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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색건물 제물포구락부

    이색건물 제물포구락부

    인천 중구청 주변 역사문화의 거리 가운데 가장 특이한 건물중 하나가 ‘제물포구락부’다. 인천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 비둘기광장 남쪽 계단 아래에 있는 제물포구락부의 본 명칭은 ‘제물포클럽’이다. ‘클럽(club)’이 일본식 가차음인 ‘구락부(俱部)’로 불린 것. 클럽이라는 말에서 유추되듯이 제물포구락부는 우리나라 개항기의 사교장이었다. 1883년 제물포항이 개항된 후 인천에는 중앙동을 중심으로 일본조계(租界·외국인이 자유로이 거주하며 치외법권을 누릴 수 있는 구역), 선린동을 중심으로 청국조계, 자유공원 일대에 각국 공동조계가 설정되었다. 이 각국 조계에 거주하던 미국, 영국,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인 등이 서구식 교류를 위해 만든 회관이 제물포구락부다. 지붕을 양철로 덮은 벽돌식 2층 건물로 러시아 건축가 사바친이 설계해 1901년 6월22일 문을 열었다. 내부에 바와 테이블 등을 갖춘 사교실, 도서실, 당구대 등이 있었고 실외에는 테니스코트가 있었다. 당시 한국인들은 꿈도 꾸지 못할 호화로운 시설이었다. 이곳은 서구 외교관, 세관원, 의사, 상사직원 등이 주로 이용했지만 일본과 중국인들도 드나들었다고 한다. 제물포항이 내륙의 호수처럼 보이는 명당에 자리 잡은 제물포구락부는 사교와 오락은 물론 자국의 이권을 챙기려는 서구 열강의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진 곳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보름마다 정기적으로 무도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술·음식을 곁들여 춤을 즐겼다고 한다. 구한말 고종의 시의(侍醫)였던 독일 의사 리하르트 분쉬는 “영국 영사의 초대를 받아 제물포클럽에 갔는데 사람 사귀기에 아주 좋은 장소였다.”고 회고했다고 전해진다. 제물포구락부는 한일병합 이후 1914년 조계들이 철폐됨에 따라 일본재향군인연합회가 정방각(精芳閣)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다가 일본부인회관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광복 후에는 미군 장교클럽으로 쓰여 사교장으로서의 내력은 이어졌다. 현재는 인천문화원연합회가 옛 모습을 재현한 박물관으로 바꿔 일반인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도시와 길] 인천 중구청 인근 역사문화의 거리

    [도시와 길] 인천 중구청 인근 역사문화의 거리

    인천 중구청 앞길을 비롯해 인근에 형성돼 있는 길은 ‘역사문화의 거리’로 불린다. 이 일대는 우리나라 개항기 건축물이 밀집된 데다 국내 최초의 도시계획구역이어서 근대 건축물들이 정연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외세의 강압에 못 이겨 인천항이 문을 연 1883년부터 한일병합이 이뤄진 1910년에 이르는 개화기 시대의 주요 건물 50여채가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용도의 건물인 은행·상점·교회·기상대 등이 일본, 중국, 유럽 등 외국 양식에 따라 세워져 있다. 어찌 보면 치욕의 역사가 담겼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도시학적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형태의 각국 건물이 자리 잡고 있어 개항도시 인천의 포용성이 느껴진다. 과거 건물은 최근 지어진 건물들과 조화를 이뤄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른 곳에선 흉물스러워 보일 수 있는 건물들이 이곳에서는 문화관광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중구청에서 인천역 쪽으로 200m쯤 걸어가면 차이나타운이 나타난다. 국내 최초의 차이나타운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인천차이나타운은 화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882년 임오군란이 발발하자 청조는 한국을 돕는다는 핑계로 3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때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40여명의 중국상인들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작이다. 차이나타운에는 한때 5000여명의 화교가 거주했으나 1960년대 정부가 화교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자 상당수가 미국이나 동남아 등으로 떠나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외국인부동산취득법 개정 등으로 화교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차이나타운이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후 제2의 번영기를 누리고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30여개의 중국요리집과 중국 공예품, 의상·문구류·잡화 등을 파는 상점 30여개, 7개의 대형 매장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장면을 처음 만들어낸 음식점인 ‘공화춘’도 이곳에 있다. 차이나타운에서 인천역 방향으로 난 샛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보이는 2층 건물이다. 이 밖에 파이러우(큰 대문 모양의 상징물), 삼국지벽화거리, 중국 사찰인 의선당, 한·중문화관, 화교학교 등도 눈길을 끈다. 중구청 바로 앞 골목에 있는 옛 ‘일본58은행’은 일본에서 들여온 벽돌로 만든 2층 석판마감 건물로 발코니, 도머창, 맨사드지붕 등은 프랑스풍 르네상스 양식이다. 인천 전환국에서 만든 신화폐와 구화폐를 교환하는 업무를 위해 일본 오사카에 본점을 두었던 58은행이 1892년 인천에 설립한 지점으로, 현재는 중구음식업지부 사무실로 이용되고 있다. 58은행에서 50m쯤 떨어진 ‘일본제1은행 인천지점’은 1899년 건립된 건물로 조선의 금괴 및 사금 매입업무와 일본영사관 금고 역할을 담당했다. 중앙에 반원형의 돔을 설치한 좌우 대칭의 르네상스식 석조물이다. 이들 은행 건물은 시에 의해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중앙청 앞 큰길가에 있는 ‘아트플랫폼’은 인천항 개항 이후 물류운송 업무가 증가하면서 연차적으로 지어진 10여동의 적벽돌 창고였으나, 지역예술인들이 다양한 문화와 개항장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중구청 뒤편에 있는 자유공원은 1888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근대공원이다. 개항 이후 서구 열강들이 인천을 거류지로 삼고 세력을 확장해 가는 과정에서 완충 역할을 한 공간으로 처음에는 ‘각국공원’으로 불렸다. 인천기상대는 개항 후 선박 입출항이 빈번해진 인천항의 기상관측이 중요해지자 1904년 건립된 한국 최초의 근대식 기상대다. 이외에도 한·미수교 100주년기념탑, 조계지 계단, 제물포구락부, 대한성공회 내동교회, 청국영사관 회의청, 인천우체국 등이 한국 근대사에서 인천이 지니는 역사성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상당수 인천시민들도 이곳이 이처럼 풍부한 역사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모르다가 역사문화의 거리 조성과 함께 많이 알게됐다. 김가혜(26)씨는 “인천에 살면서도 인천에 근대 역사와 관련된 건축물이 이처럼 많은 줄 몰랐다.”면서 “역사문화의 거리를 찾은 뒤 인천이 서양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인 창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경북 싱가포르 관광박람회, 3일새 외국인 1500명 유치

    경북도가 단 3일 만에 외국인 관광객 1500명을 유치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도는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3일 동안 열린 ‘2010 싱가포르 국제관광박람회’를 통해 싱가포르 관광객 1500여명을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5일 밝혔다. 도는 이번 박람회에 영주시와 경주시, 경북관광개발공사, (재)경주문화엑스포 등과 공동으로 참가해 영주 선비촌 전통문화체험과 경주 역사문화유적 등 경북을 대표하는 테마 관광상품을 집중 홍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강북구 교육경비 보조금 30억 지원

    강북구가 관내 유치원과 초·중·고 및 특수·대안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 환경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구는 학교 교육환경 개선과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올해 30억원의 교육경비보조금을 편성, 이달 중 각 학교에 지원한다고 4일 밝혔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달 각 학교로부터 지원 신청을 받고 현장 평가와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55개교(초등13, 중등 12, 고등 6, 특수 3, 대안 1, 유치원 20곳) 171개 지원 사업을 선정했다. 특히 구는 단순한 시설 개선보다는 영어교실, 방과 후 학교, 독서 캠프, 논술 강좌 등 학력신장을 위한 사업에 전체 예산의 60%가 넘는 18억4000만원을 집중 투입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 또한 학부모들의 수고와 경제적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초등학생 학습준비물을 1인당 1만원씩 지원하고 가상현실시스템 영어 교실, 고성능 음향장치 설치, 학부모·학생을 위한 특강 등을 역점사업으로 선정, 전액 지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노후 컴퓨터 교체, 급식환경개선, 교실환경개선, 유치원 시설 개선, 도서관 운영 지원, 우리고장 역사문화탐방 등 교육 인프라 구축과 환경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지원된다. 김현풍 구청장은 “이번 지원은 학생들이 보다 편안하고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 강북구가 교육1등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2010 우리구 이슈]정송학 광진구청장 “상업지역 비율 두배 이상 늘릴 것”

    [2010 우리구 이슈]정송학 광진구청장 “상업지역 비율 두배 이상 늘릴 것”

    “광진구가 미래지향적인 명품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상업지역 비율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용도지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 정송학(57) 서울 광진구청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광진구 상업지역 비율은 1.05%에 불과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군자동·중곡동 등 낙후지 중점개선 이에 따라 정 구청장은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신호탄은 구의·자양 재정비촉진지구 개발사업이다. 첨단 업무와 지역 커뮤니티가 연계된 ‘휴먼 디지털 시티’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안이다. 지난 1월에는 재정비촉진지구 안에 위치한 방지거병원 터에 30층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짓기로 확정하는 등 세부 절차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중곡동 국립서울병원 부지에 국립정신건강연구원·의료행정타운·의료바이오비지니스센터 등으로 구성된 종합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주민의 80% 이상으로부터 동의를 이끌어냈으며, 중곡역 일대 개발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정 구청장은 “국립서울병원 이전과 재건축 등을 놓고 21년 동안 갈등을 빚었던 문제가 비로소 해결됐다.”면서 “정부와 주민들이 대화를 통해 혐오·기피시설 문제를 처리한 첫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차산 관광상품화에 총력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반시설이 열악한 군자동 127 일대와 침수지역인 중곡동 245 일대, 구의2동 구의시장 주변, 자양동 노룬산시장 주변 등을 ‘4대 핵심 주거정비지역’으로 꼽았다. 그는 “중곡·능·구의·화양·군자동의 노후주택지역 46곳에 대한 주거환경개선 사업 등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차산 일대 관광상품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차산성과 홍련봉 보루 등을 묶어 고구려 역사공원으로 꾸밀 계획이다. 2012년 개관을 목표로 한 고구려역사 문화관 건설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아차산 일대를 비롯, 송파구 한성백제문화관·몽촌토성, 강동구 암사선사유적지 등을 포괄하는 ‘선사·고대역사·문화·관광벨트’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정 구청장은 “문화도 이제는 경제”라면서 “역사문화관을 중심으로 한 관광벨트가 조성되면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EO 출신답게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유치·지원에도 적극적이다. 이미 대원고속 등 KD그룹 계열 2개사를 유치한 데 이어 포상금과 승진 등 인센티브를 내걸고 우량기업 유치에 팔을 걷었다. 정 구청장은 “기업 유치 가능 지역을 조사해 데이터베이스(DB)화하고, 기업지원사업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업포털시스템 ‘광진 비즈넷’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도 갖췄다.”면서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2012년까지 중소기업육성기금 1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열린세상] 인문학의 정신/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열린세상] 인문학의 정신/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 교수

    20년 전 외국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을 때 겪은 일이다. 교환교수로 그곳에 와 있던 한 명문 의과대학의 교수가 어느 날 정색을 하고 묻는다. ‘객관적 역사가 존재합니까?’ ‘관점과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그런 학문을 뭣 때문에 합니까?’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종의 모독으로 다가왔다. 어처구니없는 독선에 발끈했지만 정작 제대로 대꾸를 못했다. 그야말로 아마추어였다. 작년 유사한 경험을 했다. 한 인문학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관계부처에 지원을 요청했다. 의사결정 라인의 중심에 서 있던 한 공학전공 교수로부터 지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가 제시한 여러 사유 가운데 하나는 놀랍게도 학문 간 우열의 논리를 담고 있다. 표현은 완곡했지만, 인문학은 당장 눈에 보이는 구체적 성과를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마치 중저가 학문에 빌어먹기라도 하는 듯 모멸감이 엄습했다. 학생들이 처한 딱한 현실을 보면 인문학의 수세적 입장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학이 결코 낭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되는 시기가 되면 대부분의 인문학 전공 학생들은 자신의 학문적 정체성과 불투명한 미래의 틈새에서 심한 몸살을 앓는다. 모더니즘 문학의 숨 막히는 미학도, 프랑스 대혁명의 고귀한 정신도, 사르트르의 실존적 고뇌도 곧 닥칠 냉혹한 내일을 생각하면 능사가 아님을 체감한다. 우려는 현실로 이어진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공 관련 분야 취업률이 낮은 상위 10개 학과 가운데 9개 학과가 인문학 영역에 속한다. 취업과 관련해서 인문학 ‘전공 무용론’까지 머리를 내미는 실정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구체적 성과’의 논리가 학생들의 취업 문제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교수나 학생이나 인문학에 몸담은 것이 자꾸만 버겁게 다가온다. 인문학은 과연 조명을 받지 못하는 누추한 무대의 엑스트라 배우인가. 팔불출 소리를 듣더라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해야겠다. 인문학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안목을 배양하여 삶의 의미를 진단하고 나아가 참다운 가치를 모색하는 학문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주연을 자처하는 과학도 결국 살아 꿈틀대는 인간을 그 중심에 상정하고 있다. 그 궁극적 목적은 자연과 육체의 원리규명 자체가 아니라 인간 삶의 질적 개선이다. 요컨대 인문학적 가치는 모든 학문의 근원이자 목적이다. 한편 인문학은 인간의 의지와 정서에 남다른 영향을 미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작품은 수많은 자살을 낳았고,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하인리히 슐리만을 일약 위대한 문명의 발견자로 탈바꿈시켰다. 빌 게이츠는 정작 오늘의 자신을 만든 것은 과학적 재능이 아니라 ‘위대한 개츠비’와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문학작품이라 회고하였다. ‘관점과 해석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그런 학문’이 갖고 있는 탁월한 역량이다.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 보자.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이전의 자연과학자들과 달리 인간과 사회를 사색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인문학의 효시를 마련하였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터득한 바는 인간사회에 절대적 진리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진·선·미를 포함한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이데아도 인간사회에 독점적으로 군림할 수 없다는 인문학의 대전제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미덕으로 이어진다. 다름이 결코 틀림이 아니라는 것이고, 이런 인식은 사고의 유연성을 키운다. 경직된 흑백논리와 섬뜩한 선악의 잣대로 상대방의 이념과 입장을 유린하는 극단의 문화가 도처에 득세하는 작금에 인문학의 당위가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탄생 100주년을 맞이한 호암 이병철에 대한 일화가 새삼 떠오른다. 기업을 운영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던 그는 현재 한국경제의 차세대 주역으로 부상한 두 손자에게 역사학을 전공토록 하였다. 분명 범상치 않은 혜안이다. 인문학의 정신이 온당히 예우되는 내일을 기대해 본다.
  • 삼각산 애국지사묘역 국립성지로

    올해는 한일 강제합병이라는 치욕을 겪은 지 100년, 6·25전쟁이 발발한 지 60년, 4·19혁명이 일어난 지 50년이 되는 해다. 강북구가 이런 뜻깊은 해를 맞아 삼각산 자락에 흩어져 있는 애국지사 묘역 성역화사업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24일 구에 따르면 국립묘지화 사업은 단순한 묘역 단장이 아닌 순례코스 조성, 역사문화관, 산악박물관, 민속박물관, 청소년 유스호스텔 등 강북구의 삼각산문화관광 프로젝트와 연계한 다양한 사업으로 스토리텔링을 갖춘 역사문화성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삼각산 애국지사 묘역엔 헤이그 밀사로 파견되어 순국한 이준 열사를 비롯해 손병희, 여운형, 이시영, 김창숙, 광복군 합동묘 등 16기의 독립유공자 묘역과 안중근 의사의 장녀인 안현생, 오상순, 이용문 등 건국 문화 예술인 묘역 5기가 모여 있는 역사적 장소다. 구는 2002년부터 묘소를 정비하는 등 성역화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삼각산 애국지사묘역 성역화사업 범구민추진위원회(위원장 박영식 전 교육부 장관)에서도 국립화 서명운동과 시민탐방프로그램 운영, 사적 지정 추진 등을 추진하고 있다. 구는 지난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통일교육원~솔밭공원 3.4km의 순례길을 조성한 데 이어 올해 10억원을 들여 조병옥선생 묘역~통일교육원 4km와 솔밭공원~손병희선생 묘역 2.2km 구간의 순례길을 추가로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우이령길까지 순례코스를 연장하고 통일교육원, 여해기념관, 국립4·19민주묘지, 화계사, 봉황각 등 주변 명소와 연결해 역사 문화 탐방로를 개발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애국지사 묘역 주변에 역사 문화관을 건립하고 묘역 전체에 대한 국가 사적(史蹟) 지정을 추진, 성역화 사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일제땅굴 역사체험관 만든다

    일제땅굴 역사체험관 만든다

    강서구는 25일 가양동에 있는 ‘궁산 일제땅굴’ 70여m를 일본강점기 만행을 청소년에게 알려줄 수 있는 강제징용 관련 체험관으로 꾸미기 위해 착공식을 갖는다고 23일 밝혔다. 강서 주민들의 증언에 따라 2008년 발견된 일제땅굴 안에 꾸며지는 이 체험관은 ▲동굴실 ▲전쟁실 ▲교훈실 ▲기획전시실 등 4개의 테마로 이뤄진다. 동굴실은 전략요지 궁산과 일제땅굴의 역사적 가치 등을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땅굴의 입면 절개모형과 궁산 일대 땅굴을 중심으로 한 일본군 부대배치 모형이 전시된다. 전쟁실에는 당시의 공습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방공호 체험존과 당시의 상황을 배경으로 관람객이 사진을 찍는 포토존을 설치해 태평양 전쟁시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꾸민다. 교훈실에는 강제 동원된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의 고난과 희생의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궁산 일제땅굴을 비롯한 징용희생자들을 기려 추모하는 공간으로 만든다. 이곳은 관람 후 ‘평화의 벽’에 관람소감과 평화의 염원을 적어 붙일 수 있게 꾸몄다. 기획전시실은 가변형의 전시패널로 조성해 수시로 전시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궁산 일제땅굴은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1940년대에 파놓은 것으로 폭 2m, 높이 2m로 당시에는 소형 차량도 진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대륙침략의 주요기지이던 김포비행장과 한강하구를 감시하는 일본군부대의 본부 및 탄약고로 쓰이기 위해 비밀리에 건설되다 8·15 해방과 더불어 공사가 중단됐다. 구는 땅굴 인근 겸재정선기념관과 서울에 남아 있는 유일한 향교인 양천향교, 한성백제시대 성곽인 양천고성지, 2005년 개관이래 관람객 40만명을 돌파한 허준박물관 등과 연계, 가양동 일대를 우리나라 역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역사문화탐방코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DJ참모 가치계승모임 출범

    국민의 정부 당시 젊은 참모들이 ‘김대중 가치 계승’을 내걸고 활동에 나선다. ‘행동하는 양심(가칭)’은 다음달 26일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회관에서 창립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민주주의와 평화, 인권 등 김대중 대통령의 철학과 가치, 비전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40~50대가 주축인 모임에는 김대곤·조순용·김한정·최경환·기동민씨 등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 비서관을 비롯해 설훈·우원식·이인영 전 의원 등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거나 그의 정치철학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여한다. 권노갑 전 의원, 임동원·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해동 목사, 한승헌 변호사, 민주당 박지원·신건 의원 등은 고문으로 위촉된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사찰주변 환경 훼손 심각하다”

    빼어난 명산 속에 자리잡은 전통사찰은 그 자체로 발길을 끄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동시에 우리 전통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이런 사찰을 둘러싼 환경에 문제가 많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불교신자 교수들의 모임인 한국교수불자연합회는 19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국내 사찰 환경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에 발표자로 나서는 홍광표 동국대 조경학과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최근 국내 주요 사찰을 찾은 관광객 180명에게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찰 환경에 문제가 많다.’는 대답이 38.9%에 달했다.”고 밝혔다. ‘문제가 없다.’(23.6%)는 응답자의 약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응답자는 ‘사찰 진입로의 음식점이나 놀이시설’(40.0%)이 사찰 환경 훼손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고, 그 뒤를 ‘사찰 주변 아파트나 공장, 골프장’(25.0%), ‘사찰 주변 환경오염이나 훼손’(23.9%) 등이 이었다. 또 사찰 경내 훼손에 대해서는 ‘원형과 상관없이 지어진 건축물이나 새로운 공간’(16.1%), ‘원래 재료가 아닌 재료로 포장된 진입로와 마당’(15.0%), ‘차량 위주의 도로’(12.8%) 등을 문제로 꼽았다. 홍 교수는 “최근 활성화된 템플스테이 등으로 사찰이 숙박시설과 화장실을 신축하고 도로를 포장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 경우에도 사찰 환경에 주는 영향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응답자 중 73.3%가 불교신자인 이 설문에서 ‘모르겠다.’ ‘관심없다.’는 응답도 30%에 이르렀다.”면서 “불자들조차도 사찰환경 훼손에 대한 관심이 낮은 만큼 대국민 홍보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2일까지 월정사, 용주사, 화엄사, 쌍계사, 수덕사, 통도사 등 국내 대표 사찰 주변에서 사찰 환경에 대한 인식을 묻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대충청 방문의 해 청주공항이 뜬다

    적자행진과 민영화설로 흔들리고 있는 청주국제공항이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힘찬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16일 대전시와 충남·북도에 따르면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청주공항이 국내외 관광객 유치의 관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오는 9~10월 한달간 열리는 세계대백제전 때 일본과 청주공항을 잇는 전세기를 띄워 일본 관광객을 적극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13일 청주공항~홍콩 노선을 취항, 외국인의 충청도 방문 길을 더욱 넓혔다. 청주공항은 서울에서 70분, 대전에서 45분, 전북 전주과 강원 원주에서 각각 90분, 경북 안동에서 80분 등 전국 곳곳에서 2시간대면 올 수 있는 사통팔달의 고속도로와 철도망이 갖춰져 있다. 공항을 통해 충청도를 당일치기로 관광하는 데도 제격이다. 충북에는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와 문의문화재단지, 상수 허브랜드, 가족과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청원효명스파,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인 초정약수가 있다. 흥덕사지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우암어린이회관, 상당산성, 미동산수목원을 잇는 관광코스를 택하면 한적한 관광도 즐길 수 있다. 공항에서 승용차로 50분 거리에 있는 엑스포과학공원을 비롯, 지질박물관, 화폐박물관, 국립중앙과학관, 시민천문대 등 대전을 둘러볼 수 있고, 독립기념관과 태조산대좌불, 현충사, 삽교호관광지, 온양민속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충남지역 관광코스도 당일치기로 가능하다. 속리산, 소백산, 계룡산 등 등산하기 좋은 명산도 곳곳에 즐비하고, 대천해수욕장 등 충남 서해안도 멀지 않다. 대천해수욕장에서는 해마다 7월 ‘보령머드축제’가 열려 많은 국내외 체험 관광객들이 찾는다. 1997년 4월28일 문을 연 청주공항은 연간 315만명의 국내외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2만 2406㎡의 여객청사와 연간 3만 7500t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화물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청사 2층에 면세점과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한 현존 세계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감상할 수 있는 ‘직지홍보관’이 있다. 하지만 연평균 46억원의 적자와 지난해부터 시작된 민영화 추진으로 침체위기에 처해 있다. 충북도 공항지원팀 관계자는 “대충청 방문의 해를 맞아 지난해 1월 8만 569명이던 이용객이 올 1월 9만 5880명으로 1만 5000여명이 늘었다.”면서 “올해는 공항 이용객이 최소 5%는 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16일 서울시교육청과 ‘2010 세계대백제전 성공지원과 교육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교육청은 대백제전을 학생들의 현장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도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과 백제역사문화탐방 등을 지원하면서 충청도 방문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대전 이천열 청주 남인우기자 sky@seoul.co.kr
  • 경북 동해안 초광역관광벨트 추진

    경북 동해안 초광역관광벨트 추진

    경주·울릉도 등 경북 동해안의 수려한 자연 환경과 역사·문화 자원을 함께 아우르는 관광벨트가 조성된다. 경북도는 2025년까지 경주와 포항, 영덕, 울진, 울릉 등 동해안 5개 시·군 10개 지구에 국비 등 3조 3600억원을 투입하는 초광역 관광벨트 조성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도는 이달 중 ‘동해안권 발전 종합 계획’을 확정한 뒤 연내 일부 선도 지역(사업)을 선정, 관광벨트 구축에 본격 나설 계획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기존의 청정 해역을 최대한 활용하고 경주 천년의 문화와 해양·산악·레포츠 등 천연자원을 묶어 동해안을 경북의 새로운 입체 관광네트워크 거점으로 개발한다. 경주는 역사문화 관광거점으로 개발된다. 거주형 한옥시범단지와 체험 및 전시공간 등을 갖춘 한국 전통문화체험단지(26만 4000여㎡)를 조성한다. 고대 천문 문화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첨성대 과학공원(3만 4000여㎡)도 들어선다. 이곳에는 천문 과학관과 천문역사박물관, 전파 및 무인천문대, 천문공원 등이 들어선다. 천년문화콘텐츠 사업으로 신라 주사위 돔과 신라인 체험 영상공간, 포석정 체험관도 짓는다. 서라벌 사람들이 철따라 찾았던 사절유택(四節遊宅)을 조성, 신라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춘다. 울릉도·독도는 독특한 자연 및 해양 자원을 활용한 해양 관광벨트를 구축해 국제관광 휴양섬으로 개발한다. 관광기반 조성 사업으로 내외국인 면세점을 설치하고 울릉도 부속섬인 죽도·관음도를 관광지로, 목선 및 투구 등 삼국시대 우산국의 유물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한다. 국토의 끝 섬 관광자원화를 위해 독도 사랑 체험장도 세우기로 했다. 울진과 영덕은 가족체험 휴양벨트로 개발된다. 울진에는 백암 및 덕구온천과 연계한 에코피크랜드와 스파랜드를 조성하고 금강송생태관광휴양단지를 만든다. 강과 산, 바다, 온천을 끼고 있는 영덕 고래불해수욕장 일원에는 오토캠피장과 웰빙 보양 가족 휴양단지, 오션월드 공원이 들어선다. 이와 함께 동해안 5개 시·군 명품관광 탐방로인 ‘블루로드’ 10선(125.8㎞)을 개발한다. 블루로드 10선은 포항의 오션 르네상스(Ocean Renaissance)와 빛과 연인의 거리, 경주의 문무대왕 호국탐방길과 감포 푸른 벼룻길, 영덕의 Eco-50 탐방로와 고래불 가는 전통마을길, 울진의 쪽빛 바닷길과 불영 따라 나그네길, 울릉군의 Seagull 하포리운 Way와 나리 자드락길 등이다. 김주령 도 관광개발과장은 “동서남해안권 특별법에 근거한 이번 사업은 경북관광의 새로운 네트워트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라며 “동해안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종로 ‘외국인 안내’ 주민이 나선다

    종로 ‘외국인 안내’ 주민이 나선다

    “미국인, 일본인 모두 걱정없다. 우리 동네 안내는 우리가 맡는다.” 서울의 관광1번지로 불리는 종로구 주민들이 종로일대 고궁과 북촌(가회동, 삼청동)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안내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들은 ‘북촌 외국어 강습반’ 수료생들로 관광성수기인 3월부터 본격적인 자원봉사에 나서게 된다. 구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구민의 ‘안내요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자기 집 앞길은 최소한 안내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김충용 구청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구는 종로구문화관광협의회와 함께 지난해 9월부터 4개월간 ‘제1회 북촌 외국어(영어·일어) 강습반’을 운영해 지난달 말 36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수료식 행사에서 영어반의 경완식씨와 일어반의 황혜주씨는 영어와 일어로 각각 학생대표 인사를 하는 등 그동안 닦은 실력을 자랑해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구는 제2회 북촌 외국어 강습반 강의도 오는 3월 중순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 북촌지역 외국인 관광객 안내를 위한 ‘북촌 영어’, ‘북촌 일어’ 책자도 1월말 발간됐다. 종로구 문화관광협의회가 구와 배화여자대학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아 발간한 이 책자는 종로 북촌 현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각 시나리오별 상황을 수백 가지로 구성해 관광객이 필요한 곳을 찾을 때 현장 주민들이 교재로 활용해 안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궁궐, 맛집, 역사문화명소, 게스트하우스 등 장소와 상황에 따라 구체적으로 설명을 담았다. 책자에 실린 각 시나리오별 안내문답을 다 익힐 경우에는 다른 길 안내에도 응용이 가능하다. 책자는 영어와 일어 각각 200권씩 총 400권을 비매품으로 만들었으며 제2·3차 외국어 강습 교재로 쓸 예정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열린세상]탈아입구에서 유교모델로/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열린세상]탈아입구에서 유교모델로/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연구원장

    지난해 10월 말 제주도에서 개최된 한·일 역사가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에서 나는 한 일본 학자로부터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그동안 일본이 ‘탈아입구(脫亞入歐)’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근대화에는 성공했으나, 앞으로는 동아시아 시대에 맞추어 ‘유교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다른 일본 학자들은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투였다. 메이지(明治)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였던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는 일본이 사는 길은 ‘탈아입구’라고 선언한 바 있다. 즉, 아시아를 버리고 서구 열강에 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역사가들은 일본이 왜 아시아와 다른지, 또 서구와는 어떻게 같은지를 ‘증명’하기에 분주했다. 대표적인 주장이 일본은 한국·중국과 같은 신분제도도 없었고, 과거제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륙적인 농본주의 일변도보다는 해양적인 상업주의가 병존해 있었다고도 했다. 반면에 일본의 봉건제와 무사제도는 서구의 장원제·기사제도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일본은 서구사람들이 폄하하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근대화 패러다임에 근거한 이런 일본사 인식은 러·일 전쟁 때부터 전후 역사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이시모다 다다시(石母田正)의 중세사 연구와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사상사 연구 등에 전형적으로 나타났다. 아시아에 있으면서 아시아가 아니라는 억지를 쓴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동서냉전에서 소련과 동구가 먼저 무너지더니, 이제는 서구마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으로 신용이 구멍이 났다. 반면에 중국은 두 자리 숫자의 경제성장을 보이면서 장차 위안화를 국제 기본통화로 삼을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서서히 올라가고 있다. IT, 자동차, 조선, 원전에서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있다. 한·중·일이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도 한다. 이러한 추세에서 일본은 정체되고 있다. 경제도 장기침체를 경험했고, 천황제가 온존하며, 호적법도 그대로이다. 서구화를 지상과제로 하다가 서구체제에 문제가 생기자 그 영향을 받은 것이다. 여기에 일본 자체 내에서 비판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의 ‘탈아입구’ 정책이 잘못되었으니 이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아시아로 회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이 동아시아의 ‘유교모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담론이 한국이나 중국이 아닌 일본 자체에서 제기되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전후 역사학의 재건을 위해 자구책을 강구한 것이다. 그러면 왜 ‘유교문화’라고 하지 않고 ‘유교모델’이라고 했나? 유교가 단순히 사상과 학술,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가체제와 사회제도를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송대의 주자학과 과거제도가 원나라와 명나라를 거치면서 체제이념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유교문화’라고만 하면 불충분하고 ‘유교모델’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동아시아의 ‘유교모델’로 회귀하기 위해서는 과거 ‘탈아입구’ 를 내세우며 늘어놓았던 동아시아 역사 해석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일본이 동아시아와는 다르고, 서구와 같다고 하는 주장 말이다. 해양문화를 채택하면서 헌신짝처럼 버린 대륙문화를 재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할 일이 있다. ‘탈아입구’를 내걸면서 제국주의로 돌입해 동아시아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짓밟은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유리하면 가고 불리하면 돌아온다는 것은 군자의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해 과거사는 진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가해자는 무감각할지 모르지만 피해자는 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일본의 민주당 정부가 그런 뜻이 있는 것 같지만 진심이 담긴 사죄를 할지 알 수 없다. 갈 때는 마음대로 갔지만 올 때는 예를 갖추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
  • 남한佛子 4000명 새달 금강산 간다

    다음달 중 남한 불교신자 4000여명이 3차례에 걸쳐 북한 금강산 신계사를 찾는다. 2008년 7월 ‘박왕자(금강산에서 피격된 관광객) 사건’ 이후 대규모 민간인들이 금강산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금강산 관광 길이 다시 뚫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다소 부정적이다. 지난달 30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평양을 다녀온 조계종 총무원 대표단은 3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조불련)과 금강산 신계사 성지순례를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남한 불자 4000~4500명이 신계사를 순례하고, 합동법회를 갖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조불련은 방북 기간 중 자승 총무원장에게 공식 재방문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부장 혜경 스님은 “불교 교류가 남북 경색 국면의 소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조계종에서) 방북신청이 오면 승인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사견이지만 방북 인원이 너무 많아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제주 도심에도 올레길 개설…용담동 사라봉~도두봉 코스

    제주 도심에도 올레길이 개설될 전망이다. 제주시 용담1동과 마을발전협의회는 최근 용담1동 마을발전계획 최종보고회를 갖고 자연과 문화가 숨 쉬는 용담1동 마을발전 10개년 계획(안)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계획에는 용연마애각 기념관 건립, 용담공원 조성 등이 제시됐고, 특히 ‘사라봉에서 도두봉까지’ 올레코스를 개발하는 계획이 최우선 사업으로 제안됐다. 올레코스는 사라봉에서 시작해 산지등대, 산지천, 칠성로, 목관아지, 제주향교, 용연 구름다리, 용두암, 해안도로, 도두봉을 연결하는 구간이다. 용담1동은 현재 제주시내에 올레코스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라봉~도두봉 코스는 제주의 역사문화와 해안경관 등을 한눈에 즐길 수 있어 충분히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용역은 지역 주민들이 모금한 발전기금 1000만원이 투입돼 진행됐다. 마을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제주의 옛 도심에 올레길을 개설하면 갈수록 공동화되고 있는 옛 도심의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강원·경북·울산 환동해 경제핵심도시로

    강원 고성에서 경북을 거쳐 울산 울주까지 15개 시·군 해안선 346㎞에 이르는 동해안을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으로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이 마련됐다. 경북도와 강원도, 울산시는 27일 대구경북연구원 회의실에서 3개 시·도가 공동 입안한 5대 발전 전략을 골자로 한 ‘동해안권 발전 종합계획(안)’ 최종 보고회를 열었다. 다음달 국토해양부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보고회에는 이들 시·도 및 시·군·구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해 동해안권 발전 계획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계획에 따르면 동해안 발전 전략으로 ▲환동해권 에너지 산업벨트 구축 ▲국제 자연·문화관광 거점화 ▲기간산업의 고도화 및 녹색화 ▲ 청정 해양자원의 산업 기지화 ▲개방형 인프라 및 협력 기반 조성 등을 내걸고 지역별로 특화한 녹색성장 선도지역을 집중 육성한다. 이에 따라 강원은 관광·해양자원 거점, 경북은 에너지·해양자원 거점, 울산은 기간산업의 녹색화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환동해권 에너지 산업벨트로는 울진·월성 원자력발전단지, 울산 석유비축기지, 삼척 액화천연가스기지 등을 연결하는 산학연관 인적·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울릉에는 에너지 발전시설을 설치한다. 국제 자연·문화관광 거점화를 위해 백두대간~낙동정맥~영남 알프스 등 산악을 연계한 관광, 경주 신라역사문화, 강릉 단오문화, 울릉·독도 국제 관광섬, 동해 오토캠핑 리조트, 대게·과메기·한우 등 음식문화를 연계 관광 활성화한다. 이와 함께 포항 철강, 울산 조선과 자동차, 강릉 세라믹, 삼척 방재산업 등을 클러스터로 구축해 기간산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한편 동해안 가스하이드레이트, 해양 바이오·심층수 등 해저자원 벨트도 조성한다. 또 동해안권 3개 시·도 및 내륙 간의 연계 강화를 위해 남북 및 도서를 연결하는 국도 및 철도 등 각급 도로와 항만 기능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경북도 이삼걸 행정부지사는 “이번 종합 계획은 3개 시·도지사가 2008년 공동 협약을 체결한 뒤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지금까지 10여차례 이상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수립됐다.”며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해안권 초광역개발 구상과 연계한 중요한 법정 계획으로 하루빨리 승인이 나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회에서는 환동해권 시대를 대비한 3개 시·도의 통합 브랜드 개발과 동해안을 대표하는 특산품을 중심으로 한 관광마케팅사업 등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마량진 성역화 이번엔 순항?

    순조 16년(1816년) 9월4일, 영국 정부로부터 조선 서해안 해도(海圖)를 작성하라는 명을 받은 영국 군함의 함장 바실 홀과 맥스웰 대령은 충남 서천 마량진 앞바다에 도착한다. 그리고 거기서 만난 마량진 첨사(詹事·관직명) 조대복과 현감(縣監) 이승렬에게 화려한 장정의 책 한 권을 선물한다. 한반도에 최초로 성경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마량진은 공식적인 ‘최초 성경 전래지’다. 이전에는 백령도라는 설도 있었지만 수차례 학술회의와 고증을 거쳐 2004년 교회사가들이 공식적으로 이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 마량진 성경 전래지에는 당시 서천군이 공식인정을 기념해 세운 기념비 하나만이 덩그러니 서 있다. 그 이후 6년 동안 마량진에서는 기념비 외에 어떤 기념사업도 전개되지 않았다. 물론 최초 성경 도래지를 성역화하려는 시도는 2003년부터 있었다. 서천군기독교연합회(회장 한상명 목사)가 기념사업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을 벌였다. 서천군과 충남,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건축비 지원까지 약속받았지만 결국 토지구입비 40억원을 마련할 수 없어 흐지부지 끝났다. 지난 15일 이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위해 ‘마량진 기독교 성역화 추진위원회’(위원장 엄신형 목사)가 발족했다. 지난 6년간 지지부진했던 성역화 사업이 이번에는 결실을 볼 수 있을지 교계의 관심과 우려가 교차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엄신형 목사가 위원장으로 나서면서 일단 추진력은 확보했다. 엄 목사는 “마량진 성역화는 기독교인 전체의 소명이자 의무”라면서 “이곳을 아시아 대표 성지로 발전시키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고민거리였던 땅 문제는 건설회사에서 해결했다. 사업 시행사인 백제캐슬이 9000평 부지를 확보하고 일부를 기부채납해 성역화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성지가 조성되면 세계 최고 높이인 123m 십자가상, 기독교역사문화관, 기독교 교육관, 아펜젤러 기념관, 성경전래 기념교회 등이 들어선다. 공사는 오는 6월쯤 시작해 내년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완공할 계획이다. 6년 전부터 성역화 사업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한상명 목사는 “서천군 1만 3000명 성도들의 오랜 숙원 사업이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면서 “마량진은 세계적인 기독교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대형화된 성역 작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사업의 총 공사비는 500억원으로 책정됐다. 2003년 계획했던 공사비용(230억원)의 2배가 넘는다. 대형 십자가상만 해도 70억~100억원이 들 전망이다. 토지 구입비 4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에 착수하지 못하던 때와는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일각에서는 토지를 기부한 시행사를 두고도 공사가 끝나면 수익사업 등을 벌여 성역의 이미지를 해칠지 모른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대구 팔공산 불교·생태문화 관광벨트 개발

    팔공산이 불교문화와 생태문화를 융합한 관광벨트로 개발된다. 14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2년까지 1100억원을 들여 팔공산 동화사 내 국제 관광선원을 건립한다. 이 선원은 동화사 통일대불 지하 공간 4600㎡에 조성된다. 명상체험관, 생로병사관, 대장경 밀레니엄관 등을 갖춘 선 체험관과 명상센터, 전시장이 있는 선 수련원이 들어선다. 또 부인사 유적지를 중심으로 ‘초조대장경 천년 르네상스’ 문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장경각 전시관과 선덕여왕 차문화 전수관, 대장경 문화관과 세계불교문화공원 및 목공예산업 테마타운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와 함께 고려 대장경 판각 1000년과 대구 방문의 해인 내년에 ‘천년 대장경 천년축제’를 개최한다. 경북 경산시 남산면 인흥리 일대 26만 2774㎡ 부지에 ‘삼성현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한다. 광장, 문화관, 전시관, 일연각, 국궁장 등이 건립된다.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일대 6110㎡ 부지에는 7억원을 들여 피크닉공원, 야외캠핑장, 소원기원 탐방로, 테마연못 등 ‘팔공산 관광벨트 캠핑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경북 군위군 고로변 화수리~소보면 사리리 위천 일대 61㎞ 구간에는 14억원을 들여 산책로, 쉼터, 자연학습 관찰로 등을 갖춘 ‘위천 테마탐방로’를 조성한다. 이 밖에 생태탐방길, 문화체험길, 국립 산성체험길, 파인스트림 레포츠타운, 생태체험단지 등 조성사업이 단계적으로 추진된다. 대구시 관계자는 “풍부한 불교문화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팔공산을 불교 생태문화관광의 메카로 만들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충남·서울송파 “백제문화제 함께”

    충남 세계대백제전과 서울 한성백제문화제가 올해엔 통합 개최된다. 14일 충남도 2010 세계대백제전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이성우 조직위 사무총장과 김영순 서울 송파구청장이 13일 송파구청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축제 프로그램을 교환하고, 백제혼불 채화 행사를 함께 열 계획이다. 백제 정신을 기리는 혼불은 한성백제문화제 때 서울에서 채화, 충남 공주·부여로 봉송할 것으로 알려졌다. 혼불 채화지는 풍납토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양측은 백제가 고구려의 침공을 받아 위례성을 버리고 공주(웅진)로 내려오는 천도행렬을 국내 최초로 재현하는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백제는 660년 역사 가운데 한성시대가 475년에 이른다. 또 매년 10월1~3일 열어온 한성백제문화제를 오는 9월18일부터 10월17일까지 부여군 백제역사재현단지와 낙화암, 공주시 고마나루와 공산성 등에서 여는 세계대백제전 일정과 조율하는 문제도 논의 중이다. 충남도는 통합 개최로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국내외 관광객, 특히 수도권 관람객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이번 통합 개최는 웅진, 사비(부여)에 한성(서울)까지 백제시대의 수도 모두를 아우르는 축제로 확대한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의 대표 역사문화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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