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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만 관객 앞둔 힙합의 대부 바비킴

    10만 관객 앞둔 힙합의 대부 바비킴

     이 세상에서 고독이라는 말보다 더 고독한 단어가 있을까. 어느날 한 남자가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바다에 ‘풍덩’ 빠진다. 그리고는 고독하게 헤엄을 친다. 왜 그랬을까? 노래로 답한다. ‘파란 바다 저 끝 어디에선가 있는 꿈과 사랑을 찾아서~/하얀 꼬리 세워 길 떠나는 나는 바다의 큰 고래~’. 다시 까닭을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나의 지친 몸짓은 파도 위를 가르네/나를 편히 쉬게 할 꿈인 걸 너는 아는지~’라는 진한 너울뿐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그 남자의 꿈은 척박한 토양에서 싹텄다. 어린 나이때부터 겪은 쓰디 쓴 인종차별과 이방인의 외로움이 우선 그러했다. 오죽했으면 착해지는 자신이 나쁘다며 ‘오늘 단 하루만 착하지 말자.’고 외쳤을까. 그런 처절함에서 스스로 험한 바다를 택했고 한 마리의 ‘파랑새’에서 꿈을 찾아 떠나는 큰 고래가 됐다. 하여 아픔이 있어도, 그 어떤 고통이 가로 막아도 ‘편히 쉬게 할 꿈’을 향해 거친 파도를 넘고 또 넘었다. 지금도 그렇게 ‘고래의 꿈’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힙합 뮤지션 바비 킴(38). 그는 요즘 2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층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팬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개 ‘고독과 처절함에서 나오는 특유의 창법이 심금을 울린다.’고 답한다. 특히 대표곡인 ‘파랑새’와 ‘고래의 꿈’에서 흘러나오는 바비 킴의 음악적 향기는 세대를 뛰어넘는 신선한 냄새가 짙게 깔려 있다고 한다.  사실 그는 무명세월 11년 설움을 견디며 온갖 고생을 하다가 2004년에 발표된 앨범 ‘고래의 꿈’으로 비로소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반응은 폭발적일 만큼 계속됐다. 노래를 듣는 이에게 묘한 위안을 준다는 공통분모로 세대를 뛰어 넘어 많은 마니아들을 탄생시켰다. 2009년부터 전국투어 콘서트에 나서면서 인기스타로서 바비 킴의 존재를 입증한다. 그해 3월부터 지난 해까지 그는 30개 도시에서 50회 이상의 공연으로 9만여 관객을 모았다. 이는 불과 2년만에 이룬 성과로 최고의 티켓 파워는 물론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임을 입증한 셈이다. 팬들은 바비 킴을 가리켜 ‘소울의 대부’ ‘힙합의 대부’라고 칭하기도 한다.  그는 오는 26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 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또 한번의 전국 투어 공연에 돌입한다. 상반기에 4개 도시, 하반기에 10여개 도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따라서 5월 중에는 누적 관객 1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객석 수가 한정된 공간에서 콘서트 3년차만에 10만관객을 채우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공연에는 트로트를 ‘바비 킴’적으로 해석해 불러볼 예정이어서 또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바비 킴을 만났다. 늘 그랬듯이 이날도 특유의 중절모를 쓰고 나타났다.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속으로 ‘그래서 팬들이 힙합의 할아버지라고 하나.’라는 생각을 잠시 떠올렸다. 먼저 이번 공연을 갖는 의미와 소감이 어떠한지 물었다.  “올해로 단독 콘서트는 3년째입니다. 그 중간에 조인트 콘서트가 있었지만 말이죠. 그동안의 콘서트가 바비 킴이 살아온 인생을 담았다면, 올해 콘서트는 바비 킴이 할 수 있는 음악과 바비 킴이 하고 싶은 음악, 그리고 팬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여러 음악을 선보일 생각입니다. 말 그대로 팬들과 함께 하는 ‘소울 투게더(Soul Together)’이지요.”  그렇다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좀 더 다양해진 콘서트 무대가 될 듯 싶다. 어떻게 달라질까.  “트로트곡을 제 스타일로 한번 소화해 볼 생각입니다. 물론 실험입니다. 사실 제가 아는 트로트곡은 하나도 없습니다. 트로트곡 10여곡을 선정해 하나 둘씩 들어가면서 선별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이거다 하는 것이 없지만 공연때 2~3곡정도 불러볼 생각입니다. 제가 트로트를 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런 시도는 그를 좋아하는 마니아 계층들을 위한 팬 서비스 차원에서 ‘공연의 맛깔’을 더할 것으로 보여진다. 본인도 그런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잠깐, 한국말은 어떻게 익혔을까. 두살때 미국으로 건너가 스무살에 돌아왔으니 말이다.  “국내 모대학 어학당에서 1년반 동안 배웠습니다. ‘가,나,다’부터 배웠죠. 한국인이면서 한국말을 몰라 이방인으로 살았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미국과 한국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불편함이 상당히 컸죠. 한국어로 된 노래가사에는 영어발음으로 일일이 적어가면서 익히고 부르고 그랬습니다.”  한국에서의 적응은 힘들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워 영어 테이프 녹음, TV드라마 엑스트라, 유아 TV프로그램 영어 강사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아울러 힙합 음악을 고집하면서 그룹활동을 했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의 적응도 순탄하지는 않았을 터. 그가 미국으로 가게 된 계기는 MBC 관현악단에서 트럼펫을 연주하던 아버지 김영근씨가 미국에서 음악활동을 하게 되면서였다. 그의 가족이 처음 정착한 곳은 샌프란시스코. 바비 킴은 초등학교때부터 적지 않은 따돌림을 당했다. 미국 아이들에게 ‘칭크(Chink:중국인을 비하하는 속어)’라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이때마다 한국인이라고 해도 ‘동양인들은 다들 똑같지 않느냐.’는 대답을 계속 들어야 했다.  “제가 살던 곳에는 필리핀과 중국인들이 살았어요. 또 백인과 흑인들도 많이 살았구요. 한국인은 별로 없었는데 어릴 때 미국인은 물론 똑같은 동양인 아이들에게도 왕따를 많이 당했지요. 화가 날 때에는 덩치 큰 선배들과 싸우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패배의식이 있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강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런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바비 킴은 아버지의 음악적 영향을 받아 중학교때 트럼펫을 몰래 배웠다. 또 학교에서 솔로로 노래 발표회에도 여러 차례 참가했다. 그때마다 성적은 아주 우수했다. 아버지는 이런 아들을 보고 혹시 음악하는 것이 직업이 될까봐 극구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원래 음악적 자질도 타고 났지만 운동신경 또한 그랬다. 초등학교 3학년때 야구방망이 잡기 시작해 고등학교때는 학교 대표선수로 1번타자와 포수를 맡았다. 특히 어깨힘이 좋아 1루에서 2루로 도루하는 상대방 선수들은 거의 다 아웃시켰을 정도였다. 타격면에서는 3할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던 고 3때 한 스카우터로부터 ‘너는 동양인이어서 체격적으로 밀리기 때문에 서양인보다 3배 이상 훈련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그때 야구도 그만 두고 좋아하던 미식축구도 그만 두었습니다. 몇날 며칠 방황과 좌절의 연속이었죠. 그러던 중 음악을 취미가 아닌 진짜 인생의 승부수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구요. 미국에는 클럽 바에 가면 오픈 마이크라고 해서 누구나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자주 갔지요. 또 원맨쇼 코미디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나이트클럽 래퍼로 아르바이트도 했습니다.”  1992년 미국 LA에서 흑인폭동이 일어나자 바비 킴 가족은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이듬해 한국에 온 바비 킴은 아버지의 묵시적인 허락하에 음반사 여러 곳에서 오디션을 봤다. 이때 단골로 부른 노래가 이승철의 ‘마지막 콘서트’였다. 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리듬은 잘 타지만 목소리가 이상하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바비 킴은 이에 대해 “어릴 때 흑인들과 자주 지내서 그런지 리듬을 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며 웃는다.  그러던 1994년 ‘닥터 레게’로 첫 앨범을 냈지만 인기를 못얻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터보, 젝스키스를 비롯한 여러 가수들의 코러스와 랩 피처링 등을 하면서 실력을 차근차근 쌓아나갔다.  “저에게는 무명 11년 세월이 고맙게 여겨집니다. 만약 처음부터 성공했더라면 자만에 빠질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저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열심히 노력해야 된다는 것을 깨닫고 또 깨달았지요. 이제는 공연때마다 제가 어떻게 살아왔다는 것을 얘기할 수 있고, 또 관객들과의 진실한 공감을 통해 하나 하나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제가 (다른 가수들과) 음악의 색깔도 다르고 창법도 특이하다고 하지만 그런 것이 이제는 자신감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바비 킴의 본명은 김도균이다. ‘바비’(Boby)라는 이름은 세살 때 친누나가 미국 TV시트콤을 보다가 바비라는 등장인물을 보고 그렇게 정했단다.  앞으로의 꿈에 대해 그는 “음악을 하다보니 취미가 없어졌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데 그쪽 분야로 연구를 많이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팬들과 함께 하는 창조적 음악을 위해 열심히 꿈을 꾸며 살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결혼에 대해서는 “여자친구는 현재 없지만 나이 마흔이 되면 할 생각.”이라면 웃는다. 중절모와 콧수염의 바비 킴. 특유의 애닯고 처절하고 고독한 창법이 앞으로 어떻게 더욱 깊어질지 기대된다.    편집위원 km@seoul.co.kr
  • 서울변호사회 후원받아 법대 첫 합격한 11학번 주원씨

    주원(여·20·가명)씨는 A대 법대 11학번이다. 주원씨의 오랜 꿈이었던 ‘법대생’이 된 건 우연이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후원을 받은 주원씨는 ‘내게 도움을 준 변호사님처럼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목표를 향해 힘차게 달리는 주원씨를 싱그러운 캠퍼스에서 만났다. 지난 5년간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주원씨가 후원받은 금액은 매달 10만원. 11년동안 이어온 서울변회의 후원을 받은 학생 중 법대에 진학한 건 주원씨가 처음이다. ‘에계, 얼마 안되네’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주원씨가 똑 부러지게 말했다. “남들은 얼마 안된다고 생각하는 금액이지만, 그거 없었으면 저 대학 못 왔어요.” 왜일까. 주원씨네 사정을 들어 보면 금방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원씨는 심장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기초생활수급자였을 때는 매달 45만원씩 정부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 돈으로 원룸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은 25만원뿐. 그마저도 얼마 전부터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을 받지 못해 늘 쪼들리며 산다. 주원씨는 “10만원으로 보충수업비도 냈고요, 참고서도 샀어요. 아 참, EBS 동영상 강의도 들었어요.” 10만원이 적다고 생각했던 게 금세 부끄러워졌다. 주원씨가 법대를 진학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후원 받은 지 1년이 지난 중3 무렵이었다. 자신처럼 소외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법조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학교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체제로 전환해 남아 있는 법대 중 최고 수준이라는 A대에 들어온 주원씨지만 동기들처럼 사법고시에는 관심이 없다. 이유를 물어보니 ‘빨리 돈 벌어서 등록금 갚아야죠.’라는 의젓한 답이 나온다. 등록금 전액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로 빌린 탓이다. 그래도 사법고시 한번 보고 싶지 않으냐고 묻자 ‘검찰 수사관이나 경찰이 돼서 저같이 소외된 이웃을 돕고 싶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집에서 학교까지 2시간이 넘는 거리라 피곤할 법도 한데, 주원씨는 마냥 신난다. 1학년 전공과목인 헌법특론, 법학입문, 민법총칙을 줄줄이 설명한다. 한자가 많아서 교양과목으로 한문을 신청했단다. 점심은 학생식당의 1900원짜리 백반을 늘상 이용한다면서도 주눅들지 않는다. “용돈을 엄마에게 손벌릴 수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신청했는데, 그마저도 자리가 없다더라고요.”라며 오히려 배시시 웃는다. 주원씨는 처음에 인터뷰를 망설였다. 갓 여고를 졸업한 만큼 친구들에게 알려질까 겁도 났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맘을 고쳐먹었다. “도움 받은 걸 갚을 길이 없겠더라고요. 이렇게나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저같이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으로 주원씨는 하루빨리 돈을 벌고 싶다고 말했다. “저처럼 꿈이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어요. 돈 벌면 당장 기부할 거예요.”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아빠 곧 따라 갈거야… 먼저 한국 가 있어”

    15일 오후 2시 센다이 한국 총영사관 앞 버스에서는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먼저 떠나는 가족들과 이들을 떠나보내는 아빠들이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차편이 한정돼 센다이에 남아야 하는 가장들은 버스를 타고 떠나는 가족들을 배웅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내와 초등학교 6학년·4학년 아들 딸을 한국으로 먼저 보낸 김인권(45)씨는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드는 가족들을 향해 “아빠도 곧 뒤따라 갈 테니 한국에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김씨가 언제 한국으로 들어가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차편이 부족해 영·유아와 보호자, 노약자부터 공항으로 이송하고 있어 김씨의 차례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가족들이 먼저 안전한 한국으로 간다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진정될 것 같다.”면서 “나도 하루빨리 교통편을 마련해 가족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30년 경력의 뱃사람 현대철(57) 선장은 16명의 필리핀인 선원들을 데리고 15일 자정 도쿄로 떠났다. 닷새 전 쓰나미의 충격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필리핀 선원들을 모두 안전하게 고향으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다. 현 선장이 탄 글로비스 머큐리호는 지난 11일 센다이항에 정박해 있다가 변을 당했다. 한순간에 밀려오는 쓰나미 물결에 6000t급 배도 종이배처럼 무력하게 육지로 떠밀려 올라갔다. 현 선장은 “이런 끔찍한 일을 함께 당했는데 다른 국적이라도 선원들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면서 “다행히 우리는 회사에서 제공해준 차편을 이용해 안전하게 도쿄로 돌아가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도 하루빨리 상처를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센다이를 떠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시 돌아온 사람도 있다. 황기욱(40) 도호쿠대학 약학과 교수는 제자들을 위해 위험천만한 이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원전 3호기가 또다시 폭발한 후쿠시마 지역을 뚫고 학교가 있는 센다이까지 장장 48시간 동안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진 발생 당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한 까닭에 화를 면할 수 있었던 황 교수는 그곳에서 외신으로 접한 일본 소식에 깜짝 놀랐다. 황 교수는 다음날로 짐을 싸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공항, 후쿠시마 공항을 거쳐 다시 택시를 타고 센다이까지 꼬박 이틀이 걸렸다. 지인들은 ‘위험천만한 곳을 뭐하러 일부러 찾아가느냐.’면서 황 교수를 말렸다. 모두가 여진과 방사능을 피해 멀리 달아나려고 하는 판에 그는 남들이 모두 ‘사지’라고 부르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황 교수는 “부모님과 떨어져 유학을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내가 부모와 마찬가지인데 위험한 곳에 학생들만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센다이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방사능 확산에 열도 ‘발칵’… 외국인들 ‘재팬 엑소더스’

    방사능 확산에 열도 ‘발칵’… 외국인들 ‘재팬 엑소더스’

    15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2호기와 4호기에서도 폭발이 보고되면서 일본 전역은 패닉에 빠졌다. 이미 폭발한 1, 3호기 정상화를 위해 남아 있던 직원들도 철수했으며 후쿠시마는 물론 도쿄에서도 주민들의 탈출 행렬이 목격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후쿠시마 대부분의 도시는 인적이 끊긴 지 오래다. 정부가 원전 반경 20~30㎞에 거주 중인 주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고 주문했지만 집에 있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반경 20㎞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앞서 내려진 긴급 대피령에 따라 대피소로 몸을 피한 상태다. 대피소라고 해도 어차피 인근 도시 학교나 체육관에 마련된 곳이라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대피 센터에 방사성물질에 노출될 경우 피해를 줄여주는 요오드제 23만병을 배포했다고 밝힌 데서 알 수 있듯이 후쿠시마현은 숨 쉬는 것 자체가 공포가 돼 버렸다. 사태 악화를 우려했던 이들은 일찌감치 공항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곳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비행편이 완전히 끊긴 것은 아니지만 표는 고사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심보다는 공항이 ‘후쿠시마 탈출구’에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각국 취재진도 방사성물질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센다이에 머물고 있던 영국 스카이뉴스 취재팀은 트위터를 통해 “예방 차원에서 이곳을 떠나고 있다.”면서 “호주 기자들도 같이 빠져나왔다.”고 전했다. 여진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인식됐던 도쿄도 발칵 뒤집혔다. 프랑스 대사관이 자국민들에게 이날 오전 10시쯤 10시간 내에 미량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바람이 도쿄에 도달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곳에서도 후쿠시마 지역과 마찬가지로 마스크 착용자가 급증했다. 외국인들은 귀국행을 재촉했다. 여행객들은 일정을 단축했고 도쿄 주재원들도 서둘러 도쿄를 떠날 채비를 했다. 유럽연합(EU) 대표부에서 근무하는 스테판 허버는 “직원의 3분의1가량이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미국계 투자은행 도쿄 지사에 근무하는 한 남성은 “이미 아내와 아이들 4명을 영국으로 보냈다.”면서 “나도 곧 갈 것이다. 질서가 남아 있을 때 떠나야지 모두 공포에 질렸을 때는 늦다.”고 걱정했다. 일부 국가들의 경우 대사관 차원에서 대피를 권고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은 아예 자국민 소개 준비에 착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이 발생한 뒤 자국민을 국가 차원에서 대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나라는 중국이 처음이다. snow0@seoul.co.kr
  • [씨줄날줄] 슈퍼 문(Super Moon)/이춘규 논설위원

    큰 재난을 당하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초기에는 어느 정도 냉정을 유지한다. 남을 우선 배려하는 등 훈훈한 미담도 많이 들려온다. 하지만 재난이 길어지면 상황은 급변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이성을 마침내 압도하기 시작한다. 지난 11일 일본에서 리히터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사재기·매점매석·새치기도 없었고, 남을 먼저 배려해 세계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진 발생 나흘을 넘기며 상황이 변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 기사는 재난 현장의 스산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신문은 14일 피해가 큰 이와테현의 한 대피소 모습을 전하며 “식량부족이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50대 여성은 ‘먹을 것을 손에 넣으면 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몰래 조리하는 등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한다. 식량부족을 이유로 뒤늦게 들어온 피난민을 내쫓자고 선동하는 피난민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재기와 매점매석 역시 확산되고 있다. 도쿄에서는 공포에 질린 주민들이 여진 등에 대비해 생필품을 사재기하고 상인들이 물건을 내놓지 않아 텅 빈 상품진열대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가득 채워 달라고 보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사재기·매점매석이 확산되자 정부가 나섰다고 한다. 소비자청은 과도한 사재기·매점매석에 대한 조사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포 확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비상 조치다. 지진현장을 무대로 설치는 절도나 사기범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쿄 하치오지시에 사는 70세 노인에게 아들이라고 속인 남자가 ‘급한 일이 있으니 계좌로 돈을 넣어달라.’는 후리코메(계좌이체) 사기를 시도하려다 탄로나자 전화를 끊었다. 경찰은 노인의 신고를 받고 “앞으로 비슷한 수법의 범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하면 즉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최근 노인 상대 후리코메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유언비어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슈퍼 문’(Super Moon) 괴담. 오는 19일 달과 지구의 거리가 19년 만에 가장 가까워져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큰 슈퍼 문이 뜨는데 보다 더 강력한 대지진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지진과 슈퍼 문과의 상관관계를 강력히 부인하지만 민심은 뒤숭숭하기만 하다. 미증유의 재난을 당하고도 미담을 쏟아내던 일본인들. 일본인들의 냉정을 끝까지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아니면 사재기·매점매석 등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날까.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조용기 목사 또 舌禍

    조용기 목사 또 舌禍

    “일본 대지진은 하나님의 경고”라는 조용기(75)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발언을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비판 속에 조 목사는 15~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도쿄순복음교회 창립 34돌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14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조 목사는 전날 한 개신교 인터넷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대지진은) 일본 국민이 신앙적으로 너무나 하나님을 멀리하고 우상숭배, 무신론, 물질주의로 나간 것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전화위복이 돼서 이 기회에 주님께 돌아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준희 여의도순복음교회 홍보국장은 “(조 목사가) 그동안 일본 선교에 각별한 공을 들여왔는데 그만큼의 통탄스러움과 안타까움에서 나온 발언”이라면서 “계속되는 여진과 방사능 유출 위험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사랑과 위로의 마음으로 일본행을 강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화평론가 진중권은 트위터를 통해 “이런 정신병자들이 목사질을 하고 자빠졌으니…”라면서 “더 큰 문제는 저런 헛소리를 듣고 ‘아멘, 할렐루야’ 외치는 골빈 신도들…종교가 아니라 집단 히스테리”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네티즌들도 “봉사활동에 먼저 나서야 할 목회자가 할 말이 아니다.”, “하나님 안 믿으면 죽어야 하나.”, “조 목사의 말이 맞다면 우리나라에도 대지진이 일어나겠다. 한국교회가 몽땅 하나님과 멀어졌으니…”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앞서 ‘대통령 하야운동’ 발언으로도 논란을 빚었던 조 목사는 17일 귀국할 예정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日서해서 지진땐 1시간내 쓰나미… 내진 설계 보완해야”

    “日서해서 지진땐 1시간내 쓰나미… 내진 설계 보완해야”

    ‘앞으로 3일 이내에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여진이 일어날 확률이 70% 이상’이라는 지난 13일 일본 기상청의 발표에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동의했다. 일부 학자는 7.0 이상의 여진이 일본 동해상뿐만 아니라 서해상 즉 우리나라 동해상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서해 앞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불과 1시간 이내에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켜 우리 국가주요시설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진설계가 안 된 오래된 건물들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기상청이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여진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는데 어떻게 보나.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이하 손) 가능성이 있다. 주변 지각에 균열이 일어나면 군데군데 지각이 약해져서 지하에 누적돼 있던 응력이 해소되면서 여진이 발생한다. 이번처럼 리히터 규모가 9.0 정도면 여진의 규모가 그만큼 커지고 여진이 발생하는 시간도 길어진다. 한달에서 길면 1년 이상 여진이 발생할 수 있는 규모의 지진이었다.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 지진대’라 불리는 곳은 단층이 많고 어떤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다른 단층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번 강진이 발생하면 도미노현상과 같이 주변에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짧게는 30년, 길게는 50년 주기로 지진이 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정태웅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이하 정) 여진이라는 것은 규모가 거의 똑같지는 않지만 본진보다는 낮은 단계의 지진이다.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리히터 규모 9.1)의 경우도 며칠 만에 리히터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경우도 근처 판에서 7.0 정도의 여진은 충분히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신진수 한국지질연구원 지진재해연구실장(이하 신) 여진 발생 가능성은 맞는 말이다. 이 정도 지진이 나면 일주일에서 한달 내지 몇달 내에 많으면 수백차례의 여진이 발생할 수 있다. 그중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도 발생할 수 있다. →여진이 일본 서쪽(동해)에서 발생할 가능성은. 발생한다면 쓰나미 등 피해가 우려되나. -손 일본의 북동부에서 동편으로 태평양판이 1년에 5~10㎝씩 서쪽으로 밀고 있다. 이번 지진은 이 때문에 발생한 지진이다. 또 단층운동이 수직으로 일어난 지진이다. 쓰나미는 이렇게 단층운동이 수직으로 일어날 때 규모가 커진다. 이번 지진은 대형 쓰나미가 일어나기에 좋은 여건이었다. 하지만 일본 동쪽에서 규모 7.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지, 우리 동해에서는 그런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실제로 1983년 일본 아키다 현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지진으로 우리 동해안이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어느 정도의 확률인지는 말할 수 없지만 9.0 지진이 일어나기 전보다는 훨씬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지진이 일어나면 큰 피해가 있을 수 있다. 동해는 수심이 깊다. 쓰나미는 수심이 깊을수록 큰 피해를 낸다. 지진이 발생하면 단층이 수직운동을 해야 쓰나미가 생기는데 동해가 바로 그런 곳이라는 것이다. 또 일본 서해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일본보다는 느리겠지만 1시간~1시간 30분이면 우리 동해에 도착하기 때문에 대비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따를 수 있다. -정 동해상에서 여진이 발생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1997년에도 리히터 규모 4.7의 지진이 경북 경주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은 수년 전 중국 내륙에서 일어난 규모 7.0의 지진이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장소에서도 주위에서 큰 지진이 나면 몇년 뒤에라도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연안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수직지진이 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이번 도호쿠 강진의 경우 10분 만에 쓰나미가 당도했지만 우리는 수심이 그보다 얕아서 쓰나미가 동해안에 닥치는 데 1시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신 가능성이 낮다. 우리나라 동해, 즉 일본의 서해에 지진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이번 지진에 따른 여진이 아니라 또 다른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 새로운 지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지역에서도 7.0~7.5 규모 정도의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 언제 일어날지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다. 예측을 못하는 만큼 항상 대비해야 한다. →향후 일본 여진에 대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손 먼저 동해안에 몰려 있는 원전들의 내진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 건물들은 지어진 지 오래됐고 지어질 당시는 지진이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을 때다. 월성, 울진, 고리 원자력발전소의 경우 0.2g(중력가속도)을 견디게 지어졌다. 일본의 경우는 대부분 원전이 0.4g 이상을 견디게 설계됐다. 그런데도 이번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보통 0.2g이라면 리히터 규모로 6.0~6.5 정도를 견디게 지어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진 발생의 역사와 최근 국제적인 지진 발생 강도와 빈도를 살펴보면 6.5 규모 이상의 지진이 충분히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당연히 내진 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인구밀집지역의 지진 및 쓰나미 대비책이 시급하다. 동해안에는 부산과 같은 대도시도 있고, 큰 공단이 있는 울산 같은 도시도 있다. 최근 소방방재청에서 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봐도 부산에 6.5 규모의 지진이 나면 건물의 60~70%가 완파 또는 반파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내진 설계가 잘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지진 재해도조차 그려져 있지 않은 나라다. 그러다 보니 국토를 효율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힘들다. 마지막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진 관련 전문가가 너무 적다.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 지역의 경우 1~2명도 안 되는 걸로 안다. 지진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학자 공무원도 육성해야 한다. 이런 것이 안 돼서 생긴 대표적인 사례가 남해에 쓰나미 경보기를 설치한 것이다. 남해처럼 수심이 얕은 곳에서는 쓰나미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경보기가 필요없다. 오히려 필요한 곳은 동해인데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됐다. 정부에 지진전문가가 적어서 생긴 일이다. -정 가장 심각한 문제는 5층 이하의 저층 건물이다. 저층 건물은 특히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다. 88년 이후에 내진 설계 기준이 도입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정말 문제다. 특히 학교 건물이 큰 문제다. 학교 건물은 대부분 지어진 지 오래됐고, 내진 설계가 안 돼 있다. 지진이 나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다.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기회에 보강해야 한다. 또 지진 재해도가 필요하다. 지진이 나더라도 연약지반과 암반층일 때가 다르다. 진동의 차원이 다르다. 후쿠오카 지진이 났을 때 서울도 흔들렸는데 내가 있던 강남의 연약지반 위에 세워진 교회는 흔들림이 강했고, 강북의 암반층 위에 있는 부모님 댁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진 설계를 하려고 해도 일반인에게 지진 재해도가 공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예산도 많이 들고 효과도 적다. -신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지진 규모를 예측하고, 대응 태세가 잘 돼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제일 쉽고 중요한 대비는 내진 설계다. 다만 쉽지 않은 것이, 60~70년대에 지어진 민간 가옥은 내진 설계가 안 돼 있어 지진에 취약하다. 그렇다고 다 부수고 새로 지을 수도 없다. 개인 것이니까. 이런 집들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세울지 정책적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반 시민들은 지진을 체험해 보지 못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이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도 실전에서 그게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지진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몸에 숙달돼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이다.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기 때문에 국민들이 습득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진은 다른 자연재해와는 다르게 갑작스럽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준다. 지진의 발생에서 피해까지 한두 시간이면 끝난다.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피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준비를 하면 그만큼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준비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서 피해를 100에서 10으로도 줄일 수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씨줄날줄] 내진설계/박홍기 논설위원

    2006년 1월 20일 일본 지바현 시로이시(市)에서 일어난 일이다. 역앞 광장에 갓 지어진 10층짜리 아파트 ‘라벨 두레’가 철거에 들어갔다. 입주 예정을 3개월 앞두고서다. 멀쩡한 겉모습과는 달리 진도 5의 지진에도 견디지 못할 만큼 내진 설계가 부실했던 탓이다. 건축사 아네하 히데쓰구가 건물이 받게 될 하중을 엉터리로 계산해 내진 강도를 조작한 것이다. 이른바 ‘내진 강도 조작사건’이다. 일본 열도는 발칵 뒤집혔다. 아네하가 거짓으로 꾸민 구조계산서를 토대로 설계된 아파트와 호텔은 95곳에 이르렀다. 정부는 입주한 아파트 주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사를 권유했고, 강도 조작이 심한 아파트에는 사용금지명령을 내렸다. 호텔 30여곳도 대부분 부쉈다. 평생 지진 공포를 안고 사는 일본인들에겐 생명선과 같은 내진 강도의 조작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일본은 대(對)지진 강국이다. 잦은 지진과 힘겨루기를 한 결과다. 자연 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체념이 아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많다.’라며 도전했기 때문이다.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와 기술의 집합이 내진 설계 및 기술이다. 내진 기준은 1923년 간토, 48년 후쿠이, 68년 도카치오키, 78년 미야기 등 굵직한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더 깐깐하게 바뀌었다. 1995년 한신대지진을 계기로 기준은 한층 강화됐다. 일본 주택은 목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붕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고층 건물을 지을 땐 지진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터파기 공사 직후 고무와 철근으로 짜여진 지진 격리용 방진(防震) 패드를 설치한 뒤 건축물을 올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건물의 흔들림을 자동으로 흡수하는 에너지 소산(消散)장치의 설치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건물을 다닥다닥 붙여 짓거나 지하로 연결한 것도 공간 확보뿐만 아니라 지진에 맞서 버틸 수 있도록 한 설계의 산물이다. 우리나라의 지진대비체제는 일본과 환경이 다르다지만 한참 미흡하다.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인 내진설계대상 건물 100만여채 가운데 84%가 무방비 상태다. 국민행동요령에 따른 지진대피훈련도 형식적이다. 일본 도호쿠 대지진은 철저한 대비에도 불구, 피해는 예상을 훨씬 초월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의 지적처럼 일본은 엄격한 내진 설계 등 건축 규제와 체계적인 대피훈련으로 더 큰 피해를 막았다. 자연 앞에 안전지대는 없지만 그나마 유비(有備)면 무환(無患)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이제 다시 일어설 때” 日 복구 사투 시작됐다

    ‘이제는 다시 일어설 때다.’ 강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로 대재앙에 직면한 일본이 생존과 복구를 위한 사투(死鬪)를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 나흘째인 14일 일본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작업을 본격화하고, 전력 비축을 위해 제한송전을 실시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최악의 위기 속에서도 일본인들은 큰 혼란이나 동요 없이 고통 분담과 배려의 정신으로 정부의 재난 극복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는 전날 밤 기자회견에서 “전후(戰後) 65년에 걸쳐 가장 어려운 위기”라면서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해외 각국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이어져 88개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온 구호팀이 일본 현지에서 재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공군 C130 수송기 3대를 이용, 구조지원 및 피해복구 활동을 벌일 긴급구조대 102명을 미야기현 센다이 등 피해 지역에 보내 본격적인 구조활동에 나섰다.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도 이날 일본 동북부 해안에 도착, 구조활동에 착수했다. 레이건함은 당초 이달 중 한·미연합 야외 기동훈련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지진 구호활동에 긴급 투입됐다. 레이건함이 실어온 헬기 두대는 일본 자위대 소속 헬기 한대와 함께 3만명분의 긴급 식량을 운반하기 시작했다. 국제구호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긴급모금 운동에 나섰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일본에 초기 긴급구호 자금 5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40만 달러를 목표로 모금 운동을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월드비전은 이재민에게 담요 등 긴급구호 물품을 지급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아동들의 쉼터를 설치하는 한편 일본 월드비전에서 지원을 요청하면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규모 9.0 강진의 여파는 이날도 계속 이어져 일본의 재활 노력이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현지에 파견된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관계자는 “강력한 여진과 쓰나미 경보, 화재 등으로 인해 구조활동이 지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누가 요새 주식수수료 내니? 난 수수료 무료로 이용한다~

    누가 요새 주식수수료 내니? 난 수수료 무료로 이용한다~

     도봉구에 사는 30대의 K씨는 요즘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인터넷을 통해 유행하고 있는 이른바 ‘수도권 계급표’에 따르면 강남구는 ‘황족’, 서초구와 송파구 등은 ‘왕족’인데 비해 도봉구는 ‘노비’로 표현되어 있다. 집값이 싸다는 이유로 노비 취급을 받는 것도 언짢은데 여자친구마저 노비 집안과 사귄다고 약을 올리니 속병이 날 지경이다.   K씨는 최근 큰 마음 먹고 도봉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수도권 계급표’야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사회생활 속에서 겪는 선입견에 맞서 싸우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속으로 분을 삭이느니 차라리 다른 동네로 떠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심은 섰지만 문제는 자금이다. 짧은 시간에 돈을 모아 다른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뻔한 월급에 다른 부수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수도권 계급표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K씨가 생각한 것이 주식투자이다. 개인이 단기간에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으로 주식만한 것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보와 전략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가 주식투자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은 위험한 일일 수 있다.  ●개인 주식 투자자는 전문가의 도움 받는 것이 유리  개인 투자자 전문 증권방송 리치증권방송의 화제의 애널리스트 ‘마왕’은 “주식 투자는 현재 상황에서 개미 투자자들이 부를 쌓을 수 있는 비교적 확률 높은 방법이다. 단, 제대로 된 시황판단과 분석이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무리하게 빚을 내서 투자하거나 손절매 원칙을 무시하는 것은 쪽박을 차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치증권방송의 경우에는 증권 매매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큰 장점이 있는데다가 시황분석과 종목추천에 있어 검증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어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마왕’은 신규상장주를 급등하기 직전 정확히 포착해내어 최근 30%넘는 수익율을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매매한 종목은 시그네틱스, 대정화금, 인트론바이오, 엘비세미콘 등으로 정확한 시세예측을 통해 투자자를 감동시킨 바 있다.  한편 14일 국내 주식시장은 코스피 기준으로 15.69p 오른 1971.23 포인트에 마무리 됐다. 일본 대지진 여파가 코스피 전체 지수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반도체 및 철강주의 상승세가 특히 눈에 띄었다. 반면, 개인들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은 코스닥 시장은 전일보다 15.57p나 떨어진 502.98 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삼성전자, POSCO, 현대차, LG화학, 현대모비스, 기아차는 오르고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은 떨어졌다. 하이닉스는 2400원 상승하며 3만원대 진입에 성공했다.  또,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에서는 서울반도체, OCI머티리얼즈, 에스에프에이만 상승하고 셀트리온, CJ오쇼핑, SK브로드밴드, 다음, 동서, 포스코ICT, 메가스터디는 모두 하락했다.  특징테마로는 일본 대지진 관련주들이 크게 상승하였다.  지난 11일(금) 일본 동북부 지방 도호쿠 지역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대형 쓰나미와 여진이 일본 동부 해안지역을 강타하며 수만명이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후쿠시마 지방 원자력 발전소의 제 1원전이 폭발하는 등 일본 전체에 대규모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이로 인해 내진관련주인 AJS, 삼영엠텍, 유니슨 등이 상한가를 마감하였고 피해 복구 과정에서의 시멘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한일시멘트, 쌍용양회, 성신양회, 현대시멘트, 동양시멘트 등이 크게 상승하였다.   또한 정유주인 SK이노베이션, S-Oil, GS 등이 상승하였고 일본업체와 경쟁에 있는 철강, 반도체 업체인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세아제강, 유니온스틸, 현대제철, 휴스틸, POSCO, 현대하이스코 등이 상승하였다.   특징종목으로 KT서브마린이 해저케이블 손상 소식에 상하낙를 HRS가 원전 방화재 판매확대에 따른 고성장 분석에 힘입어 급등하였다.  반면 손오공은 지난해 실적 부진 및 과징금 부과에 하한가, 인스프리트가 CB물량으로 급락, 평산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하한가를 마감하였다.    ●증권사 수수료 무료료 이용하기  주식거래 매매수수료 무료 혜택 + 국내 최고급 전문가들의 엄선된 전략을 함께 할 수 있는 증권방송 리치증권방송의 제로쿠폰.  ◆ 단기간 수익확보를 추구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방송!  ◆ 수수료 제로 혜택으로 실제 수익률 UP!  ◆ 실시간 추세를 반영해 정보, 전략을 짚어주는 살아있는 증권방송!   수익률 면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리치증권방송 전문가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매매일지를 작성해보기 바란다. (문의: 고객센터 1588-0648)   ★공개 종목 추천이 보고 싶다면?★  ★억대연봉 애널리스트 최영동 소장의 직장인클럽 특집무료방송 ★  ★주식 수수료, 언제까지 돈 내고 쓸것인가? 요샌 주식 수수료 무료!★ 출처 : 하이리치 본 콘텐츠는 해당기관의 보도자료임을 밝혀드립니다.
  • 수도권 시민들 자발적 절전… 낮시간 ‘계획 정전’ 보류

    도호쿠 지역 대지진의 피해를 당한 지 나흘째를 맞은 14일 일본은 시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이 지속되면서도 도쿄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 부분 단전을 실시한다는 ‘계획 정전’ 발표가 번복되는 등 다소 혼란을 겪었다. ●전력량 많은 병원 등 비상조치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 1호기의 폭발로 전력량이 부족해 14일부터 수도권 지역을 5개 그룹으로 나눠 지역별로 3~6시간씩 단전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날 아침 출근길에 전철이 파행 운행되는 등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도쿄전력은 당초 이날 오전 6시 20분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제1 그룹 지역의 정전을 취소했다. 오전 9시 20분부터 제2그룹 지역도 보류한 데 이어 낮 12시 20분부터 3그룹 지역도 단전 실시를 미뤘다. 하지만 오후 5시로 예정된 5그룹의 계획정전은 실시됐다. 이에 대해 도쿄전력은 “전력난을 겪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로 시민들이 전기 사용을 자제해 전력 수요 전망이 예상을 밑돌아 이날 오전에는 부분 단전을 보류했지만 수요량이 느는 저녁 시간에는 계획 정전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운영되는 철도 회사들은 이날 부분 단전 발표에 맞춰 전철의 운행 대수를 큰 폭으로 줄여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전력량이 많은 슈퍼나 편의점, 병원 등에서도 비상조치를 취하느라 이날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실제로 부분 단전이 실시되면 도로의 교통신호기가 멈추거나 선로의 건널목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등이 우려되고 있다. ●센다이 상점·주유소 1㎞ 장사진 지진 발생 후 첫 월요일을 맞은 센다이는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패닉 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밤새 여진이 반복되면서 뜬 눈으로 밤을 지냈다. 피해가 없는 센다이 시내를 중심으로 일부 회사원들은 출근했고, 일부 상점과 음식점은 지진 직후 3일 동안 닫았던 문을 임시로 열었다. 시민들은 문을 연 편의점과 상점 앞에 1㎞에 걸쳐 줄어 지어 늘어섰다. 센다이의 최대 백화점인 다이에이 앞은 몇 블록이나 긴 행렬이 이어졌다. 나흘째 교통편이 재개되지 않으면서 센다이 시내 식료품과 휘발유 등도 점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센다이 시내 주유소는 이날부터 입구에 ‘판매금지’라는 입간판을 세우고 경찰차·소방차·앰뷸런스 등 인명구조를 위한 긴급 차량에만 휘발유를 공급했다. 문을 연 주유소마다 자동차 행렬이 이어졌다. 택시 운전기사인 아카마 이사무는 “하루 휘발유를 20ℓ씩밖에 주지 않는다. 다행히 아침 일찍부터 기다린 덕에 휘발유를 넣었지만 영업을 못하는 차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이 차편을 포기한 일부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센다이를 빠져나갈 수 있는 버스편과 도로 안내가 붙어 있는 현청 1층 게시판 앞으로 몰려들었다. 침착했던 센다이 시민들도 오전 11시 후쿠시마 원전 3호기가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전거를 타고 나온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길거리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뉴스 속보를 주시했다. 오후 2시쯤 센다이 시내 중심가에 구급차 4대가 한꺼번에 요란한 사이렌 소리를 울리면서 지나가자 시민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센다이 총영사관 근처에 있던 교민 민주혜(33·여)씨는 “여진이 계속되면서 어디 큰 불이라도 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센다이 윤설영 윤샘이나기자 snow0@seoul.co.kr
  • ‘김연아 복귀’ 도쿄피겨대회 무산

    ‘김연아 복귀’ 도쿄피겨대회 무산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가 일본 스포츠계도 뒤흔들고 있다.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의 복귀 무대가 될 국제빙상연맹(ISU) 도쿄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결국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게 됐다. 오타비오 친콴타 ISU 회장은 14일 홈페이지에서 “오는 21~27일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 피겨 세계선수권대회를 정해진 기간에 치르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회를 연기할지, 아니면 취소할지는 더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음 달 14~17일 요코하마에서 개최하려던 세계 팀 트로피 피겨 대회도 같은 이유로 열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연아의 복귀 일정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김연아는 도쿄 선수권대회를 마친 뒤 다음 달부터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본격 나서고 5월 서울에서 아이스쇼를 펼칠 계획이었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도 마찬가지 상황에 부딪혔다. 일부 경기장이 파손된 데다 제한 송전으로 야간과 돔에서 경기를 치르기 곤란하게 됐기 때문이다. J리그는 “여진이 계속되고 전력 사정으로 일부 지역에서 정전 가능성도 있다. 경기장과 관중의 안전 확보 등을 고려해 J리그 3라운드와 2부 리그 3·4라운드, 리그 컵 대회인 야마자키 나비스코컵 예선 리그 1·2라운드 등 3월에 열릴 전 경기를 연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두 41경기에 이른다. 일본프로야구도 15일 양대 리그 이사회를 긴급 소집, 대체 구장 마련과 개최 시간 조정 등을 놓고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피해가 큰 미야기현 센다이시의 라쿠텐 홈구장인 크리넥스 스타디움이 예상보다 심각한 균열로 한달 이상 경기를 치를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東京新聞이 전하는 현장] 참사 72시간 지났다…생명 찾아 헤맨다…포기는 없다

    ●오지카 반도 수색활동 “한 사람이라도 많은 생명을 구하고 싶다.” 동일본 대지진에 의해 쓰나미가 강타한 피해 지역에서는 14일에도 필사적인 수색활동이 계속 됐다. 다만 이미 지진발생으로부터 72시간이 지나고 있어 생존자를 발견할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진다. 희망과 포기가 교차하는 현장을 찾았다. 미야기현의 오지카 반도에서 14일 약 1000명의 시신을 확인했다. 잔해물 더미와 지반의 함몰, 침수로 인해 수색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오나가와에서 하루 종일 수습된 시신은 겨우 43명에 그쳤다. 폐허로 변한 시가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언덕에 위치한 체육관에 설치된 피난소. 수색활동에 나서는 젊은 자위대원들이 피난민들에 이를 설명하려고 하자 모친의 행방을 찾고 있는 주부 요시다 마사코(45)가 가로막았다. “집에 남아있던 할머니. 이젠 무리겠지요.” 자위대 장교는 말을 잇지 못하고 묵례를 한 후 현장으로 향했다. 오나가와는 인구 약 1만명의 마을. 소재가 획인 된 사람 수는 약 6000명에 불과하다. 마을사무소도 옥상까지 파도가 덮쳐 파괴됐다. 가늘고 좁은 골짜기 형태의 완사면에 펼쳐진 시가지에는 건물 몇 채만을 남긴 채 파괴된 무수한 가옥의 잔해가 쌓여진 상태 그대로 있다. 시신은 잔해물의 밑, 쓰나미가 덮친 산기슭의 절벽, 구정물이 빠져나간 해안가 등 여러 장소에서 발견됐다. “생존자는 아직 있을 것이다.”라고 한 구조대원이 말했다. 그러나 피난민을 돌보는 데에도 손길이 필요해 수색활동에 만전을 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는 “지금은 피난해 살아있는 생명을 소중히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고 괴로운 마음을 토로했다. 언덕 위의 중학교에 위치한 재해대책본부. 수색 담당자는 “마을 주민 전원의 소재를 확인할 때까지 울 기운도 없고 잘 기운도 없다.”며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울먹였다. ●원전 3호기 폭발 이후 “방사능 유출 우려…피난 가야하나 조마조마” “집은 엉망진창이 되든 상관없으니까 가족과 친구들이 무사했으면 좋겠다.” 원자력 발전소의 이웃마을인 후쿠시마현 나미에에 고향집이 있는 아르바이트생 혼마 나나 (21·도쿄도 이타바시구)는 3호기 폭발 뉴스를 듣고 기도하듯이 말했다. 고향집은 지진으로 파괴되어 50대 어머니는 할머니 집으로 피난. 1호기 폭발의 영향으로 할머니 집도 피난이 필요한 20km권 내에 포함되어 있다. 사고 후 급히 문자 메시지를 보냈지만, 어머니로부터 답장은 오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약 30km 떨어져 있는, 피난소로 되어있는 후쿠시마현 니혼마쓰시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마쓰모토 유키(24)는 “1호기와 같은 건물의 폭발인지, 격납기도 폭발해 버린건지. 먼저 사실을 확인하고 싶지만 이곳에 피난지시가 내려지는 것도 시간의 문제일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남서쪽으로 약 50km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즈미자키에서는 중앙공민관 등 두곳에 약 40명이 지진재난 피해 때문에 피난 중이었다. 후쿠시마현 후타바의 임시직원인 한 여성(21)은 피난소의 도치기현 모카시의 친척집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폭발을 봤다. “아는 분의 부모님은 폭발이 있었던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고 계신다. 매우 걱정이 된다. 무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료가 피난소에서 사람들을 보살피고 있다. 처음에는 지진뿐이어서 바빠지면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듣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후 전혀 연락이 되지 않는다. 나 혼자만 이곳에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 “연락끊긴 가족 생사만이라도…”

    일본 도호쿠 대지진 이후 지구촌 곳곳에서는 연락이 두절된 일본 내 가족·친지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일본 현지의 통신이 장애를 일으키자 각국 정부의 비상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산가족’의 생사만이라도 확인하고 싶다며 발을 구르고 있다. ●SNS 등 통해 소재 확인 나서 대지진 직후 한 트위터 이용자는 “동북대학 박사과정 유학생이 연락이 안 되고 있어요. 제발 무한 알티(퍼나르기) 좀 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도 부모나 자녀의 무사함을 기원하며 일본 현지로부터의 댓글이나 메시지를 기다리는 ‘이산가족’의 사연들이 퍼지고 있다. 각국 정부가 긴급 개설한 비상전화에도 가족이나 친지의 소식을 수소문하려는 문의 전화가 밀려들고 있다. 대지진 발생 이후 설치된 호주 정부의 비상전화에는 14일 현재까지 7000건에 가까운 전화가 걸려왔다.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본 거주 호주인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국 정부는 등록이나 신고를 하지 않고 일본을 여행하다 사고를 당한 자국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일본어 통역 요원과 외교부 직원 등을 급파해 자국민 안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호주 비상전화 7000건 쇄도 일본 현지에서 자국민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에 거주하는 브라질인들은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개설해 실종자들의 소재를 찾거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브라질 외교부도 자국민의 정확한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들이 만든 블로그 등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꼭 필요한 정부 관리를 빼고는 일본 출장을 연기할 것을 지시했고, 프랑스 정부는 여진 등을 우려해 도쿄에 있는 자국민에게 대피할 것을 권고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사설] 최악의 재난 속에서 빛 발한 日국민 성숙함

    최악의 대지진 참사 속에서 일본 국민의 성숙한 질서의식이 빛을 발하고 있다. 외국인들이 “인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일본이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시민의식은 인류정신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태를 극복할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바로 일본” “그들의 인내·용기는 대단하고 경이롭다.”고 경탄하고 있다. 지진 나흘째인데도 여진·쓰나미·방사능 누출 등 3중의 재난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생활필수품이 떨어졌다. 물·전기도 부족하다. 그러나 사재기나 새치기, 약탈은 없다. 통곡·울부짖음도 없어 “소름끼칠 정도로 냉정하고 차분하다.”는 평을 듣는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일본이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유지하는 내재 동력일 것이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 태풍 등 일상적인 재해를 극복해야 하는 자연환경 때문에 몸에 익었다고는 하지만 재해 때 노약자들을 먼저 배려하는 일본의 문화가 국가적 재앙을 맞아 한층 빛을 내고 있다. 본심이야 어찌됐든 질서 있는 위기 대처 모습은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사과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겉치레일지는 몰라도 커다란 위기 때마다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신문이나 방송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표현은 자제하고, 사망자·실종자 통계는 최소 수치로 보도한다. 정부는 원전사고 등에 대처가 늦었다는 지적도 받지만 차분하게 재난 극복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거대한 조직체가 기계처럼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나라의 국민성과 국격이 드러난다. 지금 일본 국민은 국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평소 수많은 훈련이 계속돼 나올 수 있는 행동들이다. 정부에 대한 믿음이 작용했을 것이다. 당국의 안내에 따라 흔들림 없이 질서있게 대피를 한다. 정부의 지시에 따르면 정부가 자신을 위해 뭔가 반드시 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경험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원전 추가폭발 등 2차·3차 재난도, 수도권 교통대란과 제한 송전 등도 참아내고 기다린다. 최악의 재난 앞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일본 국민의 성숙함에 찬사와 함께 응원을 보낸다.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 다치아가레 닛폰(일어서라 일본).’
  • 멈춰버린 동북부… ‘주식회사 日’ 스톱

    ‘주식회사 일본’이 멈춰섰다. 도요타·혼다·닛산 등 자동차 ‘빅 3 업체’를 포함한 자동차·전기 전자·제철 등 일본 제조업의 핵심 기업들이 14일 일부 또는 전면적으로 조업을 중단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이날 전했다. 대지진 여파로 여진이 계속되고, 부품 조달 및 전기 공급 차질 등으로 북동부에 거점을 둔 주요 산업체들이 가동을 중지한 것이다. 기업의 생산 차질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번 산업계 피해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의 산업 피해액인 1000억 달러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도호쿠 지역은 기계공업의 수많은 하도급업체가 몰려 있고, 바다를 끼고 있어 수송과 수출이 용이해 자동차 등 제조업의 거점 구실을 해 왔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는 16일까지 전국 모든 공장의 조업을 중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납품업체들의 피해와 함께 수송망과 유통 체계가 무너져 가동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혼다자동차는 사이타마제작소 등 2개 공장과 2개 부품공장의 조업을 중단했다. 혼다의 아사누마 나쓰오 대변인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차를 생산한다고 해도 도로, 유통망이 무너져 출고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소니와 도시바, 캐논 등 전자회사들의 동북 지역 공장들도 가동을 중단했다. 소니는 도호쿠의 6개 공장 조업을 멈추고 종업원들을 귀가시켰다. 신일본제철은 이와테 현의 가마이시 공장과 지바 공장을 멈춰 세웠다. 정유회사 JX니폰 석유에너지도 센다이, 사시마, 네기시 정유시설의 가동을 중단했다. 하루 22만 배럴의 원유를 처리하던 지바 현 이치하라의 정유사 코스모스 오일도 화재 발생 후 가동을 중단하는 등 일본 곳곳의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은 상태다. 다이하쓰공업 미쓰비시 등 중견 자동차업체들도 트럭이나 버스 등을 제외한 생산 재개를 16일 이후에나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공장들은 생산을 재개해도 부품 조달이 상당 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도쿄전력(TEPCO)과 도시바, 동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JR East) 등이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번 대지진은 동북부 지역의 주요 공항과 항구, 철도 기능에 피해를 입히는 등 물류망을 마비시켰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센다이공항은 복구가 안 됐고, 센다이항, 하치노헤항 등의 항구들도 마비돼 바닷길을 이용한 물류 수송에 차질을 빚고 있다. 쓰나미로 인한 산사태 등으로 이와테·미야기·후쿠시마현의 주요 도시들을 잇는 철길 곳곳은 끊어진 채로 방치돼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대지진 김연아 복귀 발목잡나…세계선수권 4·5월로 미뤼질 듯

    김연아(21·고려대)의 복귀로 관심을 모았던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결국 연기될 전망이다. 일본의 스포츠 전문지 ‘닛칸스포츠’는 14일(한국시간) 대회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대지진의 영향으로 세계선수권이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교도통신과 스포츠 호치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세계피겨선수권대회가 연기된다고 보도했다. 언론 들은 “ISU는 대회 강행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일정 연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뤄진 대회는 오는 4~5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올 10월 시작되는 그랑프리 시리즈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선수들에게 5월개월 가량의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ISU는 당초 대회를 예정대로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강진 직후인 지난 11일 일본빙상경기연맹은 도쿄의 요요기 스타디움에 큰 피해가 없다며 “예정대로 대회 개최가 가능하다”는 뜻을 ISU에 전달했다. 오타비오 친콴타(73·이탈리아) ISU 회장도 “일본 세계선수권 개최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진만 150여 차례의 이어지는가하면 후쿠시마 지역에 방사능이 유출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ISU도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ISU는 14일 오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후쿠시마 원전이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을 맞았고, 많은 나라가 일본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대회를 일정을 결정할 것”이라고 물러났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에 선수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회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려왔기 때문이다. 대회가 미뤄지면 김연아의 복귀도 자연스럽게 연기된다. 2010~2011 그랑프리 시리즈 불참을 선언한 김연아는 지난해 3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이후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글로벌 시대] 맛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개발청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맛을 지배하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장홍 프랑스 알자스 주정부개발청자문위원

    마오쩌둥(毛澤東)은 “권력은 총구로부터 나온다.”고 했다. 난세에는 적절한 분석일지 모르나, 평화의 시대에 권력은 맛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는 말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살아있는 한 먹고 마시는 것으로부터, 즉 맛으로부터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태어나서부터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속적으로 이런저런 맛에 익숙해지고 길들여진다. 어머니의 손맛에서부터 다국적 거대 식료품기업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때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양하고 새로운 맛에 길들여지며 살고 있다. 오늘날 다섯 살짜리 꼬마는 자신의 증조부가 평생 섭취했던 당분보다 더 많은 당분을 이미 소비했다니 놀라울 뿐이다. 맛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이면에는 식료품산업 분야의 거대 다국적기업의 이윤과 그 이윤을 바탕으로 한 부와 권력의 논리가 맞물려 있는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우리의 미각을 길들여 노예로 만들려 한다. 이는 맥도날드나 코카콜라를 예로 드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맛이란 비단 음식이나 음료에 한정되는 것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미감을 표현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좀 더 넓은 의미로 적용하면 정치적 성향이나 예술적 취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정당의 정치적 성향이나, 어떤 작가의 작품에 드러난 취향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 자신이 지닌 맛 혹은 성향을 드러내는 행위는 곧 자신의 자유와 권력을 표현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맛을 소유한 자에게 자연스레 권력이 다가오는 것이다. 일찍이 칸트는 “맛에 대한 분별력은 인간의 독립성과 도덕적 자유의 상징”이라고 설파했다. 어떤 의미에서 맛의 표현은 가장 원초적이고 심오한 개인적 선택이자 자유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를 포기할 수 없듯이 어쩌면 그보다 더 고유한 맛에 대한 선택과 표현의 자유를 쉽게 포기해서도, 남에게 일임해서도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원전 6세기 그리스의 여류시인 시모니드 드 세오스(Simonide de Ceos)는 부자로 태어나는 것이 나은지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나은지를 묻는 한 여왕에게 대답한다. “부자죠. 왜냐하면 부잣집 근처엔 언제나 천재들이 모이니까요.” 그렇다. 천재들이 그랬듯이 맛도 언제나 권력의 시종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즐기면 시간과 더불어 일반 대중들도 따라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극적인 아이러니는 매번 진정한 맛이 표출될 때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자유가 온전히 드러날 때마다 권력은 전복의 위기를 맞는다는 사실이다. 1848년 프랑스에 혁명의 기운이 감돌 때 개혁파들은 지방을 돌면서 방켓(banquets·연회)을 열었고, 이를 근간으로 개혁파들은 ‘7월 왕정’을 뒤엎고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 발판으로 삼았다. 그 이후로 “공화국은 식탁 위에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격언이 회자되고 있다. 지금까지도 선거나 기관의 행사에는 소위 ‘공화국 방켓’이 베풀어지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데, 맛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와인과 외교’의 저자인 일본의 언론인 니시카와 메구미는 같은 책에서 ‘향연은 외교의 중요한 도구 중 하나’ 혹은 ‘형태를 바꾼 정치’라 전제하며, “향연에는 다양한 정치적 시그널과 메시지가 가끔은 명시적으로, 또는 묵시적으로 포함된다.”라고 주장하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최근 들어 한식의 세계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맛의 중요성에 대한 정치권의 뒤늦은 눈뜸이라 할까.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기간 동안 외국의 귀빈 등에게 한식을 알리기 위한 각별한 노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자동차 등의 산업도 중요하지만, 음식은 언어 다음으로 문화가 총체적으로 어우러지고 집약된 한 나라의 상징이란 점에서 볼 때, 한식의 세계화는 체계적으로 꾸준히 추진되어야 한다. 일본의 스시,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나 피자에 버금가는 한식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 공항 출국인파 ‘밀물’… 명동 日관광객 ‘썰물’

    공항 출국인파 ‘밀물’… 명동 日관광객 ‘썰물’

    13일 오후 3시 인천공항 J 탑승수속 카운터. 노트북으로 고국의 참상이 담긴 사진기사를 보는 기타가와 아야(24·여·회사원)의 표정이 무척 어둡다. 평소 아이돌그룹 ‘JYJ’의 멤버인 영웅재중을 좋아한 기타가와는 지난 8일 휴가를 내고 한국에 관광을 왔다. 하지만 이번 강진으로 예정보다 3일을 앞당겨 일본으로 돌아간다. 그녀의 집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도쿄지만 다행히 가족들이 무사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와테현 친구 한명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기타가와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친구를 찾아야겠다.”면서 “국민들이 죽었고 나라 상황이 안 좋은데 나 혼자 여기서 놀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공항 벤치는 일부 항공편이 취소되는 바람에 출국을 앞둔 일본인들로 가득했다. 후쿠오카에서 왔다는 핫토리 유리(32)씨는 “10일에 와서 16일에 귀국할 예정이었는데, 가족이 걱정돼 오늘 귀국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나리타 공항은 운항을 재개했지만 인천에 도착 예정인 항공기가 오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인천을 경유해 일본 나리타 쪽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은 발이 묶여 대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의 입국도 줄을 이었다. 일부는 지진과 뒤이은 방사선 누출사고로 불안에 떨다가 계획을 앞당겨 귀국했다. 회사원 김수정(37·여)씨는 애초 13일 오후 10시 15분 하네다공항을 통해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계속되는 여진으로 불안감을 느껴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 김씨는 “지진 당시 상점들이 문을 닫고 식료품도 동이나 불안했다.”면서 “여진이 계속 이어져 한시라도 빨리 돌아오고 싶었다.통신이 끊겨 걱정이 컸는데 이렇게 돌아오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명동역 6번출구 앞. 흔하게 들리던 일본인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평소 같으면 열에 네댓이 일본인이었을 정도로 일본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지만 지금은 이들의 종적을 찾기 어렵다. 명동에서 만난 일본인들에게 지진에 대해 말을 꺼내자 금세 표정이 어두워졌다. 도쿄 지바현에서 딸과 함께 한국 관광을 온 40대 주부인 가와구치 도미코는 “후쿠시마에 사는 부모님과 12일까지 전화가 안 돼 많이 걱정했다.”면서 “오늘(13일) 아침에 전화가 돼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가와구치는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음 주초 예정보다 빨리 귀국할 예정이다. 도쿄에서 11일 오전 한국에 왔다는 에쓰코 쓰카모토(28·여)도 입국과 동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쓰나미가 오고 집들이 부서졌다니 걱정”이라며 “가족들과 연락이 안 되다 11일 밤늦게 이메일로 친구와 연락을 할 수 있었다.”고 휴대전화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명동의 식당들 또한 타격이 크다. 죽 전문점을 하고 있는 문경자(60·여)씨는 “오늘은 일본인 손님이 평소보다 30%정도 준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일본인 손님이 줄 터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평일에 40명 이상의 일본인 관광객이 찾는다는 커피 전문점의 최명호(38)씨도 “금요일 저녁부터 갑자기 일본인 관광객들이 끊겼다.”면서 “오늘 일본인을 대여섯명밖에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호텔들의 예약취소도 잇따랐다. 명동 세종호텔 관계자는 12일 저녁에 “노쇼(오겠다고 하고 나타나지 않는 것)랑 캔슬 합쳐서 20건 이상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로얄호텔 관계자도 “어제 (예약이) 50건 이상 취소됐다.”고 말했다. 김소라·최두희기자 sora@seoul.co.kr
  • 日 대지진 특징 살펴보니

    日 대지진 특징 살펴보니

    일본 기상청이 3·11 도호쿠 대지진의 규모를 9.0이라고 13일 수정 발표했다. 이는 1960년 발생했던 규모 9.5의 칠레 대지진, 1964년 9.2의 알래스카 지진 등에 이어 역대 4번째 규모이다. 이번 지진은 이와테현에서 이바라키현에 이르는 일본 열도 태평양 바다의 해저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난 점이 특징이다. 또한 진원을 1개 지점으로 하는 보통 지진과는 달리 복수의 진원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 추정이다. 지진의 직접 영향 아래 놓여 한바탕 들썩인 해저도 남북으로 500㎞, 동서로 200㎞에 이르는 방대한 범위였다. 일본 열도 부근을 지나는 복수의 단층이 연동해서 지진활동을 일으킨 이른바 ‘연동형’이어서 지진 규모가 커졌는데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과 ‘산리쿠 앞바다 지진’ 등이 한꺼번에 닥친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지진 발생으로 지구가 1차례 자전하는 시간이 1000만분의 16초 줄어들었을 정도다. 지각이 크게 움직여 지축이 약간 뒤틀렸기 때문이다. 미야기현 앞바다 지진은 대략 40년마다 발생하는데 1978년에 규모 7.4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일본 정부의 지진조사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30년 이내 지진이 발생할 확률을 이미 99%로 상정하고 대비를 해 왔다. 하지만 일본이 예상했던 지진 규모는 7.5~8.0이어서 이번의 초강력 지진과 쓰나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교토대학교 방재연구소의 하시모토 교수는 “400~500㎞에 이르는 해저 단층이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칠레의 8.8 지진에서도 800㎞ 이상의 단층이 움직였다고 하는데 이번 도호쿠 지진도 그와 유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동형 지진에서는 여진이 길게는 한달 이상 지속되는 것도 특징이다. 도호쿠 지방 일대 진도 3 이상의 지진은 여진에 속한다. 하지만 인접한 내륙지방인 나가노현이나 니가타현에서의 지진은 여진과는 구분된다. 도호쿠 지진이 워낙 큰 규모로 발생, 지하에서 힘의 균형이 깨짐에 따라 인근 지층에서 힘의 균형을 잡기 위한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이 지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즉 각 지역에는 변형된 단층이 존재했는데 이번 지진에 의해 일본 열도에 가해지는 힘의 변화가 생겼고 각 단층에 뒤틀림이 생겨, 동시다발적인 지진 즉 ‘유발 지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쓰나미의 집중 피해를 본 센다이시의 나토리 주변 등에는 물이 빠져나간 다른 곳과 달리 아직도 바닷물이 남아 있는데 이미 1~2m의 지반침하가 이뤄졌다고 일본 국토지리원은 분석했다.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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