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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위험한데...” 달리는 차 트렁크에 올라탄 사람들 [이슈픽]

    “너무 위험한데...” 달리는 차 트렁크에 올라탄 사람들 [이슈픽]

    차량 트렁크의 뚜껑을 열고 올라탄 채 이동한 여성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지난 3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한 손은 트렁크 뚜껑을 잡고 한 손은 둘이서 팔짱 끼고 있던 여자분들. 차에서 떨어져 나가면 어쩌시려고요. 제발 정신 차립시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지난 1일 오전 2시쯤 국내의 한 도로에서 촬영됐다. 영상에는 차량 트렁크 쪽에 두 명의 여성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한 손으로는 열린 트렁크 뚜껑을 잡고 서 있었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서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영상을 제보한 A씨는 “아반떼 차량에 총 7명이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뒷좌석에 있던 친구가 휴대전화로 찍었다”며 “해당 차량의 주행 속도는 시속 30~40km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에 신고한 뒤 약 10분 동안 비상 깜빡이를 켜고 해당 차량 옆 차선에서 천천히 따라가면서 2차 피해를 막았다”며 “처음에는 (트렁크에 올라 탄 사람들이) 어려 보이는 데다 ‘왜 따라오냐’고 욕을 하길래 미성년자가 음주운전을 한 줄 알았는데, 나이는 모두 20~22세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경찰이 출동했고 운전자는 안전운전 불이행, 위험운전 등으로 벌금 조치를 받았다고 들었다”며 “새벽 시간이라 택시가 안 잡혔고 가까운 거리라서 저렇게 이동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해당 영상을 본 한 변호사는 “만약 차가 덜컹거려 (두 여성이) 트렁크에서 떨어져 다친다면 차량 보험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1톤 트럭 뒤에 사람이 타는 것과 비슷하다. 뒤에 올라탄 사람도 잘못이지만 운전자도 잘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런 일탈은 하면 안 된다. 속도가 빠르진 않았지만 차가 급제동하면 뒤에 탄 두 사람은 가족과 이별할 수도 있다. 너무 위험하다”고 말했다.
  • “새해 만둣국 먹는다” 한마디에…아시아계 美앵커 인종차별 당한 이유

    “새해 만둣국 먹는다” 한마디에…아시아계 美앵커 인종차별 당한 이유

    최근 미국에서 한 아시아계 언론인이 “새해에 만둣국을 먹는다”고 밝혔다가 인종차별성 비난을 들었다.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지역 방송사 NBC 앵커로 일하는 미셸 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셸 리는 지난 1일 “나는 (새해에) 만둣국을 먹는다. 많은 한국인이 그렇게 한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인종차별성 발언을 들었다. 익명의 여성이 음성 메일을 통해 “(리가) 너무 아시아인처럼 군다”면서 “한국인 (정체성은) 혼자 간직하라”고 비난을 가한 것이다. 이어 익명의 여성은 “백인 앵커가 ‘백인들은 새해에 이런 걸 먹는다’라고 말하면 어땠겠냐”라고 덧붙였다. 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해당 음성 메시지를 공개했다. 해당 사연이 공개되자, 많은 네티즌들은 각자 신년을 맞이할 때 먹는 음식들을 공유하며 리를 지지했다. 또 이들은 ‘아주 아시아인다운(VeryAsian)’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인종차별을 겪은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세인트루이스 NBC 협력사인 KSDK는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 사회와 피고용인을 비롯해 자사가 전하는 이야기의 다양성을 포용한다”면서 “KSDK는 계속 미셸 리를 지지하며 다양성과 포용을 기릴 예정”이라고 전했다.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은 리는 “(지지를 보낸) 사람들이 보여준 선의는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많이 배우도록 하는 영감이 됐다”면서 “새해에 받은 (인종차별) 음성 메시지가 이제는 선물처럼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가 아시아인인 동시에 미국인이란 점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실제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적인 시선과 차별이 급증했다.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추적하는 비영리단체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1∼6월간 관련 행위 4533여건이 확인됐다. 일각에서 코로나19가 ‘중국 바이러스’로 명명되면서 아시아인 전반에 대한 혐오가 확산한 결과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미국 체조선수 수니 리(18)도 인종차별 폭력에 노출된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11일 CNN에 따르면, 아시아계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 뒤 밖에서 차를 기다리던 수니 리는 지나가던 차에 탄 무리가 ‘칭총’(ching chong) 같은 동양계 비하 발언을 쏟아내면서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라”고 쏘아붙였다. 이들 중 한명은 그녀의 팔에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했다. 라오스 출신 몽족인 수니 리는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한 뒤 인터뷰에서 인종차별과 관련한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그녀는 “우리를 이유 없이 혐오한다”면서 “우리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건 멋진 일”이라고 말했다.
  • 이 미소면, ‘女골프 최강국’ 우습다

    이 미소면, ‘女골프 최강국’ 우습다

    한국, 7년 만에 최다승·신인왕 뺏겨전반기 부진 고진영, 7월부터 부활박인비·김세영·박성현, 우승 도전안나린·최혜진, 신인왕 탈환 준비2022년은 한국 여자골프가 세계 무대에서 자존심을 다시 세우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올해의 선수상·상금왕·다승왕을 차지한 고진영(27)을 비롯해 퀄리파잉(Q) 시리즈 수석 합격 안나린(26)과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통산 10승의 최혜진(23) 등이 올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를 휩쓸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LPGA 최다승 국가와 신인왕 타이틀을 지켜오며 여자골프 세계 최강국 지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2021년은 주춤한 한 해였다. 7승을 거둔 한국은 최다승국 타이틀을 7년 만에 미국(8승)에 내줬고, 신인왕도 태국의 패티 타와타나낏(23)에게 빼앗겼다. 2011년부터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메이저 대회 우승도 지난해엔 없었다.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전반기 부진했던 고진영은 7월 이후에만 5승을 쓸어 담으며 기량을 한껏 끌어올렸다. 최종전인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4라운드 페어웨이 안착률, 그린 적중률 100%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미국 골프 전문매체 골프위크는 3일(한국시간) “고진영이 건강을 유지한다면 향후 LPGA 투어에서 10승을 추가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 시즌 꾸준한 경기력을 선보인다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현재 세계 랭킹 1위인 넬리 코르다(24·미국)와의 경쟁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박세리(45·25승)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많은 LPGA 우승컵을 들어 올린 박인비(34·21승)는 올해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5개 메이저 대회 우승)에 도전한다. 7월에 열리는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한국인 최초로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다. 지난해 명맥이 끊긴 한국인 신인왕에는 안나린과 최혜진이 준비하고 있다. 안나린은 지난해 12월 Q 시리즈에서 최종 합계 33언더파로 1타 차 역전 우승을 일구며 LPGA 샛별로 떠올랐다. KLPGA 통산 10승으로 3년 연속 대상을 받았던 스타 최혜진도 Q 시리즈를 8위로 통과해 올해 LPGA 신인왕에 도전한다. 현재 여자골프 세계 랭킹 4위인 김세영(29)도 지난해 들어 올리지 못했던 우승컵을 반드시 품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부진했던 박성현(29)은 일찌감치 미국으로 출국해 몸을 만들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박성현은 “부진으로 잃은 것보다 얻은 게 많다. 올라오는 법을 배우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연전연승… 드디어 깬 배구 강호

    시즌 초만 하더라도 길을 헤매던 프로배구 중·하위권 팀들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찾아가면서 봄배구 싸움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와 홈 경기에서 1-3으로 패하기 전까지 4연승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전력 손실이 시즌 초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김연경(상하이)이 떠났고, 베테랑 김세영도 은퇴했다. 또 지난해 초 ‘학폭’ 논란으로 이재영·다영 자매가 이탈하면서 이번 시즌 초까지도 팀을 재건하는 데 고전했다. 흥국생명은 차세대 에이스로 낙점된 선수들이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2018~19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받았던 센터 이주아가 올 시즌 만개했다. 4연승 동안 30득점과 8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올 시즌 신인상 경쟁에 뛰어든 레프트 정윤주도 공격에서 힘을 보태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 많은 패배로 4위 KGC인삼공사와 승점 15점 차다. 하지만 팀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남은 기간 봄배구 싸움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남자부에서는 우승권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즌 초 3승 11패, 최하위로 떨어졌던 우리카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우리카드는 지난 2일 선두 대한항공을 3-0으로 완파하고 6연승을 질주했다. 3라운드까지 대한항공을 만나 모두 패했지만 4라운드 들어 달라진 모습으로 복수전에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최근 5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우리카드는 레프트 송희채가 지난해 11월 전역하고, 지난달 KB손해보험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센터 김재휘가 가세하면서 블로킹 높이가 강화됐다. 시즌 초 흔들리던 세터 하승우의 경기 운영 능력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살아났다. 게다가 최근 신영철 감독과 갈등을 일으켰던 외인 알렉스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세호 KBSN 해설위원은 “우리카드가 반등을 시작하고 분위기를 탄 만큼 봄배구에 무난히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설상 여제 3연패냐, 스노보드 황제 4연패냐

    설상 여제 3연패냐, 스노보드 황제 4연패냐

    日 피겨 하뉴, 최고 기술 도전 뷔스트 첫 5개 대회 메달 노려 ‘팀킴’ 메달 획득 여부도 관심한 달 앞으로 다가온 베이징올림픽에서 펼쳐질 슈퍼스타들의 멋진 플레이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린다. 선수들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과 외교적 보이콧 갈등 속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자 지금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설상 최고 스타’로 꼽히는 알파인스키의 미케일라 시프린(26·미국)은 베이징에서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회전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그는 이번 대회에도 알파인스키 5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얼마나 빨리 컨디션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리느냐에 메달 색깔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35·미국)도 네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화이트는 2006년 토리노(이탈리아)와 2010년 밴쿠버(캐나다), 2018년 평창에서 남자 하프파이프 정상에 올랐다. 화이트는 2017년 훈련 중 2회 연속 네 바퀴를 회전하는 ‘더블콕 1440’을 연마하다가 얼굴을 다쳤다. 62바늘이나 꿰매고도 평창에서 세계 최고 자리를 되찾아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불린다. 소치와 평창에서 남자 피겨스케이팅을 석권한 하뉴 유즈루(27·일본)도 3연패 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하뉴는 네 바퀴 반을 도는 점프인 ‘쿼드러플 악셀’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피겨 역사상 단 한 명도 실전에서 성공하지 못한 전인미답의 기술을 수행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선 카밀라 발리예바(15·러시아)의 세계 신기록 여부가 관심거리다. 발리예바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에 손쉽게 성공해 출전하는 대회마다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발리예바의 금메달 획득 여부보다 그가 얻을 점수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의 이레인 뷔스트(35)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새 역사에 도전한다. 토리노부터 평창까지 네 번의 올림픽에서 총 11개의 메달을 거머쥔 ‘살아 있는 전설’이다. 뷔스트가 이번에도 메달을 따면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5개 대회 메달 획득’이라는 대기록을 쓴다. 이 밖에도 17세 9개월의 나이로 평창에서 최연소 금메달 기록을 세운 재미교포 클로이 김(21)이 여자 하프파이프 2연패를 노린다. 평창에서 감동의 드라마를 쓰며 한국에 은메달을 안겨 준 여자 컬링 4인조 ‘팀 킴’도 베이징에서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 ‘여신 위에 여제’ 김가영, 또 차유람 제쳤다…LPBA 투어 통산 5번째 결승 진출

    ‘여신 위에 여제’ 김가영, 또 차유람 제쳤다…LPBA 투어 통산 5번째 결승 진출

    여자프로당구(LPBA) 투어 최다 준우승 기록을 가진 ‘당구 여제’ 김가영(39)이 ‘포켓볼 라이벌’인 차유람(35)를 또 돌려세웠다. 7개월 만에 투어 통산 다섯 번째 결승 무대에 올라 생애 두 번째 우승에 다시 도전한다.김가영은 3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LPBA 투어 NH농협카드 챔피언십 4강전에서 차유람을 3-0(11-101-10 11-4) 제압했다. LPBA 투어 2020~21시즌 개막전이었던 2020년 7월 SK렌터카 챔피언십 16강전 이후 라이벌 차유람과 18개월 만의 두 번째 맞대결을 또 승리로 이끈 김가영은 상대 전적 2승을 기록하며 ‘여제’의 자리를 공고히 다졌다. 김가영은 또 세 번째 시즌을 맞은 LPBA 투어 통산 5번째 결승에 진출해 두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김가영은 투어 첫 시즌인 2019~21시즌 SK렌터카 챔피언십에서 처음 결승에 올라 우승까지 일궈냈지만 이후 세 차례 오른 결승에서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3회나 되는 김가영의 준우승 기록은 LPBA 투어에서 가장 많다. 18개월 전 첫 대결을 1-2역전패로 내주고 “가영 언니는 되게 불편하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내가 더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는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 차유람은 이번에도 그 ‘스트레스’를 넘지 못했다.출발은 차유람이 좋았다. 3·4·7의 초구 배치에서 선공을 잡아 두 점짜리 3뱅크샷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차유람은 뒤돌리기와 앞돌리기 등을 몰아치며 7점짜리 하이런으로 기세등등하게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차유람이 옆돌리기로 1점을 보탠 뒤 무려 10이닝을 공타에 그치는 사이 김가영은 알토란같은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 9-7까지 맹추격한 9-10의 세트포인트에서 역회전이 걸린 회심의 걸어치기 뱅크샷으로 모자란 두 점을 한꺼번에 채워 11-10의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사실상 둘의 두 번째 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두 번째 세트 10-7로 먼저 만든 세트포인트를 세 차례나 불발시킨 김가영은 차유람의 맹추격에 10-10 동점을 허용했지만 뒤돌리기고 마무리해 세트 2-0을 만든 뒤 3세트에서는 차유람을 4점에 묶고 여유있게 11점을 채워 승부를 매조졌다. 김가영은 또 다른 4강전에서 이우경에 3-2(8-11 8-11 11-4 11-8 9-5) 로 역전승한 강지은을 상대로 4일 오후 9시 30분 시작되는 결승에서 통산 2승에 도전한다. 둘은 이전까지 만난 적이 한 차례도 없다. 
  • “이대남, 술 마셔 학점 낮아”…김민전 “문맥 왜곡됐지만 사과”

    “이대남, 술 마셔 학점 낮아”…김민전 “문맥 왜곡됐지만 사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됐던 김민전 경희대 교수가 ‘남자 대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셔 학점이 안 나오면서 여학생들에 불만을 가진다’ 등의 방송 인터뷰 발언에 대해 의도가 왜곡됐다면서도 “보도를 접하고 상처 받았을 20대 남성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앞서 김 교수는 지난달 29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학점 안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적응하는 데 학점 안 나오고, 이 사이에 여학생들은 학점이 잘 나오는데 남학생들은 (학점이) 너무 안 나오는 게 아니냐, 이게 남학생들의 불만, ‘이대남’(20대 남성) 불만의 큰 원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김 교수의 해당 발언이 강조돼 보도됐고,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방송 다음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교수가 청년 비하 망언을 했다. 선대위에서도 해당 발언에 대해 경고해야 할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20·30대 국민의힘 지지층이 이수정 경기대 교수·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의 영입에 반발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에 김 교수는 3일 오전 “20대의 취업과 관련한 대담이 20대 남성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일부 소개됐다”면서 “이러한 보도를 접하고 상처받았을 20대 남성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발언의 의도가 왜곡되어 일부 보도된 것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을 표한다”면서 문제의 발언의 맥락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인터뷰 당시 저의 주된 논조는 2030 남녀 갈등의 책임은 기성세대에 있다는 것”이라며 “20대 청년들이 저성장 시대에 극심한 경쟁과 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해 있고, 이들을 어려운 상황에 몰아넣은 것은 정치권과 기성세대의 책임이기 때문에 남녀갈등이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김 교수는 해명글과 함께 당시 인터뷰 전문도 함께 올렸다.“저희가 대학 다닐 때 학생들이 별로 안 나와도, 대학 졸업하면 좋은 곳에 다 취업들 하셨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그야말로 취업의 문이 너무 좁고요. 남학생들은 군대 가기 전이라고 해서 술 마시고 학점 안 나오고. 군대 다녀오고 나서는 적응하는데 학점 안 나오고. 이 사이에 여학생들은 학점이 잘 나오는데 남학생들은 너무 안 나오는 게 아니냐, 이게 남학생들의 불만, 이대남 불만의 큰 원인이었거든요. 또 20대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학 때 내가 학점도 잘 받고 공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취업하려 보니 결국 남자가 스펙이더라, 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불만인 겁니다. 그런데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하면 이렇게 아, 이것은 여자들 때문에 우리는 군대 가고 학점이 안 나와. 혹은 남자가 스펙이야. 이런 얘기가 안 나오는 거예요. 한국 사회에서 20대 남성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요리해서 데려올 것이냐, 여성을 데려올 것이냐. 이것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20대가 충분히, 마음껏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사회를 만들 것이냐. 이런 생각입니다.”김 교수는 해명글에서 “재수를 하면서까지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군 입대 전 부담감으로 걱정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면서 “전역 후 2년간 뒤처진 공부를 메꾸기 위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며 학점을 따고 대외활동을 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로서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현실을 지적하고 남녀갈등을 넘어 젊은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면서 “그러나 저의 부족한 언어로 인해 발생한 오해에 대해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당내 상황 속에서 수습의 역할이 아닌, 갈등의 계기가 된 것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정제된 언어로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국민의힘이 중앙선대위 전면 쇄신을 선언하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 새시대준비위원장까지 모두 윤석열 대선후보에 일괄 사의를 표명하면서 일단 김 교수 역시 선대위에 복귀하게 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통신3사 신년사 핵심 메시지는 ‘기술 혁신’

    통신3사 신년사 핵심 메시지는 ‘기술 혁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3사 대표가 3일 신년사를 통해 일제히 ‘기술 혁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SKT “올해를 미래 10년 준비하는 원년으로”SK텔레콤 유영상 대표는 이날 이메일을 통해 “2022년을 SK텔레콤 미래 10년을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자”고 밝히면서 ‘기술 혁신’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현재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을 놓고 “모바일 혁명에 버금가는 인공지능(AI) 혁명이 B2C(사업자 대 소비자), B2B(사업자 대 사업자)를 막록하고 가시화될 것이며, 메타버스는 백가쟁명의 시대로 진입했고, 플랫폼 경제는 고객과 참여자에게 정보와 가치가 분산되는 프로토콜 경제로의 전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기술혁신에 따른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SK텔레콤 근간인 유무선 통신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T우주, 이프랜드, 아폴로 서비스 등 선점 영역을 더욱 키우자”고 제안했다. SK텔레콤은 최근 유 대표 직속의 도심항공교통(UAM) 전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UAM은 일종의 드론 택시로, 미래 모빌리티의 한축으로 꼽힌다. 유 대표는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던 하늘을 나는 차,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 인간의 일을 대신해 주는 로봇, 인류의 로망인 우주여행이 앞으로 10년 내에 가능해질 것”이라며 “SK텔레콤은 향후 10년을 미리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KT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네트워크 안정도”KT 구현모 대표도 신년사를 통해 AI와 로봇 등 미래 혁신사업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취임 당시 변화 방향을 말씀 드린 대로 콜체크인, AICC(AI Contact Center), AI통화비서 등 전통적 사업에 디지털 역량 결합해 새로운 성장을 이끌었고, 미디어도 스튜디오지니 중심으로 밸류체인 완성했다. 국가적 AI인력 육성도 선도하고 있다”면서 “케이뱅크 성공적 증자와 흑자전환, BC카드·KT 알파·나스미디어 등 괄목할 성과를 보이며 그룹사 매출 10조원 돌파했고, 앞으로 성장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구 대표는 “올해 KT에 기대하는 분야로 AI, 로봇 등 미래 혁신사업을 지목하고 있으며, 외부 인식도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올해는 탄탄한 기반 위에서 서비스 매출 16조원대 도전하는 성장의 새로운 역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발생했던 통신망 장애를 의식해 구 대표는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당부 드리는 것은 ‘통신인프라의 안정과 안전’”이라며 “네트워크 안정을 위해 전담조직 신설하고 기술적 방안도 강화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는 ‘빼어남’”LG유플러스 황현식 사장은 ‘빼어남’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며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영상으로 신년사를 전달한 황 사장은 “‘빼어남’이란 단순히 불편을 없애는 수준을 넘어,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수준을 말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한 가지 이상 확실하게 차별화된 고객 경험 요소가 있어야 하고, 고객이 오직 유플러스에서만 가능한 서비스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핵심 기술의 내재화도 강조했다. 황 사장은 “AI·빅데이터·메타버스 같은 디지털 기술들을 실제 현업에 적용하여 업무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이용하는 사례가 점점 더 많아져야 한다”며 “또한 올해에는 애자일 방식을 이끌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고, 제반 관리 프로세스도 정비해 빠르게 안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나라·아이돌라이브·스포츠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키우는 등 신산업을 강화할 필요성도 밝혔다.
  • [여기는 남미] 임신 5개월에 태어난 신생아, 장례식 직전 ‘회생’ 기적

    [여기는 남미] 임신 5개월에 태어난 신생아, 장례식 직전 ‘회생’ 기적

    임신 5개월 차에 태어난 브라질의 한 조산아가 장례식 직전에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영국 미러 등 해외 언론의 2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브라질 북부 혼도니아주에 살던 18세 여성은 극심한 복통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5개월째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뒤늦게 임신을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복통은 가라앉지 않았다. 이 여성은 결국 의료진의 도움 없이 집에서 아기를 출산했고, 곧바로 병원에 데려갔지만 아이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아기가 병원에 도착했을 당시 몸무게는 1㎏ 정도였다. 현지 의료진은 아기가 사산한 것으로 추측했다. 의료진은 아기 사망증명서의 사인(死因)란에 ‘사산’이라고 기재해 산모와 가족에게 전달했다. 지난달 28일 새벽 3시쯤, 현지 장의사는 병원으로부터 아기 시신을 넘겨받은 뒤 장례를 준비하다 아기에게서 기척을 감지했다. 약하게나마 심장이 뛰고, 호흡을 내뱉는 등 생명 징후가 있었던 것. 장의사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의료진에게 달려갔고, 신생아는 현재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현지에서는 산모가 복통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 적절한 의료 조치를 취하지 않는데다, 살아있는 아기에게 사망선고를 한 의료진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산모의 가족과 아기의 장례식을 준비하던 장례업체는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현재 아기의 건강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으며, 현지 경찰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임신 5개월 미만, 체중이 1㎏ 남짓에 불과하더라도 적절한 의료조치가 있으면 생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6월 싱가포르국립대학병원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인 궈위쑤언은 예정일보다 수개월이나 일찍 조산아로 태어났다. 산모는 임신 25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응급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아기를 출산했고,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212g에 불과했다. 사과 한 개 정도의 무게에 불과한 작은 몸집으로 세상에 나온 아이를 본 의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저었지만, 결과는 반전이었다. 아기는 작은 몸에 기계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음에도 조금씩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조산아로 태어난 지 1년여가 흐른 지난 7월, 아기는 몸무게 6.3㎏까지 성장했고 퇴원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기네스기록에 올라 있는 ‘세계서 가장 작은 아기’는 2018년 미국에서 태어난 몸무게 245g의 조산아다. 아이오와대학 자체 조사에서는 2016년 독일서 태어난 230g의 아기가 가장 작지만, 세계기네스기록에 오르지는 않았다.
  • [영상] 꽁꽁 언 강에 유기된 강아지, 구조자 보자 꼬리 흔들며 반겼다

    [영상] 꽁꽁 언 강에 유기된 강아지, 구조자 보자 꼬리 흔들며 반겼다

    얼어붙은 강 위에 유기된 강아지 사연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생후 2개월 정도 된 것으로 보이는 강아지는 목에 감긴 노끈이 돌덩이에 묶여 있었고, 차가운 얼음 바닥을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도로시지켜줄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4시 30분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서 한 남성이 얼어붙은 강으로 들어갔다. 강아지를 끌고 들어간 남성은 얼음판 위에 큰 돌을 놓았다. 그리고 강아지 목에 감은 노끈을 그 돌에 묶었다. 이후 남성은 강아지만 얼음판 위에 남겨놓은 채 현장을 떠났다. 이 모든 상황은 인근을 지나던 제보자 A씨가 우연히 목격해 단체에 제보했다.‘도로시지켜줄개’ 이효정(39) 대표는 서울신문과 통화에서 “(제보자에게) 강아지가 다칠 수 있으니, 먼저 강에서 빼달라고 부탁했다”며 “담을 두 개 넘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없는 곳,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에 유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얼음이 깨지면 돌에 묶인 강아지도 물에 빠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며 “그날 저녁에 눈도 많이 왔던 곳이다. 제보자께서 목격하지 못했다면, 안 좋은 상황에 이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단체는 구조 순간이 촬영된 영상을 공개했다. 얼음판에 있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구조자에게 다가오려 하지만 돌에 묶인 줄 탓에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어제 병원에 다녀왔는데, 2개월 된 진도 믹스 여자 아이로 추정된다”며 “현재 전염병 노출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강아지는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이 주일에서 한 달 정도 건강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단체는 강아지 이름을 ‘떡국이’라고 지었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 저희와 만났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컸으면 해서 떡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며 “절차에 맞춰 입양신청을 받고, 상담해서 안전한 가족에게 입양 보내려 한다”고 전했다. 단체는 동물학대 혐의로 가해자를 경찰에 신고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주변 CCTV나 블랙박스를 찾아봤지만, (가해자가) 목격된 부분은 없었다. 오늘 경찰에 의뢰해서 CCTV를 더 확인하고 신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46조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음에 이를 경우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면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이제야 제자리 찾아가는 흥국생명·우리카드…“봄배구 몰라요”

    이제야 제자리 찾아가는 흥국생명·우리카드…“봄배구 몰라요”

    시즌 초만 하더라도 갈 길을 헤매던 프로배구 중·하위권 팀들이 조금씩 자기 자리를 되찾아가면서 봄배구 싸움에 흥미를 더하고 있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디펜딩챔피언 GS칼텍스와 홈 경기에서 1-3으로 패하기 전까지 4연승을 기록했다. 흥국생명은 전력 손실이 시즌 초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시즌 활약했던 김연경(상하이)이 떠났고, 베테랑 김세영도 은퇴를 선택했다. 또 지난해 초 ‘학폭’ 논란으로 이재영·다영 자매가 이탈하면서 올 시즌 초까지는 팀을 다시 만드는 데 고전했다. 흥국생명은 차세대 에이스로 낙점된 선수들이 서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2018~19시즌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지명을 받았던 센터 이주아는 올 시즌 만개했다. 4연승을 할 동안 30득점과 8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올 시즌 신인상 다툼을 하는 레프트 정윤주도 남다른 힘으로 공격에서 힘을 더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흥국생명은 시즌 초 많은 패배로 아직 4위 KGC인삼공사와 승점 15점차다. 하지만 팀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남은 기간 봄배구 싸움에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남자부에서는 우승권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시즌 초 3승 11패로 최하위에 쳐졌던 우리카드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우리카드는 지난 2일 선두 대한항공을 3-0으로 완파하고 6연승을 질주했다. 3라운드까지 대한항공을 만나 모두 패했지만 4라운드 들어서 달라진 모습으로 복수전에 성공했다. 우리카드는 최근 5경기 연속 셧아웃 승리를 거두며 어느덧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우리카드는 레프트 송희채가 지난해 11월 전역하고, 지난달 KB손해보험에서 트레이드로 데려온 센터 김재휘가 가세하면서 블로킹 높이가 강화됐다. 시즌 초 흔들리던 세터 하승우의 경기 운영 능력도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살아났다. 게다가 최근 신영철 감독과 갈등을 일으켰던 외인 알렉스도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세호 KBSN 해설위원은 “우리카드가 본격적으로 반등을 시작하고 분위기를 탄 만큼 봄배구에 무난히 진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제주 삼춘들이 전하는 애월 물 이야기

    제주에선 외가, 친가를 막론하고 가깝거나 먼 친척을 쉽게 삼춘(삼촌)이라 부른다. 촌수가 정확히 기억 안 나거나 애매하게 가까운 이웃도 그냥 삼춘이라 부르면 된다. 그 제주 삼춘, 그것도 애(물가涯),월(月) 삼춘들이 전하는 ‘애월 물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제주지하수연구센터에서 발간한 ‘서귀포 물 이야기 Ⅰ,Ⅱ’, ‘이야기가 흐르는 조천리 용천수 이야기 ’, ‘물메 물길 따라 흐르는 79가지 이야기’ 등에 이어 나온 다섯번째 물 이야기다. 애월읍 중산간마을 광령리를 시작으로 하귀리, 구엄리, 신엄리 삼춘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오래된 물통, 용천수 역사를 구술 채록한 기록들을 모았다. 신엄리에 사는 정태수 삼춘의 이야기는 제주 용천수에서 목욕하던 옛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소물은 남자 목욕탕으로 사용하고, 녹고물은 여자들이 물도 긷고 빨래도 했던 곳. 덥고 더운 백중 때가 되면, 소물에서 차디찬 물이 나왔는데 그것을 흘리지 않게 가마니에 담아 높은데 놓은 다음, 대롱 함석을 만들어서 물이 쏟아지게 했다. 마치 폭포에서 물맞이하듯이 그 물을 맞았다고 전하는 이야기 속엔 제주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옛추억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이와 함께 ‘세미와 산물이-제주 사람들은 어떤 물도구를 썼을까?’라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읽을 수 있는 제주사람들의 물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도 함께 펴내 눈길을 끈다. 세미는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자리(제주어:세미), 산물은 용천수(제주어:산물)라는 뜻이다. 오랜 가뭄에 떠온 물을 마신 엄마 아빠가 배탈이 나자 세미와 산물이가 물허벅을 지고 깨끗한 물인 ‘정모시 물‘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제주의 옛 풍경을 마치 한폭의 수묵화 같은 그림으로 담아내 더욱 몰입감을 높여준다. 문경삼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이번 책자를 물 관련 홍보·교육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개발·확장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라며 “제주 물의 보전·관리와 지하수 의식 변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제주 삼춘들이 전하는 애월 물 이야기를 아시나요

    제주에선 외가, 친가를 막론하고 가깝거나 먼 친척을 쉽게 삼춘(삼촌)이라 부른다. 촌수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거나 애매하게 가까운 이웃도 그냥 삼춘이라 부르면 된다. 그 제주 삼춘, 그것도 애(물가涯),월(月) 삼춘들이 전하는 ‘애월 물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 제주지하수연구센터에서 발간한 ‘서귀포 물 이야기 Ⅰ,Ⅱ’, ‘이야기가 흐르는 조천리 용천수 이야기 ’, ‘물메 물길 따라 흐르는 79가지 이야기’ 등에 이어 나온 다섯번째 물 이야기다. 애월읍 중산간마을 광령리를 시작으로 하귀리, 구엄리, 신엄리 삼춘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오래된 물통, 용천수 역사를 구술 채록한 기록들을 모았다. 신엄리에 사는 정태수 삼춘의 이야기는 제주 용천수에서 목욕하던 옛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소물은 남자 목욕탕으로 사용하고, 녹고물은 여자들이 물도 긷고 빨래도 했던 곳. 덥고 더운 백중 때가 되면, 소물에서 차디찬 물이 나왔는데 그것을 흘리지 않게 가마니에 담아 높은데 놓은 다음, 대롱 함석을 만들어서 물이 쏟아지게 했다. 마치 폭포에서 물맞이하듯이 그 물을 맞았다고 전하는 이야기 속엔 제주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경험해봤음직한 옛추억이 스멀스멀 피어 오른다. 이와 함께 ‘세미와 산물이-제주 사람들은 어떤 물도구를 썼을까?’라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 읽을 수 있는 제주사람들의 물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도 함께 펴내 눈길을 끈다. 세미는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자리(제주어:세미), 산물은 용천수(제주어:산물)라는 뜻이다. 오랜 가뭄에 떠온 물을 마신 엄마 아빠가 배탈이 나자 세미와 산물이가 물허벅을 지고 깨끗한 물인 ‘정모시 물‘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은 그림책이다. 제주의 옛 풍경을 마치 한폭의 수묵화 같은 그림으로 담아내 더욱 몰입감을 높여준다. 문경삼 제주도 환경보전국장은 “이번 책자를 물 관련 홍보·교육 프로그램으로 내용을 개발·확장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라며 “제주 물의 보전·관리와 지하수 의식 변화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2022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몸의 기억으로 ‘나 사는 곳’을 발견해가는 언어-신미나론/염선옥

    1. 몸의 기억에 부여되는 리얼리티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결과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쩌면 예술이 끝자락에 도달해 있고 이제 “규정 불가능성”(하이데거)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현대는 예술 과잉의 시대이자 ‘무(無)예술성’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는 헤겔이 비유한 것처럼, 이제는 예술이 인간의 비대해진 욕망을 더는 채워 줄 수 없다는 “예술의 종언”을 증명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우리가 쓰고 읽는 시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대성과 서정성이 미학적으로 반목을 거듭하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은 이분법적 폐쇄성이 낳은 관념적 산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시의 속성을 탈(脫)서정성에 두려는 해체적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어 왔다. 현대성과 서정성은 대척적 개념이 아니라 수많은 접점을 만들어 가면서 새로운 시의 차원으로 수렴되어 가는 것이라는 앙투안 콩파뇽의 ‘현대적 전통’론은 여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신미나에게 ‘시’는 현대성과 서정성이 만나면서 발원하는 예술적 실체로서 그녀의 시는 현대인에게 예술의 존재를 아직도 따뜻하게 건네는 악수로 은유될 수 있을 것이다. C.S. 루이스는 ‘오독’(1961)이라는 비평집에서 현대는 삶과 예술이 혼동되며 시인과 대중이 서로 예술을 다르게 이해하는 시대라고 갈파한 바 있다. 또한 이성복은 ‘불화하는 말들’(2015)이라는 시론집에서 시인들에게 세상과 불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만큼 적지 않은 논자들이 현대시가 세계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렇게 예술과 세계가 불화하는 시대에 신미나는 점점 멀어져 가는 경험과 언어 사이의 거리를 좁히면서 그것을 통합하려고 한다. 본래 시가 노래와 춤이라는 몸의 기억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상실된 아우라(Aura)를 여전히 기억해야 할 미학적 흔적으로 보고 이를 재포착함으로써 삶과 분리된 예술을 통합하려는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닫힌 기억들이 열린 기대 속에서 각인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그녀에게 몸의 기억은, 비록 하찮고 순간적으로 꺼질 미광(微光) 같은 것일지라도, 수없는 리얼리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 아가, 세상이 어찌 보이냐 할아버지 어린 나를 무등 태우고 뒤돌아서서 지붕 위로 어금니 던진다 까치가 어금니 물고 간 곡선으로 내 젖무덤은 부풀어 올라 백내장 걸린 할아버지 중얼거리시데 저 봐라, 상갓집에서 혼 빠진다 - ‘산 너머’ 전문 시의 화자는 어린 시절 이를 뽑던 기억, 할아버지 무등을 타던 기억을 떠올린다. “문고리에 실 묶고 방문을 닫는 찰나 번쩍 세상이 온다”는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감각을 부여한다. 할아버지가 무등 태우며 ‘헌니 줄게 새 이 다오’를 노래하던 순간은 온몸으로부터 분출되고 온몸으로 수렴되는 발화의 기억을 남긴다. 신미나의 시에 그려진 화자의 경험과 기억은 독자의 마음을 열어 주면서 무등 탔던 기억, 실에 묶어 이를 던졌던 기억, 미신과도 같이 헌 이를 주면 새 이를 물어다 준다고 노래했던 기억에 생생한 리얼리티를 부여한다. 이렇듯 몸의 기억에 리얼리티를 부여한 결과 그녀의 시는 많은 이들에게 오래된 정동적 연결망을 제공하게 된다. 신미나는 수많은 시편을 통해 “장판에 손톱으로 꾹 눌러놓은 자국 같은”(‘이마’) 기억, “어린 조약돌 몇 개 씻어 주머니에 넣고”(‘첫사랑’) 다니던 기억, “눈밭에 노란 오줌 구멍을 내”(‘연’)던 기억, “방바닥에 엎드려 글씨를” 쓰다 “공책 뒷장에 눌러쓴 자국이 점자처럼 새겨졌”던 기억(‘받아쓰기’), “생쌀을 씹는 버릇”(‘윤달’)의 기억을 소환한다. 이러한 섬세한 기억들이 귀환하는 방식은, 기록되지 못한 채 떠돌지라도, 시인으로 하여금 창의적 감각과 초월적 사유를 거느리게끔 해 준다.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이 가진 몸의 기억을 순간적으로 각성시키면서 파편화된 체험을 끌어들이는 놀라운 통합의 힘을 발휘한다. 2. 신화와 샤먼적 요소 신미나는 개인적 경험뿐 아니라 공동체적 감각이 묻혀 있는 시대를 향하는 시인이다. 기억의 바닥에 있는 시대의 경험과 그것에 얽힌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는 개인의 정체성이 전체를 통해 얻어지는 질서의 틀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신미나의 기억은 할머니의 삶과 함께 빈번하게 드러나는데, 화자의 삶은 할머니에 의해 ‘명랑’을 되찾고 있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마고 2’) 싫을 정도로 화자의 고백에는 할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숨쉬고 있다. ‘마고 할멈’은 시인에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죽음을 애도하며 견뎌 애써 살게끔 해 주는 상징이다. 기억 속의 할머니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에너지이고, 시인은 자신의 경험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할머니의 삶과 기억을 끌어들여 샤먼적 요소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처럼 그녀의 시에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낡은 것으로 치부되기 쉬운 농경적 삶의 방식이 생생하게 보전되어 있다. 과학기술 사회에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것으로 묻혀 버린 옛것을 꺼내와 그것이 가져다준 진정한 메시지를 독자와 교환한다. 삶을 위로하던 공감 요소인 신화가 불려올 때 그녀의 시에서는 샤먼의 배치 과정이 필연적으로 중요하게 개입하게 된다. 사실 신미나의 시에는 무속 체험과 감각이 빈번하게 암시적으로 드러난다. 그녀는 첫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2014)와 제2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2021)에서 신화나 샤먼의 체험을 두루 끌어들이고 있다. 그녀에게 신화나 샤먼적 요소는 자신만의 고유한 경험과 기억의 산물이다. 신화와 샤먼적 요소는 “뜻 없이 반복되는 이야기”처럼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어디 먼 데서 음악 소리가 들리고’)리는 기억에 담겨 있는데, 이는 “너무 많은 무늬를 몸에 새긴” 것 같아 끝없이 되풀이된다. 그것들은 자아를 지탱하는 배경과 같으며 이러한 사례는 그녀의 시 전체에 걸쳐 배치되어 있다. “지푸라기인형”(‘마고 2’, ‘백일몽’)과 “헝겊인형”(‘묘의 함’), “종이인형”(‘묘의 함’,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거울’)은 무(巫)와 관련을 두고 있으며, 탱화나 “천년을 물속에 살아야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물가”(‘백일몽’) 이야기, “때리면 정신 든다는 무당 말”(‘불티’)에 “아비가 대나무 뿌리로 아들을 때”리는 주술성이라든가 “몸을 얻으려면 새 옷을 입어야”(‘홍합처럼 까맣게 다문 밤의 틈을 벌려라’) 하는 샤먼적 상상, 저승으로 떠나게 될 아기들이 가여워 제명과 맞바꿔 아기들을 살린다는 ‘마고’ 신화까지, 그녀는 수많은 샤먼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다. 모든 것이 과학적 시선에 의해 지배되는 현대에 샤먼과 신화적 요소는 리얼리티를 감쇄시킬 수도 있을 법한데, 신미나의 시에서 그것들은 우리의 삶을 독특한 형태로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겪은 기억을 중심으로 인문적 사유가 제거된 과학기술의 공허함과 허황된 논리를 비판하면서 그 빈 곳에 신화와 샤먼을 채워 넣는 것이다.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한다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왔다 묘의 주머니는 작고 이따금 탄내가 난다 주머니 속에는 타다 만 볍씨가 있다 묘의 상자 속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고 정글짐 꼭대기의 해가 타고 있다 - ‘묘의 함(函)’ 전문 ‘묘’는 “한 번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서 “헝겊 인형이 대신 말을” 하고 “오색 종이로 만든 가마에 고깔모자를 쓰고 묘는 검정으로부터” 온 존재이다. 종이 가마에 고깔모자를 쓴 검정으로부터 태어난 ‘묘’는 제의를 치르는 무당 같은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묘의 상자 안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가 있”다. 바로 이는 접신과 빙의된 샤먼의 모습이다. ‘종이 인형’을 한 묘의 상자 안에는 타인의 삶이 담겨 있는데 거기에는 “문방구에서 훔친 종이 인형”이 있고 “엄마를 삽으로 때리던 아버지”도 있다. 시인이 은유하는 것은 시대의 종말과 위기에 있지 않다. 다만 그녀는 시공을 초월하여 보편적이라고 믿어 왔던 인간의 존재방식에 균열을 낼 뿐이다. 기술 발전과 합리성이 채워 주지 못하는 소외와 불안을 ‘무속’ 모티프를 통해 진단하고 ‘해원’이라는 처방으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가 장사치로 떠도는 게 싫어서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냈더니 이고 있던 채반을 내려놓고 갔다 채반 위에 팥 한 알 또렷이 남았다 다음날엔 보따리를 두고 갔다 매듭을 풀어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나왔다 겨드랑이에 손을 끼우고 일으켜 세워도 자꾸만 목이 꺾였다 배를 갈라보니 노란 것이 반짝 했다 금니였다 할머니의 등에 새긴 문신은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방패 마작처럼 패를 뒤집어 얼굴이 자도르르 돌아간다 쟁기, 방패, 귀갑 귀갑, 쟁기, 쟁기 눈, 코, 잎을 갈아 끼운다 높고 슬픈 노래를 물려주려고 잠들면 가만 코에 손가락을 대본다 할머니는 피가 너무 환해서 인간의 잠을 자지 못한다 - ‘마고 2’ 전문 장사치로 떠도는 할머니가 등장하자 화자는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화를 낸다. 이는 가난한 할머니의 고통이 새겨 넣은 상처를 마주하는 화자의 고통을 암시한다. 종종 가난으로 얼룩진 기억은 삭제되거나 묻히는데, 시인은 할머니의 기억을 아프게 되살려 고통과 가난을 마주하는 순간을 불러낸다. 할머니는 보따리를 두고 갔지만 그 매듭을 풀어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그 안에서 나온다. 아무리 일으켜 세우려고 해도 자꾸 목이 꺾이기만 하는 인형의 배를 갈라 보니 노란 금니가 반짝이고 있다. 지푸라기 인형이라는 샤먼적 요소를 통해 할머니와 접신하는 경험은 신비롭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은 신화와 샤먼적 요소를 통해 추억으로 남은 것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신화를 통해 다시 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할머니의 등장이 어린 손녀가 겪어 갈 미래에 대한 염려 때문이라는 전개는 신화의 이미지를 거느리는데 “배를 갈라보니” 노란 금니가 나온다는 신화는 작품에 이러한 환상성을 부여하고 있다. 붉은 구슬을 입에 물고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나왔 습니다 천수관음은 천개의 손으로 슬픔을 어루만진다는데 손이 천개면 세상의 눈물을 닦을 수 있습니까 뜨거워서 그래, 아가 어쩌다 네 마음에 명랑을 잃었니?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내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습니다 봄에 난 콩 싹처럼 웃어보라, 해를 피하지 않는 해바라기처럼 용감해라, 물 만난 오리처럼 신나게 욕해보라, 비 온 뒤 제비처럼 까불어라, 분수처럼 솟구쳐라, 쪼개고 쑤시고 부러뜨려라, 톱날의 요철과 같이 벌떼처럼 화를 내라, 연기처럼 곧게 서라, 백합처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 할머니는 겹겹의 모란 치마로 나를 폭 싸서 공중에 띄웠습니다 키질하듯이 위아래로 까부르니 몸이 아기만큼 작아져 배꼽이 간지럽고 이히히 웃음이 났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우스운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한 것인데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았습니다 - ‘탱화 3’ 전문 화자가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 흰 천을 배로 가르며 할머니가 오셨다는 것은 시인에게 강림하는 샤먼적 순간을 선명하게 부각시킨다. “명랑을 잃은” 화자에게 할머니는 “천수(泉水)를 한 모금 머금고” 입에 흘려 열을 식혀 주었다. 이러한 발화를 통해 할머니의 존재는 화자에게 한 차원 더 명확해진다. 할머니는 “…웃어보라, …용감해라, …욕해보라, …까불어라, …솟구쳐라, …부러뜨려라, …화를 내라, …곧게 서라, …기도하고, 뛰고 달리고 돌아서서 안고 뱉고 찢고 발 굴러라”라고 위로하며 말을 배우기 전 아기들만 아는 재미로 슬픔을 걷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에 대해 화자는 “오랜만에 웃은 게 세상에 없는 일인 걸 알고 섭섭해서 눈을 감”는다. 화자에게 할머니는 ‘웃음을 주는’ 존재이며 삶에 원초적인 힘을 주는 정신적 동반자이다. 할머니의 상실을 지우고 할머니의 존재를 보존하는 방식은 기억에 의해 가능한 것인데, 시인은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신비함을 그 안에 담음으로써 이러한 작업을 수행한다. 할머니와의 만남을 신비한 일로 확장해 가면서 신화적이고 샤먼적인 성격을 현실로 돌아오게 한 것이다. 3.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기억을 통한 표준화에의 저항 할머니는 현존하지 않고 시인의 몽상과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베냐민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르면, 신미나는 과거를 고정적 점으로 보지 않고 현재로부터 관찰하고 불러낸다.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기억으로 새겨진 것은 언젠가 ‘있었던’ 실재일 뿐이다. 그러나 신미나는 세속적 질서 속에 할머니의 기억과 농촌 경험을 가져와 행복에 대한 표상을 과거로부터 형성한다. 화석으로 남은 시골이 따스한 공간이었다는 전언을 통해 도시가 가진 허상을 비판하고 지금까지 가졌던 삶의 불균형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다. 신미나는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응시하면서, 데리다가 말하는 흔적(trace)을 만지는 일을 수행한다. 수레가 남긴 바퀴자국을 토대로 동물과 수레의 현전을 논할 수 없듯 그의 흔적은 ‘없다’를 말할 수 없는 심적 자국인 것이다. 그 점에서 ‘지켜보는 사람’을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의 첫 작품으로 배치한 것은 퍽 유의미하다. 본다는 것, 보았다는 것은 허상이 아닌 실상으로, 부재가 아닌 존재로 인정하는 일이며, 그 존재성은 사라지지 않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이는 ‘있는’ 것과 ‘있었던’ 것이 가지는 존재성의 기대를 동시에 내포한다. 한 알의 레몬이 테이블 위에 있다 오래전에 있었던 것처럼 금방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한 알의 레몬이 눈앞에 있다 그것을 치우면 레몬은 과거형으로 존재한다 흰 테이블보 위에 레몬이 있다 눈을 감아도 레몬은 레몬 빛으로 남고 나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는다 진심으로 보인다 - ‘지켜보는 사람’ 부분 화자는 테이블에 놓인 “오래전에 있었던” 한 알의 레몬을 바라본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레몬은 비록 치워진다 해도 ‘과거형’이 될 뿐 비(非)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리했던 것은 눈을 감아도, 그것을 치우더라도, “레몬 빛으로” 남는 ‘사실’이 되고 “진심으로” 보이는 것이 된다. 존재의 가치는 시간이 증여한 것도 아니고 사회가 합의한 상징도 아니다. 그것은 개인이 경험하여 의미가 솟아나는 지점에서 생겨날 뿐이다. 그 세계에서 기호화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들은 “그림자를 만”들고 조용히 남아 있게 된다. 이는 “쪼그리고 앉아”(‘단조’)서 보던 물에 불어나는 한 톨의 쌀알이 “찬 벽에 발을 대고 누”워서도 천장에 떠오르는 또렷함 같은 것이다. 기억은 ‘있었던’ 것의 부재를 또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는 과정으로 도약한다. 동요 속에서 마구 튀어오르거나 우글거리는 기억의 운동성은 존재의 살아 있음을 말해 주는 증거가 된다. 시인이 쓸모없는 일로 여겨지는 기억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기억 속에 오롯이 권역을 형성하고 우리의 인식과 감각에 등장하는 본연의 것들은 비록 외곽으로 밀려나 버렸다 해도 우리를 상실과 폐허 속에서도 살아가게 하는 존재론적인 근거이기 때문이다. 물론 때때로 기억은 자주 하찮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기억이 물질적인 감각에 찍힌 낙인일 때 신미나의 시는 기억의 집적을 통해 그러한 규정을 벗어난다. 그의 기억은 일정한 시공간과 서사와 감각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은 생명의 고리를 이으면서 긍정적으로 순간순간을 끌고 나간다. 보들리야르는 현대를 가리켜 “현존하는 모든 시스템의 비만 상태”라고 지적하면서도 현대인은 기억과 상상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신미나의 시는 언어의 옷을 채 입지 못한 기억들로 가득 채워짐으로써, 시적 주체를 추동하는 공감의 발원지로 기능하게 한다. 새로운 것의 권위에 대해 역설한 콩파뇽은 기억을 유행과 현대적인 것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이는 기억이 ‘새로움’에 대한 ‘낡음’이라는 모순관계의 짝패가 아니라 오히려 현대가 담아내지 못하는 ‘상상력’의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연한 일들”과 “쓸모없는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신미나의 목소리는 기억의 세부를 포착하겠다는 의지이며, 그녀의 시는 폐기되는 세부에 대한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는 주변에 널린 세부에 주목하면서, 삶은 지평이 아니라 오히려 세부의 집적임을 말한다. 이때 세부는 여러 차원의 경험으로 채워진 모래사장으로서, 우리는 그 속에서 결코 지워지지 않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공연한 것들, 쓸모없는 것들은 삶을 채워 주는 세부인 것이다. 그녀의 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과 불화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법칙 이외에 어떤 언설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이 지향하는 고유의 법칙을 유지한다. 이때 도시는 다름과 비뚜름 대신 바름을 동의반복적(同意反復的)으로 배열하고 배치하는 공간으로 등장한다. 유동하는 세계 어디를 가도 한가운데 자랑스럽게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바로 도시이기 때문이다. 네모반듯한 도로와 건물, 기호와 상징, 그 속에서 현대인은 한 방향으로 향하는 물고기 떼처럼 몰려간다. 모든 공간이 유사해지면서 모국어가 있어도 전 세계가 몇몇 우세어를 중심으로 통일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표준화와 평균화에 저항하는 신미나 시의 힘이다. 이상하지 않나요, 이런 고요는 몰려오던 해일이 눈앞에서 멈춘 듯한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두었으므로 나의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어요 빛에 일렁이는 물 그물이 나의 발을 얽을 뿐입니다 - ‘아쿠아리움’ 부분 물주름 없는 물결 귀를 떠난 소리 풀 없는 인공 정원 - ‘홍제천을 걸었다’ 부분 현대인의 행동 양식은 모든 면에서 어떤 인공적인 것의 제작 방식과 일치하는 양상을 보인다. 같은 것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현대인은 동화되어 가고 있다.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된 채 살아갈 뿐 거부와 배척이 두려워 ‘소수-되기’를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살아가는 도시는 개인에게 감동을 주는 일에 대하여 어떤 말도 하거나 듣지 않는다. 도시인다운 ‘다수-되기’(에티엔 발리바르)를 지향하게끔 할 뿐이다. 도시는 고유한 특성이 제거된 개인을 색인 속에 분류하고 저장한다. 그런 가운데 개인의 슬픔은 썩어 가거나 사라지게 된다. 도시인의 언어는 차가운 콘크리트 언저리에서 싹튼 불쾌하고 축축한 우울과 소외의 언어가 된다. 그런 언어로 표지된 도시인은 자신의 결여된 내면성을 드러낼 방식이 없게 된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미학적 항의가 신미나의 시다. 4. ‘나 사는 곳’의 발견 과정으로서의 기억 혹자는 신미나의 시에서 농촌과 자연과 가난이 빚어낸 서정성을 읽어낸다. 그러나 우리는 더 확장된 의미로서 폭력의 시대에 소실되어 가는 ‘나 사는 곳’(오장환)을 훑는 작업을 읽어 낸다. 모국어의 소실과 전통의 소외와는 달리 매체와 일상을 메우는 것은 온통 서구 것이다. 케이팝(K-Pop)과 한류(Korean-Wave)도 서구 입맛에 맞춘 예능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SNS의 시대,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하이브리드-스토어 등 과학기술의 발전은 콘택트 없이도 실시간 업무를 가능하게 했고, 신용카드라는 합의된 인증 방식의 결제를 통해 우리의 취향과 입맛은 모두 통제되고 있다. 이런 위험신호를 감지한 신미나는 ‘나 사는 곳’을 중심으로 우리의 것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내고 있다. 보들레르가 현대성을 현대인의 불안과 관련시켜 읽어 냈다면, 신미나는 현대성을 폭력과 상실로 읽어 낸다. 그녀가 읽은 현대라는 미달태(未達態)는 “누군가 세계의 안과 밖에 커다란 간유리를 끼워”(‘아쿠아리움’) 둔 것과도 같아 “폐는 부레가 될 수 없고 물고기는 눈을 깜빡일 수 없는” 상실의 세계일 따름이다.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머금고 “그만, 이라고 말해도 자꾸만 공을 물어 오는 착한 개처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폭력인 것이다. 아쿠아리움에 가둔 물고기 세상처럼, 우리가 사는 곳은 동일한 풍경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풀 없는 인공 정원”(‘홍제천을 걸었다’)이 가득한 곳이 되고 말았다고 시인은 진단한다. 마당이 있는 저 집에서 살면 참 좋겠다 언덕 위에는 여자 대학교가 있고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고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 문방구 평상에 한참을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고 옆에서 신문지 깔고 고구마순 껍질이나 같이 벗기고 싶고 해 지기 전에 수건을 걷어 오른팔에 얹고 옥상에서 내려갈 때 젖이 불은 개가 헐떡이며 걸어가는 것을 보는 집 보러 왔다가 그냥 간다 이가 썩어 구멍 난 데를 혀로 쓸며 돌아보는 사직동 - ‘지하철역에서 십오분 거리’ 전문 ‘고스트 타운’(베냐민)이 된 도시가 현대화의 필연적 산물이라면 시인이 바라는 도시는 어떤 곳일까? “풀 없는 인공 정원” 대신 “마당이 있는” 집이고 “문방구 평상에 앉아 있어도 핀잔주지 않는 할머니가” 있는 곳이다. 부품을 한데 모아둔 것처럼 젊은이들만 들어찬 도시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공간이며, 아이들이 애용하는 문방구 평상이 있는 공간이다. 또 획일화되지 않은 무정형의 공간이며 비폭력적 공간이자 비상실의 장소이다. 빌딩과 벽이 없는 언덕 위에 여자대학교가 있는 곳이며 그곳에서 “배구공 튕기는 소리도 가끔 들리고” 비빔국수 잘하는 냉면집도 있어 맛볼 수 있는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긍지처럼 타오르는 동네”인 것이다. 시인이 이러한 공간성을 가져오는 방식은 ‘우리 것’의 회복이자 ‘나 사는 곳’의 확인 과정인 셈이다. 첫 시집에서부터 발견되는 그의 시적 공간은 도시 미학적 공간과 거리가 이처럼 철저하게 멀어진다. 또한 신미나의 시는 흔적으로만 남은 우리말의 보고이다. 현대적인 것을 이루는 성좌를 완성할 때 세련된 시어의 반복과 나열이 필수라면 시인의 언어는 낡은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적인 것으로 명명된 모든 상황에서 시인이 채우는 장판, 요, 밥물, 물금, 내천, 조약돌, 연밥, 무밭, 아욱잎 등 추억을 생생하게 되살리는 우리의 감각적 언어가 더 감각적이고 새로운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시인은 농도 짙은 외래어를 사용하기보다 ‘싱고’, ‘무이모아이…’ 같은 우리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쏟아져 흐르는 외래어와 말줄임에 우리말은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언어란 얼마나 나약하기만 한가? “나는 오리라 하였고 당신은 거위라” 하였으며, “나는 공복이라 하였고 당신은 기근”이라 부르며, “당신은 성북동이라 하였고 나는 종암동이라” 하였다는 등 언어는 불통을 잠재적으로 내재한다. 언어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일치”(‘사랑의 순서’)하는지도 모른다. 신미나는 시가 소통되지 못하는 시대에 자신의 언어를 독자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도시의 방식인 고통의 언어 대신 모태의 언어를 내뱉는다. 모태의 언어는 관찰과 소통과 사색을 통해 유래된 ‘흙’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자기를 더 많이 드러내고 표출하는 도시 방식 대신 듣고 보고 느끼는 ‘삼중(重)의 겹’을 택한 결실이다. 이때 시인은 도시 안에서 ‘보는 자’이자 ‘느끼고 듣는 자’가 된다. “휘파람을 불며 길을 나서”면 “리어카에 폐지를 실은 노인들”(‘입김’)도 볼 수 있고, “한 손으로 번쩍 아이를 들어올리는”, “얼굴만 아는 여자”(‘길음동’)도 만날 수 있다. 또 “신발을 꺾어 신고 앞서”(‘모란과 작약을 구별할 수 있나요?’)가는 이를 살펴볼 수도 있다. 화자가 바라보는 것은 무언가가 되지 못한 세부이며 삼중의 겹을 통해 시로 현상된 것들인 셈이다. 또한 그녀의 시는 우리로 하여금 “수건 안감의 아라베스크 무늬”를 보게 하고 “귀 기울여 듣게” 한다. 우리는 말하기를 유보하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선행해야 비로소 삼중의 겹을 완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머리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 과정이 그 안에 있다. 장마 지면 정미네 집으로 놀러 가고 싶다. 정미네 가서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고 싶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 새로 온 교생은 뻐드렁니에 편애가 심하고 희정이는 한 뼘도 안 되는 치마를 입는다고 흉도 볼 것이다 말 없는 정미는 응 그래, 싱겁게 웃기만 할 것이다 나는 들여놓은 운동화가 젖는 줄도 모르고 집에 갈 생각도 않는다 빗물 튀는 마루 밑에서 강아지도 비린내를 풍기며 떨 것이다 불어난 흙탕물이 다리를 넘쳐나도 제비집처럼 아늑한 그 방, 먹성 좋은 정미는 엄마 제사 지내고 남은 산자며 약과를 내올 것이다 - ‘정미네’ 전문 “밍크이불”은 어느 집에나 있었고 우리는 그 “밍크이불을 덮고 손톱이 노래지도록 귤을” 까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김치전을 부쳐 쟁반에 놓고 손으로 찢어 먹고” 싶다고 느낀 경험과 교생의 편애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기억, 예쁜 친구를 험담하던 기억이 시인의 머리에서 튀어나올 때까지 우리는 그저 기억 속에 둥둥 떠 있기만 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는 우리에게 ‘스스로 주어짐으로 돌아감’(장뤼크 마리옹)을 선사한 기억의 주체인 셈이다. 또한 신미나의 기억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뿐 아니라 더 거슬러 올라가 시대적 소멸의 흔적을 길어 올린다. 어머니가 들려주신 마고 이야기(‘마고 1·2’)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할머니의 기억과 할머니와의 접신 과정을 ‘탱화’(‘탱화 1·2·3’)로 드러내기도 한다. 만약 시간의 의미를 긍정적으로 정의한다면 ‘새로움’의 추구라는 개념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신미나의 시에서 전통적 서정성을 읽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 과제를 저버린 것의 증거가 될 수는 없다. 이는 시가 발견해야 하는가, 발명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일 뿐이다. 신미나의 시는 시간 개념을 긍정하며 발명보다 발견을 더 큰 화두로 삼는다. 이는 타인에게 물려받은 것을 거부하는 것이며 기호화되지 않은 세부의 것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내포한다. 그리고 발견은 ‘나 사는 곳’을 살피는 몸짓이며 몸에 각인된 과거를 통한 시인의 존재 방식에 대한 근원적 모색을 뜻한다. 신미나는 언어적 한계를 무화(無化)하기보다 기억을 통해 자신이 실감하는 쪽을 그려 내고 있는 것이다. 기억을 되살려 시어를 택하고 그 속에서 실감을 표현하는, 들뢰즈식으로 ‘행동하는’ 시인인 셈이다. 단절과 폐허의 상황에서 그녀는 ‘벽’이 아닌 ‘문’을 택하고 단절이 아닌 소통을 지향한다. 선명한 기억이야말로 개인을 지탱하는 근원적 뿌리이며 개인의 감각과 사회의 전체성을 함께 붙드는 운동임을 그녀의 시는 증언하고 있는 것이다.
  • 살아서 ‘살고 싶은 어린이들 이야기’ 쓰렵니다

    살아서 ‘살고 싶은 어린이들 이야기’ 쓰렵니다

    저는 화가 많습니다. 빨래가 안 마를 때도, 깜빡이 없이 끼어드는 차를 만날 때도, 어제 본 것 같은데 오늘 또 여자들이 죽었더란 소식을 들을 때도 어김없이 화가 차오릅니다. 그렇게 차오른 화 때문에 저는 살았고, 가끔은 죽고 싶었습니다. 죽고 싶어지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습니다. 한글을 열고, 좀비가 잔뜩 나오는 동화를 썼습니다. 좀비는 저의 또 다른 이름이었기 때문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제 이름 석 자 ‘조은비’를 반복해서 점점 빠르게 발음해 보세요. 조은비, 조ㅁ비, 존비, 좀비…. 해가 뜨면 독서 수업에 나갔습니다. 하루는 그곳에서 만난 어린이에게 물었습니다. “소희야, 만약에 네가 사랑하는 사람이 모두 죽거나 좀비가 된다면 어떨 것 같아? 그래도 살고 싶을까?” “당연하죠. 꼭 끝까지 살아남을 거예요.” “왜?” 소희가 심드렁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어리잖아요. 못 해본 게 너무 많은데요.” 그날 저는 집으로 돌아와 그간 썼던 모든 이야기를 지웠습니다. 죽고 싶지 않아졌습니다. 살아서 ‘살고 싶은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엄마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걸었습니다. 받지 않습니다. 아빠는 ‘죽어서도 응원할게’라는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전화는 왜 안 받는지, 왜 하필 죽어서도 응원한다는 건지. 또 화가 납니다. 저는 여전히 화가 많습니다. 그건 두 사람을 공평히 닮은 덕분입니다. 그 사실을 확인할 때마다 제가 얼마나 지긋지긋해하면서도 안도하는지 두 사람은 모르겠지요. 계속 몰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 주신 임소희 어린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조은비 ▲1993년 경북 김천 출생 ▲단국대 문예창작과 졸업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수료
  • [202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사랑해/조은비

    [202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사랑해/조은비

    “윤세희, 사랑해.” 정윤수의 고백과 동시에 선풍기 날개가 팽팽 돌아갔다. 나는 고민하는 척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이 칫솔을 입에 물고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나와 정윤수를 곁눈질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고개를 푹 숙였더니, 정윤수가 내민 하트 모양의 선물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 전쯤부터 소문이 돌았다. 정윤수가 우리 반 누구를 좋아한다고, 곧 고백할 거라고 말이다. 설마 그게 나일 줄은 몰랐다. 나는 정윤수와의 몇 안 되는 기억을 끄집어냈다. 저번에 내가 우산을 씌워 줘서? 아니면 지우개를 빌려줘서? 하지만 그건 친구로서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교실은 조용한 듯 소란스러웠다. 모두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조심히 고개를 들어 정윤수를 바라보았다. 정윤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너무 빨라.” 내 말에 정윤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은근슬쩍 주위를 맴돌던 다정이도 날 바라보았다. “응. 뭐라고?” “빠르다고.” 정윤수는 아까보다 더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설명이 좀 필요한 것 같았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언제 사랑할 수 있는데?” 정윤수가 물었다. 휴대폰에서 ‘띵’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슬쩍 화면을 확인했다. 즐겨찾기 해 둔 웹 소설의 최신 화가 등록됐다는 알림이 와 있었다. 마음속에서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정윤수의 고백보다 업데이트에 내 심장이 반응하는 걸 보면. “당연히 어른은 돼야지.” 내가 소설을 열며 말했다. 업데이트되길 주말 내내 기다렸다. 이번 화는 특히 그랬다. “더 빨리는 안 돼?” “안 돼.” 내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그래도 넌 이제부터 내가 계속 신경 쓰일걸?” 정윤수가 소리쳤다. 교실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으윽. 온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걸음을 재게 놀려 서쪽 계단으로 갔다. 서쪽 계단은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아서 조용히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자리를 잡고 첫 문장을 눈으로 훑었다. 사랑해.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화면을 밀어 넘겼다. 두 주인공이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이제 북은 마음속에서 튀어나와 귓가에서 울렸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댓글 페이지를 열었다. 독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 둔 게 보였다. 내일이 빨리 와서, 다음 화를 또 보고 싶었다. 그런데 코인이 없었다. 지난주에 용돈을 받자마자 충전해 뒀는데, 벌써 다 쓴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달에 딱 한 번만 코인을 충전하기로 엄마랑 약속했기 때문이다. 만약 약속을 어기면 다음달 용돈은 없다. “정윤수는 착하잖아. 받아 주지 그래?” 다정이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됐고. 너 코인 남아 있으면 나 ‘선물하기’로 주면 안 돼?” “벌써 다 썼어?” “응.” “뭐. 난 요즘 보는 것도 없고. 알았어. 줄게.” 다정이가 말했다. 나는 다정이를 꼭 껴안았다. “진짜 정윤수 관심 없어?” 다정이가 떠보듯 물었다. “전혀. 그리고 절대 안 돼.” “안 될 건 뭐야.” 다정이가 입술을 비쭉대며 말했다. “사랑이 어떻게 쉬워?” “그럼 어려워?” 다정이가 되물었다. 맞다. 사랑은 어렵다. 사랑은 어려워야 한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다. 웹 소설만 봐도 그렇다. 쉽게 연결되는 사랑은 없다. 모두 진흙탕을 구르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멀리 돌고 돌아 마침내 사랑을 나눈다. 그러니, 정윤수는 안 되는 거다. 내가 좋다고만 말하면 되니까. 다정이가 대답을 바라는 듯 날 보았다. 내 사랑의 철학을 설명하려는 순간, 다정이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자기야. 나 지금 서쪽 계단.” 다정이가 전화를 받아 말했다. “뭐? 자기야?” 내가 되물었다. 목소리가 컸는지 다정이가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다정이를 바라보았다. “당연하지. 나도 사랑해. 금방 갈게. 세희야, 미안. 교실에서 보자.” 다정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엊그제쯤에 좋아하던 애한테 고백한다더니, 그새 ‘자기야’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나 보다. 나는 다정이에게 어서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여기서 괜히 사랑의 철학 어쩌고 했다간, 다정이는 내게 소설 좀 그만 보라고 했을 거다. 사랑은 이야기 속이 아니라, 세상에 있다면서 말이다. 나는 웹 소설 앱을 다시 켰다. 새로 올라온 작품을 탐색하는 사이에 그만 수업 종이 울렸다. 난간에 올라타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교실에 오니까, 아직 선생님은 오지 않았다. 대신, 내 책상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나는 쪽지를 서랍 밑으로 가져가 펼쳤다. 사랑해. 혹시 정윤수가 보낸 건가? 나는 고개를 슬쩍 들었다. 정윤수는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때, 뒷자리에 앉은 반장이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야, 그거 대각선으로 넘겨.” 반장이 말했다. 나는 쪽지를 다시 접었다. 가만 보니, 겉면에 대각선에 앉아 있는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억이 났다. 한 달 전에 있었던 고백 사건 말이다. 소문에 의하면 반장은 방과 후에 교실을 통으로 빌려서 고백했다고 했다. 하트 풍선으로 칠판을 장식하고, 바닥에 장미꽃잎을 뿌려서 말이다.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다. 나는 쪽지를 다시 접어 대각선에 앉아 있는 아이의 책상으로 던졌다. 그 애는 쪽지를 확인하더니, 수줍게 미소 지었다. 좋을 때다. 나는 턱을 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다. 그사이에 공식적인 커플만 3커플이 탄생했다. 모르긴 몰라도 조용히 사귀는 애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뭘까?’ 요즘 애들은 사랑을 너무 남발한다. 사랑은, ‘사랑해’란 말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중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나는 곁눈질로 정윤수를 쳐다보았다. 정윤수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저렇게 대놓고 엎드려 있는데, 선생님이 못 보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쟤는 뭘 안다고 나한테 사랑한다고 한 걸까?’ 정윤수는 아까부터 운동장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모래를 주물럭댔다.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기도 하고, 한 주먹 가득 움켜쥐기도 했다. “이쪽으로 패스해!” 다정이가 소리쳤다. “어, 어, 알았어.” 내가 어버버 하는 사이, 상대 팀에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시선이 자꾸만 정윤수 쪽으로 갔다. 모래바람이 날리고,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운동장에서 정윤수는 혼자 평온하게 모래를 가지고 놀았다. 그때, 공이 정윤수가 만든 모래언덕으로 굴러갔다. 순식간에 모래언덕이 무너졌다. 정윤수가 꼭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빼쭉 내밀었다. 그 입술이 꼭 오리 주둥이 같아서 하마터면 귀엽다고 말할 뻔했다. 나는 정윤수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그림자가 지자, 정윤수가 날 올려다보았다. “너는 왜 축구 안 해?” 내가 물었다. 정윤수는 내 얼굴을 보고는 손에 쥔 모래를 흘려보내고, 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원래부터 빨갰는지는 몰라도. “난 땀나는 거 안 좋아해. 아, 그렇다고 네가 땀 흘리는 게 싫단 뜻은 아니야.” 정윤수가 말했다. 이렇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애는 처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꾸밈없이 내보이는 애도. 그러니까 교실 한복판에서 고백했겠지. “오해 안 해.” “그럼 이거 쓸래?” 정윤수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넌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 “뭐 그냥.” 나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손수건에는 토끼 모양의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얼굴이 달아오른 정윤수를 닮았다. 귀엽다. 아니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윤세희! 공!” 다정이가 소리쳤다. 그래 맞다. 나는 공을 가지러 온 것뿐이다. 정윤수가 공을 주워 건넸다. 나는 공을 받아들고 운동장 한가운데로 던져 보냈다. 공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쿵. 공이 바닥에 닿은 순간, 내 심장도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심장 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히 들려왔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다른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재빨리 필드로 뛰어 들어갔다. “신경 쓰이는구나?” 다정이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 와중에도 내 눈은 정윤수를 좇았다. 정윤수는 새롭게 모래언덕을 쌓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어쩌면 남자친구로 나쁘지 않을지도…. 아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나는 경기에 마저 집중했다. 집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웹 소설 앱을 열었다. 나는 로맨스 장르에 빠삭하다. 유명한 작품은 물론이고, 무명작가의 작품도 웬만해선 다 읽었다. 나만 알고 있던 작품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많아지면 왠지 뿌듯했다. 지금 찾아낸 작품도 내가 첫 화부터 빠짐없이 댓글을 달았다. 나는 작품에 대한 칭찬을 가득 담아 댓글을 썼다. 오늘은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작가님, 초등학생도 이런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본 웹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어른이다. 아니면 최소한 고등학생 정도는 되거나.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는 노래도 있는데, 왜 초등학생의 사랑 이야기는 잘 없는 걸까. TV에서도 연예인들이 초등학생 때의 연애담을 풀어놓으면 다들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소꿉놀이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소꿉놀이는 유치원 졸업과 동시에 끝났다는 걸. 나는 ‘작성’ 버튼 앞에서 머뭇댔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지우고 댓글을 올렸다. 그사이, 최신 화가 업데이트되었다. 나는 다정이가 선물해 준 코인으로 결제해 소설을 읽었다. 사랑이 이뤄지니까, 재미가 전보다는 없었다. 나는 최신 화를 마저 읽은 뒤, 1화로 돌아왔다.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1화에서는 주인공의 생김새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말간 얼굴에 눈 옆에 난 점, 가만히 있어도 위로 올라가 있는 입꼬리. 이상했다. 꼭 정윤수를 묘사하는 것 같다. 나는 페이지를 닫고 표지를 살폈다. 일러스트 속 주인공은 내가 알던 그 주인공이 맞다. 그런데 자꾸… 정윤수가 겹쳐진다. 멋진 옷을 차려입은 정윤수가 그림 속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예 화면을 끄고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하얀 천장에서도 정윤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도 정윤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눈을 비비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정윤수는 언제 어디서든 불쑥 내 눈앞에 나타났다. 밥을 먹다가도, 축구를 하다가도, 학원에 가다가도 불쑥. 최신 화는 날마다 업데이트되었다. 예전 같으면 빨리 들어가서 보고, 댓글도 남겼을 텐데. 작가님도 똑같고, 주인공들도 그대로인데. 소설이 재미없어졌다. 정윤수가 좋아졌다. 소설을 읽는 것보다 정윤수를 생각하고 정윤수를 바라보는 게 더 좋다. 아이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랑의 씨앗이 뿌려지고, 씨앗이 새싹이 되고, 새싹에서 잎사귀가 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땐 너무 늦었다. 속에만 품고 있기에는. 정윤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정윤수가 내게 ‘사랑해’라고 말했던 그 순간의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서쪽 계단으로 정윤수를 불러냈다. “나도 널 좀 사랑하는 것 같아. 아니, 사랑해.” 말을 내뱉고 나니까, 숨이 차올랐다. 그만큼 속이 시원했다. 사랑은, ‘사랑해’란 말은 아껴둘 필요가 없었다. 쓰면 쓸수록 닳는 게 아니니까. 정윤수는 대답이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자기랑 같은 마음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미안. 나 여자친구 있어.” “뭐?” “나도 고백받았어. 해수가 날 좋아한대.” 정윤수가 말했다. 정윤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슬쩍 보니, 그 ‘해수’란 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윤수는 전화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었다. 나는 정윤수를 붙잡고 구구절절 말하고 싶었다. 해수는 널 좋아한다고 했지만 난 널 사랑한다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너는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 가볼게.” 정윤수가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러고는 복도를 달려갔다. 나는 층계참에 주저앉아 머릿속을 정리했다. 방금 나는 정윤수에게 고백했다. 일주일 사이에 부침개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가에 홀린 게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저런 애를 사랑했을 리가, 아니 사랑한다고 믿었을 리가 없다. “사랑해.”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말이다.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까, 별거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번 더 ‘사랑해’라고 말했다. 다시, 또다시. ‘사랑해’를 반복해서 말하면 내가 한 고백이 덮어질 것처럼. 사랑이 어떻게 이토록 별거 아니게 끝날 수 있을까. 시린 바람 한 줄기가 내 몸을 통과했다. “뭐야? 괜찮아?” 다정이가 다가왔다. 서럽다. 서러워서,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다정이가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나는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고백할 거 있어.” 다정이가 말했다. 그러고는 한참 뜸을 들였다. 나는 코를 훌쩍이며 다정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헤어졌어.” “뭐라고?” 내가 다정이를 밀치며 물었다. 다정이가 멋쩍게 웃으며 나를 다시 안았다. “사실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기보단, 그 애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좋아한 것 같아. 그 설레고 간질간질한 마음 말이야.” 다정이가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사랑은 모르겠지만, 다정이가 한 말만큼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해.” 내가 말했다. 하고 많은 사랑 중에,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나도 찾을 수 있을까? 소설에서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사랑해.” 다정이가 내 등을 토닥토닥해 주었다. 다정이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꼭 이렇게 다짐하는 것만 같다.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 [202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김마딘

    [2022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나의 우주에게(Dear My Universe)/김마딘

    ■등장인물  유성  남자. 35세. 다소 건조한 언어 습관을 지니고 있다. 해미  여자. 35세. 선배   천문학도   친구 *선배, 천문학도, 친구는 일인 다역이 가능하다. 무대 해미가 사는 지구, 유성이 모험하는 우주. 특정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해미의 지구와 유성의 우주가 적절히 섞여야 한다. 시간 가까운 미래. 1장 갤러리. 해미, 꼿꼿한 자세로 손을 배꼽 근처에 모으고 서 있다. 선배가 그런 해미를 지켜보고 있다. 해미와 선배는 단정한 근무복 차림이다. 해미 안녕하십니까! 선배 음…. 우주의 어딘가를 모험하고 있는 유성, 등장한다. 선배 다시. 유성, 허공에 드래그1)한다. 유성 해미. 해미 안녕하십니까. 선배 잘 좀 해봐. 해미 안녕하십니까. 유성 해미야. 해미 어! 잠깐만…. 선배 해미씨! 정신! 잠깐은 무슨. 해미 아, 네. 유성 알았어.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선배 자세 무너진다. 유성 (드래그하며) 녹음. 해미 죄송합니다. 유성 바쁜가 보네. 선배 허리! 손은 배꼽 아래로 내리지 말고. 해미 네. 유성 열심히 산다는 증거겠지? 선배 이렇게 인사까지 교육해 주는 선배 없다. 유성 편할 때 연락해…. 해미 감사합니다. 선배 기본적으로 예의가 중요한 거 알지? 거기다 우린 보러 오는 사람들 수준이 있잖아. 유성 우린 어제도 연락하고…. 해미 아… 네. 선배 근데 혹시…. 유성 어제의 어제도 연락하고…. 선배 남자친구 있어? 해미 어…. 유성 목소리는 선명한데, 요샌 네 얼굴이 잘 안 그려져. 너도 그래? 선배 그냥 궁금해서. 해미 …있습니다. 유성 갑자기 너무 감상에 젖었나? 결론은! 연락해. (드래그하며) 전송. 선배 (사이) 그래? 아쉽네…. 음… 잠깐 쉬자. 해미 네! 선배, 퇴장한다.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지금 막 녹음 남겼는데. 해미 아, 그래? 정신이 없었어…. 유성 괜찮아. 해미 … 갤러리에 일 구했어! 유성 갤러리? 해미 응, 그냥 작게 전시…. 유성 전시? 해미 아… 응. 유성 곧 네 그림도 걸리겠네. 해미 어… 오늘은 뭐 했어? 유성 나야 매일 똑같지. 해미 그니까 뭐 하셨냐구요. 유성 일지 쓰고, 밥 먹고, 간간이 멈춰 있을 땐 관측도 하고. 해미 목적지는? 유성 아직.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구. 해미 너무… 막연한 거 아니야? 유성 새삼스럽게 왜 이래. 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해미 춥진 않고? 유성 알잖아, 추울 일이 없어. 지금도 셔츠 하나 입은 게 끝이야. 해미 여긴 추운데. 뭔 우주선이 그리 좋냐! 유성 그러게. 사이. 해미 진짜, 갑자기, 그냥 궁금한 건데, 찾고 있는 그거… 얼마짜리야? 유성 응? 해미 가치가 있는 거냐고. 사이. 유성 … 이해 안 되지? 해미 아니야, 그래도 네 일인데. 유성 솔직히 말해도 돼. 해미 … 진짜 솔직히 말한다? 유성 나도 그걸 원해. 해미 모래 찾으러 육년째 돌아다니는 거… 이해 안 돼. 유성 나도 어쩔 땐 그래. 해미 이제 좀 힘들지? 유성 지금도 설레. 해미 아, 설레? 유성 말했잖아. 처음 보는 모래였어, 성분이 뭔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지구에선 본 적도 없는. 사실 ‘모래’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미안할 정도야. 그게 모래인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거든. 해미 쓸모없이 생겼나 보네? 사이. 유성 … 화났어? 해미 아니야…. 뉴스에서 널 종종 봐, 물론 옛날 모습이지만. ‘우주로 떠난 젊은 남자’라는 타이틀이 계속 올라와. 떠난 지 육년이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널 추앙해 주더라. 너, 다른 일 해볼 생각은 없어? 이 정도 관심이면 네가 콧노래만 불러도 빌보드 일등일 거야. 유성 나 노래 못해. 해미 말이 그렇단 거지. 어쨌든… 좀 맹목적인 느낌이야. 사실 사람들은 네가 뭘 하는지 제대로 모르잖아. 네가 고작 모래 찾으러 갔다는 걸 알아도 사람들이 좋아할까? 유성 우주의 구성단위를 연구하는 것도 내가 할 일 중 하나야. 해미 어째 부업이 더 그럴싸해 보인다. 사이. 유성 무슨 얘기 해볼까? 해미 음…. 유성 … 할 말이 점점 없어지네. 해미 할 말이 남아 있는 게 이상하지. 유성 그건 그래. 해미 아, 동창회를 갔었는데, 이제 막 결혼한 애들이 자기 남편 지방으로 출장 갔다고 징징거릴 때마다 웃음밖에 안 나오더라. 유성 가소로웠겠네. 사이. 해미 넌 왜 날 선택한 거야? 유성 응? 해미 한 번은 물어보고 싶었어. 유성 오늘은 질문들이… 평소랑 다른 거 같네. 해미 대답해 줘. 한 명만 선택할 수 있었잖아. 유성 그러니까 널 선택했지. 해미 어머니도 계시고, 아버지도 계시고, 동생도 있는데? 유성 가족보단 너랑 정신을 연결하는 게 좋을 것 같단 결론이 떨어졌거든. 해미 고마워해야 할 포인트인가? 유성 내가 고마워해야지. 해미 그럼 너희들 말로, 그런 결론을 도출하도록 만든 전제는 뭔데? 유성 에이, 그래도 넌 내 여자친군데…. 해미 솔직하게 말하세요, 아저씨. 유성 … 오해하지 말고 들어. 해미 우리 사이에 오해는 무슨 오해야. 유성 넌 가족이 아니니까. 사이. 유성 너 지금 오해했지? 해미 어… 아니. 유성 목소리가 딱 오해한 목소린데. 해미 … 무슨 뜻이야? 유성 말 그대로. 엄마, 아빠, 동생은 우주가 반으로 쪼개져도 가족이잖아. 해미 …. 유성 해미야? 해미 난? 유성 넌 언제든 남이 될 수도 있잖아. 해미 …. 유성 섭섭해? 해미 그럴 리가. 유성 다행이네. 해미 가봐야겠다. 쉬는 시간 끝났어. 유성 쉬는 시간이 신기하네. 누가 보면 내 얘기 끝나길 기다린 줄 알겠다. 해미 …. 유성 해미야, 걱정하지 마. 해미 (드래그하며) 종료. 해미, 퇴장한다. 침묵.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녹음. 지금 너무 멀리 와 있어. 지구는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야. 그런데도 한 번씩 잠에서 깨. 이상한 중력이 느껴질 때가 있거든. 지구가 날 부르고 있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 그건 아마 너일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 말도 안 되지? 그럴 때마다 창밖으로 보이는 별들에 집중하는 편이야. 좀 낯간지럽네. 그냥… 그렇다고. (드래그하며) 전송. 유성, 퇴장한다. 2장 거리. 저녁의 가로등 불빛 아래로 해미, 등장한다. 천문학도, 해미의 반대편에서 등장한다. 천문학도 손… 해미씨? 해미 … 아, 네. 천문학도 전 그… 학생인데…. 해미 그래서요? 천문학도 몇 가지 질문을 좀 드릴 수 있나 해서요. 해미 아… 조상님들 잘 지내십니다. 천문학도 아니요! 아니요! 한유성 박사님, 아시죠? 사이. 해미 아니요. 모르는데요. 천문학도 아, 모르시는구나. 해미 네, 수고하세요. 천문학도 티비에 그렇게 많이 나오셨는데 모르시는구나. 사이. 천문학도 간단한 질문입니다. 해미 네? 천문학도 통신이 가능한 거죠? 해미 무슨…. 천문학도 박사님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가족분들도 답을 안 주시고. 해미 어… 제가 좀 바빠서…. 천문학도 그래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면서 정보를 긁어 모았습니다. 해미 이해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으시네요. 천문학도 어떤 여자가 한유성 박사님과 이어져 있다는 소식까지 들었고요. 해미 …. 천문학도 정말 다른 게 아니고, 인터뷰만요. 궁금한 게 많습니다. 해미 왜 사람들이 걔한테 집착하는 거예요? 천문학도 상상하고 인식할 수 있는 범위, 그 밖에 있는 분이잖아요. 홀몸으로 우주에 나간다는 게 쉬운 선택도 아니고. 해미 유성이가 정확히 뭘 하는지 알아요? 천문학도 그분의 세계를 어떻게 저 같은 학생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 해미 생각보다 초라할걸요. 천문학도 그럴 리가요. 지구보다 더 큰 가치가 있으니까 떠나셨겠죠. 해미 (사이) 인터뷰, 해봅시다. 도대체 뭘 상상하는진 모르겠지만. 천문학도 정말요? 저 앞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알려주세요,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 천문학도, 퇴장한다.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녹음 수신… 삭제. 암전. 3장 한적한 카페. 해미와 천문학도, 마주 보고 앉아있다. 천문학도 일단 감사하다는 말씀부터…. 해미 아, 네. 사이. 천문학도 전 한유성 박사님을 존경합니다. 해미 아… 예. 그건 잘 알았어요. 천문학도 아, 그렇군요. 해미 왜 그런 거에 목숨을 걸어요? 천문학도 네? 해미 뭐… 우주라든가, 별이라든가. 천문학도 멋지잖아요. 해미 아… 멋. 천문학도 무슨 일을 하시죠? 해미 저요? 그림 관련된…. 천문학도 아, 예술을 하시는군요. 해미 네, 뭐, 예, 엇비슷하게. 천문학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제가 공부하는 분야도. 해미 언제까지 거기에 목숨 걸 수는 없지 않을까요? 일도 좀 하고, 돈도 좀 벌어야 할 텐데. 천문학도 아… 조언 새겨듣겠습니다. 그래서! 한유성 박사님은…. 해미 새겨들은 거 맞죠? 천문학도 네. 박사님은 어쩌다가 우주로 나가게 되셨죠? 해미 할 일이 없었나 봐요. 천문학도 어… 그러면 한유성 박사님은 왜 지구를 떠나신 거죠? 일종의 문제의식이라던가…. 해미 말만 바뀌었지, 방금 하셨던 질문이랑 뭐가 다르죠? 천문학도 …. 해미 진짜 유성이를 존경해요? 천문학도 네. 해미 걔에 대해 잘 모른다고 하셨죠? 천문학도 논문은 많이 읽어 봤습니다. 해미 제가 진짜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걔는 일상생활이 안 되는 애예요. 현실감각이 없는 애라고요. 천문학도 예술을 하신다 했죠? 해미 왜요? 천문학도 전 잘 몰라서요. 해미 아. 천문학도 그니까… 제 눈엔 그쪽도 썩 현실감 있어 보이진 않아요. 해미 …. 천문학도 그냥 각자 집중하는 게 다른 거죠. 해미 … 아, 그렇죠. 천문학도 부탁합니다. 사이.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등장한다. 천문학도 설마 연락을 취하신 건가요? 유성 응. 해미 어, 나 지금 어떤 학생을 만났어. 너랑 비슷한 거 공부한다는데… 좀 이상해. 유성 괜찮겠어? 천문학도 박사님, 저는! 해미 그래봤자 들리지도 않아요. 제가 무슨 전화기도 아니고. 천문학도 아. 유성 사람들이 아는 거 싫어했잖아. 해미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너 팬이래. 원래 너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좀 특이하잖아. 유성 칭찬으로 들을게. 해미 뭐 물어볼까요? 천문학도 어… 잠시만요. 왜 우주에 나가셨는지요! 해미 거기까지 간 이유 좀 알려 달래. 유성 고등학생이야? 해미 그건 왜? 유성 어렵게 대답해도 돼? 해미 어려 보이진 않는데…. 천문학도 저 대학교 일학년…. 유성 아, 그래? 해미 그래도 쉽게. 전달하기 힘들어. 천문학도 뭐라 하십니까! 해미 기다려봐요. 천문학도 알겠습니다…. 유성 어… 모든 별엔 중력이 존재해.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단 거야. 하지만 왜 서로 부딪치지 않는 걸까, 생각해 본 적 있어? 해미 아니. 유성 그보다 더한 각자만의 움직임이 있어서야. 서로 간의 끌림마저 덮어버리는 회전운동처럼. 별들은 자기만의 궤도가 있고, 그걸 서로가 알고, 덕분에 각자의 영역을 지켜낼 수 있는 거지. 해미 음… 그럼 절대 안 부딪치는 거야? 유성 꼭 그런 건 아닌데… 좀 어렵나? 해미 거리를 둔다는 거잖아. 유성 뭐… 그치. 나름 신이 만든 초기 세팅 값이랄까? 해미 신도 믿어? 유성 아직 못 밝혀낸 게 산더미라 믿진 않아도 부정할 순 없지. 해미 예상 밖이네. 유성 ‘회전운동’이라는 전제가 무너지면 그 아래 딸린 모든 게 무너지잖아. 해미 근데? 유성 신기하더라. 해미 응? 유성 회전운동을 멈추고 서로를 끌어당기다가 충돌해버린 별이 나타났거든.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내가 말한 모래가 생겨났는데, 이게 지금 온 우주를 떠돌고 있어. 난 그걸 찾고 싶고. 사이. 해미 사명감이라든가 명예라든가… 그런 건…. 유성 그런 게 의미가 있나? 고밀도의 기체 속에서 나타난 모래 알갱이들, 아름답지 않아? 천문학도 어떤 답이…. 해미 우주에서 가장 사소하고 쓸모없는 걸 찾으러 갔답니다. 천문학도 오! 시적인 답변이군요. 유성 전달했어? 해미 …. 천문학도 그러면 두 번째 질문! 박사님은 언제쯤 돌아오시나요? 사이. 유성 해미야? 천문학도 저기…. 해미 아, 네. 천문학도 언제쯤 돌아오시는지…. 해미 너, 언제쯤 와? 유성 아마…. 해미 아냐! 말하지 마. 유성 … 알겠어. 천문학도 언제쯤…. 사이. 해미 … 오긴 와? 유성 변덕은 여전하네. 말할까, 말하지 말까? 해미 어…. 유성 … 안 돌아갈 수도 있어. 사이. 천문학도 저기요? 유성 물론 돌아갈 수도 있겠지. 해미 너 지금 그게…. 유성 확정은 아니야. 모든 걸 확신할 순 없으니까. 해미 몇 퍼센트 가능성이 있다! 그런 것도 없어? 유성 퍼센트를 너무 믿지 마. 확률은 항상 오류를 범해. 단지 나한테 두 가지 보기가 있음을 알려주는 거야. 돌아가는 것과 돌아가지 않는 것. 해미 …. 천문학도 혹시 무슨 말씀을…. 해미 왜 그런 질문을 해요? 질문을 준비라도 해오시던가요! 유성 대답이 됐어? 천문학도 아… 죄송합니다. 해미 죄송하면 앞으로 찾아오지 마세요. 유성 옆에 계신 분한테도 좋은 말 많이 해줘. 천문학도 그럼 연락처라도…. 유성 미래엔 나 대신 여기에 있을 수도 있잖아. 해미 본인이 우주로 가든 뭘 하든, 전 관심 없어요. 근데… 본인 욕심 채우자고 고통스럽게 기다리는 사람 파헤치고 다니진 마세요. 그거 되게… 이기적인 거잖아요. 천문학도 … 네. 죄송했습니다. 천문학도, 퇴장한다. 사이. 유성 왜 말이 없어? 해미 이제 점점 짜증이 나. 유성 화났어? 해미 연결을 아예 끊어버리고 싶어. 유성 (사이) 나도 힘들어. 해미 퍽도 그러시겠어요, 박사님. 유성 그거 알아? 지구에 있는 인간보다, 나뭇잎보다, 사막의 모래보다 별의 숫자가 더 많아.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해미 어쩌라는 건데? 신기하다고 놀라줄까? 유성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단 거야. 해미 넌 희소성도 없는 별들 사이에서 그것보다 더 쓸모없는 알갱이를 찾는 거네? 유성 … 그래, 맞아. 해미 누가 너한테 그런 거 찾으라디? 누가 너 위인전에 올려준대? 유성 그런 건 바란 적 없어…. 그냥 살면서 하나쯤 이루고 싶은 게 있는 거잖아. 해미 유성아, 현실적으로 생각해. 유성 충분히 현실적이야. 해미 난 안중에도 없어? 유성 네가 제일 소중하지. 해미 거짓말 작작해. 사이. 유성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너한테 상처 주려는 건 아니야. 잠시… 각자가 지나온 궤적을 돌아보잔 뜻이야. 해미 기다려. 유성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유성, 퇴장한다. 해미 유성 아, 유성아. 4장 공항. 친구,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등장한다. 친구 야! 해미 어! 사이. 친구 뭔 일이야? 해미 응? 친구 거울 좀 봐라, 네 표정이 어떤지. 해미 아냐! 오늘은 너만 신경 써. 친구 야, 가방 가지고 타는 건 안 되냐? 좀 불안한데. 해미 비행기 처음 타보냐? 친구 어…. 해미 사람들은 네 가방에 관심도 없어. 친구 하루이틀 가는 거면 말을 안 하겠는데…. 해미 걱정 마시라고요! 친구 …그래도 진짜 고맙다. 와줄 줄은 몰랐어. 해미 아니야. 너 미친 건 내가 예전부터 알고 있었잖아. 친구 그래, 나 미쳤다. 해미 어디로 가? 친구 태국부터 시작하려고. 해미 최종 목적지가 어디야? 친구 안 정했어. 그냥 세계를 돌 거야. 해미 밥은 먹었니? 친구 아니, 안 넘어갈 거 같아. 해미 선경이는? 친구 회사에 있겠지. 해미 놔두고 가도 되겠어? 친구 방법 있냐? 해미 욕 엄청 먹었을 거 같은데. 친구 주위에서 무진장 욕하더라, 멀쩡한 와이프를 집에 혼자 두고 어딜 쏘다니냐면서. 해미 틀린 말도 아니네. 너도 나이가 이제 서른다섯이야. 친구 해미야, 너한테까지 잔소리 들으려고 부른 거 아니야. 사이. 친구 난 가야겠어. 진짜 마지막 기회 같아. 해미 가든지 말든지. 친구 그래서… 너한테 부탁이 있어. 해미 뭔데? 친구 선경이 좀 챙겨줘. 해미 너 진짜 미친놈이니? 친구 이해가 안 되지? 그래도 너희 둘만 한 친구가 없잖아. 해미 내 주변엔 정상이 없는 거 같아. 친구 결혼하고 알았어, 내가 집구석에 붙어 있을 수 없다는 걸. 해미 와… 말하는 거 진짜 이기적이다. 친구 어제 걔도 나한테 그러더라. 자기도 사업하면서 나까지 신경 쓰긴 힘들 거 같대. 해미 그걸 믿어? 옆에서 도와줄 생각은 안 해봤어? 친구 해미야, 난 일상생활이 안 될 정도야. 가본 적도 없는 외국의 도시 풍경이 꿈에도 나온다니까. 해미 가관이다, 정말. 친구 가족을 버리는 건 아니야. 해미 너 그거 합리화다. 친구 선경이랑 밤새 술을 같이 마셨어. 그때 알겠더라, 내가 걔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해미 네 말에서 논리라곤 찾아볼 수가 없네. 친구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달라. 난 와이프를 그리워하고 걔도 날 그리워하고, 차라리 그게 제일 아름다운 형태 같아. 해미 포기하는 것도 있어야지. 친구 왜? 사이. 해미 그건… 보고 싶지는 않겠어? 친구 보고 싶겠지. 근데… 난 알아. 그런 순간적인 마음에 휩쓸려서 얼굴 봐봤자… 할 말이 없어. 해미 그게 와이프 사랑한다는 놈이 할 소리냐. 친구 야, 원래 그럴수록 할 말이 없는 거야. 해미 진짜 너희 전부 다 이해할 수가 없다. 친구 이해를 바라진 않아. 그래서… 내 부탁은? 해미 하… 생각은 해볼게. 네가 내 남편이었으면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라도 끌고 왔을 거야. 친구 다행히도 아니네. 친구, 주먹을 내민다. 친구 안 쳐? 팔 아파. 해미 나쁜 새끼. 해미, 주먹을 툭, 가져다 댄다. 친구 뭐라 생각해도 좋아. 나… 간다. 친구, 퇴장한다. 긴 침묵. 해미, 허공에 드래그한다. 해미 유성. 유성, 등장한다. 유성 어떤 생각을 했어? 해미 떠나지 않는 내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내 주위를 떠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고민하게 되더라. 유성 둘 다 이상하진 않지. 해미 넌 지구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어? 유성 멀리. 해미 정확히 얼마만큼. 유성 계속 이동 중이야. 너랑 말하고 있는 지금도 점점 멀어지고 있어. 해미 네가 만약 다른 세상에 있는 거라면, 나는 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성 …. 해미 넌 있는 거야? 사이. 유성 “넌 있는 거야?” 뭔가 말이 어렵게 들리네. 해미 돌려 말할 생각은 없었는데. 유성 지금 나랑 너랑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잖아. 이보다 더한 증명이 필요한가? 해미 난 네 목소리만 듣잖아. 이젠 네가 있는지 없는지도 헷갈려. 어떻게 생각해? 유성 어느 정도 공감해. 해미 이해하려고 노력도 해봤어. 근데 내가 널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을까. 넌 항상 참으라는 듯이 말하잖아. 우주의 원리, 별의 규칙 같은 이상한 소리나 늘어놓고. 기억은 나? 어떤 생각이 드냐면, 넌 이제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 존재 같아. 유성 … 그런 결론에 도달한 이유가 뭘까? 해미 뉴스나 주변 사람들 말로는, 이젠 네가 탄 우주선의 속도와 위치를 가늠할 수가 없대. 솔직히 어떤 면에선 신기하고 위대하다고도 느꼈어. 근데 이런 생각은 하게 되더라. ‘그럼 넌 다른 시공간에 있다는 건가?’ ‘하루에도 몇십 광년을 이동하는 네가, 나랑 똑같은 시간 개념을 공유한다고 말할 수 있나?’ 좀… 무서워. 사이. 유성 의외다. 지금 네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한 가설이네. 그래도 주변을 너무 믿진 마. 걔들도 잘 몰라. 본인들의 상상 밖이라고 해서 다른 세상이니 뭐니 소설 쓰는 거? 그냥 우스워. 결과만 생각해. 지금 너랑 나랑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거. 해미 내가 너랑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유성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마. 해미 그래! 너 말 잘했다. … 너 지금 무섭지? 사이. 해미 혹시라도 못 돌아올까 봐. 유성 재밌네. 해미 정말 미안한데… 이제 힘들어. 유성 넌 다 잘하는 애잖아. 능력도 있고. 해미 봐. 넌 나에 대해 아는 게 없어. 현실이 어떤지도 모르고. 유성 나도 가끔 현실이 버거울 때가 있어, 너만큼. 사이. 유성 그래, 네가 보기엔 내가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예전의 지식으론 나처럼 우주를 여행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원래 인간이란 거 자체가 본인이 이해할 수 없으면 틀리거나 다른 존재인 걸로 규정해버리잖아. 해미 누가 그런 거 가르쳐 달래? 유성 하지만 언제까지 예전에 멈춰 있을 순 없지 않겠어? 해미 그래서 네가 뭘 찾았는데. 뭐가 보이긴 해? 유성 사실 답은 안 보여. 여긴 너무 넓고 공허하거든. 그런 막막함을 안고서라도 내가 할 일은, 뭔가를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겠지. 그리고 그 앞에 네가 있을지 내가 찾던 모래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해미 (드래그하며) 연결 종료. 해미, 퇴장한다. 유성 그래도 딱 하나 믿어줬으면 하는 건, 내 모든 선택의 대전제는 언제나 널 포함하고 있다는 거야. 암전. 5장 일 년 후. 다시 갤러리. 해미와 선배가 마주하고 있다. 선배 그땐… 미안했다. 원래 예절을 교육한다는 게…. 해미 아, 이해합니다! 예전엔 저도 답답하게 일했는데요, 뭐. 선배 뭐… 그래. 그림은 원래 계속 그렸던 거야? 해미 아, 네. 여기서 제 그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선배 갑자기 그만두더니… 이렇게 돌아왔네. 일년 만에. 사람 인연이 참…. 유성, 등장한다. 선배 그림… 아름답더라. 우주를 가본 사람 같달까? 해미 아… 감사합니다. 선배 여기서만 전시하긴 아까워. 해미 여기도 과분해요. 선배 작가님이라 불러야 하나? 해미 부담스럽습니다. 우연히 좋은 기회를 잡은 거뿐인데요, 뭐. 선배 (사이) 괜찮으면… 오늘 밥이라도 먹을래? 해미, 유성을 보고 얼어붙는다. 선배 싫어? 해미 (사이) 사람이란 건 참 안 바뀌나 봐요. 선배 나쁜 뜻은 아니었는데. 해미 먹어요, 밥. 선배 진짜? 맛있는 거 먹자. 좋은 곳으로 알아 놓을게. 선배, 재빨리 퇴장한다.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해미야. 긴 사이. 유성 내가 원하던 반응이 아닌데? 방금 나간 분은… 새로운 인연인가? 해미 … 손은 왜 움직이는 거야? 유성 아직은 이게 익숙하달까? 아니! 반응이 어떻게 이래? 뭔가 드라마틱한 반응을 원했는데. 해미 그니까… 나도 내가 왜 이럴까 생각 중이야. 차분해지네. 유성 사실 나도… 엄청 고요해. 아직도 우주에 있는 것 같아. 사이. 유성 그래서 결론은! 잘 지냈어? 사이. 해미 내가 연결을 왜 끊었냐면! 유성 괜찮아. 이해해. 해미 (사이) 돌아왔네. 유성 찾았거든. 해미 아, 그… 모래? 유성 응. 해미 어땠어? 유성 반가웠지. 해미 돌아왔단 소식은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뉴스에서도. 유성 몰래 왔어. 모래는 찾았는데, 모래의 의미를 못 찾았거든. 날 기다려준 사람들이 이해할 만한 의미. 해미 힘들겠네. 유성 힘들긴. 난 오히려 좋아. 해미 왜? 유성 신비로움. 해미 응? 유성 의미를 못 찾아야 내가 다시 우주로 가지. 해미 의미를 찾는 과정이 너한텐 의미인 건가? 유성 신비로움, 그 자체가 의미인 거지. 해미 참… 끝까지 이해를 못 하겠다. 그러면 거기 계속 있지, 왜 왔어? 유성 널 보러, 마지막으로. 사이. 유성 지금 상황에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는데,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해미 나도 마찬가지야. 유성 이젠 네 근처를 맴돌지 않을 생각이야. 더 멀리 가게. 해미 나도 널 끌어들이지 않을 생각이야. 유성 여기선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우주가 편하게 느껴질 정도야. 중력도 아직 적응이 안 돼. 땅바닥은 날 계속 끌어당기는데, 내 몸은 붕 떠서 어딘가로 날아가려고 하거든. 해미 솔직히 나도… 별자리나 행성, 이런 거 관심 없었다. 유성 알아. 그래도 막상 들으니까 섭섭하네. 해미 너도 내 그림엔 관심 없었잖아. 유성 … 들켰네. (사이) 마지막으로 우주 이야기 좀 들려주려 했는데! 해미 남자들 군대 얘기보다 재미없어. 유성 나 군대 안 갔잖아. 해미 아! 사이. 유성 … 잘 가! 해미 … 너도! 해미, 퇴장한다. 에필로그 우주로 향하는 길. 유성, 모래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낸다.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녹음. 연결은 끊어졌지만, 마지막 편지를 남겨볼까 해. 불가능한 게 가능해질 수도 있으니까…. 너무 미련한가? 이 모래의 발견이 나한텐 생명의 탄생보다 경이로운 순간이었어. 근데 넌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뭔가 의미가 부여된다면 네가 날 기다렸던 모든 순간에도 가치가 생기는 걸까? 오히려 무의미가 너한텐 의미일 수도 있겠더라. 신비로움이 날 다시 우주로 떠나게 하는 것처럼, 이 모래의 무의미는 네가 택한 현실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줄 거야. 난 이기적이었어. 널 두고 떠난 만큼 빈손으로 돌아가기 싫었거든. 그리움을 발판 삼아 하루에도 수십 광년을 도망쳤거든. 그래도 난 다시 우주로 갈 거야. 이번에도 넌 이해하기 힘든, 목적지 없는 여행일지도 몰라. 우린 너무 다르고, 이걸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어. 다만 한 가지,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단 거야. 네가 나에겐 버팀목이자 동력이었던 것처럼, 나의 한 부분이 너의 작품에 아름다운 영감이 되기를 기도할게. 유성, 허공에 드래그한다. 유성 전송. 막. 1)이 작품에서 ‘드래그’는 상대방과의 정신 연결을 위한 일종의 수신호다.
  • 범띠★ 기대해… 올해 시상대는 내가 예약해

    범띠★ 기대해… 올해 시상대는 내가 예약해

    2022년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가 밝았다. 한창나이인 만 24세(1998년생) 스포츠 선수들은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고, 유종의 미를 꿈꾸는 만 36세(1986년생) 선수들은 베테랑의 관록으로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프로야구에서는 지난해 타율 0.360으로 아버지 이종범(52)과 함께 세계 최초로 부자(父子) 타격왕에 오른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가 호랑이띠를 대표하는 스타다. 벌써 프로 6년 차지만 여전히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어 올해도 활약이 기대된다. 지난해 평균 시속 152㎞의 빠른 공을 무기로 30세이브를 거둔 고우석(24·LG 트윈스)은 “좋은 공을 시즌 끝날 때까지 유지하면서 던지는 게 목표”라고 올해 활약을 예고했다. 이승헌(24·롯데 자이언츠), 박치국(24·두산 베어스)도 호랑이의 해에 발톱을 드러낼 선수로 주목받는다. 키움에서 KT 위즈로 옮긴 박병호(36)를 비롯해 오재일(36), 이원석(36·이상 삼성 라이온즈)도 지난해 못 이룬 우승을 꿈꾼다. 두산 좌완 역대 최다 101승의 주인공 유희관(36) 역시 두산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인 109승을 넘는 게 목표다.축구에서는 지난해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설영우(24·울산 현대)가 번번이 2인자에 그친 울산의 한을 풀지 주목된다. 여기에 지난 시즌 막판 한국으로 복귀한 이승우(24·수원 FC)도 안정된 환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수원이 K리그1 복귀 첫해부터 5위를 차지한 만큼 이승우가 맹활약한다면 더 높은 순위를 꿈꿀 수 있다.농구에서는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24·청주 KB)가 “검은 호랑이는 바로 나의 해”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친다. 이번 시즌 팀도 압도적인 1위고 박지수도 각종 지표에서 개인 1위를 달린다. 남자 농구에선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정호영(24·원주 DB), 김준환(24·수원 KT)이 최근 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이름을 알릴 준비를 마쳤다.배구에서는 베테랑 신영석(36·한국전력)이 이번 시즌 올스타 팬투표에서 남자부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뽐냈다. 신영석은 블로킹 전체 2위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현대캐피탈에서는 젊은 피 허수봉(24)과 베테랑 문성민(36) 두 호랑이의 조합이 만만치 않다.쇼트트랙 최민정(24·성남시청)은 다음달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금빛 질주를 꿈꾼다. 평창올림픽 여자 1500m와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은 이번에도 개인전과 단체전에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민정은 “평창 땐 처음 올림픽에 출전했던 거라 긴장도 많이 했고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베이징은 두 번째니까 경험을 살려서 경기에 임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준비는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바둑계에서는 지난해 말 여자기성전과 여자국수전을 제패한 오유진(24) 9단과 난설헌배 초대 우승자인 조승아(24) 5단이 호랑이의 해를 맞아 포효할 준비를 마쳤다.
  • ‘12연승 vs 14연패’… 역대급 양극화 女배구

    프로배구가 반환점을 돌아 4라운드로 진입한 가운데 여자부에서는 상위권과 하위권 팀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상위권 팀들은 밥 먹듯 연승을 반복하는 반면, 하위권 팀들은 연패를 거듭하며 불명예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독주하는 현대건설은 신기록을 작성했다. 현대건설은 남녀 배구를 통틀어 전반기 최다 승점 신기록을 작성했다. 현대건설은 전반기 18경기를 치르며 17경기에서 승리를 거둬 51점을 쌓았다. 또 전반기 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획득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대건설은 전반기에 12연승을 달성하며 최강의 면모를 보였다. 4라운드 첫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GS칼텍스를 꺾고 6연승을 달리며 다시 연승 행진에 불을 지피고 있다. 2위 한국도로공사는 현대건설이 아쉽게 실패한 리그 역대 최다 연승(15연승)에 도전한다. 2라운드 초반까지 4승 4패로 5위에 머물던 도로공사는 어느새 11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구단 최다 연승인 10연승을 기록한 도로공사는 4라운드에서 IBK기업은행을 3-0으로 꺾으며 매번 구단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반면 하위권 팀들은 새해에도 답답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올 시즌 최하위에 처진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셧아웃 패배를 당하며 연패 기록을 ‘14’로 늘렸다. 이는 여자부 역대 정규시즌 최다 연패 공동 3위에 해당한다. 현재 리그 최다 연패 기록은 2012~13시즌 KGC인삼공사가 달성한 20연패다. 올 시즌 전혀 답이 보이지 않는 페퍼저축은행이 불명예 기록을 깰 가능성이 크다. 전반기에 유일하게 이겼던 기업은행마저 최근 달라진 분위기와 경기력을 보이면서 리그 운영이 더욱 쉽지 않아졌다. 6위 기업은행은 올 시즌 두 번의 불명예 기록을 쓸 위기에 처했다. 기업은행은 전반기에 개막전부터 내리 7연패를 당하며 창단 후 최다 연패를 기록했다. 최근 김호철 감독이 새로 부임해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지만, 다시 6연패에 빠지며 불과 한 달여 만에 구단 최다 연패 타이기록에 근접했다.
  • 칼럼으로 한국 민주화 알린 지명관 前교수 별세

    칼럼으로 한국 민주화 알린 지명관 前교수 별세

    일본에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쓰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전 세계에 알렸던 지명관 전 한림대 석좌교수가 지난 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98세. 1924년 평안북도 정주 출신인 지 전 교수는 1947년 월남해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에서 종교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인은 1970년부터 ‘사상계’ 주간을 지내며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약 20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고인은 도쿄여자대학 교수로 9년간 재직하며 일본의 진보 성향 월간지 ‘세카이’(세계)에 ‘TK생’(TK生)이라는 필명으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15년간 연재했다. 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고인은 칼럼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군에 대해 “이건 군이 아니다. 폭도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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