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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이 혐오로 이어져… 성소수자 밀어낸 ‘생물학적 여성’

    불안이 혐오로 이어져… 성소수자 밀어낸 ‘생물학적 여성’

    트랜스젠더 배제하자는 입장 힘 얻어“모두가 차별받지 않아야” 경계 시선도 지난 5년간 여성운동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 대중들까지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생물학적 여성’만 강조하며 오히려 성평등 논의를 퇴보시켰다는 비난도 끊이지 않았다. 혜화역 시위처럼 생물학적 여성만 집단행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필요조건은 페미니즘 운동의 전제가 됐다. 이런 경향은 올 들어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표출됐다. 지난 2월 법원의 성별 정정까지 받은 트랜스젠더 학생의 숙명여대 입학을 반대한 여대 학생들의 성명이 대표적이다. 진보 진영의 의제 가운데 하나인 성적 다양성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움직임은 근본적으로 과거의 진보 운동이 여성 의제를 주요하게 다루지 않은 것에 대한 불신이나 배척으로 해석된다. ‘메갈리아 이후 발생한 한국 내 온라인 기반 여성운동’ 논문에 따르면 메갈리아 이후 여성들은 ‘우리는 진보의 치어리더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운동권을 배척하고, 남성 성소수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물리적, 정신적 위협에 대한 불안도 성소수자 혐오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혜화역 시위에서 일부 남성 유튜버들이 시위 참가 여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촬영했고, 20대 남성이 장난감 비비탄 총을 쏴 참가자의 다리에 맞히는 일도 벌어졌다. 2016년에는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후 역 앞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는데,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회원이 ‘핑크 코끼리’ 탈을 쓰고 나타나 여성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을 겪으며 남성은 물론 남성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이 심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성소수자 혐오를 ‘영페미’ 전체의 입장이라거나 페미니즘 내부의 싸움으로 보는 시선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한 20대 여성은 “여성만 중요하다고 하는 건 페미니즘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작은 여성 인권이라도 결국 모두가 성별에 상관없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1800억원 피해 구례군, 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자원봉사 1/4 토막

    1800억원 피해 구례군, 코로나19 전국 확산으로 자원봉사 1/4 토막

    1800억원대의 홍수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군의 자원봉사자가 코로나19 확산으로 4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지난 15일 구례군을 찾은 자원봉사자는 총 1445명이다. 하지만 수도권발 코로나 확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18일 자원봉사자가 362명으로 줄었다. 현재 군 장병 1000명이 주축이 돼 복구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날 자원봉사를 위해 버스를 타고 오던 보성군여성자원 봉사협의회원 35명은 보성군민중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예방차원에서 버스를 돌려 다시 돌아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구례군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서울·인천·경기·광주 자원봉사자 접수를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발열 체크가 불가능한 단체에 대해서는 의료진들이 발열체크를 하고, 마스크 미지참자에 대해서는 마스크를 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구례군에 코로나19 확진자는 없다. 피해 주민들은 울상이다. 총 1188가구 중 1032가구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청소를 완료했으나 나머지 120가구는 아직 쓰레기도 치우지 못한 상태다. 구례5일시장 등 침수피해를 입은 상가 392동 중 청소가 완료된 곳은 22곳에 지나지 않는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도 복구작업을 더디게 하고 있다. 구례군은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복구 작업 관계자는 “5분만 서있어도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며 “30분 작업을 하면 30분을 쉬어야한다”고 토로했다. 작업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물품으로 이온음료와 식염포도당, 스포츠타월 등이다. 이 소식을 들은 구례고등학교 학생 11명이 18만원을 모아 이날 이온음료 300캔을 가지고 구례군청을 찾았다. 이중 1명은 주택 침수피해를 입어 친척집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이다.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운 날씨와 각종 쓰레기 침출수로 인한 감염병 발생을 차단하고 악취를 제거하기 위해 구례군 보건의료원, 해병대 1사단 등이 방역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 호우피해로 구례군은 전체 1만 3000가구 중 10%에 달하는 1188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5일시장 등 상가 392동이 물에 잠겼다. 총 피해액은 1807억원으로 추정된다. 오는 19일까지 피해 접수를 받는다. 농경지 502㏊가 물에 잠기고 한우, 돼지, 오리 등 가축 1만 5846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구조된 가축들도 지속적으로 폐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막대한 피해규모에 쓰레기만 치워도 끝이 없는 상황이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원봉사 참여가 제한되고, 35도가 넘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면서 복구작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구례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삭제 돕는다…전담기구 내년 1월 운영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영상물 삭제 돕는다…전담기구 내년 1월 운영

    경기도가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영상물을 감시해 삭제를 요청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를 위해 피해 상담, 삭제 지원 등을 전담하는 원스톱지원센터를 내년 1월부터 운영한다. 경기도는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근절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최우선으로 피해자들이 원하는 사항이 영상물 삭제라는 점에서 모니터링 조직을 만들어 각종 플랫폼에 게시된 영상물의 삭제를 요청할 계획이다. 도민 피해자가 요구하면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해당 영상물의 삭제를 의뢰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도는 이달부터 11월까지 희망일자리 참여자 10명으로 사이버감시단을 꾸려 포털 사이트와 맘카페, 블로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시작한다. 이어 10월부터 12월까지 일자리재단의 사이버기록 삭제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교육생 20명 내외로 도민감시단을 운영한다. 내년 1월부터는 전문인력 15명으로 피해 상담과 법률 지원, 영상 삭제 요청 등을 전담할 ‘경기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지원센터는 17억원의 예산으로 피해 접수와 상담, 영상 삭제 요청, 의료 지원 및 법률 자문까지 연계해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도는 중장기 과제로 디지털 성착취물을 신고할 경우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 개정도 추진한다. 또 디지털 성범죄예방교육 전문가와 청소년 성교육 강사도 추가로 양성하는 한편 특별사법경찰단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수사를 할 수 있도록 직무 범위를 청소년성보호법까지 확대해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순늠 경기도 여성가족국장은 “디지털 성범죄는 극악무도한 범죄인데도 불법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해 전문가들과 논의한 결과 경기도 차원에서라도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조사를 보면 지난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지원 건수는 9만602건으로 2018년 3만3912건보다 2.8배 증가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여기는 중국] 워터파크·관광지 바글바글…코로나 발원지 우한의 현재

    [여기는 중국] 워터파크·관광지 바글바글…코로나 발원지 우한의 현재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 우한은 이제 완전히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최근 우한의 대형 워터파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 파티를 즐기는 장면이 공개됐다. 우한의 야외 워터파크는 76일간 이어진 봉쇄령이 해제된 지난 6월 재개장했다. 워터파크 측은 여성 입장객의 경우 입장료의 50%를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펼치며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고, 늦은 밤까지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덕분에 해당 워터파크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방역 수칙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물놀이를 즐겼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물 쏟아지듯 쏟아지는 상황에서, 발원지인 우한만큼은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 중국 SNS인 웨이보에는 관광객들이 대거 몰린 우한 명승지 곳곳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마스크를 쓴 사람은 거의 볼 수 없었고, 밀착한 상태로 줄을 서서 음식을 나눠 먹는 등 자유로운 모습이었다.후베이성은 지난 7일부터 20곳 이상의 관광지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을 제공했다.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당시 중국 국민이 후베이성에 보여준 사심없는 지원에 대한 보답이라며 해당 정책의 배경을 밝혔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정책 이벤트에는 약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이후 주말 동안 수만 명의 중국인이 우한 전역의 명승지로 몰려들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18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17일 하루 동안 22명 발생했으며, 모두 해외 역유입 사례이며 본토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진 통계로 잡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는 17일 하루 동안 17명이 보고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은 이처럼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7일 오후 11시(그리니치표준시·GMT)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2202만 9346명이다. 일주일여 만에 200만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전 세계적으로 하루 30만 명 가까이 늘고 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수요집회 개선론/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수요집회 개선론/황성기 논설위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활동가인 이용수(92) 할머니가 5월 두 차례 기자회견에서 제기한 수요집회의 방향성에 대해 지난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다시 언급했다. 이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 사죄하고 배상하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30년이나 외쳤다. 학생들이 위안부가 뭔지, 한국에서 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완전히 알아야 한다. 그것을 교육시키겠다”면서 집회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위안부 운동의 출발은 1991년 8월 김학순 할머니의 커밍아웃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있다. 미야자와 기이치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둔 1992년 1월 8일 낮 12시에 시작된 수요집회는 매주 열리다가 95년 고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희생자 위로 차원에서 딱 두 차례 쉬었다. 단일 주제로 열리는 집회로서 세계 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요집회는 위안부 운동을 견인한 동력이란 점에서 그 누구도 반기를 들기 어렵다”면서도 집회가 피해자 보상, 교육과 재발 방지라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냉정히 살필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은 “집회가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지만 문제 해결에 직결됐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이 할머니 걱정처럼 학생들이 소녀상을 지킨다거나 집회에 참가해 증오와 분노만 양산할 우려가 있으며, 한일의 대립 구도를 강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수요집회 자체를 없애기는 어려울 것 같고, 이런 상황에서 끝낼 수도 없다”면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남 교수는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국회도 지원하는 여성인권평화재단이 설립되고 여기에 라키비움(도서관, 아카이브, 박물관의 합성어) 같은 시설과 조직, 체계가 갖춰지면 수요집회의 형식에도 교육의 도입이란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위안부 할머니가 17명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엄중한 현실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의 방점은 명예회복과 상처 치유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과 교육으로 옮겨 갈 것이 요구된다. 하지만 정의연과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회계부정 의혹 수사가 진행 중이라 정부나 국회에서 여성인권평화재단 설립을 위한 입법이 지연될 공산도 크다. 지난 12일로 1452차를 기록한 수요집회의 판에 박은 매주 개최나 학생과 활동가만의 참여 같은 내용과 형식을 바꾸지 않으면 외면당할 수 있다는 점을 새기고 정의연은 획기적으로 달라진 수요집회를 조직했으면 한다. marry04@seoul.co.kr
  •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메갈리아, 여혐민국 바꿀 유일 수단” “남녀간 성 대결 심해졌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을 올려 여성이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 성범죄 수사 등 차별 여전”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메갈리아 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메갈리아 만나고 ‘페미 전사’ 됐다…5년 지나도 여성 차별 여전”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이슬람국가(IS)를 좋아한다.” 2015년 1월, 터키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IS에 가담했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대 한국인 남성 김모군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남긴 글이다. 이슬람 극단주의의 가입 이유로 여성혐오를 꼽은 그의 행적에 ‘페미니스트’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약 반년 뒤인 8월, ‘메갈리아’가 탄생했다. 일베(일간베스트)나 디시인사이드 등 남초 사이트는 물론 일상에서 숨 쉬듯 벌어지는 여성혐오에 대항해 거울로 반사하듯 보여 준 미러링은 이제껏 본 적 없는 방식이었다. ‘김치녀’는 ‘한남충’으로, ‘맘충’은 ‘애비충’으로 치환하는 이들의 방식이 ‘여혐혐’인지, ‘남혐’인지를 놓고 사회가 들썩였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메갈리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극과 극이다. 한쪽에선 ‘여자 일베’라고 비난하지만, 다른 쪽에선 ‘여성들의 해방구’라고 평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한국 페미니즘사(史)에서 메갈리아는 빼놓을 수 없는 전환점이라는 점이다. 본 사이트는 1년도 안 돼 폐쇄됐지만, 수많은 메갈리안은 남았다. 온라인에서 꿈틀대던 여성의 목소리는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집회를 거쳐 2018년 혜화역에서의 조직적인 대규모 시위로 나타났고, 2020년 현재 정치권까지 뒤흔드는 주요 의제로 자리잡았다. 그간 소수 운동가와 학자들의 영역이었던 페미니즘은 메갈리아 이후 일상의 영역으로 확대됐고, ‘영 페미니스트’를 넘어 ‘영영 페미니스트’라 불리는 1020 여성이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메갈리아를 단순히 혐오세력으로만 지칭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한계도 있다. 미러링이 또 다른 혐오라는 지적과 함께 페미니즘 전반에 대한 백래시(반발)도 커졌다. “너 ‘메갈’이냐”는 말은 과거의 ‘빨갱이’ 같은 낙인이 됐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이후 5년간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 논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앞으로 여성운동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를 3회에 걸쳐 짚어 본다. 서울신문은 메갈리아 등장 이후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1990~2000년대생 여성 5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여성학이란 분야조차 몰랐지만 여성혐오를 자각하고 일상 속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이들이다. 이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크게 ‘각성’, ‘차별’, ‘실천’, ‘변화’의 네 가지다. 메갈리아로 인해 처음으로 여성 인권에 대해 깨달은 뒤 차별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패턴을 보였다.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가명으로 처리했다. 각성 메갈리아 통해 일상 속 여혐 인식“페미니즘은 ‘특별한 것’ 아니다” 깨달아 “원래 ‘여성혐오’라는 단어도 몰랐어요. 여자라 차별받는 건 엄마 때나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이유정(29)씨는 2015년 이전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조차 없었다. 이씨는 “엄마 세대에는 확실히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가 있었는데 우리 세대는 그렇지 않았다”며 “대학을 못 가는 것도, 투표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니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하지만 ‘불편함’은 항상 있었다. 그는 “‘김치녀’나 ‘된장녀’, ‘김 여사’ 같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너무 나쁜데 왜 그런지 몰랐다”고 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화장 좀 하라”는 매니저의 말에도 대꾸하지 못했다. 스스로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이 모든 게 여성혐오란 걸 깨달은 건 메갈리아라는 공론장이 생긴 뒤다. 이씨는 “처음에는 미러링이 너무 폭력적이고 정제되지 않아 싫었는데, 곱씹어 볼수록 이때까지 불편하게 느낀 것에 정답을 줬다”며 “심 봉사가 눈을 뜨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메갈리아는 평범한 여성들에게 일상의 차별을 설명해 주는 계기였다.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문법은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던 일반적인 여성들을 모두 끌어당겼다. 당시 운영진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 준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메갈리아의 ‘이론’이 일상의 경험과 일치하며 논의는 폭발적으로 커졌다. 최희서(28)씨는 2016년 서울 강남의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당하는 ‘강남역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30대 남성 김모씨가 당시 경찰 조사에서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범행했다”고 진술했지만 수사당국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닌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최씨는 “대학 페미니즘 교양 수업을 들을 땐 단어부터 어려워 와닿지 않았는데, 강남역 사건 때는 여성이라 죽을 수 있다는 말이 실감 났다”며 “이전에는 비슷한 범죄를 보면 ‘재수가 없다’고만 했는데,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이 겪는 위협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했다.차별 ‘미러링’은 여혐민국 바꿀 수단페미니즘 논의 활발…차별은 여전 메갈리아는 한국 사회에서 수많은 논란을 낳았다. 이들이 보여 준 미러링은 여성혐오에 맞선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결국 또 다른 혐오일 뿐이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메갈리아에서 분화된 워마드는 처음부터 ‘여성우월주의’를 표방했고, 호주 아동 성폭행 논란이나 성체 훼손 등의 논란을 겪으며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강하게 비난받았다. 하지만 이들 5명이 메갈리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건 미러링이 ‘여혐민국’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실제 일상에서 겪는 위협이나 부당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김효영(24)씨는 2018년 서지현 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 폭로로 촉발된 권력자에 의한 위계형 성범죄를 보며 분노했다. 그는 “대학생 때 교수의 성희롱 발언을 고발했는데,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권력과 위계가 작용한다는 걸 느꼈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안 전 지사가 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여전히 김지은씨에 대한 2차 가해가 끊이지 않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서도 피해자를 탓하는 여론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 ‘스쿨미투’에 참여한 박혜린(20)씨는 “그렇게 열심히 문제 제기를 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해결은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교사는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학교에 지붕이 없으면 좋겠다. 너희가 젖은 모습을 보고 싶다”, “수련회에서 야한 춤을 추라”고 하는 등 성희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박씨는 “가해 교사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학교 창문에 포스트잇을 붙여 졸업생들과도 연대했지만 아직도 재판은 진행 중”이라며 “페미니즘 논의가 활발해졌지만 정부와 수사기관은 보여 주기식으로 따라가는 느낌이다. 체감은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천 n번방 공론화, 혜화역 시위수많은 여성이 취지 공감 페미니즘은 한국에서 새로운 것이 아니다. 1980년대부터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여성민우회 등 수많은 여성단체가 호주제 폐지부터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도입 등 관련 제도를 개선했고,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태어난 ‘영페미’ 5명은 모두 이전까지 여성단체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후원 한번 해 본 적 없다. 다만 메갈리아를 만난 이후 ‘페미니스트 전사’가 됐다. 온라인에서 처음으로 활발한 페미니즘 논의를 보고 겪으며 조직된 힘을 경험한 까닭이다. 해시태그 공유나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는 이들이 일상에서 여성운동을 실천하고 효능감을 얻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최씨는 온라인 내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은 물론 ○○계 내 미투, 남자 연예인 불법 촬영 문제 공론화 등에 참여했다. 그는 “기존 여성단체는 전문가 중심이라 ‘내가 참여해도 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면서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은 접근성이 좋고, 공유만 해도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온라인으로 응집된 여론은 오프라인으로도 표출됐다. 2018년 서울 혜화역과 광화문 일대에서 6차례에 걸쳐 일어난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시위)가 대표적이다. 워마드에 남성 누드모델 사진이 올라온 뒤 여성 가해자가 검거됐는데, 그간 만연하던 여성 대상 범죄에는 소극적이던 수사기관이 이례적으로 빠르게 나섰다는 비난이 커졌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혜화역 시위에 참여한 한수연(20)씨는 “온라인에서만 얘기하다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엄청나게 큰 힘이 느껴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내가 겪는 차별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이 공감한다는 걸 생생하게 느끼니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단일 주제로 여성만 수십만명 참여해 논의를 끌어간 것은 혜화역 시위가 처음이다. 이씨는 “워마드나 혜화역 시위 운영진의 방식 전부에 동의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은 ‘몰카’나 ‘야동’ 등으로 끊임없이 소비됐는데도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변화 여성 의제 다양화 성과…성 대결은 심각“사회 전반에서 여성 목소리 들어달라” 메갈리아를 기점으로 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 의제가 다양해진 건 성과지만 남녀 간 성 대결이 끊이지 않고 페미니즘이 더 큰 낙인이 된 것은 한계다. 백래시 역시 피부로 느낄 만큼 심해졌다. 이씨는 “무서워서” 혜화역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당시 인터넷방송 진행자(BJ)나 유튜버가 시위 장면을 멀리서 촬영하며 참가자들을 희롱했고, 내가 거기서 신분이 드러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할지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사’ 조주빈 등의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나 세계 최대 아동 음란물 유통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 판결 등으로 이들의 분노는 무기력감으로 옮겨 갔다. 여성들은 꾸준히 항의하고 목소리를 내지만 정치권과 수사기관, 사법부 등은 바뀌지 않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5년간 많은 사람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무력함이나 좌절감도 커졌다”면서 “의도적으로 젠더 이슈에 대해 거리를 두는 사람도 많아졌다”고 돌아봤다. 그는 “뿌리 깊은 여성혐오는 어느 한 부분만 바뀐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운동이 지치지 않고 유지되려면 사회 전반에서 실제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갈리아메갈리아라는 이름은 남녀 성역할 체계를 뒤바꾼 설정의 소설 ‘이갈리아의 딸들’과 ‘메르스갤러리’를 합친 것이다. 2015년 8월 디시인사이드 메르스갤러리에서 일어난 여성혐오에 반발해 온라인 사이트가 생겨났지만 성소수자 혐오 등을 기점으로 사라졌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메르스갤러리 저장소’ 등 페이지가 생겼지만 초기 메갈리아만큼 활발한 활동은 없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28년 워싱턴 위안부운동 “순수 자원봉사, 끝까지 포기 안했다”

    28년 워싱턴 위안부운동 “순수 자원봉사, 끝까지 포기 안했다”

    미 하원 위안부결의안 통과 일역 ‘정대위’28년 워싱턴 위안부 운동사 엮은 책 발간“이름없는 헌신 녹아있다는 것 알리고파”“자비도 들여 운영, 모금이 가장 힘들어”결의안 통과 비결 “무조건 포기 않는 것“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정대위)가 1992년 비영리 단체로 활동을 시작한 뒤 많은 활동가들이 자비를 들여 운영해 왔습니다. 순수 자원봉사로 운영하니 지금도 사업자금 모금이 가장 힘듭니다.” 헬렌 원 정대위 회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었던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아난데일의 한 식당에서 ‘위안부: 미국에서 정의와 여성 권리를 위한 운동’(영문판) 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워싱턴 정대위는 2007년 미국 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되는 역사적 성과를 거둘 때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버니지아주 페어팩스 정부청사 안에 위안부 기림비 평화가든을 조성하는 등 일본의 만행을 미국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저자인 이정실 정대위 이사장은 “2018년 여름에 착수해 2년 만에 400쪽이 넘는 책을 냈다. 지난 28년간 정대위와 워싱턴 국회 및 정계에서 벌어진 위안부 운동의 역사를 엮어낸 첫 번째 책”이라며 “위안부 운동의 성과에 이름 모를 많은 사람의 헌신이 녹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위안부 결의안의 주역이었던 마이크 혼다 전 미 하원의원은 책 속 인터뷰에서 “(2007년) 결의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했고, 우리는 아직도 끝을 내려 고군분투하고 있다”며 “사과해야 할 사람들은 역사를 부정한다.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둘 수 없다. 우리 모두는 희생자들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책에는 첫 위안부 학술 콘퍼런스를 개최했던 바니오 전 조지타운 한국학 교수, 위안부를 여성뿐 아니라 계층 및 인종이 결부된 종합적 문제로 분석해 여성학계의 관심을 확대한 마거릿 스테츠 델라웨어대 여성학과 교수, 한국 위안부 운동이 어떻게 전 세계적 연대로 발전했는지를 연구한 구양모 노르위치대 정치학과 교수 등의 이야기가 실렸다. 또 2000년 김순덕 할머니 등이 위안부들의 아픔을 담아 그린 작품들도 사료로 기록됐다. 이 이사장은 위안부 결의안 통과에 일역을 담당한 경험을 묻자 “무조건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위안부 결의안은 15년간 미 국회 문을 열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또 김광자 이사장은 최근 부실회계 의혹을 받는 한국 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에 대해 “이름은 비슷하나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글·사진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리뷰] 8세부터 84세까지…배우들이 가득 채우는 무대 ‘레미제라블’

    [리뷰] 8세부터 84세까지…배우들이 가득 채우는 무대 ‘레미제라블’

    콘크리트 재질을 둘러싼 무대 한 가운대를 비스듬히 놓인 커다란 컨테이너 박스가 차지했다. 컨테이너 주변에 회색 벽이 놓였다 사라졌다 하며 작품 속 배경이 만들어졌다. 불안하고 거칠고 어두운 느낌이 장발장의 시대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듯 했다. 이따금씩 쨍한 조명으로 한 가닥 길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빛의 색깔로 삶과 죽음이 표현되기도 했다. 단순한 듯 하면서도 강렬한 무대를 배우들이 꽉 채웠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레미제라블’은 여러 의미로 특별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선포한 ‘2020 연극의 해’를 기념해 정통 연극의 진수를 보여줄 고전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는 상징적 의미 뿐 아니라 무대를 채우는 배우들과 그 연기도 그랬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장발장의 삶과 당시 1800년대 프랑스의 ‘불행한 사람들’(프랑스어 ‘레미제라블’의 뜻)의 이야기는 이미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여러 장르에서 다뤄져 익숙하지만 그래서 더 높은 기대가 따른다. 이번 무대는 그 기대를 배우들의 정석 연기로 충족시키려 한 것으로 읽혔다. 8세부터 84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60여명의 배우들이 훌륭한 연기를 선보이니 무대가 화려하게 꾸며질 필요도 없어 보였다.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사랑을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시민 혁명군에 참여하는 등 ‘꼬마’ 가브로슈를 맡은 어린이 배우(김주안·진유찬)의 존재감부터 마리우스의 외할아버지인 질르노르망(오현경·문영수)의 묵직한 연기까지 놓칠 것 없는 연기들이 이어졌다. 원로배우 박웅과 목사로도 활동한 임동진, 연기에 도전한 홍창진 신부가 연기한 미리엘 주교의 대사가 주는 위로는 장발장에게만 주는 것이 아닌 객석도 울릴 만큼 진정성이 느껴졌다. 예술감독을 맡은 중견배우 윤여성과 그에 못지 않게 혼신의 힘을 쏟아내는 문창완의 장발장 연기는 모든 장면에 몰입하게 했다.이번 공연은 어쩌면 연극인들에게 더 특별했다. 1981년 ‘30대 연기자그룹’을 꾸려 도제식 교육 위주였던 연극계에서 배우들의 권익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던 배우들이 50대가 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연극 ‘레미제라블’을 선보였고, 이후엔 후진 양성을 위한 뜻을 다졌다. 올해 ‘연극의 해’를 맞아 그 뜻을 더 넓히기 위해 원로·중견 배우들과 함께 할 젊은 배우들을 뽑기 위한 대대적인 오디션도 가졌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계가 어려워진 면도 있지만 작품의 내용과 의미도 남달랐던 덕에 1400여명이 오디션에 지원하는 등 많은 화제를 모았다. 걸그룹 티아라 출신으로 처음 연극에 도전한 함은정(코제트 역)을 비롯해 50여명의 배우가 선발돼 무대에 참신함을 더했다. 2시간 20분의 무대가 끝난 뒤 커튼콜에서 밝은 조명과 함께 모든 배우들이 모이자 그제서야 컨테이너가 하늘로 올라간다. 장발장을 짓눌렀던 무거운 짐이 홀연히 떠나가듯 무겁게 무대를 지키던 컨테이너 박스가 움직이고 배우들도 활짝 웃으며 극을 마무리짓는다. 제작을 맡은 이종열 유한회사 레미제라블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여러 세대의 배우들이 함께 모여 연극정신과 연극의 정통성,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세계적인 명작을 어려운 시기에 선보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장발장이 갖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 할머니, 운동에 개방성·투명성 갖추길 바라신다”

    문 대통령 “위안부 피해 할머니, 운동에 개방성·투명성 갖추길 바라신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서 “위안부 피해자 해결을 위한 운동의 과정과 결과, 검증 전 과정에 개방성과 투명성을 갖춰 다양한 시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및 정의기억연대 논란이 한창일 당시 위안부 운동의 변화를 촉구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천안 국립 망향의동산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 영상 축사를 보내 “할머니들께서는 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운동의 성과를 계승하는 한편, 평화와 인권을 향해 한일 양국 미래세대가 나아갈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셨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6월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윤 의원 및 정의연) 논란은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 활동의 투명성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윤 의원 및 정의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위안부 운동의 의의를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도 “할머니들은 역사의 산증인으로서 여성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실천해 왔다”며 “또한 국내외 시민단체와 학계 전문가들이 할머니들과 연대했고, 오랜 시간 함께해온 노력으로 많은 국민들이 할머니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도 ‘인류 보편의 여성 인권운동’이자 ‘세계적인 평화운동’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헌신이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는 것으로 보답받을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해결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 중심주의”라며 “정부는 할머니들이 “괜찮다”라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조사와 연구, 교육을 보다 발전적으로 추진하여 더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할머니들의 아픔을 나누며 굳게 연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의병 선봉장’ 임장택 선생 등 독립유공자 포상

    ‘의병 선봉장’ 임장택 선생 등 독립유공자 포상

    의병활동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임장택 선생 등 351명에게 독립유공자 포상이 수여된다. 국가보훈처는 13일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임 선생 등 351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한다”고 밝혔다.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된 임 선생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1908년부터 1909년까지 전해산 의병부대 선봉장으로 활약했다. 그는 일본인 처단과 의병투쟁을 위한 군수품 모집 등에 앞장서다가 체포돼 ‘폭동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해 부친과 함께 옥고를 치른 김희인 선생에게는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김 선생은 1919년 강원 화천군에서 수십명의 군중과 함께 조선독립만세를 외치며 시위에 참여하다 체포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만세운동을 주도한 부친 김창희(2002년 건국훈장 애족장) 선생에 이어 부자가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게 됐다. 3·1운동 당시 비밀 지하신문 등을 만들어 배포하고 독립운동 비밀 결사 조직에 참여하다 두 차례나 형을 선고받은 주배희 선생에게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주 선생은 1919년 3월 함남 함흥에서 독립만세 시위를 독려하고자 작성한 독립신문을 배포하다가 체포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출소 후 1920년 6월 대한청년단연합회 함경도의용대 조직에 참여해 활동하다가 또다시 체포돼 징역 1년 6개월에 처해졌다. 이번에 포상받는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152명(독립장 1명, 애국장 48명, 애족장 103명), 건국포장 29명, 대통령표창 170명이며 이 가운데 여성은 11명이다. 제75주년 광복절 중앙기념식장과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기념식장에서 유족에게 수여된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다시 광복 펴다

    다시 광복 펴다

    일흔다섯 해를 맞은 광복절을 앞두고 잊힌 독립운동가를 기억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만화라면 좀더 다가가기 쉬울듯하다.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함께 일본의 만행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의 증언을 시로 풀어낸 재외 한국작가의 시집, 해방 후 혼란을 극복하지 못해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 원자폭탄을 재건에 활용한 일본 등 주목할 만한 책을 다양한 장르로 추려 봤다.●잊힌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라 ‘의병장 희순’은 조선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의병장 윤희순을 다룬 만화다. 한양 선비 윤익상의 딸로 태어난 그는 1895년 을미사변과 단발령 시행으로 가문의 남성들이 의병에 참여하자 후방에서 식량 조달과 군자금 모집, 탄약 제조 등을 맡았다. 이어 여성 의병단인 ‘안사람 의병단’을 조직하고, 중국으로 망명해 ‘노학당’을 운영하며 항일 전사를 양성했다. ‘조선독립단’을 조직해 무장투쟁에까지 나선 윤희순의 삶을 설득력 있게 그렸다. 민족의 암흑기에 이국에서 조선 독립을 위해 투쟁하다 짧은 생애를 마친 김산(본명 장지락)은 ‘한국의 체 게바라’로 불린다. 신문기자인 님 웨일스가 1937년 중국에서 김산을 만나 불꽃같이 살았던 그의 삶을 기록했고, 1941년 미국에서 ‘아리랑의 노래’로 출간했다. 1984년 국내에 번역된 책을 박건웅 작가가 신간 만화 ‘아리랑’으로 다시 냈다. 의학을 공부하다 혁명을 위해 이국을 누비며 투쟁한 식민지 조선 청년의 고뇌와 투쟁이 깊은 울림을 준다. 잊힌 독립혁명가들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이가 바로 약산 김원봉이다. 영화 ‘밀정’(2016)을 비롯해 다양한 각도로 그의 삶을 재조명하지만, 월북 행적 때문에 논란도 많다. 허영만 작가가 ‘독립혁명가 김원봉’으로 약산의 삶을 만화로 복원했다. ‘정의(正義)로운 일을 맹렬(猛烈)히 실행한다’는 뜻으로 붙인 의열단의 탄생과, 그들의 일제에 맞선 폭력투쟁, 광복 이후의 삶까지 생생히 담았다. ●여전히 생생한 피해자·가해자 증언 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에밀리 정민 윤은 대학 시절 논문을 작성하다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접하고 이를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의 시 35편을 담은 시집 ‘우리 종족의 특별한 잔인함’은 남성성, 군국주의, 제국주의, 전쟁, 인종차별을 다룬다. 특히 7명 위안부의 증언을 시로 풀어낸 2장 ‘증언´에서 일제의 만행을 시로써 고발한다. 위안부로 시작한 그의 시는 현대에 벌어지는 성차별, 성폭력에 관한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닿는다. ‘악한 사람들’은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사람을 실험하고 죽인 731부대를 소환했다. 이제서야 “그때를 후회한다”고 하는 전범들을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 “악을 타자화하면 결국 타인을 악으로 만들게 된다”고 주장한 저자 제임스 도즈는 인간을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조직적, 구조적, 심리적 과정을 분석한다. ●해방 이후 한국과 일본에 주목하다 ‘26일 동안의 광복’은 한국 현대사의 첫날인 1945년 8월 15일부터 조선총독부 청사에 성조기가 게양되는 9월 9일까지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역사 다큐멘터리다. 일본 패망과 조선 해방을 직감한 여운형의 전화로 시작하는 해방 전야부터 송진우와의 좌우합작 시도까지 단 하루가 1부, 해방 이튿날부터 9월 9일까지 ‘분단’에 이르는 25일을 2부로 구성했다. 저자는 75년 전 가장 밝았던 광복, 그날 이후 25일간은 어둠이 빛을 삼켜 가는 시간이었다고 결론짓는다. 1945년 8월 15일 이후 일본은 흔히 ‘잿더미’로 상징된다. 매년 3월에 열리는 도쿄대공습 추도식 전이나 8월 ‘종전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미디어에서는 패전 당시에 촬영된 불탄 들판 사진 등 ‘잿더미’를 끌어온다. ‘‘잿더미’ 전후공간론’은 암시장으로 대표되는 당시 일본 사회와 각종 문학 작품을 통해 일본이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하고, 동시에 ‘일본인은 이 비참함에서 다시 일어섰다’라는 서사를 생산했다고 주장한다. 이런 미화한 이미지가 우리와 같은 피해자들의 현실을 가린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정치 욕심에 불륜 의원 방치”… 김제시의장 주민소환 추진

    동료 의원 간 불륜 사건이 터져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던 전북 김제시의회가 온주현 시의장에 대한 주민소환으로까지 번지는 치욕을 겪고 있다. ‘김제시의회 온주현 의장 주민소환추진위원회’(상임공동대표 정신종)는 13일 오전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동료 의원 간 불륜 사건 및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김제시의회 파행사태의 책임을 물어 온 의장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주민소환추진위는 “온 의장이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기간에 의원 간 불륜 사건이 공개돼 김제시민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는데도 징계하지 않고 방치한 책임이 있고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취했다”고 밝혔다. 특히 온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탈당 후 일부 무소속 및 민주당 의원을 규합해 의장단 선거를 준비하면서 당시 의장으로서 불륜 상대로 지목된 여성 의원을 제명시키지 않아 의장단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불륜을 인정하고 사퇴 기자회견을 했던 유진우 의원은 지난달 16일 제명됐지만 불륜 상대로 지목된 고미정 의원은 후반기 의장단 선거(17일)가 끝난 22일에야 제명됐다. 이런 바람에 의장단 선거에서 온 의장은 1표 차로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고 여기에 동조한 의원들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하는 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문병선 공동대표는 “온 의장이 당시 의장으로서 징계 문제를 원칙에 입각해 신속하게 처리했다면 의장단 선거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조만간 선관위 대표자 및 수임인 등록과 함께 앞으로 60일 동안 온 의장의 지역구인 ‘김제 나 선거구’에서 주민소환청구에 필요한 청구인 서명부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제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성상납 암시” 기안84 ‘여혐’ 논란…청원 6만·하차 요구(종합)

    “성상납 암시” 기안84 ‘여혐’ 논란…청원 6만·하차 요구(종합)

    “연재 중지 요구” 국민청원 올라와출연 예능 시청자게시판도 ‘시끌’“이건 진짜 아냐”vs“하차 요구 무시”네이버 웹툰, 문제의 장면 수정 반영 웹툰 작가 겸 방송인 기안84가 연재 중인 ‘복학왕’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연재 중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만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기안84가 출연 중인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도 하차하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13일 오후 3시 30분 현재 기안84의 웹툰 복학왕 연재를 중지해 달라는 ‘*** 웹툰 연재 중지를 요구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6만 5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인은 “주인공 여자가 본인보다 나이가 20살이나 많은 대기업 팀장과 성관계를 해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는 말도 안되는 내용을 희화화하며 그린 장면을 보게 됐다”면서 “전부터 논란이 꾸준히 있었던 작가이고, 이번 회차는 그 논란을 뛰어넘을 만큼 심각하다고 생각이 들어 청원을 올린다”고 밝혔다. 기안84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웹툰 복학왕의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그는 “이 작가는 이름도 꽤나 알려진 작가이고, 네이버 웹툰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작가”라면서 “여자는 성관계를 해 취업을 한다는 내용이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라는 댓글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나 혼자 산다’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도 기안84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시청자들은 “항상 논란이 있는 기안84를 왜 계속 끌고 가는 거냐”, “순수청년이다 뭐다 좋게 보려고 했는데 이건 진짜 아닌 것 같다” 등의 글을 올리며 하차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 시청자들은 “하차 요구 무시하라”며 기안84를 옹호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건 지난 11일 공개된 304화로, 해당 회차에서 여자 주인공 봉지은은 회식 도중 의자에 누운 채 조개를 배에 얹고 깨부순다. 그는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학벌이나 스펙, 노력 같은 레벨의 것이 아닌…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라는 글이 나온다. 이를 본 40대 노총각 팀장은 감탄하면서 그를 인턴으로 채용한다. 회차 마지막에서는 노총각 직원과 봉지은이 사귀는 사이로 그려진다.이를 두고 봉지은이 남자 상사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뒤 합격했다는 사실을 암시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해당 장면은 여주인공이 조개 대신 대게 껍데기를 부수는 장면으로 수정돼 있다. 이날 네이버 웹툰 서비스 담당자는 “작품으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 현재 작가님이 수정해주신 원고로 수정 반영됐다”면서 “향후 작품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작가님과 함께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기안84는 복학왕에서 청각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해 비판을 받자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광명시,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 1663명 240곳 사업지 배치

    광명시,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 1663명 240곳 사업지 배치

    경기 광명시는 13일 코로나19 고용위기를 극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광명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 1663명을 배치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시에서 지난 7월 사업 참여자 2000명을 모집한 결과 1706명이 신청했다. 이 중 1663명을 최종 선발했다. 시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와 휴업자·폐업자 등 취업 취약계층을 우선 선발했다. 이 중 여성이 1068명(64.2%), 남성이 595명(35.8%)이며, 연령별로는 60대가 498명(30%)명으로 가장 많았다. 50대가 408명(24.5%), 40대 258명(15.5%), 70대 224명(13.5%), 20대 167명(10%), 30대 95명(5.8%), 20대 미만 13명(0.7%)순이다. 시는 생활방역지원이나 환경정비, 공공서비스, 복지·건강증진, 행정업무보조, 농가일손돕기, 독서활동 업무보조 등 7개 분야 240곳 사업지에 참여자를 배치했다. 사업지별로 안전교육도 실시했다. 안전교육에서는 작업장 안전관리는 물론 특히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감염 예방수칙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당부했다. 시는 참여자 중 고령자가 많은 만큼 안전사고 예방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방침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에 따라 지방정부 역할이 큰 만큼 광명시는 침체된 경제 회복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 발굴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많은 인력이 참여하는 사업인 만큼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안전하게 사업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희망일자리사업은 오는 11월까지 운영되며 참여자는 하루에 3~8시간, 주5일 근무하고 시간당 8590원을 받는다. 이밖에 교통비와 간식비로 실내 근무자는 5000원, 실외 근무자는 8000원을 지급받고 주·월차 수당이 지급된다. 시는 애초 2000명에 미달되는 인원과 사업 중도 포기자를 고려해 향후 희망일자리사업 참여자를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안양착한기부캠페인’, 3개월간 개인·단체 총 544명 참여

    ‘안양착한기부캠페인’, 3개월간 개인·단체 총 544명 참여

    3개월간 진행한 ‘안양착한기부캠페인’으로 총 1억 3545만원이 걷혔다. 시는 지난 4월 시작, 7월 막을 내린 행사에 개인 단체를 포함 총 544명이 참여했다고 13일 밝혔다. 안양착한기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지역주민과 소상공인을 돕고자 재난지원금을 자율적으로 모금하는 캠페인이다. 시는 시청사 1층 로비에 기부와 함께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하고 캠페인을 벌였ㄷ. 시·구청과 동행정복지센터 민원실 등에 설치된 모금함이나 전용계좌를 통해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금액을 모았다. 공무원과 시 산하기관 직원들은 워크숍 예산을 반납했으면, 지역 시·도의원들도 십시일반 힘을 보탰다. 여성단체협의회, 노인회, 약사회, 자영업, 기업체 그리고 일반시민 70여명까지 ‘안양착한기부’에 스스로 참여했다. 늘 그래왔듯 소외계층을 돕겠다는 일반기부도 줄을 이었다. 올해 초부터 7월까지 성금과 물품이 88회에 걸쳐 9억 5800여만원이 모였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돕기에 사용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한마음선원’이 8000만원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종교계와 기업체를 비롯한 각계각층에서 성·금품을 보내왔다. 특히 안양 향토기업 ‘진성장어’는 고인이 된 이순옥 전 대표 유언을 받들어 장례식 조의금 3000만원을 안양착한기부금으로 기탁해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이달 중에 안양착한기부에 참여한 각 기관과 개인을 대상으로 감사의 서한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고용안정 약속 지켜달라” 삭발한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

    “고용안정 약속 지켜달라” 삭발한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

    집회 열고 직원 30여명 삭발 참여“사측이 직접 고용 채용 절차 강요실직 위기 내모는 졸속 정규직 전환”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직접고용 전환 과정에서 실직 위기에 처한 인천공항 보안검색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에서 단체 삭발식을 열고 고용 안정 약속을 지켜 달라고 요구했다.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 노조 등 한국노총 산하 노동단체들은 13일 서울 중구 청계천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인천공항 비정규직 부당해고 집회’를 열고 “노동자들을 실직 위기로 내모는 졸속 정규직 전환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집회에는 인천공항 여객보안검색 요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공민천 인천공항 보안검색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보안검색 요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을 방문해 약속한 고용안정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는 노동자들이 요구한 적도 없는 직접 고용 채용 절차를 강요하고, 탈락하면 해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공 위원장은 “공사와 정부는 자신들의 실적을 쌓기 위해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직고용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안검색 직원들의 고용안정 약속을 지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단체 삭발식도 열렸다. 실직 위기에 놓인 보안검색 요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30여명이 항의의 뜻으로 단체 삭발에 참여했다. 한 여성 노동자가 긴 머리를 자르며 눈물을 흘리자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삭발한 야생동물통제 요원 이종혁씨는 “십수년 동안 공항에서 근무했는데 갑자기 시험을 보라고 하더니 실직 통보를 받았다. 대통령이 약속한 고용안정은 대체 어딨는가”라고 물었다. 이씨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정부와 공사는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공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에 따라 공항소방대(211명)와 야생동물통제(30명), 여객보안검색(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 분야 2143명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는 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이전에 입사한 사람은 절대평가 방식의 직고용 적격심사 절차를, 이후에 입사한 사람은 공개 채용 절차를 밟게 했다. 최근 공사는 이 과정에서 탈락한 공항소방대원과 야생동물통제 요원 47명을 해고하기로 결정했다.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불륜사건 무책임” 김제시의장 주민소환 추진…지방의원 첫 사례

    “불륜사건 무책임” 김제시의장 주민소환 추진…지방의원 첫 사례

    동료 의원들간 불륜 사건이 터져 전국적인 망신을 당했던 전북 김제시의회가 온주현 시의장에 대한 주민소환으로까지 번져 지역사회가 떠들썩하다. 지방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은 전국 첫 사례다. ‘김제시의회 온주현 의장 주민소환추진위원회(상임공동대표 정신종)는 13일 오전 10시 30분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동료 의원간 불륜 사건 및 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를 둘러싸고 김제시의회 파행사태의 책임을 물어 온 의장에 대한 주민소환 청구인 서명 작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주민소환추진위는 이날 “온 의장이 전반기 의장을 맡고 있었던 기간에 의원간 불륜 사건이 만천하에 공개돼 김제시민의 명예가 크게 실추됐는데도 이들에 대한 신속한 징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한 책임이 있고 이를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취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온 의장은 자신이 몸 담고 있었던 민주당김제지역위원회가 지난 6월 27일 자당 소속 시의원 전원이 참여한 가운데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 나설 후보자를 선출했고 더구나 온 의장 자신도 그 후보자 선출 투표에 참여하고도 이에 불복하고 탈당을 감행해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 의장까지 거머쥐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온 의장은 민주당 탈당 후 일부 무소속 및 민주당 의원을 규합해 의장단 선거를 준비하면서 당시 의장으로서 불륜 상대로 지목된 여성 의원을 제명시키지 않아 이 여성 의원이 의장단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불륜을 스스로 인정하고 사퇴 기자회견을 했던 유진우 의원은 지난 달 16일 제명됐지만 불륜 상대로 지목된 고미정 의원은 후반기 의장단 선거(17일)가 끝난 22일에야 제명됐다. 고 의원이 뒤늦게 제명되는 바람에 의장단 선거에서 온 의장은 1표차로 후반기 의장에 당선됐고 온 의장의 당선과 여기에 동조한 의원들이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을 싹쓸이 하는데 결정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추진위는 이와함께 온 의장이 의장단 선거가 있었던 당일 전주완주혁신도시 한 음식점에서 자신을 지지했던 6명의 의원을 불러 만찬을 베풀었고 이 자리에는 이미 윤리위에서 제명이 의결됐던 불륜 여성 의원도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문병선 공동대표는 “온 의장이 당시 의장으로서 불륜 의원들의 징계 문제를 원칙에 입각해 신속하게 처리했다면 의장단 선거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김제시민들의 상처는 더 깊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도덕하고 비민주적인 정치로 시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준 온주현 의장에게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주민소환키로 했다”고 말했다. 추진위는 조만간 선관위 대표자 및 수임인 등록과 함께 앞으로 60일 동안 온 의장의 지역구인 ‘김제 나 선거구’에서 주민소환청구에 필요한 청구인 서명부 작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민소환을 위해서는 선관위로부터 주민소환 요건에 대한 적합성 여부 답변을 받은 후 온 의장의 지역구 유권자 20%가 서명에 참여해야 한다. 2019년 기준 ‘김제 나 선거구’ 유권자는 2만 9000여 명으로 5800여 명이 서명해야 주민소환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주민 20% 서명이 이루어지면 선관위가 주민소환에 따른 찬반 투표 선고공고 후 투표가 진행된다. 전체 유권자의 33.3%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이중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주민소환으로 직위를 상실하게 된다. 한편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2007년 12월 경기 하남시장 주민소환투표, 2009년 8월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실시됐으나 모두 투표율이 33.3%에 미달돼 무산됐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학교 화장실에 금천구청장님이 웬일이시죠?

    학교 화장실에 금천구청장님이 웬일이시죠?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이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 점검에 나섰다. 금천구는 학교 내 불법 촬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초·중·고등학교 35곳을 대상으로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 전수 조사를 했다고 12일 밝혔다. 점검은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 유 구청장과 여성친화도시 주민 참여단 총 28명이 참여했다. 점검단은 적외선 카메라 렌즈 탐지기와 전자파 탐지기를 이용해 전기콘센트, 환풍구, 손잡이 등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곳을 꼼꼼히 살펴봤다. 학교 35곳의 화장실을 전수 조사한 결과 불법촬영 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 구는 불법 촬영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에서 요청이 올 경우 탐지기를 대여할 계획이다. 구는 2016년 8월부터 여성안심보안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중화장실, 민간개방화장실을 월 2회 점검한다. 청소행정과, 공원녹지과, 치수과, 금천문화재단, 금천구시설관리공단 등 화장실 관리부서에 불법촬영 점검기기를 배부하고 수시로 점검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이번 점검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학교 내 불법촬영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불법촬영카메라 설치는 중대한 디지털 성범죄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 있게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불법촬영으로부터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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