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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충돌
    2026-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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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야 “내 지역구는 노터치” LH 압박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09조원에 이르는 부채 때문에 전국 414곳의 사업을 재검토하기로 하자,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사정을 이유로 사업을 계속 진행해 달라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감사원은 30일 LH의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한 상황이어서 어떤 식으로 조정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30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여실히 드러났다. 오후 연찬회에 참석해 LH의 재무현황 등에 대해 보고한 이지송 LH 사장에 대해 경기 성남에 지역구를 둔 신영수 의원은 곧바로 “LH의 경영신뢰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지금과 같은 부채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신 의원의 지역구는 지난달 사업이 중단됐었다. 이 사장이 현안보고를 마치고 문을 나서자 의원 6~7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이들은 이 사장에게 지역구 상황을 설명하며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 의원은 미리 서류봉투에 민원사항을 준비했다가 이 사장에게 전달했다. 이 사장은 밖에서 10여분 더 의원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민원을 ‘접수’했다. LH는 지난달 26일 전국 414곳의 사업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최근 “신규 138곳에 대한 재검토”로 범위를 좁혔다.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던 성남 4곳에 대해서도 지난 25일 사업중단을 다시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LH의 이같은 방침은 그만큼 정치권과 정부,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주는 부담이 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매일 LH 측에 독촉 전화를 하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를 향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압력을 넣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회의가 있을 때마다 이 사장을 찾아가 뒤에서 절절한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김성수 의원(경기 동두천시)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LH 문제가 언급되자마자 “아주 골치 아픈 문제”라면서 “지금으로서는 계속 이 사장과 접촉해서 사업을 정상적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시 흥덕구갑)도 모충 2지역 재개발사업이 잠정 보류된 것을 두고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신경도 많이 쓰이고 이것보다 더 급한 일이 없다. LH 측에 독촉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감사원은 LH의 현재 채권조달 가능액(연간 20조원)을 감안할 때 연간 신규 택지개발사업이 가능한 것은 올해보다 10조원이 줄어든 24조 50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며, 아직까지 사업착수가 되지 않은 사업(165조 규모) 중 향후 10년간 사업착수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이동구·천안 홍성규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객원칼럼] 희망, 두려움, 그리고 모욕의 정치학/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객원칼럼] 희망, 두려움, 그리고 모욕의 정치학/장제국 동서대 부총장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도미니크 모이시 교수는 ‘감정의 지정학’이라는 저서에서 대부분의 국가(국민)들은 ‘희망’, ‘두려움’, ‘모욕’이라는 세 가지 감정 중 하나에 속해 있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이러한 세 가지 감정이 국가 간의 충돌을 일으키게 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중국·인도 등의 아시아 국가들은 ‘희망’의 감정에 푹 빠져 있고, 아랍을 비롯한 이슬람국가들은 서방국가들과의 오랜 반목으로 인하여 심한 ‘모욕’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욕’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대한 극단적인 미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두려움’의 감정에 가득찬 국가들로는 과거에 영화를 누려왔던 미국과 유럽 등을 꼽았는데, 이는 자신들의 정체성 혼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모이시 교수는 세계가 앞으로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 지도자들이 지금과 같은 현상유지(status quo)가 계속되면 대재앙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변화’를 모색하여야 한다는 처방을 내렸다. 모이시 교수의 논리는 국제정치학적인 관점에서 논한 것이지만, 우리네 정치 현실과 꼭 들어맞는 구석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먼저, 이명박 정부는 누가 뭐라든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틈만 나면 ‘더 큰 대한민국’을 외친다.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공황 속에서도 재빠르게 회복하고 있고, 11월에는 선진국들의 모임인 G20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정도로 한국의 세계적 역량이 커지게 되었다며 국민의 기대를 잔뜩 부풀리고 있다. 4대강 사업은 강행되고 있고, 이는 관광자원의 개발과 함께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큰 공헌을 할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야권은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4대강 개발사업은 민의를 거스르는 것이고 생태계를 파괴해 환경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더 큰 대한민국’ 또한 한낱 허울에 불과하고, 날이 갈수록 서민경제는 피폐해져 결국 빈부 양극화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잔뜩 ‘겁’을 주고 있다. 내심 이명박 정부의 성공이 다음 대선에서의 정권교체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김대중·노무현 정권 사람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과거정권을 철저히 짓밟는 것이 일종의 ‘전통’이 되어 버렸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정권을 걸고 추진해 온 대북 ‘햇볕정책’은 이제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한 전임 대통령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모욕’을 당했으니 이를 갈며 다음 기회를 보고 있을 것이 뻔하다. 이러한 세 가지 감정이 지배하는 정치 환경에서는 모든 것이 제로섬(zero-sum) 상태로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든 기회를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공격정치만 난무하는 것이다. 사실 지난주 개최된 국회 인사청문회도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실제로는 임명권자를 크게 한방 먹이겠다는 한판의 증오 정치적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이러한 감정의 정치학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정권을 움켜진 여권은 좀더 과감한 소통을 통해 대다수가 함께 꿈꿀 수 있는 공동의 ‘희망’을 도출해야 하고, 야권은 국민을 겁주는 ‘두려움’의 정치에서 제발 좀 벗어나 선의의 ‘경쟁’ 정치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욕’을 느끼고 있는 세력에게도 과감한 화해의 손길을 보내야 자신들도 앞으로 ‘모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이상주의를 논하자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이러한 감정의 골을 메우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정권을 잡든 서로 입장만 바뀔 뿐 희망, 두려움, 모욕의 악순환은 지루하게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인사청문회] 소신·호소·눈물·진땀… 성적표 받으면 활짝 웃을까

    [인사청문회] 소신·호소·눈물·진땀… 성적표 받으면 활짝 웃을까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나면서 청문회 정국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26일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 청문회와 27일 국회 본회의를 거치면 8·8 개각의 최종 성적표가 나온다. 서울신문은 25일까지의 청문회를 돌아보고, 장관 후보자들의 스타일을 짚어 봤다. ●이재오… 정국구상 밝힌 실세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의 ‘90도 인사’는 청문회장에서도 계속됐다. 개헌, 여권 내 차기 대선 구도,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남북문제 등에 대해 거침 없는 소신을 피력하는 모습에서 ‘실세’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결격 사유로 제시하고 있는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기피 등 ‘4대 필수과목’과 논문표절, 즉 ‘4+1’ 의혹에 유일하게 하나도 해당되지 않은 사람이 이 후보자였다. ●신재민… 비리백화점 해명 진 땀 청문회 전부터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의혹, 위장취업 등 ‘비리백화점’이라는 오명을 썼던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줄곧 고개를 들지 못했다. 5차례의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부정(父情)’으로 호소했고, 부인의 위장취업 의혹에 대해서는 “작은 욕심을 부렸다.”고 해명했다. 야당에서 공세를 펼치면 곧장 “드릴 말씀이 없다.”며 몸을 숙였다. ●이재훈… 쪽방 때문에 곤혹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배우자의 서울 창신동 쪽방촌 단층건물 공동구입 문제로 청문회 내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돼 부정적인 효과가 극대화됐다. 그러나 ‘왕 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 차관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이는 바람에 매서운 추궁을 비켜갈 수 있었다. ●진수희… 울었지만 野는 ‘부적격’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것을 두고 청문회 초기부터 눈물을 보였다. 진 후보자는 “국적을 포기했지만 분명히 나라를 위해 헌신할 아이”라면서 읍소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산이 증가한 부분과 동생이 운영하는 조경설계 회사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면서 ‘부적격’ 입장을 표명했다. ●박재완… 4대강 청문회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노동 현안이 아니라 4대강 때문에 애를 먹었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4대강 사업을 기획하고 총괄한 이의 숙명이었다. 여당까지 사업 추진 과정을 꼬집어 박 후보자가 더 곤혹스러웠다. 고혈압약을 복용한 적도 없고, 중·고교 생활기록부의 특기·취미란에 ‘운동’이라고 적혀 있는데도 고혈압 때문에 보충역 판결을 받은 것을 해명하는데도 진땀을 흘렸다. ●이주호… 공격받은 ‘논문 저격수’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자는 논문 중복 게재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야당 의원들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근무하면서 자기표절을 통해 6차례에 걸쳐 논문과 기고문, 저서 등에 비슷하거나 같은 내용을 중복 게재했다.”고 몰아 세웠다. 이 후보자는 한나라당 의원 시절인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을 제기해 낙마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야당의 반발이 더 거셌다. ●유정복… 무난하게 넘어간 친박 가장 잡음이 적었던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여당의 한 의원은 “자기 관리가 철저한 관료형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청문회 도중 장녀가 유학비자를 받기 위한 재정보증을 목적으로 형에게서 5700만원을 받고 증여세를 누락했다는 의혹 등에 잠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여야 합의로 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순조롭게 채택했다. ●조현오… 정치적인 줄타기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는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견’ 발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지만 조 후보자는 “사과한다. 더 이상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차명계좌 발언이 실언이길 바라는 야당과 실제 존재한다는 발언을 듣고 싶은 여당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했다.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반환점 돈 이명박정부] 5대 키워드로 본 후반기 과제

    [반환점 돈 이명박정부] 5대 키워드로 본 후반기 과제

    이명박 정부가 25일로 임기 반환점을 맞는다. 순탄치 않은 여정만큼 남은 기간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 경제전문가들의 고언을 통해 ▲고용 ▲친서민 ▲대기업 중소기업 상생 ▲신성장동력 ▲재정건전성 등 5가지 경제현안을 중심으로 집권 하반기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해 본다. 유영규·유대근기자 whoami@seoul.co.kr ■고용: 고용 질 높이고 청년 맞춤형취업 지원 전문가들은 하반기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양극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저임금 계층 양산을 막아야 한다.”면서 “저임금계층을 위해 최저임금 수준을 끌어올리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의 지적은 국제통화기금(IMF)도 했다. 최근 IMF는 “한국경제는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낼 능력을 상실했다.”면서 “원인은 외환위기 이후 과도하게 늘린 비정규직”이라고 꼬집었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7%에 이르는 비정규직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5배에 이른다. 하지만 임금 수준은 63%, 사회보험 가입률은 40%에 불과하다. 전반기 불황에 대처했듯 나아지는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편인데 불황 때는 이사람들을 위한 일자리 사업을 벌일 수 있지만 호황 때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면서 “후반기 자영업계층이나 일용근로자들이 임금근로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이들에 대한 직업훈련 지원 수혜율부터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일자리 자체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명박 정부는 1년에 6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인 2008년에는 일자리가 14만 5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고, 다음해는 오히려 7만 2000개가량 줄어들었다. 올해는 30만명 정도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약대로라면 3년간 180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37만 3000개밖에 늘어나지 않았다. 현재 청년실업률 8.5%로 위험 수위다. 7월 통계청이 집계한 전체 실업률도 3.7%보다 2배 이상 높다. 손 연구원은 “청년층을 위한 취업 정보제공과 맞춤형 직업 상담이 절실하다.”면서 “구직 연령이 점점 높아지지만 직무경험은 적어지는 문제와 청년층과 베이비붐 세대와 취업전선에서 충돌하는 문제 등도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라고 지적했다.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도 요구된다. 이규용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정부가 예산을 들여 직업훈련 등 정책을 강화해도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친서민: 무조건 대출보다 신용 평가체계 정비를 보이는 현상보다는 숨은 본질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현 정부가 상반기에 내놓는 소액 신용대출, 햇살론, 학자금 융자 제도, 보금자리 주택 등은 발등의 불을 끄는 데는 도움을 주지만 이것만으로는 양극화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햇살론과 같이 서민들에게 무조건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신용등급평가 체계를 개편해 담보력이 없어도 의지가 있다면 신용등급을 높여주는 등 좀 더 정교하게 시스템을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양극화 대책은 고용증진이라는 점에서 친서민이 고용과 연결된다는 의견도 많다. 본질로 접근하라는 지적은 문제가 금방 끝날 일이 아니라는 점에도 기인한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의 양극화는 기술진보가 만든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 교수는 “세계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고소득자는 더 많은 돈을 벌게 되고 저소득자는 일자리 자체가 줄어 사회계층 간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집권 하반기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구호를 꼽는다면 단연 친서민이다. 대중영합주의라는 비판도 있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자신을 서민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현 정부 들어 양극화 지수는 계속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 배율은 5.76(전국가구 기준)을 기록해 전년대비 0.05포인트 증가했다. 이 수치는 낮을수록 분배가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 2006년 5.39를 기록한 이후, 2007년 5.61, 2008년 5.71 등으로 계속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상대적 빈곤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상생: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법제도 마련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문제 해결에 ‘적당히’는 없다고 말한다. 이미 30년 이상 묵은 고질병이기에 그만큼 환부가 넓고 깊다고 진단한다. 김 교수는 “모든 정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를 고치겠다는 장담했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해묵은 문제이기에 제도 개선과 더불어 이 제도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정부의 행보는 문제 심각성을 인식하고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는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도급)거래는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할 일 없다는 식이라면 앞으로도 상생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공정한 시장 질서 이상으로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도 적지않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상생논의는 너무 공정거래 중심으로 흐르는데 궁극적으로는 연구개발(R&D)형 중소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면서 “영업이익률이 2% 인 중소기업이 공정거래 관행 정착만으로 7%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7%가 넘는 이유는 R&D형 중소기업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한쪽(대기업)의 배려만으론 지속적인 상생이 이뤄질 수 없다.”면서 “배려는 임시적이고 보완적 요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무역흑자는 176억 4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돌파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과 환율효과 덕분에 삼성전자는 2분기에 영업이익 5조원을 넘어섰다. 기아차도 4000억원을 뛰어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대기업의 실적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결국 과실은 그들(대기업)만의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신성장 동력·재정 건전성: 지식서비스 경쟁 유도·세수 추가확보 하반기에는 반드시 미래 한국이 먹고살 동력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라는 주문도 나온다. 이시욱 KDI 연구위원은 “국내 서비스산업은 아직도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데 이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나 법률, 회계 등 지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라면서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규제 탓에 오히려 경쟁이 없어지고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강해 어렵겠지만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자격사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유도해야 하는 것이 일자리 창출과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KDI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추계한 결과 10년마다 성장률이 1%포인트씩 떨어져 2030년대부터는 2%로 낮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요인은 인구 감소와 노령화. 국가 경제 전반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적인 개혁이 없다면 장래가 밝지 않다는 이야기다. 학자들은 또 재정건전성을 우려한다면 ‘감세란 포플리즘’과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영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보면 재정건전성을 고려해 5년 동안 1조 9000억원 정도의 세수를 더 거두는 것으로 돼 있지만 전체적인 효과는 부족해 보인다.”면서 “재정정책이 단기간에 바꿀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 정부는 앞으로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359조 6000억원으로 1년전보다 50조원 늘었다. 올해는 4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감면 정비로 2014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적어도 2014년에는 균형 재정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빠른 고령화에 국방비 부담과 통일 비용 등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악조건과도 맞서야 한다.
  • [사설] 여야 ‘국민 사랑 받는 법’ 정말 모르나

    7·28 재·보선까지만 해도 자세를 낮추며 민심잡기 경쟁을 하던 여야가 온통 집안싸움이다. 한나라당은 계파 대립 때문에 안상수 대표의 본격적인 당직 인선이 퇴짜를 맞고 있다. 내 사람 심기에 체면도 버린 것 같다. 민주당은 지도부 일괄사퇴 논란으로 며칠을 보내다 그제 지도부가 사퇴하며 비상대책위를 구성했지만 잡음은 여전히 들려온다. 당권경쟁 규칙 제정을 놓고 으르렁거린다. 이래서야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겠는가. 여야 모두 국민의 마음을 얻는 법을 정말 모르는지 묻고 싶다. 한나라당은 안 대표가 당직 인선을 하려 하고 있지만, 비주류로 분류되는 최고위원 등의 반발로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불과 며칠 전 당내 계파 해체를 추진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계파색과 활동이 더 강해지는 분위기다. 계파 갈등 때문에 지명직 최고위원이나 일부 당직은 당분간 임명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나라당은 벌써 지방선거 패배를 안긴 민심을 잊었는가. 재·보궐 선거 승리 원인도 착각하는 것 같다.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기고만장한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택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민주당은 재·보선에 참패했으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재·보선 패배 책임을 놓고 지도부 총사퇴 공방을 하고서야 정세균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사퇴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비대위에 비장감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당권주자들이 여의도에 캠프를 가동하는 등 과열조짐도 보인다. 당권·대권 분리 여부 등 규칙에 대해 계파별 줄다리기가 치열하다. 처절하게 자성을 해도 민심을 얻기 힘든 형편인데 한심하다. 여야는 ‘국민을 감동시키는 법’을 되새겨야 한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재선거에 당선된 뒤 “2년 넘게 여의도를 떠나 있다 보니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눈에 보인다.”며 “그런데 정작 당에 있는 사람들은 모른다.”고 걱정한 것이 허투루 한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 서민생활은 너무 힘겹다. 월급봉투 두께는 그대로인데 채소·과일값 등 장바구니 물가는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각종 공공요금도 뜀박질이다. 그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민생은 나몰라라 뒷전이다. 진정 국민의 사랑을 받고 싶다면 정치권은 정신차려야 한다.
  • 행안부, 지방선거 문제점 개선 착수

    빼곡히 붙어 있는 선거 벽보, 거소투표 대상을 둘러싼 조사원과 장애인의 갈등, ‘병상 당선’ 관련 규정…. 6·2지방선거 뒤처리를 둘러싸고 행정안전부와 선거관리위원회, 지방자치단체가 고민 중이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합리한 선거규정 등을 고쳐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지만 몇몇 문제는 입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22일 6·2지방선거 이후 나타난 관련 법 개정의 필요성을 국회와 선관위 등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거 벽보와 공보 축소는 선관위도 공감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벽보는 동·읍은 인구 1000명당 1장이며 면 지역은 인구 수에 의해 차등 적용된다. 인구 1만 3000명의 면 지역이라면 1만명까지는 100명당 1장, 1만명이 넘는 경우 200명당 1장으로 총 65장을 붙여야 한다. 여기에 후보자 수를 곱하면 벽보를 붙일 공간 확보 자체가 쉽지 않다. 읍·면·동마다 1개의 현수막은 별도다. 선관위는 2005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소형 현수막으로 벽보를 대체하고, 공보면 수를 줄이는 내용의 정치관계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무산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신을 알릴 기회를 최대화하려는 후보와 유권자들의 정보접근권도 고려해야 해 해결이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거동불능 장애인 판정기준은 선관위와 지자체 입장이 충돌한다. 선관위가 담당했던 거동 불능자 판정업무는 2009년 각 지자체로 이관됐다. 도식적 장애인 기준표를 적용하는 것보다 지역 사정에 밝은 통·이·반장이 직접 확인하면 거동 가능 여부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업무편람에 있던 장애기준표도 올 3월 삭제됐다. 지자체들은 장애인 전수조사에 따른 인력부족과 사생활 침해논란으로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장애인들을 일일이 만나 거동 여부를 점검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같은 등급의 장애인들이 사는 곳에 따라 거소투표, 일반투표로 나뉠 수도 있다. 행안부도 같은 입장이다. 하지만 선관위 입장은 변화가 없다. 기준표를 없앤 것은 등급에 해당되지 않는 거동 불능자들까지 상세히 살피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급수로 나눠 버리면 행정처리는 쉬워지겠지만 사각지대가 분명히 발생한다.”면서 “조사원들이 장애인 가구를 찾는 것은 사생활 침해가 아닌 선거권 편의 보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병상 당선이 경남 의령군에서 나왔다. 현행 법에 따르면 단체장이 의료기관에 60일 이상 계속 입원할 경우 부단체장이 권한을 대행한다. 단체장의 질병 상태, 복귀 가능성 등과 관련한 규정은 없다. 행안부 관계자는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전경하·남상헌기자 lark3@seoul.co.kr
  • [4대강 솔루션(하)] 김두관 경남지사 “준설·보 건설땐 물 오염 생태하천 조성이 중심”

    [4대강 솔루션(하)] 김두관 경남지사 “준설·보 건설땐 물 오염 생태하천 조성이 중심”

    “지금의 4대강 사업(계힉안)은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이 중심입니다. 생태계에 좋고 관리비용이 적게 드는 생태하천을 만드는 사업으로 다시 조정해야 합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는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19일 “4대강 사업은 강의 상류와 지천, 소하천 등 수질을 개선하는 사업이 중심이 돼야 하는데 현재 4대강 사업은 엉뚱하게 보 건설과 강바닥 준설사업이 중심이어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을 일률적으로 준설하는 사업은 중단하는 대신 홍수방지를 위한 강변 저류지역을 확대하고 하천변 생태숲 조성을 비롯한 하천환경 정비, 수질개선시설 확대, 부실한 제방 보강 등을 확대하는 쪽으로 사업을 조정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낙동강 하구에서 안동까지 320㎞에 걸쳐 깊이 6m로 넓게는 220m에서, 좁게는 90m에 이르는 폭으로 준설을 하고 강 중간의 보로 막는 것은 생명을 파괴하는 환경대재앙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김 지사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도 상류지역의 공단과 도시생활폐수 등을 100% 완벽하게 정화하고 지천과 소하천에서 본류로 유입되는 폐수와 오염원을 정화·차단하는 사업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당초 정부가 4대강 사업 목적으로 내걸었던 수질개선이나 홍수방지,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만들기 등의 명분도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강을 준설하고 보를 건설해 낙동강에 10억t의 물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이는 오염돼 마실 수 없는 물을 호수에 담아 놓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은 당초 정부가 약속한 것과 다르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재고하는 것이 당연하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정부가 앞장서 논란과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가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사업은 정부와 정당, 국회가 국민의 여론을 수렴해 정치적으로 정리해야 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 가운데는 수질개선과 지천정비 등 좋은 사업으로 해야 하는 사업도 포함돼 있지만 전체 사업목적과 기조가 잘못 설정돼 있기 때문에 사업을 중단하고 국민적 합의를 거쳐 추진 여부와 사업 내용을 다시 결정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김 지사의 의견이다. 김 지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가치관 충돌로 갈등과 국론분열이 계속되는 것은 지방과 중앙정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서 하루빨리 적절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건의했다. 김 지사는 “4대강 사업도 세종시나 혁신도시처럼 여야가 합의를 해 법률로 제정하면 정당성이 확보돼 소모적인 갈등 없이 정부도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률 제정을 제안했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北 ‘대화공세’… 南 강보다 온

    “북한이 먼저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북핵 6자회담 재개가 가능하다.” “지금은 북한을 몰아붙이거나 확전할 상황은 아니며 긴장을 완화시켜야 할 때다.” 얼핏 보면 다소 어긋나 보이는 입장을 11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밝혔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사과해야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은 ‘강’(强)해 보인다. 반면 ‘천안함 출구전략’을 연상시키는 연착륙론은 ‘온’(穩)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얼마 전 남북이 무력충돌 직전까지 갔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강’도 ‘온’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기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 채택 직후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화공세’를 펼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일 “우리는 의장성명이 조선반도의 현안문제들을 ‘적절한 통로들을 통한 직접대화와 협상을 재개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장려한다.’고 한 데 유의한다.”면서 “우리는 평등한 6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 체결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일관하게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보리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인정하면 무력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것에 비하면 매우 유화적인 태도다. 물론 외무성 대변인은 “안보리가 아무런 결의도 채택하지 못하고 똑똑한 판단이나 결론도 없는 의장성명을 발표했다.”고 했다. 안보리가 천안함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살 넘어가는 것이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장성명이 나오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이 6자회담 운운하는 것은 분명 의외다. 북한이 의장성명이 나오기 직전 유엔군사령부의 북미 장성급 회담 제안에 대해 대령급 사전 접촉을 갖자고 화답한 것도 대화공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도 퇴로를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동북아에 이해관계를 가진 모든 나라가 천안함 사태에서 벗어나 정상적 상황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며 “관련국들에 국면을 전환할 기회가 제공됐으며 북한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고 말했다. 확실히 대화의 전조(前兆)가 어른거리는 듯하다. 정부는 하지만 무작정 대화 테이블에 앉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북한이 6자회담을 시간 끄는 용도로 악용하려는 속셈을 버리지 않는다면 차라리 대북제재를 계속하는 게 더 낫다.”고 밝혔다. 또 “추가적인 대북 제재 조치 역시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남한이 하고 있는 대북제재는 계속 유지하되 미국의 대북제재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의 군사적 조치는 북한의 향후 태도에 따라 유연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다. 관계자는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靑 ‘젊고 참신한 총리 - 화합형 대통령실장’ 가닥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 독대한 정운찬 총리가 사의를 강력히 표명하고, 이 대통령도 이를 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 인적쇄신과 개각에 속도가 날 전망이다. 특히 인사의 핵심인 총리와 대통령실장에 어떤 인물이 적합한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어 어떤 인사가 발탁될지 주목된다. 일단 청와대 내에서는 총리를 젊고 참신한 인물로 발탁하고, 대통령실장은 화합형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는 분위기다. 이번 여권 인사의 포인트를 ‘총리’에 맞춰서 국민에게 변화의 이미지를 줄 수 있게 파격적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인적쇄신의 핵심 키워드인 ‘세대교체’는 총리를 통해 구현하고, 대통령실장은 집권 후반기를 무난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인사 중에서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총리의 경우 여야 관계의 큰 틀을 조율할 수 있는 정치력까지 갖춘다면 금상첨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장은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변화의 이미지는 총리를 통해 하는 것이 맞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내년부터는 여야관계에서 큰 충돌 없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시기”라면서 “대통령은 한 발 물러서 있고, 무엇을 새로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촛불집회 등을 거치면서 그립(장악력)이 셀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면서 “대통령이 권력을 나누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책임총리제’ 도입 가능성을 전망했다. 노무현 정부 때 이해찬 총리처럼 실제로 국정을 책임지고 분담했던 ‘실세 총리’가 필요하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만약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식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고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절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권력공유’ 등의 얘기가 벌써부터 나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본지의 설문조사(7월6일자 3면)에서 대다수 전문가가 지적했듯이 총리를 ‘화합형’ 인사로 발탁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적지 않다. 현재 청와대의 가장 큰 고민은 대통령실장이든, 청와대 수석이든, 내각이든 마땅한 인물을 고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청와대 참모진은 정무·홍보·국정기획수석을 포함해 절반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후임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청와대 내부 인사검증을 통해 후보군의 80% 정도는 이런저런 문제가 드러나면서 탈락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재난 속에 특정 인물이 여러 자리의 후보로 동시에 거론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대통령실장 후보로 초반에 거론되던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은 의원직을 버려야 하는 부담으로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가 총리 후보에 이름이 오르더니 최근엔 다시 대통령실장 후보에도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의 척박한 인재풀을 보여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정세욱 풀뿌리 정치]대화와 타협의 자치를 하라

    [정세욱 풀뿌리 정치]대화와 타협의 자치를 하라

    23년 전 필자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자치현장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지방자치 실시를 앞두고 ‘서울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안’ 마련차 선진국 수도들의 자치제도를 비교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인구 73만여명에 시의회의원 수는 101명으로 많았고 무보수였다. 시장이 없는 대신 시의회 상임위원회 중 13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집행기관이었다. 시의 9개 국장직을 집행위원이 각각 맡았고, 국장직을 맡지 못한 4명은 무임소 집행위원(내각책임제 하 무임소 국무위원과 유사)이었다. 시의회에 진출한 정당 중 5석 이상을 점한 5개 정당의 의석비율에 따라 집행위원을 배분했다. 필자를 안내한 시 사무총장에게 국장들의 소속정당이 다른데 행정이 제대로 되느냐고 물었더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사무총장은 마침 시 집행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있는 곳으로 필자를 안내했다. 당연히 집행위원들 간 험한 고성이 오가고 회의가 중단될 줄로 상상했던 필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대화하며 처리하는 모습에 감탄했다. 정당 간 갈등·비방도, 중앙정부와의 갈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는 언제나 이런 자치를 할 수 있을까? 23년이 지난 지금 비방과 갈등으로 점철된 제5기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보면서 실망과 좌절감에 빠지게 된다. 6·2지방선거에 야당이 압승한 이후 중앙정부와 야당 시·도지사 간, 중앙정부와 진보성향의 교육감 간, 여당 시·도지사와 야당이 지배하는 시·도의회 간 갈등과 대립이 불거지고 있다. 지방의회 의석수가 여야 동수이거나 차이가 적은 지방의회에서는 의장단과 상임위원장을 놓고 여야가 감투싸움을 벌이느라 개원식도 못 치르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그야말로 지방자치 현장이 온통 갈등과 비난, 발목잡기로 각인되는 형국이다. 야당 시·도지사들은 중앙정부의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나서 중앙정부와의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이 과반수인 시의회가 양화대교의 구조개선공사 중단과 서해 뱃길사업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시의회는 뱃길 조성사업을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이에 반대하는 민주당 당론에 따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국회에서 논란 중인 정치 쟁점을 시 행정에까지 끌어들여 한강 뱃길사업의 취지나 경제성도 분석하지 않고 당론에 따라 반대하는 형국이다. 김문수(한나라당) 경기지사도 도의회와 충돌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13조원이 투입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사업(GTX)이 수도권 교통난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민주당 경기도의원들이 저지 방침을 밝혔고, 1조 3800억원이 투입되어 내년에 완공되는 한강정비사업도 저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정치적 중립을 이념으로 하는 교육감조차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단체장은 전임 단체장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해온 사업을 뒤엎고 있다. 송영길(민주당) 인천시장은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신축을 재검토키로 했고, 의정부시장은 경전철사업 타당성 재검토에 나섰으며, 용인시장은 경전철 개통시기를 늦췄다. 6·2지방선거 때 선거공보와 벽보를 보면 모든 후보들이 ‘참신하고 능력 있는 일꾼’이요 ‘준비된 인물’이었다. 당선된 후 갈등을 일으키고 감투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오로지 당선을 위한 거짓선전이었구나 생각하니 참담하다. 이런 갈등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보게 된다. 지방자치에는 정당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중앙당의 당론이라고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추종한다면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에 포획되어 존재의의를 상실하게 된다.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당에 소속됐다고 무조건 당론만 따르기보다는 주민의 복지증진과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갈등이 아닌,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 한 차원 높은 지방자치를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한다. 정치란 의견차이가 있을 때, 이를 대화로 풀어가며 국민을 위한다는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스톡홀름시 의원들의 수준 높은 자치의 모습이 한낱 꿈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명지대 명예교수
  • [사설] 시작부터 불협화음 지방권력 공생 길 찾아라

    국민의 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그제 출범한 민선 5기 지방정부가 첫날부터 권력 간 충돌로 불협화음을 냈다. 일부 지방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소속이 다른 여야 단체장과 의회가 충돌하고, 전·현직 단체장 세력 간에 인사 마찰을 빚고 있다. 4대강 등 정책을 둘러싼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간 갈등도 발생했다. 교육청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는 등 마찰음이 들렸다. 지방권력들은 오만이나 독주는 민심이 용서하지 않는 점을 명심, 시급히 공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서울시만 해도 시장이 단행한 사무처장 인사를 의회의 다수를 점한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철회하라고 요구하는 등 부딪치고 있다. 시장과 의회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지나치게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여소야대 구도로 짜여진 지방자치단체가 많은 이번 5기 지방정부는 앞으로도 인사뿐 아니라 각종 정책 사업을 놓고 충돌이 잦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정반대 노선을 표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염려된다. 지방자치가 본격화한 지 이제 16년째다. 민선 5기 지방정부는 성숙한 지방자치제의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책무가 막중하다. 출범 초의 크고 작은 충돌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은 서로 양보하고 돕는 길이다. 최악의 길은 여야가 서로 싸우며 상처를 내는 것임을 스스로도 알 것이다. 이 경우 초래되는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민들에게 돌아간다. 취임 전까지 당선자들은 일제히 화합을 외쳤다. 그런데 시작부터 파열음이 크다. 이제라도 민심의 무서움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혼선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것도 경계한다. 지방권력 교체에 불만을 품은 일부 공무원들이 문제를 부풀려 혼란을 부채질하면 안 된다. 인사, 정책, 조직 및 운영 등에서 일시적인 혼선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화되지 않는 것이 모두를 위해 소망스럽다. 실제 진보 교육감이 취임한 서울교육청의 경우 우려했던 혼선은 없다고 직원들이 전한다. 지방자치제에서 단체장의 노선이나 리더십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공무원들은 이를 인정하고 적응해야 한다. 단체장들도 공무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지나치게 몰아가면 안 된다. 전문성을 살려주고, 서로를 인정할 때 지방자치는 뿌리내리게 된다.
  • [사설] 타임오프 자진 수용한 현대重 노조

    어제 타임오프(노조 전임자 유급 근로시간 면제) 제도가 시행에 들어가면서 노·사·정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조 전임자의 임금은 노조에서 지급하는 게 맞지만 그동안 사측에서 관행적으로 지급해 왔다. 타임오프는 사측이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게 개정된 노동법에서는 금지되면서 나온 타협안이다. 노조원 수에 따라 정해진 타임오프 한도에 대해서만 임금지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는 타임오프에 반대하면서 기존 전임자 수를 보장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타임오프 무력화를 시도하면서 파업을 무기로 정부와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타임오프 노사 대리전 양상을 띠는 기아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GM대우차를 비롯해 파업을 결의했거나 파업을 준비중인 노조들도 적지 않다. 이면(裏面) 합의를 통해 기존 전임자 수를 사실상 보장한 기업도 적지 않다고 한다. 사측이 타임오프 한도를 넘는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거나 특별조합비 등을 조성해 지원하는 식이다. 노조와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적당히 타협하거나 원칙에 어긋난 양보를 하는 것은 잘못이다. 사측은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기 바란다. 어느 기업이 편법을 택하면 다른 기업으로 번지게 된다. 타임오프는 사실상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 타임오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제대로 정착될지 걱정이 앞선다. 타임오프와 관련해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가 충돌하고 편법이 난무하는 현실에서 현대중공업 노조의 결정은 신선하다. 현대중 노조는 기존 55명이던 전임자를 30명으로 줄이고 타임오프 적용을 받지 않는 15명의 임금은 노조가 지급하기로 했다. 다른 대기업·중견기업 노조들도 살림살이를 조정하든가 조합비 등으로 필요한 전임자의 임금을 충당할 수 있다. 가령 기아차의 경우만 보더라도 한 해에 걷는 조합비만 수십억원이나 된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그제 “시대적 흐름을 역류시키려는 데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조든, 사측이든 가리지 말고 원칙대로 대응하기 바란다.
  • [사설] 정치·이념 넘는 지자체 모델 서울이 만들길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의 출범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영·호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방권력의 구도는 4기와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 지방권력이 바뀐 곳에서는 자칫 여야 간 정치·이념·정책의 갈등이 더 심화될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년동안 정쟁만 벌이면 결국 그 피해는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일부 ‘여소야대’ 지자체에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각종 역점사업과 예산을 둘러싸고 기싸움에 돌입한 분위기여서 걱정스럽다. 가장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아야 할 곳은 서울이다. 오세훈(한나라당) 시장이 힘겹게 재선에 성공했으나 시의회는 민주당이 106석 중 79석(75%)을 장악했다. 구청장은 민주당이 25곳 중 21곳을 휩쓸었다.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마음만 먹으면 시장을 허수아비로 만들 수 있다. 시정(市政)과 지역개발을 놓고 시장과 구청장 사이에 충돌이 잦으면 4년을 허송할 수도 있다. 유권자들이 표심을 통해 여야 상생협력을 주문했다지만 대화와 소통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당장 서울시가 민선 4기부터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한강르네상스와 디자인서울 사업에 새 시의회가 제동을 걸 것이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해 서울시와 민주당 구청장 당선자들의 견해차도 감지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의 얼굴 격이다. 다른 지자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기에는 정치와 이념을 벗어나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여야가 정책을 놓고 경쟁하고 논의하되 서울시민의 공공이익, 서울시의 발전이란 큰 목표를 향해서는 함께 가는 모습을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시정·구정을 개선하거나 사업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논의의 장을 마련해 합리적으로 결론내는 성숙한 면모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시장은 우위의 권한을 남용하지 말아야 하며, 야당 구청장과 시의원들은 다수의 힘을 절제해야 한다. 서울시는 지자체의 성공모델이 되느냐, 실패사례로 남느냐의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시민들은 참으로 어려운 과제를 여야 앞에 던져 놓았다.
  • 야간 옥외집회 여야 절충점은…심야엔 제한 vs 원칙적 허용

    야간 옥외집회 여야 절충점은…심야엔 제한 vs 원칙적 허용

    여야는 25일 ‘야간 옥외집회’ 제한 문제를 놓고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충돌했다. 야당은 전날 여당의 강행처리 시도에 맞서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이날 오전까지 철야농성을 벌였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안경률 행안위원장은 오전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고 회의장 출입을 제한했다. 일촉즉발의 긴장상태는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나서 ‘합의 처리’를 약속한 뒤에야 해제됐다. 그러나 절충점 찾기는 쉽지 않았다. 뒤이은 토론에서 한나라당은 심야 시간대를 특정해 옥외집회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원칙적으로 야간 옥외집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제각각 해석한 결과다. 어렵사리 속개된 상임위는 공방만 거듭하다 3시간여 만에 산회됐다. 여당은 끝까지 야당을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저항이 너무 거세다. 헌재가 못박은 개정시한인 오는 30일까지 본회의 처리도 낙관적이진 않다. 여당은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야당을 또다시 자극하는 게 부담이다.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의 따가운 눈초리도 직권상정 시나리오를 흐리게 하고 있다. 여야 행안위 간사를 통해 쟁점과 합의 처리 가능성을 타진해 봤다. 김정권 한나라당 간사-헌재도 한밤 위험우려 처리불발 땐 치안공백 행안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정권 의원은 “헌재 결정 취지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면 집시법 10조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니 적정한 시간으로 조정하라는 것”이라면서 “개정 시한인 6월 말까지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야간 옥외집회가 다발적으로 일어나 생활치안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헌재가 단순 위헌결정이 아니라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개정하도록 권고한 것을 두고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라는 게 아니라 제한 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 위헌 효력이 발휘되는 오는 7월 이전에 개정안을 처리, 입법 공백 상태를 줄이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헌재는 현행 규정이 담고 있는 야간에 대한 시간적 차별성에 대해선 부정적이지만 심야의 특수성과 위험성에 대해선 인정하고 있다.”면서 “적정한 시간대에 대해선 금지를 하라는 것이지, ‘법조항 삭제’는 헌재의 의도를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의 ‘전면 허용’ 해석을 반박했다. 김 의원은 “경찰 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민생치안에 주력해야 할 경찰이 밤새워 옥외 집회에 대거 투입되면 어떻게 민생치안에 주력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여당 단독의 강행처리 방안은 배제했다. 그는 “필요하다면 다음주 본회의 직전까지라도 논의를 계속하고 합의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6·2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감안하더라도 일방·강행 처리는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백원우 민주당 간사-촛불금지법 원하나 현행법도 규제 가능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25일 “제한적으로나마 허용되던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정안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에 반하는 개악”이라면서 “현행 법에도 규제조항이 충분하기 때문에 개정 시한인 6월30일이 지나 해당 조항이 효력을 잃더라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혼란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집시법 10조를 폐지해 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하고, 제한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버티기 전략’을 쓰고 있다. 28, 29일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어차피 집시법 10조는 효력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백 의원은 “집시법 개정 문제는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행 집시법 5조, 11조, 14조는 폭력 우려 집회 금지 및 소음·장소 규제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이 조항들만으로도 불법 집회 등은 충분히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개정안을 ‘촛불집회 금지법’이라고 규정한 백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을 금지하는 법을 꼭 갖고 싶은 모양인데, 순순히 촛불금지법을 만들어 드릴 순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행안위·법사위·본회의 등을 거쳐 정상적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은 이미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고, 박희태 국회의장으로서도 이 법안 하나를 직권상정하는 것은 큰 부담일 것”이라면서 “하지만 회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세종시’ 본회의 표결 8월이후 연기 가능성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이 8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5일 “세종시 수정법안을 오는 28~29일로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의사일정에 합의해야 하지만 의견 차가 워낙 커 충돌이 불가피하다.”면서 “여야가 ‘충분한 협의’를 명분으로 표결을 뒤로 미루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표결 연기가 가능한 것은 국회법 제87조 때문이다. 상임위원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30인 이상의 요구로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은, 그 시간적 조건을 ‘위원회의 결정이 본회의에 보고된 날로부터 폐회 또는 휴회 중의 기간을 제외한 7일 이내’로 정해 놓았다. 상임위가 법안을 부결한 결정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법안 폐기 심사보고서 제출’ 형태로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6월 임시국회는 이달 말을 끝으로 폐회되기 때문에 ‘7일 이내 본회의 부의(附議)’는 8월 이후 국회가 열리고 4일 이내라면 가능하다. 이 관계자는 “박희태 국회의장으로서는 취임 직후 직권상정이라는 부담을 피할 수 있고 여야 원내대표들도 첫 현안부터 충돌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방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여당의 한 인사는 표결 미루기와 관련, “정치적으로는 일을 미뤄두는 것만으로도 여야간, 친이·친박간 정치적인 긴장감을 크게 늦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법안을 완전 폐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나 친이 쪽에서도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고, ‘협의’를 위한 행위이기 때문에 친박이나 야당에서도 일정정도 명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전날 청와대 측과 만나 대통령에게 건의해 더 이상 상황을 어렵게 만들지 않도록 협력을 요구했으며 이날 아침 청와대 측으로부터 그 같은 요구를 전달받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지운·이창구기자 jj@seoul.co.kr
  • 타임오프 임박… 노사정 폭풍전야

    타임오프 임박… 노사정 폭풍전야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 시행일(다음달 1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으나 노사정의 입장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정면충돌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 내의 강경투쟁 기류는 민주노총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타임오프제 도입으로 노조 전임자의 ‘대규모 슬림화’에 나서야 하는 대형 사업장이 거세게 반발한다. 민주노총 핵심 산별조직인 금속노조는 25일 40개 사업장 1만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나흘째 총파업을 벌였다. 전임자 처우가 보장되지 않으면 노동권 후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7월에도 대기업 중심의 대규모 파업을 준비 중이다. 법원이 이날 민주노총 등이 낸 ‘타임오프 한도 고시 효력정지신청’을 기각하는 등 상황이 불리하지만 조직의 명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끝장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한국노총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노조법 개정과 타임오프 한도 제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데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 노조 비율이 88%로 민주노총(70%)보다 높아 노조 인력감축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타임오프 한도가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에 따라 정해져 대기업 노조는 인력을 크게 줄여야 하지만 중소기업 노조는 전임자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이달 초 전국 시·도 지역본부에서 타임오프 교섭지침 설명회를 열고 ‘실리추구형’ 협상방법을 전파했다. 재계는 ‘강 대 강(强對强) 전략’으로 노동계에 맞서고 있다. 사용자단체는 노조 전임자 수가 감소하면 노조 영향력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일선 사업장에서 노·사 간 이면합의가 이뤄지면 제도의 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사용자가 노·사 관계 훼손을 우려해 노조의 편법적 임금지급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있다.”면서 “노·사 간 이면합의의 경우 내부고발 없이는 적발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삼성,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20곳의 인사·노무 담당자가 참석한 회의를 열고 편법적 급여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노조의 불법 요구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일선 사업장의 법 준수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이다. 한편 정부는 다음달 1일 노조 전임자 무임금제와 타임오프제를 예정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제도 시행 초기에는 노조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보다 사용자가 스스로 의지를 갖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타임오프 한도를 뛰어넘어 기존 전임자 처우를 보장하기로 노·사가 의견 접근을 본 업체가 85곳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등 한동안 혼란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500인 이상 사업장을 중심으로 노·사 이면합의를 집중점검해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세종시 본회의 부의’ 가시화… 논리 공방 치열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가 주도하는 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가 가시화되면서 각 정파 간 논리 대결이 치열해지고 있다. 친이계는 24일 ‘역사적 소명’을 본회의 부의의 명분으로 내세우며 ‘세 모으기’에 주력했다. 청와대 참모진도 본회의 부의를 지지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반면 여당내 친박(친박근혜)계와 민주당은 여권 주류의 움직임을 ‘오기 정치’라고 비판하며 친이계의 부의에 맞선 전선을 확대시켰다. ●친이, 56명 서명 확보 친이계는 우선 표 단속에 집중했다. 당장 지난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에서 부결된 수정안의 본회의 부의에 동참하는 의원 수를 56명까지 끌어올렸다. 강승규·박영아·정양석·최병국·박순자·권성동 의원이 힘을 보탰다. 주말까지 ‘100명 서명’을 달성한 뒤 본회의 부의 논쟁을 관망하는 김무성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설득하는 한편 부의권을 쥔 박희태 국회의장을 압박할 계획이다. 친이계는 친박계와 야당의 ‘오기 정치’, ‘줄 세우기’라는 비판에 맞설 명분과 논리도 명확히 했다. 이는 청와대 참모진을 통해 뚜렷하게 확인됐다.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후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세종시 수정안 처리방향을 묻는 여야 의원들에게 “정부의 기본 입장은 (수정안을) 정치적 이해관계나 사심에서 추진한 게 아니고 국가 백년대계와 역사적 사명의식에 따라 한 것인 만큼 국회의 합당한 논의가 있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완 “본회의서 확인해보자” 박재완 국정기획수석도 “전국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수정안에 대한 지지가 조금 더 높다.”면서 “전 국민의 뜻을 대변할 수 있는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확인)해 보면 어떨까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다.”고 거들었다. 그는 그러나 원안에 비해 기업유치를 구체화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백 프로 공감한다.”고 답변해 수정안이 부결되더라도 기업유치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계파 충돌 양상에 대한 부담으로 한 발 비껴 서있던 친박계는 여권 주류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에 맞서 본회의 부의 저지 전면에 나섰다. 친박계 김영선 의원은 오전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민심도 수정안 부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아니다. 수정안 부의 문제로 여야가 충돌한다면 국민이 또 실망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성헌 의원은 “(친이계의) 본회의 표결 주장은 결국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에 대해 찬성과 반대하는 사람의 이름을 낱낱이 공개하겠다는 이야기”라며 친이 주류의 부의 움직임을 비난했다. 민주당도 본회의 부의 저지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오후 박희태 국회의장을 면담하고 “수정안은 6·2지방선거에서 이미 심판을 받았고 국토위에서도 부결돼 종결된 사안인 만큼 수정안을 직권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했다. ●박희태 의장 “대화로 풀어야” 이에 박 의장은 “여야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또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청와대 참모진을 향해“6·2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을 외면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국방위 ‘천안함 대북결의안’ 통과

    국회 국방위원회는 23일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의 천안함에 대한 군사도발 규탄 및 대응조치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진상 조사 뒤 결의안 채택’을 요구해온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결의안 상정 및 처리과정에서 반발하기도 했지만, 여야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국방위가 채택한 결의안은 ▲국회는 천안함 침몰 원인이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수중폭발 때문이라는 다국적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한다 ▲북한의 어뢰공격은 남북합의와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침략행위이며 중대한 군사도발로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정부가 군사적·비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 법안심사소위는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 전체회의로 넘겼다. 민주당이 24일로 예정된 전체회의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實錄, 한국전쟁] (5) 또 다른 주역-맥아더·트루먼의 갈등

    [實錄, 한국전쟁] (5) 또 다른 주역-맥아더·트루먼의 갈등

    미국 트루먼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은 한국전쟁의 또 다른 주역이다. 전쟁을 도발한 공산진영의 스탈린·마오쩌둥·김일성과 맞선 자유진영의 대표주자였다. 한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으로, 또 한 사람은 5성 장군 계급장을 달고 한국전쟁을 맞이했다. 끝까지 함께 가지 못했다. 정책결정자 트루먼은 휴전협정이 진행 중이던 19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에게 지휘봉을 넘겼다. 맥아더의 최후는 참담했다. 연합군이 중국군에 쫓겨 38선 이남으로 후퇴한 1951년 4월11일 트루먼으로부터 연합군 사령관직 등 모든 직위에 대한 해임통보를 받았다. 상원청문회장에 선 ‘전설적 장군’은 문민통제에 대한 불복종과 오판은 물론 거짓말까지 줄줄이 드러나 고개를 숙여야 했다. 미 의회는 전쟁영웅에 대한 예우를 참작, 청문회 공식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도쿄에 머문 맥아더 전세 파악못해 루스벨트라는 걸출한 대통령의 그늘에서 인기 없는 상원의원과 부통령직을 지낸 트루먼의 진가가 드러난 것은 한국전쟁이었다. 그는 후세 역사가들로부터 스탈린과 함께 냉전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았다. 전쟁 발발 사흘 만에 이뤄진 트루먼 대통령의 확신에 찬 해군 및 공군 출동명령과 엿새 만의 지상군 참전결정이 없었다면 낙동강전선 사수와 인천상륙작전의 역공, 서울수복과 압록강 국경까지의 북진은 역사책에 기록되지 못했을 것이다. 트루먼은 재임 때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정치적 앙숙인 맥아더를 사장시킨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매도당했다. 한국 땅에서 미국의 젊은이 3만 3000여명을 전사시키고도 전쟁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대통령이었다. 맥아더 해임 당시 트루먼은 패배자였지만, 후일 승리자로 기록됐다.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대통령의 군사자문기구인 합동참모본부가 만장일치로 승인한 ‘군사적 결정’이란 점이 작용했다. 맥아더 원수의 인천상륙작전은 트루먼의 참전결정과 함께 한국전쟁의 양대 분수령이었다. 보급라인이 길어진 인민군의 허리를 끊고, 9월28일 서울을 수복해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켰다. 맥아더는 상륙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전쟁역사상 육군의 공급선을 차단하면 열에 아홉은 무너지기 마련”이라고 큰소리쳤다. 사실이었다. 맥아더 일대기에는 “그의 인생에서 군인으로서 천재성을 인정받은 날은 1950년 9월15일 하루였다.”고 적혀 있다. 성공확률 5000분의1의 거대한 도박에 성공한 것이다. 성공확률은 맥아더 자신의 언급이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편찬한 ‘한국전쟁’에 따르면 맥아더는 “이 작전이 도박이라면 후에 1달러로 변해 나오게 되는 5센트를 항아리에 던져 넣는 것”이라고 말했다. 맥아더가 남한사람들에게 영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요소는 한반도를 민주국가로 통일시키겠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맥아더는 이승만 정부의 북진통일을 지지하는 유일한 미국 장군이었다. 이승만 정부로부터 ‘수호자’로 숭배를 받았다. 한국의 통일이 바람직하다고 천명한 1950년 10월의 유엔결의가 맥아더의 호승심(好勝心)을 부추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워싱턴의 행정부 및 군 수뇌부는 중국과 옛 소련의 의도를 확신하지 못했고, 군사적 충돌을 우려했다. 한국전쟁이 세계 제3차대전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제한된 목표를 위하여, 제한된 수단으로 전쟁을 수행하려 했다. 맥아더의 거침없는 북진이 못마땅했지만, 상륙작전 성공 이후 ‘전쟁의 신’으로 격상된 맥아더의 권위에 감히 도전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맥아더는 중국정부의 개입 경고를 무시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도 엄포라며 한 귀로 흘렸다. 오히려 원폭투하 발언과 압록강 교량 폭격으로 가뜩이나 민감해진 중국 지도부를 자극했다. 오만에 빠진 맥아더의 결정적 오판이었다. ●1951년 전시중 해임통보 받아 미국 합참이 펴낸 ‘한국전쟁-제10장 맥아더의 해임’ 편을 보면 미국 대통령과 내각,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군사정책에 관련된 정책수립 및 자문기구를 맡는 합참과 맥아더의 관계가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 이 책은 “합참요원은 예외 없이 맥아더 장군보다 후임이었다. 합참의장 브래들리 원수는 육사 12년 선배인 맥아더 준장 아래서 소령으로 근무했다. 콜린스 육참총장과 셔먼 해군참모총장은 맥아더가 육사교장이었을 때 초급장교였다. 반덴버그 공군참모총장은 사관생도에 불과했다.”고 기술했다. 또 “군사조직이 이러한 인적관계로 구성됨에 따라 그 영향이 의사전달과정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맥아더 장군이 보낸 서신에서는 합참에 대한 암시적인 훈계 또는 아랫사람을 대하는 듯한 태도가 발견됐다. 역으로 합참은 맥아더 장군에게 결정적인 방법으로 명령하는 경우가 드물었고, 그들이 기안한 지침서는 선임자에게 실례나 되지 않을까 하는 계산에서 공손한 말로 표현됐다.”고 적었다. 맥아더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1보를 보고받은 트루먼과 맥아더의 반응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도쿄의 극동사령부에서 이 소식을 들은 맥아더는 무관심하면서도 초연했다. 함께 있던 덜레스 국무부 고문이 걱정하자 맥아더는 “단순한 정찰병력이며 등 뒤에 한 손을 묶은 채로도 처리할 수 있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26일에도 천하태평이었다. 오히려 덜레스가 “무초 미 대사가 서울을 탈출했다.”는 급보를 전하자 그때야 알아보겠다고 했을 정도였다. 적어도 1945년부터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맥아더에게 한국은 관심 밖의 나라였던 것으로 보인다. 남한주둔 미군사령관 하지 중장의 거듭되는 보고를 무시했으며, “남한문제는 알아서 잘 처리하라.”는 지시가 전부였다. 맥아더의 보좌관 바워즈의 회고에 따르면 맥아더는 한반도 문제에 개입을 꺼렸으며, 한국문제는 국무부 소관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만들어진 인물” 맥아더는 한국전쟁을 지휘하는 동안 한국에서 하룻밤도 보내지 않았다. 전용기를 타고 전황을 살펴보러 잠시 들렀다가 곧바로 도쿄로 돌아가곤 했다. 인천상륙작전 때나 북진공격 때도 마찬가지였다. 압록강까지 거침없이 북진하면서 “중공군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장담과 달리 중국군의 개입으로 연합군이 뒤로 밀리자 워싱턴의 합동참모본부 대표들은 맥아더가 한국의 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총사령관이 자리를 지키지 않는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맥아더가 파면된 이후 자리를 이어받은 리지웨이 장군은 종전 후 40년이 흐르고 나서 “우리가 어떤 환경에서 싸워야 했는지 도쿄의 사령부가 알지 못했다는 점이 나로서는 납득하기 힘들었으며 그런 상황을 만든 총사령관을 용서할 수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트루먼의 대처는 단호하고 빨랐다. 미국은 결코 ‘한반도 내전’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던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판단을 비웃듯 신속하게 참전을 결정했다. 1950년 6월30일 새벽 5시 지상군의 투입을 승인했다. 유엔 안보리도 한국에서의 무력사용을 의결했다. 데이비드 핼버스탬은 ‘콜디스트 윈터’에서 “1950년 6월25일자로 트루먼과 맥아더의 삶이 함께 엮였다. 대통령은 장군을 통제하지 못해 위엄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고, 장군은 대통령직을 존중하지 않음으로써 위상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라고 분석했다. 또 “트루먼은 우연히 대통령이 되었지만, 맥아더는 철저하게 만들어진 인물이었다.”고 썼다.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는 미국독립전쟁의 영웅이었던 아서 맥아더 장군의 아들이었다. 웨스트포인트 4년 동안 역대 최고 학점을 기록했고 미군 역사상 모든 최연소기록을 갈아치웠다. 1918년 처음 별을 단 이래 최연소 사단장, 웨스트포인트 교장, 육군 참모장, 소장, 대장, 원수에 올랐다. 1944년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는 떼어 놓은 당상으로 보였다. 트루먼은 결단력이 뛰어난 인물이었고, 직선적이고 꾸밈이 없었다. 함정을 파거나, 말을 돌리지 않고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는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현직에 있을 때보다 저격당한 지 90년이 지난 뒤에야 훌륭한 대통령으로 추앙받은 링컨을 거울로 여겼다. 트루먼은 사적인 자리에서 “문제는 그가 극동지역의 황제가 되고 싶어 했다는 거야. 자기가 일개 육군장교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상관은 바로 미국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게 잘못이지.”라고 맥아더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인생은 쇼, 세상은 무대’라고 생각하는 맥아더가 보기에 트루먼은 자신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경쟁자였다. 워싱턴에 있는 반대세력의 수장이었다. 대학도 나오지 못했고, 군 경력은 주 방위군 대위 계급장이 전부인 ‘미주리 촌놈’에 불과했다. 자신을 파면한 트루먼을 탄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그가 도쿄를 떠날 때 25만명의 일본인이 성조기를 흔들며 울었고, 뉴욕에 도착해 행진을 벌였을 때 700만명의 인파가 열광하면서 장군의 귀향을 슬퍼했다. 미국인들은 그를 한국전쟁의 순교자로 여겼다. 맥아더 해임은 ‘남북전쟁 이후 처음으로 미국에 헌정위기를 불러왔다.’고 기술될 정도로 혼란상을 가져왔다. 상원청문회가 열렸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기를 원했던’ 장군의 진면목은 매일 3000만명이 지켜보는 TV중계 앞에서 발가벗겨졌다. 일흔 살 대원수의 진실은 미리 준비한 연설과 달리 사흘 내내 계속된 청문회에서 바닥을 드러냈다. 사람들은 등을 돌렸다. 그는 대통령에게 경례하지 않은 처음이자 마지막 장군이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대면했던 10월17일 웨이크섬 회담에서 맥아더 장군은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경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나중에 드러났다. 두 번씩이나 본국소환에 불응하는 기록을 세운 전무후무한 장군이기도 했다. ●군사작전 실행후 추후 보고 합참은 맥아더에게 결정타를 먹였다. 4월8일 전원회의에서 참모들은 ‘예외 없이 맥아더 해임’에 찬성했다. 미국 합참이 펴낸 ‘한국전쟁’에서 공식적으로 열거한 맥아더 해임의 주요 이유는 타이완 문제에 대한 대통령과의 불화였다. 맥아더는 중립을 추구하는 트루먼 정부의 타이완 정책을 따르지 않았다. 중국의 개입에 대한 오판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 뒤 38선 돌파와 압록강까지 북진, 압록강 교량 폭격 같은 중요한 군사작전을 실행 후 추후 보고형식으로 승인받았다. 이 밖에 대외정책에 대해 공개 언급하지 말라는 대통령 훈령을 여섯 번이나 위반했다. 맥아더가 3월24일 중국본토로의 확전을 언급하자 트루먼은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군통수권자로서의 나의 명령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이었다. 맥아더 장군은 나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다. 더는 그의 불복종을 참을 수가 없었다.”면서 해임을 결심했다고 미국 합참 보고서는 기록하고 있다. 노주석 논설위원 joo@seoul.co.kr
  • [서울광장] ‘사람특별시 오세훈 시장’ /함혜리 논설위원

    [서울광장] ‘사람특별시 오세훈 시장’ /함혜리 논설위원

    광화문 근처를 지나가다 앞서 걸어가고 있던 주부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아주머니가 광화문 광장을 가리키면서 “전에 은행나무가 정말 멋있었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다 망쳐놨어.” 옆에 있던 아주머니들도 친구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루는 택시를 탔는데 해치가 그려진 오렌지색 택시였다. 왜 해치택시를 운전하느냐고 물으니 기사 아저씨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새로 허가 받는 것은 무조건 해치택시여야 한다니 어쩔 수 없지만 손님들이 타기를 꺼려 손해가 크다.”는 것이다. 어떤 도시환경 디자이너는 “ 디자인서울에 디자인은 없고 이벤트만 있다.”면서 “어떻게 이렇게 예산을 함부로 쓸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이 그동안 치적으로 내세웠던 주력사업들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결국 이번 6·2 지방선거에서 표로 나타났다.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나선 한나라당의 오세훈 후보는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0.6%포인트 차로 앞서며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했다. 역대 시장 선거 중 가장 근소한 표차다. 25개 구 가운데 17개 구에서 한 후보에게 패했다. 오 시장이 앞섰던 8개구 가운데 6개구가 강남권이었다. 이겼지만 실은 이긴 게 아니다. 오 시장 자신도 사실상 패배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 결과와는 딴판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모두가 놀라고 이변이라고 했지만 내 관점에서는 전혀 이변이 아니었다. 나는 오 시장을 ‘일 잘하는 젊은 시장’이라고 평가하는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이 봤다. 운도 실력이라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오 시장은 이같은 평가에 진정으로 부끄러워해야 한다. 오시장의 정책들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수요자의 관점이 아니라 공급자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시정을 펼쳤기 때문이다. 디자인 서울, 한강르네상스, 광화문 광장, 서울형 복지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런 전시성 행정에 엄청난 예산을 퍼붓고, 그것도 모자라 치적을 알리기 위한 광고·홍보비를 물쓰듯 썼다. 그러면서 정작 서울 시민들이 답답해하는 보육과 교육, 복지, 일자리 문제는 등한시했다. 희망플러스, 서울희망 드림뱅크, 서울형 해비탯, 안심자립 스타트, 웰빙가정 만들기, 여행(女幸) 프로젝트 등 이루 다 열거하기도 힘든 프로그램들이 서울시내 홍보판을 가득 채웠지만 현장에서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이들 정책 중에는 소요된 홍보예산보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되는 정책도 있다. 겉만 번드르르한 정책에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 럼에도 디자인서울과 한강르네상스 등 기존 사업들이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에 대해서 오 시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수요자 대다수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이제 보여주기식 정책은 그만 접고 사람이 중심이 된 시정을 펼쳐야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서울이 아니라 시민들이 살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서울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사람이 살 만한 서울, 사람을 중시하는 서울을 만들겠다.”며 한 후보가 내세웠던 ‘사람특별시’의 비전을 과감히 채택해 봄은 어떨까. ‘사람특별시장 오세훈’, 나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오 시장은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서 있다. 21명의 야당 구청장, 야당이 압도적 다수인 시의회, 진보교육감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갈등과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정책추진력은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위기인 동시에 그의 정치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가슴을 열고 대화와 소통으로 현안들을 풀어 나가겠다고 다짐했으니 두고 볼 일이다. 시험에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시험문제를 낸 주체가 바로 서울 시민들이라는 점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펼치라는 얘기다.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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