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농구사랑 내가 최고”
‘은행 대전(大戰)’을 진두지휘하는 은행장들이 요즘 여자프로농구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여자농구단을 운영하는 은행은 국민, 우리, 신한 등 3곳으로 이들은 현재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도 양보 없는 영업전을 치르고 있다. 29일 현재 리그 순위에서 국민과 우리가 공동1위, 신한이 3위에 올라 팽팽한 ‘삼파전’을 이루고 있다. 행장들의 농구에 대한 애착도 유난히 강해 영업전이 농구 코트에 그대로 투영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농구로 가장 신바람이 난 곳은 신한은행이다. 지난해 고심 끝에 농구단 창단을 허락한 신상훈 행장은 최근 열린 상반기 업적평가대회에서 대회사의 절반 이상을 농구단의 선전을 칭찬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똑같은 선수들인데도 지난해 꼴찌에서 올해 선두권으로 180도 달라진 이유는 선수들의 기초체력 강화, 신바람을 탄 팀 분위기, 고참 전주원의 솔선수범”이라고 분석한 뒤 농구단의 선전을 은행 영업에 적절하게 비유했다. 지난 7일 개막전에서 우리은행을 누르자 임직원 4300여명이 서울시내 47개 술집에서 대대적인 ‘호프 데이’를 가질 정도로 신한은행은 요즘 농구에 푹 빠져있다. 1998년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던 ‘만능 스포츠맨’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비교적 느긋하다. 팀이 국가대표 선수들을 다수 보유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도 우승은 ‘떼논 당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행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두번만 더 우승하면 다섯번째 챔피언반지를 끼게 돼 우리가 최고의 명문 구단이 된다.”면서 “성적보다 선수들 부상이 더 신경쓰인다.”며 여유를 보였다. 역대 4회 우승을 일궜던 ‘전통의 강호’ 국민은행의 강정원 행장은 소문난 농구 마니아. 강 행장은 농구단 단장인 이성규 부행장으로부터 모든 경기 내용을 상세하게 보고받고 있으며, 감독이나 선수들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