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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쓰촨성 대지진] 숨진 엄마품서 일곱살 아들 구조… ‘필사의 모정’ 대륙 울려

    중국 쓰촨(四川)성 지진 현장은 폭탄이 떨어진 전쟁터를 방불케 하듯 폐허로 변했다. 무너진 집에 깔린 가족을 구해내려고 주민들이 부상을 무릅쓰고 맨손으로 잔해더미를 파헤치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산악지대의 상당수 마을이 고립된 채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어 피해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진앙지인 루산(蘆山)현을 비롯한 야안(雅安)시 일대에 피해가 집중됐다. 특히 루산현과 인근 바오싱(寶興)현은 도시와 산간 마을 전체가 초토화됐다. 루산현의 경우, 1만채가 넘는 거의 모든 주택이 무너져 내려 사실상 평지로 변했다. 이들 지역은 해발 1000~5000m의 산악지대에 있어 구조대의 접근도 쉽지 않다. 구조 작업에 투입된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등 1000여명이 도보로 겨우 전날 밤부터 바오싱현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나 산사태 등으로 구조작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날 오전 구조대원들이 탄 굴착기가 300m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져 희생되는 사고까지 겹쳤다. 의료 장비와 의약품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인구 4만명의 링관(靈關)진 피해 현장에서 의료대를 이끄는 야안시 인민의원 부원장은 “임시 수술 천막을 세워 일부 간단한 수술을 하고 있지만 마취약이 없다 보니 부상자들에게 나무 막대기를 물리고 수술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타까운 사연과 뭉클한 감동 스토리도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5년 전 쓰촨 대지진 당시 아들을 잃은 루징캉(陸靜康·50·여)은 이번 지진으로 또다시 고등학생 딸을 잃었다. 일곱 살 난 아들을 품에 안아 살려낸 어머니, 맨손으로 여섯 시간 동안 잔해를 헤쳐가며 아들을 구해낸 아버지 등의 감동적인 사연들이 절망 속의 중국인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전날 밤 집 잔해더미에서 발견된 쩌우한쥔(鄒漢君·49·여)은 이미 숨진 상태였지만 품속의 아들 양푸전(楊福珍·7)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아 놀라운 ‘모정’을 입증했다. 쓰촨 대지진 당시 ‘일방유난 팔방지원’(一方有難 八方支援·한 곳이 어려우면, 팔방이 돕는다)이라며 한마음이 돼 구호 및 모금활동에 나섰던 중국인들은 이번에도 똘똘 뭉쳐 재난 극복에 나섰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 등에는 “자유(加油·힘내라)!! 야안” 등의 글이 넘쳐나고, 현장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당국이 원활한 구호 활동을 위해 차량통행을 금지했을 정도다. 실제 자원봉사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불과 수㎞를 이동하는 데 4∼5시간이 걸리는 등 교통체증이 빚어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쓰촨 대지진 때와 같은 대규모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은 비교적 작다는 점이다. 중국 지진국 관계자는 “며칠간 여진이나 산사태 등에 따른 추가 피해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수천명, 혹은 수만명의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2010년 발생한 규모 7.1의 칭하이(靑海)성 위수(玉樹)현 지진의 경우, 첫날 100~200명 수준이었던 사망자 규모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2600여명까지 확대된 바 있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형 천재지변을 맞닥뜨린 중국의 새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직접 구조 작업을 진두지휘했으며 하룻밤 야전텐트에서 숙박하며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청두(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동아시아 ‘지진 공포’ 확산

    동아시아 ‘지진 공포’ 확산

    중국 남서부 쓰촨(四川)성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일어나 1만명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데 이어 전남 신안 해상과 일본 혼슈 남쪽 해저에서 연쇄적으로 지진이 발생해 동아시아에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한·중·일 3국에서 발생한 지진은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지만 대규모 재난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막연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한 중국 쓰촨성 지진은 지난 20일 오전 8시 2분(현지시간) 야안(雅安)시 루산(蘆山)현에서 발생했다. 2008년 5월 8만 60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쓰촨 대지진 진앙지와 불과 200여㎞ 떨어진 지점이다. 21일 오후 3시 현재 확인된 사망·실종자는 208명, 부상자는 1만 1393명으로 집계됐다. 피해 지역이 협곡에 있어 사상자 규모는 구조작업이 진행되면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현재 1333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여진 가운데 규모 5∼5.9의 지진은 3차례, 4∼4.9의 지진은 16차례 발생했다. 이날 현재 한국인 피해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들어 가장 큰 규모인 규모 4.9의 지진이 이날 전남 신안 해상에서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진은 오전 8시 21분쯤 신안군 흑산면 북서쪽 101㎞ 해역, 수심 4.9㎞ 지점에서 발생했다. 규모 4.9의 지진은 물건이 흔들리고 정지한 차가 움직이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정도로 육지에서 지진이 나면 실내에 있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 이번 지진은 4초 정도 지속됐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고 해일 발생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신안군 흑산면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창문이 흔들리는 등 지진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이날 낮 12시 22분쯤 혼슈 섬 남쪽 해저에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했다. 도쿄에서 남쪽으로 644㎞ 떨어진 해저 424㎞ 지점이다. 이번 지진으로 사상자나 피해는 없었다. 일본에서는 향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간사이 대지진(남해 해구 거대지진)으로 최악의 경우 40만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견해도 제시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두(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서울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中 쓰촨성 대지진] 룽먼산 단층대 움직임이 원인

    [中 쓰촨성 대지진] 룽먼산 단층대 움직임이 원인

    2008년 8만 6000여명이 희생된 규모 8.0의 쓰촨(四川) 대지진이 일어난 지 5년 만에 또다시 강진이 발생해 쓰촨성 일대에 지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일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한 쓰촨성 야안(雅安)시 루산(山)현은 쓰촨 대지진 진앙지인 원촨(汶川)현과는 200여㎞ 떨어진 지점이다. 연관성이 주목되는 이유다. 중국지진센터(CENC)는 이번 지진의 발생 원인에 대해 쓰촨성을 가로지르는 룽먼(龍門)산 단층이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라시아판에 속한 티베트 칭짱(靑藏)고원 지대의 지각이 쓰촨 분지를 밀어붙이면서 룽먼산 단층의 활동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쓰촨 대지진은 룽먼산 단층의 중·북단에서, 이번 지진은 단층 남단에서 일어났다. 루산 지진이 쓰촨 대지진의 여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중국과학원의 천윈타이(陳運泰) 원사는 21일 쓰촨 대지진 당시 여진이 서남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들어 “루산 지진은 쓰촨 대지진 이후 최대의 여진”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 지진국은 “쓰촨 대지진의 여진이 아닌 개별적인 지진”이라며 이 같은 분석을 일축했다. 한편 규모는 1.0 차이에 불과하지만 이번 지진 피해가 5년 전보다 작았던 것은 지진의 절대 강도가 32분의1에 불과한 데다 잇따른 대지진 ‘학습 효과’로 당국과 주민들의 대응이 비교적 신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두(쓰촨성)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조선시대 중국行 ‘바닷길 내비게이션’

    조선시대 중국行 ‘바닷길 내비게이션’

    조선시대 사신(使臣)이 바닷길을 통해 중국에 갈 때 수로와 지형, 위험지역 등을 생생한 컬러 그림에 담은 희귀한 자료가 공개됐다. 임기중(75) 동국대 명예교수는 최근 ‘수로 연행도’ 희귀본 13종 등 총 101종의 연행 관련 자료를 추가한 ‘연행록(燕行錄) 총간 증보판’을 펴냈다. ‘연행’이란 중국의 서울인 연경(燕京·베이징)에 가는 사신 행차로, 사신들이 연행에서 보고 들은 바를 정리한 수필기행문이 ‘연행록’이다. 이번에 공개된 ‘수로 연행도’ 관련 자료들은 사신이 바닷길을 이용해 중국에 갈 때 중국까지 가는 물길 코스를 여러 장의 그림에 담은 것이다. 이번에 공개된 ‘수로 연행도’는 1617~1636년 후금(청나라의 전신)을 세운 건주 여진의 등장으로 육로를 통한 중국행이 차단당했을 때 뱃길을 통해 명나라에 사신을 보내면서 작성된 것이다. 지형과 방향만 표시하는 일반 해도와 달리 풍랑이 심한 지역은 파도를 높고 험하게 그리고, 승천하는 용 그림을 통해 용오름 현상을 표현하는 등 실용적 정보를 담은 점이 흥미를 끈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2500억대 투입 제2의원회관 부실투성이… 사무처 직원 수천만원 횡령 솜방망이 처벌

    올해 나라살림 사정이 좋지 않아 17조원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예산 사용이 엄격해야 할 국회에서 국민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00억원대 예산을 투입한 제2의원회관 신축 및 리모델링 공사가 부실투성이인 데다 사무처 직원의 횡령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가벼운 처벌에 그쳤다고 강동원 진보정의당 의원이 지적했다. 강 의원은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제2의원회관 신축 및 제1의원회관 리모델링 공사에 총사업비 2524억원이 투입돼 올해 말까지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인데 제2의원회관 준공 뒤 지난 2월 말까지 각종 하자 보수 사례가 84건이나 됐다고 밝혔다. 강 의원에 따르면 하자는 지난해 63건이고, 올 들어서도 2월 말까지 21건의 하자보수가 발생했다. 하자보수 내역을 보면 의원실 문 소음과 고장, 화장실 문 고장, 블라인드 고장, 엘리베이터 비상문과 문 고장 등으로 다양했다. 강 의원은 “하자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시공사의 부실공사 소지가 높다고 보여진다”면서 “앞으로 혈세낭비가 없도록 사업수주업체와 하도급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장용 민주통합당 의원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회사무처 업무보고에서 “제2의원회관은 잦은 설계변경으로 공사비가 수백억원 증액됐고 의원동산의 ‘사랑재’ 건물도 원래 계획보다 면적은 157평, 사업비는 26억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회는 제2의원회관과 의원동산 사랑재 건물의 신축·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강 의원은 또 국회사무처 직원이 특정업무경비를 지급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부서운영비를 횡령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지만 정직 등 가벼운 징계처분에 그쳐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의 한 직원은 2010년 9월부터 2011년 12월 사이 서류를 조작, 운영비 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하거나 계좌 이체 방법으로 국회사무처 특정업무경비 2167만원, 관내여비 322만원 등 모두 2813만원을 명절 선물비용과 회식 2차 노래방 비용 등으로 집행했다. 직원은 횡령 자금으로 영화 DVD도 102차례나 구입했다. 강 의원은 “이 같은 횡령 사실은 국회 자체 감사가 아닌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지만 국회 측은 정직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을 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5세 어린이 숨져

    어린이집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5세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쯤 서울 동작구 상도 3동 소재 한 구립 어린이집을 나서던 최모(5)군이 지모(50)씨가 몰던 스타렉스 차량에 치였다. 최군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사고 지점은 최군이 다니던 어린이집 바로 앞에 놓여진 차도로, 당시 최군은 어머니와 함께 귀가 중이었다. 경찰은 “안전대가 설치되지 않은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아이가 넘어졌는데 스타렉스 차량이 그 위를 그대로 지나갔다고 목격자가 진술했다”고 전했다. 지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린이보호구역이라 시속 20㎞로 운전했다”며 “아이가 넘어져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씨에 대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日 6.3 강진… 18년 전 한신 대지진 재현?

    지난 13일 새벽 일본 효고현 아와지섬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한 원인 등을 놓고 일본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23명이 부상을 입고 1200여채의 건물 피해가 발생했다. 간사이 지방에서 ‘진도 6’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사망 6434명, 부상 4만 4000여명, 건물 64만여채 손괴 등의 피해를 냈던 1995년 한신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지진은 한신 대지진 때와 거의 같은 시간인 새벽 5시쯤 발생했다. 진원지도 비슷하다. 18년 전 한신 대지진 때는 아와지섬 북단이었지만 이번에는 섬 중앙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이런 이유로 이번 지진이 한신 대지진의 여진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정부 지진조사위원회는 기상청 등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14일 임시 회의를 연 뒤 이번 지진이 그간 알려지지 않은 활단층(活斷層·현재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한 적이 있는 단층)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조사위원회는 여진의 분포 등으로 미뤄 아와지섬 중앙부에 있는 길이 약 10㎞의 알려지지 않은 활단층이 이번 지진을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근처에 규모 6.6의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센잔 단층대가 있지만 이번 지진과의 연관성은 분명치 않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이번 지진은 한신 대지진을 일으킨 노지마 단층의 남쪽에서 발생했다. 조사위원회 혼쿠라 요시모리 위원장은 “한신 대지진과 얼마간 관계가 있다는 데 위원들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번 지진이 넓은 의미에서 한신 대지진의 여진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인사 불통’ 상처… 이제야 ‘소통 정치’ 모색

    15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 50일을 맞는다. 청와대는 ‘출범 초 100일 동안 새 정부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각오로 의욕 있게 출발했지만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과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 사태, 북한발(發) 안보 위기 등의 역풍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해묵은 불통(不通) 시비가 끊이지 않았고 급기야 여론 지지율이 40% 초반까지 급락하는 등 악전고투의 시기로 평가된다. 특히 여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새 정부 초기 ‘당·청 간 밀월’이 중요한 마당에 정작 박 대통령이 여의도 정치를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연이은 인사 낙마 사태를 비롯해 정부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여당 수뇌부, 의원들과 긴밀히 조율하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여당 소외론마저 고개를 내밀었다. 당 핵심 관계자는 14일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지 않겠노라고 했는데 막상 취임 후엔 그런 모습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사이에선 인사 소외에 대한 불만도 높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던 여권 인사들이 정작 청와대·내각 인사에서 제외되면서 ‘논공행상 시비’가 불거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 향후 성패의 관건은 여당과의 긴밀한 공조”라고 입을 모았다. 당 고위 관계자는 “여당이 ‘청와대바라기’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대통령 눈치를 보지 않고 여당이 국정의 한 축으로 당당히 일할 수 있게끔 대화와 협력의 틀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 지도부·국회 상임위별 회동이 1회성 보여주기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보이려면 정기적인 당·청 회동 채널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은 소통에 방점을 찍으면서 청와대 수석은 물론 각 부처 장관들에게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수시로 접촉해 양해와 협조를 구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다. 인사 파문에 대해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국회와의 관계 정상화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지난 12일 야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에 이어 16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의 야당 간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듣는다. 앞으로 박 대통령이 여론을 중시하면서 국정을 이끌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언론과 국회 등에서 제기한 사항을 과감히 수용 보완해 새 정부 국정 운영의 방향타를 재정립했다는 의미도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일까지의 부처별 업무보고 과정에서 수렴된 경제 부흥 등 4대 국정 기조의 구체적 정책 접목과 올 경제 목표 및 경기 부양책 등을 통해 집권 초 국정 청사진을 도출했다. 향후 ‘박근혜 리더십’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기로가 갈릴 수 있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안보 위기가 가닥을 잡게 되면 민생 현장 방문 등을 재개해 국정 전반을 꼼꼼하게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일만 기자 oilman@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불의를 봐도 왜 못 본 척할까 뇌 때문에? 간 때문에?

    사랑에 눈먼다는 표현을 흔히 듣는다. 얼핏 시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뇌과학은 이를 과학적인 현상이라 규명했다. 쉽게 말해 사랑에 빠졌을 때 일어나는 뇌의 화학작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유형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한 현상이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예컨대 불의를 봐도 ‘상대방 숫자’에 따라 애써 못 본 체하는 경우다. 뇌가 불의를 분명하게 인지했으면서도 동시에 이를 무시하는 이율배반이 버젓이 성립하는 거다. 뇌가 비겁한 걸까, 간이 콩알만 한 걸까. ‘의도적 눈감기’(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학영 옮김, 푸른숲 펴냄)는 이처럼 알면서도 실수를 되풀이하는 뇌의 특성과 인간 본성 간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의도적 눈감기’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뇌의 본능과 어긋난다면 고의로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못 본 척하는 것을 넘어, 아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끗이 잊어버리려 할 만큼 뇌가 비겁한 속성을 갖고 있다는 거다. 저자는 사랑 외에 우리 뇌를 눈감게 하는 요소들로 동질성과 이데올로기, 복종, 순응, 보상 등을 꼽았다. 대단히 정밀하고 똑똑한 듯 보여도, 뜻밖에 뇌는 허점이 많다. 특히 익숙한 것에 쉽게 속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보자. 여인을 얻기 위한 노력과 정성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이를 뇌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익숙한 것에 뇌가 길들여진다는 의미가 있다. 익숙함은 쉽게 동질감, 또는 호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부지런히 자신의 얼굴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면, 상대방의 뇌가 익숙한 사람으로 인식해 ‘비호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 미국 미시간대에서 64명의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호감도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가벼운 예를 들었지만, 책에 담긴 ‘의도적 눈감기’의 실제 내용은 무겁다. 건강검진 미루기 등 개인의 일상적인 문제부터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등의 사회 현상까지, 의도적 눈감기의 구체적인 사례와 그로 인한 파장을 짚고 있다. 물론 비겁한 뇌의 한계를 딛고 선 용기 있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이처럼 정신의 작동 방식을 바꾼 이들을 ‘카산드라’라고 명명했다. 빠지기 쉬운 의도적 눈감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실을 직시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카산드라’를 통해 의도적 눈감기를 부추기는 요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1만 5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당대표 후보 김한길·이용섭·강기정

    당대표 후보 김한길·이용섭·강기정

    민주통합당 당대표 후보 예비경선에서 김한길 후보와 이용섭, 강기정(기호순) 후보가 컷오프를 통과했다.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계의 민주평화연대 대표 자격으로 출마한 신계륜 후보는 선전했으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내에서는 친노(친노무현)·주류에 대한 반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 대항마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신 후보의 탈락으로 ‘김한길 대세론’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낙연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1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당대표 후보 예비경선에서 “당대표 후보로 김한길, 이용섭, 강기정 후보가 선출됐다”고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총 363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18명이 참여해 투표율 87.6%를 기록했다. 민평련 대표 자격이었던 신 후보가 탈락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당 내에서는 신 후보가 탈락한 가장 큰 이유로 친노·주류에 대한 반감을 들고 있다. 최근 당의 대선평가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친노 측에서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등 자충수를 둔다는 지적이 많았다. 신 후보가 주류 측의 지원을 의식해 “결국 1대1 구도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인 점도 역효과였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신 후보가 선거전에 늦게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같은 당 이목희 의원과 민평련 대표 자격을 놓고 압축하는 과정에서 너무 시간을 끌어 일찌감치 출마선언을 한 이 후보와 강 후보에 비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당초 민평련과 친노, 노동계, 범주류 등 최대 계파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측됐던 신 후보에 대한 표심은 ‘느슨한 연대’에 그치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당 관계자는 “1인 1표가 적용된 이번 경선에서는 확실한 지원군이 있어야 하는데, 신 후보가 결국 강고한 기반을 다지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의 독주는 더욱 굳어졌다는 평가다. 이 후보와 강 후보 모두 광주 출신으로 단일화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 당직자는 “현재 포스트 김대중(DJ) 경쟁이 치열한 광주를 기반으로 하는 두 후보 가운데 어느 한 후보가 탈락하면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에 섣불리 나섰다가 그 대가로 어느 한 후보가 특정 지분을 약속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날 11명의 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윤호중·우원식·안민석·신경민·조경태·양승조·유성엽(기호순) 후보 등 7명이 컷오프를 통과했다. 한편 민주당은 13일부터 27일까지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17개 지역을 돌며 합동연설회를 진행한다. 당대표와 최고위원 4명을 뽑는 본경선은 5월 4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일본지진, 부상 20여명…땅갈라짐에 액상화현상도

    일본지진, 부상 20여명…땅갈라짐에 액상화현상도

    13일 오전 일본에서 일어난 규모 6.0의 지진으로 지금까지 효고 현 등에서 2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오전 5시 33분께 일본 서부 효고 현 아와지 섬 부근 깊이 10km 지점(진원)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으나 해일 피해는 없었다고 일본 기상청은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간사이지방에서 진도 6 이상의 지진은 지난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고베 대지진은 효고 현 고베시와 한신 지역에 발생한 지진으로 당시 피해 상황은 사망 및 행방불명자 6400여 명, 부상자 2만 6804명, 이재민은 20만 명에 달했다. 일본 경찰청은 이번 지진으로 오전 10시 25분 현재 부상자는 1~95세 남녀 20명으로, 그 중 7명이 중상이라고 밝혔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효고현 11명, 오사카 5명, 도쿠시마현 2명, 후쿠이, 오카야마의 양현에서 각 1명이다. 하지만 효고현의 집계는 현내 부상자가 14명으로 늘어났다고 밝혀 전체 부상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진원 부근인 아와지 섬에서는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약 40m의 땅 갈라짐 현상이 발생했으며 수도관이 파열되기도 했다. 주택 붕괴 등의 대규모 피해는 없었지만 연안 부근에서는 액상화 현상으로 보이는 피해도 발생했다. 여기서 액상화 현상은 지진 진동으로 지반이 다량의 수분을 머금어 액체와 같은 상태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일본 기상청은 “앞으로 일주일은 최대 진도 5 정도의 여진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자료사진 인터넷뉴스팀
  • [데스크 시각] 한반도의 봄/박홍환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한반도의 봄/박홍환 국제부장

    총탄과 포탄이 난무하는 세계 분쟁지역 소식을 최일선에서 전해주는 미국의 24시간 뉴스채널 CNN의 짐 클랜시 앵커가 서울로 달려왔다. 클랜시는 주요 시간대에 서울에서 한반도가 위기 상황이라는 내용을 전세계에 타전하고 있다. 전세계 CNN 시청자들은 클랜시의 서울발 보도를 지켜보며 한반도를 그가 이전에 종횡무진했던 르완다나 이라크 등과 동일시할지도 모를일이다. 클랜시뿐이 아니다. 세계 유수 언론의 분쟁지역 취재 전문기자들이 연일 서울과 판문점 부근을 서성대고 있다. 어느새 한반도가 전쟁 직전의 급박한 분쟁지역으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카톡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내용은 이렇다. “요즘 남북 정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세요. 북한은 한국을 침략하지 못합니다. 한국이 이처럼 완전무장했으니까요. 1. 집집마다 ‘핵’가족 2. 골목마다 ‘대포’집 3. 남자들은 ‘폭탄’주 4. 밤에는 ‘총알’택시” 여기에 “동네마다 ‘부대’찌개”라는 내용까지 곁들여진 완성판도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한 버전의 풍자 글이 여럿 있는 모양이다. 목을 빼고 또 다른 분쟁 소식을 기다리던 일부 글로벌 매체들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정작 분쟁지역 취급을 받는 한반도의 한쪽 당사자들은 유머를 전파하며 낙관론을 펴고 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물론 지금은 위기 상황이다. 개성공단이 막혔고, 북한은 추가 도발을 공언(公言)하고 있다. 언제, 어떤 형태의 도발이 될지는 모르지만 김정은의 ‘집권 1년’ 행태로 볼 때 공언(空言)으로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남과 북 사이에 어떤 형태의 직접대화가 없다는 점에서도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상대방의 얼굴이 아닌 허공에 대고 퍼붓는 말은 애초 의도 이상으로 과격화질 수 있고, 실제 남과 북이 지금 그런 양상으로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친 낙관론도 경계해야 하지만 실제보다 과장된 위기감 조장은 더욱 안 된다. 우리가 당사자로서 이 상황을 누구보다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결 방법도 우리가 찾아야 한다. “도와달라”며 워싱턴의 어깨에 기대거나 “압력을 넣어달라”고 베이징의 발목을 잡을 일이 아니다. 워싱턴이나 베이징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한반도를 지켜볼 뿐이다. 베이징 특파원 시절 북한 노동신문 특파원과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다. 첫번째 만남에선 데면데면하게 명함만 교환했다. 두번째 만남에선 애써 외면하는 그를 돌려세워 말을 붙였다. 세번째엔 그가 먼저 목인사를 건넸다. 남북관계는 지난 5년간 최악이었다. 남북이 직접 눈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향해 서로를 헐뜯는 목소리만 내뱉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나 중국 등 제3자의 역할이 더 부각됐다. 지금 한반도에는 봄이 오고 있다. 서울에는 목련이며 개나리, 벚꽃이 만개했다. 곧 평양에도 똑같은 풍경이 펼쳐질 것이다. 4월 중순에 진눈깨비가 휘날리는 어처구니없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고 있지만 섭리는 이게 아니다. 남북관계도 마찬가지라는 기대를 갖는다. 가지를 꺾어 꽃을 피우지 못하게 한다고 봄이 오지 못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남이든, 북이든 누가 먼저이든 상관없이 손을 내밀고 대화하면 지난 5년간의 ‘한겨울’ 같은 남북관계가 봄눈 녹듯이 시나브로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stinger@seoul.co.kr
  • 이란 원전 인근서 6.1강진… 최소 3명 사망

    이란 남부 부셰르에서 남동쪽으로 96㎞ 떨어진 지점에서 9일(현지시간)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3명이 사망했다. 이란 정부는 인근 원자력발전소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AP통신과 이란 국영TV 등에 따르면 이날 이란의 유일한 원자력발전소가 위치한 부셰르에서 남동쪽으로 96㎞ 떨어진 카키 마을에 규모 6.1의 강진이 발생했으며 이어 규모 5.3과 4.4의 여진이 두 차례 이 지역과 인근을 강타했다. 이란 당국은 지진 피해 지역이 광범위해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구조대와 헬기가 현재 지진 피해 지역에 급파돼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부셰르 원자력발전소는 진앙에서 약 70㎞ 떨어져 있다. 부셰르주 페레이둔 하산반드 주지사는 “원자력발전소에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키 마을의 주민인 몬다니 호세이니는 “지진에 따른 공포로 주민들이 모두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이란과 페르시아만을 사이에 둔 바레인,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에서도 지진의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일에도 이 지역에서 약한 지진이 발생했다. 이란에서는 2003년 12월 26일 동남부 케르만주 고대유적 도시인 밤시를 폐허로 만든 규모 6.6의 강진으로 약 3만 1000명이 사망한 바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길섶에서] 도다리쑥국/정기홍 논설위원

    어릴 적 봄날, 밭두렁에 돋아난 쑥을 캔 뒤 한 바구니에 담는 재미가 참 좋았다. 가족이 함께한 나름의 ‘놀이’였던 셈이다. 쑥을 바구니에 담아 와 마당에 말렸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봄볕을 잘 받은 쑥잎은 나중에 쑥떡으로 빚어져 간식으로 나왔다. 더러 멸치와 된장을 넣은 쑥국도 밥상에 올랐지만, 그 쓴맛에 나의 숟가락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30~40대 때는 잦은 음주로 간이 나빠져 말린 인진쑥을 사서 끓인 뒤 마신 적도 있다. 쑥잎을 찧어 만든 솜 모양의 뜸쑥도 요즘 널리 애용되는 침구술의 하나이다. 쑥은 이처럼 식용과 약용으로 생활에 유익하게 쓰인다. ‘삼년 묵은 쑥은 칠년 된 지병을 고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근 점심 때 먹은 ‘도다리쑥국’의 쑥향이 일품이었다. 도다리와 쑥을 넣고 끓인 국으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경남 통영의 봄철 음식이란다. 육지의 햇쑥과 바다 도다리의 절묘한 만남, 이만한 ‘산해(山海) 진미’가 또 있을까 싶다. 누구나 어렵게 살던 때, 제철 식재료를 ‘버무린’ 지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정기홍 논설위원 hong@seoul.co.kr
  • 봄, 딸기야

    봄, 딸기야

    봄날 제철을 맞은 ‘딸기 전쟁’이 한창이다. 9일 유통 및 호텔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딸기를 활용한 다양한 식음 행사들이 열린다. 그랜드 앰배서더 서울의 로비라운지 ‘앤 델리’는 딸기 와플과 딸기 마카롱이 곁들여진 딸기 주스와 아이스크림을 1만~2만원대에 내놓았다. 플라자호텔의 카페 ‘더라운지’는 ‘러브 인 베리’ 프로모션을 열고 딸기에 복분자를 더한 ‘스트로베리&복분자’, ‘스트로베리 요거트’ 등을 2만원대에 맛볼 수 있도록 했다. JW메리어트호텔 서울은 딸기 페스티벌을 연다. 금~일요일에 딸기를 초콜릿에 찍어 먹는 딸기 퐁뒤, 푸딩, 케이크 등 20종의 딸기 디저트를 뷔페로 즐길 수 있다. 뷔페는 5만원.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로비라운지 ‘더 파빌리온’과 카페 ‘더뷰’는 28일까지 주말마다 오후 2~5시 ‘베리베리 스트로베리’ 뷔페를 진행한다. 딸기 패스트리, 딸기 생초콜릿 등 30여 가지 딸기 디저트를 선보인다. 사전 예약제로 성인 5만 5000원, 어린이 3만원이며 오후 3시 이전 퇴장 시 15%를 할인해 준다. 스무디킹은 6월 13일부터 4일간 음악축제인 ‘스트로베리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후원한다. 백지영, 에일리 등 가수들이 출연하는 공연장에서 스무디킹 음료 시음권을 준다. 게임 등을 통해 푸짐한 경품도 제공한다. 파리바게뜨는 당도가 뛰어난 산청 딸기를 넣은 ‘봄엔 딸기요거트’ 케이크 등 11종류를,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는 100% 딸기만 갈아 넣은 ‘봄을 부르는 생딸기’ 주스를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딸기는 기미·주근깨 예방, 피로회복,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좋아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두 사람이 사타구니가 쓰리도록 열불 나게 걸어 당도한 곳은 샛재 턱밑인 비석거리였다. 이름하여 선정비나 공덕비란 것들은 길손들의 내왕이 번다한 길목에 즐비하게 세워두기 마련이었고, 그래서 번화한 곳을 가리켜 비석거리로 불러온 것이었다. 그런 곳에 숫막이 들어서고 간혹 들병이들도 술 단지를 끌어안고 길손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춘궁기를 앞두고 있는 시절이어서 내왕도 뜸하고, 숫막 경영도 한산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석거리에는 숫막 세 집이 나란하게 문을 열고 있었고, 허술하기 그지없지만 돌을 쌓아 바람막이를 한 마방도 갖추고 있었다. 마방이 딸린 숫막에는 어림잡아 사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낙네가 나이가 이팔인 구월이라는 여식과 사팔뜨기에 밤이나 낮이나 눈에 눈곱을 달고 사는 늙은 중노미 한 사람을 데리고 숫막질을 하고 있었는데, 택호가 난데없는 월천댁이었다. 그것은 6, 7년 전에 역병으로 열명길에 오른 남편이 이곳에서 한식경 거리에 있는 말내(두천) 물가에 움집을 짓고 살며 사람을 업어 내를 건네주는 월천꾼이자 길라잡이로 연명했기에 붙여진 택호였다. 월천댁은 여식 하나를 남기고 졸지에 명줄을 놓아버린 아비를 이곳 비석거리 언덕에 묻고 시묘살이를 하더니, 아예 이곳에 숫막을 열어 자리잡고 말았다. 죽은 남편의 무덤을 떠난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으니, 한미한 집 자손이지만 심덕 한 가지는 열녀의 반열에 올려둘 만하였다. 궐녀는 샛재를 오가는 길손들 중에 반명하는 위인이든 상것들이든 층하를 두지 않고 상종하였다. 선비라고 호들갑스럽게 아양 떨며 납죽거리지 않았고, 상것이라고 체면을 깎고 홀대하는 일을 저지른 적이 없었다. 간혹 도포 입고 행세한다는 표객이 궐녀의 숫막에 식주인을 정하고 객고나 풀자 하고 지분거리기도 하였다. “여보게, 술어미. 그냥 두면 곰팡이만 슬고 젓국 냄새만 등천을 한다네. 더러는 뒷물할 일도 생겨야 쓸모가 있는 게 바로 임자 불두덩 아래 붙어 있는 가죽방아가 아닌가. 어떤가? 내 말의 깊은 이치를 알아듣겠지? 임자가 살보시만 질탕하게 해준다면 먼 길 행보, 만리 행역이 싹 가시지 않겠는가. 해우채는 섭섭하지 않게 헤아려줌세.” “길거리에 나와 앉은 본데없는 계집이라고 깔보고, 실없는 언사가 낭자하시구려. 공규를 지키는 하찮은 계집을 상종하여 양반 행티 너무 마시오. 댁이 남행* 부스러기로 벼슬길 맛을 보았는지… 작둣간에서 풀무질이나 하다가 공명첩으로 양반의 직첩을 얻었는지 어느 개 아들놈이 알겠소. 말본새하며 행티 하는 거조가 댁이 겉보기와는 달리 가문 있는 집 자손이 아닌 것은 분명하오. 육허기가 목젖까지 차올랐거든 나보고 지분거리지 말고 봉놋방 외짝문 닫아걸고 혼자 실컷 용두질이나 해서 육허기를 채우시지요. 그러나 해보았자 허망하긴 마찬가질 것이오.” “술어미… 내 잠깐 실언을 했기로서니 면박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집구석이 망하려면 제석 항아리에 말 좆이 들어간다는 말이 있지요. 제가 간구하게 살다보니 댁과 같이 비위짱 사나운 꼴을 보아도 주리 참듯 참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가련하네요.” 그런 꼴같잖은 위인에겐 가차없이 면박을 주지만, 평소에는 범절이 더없이 무던한 아낙네여서 병자를 샛재까지 한달음으로 업고 온 것이었다. 병자를 좁은 툇마루에 내려놓자 파랗게 질린 월천댁은 불당그래를 손에 든 채로 부엌의 널쪽문을 밀치고 엎어질 듯 내달았다. 봉당 쪽마루에 사지를 늘어뜨리고 누운 병자를 이리저리 살피던 월천댁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장독을 입었는지 오장육부를 다쳤는지 알 수 없으나, 우선은 된장밖에 약이 없네요.” 정주간으로 달려가더니 된장을 한 바가지나 떠왔다. 우선 병자를 바로 눕힌 다음 서둘러 된장을 발랐다. 정한조가 말했다. “어성초나 소리쟁이 뿌리 말려둔 것은 없소? 어혈을 풀어주는 데 그만한 갈약*이 없소.” “쑥이나 명아주 말린 것은 있습니다.” “지네 말린 것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마시게 하면 그것도 효험이 좋소. 타박상에는 광대나물이 제격이오.” “지네나 광대나물 말린 것은 말내 도방에 당도하면 돌팔이를 불러 구처하시고 우선 된장이나 바릅시다. 된장도 만병통치라 하지 않습니까.” 부러진 다리와 상처에는 쑥을 두드려 발라준 다음, 소나무 껍질을 벗겨 지지대로 싸매주고, 경황중에 끓인 미음을 떠먹였다. 그러나 병자는 미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다. 병증이 뼈에 사무친 것이었다. 발을 싼 감발을 벗겨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동상까지 앓았던 듯 두 발등이 죽장같이 부어올라 있었다. 구완 않고 오래 방치하면 화농되어 썩어들어갈 것이 뻔했다. “어허 이런 야단이 없군.” “한군데도 성한 구석이 없네요. 말린 쑥은 있으니, 싸매주어야 하겠소.” *남행: 음직을 낮추어 부르는 말 *갈약: 상비약
  • “ ‘4·1 부동산 대책’ 양도세 면제 기준, 면적서 가격으로 조정 가능성”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4·1 부동산 대책’에서 밝힌 양도소득세 면제 기준을 면적에서 가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도세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취득세 면제 시점도 4·1 부동산 대책 발표 시점으로 소급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서 장관은 8일 “대책을 만들 때는 정책당국자 입장에서 소득세법상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과 주택법상 국민주택규모인 85㎡를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법에 정해진 사회적 합의도 국민의 요구와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대책을 총괄 주도한 서 장관의 발언은 사실상 양도세 면제 기준을 변경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회에는 지방과 수도권 지역의 9억원 이하 주택을 구제하기 위해 전용면적 85㎡ 이하의 면적 제한을 폐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양도세와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취득세 면제 기준을 대책 발표일인 4월1일로 소급 적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회에서 논의해 보겠다”고 말해 가능성을 시사했다. 용산개발 사업과 관련, 서 장관은 “정부는 오직 철도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는 것이고, 자구노력 등은 코레일과 민간업자 간의 문제”라며 정부 개입 불가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세종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석가탑 속살 47년만에 세상에…

    석가탑 속살 47년만에 세상에…

    국보 21호인 불국사 서쪽 삼층석탑(일명 석가탑). 불국사 스님들의 “석가모니불” 염불 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2일 오후 2시, 2층 옥개석(屋蓋石· 지붕처럼 덮은 돌)을 기중기로 들어 올려 해체했다. 1000년 만의 해체복원 사업이자, 1966년 도굴 미수로 드러난 사리장엄구를 수습한 뒤 47년 만이다. 이날 사리장엄구를 수습한 결과 확인된 사리는 1과(顆)였다. 석가탑 해체 수리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조문화재보수정비사업단이 옥개석을 들어 올리자 탑신(塔身)에 들어 있는 41㎝x41㎝ 정사각형의 사리공(사리를 모시는 공간)이 드러났다. 깊이는 19㎝이다. 비단 보자기가 덮여 있는 사리공이 드러나자마자 해체를 지휘하던 문화재연구소 배병선 실장은 “(산화하지 않도록) 유리를 덮고 가습기를 가동하라. 비닐 포장을 빨리 둘러라”고 소리를 질렀다. 47년 만에 외부에 드러난 붉은색이 도는 보자기 밑에는 바닥이 없는 구멍을 뚫어놓은 철제 덮개가 있고 그 안에 보석장식이 달린 금동 사리외합이 향나무 조각에 쌓여 있었다. 사리가 드러난 오후 4시 40분 경엔 돌연 천둥이 치고, 우박과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석가탑은 일부 석재에서 균열 등이 발견돼 2010년 12월 16일 문화재위원회가 해체 보수를 결정했고, 지난해 9월 해체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상륜부(上輪部·찰주 위에 석물로 된 장식물)가 모두 해체됐고, 최근 3층 옥개석도 해체됐다. 이날 2층 옥개석을 열고, 사리장엄구를 수습한 것이다. 석가탑의 사리공 존재가 밝혀진 것은, 1966년 사리공의 사리장엄 유물을 노린 도굴범들 덕분이다. 도굴범들은 6t에 이르는 2층 옥개석을 밀어내고 탑신에 들어 있는 사리함을 훔치려다 탑만 훼손하고 미수에 그쳤다. 이에 석가탑의 해체수리를 결정했으나, 2층 옥개석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떨어뜨리는 등 사고가 발생하자 포기했다. 당시 2층 탑신 사리공에서는 사리와 함께 금동제 외합, 은제 내합,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 고려 초인 정종 4년(1038년)에 쓰여진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도 발견됐다. 이후 석가탑 안에 재봉안된 은제 사리호와 목제 사리병을 제외한 28건은 국보 제126호로 지정돼 현재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따라서 이날 모습을 드러낸 사리장엄구는 사리와 몇몇 유물을 제외하면 47년 전에 넣은 복제품이다. 당시 발견된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47과가 유리제 사리병에 들어있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1966년 사리함을 개봉해 조사한 결과, 유리제 사리병에는 46과의 사리만 존재했고, 사리가 1과씩 들어있는 은제사리호와 목제사리호가 각각 발견돼 석가탑에서 발견된 사리는 모두 48과이다. 배 실장은 “따로 담긴 2과의 사리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볼 때 1038년 이후 최소 1차례 이상 더 수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확인된 사리는 은제 사리합에 들어 있던 1과다. 목제 사리합은 열리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리제 사리병에 들어 있던 46과(추정)는 서로 달라붙어 있어 추후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에서 정밀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 배 실장은 또 “은제 사리호와 목제 사리병, 그리고 사리를 다시 탑 속에 넣어 재봉안할지 여부는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국사는 수습한 사리를 불국사 무설전에 모시고 내년 3월까지 석가탑 사리친견법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가탑은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원년(740)에 김대성이 불국사를 발원하면서 세웠고, 고려 초 현종 시대에 경주 일대를 덮친 지진으로 일부가 파괴되자 고려 현종 15년인 1024년 해체 수리된 뒤 1000년을 버텼다. 문화재연구소는 석가탑의 기단부분을 6월까지 해체한 뒤, 내년 6월 무렵 복원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해체 복원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경주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서울광장] ‘인재풀 25%’ 굴레 벗자/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인재풀 25%’ 굴레 벗자/오승호 논설위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의 저자로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은 우리나라에서 열린 ‘2009년 그린 포럼’에서 “한국으로선 천연자원이 없는 게 오히려 행운”이라고 역설적 주장을 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는 땅을 파서 발전하려고 하지만, 한국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는 두뇌를 개발해 앞서갈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였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녹색혁명을 시도해야 할 시기이며, 한국은 두뇌 개발로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설파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어떤 부처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몇몇 부서 명칭에서 ‘녹색’이라는 용어를 빼버리기는 했지만, 여하간 우리나라 인재(人材)의 우수성을 극찬한 예일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예로 들며 미국의 교육 개혁을 강조하곤 했다. 2009년 3월에는 “미국의 어린이들은 한국의 어린이들보다 매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1개월가량 적다”고 지적했다. 미국 교육 개혁의 본보기로 한국을 거론했다. 우리 교육이 입시 및 주입식 위주 등 개선할 점이 적지 않지만 외국인들은 우리의 교육 열정을 부러워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김용)를 한국인이 맡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공직사회에도 유능한 인재들이 몰려 있다. 지금 장차관급들이 20대였을 때는 공무원들의 인기가 더했다. 그런데 왜 정권이 바뀌면 인재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곤 할까. 인재들을 소홀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부처에서 청와대로 파견된 고위공무원 A씨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것에 맞춰 청와대를 나와 지금은 놀고 있다. 일을 잘해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됐건만 이젠 공무원 신분이 언제 없어질지 모를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로 파견됐기에 원래 근무 부처에서 ‘초과 인원’에 해당된다고 한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한둘이 아닐 것이다. 약삭빠른 공무원들이 정권 후반기 청와대 파견을 기피하는 이유다. 묵묵히 일하는, 정무직도 아닌 일반공무원이 정권 교체로 하루아침에 이방인 취급을 받는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게 돼 있기에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충성을 다한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 사람으로 낙인찍는다면 공무원을 정치적 인물로 만들기 좋은 토양을 제공하는 꼴이 된다. 이러다가 공직자 출신들이 외국계 기업으로 눈을 돌리기라도 하면 국가적으로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 사외이사로 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인사는 대선이 끝나자 일찌감치 사의 표명을 한 선배 공무원으로부터 “미리 사표를 던지지는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그러나 기관장 자리를 좀 지키다 스스로 물러났다. 일반 대기업에서는 임원이 먼저 사표를 쓰겠다고 하는 것이 총수를 배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이 때문에 총수가 먼저 그만두라고 하기 이전에는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공직사회는 알아서 사표를 쓰는 것이 미덕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공기업 인사 태풍이 예고돼 있다. 최고경영자(CEO)들은 좌불안석이고, 직원들의 관심은 CEO 교체 여부에 쏠려 있다고 하니 생산성은 떨어질 것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인력 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재풀의 모집단이라고 생각한다. 여야를 구분하면 인재풀은 어림잡아 절반으로 줄어들고, 다시 계파를 따지면 4분의1, 즉 전체의 25%로 쪼그라든다. 우수한 두뇌들이 아예 검증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인적 자원의 낭비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인사 난맥상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대통령 연임제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경영 실적이나 전문성, 도덕성 등에서 문제가 없다면 임기를 채우게 하고, 후임자는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임명하는 식으로 인사를 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으면 한다. osh@seoul.co.kr
  • 석가탑 사리공 노출 …47년만에 속살 드러내다

    석가탑 사리공 노출 …47년만에 속살 드러내다

    국보 21호인 불국사 서쪽 삼층석탑(일명 석가탑). 불국사 스님들의 “석가모니불” 염불 소리가 드높은 가운데 2일 오후 2시, 2층 옥개석(屋蓋石· 지붕처럼 덮은 돌)을 기중기로 들어 올려 해체했다. 1000년 만의 해체복원 사업이자, 1966년 도굴 미수로 드러난 사리장엄구를 수습한 뒤로 47년 만이다. 이날 사리장엄구를 수습한 결과 확인된 사리는 1과(顆)였다.  석가탑 해체 수리 복원 사업을 진행 중인 국립문화재연구소 경주석조문화재보수정비사업단이 옥개석을 들어 올리자 탑신(塔身)에 들어 있는 41㎝x41㎝ 정사각형의 사리공(사리를 모시는 공간)이 드러났다. 깊이는 19㎝이다. 비단 보자기가 덮여 있는 사리공이 드러나자마자 해체를 지휘하던 문화재연구소 배병선 실장은 “(산화하지 않도록) 유리를 덮고 가습기를 가동하라. 비닐 포장을 빨리 둘러라”고 소리를 질렀다. 47년 만에 외부에 드러난 붉은색이 도는 보자기 밑에는 바닥이 없는 구멍을 뚫어놓은 철제 덮개가 있고 그 안에 보석장식이 달린 금동 사리외합이 향나무 조각에 쌓여 있었다. 사리가 드러난 오후 4시 40분 경엔 돌연 천둥이 치고, 우박과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다.  석가탑은 일부 석재에서 균열 등이 발견돼 2010년 12월 16일 문화재위원회가 해체 보수를 결정했고, 지난해 9월 해체를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상륜부(上輪部·찰주 위에 석물로 된 장식물)가 모두 해체됐고, 최근 3층 옥개석도 해체됐다. 이날 2층 옥개석을 열고, 사리장엄구를 수습한 것이다.  석가탑의 사리공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1966년 사리공의 사리장엄 유물을 노린 도굴범들 덕분이다. 도굴범들은 6t에 이르는 2층 옥개석을 밀어내고 탑신에 들어 있는 사리함을 훔치려다 탑만 훼손하고 미수에 그쳤다. 이에 석가탑의 해체수리를 결정했으나, 2층 옥개석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떨어뜨리는 등 사고가 발생하자 포기했다. 당시 2층 탑신 사리공에서는 사리와 함께 금동제 외합, 은제 내합, 세계 최고의 목판인쇄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제126호), 고려 초인 정종 4년(1038년)에 쓰여진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도 발견됐다. 이후 석가탑 안에 재봉안된 은제 사리호와 목제 사리병을 제외한 28건은 국보 제126호로 지정돼 현재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따라서 이날 모습을 드러낸 사리장엄구는 사리와 몇몇 유물을 제외하면 47년 전에 넣은 복제품이다.  당시 발견된 ‘불국사 서석탑 중수기’에는 부처님 진신사리 47과가 유리제 사리병에 들어있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1966년 사리함을 개봉해 조사한 결과, 유리제 사리병에는 46과의 사리만 존재했고, 사리가 1과씩 들어있는 은제사리호와 목제사리호가 각각 발견돼 석가탑에서 발견된 사리는 모두 48과이다. 배 실장은 “따로 담긴 2과의 사리에 대한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점을 볼 때 1038년 이후 최소 1차례 이상 더 수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확인된 사리는 은제 사리합에 들어 있던 1과다. 목제 사리합은 열리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리제 사리병에 들어 있던 46과(추정)는 서로 달라 붙어 있어 추후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센터에서 정밀 확인 작업을 거쳐야 한다.  배 실장은 또 “은제 사리호와 목제 사리병, 그리고 사리를 다시 탑 속에 넣어 재봉안할지 여부는 더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국사는 수습한 사리를 불국사 무설전에 모시고 내년 3월까지 석가탑 사리친견법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석가탑은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원년(740)에 김대성이 불국사를 발원하면서 세웠고, 고려 초 현종 시대에 경주 일대를 덮친 지진으로 일부가 파괴되자 고려 현종 15년인 1024년 해체 수리된 뒤 1000년을 버텼다. 문화재연구소는 석가탑의 기단부분을 6월까지 해체한 뒤, 내년 6월 무렵 복원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해체 복원에는 총 30억원 규모의 예산이 책정됐다.  경주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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