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승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
‘누벨바그(전통적 영화에 대항해 1957년 프랑스에서 태동한 영화운동)’가 영화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 세계는 낯선 영화문법에 열광했다. 즉흥 연출, 장면의 비약적 전개로 반짝이는 영화 ‘네 멋대로 해라’는 감독 장 뤼크 고다르에게 ‘뉴웨이브(누벨바그의 영어식 번역)의 기수’란 영예를 안겼다.
2005년 황병승(37)의 시(‘여장남자 시코쿠’, 랜덤하우스코리아)가 처음 ‘출현’했을 때 한국 시단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황병승은 시적 문법과 서사적 문법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시를 선보였고, 곧 ‘미래파 논쟁’이란 첨예한 전선의 중심에 섰다.
“이를테면, 포엣poet, 온리only 누벨바그nouvelle vague, 그것은 어딘가로부터 몰려와 낡은 것을 휩쓸고 어딘가로 다시 몰려가는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그것은 정지이고 정지의 침묵 속에서 비극을 바라보는 것에 가깝다 그리고 서서히 바뀌는 것이다(‘첨에 관한 아홉소ihopeso씨氏의 에세이’).”
낯설고 배척되고 탈규범적인 존재들, 그들을 소재 삼아 시를 쓰는 시인 혹은 ‘아홉소(ihopeso)’씨는 자신의 시적 언어가 누벨바그처럼 언젠가 시대의 총아가 되길 기대하는지 모른다. 누벨바그가 권력을 획득해 ‘정지’하는 순간, 다시 ‘몰려감’과 ‘정지’의 반복으로 새로운 누벨바그를 향해 그는 내달릴지 모른다. 그렇게 서서히 바뀌길 ‘아홉소’할지 모른다.
그러나 추측일 뿐이다. 시를 ‘혼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놀이’로, 창작을 ‘긁어대는 것’으로 정의하며 독자와의 소통보다는 시 쓰기 자체를 즐기는 시인. 황병승의 두 번째 시집 ‘트랙과 들판의 별´(문학과지성사)의 서시(序詩)격인 ‘첨에 관한 아홉소ihopeso씨氏의 에세이´를 읽는 이 같은 독해법 역시 헛다리짚기일 가능성이 크다.
‘삼촌´ ‘언니´ ‘오빠´ ‘아빠´ ‘노처녀´ ‘나의 연인´ ‘엄마´ ‘할머니´ ‘퍼피들´ 등의 캐릭터들이 난무하는 표제작 ‘트랙과 들판의 별’은 총 10페이지에 13개의 연으로 이뤄진 ‘시 같지 않은 시’다. 각각의 연에 개별적으로 등장한 캐릭터들은 12연에 이르러 다시 한꺼번에 무대에 선다. 상이한 경로와 이미지를 가진 ‘관계없는 것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접속하고, 또 다른 이미지로 뒤엉키고, 새로운 경로로 옮겨간다.
태어날 때부터 못을 먹어온 이집트 남자(‘회전목마가 돌아간다 Sick Fuck Sick Fuck’)와 나답게 살기로 다짐했다가 바보 천치가 된 모모(‘모모’), 방금 피의 샤워를 마친 갈고리 잭(‘9 갈고리 잭’) 같은 그로테스크한 등장인물들….“태어나는 것처럼 나쁜 짓은 없다 친밀감 그것은 변장한 악에 불과하다 나는 아가들을 악질이라 부른다”(‘회전목마가 돌아간다 Sick Fuck Sick Fuck’) 식의 반역적 시각들…. 황병승의 화법은 따라가기가 만만치 않다. 황병승의 시를 해석하느라 머리가 어지러울 땐,‘스위트 워러’의 해독 불가능한 중얼거림을 흉내내 봐도 좋겠다.“문친킨 문친킨”(‘문친킨-미치mich를 생각하며’)…. 무슨 뜻일까? 무슨 뜻이든! 6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