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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이라크전 가을로 연기를”/美 폭격기 걸프 전진배치 병력증강 계속

    토미 프랭크스 미 중부군사령관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을 둘러싼 군사작전 계획을 보고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귀환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라크 주변지역에 대한 미·영 병력의 증강배치 속에 이라크전 발발시 야전 지휘를 책임질 프랭크스 사령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군사작전을 보고하는 것은 최종행동을 앞둔 막바지 조율로 받아들여진다고 BBC는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으로선 이라크 공격을 승인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또다른 결의안을 얻어야 할 것인지 여부가 새 고민거리로 떠오르고 있다.이라크전쟁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국제사회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전쟁이 시작되면 미국이 일방적 승리를 거둘 게 확실하지만 전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승리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순조로운 병력 증강 미 공군은 8일 전폭기와 전투기 등 공군 전력을 걸프지역으로 본격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메건 프레일 공군 대변인은 사우스다코타주 공군기지로부터 B-1 폭격기 3대가 이날 걸프지역으로 향했으며 앞으로도 B-1 폭격기가 추가 배치되고 관련 병력 500명이 증파될 것이라고 전했다. 공군뿐 아니라 조지아주 포트 베닝 기지의 제3 보병사단 병력이 쿠웨이트를 향해 출발하는 등 지상군 병력의 걸프지역 합류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국방부 관리들은 전했다. ●이라크전 반대 분위기 확산 미국 내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이라크를 꼭 공격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라크가 제출한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 실태보고서에 의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라크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일간지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9일 유엔 사찰단이 이라크의 안보리 결의 위반 내용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를 찾아낼 수 있도록 이라크 공격을 올 가을까지 미뤄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텔레그래프는 이날 영국 각료들과 고위 관리들은 미국과 영국군의 걸프지역 전력 증강에도 불구,군사행동에 나설 법률적 명분이 없는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터키가 미국의 자국 내 기지 이용에 미온적인 점도 미국을 꺼림칙하게 만들고 있다. ●잇단 전쟁 확률 감소 발언 이라크전쟁에 반대해온 워싱턴의 진보적 싱크탱크 미 정책연구소(IPS)는 8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90%에 달했던 이라크전쟁 발발 가능성이 75% 정도로 낮아졌다고 말했다.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지난주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이 60%에서 40%로 낮아졌다고 밝혔었다.이같은 관측들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군사공격을 감행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졌음을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점들로 인해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면 유엔 안보리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할 필요가 커졌다고 할 수 있다.그러나 현 상황에서 미국이 이라크 공격에 대한 안보리의 승인을 얻어내는 것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유세진기자 yujin@
  • 노동부 법무부 업무보고 이모저모/인수위-部處 긴장 ‘팽팽’

    9일 노동부 등 정부부처의 대통령직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인수위와 각 부처는 몇몇 쟁점현안을 놓고 의견을 달리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노동부 인수위 보고에 참석했던 노동부 관계자들은 적잖이 당황해했다.대개 1∼2시간이면 끝났던 다른 부처와는 달리 노동부 보고는 휴식까지 취해가며 4시간을 넘겼다. 특히 보고가 시작되자마자 박태주 전문위원이 “보고 내용이 노 당선자의 노동관과 너무 달라서 보고를 받지 못하겠다.”고 보고회장을 뛰쳐나가기도 하는 등 초반부터 상당히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박 위원은 민주노총 출신으로 노 당선자의 노동특보를 지냈다.박 위원은 보고가 끝난 뒤 “노동부가 개혁마인드가 없어 노 당선자의 공약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그러나 보고에 참석한 한 위원은 “노동부가 공약이행이 어렵다거나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박 위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나가버린 건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보고에 참석했던 노동부 한 관계자는 “노동관에 있어서 상당한 시각차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난다.”고 말했다. ●법무부 법무부는 검찰개혁 방안을 놓고 인수위와 의견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검찰의 의견을 분명히 전달한 만큼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법무부 관계자들은 특히 인수위측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법무부 관계자는 “언론보도를 볼 때는 개혁일변도인 것으로 생각했으나 만나보니 실질적이고 신중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서 상호간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수위가 발표한 검찰개혁 방향의 5개항을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다.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그동안 검찰개혁을 두고 논의와 우려가 많았던 만큼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그러나 한 검사는 “문구를 찬찬히 뜯어보면 검찰이 뭔가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기본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번째 해석대로 된다면 앞으로 인수위와검찰의 논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인수위가 제시한 5대 원칙 가운데 ‘개별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잠재울 수 있는 안전판’이라는 원칙은 공직자비리조사처를 설치하고 정치적 사건 등을 상설 특검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권한 분산을 통한 기관간 견제와 균형’ 또는 ‘기관간 기능중첩 배제’ 등의 원칙을 고려할 때 경미한 사건에 대한 제한적 수사권을 경찰에 부여하는 방안은 적극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또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도 5대 원칙에 비춰볼 때 관철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용수 김미경 조태성기자 dragon@
  • 초등교 취학 늦추기 확산

    초등학교 입학을 늦추는 입학유예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공교육에 들어서는 자녀들의 첫 출발을 좋게 하려는 부모들의 욕심 때문이다.더욱이 올해부터는 유예절차가 간소화돼 유예자는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입학유예자는 교육욕구와 여건이 높은 서초,강남구가 가장 많아 교육열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녀들의 입학을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시킬까? 미룰까? 서울 서초구 반포동 김연호(34)씨는 96년 12월생인 아들의 입학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김씨는 “또래보다 키가 작은 아들이 적응하지 못해 인생의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부터 좌절을 느낄까 염려돼 고민끝에 결론을 내렸다.”면서 “더욱이 주변에서 어리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더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설영숙(35·여)씨도 97년 2월생인 딸을 내년에나 학교에 보낼 생각이다.또래보다 야무진 딸은 올해 학교 입학을 간절히 원하지만 빨리 학교에 보내면 후회한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내년에 학교에 가자고설득하고 있다. ●늘어나는 입학유예자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입학유예신청자는 1998년 3178명에서 99년 3633명,2000년 3897명,2001년 4632명,2002년 518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반면 만 5세 이전에 학교를 보낸 조기입학신청자는 98년 3111명에서 지난해 1076명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입학유예자는 신청자 5182명외에 해외로 나가거나 행방불명 등 기타사유자까지 포함 8330명으로 집계됐다.이를 교육청별로 보면 서초구와 강남구를 관할하는 강남교육청이 취학대상자 8735명 가운데 13.1%인 1149명이 입학을 유예,비율이 가장 높았다.다음은 강서교육청으로 5%였으며 강동과 중부교육청은 4.9%로 뒤를 이었다.반면 동부교육청이 1.6%로 가장 낮았고 성북,남부교육청도 각각 2.1%,2.2%였다. 보통 입학유예자는 1∼2월생인데 최근에는 11∼12월생 자녀를 둔 부모들까지 입학을 늦추고 있다. 입학을 유예하기 위해서는 질병이나 성장부진 등 의사의 진단서를 제출해야한다.그런데 올해는 초·중등 교육법이 개정돼 의사의 소견서 뿐만아니라 읍·면·동장이나학부모의 소견서도 증빙서류로 받아들여진다.이에 따라 입학유예자는 올해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부모욕심으로 입학유예는 곤란 서래초등학교 병설유치원 안우정원감은 “대부분 아이의 발달을 고려하기보다는 ‘학교에서 잘 해야한다.’는 부모의 욕심으로 입학을 유예시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초등학교 교사들도 “대개 입학유예자들은 1학년부터 말썽꾸러기가 된다. 부모들은 유예기간동안 학원을 보내는데 아이들은 학교와서는 ‘다 안다.’고 뒷짐지고 놀거나 떠든다.”며 부모에게 신중한 선택을 권유했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사설]청와대 기구·기능 축소해야

    새 정부 초대 비서실장에 민주당 문희상 의원,정무수석에 유인태 전 의원이 내정됐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민주당 김원기 고문도 대통령 정치고문으로 청와대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아직 외교안보·민정·공보수석 등이 남아 있으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정무 분야의 진용이 먼저 짜여진 셈이다.그동안 노 당선자는 “대통령의 정무기능을 정무수석이 다 맡기에는 벅찬 만큼 비서실장이 총괄하도록 하겠다.”며 정무 기능이 강화된 청와대 비서실 운용을 시사해 왔다. 따라서 이번 문 비서실장과 유 정무수석의 기용은 여야 관계 개선과 대 국회관계 등을 감안한 인사로 볼 수 있다.문 실장은 현 정부 첫 정무수석을 지낸 경력에다 여야에 두루 발이 넓은 인물이고,유 수석은 한때 한나라당에 몸담은 바 있는 개혁성향의 인사로서 원만하고 합리적인 여야 관계 형성에 무게가 실려 있는 인사라고 하겠다.소수당 정부로서 임기 초 각종 개혁작업을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또 전략적 사고를 갖춘 문 실장의 기용은 현재 여야가 모두 당 체제 정비와 함께 정당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점도 감안한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문 실장 스스로 밝혔듯이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 재조정도 시급하다.현 청와대는 순수 대통령 비서실 기능보다는 ‘작은 내각’의 형태로 장관들이 수석과 청와대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되게끔 되어 있다.그런 점에서 총무,정무,통일·외교·안보,공보,정책총괄,사정 기능만으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대신 부처 통할·조정 기능은 총리 국무조정실로 넘기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또 대통령 집무실 옆에 비서실을 두는 청와대 재배치도 적당히 넘기지 말고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
  • 대화정국 복원되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8일 대야관계가 원만한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으로 청와대 비서실 핵심라인을 구축하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여야관계에 봄이 찾아올지 주목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새로운 여야관계의 확립을 위한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의 대화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즉 노 당선자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선 때 한나라당 의원들과 두루두루 관계가 원만한 문 실장과 유 수석을 내정한 것은 이처럼 여야관계를 정상화시키려는 강력한 의지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반영하듯 문 비서실장 내정자는 이날 구체적으로 대야관계 복원 의지를 밝혔다.그동안 한나라당이 강하게 요구해온 여야대표 청와대 회동 정례화 추진 의사를 비친 것이다. 아울러 문 내정자의 여야간 정치적 조율사 역할을 하게 될 비서실장 낙점을 두고 긍정과 부정적인 전망이 교차한다.철저한 대화론자인 문 내정자는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물론 민주계 인사,김부겸(金富謙) 의원 등 개혁소장파,그리고상당수 민정계 의원들과도 친분이 두터워 대화정치 복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문 내정자가 98년 정무수석 재직 때 국민회의와 한나라당 민주계를 아우르는 이른바 ‘토네이도(회오리바람)식 민주대연합’을 추진했던 전례 때문에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될 경우엔 오히려 정국불안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나라당 박종희(朴鍾熙) 대변인도 문 내정자에 대해 “노무현 정권의 국정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양한 경험과 정치력을 가진 문 실장이 원만한 여야관계와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를 바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그러나 “문 실장의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간관계를 여야협력에 이용해야지 정계개편에 악용해서는 안 된다.”고 미리 선을 그었다. 이춘규 박정경기자
  • [Look!아시아]1부. 新장보고 루트 르포(2)무너져간 10년, 일본

    “낡은 가치관·문화 “부실채권·디플레 근본적 개선 시급” 악순환 해결못해” |도쿄 황성기특파원|상실,좌절,불황,구조조정.‘잃어버린 10년’을 거친 일본은 지금 나락에서 새로운 길을 암중모색하고 있다.그러나 “바닥이라 생각했더니 다시 바닥이 보인다.”는 말처럼 일본발 공황의 우려 속에 새해를 맞은 일본,일본인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그러나 거듭 태어나기 위한 붕괴는 필요하고,참아야 한다는 일본인이 의외로 많다.사사키 다케시 도쿄대 총장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돌아간다고 해도 사회가 상당히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붕괴를 딛고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몸부림이 한창이다. 무엇이 무너지고 있고 무너질 것인가. “거품경제가 무너지고 종래의 생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가 됐다.” 오는 14일 관직을 떠나는 무토 도시로 재무성 차관의 퇴임변이다. “잃어버린 10년이 끝나고 붕괴의 10년이 시작됐다.길면 20년도 지속될 수 있다.”(나카모리 다카즈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과장) “부실채권과 디플레이션의 두 가지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바야시 세이치로 경제산업연구소 연구원)일본병으로 집약되는 부실채권(42조엔·정부 추산)에 세계적인 디플레가 겹친 일본 경제는 최악의 위기다. “지역 디플레이션이 심각하다.지방에서부터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모래성 가장자리를 파내면 전체가 무너지듯 지금 일본 경제가 그런 과정이다.”(가네코 마사루 게이오대 교수) 지방이 위기다.우쓰노미야,도치기 같은 수도권의 상점가는 밤만 되면 칠흑처럼 변한다.수도권뿐 아니다.말라들어가는 지방경제는 일본 산업시스템이 밑바닥에서부터 무너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지방 붕괴의 물결이 곧 도쿄를 덮칠 것이라는 데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기업 윤리도 바닥이다.유키지루시의 쇠고기 위장사건(2002년 1월),미쓰이물산의 입찰 방해사건(2002년 7월),도쿄전력의 원자력발전소 장해은폐사건(2002년 9월).과거 기업 비리가 금권형 정계 유착이었다면 최근의 비리는 이익만 올리면 된다는 모럴헤저드의 ‘한탕주의형’으로 둔갑한 점이 특징이다. 명문 기업들의 이런 추악한 비리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와 함께 없애야 했을 사키오쿠리(유보),가쿠시(은폐) 같은 일본적 문화가 한꺼번에 터진 것”(나카모리 과장)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10년’이 일본인들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그들 사회를 지탱해 온 시스템 자체를 뿌리부터 바꾸는 계기를 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종신고용,연공서열의 일본적 경영 시스템과 성과주의,연봉제의 미국식 시스템 중 “어느 쪽이 좋으냐.”는 비교우위 논쟁도 종결되어 가고 있다.“일본형 시스템이라도 합리성이 있으면 살아남는다.”(요네쿠라 세이치로 히토쓰바시대학 이노베이션연구센터 교수)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까운 ‘신 일본형 시스템’을 내건 캐논의 성공은 일본이 재생할 길로 받아들여진다.올해로 10년을 맞은 일본 프로축구 J리그.1위든 꼴찌든 구단에 돌아가는 방영권,스폰서료는 똑같다.비자본주의적인 ‘호송선단식’ 경영 덕분에 그동안 어느 구단이건 생존은 가능했다.그러나 구단간 실력차는 벌어졌다.실력이 강한 구단일수록 ‘파이의 동일배분’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J리그의 확대판인 일본은 적자생존 시스템을 요구받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일본을 이끌어갈 새 시스템,‘미래 일본국(日本國)’의 비전이 뚜렷한 모습으로 떠오른 단계는 아니다.인구 1억 2600만명,세계경제 2위의 ‘공룡’ 일본이 어떻게 새 가치관,문화,사고방식을 만들어갈 것인가.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지,모두 불투명하다.“윤리보다는 조직의 관례나 관행을 우선하는 일본 사회에서 인정의 굴레를 끊고 문화 전체를 바꾸는 데 10년으로는 무리다.”(니와 우이치로 이토추상사 사장) 붕괴는 곧 재생의 출발점이다.“2류 국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바야시 유타카 참의원 의원)는 30대 정치가의 목표는 아직도 불투명한 일본의 미래상을 방증한다. “상황은 낙관할 수 없고”(요네쿠라 교수) 분명 일본은 침체를 거듭하고 있지만 절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관론이 지나치다.세계 유수의 우수한 노동력,사회자본을 활용하면 계속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닛산(日産)을 3년 만에 재기시켜 세계를 놀라게 한 카를로스 곤 사장의 격려이다.비록 좌절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붕괴의 출발점에서 정확한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곤 사장의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격려는 단순한 격려만은 아닌 듯하다. marry01@kdaily.com ◆요네쿠라 교수가 말하는 日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은 ‘유데가에루’(미지근한 물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와 같다.가마에서 놀라 뛰쳐나오도록 뜨거운 물을 부을 시점이다.” 요네쿠라 세이치로(사진)교수의 ‘진단’이다.처방은 “강력한 충격”이다.19세 중반의 개항,1929년의 대공황,1945년의 2차대전 패전,1973년의 오일쇼크 같은 외부 충격을 딛고 일본은 비상했다.“지금 외부 충격을 기대할 수 없다.내부 충격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어떤 충격인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나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 같은 강력한 리더십의 정치가가 나서지 않는다면,내부로부터의 충격 네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닛케이 평균주가 6000엔 붕괴,둘째 대량도산에 의한 실업률10%대 진입,셋째 땅값 20% 이상 하락이다.넷째가 국채 폭락이다.한국이 V자형 회복이 가능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충격에 하드랜딩(경착륙)을 했기 때문이다. ●일본형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은행의 예를 들어보자.아직도 많은 은행은 은행업이 접객업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손님에게 좋은 인상을 줄까,손님과 술 한 잔,가라오케에 가서 사이를 잘 유지하는 게 업무이다.그런 것으로는 이제 이익을 낼 수 없다. 1980엔짜리 점퍼를 내놓아 대히트시킨 유니크로는 지난해 고전했다.스타벅스도 적자에 빠졌다.시장도 기술도 급변한다.바이오 시장 주기는 불과 3개월이다.느긋하게 생각하는 일본형 경영이 맞지 않다. ●일본형 경영이 나름대로 유용성은 있을 텐데.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장기적 성장을 지향한다든가,인재를 소중히 여기고 팀 워크가 강한 점은 살릴 만하다.실리콘 밸리가 그렇지만 어떤 하이테크 기업이라도 혼자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일본형 시스템은 천연기념물이 아니다.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다.합리성이 있으면 살아남을 것이고바꿔야 할 곳은 변해 갈 것이다.히타치(日立) 같은 곳에서 왜 냉장고를 만드는지 모르겠다.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에게 냉장고,에어컨은 코딱지 같은 것이었다. 냉장고를 중국에 팔아치워 중국도 강해지고 미국도 강해지는 그런 국경을 초월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그렇게 해서 미국은 소생했다. ●일본의 가능성은. 시장을 만들고 창조성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가능하다.게임 소프트라든가 일본 만화는 재미있다. 미국에서도 ‘소년 점프’는 품절이다.인터넷 시장 ‘라쿠텐(樂天)’은 좋은 예이다.인터넷상에서 시골의 계란이 날개돋힌 듯 팔린다.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료부터 잘 관리된 계란이 필요하다.보통 것보다 5배,10배 비싸도 예약이 쇄도한다.좋은 상품을 만들어 인터넷을 이용하면 단 하루 만에 국제적인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다.일본인이든 한국인이든 중국인이든 모두 창조적이다.할 수 있다. ●일본의 재기는 가능한가. 새 기업을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앞으로 실업자가 쏟아질 것이다.지방 분산이 필요하다.아시아적 현상으로 좋지 않은 것은 서울,도쿄,방콕 모두 수도에 집중돼 있다.미국은 핵공격에 대비해 분산하고 있다. 금융은 뉴욕,정치는 워싱턴,학문은 보스턴·하버드,정보기술(IT)은 샌프란시스코,영화는 로스앤젤레스,자동차는 디트로이트 이런 식이다.분산하면 호텔이 생기고 서비스업이 생겨난다. 택배회사 ‘검은고양이 야마토’는 1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도요타는 6만 3000명이다.서비스산업과 제조업 어느 쪽이 고용을 흡수하고 있는가.그렇게 고용을 만들어 가면 좋다.오사카,후쿠오카 같은 지방을 소중히 해야 한다.그러나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요네쿠라 교수는 1953년 도쿄 출생.히토쓰바시(一橋)대를 거쳐 미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1995년부터 히토쓰바시대 교수를 하고 있다. ‘경영혁명의 구조’,‘네오 IT혁명’ 등 왕성한 저술활동도 하고 있으며 한국에도 그의 저서가 여러 권 번역돼 나왔다. marry01@
  • [씨줄날줄]포퓰리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측이 개혁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포퓰리즘’(Populism)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인수위측은 엘리트나 특정 계층의 이익 중심으로 짜여진 권력·금력 구도를 시민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입장인 반면,반대론자들은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신흥 세력과 오프 라인 또는 아날로그로 표현되는 기득권층과의 세 싸움이라는 느낌도 없지 않다. 포퓰리즘 논쟁은 정권 교체기마다 있었다.10년 전 김영삼 정권 출범 직후 ‘역사 바로 세우기’ 구호 아래 중앙청과 궁정동 안가를 허물고 남산 외인아파트를 철거하는 등 파괴지상주의가 성행할 당시 일부 지식인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다.하지만 90%를 웃도는 압도적인 지지에 함몰돼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다. 5년 전에는 몇몇 수구 언론들이 김대중 정권 출범 이전부터 포퓰리즘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김 대통령이 처음 시도한 ‘국민과의 TV 대화’는 ‘성공작’이라는 일반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알맹이보다 이미지’ ‘논리보다는 정서’에 의존한다며 몰매를 맞았다.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제2 건국운동’ 역시 ‘홍위병식 발상’이라는 비난과 역풍에 휩싸여 국민운동으로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DJ정부가 유난히 기득권층으로부터 포퓰리즘 공세에 시달렸던 것은 소수 정권이라는 한계와 NGO시대 개막이라는 시대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포퓰리즘은 1890년 미국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대항하기 위해 생겨난 인민당이 농민과 노동자의 표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데서 비롯됐다.20세기 중반 이후 중남미 국가들이 다수의 저소득 유권자층을 겨냥해 과도한 실업수당 지급,의료비 지원 등 경제원리와 어긋나는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포퓰리즘은 망국의 첩경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줄곧 포퓰리즘 공세에 시달렸다.하지만 시민 중심으로의 권력 재편이라는 논리로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포퓰리즘 공세가 통하기엔 민의가 훨씬 더 성숙돼 있었던 것이다. 우득정 djwootk@
  • 편집자에게/재산세 인상으론 투기 못막는다

    -‘투기과열지구 아파트 재산세 인상 사실상 유명무실화’(대한매일 1월4일자 19면)기사를 읽고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재산세 과세 기준을 행정자치부에서 잘 만들어 시달했음에도 서초·강남·송파구 또는 서울 25개 자치구가 이를 거부한 것처럼 사실과 다른 기사를 여러 언론에서 다뤄 국민들이 혼란해 하고 있는 느낌이다.그러나 대한매일 ‘뉴스인사이드’는 이 문제에 대한 사실접근을 비교적 잘한 것으로 보여진다. 현행 재산세 과세 기준을 크게 건드리지 않는 범위내에서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재산세 인상을 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재산세는 보유세로,‘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논리에 따라 과세되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물의 위치·구조·면적 등에 따라 과세 기준을 정하고 재정경제부의 표준액이 3억원 이상인 아파트에 2∼30%의 가산율을 적용해 재산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자부의 지침은 재산세를 올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것이 목적이다.하지만 행자부 지침을 토대로 서울시에서 25개 자치구에 승인된 내용은 3단계안(일반지구)이나 5단계안(투기과열지구) 가운데 선택토록 돼 있어 유명무실화됐다. 양도소득세·취득·등록세의 적절한 활용과 호화주택 중과세 제도 등으로 투기억제 방안을 마련해야지,재산세의 인상·인하정책으로 투기를 막겠다는 접근은 목적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
  • [사설]인사개혁 엄격한 검증 거쳐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인사제도를 마련하고 있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원칙 인사’와 ‘시스템 인사’를 공약했다.임채정 인수위원장도 “인사는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노 당선자의 뜻”이라고 뒷받침하고 있다.이런 기준에 따라 첫 인수위 실무진은 다면평가를 통해 뽑아 정실주의와 논공행상식 인선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인사의 원칙과 틀은 새 정부의 공직인사에서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인수위측은 최근 ‘장·차관 등 고위정무직 인사에서 인터넷 등을 통한 추천을 받아 반영하겠다.’,‘산하단체장 및 공기업 임원의 남은 임기는 보장하겠다.’는 등 인사개혁 방향을 밝히고 있다.‘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김영삼 정부 시절의 밀실 인사와 깜짝 이벤트식 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현 김대중 정부의 지역편중 인사 등 그 폐해는 국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노 당선자의 새 정부가 나눠먹기식·낙하산식·지역편중 인사를 뿌리뽑고 원칙과시스템 인사를 도입키로 한 선택은 명분이나 시대적 요구로 볼 때 적절하다. 하지만 너무 원칙과 시스템에 얽매이거나 인기영합으로 흘러서는 인사의 융통성이 발휘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인사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되고 엄격한 검증을 거쳐야 마땅하다.그렇지만 적어도 정부의 인사라면 통치철학을 반영하고,숨은 인재를 발굴하며,인기보다는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악역을 발탁하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는 인수위가 이런 점들을 고려해 공정하고 경쟁력있는 인사제도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또 장·차관의 인터넷 추천이라든지, 공기업 임원의 임기를 보장한다든지 하는 안들을 충분한 검토없이 서둘러 내놓지 말기를 바란다.인터넷 추천 등 새 제도에 대한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또 낙하산이나 불공정 인사가 있다면 임기보장보다는 새 인물로 교체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하다고 본다.
  • 대한매일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작 - 장난감 총

    변 혜 령 등장인물 - ♂ 정만석 (30대 초반) ♀ 나채연 (20대 후반) ♂ 박 PD (30대 초반) ♂ 이실장 (40대 중반) 무대 - 스튜디오가 갖추어진, 전형적인 성인 인터넷 방송국이다. 무대 중앙 (스튜디오) - 알록달록한 스테이지, 천장에는 커다란 컴퓨터 모니터가 매달려있고 벽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모니터의 글들이 관객에게 보여진다. 그밖의 공간 (사무실) - 커튼으로 무겁게 가려진 커다란 창문. 책상 위엔 노트북이 놓여져 있다. 바닥, 트라이포드 위에 놓인 카메라에선 작동중임을 알리는 빨간 시그널이 켜져있고 그 옆으론 여기저기 놓여진 방송용 소품 바구니.스테이지와 사무실은 분위기, 조명등이 확연히 다르다. 결국 하나의 공간이지만 이중 공간이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막이 오르면, 알록달록한 스테이지만 현란한 조명으로 반짝인다. 선정적인 속옷 차림으로 홀로 미친 듯이 춤추는 채연. 마치 애무라도 하듯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손동작. 음악 소리 작아지면, 동작 멈추고 간드러지게 웃는 채연. 컴퓨터를 사람 대하듯, 요염하게 시선 보내며 대화한다. 천장에 매달린 모니터에 빠르게 떠오르는 자막들. 현재 인터넷에서 사용되어지는 언어들과 이모티콘, 기호들이 고스란히 스크린을 통해 보여진다. 글 올리는 접속 회원들의 아바타도 성격에 맞게 검정색 선글라스를 끼고 있거나 입혀져 있는 옷들이 선정적이다. 불끈:졸려염 아함~ @@ 무기:열심히 춤춘 당신, 벗어라~ (입 찢어져라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야수:벗어라~ 벗어라~ (양볼이 붉게 물든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자막을 확인하고는, 거리낌 없이 상의를 벗어 던지는 채연. 채 연:아이~ 급하긴….저 나채연, 이름값 톡톡히 한다구요. 달래 PJ라 부르겠어 요? PJ가 뭐냐구요? 아잉~ 순진한 척은….포르노 쟈키의 약자! 다들 아시죠? 전요, 체질적으로 벗는 걸 즐기걸랑요. 안 벗겠다구 내숭떠는 년들, 그 년들은 프로두 아니에요. 몸매가 뭣 같으니까 그런 거지. 다시 떠오르는 자막들. 야 수:마저 벗어 줘~ 이잉~ ㅡ..ㅡ앗 싸:앗싸~ 나채연 홧팅~ *^^*채연, 마저 벗으려는데 무대 구석에서 불쑥등장하는 만석. 어깨에 커다란 가방을 메고 스테이지로 뛰어든다. 만 석:진아야. 이실장:저 미친놈 뭐야? 엉? 잡아와. 빨리! 박 PD, 끌고 들어가려는데 만석의 저항이 거세다. 엎치락뒤치락 격렬하게 버둥대는 두사람. 결국 이실장까지 합세해 스테이지 밖으로 만석을 끌어낸다. 달려가 카메라의 작동을 정지시키는 박 PD. 카메라가 정지되면, 무대조명이 전체적으로 밝아진다.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친 이실장, 다짜고짜 만석에게 주먹부터 날린다. 주먹이 만석의 얼굴에 닿기 일보 직전, 버럭 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 그마안~ 만석의 고함에 스틸 사진처럼 정지하는 사람들. 만석, 가쁜 숨 몰아쉬며 가방을 내려놓는다. 씨익 웃으며 뻗어 있는 이실장의 팔에 가방을 걸어 놓는 만석. 이실장을 건드리지 않고 날렵하게 빠져나온다. 만 석:이게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동방예의지국, 말 그대로 선비의 나라 대한민국! (음 넣어 부르며 방방 뛴다.) 오~ 필승 코리아~ 에서 백주 대낮에 말만 한 처녀가 옷을 벗습니다. 저요? (채연 가리킨다.) 아, 그야진아를 보고 반 가워서 뛰어들었습니다만, (눈 가늘게 뜨고 채연의 얼굴 살핀다.) 아닌가 봅니다. 자 그럼- 이실장 앞에서는 만석, 처음의 자세를 취한다. 만석, 조심스레 가방을 빼낸다. 만족한 웃음 웃으며 자세를 바로 잡다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만 석:어디더라? 오른쪽? 왼쪽? (어느 쪽이 맞을까 손가락으로 점쳐 보고는) 그렇지, 왼쪽. 만석이 왼쪽에 가방 메고 서면,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이실장. 샤샤샥 피하는 만석.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는 채연. 박PD:의상 안 갈아입어? 부리나케 퇴장하는 채연. 이실장:저 새끼 뭐야? 엉? 뭐 하는 새낀데 남의 방송을 통째루 망가 먹어? 박 PD:(연신 카메라 장비 살피며 잔뜩 주눅든 소리로) 그러니까…그게요…회원수 준다고 김작가 짜르구…저 친구 저래뵈두 글발이 장난 아니거든요. 이실장:작가? 저런 띨빵진 놈이 작가란 말이야? 당장 다른 놈으로 갈아치워! 박 PD:웬만한 작가는 우리 방송국 안 와요. 성인 인터넷 방송…머시기 하잖아요? 이실장:머시기? 월급을 두 배나 주는데 멋이 뭐시기해? 거 배때기들 불렀구만? 박 PD:작가 출신은….그 뭣이냐 작가 주의에 입각해서 예술을 하려는…. 이실장:닥쳐! 너 지금 국민 교육헌장 읊어대냐? 무슨 주의? 이~입각? 예술이 밥 멕여주냐? 박 PD:실장님이 주신 돈으루다가 밥사먹죠. 갑자기 모니터에 떠오르는 회원들의 항의성 자막들. 야 수:모야? 모야아~~ 방송사고?? (칼 날리는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조아조아:돈 물어내랏!!! 삐리리 사깃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무 기:당장 탈퇴할래~ 잉잉~ ㅜ ㅜ의상 갈아입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어떻게든 해봐. 항의가 빗발친다구. 이실장:재방 내보내. 빨리! 박 PD:사과 방송 자막 큐! 박PD가 장비를 만지면, 다시 스테이지로 가서 서는 채연. 재방 방송을 재연하기 시작한다. 리와인드 화면처럼 춤추고 옷벗고 간드러지게 웃음 웃고를 반복하는 채연. 스테이지밖에 있는 사람들은 채연의 재방송과는 무관하게 대화를 나눈다. 이실장:2부 방송 어쩔 거야? 엉? 이 십분 뒤잖아? 박 PD:(덥석 만석 끌어다 놓으며) 이, 이 친구가 쓸 겁니다. 만석, 소란을 떠는 사람들과는 무관하게 몽롱한 시선으로 채연만을 바라본다. 이실장, 신경질 부리려는데 휴대전화가 울린다.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벨소리다. 섹시한 여자 목소리로 “오우~ 어빠아~ 전화 받으세요~” 발신 번호 확인하고 180도로 태도 바뀌어 전화 받는 이실장 이실장:예. 예. 고의원님.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을 드리려 고…예? 지금 즉시 사업 기획서 가지고 찾아 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벤 처 투자 건에 저희를 밀어만 주신다면, 분골쇄신! 의원님의 돈줄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통화하며 퇴장) 박PD, 재빨리 만석을 노트북 앞에 끌어다 앉힌다. 박 PD:급하다. 급해. 글쓰란 말이다. 글! 만 석:글? (희미한 미소) 글! (여전히 채연만 바라보며) 처음…로미오와 줄리엣을 각색했다. 진아만의 줄리엣…로미오와의 첫날밤을…줄리엣에게 웨딩 드 레스를 입혔다…. 빠른 속도로 자판을 쳐 대는 만석. 장난감 총을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만석이 대본 치는것을 보고는 화가 누그러진다. 이실장:(장난감 총 건네며) 방송에 써먹을 소품이다. 박 PD:(꼼꼼히 살펴보다) 키야~ 이거 진짜 총 같은데요? 이실장:세상 참 좋아졌다. 가짜가 진짜 찜쪄먹으니 원. 자판만 눌러 대던 만석, 쓰던 걸 멈추고 물끄러미 장난감 총을 바라본다. 총을 조심스럽게 책상 서랍에 넣는 박PD. 빤히 쳐다보는 만석. 박PD, 시선 느끼고 박 PD:다 썼어? 노트북으로 걸어가는 박PD와 이실장, 만석이 써 놓은 것을 읽는다. 이실장:로미오와 줄리엣? 새하얀 웨딩드레스? (몸짓 발짓 줄리엣 배역 흉내내며 새된 소리로) 벌써 가시렵니까? 겁에 질린 당신 귓전에 방금 울린 그 소리는 종달새가 아니라 나이팅게일의 울음소리랍니다. 로미오님, 정말이지 그 소리는 나이팅게일이었습니다. 박 PD:오~ 줄리엣. 나는 잡혀도 좋소. 사형을 당해도 좋소. 이대로 마냥 머물고 싶소. 죽음이여, 오려면 오라. 반갑게 맞아 주마. 줄리엣님의 소원이시다. 이실장:이따우를 대본이라고 쓴 거야? 이걸 엇따 써먹어? 엉? 박 PD:아후~~ 상상해 보세요. 삐리리의 글래머 줄리엣,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서 있다. 헤헤- 그러니까요, 웨딩 드레스란게 안감을 다 뜯어내는 겁니다. 그 러면 속살이…흐흐흐. 거기다 갑자기 비를 뿌려 주는 겁니다. 완전한 영상 미 아닙니까? 하얀 색이 화면 가득, 비에 젖어 있기까지 하니까…거기서 끝나느냐? 말밥 아니죠. 클라이맥스에는 그 하얗고 순결한 웨딩드레스를 천천히, 천천히 벗는 겁니다. 마치, 마치 순결이, 순결이…헤헤헤. 이실장: 거 좋다. 빨리 방송 준비해. (퍼뜩) 그런데? 웨딩드레스가 우리 소품 중에 어딨어? 박 PD:그, 그게… 만 석:내가 가지고 있다. 웨딩드레스…진아가…줄리엣이 입었다…. 가방에서 부스럭부스럭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꺼내는 만석. 반색하며 달려가 뺏어 드는 박PD. 희희낙락하는 이실장. 박 PD:그거 보십쇼. 저놈아, 소품두 준비 안 하구 글쓰는 놈이 아닙니다. 똑부러지 는 놈이다 이겁니다. (폼나게 사인하며) 자- 방송 오분전. 스테이지 조명, 더욱더 천박하게 반짝인다. 그제야 동작을 멈추는 채연. 박PD와 이실장, 웨딩드레스의 안감을 무자비하게 뜯어낸다. 그러고는 채연에게 던져 준다. 재빨리 의상을 갈아입는 채연. 요란한 화장을 고친다. 화려하게 웨이브진 가발까지 벗으면, 긴 생머리가 가지런하다. 어느새 순결한 처녀의 이미지로 변신해 있다.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석. 또다시 채연을 진아로 착각한다. 만 석:진아? 진아야! 달려가 채연을 스테이지에서 끌고 내려오는 만석. 갑작스러운 만석의 행동에 넋빠져 보고만 있는 박PD와 이실장. 두사람, 속수무책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테이지 조명 아래 서 있다. 스테이지 밖의 조명은 전체적으로 어두우면서 몽환적이다. 채연은 스테이지에서 내려오자마자 진아로 변한다. 만 석:진아야. 진 아:오빠. 만 석:며칠만 있으면 결혼식이다. 우리 결혼식…이쁘다 드레스 입은 내색시…. 진아(채연):(주룩 눈물 흘린다.) 오빠…어쩌지…어쩌지? 우리… 할매목소리: 안 된다아~ 만석아~ 이놈~ 이놈시키~ 그년은 창녀여~ 만 석:하, 할매? 진아(채연):(슬피 울며 스스로 스테이지로 걸어간다.) 만 석:(멍하니 보기만 한다.) 진아야? 뭔 소리여 그거이 시방? 응? 진아가 스테이지에 올라서자마자 일순 천박한 조명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스테이지에 올라선 순간 채연으로 변하는 진아. 현란한 음악이 나오면, 스테이지에서 내려오는 이실장. 카메라 작동시키는 박PD. 요염한 포즈로 모니터 앞에서 춤을 추는 채연. 야수:나채연 결혼 하냐? (모니터에서 조그맣게 장송곡이 울려 퍼진다.) 불끈:키야아~ 의상 쥑인다! (눈알 튀어나오는 이모티콘이 떠오른다.) 터프게이:벗는 거보다 더 야시시? 그래두 벗어라!! 귀족:유부녀 돼두 출연하죠? 추카추카~ (장미꽃 다발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힘:벗어라! 벗어라! 음악 소리 작아지며 천천히 몸을 흔드는 채연. 위에서 가느다란 물줄기가 흘러 나온다. 온몸으로 물을 맞는 채연, 젖은 머리 쓸어 올리며 모니터 바라본다. 천천히 옷을 벗는 채연. 반라가 되자마자 확 꺼지는 스테이지 조명. 무대에는 만석만 홀로 서 있는 것 같다. 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만 들린다. 이실장:으흐흐 하하 으흐하하.좋았어. 아주 좋았어. 오늘 접속 회원 수가 근래 들어 최고야. 최고! 돈이 아주 다발로 굴러 들어오는구나 엉? 우히히히. 박 PD:앞으로 모바일과 연계한 성인 방송도 문제없겠어요. 사람들의 소리 들으며 서 있는 만석, 울상이다. 만 석:뭔가가 잘못된 모양입니다. 고향 친구 놈이 서울서 출세했답니다. 무지하게 커다란 방송국에 취직을 했다나요? 그래서…염치 불구하고 친구 놈한테 연락을 했습니다. 아주 반갑게 취직을 시켜준다지 뭡니까? 자그마치 이백. 구미가 당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도통 헷갈립니다. 진아를 닮은 저 여자는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속옷만 입고 있습니다. 나처럼…가난해서일까요? 추워 보입니다. 진아…나의 진아가 말입니다…(웃옷 벗더니) 덮어 줘야겠어…덮어줘야 돼…. 홀린 듯 비척이며 스테이지로 걸어가는 만석. 만석이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조명 밝아진다. 사람들, 우르르 만석에게 다가온다. 이실장:수고했어, 정작가. 내 한눈에 범상치 않은 작가다 싶었어. 이실장,만석의 어깨를 툭툭 쳐주고 퇴장. 과장되게 포옹하는 박 PD. 악수를 청하는 채연. 어리둥절해서 쳐다보는 만석. 덥석 손을 잡아 흔드는 채연. 만석을 잡아끌다시피 노트북 앞에 앉히는 박PD. 채연은 컴퓨터 앞에서 사람한테 하듯 요염하게 웃기도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 박PD, 무대를 바쁘게 왔다갔다하며 만석만 재촉한다. 박 PD:땡기는 대로 써라. 그게 바로 작가의 상상력이라는 거다. 만 석:써? 뭐를, 박 PD:좋은 거 많잖아? 일곱난쟁이와 백설공주! 그거 조오타~ 일곱 명의 난쟁이와 백설공주가 벌이는 정사씬! 키야아~ 만 석:동화? 안데르센? 개구리왕자! 만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스테이지 조명이 천박하게 요동치기 시작한다. 소품 바구니에서 얼른 왕관을 찾아 쓰는 채연. 스테이지 중앙에 올라선다. 그와 동시에 카메라를 작동하는 박 PD. 큐 사인 보낸다. 또박또박 들려 오는 어린아이 해맑은 목소리. 꼬 마:(목소리만) 옛날 옛적, 어여쁜 공주님이 살았습니다. 아름다운 만큼 모든 사 랑을 한 몸에 받았던 공주는, 예쁜 황금 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품 바구니에서 황금 공을 꺼내 얼른 채연에게 던져 주는 박 PD. 아이의 목소리대로 연기하는 채연. 꼬 마:(목소리만) 어느 날, 공주는 황금 공을 가지고 놀다가 연못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놀란 공주가 엉엉 울고 있는데, 연못에서 개구리 한 마리가 나왔습니다. 기괴한 음악 흘러나오면, 흉측한 개구리 탈을 쓰고 등장하는 이실장. 손이며 발이며 개구리의 형상으로 분해 있다. 개구리라기보다는 기묘한 괴물 형상이다. 이상한 춤동작으로 채연에게 다가가 희롱하는 개구리. 그와 대조적으로 맑고 또렷한 꼬마의 내레이션이 계속 된다. 꼬 마:(목소리만) 공주님, 공주님, 울지 마세요. 제게 키스해주면 황금 공을 찾아 줄게요. 채연 위로 올라타는 개구리. 채연과 개구리,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엎치락뒤치락 뒤엉키기 시작한다. 점점 커지는 기괴한 음악. 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 대는 두사람. 두사람의 몸놀림 위에 더욱더 현란하고 천박하게 요동치는 조명. 스테이지 밖에서 아랑곳없이 글만 쓰던 만석,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러고는 스테이지의 광경을 바라본다.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만석, 바라만 보다가 웩웩거리며 토악질을 해댄다. 간신히 비척이며 일어서려는 순간,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괴롭게 헐떡이는 만석, 스테이지가 어둠에 휩싸이자 풀썩 주저앉아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한다. 만 석:이상…하다…이건 안데르센이 아니다…. 스테이지 조명 밝아진다. 그 위에서 이실장, 박PD, 채연은 흥겨운 분위기로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 이실장:우히히히. 좋아 좋아. 갈수록 퀄리티가 높아지는구만? 채 연:호호호. 실장님 기분 요즘 왔다네? 돈방석에 앉는 건 시간문제야. 그치? 나…출연료 좀 올려주라 응? 이실장:나채연이 너, 재계약 도장 찍었어? 박 PD:(바로 주머니에서 계약서 꺼내 머리 조아리며) 준비됐습니다. 계약서. 채 연:도장 없는데? 이실장:지장 찍어. 박 PD:(얼른 귓속말로) 그래도 계약선데 도장을 받으세요. 이실장:요 앞에 가서 이쁜거루다 하나 파라. (주머니에서 오천원짜리 꺼내 쥐어 준다.)힘없이 쳐다보다 돈 받아들고는 퇴장하는 채연. 둘러보다 널브러져있는 만석을 부축하는 이실장. 아무렇게나 만석의 주머니에 돈 봉투 찔러 넣어 주며, 이실장:앞으루두 잘해 보자구. 정작가. (퇴장) 박 PD:수고했다. 만석아. 만 석: 고향 사람들…니가 성공한 줄 안다. 박 PD:너, 돈벌구 싶댔지? 잘만 하면 돈버는 거 시간문제다. 만 석:돈? (절망적으로) 진아…. 박 PD:진아가 그렇게 됐다는 거, 나도 마음 아프다. 하지만, 다 잊고 살궁리를 해야지?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랬다. 요즘 세상, 돈 있음 못할 거 없다. 만 석:다…잊어…? 박 PD:할매 호강시켜 드리고 싶다며? 그래서 불러 줬음 돈벌 궁리나 해 임마. 만 석:진아가…나를 버렸다. 세상이…. 박 PD:그러니까 너도 양심을 버리란 말이다. 그러면 사는 거 편해진다. 그러면 세 상에서 대우받고 잘살 수 있다. 만석을 쳐다보다가 퇴장하는 박 PD. 고개 숙여 흐느껴 우는 만석. 아련하게 진아의 목소리가, 채연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진 아:오빠…만석 오빠…. 만 석:(벌떡 일어난다) 진아? 어딨어 진아야? 진 아:여기…. 소리나는 곳을 쳐다보면 어두운 스테이지에 진아의 실루엣이 보인다.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그러나 스테이지에 오르기도 전에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앉아 있는 진아, 청순함은 바래지고 채연이의 선정적인 분위기가 묻어 난다. 요동치는 조명. 조그만 테이블 들고 등장하는 이실장, 채연 앞에 놓고 앉는다. 양복 입고 촌티 나게 가르마 탄 머리를 올 백으로 넘겼다. 진아가 다녔던 단란 주점의 단골손님으로 분해 있다. 일순 스테이지가 단란 주점으로 변한다. 분주하게 등장하는 박PD, 시골 단란 주점 웨이터로 분해 있다. 쟁반에 양주와 잔을 받쳐들고 진아의 앞에 세팅하기 시작한다. 술 따르기 시작하는 진아. 허허거리며 진아를 더듬는 이실장. 진아가 몸을 빼내려 하자 돈 뭉치 꺼내 진아의 가슴팍에 넣어 주는 이실장. 만 석:(고함 지르려는데 숨이 턱턱 막힌다. 간신히 쥐어짜는 소리로) 진아야. (스테이지로 올라가려는데) 진 아:(일어서서 만석을 막아선다) 지쳤어. 만 석:우, 우리 결혼…. 진 아 :모르겠어? 나…술집 다니는 거 소문 다 났어. 만 석:괘, 괜찮다…. 진 아:(슬픈 표정이나, 모질게) 돌아가. 술취한 이실장, 비틀거리며 진아에게 다가와, 안 듯이 스테이지 쪽으로 끌고 간다. 따라가려는데 눈 부라리며 막아서는 박PD. 진아를 따라가려고 버둥거리는 만석. 박PD, 만석을 세차게 밀어 버린다. 그 힘에 바닥에 엎어지는 만석. 만석이 넘어지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퇴장하는 사람들. 넘어진 채로 흐느껴 우는 만석. 만 석:진아야…. 도장 들고 등장하는 채연. 채 연:엎어져서 뭐하는 거야? 4부방송 써야지?등장하는 박PD. 채 연:(도장 내민다.) 오빠가 찍어. 박 PD:(계약서 보이며) 읽어는 봐야지? 고개 젓는 채연. 채연만 바라보던 만석, 계약서를 가로채 읽는다. 계약서를 박박 찢어발기는 만석. 박PD, 경악해서 말까지 더듬는다. 박 PD:너, 너? 이, 이, 이거? 기가 막혀 입까지 헤- 벌리는 박PD,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더 이상 할 말을 잃는다. 한숨 쉬며 찢어진 종이를 주워 가지고 퇴장하는 박PD. 미친 듯이 깔깔대며 웃어대는 채연. 채 연:호호호호. 진짜 귀엽네 이 오빠? 박PD랑 이실장 찜쪄먹겠어? 만 석:도장 찍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모르는 거니, 진아야? 채 연:(담배 꺼내 문다.) 오년 뒤에 대 스타가 되는 거지. 만 석:거짓말. 채 연:인터넷에, 휴대폰에, PDA에 내 모습이 팍팍 뜰 거야. 앞으로. 만 석:다 거짓말이다. 채 연:멀쩡하네? 안 미쳤어? (만석의 얼굴에 담배 연기 내뿜는다.) 맞아. 말 그대 로 노비 문서. 계약서라는 이름의 노비 문서. 만 석:(콜록거리며) 벗으라면 벗고, 춤추라면 춤추고. 꽃다운 나이 다 보내고 조 금 이라도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위약금 물어내야 한다…. 갑자기 스테이지로 뛰어 올라가는 채연. 스테이지 조명이 다시 강렬하게 비추어진다. 과거, 채연의 모습이므로 조명이 강렬할 뿐 천박하지는 않다. 채 연:안녕하세요? 접수 번호 445번 나채연이에요. (꾸벅) 세계적인 여배우가 되는게 제 꿈이랍니다. 36-24-38. 특기요? 뭐든 시켜만 주세요. 춤, 노래, 연기…(섹시하게 노래를 부르며 몸을 흔들어 댄다.) 라크 버진~ 우~ (갑 자기 노래를 뚝 그친다.) 네? 신음 소리요? 시나리오에 그런 내용은 없던데? 아니에요, 아니에요. 잘할 수 있어요. (리얼하게 신음 소리 내는) 오우~ 아~ 아~ 채연의 간드러진 신음 소리가 최고조를 이르면서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 멍하니 쳐다보는 만석. 일어서려는데, 온통 붉은 빛으로 스테이지 조명이 밝아진다. 스테이지 중앙에 섹시한 포즈로 누워 있는 채연. 그 앞에서 에로 영화 감독으로 분한 이실장이 확성기 들고 앉아 있다. 카메라 들고 설쳐대는 박PD, 에로 영화 촬영겸 조감독으로 분해 있다. 감독(이실장):(소리질러 댄다.) 야-야- 가슴팍 드러나게 팍팍 벗어제끼라니까? 채 연:(겁먹은 목소리로) 가, 감독님. 시나리오가, 내용이 달라요. 감독(이실장):니가 메멘토냐? 한말 또하구 또하구 되풀이하게? 퀄리티를 위해서 씬을 추가했다고 몇 번을 말해? 채 연:그, 그치만, 그치만…. 감독(이실장):니 한 몸 바쳐서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사르겠다며? 오디션 때 니 입으루다가 읊었냐? 안 읊었냐? 채 연:그때는 시나리오가 정상적이었구요…. 감독(이실장):그래서? 채 연:(결연히 일어선다.) 못 찍겠어요. 감독(이실장):(채연의 얼굴에 계약서 던진다.) 이건 엄연히 계약 위반이야. 알아? 채 연:파기할래요. 계약…. 조감독(박PD): 위약금 물어내야 될 건데? 자그마치 삼십배! 채 연:네에? 사, 사, 삼 십배? (스테이지 조명 꺼진다.)어두운 스테이지에서 채연의 신음 소리와 이실장의 목소리만 들린다. 감독(이실장):(소리만) 자-자- 좀더 섹쉬하게- 과감하게 리얼리티를 살려서, 그렇 지. 좀더, 더, 더…소리지르는 만석. 만 석:그만, 그만, 그만! (스테이지는 소리도 조명도 없이 조용해진다. - 스테이지 잠시 보고) 꿈을 꾸는 것만 같습니다. 악몽! 어른이 되어 갈수록 악몽이 늘어 만 갑니다. 그렇게 악몽을 꾸고나면 하나 둘 씩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젠 꿈이 무섭습니다. 꿈…나만의 꿈…(불현듯이) 진아를…찾아야 하는데…진아를…. 미친 듯이 스테이지로 달려가는 만석, 잠시 그 앞에서 주춤 선다. 두려운 얼굴로 스테이지를 바라보다천천히 올라선다. 스테이지에 올라서면, 조명이 밝아진다. 소품을 정리하면서 나지막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채연. 그 옆에 앉는 만석. 채 연:이 세상엔 뭐가 있는지 더 높이 날을 거야. 아무도 내 삶을 대신 살아 주 지 않아~ 애잔하게 채연을 바라보는 만석. 채연의 짙은 화장이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후다닥 채연의 시뻘건 입술을 손으로 지우는 만석. 채 연:뭐, 뭐야? 태연하게 눈의 화장까지 벅벅 지우는 만석. 만 석:이쁘다. 진아야. 채 연:아우씨이~ 변태네 이 오빠? 세차게 만석을 밀어젖히는 채연. 풀썩 엎어지는 만석. 채 연:(거울 찾아 얼굴 본다.) 아우~ 씨바. 엉망이네. 만 석:미…안하다…. 채 연:그렇게 닮았어? 끄덕이는 만석. 거울 보면서 대충 화장기 지우고 스스로 머리를 반듯하게 묶는 채연. 보일 듯 말 듯 미소 짓는 만석. 일순 얼굴 마주보며 웃는 채연과 만석. 채 연:진아라는 사람, 오빠 애인이야? 어딨는데? 만 석:죽…었다. 인간은…환생한다.…그게…너다.…그렇지 진아야? 채 연:순정파네 이 오빠. 그런 사람이 이 바닥엔 뭐하러 기어 들어왔대? 하긴…직업에 귀천 없다잖아? 이왕 온거 빨랑 돈 벌구 이 바닥 떠. 그래야 오빠 두 알콩달콩 여우 같은 마누라랑 살지. 만 석:진아랑 결혼할 거다. 가방에서 옷을 꺼내 채연에게 건네주는 만석. 목위까지 단추가 달려 있는 얌전하고 고상한 원피스다. 만 석:입어 봐. 채 연:나 주는 거야?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는 채연. 흡족한 표정으로 패션쇼하듯 무대를 워킹 한다. 만 석:결혼하자. 채 연:나? 나랑? 실수한 거야. 작가 오빠. 남자들은 말이야, 나를 만지려고는 해 도…특히 결혼이란 말 따윈…안 해. 만 석:진아야…채 연:채연이라니까? 따라 해봐. 천천히. 나, 채, 연. 만 석:나, 채, 연, 결혼…하자. 채 연:첫눈에 반한 거야? 나한테? 만 석:그래. 진아는…채 연:프로포즈라…가능성 있어. 오빠는 에로 작가, 난 에로배우. 딱이다. 딱! 바쁘게 등장하는 박 PD, 채연보고 기겁한다. 박 PD:그 옷 입고 촬영할 거 아니지? 채 연:어때서? 박 PD:이미 써먹었잖아, 그 컨셉? 식상해.채 연:그건 웨딩드레스고 이건…. 박 PD:벗어. 그 옷은 아니야. 영상이 안 된다구. 오로지 자극적인 거 볼려고 돈 내는데. 채 연:믿어 봐. 사람들도 좋아할 거야. 박 PD:실시간 방송이라구. 항의가 빗발칠 거야. 만 석:(시계 보더니 퍼뜩) 카메라 앞에 서. (박 PD 흉내내) 방송 오분전. 박 PD와 만석, 실랑이 벌이는 몸짓. 컴퓨터 앞에 서는 채연. 기어이 박 PD를 뿌리치고 카메라 작동시키는 만석. 손가락으로 큐 사인 보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앉아 있는 채연. 채 연:안녕하세요? 불끈 님, 무기님, 조아조아님. 그 외에도 많이들 들어오셨네요. 순간 모니터에 빠르게 항의성 자막이 떠오른다. 무 기:벗는 게 최상의 정치!! (이빨 드러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노 예:안 벗는 년 프로도 아니라며? (화난 얼굴의 이모티콘 떠오른다.) 밝 힘:삐리리 웬일이니 웬일이니 웬일이니? 나채연 웬 내숭? 미스터빅:오늘, 전 회원 탈퇴의 날… (검은 장미의 이모티콘이 다발로 떠오른다.)떠오르는 자막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는 채연. 안절부절못하는 만석에게 눈짓 보내는 박 PD. 씨근덕거리며 뛰어들어오는 이실장. 무대를 한바퀴 휘익 둘러본다. 이실장:어떤 새끼야? 누가 방송을 이따우로 하래 엉? 둘러보다 카메라 잡고 있는 만석에게 다짜고짜 주먹부터 날린다. 맞고만 있는 만석, 쓰러진다. 계속 짓밟아대는 이실장. 말릴 생각조차 하지못하는 박 PD. 이실장:개새끼. 누굴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말해 봐 새꺄. 계속되는 발길질과 주먹질. 당황한 채연, 다급해져서 원피스를 세로로 ‘부욱’ 소리나게 찢는다. 일순 무대에 스치는 적막. 모든 동작 정지하고 채연만 주목하는 사람들. 암전.조명 밝아지면,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만석. 코며 입이며 피가 엉겨 붙어 있다.손으로 만석의 입술에 묻은 피를 닦아주는 채연. 채연의 손길을 느끼며 시니컬하게 키들거리는 만석. 그런 만석을 바라보다 같이 키들거리는 채연. 영 불편하게 서 있는 박 PD. 박 PD:너…진아가 죽고나서는 정말 이상해졌다. 만 석 ; 아무 것도 모른다. 다들…. 박 PD:결혼할 여자가 술집나간거, 가슴 아프겠지. 자살한 건 더욱 충격일 테고. 하지만…. 만 석 ; 임신했었다. 진아…. 박 PD:뭐, 뭐라고. 너 사고 친 거야? 만 석:내 애…아니다. 박 PD:그러면 술집에서, 만 석:홀아버지 약값 벌겠다고 아무도 모르게 나간 거다. 박 PD:그런걸 동네 사람들한테 들켰으니…. 만 석:세상은 바뀐다는데, 휴대폰에서는, 인터넷에서는 성(性)을 판다는데…진아는…진아는 …. 채 연:원래가 순수한 건 깨지고 흠집 나는 거야. 현실이 그래. 현실이…. 박 PD: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사람도 잊혀진다. 만 석:움직이는 거라구? 사랑이? 광고가 떠들고 인스턴트가 판치고…나는 왜 움직이지 않을까….(채연 바라본다.) 진아는 남아 있는데,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데…왜 모든 게 변할까…. 좋은 건…. 채 연:멋지다. 이 오빠, 맘에 들어. (박PD 보고, 자랑하듯) 나한테 결혼하쟀어. 박PD, 어이없게 쳐다본다. 만석에게 충동적으로 키스하는 진아. 때마침 등장하는 이실장. 이실장:어쭈구리? 눈까지 맞았어? 저 새끼 짜르라니까 너 뭐하는 놈이야? 채 연:벗을게.화끈하게 벗는다구. 회원수 안 줄어. 봤잖아? 옷 찢어서 반응 좋았 던 거. 처음부터 컨셉이 그거였어. 그거였다구. 이실장 ; 뭐야?박 PD:그, 그게, 그러니까…. 이실장:더듬지 말고 말해. 새꺄. 박 PD:마, 맞습니다. 고전적인 원피스에 갑자기 옷을 찢을 꺼라고 누가 상상을 하겠습니까? 이실장:그랬단 말이지? 다시 방송 시작해. 지금부터 내가 방송에 관여한다. 박 PD, 카메라를 손본다. 살며시 만석의 머리를 바닥에 편히 눕히는 채연. 아니꼽지만 참는 이실장. 채연, 카메라 앞에 선다. 차분하게 묶은 머리를 풀어헤친다. 카메라가 작동되면 이실장, 채연에게 인사 멘트하라고 사인 보낸다. 무시하고 음악에 맞춰 천천히 춤추는 채연. 이실장, 말하라고 계속 손짓해 댄다. 채연, 말없이 옷 벗는다. 잠든 것 같던 만석, 벌떡 일어나 채연만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러다가 소리 없이 서랍으로 간다. 장난감 총을 꺼내 드는 만석. 각자의 일에 몰두해 만석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들. 만 석:소, 손들어! 이실장:또 뭐야? 만 석:쏘, 쏜다.이실장:저거 미친놈 아니야? 장난감 총 들고 설치면, 어쩔 건데? 박 PD:그만해. 만석아. 만 석:모두 카메라 앞에 서. 이실장:장난 하냐? 죽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만. 그래, 오랜만에 우리 빙신 춤 한 번 춰 보자. 엉. 이실장이 만석에게 다가가려 하자, 급하게 이실장을 안다시피 카메라 앞에 세우는 채연. 천천히 춤추며 이실장의 온몸을 애무하기 시작한다. 채 연:(귀에 대고) 속삭이는 컨셉이야. 저 총, 소품으로 쓰라며? 이실장:그래? 은근슬쩍 채연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이실장, 기묘한 성적인 쾌감을 느낀다. 점점 더 노골적으로 채연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이실장. 이제는 방송이라는 자각보다는 본능에 따르고 있다. 순간 모니터에 여러 개의 자막이 빠르게 떠오른다. 야 수:와- 새롭다!! 새로운 장르? 에로다큐? (두 눈 튀어나오는 이모티콘 떠 오른다.) 불 끈:앞서가는 삐리리! 오늘 방송 별 다섯 개! (별모양의 이모티콘이 주르르 떠오른다.) 터프게이: 에로 방송 대상 줘라~~ 무교동:리얼리티 짱이다! (엄지손가락 보이는 이모티콘 떠오른다.) 귀족:전국에 알려 회원수 늘려 주자!! 갑자기 쏟아지는 반응을 보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이실장. 이실장:와하하하. 이것 봐라? 반응이 이렇게 좋아? 박 PD:크, 클릭 수가 급증해요. 갑자기 폭주해서 접속이 안될 지경이에요. 이실장:그래 그래. 이 한 몸 바쳐서 한 밑천 땡겨 보자. 우히히. 좋았어. 아주 좋아. 클릭수. 만 석:(총구를 박 PD에게 겨누며) 카메라 앞에 서. 박 PD:너 정말 미쳤어? 이실장:들어와 새꺄. 대장이 벗는데 쫄병이 구경만 해? 울상이 되는 박 PD. 눈을 부라리는 이실장. 어쩔 수 없이 카메라 앞에 서는 박 PD. 스스로 옷을 벗는 이실장. 동물적인 본능과 자극에만 의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PD 역시 처음엔 어색하게 움직이지만, 차츰 채연의 동작에 동화된다. 점점 행위에 몰입하는 사람들. 한 몸이 되어 뭔가에 홀린 듯 같은 동작을 한다. 만 석:나는 너희들을 저주하지 못할 것이다. 너희들이 내게 행한 악은 너무 크고 내가 너희들한테 행한 악도 너무 커서 그것은 자발적인 것일 수 없다. (詩-이지도르 뒤카스) 자연스럽게 채연의 몸을 더듬는 이실장. 그 모습 바라보는 만석. 부들부들 떤다. 총까지 떨린다. 이실장을 겨냥하는 만석. 박PD, 장난감 총인지라 말리지 않고 피식 웃는다. 이실장:쏴. 쏘란 말이야 임마. 그래야 클릭수 늘어나지? 떨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받쳐 잡는 만석. 침착성을 되찾는다. 만석, 다시 한번 이실장과 박PD, 채연을 차례로 바라본다. 아랑곳없이 채연의 옷을 벗기기 시작하는 이실장. 순간, 분노로 경련을 일으키는 만석,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탕-’ 찢어지는 듯 한 파열음. 겨냥이 빗나가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박 PD. 시뻘건 피가 흥건히 번져 나온다. 놀라 만석을 바라보는 채연과 이실장. 만석, 총을 한 번 쳐다본다. 넋이 나가 풀썩 주저앉는 채연. 이실장, 갑자기 무릎꿇고 애걸복걸 빌기 시작한다. 비굴하기 짝이 없다. 이실장:저, 정선생, 아, 아니, 정작가님, 훌륭하신 작가 분이 이러시면 안되죠? 예? 진정하세요. 예술을 하신다는 분이 이러시면 아니 되십니다. 예? 잘못했어 요. 사,살려줘요, 응? 내가, 내가 다 사과할게. 응? 만 석:너희는 너희들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걸었으되 그 두 길은 모두 유사하 고 모두 삐뚤어진 길이었다. (詩- 이지도르 뒤카스) 무표정한 얼굴로 이실장을 바라보는 만석, 악마적인 미소 날린다. 그러고는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긴다. 만석의 얼굴에 피 흩뿌리며 쓰러지는 이실장.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만석을 쳐다보는 채연, 벌벌 떨고 있다. 총을 떨어뜨리는 만석. 털썩 주저앉는다. 아련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채연, 놀라서 만석의 팔을 잡아끈다. 움직이지 않는 만석. 채 연:어, 어쩌지? 만 석:쉬고 싶다…. 채 연:무서워…도망치자. 응? 도망치자. 만 석:니 옆에서…잠들고 싶어 … 채 연:나, 난 아니야. 대 스타가 되는 게 꿈이야. 도망쳐야 돼! 만 석 ; 진아야…. 채 연:옆에 있어 줄게. 일어나. 만 석:(두 눈 감는다.) 채 연 ; 이대로 끝낼 수 없어! 긴박하게 경찰 사이렌 소리 들려 온다. 불안감에 싸여 도망 갈 곳을 찾아 무대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채연. 두껍게 덮여있는 창문 앞에 선다. 와락 커튼을 젖히는 채연, 힘들게 창문을 연다. 밖을 내려다보다 아찔한 현기증을 느낀다. 채 연:(주저앉으며) 토할 거 같아. 노, 높다. 주, 죽으면 어쩌지? 만 석:(비틀거리며 일어선다.) 같이 가 진아야. 채 연:주, 죽는 게 나을까? 아, 아니 잡히는 게? 만 석:이제는 안 놓친다. 점점 더 가깝게 들려 오는 사이렌 소리에 동요하는 채연. 채 연:여기서 끝내는 건 너무 억울해. 도망 쳐야 돼. 만 석:너만 있으면 된다. 사색이 되어 출입문을 바라보는 채연.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려 온다. 점점 울상이 되는 채연, 만석과 함께 창틀에 올라선다. 망설이던 채연, 만석을 의지하며 꼬옥 끌어 안는다. 다시 한번 절망스럽게 문을 바라보는 채연. 문 앞까지 경찰들의 발자국 소리 들린다. 뒤이어 들려 오는 확성기 목소리. 두 눈 질끈 감는 채연. 경관 목소리:너희들은 포위됐다. 손들고 순순히 자수해라. 셋을 세고 들어간다. 하 나, 두울, 세엣- 크게 문 부서지는 소음과 동시에 비명 지르며 뛰어 내리는 채연과 만석.“아악”하는 두사람의 비명이 찢어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진다. 암전. 어두운 무대에 음악 흐른다. 뒤이어 흘러나오는 뉴스. 소 리:다음 뉴스. 오늘 새벽 인터넷 방송국 내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사건 당시 비디오 자키로 촬영 중이던 나모 여인과 가해자 정모씨는 1층에서 도주하려다 추락, 병원에 이송됐으나 나모 여인은 혼수 상태에 빠졌습니다. 정모씨는 현재 약국에서 아스피린을 받아먹고 안정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각 정부 부처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문광부와 내무부는 서로 조사권을 주장, 부서간에 큰 충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여성부에서도 관심을 표명하는 가운데…. 음악 흐르면서 막. ◆당선소감 이제 겨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소리내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저기요… 저 아직 죽지 않고 글써요….”그 이외에는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잠 속에서 꿈결처럼 당선 소식을 들었다.믿어지지 않아 텅 빈 머리로 조금 더 누워서 빈둥거렸다. 남들이 열 개를 가질 때 다섯 개를 가지면 만족한 것이 나라는 사람이었다.하지만,그 다섯 개를 가지지 못하면 미쳐 버리는 것 또한 나라는 사람의 습성이었다.글이라는 것이…,내게는 그 다섯 개였고 전부였다.기쁨을 나누면 배가되고,슬픔을 나누면 반으로 준다고 했던가? 책임감처럼 전화질을 해댔다.그러고는 곧 또다른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앞으로 단명하지 말고 더욱더 좋은 글을 쓰라는 달콤한 채찍질이구나….더 많이 공부하고,겸손한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하는 거구나….그 사실에 눈물 나도록 감사했다. 졸업하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오교수님,깊이깊이 고개숙여 고맙습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정말 감사합니다.따뜻한 시선으로 바라 보아주신 큰아버님과 큰어머님,고맙습니다.당선 소식에 너무나 좋아한 윤환 오빠와 새언니,성희언니와 형부에게도 이 기쁨을 전합니다.선배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되어 준 박수진 선배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애정을 가지고 지켜 봐준 성예 경희 나연 미현 현철 정석 우석 석윤 재중 남헌이…,모두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변혜령 ●약력 71년 서울생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우승컵 양보없다” ◆심사평 모더니즘의 기수였던 T S 엘리어트나 제임스 조이스는 모두 극을 최고의 예술장르로 여겼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쓴 희곡들은 시나 소설만큼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한정된 시공간에서 살아있는 배우가 압축된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희곡은 무엇보다 입체적인 연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문학지망생들에게 희곡은 그만큼 긴 시간의 수련이 필요한 장르다.이번 희곡 응모작들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재가 다양해졌다는 점이다.분단문제나 문명비판,지하철 노숙자나 재개발 문제를 둘러싼 사회문제와 가족관계 등을 골고루 다뤘다.식지 않은 월드컵의 열기도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진부한 시각과 관념적인 글쓰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많은 경우 서술적인 전개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최종심의에 오른 작품은 ‘나난 가노란 말도 못다 고’와 ‘장난감 총’이다. ‘나난…’은 남편의 오랜 병수발을 한 아내가 남편이 잠시 숨을 멈추자 불효한 아들에 대한 분노로 먼저 세상을뜬다는 내용의 작품이다.상황 설정이 기발하고 반전의 묘미를 준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장난감 총’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 이의가 없었다.성인 인터넷 방송국을 무대로 성과 양심이 매매되는 우리 사회의 비극적 단면을 드러낸 작가의식이 결코 가볍지 않다.다채로운 무대활용 기법,동시대적 언어감각,시종 극적 긴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구성력이 자칫 무겁게만 느껴질 수 있는 희곡에 연극적 재미를 더해준다. 오래도록 우리 무대를 지키는 작가로 남길 바란다. 오태석 김미희
  • 새정부 부동산정책 테마별 진단/주택 공급 늘리되 투기·불법은 차단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주택건설업체나 부동산 유통·개발업자,국민들 모두 노무현(盧武鉉)대통령 당선자의 부동산 정책을 꿰뚫어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밑그림은 ‘유리알 경제’ 새 정부의 건설·부동산 정책 흐름을 예상하려면 먼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읽어야 한다.새 정부의 경제정책 초점은 ‘유리알 경제’다.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이 최우선 과제다. 연 7%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공약,‘성장’을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분배’를 강조하는 정책이다.그래서 인위적인 건설부양책 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을 늘리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원칙도 세웠다.그러나 소비자의 이익을 해치거나 지나친 이익을 추구하는 부동산업체는 그대로 두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아직까지 공급자 위주로 기울어져 있는 주택공급 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 ●주택 해마다 50만가구씩 건설 노 당선자의 주택정책 기본 방향은 서민층과 중산층의 안정적인 주거생활과 주택시장 불안요소 제거로 요약된다.저소득층에 대해선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서라도 안정된 주거 생활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임대료 보조 등이 한 예다.주택 공급의 주체에 있어서 공공·민간 부문의 역할도 강조했다.중대형 아파트 공급은 민간 건설업체에 맡기고,정부(공공기관)는 소형 임대 아파트 공급 등에 집중토록 한다는 것이다. 주택 부족문제를 푸는 키는 역시 주택공급에 있다고 본다.해마다 50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임기 동안 25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이 가운데 50만 가구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국민임대주택으로 배정했다.지역적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한 수도권에 153만 가구를 집중 건설할 계획이다.수도권 주택보급률이 90% 가까이 향상됐지만 자기집을 갖고 있는 경우는 아직 60%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공급 질서나 분양가 책정 등은 엄격해질 수 있다.공급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없을 경우 간접적인 규제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상당 부분 ‘뻥튀기’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아파트 분양가도 새 정부의 규제 정도에 따라‘거품’이 사라질 수도 있다.소비자를 우선하는 정책,분배를 추구하는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최저 주거기준 도입으로 주택공급 방법이 바뀔 수도 있다.저소득층을 위한 실질적인 주택마련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주택공급규칙을 대폭 개정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주택공급 방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거래 투명,시세차익 과감하게 거둬들여 분배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지난해 제기된 재산세 인상이 올해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적용된다.행정자치부는 서울과 경기지역 시가 3억원 이상의 아파트 재산세를 3∼23% 올릴 방침이다.당초 인상안에서는 크게 후퇴했지만 부동산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는 재산세를 중과한다는 새 정부의 정책과 맞아떨어지는 만큼 과표현실화를 통한 재산세 인상이 뒤따를 수 있다.국민의 정부에서 처리하지 못한 재산세 인상을 ‘분배’라는 명분을 내세워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종합토지세의 과표현실화 또한 공약에 들어있다.공시지가와 시가 차를 좁히고 토지를 많이 갖고 있는사람에게 그만큼 세금을 무겁게 매긴다는 정책이다. ●사회간접자본투자 활발,건설 일감 풍부 굵직굵직한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호남고속철도가 빠른 시일 안에 착공된다.치수사업과 하천 환경정비 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로 한 것도 눈에 들어오는 대목이다.국토의 대동맥 역할을 하는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망 확·포장도 건설업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현재 2640㎞에 불과한 고속도로를 2010년까지 400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4차선 국도 비율을 2010년까지 50%로 확대한다. 동북아 국제비즈니스 중심지 건설도 가속화된다.인천국제공항의 2단계 건설을 추진하고 기존 공항의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건설업체로서는 공항시설물 공사 증가라는 호재를 만난 셈이다.이 프로젝트는 공항 뿐 아니라 일반 건축,아파트 공사 물량으로 이어진다.인천 영종도·송도 신도시를 중심으로 수도권의 주택 경기 호황도 기대할 수 있다. ●행정수도 이전,지역 균형개발 꾀해 노 당선자는 1년 안에 행정수도 입지 선정을 마치고,3년 안에 부지 마련과 기반시설을 갖추겠다고 말했다.적어도 임기가 끝나기 전 행정수도 이전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공약했다. 행정수도 이전이 실행에 옮겨지면 도로건설,상·하수도 시설 등 사회간접자본 시설투자가 크게 늘어난다.최소한의 정부부담 건설 공사비만 6조원이다.민간 투자비까지 합치면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엄청난 공사다.건설사로서는 모처럼만에 최대의 건설 특수를 노릴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섣부른 결정은 미지수.여소야대(與小野大)상황에서 집권당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행정수도 이전이 최종 정책으로 결정되기까지는 국회 통과와 전문가·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북 투자사업 활발,문화·관광인프라 구축 수요 기대돼 북한 핵문제 해결 등 남북한 평화정착은 정치·외교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노 당선자는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펴기로 했다.대북 투자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새로운 건설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국제자유도시건설과 문화권 개발사업도 활발하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자연적으로 건설 물량이 따라붙을 수 있다. 건설업 제도에 끼칠 영향도 적지 않다.전자정부 구현과 행정 투명성 강조는 공사 입찰제도의 개선을 예고한다.발주자 위주의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건설업체에게 편리한 입찰제도 개선이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중립성과 권한 강화는 가격담합,입찰담합 등에 매서운 눈초리를 들이댄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건전한 하도급 거래질서를 확립하기로 한 것과 함께 ‘투명한 유리알 경제’를 위해 사회적 감시를 강화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류찬희기자 chani@
  • 대한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 ‘꽃 피는 공중전화’ (김경주)

    퇴근한 여공들 다닥다닥 세워 둔 차디찬 자전거 열쇠 풀고 있다 창 밖으로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야근 중인 가발 공장 여공들은 틈만 나면 담을 뛰어넘어 공중전화로 달려간다 수첩 속 눈송이 하나씩 꾹꾹 누른다 치열齒列이 고르지 못한 이빨일수록 환하게 출렁이고 조립식 벽 틈으로 스며 들어온 바람 흐린 백열등 속에도 눈은 수북이 쌓인다 오래 된 번호의 순들을 툭툭 털어 수화기에 언 귀를 바짝 갖다 대면 손톱처럼 앗! 하고 잘려 나 갔던 첫사랑이며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 수화기를 타고 전해 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 가슴에 고스란히 박혀 들어온다 작업반장 장씨가 챙챙 골목마다 체인 소리를 피워 놓고 사라지면 여공들은 흰 면 장갑 벗는다 시린 손끝에보푸라기 일어나 있다 상처가 지나간 자리마다 뿌리내린 실밥들 삐뚤삐뚤하다 졸린 눈빛이 심다만 수북한 머리칼 위로 뿌옇다 밤새도록 미싱 아래서 가위, 바위, 보 순서를 정한 통화 한 송이씩 피었다 진다 라디오의 잡음이 싱싱하다 ◆당선소감 시간이 가고 있습니다 유령처럼. 그대를 비 내리는 창 밖에서 처음 보던 순간이 생각나는군요 나는 은유로 출렁이던 그대의 눈 속에서 무엇을 보았던가요 알 수 없는 세상의 거친 은유에 대해 나는 자주 연민합니다 어머니,아버지,고향,그리고 그대…,그래요 그대라는 계절을 타는 동안 나는 시를 썼던가요 한량없는 마음으로 나는 틈만 나면 노트에 나의 계절들을 옮기기 위해 애썼지요 오늘 첫눈 같은 당선 소식을 받고 무작정 수화기를 들었다가 마음에 주소하나 없이 떠다니던 그 손끝의 떨림에 대해선,맥없이 내려놓는 나의 어정쩡한 자세에 대해선 침묵하겠습니다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많습니다.詩 이전에 이미 詩이셨던,생각하면 눈물로이루어지는 어머니,너무 야위어져버린 종아리로 오늘도 새벽에야 겨우 주무시고 계실 아버지,그리고 두분 당신이 지상에 내리신 희끗희끗한 눈발들 희경+현수,나경… 이승에 없는 누님,아직도 눈빛만 보고 나의 뒤통수를 아무런 이유없이 툭 때려줄 수 있는 고향들 희상 경석 봉섭 성환 진영 승필 계택,나의 파란 피 필용형,힘들게 공부하시는 진이형 등등, 끝으로 부족한 작품에 죽비를 주신 심사위원님들까지 살아 있어 주어 감사합니다. ●약력 본명 김병곤 76년 광주생 원광대 국문과 4년 재학 ◆심사평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시편들은 모두 만만치 않은 솜씨를 보여주었다.높낮이를 쉽게 가늠하기 힘든 작품들 중에서 당선시 한 편을 고른다는 것은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일이기도 했다. 번갈아 작품을 꼼꼼히 읽어보고,선자들은 한여진의 ‘나의 서가’외 5편,권오영의 ‘투입구’외 4편,김경주의 ‘꽃 피는 공중전화’외 4편 등을 최종 후보작으로 정하였다. 이 세 편의 시들은 저마다 장단점이 있었다.‘나의 서가’외 5편의 시들은 평이한 서술로 진솔한 감정을 유연하게 드러냈지만,시적 수사에서 약세를 보여주었고,‘투입구’외 4편의 시들은 유전자 조작 실험쥐나 공룡알 화석 등을 통해 과학적 상상력을 독특하게 포착하고 있지만 이를 시적으로 전환시키는 데는 아직 미흡한 점이 있었다. 김경주의 ‘꽃 피는 공중전화’외 4편의 시들은 이런 약점들을 극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자들의 관심을 끌었다.삶을 객관적으로 투시하는 시선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동시에 사물의 핵심을 놓치지 않는 시적 역량이 신선하게 다가왔다.예를 들어 “서랍 속 손수건에 싸둔 어머니의 보청기까지/수화기를 타고 전해오는 또박또박한 신호음/가슴 속에 고스란히 박혀온다”와 같이 사물의 속살을 파고드는 그의 ‘꽃 피는 공중전화’는 당선시로서 손색이 없다고 판단되었다.다른 투고작의 고른 수준 또한 참고가 되었다. 최종 당선자에게 축하와 격려의 말을,그리고 아깝게 탈락한 응모자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 드린다.또한 신춘문예가 일회성 연례 행사가 아니라 모든 시인 지망생들에게 지속적인 분발과 자기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황동규·최동호
  • 동교동계 해체 지시 안팎/盧당선자 정치적 부담 덜어주기

    김대중 대통령이 2일 동교동계 해체를 지시한 데는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면서 자신 또한 일절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선언적 의미가 있다. 김 대통령은 민주당 총재직 사퇴(2001년 11월)-민주당 탈당(2002년 5월)에 이어 아직도 영향권 안에 있는 동교동계까지 정리함으로써 국내정치와의 연(緣)을 완전히 끊었다고 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지난 16대 대선이 끝난 이후 이같은 구상을 가다듬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낡은 정치 청산과 함께 개혁을 기치로 내건 노 당선자에게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로 판단한 것이다.공교롭게도 노 당선자도 이날 민주당 신년하례식에서 ‘인적청산 반대’ 입장을 밝혀 사실상 두 사람간에 ‘정치적 인수인계’가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더욱이 두 사람이 직·간접적인 교감을 나눴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발언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이와 함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가 사실상 해체돼 있는 상태에서 30여년간 지속되어온 동교-상도동으로 대변되는 가신(家臣)정치의 퇴장을 알리는 조치다. 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구랍 31일 박지원(朴智元)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방휴양지인 청남대로 불러 퇴임 후 국내정치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대통령으로 상징돼온 동교동계라는 말이나 모임,이용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이 박 실장을 통해 자신과 40여년간 정치를 함께 한 동교동계의 해체를 언급한 것은 노 당선자가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물꼬’를 터주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출범에 앞서 새로운 정치질서 구축의 진통을 겪고 있는 민주당을 사실상 ‘백지상태'로 만들어 놓음으로써 새로운 정당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배려하려는 뜻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당권 경쟁 등에서 또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큰 동교동계 해체를 미리 지시함으로써 걸림돌을 제거해 준 셈이다. 박 실장도 이날 “민주당이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당권 경쟁이 있을 텐데 그런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거론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민주당 정치에 김 대통령을 이용하지 말아달라.”고 말해 ‘김심(金心)’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대통령이 동교동계 해체를 지시함으로써 동교동계 외곽조직인 ‘연청’도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정비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풍연기자 poongynn@
  • 盧, 인수위 첫회의 주재 “정책결정 공개토론 거쳐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30일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파격적인 ‘활동 지침’을 내렸다.“정책 결정시 가급적 공개 토론을 거치고,정책 홍보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는 요지였다.이같은 지침은 내년2월25일 취임 이후 청와대와 내각 운영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토론 중시 노 당선자는 이날 인수위원들에게 “북핵 문제와 한·미관계 등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공개토론회를 한번쯤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극비리에 논의돼온 안보·외교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을 정부와 민간이 툭 터놓고 논의해보자는 파격적 발상이다.그는 “꼭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은 빼더라도 여러의견을 두루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여론’을 정책결정의 우선순위에두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정치개혁 추진과 관련,“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처럼 오해를 줘서는 안된다.나도 부처 업무보고 청취에 참석,질문하겠다.”며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당부했다.이는 정책결정시 불만을 최소화하고 국론을 최대한 합치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적극적 대(對)언론 자세 노 당선자는 이날 언론보도와 관련,‘특별 지시’를 내렸다.“인수위 업무중 보도될 만한 사안은 인수위 나름대로 정확한 기사를 작성해 언론인 등에e메일이나 팩스로 브리핑해달라.”고 강조했다.지난 대선 당시 발간했던 ‘노무현 브리핑’이라는 오프라인 신문을 ‘인수위 브리핑’으로 이름을 바꿔 발행하자는 것이다. 인수위 관계자는 “당선자는 공정하고 정확한 여론을 듣고,판단을 내리고싶어한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정순균 인수위 대변인은 “노 당선자는 앞으로 외신기자들에게도 청와대 기자실을 개방할 용의가 있다.”며 ‘언론계 관행’을 바꿀 뜻도 내비쳤다. ◆인터넷 브리핑 노 당선자는 국정운영에 ‘디지털식 업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뜻도 밝혔다.“나와 인수위원들이 언제,어디서든 웹사이트를 열면 인수위 중요 업무 진행상황을 점검할 수 있게 해달라.”는 당부였다.‘수직적 일방통행’보다 ‘수평적 쌍방통행’을 지향하는 노 당선자의 마인드가 깔려 있는 대목이다.정 대변인은 “현재 인수위 내부적으로 운영 중인 ‘CUG’라는 웹사이트를개선해 활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제현안 챙기기 노 당선자는 이날 경제 현안을 직접 챙겨 눈길을 끌었다.그는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정책 일관성과 국제 신인도를 위해 매각방안은 당초 계획대로진행시키되,노사 및 노정간의 갈등 극복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매각하더라도 노조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또 “선물시장 문제에 대해 조사해 보고해달라.”고 밝혀,선물시장의부산 이전에 반대해 증권거래소 노조가 벌이고 있는 첫 파업에 관심을 표시했다. 김상연기자 carlos@
  • 윤곽 드러낸 경제브레인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향후 5년간 국가경제를 이끌 노무현 정부 경제브레인의 컬러가 윤곽을 드러냈다.면면을 살펴볼 때,당초 예상보다 더욱 진보·개혁적인 성향의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게 중평이다.내년2월 새정부 공식출범 이후,일부 인사의 입각 등 행정참여도 예상되지만 설사 그러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들은 현 정부 임기동안 이른바 ‘노노믹스’에지속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학문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특색은 ‘변형윤(邊衡尹) 스쿨’의 부상이다.인수위 경제1분과 이정우(李廷雨·경북대 교수),2분과 김대환(金大煥·인하대 교수) 간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68학번 동기로 변형윤 스쿨의 핵심이다.변형윤 스쿨은 변형윤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의 제자 가운데 ‘분배’를 중시하는 진보적 학자 그룹을 가리킨다.김태동(金泰東) 전 청와대경제수석,이진순(李鎭淳)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윤원배(尹源培)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 현 정부에서 중용됐던 ‘중경회’(中經會) 멤버들도 상당수가 변형윤 스쿨에 속한다.이정우·김대환 두 교수는 같은 과 2년 선배인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과도 개혁지향적 경제학에서 맥을 같이 한다고 할수 있다. 재경·통상 등을 담당할 이정우 교수는 재벌구조 개혁,소득과 부의 분배,분배정의,저소득층 대책 등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재벌은 재벌이고,대기업은 대기업’이라며 잘못된 재벌시스템 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노 당선자의 정책기조를 구체화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정보통신·과학기술·건설교통 등을 맡은 김대환 교수는 1994∼97년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맡는 등 시민단체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 왔다. 경제분과 위원 역시 상당수가 진보적 색채를 띠고 있다.이동걸(李東傑) 위원은 금융연구원에 있으면서 학계는 물론,시민운동단체로부터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소신있는 학자다.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반대하고 재벌지배구조에 대해 상당한 연구성과를 냈다.경제분야 인수위원 중 가장 연소자이자 가장 진보적인 학자인 정태인(鄭泰仁)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재야운동권에 몸담으면서 90년대 전반의 진보주의 경제학의 이론가로 재야운동권 학생들에게 널리 읽히는 책들을 여러권 냈다. 이들에 비하면 연장자 그룹인 허성관(許成寬·동아대 교수) 박준경(朴埈卿·KDI 선임연구위원) 위원은 제도권 연구기관에서 오래 연구활동을 한 경력을 살려 ‘개혁’에 쏠릴 경제 분과에서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박기영(朴基榮·순천대 교수) 위원은 경실련 등 시민단체의 환경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왔으며,정명채(鄭明采·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 위원은 농업개방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에 휩싸인 농촌경제 ‘구조조정’의 밑그림을 그리는 일을 떠맡게 됐다. 이번에 인수위에 들지는 않았지만 노무현 당선자의 경제공약 수립을 주도해 온 전문가그룹들,즉 KDI 유종일(柳鍾一)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 장하원(張夏元) 연구위원,서울시립대 신봉호(申鳳浩)·숙명여대 윤원배(尹源培)·이화여대 윤여진(尹汝辰) 교수 등도 계속 경제정책 수립에 조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강봉균(康奉均)·김효석(金孝錫)·정세균(丁世均)의원 등 ‘경제3인방’과 남궁석(南宮晳)·장재식(張在植) 의원 등이 경제브레인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
  • [우리고장이 원조] 해돋이

    ★강릉 정동진 “우리지역이 원조” “명백한 우리고장 출신” 지방자치단체들 간에 ‘원조,으뜸’ 다툼이 치열하다.한강 발원지와 땅끝마을 논란에서 심청·홍길동 출생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쟁이 그치지 않는다.물론 이들 지역간 다툼의 배경에는 지역 명소 상징물 조성으로 내고장의 얼굴을 알리고,캐릭터사업 등을 통한 관광수입 증대도 겨냥하고 있다.해마다 연말에 되풀이 되는 전국에서해가 가장 먼저 뜨는 해돋이 지역 논란을 계기로 대표적인 ‘원조,으뜸’ 다툼을 시리즈로 짚어 본다. 검푸른 파도와 하얀 포말 속에 맞는 강원도 강릉 정동진의 해맞이는 어느곳보다 감동적이다. 정동진은 조선시대 한양의 광화문밖 정동쪽에 위치해 있는 바닷가라 해서 붙여진 이름에서부터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드라마 ‘모래시계’로 일약 시골 간이역이 명소가 되면서 새해 등연초에는 한해에 수백만명씩 찾는 순례지가 되다시피하고 있다.붉게 솟아 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연인끼리 혹은 가족끼리 새벽시간 서울 청량리 등에서밤새 열차로 달려와 바다에 내리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정동진이 유명세를 타는 또다른 이유는 이곳이 바다와 백사장,기암절벽,깨끗한 포구 등이 어우러지고 주변에 볼거리 가볼만한 곳이 널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백사장에서 해돋이를 보고 정동진역 바로 옆 호물지산(고성산)이라 불리는야산에 오르면 산새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좀더 넓은 정동진의 이곳저곳을조망할 수 있다.높이가 100m도 안되는 소나무 숲으로 이뤄진 야트막한 산은등산로까지 갖춰져 있어 데이트 코스로 제격이다. 정동진 해수욕장에서 북쪽으로 1㎞쯤 떨어진 곳에 있는 등명해수욕장도 오염되지 않은 조용한 곳이다.정동진역을 끼고 등명해수욕장까지 승용차를 이용하면 절벽과 바다가 연출하는 풍광이 장관이다. 이곳에서 200m쯤 북쪽으로 이어지며 서울에서 가장 동쪽,푸른 동해를 바라보며 웅장하게 자리한 등명낙가사 사찰이 손님을 맞는다.동해바다를 바라보고 금당터 아래에서 사시사철 콸콸거리며 쏟아지는 등명약수로 목을 축이면극락이 따로 없다. 이밖에 기암괴석과 함께 자갈로 뒤덮인 바닷가조그만 어촌마을 ‘심곡’과 해안을 따라 적갈색 흙과 모래 자갈로 700여m에 걸쳐 발달한 해안 단구,북한 잠수함과 해군 함정 등이 전시된 통일공원,정동진 조각공원 등 볼거리 가볼만한 곳이 손에 잡힐듯 곳곳에 펼쳐져 있다.그래서 정동진은 해돋이 관광명소의 원조로 자부한다.강릉시는 새해 1월1일 해돋이 행사를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해 놓고 있어 새해 소원을 기원하려고 찾는 가족 또는 연인끼리의 여행에 또다른 즐거움을 줄 예정이다. ★포항 호미곶 한반도의 동쪽 끝으로 지형상 호랑이 꼬리 부분인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호미곶 해맞이 행사는 전국에서 단연 으뜸이다. 지난 2000년 새해를 앞두고 대통령 특별자문기구인 ‘새천년 준비위원회’가 전국에서 개최된 37개 각종 해맞이 행사 가운데 유일한 국가공인 행사로지정했을 정도다.우리나라의 최동단으로 가장 해가 먼저 뜨는 곳이며,역사적·지리적 상징성이 깃든 곳이기 때문이다. 새 천년 첫 국가 행사로 열린 ‘한민족 해맞이 축전’이 바로 이를 입증한다.호미곶은 쪽빛 바다와 흰 파도,갈매기들의 힘찬 날갯짓,우뚝 솟은 하얀등대,항로를 찾아드는 고기잡이배 등이 어우러져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특히 새천년 해맞이 행사와 때를 맞춰 채화된 전북 변산반도의 ‘20세기 마지막 불씨’와 남태평양 피지섬(지구의 날짜 변경선)의 ‘지구의 불씨’,울릉군 독도의 ‘즈믄해의 불씨’,호미곶의 ‘새 천년 시작의 불씨’가 합화(合火)된 ‘영원의 불’이 안치된 곳으로 유명하다.또한 영원의 불 성화대로거대한 청동조형물(가로 15m×세로 20m)인 ‘상생의 손’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이밖에 인근에 1903년에 건립된 호미곶 등대와 항로표지 용품과 바다 관련 유물 3000여점을 전시한 국내 유일의 국립 등대박물관,풍력발전기 등이 있어 연중 150만여명의 관광객들로 북적댄다. 포항시는 새해 전야(저녁 8시)부터 계미년 첫 아침(오전 11시)까지도 30여만명의 관광객들이 참가한 가운데 농악·사물놀이와 춤 공연 등을 곁들인 ‘한민족 해맞이 축전’을 다채롭게 펼친다. 호미곶의 일출은 예부터 유명하다.육당(六堂) 최남선은 이곳을 호랑이 꼬리라 이름하고 영일만(지금의 호미곶 일대)의 일출을 조선 십경(十景)중의 하나로 꼽았으며,동국여지승람의 ‘영일현(迎日縣)편’에는 해맞이 고장으로적고 있다. 김정호도 ‘대동여지도’에서 호미곶을 한반도 최동단으로 표기했으며,대동여지도 제작을 위해 호미곶을 7번이나 다녀간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호미곶의 새해 일출은 다른 지역보다 다소간 늦고 빠른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운 상승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말했다. ★울주 간절곶 자연경관이 뛰어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의 바닷가 간절곶도 해맞이 관광명소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푸른 바닷가에 우뚝 솟은 등대가자아내는 낭만적인 분위기,새천년 해맞이 행사때 조성해 놓은 조각공원 등주변 경관이 수려해 평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한해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는다. 특히 울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등대 옆 직원숙소 1층에 일반인들을 위한 휴양·숙박시설을 마련해 일년 내내 관광객들이 싼값에 이용할 수 있다. 울주군은 2003년 새해 아침에도 많은 해맞이 관광객이 몰려들 것으로 보고간절곶에서 오전 7시31분 22초,해 뜨는 시간을 앞뒤로 다양한 해맞이 이벤트를 갖는다. 간절곶은 지난 2000년 새해를 앞두고 ‘새천년 준비위원회’가 전국 ‘새천년 일출행사 지역’ 가운데 한곳으로 선정,전국 규모로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가 열린 것을 계기로 해맞이 관광명소로 전국에 널리 소문이 났다. 당시 새천년 첫날 솟는 해를 우리나라 바닷가 지역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볼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쇄도하는 바람에 주변 도로가 마비,주차장으로 변해 차안에서 새해맞이를 하는 진풍경이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간절곶은 해마다 새해 첫날 우리나라 바닷가 지역 가운데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천문연구원측은 간절곶과 울산 동구 방어동 방어진의 새해 첫날 일출시간이 오전 7시31분대로 우리나라 바닷가 지역에서는 가장 빠르다고 밝혔다. 포항시 호미곶은 오전 7시32분대,강원도 정동진은 오전 7시39분대로 이보다약간 늦은 편이다.해안가에서는 간절곶이 새해 해가 뜨는 것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해맞이 ‘원조’지역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국천문연구원 정보실 안영숙(安英淑) 책임연구원은 “각 지역일출시간은 해발 고도 0m에서 보는 것을 기준으로 지도상으로 계산한 시간이기 때문에 해당지역의 해발 고도나 기상상태 등 보는 여건에 따라 실제 해뜨는 시간은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따라서 이론상 계산한 시간을 몇초까지 따지며 해돋이가 빠르거나 늦다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종합 정리 강원식기자 kws@
  • 美 ‘맞춤형 봉쇄’ 전략 수립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계획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북한에 대해 경제적·정치적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한 포괄적인 새 전략을 마련,곧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28일(현지시간) 밝혔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그러나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북한을 공격할 계획은 없다고 29일 밝혔다.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NBC방송의 ‘언론과의 만남’과 폭스뉴스,ABC방송에 잇따라 출연,이같이 말했다.그는 “미국은 앞으로 수개월간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지 지켜볼 것”이며 “북한을 위협함으로써 한반도에 위기감을 조성하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먼저 태도의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어떤 식의 지원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일명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로 불리는 새 전략에 미국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대북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북한의 미사일 수출선박을 해상나포하는 ‘제한적 무력사용’까지 동원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특히 현재의 상황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북한과의 모든 협력을 중단하도록 한국에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전략은 조만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시행에 들어가며 미사일선박 나포 등 일부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관리들은 밝혔다. 미국은 이 전략을 관철시키기 위해 한국을 포함,일본·러시아·중국 등 관련국들에 “최대한의 외교적 협력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맞춤형 봉쇄’라는 이름은 이라크·이란 등 다른 불량국가와 달리,북한에만 적용하기 위해 한반도의 특수사정을 감안해 만든 전략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이 관리들은 설명했다. 관리들은 이 전략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으로 하여금 핵무기 개발계획을포기토록 유도하는 것이며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할 경우,미국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직 미 행정부 관리들이나핵전문가들은 한·일 등 미국의 우방들이북한경제의 붕괴를 초래할 경제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이 전략이 현재 마련돼 있는 북·미간 공개 대화채널을 외면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mip@
  • ‘투명한 국정’ 의지 강조 당개혁 지지 확보 포석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26일 중앙선대위 당직자 연수에서 개헌과정당개혁,인사 대탕평 원칙 등 국정운영 방향과 집권 청사진을 전격 발표하자 민주당 안팎에서는 발언 배경과 영향을 놓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 당선자는 이날 행사를 준비하는 실무진에게 일부러 많은 시간을 할애해줄 것을 부탁한 뒤 50여분에 걸쳐 노무현 정부의 운용방향을 작심한 듯 자세히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당내 반응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현역 의원과 당직자들 다수는 노 당선자의 깜짝 발표에 다소 놀라면서도 반기는 표정이었다.노 당선자의 격려사 도중 참석자 500여명의 박수가 끊이지 않은 점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이날 행사를 총괄했던 이재정(李在禎) 유세·연수본부장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리에서 국정운영 방향을 잘 밝힌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선대위의 한 본부장은 “개인적으로 아쉬워하는사람도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노 당선자가 큰 틀에서 올바른 원칙과대의를 밝힌 만큼 다들 공감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직자들도 노 당선자의 발언에 고무되는 표정이었다.정기남(鄭基南) 국민참여운동본부 기획실장은 “선거 때만 당과 당직자들을 치하하던 게 기존 정치지도자들의 관행처럼 돼 있다.”면서 “그러나 노 당선자는 선거 후 당직자들 앞에서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사기를 앙양하는 것을 보면서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발언 배경 노 당선자가 이날 이같은 ‘마스터플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당선자 신분으로 대통령 취임 전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국정운영의 의지를 밝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특히 최근 대선 승리 후 당 안팎의 분위기가 들떠 있는만큼 노 당선자의 측근 및 당직자들이 ‘실수’를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미도 가미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치 및 당내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당내 지지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재정 본부장은 이와 관련,“당원들에게 앞으로 더욱 도움을 많이 받고 국정운영을 해나가야 하기 때문에 자신의정치철학을 보여준 것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대해선 정치개혁 등과 관련,‘시간표’를 제시함으로써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에 대해 개헌논의 등을 공식 제안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당선자 주변에선 총리 후보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특히 고건(高建) 전 총리의 경우 노 당선자가 밝힌 ‘안정 총리’의 적임자로 평가되면서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차기 총리후보감을 강력히 거명되고 있다.고 전 총리 외에도 김원기(金元基) 정치고문과 이홍구(李洪九)·이수성(李壽成) 전 총리 등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양평 홍원상기자 wshong@
  • 인수위간사 인선 안팎/진보학자 주류 ‘개혁 줄달음’

    노무현 당선자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잡을 인수위원회 간사진에 현실 정치인이 아닌 학계 인사들을 대거 발탁한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7개 분과위 간사·본부장 가운데 무려 6명이 소장파(40대 후반∼50대 초반) 현직 대학교수다.자연히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보다 참신하고 파격적인 정책을 입안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여기에 대다수가 진보성향의 학자로서,오랜 기간 노 당선자와 “나라를 이렇게 바꿨으면 좋겠다.”는 ‘꿈’을 교환해온 사람들이다.또 역대 정권에서는 미국 박사 출신이 중용된 데 반해,이번엔 미국 박사 3명과 유럽 박사 3명으로 균형을 맞춘 점도 주목할 만하다.유럽학파는 중도 진보적 색채가 강한편이다. 종합해보면 “노 당선자가 예상보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관측이 가능하다.물론 인수위가 학자들 일색으로 짜여졌다는 점에서,현실과너무 동떨어진 정책이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도 적지 않다.이에 대해 임채정인수위원장은 “지금껏 당선자의 정책에 깊이 관여,각종 성안을해왔던 인사들이라 문제없다.”고 일축했다. ◆기획조정분과위 이병완 간사-현 민주당 정책위 상임부의장으로,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과 정책위 부의장을 지내는 동안 임채정 위원장과 줄곧 호흡을 맞춰왔다. ◆정무분과위 김병준 간사-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로,노 당선자 자문교수단의‘좌장’격이다.93년 노 당선자가 만든 ‘지방자치경영연구원’의 이사장을맡으면서부터 핵심인맥으로 활동해왔다.지방자치,지방분권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이번 대선에서 ‘행정수도 이전’ 아이디어도 김 교수가 냈다고 한다.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윤영관 간사-서울대 교수로,세계화론자다.경선 전부터 노 당선자의 외교정책 초안을 마련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해왔다.2000년에 낸 저서 ‘21세기 한국 정치·경제 모델’은 노 당선자가 2∼3차례나 완독했을 정도다.책의 내용은 정치·재벌 등 한국 사회의 주요권력이 유착하면서 IMF가 초래됐다는 것이다.미국 존스홉킨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미국에 인맥이 많다.한·미관계는 ‘상호협력적’으로,남북관계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경제1분과위(재경·통상) 이정우 간사-경북대 교수로,국내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균형발전이론가’로 통한다.당연히 공평한 소득분배와 빈부격차 해소,저소득층 대책 등에 관심을 기울여왔다.노 당선자가 후보가 된 이후 당초 5%였던 성장공약을 7%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여성 노동력 활용도를 높이고,남북평화정착을 통해 동북아시대를 열면 2%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경제2분과위(건교·농림·정보통신) 김대환 간사-인하대 교수로 한국노총자문위원,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맡는 등 왕성한 ‘현실참여’로 널리 알려져 있다.재벌개혁에 대한 굳은 소신을 갖고 있다.자본주의 사회에서의 노동운동에 대한 글을 많이 써왔다. ◆사회문화여성 분과위 권기홍 간사-영남대 교수로 사회복지 균형발전과 장애인 복지에 특히 관심이 많다.대구 사회연구소 소장을 맡는 등 대구지역 시민단체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소득 재분배와 노동자의 참여를 통한 산업민주화에 관한 글을 주로 써왔다. ◆국민참여센터 이종오 본부장- 계명대 교수로 한국사회의 개혁과 사회운동의 정치세력화 등에 관해 주로 글을 써왔다.민주당을 탈당해 국민통합21로간 신낙균 전 의원의 동생 신필균 장애인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의 남편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 경남도 공무원 15명 징계

    경남도는 26일 경찰이 도청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한 가운데 인사위원회를열어 행자부장관실 점거농성자와 연가투쟁 주동자 등 15명을 징계했다. 전국 공무원결의대회 등을 주도한 김영길(44·경남도) 전공노 경남본부장을 파면하고,연가투쟁을 주도한 이병하 도청지부장과 행자부장관실 점거농성자 2명 등 3명을 해임했다.또 연가투쟁에 앞장선 김해시청지부 문용주 조직부장 등 5명에 대해 정직 1개월씩 중징계하고,상경투쟁에 참가한 6명은 견책처분을 내렸다. 파면된 김 본부장은 인사위에 출석,소명한 후 곧바로 경찰에 연행됐다.나머지 징계처분자들은 절차에 따라 소청심사를 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징계대상자들은 이날 인사위원장인 장인태 행정부지사에 대해 “공무원노조 합법화를 묵살해온 행자부에 장기간 근무했다.”는 이유로 ‘인사위원 기피신청’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공무원 징계와 관련 업무상 상급자나 친족 등이 제척된 사례는 있었지만 특정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은사상 처음이다. 지난달 26일 무산됐던 도 인사위가이들에 대한 징계를 단행함으로써 그동안 미뤄졌던 도내 시·군 인사위도 연내에 연가파업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보여진다. 전국적으로는 서울시와 전남도를 제외한 시·도가 징계를 의결했다.전남도는 광양시가 중징계를 요구한 2명,순천시는 경징계 대상 24명에 대해 27일각각 인사위를 열어 징계할 예정이다. 공무원노조는 징계결과에 대해 “노조에 대한 전쟁선포로 받아들인다.”며“앞으로 소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물론 연말 종무식과 내년 시무식을 거부하는 등 투쟁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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