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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자! 하자! 한방다이어트

    하자! 하자! 한방다이어트

    10살배기 여자아이들이 살이 쪘다며 투덜댄다.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면 체중조절을 이유로‘외톨이’를 자처하기도 한다. 요즘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다이어트의 기본은 ‘근육은 늘리고 체지방을 줄이는 것’. 무조건 굶은 게 아니라 하루 필요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내게 맞는 다이어트가 어떤 것인지 알아내기는 역시 어렵다. 체질에 따라 몸속과 겉을 함께 다스려 대표적인 건강 다이어트법으로 꼽히는 한방다이어트. 전문가 3인에게 제대로 된 다이어트법을 들어봤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생생한의원 서은경 원장 서은경 생생한의원 원장은 수분을 제한하면서 지방을 완전히 분해하고, 같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임금의 갈증을 다스리고 기력을 보강하는 궁중처방인 백비탕을 응용한 ‘백비다이어트’로 수분 공급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면서 체지방이 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지방은 물 108분자와 에너지 130분자로 나누어집니다. 지방이 제대로 분해되면 수분을 공급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수분은 늘 몸 속에 유지되고 있는 것이죠.” 쉽게 얘기하면 겨울잠을 자는 동물의 원리다. 동면하는 동물이 3∼4개월간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체력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잔뜩 저장된 체지방이 수분과 에너지로 분해되기 때문. 백비다이어트에 들어있는 인삼이 지방 분해를 돕고, 다이어트에 돌입한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식욕은 당귀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한달 동안은 백비다이어트를 진행하면서 백비클럽(www.100btang.com)을 통해 다이어트 방법이나 라이프 스타일이 바른 것인지 정보를 나누고 의지를 북돋운다. 서 원장은 살을 빼는 데 조급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적어도 한 달은 꾸준히 다이어트 일정에 따라 생활하고, 체중을 줄인 뒤 6개월간은 몸무게 변화를 지켜보도록 권했다.5∼10㎏이 빠져 몸이 가벼워지면 긴장감을 잃고 식사량이 늘어나 요요현상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김소형한의원 김소형 원장 김소형한의원(www.n-clinic.com)의 김소형 원장은 균형 잡힌 영양을 공급하고, 과다한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이 근본적인 다이어트라고 말한다.“식사량을 조절하면서 체질을 알고 마음을 다스리면 보다 효과적으로 살을 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체비만형이 많은 소음인은 스트레스를 잘 풀고, 소화기를 잘 관리해야 한다.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고, 운동과 간은 활동적인 일을 갖는 것이 좋다. 상체발달형의 소양인은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서늘한 음식을 즐기면서 상체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하다. 소화기능이 좋은 태음인은 기름진 음식과 자극적인 음식, 과식은 절대 주의한다. 활동량과 칼로리 소모가 많은 운동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태양인은 비만에 걸릴 확률이 거의 없지만 단전호흡이나 정신 수양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 균형 잡힌 식단은 한 끼 분량의 필수영양소가 들어있는 ‘본다이어트’로 조절할 수 있다. 보통 아침식사 이후 점심 양은 절반으로 줄이고, 저녁에 본다이어트 1포를 먹는다. 단기간에 체중조절을 하고 싶다면 아침, 저녁으로 본 다이어트를 먹는 것이 좋다. ●예가한의원 최승 원장 11년째 운동과 함께하는 한방다이어트를 전파하는 예가한의원의 최승 원장은 “다이어트는 기분 좋게 먹고, 기분 좋게 운동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비만환자들은 먹고 싶은 것을 참았다가 한꺼번에 식욕을 터뜨려 적정량 이상을 먹고 그동안의 다이어트를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괴감에 빠지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운동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무조건 음식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영양분을 적절히 분배하는 식단을 2∼3주 정도 유지하면서 음식조절을 한다. 최 원장의 비방을 그대로 녹인 ‘다이어트락’을 하루 한두 끼 정도 식사 대신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사상체질별로 성격과 습관, 비만에 이른 원인을 파악한 뒤 적절한 운동을 병행해 체지방과 근육의 비율을 맞추도록 권한다. 예컨대 비만이 적고, 근육형의 태양인은 요가를 통해 유연성을 키우는 식이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찌는 태음인은 열이 많아 허기를 쉽게 느끼낀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왕성한 식욕을 발휘해 과식을 할 수 있다. 식사량을 조절하면서 꾸준히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게 좋다. 소양인은 빠르게 먹는 음식 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고, 등산, 테니스 등 하체를 보강하는 운동을 추천한다. 기력이 약하고 하체비만형이 많은 소음인은 가볍게 지속할 수 있는 산책과 댄스, 비교적 하체에 힘이 덜 들어가는 수영도 좋다. 최 원장은 다이어트에 관한 한 스스로를 ‘한의사’보다는 ‘라이프스타일 코치’라고 부른다.“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꾸준히 운동하는 생활습관을 잡아주려고 노력합니다.” 홈페이지(www.dietlak.com 또는 www.dance4diet.com)에서는 다이어트 정보와 댄스 동영상을 볼 수 있다.
  • 핑크에 중독되다

    핑크에 중독되다

    사회학자들은 21세기를 여성의 시대, 혹은 핑크컬러 시대라고 말했다. 여성이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의미이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핑크컬러 시대는 아직 갈길이 멀다. 하지만 확실히 핑크 유행은 패션뿐 아니라 가전제품 등 젊은이들의 상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색으로 말하는 성공심리’(기노시타 요리코)에 따르면 핑크는 평화롭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색이다. 싸움 없는 평화로운 상황을 지향하거나, 무엇인가를 동경할 때 나타나는 이상적인 색이기도 하다. 불안정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반영하듯 패션계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인테리어, 전자제품까지 그 어느 때보다 핑크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커리어 여성들의 옷차림에서도 핑크는 더이상 금기의 색상이 아닐뿐 아니라, 개성적인 남성을 표현하는 더없이 매력적인 컬러로도 안착했다. ●패션의 메인 컬러, 핑크 보통 핑크는 여자아이와 여성의 패션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사하게 바꾸어주는 포인트 컬러로 활용된 색상. 올해는 이런 핑크가 주연으로 일어섰다. 셔츠, 재킷, 카디건 등 의류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지갑, 모자, 시계, 벨트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핑크의 변신은 눈부시다. 핑크 본연의 색을 담은 트루핑크, 연한 라이트핑크, 살짝 보라색과 결합한 퍼플핑크, 눈부신 핫핑크까지 다양한 색감으로 무장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우리나라의 컬러 트렌드 주기는 일반적으로 10년을 정점으로 순환하고 있다.”며 “지난 1998년 블랙·회색 등 무채색이 크게 인기를 끈 이후 점점 밝아지던 컬러가 올해에 핑크 컬러로 그 정점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남성과 여성에 공존하는 핑크 바비인형, 신데렐라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핑크. 하지만 요즘은 핑크 컬러 코디를 시도해도 좋을 만큼 남성복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여성들이 로맨틱한 데이트 상대로 꼽았던 ‘핑크 폴로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에 도전해도 눈치보이지 않을 절호의 기회다. 남성들의 핑크도 셔츠뿐만 아니라 핑크 카디건, 봄 스웨터, 재킷 등 다양한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특히 핑크컬러 타이는 너무 튀지 않게 핑크 코디를 소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인기가 높다. 로가디스 화이트라벨의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지난 가을·겨울부터 조금씩 사용돼 온 핑크는 올 봄 최절정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며 “상의를 핑크로 택하고 하얀색 바지나, 청바지와 함께 연출하면 세련된 코디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핑크 퍼레이드 가장 무난하게 핑크 무드를 소화할 수 있는 패션 소품과 액세서리에서 핑크 바람은 더욱 강하다. 빈폴 액세서리는 핑크로 중무장한 ‘핑크 라인’을 선보였다. 핑크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해피 피크닉’을 주제로 가방, 지갑, 모자, 헤어 액세서리 등 전 소품에 핑크 컬러를 사용했다. 프랑스 액세서리 아가타는 핑크를 중심 색상으로 한 파스텔 컬러의 귀고리, 목걸이, 브로치 등을 내놓아 핑크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 전자제품에도 핑크 무드가 흐르며 패션 액세서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삼보컴퓨터의 신제품 ‘에버라텍 4200’과 초소형 노트북 ‘에버라텍 1000’은 블루, 레드, 그린,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을 커버에 적용했다. 앞서 애플이 선보인 2세대 신형 아이팟미니도 핑크, 실버, 블루, 그린의 네 가지 색상으로 준비돼 패션 아이템의 느낌을 살린다. 소니코리아가 신제품으로 내놓은 목걸이형 이어폰 MDR-NQ1도 블랙, 실버의 기본 컬러뿐만 아니라 블루, 핑크 등 화사한 색상도 출시했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리뉴얼 마친 신세계백화점 미아점

    리뉴얼 마친 신세계백화점 미아점

    ‘작지만 강해요.’ 신세계백화점 서울 미아점이 지난달 18일 리뉴얼 공사를 끝내고 다시 태어났다.‘길음 뉴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단지에 속속 입주를 시작하는 등 서울 동북부 상권이 급속히 부각되고 있는데 힘입어, 아날로그 매장을 디지털 매장으로 탈바꿈시키고 상품 구색을 다양화하는 등 ‘강소(强小) 백화점’으로 새단장했다. ●가전제품·가구·의류등 구색 대폭 보강 장재영 미아점장은 “올 4월에만 인근 아파트 단지에 4000여가구가 새로 입주하는 등 앞으로 상권내 새 아파트 단지의 입주가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돼 상품 구색을 이들 신규 입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개편했다.”며 “다른 상권에 비해 30∼40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고려해 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춘 실속형 백화점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대대적으로 강화된 가전제품 매장. 이전까지 장소가 좁아 흉내내기에만 급급했던 가전제품 매장을 5층에서 6층으로 옮겨 혼수 가전부터 컴퓨터, 소형 기기 등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가전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브랜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필립스 등 국내외 대표적 가전 업체들이 대부분 입점해 있을 정도로 확대됐다. TV 제품을 쇼핑하기 위해 들렀다는 최형일(58·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씨는 “이전에는 가전제품 매장이 좁아 전시된 제품의 종류가 많지 않은 등 백화점으로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번 리뉴얼 공사로 가전제품 매장이 크게 넓어지고 상품 구색을 골고루 갖춰 쇼핑하기가 한결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가구와 홈패션 등 생활용품 브랜드를 대폭 늘려 ‘새집 꾸미기’ 수요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장인가구’와 ‘에이스‘,‘시몬스 침대’를 비롯해 소파 전문업체인 다우닝 등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최근 새로 건설되는 아파트들이 붙박이 형식의 시스템 가구(자신들의 취향에 따라 구성이 가능한 가구)를 선호하는 까닭에 시스템 가구 브랜드인 ‘한샘’을 입점시켰고, 앤티크풍의 고품격 가구 브랜드인 ‘렉스 디자인’도 내놓아 가구용품 매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다. 홈패션 브랜드도 많이 보강됐다.‘키스앤헉’‘마리끌레르’‘홈타임’ 등의 브랜드가 선보인 데 이어 고품격 침구 브랜드인 ‘아르페지오’를 내놓아 보다 다양한 홈패션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신부현(53·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씨는 “미아점이 강북 백화점 가운데 터줏대감이지만, 상품의 구색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시내 백화점을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분위기가 깔끔해지고 상품 종류가 다양화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눈에 띄게 화사·깔끔해졌어요” 이 지역의 소비자층이 30∼40대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감안해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패션의류 브랜드를 세분화했다.30대 전후의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캐주얼 라이프 스타일인 ‘헤지스’와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해 편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을 강조하는 ‘빈폴’ 매장을 새롭게 보강했다. 여기에 품위와 감성을 추구하는 유럽풍의 도회적 감각 브랜드인 ‘카운테스 마라’와 ‘피에르 가르뎅 캐주얼’ 등도 내놓아 남성 캐주얼 브랜드의 품격을 높였다. 집과 가까워 자주 찾는다는 이정신(48·여·서울시 성북구 동선동)씨는 “오래돼 칙칙하게 느껴졌던 백화점의 분위기가 화사하고 밝아진 게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며 “하지만 상품의 구성이 너무 젊은 층 위주로 전개돼 있어 우아한 맛이 떨어지는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젊은 층 위주 상품구성 옥에 티” 유아·아동 브랜드에도 ‘공’을 들였다. 요즘 젊은 부부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7∼13살 아이들을 위한 여자아이 전문 브랜드인 ‘리틀 브라이드’를 들여왔고, 로봇 캐릭터 시리즈 기본을 디자인해 친숙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R로봇’도 선보였다. 어린이들의 실용성과 활동성을 기본으로 한 ‘캔키즈’와 6개월∼6살 아이들을 위한 유아의류 전문 브랜드인 ‘레드기어’도 내놓았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쇼핑 정보·주변 명소 ‘컨시어지 데스크’에 문의하세요 미아점의 품격은 3층에 마련된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나온다.‘컨시어지’는 로마시대 ‘성문지기’에서 나온 말로 소비자가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되는 일종의 관문 서비스를 말한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지금까지 특급 호텔이나 강남 지역의 일부 백화점에서만 진행되던 것으로, 소비자가 문의하는 제반 사항에 대해 포괄적으로 심도 있게 응대해 문제를 해결해 준다. 앞으로는 소비자들의 쇼핑환경 전반뿐 아니라, 점포 주변의 문화까지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컨시어지 서비스는 ▲1대1 소비자 안내 ▲매장 안내 ▲행사 안내 ▲지리정보 제공 등이 주요 기능이다.1대1 소비자 안내는 VIP는 물론 노인·장애인·외국인 소비자 등 도움이 필요한 모든 소비자들의 요구를 1대1로 서비스한다. 매장 안내는 점포에 입점한 브랜드의 종류와 특징을 문의 소비자에게 안내할 뿐 아니라 명절이나 기념일 등 다양한 선물시즌에 선물 상담자의 역할을 해낸다. 행사 안내는 전단 행사나 신세계 다른 점포는 물론 롯데·현대백화점 등 동업계의 행사도 비교, 안내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쇼핑 정보를 제공한다. 지리정보 제공은 음식점·미용실·레저공간 등 점포 주변의 명소에 대한 안내와 연계, 교통편 등 영업과 관련이 없는 소비자 안내 기능을 맡는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새달1일 개봉 ‘아무도 모른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대한 일차적인 관심은 주연 배우 야기라 유야에 쏠린다. 열 네 살의 나이에 그것도 데뷔작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니 ‘도대체 얼마나 잘하길래’라는 호기심이 먼저 발동하는 건 당연하다. 심사위원장이었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제 기간동안 수많은 영화들을 봤지만 마지막까지 기억에 남는 건 아키라(극중 이름)의 표정뿐이었다.”고 했다지 않는가. 하지만 ‘신데렐라 보이’에 대한 관심이 영화 전반의 호감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스토리는 충격 그 자체지만 이를 담아내는 시선은 너무 담담해서 어떤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까지 느껴진다. 고통스럽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매혹적인 경험은 마치 그림형제의 ‘잔혹 동화’를 연상케 한다. 도쿄의 작은 아파트에 아키라네 가족이 이사온다. 미혼모인 엄마(유)와 아버지가 각기 다른 네 명의 아이들. 아이들이 많다는 이유로 전에 살던 집에서 쫓겨난 엄마는 집주인에게 큰아들 아키라만 소개하고, 다른 아이들은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집안에서만 생활하도록 단속한다. 술 취해 늦게 들어오는 철없는 엄마와 온갖 집안 일을 다하는 아키라, 그리고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좁은 방안에서만 지내는 착한 아이들. 힘든 현실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이들의 소박한 행복은 엄마가 새 남자를 따라 집을 나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이 영화가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다룬 여타 영화들과 구분되는 지점은 여기서부터다. 엄마라는 존재없이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무심할 만큼 담담하다. 막내 여자아이조차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울거나 떼를 쓰지 않는다.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편의점에서 남은 음식을 얻어오는 비참한 지경에까지 아이들을 밀어넣고서도 영화는 눈물을 짜내는 상투성을 악착같이 비껴간다. 그래서 관객 또한 울먹이는 아역 배우를 따라 눈물을 훌쩍이는 관습적인 경험 대신 숨이 멎을 듯한 지독한 슬픔에 그저 아파할 뿐이다. 야기라 유야의 연기는 격정적이거나 드라마틱하지 않다.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 뿐이다. 다른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마찬가지.1년간 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세밀한 표정들을 잡아낸 감독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4월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성장기 속옷 착용법

    성장기 속옷 착용법

    아이들의 성장속도가 급격히 빨라진다. 특히 여자아이는 10세를 전후해 가슴이 나오면서 여성의 준비를 시작한다. 이런 시기에는 성장 속도에 따라 속옷을 골라 입어야 바른 체형과 더불어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브래지어는 착용해보고 브래지어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속옷이다. 달라지는 신체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계속 한 사이즈의 속옷을 입거나 작은 키라고 작은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체형 변형을 가져올 수 있다. 또 보정용 속옷은 가슴 성장을 방해한다. 와이어가 있는 브래지어보다는 가슴을 부드럽게 지탱해 주는 디자인을 선택하는 게 좋다. 밤에는 호르몬의 분비가 왕성하게 일어나므로 브래지어를 풀어 자극을 줄이는 것이 바른 성장에 도움이 된다. ●팬티는 넉넉하고 편안하게 성장기 여자아이는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엉덩이와 팔·다리 등에 지방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이때 작은 사이즈의 팬티를 입고 오래 앉아 있으면 피하지방이 옆으로 밀려 엉덩이는 펑퍼짐해지고, 허벅지는 굵어진다. 팬티 라인이 배와 허벅지를 충분히 감싸는 팬티를 구입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남자아이 역시 오랜시간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 편안히 움직일 수 있는 사이즈가 좋다. 활동이 활발하거나 비만인 아이는 허리와 다리를 조이는 부담스러운 삼각팬티보다는 배와 다리 사이에 압박을 주지 않는 트렁크 팬티를 착용하도록 한다. ●디자인 선택은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급격한 체형 변화로 속옷 착용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학교에서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 속옷에 대한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디자인 선택에 좀더 세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처음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초등학교 4∼5학년 여자아이에게 후크가 달린 어른형 속옷보다는 등판이 밋밋한 것이나 귀여운 어깨끈의 브래지어를 권장하는 것이 브래지어에 대한 거부감과 창피함을 없애는 데 좋다. ■ 도움말 ㈜좋은사람들 서미정 디자인실장
  • “성기능 퇴화때까지 격리” 상습성폭행 15년형 선고

    법원이 여자어린이들을 성폭행해 교도소에서 7년 동안 복역했음에도 출소한 뒤 다시 10명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30대를 성기능이 감소할 때까지 사회로부터 격리하라고 판결했다. 박모(37)씨는 성폭행죄로 복역한 지 4년도 지나지 않은 2002년 12월,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놀고 있던 H(당시 9세)양에게 다가갔다.H양이 낯선 사람을 경계하자 “스위치 끄는 것을 도와달라.”고 거짓말을 한 뒤 지하실로 데리고 가 성폭행했다. 박씨는 불안에 떠는 H양에게 “조용히 하지 않으면 찌르겠다.”며 흉기를 들이대기도 했다. 박씨의 파렴치한 범행은 지난해 5월까지 계속됐다. 박씨는 학원에 다녀오거나 등교하는 9∼12세 여자아이들에게 길 안내를 부탁하거나,“수도관이 터졌는데 도와달라.”는 등 순진한 마음을 악용해 성폭행했다. 박씨는 범행이 드러나자 중형을 피하기 위해 법정에서 정신병 환자 행세를 했으나 거짓임이 들통났고 1심 법원은 검찰 구형보다 5년 더 늘어난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부장 고영한)도 6일 항소심에서 박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같은 전과로 복역한 지 얼마 안 돼 살인에 못지 않는 인면수심의 범행을 또 저질렀다.”면서 “더 이상 무고한 피해를 막고 순진한 어린이들의 장래를 보호하기 위해 자연노화에 따라 피고인의 성범죄 충동과 능력이 감퇴되는 연령까지 사회로부터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WE에서 경품을 펑펑 쏩니다~

    WE에서 경품을 펑펑 쏩니다~

    어린시절, 이렇게 많은 바비 인형을 가지고 있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전세계 여자아이들의 우상,8등신 미녀 바비 인형이 제각기 다른 패션감각을 뽐내며 서있네요. 지난 17일 뉴욕에서 열린 장난감박람회에 전시된 ‘바비 패션 피버’ 시리즈라는군요. 잠시 친구들과 인형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봐도 좋습니다. 자, 이제 현실로 돌아오세요. 옆에 있는 사진 조각 중 위의 원본사진과 틀린 것 하나를 오려 엽서에 붙여 소망과 함께 보내주세요. 추첨을 통해 20분께 신학기 선물로 좋은 EXR 캡색(2만 5000원 상당)을 드립니다. ■ 보내실 곳 (100-745)서울시 중구 태평로 1가 25 서울신문사 편집국 We팀.(성명, 우편번호를 포함한 주소, 전화번호 반드시 기재) ■ 마감 3월 7일 오후 6시 도착분까지. ■55호 당첨자는요 ● 아이스테이션 PMP1000(1명) 송정수(서울 노원구) ● 펌프 MP3 DAP100(10명) 이지혜(서울 강동), 김리라(서울 종로), 권애경(충남 서산시), 이지흥(서울 장안), 황장원(경기 고양), 김현우(인천시 부평구), 최은서(강원도 양구군), 안승철(서울 성동), 강아름(서울 마포구), 최부선(인천 남동구) ●서울지역 당첨자는 3월1일부터 31일까지 본사 4층 주말매거진 We팀으로 오후 6시까지 방문, 찾아가시기 바랍니다.(신분증 지참. 주말제외) ★ 55호 정답 1,2,10
  • [문화마당] 백설공주 동화 뒤집기/문흥술 서울여대 교수·문학평론가

    며칠 전 졸업 인사를 한다고 한 제자가 연구실로 찾아왔다. 제자는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문화 분야에 취직을 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백설공주 동화를 늘 기억하면서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여자대학교에서 가르치는 관계로 신입생에게 수업 첫 시간에 꼭 백설공주 동화에 대해 질문을 한다. 왜 백설공주는 밥하고 빨래를 하는가, 난쟁이처럼 밖에 나가서 일을 하면 안 되는가. 질문 끝에, 백설공주 동화는 남자는 바깥일을 하고 여자는 가사일을 해야 한다는 남성우월주의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상징물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가한 후, 앞으로 대학 4년 동안 반드시 백설공주 동화를 뒤집으라고 윽박지른다. 남성과 여성의 성 구분은 남성중심의 사회제도에 의해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태어날 때 여성과 남성의 구분은 없다. 똑같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런데 성장하면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이 구분된다. 남성은 부엌에 들어가거나 방을 닦고 빨래 따위를 해서는 안 되며 힘세고 거칠고 용감해야 한다. 반면 여성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치마 입고 다소곳하고 얌전해야 한다. 만약 여자아이가 어릴 적에 싸움질하고 축구나 권투 등을 하면 ‘선머슴’ 같은 아이라 해서 놀림감이 된다. 마찬가지로 남자아이가 소꿉장난이나 고무줄놀이를 하면 ‘계집애’ 같다는 놀림을 당한다. 물론 요즘은 여러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우먼파워에 관한 소식을 자주 접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여성의 능력을 폄하하고 심지어 여성에 대해 성희롱을 하는 일들이 광범위하게, 그리고 빈번히 자행되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은 여성을 남성의 하찮은 보조물로 여기는 잘못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성 스스로 전형적인 백설공주가 되어 왕자 같은 남자의 보호막 아래에서 살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남편의 직위와 월급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결정한다고 믿는 여성들이 아직도 얼마나 많은가. 지금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억압받아 온 여성에게 일정 지분을 주어야 한다는 식의 남성우월적인 동정론과 남성은 전부 적이고 타매되어야 할 대상이라는 과격한 여성해방론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구체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정 남성우월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하나의 고귀한 인간존재로서 서로 동등한 자격을 지니고 있다는 인식의 대전환을 꾀해야 한다. 가정과 직장에서 남성과 여성이 성 구분 없이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각자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어리고 가냘프게만 보이는 제자를 사회로 내보내면서 과연 험난한 세상을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제자는 그런 염려를 눈치챘는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자신은 반드시 여자 팔자는 뒤웅박이라는 단어를 폐기처분할 수 있는 문화를 창조하겠다고 했다. 결의에 찬 제자의 모습에 대견해하면서 나도 한마디 덧붙였다. 앞으로 직장이나 가정에서나 남자가 권위를 내세우면 이 말을 꼭 하라고. 모든 남자는 어머니 뱃속에서 나왔다고. 여성은 그처럼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위대한 인간이라고. 제자는 깔깔 웃으면서 방문을 나섰다. 을씨년스럽고 추운 겨울 저녁, 귀가하는 길에 제자의 강단 있는 다짐을 떠올리면서, 얼어붙은 대지에도 어느덧 새로운 뭇 생명체를 탄생시킬 밝고 희망찬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개설 100돌 광장시장 “명성 회복”

    개설 100돌 광장시장 “명성 회복”

    ‘동대문 시장의 아성을 되찾겠다!’광장시장이 개설 100주년을 맞아 재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는 4월이면 지난 2002년부터 30개월에 걸쳐 진행된 환경개선사업을 마치고 준공식과 함께 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개발 중인 CI(이미지 통합) 선포식을 가질 예정이다.‘동대문 시장’으로 불리며 도·산매 유통을 주름잡던 1960∼80년대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상인들이 나선 것. 골목마다 지붕을 얹는 등 새단장을 거의 마친 채 색동저고리 설빔과 굴비, 한과 등을 푸짐하게 차려놓고 설 손님 맞이에 분주한 광장시장을 찾았다. “여섯살 여자아이면 화사한 색동 저고리에 연분홍색 치마를 입혀 보세요. 꽃신을 신기고 아얌까지 씌우면 정말 예쁘지 않겠어요? 한번 입혀 보시죠.” 능숙한 상인의 말솜씨에 6살 아영이 엄마 김영신(35)씨는 선뜻 지갑을 열었다. 앙증맞게 한복을 차려입은 아영의 활짝 웃는 얼굴을 떠올려 보니 치마와 저고리에 아얌, 속치마가 포함된 설빔 세트를 사는 데 들어간 4만원이 아깝지 않은 눈치다. 김씨는 “올해는 연휴가 긴 덕분에 오래간만에 친정에도 다녀올 계획이어서 아이의 설빔을 마련했다.”며 “광장시장은 싸고 예쁜 한복이 많아 혼수도 여기서 했고, 한복 살 일이 있으면 늘 이곳을 찾는다.”고 말한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예지동의 광장시장은 추운 날씨만큼 얼어버린 경기지만, 그래도 설빔과 제수용품 등을 사러 온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아이들 한복점, 채소 및 생선가게, 한과 전문점 등에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몰려 설대목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복세트 소매상 절반가격에 살수 있어 이곳 한복가게에서 어린이용 한복세트를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약 4만∼7만원. 어린이용 한복 가게들이 모여있는 광장시장 1층 청계천쪽 골목에서 ‘대동강 한복’을 운영하는 박진철씨는 “대부분 한복·포목점들이 도·산매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소매상점보다 50% 정도 저렴한 도매가에 옷을 살 수 있다.”며 “수십년간 장사를 해온 베테랑 상인들이 많기 때문에 무조건 깎으려 하지 말고 색상과 사이즈, 가격까지 믿고 맡기는 게 좋다.”고 당부한다. 5000여개의 점포 중 포목, 주단, 의류부자재 등 섬유관련 매장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의류 및 원단 시장으로 알려진 곳이지만, 설빔이나 차례용품을 저렴하게 파는 가게들도 많이 있다. 종로변 농협 뒤편 광장시장 입구에서 청계천 쪽으로 들어가 첫번째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채소·과일·한과·생선·정육·떡집 등 차례용 음식을 마련할 수 있는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이 덕분에 설빔 사러 왔다가 차례용품까지 마련해 가는 사람도 많다. 이곳에서 5인 가족 차례상을 차리기 위한 재료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10만원선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한과 등을 팔고 있는 조명자씨는 “이곳 식품 상점들은 전통이 오래된 만큼 40년 이상 거래한 업체에서 물건을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보다는 품질이 뛰어나다.”며 “이곳의 야채·한과는 청와대로 들어가고 있을 정도로 질이 좋다.”고 자랑한다. ●과일·한과등 제수도 한꺼번에 구입가등 “‘100년 전통’은 살리되 노후된 시장이라는 이미지는 벗어 던질 것입니다.” 종로 광장상인총연합회 장병학 회장은 “올해는 광장시장이 상설시장으로 개설된 지 꼭 100년이 되는 의미 깊은 해”라며 “환경개선사업을 통해 바닥과 간판을 깔끔하게 정비하고 지붕을 얹어 어떤 날씨에도 쇼핑하기 편하게 개선했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포장과 쇼핑백에 쓰일 CI 개발도 하고 있어 2005년을 ‘광장시장 재부흥의 해’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장주식회사 김학석 상무이사는 “1905년 ‘동대문시장’으로 불리던 광장시장이 등록된 이후 점차 동대문운동장 쪽으로 확대된 것인데, 그 쪽에 현대식 쇼핑몰이 들어서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그러나 여전히 광장시장은 최고급 원단 생산의 중심지이며, 앞으로 인터넷쇼핑몰 구축 등을 통해 더욱 경쟁력 있는 시장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먹을거리 골목-족발·국수 군침 절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족발 한 접시를 앞에 놓고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단한 몸을 녹이는 도매상인들, 장을 보러 왔다가 시장 바구니를 옆에 둔 채 장터국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는 주부들…. 빈대떡을 뒤집는 아주머니의 손놀림에 아예 입을 떡 벌리고 서있는 아이들은 광장시장의 ‘먹을거리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종로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길게 뻗어있는 ‘먹을거리 골목’은 광장시장에서 ‘별미’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통통한 순대 한 줄에 5000원, 큰 대접에 담긴 팥죽 한 그릇에 3000원 등 5000원이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양이 푸짐한 데다, 어느 가게를 선택해도 후회없을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는 점이 이곳의 큰 매력이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좌판 수도 하나둘 늘어나 지금은 점포가 360여개에 이른다. 야간장으로 운영되는 의류가게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단·한복 점포들은 오전 6∼7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지만, 먹을거리 골목은 밤 12시까지도 영업하는 곳이 많으므로 느지막한 저녁에 찾아가도 괜찮다. 글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책꽂이]

    |실용| ●몸에 좋은 건강 밥상(구성자 지음, 넥서스 펴냄)올바른 식재료 구매 원칙부터 재료별 보관법, 조리 과정까지 영양과 안전을 두루 챙기는 건강 밥상 비법.1만 2500원. ●부자에겐 특별한 법칙이 있다(새런 M. 매그너스 지음, 김명철 옮김, 이다미디어 펴냄)영국의 백만장자 300명을 심층 인터뷰해 부자들만의 고유한 자질과 특성이 무엇인지를 분석한 부자되기 노하우.9000원. ●멋진 노후를 예약하라(최윤희 지음, 황매 펴냄)30대 후반에 전업주부에서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한 저자가 제안하는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9900원. ●웰빙 와인 상식50(서한정·김준철·한관규 지음, 그랑벵코리아 펴냄)와인 초보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궁금증을 세명의 와인 전문가들이 명쾌하게 풀어주는 입문서.9000원. ●담임선생님(윤석우 지음, 나노미디어 펴냄)현직 국어교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교실밖 학교 이야기.3월 개학부터 이듬해 2월까지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월별로 엮었다.9000원. |유아·아동| ●은자로 마을 토토(민은경 지음, 다림 펴냄) 염소치는 작은 아이 토토가 아기염소를 구하기 위해 혼자 힘으로 무서운 산꼭대기를 오른다는 이야기. 은은한 그림, 절제된 글을 통해 공포를 이겨내게 하는 사랑의 힘이 전해온다.4세 이상.8000원. ●숲은 다시 울창해질 거야(데이비드 벨아미 지음, 이재훈 옮김, 초록개구리 펴냄) 202개의 나이테를 가진 늙은 떡갈나무를 베어내고 나면 숲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오래된 떡갈나무에 의지해 사는 수많은 동식물의 모습을 빌려 숲의 소중함을 일깨운 생태동화.7세 이상.8500원. ●별대장과 함께 떠나는 우주탐험-태양계(김지현·김동훈 지음, 현암사 펴냄) 울퉁불퉁 곰보빵 같은 달, 태양 둘레를 도는 첫번째 행성 수성, 푸른 행성 지구, 녹슨 철 성분이 많아 붉게 보이는 화성 등 태양계를 시시콜콜 이야기해주는 과학그림책.6세 이상.9800원. |초등·청소년| ●콩닥콩닥 인터넷 러브(에듀박스닷컴 초등회원 지음, 키다리 펴냄) 어린이 교육포털사이트 에듀박스닷의 초등생 회원 37명이 쓴 ‘사랑이야기’. 짝사랑 이야기, 이성 친구 때문에 가슴 졸인 이야기 등 초등생 또래들이 공감할 핑크빛 사연들이 재미있다. 초등생.8500원. ●아프리카 소녀 나모(낸시 파머 지음, 김백리 옮김, 느림보 펴냄) 아프리카 모잠비크에 사는 열한살 소녀 나모의 모험이야기. 일찍 엄마를 여읜 나모는 마을사람을 죽이고 멀리 짐바브웨로 떠나버린 아빠를 찾아나서는데….1997년 뉴베리상 수상작. 아프리카 대자연을 배경으로 삶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자아이의 이야기가 역동적이다. 중학생.1만 2000원.
  • [지진 해일 대재앙] 문짝 붙잡고 이틀간 표류…

    8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지진해일이 발생한 지 닷새째인 30일. 살아남은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아직도 사랑하는 이들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기적을 기대케 하고 있다. ●두 아이중 한 명만 살려야 한다면 누굴 선택해야 하나. 부모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실제로 이번 남부아시아 지진해일 때 일어났다. 호주의 줄리언 설은 26일 태국 푸켓의 한 호텔 수영장 옆에서 5살난 아들 라키,20개월 된 아들 블레이크와 함께 있다 해일의 물살에 휩쓸릴 위기에 빠졌다. 물에 빠진 엄마 설은 두 아이를 붙잡고 물 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둘 다 살리려다 세 모자가 한꺼번에 목숨을 잃을 판이었다. 순간 엄마 설은 생후 20개월된 블레이크를 품에 꼭 안았다. 생애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어 라키는 주위에 있던 어떤 여성에게 붙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한 뒤 손을 놓았다. 이 여성은 라키를 붙잡아 주었지만, 두번째 파도가 닥치면서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수영할 줄도 모르는 라키는 바닷물에 휩쓸려 호텔 로비쪽으로 떠내려가다 본능적으로 얼굴을 물 밖으로 내놓고 필사적으로 깃대를 꼭 붙잡았다. 라키는 수시간만에 물이 빠지면서 기적적으로 구조돼 그리던 엄마의 품에 안겼다. ●26일 쓰나미가 덮친 태국 관광지 카오락 인근 도로에 혼자 앉아있다 구조된 2살짜리 스웨덴 남자아이가 구조 3일만에 29일 극적으로 아버지와 만났다. 구조 직후 국적과 인적 사항조차 전혀 파악할 수 없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던 한스 베르그스토엠. 줄곧 불안해하던 한스는 병원측이 웹사이트에 올린 사진과 생존 소식을 또다른 생존자인 삼촌이 확인한 뒤 29일 아버지가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 안도하며 아빠 품으로 파고 들었다. 부모와 삼촌 등과 함께 스웨덴 고센버그에서 태국으로 여행을 왔던 한스는 엄마 수잔이 실종된 사실은 아직 모르고 있다. ●인도 카니코바섬에 사는 13세 소녀 메간 라지셰카르는 해일이 마을을 덮치면서 부모 등 동네 사람 77명과 함께 바다로 떠내려갔으나 이틀동안 문짝을 붙잡고 떠다니다 문짝이 해변으로 떠밀려 올라오면서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부모가 모두 숨졌다는 소식에 그녀는 울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태국 카오락의 3층짜리 해변 호텔에서 휴가를 보내던 홍콩의 한 부부는 해일에 휩쓸렸다 6시간 동안 매트리스 하나에 의지해 표류하다 구조됐다. 매트리스 덕분에 목숨을 구한 사례는 또 있다. 말레이시아 남부 페낭 섬에서는 매트리스 위에서 자고 있던 생후 20일 된 여자아이도 해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가다 어머니에게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체 간부 출신으로 14년전 은퇴한 뒤 방콕에서 살고 있는 제리 보덴(72)은 태국 프라통섬에서 휴가를 즐기다 해일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간 뒤 부서진 가구 조각에 매달려 3시간동안 헤엄쳐와 구조됐다. 고령에 7년전 심장발작 병력까지 있는 그의 생환은 인간의 삶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여준다. 김균미기자 외신 kmkim@seoul.co.kr
  • 파란 막대·파란 상자/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파란 막대·파란 상자’(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사계절 펴냄)는 이래저래 편견을 깨는 어린이책이다. 그림책은 글자를 모르는 꼬마들이나 보는 것, 독서는 한 방향으로 얌전하게 책장을 넘겨야 하는 것이라는 등의 인식틀을 단박에 깬다. 아홉살짜리 남녀 아이를 주인공으로 책은 앞뒤 구분없이 동시에 이야기판을 벌인다.‘파란 막대’란 표지 쪽에서 시작되는 건 여자아이 클라라의 이야기. 아홉살 생일날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막대 하나를 선물로 받은 클라라는 함께 받은 낡은 공책 속에서 할머니, 엄마, 언니들의 사용기를 읽으며 골똘히 생각한다.“다음 사람에게 물려줄 때 나는 어떤 멋진 사연을 공책 속에 남길까?” 뒤집어 ‘파란 상자’ 표지쪽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남자아이 에릭이 주인공. 파란 상자를 선물로 받아든 에릭도 클라라처럼 여러가지 ‘생각 보따리’를 푼다. 행간의 은유가 무척 많다. 앞뒤 없이 남녀 아이의 이야기가 똑같은 비중으로 전개된다는 점, 닮은꼴 이야기들이 중간에서 정확하게 만난다는 점, 여백이 많은 공책 등은 독자들이 저마다 다른 감상을 내놓을 수 있는 의미심장한 설정들이다. 지은이는 폴란드 여성 동화작가. 그의 부드러운 원화들은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문화일보갤러리에서도 전시된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여성&남성] 여성과 띠에 얽힌 안좋은 속설들

    [여성&남성] 여성과 띠에 얽힌 안좋은 속설들

    올 1월 결혼해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신혼살림을 차린 김연주(30·주부)씨는 새해 태어날 아이의 출산 예정일에 부쩍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예정일이 1월 중순이라 음력으로 계산하면 원숭이띠가 되지만, 양력으로 계산하면 닭띠가 된다.”면서 “남자아이라면 상관 없지만, 여자아이라면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닭띠는 재물복이 없다.”는 속설이 귓가를 빙빙 돌기 때문이다. 토끼띠인 김씨는 “평소에 토끼띠라는 이유만으로도 어른들에게 ‘온순하다.’며 귀여움을 받았지만, 철이 들면서부터 거부감이 들었다.”면서 “대학시절 용띠인 여자 후배가 ‘용띠라서 역시 드세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봤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정작 내 아이 문제가 되고 보니 신경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몸집 큰 동물띠 여성에 부정적 의미 건국대학교에서 역학을 강의하는 김동완(42) 박사는 “모이를 콕콕 쪼는 닭처럼 재물을 콕콕 쫀다고 해서 닭띠 여자는 재물을 모으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닭띠뿐 아니라 몸집이 큰 동물의 띠를 지닌 여성은 속설 하나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백말띠·용띠·밤에 태어난 범띠는 팔자가 세고, 남자를 이기려 한다.’‘한 집에 호랑이띠 여자가 2명이상이면 불운이 닥친다.’는 식으로 전해져 왔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특히 백말띠에 대한 속설은 널리 퍼져 있어서, 백말띠에 해당하는 경오(庚午)년 생이 아니더라도 말띠에 태어난 여자아이들은 모두 팔자가 세다는 오해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백말띠 해 여성 신생아수 급감 이런 속설 때문인지 백말띠의 해인 90년에 태어난 여자 신생아의 수는 89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통계청의 신생아 인구통계에 따르면,88년부터 92년까지 남자 신생아 100명에 여아는 88∼89명선을 오갔으나,90년의 경우 남자아이 35만 862명이 태어난 반면 여자아이는 3만 1282명에 그쳐 성비가 100대85로 뚝 떨어진 것이다. 90년도 신생아 통계는 띠에 대한 속설로부터 20∼30대의 젊은층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현재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78년생(말띠)인 정지선(27·여)씨는 “양띠나 토끼띠 등 다른 띠에 태어난 선후배들보다 말띠 친구들끼리 만나면 띠에 대한 속설을 자주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정씨는 “명절때 친척들이 모이면 말띠라 바깥으로 돌기만 한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면서도 “대학교 1학년 때 한 학년 위의 선배가 말띠가 팔자가 세다는 속설 자체를 모르고 있어서 신기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나쁜 일 생기면 ‘혹시 내 띠 탓인가’ 전통적인 교육을 받고 자란 기성세대는 나쁜 일이 닥치면 속설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다. 충청도 천안에 사는 홍모(50·주부)씨는 54년 말띠해에 태어나 어려서부터 동네 어른과 친척들에게 말띠는 팔자가 세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홍씨는 2년 전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도, 지난 1월 딸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도 모두 자신의 팔자가 센 탓인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진민자 청년여성문화원 원장은 “같은 특징이라도 남성의 단점은 사라지고 여성의 단점만 부각되어 이야기로 남은 것”이라며 “속설 등이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면서 정설로 변하게 되면 여성들에게 보이지 않는 차별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사회에 맞게 장점으로 받아들이길 한국 종교문화 연구소 김윤성 박사는 “띠에 관한 속설이 유독 여자에게만 많은 것은 ‘남자를 잘 만나야 팔자가 핀다.’는 속설처럼 예부터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규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면서 “그런 속설들을 사회적으로 믿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고, 여성들 스스로 ‘전통사회에서 팔자가 세다는 말은 현대사회에서 성공의 조건’이라는 식으로 속설에 도전하거나 뒤집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역학을 공부한 사람들조차 이런 속설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박사는 “오행으로 풀어보면 닭띠는 꼼꼼하고 원리원칙적인 기질이 있어 의사가 되면 좋고, 말띠는 활동성이 강해 연예인들이 많다.”면서 “전통사상도 현대사회에 맞춰 개성을 살리고 장점을 개발시키는 방향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박사는 또 “탤런트 변정수씨는 어머니와 딸까지 3대가 모두 호랑이띠지만 성공해서 잘 살고 있다.”며 “속설은 어디까지나 속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띠별 여성관련 속설 ●쥐띠 겨울철 한밤중에 태어난 쥐띠 여자는 먹을 복을 타고났다. ●소띠 소는 묵묵히 일하는 이미지로 소띠 여자는 가정적이다. ●범띠 호랑이는 활동적인 동물로 호랑이띠 여자는 가정적이지 못하다. ●토끼띠 애교가 많고 가정적이며 온순해 부모님을 잘 모신다. ●용띠 여자가 용띠면 자신은 성공하지만 남편의 출세는 가로막는다. ●뱀띠 90도로 꺾지 못하는 동물로 앞으로만 전진하려 한다. ●말띠 방랑기와 도화살이 있어 바깥으로 떠돌고 고집이 세다. ●양띠 욱하는 성질이 있지만 모험을 하지 않는 안정감이 있다. ●원숭이띠 재주가 있고 끼를 발휘해 집안 일을 잘 처리한다. ●돼지띠 부지런하고 활동적이고 일도 열심히 한다. ■ 도움말 김동완 아이사주닷컴 대표
  • 2004 세밑 한국사회의 ‘두 모습’

    2004 세밑 한국사회의 ‘두 모습’

    다섯살난 남자아이가 배고픔을 못견뎌 장롱 속에서 숨을 거둔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 지난주말 그 시간, 일곱살난 여자아이는 진주 장식 드레스를 입고 수백만원짜리 생일파티를 열고 있었다. 저물어가는 2004년 세밑, 한국 사회의 두 모습이다. ■ 빗나간 풍요…초등생 수백만원대 생일파티 주말인 18일 오후 서울 강남의 모 호텔 대형 연회장.L초등학교 1학년생인 김다운(가명·7)양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꼬마 손님 30여명은 마술사 아저씨의 게임에 푹 빠져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안심스테이크가 메인인 ‘어린이용 세트메뉴’로 식사를 마친 다운이는 진주 장식이 달린 분홍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친구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머니 이모(37·회사원)씨는 “이 정도로 하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한다.”며 “돈 때문에 기죽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일부 초등학생 사이에 번지고 있는 초호화판 호텔 생일파티의 한 장면이다. 최근 일부 부유층 자녀의 생일파티 장소로 인기를 끄는 곳은 각종 게임과 이벤트가 가능한 호텔 대형 연회장이다.S파티대행업체 파티플래너 김모(38·여)씨는 “호텔 연회장은 생일에다 성탄절·연말파티까지 겹쳐 내년 1월까지 주말 전후 예약이 끝났다.”면서 “웬만한 생일파티는 300만∼400만원 정도 들지만,900여만원을 쓰는 단골도 있다.”고 귀띔했다. 주로 집이나 근처 음식점이었던 초등학생들의 생일파티 장소가 패스트푸드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옮겨가더니 이제는 서민들은 엄두조차 못내는 고급호텔로 바뀌고 있다. 강남권에서 주로 많았던 호화 생일파티가 강북지역에서도 생겨나고 있는 점도 최근의 추세다. 강북의 사립 E초등학교 3학년 이모(9)군은 지난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같은 반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 받았지만 가지 못했다. 이군의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는데 내 아이만 따돌림 당하면 어떡하냐.”고 속상해했다. 고려대 교육학과 권대봉(52) 교수는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왜곡된 자녀교육이 다른 아이까지 망쳐놓을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서러운 가난…실직자아들 영양실조 사망 일자리를 잃은 30대 영세민 부부의 5살난 아들이 영양실조 등으로 숨진채 발견됐다. 18일 오전 11시40분쯤 대구시 동구 불로동 김모(39)씨 집 장롱에서 김씨의 아들(5)이 숨져 있는 것을 천주교 불로성당 관계자(53)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군의 몸에 외상 등 타살 흔적이 없지만 매우 마른 점으로 미뤄 제대로 먹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딸(2)도 심하게 탈진, 목숨이 위태로운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겼다. 8년전 결혼해 3남매를 둔 김씨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단칸방에 살며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려왔다. 2개월전 일자리를 잃은 뒤부터 하루 한끼는 거의 매일 굶었고 한 달에 1주일 정도는 식사를 아예 못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김군의 어머니(39)는 생활비를 번다며 집을 나가 아들이 숨졌을 당시에는 자리를 비웠고 누나(8)는 동생이 숨진지도 모르고 학교에 가고 없었다. 미숙아인 김군은 발견 당시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상태였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 부부는 아들이 지난 16일 경기를 일으켜 밥을 먹지 못했지만 병원으로 옮기지 못하고 집안에서 수지침을 뜨는 등 응급조치만 하다 아들이 숨을 쉬지 않자 장롱 속에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현장 확인을 하러 갔을 때 김씨 집 냉장고엔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아들이 숨지기 며칠 전인 지난 13일 주소지 동사무소를 찾아가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자 신청을 했으나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반려된 것으로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인근 불로성당은 2002년부터 매달 3만원씩 지원해 왔다. 이날도 김치 등을 전달하러 간 성당관계자가 3남매 가운데 건강이 좋지 않았던 둘째의 소식을 묻는 과정에서 숨진 사실을 알게 됐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20일 김군의 시신을 부검키로 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8시55분) 키 156cm, 머리카락 220cm. 머리카락으로 바닥을 쓸고 다니는 여인이 있다. 그녀가 머리카락을 절대 자르지 않는 이유는? 공동묘지에 매일같이 나타나는 묘령의 여인, 그 정체는? 1999년 불의의 사고로 딸을 잃은 어머니는 그때부터 딸의 무덤을 지키고 있다는데….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10분) 정기국회에 이어 소집된 임시국회마저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 정기국회 말미에 일어난 이른바 ‘간첩 암약’공방이 계속되면서 대치정국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상생의 정치, 우리에게는 요원한가? 파행정국 정상화 방안은 무엇인지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와 함께 이야기한다. ●생방송 60분 부모(EBS 오전 10시) 유년 시절 즐거운 놀이체험을 통해 인간관계를 잘 배운 아이는 자라서 어려운 일을 만나도 자기 긍정을 잘하고 문제 해결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어른들은 TV나 컴퓨터에 끌려 다니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잘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최종분석 (세계의 불가사의)(iTV 오후 10시5분) 초능력으로 강력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관, 역사상 가장 끔찍했던 교도소 알카트라즈의 원혼을 만나는 영매,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납치됐던 사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미국의 불가사의를 파헤쳐 본다. 미국에서 국민들이 초능력과 초자연 현상을 믿고 있는 이유가 밝혀질 것이다. ●한뼘드라마(MBC 밤 12시50분) 아이는 누군가의 옷자락을 잡은 채 계단에서 내려오는 여자아이 둘을 보고 놀란다. 세 사람은 눈이 마주치고, 아이는 혼란스러워진다. 여자아이1은 아이를 모르는 사람처럼 무시하고, 여자아이2는 웃으며 윙크를 한다. 여자아이2는 여자아이1에게 아이가 충격 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해신(KBS2 오후 9시55분) 정화는 궁복을 살려준 자미부인에게 평생을 모시기로 결심한다. 자미부인은 정화를 정실부인으로 혼인 보내려 하나 그녀는 장사에 뜻이 있음을 내비친다. 무진주 시전에서 당나라 물건을 파는 상전을 차린 염장은 장사를 하겠다고 찾아온 정화를 보고 놀라지만, 그녀의 현명한 수완에 감탄한다.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8시25분) 덕배는 진국에게 분가하는 것이 어떠냐고 묻지만 진국은 도리어 싫다고 고집한다. 민섭의 빌라 앞에서 기다리던 경아는 선자가 재민과 함께 아기를 데려가는 것을 미행해 결국 재민의 아파트를 알아낸다. 선자가 없는 사이 경아는 재민 집의 호수까지 확인한다.
  • [국제플러스] 美어린이 65% ‘상상친구’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어린의 65%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친구’를 두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어린이들이 이따금씩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사실은 그의 곁에 있는 ‘보이지 않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건 대학의 마조리 테일러 박사는 13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보통 네살 정도부터 ‘상상 친구’를 두지만, 그 가운데 3분의1은 일곱살까지, 특별한 경우는 14∼15세까지 이같은 현상이 이어진다.”고 밝혔다. 또 남자아이보다는 여자아이가 일찍부터 상상 친구를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 지붕 낮은 집/임정진 지음

    ‘지붕 낮은 집’(푸른숲 펴냄)은 정말 낮다. 책 갈피갈피를 굴러다니는 얘깃소리도 조잘조잘 낮고, 어린 주인공이 사는 그 동네의 하늘도 별나게 낮아뵌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작가 지은이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있잖아요 비밀이에요’ 등 인기작으로 한때 사춘기 독자들을 몰고 다녔던 임정진(41)씨. 어느덧 여드름쟁이 딸을 둔 중년의 작가는, 가난했지만 보석같은 사연들이 촘촘했던 어릴 적 기억들을 펜끝으로 불러냈다. 마치 이렇게 속삭이듯.“엄마 사춘기적에 말이야….” ‘나’는 낮은 지붕들이 굴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은 가난한 동네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여자아이. 어른들 세계를 빤히 본 듯이 아는 척하는 친구 희숙이에 비하면 훨씬 순진하다. 그런 ‘나’의 호기심어린 시선망에 동네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걸려든다. 하지만 관심사는 ‘사건’이 아니라 ‘인물’에 기우뚱 쏠려 있다. 세상이치에 눈떠가는 어린 주인공이 주변인물들을 하나둘씩 끌어들이며 전개되는 책은 그대로 ‘인물 만화경’이다. 주인공을 섞바꿔 전개되는 17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독립된 서사틀을 띠면서도 연속성을 갖는다. 골목 아랫집에서 자취하는 스물두살의 강희언니, 곗돈을 들고다니며 이리저리 남의 말을 옮겨다니는 희숙이 엄마, 할머니마저 돌아가시고 고아가 된 어린 명철·명식 형제…. 번갈아 주인공으로 부각된 인물들이 책의 끝장까지 솜씨좋게 이야기의 고리를 끼워간다. ●17개의 단편모여 하나의 이야기로 친구, 이웃, 동네 전체로 눈동자를 키웠다 줄였다 하며 사연을 푸는 ‘나’는 잡다한 사건들을 보고 겪으며 한뼘씩 마음의 키를 키운다. 밤마다 동네가 떠나가라 시끄럽던 주정뱅이 박씨아저씨는 연탄가스를 마시고 사흘만에 죽고, 새우젓을 팔며 ‘싸움닭’처럼 그악스럽게 살던 엄마가 죽자 일제차를 타고 부잣집 양자로 떠난 철부지 만수. 삶의 큰 옹이인 죽음과 이별의 개념이 이들 캐릭터를 통해 구체화되고, 터질락말락 눈물샘을 건드린다. 아버지가 공장장으로 승진하면서 좋은 동네 큰 집으로 떠나는 주인공이, 혼자 부엌을 서성대는 명식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끝대목 즈음. 울컥울컥하던 감정이 기어이 그릇 밖으로 넘쳐난다. 70년대, 땟국 전 도시공간 한쪽을 무대로 성장소설처럼 펼쳐지는 책에서는 결핍과 쓸쓸함의 이미지가 내내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곤고했으되 울타리 밖으로 관심을 섞었던 그 시절 온기가 수채화처럼 말갛게 번져난다. “밤에는 마당에 모깃불을 피웠다. 연기가 피어 올라가면 혜선이는 그 연기 속에서 귀신이 나온다고 무서워했다.”(129쪽) “희고 가는 국수가 사람 키 높이의 나무 건조대에 발처럼 하얗게 드리워져 있었다.”(135쪽) 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뒷골목 맛세상]동대문시장 먹자골목

    [뒷골목 맛세상]동대문시장 먹자골목

    머잖아 겨울이다. 강원도의 백두대간 어름에서는 때 이른 첫눈이 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무심코 지나치는 지하철역이나 지하도, 공원의 어둑한 귀퉁이에 신문지며 얇은 담요 한 장을 덮고 누워있는 홈리스들의 새우등이 새삼스럽게 눈에 시리다. 어디서 대낮부터 소주 한 병이라도 얻어 마신 것일까. 발치께에는 빈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다. 나라 전체에 아무리 불황이 깊다지만, 요즈음 들어 부쩍 늘어난 길거리의 새우등들은 결코 예사롭게 흘려 넘길 수 있는 정경은 아니다. 그런 겨울의 초입에, 이를테면 30대의 한 젊은이가 역시 30대의 아내와 초등학교 저학년의 여자아이 그리고 갓 돌이 지난 사내아이를 거느린 채 어느 날 느닷없이 직장을 잃었다고 치자. 직장을 잃는다는 일은 그에게는 어쩔 수 없이 마른하늘에서 벼락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가공할 충격임에 틀림없을 터이다. 미처 마음의 준비도 없이 맞이한 생존에 대한 두려움은 금방 공포로 변하고, 사랑스러운 처자식마저도 자칫 두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으로만 여겨진다. 그런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면 자신처럼 불행한 사람은 다시 없으리라.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여전히 일상을 즐기면서, 쇼핑을 하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맛있는 집을 찾아서 외식을 하는 등 한껏 행복감에 젖어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 또한 그들처럼 즐기던 일상의 행복감이 벌써부터 까마득한 옛날의 일처럼 기억에 흐리다. 아아, 아침에 일어나 아직 덜 깬 잠을 투정하며 서둘러 세수를 하고 아침밥을 먹고 부랴부랴 지하철역으로 달려가던 일상이 저렇듯 눈부시고 화려할 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생각한다. 왜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한가. 어쩌면 나에게 닥친 불행은 결코 내 탓만은 아니다. 뭔가 이 사회의 정치가, 경제가 크게 잘못된 탓이다. 그런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상대적 빈곤감과 상대적 불행감이리라. 그이가 직장을 잃든 말든, 그리하여 처자식들이 굶주리게 되든 말든, 세상은 전혀 무관심하게 하루하루 잘도 흘러가는 것이다. 이쯤에 이르면 그는 세상을 향해 기어이 복수심을 드러내고, 끝내는 범죄적 충동에까지 사로잡힐지도 모른다. 그리고 벌써부터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처자식을 버려둔 채 길거리를 방황하는 또 한 명의 새로운 홈리스가 그림자처럼 자리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듯 이제 막 직장을 잃은 젊은이에게 권하고 싶다. 아직은 세상에 대한 복수심이 싹트기 전에, 그렇게 범죄적 충동에 사로잡히기 전에, 그리고 마음속에 홈리스의 그림자가 자리잡기 전에, 처자식과 함께 한번쯤 동대문시장을 가보면 어떨까. 동대문 시장에서도 1950년대의 낡고 허름한 복고풍 건물이며 가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먹자골목을 찾아가서 마지막 만찬이라도 하듯 처자식과 함께 뜨거운 닭한마리 칼국수를 먹으면서 자신이 서있는 현재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해보면 어떨까. 지하철 1호선이나 4호선의 동대문역 9번 출구를 빠져나온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여자아이는 걸리고, 사내아이는 가슴에 안은 채 한 손으로는 아내의 손을 잡고서.9번 출구를 빠져나오면 번듯한 빌딩의 동대문종합시장이 나온다. 주로 비단이며 이불 같은 혼숫감을 파는 동대문종합시장 1층의 중앙통로를 빠져나오면 시장의 물건을 나르는 오토바이들이 무슨 사열식이라도 벌이는 것처럼 도열해 있다. 오토바이들을 지나면 곧바로 대학천길이라고 부르는 복고풍의 먹자골목이 시작된다. 대학천길이라고 해서 드넓고 화려한 길을 상상한다면 곧장 실망하게 된다. 네 식구가 한꺼번에 지나치기가 어려워 끝내 앞뒤로 서야 할 만큼 비좁은 골목일 뿐인데, 골목 양쪽으로 처마를 마주 대면서 낡고 허름한 식당들이 줄지어 서있다. 대학천길은 끝에서 광장시장 출입구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먹자골목은 대학천길의 중간에서 끝나고 천막상회며 등산장비점 등의 다른 업종으로 바뀐다.100여m쯤 되는 먹자골목에는 주로 닭한마리 칼국수를 위시하여 생선구이, 민물매운탕, 돼지곱창, 이렇게 네 가지 종류의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먹자골목의 중간쯤에 이르면 한 식당 앞에서 그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출 것이다.‘진할매 원조 닭한마리’라는 상호인데, 유리창에 커다랗게 광고판이 나붙어있다. 그는 무심코 광고판에 눈을 준다. 거기에는 진할매인 듯싶은 유복하게 생긴 할머니의 사진과 함께, 닭한마리 칼국수를 시작하던 무렵의 모진 고생으로부터 마침내 성공하기까지 이러저런 이야기가 입지전적으로 나와 있다. 그가 이야기에 끌려 솔깃한 마음으로 식당 안을 들여다보면, 벌써부터 손님들로 북적거려서 얼핏 빈 자리가 없을 정도이다. 식당 안에 가득한 손님들에 그는 까닭없이 주눅이 드는 기분이어서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만다. 먹자골목을 얼마 걷지 않은 동안에도 벌써 대여섯 군데의 닭한마리 식당을 지나친다. 그러는 사이에 거짓말처럼 닭한마리가 끝나고 이번에는 민물매운탕이며 돼지곱창이 시작되고 있다. 그는 몇번인가 두리번거리다가 ‘원조 소문난 닭한마리’(02-2279-2078)라는 맨 끝집으로 들어선다. 이 골목의 닭한마리집 치고 원조라는 관형어가 붙지 않은 식당이 없지만, 식당 안의 많지도 적지도 않은 손님들이 그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기실 이 ‘원조 소문난 닭한마리’는 내가 그와 똑 같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십년 가까이 다니는 단골집이기도 하다.) 자신도 모르게 식당의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은 그는 닭한마리를 주문한다. 이미 꼬박 하루를 엄나무와 황기, 마늘을 넣고 푹 고와서 전혀 닭냄새가 나지 않는 닭한마리는 육수에 기름기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닭한마리에 곁들여 감자와 떡이 들어있는 커다란 양푼냄비가 적당히 끓기 시작하자 그는 우선 아내에게 먹을 것을 권한다. 아내는 새콤달콤한 야채 겨자소스에 닭고기며 떡, 감자 따위를 찍어먹으며 모처럼만에 환한 표정이다. 아내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닭고기보다는 떡이며 감자를 좋아하자 그는 추가로 떡사리를 한 접시 더 시킨다. 닭한마리와 떡사리 한 접시에도 좋아라 신명이 나있는 식구들을 바라보자, 그는 불현듯 눈시울이 뜨거워져 온다. 그는 할 수 없이 소주 한 병을 시킨다. 그리고 말없이 자작으로 한 잔 두 잔 목 안으로 깊이 털어 넣는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돌아 아내에게 잔을 내밀자 아내는 두 말 없이 잔을 받는다. 아내가 단숨에 술잔을 비운 다음에 그에게 다시 잔을 건네고, 그는 또 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져 온다. 닭고기가 비어지자 이번에는 칼국수를 시켜서 닭한마리의 남은 국물에 끓인다. 아내는 아예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까지 맺혀가며 아이들 먹이랴, 틈틈이 자신도 먹으랴, 정신이 없다. 칼국수를 먹고 나면 이번에는 공깃밥 한 그릇을 시켜 국물에 볶아먹는 것으로 닭한마리의 전과정을 끝낸다. 가만 있자, 모두 얼마가 들었더라. 닭한마리에 1만 3000원, 떡사리 한 접시 추가 1000원, 공깃밥 1000원, 칼국수사리 2000원, 소주 3000원, 모두 2만원이다. 결국 네 식구의 마지막 만찬에 2만원이 든 셈이다. 닭한마리 식당을 나서며 그는 직장을 잃은 후 처음으로 가슴이 훈훈해져 온다. 그리고 저 밑바닥에서부터 비롯하여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쳐 오르는 기분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을 거느린 채, 공구점이며 공업사, 천막가게, 헌구두며 군복가게들이 줄지어 서있는 전혀 비현실적인 1950년대 복고풍의 대학천길을 걷는다. 그러다가 문득 국화빵이며 붕어빵 같은 각종 빵틀을 파는 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그리고 가격을 묻는다. 둘 다 20만원 정도이다. 그가 아내를 돌아보자 아내가 그에게 눈으로 묻는다.“왜 붕어빵 장사하게요?” 그 역시 눈으로 대답한다.“못할 것도 없지.”내친 김에 냉면 만드는 기계며 통닭 튀기는 기계에도 관심을 갖는다. 뜻밖에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40,50만원 정도이다. 이번에는 건축자재 가게에서 벽돌 쌓거나 콘크리트 작업할 때 쓰는 쇠손을 만져본다. 가격은 4000원이다. 그는 어쩐지 그런 막일도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원조 소문난 닭한마리’에서 마주 보이는 골목길을 들어서면 곧바로 왼편에 ‘청천강’(02-2266-7091)이라는 민물매운탕집이 숨어 있다. 그가 만일 닭고기를 싫어한다면, 먹자골목에서 찾을 곳은 당연히 청천강이다. 역시 네 식구가 간다면 메뉴 중에서 메기매운탕을 권하고 싶다. 대중소로 나누어지는데, 각각 2만 5000원,2만원,1만 5000원이다. 이중에서 1만 5000원짜리에도 팔뚝만한 메기 두 마리가 들어있어 네 식구 먹기에는 충분하다. 청천강의 자랑은 2000원짜리 돌솥밥인데, 검은 콩을 넣어 금방 내놓는 돌솥밥은 매운탕에 말아먹어도 좋지만 정갈한 반찬과 함께 맨밥으로 먹어도 찰진 달콤함이 금방 입안에 가득 찬다. 네 식구라도 돌솥밥은 두 솥이면 된다. 청천강에는 메기매운탕 이외에도 추어탕(6000원), 통추어탕(7000원)이 있고, 빠가사리매운탕, 메기빠가사리매운탕이 역시 대중소로 나누어져 각각 2만 5000원,2만원,1만 5000원인데, 주인은 메기빠가사리매운탕을 추천한다. 주인의 말인즉, 메기는 살이 많은 대신 고소한 맛이 덜하고 빠가시리는 고소한 맛은 강한데 살이 없어서 둘을 섞으면 서로의 장단점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3만원짜리 잡탕이 있는데 다른 집과는 달리 모래무지며 누치 따위 물고기를 쓰지 않고 메기, 빠가사리에 미꾸라지만을 섞어 진한 맛을 낸 것으로, 네댓 명의 술꾼들이 진한 맛을 즐기며 술안주로 먹기에는 그만이다. 닭한마리에 비하면 1만원쯤 더 들어서 3만원 가까운 가격인데, 그로서는 네 식구의 마지막 만찬이라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 터이다. 더군다나 오늘의 만찬으로 인해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비롯하여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이 솟구쳐 오른다면 결코 비싼 값이 아니다. 어떤가, 먹자골목에 와서 그 정도의 힘을 얻었다면 그동안 몸과 마음에 쌓인 거품을 걷어내고 자신이 선 자리에서 한 단계 아래로 내려가 무슨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 ‘지점 10군데’ 자긍심 대단 ‘진할매 원조 닭한마리’ 는 확실히 닭한마리 업종에서는 출세한 집이다. 이미 10군데에 지점을 내어 닭한마리를 프랜차이즈화시킨 자긍심이 대단하다. 그런 식당의 유리문에는 다음과 같은 광고문이 붙어있다. ‘나는 지금 70노인입니다.1978년 우리 식구가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놓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무엇인가 먹는 장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여러 가지 연구를 하던 중 닭요리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원래 마음먹은 일을 끝내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 성질인지라 밤을 새워 고민하면서 닭을 재료로 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 놓고는 주위 사람들에게 시식을 시켰습니다. 그렇게 열흘 정도 지나자 한 가지 요리에 열 명 중 칠팔 명이 칭찬을 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닭한마리입니다. 모든 음식의 맛은 첫째로 재료의 신선함에서 찾는 것을 원칙으로 알고, 그날그날 항상 물을 끓여놓고 다 낡은 자전거를 타고 중앙시장에 가서 한 마리 두 마리 닭장에서 산 채로 잡아오곤 했습니다. 재고는 절대로 남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닭한마리 요리를 하면서 땀이 눈, 코, 입으로 흘러내려도 힘들지 않았던 것은 오직 식구들의 목숨이 걸려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지요. 당시 닭 한 마리에 1200원에 사오면 1300원에 팔 정도로 마진 없이 오로지 많은 사람에게 시식시킨다는 생각으로 전념한 결과,3년이 지나자 손님이 줄을 섰고, 소문에 소문이 꼬리를 물고 각종 신문잡지며 TV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 [이주일의 어린이책] 공주의 발/아네스 드자르트 글

    여자아이들이 동화속 백마 탄 왕자를 흠모하는 것처럼 남자아이들은 신데렐라 같은 공주를 꿈꾼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살 소년 이반도 마찬가지. 엄마, 여자 선생님, 여자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이반에게 진짜 여자는 공주뿐이다. 모리세트 할머니의 발관리 센터에서 조수 노릇을 하게 된 이반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공주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 부푼다. 보나마나 공주는 신데렐라처럼 예쁜 발을 갖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환상은 첫날부터 산산이 깨진다. 손님이라곤 온통 중년부인들인 데다 차마 사람의 발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울퉁불퉁한 흉터투성이였다. 예쁜 발을 가진 공주를 만나는 건 일찌감치 포기했지만 이반은 뜻밖의 소중한 발견을 하게 된다. 그저 따분하기만 한 줄 알았던 할머니에게도 꿈으로 가득했던 젊은 시절이 있었고, 사랑의 상처가 있었음을 알게 되면서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된 것. 이반은 할머니들의 뒤틀어진 발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만큼 마음의 키가 훌쩍 커진다. 맨발로 축구하는 여자 친구 이렌을 보면서 ‘오로지 공주만이 맨발로도 축구를 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는 이반의 고백은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공주의 발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에 신겨진 가냘픈 발이 아니라 씩씩하고 건강한 발임을.8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씨줄날줄] 회족(回族)/이목희 논설위원

    이슬람교를 회교(回敎)라고도 부른다. 중국내 회족(回族)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데서 유래됐다.7세기경부터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 페르시아, 터키 민족 일부가 실크로드와 남해 무역항로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왔다. 이들의 후예와 이슬람교로 개종한 중국인 자손들이 14세기쯤 중국 북서부에 모여살면서 회족이 생겨났다.2000년 현재 회족은 987만여명이다.55개의 소수민족 중 세번째로 인구가 많다. 티베트인이나 위구르인과 달리 회족은 중국 중앙정부 정책에 순응하는 쪽이었다. 그런 회족이 주류민족인 한족(漢族)과 종족충돌을 일으켰다. 중국 중부에 위치한 허난(河南)성에서 지난달 29일 발생한 일이다. 회족 택시기사가 한족 여자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을 둘러싸고 한족과 회족 주민이 대규모 유혈사태를 빚었다. 미 뉴욕타임스는 양측이 농기구와 몽둥이로 무장한 채 격돌해 148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건이 국제적 관심을 모으자 중국 정부는 7명이 사망하고,42명이 다쳤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충돌을 우발 상황으로 넘겨선 안 될 듯싶다. 중국이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면서 그에서 소외된 소수민족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회족도 예외는 아니다. 순수 한족이 사는 지역은 중국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 나머지는 소수민족이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분리독립이나 정치적 자립을 요구하는 사태를 중국 정부는 두려워하고 있다. 종족갈등에 종교문제까지 개입한다면 사태는 복잡해진다. 만약 초강력 이슬람 국가가 지금 존재한다면,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들에 대한 ‘억압’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소수민족 문제는 우리도 얽혀 있다. 중국 동북지역에 200만여명의 조선족이 살고 있다. 중국측이 고구려사를 왜곡하는 저변에는 조선족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자는 생각이 깔려 있다. 나아가 북한에서 비상상황 발생시 간여할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조선족 자치주내의 한국어학교가 대폭 줄고 있다. 중국의 소수민족 동화정책이 진척을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몇십, 몇백년 뒤의 국제정세가 어찌 변할지 예단할 수 없다. 중국 내정에 간섭하긴 힘들겠지만, 조선족은 우리 민족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갖고 중장기 외교정책의 틀을 짜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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