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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인사 비로자나불좌상 국내最古 통일신라 목조불상 판명

    지금까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던 경남 합천 해인사의 비로자나불좌상(경남도 유형문화재 제41호)이 한국 목조불상으로는 가장 오래된 9세기 통일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판명됐다. 불교 조계종 해인사(주지 현응 스님)는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경각 법보전에 모셨던 목조 비로자나불좌상 개금(改金·칠을 다시 함) 불사를 위해 지난 6월 복장유물을 개봉하는 과정에서 ‘중화삼년(中和三年)’에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명문(銘文)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화는 중국 당나라 연호로, 중화 3년(883년)은 당 희종 3년, 통일신라 헌강왕 9년에 해당한다. 법보전 비로자나불좌상은 지금까지 조선시대에 조성된 불상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번 명문 발견으로 한국 유일의 신라 목조불상이자 가장 오래된 목조불상임이 확실시된다고 해인사측은 밝혔다. 지리산 내원사 등에도 신라시대 비로자나불상이 있으나 모두 석조불상이다. 목조불상으로는 고려시대에 제작된 개심사(충남 서산) 비로자나불상(1276)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날 공개된 비로자나불좌상은 높이 1.25m, 폭 90㎝ 크기의 불상으로, 개금을 위해 옻칠이 된 상태였다. 또 불상 밑바닥 구멍을 통해 본 내부의 판자엔 제작 연대를 포함한 한자 명문이 두 줄로 씌어 있었다. 강우방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불상 내부 자귀 자국이 뚜렷하고 나무 상태가 생생해 언뜻 보아선 오래되지 않은 것 같지만, 완전히 봉해져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신라시대에 제작된 것이 확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옷 주름이 유려하고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신체에 비해 얼굴이 큰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불상양식은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반 신라 불상양식이지만, 이번 명문 발견으로 그 연대가 9세기 후반까지 내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발견된 명문엔 제작 연대뿐만 아니라 ‘大角干’(대각간),‘座妃’(좌비) 등 몇 가지 단어가 보인다. 또 명문상으로는 중화3년이 제작연대인지, 개금연대인지도 확실치 않다. 해인사 박물관 전 학예실장인 성공 스님은 “만일 이 연대가 제작이 아닌 개금연대일 경우 제작시기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대각간, 좌비 등이 신라시대 염문을 뿌린 것으로 알려진 각간 위홍과 진성여왕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해인사와 학계는 명문 내용에 대한 본격적 연구에 곧 착수해 오는 8월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합천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윔블던테니스] 흑진주, 윔블던 정상에 ‘팔짝’

    그녀가 돌아왔다. 윔블던 2연패를 비롯, 메이저 4개 타이틀을 거머쥐며 동생 세레나와 함께 테니스 여자코트를 호령하던 ‘윌리엄스가의 맏언니’ 비너스(25·미국)가 3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크럽에서 벌어진 윔블던테니스(총상금 185억원) 여자 단식 결승에서 ‘주부 여왕’ 린제이 대븐포트(29·미국)에 3-1 역전승을 거두고 4년 만에 메이저코트 정상에 복귀했다. 우승 상금은 60만파운드(약 11억3000만원). 기나긴 부진 때문에 ‘지는 태양’으로까지 불렸던 비너스였지만 ‘윔블던의 여왕’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000∼01년 2연패를 포함, 통산 다섯번째 메이저 우승컵. 윔블던에서는 최근 6년간 다섯 차례 결승에 올라 이날 세번째 우승컵을 포옹,80년대 이후로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미국) 슈테피 그라프(독일)에 이어 세번째로 3차례 이상의 ‘멀티 타이틀’을 석권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1차례 더 메이저 정상에 선 뒤 그만두겠다.”며 은퇴를 미뤄온 대븐포트는 지난 호주오픈 결승에서 세레나에 패한 뒤 이번에는 언니 비너스의 벽을 넘지 못하고 또 준우승,‘흑진주 징크스’에 울먹였다. 상대 전적에선 14승13패로 앞서지만 윔블던 결승에서만은 2000년 포함,2전 전패. 비너스는 갖가지 기록도 쏟아냈다.2시간45분에 걸친 사투는 지난 1970년 마가렛 코트와 빌리 진 킹이 벌인 2시간27분을 뛰어넘는 시간. 비너스는 14번시드로 출전했지만 당당히 패권을 거머쥐며 지난해 마리아 샤라포바(13번시드)의 최저 시드 우승 기록도 갈아치웠다. 한편 톱시드의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로딕(미국)을 3-0으로 완파하고 대회 3연패를 이뤄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사람] ‘문화의 오역’ 펴낸 이재호교수

    “우리 문화계에서 오역(誤譯)은 단순한 실수를 넘어 공해 수준입니다.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언론매체나 거리의 간판, 관광지 안내문까지 오역이 없는 곳이 없어요. 특히 책의 오역은 저자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구요.” 영문학자 이재호(70) 성균관대 명예교수. 학업과 강의를 해오면서도 40년 넘게 오역 문제를 비판하고 연구해온 그의 오역에 대한 칼질은 가차없고 빈틈없다. 그의 칼이 가는 곳은 무명의 번역가나 저술가가 아닌, 이른바 대가로 불리는 사람들의 번역물이나 국내 굴지의 출판사들이 펴낸 영한사전들이다. 대가임을 자처하는 이들에게 그의 칼질은 매우 아프다. 그래서 이 교수는 이들에게 기피대상 1호. 이 교수의 서울 평창동 자택을 찾았을 때 거실 탁자엔 메모지와 너덜거리는 사전, 손때 묻은 책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5년 전 대학에서 은퇴한 뒤 오역 연구와 퇴치에 전념하고 있는 작업의 현장이다. 앉자마자 약간은 도발적인 질문부터 던졌다.‘번역이란 게 어차피 우리글을 외국 글로, 아니면 외국글을 우리글로 옮기는 것인데 작은 실수야 나오게 마련 아닌가. 사소한 것까지 잡아내다 보면 어차피 한이 없지 않은가. 오역을 꼭 번역가나 작가의 수준문제로까지 연결시킬 필요가 있는가.’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이 교수가 차분히 답한다.“나도 번역 실수는 한다. 문제는 내가 지적한 오역이 구조적이고 치명적이라는 데 있다. 아이들 교과서에 엉뚱하게 번역된 문장이 나오고, 역사적 사실과 문화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오역이 사소한 실수란 말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해도 당사자들이 반성하는 자세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긴 그가 최근 펴낸 ‘문화의 오역’(동인)에 보면 어처구니 없는 오역의 실상에 눈이 휘둥그래질 지경이다. 이문열의 소설 ‘시인’을 영역한 책 ‘Poet’에는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란 속담을 ‘A horse with no legs goes a thousand leagues’로 옮겨 놓았다. 발 없는 말(horse)이 어떻게 천리를 달려갈 것인지, 이 책을 읽는 외국인들은 머리 꽤나 아프겠다. 이달 중순 일간지들이 일제히 보도한 ‘일 도요다판 이튼스쿨’에 관한 기사도 마찬가지. 영국에 이튼스쿨은 존재하지 않고 이튼 컬리지(Eton College)가 있을 뿐이다. 버트란트 러셀의 ‘서양의 지혜’(1960 을유문화사) 첫 머리를 보면 ‘위대한 저서는 큰 죄악이다’란 말이 나온다.‘A great book is a great evil’을 번역한 것. 위대한 저서가 죄악이라는 말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great’를 오역한 것.‘큰, 두꺼운’으로 번역해야 옳다. 알렉산드리아 시인 칼리마코스가 “두꺼운 책은 귀찮다.”라고 한 것을 이렇게 엉뚱하게 번역한 것이다. 코믹한 것은 30년 뒤 이 책이 다시 출판되면서 이 문장을 ‘위대한 책 치고 악하지 않은 것은 없다.’로 번역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 저명한 번역가이자 그리스·로마 신화의 대가로 평가받는 이윤기씨를 ‘오역의 대가’라고 서슴없이 공격한다.‘그리스·로마신화’,‘이윤기 그리스에 길을 묻다’ 등 그의 대표작 상당수가 “엉터리 신화해석과 수많은 오역, 중요 인명의 그릇된 표기, 신화 왜곡과 문화오역”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수십만의 아이들이 배우는 중3 교과서에 실린 ‘길 잃은 태양마차’에서도 ‘제우스의 아들’이어야 할 것을 ‘오시리스의 아들’이라고 하는 등 교과서에서만 서너군데서 명백한 오류를 지적한다. 이 교수의 오역 찾기 역사는 4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1959년 서울대 영문과 재학시절, 학교신문에 ‘T S엘리어트 오역의 시비’란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양주동 박사의 시 오역을 지적했던 것. 또 문교부편 ‘고등국어 2권’에 실렸던 그의 글 ‘면학의 서’중 오역된 존 키츠의 소네트를 문제삼은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유교적 법도가 엄격하던 시절이라, 이 교수는 ‘찾아뵙고 사과하라.’는 압력도 여러번 받았다. 물론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럴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후 그는 대학원을 거쳐 강단에 서면서 보다 꼼꼼하게 오역 찾기에 나섰다. 영문학이 본업인 그에게 가장 먼저 잡힌 것은 영한사전. 유명 출판사들이 펴낸 영한사전들에서 오역 내지는 충분치 못한 번역들이 많았던 것이다. 이 교수는 “영한사전은 영어공부를 허거나 번역을 하는 사람에게 군인의 총같은 존잽니다. 그런데 잘못된 부분이 계속 눈에 띄는 거예요.‘이것만 잘못됐나.’하고 다른 사전을 들춰보아도 마찬가지였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역된 단어를 외우며 공부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지더라구요.” 그는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쪽지를 붙이고, 제대로 번역한 내용을 빼곡하게 적어넣는 작업을 수십년째 해왔다. 그래서 그의 사전들은 하나같이 새까맣게 손때가 묻어 있고, 그가 끼워붙인 쪽지들이 너덜거린다. 물론 이렇게 잘못된 페이지들은 복사해 출판사에 전해줌으로써 오류를 바로잡도록 하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물도 이 교수의 눈을 비켜가지 못한다.“예술의전당에 가보니 ‘대영박물관 한국전’이 열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대표적 전시물 중 하나가 ‘푸아비 여왕의 수금’(Queen´s lyre)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여왕이 아니라 ‘왕비’가 맞는데 말예요.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Queen’만 나오면 남편이 왕인데도 ‘여왕’으로 잘못 번역하는 경우가 많아요.”라고 말한다. 그는 “전시를 주최한 신문사에 갖다줄 것”이라며 관련 기사에 잘못된 부분을 수정한 쪽지를 붙여 챙겼다. 5년 전 대학에서 은퇴한 뒤로는 오역연구는 아예 전업이 됐다. 그래서 ‘영한사전 비판’‘문화의 오역’같은 저서도 내게 된 것. 책을 들여다보면 ‘그 많은 책을 언제 읽고, 오류를 찾아 분석해냈을까.’하는 생각에 입이 딱 벌어진다. 남의 오류를 찾는 게 그의 일이다 보니 욕도 많이 먹는다. 이 교수의 부인 임채문(60)씨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이 느껴져 반대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고집과 신념이 이만저만이어야 말이지요. 이젠 포기하고 도와줍니다.”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오는 8월 ‘서양문화교양사전’(현암사)을 출간할 계획이다. 이번 책은 오역 비판이 아닌 오역 예방을 위한 것. 그리스·로마신화, 헬레니즘, 성경 등 고대 이후 서양문화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용어나 지식을 담았다. 오역은 문화를 오염시키지만, 잘된 번역은 문화를 정화시키고 윤기가 흐르게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신조다. 그래서 번역자에게 주는 당부는 한 가지.“문화의 오염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문화의 정화수가 될 것인가.”, 번역에 앞서 한번만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글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 지은 역시 ‘매치플레이 퀸’

    ‘매치플레이의 여왕’ 박지은(26·나이키골프)이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미여자프로골프(LPGA) HSBC여자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1회전을 통과했다. 박지은은 1일 미국 뉴저지주 글래드스톤의 해밀턴팜스골프장(파72·6523야드)에서 ‘홀 바이 홀’ 1대1 녹다운 방식으로 치러진 대회 첫 판에서 ‘노장’ 미셸 레드먼(미국)을 2홀차로 따돌리고 32강이 겨루는 2회전에 진출했다. 지난 2002년 시스코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 정상에 올라 ‘버디 퀸’에 ‘매치플레이 퀸’이라는 별명을 보탠 박지은은 초반 부진으로 상대에 끌려갔지만 후반 4개홀을 내리 거둬들이며 역전승, 자신의 별명이 겉치레에 지나지 않음을 입증했다. 박지은을 포함, 모두 15명이 출전한 ‘코리아 여군단’은 7명이 대거 2회전에 안착했다. 안시현(21·코오롱엘로드)은 프랑스의 신예 카린 이셰르를 2홀차로 물리쳤고, 김미현(28·KTF)도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멕 말론(미국)에 4홀차 대승을 거뒀다. 박희정(25·CJ)은 재니스 무디(스코틀랜드)를 2홀차로, 장정(25)은 라일리 랭킨(미국)을 4홀차로 각각 따돌렸다. 이미나(23)는 한희원(27·휠라코리아)과 연장 접전 끝에 2회전에 합류했다. 김초롱(21)은 지난해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카렌 스터플스(잉글랜드)를 3홀차로 제쳤다. 절반은 ‘관록’에 무너졌다. 강수연(29·삼성전자)은 캐리 웹(호주)의 벽을 넘지 못했고, 김영(25·신세계)은 티나 배럿(미국)에 5홀차 대패. 김주미(21·하이마트)는 웬디 워드(미국)에, 임성아(21·MU)는 명예의 전당 멤버인 줄리 잉스터(미국)에 무릎을 꿇었다. 초청 선수로 참가한 박세리(28·CJ)는 레이철 헤더링턴(호주)에 앞서가다 후반 3개홀을 한꺼번에 잃어 역전패당했다. 기대를 모은 US오픈 챔피언 김주연(24·KTF)도 소피 구스타프손(스웨덴)과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맞아 아깝게 1홀차로 탈락했다. 한편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조안 몰리(잉글랜드)에 초반 고전했지만 13번홀을 잡아 1홀차 리드를 잡고 15번홀에서 2홀차로 간격을 벌린 뒤 나머지 2개홀을 잘 막아 17번홀에서 경기를 마무리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儒林(376)-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

    儒林(376)-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

    제4부 百花齊放 제1장 浩然之氣(2) 사마천은 공자가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왕도에서조차 학교의 수업을 존중하는 풍조가 사라졌음을 탄식하고 있었다. 사마천은 ‘유림열전(儒林列傳)’을 지어 사기에 넣음으로써 바로 이러한 경박한 시대를 향해 준엄한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유림열전’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 태사공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공령(功令)을 읽으면서 국립학교의 교관(敎官)을 장려, 확대하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언제나 책을 내던지고 탄식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공자의 사후 학교 수업을 존중하는 학풍이 사라지고 학문을 장려하는 학교 교육용의 공령을 읽을 때면 견딜 수 없어 언제나 책을 던져 버리고 탄식하였던 사마천. 사마천은 공자로부터 시작된 유가의 학문이 끊기지 않고 유림의 숲을 이뤄 영원히 울울창창 뻗어 나가기를 바라면서 다음과 같이 유림열전을 이어간다. “주왕조가 쇠퇴해지자 관저(關雎:시경의 권두시)가 나타나고 유왕(幽王:BC 781∼771 재위), 여왕(王:BC 878∼828 재위)이 무도했던 탓으로 예악이 파괴되었으니 제후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는 바람에 정권은 강국으로 옮아 갔다. 그래서 공자는 왕도(王道)가 쇠퇴하고 사도(邪道)가 일어나는 것을 슬퍼하는 나머지 ‘서경’과 ‘시경’을 정리해 예악의 부흥에 힘썼다. 공자는 제나라로 가서 성왕 순(舜)이 작곡한 소(韶)라는 음악을 듣고 감동한 나머지 석 달 동안이나 고기맛을 몰랐으며, 위나라에서 노나라로 돌아와 음악을 바로잡아 비로소 아(雅:정악)와 송(頌:조상의 공덕을 기리는 노래)이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상이 워낙 혼탁 타락해 있었으므로 그를 알고 써 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공자는 몸소 70여명의 제후들을 방문해 보았으나 제대로 알고 예우해 주는 자도 없었다. 공자는 탄식하며 ‘나를 채용해 주는 군주가 있다면 반드시 한 해 안에 예악을 일으키겠다.’라고 말하였고, 노나라의 애공이 서쪽으로 사냥이나 나가서 기린을 잡자 ‘나의 도는 다했다.’고 한탄하였다. 노나라 사관의 기록에 의하면 공자는 결국 ‘춘추’를 저술해 왕자의 도를 보여 주었다.‘춘추’의 언사(言辭)는 미묘해서 그 함축성이 원대하다. 후세 학자들은 이것을 주석(註釋)하고 해설한 사람들이 많다.…” 사마천은 이처럼 공자의 생애를 압축하여 공자가 역사서인 춘추를 쓰게 된 배경을 간단하게 약술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사마천은 공자가 죽은 후의 상황을 부연설명하고 있다. “…공자가 사거한 뒤 70여명의 제자들은 천하로 흩어져 각국의 제후들을 방문했다. 그때 크게 된 사람들은 제후의 스승이나 재상이 되었고, 작게는 사대부의 선생이나 벗이 되었다. 혹은 숨어 버린 제자들도 많았다. 그리하여 자로(子路)는 위나라에 있었고, 자장(子張)은 진나라에 있었으며, 담대자우(澹臺子羽)는 초나라에 있었고, 자하(子夏)는 서하(西河)에 있었고, 자공(子貢)은 제나라에서 생애를 마쳤다. 전자방(田子方), 단간목(段干木), 오기(吳起), 금활리(禽滑釐)와 같은 인물들은 모두 자하나 혹은 그 동문한테서 학문을 배워 왕자의 스승이 되었다. 그 무렵 학문의 애호가로서는 위(魏)나라 문후(文侯)밖에 없었다. 그 이후 학문은 점차 쇠퇴해지더니 마침내 진나라 시황제에 이르렀던 것이다.…”
  • 5분 데이트 (7) - 강경자

    5분 데이트 (7) - 강경자

    남자사병들 경례 잘 받는 미스·해군 강경자(姜敬子) 소위 『일동 차렷! 경례엣!』 표지촬영을 위해「미스」해군 강경자 소위가 65함(艦)에 오르자「브리지」양편에 늘어선 65함의 사병들이 마치 여왕을 모시듯 거수경례를 붙인다. 강양, 아니 강소위님은 의젓이 답례하고-. 『이젠 뭐 경례받는 것 아무렇지도 않아유』하는 이 아가씨는 실은 방년 22세의 앳된 아가씨. 충남 부여산. 대전에서 죽 자라나 충남고, 대전간호학교(3년제)를 거쳐 올해 4월 해군소위로 임관되었다. 한 달간의 훈련을 받고 지금은 진해 해군병원 회복실 근무의 간호장교. 보조간호원 한 명과 남자위생병 8명을 거느리고 있는 당당한 해군장교님이시다. 『처음 임관됐을 땐요. 짓궂은 남자 사병들이 일부러 내 앞에 뛰어와 경례를 붙이곤 해서 당황했지먼유. 이젠 괜찮어라우』 약간 늘어지는 충청도 사투리가 매력있다. 중·고교 시절엔 육상선수였다는 강소위는 지금도 자전거 타기에는 자신 있다고. 교원으로 있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바둑이 지금은 7급, 당구도 1백점을 친다는「레크리에이션」만능선수. 때마침 해군 창설 23주년을 기념하는 전해군 체육대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강소위는 의무단 소속 배구선수로 출전, 맹활약. 아무튼 대단히 쾌활한 아가씨이다. 시집은 언제쯤 갈 생각이냐니까 2년 뒤에 만기제대를 하고 나면 곧 결혼하겠단다. 상대는 이미 정해진 거 아니냐니까 그렇다고. 아마 약혼은 곧 할 눈치. 상대가 누구냐는 질문엔 살짝 웃음으로 대답. 진해에 있는 장교님인 건 틀림없는데 해군통제부와 해병기지사령부와 육군대학이 모두 진해에 있으니 알쏭달쏭- 어디 한번 알아맞혀 보실까요? ※ 뽑히기까지 해군에 속해있는 여군은 모두 간호장교님들. 서울, 진해, 포항의 세 병원에 모두 50여명이 있는데 이중에서 선발된「미스」해군이 바로 강소위이다. 때마침 해군 창설 23주년을 맞는 축제「무드」의 군항 진해에「미스」해군의 탄생은 또 하나의 축포가 됐다. 그래서 거리에서, 부두에서, 함상에서 강소위는 경례 받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 [ 선데이서울 68년 11/10 제1권 제8호 ]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4) ‘원조’ 예언자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4) ‘원조’ 예언자들

    언제 누가 무슨 예언으로 세상을 움직였을까. 시대의 변천에 따라 예언자의 계보도 많이 달라졌다.20세기 초엔 손병희를 비롯한 신종교단체 지도자들이 ‘정감록’을 근거로 ‘후천개벽’을 예언했다. 그에 앞서 조선 후기에는 풍수지리와 점술에 밝은 ‘술사(術士)’들이 예언자로 활동했다. 그들은 정권에서 소외된 이른바 ‘원국지사(怨國之士)’들과 연합해 새 왕조의 창립을 꿈꾸었고,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예언서 ‘정감록’을 민간에 유포시켰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좀더 다양한 부류의 예언자들이 발견된다. 우선 고려 후기에는 미륵불의 화신이라고 주장하다가 사기꾼으로 단죄된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고려시대만 해도 국가는 정치적 예언을 독점 관리하였으며, 이를 위해 천문과 지리 등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술관(術官)을 따로 설치했다. 국가가 예언을 제도적으로 독점하는 경향은 이미 고대로부터 비롯됐다. 우리와 이웃한 고대 중국은 물론, 서양문명의 뿌리로 알려진 로마제국에서도 정치적 예언은 국가의 통제를 받았다. 정치적 예언은 허가받은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만큼 고대사회에서 예언의 역할은 중요했다. 한국 고대의 예언자들은 크게 네 가지 종류로 구분된다. 왕, 무당, 일관 및 승려가 그들인데, 이들은 예언의 원조였다.‘정감록’의 가장 깊숙한 뿌리였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신성한 왕들의 예언능력 고대엔 왕들이 직접 예언자 역할을 담당했다. 예컨대 신라 선덕여왕이 그랬다.‘삼국유사’에 나오는 설화인데 비교적 널리 알려진 이야기라 줄거리만 간단히 언급하겠다. 영묘사 옥문지에 개구리 떼가 모여 여러 날 동안 울어댔다. 이것을 보고 여왕은 여근곡이란 곳에 백제 군사가 잠복해 있는 줄을 알아냈다. 개구리는 눈이 툭 불거져 있어 성난 모습을 하고 있으므로, 병사로 해석했다. 개구리가 울던 옥문은 곧 여자의 생식기인데 여자는 음이요, 빛깔로 말하면 흰색, 방향으로는 서쪽이다. 여왕은 적군이 서쪽에 있음을 짐작했다. 그런데 남근이란 여근 속에 들어가면 죽는 법이라 여근곡의 적군은 물리치기가 쉬울 것으로 판단했다. 선덕여왕의 예언은 사물의 형태, 이름, 빛깔이 당시 사람들이 공유한 상징체계의 틀 안에서 이뤄졌단 점이 주목된다. 역사가들은 이 설화를 예로 들어 선덕여왕은 개인적으로 대단한 능력이 있었다든가, 또는 여왕의 권위가 만만치 않았다는 주장을 편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고대의 왕은 신성시 됐는데, 왕의 초월적 능력에 대한 기대가 그 이면에 자리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집트의 파라오나 중국 고대의 진시황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신성한 능력의 소유자로 간주돼, 사시사철 천지의 순조로운 운행을 알리는 달력을 공포할 권리가 있었다. 심지어 고대 동양에서는 신기한 동식물의 출현, 별자리의 움직임을 비롯해 갖가지 천문 현상, 바람과 비 등 일체의 자연 현상에서 하늘의 뜻을 발견하고자 했다. 자연환경의 사소한 변화에도 한 나라의 정치적 공과가 반영되어 있다고 믿었다.‘삼국사기’와 ‘삼국유사’는 물론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도 이에 관한 기사가 수없이 많다. 왕은 이 모든 현상의 이면에 암시된 하늘의 뜻을 정확히 읽고 적절히 대응해야만 됐다. 그것이 하늘과 백성에 대한 왕의 의무였다. 이런 점이 지나치게 강조되다 보니 한국 고대엔 왕이 흉년이나 자연재해에 대해 직접 책임을 져야 됐다. 부여에선 여차하면 왕을 바꾸기까지 했다고 한다. 부여 왕은 정치적 수장이자 최고의 사제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 부여 사람들은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하늘의 의지가 절대적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이 벌어지면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소를 잡아 그 발굽 모양으로 길흉을 점칠 정도였다. 일종의 동물 점(占)이 애용되었던 것인데, 그 방법이 중국 고대 은(殷)나라의 갑골점(甲骨占)과 비슷해 보인다. 고대에는 아직 세속적인 지식과 종교적인 신앙심이나, 정치권력과 종교적 권위를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왕은 최고 권력자이자 종교적으로 신성한 존재로서 하늘의 뜻을 정확히 읽어내야 된다는 사명을 떠안게 됐다. 심한 경우, 예언과 주술의 능력이 부족한 왕은 퇴출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상적인 왕은 선덕여왕처럼 예지 능력을 구비했어야 됐다. ●궁중의 무당 또는 일관들, 예언 전문가로 국정에 간여해 시일이 흘러감에 따라 정치와 종교는 점차 분리되었고, 정치권력이 종교적 권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왕 노릇을 하는 데는 여전히 정치적 예언능력이 요구되었지만, 왕이 직접 예언자여야 할 필요는 사라졌다. 왕은 궁궐 안에 예언자들을 고용했고, 그것으로 족했다.‘삼국사기’에 보면 이미 백제의 초창기인 온조왕 때,‘일관(日官)’이란 전문가가 측근으로 기용돼 있었다. 어느 한 해엔 왕궁의 우물물이 갑자기 넘쳤고, 도성에 사는 어떤 백성의 집에서 말이 소를 낳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더욱이 그 머리는 하나였으나 몸은 둘이었다. 이런 변고(?)에 대해 일관이 해석을 내놨다.“우물물이 갑자기 넘친 것은 대왕이 크게 세력을 일으키게 될 징조입니다. 소가 머리는 하나인데 몸이 둘인 것은 대왕이 이웃 나라를 병합하게 될 징조입니다.” 예언은 맞아들었다. 얼마 후 온조왕은 진한과 마한을 병합하는 데 성공했다. 일관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하다. 고구려에서는 일자(日者)라고도 하였다. 그는 천체의 이상현상을 예언으로 풀이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예컨대 149년(고구려 차대왕 4년) 5월에 다섯 별(歲星 또는 木星,熒惑 또는 火星,太白 또는 金星,辰星 또는 水星 그리고 鎭星 또는 土星)이 동쪽 하늘에 모였다. 일자가 보기에 흉한 조짐이었다. 그러나 그는 왕의 마음에 거슬리면 공연히 화를 당할 수도 있다고 판단해,“임금의 덕”이 있다는 증거라고 거짓으로 둘러댔다. 이 이야기에서 보듯, 늦어도 2세기에는 천문에 정통한 직업적인 예언자들이 고구려 왕실에 존재했다. 일자는 이를테면 전문직 관리로 왕을 보좌했다. 고구려 왕실에는 또 다른 부류의 예언자들도 있었다. 역시 고구려 차대왕 때의 기록이 참고가 된다.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마침 하얀 여우가 보이기에 활을 쏘았다. 그러나 맞히지 못해 떨떠름해했다. 왕은 ‘무사(巫師)’에게 이 일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스승 사(師)’ 자를 붙여 무사라 일컫는 데서 짐작되듯, 최상급의 무당이었다. 무사는 그 일이 아주 나쁜 징조라고 말했다. 여우는 요사스러운 짐승인데 하물며 그 빛깔이 하얗다면 더욱 괴이한 일이라 했다.“임금님은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여 덕을 닦고 잘못을 반성하십시오. 만일 임금님이 덕을 닦으시면, 화가 변하여 복이 될 수 있습니다.” 왕은 화가 치밀어 올라 이렇게 간언하는 무사를 죽여 버렸다. 나라 안의 최고 무당으로서 예언자는 자연 현상에 은밀하게 담긴 하늘의 뜻을 제대로 알아맞혀야 했다. 여기서 반드시 언급돼야 할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있다. 무당은 자연 현상의 예언적 의미를 캐낼 때 현실정치에 깊숙이 개입할 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의 정치적 개입은 위의 이야기가 상징하듯 상당한 위험이 뒤따랐다. 우리에게 삼국통일의 명장으로 널리 알려진 김유신만 해도 본래는 고구려의 무당이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는 전생에 고구려의 무당 추남이었다 한다. 추남은 천지자연의 여러 현상을 예언으로 풀이하는데 능했다. 뿐만 아니라 점술에도 밝았다. 하지만 고구려 왕비의 뜻을 거스른 바람에 무고하게 죽음을 당했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적국 신라의 귀족 가문에 환생했다는 이야기가 있다.‘삼국유사’에 보면, 고구려의 연개소문 역시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적국의 장수로 환생하였다고 했다. 환생에 얽힌 전설이 사실이었는가 하는 문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기억해야 될 점은 추남이든 또는 차대왕 때의 무사든 국가의 운명을 바로 예언해야 될 사명을 띤 무당들이 왕의 곁에 포진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들과 별도로 천문에 밝은 일자들 역시 예언을 임무로 삼았다. ●명산대천과 시조 사당의 제관들, 국운을 예언하다 7세기의 역사 기록을 살펴보면 얼핏 무당과 비슷해 보이지만 엄밀한 의미로는 구별되는 새로운 부류의 예언자들이 등장했다. 사제 또는 제관(祭官) 즉, 나라의 중요한 제사를 담당하던 종교인들이 예언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고구려 말기인 보장왕 때 일이다.654년(보장왕 13년) 4월, 마령 고개 위에서 신인(神人)이 나타나 고구려의 멸망을 예언했다. 마령의 신인이란 산신령을 가리킨 것이 거의 틀림없다. 신라의 경우 김유신의 전기를 읽어보면 삼산(三山)의 여신들이 국운을 수호하는 신으로 언급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구려의 마령도 국가적으로 중시되던 명산이며, 그 곳의 산신이라면 특별한 신앙대상이 아닐까 한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마령 산신의 예언을 청취한 사람은 결코 평범한 사람일 수가 없다. 그는 산신령의 제사를 전담하는 사제였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딱히 고구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삼국에는 저마다 국가적인 제사의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유명한 산천과 국가의 시조묘(始祖廟) 등이 신앙 대상이었다. 이들 종교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따로 있었다. 고구려 요동성(遼東城)만 해도 시조 주몽(朱蒙)의 사당이 설치돼 있었는데 그에 얽힌 이야기는 마침 예언자에 관한 우리의 논의에 도움이 된다. 보장왕 때 당나라 장수 이세적(李世勣)이 고구려를 정복하기 위해 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그 성 아래까지 쳐들어 왔다. 당나라 군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연달아 성을 공격했다. 당 태종까지 친히 합세해 요동성을 수십 겹으로 에워싸 북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 요동성 주민들의 사기는 저하됐고 성은 함락직전이었다. 바로 그때 주몽 사당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섰다.“우리가 모시는 주몽 사당에는 철판을 이어 만든 갑옷이 있고 날카로운 창이 있다. 전해오는 말로 이것은 전연(前燕·249∼370) 때 하늘이 내려 보냈다고 한다. 지금 적에게 포위되어 형세가 위급하다. 미녀를 단장하여 주몽 신에게 아내(‘婦神’)로 바치자.” 그의 제안대로 미녀를 바친 다음 제관이 다시 말했다. 주몽이 기뻐하시므로 성은 반드시 지켜질 것이란 이야기였다. 그러나 요동성은 바로 함락되고 말았다. ‘삼국사기’에는 주몽 사당의 제관을 단순히 무당(‘巫’)이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크게 괘념할 일은 아닐 성싶다. 요동성의 함락에 관한 내용은 고구려의 적국인 당나라 측의 사료를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그 사당을 보호하고 관리할 ‘사제’ 또는 ‘제관’이 없었을 리는 만무하다. 이쯤에서 요점을 간추려보자. 첫째,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은 사후에 국방의 요충인 요동성을 수호하는 신으로 간주돼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비슷한 예로 신라의 문무왕도 죽어 국가의 수호신이 되었다. 문무왕과는 달리 주몽은 성곽의 수호신이었다. 그런 점에서 주몽 사당은 후대 중국 성황(城隍)의 원형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둘째, 주몽 신에게 젊은 여성이 희생으로 바쳐졌다는 점이다. 사람을 산 채로 무덤에 부장품으로 삼는 순장(殉葬) 풍습은 사라진 지 오래였으나, 종교적 희생은 오랫동안 끈질기게 존속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인용한 사료에서 확인되듯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 사당을 관리하는 제관이 있었고, 그는 수호신 주몽의 뜻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바로 이 점이 지금 우리에겐 가장 중요하다. 백제의 경우에도 명산대천은 국가적 신앙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중요했던 만큼 국가의 멸망을 예언하는 징조가 가장 분명하게 포착된 장소이기도 했다. 백제가 멸망하기 몇 해 전부터 기이한 현상들이 자주 목격됐다. 빨간 말이 북악의 오함사(烏含寺)에 들어와 울었다고 했다. 그 말은 사찰을 여러 날 동안 맴돌다 죽었다는 것이다. 북악이라는 명칭에서도 짐작되듯 그 산은 백제의 오악 가운데 하나였다. 명산 중의 명산으로 백제가 국가적 신앙대상으로 삼았던 북악 산신이 나라의 멸망을 알리는 징조였다면 의미심장하다. 하필 ‘말’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상징적이다. 앞서 예로 든 고구려의 산신도 마령 즉 ‘말 고개’에 출현했던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고대에 말은 전쟁 또는 군신(軍神)의 상징이었다. 멸망을 눈앞에 두고 백제의 우물, 강물 그리고 바다에도 재앙의 조짐이 역력했다. 서해안 해변에는 무수히 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했다. 어찌나 많던지 백성들이 아무리 먹어도 남았다고 했다. 생초진(生草津)엔 거대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됐다. 그 길이가 무려 18척이나 됐다고 한다. 수도 사비성의 서남쪽으로 흐르는 사비하(금강)에는 큰 물고기가 죽어 떠올랐는데, 길이가 3척이나 됐다. 이어서, 사비하의 물이 핏빛처럼 붉게 물들었다. 도성의 우물물도 핏빛으로 변했다. 모두 ‘삼국사기’에 기록된 것들이다. 따져보면 우물물이나 강물이 붉게 변했다는 이야기는 큰 물고기나 거대한 여성이 폐사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고대 한국인들의 관념에 따르면 물속에는 물의 신이든가 아니면 용이 살고 있었다. 그 형상은 특출한 사람의 모습일 수도 있었고 물고기 또는 지렁이와 같을 수도 있었다. 이러한 물의 신은 우선 고구려의 건국신화에 등장한다. 주몽의 외할아버지 하백이 바로 그렇다. 작은 물고기들은 물의 신(水神,河伯)의 신하로 인식됐다. 적에게 쫓기던 주몽이 무사히 강물을 건너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다름 아닌 물고기와 자라들 덕분이었다. 만일 주몽이 수신의 외손이 아니었더라면, 수중 생물들의 도움을 기대하긴 어려웠다는 것이 신화의 논리다. 백제 왕실은 고구려의 후예를 자처하였던 만큼 명산 못지않게 대천(大川)도 중요했다. 수도 사비성을 감싸 흐르던 사비하, 생초진 그리고 서해 바다의 수신은 모두 백제의 수호신이었을 것이다. 물론 수호신들의 죽음에 대한 관찰은 비현실적이지만 이런 비현실적인 현상을 목격하고 보고하고 기록한 것은 보통사람들의 몫이 아니었다. 그것은 예언자인 제관들의 고유한 권리요, 또한 의무였다. ●호국사찰의 승려들, 불안한 미래를 보다 삼국에 불교가 전파된 뒤로 각 나라엔 호국사찰(護國寺刹)이 들어섰다. 기존의 산신과 수신에 더하여 부처님의 가호가 나라의 융성을 보장해주리란 믿음이었다. 그러다 나라가 망하게 되자 그 조짐이 호국사찰에도 나타났다. 백제의 경우, 천왕사(天王寺)와 도양사(道讓寺)의 탑이 벼락을 맞는가 하면, 백석사(白石寺) 강당에도 벼락이 쳤다. 왕흥사(王興寺)에선 배의 돛과 같이 생긴 것이 강물을 따라 절간 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목격됐다. 왕흥사 승려들은 이런 모습을 함께 지켜봤다 한다. 정치적 예언은 본래 신성한 왕과 무당들의 독점적 영역이었으나, 역사 속에 새로 등장한 일관(日官)들, 불가(佛家)의 스님들에게도 예언의 권능이 공유되기 시작했다. 이런 고대 예언자들의 직업적 계보가 이어져, 조선후기엔 술사(術士)와 스님들이 정감록의 생산과 유통을 주로 담당하게 된다.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아니 그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우수여성과학자에 ‘선덕여왕상’

    뛰어난 연구업적을 낸 여성 과학자에게 ‘선덕여왕상’(가칭)이 수여될 전망이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장인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는 21일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는 숨은 여성 과학기술인을 발굴해 시상하는 ‘선덕여왕상’을 내년 중 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선덕여왕은 최초의 천문대인 첨성대를 지은 신라시대 여왕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여성 과학자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전 교수는 “현재 활동 중인 여성 과학기술인은 2만여명으로 전체 과학기술인 중에서 11.4%에 불과하다.”면서 “궁극적으로 여성 과학기술인 비율을 25%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국여성과학기술인센터를 통해 여성 과학인을 대상으로 금융공학 과정, 특허로드맵 과정, 리더십 과정, 영어를 통한 논리적 사고과정,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과정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 여성 과학기술인의 역량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세계신(世界新)의 원동력은?

    세계신(世界新)의 원동력은?

    「검은 탄환」과「유성(流星)의 여왕」의 신화 「멕시코·올림픽」1백m는 남자부에서「검은 탄환」「지미·하인즈」가 9초 9, 여자부에서는「유성의 여왕」「와이오미아·타이어즈」가 11초 F의 놀라운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초의 벽」을 깨뜨린「하인즈」와 여자로서 처음으로 10초대 돌입의 문턱에 다가선「타이어즈」의 질주에서「세계신기록의 원동력」을 살펴보면. [하인즈] 먼저「스타트」가 나쁘다는 흠을 안고 있으면서도「하인즈」가 인류 최초의 위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무릎이 잘 올라가기 때문. 후반의 뛰어난 가속도는 바로 잘 올라가는 무릎에서 나오는 것이다. 전진력 즉「스피드」는 땅에 닿은 뒷발이 걷어차는 데서 얻어진다. 무릎이 올라간다고 곧 전진력이 생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릎이 안 오르면 그 발이 곧 떨어지기 때문에 땅을 걷어차는 힘이 약하게 마련. 『무릎을 올려라!』가 단거리의 가장 기본이라고 일컬어지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하인즈」는『몸을 앞으로 약간 숙여라!』라는 원칙은 지키지 않고 있다. 적당히 몸을 숙여야 몸의 중심이 앞으로 나가 뒷다리를 걷어차면 뛰어난 직진력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하인즈」는 이와 반대로 몸을 세우는 편. 하기야 몸을 세우기 때문에 무릎이 잘 올라가는지도 모르지만, 온몸의 균형을 잡는 두 팔의 조작은 거의 완벽에 가까워 상체를 일으키는 데서 오는「핸디캡」을「커버」하고 있다. [타이어즈] 「하인즈」와 달리「타이어즈」는 무릎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유성」의 비밀은 기관총처럼 빠른 그 여자의「피치」에 있다. 빠른「피치」는 또한 단거리의 절대적 요소이다. 폭을 줄이고 경쾌한「피치」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는 것이「타이어즈」의 특성. [ 선데이서울 68년 10/27 제1권 제6호 ]
  • [토요영화]

    ●허리케인 카터(KBS2 밤 12시25분) 인종차별로 인해 20여년 동안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던 흑인 권투선수 루빈 카터의 실화를 영화로 옮겼다. 이 이야기는 인종차별 철폐와 인권투쟁의 모티프가 되어 1976년 미국의 음유시인 밥 딜런에 의해 8분이 넘는 노래로 불려지기도 했다. 덴젤 워싱턴은 미들급 권투선수와 죄수 역을 위해 1년 넘게 권투 훈련을 하고, 몸무게도 20㎏이나 줄이기도 했다. 이 영화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과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받았다. 캐나다 출신의 거장 노먼 주이슨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의 작품은 45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고,12번 이 상을 수상했다. 주이슨 감독이 영화감독 데뷔 5년 만에 흑인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던 시드니 포이티에가 열연한 ‘밤의 열기 속으로’(1967)를 통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허리케인’이라는 별명으로 이름을 날리던 복서 루빈 카터(덴젤 워싱턴)는 백인 3명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무죄를 주장하지만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유죄를 선고한다. 그로부터 22년 뒤, 캐나다에서 환경운동을 하는 흑인 소년 레스라(비셸루스 레온 샤논)는 헌책방에서 카터의 자서전 ‘제16라운드’를 접하게 되고 종신형을 살고 있는 카터를 돕기로 결심하는데….1999년작.139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엘리자베스(EBS 오후 11시40분) 16세기 영국 절대왕정의 황금기를 열었던 엘리자베스 1세의 젊은 시절을 그렸다.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출신의 세카르 카푸르 감독이 연출을 맡은 점이 이채롭다. 그는 앞서 ‘밴디트 퀸’(1994)으로 명성을 얻었다. 호주 출신 연기파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타이틀 롤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블란쳇은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를 통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배우다. 제프리 러시, 조셉 파인즈, 리차드 아텐보로, 캐시 버크, 뱅상 카셀 등 쟁쟁한 배우들도 나온다. 블란쳇은 역시 카푸르 감독이 연출하는 ‘골든 에이지’를 통해서 중장년 시절 엘리자베스 1세를 연기할 예정. 1554년 영국은 가톨릭 신봉자 메리 1세(캐시 버크)의 신교도 박해 때문에 시름에 빠져 있다. 메리 1세의 이복 여동생 엘리자베스 공주(케이트 블란쳇)도 신교도라는 이유로 모함에 빠져 사형 위기를 맞지만, 메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오히려 여왕 자리에 오른다. 정략결혼 요구에 시달리고, 전쟁과 암살 위협 속에서 엘리자베스 1세는 자신이 영국과 혼약을 맺은 ‘버진 퀸’임을 선포한다.1998년작.134분.
  • [3일 TV 하이라이트]

    ●역사 스페셜(KBS1 오후 10시) 한반도 중·남부 이남 지역에서 획기적인 혁명을 가져온 철기문명. 본격적인 철기문명을 연 주인공은 삼한인들이었다. 한반도 북·동부는 물론 일본과 중국에까지 이어진 고대 ‘아이언 로드’, 이 철의 길의 실체는 무엇일까? 고대국가의 아침을 연 삼한의 역사와 고대국가의 성립 배경을 밝혀본다. ●여왕의 조건(SBS 오전 8시30분) 성우는 영주에게 자기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이혼에 대해 말한다. 영주 또한 그런 성우에게 자기 남편 이야기를 하며, 각기 다른 입장이지만 서로의 아픔을 꺼내놓는다. 한편, 상국은 광수에게 이혼을 할 수밖에 없게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박주현의 시사 업클로스(YTN 오후 3시5분) 17대 국회가 지난달 30일 개원 1주년을 맞았다.187명 초선의원이 대거 입성한 ‘젊은 국회’. 국민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17대 국회는 칭찬보다 비난과 아쉬움을 더 많이 듣고 있다.17대 국회가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문화센터(EBS 오전 11시) 사방 돌기, 뒤로 돌기, 점프 등은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까지 모두 움직이게 함으로써 복부와 허벅지 등의 군살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싫증나지 않는 과격한 건강운동 태보에어로빅을 통해 즐겁게 다이어트에 도전해 본다. 또 운동 전후에 꼭 필요한 스트레칭도 배워본다. ●굳세어라 금순아(MBC 오후 8시20분) 재희가 자신에게 던진 모욕적인 말을 듣고 금순은 입술을 꼭 깨문다. 벼락 맞은 기분으로 꼼짝 못한 채 재희의 차 쪽을 바라보던 금순은 순간 분노가 치밀어 어쩔 줄 몰라한다. 한편, 장 박사의 제안이 내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숙모는 마음을 다잡고 장 박사 연구실을 찾는다. ●윤도현의 러브레터(KBS2 밤 12시15분) 가수 윤종신의 라이브 무대와 브로드웨이 최고 배우들이 함께 하는 오리지널 ‘오페라의 유령’을 만날 수 있다. 화제의 인물을 초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특별한 초대’에서는 장애를 극복하고 휠체어 댄서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김용우씨를 만나 그의 내밀한 얘기를 들어본다.
  • “해신 이후 ‘수·목 제왕’ 가리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가 앞다퉈 세 가지 색깔의 수목 드라마를 내세워 자존심 경쟁에 나선다. 수·목요일 오후 10∼11시는 KBS 2TV가 지난해 9월부터 ‘두 번째 프로포즈’(연출 김평중·극본 박은령)와 ‘해신’(연출 강일수·극본 정진옥)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9개월째 아성을 구축했던 시간대. KBS 2TV는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보였던 대하 역사극 ‘해신’ 후속으로 미스터리 멜로물을 준비했다. 타사에 비해 보다 진지한 드라마를 연달아 내세워 승부를 걸겠다는 각오다.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엄태웅을 주연으로 한 ‘부활’(연출 박찬홍 전창근·극본 김지우)을 새달 1일부터 방영한다. 강력반 형사가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뒤늦게 만난 쌍둥이 동생마저 잃은 뒤 자신의 삶을 버리고 동생으로 변신해 펼치는 복수극을 다룬다. MBC는 꼼꼼하게 준비해 온 자체 제작 드라마를 선보인다. 새달 1일부터 ‘내 이름은 김삼순’(연출 김윤철·극본 김도우)으로 역전을 노리게 된다. 문정혁(에릭)과 한가인이 열연한 ‘신입사원’(연출 한희·극본 이선미 김기호)이 사회에 진출한 새내기들의 도전과 좌절 등 친근한 소재로 인기를 끌었지만,‘해신’의 인기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 이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코미디물을 내보낸다. ‘내 이름‘이 준비한 흥행 카드는 4년여 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선아와 ‘아일랜드’(연출 김진만·극본 인정옥)의 스타 현빈이다. 이번에 재개될 ‘수목 전쟁’에서 가장 흥행 결과가 주목되는 드라마.SBS는 ‘불량주부’(연출 유인식 장태유·극본 강은정 설준석)의 흐름을 이어가게 된다.KBS MBC보다 높은 연령층을 공략하는 ‘돌아온 싱글’(연출 장기홍 진석규·극본 김순덕)을 일주일 늦은 새달 8일부터 방영한다. 이혼과 싱글맘이 증가하는 현 사회를 반영한 ‘불량주부’형 생활밀착 드라마다. ‘인어공주’(연출 이주환·극본 임성환)에서 떴던 김성택이 김성민으로 이름을 바꿔 이혼한 여피족을, 결혼·출산 이후 3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김지호가 남편을 사고로 여읜 싱글맘을 연기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길섶에서] 아내사진/김문 인물전문기자

    며칠 전이었다. 시사평론가 J씨, 전직 국회의원 P씨, 모 방송국PD 등 여러 사람과 저녁자리를 가졌다.5월인 만큼 ‘계절의 여왕’ ‘가정의 달’ 등등이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다. 잠시 뒤 J씨가 신형(?) 폭탄주라며 시범을 보인다. 맥주잔에 조각얼음 서너개 넣고 소주 한잔과 녹차를 섞었다. 술마신 이튿날 숙취제거에도 아주 좋다며 술잔을 돌렸다. 도중에 누군가 “나이 먹으면 집사람 눈치를 봐야 해.”라고 불쑥 얘기했다. 이때였다.J씨가 P씨에게 “형님, 지금도 형수님 사진을 품고 다니슈?”하고 물었다.P씨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P씨의 나이가 칠순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믿기지 않는 듯 얼른 증명해보이라며 다들 보챘다. 할 수 없다는 듯 P씨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속의 사진 주인공은 까만 투피스차림의 20대 여성이었다. 추억의 부산 영도다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P씨는 “연애할 때 집사람이지.”라며 웃는다. 놀랍게도 40년 가까이 간직하고 있었던 것. 동시에 “정말 대단하네요.”라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P씨는 “다음 만날 때는 다들 집사람 사진들 갖고 나오라고.”라며 껄껄 웃었다. 김문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 5월의 ‘막차’로 가는 축제나들이 어때요?

    5월의 ‘막차’로 가는 축제나들이 어때요?

    “5월의 막차를 타세요.” 닷새만 지나면 ‘계절의 여왕’인 5월도 가버린다. 그래서인지 5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8일 각종 행사들이 몰려 있다. 이번 주말에도 맑은 날씨가 이어진다고 하니 가족들과 함께 막바지 봄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빠랑 함께하는 제기차기 영등포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영등포공원에서 ‘단오한마당 축제’를 연다. 어린이들이 다양한 전통놀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공원 곳곳에서 씨름왕·활쏘기왕·닭싸움왕 선발대회가 펼쳐지고 제기차기, 물동이 이기, 새끼꼬기, 창포머리감기 등의 체험행사도 열린다. 짚신·멍석·빗자루 등 짚으로 생활용품을 제작하는 과정도 보여준다. 공원을 찾은 할아버지·할머니에게는 무료로 영정 사진을 찍어주고, 가족 단위의 방문객에게는 무료로 가훈을 써준다. 또 금상 50만원 등 총 51명에게 385만원의 상금을 주는 ‘단오축제 사진촬영대회’도 열린다. 문의 (02)2670-3143. 중랑구도 이날 낮 12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신내근린공원에서 ‘청소년 한마당 축제’를 연다. ●어머나, 장윤정이네! 관내 중·고등학교의 풍물, 코스프레, 댄스 동아리들의 흥겨운 경연대회가 펼쳐지고 아름다운 가게와 연계한 나눔장터도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찾아가는 박물관’ 코너에서는 고구려의 금동신발, 쇠화살촉 등 고구려의 기상을 느낄 수 있는 물품들이 전시된다. 또 고구려 문양·목판 인쇄체험, 고구려 와전·전통 탁본 실습 등의 행사도 열린다. 특히 밤 8시부터 10시까지 불교방송(BBS)의 공개방송 ‘황승환의 뮤직펀치’가 열린다.‘어머나’로 스타덤에 오른 장윤정,‘슈퍼스타’로 뭇남성을 설레게 하는 여성 댄스그룹 주얼리 등 유명 가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문의 (02)490-3492. ●구민 1000여명 화합의 공굴리기 강북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번2동 강북구민운동장에서 ‘오얏나무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운동장 주변에 오얏나무 50그루를 심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로부터 번동에는 오얏나무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려시대 말기 ‘이(李·오얏나무 이)씨가 한양에 도읍하리라.’는 소문이 돌자 중신들이 한양 삼각산 아래(지금의 번동)의 오얏나무를 베라는 지시를 내리기까지 했다. 이밖에 에어로빅, 국악, 무용의 공연이 이어지고 1000여명의 구민들이 참여하는 공굴리기, 줄다리기, 줄넘기 등의 체육행사가 열린다. 문의 (02)901-2093. 도봉구도 이날부터 이틀동안 ‘도봉 유스페스티벌’을 연다.28일에는 오후 3시 창동문화마당에서 댄스·대중음악 경연대회가 펼쳐지고,29일에는 오전 10시 도봉구청 실내체육관에서 길거리 농구대회가 열린다. 대상·금·은·동상 각 1팀씩 선정하며, 시상팀은 오는 10월 열리는 서울시 주최 2005 유스페스티벌에 참가할 수 있다. 문의 (02)2289-1529. ●길거리 농구·걷기 행사에도 참여해볼만 강서구는 3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가양동 공암나루 근린공원 산책로에서 구암공원 음악분수 앞까지 왕복 3.2㎞를 산책하는 ‘주민 건강걷기 행사’를 연다. 클래식 음악에 맞춰 물줄기가 춤추는 분수는 보기만 해도 흥겹다. 분수 옆에서는 강서보건소에서 체지방측정, 영양상담, 금연·절주 홍보 행사를 갖는다. 문의 (02)2657-0187.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어여쁜 당신(KBS1 오후 8시25분) 재민의 출판사에 첫 출근을 한 인영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다짐으로 열심히 일하고, 기준과 만난 희주는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준을 위로한다. 인영의 출근 소식을 들은 기준은 인영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인영은 잠시 행복해 하지만 이혼했다는 현실 때문에 다시 착잡해진다. ●여왕의 조건(SBS 오전 8시30분) 영주는 초롱이에게 지난 밤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게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광수는 상국에게 영주가 이미 자신이 바람 피운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상국은 조금만 시간을 끌라고 한다. 한편 성우는 우주가 걱정돼 병원을 찾고, 의사는 소아정신과를 추천한다. ●박주현의 시사 업클로스(YTN 오후 3시5분)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및 기여입학제 금지. 참여정부의 대학입학 정책 의지가 담긴 이 3불정책을 두고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정부의 대입전형 규제가 강화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또 학생선발권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논의한다. ●기획특강(EBS 오후 8시50분) 노화는 어떻게 일어나는 것이고, 인간은 왜 늙어가는 것일까? 이 오랜 물음에 대한 해답 찾기는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인류의 과제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고령화 시대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와 그에 따른 의무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MBC 오후 9시55분) 성지루가 이름에 얽힌 재미난 별명들을 이야기하고, 춤꾼 김수로의 춤과 함께한 인생 이야기도 펼쳐진다. 스타들이 소개하는 중·고교 때 버스요금 덜내는 몇가지 방법과 이병 노홍철 때문에 단체기합 받은 사연 등 그의 별난 군대생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불임인 민주는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남편을 위해 대리모를 통해 아기를 갖기로 한다. 민주는 결혼도 안한 수미가 어려운 환경 때문에 대리모가 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아기를 낳을 때까지 함께 살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던 상필도 수미의 배가 불러오자 지극 정성이다.
  • “보험왕 영광은 이웃돕기 덕분이죠”

    “이웃들에게 전한 덕(德)이 제게 복(福)으로 돌아왔나 봅니다.” 보험설계사 장순애(사진 가운데·48·종로 FP지점)씨는 13일 열린 대한생명의 ‘2005년 연도대상’ 시상식에서 여왕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연도대상은 각 보험사들이 해마다 부문별로 우수한 설계사들을 선정, 시상을 하고 위로하는 행사다. 장씨가 받은 여왕상은 대한생명 3만여명의 설계사들 가운데 최고의 실적을 올렸을 때 주는 상이다. 장씨는 한해(2004년 4월∼2005년 3월) 동안 40억원의 매출(수입보험료)을 올렸다.8년째 설계사 일을 하고 있는 장씨는 이번이 4번째 수상이다.2년에 한번 꼴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셈이다. 장씨의 성공은 재테크 상담에 대한 숨은 노력과 남을 배려하는 마음씨가 빚어냈다. 장씨는 옛 상업은행에서 20년동안 근무했다. 고객들의 금융자산을 본인의 재산처럼 아껴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발생 이듬해인 1998년 2월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3일 만에 대한생명에 입사, 남대문시장에서 주로 영업활동을 했다. 상인들과 똑같이 새벽 1시부터 시장을 돌며 얼굴을 익혔고, 나중엔 아예 시장 안에 작은 사무실을 얻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1시 시장으로 나가 오전 6시에 퇴근했다. 오전 7시엔 다시 회사에 출근했다. 장씨는 “하루에 만나는 고객만 100여명”이라면서 “집에 돌아와 오후 8시면 잠을 청했다.”고 말했다. 퇴직금이 없는 상인들에게 장기연금 등을 권하며 든든한 상담사가 되었다. 장씨는 충북 청원의 장애인 복지시설 ‘소망의 집’ 등을 돌보고 있다. 매년 수입의 10분의1인 4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내놓는다. 일요일엔 봉사활동도 한다. 올해 상금을 포함,4차례 받은 상금 8000만원을 모두 복지시설에 기부했다. 장씨는 “처음엔 설계사가 단순히 보험 판매원이라고 여겨 힘들었는데, 어느날 ‘고객의 미래를 설계해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마음을 고쳐 먹었더니 일이 잘 됐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텔레콤마스터스] 샤라포바, 세계1위 도전

    “5월엔 세계 정상에 선다.” ‘테니스 요정’ 마리아 샤라포바(18·러시아)가 야심만만하게 세계 정상을 향한 걸음을 다시 내디뎠다. 세계 랭킹 2위의 샤라포바는 1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텔레콤마스터스(총상금 130만달러) 2회전에서 아나벨 메디나 가리구에스(스페인)를 2-0으로 완파하고 16강에 진출했다. 지난주 카타르토털저먼오픈 8강에서 ‘돌아온 넘버원’ 쥐스틴 에냉(벨기에)에 발목을 잡혀 탈락한 뒤 랭킹 1위 도약의 꿈을 잠시 접은 샤라포바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경우,‘주부 여왕’ 린제이 대븐포트(미국)를 끌어내리고 생애 처음으로 WTA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11일 현재 대븐포트와의 랭킹포인트 차는 269점. 하지만 대븐포트는 이번 대회에 불참해 포인트가 제자리 걸음이다. 예전의 기량을 회복한 세레나 윌리엄스(세계 4위·미국), 프랑스의 자존심 아멜리 모레스모(3위) 등이 버티고 있지만 이들을 제치고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릴 경우, 포인트를 보태 당당히 세계 정상에 설 수 있다. 준우승에 그치더라도 대븐포트가 다음주 스트라부르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경우에도 결과는 같아진다. 샤라포바는 “세계 1위 자리엔 때가 되면 오를 것”이라고 여유를 보이면서도 메이저대회 중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프랑스오픈(24일 개막)에 랭킹 1위의 명찰을 달고 나설 욕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김동문·나경민 “새짝 만났다”

    |베이징(중국) 김민수 특파원|‘황제와 여왕의 화려한 외출.’ 배드민턴 세계 최고의 테크니션 김동문·31·삼성전기)과 ‘비운의 여왕’ 나경민(30·대교눈높이)이 화려한 복귀 준비를 마쳤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남자복식에서 하태권(30·삼성전기)과 금메달을 일군 김동문. 올림픽 이후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미뤄뒀던 학업에 열중하느라 라켓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김동문과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 누구도 금메달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올림픽과의 오랜 악연으로 8강에서 눈물을 흘린 나경민. 이후 소속팀의 트레이너로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전념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병원에서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도중 뜻하지 않은 ‘쇼크’로 사실상 코트에 서지 못했다. 이런 김동문과 나경민이 한 달 전 대표팀에 복귀, 라켓을 다시 움켜쥔 것. 이들의 복귀 무대는 9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국가대항전인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 아테네올림픽 이후 7개월 만에 나서는 국제 대회다. 한국은 격년제로 치러지는 2003년 이 대회에서 김-나조를 앞세워 최강 중국을 격파하고 우승, 파란을 일으켰었다. 중국 언론들은 한국이 ‘중국 타도’를 위해 김동문과 나경민을 현역에 복귀시켰으며, 중국이 올해 전영오픈에 이어 세계혼합단체전과 오는 8월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를 모두 석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데 이들이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여자단식의 간판 전재연(대교)의 부상으로 한숨짓던 김중수 감독은 고심 끝에 환상의 혼복조인 김동문-나경민조를 깨뜨리고 김동문-이효정(삼성전기), 나경민-조재진(원광대)으로 혼복조를 재구성했다. 대신 김동문은 하태권과 남복, 나경민은 이경원(삼성전기)과 여복조로 다시 묶어 복식을 최대한 강화했다. 김동문과 나경민은 “컨디션은 정상으로 돌아왔다.”면서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kimms@seoul.co.kr
  • ‘셜리 발렌타인’으로 만난 배우 손숙·연출가 글렌 월포드

    ‘셜리 발렌타인’으로 만난 배우 손숙·연출가 글렌 월포드

    서울 홍익대 앞 산울림소극장 3층 연습실.“글렌, 이 대사를 빼면 어떨까요?”“그건 안돼요, 숙. 극의 흐름상 아주 중요한 대사예요.”“음, 알았어요. 그럼 이 부분을 자르면 어때요?” 두사람 사이에 흐르는 약간의 긴장. 그러나 대화를 통해 금방 합의점을 찾은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대본을 고친다. 넉넉한 웃음이 인상적인 금발의 중년 여성은 영국에서 온 연출가 글렌 월포드, 그리고 날아갈 듯 가벼운 몸매로 이리저리 동선을 연습하는 이는 중견 배우 손숙이다.17일부터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셜리 발렌타인’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모노드라마(1인극)인 탓에 연습 멤버도 단출하다. 연출가와 배우, 그리고 조연출. 셋 다 여자다. 연습 때의 진지함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인터뷰가 시작되자 두 사람은 경쟁적으로 유쾌한 입담을 풀어놓는다.1994년 국내 초연 무대에 섰던 손숙은 “꼭 한번 더 해보고 싶은 역할로 마음에 품고 있었는데,11년 만에 그 소원을 이루게 돼 기쁘다.”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절친한 친구인 극작가 윌리 러셀에게서 작품을 건네받아 영국 리버풀에서 첫 공연(1984년)을 연출했던 글렌 월포드에게도 이번 무대는 감회가 남다르다.“어떤 배우일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손)숙을 보는 순간 ‘아, 셜리구나’라는 느낌이 확 오더군요. 온화함, 유머감각,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 등이 딱 셜리를 닮았어요.” ●17일부터 두달 간 산울림소극장 공연 셜리는 순종적인 아내, 헌신적인 엄마라는 ‘자동인형’같은 역할에 갇혀 집안의 벽하고나 대화를 나누는 40대 주부다. 어느 날 친구의 제안으로 감행한 ‘나홀로’ 그리스 여행에서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자신과 대면하고,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손씨는 “한때 어머니였고, 아내였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되찾는 셜리는 이 시대 여성들의 삶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주로 힘들고, 신산한 삶을 사는 여성들을 맡아온 그는 “유쾌하고 귀여운 셜리는 연기할수록 매력적인 여인”이라고 말했다. 월포드는 “부엌에 갇힌 주부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스스로 어딘가에 갇혀 있다고 느끼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셜리를 가장 좋아하는 여인으로 꼽은 이유도 그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연출가로, 배우로 한평생을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은 사실 평범한 주부 셜리와는 거리가 멀다. 연출가 겸 배우로 활동중인 월포드는 영국뿐만 아니라 홍콩, 일본, 러시아, 그리스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그 나라 언어로 공연하는 걸 즐긴다.“너무 바빠서 남자친구 만날 시간조차 없다.”고 농담처럼 얘기하던 그녀는 “사람이든 장소든 한 곳에 정착하는 인생은 흥미없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평범한 40대 주부의 자아찾기 오랜만에 1인극을 연습하느라 밤잠을 설친다는 손씨는 “남들처럼 쉬운 인생 놔두고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나 싶을 때도 많다.”면서 “누가 억지로 시켜서 하는 거라면 진작에 그만뒀을 것”이라고 말했다.“대사도 잘 안 외워지고, 육체적으로도 너무 힘들어 이번이 마지막 모노드라마가 될 것 같다.”는 그녀의 말을 연출가가 재빨리 가로막는다.“숙, 당신은 그러지 못해요. 산고의 고통처럼 그 순간이 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고 다시 시작할걸요? 내가 그렇듯이 말이에요.” 손씨는 “한국어 대사도 어디가 틀렸는지 귀신같이 잡아낼 정도로 치밀하고, 섬세한 연출가”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요즘도 가끔 배우로 무대에 선다는 연출가에게 ‘좋은 배우, 좋은 연출가’의 조건을 물었다.“참을성, 용기, 유머감각.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절대 포기하지 않는 거예요!” 7월17일까지.(02)334-59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英 노동당 첫 3기집권 성공

    |파리 함혜리특파원|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영국 노동당이 5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역사적인 3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라크전에 대한 국민들의 반대 정서 등이 반영돼 제1야당인 보수당 등 전체 야권과의 의석 차이는 80석 안팎으로 크게 줄어들었으며 지지도 역시 크게 하락했다. 지난 2001년 총선에서 노동당은 야권을 166석이라는 압도적 차이(득표율 40.7%)로 이겼다. 이에 따라 블레어 총리는 경제 활황 등으로 재집권에는 성공했지만 리더십에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3기 집권에 들어갈 전망이다. 특히 블레어 총리가 3기 임기 도중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에게 총리직을 이양할지도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또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당수가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혀 영국 정계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가 치러진 전체 645개 선거구 중 97.2%인 627개의 개표가 마무리된 6일 오후 3시(현지시간) 현재 노동당은 36%의 득표율로 355석을 확보했다. 반면 보수당은 득표율 33%로 197석을 차지해 블레어 등장 8년 만에 최대 의석을 확보, 기사회생했다. 자유민주당은 23%의 득표율로 62석을 확보, 지난 총선의 18.5%에서 약진하는 성과를 올렸다. 영국독립당 등 기타 군소 정당은 8%의 득표율로 13석을 확보했다. 이번 총선은 선거구 조정으로 의석이 659석에서 646석으로 줄어든 가운데 입후보자 1명이 사망함에 따라 645개 선거구에서만 투표가 진행됐다. 유권자 수는 약 4418만명이다. 3기 집권을 달성한 블레어 총리는 6일 오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접견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승리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경제, 교육, 이민, 국제문제 등 모든 면에서 여론에 귀기울이고,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3기 국정운영에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왕은 블레어 총리에게 차기 정부 구성을 공식 요청했다. 이날 투표는 2001년 총선일에 비해 기온도 높고 전반적으로 화창한 날씨 속에 진행됐다. 투표소가 문을 연 직후 미국 뉴욕의 영국 영사관 인근에서 수류탄이 폭발하는 사건이 있었으나 투표에 별 영향을 주지 못했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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