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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산,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 “대형사고, 이준석이 시켰나” [이슈픽]

    “안산,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 “대형사고, 이준석이 시켰나” [이슈픽]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 페북 논란“안산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장혜영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려”진중권 “공당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0·광주여대) 선수에게 제기된 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과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안 선수의 남혐 용어 사용이 자초한 것”이란 뜻으로도 읽힐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양 대변인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선수에 대한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 이것을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으로 치환하는 것은 그 동안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선수가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며 “양 대변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0년대 미국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매카시즘의 공산주의자 몰이와 너무 닮았다”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러니까 애초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었다. 그게 핵심이다. 여혐을 공격한 남자들의 진의를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얘기죠?”라며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이준석이 시킨 것”이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양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려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고 읽히나. 고의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곤란하다”며 “‘숏컷’만 취사선택해서 ‘여성에 대한 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진 교수님의 말씀에 제가 공감하는 건 딱 하나”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 삼는 자들은 공적 영역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진 전 교수의 지적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남성혐오를 자양분 삼아 커온 자들 역시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설] “머리 짧으면 페미”라며 안산 선수 공격한 남성들 부끄러운 줄 알아야

    2020 도쿄올림픽 양궁 2관왕인 안산 선수에게 근거없이 ‘페미(니스트)’라는 낙인을 찍더니 일부에서 금메달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하는 모양이다. 남성 우월주의 커뮤니티에 “짧은 머리는 페미”란 글을 올리던 이들이 대한양궁협회와 안 선수의 개인 소셜미디어까지 찾아가 메달을 박탈하거나 반납하라는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았다. 쇼트커트의 머리모양과 여자대학에 재학한다는 사실, 여성 우월주의적 표현을 소셜미디어에 썼다는 이유, 전라도 출신, 세월호 배지 등이 과연 금메달 박탈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이런 성차별적인 공격 속에서도 안 선수는 어제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혼성단체전이 신설돼 이번 대회부터 가능해진 양궁 첫 3관왕에 올랐다. 한국 선수로 역대 하계올림픽 최다 관왕의 영예도 안았다. 놀라운 배짱이다. 일부 남성의 이런 해괴망측한 주장은 여성들을 ‘페미’나 ‘남혐’으로 몰아 대기업과 공공기관까지 굴복시킨 사례들이 누적된 탓일 수 있다. 2016년 한 온라인 게임에 출연하는 여자성우가 ‘왕자는 필요 없어’라고 새긴 티셔츠를 입었다고 남성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회사는 그 성우를 교체했다. 지난 5월에도 편의점 포스터에 한국남성의 신체 약점을 비하했다는 항의가 밀려들자 사과하고 포스터를 수정한 일이 있었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논란과 갈등을 피하고자 이들의 생떼를 받아준 것이 화근이라면 화근이 됐다. 불행 중 다행은 수많은 국민이 양궁협회 등에 응원의 글을 올려 안 선수를 격려하고 있는 점이다. 안 선수의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여성들이 자신의 쇼트커트 사진을 올리며 그의 편이 돼주고 있다. 정의당 류호정·심상정 의원, 배우 구혜선 등도 그 흐름에 합류했다. 페미니즘은 여권신장운동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성의 차이를 이유로 경제·사회·문화·정치적으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정신을 강조해 온 20세기 이래 세계사적 흐름이다. 그런데도 일부 젊은 남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문제라고 비방하며 공격한다면 시대적 조류를 거스르는 퇴행이자, ‘여혐’의 일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외신들도 이 문제를 보도하면서 의아해하지 않는가. 자칫하면 국제적 망신살이 뻗치게 생겼다. 일부의 시도라도 페미니스트를 억압하고 재갈을 물리려는 일은 공론의 장을 파괴하고 민주주의 사회를 위협한다. 2030세대 남성이 겪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정책 마련은 정치권과 사회의 몫인데 이른바 ‘이대남’ 논쟁 등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한 정치권과 사회의 책임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양궁협회가 이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 안 선수를 보호해야 한다. 또 대선 주자들은 공개적으로 착각의 늪에 빠진 이들을 따끔히 질책하는 일을 피하지 않길 바란다.
  • 편가르기 vs 反文일변도…‘분열’ 부추기는 대선논쟁

    편가르기 vs 反文일변도…‘분열’ 부추기는 대선논쟁

    대선 초반 여야의 정책 경쟁이 극단적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은 반(反)문재인 정서에 편승해 현 정부 정책을 무조건 180도 뒤집는 정책을 내놓고, 여당은 여기에 조롱과 편가르기로 응수하는 식이다. 정권 재창출이냐 정권 교체냐를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할 대선 정책 대결이 분열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정치권은 20일 야권 유력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주 120시간 근무’ 발언을 두고 소란스러웠다. 윤 전 총장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 얘기가)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주52시간제를 비판하고 재계가 요구해 온 탄력근무제 확대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반문 색채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다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쌍팔년도 노동관’이라고 몰아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최고위원은 “나치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주 98시간 노동”이라고까지 언급했다. 노동 정책에 대한 발전적 토론은 끼어들 틈도 없었다. 남녀공동복무제를 두고는 ‘여혐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남녀공동복무제를 실시하되 임신·출산 여성은 면제’를 약속한 국민의힘 대선 주자 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하 의원이 바라는 세상은 남녀갈등시대 속에 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하 의원은 “그럼 엄마와 갓난아이를 생이별시켜서라도 군대에 보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귀족노조가 죽어야 청년이 산다”고 주장했다. 청년정의당에서 당장 “노동 탄압이 국민의힘의 정체성이라면 최소한 청년은 팔지 말라”는 반발이 터져나왔다. 윤 의원과 여권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설전을 벌이며 ‘노조 해체’ 논란으로 확전됐다. 노동권 보장 등 본질적 문제는 설 자리를 잃었다. 전문가들은 현 수준의 논쟁은 각 진영을 공고화하는 것 이상의 의미는 찾기 힘들다고 평가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야권은 객관성·효율성보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강조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극단적인 정책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나온 것들은 대선 후보로서 의견 표명이고 이를 실제화하기 위해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스포츠계 여혐 변태들에 경고”…호주 女메달리스트 올림픽 출전 거부

    “스포츠계 여혐 변태들에 경고”…호주 女메달리스트 올림픽 출전 거부

    호주의 메달리스트 여성 수영 선수가 스포츠계의 ‘여성혐오증 변태들’에게 경종을 울리겠다며 올림픽 출전 거부를 선언했다. 10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접영 선수 매디 그로브스(26·여)는 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글에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열리는 호주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0일에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스포츠계에서 여성혐오증에 걸린 모든 변태들과 그들의 아첨꾼에게 교훈이 될 것”이라면서 “당신들은 더 이상 젊은 여성과 소녀들을 착취할 수 없으며, 외모를 평가하거나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할 수 없다”라고 선언했다. 이어 “당신들의 보너스를 위해 여성들을 내세우지도 못할 것이다. 시간이 됐다(Time‘s Up)”고 밝혔다. ‘타임즈 업’은 ‘성범죄와 성차별을 끝낼 시간이 됐다’는 의미를 담은 운동이다.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 추문 논란 이후 배우·작가·감독·프로듀서 등이 직장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해당 단체 이름을 ‘타임즈 업’으로 명명했다. ‘나도 당했다’(미투·Me Too) 운동의 다음 단계인 셈이다. 그로브스는 이 트윗을 다시 인스타그램으로 옮겨 “이걸 퍼트려달라. 저런 성도착자들이 공포에 떨게 만들어달라”면서 공격을 이어갔다.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를 딴 그로브스는 도쿄올림픽 출전을 준비해오다 11일 시작하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목전에 둔 시점에 이러한 글을 올렸다. 그가 지목한 대상이 구체적으로 있는지, 있다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앞서 그로브스는 지난해 11월 올린 트윗에서 ‘나를 쳐다보는 방식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한 수영계 종사자’가 승진을 따냈다는 의혹을 제기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 호주 수영당국은 “아동학대, 성추행과 관련한 모든 의혹은 철저하게 다뤄질 것”이라면서도 “트윗과 관련해 그로브스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추가적인 정보 제공은 거절당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브스는 올림픽 출전 거부와는 별개로 다른 대회 준비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이대남 잡으려다 이대녀 놓칠라… 국민의힘, 이준석 여혐 논란 곤혹

    이대남 잡으려다 이대녀 놓칠라… 국민의힘, 이준석 여혐 논란 곤혹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표심 잡기’에 나선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 앞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연일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젠더 갈등 발언을 쏟아내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당 차원의 정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이 전 최고위원의 공격적 발언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국민의힘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6일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젠더 논쟁에 대해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해석을 달리해 일어난 일”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20대 여성 생각을 들여다보지 못했고, 20대 남성 목소리를 경청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논쟁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이 전 최고위원의) 여혐 선동을 기회주의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공당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 기사에 대해 “여혐한 적도,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자고 한 적이 없음에도 반여성주의자로 몰고 가려는 것은 전체주의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맞서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적극적인 ‘이대남’ 대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대남’을 잡다가 ‘이대녀’(20대 여성)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에서는 적극적인 입장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여성할당제 비판 등에 김병민 비대위원이 “우리 당은 정강 정책 중 10대 기본 정책을 정해 양성평등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를 두고 그간 젠더 이슈에 대해 당내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내 50~60대가 주류다 보니 젠더 이슈를 쫓아가기 어려워하거나 무관심한 데다 젠더 이슈가 워낙 팽팽해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청년 정치인들의 입에서만 젠더 이슈가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어렵게 잡은 2030세대의 표심을 이어 가고,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이보희의 TMI] 신조어 함부로 쓰지 마세요

    [이보희의 TMI] 신조어 함부로 쓰지 마세요

    최근 한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가 지원 자격 요건으로 내걸린 편의점 아르바이트 공고 글이 올라왔다. 해당 점주는 ‘소극적이고 오또케오또케 하는 분’은 지원을 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오또케오또케’는 급박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만 반복해 말하면서 상황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이에 “점주가 여성혐오주의자다”, “남녀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편의점 본사 측은 해당 점포에 연락을 취해 해당 공고 글을 삭제 조치했다. 이에 앞서 ‘오조오억’이라는 신조어 사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가수 하하가 올린 유튜브 영상에는 ‘오조오억년 만에 온 실버 버튼’이라는 자막이 삽입됐고, 이는 “남혐(남성 혐오) 단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항의가 잇따르자 해당 영상은 삭제됐다. ‘오조오억’은 ‘아주 많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신조어다. 그러나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이를 남성의 정자 수로 비유하며 성적 비하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혐 단어로 분류된 것. ‘허버허버’라는 신조어 또한 주의해서 사용해야 할 단어가 됐다. 이는 단순히 ‘뜨거운 음식을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표현한 단어로 널리 사용됐으나, 한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자친구가 음식을 급하게 먹는 모습을 헐뜯는 과정에서 유행한 단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남성 비하 단어가 됐다. 과거 ‘허버허버’라는 용어를 사용한 유튜버 ‘고기남자’는 ‘남혐’이라는 지적이 쏟아지자 지난달 “신중하지 못하게 단어 선택을 한 것에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는 “허겁지겁 먹는 걸 나름 위트 있게 표현한다고 순간적으로 머리 속에 나온 단어를 썼던 것”이라며 “당시 그게 그런 용어로 쓰인다는 건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나는 절대 페미니스트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유튜브 서울대공원 TV 또한 ‘허버허버’를 사용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동물이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에 ‘허버허버’라는 자막이 삽입됐고, 남성 혐오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서울대공원 측은 “논란되는 표현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언어임을 반영해 영상을 즉시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카카오에서는 ‘허버허버’라는 문자가 담긴 캐릭터 이모티콘이 출시했다가 반감을 샀고 결국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카카오 측은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작가 혹은 제작자와 협의를 통해 판매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힘죠’도 남혐 단어다. 해당 용어는 한 여초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이는 말로 동성애자 비하의 뜻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인 공서영은 지난 14일 ‘힘죠’를 SNS에 무심코 사용했다가 뭇매를 맞았고 그는 “저는 ‘힘내다’라는 사전적인 의미로 알고 사용한 것이다. 이 표현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데 쓰이고, 많은 분이 불편을 느끼셨다면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지난달 여성가족부 발표에 따르면 15살에서 39살 청년 1만명을 대상으로 성평등 인식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74%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고, 남성의 51%는 “오히려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했다. 이러한 불평등에 대한 피해 의식이 혐오 표현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 온라인상 넘쳐나는 신조어 속에서 오히려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다. ‘혐오 용어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자조적 목소리도 나온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혐오 표현을 사용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남자들 죽었으면”…‘성경의 역사’ 남혐 논란에 결국 수정

    “남자들 죽었으면”…‘성경의 역사’ 남혐 논란에 결국 수정

    네이버 웹툰 ‘성경의 역사’가 ‘남혐(남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며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웹툰 ‘성경의 역사’에 남혐 발언이 나온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와 함께 공개된 해당 웹툰 캡처본에는 한 인물이 “그 사진 뿌린 ××가 대학 와서 만난 남친이래”라고 하자 다른 인물이 “아 미친… 남자들 제발 죽었으면”이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같은 발언에 ‘남혐’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모든 남자에게 몰카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안 된다”, “화가 난다고 남자들 다 죽으라니 명백한 남혐이다” 등의 댓글을 달며 비판했다. 웹툰의 평점을 낮추는 일명 ‘별점 테러’를 하기도 해 평균 8점대를 유지하던 별점이 6점대로 떨어졌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저 정도가 남혐이면 이미 세상은 엄청난 여성혐오를 경험하고 있는 것”, “여혐이 더 심하지 않나”, “웹툰에 너무 엄격한 잣대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성경의 역사’는 현재 해당 대사를 “그런 ××들 제발 없어졌으면”으로 수정한 상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편의점 모집 공고에 “페미 아닌 자…‘오또케오또케’ 금지” 논란

    편의점 모집 공고에 “페미 아닌 자…‘오또케오또케’ 금지” 논란

    서울의 한 편의점 점주가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 글에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라는 지원 자격을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편의점 점주 A씨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주말 아르바이트생 모집 공고를 올렸다. 그는 지원자격에 만 20세 이상으로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라고 명시했다. 또한 “소극적이고 오또케오또케 하는 분은 지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오또케오또케’는 여성의 수동적인 태도를 비꼬는 단어로 여성 혐오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해당 모집 공고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점주가 여혐(여성 혐오)인듯”, “성별 혐오를 조장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16일 점주는 공고 글을 내렸다. A씨 편의점을 관리하고 있는 본사 직원은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 사과드린다. 해당 채용공고 게재 관련해 즉각 해당 점포 점주분께 연락드려 즉시 삭제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적으로 본사 차원에서 해당 점포의 당사 이미지 손상에 대한 강한 제재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직접 방문해 기본적인 채용 관련 교육 및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고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이수역 폭행사건’ 2심도 남녀 각각 벌금형…법원 “죄질 좋지 않아”

    ‘이수역 폭행사건’ 2심도 남녀 각각 벌금형…법원 “죄질 좋지 않아”

    여혐·남혐(여성혐오·남성혐오) 논란을 일으킨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자들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0부(부장 김병수)는 26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 A씨와 남성 B씨에게 원심과 같이 각각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끼리 상해를 제외한 나머지 모욕과 폭행 부분에 대해 1심 판결 이후 서로 합의한 사정은 있다”면서도 “오랜 시간 상대방 외모를 비하하거나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지속하다가 결국 물리적 폭행까지 이어져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수역 폭행 사건’은 2018년 11월 서울 동작구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의 한 주점에서 남성과 여성 일행이 말다툼 끝에 몸싸움까지 벌인 사건이다. 수사기관에 따르면 최초 갈등 상황은 A씨 일행과 B씨 일행 간에 벌어진 것이 아니었다. A씨 등 여성 일행 2명은 근처 자리에 앉아 있던 남녀 커플을 향해 비하하는 발언을 했고, 다른 테이블에 있던 남성 B씨 일행이 비하 발언을 들은 커플을 옹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 일행은 다른 테이블의 남녀 커플을 향해 “한남충(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은어)이 돈이 없어 싸구려 맥줏집에서 여자친구 술 먹인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남녀 커플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대신 B씨 일행 등 남성 5명이 “저런 말 듣고 참는 게 쉽지 않은데 대단하다”며 커플을 옹호했다. 이에 A씨 일행이 “한남충끼리 편 먹었다” 등의 말을 하면서 시비가 붙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 일행으로부터 비하 발언을 들었던 남녀 커플은 직접적인 충돌 없이 주점을 떠났다. 그러나 A씨 일행 중 1명이 가방을 잡고 있는 B씨 일행 1명의 손을 치면서 최초의 신체 접촉이 벌어졌다. 양측은 감정이 격해지면서 주점 밖 계단에서 몸싸움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여성 일행 중 1명은 두피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와 관련해 A씨 측은 “남성이 발로 차서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주장한 반면 B씨 측은 “몸싸움 과정에서 뿌리친 것에 밀려 넘어진 것일 뿐”이라며 맞섰다. B씨 측은 “우리도 맞았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경찰은 남성 3명과 여성 2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공동폭행), 모욕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지만 검찰은 5명 중 여성과 남성 각 1명씩에 대해 벌금 200만원과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에 불복한 A씨와 B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하면서 재판이 열렸다. 1심 역시 A씨와 B씨에게 각각 200만원과 1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형이 무겁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행위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앞으로 성숙한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시민독재 시대 열렸다”…‘여혐 논란’ 기안84 감싼 주호민

    “시민독재 시대 열렸다”…‘여혐 논란’ 기안84 감싼 주호민

    “과거엔 국가서 검열…지금은 독자가사과 해도 ‘진정성이 없다’며 더 팬다” 웹툰 작가 주호민이 최근 기안84의 ‘여성 혐오’ 논란과 관련해 독자들의 검열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주호민은 18일 트위치 방송에서 “웹툰 검열이 진짜 심해졌는데 검열을 과거에 국가에서 했다면 지금은 시민이, 독자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 독재의 시대가 열렸다. 이거 굉장히 문제가 크다. 진짜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게 가능한 이유는 ‘자신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생각 때문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미개하다고 규정하고 계몽하려 한다. 그러면 확장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시민이 시민을 검열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가 없다. 아주 힘겨운 시기에 여러분은 만화를 그리고 있다”면서 “‘그려도 되나?’ 그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주호민의 발언은 기안84 작품 내용에 대한 논란 등으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주호민은 “사과를 해도 ‘진정성이 없다’고 한다. 그냥 죽이는 게 재밌는 것이다. 사과하면 더 팬다”며 날을 세웠다. 기안84 “깊게 고민 못해…정말 죄송” 사과 앞서 기안84는 지난달 11일 네이버 웹툰에 공개된 ‘복학왕’ 304화에서 능력이 부족한 20대 여성 봉지은이 남성 상사와의 잠자리 후 정규직이 된 것처럼 그려 성차별적 표현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논란이 커지며 기안84의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왔다. 기안84가 출연하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시청자 게시판을 통한 하차 요구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기안84는 이날 5주 만의 ‘나 혼자 산다’ 녹화 복귀를 앞둔 상황이다. 당시 기안84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나혼자산다’, ‘여혐 논란’ 기안84 안고 간다…“녹화 복귀”[공식]

    ‘나혼자산다’, ‘여혐 논란’ 기안84 안고 간다…“녹화 복귀”[공식]

    웹툰작가 기안84가 논란을 딛고 MBC ‘나 혼자 산다’ 녹화에 복귀한다. 14일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은 “기안84가 이날 진행되는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찾아뵐 예정이니 앞으로 지켜봐 달라”고 공식입장을 전했다. 앞서 기안84는 지난 8월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공개한 ‘복학왕’ 304화로 인해 여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기안84는 해당 웹툰 하단에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는 사과를 게재하기도 했다.이후 기안84는 지난 8월17일부터 ‘나 혼자 산다’ 녹화에 불참했다. 그가 4주간 ‘나 혼자 산다’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하지 않자 하차설이 제기됐고, ‘나 혼자 산다’ 측은 그가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고 일축했다. 앞서도 기안84는 해당 웹툰에서 여성의 나이와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또한 ‘나 혼자 산다’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발언, 태도 등으로 잦은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과 옹호하는 글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나 혼자 산다’는 그를 안고 가는 결정을 내렸다. 이하 ‘나 혼자 산다’ 제작진 입장 전문 안녕하세요. <나 혼자 산다> 제작진입니다. 기안84가 오늘 있을 스튜디오 녹화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더욱 성숙해진 모습으로 찾아 뵐 예정이니 앞으로 지켜봐주세요!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대요”… 교회 내 여혐 투쟁기

    “여자는 목사가 될 수 없대요”… 교회 내 여혐 투쟁기

    민소매를 입었다고 “야한 옷을 입지 말라”는 핀잔에 “조신하게 행동하라”는 잔소리가 따른다. 너무 화려하지도 추레하지도 않은 몸가짐으로 친절해야 한다는 지침서까지 만들었다. “기저귀 찬 여자가 강단에 서는 건 안 된다”는 설교도 나왔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만큼 당연하게 이어져 온 교회의 모습들을 페미니즘으로 바라보면 그것은 명백한 차별과 혐오였다. 2015년 이후 ‘페미니즘 리부트’가 본격화했지만, 교회 안에선 여성 혐오에 대한 작은 문제 제기가 쉽지만은 않았다.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는 불순한 신앙으로 치부되는 탓이다. ●‘페미 사각지대’ 교회 뿌리 깊은 여성상 꼬집어 ‘언니네 교회도 그래요?’는 변화를 요구하는 ‘교회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책은 교회가 2000년 전 일인 성경 속 구절을 사회 가치관에 짜맞춰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굳히고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를 심었다고 지적한다. 이브가 아담의 뼈로 만들었고 여성이 선악과를 땄다는 점을 토대로, 교회에선 남성이 주도권을 쥐고 여성은 보조·조력자로서 순종하는 구도가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이어졌다. 특히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고전 14:34)는 구절을 두고 1934년 장로회 총회 정치부는 ‘여성은 교회에서 가르치지 말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책은, 신약 속 유니아, 뵈뵈, 브리스길라 등 많은 여성들이 선지자, 교사 등으로 바울의 동역자였다고 설명한다. ●변화 주도하는 ‘믿는 페미니스트’ 발현이 희망 교회가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교회 안에서 공부모임 등으로 기성 교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믿는 페미니스트’가 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이상 피할 수 없는 당연한 움직임이라고도 봤다. 네 개 복음서에 여성은 633번 언급되고 예수는 여성을 부활의 증인으로 삼은 것 등을 들어, “ 여성에게 가혹했던 당대에도 정작 예수는 여성을 하나의 인격과 주체로 대하고 남녀의 동등함을 설파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날이 습하다” 기안84, 여혐 논란 후 ‘상의탈의’ 근황

    “날이 습하다” 기안84, 여혐 논란 후 ‘상의탈의’ 근황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여성 혐오 논란 후 첫 근황을 공개했다. 31일 온라인상에 화제 된 내용은 지난 29일 기안84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근황 사진이다. 기안84는 “날이 습하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기안84는 상의를 탈의한 채 반려묘를 품에 꼭 끌어안고 쪼그려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지난 12일 기안84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은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복학왕’ 연재 중지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논란에 기안84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문제가 된 장면과 대사를 수정했다. 또 “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여성 혐오 논란 이후 기안84는 출연 중이던 MBC ‘나혼자산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하차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혼자산다’ 측은 “개인 사정으로 인한 불참, 하차는 아니”라고 말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여혐 웹툰’ 플랫폼 네이버는 책임 없나

    ‘여혐 웹툰’ 플랫폼 네이버는 책임 없나

    ‘15세 관람가’를 연령 제한 없이 볼 수 있어가이드라인 그대로… “사회적 책임 다해야”“아직 고민하는 중이다.” 지난 19일 시민단체 8곳이 웹툰 속 ‘여성혐오적 표현’에 대해 시정을 요청한 사안과 관련한 네이버 측의 반응이다. 당시 이들 단체는 웹툰작가 기안84(본명 김희민)의 작품 속 여성 묘사를 문제 삼으며 네이버가 취해야 할 후속 조치를 요구안으로 정리해 제출했다. 문제의 웹툰이 게시된 지 3주가 지났고, 요구안이 접수된 지는 1주가 흘렀지만 네이버는 아직도 유효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된 웹툰 내용을 수정하면서 네이버 담당자가 “더욱 주의하겠다”고 사과했지만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란 대답만 반복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안84 웹툰의 ‘여성혐오 논란’을 계기로 플랫폼 책임론이 다시 대두되고 있다.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속 젊은 여성 캐릭터가 회식 도중 갑자기 누워 돌로 조개를 깬 뒤 회사 정직원이 되는 이야기 흐름이 ‘성상납’을 묘사하는 듯해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지만 네이버는 3주째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속 조치에 대해 취재진의 문의가 오면 “서비스 담당자들에 대한 교육과 모니터링 조직의 역할·책임을 강화하겠다”고만 답할 뿐 구체적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15세 관람가이지만 사실상 연령 제한 없이 ‘복학왕’을 접할 수 있음에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이드라인을 수정한 것은 없다”는 것이 네이버 측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가 최근 ‘뒷광고 논란’에 침묵하듯 네이버도 논란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정보기술(IT) 공룡’으로 빠르게 커 나가면서 ‘사회적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이슈가 불거졌을 때 ‘실시간 검색어’가 진영별 정치 구호의 장으로 변질되자 네이버는 해당 서비스를 ‘개인 관심·취향 맞춤형’으로 손봤다.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를 향한 악플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뒤에는 댓글 서비스를 중단했다. 만약 네이버가 ‘사회적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처벌 규정을 강화해 네이버부동산의 ‘허위 매물’을 단속한 사례처럼 정부가 나서기도 한다. 요즘은 쇼핑 부문에서는 ‘독과점 논란’, 금융 부문에서는 기존 업체로부터 ‘규제 역차별’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 3위(54조원), 연매출 6조원(2019년 기준)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국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그 책임에 대한 요구도 커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기안84 사태가 창작자의 표현을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공론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는데 주요 기업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흰옷·꽃으로 반인권을 꼬집다… ‘스트롱맨’에 맞선 여성 연대

    흰옷·꽃으로 반인권을 꼬집다… ‘스트롱맨’에 맞선 여성 연대

    전 세계에 권위주의적 남성 지도자들이 득세하며 ‘스트롱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권좌에 오른 스트롱맨들이 어김없이 증오와 배타의 리더십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인권적 행보를 서슴지 않자 여성들이 이에 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맞서 흰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벨라루스 여성 등 남성 지도자들의 독단적 행태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를 소개한다.●벨라루스 거리 물들인 ‘흰옷의 물결’ 지난 1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신부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옷에 아름다운 꽃을 든 여성들의 모습은 때가 얼마든 묻어도 상관없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일반적인 시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반정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타티아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타와 학대를 당한 남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더이상 폭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들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대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영어 교사 출신의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을 특히 분노하게 했던 것은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이자 대선후보였던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를 겨냥해 “아이들을 위해 저녁 요리에나 집중하라”는 등의 저질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오랜 장기 집권에 지친 여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 루카셴코의 여성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 헌법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투표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등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어려운 여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티하놉스카야의 도전과 벨라루스 여성들의 분노는 이웃 나라 여성들에게도 정치적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직후 러시아와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의 여성들까지도 흰옷과 흰꽃을 들고 동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소셜미디어상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포 벨라루스’(#she4belarus)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선일인 9일 이후 2주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위에서도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폭동진압부대와 대치했고, 남동부 고멜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의 열기를 이어 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피니언면을 통해 “이제 여성들이 루카셴코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면서 “여성들이 리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7월 말에는 폴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재집권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퇴치하기 위해 유럽평의회가 주도해 만든 인권협약으로, 폴란드는 중도파 집권 시절 2015년 이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보수적 행보를 약속한 두다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를 2기 임기의 주요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스탄불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페미니스트들의 창조물이자 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두다 대통령 1기 임기 때 추진된 낙태전면금지법 시도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벨라루스 여성들이 흰옷을 입고 나섰던 것처럼 4년 전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옷을 입고 당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2016년 10월 3일에서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결국 두다 정권은 낙태금지법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우파 대통령에 맞선 폴란드 여성들 두다 정권의 최근 ‘반인권 드라이브’는 유럽의 다른 우파 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이스탄불협약 탈퇴를 검토하자 이달 초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스탄불은 2011년 유럽평의회가 이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상징성을 가진 도시였다. 거리로 나선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협약은 우리 여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터키는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474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0년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됐던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정권의 ‘탈(脫)이스탄불협약’ 움직임은 말 그대로 여성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앞서 소개한 유럽의 사례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전 세계 스트롱맨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아와 교육,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등장했다며 이들을 ‘레이지맘’(분노한 엄마)이라고 소개했다. 빌 클린턴 시대 때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어머니)이, 9·11 테러가 발생한 조지 부시 때는 ‘시큐리티맘’(국가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 주부)이 나왔던 것처럼 최근에는 트럼프에 분노한 ‘레이지맘’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NYT는 “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본 여성 유권자나 어머니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시위 참여율이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는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6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역사학자 아네리제 오를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규모가 현세대에서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흰옷입고 거리로…‘스트롱맨’에 맞선 여성들

    흰옷입고 거리로…‘스트롱맨’에 맞선 여성들

    전 세계에 권위주의적 남성 지도자들이 득세하며 ‘스트롱맨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의 행태를 보다 못한 여성들이 집 밖으로 나오고 있다. 권좌에 오른 스트롱맨들이 어김없이 증오와 배타의 리더십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반인권적 행보를 서슴지 않자 여성들이 이에 맞서 분노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현직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맞서 흰옷을 입고 거리로 나선 벨라루스 여성 등 남성 지도자들의 독단적 행태에 맞선 여성들의 용기를 소개한다. ●벨라루스 거리 물든 ‘흰옷의 물결’ 지난 12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 명의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결혼식 신부 복장을 떠올리게 하는 하얀색 옷에 아름다운 꽃을 든 여성들의 모습은 때가 얼마든 묻어도 상관없는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서는 일반적인 시위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의 장기 집권에 항의하기 위해 나선 반정부 시위대의 일원이었다. 식당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 타티아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구타와 학대를 당한 남성들과 연대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면서 “더이상 폭력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흰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들은 강경 진압에 나선 경찰들에게 꽃을 나눠 주기도 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앞서 지난 9일 대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로 최대 경쟁자로 꼽혔던 영어 교사 출신의 여성 후보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꺾고 30년 장기 집권의 문을 열었다. 이번 대선에서 여성들을 특히 분노하게 했던 것은 바로 루카셴코 대통령의 여성 비하 발언이었다. 그는 반체제 유명 유튜버이자 대선후보였던 남편을 대신해 출마한 티하놉스카야를 겨냥해 “아이들을 위해 저녁 요리에나 집중하라”는 등의 저질 발언을 쏟아냈고, 이는 오랜 장기 집권에 지친 여성들을 더욱 분노하게 했다.루카셴코의 여성 비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 헌법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여성이 투표할 만큼 아직 성숙하지 못하다”는 등 정상적인 국가의 지도자로서는 입에 올리기 어려운 여혐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티하놉스카야의 도전과 벨라루스 여성들의 분노는 이웃 나라 여성들에게도 정치적 영감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 직후 러시아와 독일, 벨기에, 우크라이나 등 인근 국가의 여성들까지도 흰옷과 흰꽃을 들고 동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또 소셜미디어상에도 벨라루스 여성들을 응원하기 위한 ‘시 포 벨라루스’(#she4belarus)라는 해시태그가 공유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대선일인 9일 이후 2주 넘게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시위에서도 흰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시위대 맨 앞에 선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민스크에서는 시위대 수만명이 대통령 관저까지 접근해 폭동진압부대와 대치했고, 남동부 고멜과 서부 도시 그로드노에서도 수천 명이 시위를 벌이는 등 저항의 열기를 이어 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오피니언면을 통해 “이제 여성들이 루카셴코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시작했다”면서 “여성들이 리더가 없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파 대통령에 맞선 폴란드 여성들 지난 7월 말에는 폴란드 여성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재선에 성공한 폴란드의 우파 포퓰리스트 안제이 두다 대통령이 재집권과 함께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이른바 ‘이스탄불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협약’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정폭력을 예방·퇴치하기 위해 유럽평의회가 주도해 만든 인권협약으로, 폴란드는 중도파 집권 시절 2015년 이 조약을 비준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와 연대해 전통적 가족 가치를 복원하겠다는 보수적 행보를 약속한 두다 대통령은 여성 인권 문제를 2기 임기의 주요 과제로 삼는 모습이다. 즈비그뉴 지오브로 폴란드 법무장관은 이스탄불협약 탈퇴 의사를 밝히며 “페미니스트들의 창조물이자 동성애 이데올로기를 정당화할 목적으로 만든 발명품”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2016년 두다 대통령 1기 임기 때 추진된 낙태전면금지법 시도 논란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벨라루스 여성들이 흰옷을 입고 나섰던 것처럼 4년 전 폴란드 여성들은 검은옷을 입고 당시 낙태금지법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검은 월요일’로 불렸던 2016년 10월 3일에서 시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결국 두다 정권은 낙태금지법 추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두다 정권의 최근 ‘반인권 드라이브’는 유럽의 다른 우파 정권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터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이스탄불협약 탈퇴를 검토하자 이달 초 수도 앙카라와 이스탄불 등 터키 전역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이스탄불은 2011년 유럽평의회가 이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상징성을 가진 도시였다. 거리로 나선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협약은 우리 여성들의 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성토했다. 터키는 최근 데이트폭력으로 여성이 사망한 사건으로 여성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기도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터키에서는 지난해 474명의 여성이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피해 규모는 지난 10년 가운데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코로나19로 외출이 금지됐던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르도안 정권의 ‘탈(脫)이스탄불협약’ 움직임은 말 그대로 여성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美선 트럼프에게 화난 ‘레이지 맘’ 등장 앞서 소개한 유럽의 사례와 성격은 조금 다르지만, 전 세계 스트롱맨을 대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여성들의 분노도 더욱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육아와 교육, 경제 등에 불만을 품은 여성이 등장했다며 이들을 ‘레이지맘’(분노한 엄마)이라고 소개했다. 빌 클린턴 시대 때는 ‘사커맘’(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어머니)이, 9·11 테러가 발생한 조지 부시 때는 ‘시큐리티맘’(국가 안보 정책에 큰 관심을 가진 주부)이 나왔던 것처럼 최근에는 트럼프에 분노한 ‘레이지맘’이 탄생했다는 의미다. NYT는 “전염병 대유행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본 여성 유권자나 어머니들이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시위에 참여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 여성의 시위 참여율이 남성보다 2배 더 높았다는 비영리단체 카이저가족재단의 6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트머스대 역사학자 아네리제 오를렉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여성들이 (시위에) 나서는 규모가 현세대에서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라며 “모든 분야에 걸쳐 여성들이 조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물에 떠있는 수달로 표현” 결국 녹화 불참한 기안84

    “물에 떠있는 수달로 표현” 결국 녹화 불참한 기안84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켜 방송 프로그램 하차 요구를 받고 있는 웹툰 작가 기안84(36·김희민)가 ‘나혼자산다’ 녹화에 불참했다. MBC ‘나혼자산다’ 측은 22일 “기안84가 개인 사정으로 최근 녹화에 불참했다”며 “하차는 아니다”고 밝혔다. MBC 예능연구소 SNS 계정에 올라온 해당 프로그램 최근 녹화 현장에도 기안84의 모습은 빠져있다. 기안84는 지난주에 이어지는 이번 주 방송분의 초반에는 등장하지만, 후반부에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기안84 지난 11일 네이버웹툰을 통해 ‘복학왕’ 304회를 공개한 이후 ‘여혐 논란’에 휩싸였다. 웹툰에는 여자 주인공인 봉지은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이라는 대사와 함께 회식 자리에서 큰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를 본 40대 노총각 팀장이 봉지은을 채용하고, 웹툰 말미에는 두 사람이 사귀는 사이가 됐다. 해당 내용을 본 독자들은 봉지은이 인턴에서 정사원이 된 이유가 40대 노총각 팀장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로 비친다며, 여성을 무능하게 그린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급기야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에 문제가 된 내용은 일부 수정됐지만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창작물 전체를 보지 않고, 일부분만 가지고 과도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일었다.기안84, 논란에 사과문 추가 게재 기안84는 지난 13일 웹툰 ‘복학왕’ 하단 이미지에 사과문 추가 게재했다. 그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지난 회차에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고민하다가 귀여운 수달로 그려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안84는 “특히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치고 봉지은이 물에 떠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캐릭터가 귀여움이나 상사와 연애해서 취직한다는 내용도 독자 분들의 지적을 살펴보고 대사와 그림도 추가 수정했다.더 많이 고민하고 원고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불쾌감을 드려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시는 만큼, 원고 내 크고 작은 표현에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과에서 논란 계속…네이버 고심 깊어져 기안84는 과거에도 여성 혐오,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차별 등 소수자를 비하하는 내용을 그려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등은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웹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안84의 웹툰 연재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여혐왕 기안84, 방관자 네이버 웹툰” 등 구호와 함께 “네이버 웹툰은 혐오 장사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웹툰작가 기안84가 연재하는 웹툰 ‘복학왕’의 여성혐오 논란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2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은 ‘복학왕’ 논란을 계기로 모니터링과 이용자 의견 청취를 더욱 더 강화하기로 했다.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20대 취업상황 그려”vs“여성혐오” 기안84 만화 ‘복학왕’ 논란

    “20대 취업상황 그려”vs“여성혐오” 기안84 만화 ‘복학왕’ 논란

    박하윤, 기안84 옹호하며 “20~30대 취업상황 묘사 과정에 성적 암시” 박하윤 기상캐스터가 ‘여혐 논란’에 휩싸인 만화가 기안84(본명 김희민)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해서 입길에 올랐다. 박 캐스터는 최근 유튜브 방송인 ‘팟빵 매불쇼 오피셜’에 출연해 “얼마 전 기안84에 대한 웹툰이 화제가 됐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기안84가 출연 중인 MBC 방송프로그램 ‘나혼자산다’를 하차하라”라는 지적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가상세계의 웹툰을 가지고 하차를 요구하거나, 연재를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란 생각을 밝혔다. 박 캐스터는 “저는 사실 기안84를 보고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잘생긴 것도 아닌데, TV를 보면 항상 자존감도 있어 보이고 어떠한 행동을 해도 당당해 보였고, 그 모습이 만화에도 나타난 것 같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기안84는 나처럼 주위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해서 그림으로 전하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런 것들로 인해서 국민청원까지 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은 20~30대의 힘든 취업상황을 그린 것이고, 그 과정에 한부분이 성적 암시를 하는 부분들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며 “‘좋겠다.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커피도 마시고, 그래도 아들이 있어야지 딸들은 시집가고 나면 끝이야’ 라는 문구가 나오는 소설이 있는데, 어떤 소설이냐면 바로 ‘82년생 김지영’이다. 그렇다면 이 책이 여자들을 비하하는 책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네이버 사용자, 기안84 연재 중단 및 제재 강화 요구 앞서 기안84는 지난 11일 네이버 웹툰을 통해 ‘복학왕’ 304회가 공개된 이후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그는 지난 13일 웹툰 ‘복학왕’ 하단 이미지에 사과문을 추가하고,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라고 명시했다. 한편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을 연재하고 있는 네이버의 사용자 1000여명은 만화 연재 중단을 요구했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유니브페미 등은 지난 19일 네이버웹툰 본사가 있는 분당 크래프톤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안84 ‘복학왕’이 여성 성기를 암시하는 묘사, 회사상관과 성관계 후 정직원이 됐다는 스토리 등으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면서 “기안84는 이전에도 여성혐오, 장애인 비하, 이주노동자 차별 등 논란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청소년 임신에 대한 부적절한 묘사로 논란이 있었던 ‘틴맘’ 등 네이버웹툰의 여성혐오, 소수자 비하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라면서 “네이버웹툰은 이용률 1위 포털임에도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이용약관에는 미풍양속에 반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만 있을 뿐 성차별과 소수자 비하 등 구체적인 제재 규정이 없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올려 여성이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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