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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제는 국회의 시간…권인숙 ‘낙태죄 완전삭제’ 법안 발의

    [단독]이제는 국회의 시간…권인숙 ‘낙태죄 완전삭제’ 법안 발의

    민주당 권인숙 의원 낙태죄 삭제 법안 발의 정의당 이은주 의원·민주당 박주민 의원도 발의 예정정부입법안에서 사라지지 않은 낙태죄가 국회의 노력으로 사라질까.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낙태죄를 형법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를 통틀어 처음으로 발의된 낙태죄 완전삭제 형법개정안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도 관련법안 발의에 나설 예정이어서 낙태죄 폐지 국회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권 의원은 12일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해당 법안들은 여성계의 요구 사항들을 대폭 수용했다. 형법 개정안은 낙태죄를 명시한 형법 제27장 제269조와 제270조를 삭제하는 게 핵심이다. 모자보건법에서는 ‘인공임신중절수술’을 ‘인공임신중단’으로 변경하고 수술뿐 아니라 약물로도 인공임신중단이 가능하도록 개정했다. 이에 따라 인공임신중단을 할 때 미프진 등 약물 사용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권 의원은 모자보건법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모든 국민에게 피임, 월경, 임신·출산, 인공임신중단 등에 대해 안전하고 정확한 보건의료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를 명시했다. 반대로 여성에게 모성을 강요했던 모자보건법 제4조는 삭제했다. 해당 조항은 ‘모성은 임신ㆍ분만ㆍ수유 및 생식과 관련하여 자신의 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두고 그 건강관리에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공동발의자를 구하지 못할 것을 염려했던 것과 진보 성향 의원들이 잇따라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권 의원의 법안에는 류호정ㆍ심상정ㆍ이은주ㆍ장혜영 정의당 의원, 양원영ㆍ유정주ㆍ윤미향ㆍ이수진(비)ㆍ정춘숙 민주당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 10명의 공동발의자가 참여했다. 정의당은 13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은주 의원이 준비한 형법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당론법안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은주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법안은 완성한 상태”라며 “시민사회와 최종적인 조율을 거쳐 법안 발의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오는 15~16일쯤 기자간담회 등을 개최해 낙태죄 관련법에 대한 의견을 구할 예정이다. 박 의원은 최종 의견수렴을 통해 완성된 법안을 이르면 다음 주 중 발의할 예정이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형법 개정안은 권 의원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모자보건법은 정부안에서 손보는 정도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낙태죄 완전폐지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의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의당에서는 지난해 4월15일 이정미 의원이 형법·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낙태죄 완전폐지 법률안은 아니었다. 해당 법안은 현행 ‘부동의낙태죄’를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바꿔 존치하고, 처벌 수위를 높인 내용이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김미리 경기도의원, 경기도여성폭력방지시설협의회 정책토론회 참석

    김미리 경기도의원, 경기도여성폭력방지시설협의회 정책토론회 참석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김미리(더불어민주당·남양주1) 의원은 12일 남양주시 한마음가족상담소에서 개최된 경기도여성폭력방지시설협의회 2020년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여성폭력방지정책의 발전 방향 및 현장의 문제점에 대한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토론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실시간 토론으로 진행됐으며, 경기여성폭력방지시설협의회에서 주최했다. 경기도의회 김미리 의원, 김승권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 경기가족여성연구원 정혜원 박사, 평택시 사회복지재단 서보람 박사 등과 온라인을 통해 도내 70여개의 여성폭력피해자 지원기관들이 함께 참여해 여성인권과 성폭력, 가정폭력, 이주여성폭력피해자 지원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했다. 또 이날 토론회 이후 남양주경찰서와 함께 도내 13개 성폭력·가족폭력·성매매피해상담소,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이주여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종사자 등이 평내호평역에 모여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디지털성범죄 등에 대한 캠페인을 추진하며 의미있는 시간이 이어졌다. 김미리 의원은 “최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자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5대 범죄(강간 및 강제추행, 데이트폭력, 몰래카메라, 통신매체 이용 음란, 성적목적 공공장소 침입)가 하루 평균 98건이 발생했다는 결과가 발표됐다”며 “특히 최근 5년간 여성폭력 발생은 총 17만 8926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됨에 따라 여성폭력방지시설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디지털 성범죄, 데이트 범죄와 같은 범죄 유형이 발생하며 성착취, 성폭력 등으로 더욱 악랄해지고 있는 여성폭력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여성폭력이 발생 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여성폭력의 심각성 및 문제점에 대해 알리고, 다양한 예방 정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장에서 여성폭력 예방 및 지원을 위해 노력하는 종사자 분들의 노고에 깊이 공감하고 있으며, 타 복지영역에 비해 너무나도 열악한 처우 및 급여체계 등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여성폭력방지시설 등의 예산, 인력, 조직 등에 대해 논의하고 운영체계를 점검해 경기도가 앞으로 지원해야할 정책들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어떤 포퓰리즘의 시녀가 된 대법원/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어떤 포퓰리즘의 시녀가 된 대법원/이기철 국제부 선임기자

    “전직 대통령 5명을 수사해서 처벌할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 이들 가운데 아무도 비위로 기소된 사람은 아직 없다. 음모론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 멕시코에서 요즘 진행되는 포퓰리즘이다. 이런 식의 국민투표가 위헌 논란에 휩싸이자 이런 제안을 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위헌 여부를 심판해 달라고 대법원에 청구했다. 그동안 멕시코에선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없다. 부패가 만연하지만 퇴임 후 보복 우려 없이 정권교체가 이뤄져 왔다. 뿌리 깊은 부패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그는 ‘분열’과 ‘증오’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매일 아침 언론 브리핑에서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쓴 기자와 매체를 향해 “신자유주의자”, “기득권”, “전임자의 나팔수”라고 몰아붙인다. 이런 매체들은 정부 광고가 모두 끊어진다. 오죽하면 멕시코 지식인들이 대통령에게 언론탄압 중지 성명을 냈을까. 멕시코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했지만 그는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법의 지배’를 내팽개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2018년 10월 멕시코시티 외곽에 건설하던 신공항을 국민투표에 부쳐 공사를 중단시켰다. 건설에 반대한 이유는 전임 정권의 부패 덩어리이기 때문이란다. 투표율은 유권자의 1.2%에 불과했다. 30% 넘게 진척된 사업이 중단되면서 약 100억 달러가 사라졌다. 지난 3월에는 맥주 공장이 물을 많이 쓸 것이라는 이유로 국민투표에 부쳐 공사를 중단시켰다. 두 건 모두 행정적 절차를 거쳐 착공했던 것이지만 전임 정권이 했던 게 화근이었다. 이런 조치에 투자는 곤두박질쳤다. 경기는 역대 최악으로 나빠졌고, 코로나19 피해는 남미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사망자가 많다. 그가 온전히 통치한 2019년 피살된 국민은 3만 4582명으로, 전년보다 2.5% 늘어나 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여성을 향한 강력 범죄가 잇따르면서 ‘텐트 시위’가 최근 계속되고 있다. 잇따른 악재에, 또 생활이 팍팍해진 국민에게 사회 불평등과 범죄의 뿌리로 비난할 대상이 필요했다. 단두대에 세울 정치인을 찾아낸 것이다. 1988년부터 2018년까지 재임한 전임자 5명에 대한 국민투표는 그가 마련한 정치쇼다. 대통령인 그는 전임자의 범죄 증거가 있으면 수사해서 기소하면 된다. 증거가 있는데도 기소하지 않으면 공범자다. 증거도 없는데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수사한 다음 혐의를 가지고 법원에 가는 것이 순서이지만 그는 순서를 바꿨다. 대통령의 이런 포퓰리즘에 대법원은 제동을 걸기는커녕 정치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대법원은 멕시코가 “전임자 5명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하고 적절할 경우 처벌해야 하는지”에 대한 국민투표 질문에 그렇게 하라고 판단했다. 5명의 전임자 이름이 적시되면서 ‘기본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에 대법원은 이번엔 “정치인들이 수년 전에 취한 정치적 결정의 해명 과정을 찬성하는지”로 질문을 바꿔 가결시켰다. 이에 “대법원의 자살골”, “대통령의 시녀”라거나, “대통령의 겁박이 통했다”는 비판이 국제적으로 폭주한다. 멕시코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든지 범죄 수사와 기소는 당연하다. 수사는 사람이나 직위를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를 따라간다. 멕시코는 마약과 부정부패의 악취가 진동하는 대표적인 나라이지만 정작 로페스 오브라도르는 부패 수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 동생이 140만 페소의 뇌물을 받는 동영상이 최근 공개됐지만 그는 선거자금이라며 깔아뭉갰다. 친인척이나 측근에 단호하지 못한 대통령은 성공하지 못하는 그 길로 들어섰다. 멕시코에서 법이 아닌 다수의 지배가 위태해 보이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chuli@seoul.co.kr
  • 금천 ‘확찐자’ 홈트 해볼까요

    서울 금천구는 실시간 생방송으로 즐기는 ‘허리둘레 줄이기 운동교실’을 운영한다. 13일부터 시작하는 운동교실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확찐자’가 된 주민을 위해 준비됐다. 복부둘레가 증가하고, 혈압이나 혈당 문제를 가지고 있는 50~64세 갱년기 여성이 집에서도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네이버 밴드에서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화·목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진행된다. 탄력밴드, 폼롤러, 밸런스보드 등 필라테스 소도구를 활용한 운동과 화장지, 물병 등 생활용품을 활용한 집콕운동을 배울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은 금천구보건소 건강관리센터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신청자를 대상으로 대사증후군 검사를 진행하고, 위험 요인을 한 가지 이상 보유한 것으로 판정되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 대상자에게는 운동교실에서 사용할 탄력밴드를 증정한다. 폼롤러, 밸런스보드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대여해 준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가출했니? 도와줄게” 10대 성폭행·성매매 일당 12명 실형

    “가출했니? 도와줄게” 10대 성폭행·성매매 일당 12명 실형

    10대 성폭행·성매매 일당 12명 무더기 실형 ‘조건만남’을 하려는 가출 청소년 등 10명을 유인해 성폭행하고, 성매매한 사실을 경찰이나 부모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성매매를 시킨 일당 12명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주영)는 9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20)씨에게 징역 18년, B(21)씨에게 징역 16년, C(23)씨에게 징역 15년, D(42)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6명에겐 징역 5년에서 8년을, 나머지 2명에겐 장기 5년에 단기 3년 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법원은 “N번방 사태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의 요구 형량이 높아짐에 따라, 범죄 양상이 유사한 아동·청소년 성범죄 역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평소 경남 창원 일대에서 오랫동안 성매매 알선 영업을 해 온 D씨는 지난 1월 창원의 한 커피숍에서 자신을 찾아온 A씨, B씨, C씨 등과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10대 여성을 모집해 성매매를 시키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가출 미성년자들을 성매매에 이용하기로 하고, 조건만남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10대 여성 7명을 모집했다. 이들 중엔 지적장애가 있는 청소년도 있었다. 10대 여성을 차 안으로 유인해 성관계를 맺으면 다른 일당이 현장을 덮쳐 성매매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여성을 위협했다. 이후 “혼자 성매매를 하면 이렇게 위험한 상황에 닥칠 수 있지만 우리와 하면 안전하게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성매매를 시켰다. 이 같은 방식으로 14세에서 17세 사이 여성 6명과 합숙하며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총 25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화대 3780만원 중 1260만원을 보호비 명목으로 받아 챙겼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피해자들이 성매매를 게을리하면 폭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가 새벽 시간 합숙소를 탈출하자 울산까지 쫓아가 찾아낸 뒤, 차에 태워 데려가려고 했다. 피해 여성이 “더는 성매매를 하기 싫다”고 하자 휴대전화로 얼굴을 찍어 인터넷 라이브 방송에 올릴 것처럼 하고,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재판부는 “일명 N번방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법원조차 그 폐해의 심각성과 구조적 난맥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가볍게 처벌해 왔다는 뒤늦은 자각이 있어 관련 양형 기준이 대폭 상향됐다”며 “이번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는 아니지만 그와 양상이 비슷하다. 성매매에 노출된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이뤄진 성 착취 범행이란 점, 청소년을 성매매 현장에 묶어두려고 협박하는 것이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질 위험성이 매우 높은 점, 10대가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참여한 듯한 상황처럼 보여 가벼운 처벌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들을 착취하고 폭행과 협박으로 유린했으며, 계획에 따라 조직적으로 행동했다”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가출 여성 청소년을 상대로 한 이같은 조직적 폭력은 비열하기 짝이 없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르포] 한글날, 또 등장한 ‘차벽’…“집회는 왜 해서” vs “길은 왜 막나”(종합)

    [르포] 한글날, 또 등장한 ‘차벽’…“집회는 왜 해서” vs “길은 왜 막나”(종합)

    9일 집회신고 1220건 중 139건 금지통고경찰, 개천절 집회 이어 또다시 차벽 세워위헌 논란 의식한 듯, 전면 봉쇄는 안해광화문 광장 곳곳 보수단체와 경찰 실랑이“제가 무기가 있습니까, 뭐가 있습니까.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한글날인 9일 오후 1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광화문 방향으로 이동하던 강연재(45) 변호사는 종각역 1번 출구 앞에서 경찰들에 제지당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강 변호사는 경찰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 딱 들어앉아서 자신의 장난감처럼 이쪽 가서 막아라, 저쪽 가서 막아라 (하며) 병정놀이를 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법률가로서 양심을 지켜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길목을 막고 있던 경찰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통행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길을 내어주지 않았다. 한글날인 이날 광화문 광장 인근에는 불법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차벽’이 재등장했다. 경찰들은 차벽 사이에서 광장과 서울시청으로 가는 길목에서 통행을 통제하기도 했고, 이 사이에서 집회를 주최하는 보수단체 시민들과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다만 경찰은 지난 개천절 집회처럼 위헌 논란을 의식해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진 않았다. 또 서울 시내 진입로에 설치한 검문소도 90곳에서 57곳으로 줄였다. 지난 개천절 집회 때보단 산발적인 충돌도 완화된 모습이었다. 시내 검문소 절반 줄였지만…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하는 8·15광화문국민대회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서대문구 독립문 등에서 낙태 반대, 방역당국 비난 등을 주제로 한 연속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자 경찰이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광장 인근에서 이동을 통제하면서,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오후 1시 보신각에서 기독자유통일당과 8·15변호인단이 전광훈 목사 입장문을 대독하는 기자회견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벤치에 앉지 못하도록 저지하기도 했다. 이에 한 70대 여성은 “우리는 10명도 안 되는데 경찰 수백명이 모였다”면서 “당신들이야말로 방역법을 안지킨다”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서울에 신고된 집회는 총 1220건이다. 경찰은 이 가운데 인원이 10명 이상이거나 중구·종로구 등 집회금지 구역에 신고된 139건에 개최 금지를 통고했다. “방역 차원 이해는 하지만… 통행불편” 경찰은 도로변에 차벽과 울타리를 배치하고, 인도에는 6~8명씩 나란히 서서 광화문 광장 쪽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에게 “어디로 가시냐”로 물었다. 오후 12시 30분쯤 시청에서 광화문 쪽으로 이동하던 한 60대 남성은 “남이야 어디 가든 말든”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경찰이 “집합금지 때문이다”라고 설명하자, 그는 “나는 모르겠고 사무실에 간다”면서 “똑바로 하라는 거에요. 정신 차리라”며 떠났다.경찰은 이날 개천절과 비슷한 수준인 180여개 부대, 1만 1000여명의 경력을 동원해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을 관리했다. 경찰 차벽은 광화문 일대 도로변에 만들어졌다. 광화문 광장을 원천 봉쇄하지는 않는 대신 철제 펜스로 광장 주위를 막아 진입을 통제했다. 개천절에 서울 시내 진입로 90곳에 설치했던 검문소는 이날 57곳으로 줄였다. 경찰은 시민들의 도심 통행을 돕고자 셔틀버스 4대를 운영했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서울시청 아래 차벽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또 집회관리를 위해 동원된 경찰의 임시편성부대도 해산하기 시작했다. 물론 시민들이 도심을 이동하는데 불편함은 피할 수 없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건 이해를 하는데, 일반 시민들의 통행은 보장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러한 시국에 돼 집회를 강행하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시민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하철 무정차와 버스 우회는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종로·율곡로 구간 셔틀버스 4대를 운영(1900여명 이용)하고 차단지점 주변에 우회로 안내 배너·플래카드 등 설치했다고 강조했다.서울청 관계자는 “통행 안내를 위해 경찰관을 90명 배치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방역당국과 긴밀히 협업하여 시민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감염병 확산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나는 낙태했다… 제2 ‘미투’ 연대

    #나는 낙태했다… 제2 ‘미투’ 연대

    임신중지 경험·심정 공유#낙태죄 폐지 등 해시태그 여성단체 “기만적인 법안”“수술하러 간 병원에서 더럽게 피가 고인 그릇을 봤어요. 너무 무서웠는데, 의사는 오히려 ‘네 인생이 불쌍하다’며 수술하고 싶으면 무릎을 꿇으라고 했어요.” 10년 전 임신중절 수술을 한 김모씨는 8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갑인 당시 남자친구는 김씨의 거절에도 강제로 성관계를 했지만, 임신 이후 오히려 “내 애가 아니다. 더럽다”며 손가락질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수술의 기억과 후유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아직도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 때문에 비위생적이고 불법적인 곳에서 고통을 겪는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정부가 지난 7일 여전히 낙태죄를 유지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내자 분노한 여성들이 행동에 나섰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임신중지 당시의 심정을 고백하는 여성들의 릴레이 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험글에 ‘#나는낙태했다, #낙태죄폐지’ 해시태그를 붙이는 온라인 흐름은 2018년 성폭력 피해를 공유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이끈 미투 운동만큼 뜨겁고 절박하다. 2016년 원치 않는 임신 경험을 ‘#나는_낙태했다’라는 제목의 칼럼으로 녹여낸 이길보라 감독도 릴레이에 동참했다. 그는 “2020년인데 아직도 ‘낙태죄’를 논합니까. 저는 이 땅의 몸의 경험들과 연대합니다”라고 적었다. 가수 이랑도 SNS에 “원치 않은 임신과(피임했음) 그 이후에 경험한 일련의 X 같은 과정에 대해 ‘낙태죄’라는 말이 있는 한국에서 공개적으로 얘기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해야지”라고 썼다. 익명의 여성들은 “수소문해서 찾은 병원에서 죄인 취급을 받으며 수술한 후 회복할 때까지 모든 과정이 외로웠다. 그 과정에 남자는 없었다”, “임신중지 경험이 죄가 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등 임신 계기와 낙태 과정, 그 이후의 심정을 자신의 목소리로 써내려 갔다. 전문가들은 이런 움직임이 미투 운동과 유사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낙태 전의 고민과 이후의 고통을 개인이 겪은 한 번의 사건으로 여기지 않고 낙태죄 폐지라는 대의를 이루려고 용기 있게 밖으로 꺼냈다는 측면에서 미투와 같은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서 “고통의 무게가 실린 선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석했다. 김현미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불법행위로 낙인찍힌 여성의 경험을 드러내며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촉구하는 주장이자 현행법이 가진 한계와 불평등성을 고발하는 절실한 행위”라고 했다. 여성들의 외침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2017년부터 낙태죄 폐지 운동을 벌여 온 여성단체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페)은 이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여성에 대한 처벌을 유지하고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사회적 권리 제반을 제약하는 기만적인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4만여명이 참여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도 “임신중지는 처벌받아야 할 범죄가 아니라 안전하고 합법적인 의료 서비스로서 보호돼야 할 인권”이라고 했다. 여성의당은 500인의 여성이 낙태죄 전면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녹음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4.5㎏ 아기, 무리한 유도분만…아기를 잃었습니다” [이슈픽]

    “4.5㎏ 아기, 무리한 유도분만…아기를 잃었습니다” [이슈픽]

    “분만실 CCTV 미설치로 의료진 과실 입증 어려워” 부산의 한 여성병원에서 무리한 유도분만을 진행해 신생아가 숨졌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화제 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열 달 내 건강했던 저희 아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의료진은 차트를 조작하며 본인들 과실을 숨기려 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한 아이의 엄마의 청원이 올라왔다. 결혼 3년 만에 시험관시술로 태어난 아이가 병원 측에 무리한 유도분만으로 숨졌다는 30대 부부의 사연이다. 청원인은 자신을 “부산에 거주 중이며 올해 6월 22일 의료사고로 사망한 신생아의 엄마”라고 소개했다. 이어 “부산 한 병원의 A의사가 유도분만을 무리하게 진행해 소중한 첫 딸아이를 잃었다”며 “유도분만 시술의 이유는 의사의 편함을 위한 것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청원인은 “분만예정일은 7월 6일이었지만, A의사의 적극적인 권유로 6월 22일 유도분만을 하게 됐다”며 “허리디스크로 상태가 좋지 않아 제왕절개를 해야 하지 않느냐 물었지만 A의사는 상관없다며 자연분만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만을 앞두고 6월 20일 초음파 검사를 했을 때 아이의 몸무게는 3.3㎏으로 나왔다. 하지만 분만실에서 간호조무사가 제 배를 보고는 ‘배가 너무 크다. 왠지 불안하다’며 아이의 몸무게를 계속 되물었다”며 “불안한 마음에 간호조무사에게 수술해도 되는 거냐 물었더니 ‘괜찮을 거예요’라고 답을 했다. 하지만 불안하다는 내색을 한동안 내비치고 가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2일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는 4.5㎏이었다. 병원은 오차 범위 내 측정오류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지만, 당시 정확한 검사만 이뤄졌어도 제왕 절제술을 시행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청원인은 “무통마취약을 총 4~5회 투여받으면서 분만을 진행했지만, 아기는 전혀 내려오지 않았다. 힘이 너무 빠진 상태라 자연분만을 포기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간호조무사와 A의사에게 의사 표현을 했지만, 제 의견은 묵살됐다”며 “의료진의 일방적인 분만 진행으로 인격적으로 너무 무시를 당했다. 마루타가 된 기분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인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무섭고 괴롭다”며 “6월 22일 13시10분쯤 병원에서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 B대학병원으로 전원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고 당시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아기는 B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태어난 지 4시간 19분 만에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분만 중간에라도 제왕절개수술을 진행했더라면 아기는 우리 부부 옆에 건강히 있을지도 모른다”며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유가족이 직접 의료사고를 입증해야 한다는 게 참 가혹한 현실이라는 걸 깨달았다. 현재 분만실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의료진이 산모 의견은 묵살한 채 일방적으로 무리하게 분만 과정을 진행했다는 것을 우리가 입증을 하기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청원인은 그러면서 “제발 이 청원을 통해서 억울한 우리 아기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의료진과 병원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적었다.이재명 경기지사 “수술실 CCTV 설치 입법화 필요” 그렇다면 ‘수술실 CCTV 설치 입법화’ 어디까지 왔을까.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는 공공병원에 이어 민간병원에도 수술실 CCTV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국회의원 300명에게 ‘병원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호소하는 편지를 발송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편지에서 “병원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이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라며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 수술실에서의 대리수술을 비롯한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환자와 병원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면서 “수술실 CCTV 설치는 환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 결국 환자와 병원, 의료진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또 “경기도는 현재 민간 의료기관의 수술실 CCTV의 설치·운영을 뒷받침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인 만큼 의원님들의 관심과 역할을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靑 ‘수술실 CCTV 의무화’ 청원에 “숙고 과정” 청와대는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를 촉구한 국민청원에 대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 등 다른 의견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숙고의 과정에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청원 답변자로 나선 강도태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수술실 내 CCTV 설치와 관련해 “환자단체 등에서는 환자 알 권리와 의료사고 예방을 위해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반대로 의료계 등에서는 환자 및 의료기관 종사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의료인의 방어적 진료 가능성 등의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 차관은 “정부에서는 수술실 내 환자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의료기관이 수술실 출입자를 제한하고 출입 명단을 관리하도록 의무화했으며, 올해에는 수술실 CCTV 설치 현황 실태조사를 했다” 알렸다. 이어 “그 결과, 수술실이 설치된 의료기관 중 주 출입구에는 약 60.8%, 수술실 내의 경우에는 약 14% 정도에 CCTV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합리적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차관은 “현재 국회에는 수술실 내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건 발의돼 있다. 정부에서도 입법을 위한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환자 피해 방지 및 권익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보건복지부에서는 의료분쟁을 신속, 공정하게 해결하고자 2012년부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을 운영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해당 청원은 8일 오후 3시 기준 18만9944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 마감 날짜는 15일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관련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한편 앞서 소개한 청원 마감 날짜는 15일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관련자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현재 해당 청원은 8일 오후 3시 기준 18만9944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매년 똑같은 성평등 교육, 맞춤형 콘텐츠로 다르게”

    “매년 똑같은 성평등 교육, 맞춤형 콘텐츠로 다르게”

    “한 고등학생이 물어보는 거예요. 수학만 해도 학년이 올라가면 수준도 올라가는데 성평등 교육은 왜 항상 똑같은 얘기만 하느냐고. 그 얘기가 성평등 교육의 미래를 고민하는 화두가 됐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된 건 성평등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나윤경(54) 원장은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뜩이나 첨예한 의견 대립과 인식 차가 존재하는 마당에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까 생각하니 처음엔 너무 답답했다”고 했다. 고민 끝에 진흥원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해법이 알고리즘을 활용한 맞춤형 성평등 강의 시스템 구축이다. 나 원장은 “저마다 성인지 감수성이 다르고, 처지와 경험이 다르다”면서 “간단한 성인지 감수성 테스트를 거쳐 각자 수준과 관심에 따라 다양한 성평등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개별화된 온라인 학습’이 코로나19 이후 시대에 맞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나 원장이 중점을 두는 건 다양한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마련하는 일이다. 나 원장은 “경찰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최근 만들었는데 제작 과정에서 현직 경찰관들이 직접 참여했다”면서 “교사들이 제작에 참여하는 학생 대상 성평등 교육 콘텐츠도 제작 중이다. 직업별, 연령별, 지역별로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해 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진흥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양성평등 인식 개선 교육을 담당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예산 규모는 8억원이 채 안 된다. 나 원장은 “그나마도 인맥과 발품을 총동원해 (예산을) 확보했다”면서 “최근 몇 개월은 성평등 교육 콘텐츠를 고민하는 시간보다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서울과 세종을 오간 시간이 더 많았다”고 털어놨다. 2018년 6월 취임한 나 원장은 성평등 교육 분야를 전공한 뒤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법무부와 국방부 등에서 성평등 관련 정책자문을 오랫동안 해 왔다. 그는 “성평등이란 게 유별나거나 독특한 지식이 아니다”라면서 연구윤리에 빗대서 설명했다. 그는 “10여년 전만 해도 대학교수들조차 논문 표절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 했다가는 큰일 나는 것으로 모두들 생각한다”면서 “성평등 역시 예전에 용인되던 게 이제는 안 된다는 걸 서로 배워 나가는 과정 속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복지부·울산·건보공단 등 ‘균형인사’ 우수기관 선정

    정부가 7일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참여한 ‘범정부 균형인사 성과공유대회’를 열고 9개 기관을 균형인사 우수기관으로 선정했다. 이번에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기관은 관세청, 보건복지부, 환경부, 부산, 울산, 제주, 한국남부발전, 한국주택금융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이다. 중앙부처는 인사처 주관의 인사혁신 수준 진단, 지자체는 행정안전부 주관 지자체 합동평가,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 주관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균형인사 부문)를 통해 선정했다. 관세청, 울산,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온라인 영상회의를 통해 소수와 함께하는 다양성 추구, 여성관리자 임용 확대와 일·가정 양립, 사회형평적 채용과 균등한 기회보장 등을 주제로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김우호 인사처 차장은 “균형인사는 사회적 소수집단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형평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의미 있는 정책”이라면서 “사회 전반에 포용성이 확대될 수 있도록 공공부문에서 선도적 역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스티븐 호킹이 살아있었다면…‘노벨 물리학상’ 블랙홀 증명한 3명 수상

    스티븐 호킹이 살아있었다면…‘노벨 물리학상’ 블랙홀 증명한 3명 수상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은 블랙홀을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관측으로 발견한 두 팀, 영국과 독일,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로저 펜로즈(84)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젤(68)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 소장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 안드레아 게츠(55)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들의 블랙홀 연구 성과에 대해 데이비드 하빌랜드 노벨물리위원회 위원장은 “올해 수상자들의 발견은 초거대 압축 물체(블랙홀)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또한 “펜로즈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명확히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했으며 겐젤 교수와 게츠 교수는 우리은하 중심에 초거대 고밀도 천체가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우주의 가장 독특한 현상인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주에 대한 시각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펜로즈 교수는 2018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1965년에 ‘펜로즈-호킹 블랙홀 특이점 정리’를 발표해 우주 곳곳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다면 우주에는 반드시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한 것이다. 이들이 증명해 낸 특이점이 바로 빅뱅과 블랙홀이다. 노벨위원회는 펜로즈 교수의 수상을 발표하며 “펜로즈 교수가 상대성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블랙홀이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 우주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가를 상세히 기술한 업적을 세웠다”고 소개했다. 이 ‘특이점’ 연구는 호킹 박사와 함께 연구한 것으로, 만약 호킹이 살아 있었다면 공동수상했을 거라는 관측이 유력하다.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노벨상 수상은 장수가 필수조건임을 다시한번 증명한 셈이라 하겠다. 겐젤 교수와 게츠 교수는 펜로즈 교수의 수학적 증명에 따르면 우주 곳곳에는 태양 질량의 수 백만 배에 해당하는 ‘초거대 고밀도 천체(블랙홀)’가 있을 것이라 보고 은하계 중심에 위치한 별들의 운동을 오랜 시간 관측함으로써 블랙홀 존재를 실질적으로 입증해냈다. 이들은 1990년대부터 세계 최대 망원경 사용하여 우리은하의 중심부를 관측한 결과, 궁수자리 A*(A별)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블랙홀이 있으며 이것이 별들의 궤도를 통제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블랙홀의 질량은 태양의 400만 배이지만, 태양계보다 크지 않은 공간에 압축돼 있다.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가장 확실한 관측 조건을 밝혀낸 이들 3명의 과학자 덕분에 덕분에 오늘날 수천억 개로 추정되는 거대은하의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전세계 과학자 200여명이 참여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로 인류 최초로 블랙홀이 관측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지난해 우주배경복사에 이어 연이어 우주론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게츠 교수는 1901년 이후 215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4번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됐다. 2018년 도나 스트릭랜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3번째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 지 2년 만이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100만 스웨덴크로나가 늘어난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13억 510만원)가 주어지는데, 펜로즈 교수가 절반인 50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고, 겐젤 교수와 게츠 교수가 각각 25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게 된다. 하지만 매년 12월 10일 노벨의 기일에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성대하게 열리던 시상식은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각국 대사관과 대학에서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는 모습을 TV로 중계할 예정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호킹 박사 살아있었다면...블랙홀 존재 증명한 과학자 3人 노벨물리학상 수상

    호킹 박사 살아있었다면...블랙홀 존재 증명한 과학자 3人 노벨물리학상 수상

    게즈 교수, 120년 노벨상 역사상 215명 물리학상 수상자 중 4번째 여성 수상자 2020년 노벨 물리학상은 블랙홀을 발견한 영국과 독일, 미국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로저 펜로즈(84)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와 라인하르트 겐첼(68) 독일 막스플랑크 외계물리학연구소 소장이자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교수, 안드레아 게즈(55)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대(UCLA) 교수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펜로즈 교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명확히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했으며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는 우리은하 중심에 초거대 고밀도 천체가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우주의 가장 독특한 현상인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우주에 대한 시각을 확장시켰다”고 평가했다. 펜로즈 교수는 2018년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와 함께 1965년에 ‘특이점 정리’를 발표함으로써 우주 곳곳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였다. 펜로즈 교수는 호킹 박사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맞는다면 우주에는 반드시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이들이 증명해 낸 특이점이 바로 빅뱅과 블랙홀이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펜로즈 교수가 이번에 물리학상을 받게된 중요한 공로는 호킹 박사와 함께 연구한 특이점, 즉 블랙홀 연구”라면서 “호킹 박사가 아직 살아있었다면 이번에 공동수상을 하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는 펜로즈 교수의 수학적 증명에 따르면 우주 곳곳에는 태양 질량의 수 백만 배에 해당하는 ‘초거대 고밀도 천체’가 있을 것이라 보고 은하계 중심에 위치한 별들의 운동을 오랜 시간 관측함으로써 블랙홀 존재를 실질적으로 입증해 냈다. 블랙홀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증명하고 가장 확실한 관측 조건을 밝혀낸 이들 3명의 과학자 덕분에 덕분에 오늘날 수천억 개로 추정되는 거대은하의 중심에는 블랙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해 전세계 과학자 200여명이 참여한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로 인류 최초로 블랙홀이 관측할 수 있었던 것도 이번 수상자들의 연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은 지난해 우주배경복사에 이어 연이어 우주론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게즈 교수는 1901년 이후 215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중 4번째 여성 수상자로 기록됐다. 2018년 도나 스트릭랜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3번째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린지 2년 만이다.이번 물리학상 수상자들에게는 지난해보다 100만 스웨덴크로나가 늘어난 상금 1000만 스웨덴크로나(13억 510만원)가 주어지는데 펜로즈 교수가 절반인 50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고 겐첼 교수와 게즈 교수가 각각 250만 스웨덴크로나를 받게 된다. 한편 노벨위원회는 7일 화학상, 8일 문학상, 9일 평화상, 12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시상식은 매년 12월 10일 노벨의 기일에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성대하게 열렸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각국 대사관과 대학에서 상패와 상금을 전달하는 모습을 TV로 중계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벨 평화상 시상식도 참석 인원을 최소화해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日 여성 자위대원 28명 코로나 집단감염…바비큐 파티 하다가

    日 여성 자위대원 28명 코로나 집단감염…바비큐 파티 하다가

    일본 육상자위대 여성 대원들이 바비큐 파티를 했다가 28명이 코로나19에 집단으로 감염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6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도쿄도와 사이타마현에 걸쳐 있는 육상자위대 아사카 기지의 교육과정에 참가했던 20대 여성 대원 2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성 자위대원 44명은 교육과정 수료 직전 토요일인 지난달 26일 친목을 다진다는 차원에서 민간 전세버스로 당일치기 바비큐 여행에 참가했다. 이들은 사흘 후인 같은달 29일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전국 각지의 원 소속 부대로 돌아갔으나 곳곳에서 감염자가 발생했다. 육상자위대는 감염의 추가확산을 막기 위해 올해 7월 7일~9월 29일 사이에 진행된 교육과정 참여자 약 400명을 격리 조치했다. 바비큐 여행에 사용된 전세버스 1대에 참가자 44명 전원이 탑승해 밀집·밀접·밀폐의 ‘3밀’ 회피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음주까지 이뤄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바비큐 파티에서 조리기구를 여러 사람이 돌려쓴 것도 감염 확산의 큰 이유가 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위성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자위대원들의 단체회식을 금지해 왔다. 이에 따라 육상자위대는 감염자들이 회복되는대로 바비큐 여행의 경위를 조사해 관련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단거리 달리기 속도의 비밀 ‘큰 엉덩이 근육’에 있다

    [핵잼 사이언스] 단거리 달리기 속도의 비밀 ‘큰 엉덩이 근육’에 있다

    단거리 달리기를 할 때 그 속도에는 대둔근 즉 엉덩이 근육의 양이 밀접하게 관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러프버러대 연구진이 육상 단거리 달리기 최상위권 선수들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자신들보다 하위권에 속하는 선수들보다 명확하게 대둔근의 양이 많고 크기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를 이끈 조너선 폴랜드 교수는 “이번 발견은 앞으로 운동선수들이 훈련하는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연구자는 100m 달리기 개인 최고 기록이 평균 9.99초인 최상위권 선수들과 그 이하 선수들 그리고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신체 근육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최상위권 선수 5명부터 그 이하 선수 26명 그리고 일반인 남성 11명까지 총 42명의 남성은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를 통해 하체 근육 23개소를 검사받았다. 그 결과, 일반인 남성을 제외하고 최상위권 선수들과 그 이하 선수들은 근육량과 크기 모두 비슷했지만, 대둔근 등 고관절 신근에서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권 선수들의 대둔근이 그 이하 선수들보다 평균 45%나 큰 것이었다. 또 두 그룹의 100m 달리기 최고 기록은 9.91초에서 11.25초로 크게 차이가 난다. 이에 대해 연구에 참여한 롭 밀러 연구원은 “시간 기록이 차이가 나는 원인의 44%는 대둔근 차이 탓”이라고 지적했다. 즉, 최상위권 이하의 선수들은 대둔근을 중점적으로 단련하면 자신의 최고 기록을 크게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폴랜드 교수는 “대둔근 양이 늘면 선수는 더 많은 추진력을 낼 수 있다”면서 “단거리 선수는 그동안 달리기 기술과 심리, 영양 등 많은 요인이 시간 차로 나타난다고 생각했지만 단 하나의 근육 부위가 그 원인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선수가 아니더라도 엉덩이와 고관절 주위의 근육을 잘 단련한다면 달리기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남성 주자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자료이므로, 여성에게 해당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현재 여성을 대상으로 똑같은 조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미국대학스포츠의학회(ACSM)가 발행하는 ‘스포츠 및 운동 의과학’(MSSE·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123rf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음악이 항일 무기… 중국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중국의 3대 악성’

    음악이 항일 무기… 중국인민해방군가 작곡한 ‘중국의 3대 악성’

    정율성은 ‘중국인민해방군가’와 ‘옌안송’ 등 360여곡을 작곡한 작곡가로 중국인의 심금을 울린 ‘3대 악성(樂聖)’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다. 그러나 항일운동가로서 정율성을 언급하기는 의열단장 김원봉처럼 조심스럽다. 김원봉은 광복군 부사령으로 임시정부에 참여했다가 귀국한 뒤 월북한 인물인데 남한 출신인 정율성은 광복 후 북한으로 들어갔고 6·25 전쟁 때는 중공군으로 참전했다. 그 때문에 정율성은 이념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국내에서 그의 생애는 오래도록 조명받지 못했다. 2018년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이 광복절 기념식에 중국에 거주하는 정율성의 딸 정샤오티(鄭小提)를 초청했을 때 논란이 됐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정율성은 1914년 8월 27일 광주광역시에서 정해업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중국에서의 공식 생일은 1918년 8월 13일로 돼 있다. 정율성이 생년을 4년이나 늦춰 적은 이력서를 당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정율성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외적과의 싸움에서도 최후의 결전에는 북을 치고 나팔을 불며 승전고를 울린단다. 군대가 진군할 때 사기를 돋우는 데는 우렁찬 군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데 우리에게는 이런 군가가 없거든….” 온종일 만돌린만 켜고 노래를 부르는 정율성에게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군가가 없다’는 말은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의 앞날을 예견한 듯했다.●분열된 독립운동단체 대동단결 결의문 주도 정율성가(家)는 독립운동가 집안이다. 맏형 정효룡(건국훈장 애족장)은 임시정부 서기로 일했고 국내에서 선전활동을 하다 옥살이를 했다. 둘째형 정인제는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중국으로 건너가 국민혁명군으로 북벌에 참여했다. 셋째형 정의은은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김원봉이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 학생을 모집하고자 국내에 잠입했다. 큰외삼촌 최흥종은 평생을 나환자를 돌보는 데 바쳤으며 작은외삼촌 최영욱은 의학박사로 독립운동가 김마리아의 고모부다. 매형 박건웅(독립장)도 황푸군관학교를 졸업한 항일운동가다. 이런 가풍 속에서 자란 정율성이 중국행을 꿈꾼 것은 자연스러웠다. 마침 셋째형 정의은이 ‘조선혁명간부학교’ 2기생을 모집하러 국내에 들어와 입학을 권유했다. 항일의식이 투철했던 전북 전주 신흥중학을 중퇴한 정율성은 1933년 5월 8일 전남 목포항을 떠나 일본을 경유해 5월 13일 상하이 푸둥항에 도착했다. 함께 중국 땅을 밟은 이들은 모두 여섯이었는데 조카 정국훈도 있었고 1990년대에 광복회장을 지낸 김승곤도 있었다. 8개월 동안 그는 간부학교에서 군사학과 사회주의 이념을 배웠다. 매형 박건웅은 교관이었다. 1기 졸업생 중에는 시인 이육사와 석정 윤세주도 있었다.학교를 졸업한 정율성은 일본인들의 전화를 감청하며 항일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러면서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일을 맞았는데 소련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음악원 출신인 크리노와 교수를 소개받아 체계적인 성악 지도를 받은 것이다. 이름도 본명인 정부은에서 선율로 성공하겠다는 뜻을 담은 ‘율성’(律成)으로 바꾸며 음악에 몰두했다. 정율성은 상하이에서 열린 독창회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특출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정율성에게 크리노와는 이탈리아 유학을 권유했지만 그는 거절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정율성은 항일운동을 포기할 수 없었다. 1937년 8월 정율성은 마오쩌둥이 홍군(紅軍)을 지휘하고 있던 산시성 옌안에 도착했다. 그에게 옌안은 공산당의 본거지이기에 앞서 항일투쟁의 사령부였다. 옌안행에는 먼저 그곳으로 간 ‘아리랑’(님 웨일스)의 주인공 김산과 독립운동가 김성숙의 부인 두쥔훼이가 큰 영향을 주었다. 1936년 6월 정율성은 난징에서 김산과 한 달 동안 함께 지냈다. 옌안에서 노신예술학원 음악학부에 들어가 음악 공부를 계속했다. 어느 날 노신학원 문학학부 동기생인 모예(莫耶)가 노랫말을 들고 왔다. 정율성은 곡을 붙여 만돌린으로 반주도 하며 청중 앞에서 불렀다. “보탑산 봉우리에 노을 불타오르고 연하강 물결 위에 달빛 흐르네…” 마오쩌둥도 함께한 청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노래가 바로 옌안 정신을 가장 잘 표현했다고 극찬을 받고 지금도 중국에서 널리 불리는 ‘옌안송’이다. 옌안송은 중국 대륙뿐만 아니라 동남아와 미국까지 퍼져 나갔다. ●당 결정 따라 北에… 조선인민군행진곡 작곡 1938년 8월 노신학원을 졸업한 정율성은 항일군정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틈날 때마다 작곡을 했다. 그 무렵 우리 독립운동 단체들은 사분오열돼 있었다. 정율성은 ‘조국의 독립을 위하여 대동단결을 촉구하는 결의문’ 작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듬해 7월 항일군정대학 군정단에 있던 궁무(公木)의 가사에 음을 붙여 ‘팔로군 행진곡’을 작곡했다. 현재 중국군의 공식 군가로 확정된 ‘중국인민해방군가’다. 그의 노래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명곡이 됐다. 정율성에게 일제와 싸운 무기는 음악이었다. 정율성은 노신예술학원 교수가 됐고 나중에 최초의 여성 중국 대사가 되며 저우언라이의 양녀로 알려진 딩쉐쑹(丁雪松)과 결혼, 가정도 꾸렸다.1942년 정율성은 조선의용군이 일본군과 격전을 치르던 태항산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조선혁명군정학교 교육장을 맡아 전투에 참여하고 후방 공작도 했다. 그러면서 광복을 맞았다. 정율성은 오랫동안 항일활동을 했고 부인의 조국인 중국에 남지 않고 당의 결정에 따라 조선의용군과 함께 북한으로 갔다. 북한에서는 ‘조선인민군행진곡’도 작곡했다. 광주에 있던 어머니를 조카가 데려오자 모시고 살았다. 그러다 다시 어머니, 부인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갔다. 6·25 때는 중국인민지원군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했다. 정율성도 문화혁명을 피하지 못하고 고초를 겪었다. 자연에 묻혀 은둔하던 정율성은 든든한 후원자였던 저우언라이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76년 12월 7일 갑작스레 뇌일혈로 쓰러져 눈을 감았다. 중국의 국립묘지인 베이징 교외 팔보산혁명공묘에 묻혔다. 베이징에 살고 있는 외동딸 정샤오티(1943년생)는 광주를 찾아 음악회 등 아버지 관련 행사에 참석하고 한중 우호활동에 힘쓰고 있다. 동요, 민요, 군가, 뮤지컬, 오페라, 영화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남긴 정율성의 업적은 현대 중국의 3대 음악가로 불리는 녜얼(耳·중국 국가 작곡가), 셴싱하이(星海)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가 창작한 동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 있다. 2000년대에 들어 한중 양국에서 정율성이라는 이름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평양순안공항에서 연주된 곡은 정율성의 ‘조선의용군행진곡’이었다. 2005년 중국 전승절 60주년에 신중국 건국 100인의 영웅 중 여섯 번째에 오른 이름은 정율성이었다. 중국 하얼빈에는 정율성기념관이 세워졌다. ●광주시, 생가 복원 등 추진… 하얼빈엔 기념관 우리도 그가 자란 광주 양림동에 정율성거리를 조성해 사진과 작품을 전시하고 생가도 단장했다. 기념사업회도 구성돼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찾아본 정율성거리는 훼손이 적지 않았고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도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직도 개인 소유인 생가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정율성 음악제도 매년 열려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진행이 더뎌지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5월 생가 부지 매입과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양림동에는 기념관을 짓고 아버지와 형제들의 본적지로 돼 있는 불로동에는 역사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선양사업만큼 중요한 향후 과제는 그의 이념과 행적을 둘러싼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다. 글 사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희화화 빼니 남은 건 공감… 언니들이 만든 예능의 기술

    희화화 빼니 남은 건 공감… 언니들이 만든 예능의 기술

    “수영 선수는 ‘그날’에 물 속에서 어떻게 해요?” 국가대표 출신들이 모인 캠핑카에서 ‘그날’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사석에서도 말하기 어려웠던 ‘그날’의 이야기는 골프, 펜싱, 배구, 수영 등 종목별 생리 대응법으로 이어졌다. 운동만 한 언니들이 한바탕 놀아본다는 E채널 예능 ‘노는 언니’에서 최근 화제가 된 장면이다. 이 주제는 어떻게 나왔을까. 최근 서울 마포구 E채널 제작센터에서 만난 방현영 책임PD(CP) 등 제작진은 “대본이나 설정은 전혀 없었다. 언니들의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담으면 재밌는 장면들이 나온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최근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에 서비스된 후 ‘노는 언니’는 ‘오늘의 한국 톱10 콘텐츠’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박세리 등 여성 선수만 모은 ‘모험’으로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제작진도 여성 비율이 높다. 방 CP와 박지은 PD, 장윤희 작가 등 기획 회의에 참여하는 스태프 10여명이 모두 여성이다. 편집, 자막, 그래픽 등을 포함하면 절반에 육박한다. 예능계에서 보기 드문 성비다. 4~17년차 경력을 가진 제작진은 “그동안 성별이 특별한 변수나 장벽이 된 적은 없다”며 “개개인 성향과 성격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는 언니’ 역시 ‘각 잡고’ 만든 게 아니라 신선한 아이템을 찾다 떠올렸다. 신기하다는 시선은 오히려 외부에서 느낀다. 섭외 등의 과정에서 만나는 관계자들은 “여긴 다 여성분들이냐”는 질문을 빈번하게 건넨다. 방 CP는 “아직 여성 총괄이 드물다 보니 나를 신뢰하도록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계속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강점도 있다. 대화 속 공감 포인트를 섬세하게 짚어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국가대표의 결혼, 출산 이야기나 생리 고충이 대표적이다. 출연자가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조율해 배려하기도 한다. 전문 방송인이 아니라 더 필요하다. 남현희 선수의 과거 성형 논란에 대한 대화가 대표적이다. 장 작가는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라도 방송에 나갈 때 비하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전 대화로 상의하는 편”이라고 했다. 성역할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 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김치찌개 만들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거나, 장보기에 굳이 ‘엄마 남현희’가 부각되지 않는 이유다. 이지연 작가는 “예능에선 소위 대상화, 희화화, 질투, 텃세 등의 요소를 일부러 넣기도 하지만, 우리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즐거워하고 몰입하는 모습이 충분히 느껴진다”며 “이걸 담백하게 담으면 된다”고 원칙을 설명했다. 촬영 역시 출연진의 캐릭터 자체에 집중해 ‘화장’이 필요 없다. 이미경 촬영감독은 “운동이 중심인 회차는 근육 등을 보여 주지만 평소에는 대화나 표정에 초점이 간다”며 “여성 선수를 찍는다는 관점이 아니라 아이템에 맞춰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여성 CP와 남성 막내 작가들도 속속 나오면서 제작 인력에도 기존 구도가 깨지는 추세다. 박 PD는 “콘텐츠의 재미로 평가받았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언니들의 선수생활처럼 지구력을 갖고 10년쯤 롱런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최저임금 3만원, 제네바의 승부수

    스위스 제네바가 세계 최고 수준인 시간당 약 3만원의 최저임금을 도입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빈곤의 나락에 빠진 저소득층을 돕기 위한 조치이지만,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관련 안건의 주민투표 결과, 제네바 시민의 58%가 시간당 최저임금을 23스위스프랑(약 25달러·2만 9000원)으로 정하는 데 동의했다. 스위스는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법이 없는 대신 26개 주가 최저임금 도입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제네바는 스위스에서 투표로 최저임금을 정한 네 번째 도시가 됐다. 이번 인상과 관련해 제네바 주 변호사는 “새로운 최저임금은 오는 11월 1일부터 적용되며, 현재 노동자의 약 6%가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앞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들은 주 40시간을 일할 경우 우리 돈으로 약 507만원인 4000스위스프랑을 매월 벌 수 있다. 앞서 제네바에서는 2011년과 2014년 최저임금 도입을 위한 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모두 부결됐었다. 특히 2014년에는 시간당 22스위스프랑의 최저임금안이 투표 안건에 올랐지만, 유권자의 76%가 반대할 만큼 여론이 부정적이었다. 최저임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바꾼 것은 코로나19 사태였다. 스위스 경제는 주변 유럽국가들에 비해 비교적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평균 실업률이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3.8%를 기록하는 등 타격을 피해 가지 못했다. 특히 지난 5월 초 제네바 시민들이 무료급식소 앞에 1㎞ 이상 길게 줄을 선 장면은 유럽에서도 부유한 도시로 꼽히는 이 지역이 겪고 있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보여 주는 사례였다. 특히 이번 투표에는 봉쇄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인 저소득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이클 그램프 딜로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소득층의 피해는) 이번 주민투표의 투표율이 60%에 육박하는 데 확실히 영향을 줬다”면서 “다른 많은 지역들도 이번 제네바의 결정을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최저임금안을 주도해 온 노동조합 연합은 “사회통합과 빈곤 퇴치, 인간 존엄성 존중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약 3만명이 최저임금의 혜택을 받을 것이며, 이 가운데 3분의2는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제네바가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도시 순위 10위에 오를 만큼 생활비가 많이 드는 지역이라는 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을 도입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다른 나라들과 단순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웃 프랑스의 두 배에 이르는 고액 최저임금이 재정적 부담을 일으킬 수 있다는 비판은 제기된다. 제네바 시의회는 “이번 최저임금 책정액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액수”라고 우려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희화화 없이 공감으로”…소신있게 ‘노는 언니’들의 ‘나는 예능’

    “희화화 없이 공감으로”…소신있게 ‘노는 언니’들의 ‘나는 예능’

    출연진에 작가·PD 등 여성 제작진 ‘다수’ 엄마·주부 역할보다 있는 그대로 매력 담아 민감한 주제는 출연진과 미리 상의하기도“언니들의 선수 생활처럼 롱런하고 싶어”“수영 선수는 ‘그 날’에 물 속에서 어떻게 해요?” 국가대표 출신들이 모인 캠핑카에서 ‘그 날’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왔다. 사석에서도 말하기 어려웠던 ‘그 날’의 이야기는 골프, 펜싱, 배구, 수영 등 종목별 생리 대응법으로 이어졌다. 운동만 한 언니들이 한바탕 놀아본다는 E채널 예능 ‘노는 언니’에서 최근 화제가 된 장면이다. 이 주제는 어떻게 나왔을까. 최근 서울 마포구 E채널 제작센터에서 만난 방현영 책임PD(CP) 등 제작진은 “대본이나 설정은 전혀 없었다. 언니들의 있는 그대를 자연스럽게 담으면 재밌는 장면들이 나온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에 서비스된 후 ‘노는 언니’는 ‘오늘의 한국 톱10 콘텐츠’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박세리 등 여성 선수만 모은 ‘모험’으로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제작진도 여성 비율이 높다. 방 CP와 박지은 PD, 장윤희 작가 등 기획 회의에 참여하는 스태프 10여명이 모두 여성이다. 편집, 자막, 그래픽 등을 포함하면 절반에 육박한다. 예능계에서 보기 드문 성비다. 4~17년차 경력을 가진 제작진은 “그동안 성별이 특별한 변수나 장벽이 된 적은 없다”며 “개개인 성향과 성격이 중요하다”고 했다. ‘노는 언니’ 역시 ‘각 잡고’ 만든 게 아니라 신선한 아이템을 찾다 떠올렸다. 신기하다는 시선은 오히려 외부에서 느낀다. 섭외 등의 과정에서 만나는 관계자들은 “여긴 다 여성분들이냐”는 질문을 빈번하게 건넨다. 방 CP는 “아직 여성 총괄이 드물다 보니 나를 신뢰하도록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계속 헤쳐 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분명한 강점도 있다. 대화 속 공감 포인트를 섬세하게 짚어 새로운 이야기와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국가대표의 결혼, 출산 이야기나 생리 고충이 대표적이다. 출연자가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미리 조율해 배려하기도 한다. 전문 방송인이 아니라서 더 필요하다. 남현희 선수의 과거 성형 논란에 대한 방송 내용에 대해서도 미리 대화를 나눴다. 장윤희 작가는 “자연스럽게 나온 대화라도 방송에 나갈 때 비하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사전에 상의하는 편”이라고 했다.성역할을 굳이 내세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다양한 매력을 보여 주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김치찌개 만들기에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거나, 장보기에 굳이 ‘엄마 남현희’가 부각되지 않는 이유다. 이지연 작가는 “예능에선 소위 대상화, 희화화, 질투, 텃세 등의 요소를 일부러 넣기도 하지만, 우리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즐거워하고 몰입하는 모습이 충분히 느껴진다”며 “이걸 담백하게 담으면 된다”고 원칙을 설명했다. 촬영 역시 출연진의 캐릭터 자체에 집중해 ‘화장’이 필요 없다. 이미경 촬영감독은 “운동 위주의 내용이면 근육 등 신체를 보여 주지만 평소에는 대화나 표정에 초점이 간다”며 “여성 선수를 찍는다는 관점이 아니라 아이템에 맞춰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뿐 아니라 제작 인력 면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여성 CP와 남성 막내 작가들이 최근 속속 나오며 기존 구도가 깨지는 추세다. 박 PD는 “콘텐츠의 재미로 평가받았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며 “언니들의 선수생활처럼 지구력을 갖고 10년쯤 롱런했으면 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한국 여성운동 선구자’ 이이효재 교수 별세

    ‘한국 여성운동 선구자’ 이이효재 교수 별세

    여성학자이자 사회학자로서 한국 1세대 여성운동의 기틀을 닦은 이이효재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4일 별세했다. 96세. 1924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1958년 모교 이화여대에 사회학과를 창설했다. 1980년에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광주 학살을 규탄하는 시국선언으로 교수직에서 해임됐다가 복직하기도 했다. 그는 여성운동가로서도 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1977년 국내 최초의 여성학과 설치를 주도했고, 호주제 폐지에 앞장서는 한편 한국여성민우회 초대 회장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결성에 참여하고 1991년 공동대표를 역임하는 등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하는 노력도 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도 이 교수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추모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효재 선생님은 한국 여성운동의 선구자이며, 민주화운동과 사회운동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셨다”면서 “어두웠기에 더욱 별이 빛나던 시절, 큰 별 중 한 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2년 대선에서 실패했을 때 크게 상심해 낙향하셨던 모습이 생생하다”면서 “2017년 청와대 녹지원에 한 번 모신 것이 마지막이 됐다. 선생님의 삶에 큰 존경을 바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딸 이희경씨, 동생 은화(전 이화여대 교수)·효숙·성숙씨, 올케 이부자씨가 있다. 여성단체들은 여성장으로 고인을 배웅하기로 했다. 빈소는 창원경상대병원 장례식장 VIP 1호실에 마련됐다. (055)214-1910.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해외 도피 ‘나쁜 아빠들’ 늘어 분노… 양육비는 우리 아이 ‘생존권’ 문제

    해외 도피 ‘나쁜 아빠들’ 늘어 분노… 양육비는 우리 아이 ‘생존권’ 문제

    양육비 미지급자 공개한 ‘배드파더스’‘양육비해결총연합회’ 출범 산파 역할고가 외제차 타는 전 배우자 나몰라라타인 명의로 재산 빼돌려도 속수무책 여가부 ‘양육비이행관리원’ 도움 한계2만여건 신청받아 겨우 5715건 지급美 양육비 체납하면 여권 사용 등 제한우리는 개정안에 운전면허 정지만 신설2018년 7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사진과 신상을 공개한 사이트 ‘배드파더스’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됐던 이혼 가정의 양육비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에도 재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옮기거나, 급기야 해외로 도피하는 양육비 미지급자가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오랜 시간 양육비를 받지 못했던 양육자들에게 배드파더스는 마지막 남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정부가 나서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해결되지 못했던 일을 용기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해내고 있었다. 이를 계기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이 탄생했고, 지난 5월 ‘양육비 이행강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도 있다. 배드파더스의 명예훼손 관련 항소심이 진행 중이고,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한 실질적인 대안들의 법제화가 남아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양해연의 이영 대표와 활동가 박유진(가명)씨는 배드파더스를 만난 순간을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표현했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고통 속에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곳, 함께 힘을 모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믿음을 준 곳이 배드파더스였다. 박씨가 이혼할 당시 법원은 전 배우자에게 위자료 3000만원과 매달 60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전 배우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를 회피했다. 박씨는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닐 만큼 경제적으로 풍족한 사람이 재산을 다른 가족의 명의로 돌리는 꼼수까지 써 가며 지급을 미뤄 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박씨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 박씨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고, 어떤 이유에서든 가해자와의 대면은 피하고 싶었다. 상황이 막막하긴 이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이혼 과정에서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가져갔던 전 배우자는 잠깐 아이를 봐 달라며 맡긴 뒤 잠적했다. 사라진 사람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이 대표는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홀로 아이를 키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년간 속수무책이었던 두 사람에게 정부가 처음으로 손을 내민 순간이 있었다. 2015년 출범한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이다. 여성가족부 산하의 이행원은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미지급자들로부터 양육비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두 사람도 이행원이 생기자마자 이곳을 찾았다. “정부에서 나섰는데 설마 안 줄 사람이 있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3년 이상 시간과 노력을 투입했음에도 두 사람은 끝내 양육비를 받아내지 못했다. 이행원에선 “더이상은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희망고문’. 두 사람은 이행원과 함께했던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실제 양육비 지급과 관련한 강행 규정이 미비한 한국에서 이행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행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최대한의 제재가 ‘감치’(일정 기간 유치장에 가두는 것)인 데다, 허위 주소로 집행기간(6개월)을 회피하면 이마저도 할 수 없게 된다. 재산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직업이 아니라면 양육비를 받아내는 게 더 어렵다. 이행원은 출범 이후 2만여건의 이행 지원 신청을 받았고 이 중 법원에서 이행 의무를 확정받은 건 1만 6073건이지만, 실제 양육비가 지급된 건 3분의1 정도인 5715건에 그친다. 실망감에 괴로워하던 그때 두 사람은 배드파더스를 만났다. 이 대표는 “처음엔 ‘이렇게 신상을 공개해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박씨의 주변 사람들은 “그래도 애들 부모인데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하는 훈수를 두기도 했다. 그런 생각은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나면서 180도로 바뀌었다. 이 대표는 “모임에 나온 사람들은 소수였지만 이들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서 “양육비는 우리 아이들의 ‘생존권’이었고, 양육자들도 이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 배드파더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양해연이 활발한 활동에 나서면서 양육비 해결 건수도 점차 늘어갔다. 활동가들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작업장을 찾아 ‘양육비를 지급하라’며 연대 시위를 벌였고, 잠적한 미지급자의 소재를 찾는 데도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지난 2년간 배드파더스를 통해 비양육자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은 사례는 600여건에 달한다. 배드파더스 활동가 구본창씨는 “사이트에 게재된 해결 건수는 173건(10월 4일 기준)이지만 신상을 공개하기 전 “배드파더스에 제보했다”는 말만으로 양육비 지급이 이뤄진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신상이 게재된 미지급자들이 구씨를 정보통신망법 70조 1항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고소인 중 한 명은 박씨의 전 배우자였다. 배드파더스 측은 “미지급자의 명예보다 아이들의 생존권이 더 중요하다”고 맞섰고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을 열어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다. 재판은 15시간 동안 이어졌고, 현장에선 이 대표와 박씨를 비롯한 활동가들이 늦은 밤까지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배드파더스의 신상공개에 대해 배심원 7명(예비배심원 1명 제외)은 모두 무죄 평결을 냈다. 재판부도 “운영자는 사익을 전혀 취하지 않았고, 비하적·모욕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구씨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의 항소로 시작된 2심은 지난달 17일 첫 공판을 끝으로 잠정 중단됐다. 재판부는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심리 중인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조항 관련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종결하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최근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디지털교도소’가 화제가 되자 배드파더스와 해당 사이트를 비교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 대표는 “배드파더스에 게재된 사람들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게 명백한 사람들”이라면서 “제보나 정황만으로 공개를 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사이트 운영자가 지난달 22일 인터폴의 공조로 베트남에서 잡힌 걸 보고 느낀 점이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은 해외로 도피해도 막을 길이 없다”면서 “출국을 금지할 수도 없고 체포를 해서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양해연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지난 5월 ‘양육비 이행강화 개정안’이 통과됐음에도 두 사람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하는 이유다. 개정안엔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를 미지급하는 비양육자의 운전면허를 정지하는 방안이 담겼으나 당초 양해연은 이외에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금지와 형사처벌, 명단공개도 함께 요구했다. 정부가 먼저 양육비를 지급하고 이를 미지급자로부터 회수하는 대지급제도 있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제재 수위가 낮은 면허 정지만이 국회의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일찍이 양육비를 사회문제로 다뤄 온 미국은 2500달러(약 300만원) 이상의 양육비를 체납하면 여권 발급을 중지하거나 사용을 제한한다. 여권을 반납하지 않으면 벌금이나 6개월 징역 등의 처벌을 내린다. 프랑스는 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2개월 이상 양육비를 체납하면 2년의 징역이나 1만 5000유로(약 2050만원)의 벌금을 적용하기도 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 등 관련 부처들이 법 통과에 미온적”이라면서 “외국처럼 양육비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아동의 ‘권리’이자 ‘생존권’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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