이 없어 못팔 정도라고 한다. 타이완에서도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소설이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부 이상 판매됐으며, 일본에선 ‘욘사마’ 열풍 속에 ‘겨울연가’의 원작소설이 120만부 이상 팔렸다. 하지만 전체적 장기 불황속에 출판업계 또한 전반적으로 힘겨운 한해를 겪었다. 특히 매출액 10억 미만의 소형 출판사들의 어려움이 극심했다. 이들은 더구나 1000억원대의 매출을 목표로 잡고 있는 랜덤하우스중앙이 조직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데다가 학습지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일부 출판기업들이 단행본 시장으로 진출,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어 앞으로 더욱 힘겨운 생존경쟁을 치러야 할 전망이다. 반면 지난해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합작해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을 비롯해 민음사, 김영사, 시공사,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매출 상위를 달리고 있는 출판사들은 작년에 비해 상당한 매출신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진다. 즉 전반적인 출판 불황 속에서도 출판사들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던 한해였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열린세상] 지배세력의 교체/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올해 초 과거사 진상규명법들로부터 시작된 개혁법안은 지금은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기본법 및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개혁법안으로 확대되어 있다. 이것을 왜 개혁법안이라 하는가. 군사독재체제에서 벗어난 지 불과 10여년에 이룩한 민주화의 성과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하여 움직이는 새로운 사회체제의 구축을 향하고 있고, 개혁법안들이 그것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4대 개혁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현재의 답답한 상황은 압축적 민주화의 주름진 모습일 것이다. 여기서 나는 역사학자로서 과거사 진상규명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과거사 진상규명의 대상은 멀리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에서 시작하여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권위주의시대 인권침해 진상규명 등에 걸친다. 이 중 동학, 친일, 강제동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법률이 16대 국회에서 이미 제정되었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의 명예회복을 위한 작업만이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친일에 대하여는 개정안이, 다른 안건들은 통합안으로서 여당의 경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진상규명 기본법’이, 한 야당에 의해서는 친북활동까지 포함하는 ‘현대사 연구·조사를 위한 기본법’이 제안되어 있다. 이웃 나라 국토를 유린하면서 청일전쟁을 승리로 이끈 일본군이 초토화전술로 처절하게 진압한 동학농민군의 그 혁명적 활동은 동학당의 반란으로 폄하되고, 일제에 의한 수탈과 인권탄압은 식민지근대화론으로 미화되는 가치의 전도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광복 후 냉전·분단상황에서 벌어진 인권침해는 북한위협론이나 개발독재론에 의하여 불가피성이 호도되고 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이러한 전도된 가치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한국역사의 변화와 발전을 ‘사회적 지배세력의 변천’에 초점을 두어 파악한 역사서가 있다. 오랫동안 한국사 개설서의 지배적 지위를 점해 왔고,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된 이기백 선생의 ‘한국사신론’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배세력의 변천을 지표로 삼아 역사의 시대적 발전을 설명한다.‘신흥사대부의 등장’,‘사림세력의 등장’,‘중인층의 대두와 농민의 반란’,‘개화세력의 성장’ 등의 소시대를,“낡은 시대의 잔재들보다는 다음 시대의 새 요소들의 성장과정을 중요시하는 입장”에서 설정하였다. 이러한 시대구분법에 전적으로 찬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시대의 설정에는 시사되는 바가 없지 않다. 낡은 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시대의 새요소가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세워야 역사가 발전할 수 있다. 과거사 진상규명은 바로 그 낡은 시대를 청산하는 작업이며 그 귀결은 단지 정치지형의 변화나 집권세력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담당할 지배세력의 교체를 초래할 것이다. 수도이전을 둘러싼 논란 중에 ‘지배세력 교체론’이 제기되었다. 수도이전을 역사상의 천도에 빗대어 지배세력의 교체라고 했던 집권세력이 이에 반대하는 야당의 공세에 주워담기는 했으나, 집권세력이 정치권력의 유지 재창출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지배세력의 교체라고 했다. 그러나 지배세력의 교체가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은 헌재에 의한 수도이전의 좌절에서 증명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94년 동학농민의 저항운동에서부터 110년, 이제 식민지와 분단시대의 시련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역사의 시계추를 되돌리려는 시대역행적 퇴행적 세력의 목소리가 길거리에 난무하지만 시대는 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실력과 사회적 리더십을 갖춘 세력이 형성되어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때는 도래했는데 그것을 주도할 세력의 결집을 보기 어렵다. 과거사 진상규명을 비롯한 4대 개혁법안의 돈좌(頓挫)는 그것을 웅변한다. 이영호 인하대 한국사 교수
  • [日우익 ‘왜곡 총력전’] 우리역사서술은 문제없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그렇다면 우리 교과서에는 문제가 없느냐.’는 반문이 일고 있다. 우리 역사교과서 역시 지나친 민족주의 중심의 서술 때문에 사실을 간과하는 오류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위안부 문제를 일제시대에만 한정해서는 안된다.”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의 주장이 사례 중 하나다. 위안부가 별스럽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한국전쟁 때도 비슷한 형태의 집창촌이 존재했고, 주한미군을 위한 기지촌의 존재도 엄연한 사실이란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민족주의만 강조하다 보면 ‘여성의 인권’이라는 보편적 시각이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관점에서 진보적 소장학자들은 올해 ‘동북공정’으로 불거진 고구려사 문제도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서울시립대 전우용 상임연구위원은 역사비평 겨울호에서 ‘역사인식과 과거사 문제’를 통해 고구려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 예로 전 위원은 간도 영유권 주장 근거로 제시되는 지도들이 독도를 일본땅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떻게 같은 자료를 두고 독도 부분은 무효고, 간도 부분만 유효라고 주장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고구려사에 대한 우리의 열정이 일본 우익의 역사왜곡과 어떤 점에서 다른지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 허영란 연구사도 비슷한 논리를 폈다. 최근 ‘뉴라이트 운동’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자학사관’이라는 용어를 쓴다든지, 극우-보수주의 인사들이 일제시대 좌파 독립운동을 서술하는 것 자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 등은 일본 우익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허 연구사는 “이런 상황에서 역사교과서는 우리에게는 ‘양날의 칼’”이라면서 “자기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교과서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면 외려 우리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日우익 ‘왜곡 총력전’] 왜곡없는 역사책 어떻게

    [日우익 ‘왜곡 총력전’] 왜곡없는 역사책 어떻게

    역사왜곡에 대한 궁극적인 해법은 무엇일까. 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한·중·일 공동교과서 집필’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독일과 폴란드가 2차대전 종전 뒤 공동교과서를 만들면서 독일 교과서는 폴란드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담았고, 폴란드 교과서는 독일인을 향한 일방적인 폄하를 없앴다. 그동안 역사왜곡을 시정하기 위한 한·일간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는 한·일 양국간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한·일공동역사연구위원회’다. 이 위원회는 2001년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불거지면서 그해 10월 양국 정상간 합의 아래 위원장을 포함한 양국 12명의 학자들로 구성됐다.2004년 5월까지 활동키로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1년 활동시한을 연장했다. 반면 한·중·일 3개국 시민단체들은 공동교과서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한국), 중국사회과학원 근대사연구소(중국),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21(일본)간 공동 부교재 제작사업이 그것이다. 개항부터 현대사까지만이라도 공통된 역사서술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모였다. 모두 90개의 테마에 맞춰 1장은 개항에서 1910년대까지,2장은 1920년대까지,3장은 1930년대까지,4장은 현대까지 다룬다. 지난 10월 중국 난징회의에서 최종합의를 마쳤고 세부적인 이견을 정리하고 있다. 내년 1월 최종회의를 마친 뒤 2005년 5월 공식발간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는 있다. 예를 들면 ▲개항과 관련, 중국은 조선을 도와줬다고 하는 반면 한국은 중국이 간섭한 것으로 보고 ▲한국전쟁을 중국은 북침으로, 한국은 남침으로 보는 차이점이 존재한다.▲대동아전쟁 등에 대해 일왕이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 ▲난징대학살, 강제동원 등이 어떤 규모였는지 등에 있어서도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충북대 김성보 교수는 “전반적인 사실관계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래도 범위와 폭, 그리고 해석에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CEO들 “독서도 비즈니스”

    CEO들 “독서도 비즈니스”

    최고경영자(CEO)들은 이 만추(晩秋)에 무슨 책을 읽을까. CEO들은 치열한 글로벌경영 현장에서도 시간을 쪼개 독서를 즐긴다. 이들이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변화에 대한 대처 능력과 경영 아이디어의 습득, 경제 트렌드의 파악 등 이유도 가지가지다. 때로는 휴식의 방편이 되기도 한다. 도서 목록도 역사서부터 처세술, 리더십, 경영 서적,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이들은 최근 직원들의 책 토론 문화를 유도하며,‘독서 경영’을 확산시키고 있다. 다가오는 겨울 밤,CEO들의 애독서를 한번쯤 붙잡아 그들이 느낀 ‘감정의 선’을 따라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SK CEO들의 추천도서 SK그룹은 24일 사보인 ‘SK 매니지먼트’에서 계열사 CEO들의 애독서와 권장도서, 독서 습관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신헌철 SK㈜ 사장은 신간 도서들을 주로 승용차 이동이나 비행기 출장 등의 시간을 활용해 읽는 편이다. 그가 추천하는 도서로는 스펜서 존슨의 ‘선물’과 짐 콜린스의 ‘Good to Great’.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외부 회의나 미팅 장소 이동 때 틈을 내 책을 읽는다. 간혹 일찍 퇴근하면 자택에서 독서를 즐긴다. 역사와 문화 서적, 경영 서적을 애독하는 김 사장은 최근 자신의 권장서인 피터 드러커의 ‘자기경영노트’와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짐 로허·토니 슈워츠 공저)를 구입, 임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정만원 SK네트웍스 사장은 ‘1년에 100권 이상 독서’를 목표로 한 ‘열혈 독서파’. 불협화음의 원인이 본인임을 깨닫게 해 주는 ‘내 안의 상자를 깨라’(아빈저연구소)를 특별히 추천하고 있다. 박장석 SKC 사장은 ‘사장,CEO의 자세’(다나카 요진)를 CEO를 꿈꾸는 사원들에게 권하고 있다. 손관호 SK건설 사장은 업무를 수행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열정’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만큼 존 템플턴의 ‘열정’을 추천도서로 꼽았다. ●LG필독서 ‘실행에 집중하라’ LG그룹 CEO들은 사내인트라넷(LGIN)을 통해 자신들이 직접 읽은 책 가운데 임직원들이 읽어 볼 만한 책을 권하고 있다. 노기호 LG화학 사장은 극한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는 ‘섀클턴의 서바이벌 리더십’을, 최석원 LG생활건강 사장은 칭기즈칸의 리더십을 분석한 ‘CEO 칭기즈칸’을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빈사 직전의 거대한 코끼리 IBM을 부활시킨 루 거스너의 비즈니스 업적을 소개한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금병주 LG상사 사장은 ‘드골의 리더십과 지도자론’,‘살아있는 신화-스티브 발머’를 애독서로 꼽았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아는 것이 힘이 아니라 실행하는 것이 힘’이라는 평소 지론에 어울리는 ‘실행에 집중하라’(래리 보시디 외)를 추천했다. 이 책은 노기호 사장과 허영호 LG이노텍 사장 등도 추천할 정도로 LG 내에서 필독서로 통한다. 김범수 NHN㈜ 사장은 ‘핵심에 집중하라’(크리스 주크 외)를,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를 추천했다. 주현진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기고] 선열들의 희생정신 되새겨야/박유철 국가보훈처장

    서대문 형무소를 향하는 길은 아직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멀리서 보이는 건물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제 당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그 곳에 들어서는 순간, 잔악한 고문 광경에 민족의 비애를 느끼게 됨은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감정일 것이다. 지난 8월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게 된 재 러시아 독립유공자 유족이 “서대문 형무소에 있는 일제의 고문 기구들을 보면서 우리 증조할아버지들이 얼마나 영웅적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힌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립하기까지 조국 광복을 위해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일본의 온갖 잔혹한 고문으로 옥사했거나 이국의 황량한 들판에서 고군분투하다 순국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분들의 거룩한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이 있는 것이다. 17일은 예순다섯 돌을 맞는 ‘순국선열의 날’이다. 지난 세기 초 우리 민족이 일제 식민지하에서 비운을 겪고 있을 때, 선열들은 이 나라 동천 하늘의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조국을 찾기까지 국내는 물론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풍찬노숙하며 고난의 가시밭길을 걸었다. ‘순국선열의 날’은 수많은 애국선열들이 방법은 각기 달랐으나 자주독립을 이루겠다는 염원 아래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하신 선열들의 위훈을 기리는 정부기념일로 1939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제정한 ‘순국선열공동기념일’이 그 기원이다. 의병들은 항일투쟁을 벌였으며, 학생들은 독서회 등을 결성하여 독립운동 역량을 키워나갔다. 온 겨레가 하나되어 일어났던 3·1독립만세운동, 상하이임시정부의 구국활동, 독립군과 광복군의 항일 무장투쟁은 우리 민족에게 자주독립의 의지를 심어 주었다. 지식인들은 계몽활동을 펼쳤고, 교육가들은 학교를 세워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박은식 선생이나 신채호 선생 같은 분들은 고난의 망명지에서 생활하면서도 초지일관 민족사관에 입각한 빼어난 역사서를 저술하여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셨다. 이 두 역사학자들이 집필한 ‘한국통사’,‘한국독립운동사’ ‘조선상고사’ 등이 나올 때마다 일제 당국은 금서로 지정했으나 이 분들은 대한인의 자존의지로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처럼 선열들은 국내외에서 일본의 감시와 탄압을 받으면서도 항일투쟁에 신명을 바쳤다. 거기에 순국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계승하려는 노력이 있었고, 불굴의 의지로 기어이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다. 우리는 그 어려웠던 시대를 산 선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지고지순(至高至順)한 삶과 그 순정의 애국혼은 오랜 세월을 넘어 지금 우리들에게 소중한 정신적 가치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라고 한 안중근 의사의 유언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동암 차이석 선생이 “우리는 권력, 재력, 시간, 환경이 모자라서 독립운동이 부족함이 아니라, 우리 겨레 모두의 단결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하여 모든 독립운동 세력의 단합을 호소한 말씀은, 국민화합이 절실한 오늘날 우리 모두 교훈으로 새겨야 한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는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역사를 교훈으로 삼아 선열들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계승하는 일이야말로 희망찬 내일을 만들어 가는 지름길이다.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대의를 위해 자신의 안위를 버리고 오직 나라와 겨레를 위해 하나가 되었던 선열들의 위국헌신 정신을 되새겨 국가발전의 정신적 원동력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하겠다. 박유철 국가보훈처장
  • [책꽂이]

    ●이판사판 화엄경(성법스님 지음, 정신세계원출판국 펴냄) 화엄경의 세계는 부처와 중생, 부처와 보살, 부처와 세상, 부처와 물질 등이 하나로 어우러져 결국 존재 자체가 부처님이 되는 세계를 일컫는다.‘이판사판’은 원래 화엄경에서 나온 것으로 이판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의 세계에 대한 판단이라면, 사판은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에 대한 판단을 말한다.1만 1000원. ●로마제국 흥망사(에드워드 기번 지음, 황건 옮김, 청미래 펴냄) 로마 제국을 학문적으로 다룬 고전적인 역사서 ‘로마 제국 쇠망사’의 주요 내용을 발췌, 요약한 축약판.18세기 영국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에드워드 기번이 12년에 결쳐 집필한 역작으로 애덤 스미스, 네루, 처칠, 러셀 등이 지혜의 원천으로 삼았다고 한다. 로마제국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트라야누스 황제에서 아우렐리우스황제 재위까지의 오현제 시대부터 서로마 제국의 멸망을 거쳐 동로마 제국의 성립과 멸망, 이슬람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로마 제국 전체 역사를 다룬다.2만 3000원. ●레이첼 카슨 평전(린다 리어 지음, 김홍옥 옮김, 샨티 펴냄) 미국의 여성 과학자 레이첼 카슨 평전.1962년에 출간된 저자의 ‘침묵의 봄’은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켜 세계 곳곳에서 살충제 사용 금지법을 만들도록 했고,‘지구의 날’(4월22일)이 제정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카슨은 유방암으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봄이 와도 새가 울지 않고, 알을 낳아도 부화시키지 못하는” 자연파괴 사례를 조사하고 폭로했다.2만8000원.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단청(한석성 구술, 박해진 정리, 현암사 펴냄) 한국 고대 단청의 면모를 보여주는 고구려 고분벽화, 위는 푸르게 아래는 붉게 칠해 조화를 이루는 상록하단(上綠下丹)의 원칙, 임진왜란을 전후로 크게 바뀌는 조선시대 단청 등에 대해 설명. 우리나라 단청무늬의 핵심인 ‘머리초’, 선명하고 강렬한 느낌이 단청 중에서 으뜸인 ‘휘(暉)’, 기둥에 비단옷을 두른 듯한 ‘주의초(柱衣草)’등 짜임새 있는 무늬와 선명한 채색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한성석은 구한말 거의 모든 궁궐 단청을 주관한 아버지 동운 화상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단청 명장이다.2만원. ●중국의 역사와 문화(하재근 지음, 최윤진 그림, 자인 펴냄) 중국의 방대한 역사와 문화를 촌철살인의 유머와 그림으로 풀어낸 교양만화. 인터넷 신문의 논객으로 활동하는 저자는 황하문명을 알아야 동양이 보이고 한국문화가 보인다고 말한다. 중국과 우리를 애써 분리하려 들지 말고 우리가 황하문명에 속해있다는 걸 당당하게 인정할 때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관점에서 씌어졌다.1만 1000원. ●피아졸라(마리아 수사나 아치 등 지음, 한은경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군부독재에 의해 탄압받던 탱고를 민중의 음악으로 부활시킨 아스토르 피아졸라 이야기.‘아르헨티나의 거슈윈’으로 불리는 피아졸라는 탱고를 댄스홀에서 콘서트홀로 가져왔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뒷골목에서 가난한 이민자들을 위해 탄생한 춤곡을 클래식·재즈와 결합시킴으로써 탱고의 역사를 바꾼 것. 그는 자신의 음악을 전통탱고와 구분되는 ‘누에보 탱고’라 불렀다. 피아졸라의 아버지는 다리를 저는 아들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음악교육을 시켰고, 피아졸라에게 반도네온(라틴음악용 소형 아코디언)을 사줘 탱고인생의 길을 걷게 했다.2만 5000원.
  •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가 작성했다는 의사의 윤리강령, 즉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일부다. 그러나 정작 히포크라테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적이 없다.‘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의사 집안인 히포크라테스 가문에서 다른 집안의 의사 지망생을 받아들일 때 요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의학을 ‘인간의 과학’으로 끌어올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 그 이름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그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히포크라테스의 삶과 업적이 워낙 안개에 싸여 있고, 국내에서는 그에 관한 독립된 책 한 권 나온 게 없기 때문이다. ●새롭게 조명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삶 그런 점에서 최근 국내에 소개된 평전 ‘히포크라테스’(자크 주아나 지음, 서홍관 옮김, 아침이슬 펴냄)는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단순한 의학자 전기는 아니다. 히포크라테스와 그가 남긴 저술을 바탕으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과 과학, 사회 분위기, 풍속까지 아우르는 종합교양서라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대학의 그리스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각종 역사서와 연설문, 서사시, 희곡 등 방대한 그리스 문헌과 역사 유물들을 살펴보고 히포크라테스 총서를 꼼꼼히 검토하며 히포크라테스의 생애를 오롯이 복원해냈다. 우리는 왜 히포크라테스를 위대한 의사로 칭송하는가. 왜 그를 서양의학의 시조라고 부르는가. 이를 알려면 먼저 그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460년경 그리스 코스 섬에서 태어나 기원전 377년 무렵 테살리아 지방의 라리사에서 죽었다고 한다.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가문의 후예인 그는 의술을 익힌 뒤 고향을 떠나 한 평생 그리스 반도와 소아시아를 여행하며 의술을 실천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질병은 신이 내리는 벌’이라며 질병 치료를 초자연적인 의술에 의존했다. 아스클레피오스 신이 질병을 고쳐준다고 믿어 곳곳에 그의 신전이 세워졌다. 병든 사람들은 아스클레피오스 신전에 제물을 바친 뒤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신의 치유 손길을 기다렸다. 히포크라테스는 이런 ‘미신’을 과감히 물리쳤다. 그리고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신에게 빌거나 주문을 외우는 대신 음식과 운동을 처방하고, 약물을 사용하고, 칼로 절개하고, 불로 지지는 치료를 베풀었다. 지금은 당연해 보이는 치료법이지만 당시로선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히포크라테스를 기점으로 합리적 의술은 마침내 주술적 의술과 결별했다. ●환자 분비물 맛 볼 정도로 치료에 열성 히포크라테스학파는 환자에 대한 관찰을 중시했다. 히포크라테스학파의 의사들은 땀, 대변, 토사, 가래, 고름, 질 분비물의 냄새를 직접 맡았고 맛까지 보았다. 환자를 관찰하고 만져보고 소리를 듣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었던 히포크라테스는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얼굴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해 ‘자격증’ 없는 떠돌이 의사들이 참고로 삼게 했다. 이것이 바로 ‘히포크라테스 안색’이라 불리는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의 의학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합리주의적 사고와 인간존중 정신이다. 히포크라테스 당시는 간질환자가 몸을 떨면서 정신을 잃었다가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는 모습을 신과 만나는 접신(接神)과정으로 여겼다. 때문에 간질은 ‘신성한 병’으로 간주됐다. 이런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히포크라테스는 합리적인 정신을 잃지 않았다. 한 예로 스키타이인들이 성 불구가 많은 현상에 대해 히포크라테스와 동시대 인물인 헤로도토스는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지만,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은 스키타이인들의 잦은 승마가 정자의 통로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은 또한 신분에 따라 환자들을 차별하지 않았다. 마케도니아 왕가와 대대로 친분이 있었던 히포크라테스는 평범한 하층민들의 진료도 꺼리지 않았다. 심지어 노예를 진료할 때도 질병의 경과를 열심히 관찰하고 치료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는 곳에 의술에 대한 사랑도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3년간의 각고 끝에 번역을 끝낸 서홍관(국립암센터 의사) 박사는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책은 한국은 물론 외국에도 별로 없다.”며 “히포크라테스학파 의사들이 환자를 세심하게 배려한 대목은 지금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자” 이 책은 자신의 가문에 독점적으로 전승돼 오던 의술을 외부에 개방해 널리 보급하고 인체를 처음으로 자연과학의 탐구대상으로 삼은 ‘의술의 혁명가’ 히포크라테스의 업적에 초점을 맞춘다. 아울러 우리가 흔히 접하는 히포크라테스에 관한 그릇된 상식도 지적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은 보통 예술을 창조한 사람은 죽더라도 그들의 그림이나 음악 등은 영원하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히포크라테스가 원래 의도한 뜻은 예술이 아니라 의술이 후대까지 길이 전승된다는 것이었다. 히포크라테스는 생전에 명의로서 명성을 얻었고, 죽은 뒤에는 더욱 추앙받아 의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사람들은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히포크라테스로 돌아가야 할 때가 아닐까.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국서 ‘영어로 쓴 한국사’ 출간 앞둔 김준길 교수

    미국서 ‘영어로 쓴 한국사’ 출간 앞둔 김준길 교수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공부할 때 잘못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를 들어 ‘사대관계’를 ‘조공’으로 오인한다든가 또 불교가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것 등이지요.” 한국학 전도사로 알려진 김준길(64) 명지대 객원교수. 그는 최근 ‘영어로 쓴 한국사’의 집필을 막 마치고 귀국했다. 출간시기는 내년 1월쯤이며 미국 그린우드 출판사가 작업 중이다. 그는 지난해 7월 브리검영 대학 한국학과 초빙교수로 떠날 때 주위 지인들에게 이같은 평생의 역작을 약속했다. 그의 책은 200여쪽 분량으로 모두 8개 장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어떤 역사서적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단군신화 ▲화랑 관창 ▲김유신 장군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사대관계 ▲불교전래 ▲처용가 ▲가시리 등 우리 민족의 문화사적 에피소드 위주로 다뤄 외국인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 고대국가의 형성에서부터 남북정상회담 등 최근의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한국사를 전체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특히 기미독립선언문 등도 현대식 영어로 번역해 우리 민족의 저력을 쉽게 이해하도록 했단다. “프랑스와 영국 등 오랫동안 해외공보관으로 일하면서 이같은 시도의 필요성을 절감했지요. 기존 텍스트를 번역한 책의 경우 외국인들이 연대기별 사건 팩트의 이해는 가능하지만 우리 민족의 특수한 문화사적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가 한국사를 쓰게 된 결정적 계기는 88올림픽 준비 당시 해외공보관 문화교류부장으로 일할 때였다. 그는 당시 한국을 방문한 2만여명의 기자를 위한 소개책자를 만들어야 했다. 이때 그는 한국어 번역이 아니라 영어로 직접 한국사를 써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서울대 문리대 사회학과를 나온 그는 서울신문 등 12년 동안 언론계에 몸담고 있다가 77년 문화공보부 전문위원으로 발탁됐다. “내년 책이 발간되면 교민사회와 한국학 대학이 있는 세계 여러나라에 보급할 계획입니다.” 글 김문기자 k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CEO 칼럼] 자기계발엔 마침표 없다/서두칠 (주)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CEO 칼럼] 자기계발엔 마침표 없다/서두칠 (주)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주5일 근무제의 확대 시행이 발표됐을 때 당사자격인 직장인들을 제외하고 이를 가장 환영했던 사람들은 아마도 관광·레저 산업,혹은 요식업을 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금요일 저녁부터 고속도로에 정체현상이 나타나고,주말이면 유명 관광지에 도시를 빠져나온 승용차들이 넘친다. ‘휴식이 길면 곰팡이가 슨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닷새 동안 열심히 일해서 지친 심신을 다독일 수 있는 주말 휴식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토요일 휴무를 자진 반납하고 출근길에 오르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 토요일 오전에 두세 시간씩 각종 외국어 강좌나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을 무료로 개설해 직원들에게 자기 계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아예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도 있고,오전과 오후에 걸쳐 8시간씩 ‘토요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체도 있다. 그러니까 직장인들이 평일에는 일하러 출근하지만 토요일에는 공부하러 출근한다는 얘기다.‘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휴식 반납’이라는 식의 경직된 부담감만 주지 않는다면 바람직한 모습이다. 평생학습의 중요성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그것을 토요일에만 한정할 필요도,그리고 당장 직장 생활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보탬이 되는 어학이나 컴퓨터 혹은 경영관련 지식 같은 실용적인 분야에 국한할 필요도 없다.직무와 상관없는 문학·철학 서적,역사서 등은 삶의 질을 풍성하게 한다.또한 직장 생활을 잘할 수 있는 폭넓은 사고와 지혜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동안 내가 맡았던 회사마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점 때문인지 요즘도 노사화합을 주제로 한 강연요청이 간간이 들어온다.그런데 간혹 약속된 강의날짜 직전에 취소통보가 날아오는 수가 있다.분규가 해결됐으니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마 그들은 나를 쇳소리 나는 분규현장을 일거에 평정할 여의봉이라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다.조직원들을 위한 강좌이든 외부인 초청강연이든 목전의 실리에만 목적이 실리면 동기도 흥미도 유발하기 어렵게 된다.또한 이러한 조직이 성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는 평소 공부란 많이 듣고,폭넓게 읽고,자주 토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부서원들이 같은 책을 읽고 와서 아침에 30분쯤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 전 자투리 시간을 내어서 토론을 해보는 것도 시도해 봄직하다.내 경험에 의하면 지위고하간,혹은 조직원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 물론 토론 대상으로 삼을 책으로 반드시 경영서나 실용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셰익스피어의 희곡이면 어떻고,신세대 여류작가의 연애소설이면 또 어떤가. 책을 벗 삼는 사람에게서는 독단,경솔,아집 같은 조직의 인화를 해치는 덕목을 찾아보기 어렵다.읽고난 뒤(讀後)의 느낌(感)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더더욱 좋다.자녀들에게 다그쳤던 ‘공부하라.’는 말을 스스로를 향해 해야 한다. ‘영웅 숭배론’을 쓴 19세기 영국의 역사가이자 평론가인 토머스 칼라일은 영웅의 자질 5가지를 열거했다.그 중 하나가 성실성이다.성실성은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한다.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끊임없이 공부하라는 말을 스스로를 향하게 하고,그 약속을 지켜 나가면 배움이라는 큰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두칠 (주)이스텔시스템즈 대표이사
  • [책꽂이]

    ●에스파냐 이상(앙헬 가니베트 이 가르시아 지음,장선영 옮김,한길사 펴냄) 에스파냐의 정신은 무엇이며,에스파냐인들은 누구인가를 다룬 철학서.에스파냐(스페인)의 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저자의 사상은 1898년 미국·에스파냐 전쟁 이후 쇠락해가는 조국의 운명을 반성하고 그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다양한 작품활동을 전개한 ‘98년도 세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에스파냐는 1898년 그나마 남아있던 식민지인 필리핀과 푸에르토리코를 미국과의 전쟁에서 잃었고,국가는 왕당파와 공화파로 완전히 양분됐다.마침내 내란(1936∼1939)까지 일어났다.2만원. ●자유인 사마천과 사기의 세계(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이경덕 옮김,다른세상 펴냄) 중국 정사의 기초가 된 역사서 ‘사기’의 전체 구성과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썼다.‘사기’중에서 가장 흥미롭다는 ‘열전’이나 ‘본기’만을 번역해놓은 다른 ‘사기’관련 서적과 달리 ‘본기’와 ‘세가’ ‘연표’ ‘열전’ 등 총 130권 52만 6500자로 이루어진 ‘사기’의 본문 전체를 개괄한 것이 특징이다.사마천은 일종의 변증법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었고,이런 변증법적 사유는 ‘사기’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게 저자(전 교토대 교수)의 분석이다.1만 1000원. ●암행어사열전(김원석 엮음,문학수첩 펴냄) 암행어사는 임금이 직접 지방에 파견해 백성들의 고충과 지방 수령들과 관리들의 잘잘못을 비밀리에 조사하도록 한 조선시대 임시 관직이다.박문수 김수익 홍우건 이건필 이익보 홍양한 김우항 이종백 이문보 노수신 정만석 황정 등 남다른 고사를 남긴 암행어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8500원.
  •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진시황제/쓰루마 가즈유키 지음

    중국이 오늘날과 같은 정체성을 형성한 것은 전국시대를 통일하면서부터다.그 주역은 역시 진시황제다.중원을 처음으로 통일해 대제국을 건설하고 스스로 황제라 칭한 진시황제.그러나 진시황제와 그의 시대는 숱한 고사와 전설로 신화화되어 있다.진시황은 과연 분서갱유를 저지른 무자비한 폭군인가.정말 여불위의 자식인가. ‘중국 고대사 최대의 미스터리-진시황제’(쓰루마 가즈유키 지음,김경호 옮김,청어람미디어 펴냄)는 사료와 문헌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분석을 통해 시황제의 실체를 밝힌다. ●폭군인가, 여불위의 자식인가 시황제는 전국시대(기원전 403∼221년) 말 진나라의 왕자로 태어났다.13세에 왕위에 올라 처음 25년 동안은 전국시대 진나라의 왕으로,후반 12년 동안은 통일제국 진의 황제로 군림하다 50세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이러한 시황제에 관한 기록은 중국 전한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이 쓴 ‘사기’에 남아 있다.사마천은 시황제를 폭군으로 적었다.‘사기’의 ‘진시황본기’엔 시황제는 승상 이사의 제언에 따라 기원전 213년 분서(焚書)를 명령했고,다음해에는 학자 460여명을 땅에 묻어 죽인 것으로 되어 있다.이 사건은 훗날 시황제를 깎아내리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그러면 실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중국고대사를 전공한 저자(54·일본 가쿠슈인대 교수)는 시황제를 둘러싼 신화와 전설의 옷을 벗겨내고 역사의 진실에 한걸음씩 다가선다. 먼저 ‘사기’의 한계를 지적한다.‘사기’는 시황제가 죽은 기원전 210년으로부터 1세기가 지난 뒤 한대인(漢代人)의 관점에서 한(漢)왕조의 정통성을 찬미하기 위해 쓴 역사서다.그런 만큼 진시황의 실상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시황제 당대의 시대상을 복원하기 위해 15년에 걸쳐 시황제릉과 병마용갱 등 유적지를 답사하고,수호지 진묘 죽간,용강 진간,마왕퇴 백서,장가산 한묘 죽간,한대 화상석 등 다양한 출토자료들을 검토했다.전국시대 진나라의 사서인 ‘진기’,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현존하는 중국 최고의 종합 지리서인 ‘수경주’ 등 각종 문헌사료들도 폭넓게 활용했다. ●분서갱유는 정책의 일환 이렇게 해서 저자가 얻은 결론은,시황제가 분서령을 내린 것은 유가를 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시 정치정세에서 현실을 비방하는 학자들의 언동을 처벌하고 대외전쟁을 치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라는 것이다.이는 의약서나 농학서 등 실용서들이 대부분 분서 대상에서 제외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저자는 한대의 유가들이 분서령의 부정적인 면을 부풀리면서 시황제의 분서갱유 정책이 유가탄압 사건으로 변질됐다고 강조한다. ‘사기’의 ‘여불위전’은 진왕 정(훗날의 진시황제)의 출생 비밀에 관해 상인 여불위가 자초(진나라 장양왕)의 장래를 내다보고 자신의 자식을 임신한 여자를 자초에게 바쳤다고 전한다. 진시황제는 흔히 사마천의 기록대로 여불위의 자식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저자는 그것은 진나라의 정복에 반감을 가진 동방 사람들이 진 왕실의 정통성을 흔들기 위해 한 말일 뿐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사마천 스스로도 사실(史實)과 전설의 내용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듯이,전설에서 사실을 분리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시황제를 유능한 군주이자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는 ‘진시황본기’나 ‘진본기’등 시황제 관련 문헌사료들의 내용은 상당 부분 실상과 거리가 있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이 책은 220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간극을 뛰어 넘어 시황제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하나의 작은 시도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말말말˙˙˙

    사마천은 역사는 언제나 대립과 통합에 의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다는 일종의 변증법적 역사관을 가지고 있다.이런 변증법적 사유는 ‘사기’ 곳곳에서 발견된다.-일본 역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중국의 역사서 ‘사기’의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쓴 ‘자유인 사마천과 사기의 세계’에서 사마천의 역사관에 대해 언급하면서-
  • 저우언라이 일대기 조명 저서 펴내

    이경일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겸 한국외국어대 겸임교수가 ‘다시 보는 저우언라이’(周恩來)를 엮어냈다.책은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로 손꼽히는 저우언라이의 일대기를 새롭게 조명하고,1963년 6월28일 한민족이 중국 동북부에서 고구려 및 발해를 건설하고 거주해 온 역사적 사실을 인정한 발언의 전문을 수록한 다큐·역사서이다.
  • 고구려사 국제학술회의 개최

    고구려사 국제학술회의 개최

    “고구려가 멸망할 당시 영토의 3분의2와 인구의 4분의3이 중국에 흡수됐다.이렇게 흡수된 70만∼80만 고구려인은 중국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해 한족(漢族)문화에 흡수됐고,고구려 산성터 등 문화유적도 대부분 중국의 영토에 있으므로 고구려 문화 역시 중국이 계승했다.”(쑨진지) “맥이계(貊夷系)인 고구려는 한계(韓系)인 백제·신라와 다른 종족이다.4세기 이후 고구려가 한반도 북부에 진출한 것은 중국의 일개 민족이 한반도에 침입해 중국의 식민정권을 건립한 것에 불과하다.”(쑨훙) 중국 동북공정의 최대 이론가로 꼽히는 쑨진지(孫進己·73) 중국 선양(瀋陽) 동아연구중심 주임과 그의 딸인 쑨훙(孫泓) 연구원은 16일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이 서울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개최한 국제학술회의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고구려가 중국사의 일부임을 거듭 강조했다. 쑨 주임은 1980년대 초반부터 ‘다민족통일국가론’을 제창하며 일관되게 고구려사가 중국사라고 주장해온 인물.이날 학술회의에서의 주장은 기존의 논지를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역사계승의 문제는 토지와 인구,문화를 얼마나 계승했느냐에 달려 있다는 쑨진지의 주장은 지나치게 ‘단선적인’ 역사관이란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이날 회의에서는 비판적인 견해가 쏟아졌다.토론자로 나선 임기환 고구려연구재단 연구기획실장은 “‘고구려의 역사적 귀속은 고구려가 당시 정치적으로 누구에게 예속되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쑨진지의 주장은 영토중심주의적 사고일 뿐”이라며 “역사의 계승이란 역사적 맥락의 계승이며,과거 역사의 계승과 영토적 주권은 분명하게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임 실장은 또 “역사의 계승의식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은 역사서의 편찬”이라고 전제,“중국의 사서에선 고구려가 동이전에 수록돼 있으며 고구려 멸망 후 그것의 계승을 표방하는 사서 편찬이 없었지만,한국의 경우 ‘삼국사기’ 이래의 고구려사를 체계적으로 인식하는 사서의 편찬이 통일신라와 고려,조선,근대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학자들의 ‘패권주의적’ 논리는 북한 학자들에게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북한 학자들은 학술회의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논문을 보내 중국측의 논리를 비판했다.북한의 조희승 조선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고구려사 연구실장은 돌로 산성을 쌓고 싸우는 고구려의 전투방식은 동방에서는 한반도에만 있다는 사실 외에 고구려인의 온돌과 발방아 사용,오곡 중심의 식생활 등은 한민족의 고유한 풍습이란 점을 들어 고구려가 한민족의 국가임을 강조했다.또 강세권 역사연구소 연구원은 부여,고구려,옥저,예 등 예맥계와 백제,신라 등 한계의 구분은 거주 영역에 따라 편의상 구분한 것일 뿐 그들은 어디까지나 고조선의 후예라고 밝혔다.김유철 김일성종합대 교수는 한사군,특히 그 중심을 이룬 낙랑군이 요동지방에 있었음을 강조하며 중국의 낙랑군 평양설을 비판했다.이들 북한 학자들의 주장은 남북한 학자들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공동 대응,학술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편 호주 시드니대의 판카지 모한 교수는 “광개토왕비가 그동안 민족주의라는 이념적 외피에 둘러싸여 1세기 동안이나 얼어붙은 채 묻혀 있었다.”며 광개토왕비를 민족주의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시각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광개토왕비는 왕권의식과 중국·인도의 금석학적 전통의 산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국사 속의 고구려의 위상’이라는 주제로 한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 이후 처음 열리는 고구려사 국제학술대회로,한국·중국·일본·미국·러시아·몽골·호주 등 7개국이 참여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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