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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극장으로 피서갈까

    초등학생들이 여름방학을 맞은지도 벌써 2주일여. 이어지는 찜통더위, 그렇다고 날마다 물놀이를 갈 수는 없는 일이고…. 다행히도 올 여름엔 아이들에게 보여줌직한 애니메이션들이 유난히 많다. 집안에서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는 아이 손을 이끌고 한두번쯤 극장으로 피서를 다녀오는 아이디어도 꽤 근사하지 않을까. ●마다가스카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올 여름 최고의 애니메이션. 개봉 열흘만에 100만 관객을 끌어모으는 위력을 과시 중이다.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최고 인기스타인 사자 알렉스,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가 어느날 뜻밖의 사고로 마다가스카섬으로 보내져 필사의 탈출시도를 한다는 내용.‘슈렉’을 만들었던 드림웍스의 작품이니 화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발리언트(8월5일 개봉) 영국 제작사 방가드 애니메이션이 만들고, 스코틀랜드 출신인 이완 맥그리거가 주인공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2차 세계대전 막바지. 연합군의 메신저 역할을 하던 영국의 비둘기 부대가 독일군 독수리 ‘팔콘’의 계략으로 위기에 처하자 어린 비둘기 발리언트가 자원입대해 비둘기 부대를 일으켜 세운다는 줄거리. 특별한 지략이 없어도 용기백배해서 팔콘에 맞서는 발리언트의 활약이 영화의 핵심이다. ●로봇(28일 개봉) 가난한 식기세척 로봇의 아들로 태어난 로드니. 어릴 적부터 뛰어난 발명가를 꿈꿨던 그가 청년이 되어 로봇시티의 최고 발명가 빅웰드를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악덕 로봇 라쳇의 음모에 빠져 유배된 상태. 로드니는 이제 세상의 모든 낡은 로봇들을 폐기처분하려는 라쳇의 음모에 맞서기 위해 고물 로봇들과 힘을 합친다. 로드니 주변의 가난한 로봇들의 생활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그것을 비틀어 은유한 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빛나는 유머 소재들로 꽉 찼다. ●그리스 로마 신화-올림포스 가디언(28일 개봉) 국내에서 1000만부 넘게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작으로 한 극장판 국산 애니메이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자극에 길들여진 어른 관객들이 보면 좀 밋밋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자면 충분히 ‘재미’와 ‘교양’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작품이다. ●펭귄-위대한 모험(다큐멘터리·8월4일 개봉) 애니메이션 뺨치게 재미있고 다채로운 다큐멘터리.1년 내내 눈으로 뒤덮인 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어떻게 짝을 짓고 새끼를 치는지 등 1년살이를 입체적·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내레이션은 이금희 아나운서, 목소리 연기는 성우 배한성, 송도순, 아역 배우 박지빈 등.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방학엔 다도해 비경을

    방학엔 다도해 비경을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서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는 여행지를 정하는 일이다. 모처럼 가족들끼리 푸른 바다에 몸을 담그고 쉴 수 있는 곳이라야 하고, 아이들에게 뭔가 유익한 추억도 남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디 피서객들로 크게 붐비지 않는 즐겁고 유익한 여행지가 없을까. 그렇다면 주저없이 다도해가 펼쳐진 서남해안으로 떠나보자.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쪽빛 바다와 남도 특유의 문화를 함께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맛깔스러운 음식이 있어 아이들의 편식 걱정은 접어도 좋다. 대부분 살찔 염려가 없는 웰빙 식품이라 어른들에게도 딱이다. 여름 성수기에도 비교적 사람들이 크게 붐비지 않는 다도해의 비경 외달도(목포)와 조도(진도)로 안내한다. 목포·진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외국에 온 것 같아요” - 외달도 ●아이들을 위한 열대의 쪽빛섬 ‘여기가 우리나라 맞아?’‘사랑의 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목포의 외달도는 이름만큼이나 예쁜 섬이다. 열대 지방의 리조트를 연상시킬 만큼 이국적인 정취를 뿜어낸다. 푸른 바다와 인접한 해수풀장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외달도행 신진페리(061-244-0522)에 오르자 서남해안에 점점이 박힌 섬들이 하나둘 스쳐 지나갔다. 외달도는 목포에서 불과 6㎞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고하도와 달리도, 율도를 거쳐 도착하기 때문에 시간은 50분쯤 걸린다. 요금은 1인당 왕복 7000원. 페리는 2시간 간격으로 하루 6차례 운항한다. 배를 놓치면 북항(270-8584)에서 일명 ‘쌕쌕이’로 불리는 낚싯배를 이용하면 된다. 10명까지 인원에 상관없이 편도 2만 5000원이다. 시간은 15분. 선착장에 내려 해변을 따라 왼쪽으로 100m쯤 지나 해변에 인접해 있는 해수풀장(276-9676)에 도착하자 아이들의 아우성이 즐겁게 메아리친다. 지난해 완공돼 올해가 사실상 첫 개장으로 아직까지는 덜 알려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적다. 청정해역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가장 큰 매력. 환경부로부터 ‘자연생태 우수마을’, 해양수산부로부터는 ‘100대 아름다운 섬’으로, 전남도에서도 ‘아름다운 섬마을’로 지정된 곳이다. 오전 9시 문을 열어 오후 5시 문을 닫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해수욕장과 샤워실 등 시설 이용료가 없다는 것. 내년에는 유료화를 검토중이지만 크게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목포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숙박용 텐트는 1박에 2만원(275-9676). 해수풀 앞에는 갯벌 생태체험장이 있어 각종 조개와 고둥을 채취할 수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훌륭한 자연학습장 구실을 한다. 해수풀 뒤에는 왕골이 우거진 천연 습지가 있어 개구리 울음소리와 풀벌레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섬은 걸어서 30분이면 일주할 정도로 크지 않지만 경치가 빼어나다. 선착장을 따라 오른쪽으로 걸으면 멋진 해상 콘도형 유료 낚시터(246-3170)가 있는데 바다에 설치된 가두리 양식장에서 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낚싯대와 미끼는 무료로 제공되며 잡은 고기의 종류에 따라 돈을 내면 된다. 참돔은 마리당 1만 6000원, 농어·감성돔은 마리당 8000원이다. 무료로 회도 썰어준다. 이 곳에서는 숙박도 할 수 있는데 1인당 7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방이 3만원이다. 외달도에 붙은 무인도 별섬은 앙증맞을 정도로 귀엽다. 외달도 해수욕장과 등대, 갯바위 낚시터 등도 있으며, 섬 중심에 있는 해발 64m의 매봉산은 최고의 산책코스다. 이 곳의 먹을거리는 최고의 여름 보양식. 특산물인 전복과 고둥, 굴, 소라 등 해산물 요리와 토종 촌닭을 맛볼 수 있다. 아이들의 편식 걱정을 접어도 좋을 만큼 맛있다. 해수욕장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김순엽 민박집(261-1347)이 있다. 무공해 야채와 도다리 매운탕 등 한상 가득 나오는 한정식이 1인당 5000원이며, 촌닭 1마리 3만원, 전복은 15마리를 썰어 한접시에 7만원이다. 숙박료는 2만 5000∼3만원이다. ●세계에서 2점뿐인 공룡화석 목포의 박물관은 다른 곳과 달리 알차다. 자연사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 전시관이 있는데 모두 국내 최고의 전시관이다. 용해동 입안삼 자락에 있는 목포 자연사박물관(276-6331)은 12개 전시관에 1만 3000여점의 희귀 전시품을 전시한 자연생태학습의 요람이다. 지구 46억년의 자연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지질관 등은 세계에 단 2점뿐인 공룡화석 렙토세랍토스와 임신한 해양파충류 화석이 전시돼 있다. 성인 3000원, 초등학생 1000원. 인근 국립해양유물전시관(270-2000)은 우리의 오랜 해양역사의 하나인 고대 선박의 발달사와 송·원대 도기문화를 보존·전시하고 있다. 완도선실, 신안선실 등 4개 전시실에는 해저에서 인양한 유물 등이 전시돼 있다. 성인 600원, 어린이 무료. 인근에는 남농기념관과 문화예술회관이 있다. 외달도 옆 고하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때 108일 동안 머물던 곳으로 사당이 있다. 목포시청 관광과(270-8217). ■ 절로 신나는 섬-조도 ●푸른 바다에 깃털처럼 뿌려진 조도 남근바위(방아섬), 똥섬(변도), 모자섬(산자도)…. 푸른 바다에 섬들이 새의 깃털처럼 흩뿌려져 있다 해서 붙여진 조도. 푸른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는 154개의 섬들은 작은섬 하나하나가 자연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모양만으로도 그 이름을 대충 어림잡을 수 있을 만큼 섬 모양이 특이하다. 팽목항에선 조도 어류포행 조도고속페리(061-542-5383), 신해고속페리가 하루 여섯편 운항한다. 이 중 두편은 관매도까지 간다. 조도까지 편도 3000원, 승용차 운반비 1만 4000원(운전자 포함). 떠나기 전에 미리 운항여부와 시간을 확인하는 게 좋다. 섬들의 중심인 조도의 어류포에 도착하자 시원한 바닷바람이 가슴을 열어준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조도의 전경을 볼 수 있는 도리산 돈대봉. 항구에서 일주 해안도로를 따라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돈대봉에 도착하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들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섬들을 감싼 해무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섬을 도는 해안도로의 길이가 100㎞에 이를 정도로 긴 만큼 차를 배에 싣고 들어가는 것이 좋다. 가족 여행을 온 곽혜영(53·서울 강동구 둔촌동)씨는 전망대 앞에 펼쳐진 섬들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일본 도치기현에서 9년째 살다가 최근 귀국한 곽씨의 친척 박미애(47)씨는 “일본의 3대 절경인 미야기(宮城)현의 마쓰시마(松島)보다 훨씬 예쁘다.”면서 “섬사이에 피어오르는 해무가 절경이다.”고 말했다. 매도는 3㎞에 이르는 백사장과 3만평의 소나무 숲이 장관이다. 모래사장이 곱디곱다. 배를 타고 관매8경을 돌아보면 좋다.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진도 남도국립국악원과 인접해 있는 개인 미술관인 나절로 미술관(010-9457-8841)은 이 일대 최고의 숙박 명소. 지난 94년 손수 가꾼 이색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추상화가 이상은(53)씨가 운영하고 있다.‘나절로’는 이씨의 호로 ‘스스로 흥에 겨워’란 뜻의 호남 사투리다. 이씨가 폐교된 3500여평 규모의 상만초등학교를 인수해 가꾼 곳이다. 미술관 정원에는 무성한 담쟁이 덩굴과 108번뇌의 얼굴을 표현한 돌상이 어우러져 있다. 이 미술관에는 7개의 방이 있어 주로 예술인들에게 방을 내주는데 전화로 예약하면 일반인도 숙박할 수 있다. 토담으로 지은 찻집에서는 차를 마실 수 있으며, 야외에는 바비큐 시설과 원두막이 있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숙박료는 2인 1실 2만 5000원. 인근엔 정유재란때 충무공 이순신이 12척의 배로 왜선 330여척을 무찌른 명량대첩지가 있다. 가계해수욕장에서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인 신비의 바닷길이 펼쳐진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에게 가장 유익한 여행지는 세계적인 명견인 진돗개(천연기념물 53호)를 보는 것. 진돗개시험연구소(540-3388)와 인근에 있는 사육장을 둘러볼 만하다. 진도개의 본산으로 철저한 혈통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돌담한정식(544-1170)에서는 한정식과 갈치조림, 병어조림, 보리쌈밥(1인분 6000원) 등 남도 음식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진도군 문화관광과(540-3219)
  • ‘X파일’ 20여명 본격 수사

    ‘X파일’ 20여명 본격 수사

    참여연대가 25일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하는 인사 20여명을 고발함에 따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중앙지검은 26일 사건을 일선 부서에 배당, 고발인 조사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거대 권력이라 볼 수 있는 정치권력·언론·자본과 검찰 및 과거 안기부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충격적”이라면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으로 검찰에서 적정하게 대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엄정히 수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천 장관은 “검찰이 그동안 국민신뢰를 많이 회복했는데 그동안의 성과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 안타깝다.”면서 “거대 권력의 남용과 횡포를 막을 공정한 수사 시스템을 마련하고 자체 감찰 강화를 위한 시스템을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종빈 검찰총장은 “불법 수집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할 수는 없지만 경위가 어찌됐든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X파일에 거론된 전·현직 검찰간부들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기강 확립 차원에서 진상을 살펴볼 방침”이라고 언급, 감찰조사 가능성 등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참여연대는 이날 ‘안기부 X파일’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삼성그룹의 1997년 불법 대선 및 로비자금 제공설과 관련,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홍석현 주미대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한 인사는 이회창씨와 동생인 회성씨,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서상목 전 한나라당 의원, 전·현직 검찰 간부 10여명,97년 당시 여야 대선후보 및 국회의원,97년 당시 경제부총리 등 20여명에 이른다. 참여연대는 이 회장과 이 본부장, 홍 대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 및 횡령,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로 고발했고, 나머지 인사는 특가법의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에서 “이회창ㆍ회성, 서상목, 고흥길씨와 97년 당시 여야 대선후보 및 국회의원 등은 이건희 회장이나 이학수씨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특히 이회창씨의 경우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점에서 이 회장으로부터 제공받은 자금은 대가성이 있는 금품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불법 도청 사건에 대해 “국정원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검찰 조사의 필요성 여부는 검찰과 법무부에서 판단할 일”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이고, 국가기관이 불법으로 도청을 자행한 것은 비록 과거의 일이지만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오충일 위원장은 이날 평화방송에 출연,“최고위 핵심층도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유출된 도청 테이프를 회수, 파기한 것으로 알려진 천용택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지 주목된다. 국정원은 또 1994∼1998년 안기부 특수도청팀 ‘미림’의 공모(58) 팀장과 도청 사실을 언론에 알린 전 안기부 직원 김기삼(40)씨를 조사하기로 했다. 박정경 김효섭 나길회기자 olive@seoul.co.kr
  • [‘X파일’ 파문] 홍대사 대사관 출근 안해

    ‘X파일’ 파문과 관련, 홍석현 주미대사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가 고심 중인 가운데 홍 대사가 25일(현지시간) 오전 대사관에 출근하지 않아 사퇴 여부가 주목된다. 홍 대사는 이날 대사관에 나와 거취와 관련된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었으나 오전에 열린 정례 직원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25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초미의 관심사인 홍 대사의 거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김우식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정무 관련 수석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노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도청 행위에 대해 사실규명을 지시하면서 불법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다. 홍 대사의 거취를 놓고 ‘버티기’로 해석될 수 있는 소지도 있으나,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지는 찾기 어렵다. 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도청으로 만들어진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정·경·언 유착 등 범죄를 은폐하지 말고 법적·도덕적 책임을 지게 해야 같은 행위를 반복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국민들 생각과, 그외의 다른 범죄행위와의 형평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논리가 있다.”면서 홍 대사 측과 비슷한 논리를 소개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는 어려운 판단의 문제”라면서 “책임있는 당국자들과 협의하고 사회적 공론을 들어가면서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은 홍 대사측의 논리가 전반적으로 여론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회적 지적이자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통령의 불법도청 조사 지시가 ‘시간끌기’ 전략에서 나온 것 같지는 않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조사결과가 나오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은 “X파일의 모든 정보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도덕성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대사직을 수행하기 어렵지 않겠나.”면서 “본인의 결단이든 대통령의 결단이든 순리와 상식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면서 자신사퇴를 촉구했다.박정현기자·워싱턴 이도운특파원jhpark@seoul.co.kr
  • ‘한국사 탐험대’ 시리즈/송호정 글

    역사책은 좀 말랑말랑할 수 없을까. 아이에게 재미있는 역사책을 쥐어주고 싶은데 기존의 획일적 접근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한국사 탐험대’시리즈(웅진주니어 펴냄)는 반갑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를 나열하던 틀에 박힌 방식에서 벗어나 주제별로 역사를 재구성한 형식이 참신하다. “역사 공부 하자∼”며 어린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의 해답을 역사 속에서 찾기 위해 가상체험 캠프를 떠나는 다섯명의 어린 주인공들. 게임세대의 정서에 맞도록 그들은 모두 귀여운 캐릭터의 아바타들이다. 예컨대 1권 ‘국가’편(송호정 글, 이용규 그림)은 아바타들이 창덕궁 불로문을 지나는 것으로 운을 뗀다. 불로문을 들어선 순간 갑자기 거대한 성벽 아래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서있다. 아바타 친구들이 시간을 거슬러 떨어진 곳은 우리 역사 속 최초의 국가 고조선의 도성 왕검성. 눈 깜짝할 사이에 2100여년 전으로 돌아간 주인공들은 고조선의 재판과정, 전쟁 회의 등을 두루두루 살피며 역사현장을 체험한다. 이들은 부지런히 캠프를 옮겨다닌다.5세기 통일신라, 서방세계에 ‘코리아’란 이름을 널리 알린 고려, 조선과 대한제국…. 천연색 현장사진, 사실감을 견지한 삽화 등이 설명과 함께 다양하게 곁들여진다. 그러나 한국사에 대한 기본정보가 전혀 없는 아이라면 술술술 책장을 넘기기엔 까다로울 수도 있지 싶다. 2권 ‘문화’편(최준식 글, 박은희 그림)이 함께 나왔다. 과학 교통 음식 전쟁 가족 주거 등 다양한 테마의 책들이 잇따라 출간될 예정이다. 초등3년 이상. 각권 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靑 “盧대통령 직접 발언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으나, 오마이뉴스는 21일 노 대통령의 발언 자료를 공개하고 나섰다.●“국정상황실서 요지 재구성한 것” 국정상황실이 작성한 ‘2005년 7월 4일 수석보좌관회의 대통령님 말씀주요내용’이란 자료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당이 전략적으로 쟁점화하고 이슈화할 수 있을 것임. 특히 지방선거와 같은 시기에 당이 전략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라고 기록돼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정책(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계획)은 당과 함께 가야 할 정책이므로 당이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적정한 시점이 되면 당에서 주도하는 모양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보고회에 당의 인사들도 참여시켜 주도권이 자연스럽게 당으로 이관되는 방안을 검토하라.”면서 “컨셉트를 잘 살려서 내년 지자체 선거 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돼 있다. 청와대는 이같은 내부자료가 유출된 데 대해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자료의 내용은 노 대통령의 워딩(발언내용)이 아니다.”고 부인했다.●한나라, 선관위에 조사 요구 김만수 대변인은 “국정상황실의 작성자가 대통령 발언의 취지와 요지를 구성한 것”이라면서 “지자체 선거에 활용하라는 취지의 발언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21일 이해찬 총리와 한덕수 경제부총리·오명 과학기술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균형발전정책 점검회의가 비공개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공약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여야 관계 없이 정치인들이 건강하고 좋은 공약을 내걸어서 국민들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도록 제시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면 발언 원문을 공개하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비공개 회의의 내용을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열린우리당 지방선거 전략본부이자 정책지원팀이 됐다.”고 비판하면서 중앙선관위에 대통령의 지방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즉각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경제살리기에 앞장서야 할 대통령이 지방선거에 올인하는 것은 자격을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측은 대통령의 지방선거 지원이 중단될 때까지 강력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노 대통령의 지방선거 개입 논란의 여진은 계속될 것같다.박정현 전광삼기자 jhpark@seoul.co.kr
  • [데스크시각] 버슈보와 닝푸쿠이/한종태 국제부장

    지금 외교가는 주한 외교사절들의 교체가 한창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 모두 주한 대사를 바꾸거나 바꿀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대사와 중국대사 후임자가 특히 눈길을 끈다.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로 영전한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국대사의 후임에는 알렉산더 러셀 버슈보 주러시아 대사가 내정된 상황이고 다음달 19일 이임하는 리빈 중국대사의 후임으로는 닝푸쿠이 중국 외교부 북핵 담당 대사가 오게 돼 있다. 우선 버슈보 대사는 역대 주한 미국대사의 면면을 볼 때 ‘중량감’이 돋보인다. 러시아대사는 미국 입장에선 우리의 ‘특급 공관장’에 속한다. 러시아에서 대사를 지낸 사람을 한국대사로 보낸다는 것은 미국이 한국을 그만큼 비중있게 본다는 뜻일 게다. 최근 몇년간의 껄끄러웠던 한·미관계를 반영한 것일까. 미국은 보통 대사 직급이 MC(Minister Counsellor),CM(Career Minister),CE(Career Embassador) 등 3단계로 돼 있다고 한다. 버슈보는 CM에 속하는 고위직급 대사라는 것이다.CM은 미국 국무부를 통틀어 50명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직급인 CE는 얼마전 국가정보국장(DNI)에 임명된 존 네그로폰테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힐 차관보와 버슈보 대사의 ‘찰떡 궁합’이다. 전문 외교관인 두 사람은 보스니아 분쟁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면서 호흡이 척척 맞았고 지금도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힐 차관보는 6자회담 재개 합의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동아태 수석부차관보에 선임된 캐슬린 스티븐스도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량급 대사의 장점은 재량권을 갖고 양국 갈등현안의 초기 대응을 원활하게 하고 본국과의 의사소통이 잘 된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다양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한 거시적 안목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더구나 버슈보 대사 입장에선 힐 차관보가 국무부에 버티고 있어 주변환경까지 무척 좋은 셈이다. 북핵 문제를 다룰 4차 6자회담의 결과가 변수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한·미관계가 부시 행정부 들어 가장 원만하게 유지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전에 종종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비춰 상대적으로 낮은 주한 미대사의 ‘격’이 본국과의 의사소통에서 적잖은 문제를 일으킨 것을 기억하고 있기에 이번 주한 미대사의 ‘격상’은 바람직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주한 중국대사는 리빈 대사가 서울에 올 때도 한국이 초임인데다 직급이 낮아 “중국이 한국을 너무 홀대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오게 되는 닝푸쿠이 대사 역시 리빈 대사와 중국 외교부 내 직급이 비슷하다고 해서 역시 말들이 나오는 것 같다. 리빈 대사 전임인 우다웨이 대사(현 외교부 부부장)는 주일 공사에서 주한 대사로 임명돼 한·일관계의 미묘함을 무시한, 그래서 국민감정을 건드린 일도 새삼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우리는 비슷한 시기에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홍순영씨를 중국대사로 보내는 ‘파격’을 단행했다. 미국대사에는 실무형을 임명해 미국측이 한때 불만을 표시했을 정도였다. 후임자인 김하중 주중대사도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핵심 브레인이었다. 참여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비중이 더 커졌으면 커졌지 결코 그전 못지않다. 갈수록 가까워지는 한·중 관계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물론 직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중국측의 설명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외교만큼 매너와 프로토콜을 따지는 분야도 없다고 본다. 어찌 보면 ‘기브 앤드 테이크’일 수도 있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다.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그리고 세계 중심국가로서 발상의 전환을 기대해 본다. 한종태 국제부장 jthan@seoul.co.kr
  • 평양축구단 “가자 北으로… 오라 南으로”

    평양축구단 “가자 北으로… 오라 南으로”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 서울 동대문구 장안3동 장평중 운동장. 머리가 희끗희끗한 60∼80대 ‘청년 선수들’이 젊은이들과 뒤섞여 볼을 뺏고 뺏기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마다 가슴 왼쪽에 ‘평양’을 아로새긴 11명의 축구 동아리 선수들은 “연락이 잘 됐더라면 그럴듯하게 복장이라도 통일해서 나왔을 텐데….”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러나 평양 얘기로 돌아가자 하나같이 들뜬 듯 보였다. 조기축구를 꽤나 잘 아는 이가 아니라면 우리나라 축구의 효시로 불리는 ‘평양 축구단’이 남쪽에 건재해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쉽다. 실향민과 그 2세 100여명으로 이뤄졌다. 1929년부터 경성(현재 서울)과 함께 경평(京平) 대회를 열면서 민족의 울분을 달랬던 자부심과 고향에 대한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나왔다. 이들에게 고향과 축구를 따로 떼놓고 생각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두달에 한 차례씩 갖는 연습경기에서는 승부를 떠나 ‘평양’이라는 이름 아래 뭉칠 수 있다는 마음 하나로 ‘통일’을 이룬다. 보통 때에는 저마다 자신들이 소속돼 있는 동아리에서 뛰다가 평양 축구단이라는 깃발 아래 모여든다.4년 뒤면 어언 창립 80주년을 맞는 평양 축구단의 가장 큰 꿈은 실제 경평 축구가 되살아나는 그날을 보는 것이다. 이날도 장한평 조기축구회와 경기를 벌였다. 하필 여러가지 사정으로 운동장에 많이 못 나와 열외 한명도 없이 뛰어야만 했다. 마음과 달리 아무래도 젊은이들에게 체력이 밀려 0대6이라는 큰 점수차로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형님, 천천히 하세요.”“동생, 그만하면 잘 했어.”라고 격려해가며 전·후반 30분씩 뛰었다. 날마다 단련해서인지 움직임이 고령자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가벼워 보였다. 최고 연장자인 이호순(81)옹은 “축구도 축구이지만 고향 선후배와 후세들이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운동장에 나서서 호흡을 맞춰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흐뭇하게 웃었다. 평안남도 진남포 출신인 이낙원(66)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지금 대한민국 하면 서울을 떠올리듯, 북녘 출신들은 평양에 갖는 자부심이 대단하다.”면서 “꼭 평양에서 태어나거나 자라지는 않았더라도 인근 위성도시와 인연이 있으면 평양 축구단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든다.”고 일러줬다. 또 노지일(56)씨는 “97년부터 해마다 10∼11월이면 북한을 원적(原籍)으로 하는 1∼2세대 30여명과 남쪽을 고향으로 한 원로들이 옛 추억을 더듬어가며 축구를 통해 화합도 다지는 서울·평양 OB친선대회가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다.”고도 했다. 전 국가대표 출신들로 짜여진 서울 팀과 평양 팀은 나이에 따라 50대와 60대 팀으로 나눠 맞붙는다.60대 평양 팀에는 박종환(67) 전 국가대표 감독도 들었다.50대 경기에는 유기흥, 박이천(이상 58) 등이 주전이다. 두 경기 모두 선수들의 나이를 고려해 60대 전·후반 30분씩,50대 경기는 35분씩 70분간으로 규정한 것도 놀랄 만하다. 축구단 100여명 가운데 원조 평양인(?)은 60여명이며, 그 중 30여명이 특히 활동에 열성적이다. 실향민 2세는 40명 안팎인 셈이다. 매년 식목일인 4월5일에는 서울 용산에서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황해도 출신으로 나누어 경기를 벌이는 ‘이북5도 대항전’도 마련된다. 실향민 2세로 평양 축구단 회원인 이상민(43)씨는 “북한 출신들은 자기주장이 강해 옹고집으로 보이지만 이는 특유의 성격 탓”이라며 운을 뗐다. 이어 “이따금 다투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이런 데서 비롯된 일종의 대화방식인 것 같다.”면서 “대부분 축구를 워낙 즐겨 다른 동호회에도 한두 곳씩 가입해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남북이 손에 손을 잡고 세계가 보란 듯 겨루는 진짜 경평 축구대회가 얼른 다시 열리기를, 모든 실향민들이 그러하듯 그 훈훈한 바람에 힘입어 조국통일의 날이 앞당겨지기를 빌며 하나둘씩 운동장을 벗어났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가상인터뷰] ‘천군’의 박중훈

    [가상인터뷰] ‘천군’의 박중훈

    “올 여름에 나는 이순신 장군이다, 그것도 스물여덟살의 청년 이순신. 이순신이 무과에 낙방해 한때 우울한 젊은날을 보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천군’은 바로 그 지점을 주목한 코믹액션사극이다. 혜성의 힘에 이끌려 남북한 병사들이 미래에서 내가 사는 조선시대로 갑자기 떨어져 온다. 양민들을 괴롭히는 여진족들을 그들의 도움을 받아 무찌른다는 ‘퓨전’스타일의 시나리오가 정말이지 매력적이지 않은가? 우리도 ‘백 투 더 퓨쳐’처럼 시공을 넘나드는 SF물을 빚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이지 뿌듯하다. 김승우·황정민과 같이 3인 톱구도를 이뤘지만, 이야기의 구심점은 역시 내가 된다.‘황산벌’처럼 본격 코미디일 거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얼핏 포스터만 봐선 ‘황산벌’처럼 웃기게 거시기(?)할 것같지만, 의외로 진지한 영화다. 혹자들은 그래서 술에 물 탄 듯 밍밍한 맛이라고 꼬집기도 하지만….”
  •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주인공처럼…

    영화·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을 떠나자. 바쁜 일상 탓에 영화와 드라마로 평소의 여가를 대신하는 도시민들에게 영화 촬영지는 한번쯤 가보고 싶픈 여행지. 화면을 통해 보던 멋진 풍경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세트장을 돌아보며 잠시 영화 속으로 빠져도 좋고, 주인공 기분을 내도 좋다. 올초 개봉해 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마파도’는 영화의 재미만큼이나 경치가 아름답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펼쳐진 해안선은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마파도는 가상의 섬. 지도를 아무리 훑어봐도 찾을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전남 고흥 앞바다에 있는 섬이라고 소개돼 있지만 실제로는 전남 영광군 백수읍 동백마을에서 촬영됐다. 섬은 아니지만 섬보다 더 멋진 해안선을 뽐내고 있는 영화 속의 그곳, 마파도의 절경 속으로 가족들과 함께 떠나보자. 글 사진 영광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아담하고 깔끔한 해수욕장 개펄을 끼고 펼쳐진 해안도로 주변 어느 곳에 가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지만, 그래도 가마미해수욕장과 모래미해수욕장이 가장 좋은 피서지다. 해수욕장을 거점 삼아 2∼3일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좋다. 가마미해수욕장은 예부터 호남 3대 피서지로 알려진 곳. 병풍처럼 넓게 드리워진 솔숲에서 낮잠을 즐겨도 좋은 곳이다. 깨끗한 백사장과 바닷물 등 깔끔한 것이 최대 장점. 시골 인심이 살아 있어 바가지도 없다. 주차료 2000원만 내면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일정에 관계없이 쉬다 갈 수 있다. 물론 별도 입장료도 없다. 해수욕장에는 군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널찍한 숙박용 텐트 30동이 해변과 마주하고 있으며 4인 가족이 묵기에 충분하다.1일 숙박료는 2만원,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민박집은 성수기 3만원이다. 가마미해수욕장 관광협의회(356-1020). 즐길거리도 많다. 밤마다 매주 3차례씩 백사장에서 무료 영화가 상영된다. 해변에서 바나나보트(1회 1만 2000원)와 플라이피시(2만원) 등 각종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인근에 있는 원전홍보 전시관을 무료로 둘러보며 원자력에 대해 배워볼 수 있다. 모래미 해수욕장은 아담한 해수욕장. 해안선은 길지 않지만 해안선을 때리는 파도소리가 정겨운 곳이다. 곱디고운 모래와 아직 때묻지 않은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다소 작은 것이 흠이다. 촬영지에서 멀리 보이는 송이도에는 멋진 조약돌 해수욕장이 있다. 섬 전체 모양이 사람의 귀처럼 생기고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송이도는 납작하고 매끈한 하얀 조약돌이 넓게 깔려 아름답다. 길이가 2㎞나 되며 맨발로 밟고 다녀도 전혀 아프지 않다. 계마항에서 하루 1차례 배편이 있으며,1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 마파도를 찾아 영광 동백마을로 ●엽기 할매들의 보금자리 마파도로 향하는 길은 즐겁다. 영화 속의 코믹한 장면을 떠올리면 절로 웃음이 쏟아진다.160억원짜리 로또 당첨권을 들고 잠적한 여자를 찾아 마파도에 잠입한 비리형사(이문식 역)와 모범 건달(이정진 역), 마파도 다섯 할매의 코믹 연기가 머릿속을 맴돈다. 서울을 떠난지 3시간.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를 빠져나와 영광읍을 거쳐 백수해안도로에 들어서자 바다 내음이 코를 찌른다.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굽이 뻗은 해안도로를 달리자 막혔던 가슴이 시원하다. 해안도로는 백수읍 백암리 답동마을에서 시작해 동백마을을 거쳐 원불교 성지까지 총 16.3㎞에 이른다. 해안도로를 따라 10여분 달리자 ‘마파도 촬영지’라는 조그만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자칫하면 그냥 지나칠 뻔했을 정도로 표지가 크지 않다.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마을엔 주차할 곳이 없다. 도로에 차를 세우고 좁은 샛길을 따라 100여m를 걸어 내려가자 17가구가 모여 사는 아담한 시골마을인 동백마을이 나타난다. 봄이면 홑동백꽃이 아름답게 피는 마을이다. 해변 마을이지만 동글동글한 돌을 쌓아 만든 돌담은 마치 섬마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마파도(麻婆島)라는 이름은 영화 속의 소재인 대마(大麻)와 노파(老婆)에서 만든 합성어다. 마을을 지나 해변에 이르자 언덕 위에 폐허 같은 허름한 흙집 몇 채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마파도 세트장. 집 앞에서 머뭇거리자 마을 주민 정병양(61)씨가 다가와 “거기가 촬영지여, 들어가서 봐요.”라면서 “저 집이 할매들이 살던 집이고, 언덕 위의 저것이 일용엄니(할매역을 맞은 김수미)가 기도하던 사당이니까 천천히 돌아봐요.”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정씨는 “이 동네에서 지난해 8월부터 영화를 6개월 찍었는데 동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다.”면서 “영화 시사회 때 동네사람을 모두 초청해서 봤는데 우리마을이 나오니까 신기했다.”고 후일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촬영을 위해 지은 집은 모두 다섯채. 바다를 내려보는 밭뙈기 위에 집을 짓고, 돌담을 쌓고, 밭을 일구어 가상의 섬을 탄생시켰다. 안으로 들어가자 항아리며, 가구며, 절구, 우물 등 영화 속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세트장의 담벼락에는 관광객들이 써놓은 낙서들이 눈길을 끈다. 집 안에서는 마치 “이놈들아 뭐하는 거여!”라며 소리치는 할매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특히 세트장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과 바다를 연결한 한적한 길이 눈에 익는다. 산등성이를 넘어 꼬불꼬불 이어진 길에서는 갯내음과 풀내음이 마파도의 정취에 흠뻑 빠지게 한다. 그러나 영화에 나오는 대마밭은 이곳에 없다. 영화 속 이 장면만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율무밭을 빌려 촬영했다고 한다.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경 촬영지에서 나와 해안을 따라 연결된 오솔길을 따라 전망대 방향으로 올라가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평지가 많은 서해안답지 않게 높은 해안 절벽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솔길 정상에 있는 백암해안전망대에 오르자 광활한 개펄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보이는 송이도와 안마도, 칠산도 갈매기 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7개의 올망졸망한 섬들을 한데 묶은 칠산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 389호)로 지정돼 있다. 전망대에서 가파른 절벽길을 타고 해변으로 내려가자 갯내음이 상쾌하다. 바닷물이 만나는 해안에는 거북이 모습의 거북바위와 어머니와 아들이 껴안고 있는 형상인 모자바위 등 멋진 바위들이 솟아 있다. 개펄은 진흙과 모래가 적절히 섞여 물 빠진 개펄 위로 차를 몰고 달릴 수 있을 만큼 바닥이 단단한 게 특징. 개펄을 호미로 헤집으면 백합과 바지락, 맛 등 각종 조개를 잡을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이어지는 관광지로는 정유재란 열부순절지와 숲쟁이 꽃동산을 비롯해 원불교 영산성지, 소태산 박중빈 생가,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등을 만난다. 정유재란 열부순절지는 정유재란 때 부인들이 왜군으로부터 화를 면하기 위해 서해바다에 투신, 순절했던 곳으로 이 곳에서 보는 서해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 공기가 맑고 시원한 공원이 조성된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생가는 잠시 쉬어가는 맛이 있다.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 불갑사와 함께 해변을 끼고 있는 나무 데크가 예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도 둘러볼 만하다. 불갑산 기슭에 자리잡은 불갑사는 백제불교 문화의 진원지로 백제 불교의 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다. ●풍성하고 맛깔스러운 먹을거리 먹을거리로는 영광의 대표 음식인 굴비백반을 비롯해 백합죽, 덕자찜 등이 유명하다. 백합 특유의 감칠맛이 살아 있는 백합죽은 각종 약재를 넣어 따뜻하고 맛깔스럽다. 갖은 양념에 맛좋게 익힌 덕자찜은 영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먹을거리다. 굴비백반과 굴비구이를 파는 음식점이 많지만 굳이 백반을 시키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식당에서 기본 반찬으로 굴비구이가 나온다. 고두섬의 절경을 마주한 언덕 위에 있는 고두섬 횟집(352-0001)은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백합죽(7000원)과 백합탕(2만 5000원)을 비롯해 자연산 활어(5만원) 등 각종 싱싱한 자연산 회를 맛볼 수 있다. 영광굴비는 기본 반찬으로 맛볼 수 있다. 민박도 겸하는데, 최성수기에도 4인가족 기준으로 3만∼5만원이면 숙박이 가능하다. 이 집은 마파도 촬영팀 일부가 촬영기간 중 민박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법성포에 가면 예부터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던 영광 굴비를 만날 수 있다. 음력 3월경 칠산앞바다에서 잡은 산란 직전의 조기를 법성포에서 소금에 절여 건조시켜 맛이 독특하고 영양이 풍부한 영광 대표 특산품이다. 법성포 굴비거리에는 300여개의 굴비 판매점이 즐비하다. 크기에 따라 50만∼70만원짜리 굴비세트부터 3만∼5만원짜리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굴비특품 사업단(356-5667). 이 중 천연 옥물에 담가 굴비의 비린맛을 없앤 옥굴비(356-5002)가 맛있다.20마리짜리 굴비세트가 5만원으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절반가격에 좋은 품질의 영광 굴비를 살 수 있다. 가는 길은 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나와 영광읍 방향(22번 국도)을 타면 된다. 대중교통은 서울·안양·안산·성남·이천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되며 3∼4시간 소요된다. 영광읍에서 가마미해수욕장까지 군내버스가 운행되는데 30분 걸리며 요금은 1900원이다. 영광터미널(351-3379). 영광군청 문화관광과(061)350-5208.
  • [마광수의 섹스토리] (8)한국에선 그저 내숭을 떨어야…

    [마광수의 섹스토리] (8)한국에선 그저 내숭을 떨어야…

    생면부지의 그를 만나기로 한 날 아침부터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긴장을 한 날은 이제껏 많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런 날은 없을 듯싶다. 전화 목소리로만은 그는 내게 진정한 ‘남자’로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최대한도로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에게 좋아하는 여자 취향 같은 것을 물어본 적이 아직은 없었기 때문에 한참동안 고민을 했다. 생각 끝에 나는 이렇게 결정했다. 그가 ‘청순한 여자’를 좋아할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화장도 투명 메이크업으로 하고 깨끗하고 귀여우면서도 약간의 섹시함을 풍기는 ‘로리타’ 스타일의 여자로 치장하기로 작정했다. 어려보이는 것이라면 나는 자신이 있다. 피부가 하얗고 눈은 똥그랗고, 키는 적당하면서도 마른 체구, 그런 이미지라면 나는 자신이 있었다. 어려보이는 것이나 귀여워 보인다는 얘기는 평소에도 자주 듣던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합쳐 ‘섹시함’을 갖춰야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긴 생머리를 잘 드라이해서 늘어뜨리고 하얀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다. 메이크 업 베이스는 평소의 연두색과는 달리 좀더 화사해 보이는 하늘색을 썼다. 평소에 바르던 트윈케이크 대신 21호 파운데이션과 가수 ‘엄정화’가 선전하는 빨간통 파우더를 발라 피부를 화사하고 깨끗하게 표현한 후, 눈에는 하얀색과 은색이 섞인 펄 섀도를 발랐다. 펄 빛 화이트 펜슬로 눈밑을 그려넣어 주어 눈매가 좀더 또렷하게 보이게 하고, 아이라인에 신경을 써서 평소보다 뚜렷하게 그려 넣었다. 입술은 누드 베이지 색으로 라인을 그린 다음 더 투명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 립스틱 대신 립글로스를 발랐다. 내가 좋아하는 ‘메이크 업 포에버’ 상표의 립글로스…. 초콜릿 향기가 나서 예전의 남자 친구도 키스를 할 때 초콜릿을 빨아먹는 느낌이 난다며 다 쓰면 또 사주곤 했던 립글로스였다. 참, 손톱도 아주 중요하다. 우선 손톱 영양제를 바른 후 끝의 길고 뾰족하게 튀어나간 부분만 하얀색으로 칠하고 그 위에 투명 매니큐어를 바른다. 그래서 이른바 ‘프렌치 네일’이 완성되었다. 굽 높은 진주빛 샌들을 신을 것이므로 길게 자란 발톱들에도 손톱과 같이 프렌치 네일 스타일로 발랐다. 그와 만나기로 한 곳은 압구정동에 있는 ‘씨네 플러스’ 앞이었다.4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5분 정도 일찍 도착한 나는 그가 타고 올 것이라는 빨간색 ‘티뷰론’을 기다리고 있었다. 티뷰론 윗 덮개를 열고 온다고 했는데,4시 정각이 되자 그가 정확히도 시간을 맞춰 나타났다. 그는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으니 빨리 타라고 내게 손짓을 한다. 나는 재빨리 그의 차에 몸을 실었다. 사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의 차를 덥석 탄다는 것은 좀 위험한 일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벌써 그에게로 간 후였다. 그의 옆 모습이 보였다. 선글라스를 쓴 그의 옆 모습은 구릿빛 피부에 잘 깎여들어간 턱 선을 자꾸 훔쳐보지 않을 수 없게끔 만들었다. 그날 우리는 둘이서 야한 영화 한 편을 봤다. 그런 다음에 ‘델리’라는 이름의 인도풍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경복궁 옆에 있는 재즈바 ‘재즈 스토리’로 갔다. 그를 처음으로 정면으로 본 것은 ‘델리’에서 였다. 키는 180㎝ 정도의 건장한 체격. 면바지에 니트 소재 반팔 티를 입고 목에는 반짝이는 금목걸이를 둘렀다. 쌍꺼풀이 없는 적당한 크기의 눈에 잘 깎여진 코, 그리고 입술. 나는 남자를 처음 볼 때마다 입술부터 보는 버릇이 생겼다. 입술을 봐서 키스하고 싶다는 느낌이 들면 그에게 호감이 있다는 증거다. 그의 입술은 키스하기에 적당한 입술 같았다. 너무 얇지도 않으면서 너무 진한 분홍빛과 갈색 빛도 감돌지 않는 적당한 색깔의 입술이었다. 그의 입술에서 시선을 옮겨 그의 눈가로 가져가면서, 나는 그의 자신감 넘치게 빛나는 눈빛에 압도되고 말았다. 그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돌연히 두려워졌다. 좀처럼 열등감 따위는 빠져들지 않는 나이지만 나는 그에게 빠른 속도로 매료되고만 나 자신을 숨기고 싶었다. 밤이 점점 깊어갔다. 그가 나를 집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그 때까지 우리는 영어로 얘기하고 있었다. 헤어지는 순간, 그가 처음으로 한국말을 썼다. 서투른 한국어였다. “너와 있으면…정말 즐거워….…이런 기분은…정말 오랜만이야. 다음에도…만날 수…있겠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그날 우리는 나눈 적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그의 말에 놀란 나는,“정말이에요?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었군요.”라고 말하면서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다시 내게 이렇게 대답해왔다.“왜 그렇게 정중한 경어체를 쓰고 그래? 그냥 반말로 편하게 얘기해. 이제부턴 경어체로 얘기하기 없기다. 약속!” 그렇게 말하는 그가 나이에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속으로 쿡쿡 웃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나를 덥석 안고 키스를 했다. 당황할 겨를도 없이 나는 그의 혀 움직임을 따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입술만 부드럽게 빨던 그는 내 꾹 다문 이들을 벌리고 나서 그 사이에 자기의 혀를 디밀어 넣었다. 그러고 나서 혀를 내 입 안에서 자유롭게 휘저어댔다. 그런 다음 곧 내 혓바닥을 빨아들여 자신의 입속으로 가져갔다. 나는 온 몸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당연히 ‘첫 키스’는 아니었지만, 남자마다 키스 테크닉이 다르다는 것을 그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그가 내 허리를 감고 있던 손을 내 가슴으로 가져갔다. 그러는 순간 내 휴대전화 벨이 울리는 바람에 무드가 깨져버렸다. 따라서 우리의 동작은 모두 정지되고 우리는 내일을 기약하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1년 동안 매일 만났다. 그와의 첫 섹스는 그를 처음 만난 지 1주일 후에 이루어졌다. 전에 사귀었던 다른 남자들과 비교해 보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 것이었다. 첫 섹스를 하기 전, 우리는 밤마다 한강 고수부지나 인적이 드문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키스와 페팅을 나누었다. 스킨십은 한번 선을 넘으면 절대로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는 처음에는 옷 위의 내 가슴을 만지고, 그 다음에는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내 몸을 만졌다. 그 뒤에는 내 상의를 위로 올려 브래지어 끈을 풀고 나서 내 유방과 유두에 키스를 했다. 그러고는 치마와 바지 속으로 손을 넣고서 내 엉덩이를 만지다가 결국은 질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나도 처음에는 괜스레 수줍어하는 체하며 그의 행동에 따랐지만, 결국엔 나도 내 본능에 충실해져 버려 그의 성감대를 서서히 자극하기 시작했다. 그의 귓속에 키스하고 겨드랑이에 키스하고 유두에 키스하고 그리고 옆구리에, 그런 다음에는 그의 성기까지…. 좁은 차 안이 불편했는지 그가 어느날 갑자기 스킨십 동작을 멈추고 내게 이렇게 물어왔다. “나를 믿지? 나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대로 양평으로 갔다. 이른바 러브호텔엘 가게 된 것이다. 우리는 깨끗하게 보이는 예쁜 분홍색으로 칠해진 한 러브호텔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거친 섹스였다. 나의 첫 섹스는 대학교 1학년 때였다. 다른 여대생보다 빨랐던 것인지 아니면 늦었던 것인지 그것은 잘 모르겠다. 여자애들은 체질적 속성상 남자와는 다르게 ‘내숭’이 많다. 남자애들은 자기가 여러 여자들과 잔 것을 자랑스럽게 떠벌려댄다. 하지만 요즘 여자애들은 입으로는 ‘성 해방’을 부르짖으면서도 자신의 성경험을 축소·은폐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네들은 남자친구와 잤다고 절대로 공공연하게 말하지 않는다. 아주 친한 친구 사이가 돼야 비로소 자기의 경험 얘기를 털어놓는다. 그것도 상대방 친구가 남자하고 자본 애가 확실하다는 확신이 들 때에 한해서 말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굉장히 어려 보이는 나. 지금 대학 4학년이지만 사람들은 나를 1학년생으로 착각하고 나이트클럽 같은데 들어갈 때 신분증 보기를 요구할 때도 많다. 그리고 어려보이는 얼굴 탓에 순진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적도 있다. 야하기로 유명한 M교수의 강의를 듣던중 남자 후배 애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누나, 누나는 교수님이 말하는 것 다 이해해? 누나는 너무 어려서 충격을 받을 것 같아….”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속으로 쿡쿡 웃었다. ■마광수는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신나는 과학이야기] 조상은 어떻게 별자리 살폈나

    [신나는 과학이야기] 조상은 어떻게 별자리 살폈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몇 개일까. 경기도 여주 영릉(英陵)에 가면 그 해답이 있다. 영릉은 조선 제4대 왕이자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과 왕비 소헌왕후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합장릉이다. 조선 임금들의 능 가운데 가장 넓고 잘 정비돼 있다. 영릉 정문으로 들어서면 먼저 드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소나무 숲이 반긴다. 오른쪽으로는 재실과 세종대왕 동상이, 왼쪽으로는 기념관인 세종전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세종전 주변에는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다양한 천문 관측기기 발명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중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나라에서 관측할 수 있는 1467개의 별과 282개의 별자리를 하나의 동심원 평면 위에 그린 과학적인 천문도이다. 남극 주위의 별들을 제외하고 온 하늘의 별자리를 돌에 새긴 것으로 중국의 ‘순우 천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귀중한 과학유물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천구 상에서 별자리의 표준적 위치를 명확하게 보여줌으로써 별을 관측하는 당시 천문관원들에게는 교과서와 같았다고 한다. 영릉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보물들은 또 있다.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세종 19년(1437년)에 만들어져 가장 널리 사용되던 해시계의 일종이다. 이 해시계는 덕수궁 궁중유물전시관에 전시중인 앙부일구(보물 제845호)를 본떠 오늘날의 시간제도를 적용, 제작한 것이다. 앙부일구는 솥을 받쳐 놓은 듯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며 그림자가 생기는 면이 오목해 ‘오목 해시계’로도 불린다. 앙부일구의 영침(影針)을 주욱 연결하면 천구 북극을 향하며, 영침과 지면이 이루는 각도는 그 지방의 위도에 해당한다. 또 영침의 그림자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며 동지에서 하지에 이르는 24절기와 그때의 시각을 알려준다. 앙부일구보다 4년 앞서 만들어진 혼천의는 천체 위치측정기로 일월오행성(日月五行星)의 위치를 측정하는데 쓰였다. 혼천의는 관천대에 올려놓고 밤하늘의 별자리를 관측했다고 한다. 간의(簡儀)는 혼천의의 복잡한 구조를 간소화한 것으로 당시 중국의 역법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아 이를 바로잡은 것이다. 간의는 조선의 천문대인 서울 경복궁 간의대에 올려져 지상 물체의 방위와 고도를 측정하는데 활용됐다. 천상열차분야지도 등을 둘러보고도 무언가 부족하다면 조선시대의 자명종인 자격루(自擊漏)와 측우기 등도 감상해 봄직하다. 자격루는 물과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해 자동적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물시계로 장영실이 고안한 것이며, 측우기는 세종의 아들 문종이 개발한 우량계이다. 이곳 영릉에서 볼 수 있는 천문 관측기기들은 대부분 진품이 아니라 이를 본떠 제작한 것이지만 실내 박물관 전시품들에 비해 야외 공간에서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어 과학 체험의 장으로 부족함이 없다. 조선시대 천문 관측기기의 정교함과 예술성을 느껴보고 싶지 않나요?
  • MBC, 김삼순 신드롬 분석

    ‘삼순이’가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다.‘MBC 스페셜’은 24일 오후 11시30분 ‘대한민국 김삼순!’을 방영한다. 최근 한국을 강타하고 있는 ‘김삼순 신드롬’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한국 여성들의 실제 삶을 조명해 본다. 드라마 기획 배경에서부터 주인공 김삼순 역을 맡은 김선아와의 인터뷰, 또 일상에서 만난 평범한 ‘김삼순들’의 삶도 곁들여진다.
  •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2)활과 화살

    [사진으로 본 전통의 숨결] (2)활과 화살

    고대 중국인들은 우리민족을 동이족(東夷族)이라 일컬었다.夷자는 큰대(大)자와 활궁(弓)자의 합성문자로 우리 조상들이 활쏘기와 만들기에 무척 능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다. 고구려의 무용총(舞踊塚) 벽화에 등장하는 활과 화살은 우리민족의 징표로 사용된다. 역사에 기록된 활의 시초는 나무로 만든 고조선의 단궁(檀弓)에서 비롯된다. 삼국시대로 오면서 탄력이 필요한 부분에 대나무를 넣고 쇠뿔이나 쇠심줄을 접착시켜서 강도를 높인 각궁(角弓)이 만들어 졌다. 현재의 활은 각궁을 말한다. 각궁은 시대가 흘렀지만 모양과 성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활 모양이 둥근 것은 우리의 각궁뿐이며, 쏘는 사람의 기력에 따라 힘조절이 가능한 ‘살아있는 활’이라고 할수 있다. 이러한 활을 만드는 장인을 궁인(弓人), 화살을 만드는 장인을 시인(矢人)이라 부른다. 활쏘기는 조선시대까지 무과(武科)의 중요 시험과목이었으며, 그러한 전통이 수천년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궁시장들의 빼어난 손재주와 고집스러운 장인기질 때문이었다. 우리민족에게 활은 심신 수양의 수단이었다. 전투에서 살생의 용도를 의미하는 ‘쏜다.’는 말 대신, 심신 수련의 뜻이 강조된 ‘낸다.’는 말을 더 선호한 우리만의 ‘활의 문화’가 있는 것이다. 활을 쏘는 사람인 한량(閑良)들이 기량을 연마하고, 시합을 하는 곳인 활터에는 반드시 정자(亭子)가 있다. 정자의 기능은 그냥 노는 곳이 아니라, 풍류와 심신을 단련하는 장소였다. 활에는 빛과 밝음을 추구했던 우리민족의 광명사상과 태극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과녁 가운데 붉은 원은 태양의 상징이며, 활시위를 현(弦)이라 하고, 달이 차고 기울 때를 상현(上弦) 하현(下弦)이라고 이름한 것도 역시 음양의 변화작용을 활에서 찾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땅의 한량들은 활을 낼 때마다 해와 달처럼 하늘과 땅을 넘나들며 우주만물 가운데 가장 존귀한 인간의 위상을 온 몸으로 체득해간 것이다. 글·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중요무형문화재 ‘矢匠’ 유형기씨 “장을 담글 때 재료중에 무엇 하나 빠지면 안 되듯이 힘 활 화살이 맞아야 명궁이 됩니다.” 현재 유일한 시장(矢匠) 기능보유자로 지정돼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의 옛화살을 재현하고 있는 유형기(71·중요무형문화재 47호)씨는 손목이 시큰거린다면서도 시죽을 연신 불에 구워 활대를 펴고 있었다. 좋은 화살소리를 들으려면 장인의 손을 130번이나 거쳐야 한단다.“힘이 좋은 사람은 무거운 화살을 쏴야 하죠. 가벼운 놈을 강한 활로 당기면 꼬리가 휘둘려서 안 맞아. 윗마디가 굵은 놈은 걸음이 늦고 몸이 날렵한 놈은 걸음이 빠릅니다.” 마치 사상의학에 달통한 명의가 맥 한번만 집고서도 사람의 체질을 가려내어 처방을 하는 것 같았다. 대를 이으려는 아들이 있다지만 “손맛만으로도 화살을 만들 수 있어야 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겠다.”며 조급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화살은 사람의 마음이 가는 곳으로 향한 답니다.” 인생의 지향점이 있는 곳. 그는 지금 전통의 명맥을 과녁 삼아 의지의 화살을 쏘아올리고 있다. ■무형문화재 ‘弓匠’ 김박영씨 가파른 산기슭을 숨도 고르지 않고 찾아 올라간 여섯평 남짓 궁방의 한쪽에서 김박영(76·무형문화재 47호) 궁장(弓匠)은 눈길도 한번 안 준 채 조궁에만 열중이다. 활틀에 부레풀을 먹이고 쇠심줄을 감는 일이 처음 보기에도 수월치가 않다. 한참 뒤 기자의 기다림이 측은했던지 “사람이 만드는 물건이란 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낫게 생겨나지만, 어떤 것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나온 게 있더라고요. 그게 바로 우리 활이오.” 라며 말문을 연다. 뭔가를 배우려 하기엔 늦은 나이(33세)에 고향사람의 추천으로 당시 경기궁의 최고 명인인 김장환선생의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각궁 전통 활만을 부천에서 40년 넘게 만들어 왔다. 탄력좋은 대나무를 적당히 잘라 좌우 양쪽에 물소뿔을 다듬어 붙인 다음 활 중간에 소의 힘줄을 두 번 채워 넣는다. 활 안팎에 매끄러운 나무 껍질을 붙여 한동안 말리면 비로소 활시위를 매고 강도를 조정하는 마지막 단계 해궁(解弓)을 밟는다. 글·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1) 장애인 천국(미국)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1) 장애인 천국(미국)

    미국을 ‘장애인의 천국’이라고도 한다. 미국의 장애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겪는 정신적·물리적 ‘고난’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다고 훈장처럼 붙여진 표현이다. 미국의 장애인 정책은 시혜나 동정적 지원이 아닌 보편적 인권의 개념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정책의 철학적 기반 위에 ▲법과 제도 ▲교육 ▲사회 속으로의 통합이라는 요소가 삼위일체로 작동하고 있다. |락빌(미 메릴랜드주) 이도운특파원|“사랑이나 인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장애인 교육을 위해서는 전략적 정책과 이를 실현시키는 사회적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미국 메릴랜드주 락빌 시 외곽에 자리잡은 ‘칼 샌드버그 러닝 센터’. 메릴랜드주에서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체계적인 것으로 평가받는 장애인 특수학교다. 성장과 언어 장애, 다운증후군, 자폐증 등의 증상을 가진 6∼12세 어린이 105명이 다니고 있다. 이 학교의 목표는 장애인 어린이들에게 “성공의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지난 12일 오전 10시.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갔지만 여름학기(서머스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었다. 학교 건물로 들어가자 왼쪽 첫번째 교실에서 시청각 교육이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이 지루함을 느끼는 듯하자 교사들이 “밖으로 가자.”며 학생들을 인도했다. 교사들은 “날씨가 더우니 나가고 싶지 않은 사람은 남으라.”고 말했고,8명의 학생 가운데 2명이 그대로 남아 교육용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 학교는 장애인 어린이들도 충분한 가치 판단 능력이 있다고 믿고,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유도하기 위해 가급적 자율권을 많이 부여한다. 교사들의 손을 잡고 교실 밖을 나서는 6명의 어린이들. 모두가 또렷한 눈망울에 밝은 표정이었다. 옆에 있던 교사에게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교사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면서 “그러나 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은 일단 학교 밖을 나가면 학교 안에서처럼 잘 행동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건너편 교실에서는 학습 장애가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 수업의 교사는 교실 정면에 삼각형과 사각형, 원 등 도형과 숫자가 적힌 큰 보드를 설치하고 어린이들에게 ‘트라이앵글’ ‘스퀘어’ ‘서클’이라는 단어를 가르치고 있다.8명의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세 가지 도형과 숫자를 구분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 학교의 프로그램 매니저인 토니 르완은 “105명의 학생을 장애증상이 아니라 나이, 성격, 학우들과의 어울림 등을 토대로 반을 나눈다.”고 말하고 “또 필요한 수업이 다를 때는 반을 바꾸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층 밑으로 내려가자 언어전문가인 던 매드슨 교사가 어린이들에게 정확한 발음을 가르치는 교실이 나왔다. 어린이들은 노트북 컴퓨터처럼 생긴 ‘보이스 인 박스’라는 장치를 이용했다. 박스에 그려진 동물이나 식물을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단어가 소리로 나왔다. 미국의 시인이자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전기작가인 칼 샌드버그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당초 1962년 일반 공립 초등학교로 설립됐다.70년대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졸업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바람에 잠시 문을 닫았다가 1978년 복합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일반 초등학교와 다름없는 시설을 유지하는 데 힘쓰는 한편 학생들이 독립성을 갖춰 사회로 나가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교육해 왔다. 이같은 노력과 정성이 외부에 알려져 현재 이 학교는 워싱턴 인근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특수학교가 됐다.105명의 학생 가운데는 외교관·교수·군인·세계은행 직원인 부모를 따라온 10명의 외국인 학생도 있으며, 한국 학생도 한 명이 있다. dawn@seoul.co.kr ■ 제임파라 교장 인터뷰|락빌(미 메릴랜드주) 이도운특파원|칼 샌드버그 러닝 센터의 제인 파라 교장은 “부모와 사회의 관심 속에서 공정하면서도 개인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받는다면 장애인 학생들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 운영 방침은. -최고의 교사진과 최고의 지도법을 찾는다. 그래야만 창의적이고 숙련된 교육이 가능하다. 교사들은 동료들이 훌륭하다고 느끼면 그에 걸맞은 직업의식을 공유하게 된다. ▶장애인에게 교육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들이 성장했을 때 어디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물론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라도 사회 속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지식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장애가 심한 어린이에게도 간단한 읽기와 셈은 반드시 가르치려 한다. 또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을 키워주려 한다. ▶장애인 교육의 인권적 측면은 무엇인가. -장애인은 교육을 받을 동안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인권의 보호를 받는다. 장애인의 인권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막상 학교를 떠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학교 밖 세상은 학교 안보다는 못할 것이다. 물론 미국 사회는 이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잘 갖춰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장애인 교육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스태프(교사와 교직원)들을 교육하는 것이다. 신규 교사들이 학생들의 행동을 잘 다룰 수 있고, 학생들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교육 외적인 잔무가 너무 많다. 파라 교장은 인터뷰를 마친 뒤 직접 학교 시설들을 안내해줬다. 그는 교실과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모두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현재 어떤 수업을 받는가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dawn@seoul.co.kr ■ 美 장애인 법과 제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장애인 관련 제도를 아우르는 법은 1990년에 제정된 장애인법(ADA: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이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금지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의 ADA는 미국의 장애인들에게는 ‘권리장전’과도 같다. ADA의 주요 내용은 장애인이 고용이나 의사소통, 교통 수단 및 각종 시설 이용, 연방 및 지방정부의 활동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지 않도록 장애인 개인의 시민권을 보호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차별행위로 피해를 입을 경우에는 연방법원에 제소해 각종 시정명령, 금지명령 등을 받아낼 수 있도록 규정했다. 최근 우리 정부와 장애인 단체가 논의 중인 ‘장애인차별금지법’도 바로 이 법을 모델로 삼고 있다. 지난 1월에 개원된 미국의 제109회 의회에는 7월11일 현재 50건의 장애인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다. 이 가운데는 이라크 전쟁 등 각종 전투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위한 법안도 다수 포함돼 있지만 교육과 의료 지원 개선 등 순수하게 장애인의 삶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들도 적지 않다. 미 의회에서는 각종 법안을 제정·개정할 때 장애인 관련 사항이 필요한가를 검토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라고 할 수 있다. 미 의회에 계류 중인 50개의 장애인 관련 법안 가운데는 “기업들은 종업원들에게 ADA의 내용을 정확히 고지하라.”고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안도 포함돼 있다. ADA에 기초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을 위한 신 자유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를 추진하기 위해 2002년 보건부 산하에 장애인국(Office of Disability)을 신설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장애인 활동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첨단기술 개발 ▲장애인 청소년을 위한 교육 기회 확대 ▲고용확대 ▲지역사회와의 완벽한 조화 등이다. 이 정책에 따라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37억 달러(3조 70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 교육을 지원하는 데 할애됐다. 또 1억 2000만 달러(1200억원)의 예산이 장애인을 위한 편의 장치나 시설을 개발하는 데 배정됐다. dawn@seoul.co.kr ■ 美 버지니아주 폴스 처치 ‘신체장애인연대’를 가다 |폴스 처치(미 버지니아주) 이도운특파원|미국 버지니아주 북부에 자리잡은 폴스 처치 시. 워싱턴에서 66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5분 정도 달리면 나오는 주택가 중심의 부도심 지역이다. 그 중심거리인 사우스 조지 메이슨 드라이브에 이 지역의 대표적 건물인 다섯 동의 고층 아파트가 나란히 서있다. 이 아파트 단지 안의 3705동 105와 106호에서 중증 장애인 7명이 이웃 주민들과 어울려 여느 미국인과 다름없는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자 장애인의 대표 도우미인 올란도 포울리스가 문 앞에서 맞아줬다. 이 집에는 메리카(Merica)라는 별칭이 붙어 있었다. 영어로 America(미국)는 Miracle(기적)과 발음이 거의 같다. 두 단어를 모두 염두에 두고 붙인 이름이다. 아파트로 들어서 보니 105호와 106호를 터서 모두 6개의 방과 4개의 화장실,2개의 거실과 주방 등 넓은 공간이 확보돼 있었다. 아파트 안에서 가장 먼저 기자와 인사한 사람은 전신마비 장애가 있는 션 워자스첵, 그 다음은 하반신 장애가 있는 캐시 파였다. 장애 정도가 좀더 심한 션은 눈빛으로, 정도가 조금 나은 캐시는 말로 “환영한다.”는 인사를 건넸다. 캐시는 거실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로 네티즌들과 채팅을 하고 있었다. 캐시는 “왼쪽 손만을 이용해 자판을 쳐야 하기 때문에 속도가 매우 느리지만 상대편 친구들이 이해해 준다.”고 말했다. 캐시의 컴퓨터에는 웹카메라도 장착돼 이따금씩 화상 채팅도 즐긴다고 했다. 션은 두 손을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휠체어에 연결된 ‘패스 파인더’ 컴퓨터를 머리로 작동하고 있었다. 왼쪽 관자놀이 부근에 설치된 마우스를 움직여 컴퓨터의 커서를 이동시키는 것이었다. 션은 “하이 돈(기자의 영어 이름), 안녕하세요.”라고 컴퓨터 화면을 통해 인사했다. 문장과 함께 컴퓨터가 소리도 내보냈다. 기자가 “안녕하세요, 당신은 어떠세요.”라고 하자, 션은 다시 “대단히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속도는 느렸지만 의사소통은 분명했다. 반대편 거실로 건너가자 하반신이 불편한 라뤼 라이트가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라뤼는 장애 정도가 덜해 이따금씩 바깥으로 쇼핑을 나가기도 한다. 라뤼는 장애인이 외출을 원하면 미니 버스 등 교통수단을 제공해 주는 ‘메트로 액세스’라는 프로그램을 주 정부가 하루 24시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라뤼가 원하면 버스나 지하철도 이용할 수 있다. 모든 버스에는 출입구에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으며, 지하철은 어느 역이나 엘리베이터로 접근이 가능하다. 션과 캐시, 라뤼와 함께 지내는 빌과 브랜디, 디, 샤리타는 장애 정도가 심해 주로 침대에 누워 TV나 책을 보는 시간이 많다고 했다. 아파트는 숲으로 둘러싸여 창문밖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안정감을 줬다. 이 아파트의 북쪽 거실 문을 열면 아파트 수영장으로 연결된다. 라뤼와 캐시 등은 이따금씩 수영장쪽으로 나가 햇볕도 쏘이고 주민들과 대화도 나눈다고 했다. 주민들 가운데 장애인이 모여 산다고 해서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올란도는 전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도 “그 집뿐만 아니라 어느 가정이나 적어도 한가지씩의 문제는 안고 살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그들이 장애인이라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웃 주민들은 이곳에 사는 장애인들이 외출할 때면 출입문을 열고 기다려 주거나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션 등이 거주하는 아파트 105호와 106호는 지난 2000년에 장애인의 부모들이 돈을 모아 구입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들로 연령은 26세부터 40세까지이다. 고교 때까지는 특수학교 등에서 수업이 가능하지만 일단 학교를 졸업하면 각자가 생활 공간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장애인은 졸업후 각자의 집에서 생활한다. 이 공간은 일부 부모들이 “장애인들도 다른 이웃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만든 것이다. 또 각자의 집에 살 경우에는 장애인 10명에 전문 도우미가 한사람 꼴이어서 전문적인 재활 등의 도움을 받기 쉽지 않다는 것도 이곳을 만든 이유였다. 올란도의 경우는 아프리카 감비아 출신으로 영국 등에서 전문적으로 장애인 도우미 교육을 받았다. 올란도와 함께 마리차 로페스 등 모두 10명의 도우미가 이곳에서 식사와 청소, 빨래, 목욕 등을 도와 준다. 올란도는 이곳이 다른 장애인들에게도 참고할 만한 공간이라고 판단,‘신체장애인연대’라는 이름을 붙여 다른 장애인들과 교류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은 매달 700달러씩을 생활비로 내지만 버지니아 주 정부로부터 지원도 받는다. 올란도의 월급은 주 정부에서 지급한다. 그대신 매달 주 장애인위원회에서 관계자가 방문하고,3개월마다 한번씩 주 의료국 담당자가 운영 상황을 평가한다. dawn@seoul.co.kr ■ 특별기고 “인권 향상돼야 진짜 선진국” / 조영황 국가인권위 위원장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성과 권리에 있어서 평등하다. 사람은 이성과 양심을 부여받았으며 서로에게 형제의 정신으로 대하여야 한다.’ 1948년 12월 10일 파리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제1조의 문구는 5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이자 희망으로 남아 있다. 세계 도처에서 전쟁과 테러가 그치지 않고 빈곤과 차별의 상처가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상황에도, 인류는 역설적으로 반세기 전의 숭고한 사명을 떠올리며 평화와 공생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권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이후 인권 개념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등장했다. 국가기관은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권적 측면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국민의 일상생활 곳곳에서 인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인권이 고난의 투쟁을 상징했다면,21세기 우리사회의 인권은 생활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듯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수많은 결정에서 알 수 있듯이, 바야흐로 인권문제는 경찰, 교도소, 군대 등 국가기관을 넘어 학교, 다수인보호시설, 기업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영역의 중요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인권수준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혹자는 전직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이나 한국정부가 가입한 수많은 국제인권규약, 그리고 소위 ‘인권선진국’에만 문호를 개방한다는 각종 포럼에 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거론하며, 한국을 인권선진국 대열에 슬며시 밀어 넣기도 한다. 물론 획일적 경제논리와 폭력적 안보논리가 횡행하던 군사정권 시절의 무자비한 인권탄압에 비하자면, 한국의 인권수준은 몰라보게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 되짚어 보면 한국을 인권선진국으로 부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58개국의 여성인권 상황을 분석하면서 한국을 54위에 올려놓았고, 미국의 국제인권 NGO인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가 2004년 세계 각국의 시민적 자유와 정치적 권리 수준을 평가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그룹(46개국)에서 빠져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으로 들어가 보면 한국의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장애인, 빈곤층, 성적 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문제 등은 선진국과 비교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신문이 인권선진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공동기획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길’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번 기획은 사회보장제도가 탄탄하게 보장돼 있는 복지국가 대신 우리의 현실에서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는 8개국의 실태를 현장취재를 통해 집중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흔히 21세기는 ‘인권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것은 과거 국가의 경쟁력이 생산성과 효율성에 전적으로 의존했다면 미래의 경쟁력은 친인권 정책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고 국가적 재난으로 등장한 저출산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없으며,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그대로 두고 국제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분명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인류는 이미 50여년 전 그 길을 따라나섰고 우리는 이제야 인권 선진국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 재밌게 기발하게 미술과 친구하자

    ‘미술과 놀이는 둘이 아닌 하나’ 요즘 흔한 현대미술 작품처럼 그 무게에 짓눌려 감상에 부담을 갖게 되는 그런 작품들이 아니다. 무엇보다 ‘재미‘(Fun)라는 요소를 주요한 덕목으로 내세워 흥미를 유발하는 것들이다. 물론 예술성도 충분히 담고 있다.#예술 바 한 중년 남성이 들어간 Kunst Bar(예술 바)의 메뉴판에는 달리, 피카소, 반 고흐 등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거장들이 적혀 있다. 잭슨 폴록의 술을 선택하면 그는 잭슨 폴록이 되고, 샤갈의 술을 마시면 샤갈 작품에 등장하는 염소로 변해 한 여인과 찐한 키스를 한다. 카페에는 반 고흐의 술을 마시고 한쪽 귀가 떨어지는 사람이 있고,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은 바에 누워서 술을 마시며 웃고 있다.(스티브 화이트하우스)#콜라 폭포 박연폭포에 엉뚱하게 콜라가 흘러내린다. 컵 속 빨대를 쭉 빨아들이기를 몇번. 어느샌가 폭포는 정상으로(?) 돌아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킨다.(이정렬)#공구들 망치, 도끼, 칼, 낫 등 폭력과 날카로움이 연상되는 도구들. 거칠고 위협적인 도구가 색동저고리 천으로 몸 치장을 하면서 이들이 놓여진 공간은 유희와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했다.(김경희) 예술의전당의 한가람 미술관과 고양 어울림미술관에서 동시에 열리는 ‘미술과 놀이전’에서 관람객들은 단순한 관람자에 머물지 않는다. 스크린을 직접 조작하고 오브제 작품을 걸쳐도 볼 수 있다. 관람객이 있어야 온전한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는 작품들이다. 전시회의 부제가 ‘펀스터스’(Funsters,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붙여진 이유가 여기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영상등 다양한 미디어의 현대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점점 개인화되는 현대사회의 병폐를 현대미술에서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앨 ao킨즈의 ‘버스키’(Buski, 길거리 연주형태)는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작품.4명의 길거리 음악사들에 터치 스크린하면 음악이 흘러나온다. 독주는 물론, 합주도 가능하다. 손뼉치며 춤추는 남자를 등장시킬 수도 있다. 음악의 흐름에 ‘나’는 즐겁다. 노무현 대통령, 정동영 통일부장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등을 내세워 풍자한 안광준의 ‘변이’, 눈 모양의 스테인리스 거미 조각이 매달리거나 바닥에 놓인 이범순의 ‘나는 구름을 만들고 있다’, 과자 봉지로 의자 등을 형상화한 장숭인의 ‘붉은 기둥 푸른 기둥’등 국내외 작가 23명의 작품은 재치가 번뜩인다. 감윤조 큐레이터는 “전통적 미술관에서 체험할 수 없는 ‘유희성’이 이번 전시회의 핵심”이라면서 “이제 예술은 작가나 미술사가만의 몫이 아니라 관객이 발견하고 재창조해야 할 대상임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23일부터 8월 21일까지.(02)585-1515,(031)960-9730.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남북 화해·협력 인식] ‘6·17 후광’ 鄭통일 3위 약진

    지난달 17일 밤 평양에서 귀환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직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보란 듯이’ 발표했다. 그 내용은 즉각 ‘북한,7월 중 6자회담 복귀 의향 밝혀’라는 제목으로 도하 각 언론을 통해 대서 특필됐고 여진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국민 다수는 ‘6·17면담’ 내용에 그다지 큰 감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정 장관과 김 위원장이 만난 것이 남북관계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에 ‘경직된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계기가 됐다.’고 반색한 응답자는 33.3%에 그쳤다. 반면 `경직된 남북관계를 해소하는 데 큰 영향은 없다.´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응답자는 41.2%에 달했다.‘북한의 의견이 일방적으로 전달됐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응답자도 16.8%나 됐다. 결국 정 장관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10명 가운데 6명 정도(58%)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다. 그동안 북한이 숱하게 남발한 ‘부도수표’가 국민들한테 불신의 면역력을 심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북측이 웬만큼 확실한 자세 변화를 보여주지 않는 한, 국민들은 쉽게 마음을 주지 않을 것임을 드러낸 대목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2000년 6·15 정상회담에서 직접 서명한 서울 답방 등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 신뢰도를 떨어뜨린 주 요인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나중에 결국 7월 중 6자회담 복귀를 선언했지만, 그 직전까지 그런 관측이 즉각적으로 대세를 형성하지 못한 데서도 불신의 주파수가 광역화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지역별로는 역시 현 정권의 지지 기반인 호남(50.2%)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충청지역의 긍정 평가도 40.6%로 평균치를 넘었다. 반면 대구·경북(TK)은 호평한 비율이 19.2%에 그치는 등 극도의 불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같은 영남지역에 속하는 부산·경남(PK)에서 긍정 평가가 36.5%로 평균치를 넘어 차별화된 여론을 보여줬다. 자신을 진보성향이라고 분류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6·17 면담을 부정평가한 것도 눈에 띈다.40%가 `큰 영향이 없다.´고 답했고,‘북한 의견의 일방 전달’이라고 반응한 사람도 16%나 됐다. 직업별로는 농림어업(49.2%)과 화이트칼라(39.3%)계층에서 좋은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7 면담의 주연 역할을 한 정 장관은 일련의 남북관계 이벤트를 통해 그나마 짭짤한 정치적 수확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차기 대선후보 중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한반도를 안정시키는 데 적합한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 항목에서 정 장관은 9.5%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이명박 서울시장과 동률 3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정 장관은 이 시장의 뒤에 처져 4위를 면치 못했었다. 남북관계 개선에 적합한 차기 후보 1위는 역시 고건(17.2%) 전 국무총리가 차지했고, 박근혜(14.9%) 한나라당 대표가 뒤를 이었다. 정 장관은 여전히 이들에게 한참 뒤져 있지만, 그전 여론조사들에 비하면 다소 격차가 줄어들었다. 올 들어 정 장관은 선두주자인 고 전 총리에 3∼4배 지지율 격차로 기진맥진해 있었다.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은 정 장관이 최근 집중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여권 내에서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의 라이벌인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1.4%)과 이해찬 국무총리(1.8%)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 거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정 장관과 김 장관이 통일부 장관 자리를 놓고 입각 경쟁을 했던 ‘계산’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남북 관계에만 국한한 이번 지지율을 기존의 일반적인 지지율과 비교해 분석적으로 접근해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후보별 순위나 지역별 지지 성향이 비슷한 추세를 보인 것이다. 결국 국민들은 후보를 판단할 때 특정 현안보다는 전체적인 선호도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호남 출신인 고 전 총리는 역시 호남(25.3%)에서 지지도가 높았고, 정 장관도 고향인 호남(19.5%)에서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고 전 총리는 강원(34.1%)과 제주(40.2%)에서 호남을 능가했으며, 영남에서도 14∼15% 지지를 얻어 ‘남북관계 해결사’로서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인기를 얻고 있음이 확인됐다. 박 대표는 역시 TK(17.8%)와 PK(21.3%) 등 영남에서 높은 지지를 얻었다. 정 장관은 화이트칼라(11%)와 학생(15.7%)층에서 비교적 많은 인기를 얻었다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오일만특파원 베이징은 지금] 中 회의하다 망한다?

    중국에서 요즘 ‘회의 망국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사회주의 특유의 ‘회의 행정’의 잔재와 권력 분산 추세에 따른 국유기업의 소규모화, 사영기업 등의 등장으로 ‘회의 단위’가 그만큼 많아졌다. 당은 7000만명의 당원을 상대로 각종 회의와 국유기업·사영기업들은 미래 전략회의란 명목으로 회의가 폭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성이다. 최근 중궈저우칸(中國周刊)은 중국의 회의 문화가 ‘먹고 마시고 시간 때우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질타했다.‘회의 원가’를 시간당 평균임금, 참가자 수, 회의시간에 기회비용을 포함해 계산할 경우 천문학적인 돈이 불필요한 회의로 낭비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중국의 회의는 일반적으로 고급·중급·저급 회의로 나뉜다. 고급 회의는 링다오(領導·지도자)의 모임인데, 주로 ‘이얼싼쓰(1234) 회의’로 불린다. 기존의 방침을 1,2,3,4로 나열하는 공허한 회의라는 의미다. 조직의 중간 간부들이 주축이 되는 중급 회의는 ‘하오(好)하오(好)’ 회의로 통한다. 소신보다는 위에서 내려온 안건에 ‘옳소.’를 외치는 복지부동의 전형적인 케이스다. 저급 회의는 ‘벙어리 회의’다. 주로 상급 단위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직원 전체회의다. 참가자들은 말없이 그저 무표정하게 회의에 참석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별칭이다. 더욱 가관은 ‘유람성 회의’다. 고급 휴양지의 최고급 호텔에서 며칠씩 계속되는 회의가 대부분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1999년 베이징에 회의 관련 서비스 회사가 200여개였으나 지난해 4000여개로 20배가 늘었다. 최근 중국 감사원이 적발한 사례를 보자. 지난해 중국 국가전력공사는 우한(武漢)의 5성급 호텔인 샹그릴라에서 2일간 304만위안(약 4억원)을 썼다. 당 중앙과 중앙정부는 이미 여러차례 ‘회의 간소화’ 지침을 하달했다. 하지만 간소화 지침을 전달하기 위해 또 다시 하부 단위에서 회의를 열어야 하는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는한 회의 자체가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oilman@seoul.co.kr
  • 용틀임 시작했다 ‘단기필마’ 4인방

    연정 파문, 부동산파문 등 정치·경제적으로 혼란한 틈을 타 정치권에선 ‘제3세력’이 용틀임을 시도하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라는 ‘빅2’의 차기 대권 주자들에 가려 있던 인사들이 조심스럽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행보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대권 구도를 재편성하는 ‘허리케인’으로 변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의욕적인 동선(動線)을 그리고 있다. 공식적인 활동을 일절 하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 만남은 활발하다. 최측근으로 통하는 민주당 최인기 의원은 “대선까지 2년 반이 남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비정치적인 발언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변에는 옛 내무부 관료출신 후배,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들이 늘어났다.20여년동안 모임을 가져온 ‘동숭포럼’도 있고, 다산연구소도 측면 지원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9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국회의원들을 만난 데 이어 자신의 홈페이지 방문객과 호프미팅을 갖기도 했다. 이달 초엔 중국을 방문, 안중근 의사 공원이나 동상을 건립하는 문제를 적극 협의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2년 반의 침묵을 깨고 최근 입을 열었다. 지난 대선 때 자신이 주도했던 ‘국민통합21’ 담당기자들과 오찬에서 “시간도 지났으니까 이제 좀 (정치를) 해봐야죠.”라며 의욕을 내보였다. 차기대선 구도가 현 상태로 굳어지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그 속으로 진입해 보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정 의원측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정 의원측은 “작심하고 한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이 없어져서 기자들과 만남이 여의치 않았다.”면서 “그동안에도 언론 기고 등을 통해 활동을 했다.”고 발을 뺐다.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되면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해 ‘대권 재도전’ 의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간접적으로는 법안제출 등을 통해서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를 계속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자민련 이인제 의원은 겉으론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대선 자금 수수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최근 기자회견에서 차기 대선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냈다. 그는 자민련과 신당의 통합을 강조하면서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라는 점을 스스로도 시인했다. 이 의원측은 “필요하다면 향후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다음 정권이 들어서는 데 밀알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자민련에서는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이규양 대변인은 “개인적인 희망이 아니겠느냐.”면서 의미를 깎아내렸다. 심대평 충남지사는 창당을 추진 중인 ‘중부권 신당’을 발판으로 ‘제2의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를 꿈꾸고 있다. 열린우리당이든, 한나라당이든, 민주당이든 일단 ‘제1연합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합종연횡 구도를 그리고 있다. 차기 대권의 향배를 가름하는 ‘α’로서 자리매김하겠다는 복안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코믹액션 ‘천군’ 쑥대머리 이순신 영웅만들기

    14일 개봉한 ‘천군’(제작 싸이더스픽쳐스)은 시공(時空)을 독특하게 칵테일한 접근방식으로 일찍부터 관심을 끌어온 코믹액션이다. 남북한 젊은 병사들이 순식간에 과거로 빠져들어 스물여덟살의 청년 이순신을 만난다는 이야기 설정은 과감하고 독창적인 국산SF 소재로 인정받을 만하다. 남북한이 손을 잡고 극비리에 핵무기 ‘비격진천뢰’를 개발한 가상의 시간대에서 이야기는 출발한다. 외교적 문제로 이를 미국측에 넘겨줘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북한 장교 강민길(김승우)은 핵무기를 빼돌리려 핵물리학자 김수연(공효진)을 납치해 탈출한다. 남한 장교 박정우(황정민)는 군의 명령으로 강민길 일행을 뒤쫓고, 그 와중에 433년만에 지구를 지나는 혜성의 신비한 힘에 이끌려 모두들 청년 이순신이 살던 1572년 조선의 변방마을에 떨어진다. 남북이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가상현실을 스크린 너머로 즐겨보는 맛이 꽤나 쏠쏠하다 싶은데, 영화는 재빨리 과거로 공간이동해 본론을 꺼낸다. 여진족이 침입해 양민 학살을 일삼는 역사현장에 떨어진 박·강 일행이 만난 이순신은 무과에 낙방해 무기력하게 세월만 보내고 있는 쑥대머리 청년이다. 한동안 영화는 낯선 시간대에 툭 떨어진 이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을 코믹터치로 이어나가는 듯싶다. 사용처도 모른 채 비격진천뢰와 초코바를 훔쳐 달아나고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영웅 이전의 ‘인간’ 이순신을 넘겨짚는 장면들은 유쾌하다. 하지만 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갈등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며 영화는 갈수록 진지하고 묵직한 뉘앙스의 서사기둥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춘다. 자신들을 하늘이 내린 군대(天軍)라고 환대하는 양민들 사이에서 강민길과 박정우는 상반된 캐릭터로 번번이 부딪친다. 이순신과 양민들을 도와 오랑캐에 맞서려는 강민길, 이순신의 안전을 도모한 뒤 비격진천뢰만 찾아 현재로 복귀하려는 박정우, 그들 사이에 끼어 답답한 현실을 실존적으로 고민하는 이순신. 포스터만 보고 ‘황산벌’류의 코미디 강도를 기대하는 건 그래서 금물이다. 탄환과 손도끼가 뒤섞여 날아다니는 ‘퓨전’ 전투현장, 엄연한 역사를 뒤집어 재구성한 기발한 상상력 등 소소한 구성요소들을 음미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쿨’한 사극액션을 원한다면 께름칙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한 법. 기승전결 구도를 제대로 못 갖춘 채 장황하게 늘어지는 이야기 짜임새,‘민족’ 운운하며 쉼없이 감정과잉을 부추기는 순진한(?) 대사들, 비장감을 강요하는 과장된 음향효과 등이 요즘 관객들의 입맛 수준에 맞을지 의문이다. 민준기 감독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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