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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장애인 10년 치료 봉사 최재영 치과원장

    장애인 10년 치료 봉사 최재영 치과원장

    장애인들이 물어 물어 찾아가는 치과가 있다. 도봉구 방학동의 ‘최재영 치과의원’이다. 최재영 원장은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장애인이다. 장애를 극복하고 소문난 ‘명의’가 된 그는 장애인들의 치과 치료에 앞장서고 있다. “장애인도 동네 치과에서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그러나 그가 하는 일들은 평범하지 않다.10년째 매달 두 번씩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모여 있는 복지회관으로 진료를 나간다.5년전에는 도봉구 보건소에 장애인 치과를 여는 데 한 몫을 했다. 지난해 발족한 ‘대한장애인치과학회’에서 ‘장애인 치과학’의 연구와 보급에도 힘을 쏟고 있다.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려면 평소보다 몇 배의 힘이 듭니다. 그러나 마음 속에는 행복이 싹트죠.” 목요일 아침, 그가 뇌성마비 복지회관으로 향하는 이유다. 글 사진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봉사라고 하지 마세요. 행복을 얻으러 가는 것이니까요.”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서 치과를 운영하고 있는 최재영(37) 원장. 그는 10년째 매달 두번씩 뇌성마비 복지회관으로 향한다. 최 원장은 왼쪽 다리에 소아마비 후유증 장애를 앓고 있다. 복지회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편할 리 없는 데도 마음은 늘 가볍기만 하단다. ●소아마비 극복, 가진 것 이상 베풀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사람들을 붙잡고 곡예하듯 진료를 하고 나면 온몸이 파김치가 됩니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느낍니다. 내 자신의 행복을 얻으러 가는 것이죠.” 처음부터 이런 마음이었던 것은 아니다. 사춘기 시절, 장애인들과 어울리는 것조차 피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몸이 불편했지만 ‘나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래서 보란듯이 치과대학에 진학했다. 성공의 길에 들어선 셈이었다.‘이게 전부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게된 것은 1995년 대학생 때다. 오른쪽보다 짧았던 왼쪽 다리를 4㎝정도 늘이는 수술을 했다. 약 일년반 동안 목발을 짚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버스를 타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먹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일상이 모두 두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나가려다 ‘목발을 짚고 나면 남는 손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돌아서야 했다. “장애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게 얼마나 불편한지 절실히 알게 됐습니다. 외면해서는 안될 현실을 깨달은 것이죠.” 마침 경희대 은사인 이긍호 교수를 통해 ‘장애인 치과학’을 접하게 됐다. 그를 따라 장애인 진료를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이 하나 뽑는 것’의 특별한 의미 졸업 후에도 장애인들의 치과치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2000년에는 뜻이 같은 사람들과 힘을 모아 도봉구 보건소에 장애인 전용 치과진료소를 오픈했다. 장애인 치료시 주의사항을 정리한 가이드북도 선보였다. 한달에 두번이지만 병원 문을 닫아가며 십년 넘게 봉사 활동을 다닌다. 그가 장애인 치과학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따로 있다. “6살쯤 되어 보이는 뇌성마비 여자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일찍 진료실에 와있었어요. 어머니는 아이가 근육조절이 안돼 밤새도록 송곳니로 아랫입술을 깨문다고 울먹였어요. 참 귀엽게 생긴 아이였는데 어찌나 깨물었던지 입술이 퉁퉁 붓고 궤양이 생겼을 정도였어요. 이를 뽑고 입술이 물리지 않도록 해드리자 이번엔 고맙다며 연신 울먹이셨죠.” 최 원장은 ‘이 하나 뽑는 일’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 강조했다.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 없는 뇌성마비,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치료하는 일은 무척 까다롭고 힘들지만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그는 “특수장비가 필요한 중증 장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네 치과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장애인들을 진료하는 것은 의사로서 당연한 일인데 아직도 많은 장애인들이 동네 치과에서 ‘거부’ 당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장애인들이 동네 병원에서도 거부당하지 않는 날까지 다행히 의사들의 인식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최 원장은 말한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한장애인치과학회’가 발족됐고, 올 8월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문을 열었다. 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막았던 벽들이 조금씩 없어지고 있다.”면서 “장애인 치과학은 이제 시작 단계지만, 어느 동네 병원에서도 장애인들을 거부하지 않고 치료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일요영화]

    ●투웡푸(KBS1 밤 1시20분)‘드랙무비’라는 게 있다. 여장을 한 동성애자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말한다. 이젠 하나의 장르로 당당히 자리를 굳히고 있는 중이다. 성 정체성과 관련이 없더라도 여장을 한 남자는 좋은 영화 소재로 자주 사용된다. 할리우드에서도 토니 커티스와 잭 레먼이 여장하고 나온 ‘뜨거운 것이 좋아’(1959)나 더스틴 호프먼이 여배우로 변장한 ‘투씨’(1982)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도 여럿 있다. 오래전 ‘남자기생’(1969)도 있었고, 안재욱의 ‘찜’(1998)도 떠오른다. 한석규도 ‘미스터 주부퀴즈왕’(2005)에서 여장에 도전했고, 조만간 개봉할 ‘왕의 남자’에서도 여장 남자가 나온다. ‘투웡푸’는 평소 강한 남성미를 자랑했던 페트릭 스웨이지, 웨슬리 스나입스, 존 레귀자모의 파격적인 변신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작품이다. 미국 뉴욕 드랙 퀸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비다(패트릭 스웨이지), 녹시마(웨슬리 스나입스), 치치(존 레귀자모)는 할리우드 입성을 꿈꾼다. 지나쳐가는 곳마다 이들의 특이한 외모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게 된다. 차를 수리하기 위해 선더스 마을에 도착한 비다 일행은 폭소 사건을 일으키며 주민들을 온통 축제 분위기로 이끈다. 이 과정에서 폭력남편에게 시달리던 앤(스터커트 채닝)은 용기를 얻어 새 인생을 살게된다. 비다 일행은 그들에게 사랑을 느끼는 마을 청년들과 이별을 하고, 할리우드로 가서 다시 한 번 드랙 퀸 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한다.1995년작.10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아름다운 여인(EBS 오후 1시50분) 이 영화의 주연을 맡은 안나 마냐니(1908∼1973)는 서민 계층 여성을 호소력 있게 연기한 이탈리아 배우로 유명하다. 그 자신도 부모에게 버림받고 로마 빈민가에서 조부모의 손에 키워진 경험이 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도시’(1945)에 출연, 국제적으로 이름을 날렸다.1955년 첫 할리우드 진출작 ‘장미문신’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아역배우를 둔 공격적인 어머니를 연기한 안나를 보면, 최근 한국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지기도 한다.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작품. 막달레나 체코니(안나 마냐니)는 여덟 살짜리 외동딸 마리아(티나 아피첼라)를 특별하게 키우고 싶어한다. 막달레나는 한 영화감독이 여자아이를 캐스팅하기 위해 오디션을 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를 참가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막달레나는 조감독이라며 돈을 요구하는 알베르토(윌터 키아리)를 만나게 되고, 결국 마리아는 영화에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촬영은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막달레나는 위험한 장면을 촬영하고 얼이 빠진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1951년작.113분.
  • “우리 부부는 모두 42명의 자식을 키웠어요”

    “우리 부부를 보고 ‘버려진 아이들의 어버이’라고 부르죠.” 중국 대륙에 누구도 쉽지 않은 길거리에 버려진 아이들만을 집으로 데려와 친부모 이상으로 고이 키워 성인이 되면 사회로 내보내는 ‘박애(博愛)부부’가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5일 중국 신징바오(新京報)에 따르면 버려진 아이들을 친부모들보다 더욱 정성스럽게 길러주는 ‘사랑의 천사’는 간쑤(甘肅)성 중부의 딩시(定西)시에 살고 있는 천상이(陳尙義·82)·장란잉(張蘭英·81) 부부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 17년동안 한결같이 이 시골도시 고샅이나 길거리 쓰레기 더미,산부인과 병원,기차역 등에 버려진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돌보아 성년이 되면 사회에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부부가 ‘버려진 아이’를 집에 데려와 보살핀 아이들은 모두 42명.이 가운데 21명은 정상적으로 잘 키워 사회에 내보내 지금 제몫을 잘 하고 있고,13명은 이들 부부의 정성어린 보살핌에도 몸이 허약해 병을 앓다가 끝내 숨졌다.나머지 8명은 현재 이들 부부의 도움을 받아 아무런 구김살없이 잘 자라고 있다. 이들 부부가 ‘버려진 아이’를 집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그해 겨울 큰 눈이 내렸을 때 천 할아버지가 우연히 딩시 기차역 쓰레기 더미에서 버려진 여자아이를 발견하면서부터. 쓰레기 더미 속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할딱거리고 있는 예쁜 눈망울을 가진 그 여자아이를 도저히 버려 둔채로 지나칠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기른 게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여자아이는 몸이 너무나 허약해 시름시름 병을 앓다가 4살때 그만 잃었다. 그 이후부터 이 시골도시의 고샅이나 기차역전,길거리 쓰레기 더미,부인과 병원 등에 버려진 아이가 있다는 소식만 들으면 득달같이 달려가 그 아이를 데려와 키웠다. 물론 그 어린아이가 어떤 병이 걸려 있든,어떤 장애를 앓고 있든 개의치 않고 모두 집으로 데려와 정성껏 보살핀 덕분에 ‘기아들의 어버이’라는 자랑스런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들 부부는 버려진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육체적·정신적인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10위안(약 1300원)의 돈을 벌기 위해서 폐품을 수집해 파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런 까닭으로 이들 부부의 좁은 집은 조붓하지만 행복이 꽃피는 ‘기아 들의 고아원’으로 변신했다.특히 장 할머니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어린 이들을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대소변을 받아내느라고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 이 때문에 그녀는 아이들을 업어 키우느라 허리가 성할 날이 없을 정도여서 밤만 되면 아이들에게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몰래 소리없이 끙끙 앓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남모르게 하는 이들 부부의 선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방정부 등으로부터 지원금이 나오는 까닭이다.물론 이들 8명을 뒷바라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지만…. 인터넷부
  • [이주일의 어린이책] 우물 속 도마뱀/김선숙 글·그림

    ‘우물 속 도마뱀’(김선숙 글·그림, 문학동네어린이 펴냄)은 한글을 떼지 못한 유아들의 감각기관을 이래저래 자극할 수 있어 좋다. 원색의 강렬한 색감, 콜라주 기법이 동원된 입체감 넘치는 그림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반복되는 단순한 글 속에 등장하는 여러 흉내내는 말들 또한 아이들 귀를 쫑긋 세워놓기 ‘딱’이다. 시청각 감각을 부지런히 쓰게 유도하는 요령있는 그림책인 셈이다. 숲 속 우물로 물을 뜨러 간 여자아이 꼭지. 물을 뜨지 못해 발을 ‘동동동’ 구르는 꼭지의 귀에 들려오는 ‘둥둥둥’ 북소리. 노란 장화를 신은 도마뱀이 배를 두드리며 걸어오는 소리는 ‘둥!둥!둥!둥!’. 여러 등장인물들이 내는 소리들이 무척 재미있다.5세까지.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정글아이/자비네 퀴글러 지음

    “1970년대말 내 나이 5살. 선교사인 아버지와 간호사 어머니를 따라 들어간 서파푸아 오지 정글은 나에게는 문명세계보다 행복한 천국이었다.” 독일 국적으로 부모를 따라 인도네시아 서파푸아 정글에서 원시부족인 ‘파유족’과 함께 12년이란 시간을 보낸 백인 여자아이 자비네 퀴글러.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와 30대에 접어든 그녀의 삶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출간과 동시에 17개국에서 번역, 소개된 ‘정글아이’(자비네 퀴글러 지음, 장혜경 옮김, 이가서 펴냄)는 시간이 멈춰버린 정글에서 원시인 친구들과 함께 뛰놀았던 푸른 눈 백인 소녀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명세계와 고립된 낯선 땅에서 피부색이 다른 친구들과 함께 동물과 물고기를 잡았던 그녀는 식구들의 정글 적응기와 원시부족의 삶, 그리고 다시 문명세계로 돌아왔을 때 부딪혀야 했던 혼란과 갈등을 가식없이 담담하게 풀어낸다. 정글세계를 미화하지도, 문명세계를 비난하지도 않지만 꿈에도 정글이 나타날 정도로 정글세계를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그녀의 모습이 잘 그려진다. 파유족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구운 벌레를 간식으로 먹고 껌 대신 박쥐 날개를 씹으며 활과 화살을 갖고 놀면서 그들의 삶에 동화됐다. 병원도 없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심지어 물을 담을 플라스틱 통조차 없지만 그녀의 가족에게 부족함은 없었다. 필요한 모든 것은 정글 자연속에서 얻을 수 있었고 정글의 충고에 귀 기울이면 모든 것이 해결됐기 때문. 그녀는 오히려 문명사회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놓는다.1년 내내 흘러나오는 온수, 원하는 건 뭐든지 살 수 있는 슈퍼마켓, 전기와 전화 등 없는 것이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코올과 담배에 의존하며 진정한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문명세계는 정글 생활보다 더 많은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글은 모든 것이 분명하다. 친구와 가족을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고 고기 한덩이라도 모두 나눈다.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간단명료한 것이다. 17세에 스위스 기숙사로 돌아오면서 문명세계를 접한 퀴글러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정글을 떠나고서야 기차를 처음 본 그녀는 문명의 ‘낯섬’과 ‘위험함’에 충격을 받는다.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극단적으로 다른 두 세계 사이에서 완전한 정글아이도 아니고 문명인도 아닌 채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방식의 삶을 인정하고, 전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웠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퀴글러는 “10살짜리 아이를 혼자 정글 한 가운데 던져 놓는다면 살아돌아올 수 있지만 대도시 한 가운데 버려둔다면 분명히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복잡한 문명세계에 고립된 사람들이라면 문명밖 세계에서 산 정글아이가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이미 익숙해진 ‘이성’이라는 잣대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 본연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1만 2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그간 겪은 풍파에 비하면 요즘일 아무것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당·청 갈등이 불거지는 등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출입기자들과 북악산 산행과 오찬에서 여권지도부 사퇴 사태를 의식해 “잘 주무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그동안 정치하면서 겪은 풍파를 돌이켜 보면 그런 일은 뭐 아무 것도 아니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산을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훈련이 돼 있다.”면서 “70대까지는 훈련으로 젊은 사람들과 같이 산을 다닐 수 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정치하는 사람들과 폭탄주를 어거지로 마신 적은 있다.”면서 “취임 이후에는 마셔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주량에 대해 “맥주도 한 잔, 와인도 한 잔, 소주도 한 잔이면 실수를 안한다.”면서 “그걸 넘어서면 말이 많아진다.”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에서 “마주보고 하는 건배는 대연정, 옆으로 하는 건배는 소연정”이라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노 대통령은 아들과 손녀를 비교해 “손녀가 훨씬 예쁘다.”면서 “여자아이는 확실히 재롱이 탁월하더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녹지원에서 권양숙 여사가 참석한 KBS ‘도전 골든벨’ 300회 특집방송 녹화현장에 예고 없이 참석했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내 아를 팔아도!

    중국의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신생아를 팔겠다는 광고가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미국 이베이 소유의 중국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치넷(eachnet.com)’에 허난(河南)성에 거주하는 한 남성이 남자아이 한명당 2만 8000위안(약 365만원)에, 여자아이는 1만 3000위안(169만원)에 제공하겠다는 광고를 올렸다. 이 광고는 “전국의 불임 가정에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낙찰되면 아기는 태어난 지 100일 이내에 인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찰자는 없었으나 50명 이상이 이 경매광고를 열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치넷본부는 지난 18일 한 네티즌으로부터 자동차 장식품 경매 코너에 이같은 광고가 올라있다는 제보를 받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상하이(上海) 경찰은 이에 대해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라며 “필요할 경우 다른 성의 경찰과도 공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홍콩 연합뉴스
  • [깔깔깔]

    ●골프광 일요일 골프 약속을 한 김사장이 티업시간이 다 돼서야 헐레벌떡하며 뛰어왔다. 먼저 와 있던 박사장이 지각 이유를 물었다. 김사장 : 지난밤 취침 기도 때 이번 일요일에는 교회 가기로 하느님께 약속했거든. 물론 골프 약속도 있었지만…. 그래서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교회 가고 뒷면이 나오면 골프장 가기로 하느님께 맹세하고 동전을 던졌지. 그런데 앞면이 나오는 거야. 박사장 : 그럼 왜 교회를 가지 않았지? 김사장 : 동전을 계속 던졌어. 결국 뒷면이 나오더군. 그래서 좀 늦었어.●퀴즈 문 : 영희네 집은 여자아이만 일곱이다. 첫째 빨숙, 둘째 주숙, 셋째 노숙, 넷째 초숙, 다섯째 파숙, 여섯째 남숙이라고 한다. 그럼 일곱째 이름은? 답 : 영희
  • 방은진 감독 데뷔작 ‘오로라공주’

    강단있기로 소문난 여배우의 감독 데뷔작은 역시나 기대할 만했다.27일 개봉하는 스릴러 ‘오로라 공주’(제작 이스트필름)로 ‘감독 방은진’은 강렬한 첫 펀치를 날렸다. 그의 첫 선택은 한 여자의 잔혹한 복수극. 그 대목에서 영화는 극장가에 여진을 남기고 있는 ‘친절한 금자씨’와 분위기상의 계보를 함께한다고 할 만하다. 어린 여자아이를 심하게 구박하는 여자가 백화점 화장실에서 잔인하게 살해된다. 살인자의 정체에 물음표를 찍는 게 아니라 그의 동선을 적나라하게 잡아 화면을 채우는 접근방식에서부터 감독의 두둑한 배짱이 읽힌다. 외제자동차 외판원인 30대 여자 정순정(엄정화)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잔혹살인은 한동안 계속된다. 대형 웨딩홀을 운영하는 바람둥이 졸부(김용건)와 그의 밀회 파트너(현영), 택시기사(김익태), 갈비집의 마마보이 청년(박효준) 등이 줄줄이 정순정의 표적이 된다. 여주인공의 연쇄살인 동기를 알 수 없어 수동적인 관람밖에 할 수 없는 관객에게 영화는 강력반 형사 오성호(문성근)에게 사건해결을 맡김으로써 작은 힌트를 귀띔해준다. 오 형사는 다름아닌 정순정의 전 남편. 살인현장에 남겨지는 오로라 공주 스티커, 백화점 폐쇄회로 카메라에 찍힌 정순정의 모습 등을 확인한 오 형사는 정순정의 범행을 직감하면서도 늘 한발 늦은 보폭으로(의도적인 듯) 범행현장을 맴돌 뿐이다. 영화는 심리스릴러물의 ‘핵’인 반전을 비교적 일찌거니 공개한 뒤 관객의 공감을 얻어가는 전략을 썼다.‘모성(母性)의 처절한 복수드라마’라는 수식어 이외의 설명은 스포일러가 돼 버릴 만큼 반전장치가 선명하다. 너무 빨리, 너무 분명하게 드러나는 살인의 이유와 반전의 모양새는 오히려 아쉬울 정도. 정신병리학적으로 따져야 하는 ‘이유없는’ 살인스릴러에 익숙해진 관객들로서는 메시지가 부담스럽게 투명한 셈이다. 긴장의 강도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드라마는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밀도를 갖췄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법. 전반적으로 감정의 습도를 좀 낮췄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돈으로 죄값도 치를 수 있다고 믿는 냉혈 변호사(장현성)를 크레인에 묶어놓고 울부짖는 정순정의 마지막 쓰레기장 인질극에는 긴장미가 뚝 떨어질 정도로 감정과잉이다. 억울하게 아이를 잃은 모성의 치밀한 복수극이라고 하기엔 여주인공의 감정 톤이 지나치게 높다.18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깔깔깔]

    ●조기 성교육 미혼모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현실에서 교육부는 특단의 조치로 유아 때부터 성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시범차원에서 한 유치원을 선정했다. 유치원생들을 모아놓고 막 성교육을 실시하려는데 갑자기 한 남자아이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나는 어떻게하면 아이가 생기는지 벌써 다 알아요.” 남자아이의 말에 선생님과 교육부 관계자들은 기가 막혔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 남자아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여자아이가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소리치는 게 아닌가. “나는 어떻게하면 아이가 안 생기는지도 알아요.”●상담 문 : 고3인 남자친구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전 고2거든요. 특별하고 기억에 남을 선물로 추천해주세요. 답 : 고3 남자친구라… 헤어지는 게 최고의 선물 아닐까요?
  • [농촌 ‘국제결혼 바람’ 그후] 한집 건너 외국인신부…무관심·언어장벽 고통

    [농촌 ‘국제결혼 바람’ 그후] 한집 건너 외국인신부…무관심·언어장벽 고통

    ‘윗집은 베트남 며느리, 한집 건너 아랫집은 필리핀 며느리’요즘 농촌에선 농촌 노총각에게 시집온 피부색이 다른 동남아 출신 주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자연부락마다 한집 건너 외국인 주부가 있을 정도로 이들은 농촌 가정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언어와 문화, 관습 차이 등으로 ‘한국인 주부’로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들에게서 태어난 혼혈2세는 피부색 때문에 소외되는 등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수 약자로 전락할 우려마저 낳고 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농촌지역 자치단체들은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농촌에 늘어나는 외국인 주부 경주시 건천읍에서 버섯 농사를 짓는 최모(48)씨는 올초 베트남 처녀(26)를 아내로 맞았다. 그동안 만나는 한국 처녀마다 모두 ‘농사일이 싫다.’면서 등을 돌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겨우 가정을 꾸렸다. “배운 건 농사일밖에 없고 장가는 가야하는데 시집오겠다는 여자는 동남아 여자뿐이더군요.” 경북도가 최근 실시한 ‘농촌거주 외국인 주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경북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부는 모두 1544명. 이 가운데 농촌지역 거주 여성은 1292명으로 83.7%를 차지,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 대부분이 농촌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신 국가별로는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4개국이 93.6%를 차지했고 거주 기간은 2년 이하가 24.8%,3∼5년이 31%로 최근 5년 사이에 한국에 시집온 경우가 절반을 넘었다. 평균 연령은 31.8세로 20대(38.9%)와 30대(40.1%)가 79%를 차지했다. 특히 주택 및 농지보유 현황, 영농규모 등을 종합평가한 생활수준 조사에 ‘상’은 2.5%에 그쳤고 ‘중’은 54.8%,‘하’는 39.6%로 분류됐다. 경북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붓감을 구하지 못한 40대 농촌 노총각들의 국제결혼이 최근 5년 사이 러시를 이루면서 농촌에 외국인 주부가 급증했다.”면서 “이들 가운데 10가정 중 4가정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앞으로 빈곤에 따른 가정해체 등 정착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시안 혼혈 2세도 크게 증가 경북 구미에 사는 석호(4·가명)군은 ‘발달성 언어장애’를 겪고 있다. 아직 우리 말에 서툰 엄마(40·필리핀) 때문이다. 엄마는 “농사일에 바쁘고 가르쳐주는 곳도 없어 인사 등 기초적인 말 이외에 아직 한국말을 거의 못한다.”면서 “말뿐만 아니라 한국관습도 서툴러 앞으로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농촌에 외국인 주부가 급증하면서 혼혈 코시안(한국인 남성과 동남아 여성에서 태어난 2세)들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경북도 내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코시안은 모두 1534명. 국제결혼 가정 가운데 자녀가 1명인 가정이 44.6%로 가장 많았고 2명 38.8%,3명 이상 16.6%로 조사됐다. 5명을 낳은 외국인 주부도 8명이나 됐고 외국인 주부 중 20∼30대 여성비율이 약 80%여서 앞으로 더 많은 코시안이 태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제결혼으로 코시안 자녀를 둔 농촌가정들은 요즘 아이들이 커가면서 걱정이 태산이다. 바로 인종차별과 혼혈아에 대한 우리사회의 뿌리 깊은 편견 때문. 필리핀 여성과 결혼해 6살 난 여자아이를 둔 박모(52·경북 청송군)씨는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지만 나중에 아이가 피부색이 다르다며 멸시를 받을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낳지 말 것을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뒤늦게 외국인 주부 정착 지원나선 자치단체 1990년대부터 농촌지역에 외국인 주부가 하나둘 늘어났지만 이번에 경북도가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나설 정도로 그동안 자치단체는 이들에 대해 무관심했다. 이번 조사 결과 농촌지역 외국인 주부는 한국어교육과 컴퓨터교육, 기술교육, 요리강습 등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에 대한 지원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북 예천군은 시집온 동남아 여성들을 위해 3개월 과정의 한글교육과 음식, 전통예절 등 ‘국내적응 교육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또 영천시는 지역 여성단체의 도움을 받아 외국인 주부들의 갈등을 상담해주는 창구를 마련하고 문경시는 2세 양육비 지원과 의료보호확대 등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경북도는 출신국과 국제통화 비용을 전액 감면해 주거나 정액을 지원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또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교양, 어학, 제빵 등 교육 프로그램에 수강료 감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세환 경북도 여성정책계장은 “베트남 출신 주부들이 늘어나면서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언어문제”라며 “바쁜 농촌생활 현실을 고려해 자원봉사자를 가정으로 파견해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권오복 예천 국제결혼가족모임 회장 “더 이상 국제결혼을 색안경 끼고 보지 마세요.”. 경북 북부지역 국제결혼가족모임 회장인 권오복(43·경북 예천군 보문면)씨는 “농촌 총각 4명 중 1명은 외국인 아내를 두고 있을 정도로 우리 농촌에서는 국제결혼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는 “앞으로 국제결혼 부부가 10만쌍 정도는 더 늘어나야 농촌 총각들의 결혼난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도 지난 2003년 9월 베트남 처녀(23)와 결혼했다. 권씨는 “결혼정보업체의 소개로 처음 베트남에 신부감을 구하러 갔을 때는 ‘이 방법밖에 없을까’라며 많이 망설였지만 2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결혼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현재 예천지역에만 국제결혼 부부가 90쌍이 넘는다. 권씨는 이들의 친목도모와 권익보호를 위해 지난 2월 국제결혼가족 모임을 만들었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아내들의 고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만나면 늘 가족같은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 모임에서의 화두는 2세 교육문제다. 권씨는 “아이들에게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엄마가 우리나라 말과 문화에 서툴다 보니 교육문제가 항상 마음에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구늘리기 사업이 국가 정책사업으로 확대되고 그 핵심에 국제결혼이 있지만 결혼한 외국인 아내에 대한 한글교육과 문화적응 등은 관심밖이다.”면서 “한글학교 상설화와 면단위까지 유아교육시설 설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씨는 국제결혼 실패 원인으로 부부간 이해부족을 들었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한국 문화적응도 중요하지만 남자가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천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베트남여성과 ‘결혼할래요’ ‘신부찾아 베트남으로 베트남으로’ 요즘 농촌 총각들의 국제결혼 상대는 중국이나 필리핀보다 베트남 여성이 단연 인기다. 왜 베트남 신부를 선호하는 걸까? 대구지역 K 베트남전문결혼업체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직 70∼80%가 농업에 종사하는 등 농경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여성들은 농사일에도 익숙하고 농촌 사정에 밝아 결혼 후 한국 농촌에 적응이 빠르다는 것. 특히 불교 문화권에서 자란 베트남 여성들은 한번 결혼하면 좀처럼 헤어지지 않고 자식 교육에 평생을 헌신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고 있어 한국 농촌 노총각들의 인기가 높다. 이 때문에 최근 대구지역에는 농촌 노총각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여성을 소개해주는 전문 중매업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농촌 노총각들이 베트남 여성을 선호하자 자치단체와 새마을단체 등이 나서 베트남 여성과의 국제결혼을 적극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새마을운동 성주군지회는 최근 성주군을 찾은 베트남 타이옹우옌성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지역 농촌 노총각과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주선키로 합의했다. 유충하(41) 사무국장은 “양측이 신랑, 신부에 대해 개인재정 상태와 성실성 등에 대해 보증을 하기로 했고 9월 중 예비조사를 위해 베트남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결혼 성사 후에도 베트남 여성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한글교육 프로그램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예천군은 농촌총각 가정이루기 사업을 전개, 농촌 총각 16명을 베트남 여성과 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하는 한국 신랑은1년치 곡식을 장인, 장모에게 바치고 신부를 데려갔던 베트남의 옛 풍습에 따라 500∼1000달러 수준의 지참금을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성인침대 아기 재우지 마세요

    성인용 침대에서 영유아가 잠자다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4세 이하 어린이의 침대사고는 2003년 68건에서 2004년 106건으로 56%나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는 지난 6월까지 벌써 101건이 발생했다고 21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추락이 74건, 충돌이 23건, 질식·기타 등이 4건이다. 지난달에는 3개월된 아이와 성인침대에서 함께 자고 일어나 보니 아이가 침대와 벽면 사이에 끼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4살짜리 여자아이가 침대 모서리에 부딪쳐 턱이 찢어지는 사고로 응급실로 실려가 봉합수술을 받았다. 지난 5일에는 한살짜리 남자아기가 성인침대에서 자다 떨어져 얼굴에 타박상을 입어 응급실로 실려갔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처음받은 상장/이상교 글

    인기 동화작가 이상교의 ‘처음 받은 상장’(허구 그림, 국민서관 펴냄)은 ‘꼴찌에게 박수를’이란 메시지를 대문짝만 하게 매달고 있는 창작동화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 경험을 그대로 담아서일까. 책장을 넘길수록 농익은 작가의 감수성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전해온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생 여자아이 시우. 간척사업소 소장인 아버지를 따라 강화도 갯마을로 막 이사를 왔다. 그런데 시우는 ‘미운 오리새끼’다. 멀대처럼 싱겁게 큰 키, 코밑까지 내려오는 큰 안경에 말까지 더듬더듬, 아직 제 이름도 제대로 쓸 줄 모르니 언니와 두 동생들과 매일매일 비교 당하며 엄마 아빠의 면박을 받을 수밖에. “바보 시우”라 빈정대는 친구들의 놀림을 견딜 수 있는 건 그래도 홍점이가 곁에 있어주기 때문이다. 아빠 없이 가난한 엄마 밑에서 크는 홍점이는 시우처럼 공부엔 취미 없지만,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미운오리 취급받는 시우를 늘 따뜻이 위로해주는 단짝친구다. 산, 들, 갯벌을 누비며 놀기만 좋아하는 시우를 따라다니다 보면 어린 독자들도 따라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신이 날 만하다.“언니 본 좀 받아라.”“동생 반만 닮아라.”는 엄마 아빠의 지청구에도 웬만해선 기죽지 않는 시우의 꿋꿋한 모습에 왠지 미소가 터지기도 한다. 무성한 나뭇잎으로 시우의 비밀 아지트가 돼 주는 고욤나무, 바지락과 가무락 조개가 모여사는 바닷가, 비온 뒷날이면 고기가 잡히는 물맑은 도랑…. 갯마을의 청정한 공기가 금방이라도 코끝에 훅 끼쳐올 듯 수채화 같은 장면들이 줄줄이 시우의 이야기에 엮여 나온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조잘조잘 늘어놓던 책은 시우를 곤경에 빠트려 긴장감을 불어넣기도 한다. 가무락 조개를 사달라 조르는 남동생 시규를 업고 장에 간 시우. 돌아오는 길에 빗물에 불어난 계곡을 건너지 못해 죽을 고생을 하고, 온종일 남매를 찾느라 혼줄이 빠진 엄마 아빠는 결국 시우에게 날벼락을 내리시고…. 뭣 하나 잘 하는 게 없어 의기소침해진 시우에게 용기를 줄 순 없을까. 시우는 정말 잘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을까. 주인공 편이 된 독자들도 시무룩해질 즈음, 책은 시우의 품에다 눈이 번쩍 뜨일 선물 하나를 안긴다.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일등상을 받아들고는 사슬재 길을 겅중겅중 한달음에 뛰어내려오는 시우.“키다리 새다리”라 놀림 당하던 시우에게 “시인”이란 멋진 별명이 붙게 될 줄이야! 사이사이 시우의 마음을 노래하는 동시들이 끼어든 덕분에 독서의 질감이 한결 다양해졌다. 초등저학년.7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열린세상] 학교 성폭력 은폐자 파면하라/강지원 변호사

    익산에서 또다시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6월13일 익산J중학교 남학생 2명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도루코칼로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것이다. 이 J중학교는 지난 4월, 그로부터 1년여전에 일어났던 학생 집단성폭력사건을 은폐했다가 뒤늦게 들통이 났던 바로 그 학교다. 은폐 사건의 진상은 지난 7월6일 밤 방송된 KBS2 TV 추적 60분에서 관계자들의 생생한 진술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경위는 이렇다. 이 사건은 지난해 5월5일 이후 8월까지 4차례에 걸쳐 4개 중학교 남학생 8명에 의해 여중생에게 저질러졌다. 그들은 밖에서 순서를 정하기 위해 가위, 바위, 보까지 했다. 불량서클 명칭은 ‘끝없는 질주’였다. 이 사건은 그로부터 1년도 더 지난, 금년 4월에야 경찰수사에 의해 전모가 밝혀졌다. 피해자의 부모도 그제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런데 부모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학교당국은 훨씬 전부터 사건내막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부모에게 일체 비밀에 부친 채 다른 이유를 들어 타학교로 전학가라고 강요했고 부모는 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까지 그같은 끔찍한 일을 당한 피해 여중생은 9월 들어 가출, 무단결석을 보름 정도 했다. 그러곤 9월말 학교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때 학생의 기억으로는 학교측이 무단결석사실과 함께 “○○○와 안 좋은 소문이 있던데 사실이냐.”며 집단성폭력사건을 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할 수 없이 “예”라고 대답했고 나중에는 자술서까지 써냈다고 한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부분에 대해 당시 성폭력사실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학교측의 이같은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한 가해학생 부모가 지난해 10월7일 학교에 불려가 그같은 사실을 통보받았고 그날 J중학교 관계자도 그 학교에 왔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무료법률지원팀은 그외에도 생생한 증언들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다. 자,이런데도 학교측은 계속 ‘오리발’을 내밀 것인가. 그래서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빠져 나갈 생각인가. 또 성폭력이 아니라 단순한 성관계인 줄, 심지어 화간인 줄 알았다고 계속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할 것인가? 도대체 한 장소에서 한 명도 아닌 8명이 교대로 그랬는데도 화간이었다고? 그리고 당시에 여학생이 반항을 안 한 점이 이상하다고? 그렇다면 그것이 반항을 안 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그 기막힌 상황에서의 여자아이의 심리를 그렇게도 상상할 수 없단 말인가? 그 아이는 지금도 언제 치유될지 모를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대인공포증, 불면증,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게 화간이었다고? 그래서 은폐조작했다고? 그게 바로 교육자의 양심이고 교육적 조치란 말인가? 도대체 교육부장관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전북도 교육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선진국에서 이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2차,3차 재발을 막기 위해 이미 총력전에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 교육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아니 직위해제 2달만에 어느새 복직까지 시켜 줘 네티즌들의 몰매까지 맞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그러니 똑같은 사건들이 또 발생하는 것이다. 더 말할 것이 없다. 지난 사건부터 전면 재조사하라. 그리고 은폐관계자들을 색출해 가차없이 파면하라. 직접 조사했다며 은폐가 없다고 보도자료를 낸 익산교육청 책임자들, 공립·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책임자들을 모두 파면하라. 세상에 사건사고는 늘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똑 부러지게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중의 한 가지가 범죄보다 더 나쁜, 은폐라는 더 큰 범죄를 막는 일이다. 피해여중생은 나에게 편지를 보냈다.“선생님의 ‘선’자는 먼저 ‘선’자 아닌가요? 저보다 적어도 10년은 더 사신 분들이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더 원망스러워요. 제 억울함을 풀어 주실 거죠?”라고. 강지원 변호사
  • 사랑·친근감 “가족처럼 다가간다”

    차 부품, 중공업, 화학, 정보기술(IT) 등 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기업들이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족, 전문가 등 고유의 이미지를 통해 대중에게 바짝 다가서는 데 전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휴머니티’를 주제로 하는 광고를 신문에 집행하고 있다. 예컨대 현대중공업의 ‘아빠가 만든 배’편에는 ‘우리 아빤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배를 만들어요.’라는 카피와 함께 여자아이가 자신이 스케치북에 그린 ‘아빠가 만든 배’ 그림을 들고 자랑스럽게 웃고 있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모비스의 경우 흰 가운을 입은 한 연구원이 결단을 내리기 위해 고민하는 얼굴 사진을 배경으로 쓰고 있다.‘수만번의 생각, 수천번의 고민, 수백번의 노력-부품을 생각하기 전에 안전과 행복을 먼저 생각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포스코는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광고 캠페인을 통해 차가운 성질의 철을 생산하는 자사의 이미지를 따뜻하게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이 회사는 ‘믿음직한 기업·친근한 기업·존경받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철이 없다면….’편을 시작으로 꾸준히 기업이미지 광고를 하고 있다.최근 집행되는 신문 광고에는 아이들을 등장시키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깡통을 화분으로 재활용해 밝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배경 사진이다. 카피에는 ‘작은 캔에 담긴 희망이 있어 내일은 더 맑음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재활용을 강조해 환경친화적인 기업 이미지도 쌓는다는 전략이다. 종합 IT솔루션 업체인 LG CNS의 ‘엄마 사랑’ 편은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한다.‘엄마 사랑은 보여도 비타민은 안보여요.’라는 메인카피를 통해 이 세상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자사의 기술을 표현하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오페라공연을 보러온 듯한 차림의 미녀가 LCD TV모니터를 망원경으로 이용해 보고 있는 사진을 배경으로 쓴다. 특히 ‘당신의 LCD TV, 당신의 휴대폰, 당신의 노트북…. 모양은 달라도 디지털 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는 삼성코닝정밀유리에서 시작됩니다.’라는 카피를 통해 일상 생활 속에 자사의 핵심 기술이 녹아 있음을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기업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로 남을 것인지가 기업들의 고민이 됐다.”면서 “기업들을 상대로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이미지 광고가 부쩍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김치비빔국수

    [블루버드의 냠냠 다이어리] 김치비빔국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지요. 입맛도 없는데다 덥기까지 하니 주부님들은 주방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입맛없는 여름이면 밥보단 시원한 면종류 생각이 더 간절해지죠. 오늘은 그래서 시원하고 입맛 살리는 음식으로 준비해 봤답니다. 새콤달콤 김치비빔국수!!이름만 들어도 입속에 침이 고이지 않나요?ㅎㅎㅎㅎㅎ^ㅡ^ 재료준비:(1인분)신김치 한줌, 소면한줌, 오이 1/3개, 구운김 조금, 양파 1/4개, 깻잎 3장, 설탕 1큰술, 고추장 1/2큰술, 식초 1큰술, 통깨 1큰술, 참기름 1/2큰술 1. 신김치는 잘게 다져 참기름, 설탕 넣고 조물조물 버무려 두세요. 2. 깻잎, 양파, 오이는 깨끗이 씻어 잘게 채썰어 주세요(잘게 채썰어야 소면과 잘 섞인답니다.) 3. 구운 김도 잘게 잘라 준비해 두고 소면을 끓는 물에 삶아 건져 찬물에 헹궈 체에 받쳐 두세요. 4. 건져둔 소면 그릇에 잘게 썰어둔 신김치를 담고 고추장과 식초, 통깨를 넣어 잘 비벼주세요. 5. 잘 비벼둔 소면 위에 오이, 양파, 깻잎, 김을 얹어 주면 끝!!! 싱거울 수도 있으니 고추장과 설탕 식초는 기호대로 추가하셔요∼. 더워서인지 도통 입맛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 즐겨 먹던 비빔면이 생각나 낮에 혼자서 후딱 해치웠답니다. 얼마나 맛있던지…ㅎㅎㅎㅎ ■ 블루버드의 조잘조잘 장마와 겹쳐 후텁지근하기까지…. 간단한 점심 한 끼 차려 먹기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지요. 그래도 주부가 건강해야 온가족이 건강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이렇게 맛나고 간단한 음식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네요. 본격적인 장마네요. 비가 억수같이 온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요즘이죠. 한동안 뜨거운 볕에 짜증도 나곤 했었는데…. 며칠째 계속되는 빗속에 빨래가 바싹 마르던 그 따가운 햇살이 금세 그리워지네요. 사람 맘이란 게 참 간사하죠? ㅋㅋ 어릴 적 저희 엄만 비오는 날 우산을 들고 학교를 찾아오신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한두 번 학교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다 나중엔 어련히 안 오시겠거니 하며 집으로 비를 맞고 걸어온 적이 참 많았어요. 그때는 참 서운하기도, 서럽기도 했었는데…. 그 덕에 여자아이치곤 강하게 자랐다는 소릴 많이 듣는 게 아닌가 싶네요. 가끔은 일부러 비를 맞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해요. 요즘 어머니들은 아이가 비를 맞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듯 비오는 날이면 학교 앞은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과 차량으로 북새통이더군요. 조금은 아이에게 모진 부모가 되는 것 또한 교육의 한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TV를 켜면 날씨만큼이나 안 좋은 소식들이 가득하지요?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우울한 소식이 걷히고 밝고 맑은 소식들이 들려오면 차암~ 좋겠습니다.
  • “여자라서 시원해요” 스커트로 쿨~

    “여자라서 시원해요” 스커트로 쿨~

    무더운 여름, 남자들은 치마를 입는 여자들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성들은 여성의 특권을 잊은 듯 바지를 고수했다. 드디어 올 여름, 여성들은 긴바지를 벗어던졌다. 팔랑거리는 치마의 끝자락만으로도 여름 여성은 더욱 아름답다. 올 여름 스타일은 사랑스러운 로맨틱 무드와 1960∼70년대 자유로운 감성을 담은 히피, 다채로운 색상과 꽃·체크·줄무늬, 민소매·튜브톱·레이스끈 등 치마에 도입됐던 모든 아이템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여름을 강타한 ‘고무줄치마(?)’ 유행은 역시 돌고 도는 것인가.1980년대 초등학생 여자아이들은 한번씩 입어봤던 바로 그 스타일이 다시 돌아왔다. 폭 넓고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풀 스커트(full skirt), 층층이 천을 연결한 티어드 스커트(tiered skirt)는 올 여름 여성들 사이에서 최고로 유행하는 아이템이다. 허리에 고무줄을 넣어 편하기까지 한 이런 스타일은 짧은 볼레로 카디건, 허리를 묶는 셔츠 등 다양한 코디로 ‘로맨틱 히피룩’이 되거나, 레이스 자수 보석 등으로 현란하게 장식해 이국의 민속의상 스타일로 태어났다. 화려한 꽃무늬나 동물 문양이 그려진 옷에 나무로 만든 목걸이와 귀고리 등으로 장식하면 로맨틱 히피룩은 대자연을 담은 아프리칸 룩으로도 변신한다. ●여름의 핫아이템 ‘원피스’ 가장 간편하게 입을 수 있는 여름철 패션계의 스테디셀러는 역시 원피스(one-piece dress). 다양한 줄무늬와 화려한 색상의 체크 무늬, 시원하고 산뜻한 꽃무늬, 고전적인 단색 원피스까지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롭다. 허리 곡선을 유연하게 뽑아 가늘게 보이면서도 면과 레이온·면과 마 등의 혼방소재로 편하고 여유 있는 ‘슬림 앤 롱(slim and long)’실루엣이 강세다. 원피스는 카디건과 함께 입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손으로 성기게 뜨개질한 카디건이나 톱과 매치하는 것도 좋다. 앞부분 전체를 단추로 여미는 심플한 디자인의 원피스는 단추를 모두 풀고 민소매·통바지 위에 입어 긴조끼처럼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빨강 파랑 초록의 원색 액세서리나 벨트 등을 가미하는 것도 센스 있는 원피스 연출법이다. ●특별한 날에는 실크 드레스 클럽에서 뜨거운 젊음을 느낄 계획이라면 노출이 심한 패션보다 화려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으로 차별화된 코디를 생각할 수 있다. 어깨를 섹시하게 드러내는 사랑스러운 오렌지 시폰 원피스는 흰 피부에도, 섹시한 태닝 피부에도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호텔 수영장에서 열리는 풀사이드 파티나 가든 파티처럼 이국적인 느낌의 파티가 더운 여름밤의 특별한 이벤트로 자주 등장한다. 조명이 화려한 파티에는 광택과 컬러감이 강한 실크 원피스, 목선에 보석장식을 한 검정색 시폰 원피스가 제격이다. 화사한 색상의 실크 원피스는 충분히 섹시한 느낌을 주어 반짝이고 치렁치렁한 액세서리 없이도 시선을 끌 수 있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내놓은 어깨에 허전함이 느껴진다면 같은 소재의 얇은 숄이나 케이프(작은 망토)를 매치하는 것도 센스있는 옷차림을 완성한다. ■ 도움말 빈폴레이디스 이은영 실장·GGPX 디자인실 박은희 팀장·비아트 손소연(MAPS)대리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4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아침마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이모는 급기야 병원을 찾았다가 임신 진단을 받는다. 희주는 마지막으로 인영과 기준을 만나는 자리에서 행복하길 바란다며 사과하고, 인영과 기준 역시 희주더러 행복하게 살라며 헤어진다. 한편, 외조부는 고모와 데이트도 하며 가족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생방송 TV연예(SBS 오후 8시55분) 2003년 결혼과 동시에 활동을 중단한 배우 이요원이 돌아왔다.2년여의 공백을 깨고 이제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 엄마가 되어 돌아온 그녀를 만나본다. 어린이날 특집 ‘TV연예는 추억을 싣고’에서는 스타의 어린 시절 모습과 그 시절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자리도 마련했다. ●박주현의 시사 업클로스(YTN 오후 3시5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개추위는 피의자 인권존중은 세계적 추세라며 형사재판 시스템을 미국식 공판 중심주의로 바꾸는 개정안을 마련했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과 해법을 모색해 본다. ●책, 내게로 오다(EBS 오후 10시50분) 15년 간이나 동화마을을 찾아다닌 여행사진가 이형준씨와 함께 한다. 라푼첼이 갇혔던 성이 있는 독일,‘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고향인 영국, 피노키오가 되어 고래 뱃속에 직접 들어가 볼 수 있는 이탈리아, 삐삐가 맹활약했던 스웨덴 등 유럽의 동화 마을로 여행을 떠나본다. ●사과나무(MBC 오후 7시20분) 어렸을 때부터 여성스러운 행동으로 여자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놀았던 김서연(당시 이름 김용범·22)씨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 어머니에게 여장 모습을 들킨 후 여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모자에서 졸지에 모녀가 된 트랜스 젠더 김서연씨의 특별한 사연을 공개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1주일 동안 마법사가 된 사라는 그동안 연습해왔던 다양한 마법들을 시도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사라의 도움으로 공간이동을 하려던 진아는 사라의 약한 마법에너지 때문에 6차원 공간으로 사라진다. 엄마로 변신한 사라는 유치원 천사들과 어울려 뛰어놀기에 바쁘다.
  • [책꽂이]

    |경제·실용| ●교황 바오로 2세에게 배우는 성공한 사람들의 7개 습관(진희정 지음, 이지북 펴냄)가톨릭 수장으로 종교, 국적, 이념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던 교황 바오로 2세를 기업의 경영자 입장에서 바라본 자기관리서다. 자신을 희생하고, 솔직하고, 용기를 갖고, 신념을 행동으로 실천하라는 메시지다.1만 2700원 ●부와 행복의 법칙(혼다켄 지음, 더난 펴냄)돈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금전운을 향상시키는 법 등 부의 비밀과 행복의 철학을 에세이 형식으로 쓴 책. 내용도 저자가 젊은 시절 전 세계의 백만장자들을 만나 성공비결을 묻고,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딱딱한 경제경영서를 싫어하는 일반 독자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1만 2000원 ●몸에 좋은 색깔 음식(정경연 지음, 고려원북스 펴냄)젊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 정보를 주는 건강서. 한의사인 저자는 음양오행에 따른 색깔 건강법을 주장한다. 우리 몸은 부위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의 음식을 원한다는 설명. 심장은 붉은 색, 간은 녹색, 비장은 노란색, 폐장은 하얀색, 신장은 검은색을 원한다는 것. 알고 먹으면 약이 되는 다섯가지 색깔의 50가지 음식이 소개된다.1만 4000원 |유아·아동| ●수학 첫걸음 시리즈(전4권)(샐리 휴잇·앤드루 킹 지음, 승영조 옮김, 승산 펴냄) 취학 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수와 셈, 모양, 크기, 측정 등 수학의 기본개념에 눈뜨게 해주는 수학동화. 부모와 교사를 위한 별도의 가이드북이 마련됐다.3세 이상. 각권 9000원. ●나 혼자 기다렸어요(헬렌 런 지음, 서희주 옮김, 크레용하우스 펴냄) 매사에 불안함과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잘 표현한 그림동화. 늦어지는 엄마를 혼자 기다리는 여자아이에게 ‘걱정’들이 하나둘 찾아오는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편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자세를 배우게 한다.4세 이상.8000원. |초등·청소년| ●바람이 찍은 발자국(강원희 지음, 솔 펴냄) 동화작가 강원희가 풀, 꽃, 나무 등 자연을 짧은 시로 노래하고 사진작가 황헌만이 천연색 사진을 나란히 덧붙여 감흥을 더해준다. 멀리 시골 들길을 걷고 있는 듯 소담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어린이를 위한 시사진집. 초등 저학년.1만 2000원. ●펄루, 세상을 바꾸다(에이비 지음, 고은광순 옮김, 주니어김영사 펴냄) 참된 자유와 지도자의 의미를 일깨워 주는 ‘정치 동화’. 몬트머 족의 후계자로 지목된 주인공 펄루는 사악한 모사꾼의 덫에 걸려 살인누명까지 뒤집어쓴다. 지은이는 뉴베리상 수상작가. 초등 4학년∼중학생.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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