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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자랑스런 역사 한획”

    [6월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자랑스런 역사 한획”

    민주적 헌법을 두고도 숨어서 민주주의를 그리워해야 했던 시절.20년 전 6월이었다.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12일 참으로 오랜만에 서울시청앞 광장을 찾았다. 당시 항쟁 지도부의 상임집행위원에서 지금은 6·10항쟁 20주년사업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이 되어 그 당시를 떠올렸다. 하루 뒤인 13일은 전두환 정권이 일체의 개헌논의를 금지하고 ‘체육관 선거’로 권력을 세습하겠다는 ‘4·13호헌조치’를 발표한 날이다.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이후 “고문정권 물러가라.”는 분노의 외침이 정국을 뒤흔들자 군사정권이 ‘구국의 결단’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들불처럼 일어난 국민들은 길고 어두운 군사독재의 밤을 뒤바꿔놓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4·13 호헌조치는 국민들에게 더 이상 군사정권과의 타협은 불가능하다는 결심을 갖게 했다.”고 말했다. 87년 5월18일, 광주항쟁 7주년을 맞아 희생자를 위한 추모미사가 열렸던 서울 명동성당. 당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대표가 떨리는 목소리로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은 조작됐다.”는 한 장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인천사태 배후조종 혐의로 구속된 민통련 이부영(전 열린우리당 의장) 사무처장이 화장지에 깨알같이 정황을 적어 사제단에 넘겨준 내용이다. 사제단의 폭로는 전국의 ‘호헌철폐 독재타도’ 함성에 불을 붙였다.6·10항쟁을 이끈 지도부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국본)가 결성되는 계기가 됐다. 우리 역사를 뒤흔든 3대 항쟁은 4·19와 5·18,6·10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19와 5·18항쟁에는 지도부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도부를 먼저 구성한 것은 민주화운동의 ‘진화’였다. 유 집행위원장은 국본에서 기록의 임무를 맡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부산지역 국본 집행위원장이었다. 국본 결성식을 치르기로 한 87년 5월27일 아침. 장소도, 시간도 정할 수 없었다. 종로골목에 숨어 대기하고 있던 참석자들은 형사들의 감시를 따돌리고 ‘향린교회’라고만 적힌 쪽지를 서로에게 건네주며 이동했다. 무사히 결성식을 치른 지도부는 전두환 정권이 노태우씨를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세우기로 했던 6월10일 맞불을 놓기로 결정했다. 슬로건은 ‘호헌철폐 독재타도’였다. 유 집행위원장은 박종철 사건 이후 유인물을 나르기 위해 운전면허증을 따야 했고, 유치원에 다니던 두 아이들은 ‘운동권’ 엄마를 둔 덕에 셀 수 없이 많은 끼니를 마른 라면으로 떼워야 했다며 잠시 목이 멨다. 해직교사, 운동권 작가, 민가협 활동가 유시춘은 온갖 집회의 선언문을 쓰고, 교도소를 오가며 수많은 동지들을 면회하는 데 청춘을 바쳤다. 그는 거사 당일인 6월10일, 성공회 대문을 박차고 나오는 길에 곧바로 연행됐다. 남대문서와 구로서, 청량리서를 거쳐 시경 대공분실로 끌려가면서 밤이 깊도록 군부독재에 정면으로 맞서는 시위현장을 목격했다. 마치 “어두운 방을 가르고 들어오는 칼날 같은 빛을 본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눈앞 이익 급급한 정치권은 6월정신 배신 운전자는 경적으로, 여성들은 스카프로 항쟁의 물결에 동참했다. 그것은 군부독재체제의 파열음이었다. 그는 6월 항쟁과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직선제 개헌 쟁취를 위해 뜨거운 열정을 바쳤던 국민들의 힘으로 긴 고통을 이겨냈다고 한다. 그가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40여명의 소회를 원고지 6000여장 분량으로 정리하는 기록사업에 몰두하는 까닭이다. 이제 성년을 맞은 6월항쟁. 남아 있는 마음의 빚이 있을 법도 하다. 그는 당시 범야권이 사실상의 승리를 거두고도 후보 분열로 지지율 36%짜리 여당 후보에게 결국 정권을 내줘, 군부독재의 합법적 연장을 가져왔다는 비극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4·19와 5·18뒤에는 5·16과 신군부 출현이라는 즉각적 반동이 있었다.”면서 “6월항쟁 이후에는 그 누구도 역사를 되돌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절차적 민주화의 길로 들어섰다는 자부심으로 들렸다. 그러면서 “당시 항쟁의 적자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등 승리의 기억을 갖고 있는 정치권이 정파적 이익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국민을 보지 않고 눈앞의 이기심에 갇혀 난맥상을 초래하는 자체가 6월 정신을 배신한다는 것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佛대선 공식운동 시작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공식 대선운동이 9일(현지시간) 시작되면서 프랑스 정국이 달아올랐다.선거법에 따라 이날 프랑스 전역에 후보 12명의 포스터 8만 5000여장이 등장했다. 후보들은 1차 투표 이틀 전인 20일까지 45분씩의 선거방송 시간을 배정받고 지지율 제고에 박차를 가했다.1분,2분30초,5분30초 등 세 종류의 선거 방송 특성을 최대로 살릴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일간 르몽드는 이날 “역대 대선에 견줘 1차 투표 전 2주일이 가장 중요했다.”며 막판 선거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새달 6일 결선투표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 유력 후보 ‘빅4’의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아 모두 결선투표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후보들은 42∼47%에 이르는 부동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각축하고 있다.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와 7% 안팎의 차이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집권당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는 첫 방송출연에서 “고용·교육·연금·보건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프랑스를 바꿀 수 있다.”며 비전 제시에 초점을 두었다.최근 “아동에게 성욕을 느끼는 것은 유전적 특징”이라는 구설수에 휘말린 상황을 강경 이미지로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는 “네 아이를 둔 어머니이자 실용적이고 자유스러운 여성”임을 강조했다.이어 살아온 배경과 가족 상황,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특징 등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중도파 돌풍’을 몰고왔다가 정체율이 주춤해진 프랑수아 바이루 후보는 “프랑스를 단합시킬 수 있는 후보는 중도우파도 아니고 좌파도 아닌 중도파 후보”라며 “내가 당선돼야 프랑스를 재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극우파 장마리 르펜 후보는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내 선거운동 전략을 모방하고 있다.”며 “원본을 선택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 밖에 8명의 후보들도 극좌·극우 등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에 호소했다. 한편 이날 LH2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사르코지가 28%로 선두를 지켰다. 루아얄과 바이루는 각각 24%,18%로 뒤를 이었다.특히 최근 상승세를 탄 르펜은 15%로 바이루를 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으며 2002년 대선에 이어 결선투표 진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vielee@seoul.co.kr
  • 북녘에 ‘통일의 씨앗’ 뿌리다

    북녘에 ‘통일의 씨앗’ 뿌리다

    남북교류협력사업 경남도민대표단이 9일 북한을 방문, 평양시 강남군 장교리 협동농장에 볍씨를 파종하고, 통일딸기 모종심기 행사를 가졌다. 김태호 경남지사를 비롯, 박판도 도의회 의장과 고영진 교육감, 노진환 서울신문 사장 등 대표단 97명은 이날 오전 8시 전세기편으로 김해공항을 출발,10시 평양공항에 도착, 일정에 들어갔다. 김 지사는 출발에 앞서 “남북관계는 사람의 만남이 중요하고, 민간교류를 활성화해 신뢰를 쌓으면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방북이) 농업교류의 폭을 넓히고 통일의 씨앗을 뿌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북측 민화협 관계자의 영접을 받은 대표단은 평양시내 양각도호텔에 여장을 풀고, 장교리 소학교 기공식에 참석했다. 이 학교는 경남도가 건립비 5억원을 지원, 신축하고 있다. 또 협동농장 비닐온실에서 북한 농민들과 함께 남쪽에서 가져간 딸기모주(매향) 5000주를 심고, 협동농장의 논 60만평에 볍씨(평양 25호)를 뿌렸다. 볍씨 파종을 마친 대표단과 북한 농민들은 막걸리와 떡, 김치 등으로 중참을 먹으며 통일의 염원을 달래기도 했다. 대표단은 10일 동명왕릉 등 평양시내를 견학한 뒤 오후 4시쯤 김해공항을 통해 돌아 온다. 경남도는 지난해 경남통일농업협력회와 남북농업협력사업을 추진,10억원으로 육묘공장(600평)과 비닐온실 10동을 건립했으며, 이앙기 250대를 지원했다. 이와 함께 딸기모주 3500주를 북으로 보내서 키운 뒤 모종 1만주를 다시 가져와 ‘통일딸기’를 생산,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모종 대체효과를 거뒀다. 도는 올해도 6억원의 사업비로 농기계 및 자재 보관창고를 건립해 준다. 비닐하우스에는 연탄보일러를 설치하며, 트랙터와 콤바인, 바인더, 경운기 등 농기계 지원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아울러 딸기 모주 3만 5000주를 보내 모종 15만주를 생산, 이 중 10만주를 가져올 예정이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종교건축 이야기] (25) 인사동 승동교회

    [종교건축 이야기] (25) 인사동 승동교회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인사동 쪽으로 방향을 잡아 길을 들어서면 초입 왼쪽 좁은 골목 끝의 보일 듯 말 듯한 작은 교회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골동품 가게며 크고 작은 현대식 건물들이 어수선하게 엉킨 풍경에선 영 생뚱맞게 보이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뾰족집 승동교회(종로구 인사동 137·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0호)다. 인사동을 찾는 이는 물론 주민들도 대부분 존재 자체를 잘 알지 못하는 이색 공간. 이처럼 생소하지만 1904년 이후 줄곧 지금의 자리에서 복음을 전해온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교단의 대표적인 모교회다. 특히 일제 치하 3·1운동의 중심지이자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던 곳. 통합·합동으로 갈라진 대한예수교장로회 분열의 현장이란 아픔을 함께 담고 있는 개신교계의 또렷한 유산이다. 승동교회의 뿌리는 지금의 소공동 롯데호텔 자리인 옛 곤당골의 작은 한옥에서 미국 북장로교 소속 선교사인 새뮤얼 포먼 무어(1860∼1906·한국명 모삼열) 목사가 1893년 시작한 목회. 곤당골이란 청계천 변에 고운 담(곤담)이 둘러쳐져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당시 주변에는 백정들이 많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교도소 수감자와 빈·천민 대상 사목으로 널리 알려진 모삼열 목사가 이 곤당골에서 최하층 신분의 백정들을 대상으로 목회를 시작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초창기 예배에 이 백정들을 중심으로 16명의 교인이 참여했는데 그 때문에 승동교회에는 지금도 ‘백정 교회’라는 이름이 별명처럼 따른다. 곤당골 교회가 인사동에 한옥을 사들여 이사한 것은 2대 당회장인 이눌서(W.D.Reynolds) 목사가 시무하던 1904년 10월. 이듬해부터 새 예배당 건립에 나서 1912년 지금의 본당 골격을 갖췄다. 원래 적벽돌을 쌓아 박공 지붕을 인 정방형의 벽돌조 로마네스크 건물이었는데 1959년 앞 출입문쪽 신자석 공간을 늘린 증축공사로 초기의 모습을 잃었다. 초창기엔 앞쪽에 두 개의 출입문을 따로 내 남녀 신자들의 출입과 예배 공간을 구분했지만, 지금은 증축된 공간 쪽으로 한 개의 통합문을 내어 당시와는 영 딴판이다. 그나마 독경대를 비롯한 중앙의 의식공간은 초기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본당 주변에 흩어져 있던 옛 모습의 한옥들은 전도회 장소로 쓰이고 있다. 지하엔 기도실과 교역자실, 상담실, 유치원, 성가대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그런데 인사동에서 ‘승동’이란 옛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승동의 원 명칭은 인근 절골(寺洞)로 이어지는 마을이란 뜻의 승동(承洞).1907년 이 교회에서 장로교 경기도연합부흥회가 열렸는데 당시 평양 장대현교회 장로였던 길선주 목사가 설교하면서 “이웃 절골과 영적인 싸움에서 승리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이길 승(勝)자를 쓰기 시작, 그때부터 승동(勝洞)교회가 됐다고 한다. 교회 이름에 얽힌 사연은 썩 내키지 않지만 승동교회는 이후 여러 이유에서 한국 개신교계의 중요한 신앙 터로 거듭 주목받았다. 일제 강점기 한국 교회들이 자의반 타의반 동참했던 신사참배에 대한 회개와 반성에 앞장섰던 것도 그중 하나. 대한예수교장로회는 1938년 평양 서문밖 교회에서 제27회 총회를 열어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였는데,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승동교회 총회에서 ‘당시의 신사참배는 잘못된 것’이라며 무효선언을 해 세상의 관심을 모았던 것이다. 백정교회 이후 ‘낮은 데로 임하소서’라는 신앙철학을 지킨 역대 목회자들도 교회를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 주 요인이다. 특히 김익두(9대·1935∼1938년 담임) 목사와 뒤를 이은 오건용(10대)·이덕흥(11대) 목사는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된다. 황해도 안악 태생인 김익두 목사는 원래 불량배 출신이었으나 부흥사가 돼 이 교회를 이끈 인물. 몸이 아픈 신자들을 치료하는 재능이 탁월했는데 그의 설교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회심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구름처럼 몰려든 신자들을 두려워한 일제가 김 목사와 교회를 탄압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결국 신사참배에 강력하게 맞섰던 김 목사는 강제로 물러난 뒤 6·25전쟁때 새벽기도회를 하던 중 퇴각하던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순교했다고 한다. 오건용·이덕흥 목사는 맹인들을 위한 신앙공간이 없던 무렵 맹인 선교에 치중해 대부분의 맹인 신자들이 이 교회에 의지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는 달리 1959년 세계교회협의회(WCC) 가입을 놓고 용공성 시비 끝에 의견이 나뉘어 장로교가 갈라진 것은 한국 개신교계의 큰 아픔으로 남아 있다. 당시 WCC 가입에 반대하던 측은 승동교회에서, 찬성하던 측은 연동교회에서 각각 총회를 열었는데 이를 계기로 합동(승동교회측)과 통합(연동교회측)으로 교파가 나뉘었다. 갈라진 지 43년 만인 지난 2002년 6월 양측 교회가 극적으로 교환예배를 갖긴 했지만 교회의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지금 이 교회에 적을 둔 신자는 3000명. 이 가운데 예배 출석 인원은 1500명 정도로 대를 이어 이 교회를 다닌 신자가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신자들이 사는 곳도 분당, 안산, 춘천 등 다양해 그야말로 전국적인 교회인 셈이다. 다른 교회에서 볼 수 없는 승동교회만의 특징은 노인 사목. 인근 탑골공원을 찾아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세례를 주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승동교회를 찾아와 신도가 됐다고 한다. 10년 전부터는 탑골공원을 자주 찾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노인 위주의 장년 2부를 운영해 지금은 매주 300여명의 노인이 예배에 참석한다. 세례 받은 노인들은 사후 경기도 백석의 승동동산 묘역에 안치하는데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이 찾아와 신자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박상훈(54) 담임목사는 “승동교회는 드물게 도심 복판에 남아 있는 전통적인 교회”라면서 “초기의 ‘백정교회’ 이후 사회 기여 차원에서 일관성 있게 목회와 신앙을 이어온 흔치 않은 공간”이라고 말했다. kimus@seoul.co.kr ■ ‘3·1운동 유적지’ 지정된 항일역사의 산실 승동교회는 비록 많은 이들에게 ’잊혀진 교회’가 됐지만 일제 강점기 항일 민족운동의 구심점이자 3·1운동의 본산으로 역사의 중심에 서 있었다.1900년대 초 우국지사들이 모여들어 예배를 보면서 민족주의의 색채를 띠어간 승동교회는 청년운동의 주축인 YWCA(대한여자기독교청년연합회)를 태동시켰고 한신대 전신인 조선신학교를 낳은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1919년 3·1운동에 앞서 학생 대표들이 모여 만세운동을 모의한 학생지도자회의가 열렸던 현장임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승동교회 청년모임인 청년면려회장이었던 김원벽은 연희전문대생으로 학생들의 큰 신망을 얻었던 인물. 김원벽을 주축으로 한 전국 학생대표들은 승동교회 지하실(지금의 기도실)에 모여 태극기와 기미독립선언문을 나눠 갖고 3월1일 거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조계사 뒤쪽 보성사에서 인쇄된 독립선언문은 거사 전날인 2월28일 새벽부터 전국에 전달됐다. 이 가운데 1500여장이 승동교회에 모였던 학생대표와 신자들을 통해 서울 시내 각처로 배포됐다. 학생 대표들은 3·1운동 나흘 뒤인 5일 서울역과 남대문 일대에서 만세운동을 다시 일으켰는데, 현장에서 일경이 휘두른 칼에 찔려 체포된 김원벽은 3년여의 옥고를 치른 뒤 결국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한다. 3·1운동 직후 당시 승동교회 담임이었던 차상진 목사가 주도한 이른바 ‘십이인등의 장서(十二人等의 長書)’ 사건도 유명한 일화다. 차 목사를 비롯한 목회자 12명이 연서해 일제 침략을 규탄하는 장서를 종로 보신각 앞에서 발표한 뒤 총독부에 제출한 사건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모두 체포돼 옥고를 치렀다. 이같은 사연으로 인해 승동교회는 지난 1993년 ‘3·1운동 유적지’로 지정됐으며 매년 3·1절 주일마다 3·1정신을 기리는 예배가 올려지고 있다.
  • 신명난 봄… ‘퓨전국악’ 춘추전국시대

    신명난 봄… ‘퓨전국악’ 춘추전국시대

    퓨전국악에도 봄은 오는가? 퓨전국악 음반들이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명, 여울, 그림, 한충은, 정민아, 김애라 등 수준급 연주기량을 갖춘 뮤지션과 그룹들이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만큼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퓨전국악들을 토해내고 있는 것.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음반으로는 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의 앨범이 꼽힌다. 서울음반 김홍기 홍보팀장은 “작년 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 앨범 판매량은 1만여장으로 성시경 등 몇몇 톱 클래스 가수 음반과 함께 상위권을 형성하며 음반제작사에 톡톡히 효자노릇을 했다.”며 “디지털 음원 판매량에서도 웬만한 가요를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퓨전국악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국악 뮤지션들이 국악방송 등 전문음악방송은 물론, 광고나 지상파 방송 등에 출연하는 횟수 또한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경기도 성남문화센터 등 문화공간에서는 국악을 포용하는 작업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예전에도 국악과 대중음악의 연결을 시도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70년대 록기타리스트 신중현씨는 전통적인 오음음계를 사용해 히트곡 ‘미인’을 탄생시켰고, 이후에도 김수철 등 후배가수들이 바통을 이어받기도 했다. 하지만 ‘미인’을 제외하면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했던 것이 사실. 국악방송 최효민 PD는 퓨전국악 음반의 증가요인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국악이 작곡자의 곡을 단순하게 연주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연주자 중심의 음악으로 변화하면서, 연주자 개개인의 스타성과 색채감에 젊은 음악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는 것. 둘째는 국악과를 통해 쏟아져 나온 많은 전통음악 전공자들이 순수 국악외에도 다양한 음악분야의 개척을 모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퓨전국악그룹 ‘그림’의 멤버 김주리(30·해금)씨도 “많은 국악전공자들이 공부하는 음악과 일상에서 접하는 음악에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악을 대중들이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으로 만들려 하다 보니 퓨전국악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활성화되는 것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셋째는 음반기획사들의 지향점이 국내는 물론, 국악을 통한 한류의 세계화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퓨전국악 음반발매가 르네상스를 맞고 있는 현상에 대해 최 PD는 “국악계 내부에서 전통악기가 사용됐을 뿐 장단과 선율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의견과 공유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답이라 할 만한 방향성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국악음반이 많이 나오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가짜 처방전으로 ‘의약품 쇼핑’

    컬러 복사기로 정교하게 위조한 가짜 처방전이 대규모로 나돌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처방 의약품은 고지혈증 완화제 ‘리피토’, 혈압 강하제 ‘노바스크’,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의료급여시 처방) 등이다. 향정신성의약품과 발기부전제 등 이른바 ‘해피드럭’을 제외한 약품에 대한 처방전 위조는 처음이다. 1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경기 남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에서 의료급여 수급자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위조 처방전으로 의약품을 대량으로 처방받은 뒤 자취를 감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모씨 등의 명의로 K대 구로병원 등지에서 발급한 것으로 위조된 처방전은 지난달 초 경기 고양과 성남에서 간헐적으로 발견되다가 이달 들어 서울 일원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처방전만 있으면 약국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공짜로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의료급여 수급자 명의의 처방전을 위조해 약국에서 공짜로 약을 얻은 뒤 이를 싼값에 약국 등 다른 곳으로 팔아넘긴다는 얘기가 나온다. 고양시 약사회 관계자는 “키 175㎝가량에 곱슬머리를 한 30대 남성이 60대 후반 김모씨 명의로 된 처방전을 갖고 관내 여러 약국을 돌며 한번에 최장 60일치, 수십만원에 달하는 수백정의 약을 수차례 타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약사회 관계자도 “성남·일산뿐 아니라 대전과 서울지역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수십일치 전문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성남시 약사회도 지난달 정모씨 명의로 된 위조 처방전이 발견돼 단속에 나섰다. 이와 관련, 서울신문이 입수한 2월5일자 K대 구로병원 명의 위조 처방전에는 트라스트 패치 56일분, 노바스크·리피토 각 60일분이 ‘김○○’(67·여·경기 남양주시)씨 명의로 처방받은 기록이 남아 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확인 결과 김씨는 K대 병원을 이용한 적도 없고 사건과 연관성도 없었다.”며 “위조된 처방전에 의사명, 코드, 면허번호까지 정확하게 기재돼 해당병원 이용자가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 글자체만 다를 뿐 정교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지난달 남양주시청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뢰를 받아 조사에 착수했다. 파악한 위조 건수만 이미 90여장을 넘긴 상태다. 현재 남양주시청은 위조 처방전으로 1430여만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바스크(524원), 리피토(1241원), 트라스트(900원)의 개당 가격을 감안하면 한 차례 60일치 조제(1일 1회 투약·15만 9000원)에, 신고된 90여장분을 감안하면 1439만여원의 피해액이 산출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김씨 사례 외에는 공문이 발송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비슷한 사례가 이미 지역 약사회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드러나고 있어 이번 사건 피해액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남양주경찰서 지능팀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접수돼 아직 기초수사단계에 있다.”면서 “조직적·지능적으로 이뤄진 점으로 봐서 생계형 범죄가 아닌, 전문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 이를 약국이나 암시장 등에 되팔아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최고 목판 인쇄물 다라니경 제작연대 논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인정받고 있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제작연대 논란에 휩싸였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재위원은 지난 8일 1024년 씌어진 ‘불국사무구정광탑중수기(重修記)’를 근거로 8세기 초반~중반이 아니라 고려시대에 제작됐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이라는 주장을 폈다. 중수기에 “두루마리로 된 무구정광다라니경과 또 다른 무구정광다라니경을 넣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1966년 석가탑 해체·수리 과정에서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함께 110여장의 종이뭉치도 발견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묵서지편(墨書紙片)’으로 불리던 이 종이뭉치를 40년동안에 걸쳐 보존처리하고 최근 판독해 ▲중수기와 ▲보협인다라니경 ▲1038년 불국사서석타중수형지기 ▲보시명공중승소명기 등을 확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내부검토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중수기의 일부내용을 외부로 유출해 연대를 무려 3세기나 끌어내리는 ‘자살골’을 자초한 중앙박물관은 “고려 제작설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김성구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9일 “무구정광대다라니경에는 측천무후자(字)가 빈번히 발견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통일신라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측천무후자란 당나라 고종의 황후 측천무후의 집권기(690∼704)에 만들어진 기존의 한자와는 다른 508자의 글자로 당대에만 사용됐다. 하지만 유물관리부 실무자인 김상태 학예연구관은 “석가탑이 고려시대에 중수됐다는 사실 말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통일신라시대 것인지, 고려시대 것인지 추측할 수 있는 새로운 근거는 없다.”면서 “몇년이 걸릴지 아직 장담할 수 없지만 판독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카드업계 서비스 대전] 더 똑똑해진 체크카드

    체크카드가 신용카드의 새로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용카드처럼 사용이 간편하면서도 예금잔액 범위 안에서만 대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소비를 돕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할부거래나 고액 결제 등이 되지 않아 상품 구입 때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여신금융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체크카드 발급 실적은 2736만여장.2005년 말 1711만여장보다 1000만장 이상 늘어난 수치다. 사용금액도 2005년 7조 4814억원에서 2006년에 13조 2262조원으로 급증했다. 체크카드의 장점은 만 14세 이상이면 발급이 가능하고 연회비가 없다는 것. 또 신용카드와 같은 방법으로 결제돼 신용카드 가맹점 어디서든지 사용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결제 즉시 대금이 예금계좌에서 빠져나가면서 과소비나 카드대금 연체 걱정을 덜 수 있다는 점이다. 사용이 편리하고 과소비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체크카드가 ‘만능’은 아니다. 예금계좌에서 바로 결제되기 때문에 할부나 현금서비스 등이 불가능하다. 급할 때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체크카드는 해외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계좌에 잔액이 있더라도 고액 결제를 제한하는 경우도 많다. 서비스도 일반 신용카드에 비해 다양하지 못한 것이 단점이다. 이와 함께 심야 사용이 제한될 때도 있다. 은행 계좌의 전산마감 작업 시간이 필요한 탓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전한 소비를 돕는다는 체크카드의 취지를 살려 젊은 층이나 자녀들의 용돈 카드로 사용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파주·김포 등 신도시 물량 노려라

    오는 10월 은평뉴타운을 끝으로 SH공사의 일반분양 제도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서울 청약저축 통장 가입자들은 그동안 기대해 왔던 장지·발산, 세곡, 우면, 강일, 마천 등 알짜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대신 파주 운정, 광교, 김포 등 신도시 물량을 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여장권 주택행정팀장은 6일 “올해 은평뉴타운을 제외하고 SH공사가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 중 일반 분양 물량은 없다.”면서 “올해 송파 장지지구, 발산지구 등에서 임대로 공급될 예정이던 1971가구 모두 장기전세로 공급할 계획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SH공사가 강일지구, 세곡지구, 우면지구 등에서 공급할 예정이던 일반분양 물량도 전량 장기전세 주택으로 공급된다. 당초 업계에선 내년 강일지구에서 730가구 일반분양을 시작으로 세곡, 우면 등 지구에서 상당수의 분양 물량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었다. 공급 총량은 줄지 않았지만 일반분양을 전세로 돌린 것인 만큼 일반분양 물량을 기대하던 서울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는 공급 물량이 줄어든 셈이다. 이들 서울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앞으로 신도시를 적극 노리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당초 청약저축 가입자들에게 돌아갈 예정이던 일반공급 물량이 임대아파트나 장기전세로 전환되는 일이 많아 기대했던 것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어졌다.”면서 “특정 유망 지역만 기다리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괜찮은 지역이라면 적극적으로 청약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부지 면적이 20만평 이하인 공공택지나 일반 민간택지 물량의 경우 해당 지역주민에게 100% 우선 공급되고 있다.”면서 “서울 지역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에 대규모 택지가 개발되는 것인 만큼 서울 청약저축 통장 가입자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지역 우선 제도를 다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대장금 잡은 주몽

    ‘주몽’이 안방을 떠났다. 지난해 5월15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월·화요일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국민 드라마’란 호칭을 얻은 MBC 특별기획 ‘주몽’이 10개월 만인 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많은 화제를 뿌린 ‘주몽’을 다시 돌아보았다.●인기의 비결 ‘동북공정’이란 중국의 역사 왜곡과 드라마로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고구려사란 점이 맞물려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정확한 역사적 고증은 어려웠지만 의복과 세트 등 색다른 고구려 문화를 소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또한 정통사극이라기보다는 현대물에 가까운 말투와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 주몽을 둘러싼 멜로 등이 인기비결의 원인이다. 주몽역 송일국(사진 왼쪽)과 여장부 소서노역의 한혜진(오른쪽)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 해모수역 허준호, 영포왕자역 원기준, 모팔모역 이계인 등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 이야기에 재미를 더했다. 그만큼 연기자의 노력과 연기가 돋보였다.●35주간 시청률 1위 주몽은 첫 방송에서 16.3%(TNS미디어코리아 집계)의 시청률로 시작해 35주 연속 주간시청률 1위의 대기록을 세우며 국민 드라마란 별칭을 얻었다.한류 열풍의 주역이었던 MBC ‘대장금’은 2003년 10월6일∼2004년 3월28일 24주 연속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그동안 50%를 넘나들었던 시청률은 지난해 최고였으며 앞으로도 깨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역사적 사료가 부족한 고구려 시대를 고증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150여종 4500여벌의 의상을 직접 제작했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 투입된 엑스트라만 연 3만여명, 촬영에 등장한 말도 5000여필에 이른다.●얼마나 벌었나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주몽은 9개월 동안 모두 450억원(매출기준)을 넘게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광고료 약 344억 6000만원, 해외 수출액이 약 800만달러(70억원)에 이른다. 이미 일본과 대만, 홍콩,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포, 타이 등 8개 나라에 수출되었다. 또 복분자주나 남성화장품, 쌀 등 여러 상품에 ‘주몽’이란 이름을 붙이는 부가사업으로도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조만간 ‘대장금’의 900만달러 수출기록을 넘어설 듯하다.●옥에 티는 역사왜곡 논란과 연장방송을 들 수 있다. 드라마 내용이 실제 역사를 왜곡했다는 역사학자들과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주몽을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만 그린 것은 역사 기록과는 다르며, 삼국사기에 단 한줄 등장하는 소서노(召西奴)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 주몽과 소서노의 관계도 드라마적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초 60회로 지난해말 막을 내렸어야 했지만 MBC가 높은 시청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출연진과 작가진을 설득해 20회 연장방영이 이뤄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하나은행 ‘마이웨이 카드’ 돌풍

    카드시장 점유율이 3%대에 불과한 하나은행이 ‘하나 마이웨이 카드’를 앞세워 카드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27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지난 5일 출시된 하나 마이웨이 카드는 26일 현재 8만여장이 발급됐다. 실제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에 5300장꼴로 발급된 셈. 전업계 카드사 상품의 한달 발급 평균 숫자가 1만장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더구나 이 카드는 입소문을 타면서 고객들이 스스로 은행을 찾아 카드를 발급받고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하나 마이웨이 카드의 인기몰이 비결은 파격적인 할인 서비스 때문. 수도권과 대전, 원주에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할 때 월 40회에 한해 100원씩 깎아주고, 대형 할인점에서 월 2회씩 1차례에 1만원씩 할인해준다. 대중교통 이용으로 4000원, 할인점 이용으로 2만원 등 월 최대 2만 4000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4월까지 가입자에게는 연회비가 평생 면제된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서울시 대중교통요금까지 인상되면 이 카드의 돌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은행은 “당장의 출혈은 있지만 고객들이 하나 마이웨이 카드를 주 사용카드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 장기적으로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서울대 또 몰카 파문

    서울대 치대 졸업반 학생이 도서관에서 여학생들의 치마속을 카메라로 몰래 찍은 사실이 드러나 정학 처분을 받았다. 20일 서울대에 따르면 예비 치과의사인 A(26·치대 본과 4학년)씨는 지난해 11월9일 의대 도서관에서 책상 밑으로 손을 뻗어 디지털 카메라로 공부하던 여학생들의 치마속을 찍다가 피해자 중 한 명에게 들켰다.A씨의 카메라에는 50여장의 사진이 들어있었고,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남성이 인문대 여자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의대 학생회는 본과 학생을 상대로 A씨의 징계를 건의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해 ‘중징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50.7%에 달하자 조사결과를 교내 성폭력·성희롱 상담소에 제출했다. 서울대 학생징계위원회는 지난 16일 A씨에게 6개월 정학 처분을 내렸다. 졸업 예정자였던 A씨는 졸업이 최소 6개월 미뤄졌다. 지난 1월 중도 포기한 치과의사 시험도 다시 치러야 한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평창에 함박눈… 유치위 “하늘이 돕는다”

    2014동계올림픽 후보지 현지실사가 펼쳐지고 있는 강원도 평창지역 일대에 실사 첫날인 14일 새벽까지 10㎝ 이상의 함박눈이 내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합의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유치위측과 주민들은 마치 유치에 성공한 듯 축제분위기였다. 평창지역은 올 겨울 들어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날씨마저 포근해 현지 실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실사단이 평창을 찾은 13일부터 함박눈이 내리면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치위원회측은 “하늘이 돕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또 유치에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문제도 실사단이 평창에 도착하는 날 6자회담에 합의했다는 소식에 “겹경사 속에 유치의 고지가 보인다.”며 고무됐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받은 뒤 용평 숙소에 여장을 푼 16명의 IOC실사단은 14일 아침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호텔에만 머물다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곧장 모습을 나타내는 등 입조심,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실사 첫 행사인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10여분쯤 회의장을 언론에 공개한 뒤 이가야 지하루 실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눈도 오고 날씨가 좋다.좋은 예감이 든다.”며 유치위측과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다만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기자들을 만나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해 주었다. 이후 비공개로 저녁 때까지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냉전의 벽을 허무는 데 서울올림픽이 기여한 만큼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며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올림픽의 이상을 한층 드높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날 실사를 끝낸 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프레스룸을 찾아 “평가단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많은 부분의 의문사항을 해소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올림픽 개념과 유산’에 대해 발표한 김 지사는 “이번 실사는 우리가 IOC에 제출한 신청파일에 대한 검증을 받는 것으로,평가위원들이 신청파일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선수촌’에 대해 발표한 김소희 KOC위원은 “조사평가위원들의 질문이 예상했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예상외의 질문은 답변하기 쉬운 것이어서 능력의 120%를 발휘했다.”고 말했다.이어 “평가위원들이 ‘선수중심의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가져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배치되고,선수 90%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원더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귀성·귀경 고속도로변 볼거리 뭐가 있나

    귀성·귀경 고속도로변 볼거리 뭐가 있나

    설 연휴가 짧아 고향을 오가는 길에 교통체증이 심할 듯하다. 하지만 귀성길과 고속도로 정체는 늘 함께하는 것. 고향가는 설렘이 교통체증으로 짜증과 조바심으로 바뀐다면, 기쁨도 반감되는 법이다.‘막히면 돌아가라’. 마음의 여유도 찾을 겸, 고속도로 주변의 관광지를 찾아 잠깐 쉬었다 가는 것은 어떨까. ★경부고속도로 # 신나는 과학체험 대전 엑스포과학공원(www.expopark.co.kr) 과학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테마파크. 주제별 전시관으로 세계 최대의 아이맥스영상관과 입체영상관, 시뮬레이션관, 보디월드, 돔영상관, 전기에너지관, 에너지관, 자연생명관, 한빛탑 전망대 등이 있다. 각 전시관에는 새로운 영상물들이 교체 상영된다.(042)866-5114.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회덕나들목→호남고속도로(광주방면)→북대전 나들목 # 무술승으로 유명한 경주 골굴사(www.golgulsa.com) 약 1500년 전 인도에서 건너온 광유성인 일행이 함월산 지역에 정착해 세운 국내 유일의 석굴사원. 토함산 석굴암과 함께 통일신라시대를 대변하는 중요한 문화유적지다. 골굴사가 여느 사찰들과 다른 점은 신라시대 화랑들도 익혔다는 ‘선무도(禪武道)’라는 무술을 수행법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 지장암 등 12개의 석굴도 볼 만하다.(054)744-1689.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경주 나들목→경주 시내→4번 국도→추령터널→안동리 입구 좌회전→929번 지방도→1.8㎞→골굴사 ★호남고속도로 # 백제 문화의 진수 익산 미륵사지와 보석박물관 오랜 세월 백제문화의 잔향이 배어 있는 전북 익산은 서동요 설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곳. 미륵사지는 신라의 침략을 불교의 힘으로 막고자 했던 호국 사찰로, 국보 제11호 미륵사지석탑과 보물 236호 미륵사지 당간지주, 동탑지 등 다양한 백제문화를 접할 수 있다. 세계 각국 10만여점의 보석이 전시된 보석박물관을 둘러보는 여정도 좋겠다.(063)836-7804.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익산 나들목→722번 지방도→익산시내방면 5.3㎞→금마사거리→우회전→미륵사지 # 우전차(雨前茶)를 기다리며 보성 녹차밭(www.boseong.go.kr) 남도의 정서가 고스란히 스며 있는 보성은 전국 최대 규모의 ‘녹차 밭’으로 유명한 곳. 보성읍에서 18번 국도를 따라 회천면 황성산 봇재를 넘으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차밭이 펼쳐진다. 녹차밭 사이로 난 가파른 나무 산책로를 따라 올라 차밭을 내려다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보성다원의 또 다른 볼거리, 삼나무 길도 걸어볼 만하다.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23∼4.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회덕JC→호남고속도로→동광주 나들목→제2순환도로 소태 나들목→화순방면→29번국도 보성방면→보성시내에서 18번국도 # 단군 후예의 땅 하동 삼성궁(www.bdsj.or.kr) 환인·환웅·단군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이며 수도장. 기묘한 형상의 1500여개 돌탑이 주변 숲과 어울려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삼성궁의 입장방법은 독특하다. 우선 산길을 올라 천하통일대장군과 민주회복여장군 장승이 서 있는 곳에서 ‘징’을 세 번 치고 기다려야 한다. 수도자의 인도대로 도복으로 갈아 입은 다음, 단군을 모신 전각과 환웅을 모신 천궁에 절을 하고 나면 비로소 자유로운 관람이 허락된다.(055)884-1279.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광주나들목→남해고속도로→하동, 광양 나들목→19번국도→하동읍→2번국도 진주 방면 10㎞→횡천면소재지→지리산 방향 24㎞ ★서해안 고속도로 # 군함 테마파크 당진 삽교호 함상공원(www.sgmainepakr.co.kr) 해군 함정을 이용해 조성한 동양 최초의 군함테마파크. 우리 바다를 지키던 전투함 2척이 위용을 자랑하고, 상륙함 내부에는 해군과 해병대의 성장과 발전과정, 함정과 함포의 변천사, 연평해전을 재현한 디오라마(움직이는 입체 모형) 등이 주제별로 전시돼 눈길을 끈다. 아울러 관람객이 특수임무 전투복과 낙하산 등의 장비를 이용해 군장체험을 할 수도 있다.(041)363-6960.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송악 나들목→삽교호 관광지→함상공원 ★영동고속도로 # 불교예술품 보고 갈까 여주 목아박물관(www.moka.or.kr) 불교 관련 예술품들과 유물들을 전시하는 곳. 박물관의 야외 조각공원 곳곳에 박찬수 관장의 작품들과 조각, 그리고 수집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일본 동대사와 비슷한 지붕 양식의 전시관은 지상 3층부터 지하 1층까지 불상, 불화, 불교 목공예품 등의 유물과 더불어 목아 박 관장의 불교 목조각과 목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19일은 휴관.(031)885-9952∼4.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여주 나들목→여주읍→원주방면 42번 국도, 또는 원주방면 자동차 전용도로(북내방면으로 진입 후 좌회전)→박물관 # 눈부신 설산 횡계 대관령 양떼목장 옛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대관령 휴게소에서 도보로 20분거리. 해발 832m 대관령 서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널따란 초지에서 뛰노는 양떼의 모습은 찾을 수 없지만, 흰눈에 쌓인 채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구릉들이 인상적이다. 능선 이곳저곳 서있는 낙엽송들은 제법 겨울산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양들에게 건초주기와 추억의 비료포대 눈썰매 타기 등이 주요 놀거리.(033)335-1966.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시내방향 우회전→로터리에서 좌회전→6㎞→대관령양떼목장 ★중앙고속도로 # 호수길 드라이브 제천 청풍호반(tour.okjc.net) 충주 다목적댐 건설로 생겨난 호수.‘내륙의 바다’라고 불릴 만큼 경관이 시원하고 수려하다. 금월봉을 지나 청풍대교 등 청풍호반과 맞닿은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다 보면 마치 고향 가는 길처럼 느껴져 마음이 푸근해진다. 호반 주변 청풍문화재단지는 수몰지역에 있던 문화유산들을 원래 모습 그대로 옮겨 놓은 곳. 인근의 청풍나루에서 유람선을 타면 충주호 130리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043)640-5681.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남제천 나들목→청풍 # 안동의 귀한 보물 오천유적지(www.gunjari.net) 아는 사람만 알음알음 찾아 가는 광산 김씨 집성촌 유적지. 조선 초기부터 광산김씨 예안파가 20여대,600여년에 걸쳐 지내온 건축물 중 문화재로 지정된 고가(古家) 등을 1974년 안동댐 조성에 따른 수몰을 피해 새로 옮겨 조성한 유적지다.(054)856-0495. 가는 길 중앙고속도 서안동 나들목→35번 국도→와룡 방면 ★중부내륙고속도로 # 은둔자의 고향 괴산 갈론마을(www.cbgs.net) 속리산 끝자락에 숨어 있는 마을. 갈론은 칡뿌리를 양식삼아 은둔하기 좋다는 뜻의 갈은(葛隱)에서 나왔다. 선비들이 모여들어 자연을 벗삼아 놀았던 풍류지. 벽초 홍명희의 조부인 홍승목,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인 이원극 등이 은둔했던 곳이다. 구한말에는 천주교 박해를 피해 칼레 신부가 숨어들기도 했다.(043)830-3221.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연풍 나들목, 괴산 나들목→칠성파출소→칠성저수지 방향 # 새들도 쉬어가는 곳 문경 새재(saejae.mg21.go.kr) 예로부터 문경새재는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주요 도로. 옛길이 오롯이 남아있어 관광객들이 트레킹 코스로 많이 찾는다. 주흘관을 넘어서면 KBS촬영장. 조선과 고려의 옛마을과 궁성을 완전히 복원해 놓았다. 규모면에서는 세계에서 5번째 안에 드는 대규모 촬영장.(054)571-0709.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 혹은 중부고속도로 호법분기점→영동고속도로→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도로→문경새재I나들목→문경새재도립공원 ★대구∼포항고속도로 # 12폭포로 유명한 포항 보경사 1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고찰로 포항 북부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쌍생폭포, 삼보, 보연, 잠룡 등 12폭포골로 유명하다. 보경이란 이름은 ‘팔면보경’의 전설에서 나왔다. 스승으로부터 ‘동쪽 나라 해뜨는 곳에 명산이 있고, 그 아래 100척 깊은 못이 있으니, 그 곳에 거울을 묻고 절을 세우면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지명 법사가 603년 창건했다고 전해진다.800년 된 회화나무, 고려 오층석탑이나 원진국사비 등 보물급 문화재도 남아 있다.(054)262-1117.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포항 나들목→68번 지방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평창에 함박눈… 유치위 “하늘이 돕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조사평가위원회의 2014동계올림픽 후보지 현지실사가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 평창지역에 실사 첫날인 14일 새벽 10㎝ 이상의 함박눈이 내리고 북한 핵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합의소식까지 전해지자 현지 유치위측과 주민들은 마치 유치에 성공한 듯 축제분위기였다. 평창지역은 이번 겨울 눈이 많이 내리지 않고 날씨마저 포근해 현지 실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IOC실사단이 평창을 찾은 13일부터 함박눈이 내리면서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유치위원회 측은 “하늘이 돕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또 실사단이 평창에 도착하는 날 평창 유치에 걸림돌이었던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6자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겹경사 속에 유치의 고지가 보인다.”며 고무됐다. 주민들의 대대적인 환영 속에 용평 숙소에 여장을 푼 16명의 IOC실사단은 14일 아침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호텔에만 머물다가 곧장 프레젠테이션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는 등 입조심, 몸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가야 지하루 실사위원장은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10여분간 언론에 회의장을 공개한 뒤 인사말을 통해 “눈도 오고 날씨가 좋다. 좋은 예감이 든다.”며 유치위측과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체 답하지 않았다. 대신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프레젠테이션 중간중간 기자들에게 분위기만 간단하게 전해 주었다. 이후 저녁 때까지 비공개로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해외 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냉전의 벽을 허무는 데 서울올림픽이 기여한 만큼 평화와 화합의 올림픽 정신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활짝 피기를 기대한다.”면서 “세계에서 하나 남은 분단국가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면 올림픽의 이상을 한층 드높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첫날 실사가 끝난 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프레스룸을 찾아 “평가단이 이번 프레젠테이션으로 많은 부분 의문사항을 해소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올림픽 개념과 유산’에 대해 발표한 김 지사는 “이번 실사는 우리가 IOC에 제출한 신청파일에 대한 검증을 받는 과정으로, 평가위원들이 신청파일 내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선수촌’에 대해 발표한 김소희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은 “평가위원들이 ‘선수 중심의 올림픽’에 대해 관심을 가져 ‘30분 이내에 경기장이 배치되고, 선수 90%가 선수촌에서 경기장까지 10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하다.’고 답변하자 ‘원더풀’이라는 반응을 보였다.”며 활짝 웃었다.평창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유종호 교수의 ‘시읽기의 방법∥’

    유종호 교수의 ‘시읽기의 방법∥’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글 유종호 문학평론가, 시인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은 한자로는 목단(牧丹)으로 표기한다. 만약 이 작품에 나오는 모란을 목단으로 고쳐놓는다면 뜻은 같다 하더라도 소리는 매우 껄끄럽게 들릴 것이다. 모란은 모란이라고 해야 비로소 꽃에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갖추게 된다. 이것은 물론 미음과 리을의 연계에서 오는 소리 효과이지만 우리의 발음상의 오랜 관행이 ‘목단’이란 말을 투박하게 만들어 버린 탓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화투를 칠 때 사람들은 ‘유월 목단’이라 하지 ‘유월 모란’이라 하지는 않는다. 화투에서는 이른바 기의(記意)가 중요하지 기표(記表)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시에서는 기의 못지 않게 기표가 중요하다. 시와 산문을 구별하는 중요한 징표의 하나는 시는 기의보다도 기표가 더 큰 몫을 하는 글의 양식이라는 것이다. 교과서나 사화집에 자주 나오는 이 시가 생소한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것과 넉넉히 이해한다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마음의 미묘한 움직임이나 섬세한 움직임을 다루는 서정시의 경우 그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지 않고 작품 속에 나타난 관념이나 산문으로의 부연이 가능한 사색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면 시의 이해와는 멀어질 개연성이 크다. 섬세한 마음의 결이나 움직임에 민감하면 여성적이라고 호칭되고 때로는 폄하되는 경우가 있다. 씩씩한 기상이나 호방한 언동을 두고 남성적이라 호칭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통념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숙한 어른에게도 철부지 어린이의 잔재가 남아 있듯이 이른바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은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고루 퍼져 있다. 다만 사회적 분업이나 역할 분담이란 오랜 관행 때문에 이런 고정관념이 생긴 것이다. 남성이 무사나 사냥꾼의 역할을 맡고 여성이 육아를 포함한 가정사를 맡게 되면서 이상적 군인상(軍人像)에서 남성적인 것을 추출하고 자상한 어머니상(像)에서 여성적인 것을 추출한 것이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투박한 추상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에서의 분업이나 역할 분담에 따라 거기 어울리는 자질과 심성과 태도를 기대하고 부추김으로써 어느덧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굳어져 사회적 통념이 생겨난 것이다. 문학에서도 억척어멈이나 여장부로 불리는 남성 못지 않게 남성적인 여성들이 얼마든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역(逆)도 진(眞)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화자는 그러나 언뜻 여성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말씨가 여성의 것이다. ‘있을 테요’, ‘잠길 테요’, ‘우옵네다’에서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여성의 말씨를 느끼게 된다. 남성이라고 해서 이런 심정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이나 이러한 사정은 여러 규격화된 사회 통념의 일환이기도 하겠지만 어쨌건 서정시와 여성적인 것의 친연성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것을 연래의 바람으로 가지고 있는 화자는 모란이 지고 나면 그해의 바람이나 보람이 무너져 다시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며 삼백 예순 날을 섭섭해서 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연하고 보면 이 시가 가지고 있는 섬세한 아름다움은 어느 사이에 행방이 묘연해지고 만다. 그러니까 서정시에서는 모티프의 결여가 최고의 경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는 얘기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모란꽃 보는 것을 한해살이의 보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고 모란이 지고 말면 일년 내내 늘 섭섭해 운다고 하는 것에 이의(異議)를 달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의를 단다는 것은 적어도 서정시의 경우 공감을 하지 못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반대자들은 이런 모란 숭배자가 세상 천지 어디에 있을 것이며 도대체 그는 무얼하며 사는 사람이냐고 대들고 나설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작품이 일종의 과장법의 산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만큼 모란을 사랑하고 봄을 사랑하고 거기서 보람을 느끼는 화자의 심정에 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정시에서 ‘운다’고 하면 문자 그대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소리내어 우는 것이 아니라 서럽거나 섭섭한 것을 관용적으로 그리 쓰는 것이다. 또 서정시는 어는 특권적인 순간을 노래한 것이다. 그것은 일상의 항상적인 시간이 아니라 특수한 순간의 심정을 노래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때 모란이 지고 나면 한 해가 다간 듯하다는 심정은 납득이 가는 것이다. 몇해 전 월드컵 축구가 끝났을 때 이제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섭섭해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와 같은 심정에서 씌어진 시라고 할 때 우리는 이 시의 진정성에 이의를 달수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은 우선 잘 읽힌다. 그리고 몇 번 읽다보면 쉽게 외워진다는 특성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음율적이요 군소리도 없다. 20세기 한국시가 낳은 최상의 서정시편의 하나로서 소월의 <진달래꽃>보다 한결 섬세하고 유려하다. 정지용은 그의 애송시로 이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들었는데 단순히 《시문학》동인이라는 인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한 편만 가지고도 김영랑은 뛰어난 20세기 한국시인으로 오래오래 기억될 터이지만 그가 과작으로 일관했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정지용 시집》이 나온 1935년에 《영랑 시집》이 나왔는데 53편이 실려 있고 제목이 붙어 있지 않다. 번호가 달려 있을 뿐인데 사실 옛날 서구 쪽 시편이 그러했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집》은 1609년에 나왔고 154편의 시가 실려 있다. 제목은 없고 숫자가 대신하고 있다. 존 던의 소네트도 그러하다. ‘죽음이여 오만하지 말라’로 시작되는 시편은 소네트 10번이라 하고 굳이 구별할 때는 첫 대목을 인용한다. 영랑시집도 그러한 관행을 따르고 있고 1949년에 나온 《영랑 시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가령 《영랑 시집》에서 1번을 차지한 아래 작품이 처음으로 《시문학》에 발표되었을 때는 <동백 잎에 빛나는 마음>이란 표제가 달려 있었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 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미국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만들어낸 ‘의식의 흐름’은 그 후 심리학에서 하나의 관용구로 굳혀졌다. 사실 우리의 의식은 늘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흐르고 흘러서 새로운 대상을 찾아낸다. 김영랑이 위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늘 섬세하게 움직이는 그 마음의 흐름이요 그 행방이다. 이 강물이야말로 김영랑 서정시의 수맥인 셈이다. 영랑이 표제를 달지 않은 것은 짤막한 4행시에 제목을 붙여 시를 한정시키기가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티프의 결여가 우수한 서정시의 계기가 된다는 것의 한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허리띠 매는 시악시 마음실 같이 꽃가지에 은은한 그늘이 지면 흰 날의 내 가슴 아지랑이 낀다 흰 날의 내 가슴 아지랑이 낀다. 마음이라 하지 않고 마음실이라 했다. 세세하고 섬세한 것에 대한 지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휘문중학을 다닌 영랑은 한 1년 동안 미결수 생활을 하여 3학년 진급 정도로 중학생활은 그치고 삐삐 마른 채 동경으로 도망쳤다고 1938년에 나온 “영랑과 그의 시”에서 정지용은 적고 있다. 그의 유일한 시인론인데 그야말로 지음(知音)의 애정이 담긴 글이다. 9 28 수복 때 유탄으로 목숨을 잃었으니 그 무렵 두 시인은 동시에 우리 곁을 떠나고만 것이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프렌치 리포트] (14) 못말리는 시위 마니아들

    지난 연말 보도됐던 재미있는 해외 뉴스 한토막. 프랑스의 포나콩(FONACON·새해반대전선)이라는 조직이 12월31일 밤 서부도시 낭트에서 2007년이 오는 것을 축하하지 말고 저항하자고 촉구하며 시위를 벌인다는 것이다.“세월의 흐름을 축하하는 행위는 비논리적이다. 한해를 마감하면 무덤으로 한발짝 더 다가가는 것이다. 이는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니라 비극이다.” 이런 주장을 하면서 포나콩은 자기들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리에 나와 2007년이 오는 것에 반대하자고 촉구했다. 오는 해를 막겠다니, 참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하겠지만 프랑스인들의 시위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프랑스인들은 정말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시위 마니아들이다. ●시위는 신성한 국민의 권리 프랑스인들이 새해 반대 시위를 한다는 소식을 전한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랑스인들은 불가피한 일에도 저항하는 아주 오랜 ‘훌륭한’ 전통을 자랑한다.”고 비아냥하면서 장폴 사르트르가 작고했을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프랑스인들의 존경을 받았던 좌파 철학자 사르트르가 땅에 묻힌 1980년 4월19일 5만여명의 파리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사르트르의 죽음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위해서였다. 프랑스인들처럼 시위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세상에 아마 없을 것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지만 프랑스에서 살아 본 사람이라면 이들의 시위문화가 독특한 프랑스인들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사사건건 따지기를 좋아하고, 불평거리를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그리고 자신의 신념과 감정을 무척 중시하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논쟁을 서슴지 않는다. 권리 주장이 강하다. 시위는 이런 프랑스인들에게 자신의 의지와 신념을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다.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여럿이 모이면 의미전달은 더욱 효과적이다. 정치적 성향, 남녀노소, 직업을 떠나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자유와 권리를 가진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 시위는 자유·평등의 정신에 따른 신성한 국민의 권리로 인정된다. 프랑스에서 시위가 많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민주주의 발전의 에너지 프랑스가 ‘혁명의 나라’가 된 것도 프랑스인들이 시위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영국의 역사가 로저 프라이스가 프랑스의 근대정치사를 ‘혁명과 반동의 역사’라고 했을 정도다. 국민주권 시대를 연 1789년의 대혁명을 비롯해 의회민주주의 발전의 토대를 닦은 1830년 7월 혁명, 보통선거제를 확립한 1848년 2월 혁명, 노동자 권리신장으로 이어지는 1870∼1871년 파리코뮌 등이 대표적이다.2차대전에서는 나치 독일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 운동으로 주권을 지켰으며 1968년 5월의 ‘68혁명’을 통해 기성세대가 일궈놓은 자본주의 산업사회와 권위주의에 도전했다.68혁명은 프랑스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적 변화를 수반하면서 2차대전 이후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2002년 대선에서 네오파시스트로 불리는 국민전선의 장마리 르펜 당수가 2차 결선투표에 진출했을 때 그를 반대하기 위해 벌어진 대규모 시위도 역사의 한장으로 기록됐다. 프랑스인들의 저항정신이 빚은 시위문화는 오늘날 민주주의가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한 토양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나치게 잦은 시위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과 함께 일부 시위가 폭력양상을 띠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축제 같은 시위, 그러나… 파리에서 시위는 주로 주말 오후에 열린다. 그래야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특히 내 주장을 펴기 위해 뜻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파리에서는 주로 주말에 크고 작은 시위가 여기저기서 열리는데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하면 매일 3건씩 벌어지는 셈이라고 한다.1년이면 1000건 이상이라는 얘기다. 워낙 시위가 많다 보니 시위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고, 주장도 다양하고, 방식도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요구하며 정부의 개혁안을 반대한다. 경찰이나 공무원도 각자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시위한다. 학생들은 교육여건을 개선해 달라고 한다. 매춘부들의 시위도 간혹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한다. 외국인들은 인종차별을 반대하고, 불법 이민자들은 거주증명서를 달라고, 집없는 사람들은 거주권을 달라고 주장한다. 각양각색이다. 그런데 우리와는 달리 프랑스의 시위는 대부분 평화적으로 진행된다. 화창한 날 어린아이를 무동 태우거나 유모차를 밀고 나와 시위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에 참가하는 분위기마저 풍긴다. 인상적이었던 시위 중의 하나는 게이 퍼레이드다. 동성애자들 수천명이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가장행렬을 하는데 각 단체별로 꾸미고 나온 모습들이나 주장하는 바가 정말 다양했다.‘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차별을 철폐하라’‘에이즈확산반대 동성애자단체에 재정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금발에 짙은 화장, 금방 터질 듯 과장된 가슴과 엉덩이가 다 드러날 초미니 스커트,20㎝는 족히 될 높은 굽의 부츠를 신고 나온 여장 남자 등 수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퍼레이드는 매년 엄청난 인파를 불러 모은다.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도 조직화됐다. 시위 진압을 전문적으로 하는 경찰도 있다. 시위진압전문경찰은 공화국안전수비대(CRS)라고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시위로부터 시위대를 보호하는 것’이다. 시위도중 불상사를 막아주는 것 외에 진압경찰은 평화적인 시위대가 예정된 코스로 이동하도록 교통을 막아주기도 한다. 한번은 영·미국식 학제도입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시위를 취재하며 끝까지 따라가 본 적이 있다. 파리의 대학건물들이 모여 있는 생미셸 지역에서 시작해 교육부까지 행진하는 것이었다.CRS는 시위대가 대열에서 이탈되지 않고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도록 감시의 눈을 번득였지만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의 꼬리 부분을 보니 200m 정도 사이를 두고 청소차와 청소원들이 따라오면서 시위대가 흘리고 간 전단이나 쓰레기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치우고 있었다. 시민들은 시위하고, 경찰은 보호하고, 청소부들은 치우고…정말 재미난 나라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24년만의 신권’ 나오던 날

    ‘24년만의 신권’ 나오던 날

    새 돈에 대한 ‘애정’은 지나쳤다. 애정이라기보다는 또다른 ‘한탕주의’를 보여주는 듯했다.22일 새 돈 1만원권과 1000원권이 배부된 한국은행 앞은 돈을 먼저 받으려는 사람들의 몸싸움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나흘 전인 18일 밤 11시부터 200여명이 화폐교환 창구 앞에서 노숙을 시작했을 때부터 혼란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신권 교부의 방법을 인터넷으로 신청받아 추첨하는 식 등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수라장이 된 화폐교환 창구 한은은 22일 오전 9시30분부터 화폐를 바꿔줄 예정이었다. 일련번호 10001∼30000번인 1만원권과 1000원권 새 지폐를 1인당 100장씩 최고 110만원어치를 교환해주기로 했었다. 교환 시간이 되자 자리다툼이 일어났다. 밤새워 줄을 섰던 대기자들은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마련해 1번부터 200번까지 교부했으나 이날 새벽 200번 이후의 사람들이 창구 앞에서 별도로 줄을 서면서 다툼이 생겼다. 말다툼이 거친 몸싸움으로 번졌다. 한은과 경찰이 나섰지만 주장이 엇갈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오전 11시쯤에야 200번까지 번호표를 받은 사람은 1인당 90장, 그 뒷번호 200여명은 10장씩 바꾸는 선에서 합의가 돼 가까스로 교환 업무가 시작됐다. 천신만고 끝에 1만원권과 1000원권의 ‘AA0010001A’번을 교환한 이순근(50)씨는 “전쟁에서 이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집에 오래오래 소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번호표 8번과 9번으로 새 돈을 교환한 20대 청년 2명은 천안에서 KTX를 타고 올라와 나흘간 노숙을 한 끝에 새 돈을 얻었다. ●‘대박’ 소문에 지폐 수집 이상열기 새 돈에 사람들이 집착하는 이유는 진귀성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행된 신권 5000원권은 인터넷 경매에서 100장 한 묶음(50만원)이 5∼10배에 거래됐다는 입소문이 퍼져 있다. 지난해 초 한은이 5000원권 101번에서 10000번까지를 경매에 부쳤을 때 액면가보다 최고 82배가 비싼 410만 5000원에 낙찰돼 기대심리가 커졌다. 그러나 한은 관계자는 “일부 번호들은 경매로 팔려나갔지만 400여장은 4차례의 경매에도 유찰돼 한은 창고에 보관돼 있다.”면서 “모든 앞번호의 신권이 수집상들에게 비싼 가격에 팔려나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박 번호’는 따로 있다고 한다.‘7777777’과 같이 똑같은 숫자가 연속으로 나오는 ‘솔리드 노트’,‘2000000’과 같은 앞자리 수를 제외하고 ‘0’인 ‘밀리언 노트’,‘1234567’과 같은 오름차순, 또는 반대의 내림차순으로 된 ‘디센딩·어센딩 노트’ 같은 번호의 돈이다. ●시중은행에서는 비교적 차분 시중은행 일선 지점에도 점포당 1억 1000만원이 배정됐다. 그러나 큰 소란은 없었다. 일선 점포에 풀린 신권은 일련번호가 뒷번호여서 소장가치가 없는데다 아직 설날 세뱃돈 수요도 드물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재동지점을 찾은 상인 박병민(62)씨는 “궁금하기도 하고 손자들에게 용돈으로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딱 10만원만 바꾸러 나왔다.”며 멋쩍게 웃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호기심 탓에 교환창구를 찾는 분들이 평소보다 많을 것 같아서 1인당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교환 한도를 정해놓았다.”고 말했다. 발빠른 유통업체의 ‘신권 마케팅’도 눈길을 끌었다. 롯데백화점 미아점에서는 이날 고객 1인당 30만원까지 선착순으로 세뱃돈용 신권을 교환해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문소영 임일영기자 symun@seoul.co.kr
  • 도덕적 해이 어디까지… ‘참 나쁜’ 공기업들

    도덕적 해이 어디까지… ‘참 나쁜’ 공기업들

    “배우자의 조부모가 사망해도 200만원씩 주고, 창립기념일에 쉬고, 봉사의 날에 놀고….”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22일 기획예산처의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공개된 공공기관 이사회 의사록에는 이들 기관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철도공사는 본인 및 배우자의 조부모가 사망하면 기본급의 100%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직원들의 기본급은 평균 200만원 정도다. 지난해 6월 이사회에서는 이 문제가 논란이 됐다. 김세형 사외이사는 이사회에서 “민간기업의 경우 부모 사망시에도 일정액인 30만원을 주고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김동건 사외이사도 “부모의 사망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조부모까지 주는 것은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철도공사는 같은 해 4월 노사 합의 전까지만 해도 본인·배우자의 조부모는 물론, 외조부모가 사망했을 때도 위로금을 지급해 왔다. 지난해 9월 철도공사 이사회에서는 미혼 직원이 부모를 모시다 순직하거나 사고로 퇴직할 경우 형제를 우선 채용하는 방안을 놓고 문제가 제기됐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은 현재 철도공사 인사규정에 반영돼 있다. 근로복지공단의 경우 지난해 8월 이사회에서 ▲창립기념일 대체휴가 1일 ▲사회봉사의날 대체휴가 1일 ▲태아검진휴가 월 8시간 등을 인사규정에 반영하려 했으나, 사외이사 등의 반대로 유보됐다. 하지만 이 제도 역시 현재 단체협약을 근거로 시행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김영배 사외이사는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자녀를 입양하면 7일, 성희롱을 당하면 7일의 휴가를 준다는 회사측 안건은 적절치 않다.”면서 “이 안건을 통과시킨다면 퇴장하겠다.”고 반발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안건을 보류했으나, 한달 후 열린 이사회에서 성희롱 휴가를 7일에서 5일로 줄여 통과시켰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지난해 11월 열린 이사회에서 퇴직수당지급액 986억원, 대여장학금대부액 138억원 등 ‘2006년도 추가경정 예산안’을 논의했다. 대여장학금은 공무원 본인과 자녀의 국내·해외대학 등록금을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이자 부담한다. 공단측은 “당초 대여장학금은 5486억원을 반영했으나, 시중금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대부건수가 4.8%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앞서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단은 2005년도 평가보고서에서 “공무원 자녀를 대상으로 한 무이자 학자금대출은 가수요를 일으키고, 국민과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하는 만큼 민간에 이양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채 관리나 투자 자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김병도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이사회에서 공단측이 1조 4000억원의 채권 발행안을 제시하자 “일반기업에서 채권발행시 원리금 상환계획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공단은 별로 신경을 안 쓰는데, 원리금 상환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소수자 아픔 알리는 특종 쓸래요”

    “소수자 아픔 알리는 특종 쓸래요”

    “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 등 소수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직접 사회에 전달하기 위해 블로그 기자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시 증포동의 한 보험회사 사무실에서는 휠체어에 의지한 김영주(34)씨가 입으로 마우스 스틱을 움직이며 힘겹게 글을 쓰고 있었다. 전신마비라는 1급 중증 장애를 딛고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그는 지난해 말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으로부터 ‘블로그 기자상’ 우수상을 받은 아이디 ‘코난’이다. 그의 블로그는 개설 1년도 되지 않아 클릭수 33만 8000여건을 기록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어깨 아래로는 바늘로 찔러도 모를 정도로 감각이 없다. 자율 신경이 마비되면서 두 손도 점점 굳어간다. 오래 한 자세로 누워 있거나 휠체어에 앉아 있으면 눌린 부위에 피가 통하지 않아 욕창이 생긴다. 그렇지만 그는 보험업무를 보면서 틈틈이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입에 문 마우스 스틱으로 글도 쓴다. 비장애인이 1시간 걸려 쓰는 글을 마우스 스틱 속도로는 2∼3일이 걸리기도 하지만 괘념치 않는다. 김씨는 스킨스쿠버와 암벽등반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스포츠광. 그러나 1999년 1월 세상은 그에게서 모든 것을 앗아갔다. 한 물류회사에 다니던 그는 동료가 모는 차에 타고 가다 사고가 나면서 목뼈 4∼6번이 차례로 어긋나며 신경이 손상됐다. 호흡신경이 마비돼 목에 구멍을 뚫어 기계로 숨을 쉬는 고통도 겪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치열한 ‘1인 서바이벌게임’을 시작했다. 국립재활원에서 오전에는 재활에 전념하고 오후에는 장애인 관련 단체를 찾아다녔다.2003년 7월에는 보험설계일을 하겠다며 삼성화재를 찾았고,“다른 직원들과 같은 조건에서 일하겠다.”는 끈질긴 설득 끝에 같은 해 12월 일을 시작했다. 이듬해 1월 통장에 첫 월급 148만원이 찍힌 날을 그는 잊지 못한다.“6개월 동안 오후 10시까지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명함만 1000여장 뿌렸죠.” 스스로 돈벌이를 해 활동보조인까지 고용하게 되자 장애인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위해 뭔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지난해 2월 블로그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둔 같은 해 4월18일 ‘제 얘기 한번 들러보실래요’라는 제목의 자전적인 이야기는 이틀 동안 18만번의 클릭 수를 기록하며 블로그 특종을 기록했다. 댓글에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님이 쓴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올랐다. 이어 5월에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애인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고발하는 기사로 후보자들에게 경종을 울렸다.11월에는 루 게릭병과 투병중인 전직 농구코치 박승일씨를 찾아가 만난 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대화했던 이야기를 글로 써 네티즌들의 눈물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기사는 다음이 루 게릭병 관련 켐페인을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후속 기사로 중증장애인 가족들이 이들을 부양하면서 겪는 비참한 생활에 대해 고발해 보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글 이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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