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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첫 혼성 경찰관기동대 출범한다

    경찰, 첫 혼성 경찰관기동대 출범한다

    1999년 ‘여경 기동대’ 창설女 비중 3.3%그쳐..성차별 문제제기지난해 관련 규칙 삭제..의경 감축 대체 여성 경찰관기동대가 창설된지 23년 만에 첫 혼성 경찰관기동대가 23일 출범한다.경찰청은 경남경찰청 2기동대에 여성 제대를 추가한다고 22일 밝혔다. 앞으로 집회·시위 관리, 민생치안 지원 등 각종 현장에 남녀 경찰관을 함께 배치하고 성별 구분없이 교육 훈련을 할 예정이다. 사무실, 휴게실, 화장실, 샤워장 등 시설 정비도 마쳤다. 현재 경찰관기동대는 대부분 남자 경찰관으로 구성돼 있고 여경기동대는 서울·부산·대구·광주·경기·경남 등 일부 지역에만 별도 편성돼 있다. 전체 기동대원 1만 2540명 가운데 여성은 416명으로 3.3%에 그친다. 경찰은 1999년 평화로운 집회·시위 문화를 만들겠다며 처음 여경기동대를 창설해 여성·장애인·노약자 등 약자의 보호 관리와 검거 등의 임무를 부여했다. 당시 각종 집회·시위에 투입된 여경기동대는 복장도 진압복 대신 교통복을 착용했는데 시위대가 과격하게 나서지 못하도록 여경 제대를 내세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역할이 다른 여성기동대에 대해 여성은 여성대로, 남성은 남성대로 성차별을 조장한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경찰청은 지난해 말 ‘경찰관기동대 운영규칙’에서 여성기동대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영국,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 등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여성 기동대를 별도로 설치한 곳은 없으며 남녀 혼성으로 편성하고 있다. 혼성 기동대 출범 배경에는 의경 감축으로 인한 인력 대체 목적도 있다.경찰 관계자는 “혼성 기동대 운영으로 유기적이고 입체적 현장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시범 운영 후 전국으로 확대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 가을 공연 개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 가을 공연 개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부터 BTS의 ‘다이너마이트’까지…눈부시게 빛날 가을밤, 아름다운 협연 무대에 함께하세요.” 사단법인 뷰티플마인드(이사장 김성환)는 다음달 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뷰티플마인드와 함께 하는 가을음악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와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음악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과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의 협연으로 더욱 기대를 모은다. 볼레드 합창단(발달장애 청소년 합창단)과 싱가포르 뷰티플마인드 소속 장애인 아티스트 등도 특별 출연해 가을의 정취가 짙게 밴 클래식 명곡으로 감동을 선사할 계획이다. 연주를 맡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는 2010년 뷰티플마인드가 장애인과 소외계층 학생들의 지속 가능한 음악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창단한 장애·비장애 통합 오케스트라로,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 재학생과 수료생 40여 명의 단원으로 구성됐다. 전국 발달장애인 음악축제(GMF)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올해 4월에는 피아니스트 임동민과 협연 무대를 성공리에 마쳤다.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공연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으며, 지휘는 2010년부터 13년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온 이원숙이 맡는다.현제명의 ‘가을’로 시작하는 1부에서는 뮤지컬 ‘레미제라블’ 메들리,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연주된다. 계속해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규희가 연주하는 롤랑 디앙의 ‘가짜 탱고’가 이어진다. 국제 무대에서 뛰어난 연주 솜씨로 사랑받고 있는 박규희는 세계적 권위의 벨기에 프렝탕 국제 콩쿠르에서 여성 및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올렸다. 이어 보케리니의 ‘기타와 현악기를 위한 5중주 라장조 판당고’와 쇼스타코비치의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소품곡’ 중 1, 2, 4악장을 연주한다. 루토슬라프스키의 ‘세 대의 피아노를 위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6명의 뷰티플마인드 선생님과 제자가 한 무대에 올라 세 대의 피아노로 연주한다. 2부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협연자로 나서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이 연주되는 비발디의 사계 중 ‘가을’을 뷰티플마인드 선생님과 제자로 구성된 앙상블의 연주로 문을 연다. 임지영은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고,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에 한국인 클래식 연주자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어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무대가 펼쳐진다. 계속해 임지영과의 협연으로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곡으로 익히 알려진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활기가 느껴지는 화려한 기교와 풍부한 색채로 사랑받는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1악장’을 박규희의 협연 무대로 채운다. 피날레는 베토벤이 남긴 최고의 걸작 ‘합창 교향곡’ 4악장으로 공연의 백미를 장식한다. 이 작품은 ‘모든 인간은 한 형제’라는 메시지를 담은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에 바탕을 둔 곡이다. 사회 곳곳에 드리워진 차별의 장벽을 넘어 화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든 연주자가 하나 되어 희망의 노래를 전한다. 이날 진행을 맡은 뷰티플마인드 홍보이사이자 아나운서 정지영은 “뷰티플마인드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흔쾌히 협연으로 나선 세계적인 연주자들에 감사를 표하고 학생들에게도 행복한 도전이 되기를 바란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주자, 그리고 관객 모두가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가을을 맞이하고, 감동을 누리는 음악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 티켓은 전석 무료이며 롯데콘서트홀 웹사이트에서 예매할 수 있다.
  • “낳지 말라할 때는 언제고”…中, 세 자녀 출산 장려 ‘콘트롤 타워’ 설립

    “낳지 말라할 때는 언제고”…中, 세 자녀 출산 장려 ‘콘트롤 타워’ 설립

    중국이 지난해 8월 한 가정당 아이를 세 명까지 낳을 수 있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지 1년 만에 이번에는 인구 증가 대책을 총괄하는 콘드롤 타워를 발족했다. 중국 국무원은 20일 쑨춘란 부총리가 주재하고 국가위생건강위원회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교육부 등 총 26개 주요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출산 대책 수립 범정부기구를 승인, 향후 세자녀 출산 장려 등 적극적인 출산 지원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국 당국은 이번 저출산 극복 대책 수립 범정부 기구 발족을 승인하며 인구 증가를 위해 세 자녀 출산 시 각 가정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교육, 주택, 취업 등 각종 혜택을 상세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위건위와 발개위 등 26개 부처는 각 가정마다 세 자녀 출산을 적극 격려하기 위한 가이드 라인을 공개, 출산 직후 여성이 겪는 경력 단절과 워킹맘의 일과 가정의 양립, 주택 및 자녀 교육 문제 등의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중국은 출산 직후 경력 단절 등을 겪는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여성 근로자의 출산 휴가를 100% 보장하고, 출산 직후 원하는 시기에 언제라도 기존의 업무와 동일한 수준에서 복직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 보험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존에 각 지역별로 상이하게 운영돼 사회적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출산 보험과 출산 급여 지급 정책을 중국 전 지역에 통일적으로 실시, 출산 보험에 가입한 여성 근로자라면 누구나 출산 시 의료비와 출산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출산 보험기금 운용 등 재정 안정성을 담보할 예정이다. 또한, 여성 근로자에게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이전보다 유연한 근로 환경을 제공, 사용자와 협의 후 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하고 출산 후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 근로자에게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직업 기능 교육을 무료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임대 주택 우선 신청과 자녀 교육, 보험 등 각종 지원책을 약속했다.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기자 순위와 종합 평가 요인에 세 자녀 출산 가정을 우선 대상자로 선정하고 만일의 경우 거주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이 부재한 다자녀 가구의 경우 실제 지출하는 월세 금액 상당액을 주택 적립금으로 각 지역 정부에서 지급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생애 최초 자가 주택을 구입하는 세 자녀 이상의 다자녀 가구는 주택 대출 한도액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중국은 이번 정책에서 기존의 교육 정책의 근간이었던 ‘양면일보’(两免一补)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무 교육 대상자인 학생들의 교과서 구입비 등 각종 교육 보조비용과 생활비 등을 보조하고 기숙사 비용을 지원하는 양면일보 정책의 수혜자를 기존의 농촌에 거주하는 의무 교육 단계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학생들에서 세 자녀 출산 가정으로 그 지원 대상자를 크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지원책이 공개된 직후 누리꾼들은 “돈 몇 푼 쥐어준다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바보들은 없다”면서 “소수의 아이들이 다수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에 선뜻 자녀를 낳겠다는 부부는 없을 것이다. 자녀 1명을 양육하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대가가 여전히 너무나 무겁다”고 비판했다.  
  • 조선의 ‘화가 신씨’, 신사임당은 ‘시대착오적’ 현모양처인가? [클로저]

    조선의 ‘화가 신씨’, 신사임당은 ‘시대착오적’ 현모양처인가? [클로저]

    친정에 머무르며 시댁과 접한 시간 적어집안 위세 높고 실력 떨친 사임당,시대 가치 변화 따라 선택적 이미지 강화“지금 동양(東陽) 신씨가 있는데,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다. 그의 포도와 산수는 한 때에 절묘하여 평하는 사람들이 안견(安堅)에 버금간다고 했다. 아! 어찌 부인의 필치라 하여 소홀히 할 것인가. 또 어찌 부인이 마땅히 할 일이 아니라 하여 책망할 것인가.” (조선 중기 학자 어숙권, 『패관잡기』) 62년 전인 1960년 8월, 우리가 오늘날에도 사용하고 있는 1만원권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세종대왕의 초상이 그려져 있죠. 1972년 7월, 5000원권에는 율곡 이이가 등장합니다. 2003년, 새 지폐 발행 이야기가 나오자 여성 위인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습니다. 2007년, 신사임당이 결국 5만원권 지폐 모델로 선정됐죠. 2009년에 시중에 유통됐습니다. 아들 율곡이 5000원권에 등장한 지 37년만에 어머니가 최고액 지폐의 주인공이 된 겁니다. ● “내 사후 혼인 말라” 당시 사임당이 지폐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현모양처’의 시각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여론도 일부 존재했습니다. 부적절한 모델을 확장하는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이었죠. 그런데 말입니다. 사임당은 정말 현모양처였을까요. 일처다부제가 일반적이었던 조선시대, 사임당은 남편 이원수에게 자신의 사후 재혼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동계만록’에는 이원수가 공자와 증자의 사례를 들어 이에 반발하자, 사임당은 공자는 부인을 내쫓은 것이 아니며, 증자는 새 장가를 들지 않았다고 반박했다는 기록이 있죠. 주자가 새 장가를 들지 않았던 사실도 강조합니다. ● “화가 신씨, 사대부에 의해 변모” 사임당 생전 그의 이미지는 오늘날처럼 현모양처보다는 실력있는 화가였다는 주장도 있죠. 화가 신씨로 더 알려졌던 그는 사후 100년이 지나 17세기, 노론의 영수 송시열에 의해 우리가 현재 인식하는 현모양처의 이미지로 소비됐습니다. 율곡 이이를 부각시키려면 그의 어머니 역시 위대해야 했고, 현모양처라는 가치는 이 때 가장 쓰기 좋은 개념이었죠. 이후 1970대 박정희 정권 당시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를 사임당에 투영해 우상화하면서 사임당의 현모양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됩니다. 글, 그림, 시에 탁월했던 사임당이 사후 유교적 가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현모양처라는 점을 강조한 위인이 된 것이죠. ● 사임당의 터, 강릉 사임당은 생전 남편을 따라 옮겨다니며 살지 않고 친정인 강릉에 오래 머무른 사람입니다. 남편이 좋지 못한 지기를 만나면 그를 단속하고, 과거 공부를 게을리 하면 닦달을 하기도 했죠. 사후 혼인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는 한편 저작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오늘날 전해 내려오는 초충도의 상당수는 사임당의 작품이라는 설도 존재합니다. 이 때문에 사임당을 그저 ‘어머니’로만 표현한 강릉 오죽헌의 안내문 등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왕성한 작품 활동 터전이었던 강릉을 그저 ‘현모양처의 터’로만 편집했기 때문입니다.  ● 시댁 접촉 적었던 사임당 사임당이 초충도 등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 딸 세 명, 아들 네 명을 낳아 기르면서 바느질에도 소질이 있었던 등 완벽한 인물로 그려질 수 있었던 배경은요. 시댁과의 접촉이 적었고 친정의 위세가 셌던 영향이 큽니다. 당대 다른 여성들과 달리 자신의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사임당의 어머니는 강릉 유명집안 이조참판 최치운의 자손입니다.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는 혼인 후 16년간 부인의 집인 강릉과 서울을 오가며 생활했습니다. 이는 강릉의 친정 어머니가 병을 앓게 되자 무남독녀인 사임당의 어머니가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겠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각자 부모를 모시자는 아내의 말을 남편이 잘 따른 것이죠. 사임당은 이러한 외가의 영향을 받아 친정에서 보낸 세월이 길었습니다. 남편은 데릴사위로 사임당의 집에서 지내기도 했죠. “사임당은 어느 날 남편을 학문에 매진시켜야겠다고 결심하고, 학업을 위하여 10년 동안 서로 떨어져 지낼 것을 제안했다. 남편이 이를 어기자 돌려보내 학업에 전념하도록 했다”는 강릉 지방 전설은 사임당이 집안 단속도 맡았을 가능성을 반영합니다. ● 율곡 “포도 탁월” 허균 “문장 능해” 율곡은 “7세 때부터 안견의 그림을 모방했고 산수도를 그린 것이 절묘했다. 특히 포도 그림이 탁월하다”고 어머니의 실력을 기록했습니다. 17세기의 허균은 사임당에 대한 당대의 평을 옮겨 “문장에 능하고 그림을 잘 그렸다”고 남겼죠. 그 어디에도 ‘여류 화가’라는 오늘날의 이름은 없습니다. 그저 당대 유명 문인, 화가로만 기록됐을 뿐입니다. “신사임당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시, 글씨, 그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였다.” 한국은행은 사임당을 5만원권 도안에 넣으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시대착오적 인물이라는 비판에 이렇게 설명한 겁니다. 율곡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실력이 좋다고 언급하면서도, 집안 관리를 잘해 유교 이념에 부합했다고 서술했습니다. 이러한 율곡의 기록을 조선 사대부들은 그대로 수용했죠. ● 시대가 만든 이미지의 아쉬움, 새 시대의 몫 자신의 재능이 있더라도 드러내기 어려웠던 조선시대, 대학자 율곡의 어머니였던 사임당의 기록은 아주 잘 남았습니다. 대신 당대 화가 신씨로 불리던 기록이 아닌 율곡의 어머니 이미지가 강화됐고, 이후 사회적 가치 변화에 따라 현모양처로 더 크게 변모됐죠. 비교적 현대에 와서는 자식들이 똑똑했다는 점에서 교육을 잘했다는 점도 부각됐습니다. ‘화가 신씨’에서 ‘현모양처 사임당’이 된 그의 이미지가 앞으로 어떻게 또 변화하고 재생산 될지, 변화된 가치에 따라 어떤 면이 부각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 인종차별 총격 희생자 모금 앞장 선 텍사스주 교민 총격에 그만

    인종차별 총격 희생자 모금 앞장 선 텍사스주 교민 총격에 그만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거주하는 한국계 40대 남성이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포트워스의 한 도로에서 총격에 스러진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한국에서 태어나 1983년 어릴 적 미국으로 건너와 루이지애나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를 거쳐 텍사스주 갈런드에 살았던 신모(43) 씨가 비운의 주인공으로 태런트 카운티 부검의실 홈페이지에 기재돼 있다고 포트워스스타 텔레그램이 17일 보도했다. 버크너 고교를 졸업한 고인은 해병대를 제대한 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신씨는 사우스 유니버시티 드라이브 도로에서 경미한 교통사고에 휘말려 언쟁을 벌이다 상대가 쏜 총알을 상반신에 맞고 쓰러져 끝내 숨을 거뒀다. 현장에서 즉사 판정이 내려졌다. 고인은 불과 석달 전 댈러스의 한 네일숍에서 인종차별 총격에 희생된 이들을 돕기 위해 모금 사이트 고펀드미의 계정을 개설하는 등 평소 지역사회 일에 발벗고 나선 사람이라고 친구들은 입을 모았다. 친구 데이비드 밴은 이날 이메일로 “그는 가장 이타적인 친구 가운데 한 명이었다”며 “종업원 중 한 명이 의료 문제가 있으면 그는 그 종업원을 돌볼 수 있도록 모두를 병원비 모금 계획에 끌어들였다”고 애석해 했다. 포트워스 경찰은 살인 사건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아직 용의자로 체포한 사람은 없는데 경찰은 총 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해 심문했다. 하지만 당국은 아직 기소할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씨는 사고 당일 새벽 2시 30분 혼자 지프를 운전해 남쪽으로 뻗은 사우스 유니버시티 드라이브를 달려 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30번 주간고속도로 램프에 진입하려던 순간, 세단 승용차를 추돌했다. 세단에는 운전자와 두 승객이 타고 있었는데 모두 여성들이었다. 언쟁이 시작됐는데 이내 드잡이로 번졌고, 세단의 누군가가 도움을 청했는데 달려온 남성이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 포트워스 경찰은 총을 쏜 사람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수사 과정에 대해 어떤 정보도 배포하지 않고 있다. 밴과 다른 두 사람은 신씨가 만든 계정에 글을 올려 “‘진 신’(고인의 영어식 이름)은 환상적인 인간이었다. 환상적이란 단어를 썼는데 그저 관용적으로 꾸미는 표현이 아니라 고인을 묘사하기에 최고의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인은 최근에 가족 사업체로 가라오케 주점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부모와 두 여동생, 14세 딸, 여자친구를 유족으로 남겼다. 여동생 케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빠의 죽음은 너무 이르고 잘못된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그를 신랄하게 그리워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 “버러지” “얼마 받기에”… 영남의 진보·호남의 보수가 겪는 일상의 혐오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버러지” “얼마 받기에”… 영남의 진보·호남의 보수가 겪는 일상의 혐오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한국 사회에서 혐오는 더이상 특정 소수자 집단만 겪는 일이 아니다.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혐오 정서가 일상 전반에 퍼져 버린 탓이다. 피해 정도도 상당하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평범한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혐오 피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혐오의 고리를 끊지 못하면 그들이 겪는 고초는 언제든 내 이야기가 될 수 있다.특정 정당과 진영의 쏠림세가 심한 지역에서 반대 성향 활동을 하는 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예컨대 보수 성향이 짙은 대구·경북(TK)에서 진보 활동을 한다거나 진보세가 강한 호남에서 보수 정당 소속으로 뛰는 일이 그렇다. 일상적 혐오도 감내해야 한다. 대구 출신인 서창호(49)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는 30여년간 고향에서 인권·노동운동을 했다. 고교생 때 전국교사노동조합(전교조) 결성을 이유로 교사들이 무더기 해직된 것을 보고 노동권에 처음 관심을 가졌다.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진보 시민단체는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에게 눈엣가시다. 최근에는 그 거부감이 더 세졌다. 그는 지난달 대구시청 앞에서 시 규탄 시위를 준비하다가 제지당했다. 수많은 집회를 열어왔던 곳인데 최근 홍준표 시장이 이를 금지했다.서 활동가는 “다른 지자체에서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시정에 반영되는데 대구에서는 기본권인 집회조차 막히니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당선된 민선 대구시장 5명은 모두 보수성향이다. 현재 시의원의 97%(32명 중 31명)도 국민의힘 소속이다. 서 활동가는 사석에서 지인에게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버러지’라는 폭언을 듣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구 북구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에게 ‘탈레반을 지지하는 서창호’라는 공개적 혐오도 당했다. 개인을 겨냥한 혐오는 인권운동가의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다른 지역 활동가들이 “고생이 많다”며 건네는 위로에는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하지만 진보 정책을 두고 무작정 비난하는 건 견디기 어렵다. 예컨대 학생인권조례는 광역 지자체 17곳 중 7곳에서 제정됐지만, 대구에서는 논의조차 어렵다. 시 의회와 보수단체, 보수 성향의 시민들이 크게 반발해서다. 논의 과정에서 온갖 혐오 발언이 난무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괴롭다. 전남 화순군이 고향인 김용갑(55·건설업)씨는 평생 호남을 벗어난 적 없는 토박이다. 하지만 20년째 이방인으로 살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원(현 중앙위원회 연합회 전남회장)이기 때문이다. 김씨가 보수정당에 가입한 이유는 간단했다.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경쟁없이 공직선거에 당선되는 분위기가 지역 발전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공직 욕심은 없었기에 지금껏 공직 선거에 한번도 출마하지 않았다. 호남에서 보수당원으로 살다 보면 수시로 혐오와 마주한다. 식사 자리에서, 사우나에서, 체육관에서 불쑥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선거철에는 더하다. “얼마나 받기에 국민의힘을 위해 저 짓(선거운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보수당을 거들면서 호남에서 무슨 사업을 하겠다는 거냐”는 말까지 들었다. 가족들도 한때 “정당 활동을 그만하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지금은 김씨의 뜻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준다. 혐오표현의 피해자이지만 그는 호남인들의 반(反) 보수정당 성향을 이해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이 소외됐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면서 체화한 정서인 만큼 쉽게 설득하기 어렵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걸출한 인물이 민주당 소속이었기에 민심이 더 쏠렸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잘못한 건 인정하고, 틀린 사실 관계는 바로잡으며 주변을 이해시킨다. 김씨는 “지역 갈등뿐 아니라 세대·성별 갈등 등 국민 분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이 있다”면서 “모두가 수준 높은 정치를 해야 혐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호남 지역 청년층을 중심으로 정당보다 인물을 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했다. 성비가 크게 깨진 조직에서 일하는 소수자들도 곧잘 혐오의 대상이 된다. 정보기술(IT) 업체 여직원 김모(27)씨는 남초 직장에서 숱한 혐오·차별를 겪었다. 회사 직원 30여명 중 여성은 김씨를 포함해 단둘이다. 특히, 분위기가 풀어지는 회식 때는 혐오의 장이 열린다. 남직원들은 김씨를 향해 “어차피 애 낳으면 그만둘 건데 굳이 여자가 승진을 왜 해야 하느냐”는 말을 한다. 외모 지적은 남성 직원의 특권이다. ‘주름이 늘었다’, ‘피부에 탄력을 잃어 간다’는 등의 평가도 서슴치 않는다. 담배를 피울 때는 “여자는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담배가 웬 말이냐”라는 핀잔도 들었다. 배려를 가장한 혐오는 더 대응하기 어렵다. 사무직인 김씨는 일을 더 잘 이해하고 싶어 현장 근무를 자처했다. 하지만 김씨의 상급자는 “여자니까 위험하니 문서나 보라”며 거절했다. 배려로 포장했지만 성역할을 고정시한 명백한 차별이었다. 가끔씩 샤워를 마친 뒤 맨몸으로 나오는 남직원들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김씨는 “회사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지만 효과가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문제삼아봤자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니 그냥 참고 넘어간다”고 말했다. 어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도 언젠가부터 온라인에서 ‘맘충’(맘(mom)과 벌레충(蟲)을 합친 말)이라고 공공연히 멸시당한다. 모성과 아이를 동시에 혐오하는 감정은 익명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많은 엄마들이 현실에서 맞닥뜨린다.오은선(35)씨도 다섯살 배기 아이를 키우며 혐오를 적지 않게 겪었다. 지난 13일에는 동네 수영장에서 운동한 뒤 아이를 씻겨주며 일상적 대화를 하는데 누군가 들리게 말했다. “너무 시끄럽네. 조용히 좀 씻기지.” 돌아보니 한 중년 여성이 있었다. ‘나와 아이가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거구나.’ 오씨는 경험에 기대어 직감했다. 혐오 시선에 몇차례 부딪히고 나면 엄마들은 잔뜩 위축된다. 외식하려고 식당을 찾을 때는 ‘노키즈존’(영유아나 어린이의 동반입장을 불허하는 식당)은 아닌지 늘 살펴야 한다. 노키즈 식당에서 반려동물을 안고 있는 손님을 보면 ‘아이가 개보다 못한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혐오 당할 때마다 기록하고 있는 일기장은 금세 빼곡해졌다. 잠시 지냈던 캐나다에서는 아이와 함께 오면 서비스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덕담을 건넸던 기억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존을 아동 차별행위로 규정했다. 그러자 최근엔 ‘노 배드 패런츠 존’(No Bad Parents Zone)이라 써 붙인 상점이 늘었다.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거나 뛰어다니면 퇴장조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부모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언뜻 세련돼 보이지만 통제할 수 없는 아이들의 속성을 무시한 조치이기에 혐오 요소가 숨어 있다. 오씨는 “엄마들은 공공장소에서 비난 들어도 아이가 곁에 있으면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이 때문에 혐오하기 쉬운 상대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악플(악성 댓글)은 유명인만 귀롭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평범한 사람들을 겨냥하기도 한다. 음악가 이승빈(21)씨는 지난해 4월 ‘무지개 대한민국’이란 노래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그대와 내가 좋아하는 색이 달라도 서로 미워하지는 말자’는 노랫말처럼 혐오를 멈추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하지만 무지개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일부 보수 성향 네티즌들은 이씨를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남페미’(남성 페미니스트)라며 공격했다. 또, 진보 네티즌들은 음악의 배경 이미지에 태극기를 맨 남성이 있다며 이씨를 ‘태극기 세력’으로 규정했다. 각자 보고 싶은대로 보고 창작자를 모욕했다. 노래가 한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면서 악플이 1초에 4개씩 올라왔다. 이씨는 불면증과 우울증이 찾아와 정신건강의학과까지 다녔다. 혐오는 창작자가 자기검열하게 만들었다. 입대 청년의 애환을 담아 작사·작곡했던 노래는 아예 주제를 바꿔야 했다. 하지만 이씨는 “혐오 가해자를 혐오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혐오자들을 인터뷰를 해봤는데 그들도 나름대로 상처를 가진 사람들로 충분한 공감과 치유를 받지 못해 혐오감정이 심해진 것 같았다”고 이해했다. 실제로 이씨가 댓글을 통해 진정성있게 소통하다 보니 악플러들도 마음을 돌려 그를 응원했다. 일상의 혐오는 한 사람의 삶을 고통 속에 가둔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혐오 피해는 자존감을 낮출 뿐만 아니라 자신을 혐오하는 자기비하로 나아갈 위험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트라우마에 빠지지 않으려면 혐오와 차별당한 게 본인 탓이 아님을 주변에서 말해줘야 한다”고 했다.※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이주민 등 소수자 반복된 혐오… 다문화 고민 없는 배려, 상처 되기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10년째 끊이지 않는 악플에 고통직접 만난 악플러 “관심받으려고”이주민들 미움 안고 떠나니 문제아이들 학교선 다문화가정 놀려주말마다 역사 공부 도움 될지… 국회 4년간 보수·진보 모두 냉대정의당 입당 뒤 차별금지법 주장이민청 추진·인력난 해소 목소리국민통합위 참여해 통합안 모색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년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 온 혐오 댓글에 대한 의견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 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됐는데도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필리핀에서 태어난 이 전 의원은 한국인이다. 1995년 한국 남성과 결혼한 뒤 1998년 우리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이다. 2011년 서울시 이주여성 공무원 1호로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출연한 영화 ‘완득이’가 흥행하면서 주목받았다. 이때까지 여론은 그에게 온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국회의원이 되자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벌써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게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늘 비슷한 패턴이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다른 이주민들도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 콘텐츠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 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이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20여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예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걸 감안하면 ‘실제 혐오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겪은 일인데요. 초등학교 2학년 첫 수업 때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 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 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배려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그게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해 보지 않고 ‘다문화’라는 생각만 다들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 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 -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 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 [단독] 혐중 정서, 혐일 앞섰다… 가장 차별 느낀 건 베트남인

    [단독] 혐중 정서, 혐일 앞섰다… 가장 차별 느낀 건 베트남인

    한국에 체류한 중국인이 느낀 혐중(嫌中) 정서가 일본인이 느낀 혐일(嫌日) 정서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와 중국발 미세먼지 등 보건·환경 이슈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비롯한 안보 이슈가 맞물리면서 반중 감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결과는 서울신문 스콘랩이 17일 지식 콘텐츠 스타트업인 언더스코어와 함께 서울연구원의 ‘서울 서베이’ 조사 데이터를 분석해 얻었다. 서울연구원은 서울에서 3개월(91일) 이상 체류하는 만 20세 이상 외국인을 대상으로 차별 경험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매년 벌인다. 외국인 국적은 중국(교포 포함), 일본, 베트남, 미국·유럽, 대만, 기타 등 6개 유형으로 나눈다. 이번 분석은 10년치 서베이 결과(누적 응답자 총 2만 7557명)를 바탕으로 했다. ●日엔 역사 겨냥 차별만 표출될 뿐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은 최근 3년(2019~2021년)간 12.1%였다. 약 10년 전 조사(2011~2013년)에서는 5.5%였으니 6.6%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여기서 차별 경험이란 ▲거리·동네 ▲상점·음식점·은행 ▲공공기관 ▲직장 ▲집주인·공인중개업소 등 5개 장소에서 차별당한 적이 있는지 묻는 문항에 평균 3점(5점 척도) 이상을 준 응답자 비율을 뜻한다.눈에 띄는 건 중국인과 일본인이 느낀 차별 정도가 역전됐다는 점이다. 첫 3년(2011~2013년)간 일본인 중 3점 이상의 심한 차별을 경험한 응답자는 10.7%였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최근 3년간은 0%였다. 약한 혐오차별은 당했지만 예전처럼 극심한 차별에서는 벗어났다는 얘기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대우교수는 “한국에서 반일 감정은 보통 일본이라는 국가와 정부, 과거 역사 등을 겨냥해 표출될 뿐 일상생활에서는 잘 표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사드 등 반중 감정 치솟아 반면 중국인은 첫 3년간 2.9%만 차별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나 최근 3년간은 16.2%로 치솟았다.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는 “사회적으로 관찰되는 반중·반일정서의 역전이 실제 외국인들이 느끼는 차별 경험 정도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언더스코어가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함께 포털사이트(네이버·다음)의 댓글 작성자 2992명을 추적 조사해 보니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부터 중국 혐오 댓글이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증가했다. 반면 일본 혐오 댓글은 크게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최근 3년간 베트남인 편견 심각 최근 3년간 한국에서 지내며 가장 큰 차별을 느낀 건 중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베트남인이었다. 이 경향성은 한국어 능력, 직업, 성별 등을 통제하더라도 유지됐다. 베트남 결혼이주 1세대인 원옥금 이주민센터 동행 대표는 “‘베트남 이주 여성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등의 편견들이 겹겹이 쌓여 혐오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과 언더스코어가 분석한 내용은 이 링크(https://bit.ly/3K1i08H)를 통해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이주민·여성···중첩된 혐오 피해자 정치인 이자스민이 견딘 20년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 이주민 국회의원 1호 이자스민 인터뷰‘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끊이지 않는 혐오“2세들이 받을 상처가 가장 큰 걱정”‘임시 방패’ 차별금지법 제정해야‘내가 하는 말 차별인가?’ 조심했으면이주민이자 여성,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근 10년간 한국 사회에서 그만큼 모진 혐오와 차별을 견뎌온 사람이 또 있을까. 겹겹이 쌓인 소수자 정체성은 보수 정당에 속했던 과거에도, 진보 정당에 속한 현재도 그를 공격하는 꼬투리가 됐다. 전직 국회의원 이자스민(45) 얘기다. 그는 지난달 27일 윤석열정부의 대통령 직속 1호 위원회인 국민통합위원회의 사회·문화분과 위원으로 합류했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5회에서는 우리 사회의 대표적 혐오 피해자인 이 전 의원에게 지난 20여 년 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거듭된 혐오 앞에 좌절하기보다 약 245만 명(2022년 6월·법무부 기준)의 국내 체류 외국인과 한국 사회가 어떻게 공존할지 고민하느라 바빴다. 인터뷰는 17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 센터에서 진행했다. 그를 내내 괴롭혀온 혐오 댓글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너무 심한 악플(악성 댓글) 탓에 국회의원 시절 블로그 댓글 창을 닫은 적이 있었지요. “저는 악플 쓰는 사람들 입장도 궁금해서 다 읽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메일 한통이 왔어요. ‘의원님 활동을 응원하고 싶어 종종 블로그를 보는데 우리(이주민)를 대표하는 사람이 혐오와 비난을 당하는 게 마음 아파요. 더는 블로그를 못 볼 것 같아요’라는 내용이었죠. 이주민, 특히 그 2세들은 그런 댓글을 보며 ‘한국인들이 우리를 정말 미워하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깊은 후유증을 앓게 되죠. 악플 하나가 남기는 파장이 그만큼 큽니다.” 악플은 10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국민통합위에 합류한다는 기사에도 ‘불법체류자에 혜택 주자는 여자를 왜 좋은 자리에 앉히느냐’,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댓글이 달렸다. 그는 “아마 이 인터뷰 기사에도 같은 악플이 달릴 것”이라고 했다. -왜 유독 악플이 심할까요. “이유 없는 미움이야 없을 테지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각자 가진 상처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해요. 다만, 예전에 한 대학생이 저를 심하게 비난하는 글을 써서 제3자로부터 신고당한 일이 있었어요. 수사 과정에서 그 학생과 통화했는데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예상 못 한 답이 돌아왔죠. ‘블로그에 다른 글을 올리면 호응이 없는데 이자스민을 욕하면 관심 받는다’고요. 한편으론 안타까웠죠.” -국내 이주민이 자신들을 다룬 뉴스의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글도 찾아보나요. “당연하죠. 유학생이나 이주노동자처럼 언젠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미움을 안고 떠나는 게 문제죠. 한류가 외국에서 사랑받고 있지만 막상 살아본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한다면 국가적 위상도 떨어집니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음에도 차별받는 2세 중에는 사회를 원망하는 아이들이 있어요.”-20여 년간 이주민을 향한 혐오는 양상이 좀 달라졌나요? “여전히 어떠한 설명을 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아요. 아무리 설명을 해도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 왜 한국에서 그러느냐’라고만 말하죠. 어느 순간 부정적인 댓글이 대체로 ‘복붙(복사, 붙여넣기)’ 형태가 많은 거에요. 같은 사람들이 계속 여러 기사들에 읽지도 않고 똑같은 악플을 다는구나 싶었어요.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은 아닐까’하는 기대를 하기도 해요.” -한국에서 자녀를 키우며 상처받은 일은 없었나요.(이 전 의원은 아들(1996년생)과 딸(2000년생)을 둔 엄마다.) “잘못된 배려가 상처가 되기도 했어요. 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개학식에 갔는데 선생님이 출석 부르면서 ‘얘는 다문화 가정이니까 잘 지내라’라고 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친구들이 오히려 놀리더래요. 딸이 나중에 그러더라고요. ‘엄마,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선생님한테 말해줘’라고. 제 아들에게는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주말마다 경복궁 체험 등 역사 공부를 과하게 시키려고 했어요. 정말 필요한 도움인지 고민 없이 ‘다문화’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있는 거죠.” 그는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이주민 출신의 최초 국회의원. 보수정당의 깜짝 공천에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그때뿐이었다. 4년간의 의정 활동 내내 보수와 진보 구분없이 그를 냉대했다. 행동과 발언이 움츠러들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나?’ 싶었다. 2019년 11월,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입당한다. -정치와 거리를 두다가 정의당에 입당했는데요. “새누리당에서 국회의원이 된 건 당시 새누리당 빼고는 먼저 제의한 당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이주민 이슈는 당과 무관해요. 모든 당에 이주민 정치인이 있어야 합니다. 이주민 정책에 관심 있는 정치인은 없어요. 힘들고, 표가 안되니까요. 정의당이 소수자 문제에 강한 당이지만 (제가 입당하기 전) 이주민위원회도, 이주민을 위한 정책도 없었어요.”-정의당에 입당하자마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주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차별금지법은 임시방패 같은 거예요. 이 법이 생기면 누구나 ‘내가 하는 말이 차별인가?’하고 더 조심하게 되죠. 한국은 특히 외국인이나 성소수자에게 배타적이죠. 한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놀랐던 말이 ‘여기는 게이가 없어’였어요. 말이 되나요?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모든 사람의 성적 정체성을 존중해요. 외국을 보면 성소수자가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고 각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합니다. 각자 가진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는 게 국가의 의무죠.”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외국인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세력 모두 이 계획을 환영했다. 이민청 설립은 이 전 의원이 이미 6년 전 제안했던 정책이다. 그는 국민통합위에서 다문화·이주민 통합 방안을 모색한다. -국민통합위에 참여했는데 목표가 있나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주민 정책이 달라져요. 장기 계획을 갖고 체계적 정책을 세우기 어렵죠. 우리 사회는 이미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해 조만간 인력 부족을 겪게 될 겁니다. 특히, 박사급 인력은 많은데 수출기업 공장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하죠. 이 문제의 답이 이주민에게 있어요. 정부는 ‘어떤 이주민을, 얼마나, 어떻게 데려와 어떤 일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만 고민하면 돼요. 법무부가 이민청 설립을 하겠다고 해서 기대되는데 제 생각을 잘 전하려고 해요.” 이 전 의원은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며 인터뷰 끝에 가해자가 중국 동포인 범죄 기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언론은 가해자가 중국 동포일 때 꼭 제목에 ‘조선족 출신’을 붙이더라고요. 그 자체가 ‘우리’와 ‘남’을 나누는 거잖아요. 이런 관례에 익숙해져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스콘랩
  • ‘인권감수성 향상’ 앞장서는 영등포…찾아가는 인권교육 운영

    ‘인권감수성 향상’ 앞장서는 영등포…찾아가는 인권교육 운영

    서울 영등포구가 인권 감수성 함양을 위한 ‘찾아가는 인권교육’을 실시한다고 17일 밝혔다. ‘찾아가는 인권교육’은 관내 단체와 사업장, 사회복지시설에 전문 강사가 직접 방문하여 종사자 및 이용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의 접근성과 학습 편의를 높여 구민의 인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제고하려는 취지다. 구는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교육을 축소 운영했으나, 올해는 인권 학습에 대한 수요 증가를 반영해 회차를 늘리고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교육은 오는 11월까지 여성늘품센터, 지역아동센터, 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보호시설 등에서 시설별 2시간씩 총 12회 운영된다. 시설 종사자 및 이용자 등 270여명을 대상으로 여성, 아동, 장애인 등 복지현장 속 인권에 대해 교육 대상자별 맞춤형 인권교육이 이뤄질 예정이다. 주요 교육 내용은 ▲인권에 대한 이해 ▲인권감수성 훈련 ▲인권침해 사례 및 예방 ▲시설 종사자 및 이용자의 인권보호 방안 등이다. 이번 교육은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해 대면과 비대면 방식으로 병행 운영된다. 대면 교육은 강사, 참여자 간 상호 교감 및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비대면 교육을 희망한 경우 줌을 활용한 실시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한편 지난 7월 29일에는 지역 인권 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하는 ‘영등포구 구민인권지킴이단’을 대상으로 1회차 교육이 진행됐다. 이날 교육에는 한국힐링인권교육연구소의 김태희 대표가 강사로 나서 ‘삶 속에 인권감수성 향상’을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모두의 인권이 차별 없이 존중받는 영등포구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인권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 2회 남긴 ‘우영우’, 판타지로 메시지…“자폐 알린 점 높이 평가”

    2회 남긴 ‘우영우’, 판타지로 메시지…“자폐 알린 점 높이 평가”

    ‘우영우’, 무엇을 남겼나사회적 약자 조명부터주변인 다루며 현실적 시선 그려최고 인기 드라마로 종영까지 2차례 방영만 남겨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는 시청자들에게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며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방송가에서는 ‘우영우’가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린 이유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 존재하지만 들춰보지 않은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공감을 샀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본 바탕은 법정물인 ‘우영우’는 에피소드마다 여성, 어린이, 영세업자, 성소수자,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또 천연기념물 지정, 문화재관람료 폐지 등의 사건을 다뤘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천재적 두뇌를 동시에 가진 주인공 우영우(박은빈 분)와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권민우(주종혁)를 통해서는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 잊고 있던 가치 향한 시선 ‘우영우’는 우리 사회가 잊고 있는 가치를 조명했다. 1회에서는 치매 남편을 돌보다가 순간적으로 폭력을 행한 70대 부인 사건을 통해 가족에게만 맡겨진 노인 돌봄의 현실을 짚었다. 폭언을 일삼는 남편을 홀로 돌보는 노인이 참다못해 울분을 토하는 장면은 초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지만, 돌봄에 대한 부담을 개인에 전가하는 현실을 조명했다. 7·8회에서는 마을 한가운데 도로가 놓이게 된 소덕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무형의 아름다움을 지닌 마을 가치를 전했다. 마을 중앙을 지키는 당산나무인 팽나무는 화제가 됐다. 12회에서는 교묘하게 여직원들에게 사직을 권고한 사건을 소재로 해 여성 차별 이슈를 다뤘다. 1999년 ‘농협 사내 부부 해고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에피소드는 업무 능력과 별개로 내조를 강요받은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 “우영우는 약자가 아니다” 동료 변호사 최수연과 권민우는 사회를 살아가며 마주하는 인물로 나온다. 최수연은 ‘봄날의 햇살’이란 별명처럼 우영우가 회전문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문을 잡고, 재료가 눈에 보이는 김밥만 먹길 고집하는 우영우에게 구내식당에 김밥이 나오는 날을 공유한다. 다만 그가 오지랖 넓고 마냥 약자를 배려하는 인물은 아니다. 어설픈 모습이 안쓰러워서 도와주다 보면 우영우는 1등을 하고, 자신은 뒤처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반면 ‘권모술수 권민우’란 별명을 가진 권민우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우영우를 질투하며, 우영우가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 자폐 사회적 관심 상승 드라마를 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당사자, 가족 사이서도 여러 반응이 나왔다. 지나치게 허구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자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리고 인식을 개선했다는 점이 호평받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폐인이 위험하고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란 점을 알린 측면에서 높이 평가한다”, “자폐 아들을 키우는데 드라마 시작하고부터는 측은하다는 시선이 덜하다”는 등의 반응이 눈에 띈다. 극중 우영우는 “저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어 여러분이 보기에 말이 어눌하고 행동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라고 담담하게 자폐를 설명한다. 자폐인의 특징을 반영해 헤드폰을 쓰고 출퇴근을 하고, 속 재료를 확인할 수 있는 김밥만 먹고, 고래에 대한 집착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모습도 표현했다.
  • 현빈·공유는 없었다…CNN “외국여성들, 한국남성에 실망”

    현빈·공유는 없었다…CNN “외국여성들, 한국남성에 실망”

    외신이 조명한 ‘K-콘텐츠 열풍’ 이면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에 빠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여성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현실에서 마주한 한국 남성들은 환상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CNN은 15일(현지시간) 한국 남성과의 로맨스를 꿈꾸며 한국으로 향했다가 잇달아 실망하고 마는 서양 여성들에 대해 보도했다. 미국 블루밍턴의 인디애나대학교에서 한국의 성별과 인종 정치학 박사후과정을 밟고 있는 이민주 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그 근거로 했다. 2005년 230만명이었던 여성 관광객의 수는 K-드라마 열풍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2019년 1000만 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2005년 290만명에서 2019년 670만명이 된 남성 관광객의 수와 비교했을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 연구원은 서울에 위치한 외국인 숙박업소에서 관광지를 둘러보는 대신 호스텔에서 한국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20대 여성들의 특성을 발견했다. 8개의 숙소를 방문하며 123명의 여성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주로 북미와 유럽 출신으로 낮에는 숙소에서 한국 드라마 등을 시청하다가 해가 지면 외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구원은 이러한 경향을 ‘넷플릭스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로 방영된 ‘사랑의 불시착’, ‘도깨비’ 등 한국 드라마를 보고 남자 주인공의 아름다운 얼굴과 조각 같은 몸에 매료된 이들이 사랑을 찾아 한국 여행길에 올랐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국제커플’로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의 인기 또한 여성 관광객 증가의 요인으로 보았다.“드라마와 다른 한국남성 모습 실망” 이 연구원은 “성관계 위주의 데이트 문화가 강조되는 서양과 달리, 이들은 낭만적이고 인내심 강하며 예의 바른 드라마 속 한국 남성의 모습에 반했다”며 “인터뷰에 응한 서양인 여성 관광객들은 한국 남성들이 교양 있고 낭만적이며, 다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K-POP과 한국 TV쇼에 대한 관심이 커 지난해 부산으로 온 모로코 출신 학생 미나(20)는 “TV에서 본 한국 남성들은 잘생기고, 여성을 보호해주는 부유한 남성으로 묘사돼 존경스러웠다”면서 “하지만 밤거리에서 자기 몸을 더듬고 가볍게 대하는 한국 남성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남성도 똑같은 남성이고, 사람들은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것 같다”며 “이후로는 한국 TV 쇼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더는 한국 남성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 출신의 영어 교사 콴드라 무어(27)도 2017년 서울에 와서 데이트 앱과 나이트클럽 등에서 여러 한국 남성을 만나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아프리카로 돌아가라’ 등 인종차별적 발언을 듣고, “많은 한국 남성들이 오로지 성관계에만 관심이 있어 보이는 등 외국인 여성을 상대적으로 더 가볍게 대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민주 연구원은 한국 내 외국인 여성들의 입지가 작은 만큼, 일부 남성들이 그들을 더욱 무례하게 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이와 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외국인 여성들을 이야기하며, 이상적인 남자를 찾지 못한 것을 본인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원 또한 “그(여성 관광객)들은 이상적인 관계가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고 전했다.
  •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재난도 격차따라”…폭우로 희생된 취약계층 추모분향소에 시민 발길

    최근 수도권 집중호우 피해가 반지하에 사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집중되면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약자를 가장 먼저 희생시키는 불평등한 재난 사회를 해결하라고 요구가 나왔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주거권네트워크 등 177개 단체는 16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의 불평등한 고통 분담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폭우참사로 희생된 주거취약계층·발달장애인·빈곤층·노동자 추모공동행동’을 결성해 23일까지 활동한다. 추모행동 측은 “수해로 집에서 희생된 두 가족 모두 반지하에 살고 있었고 발달장애인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있는 여성 가족이었다”면서 “서울시는 반지하 금지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조차 의심스러울 뿐더러 주거취약계층에게 더 나은 주택을 보장하기 위한 대안이 담겨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에서 약자로 사는 것도 서러운데 대한민국에서는 재난이 올 때마다 이렇게 최약체가 희생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모행동 측은 회견을 마친 뒤 서울시의회 청사 앞에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 안에는 신림동 40대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동작구에서 희생된 50대 발달장애인의 영정 그림이 걸렸다. 현수막과 함께 “불평등이 재난이다”, “폭우참사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고 적힌 피켓도 곳곳에 붙었다. 분향소에는 국화를 헌화하고 향을 피우며 고인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을 찾은 이모씨는 방명록에 “잊지 않겠습니다 불평등 재난이 사라질 수 있도록 행동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모행동은 19일 분향소 앞에서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 [여기는 중국] 넷플릭스에 속지마라?...中언론 “한국男 현실은 달라”

    [여기는 중국] 넷플릭스에 속지마라?...中언론 “한국男 현실은 달라”

    일명 K드라마로 불리며 전세계 한류 문화 열풍을 이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속의 한국인 남자의 이미지가 사실과 다른 허구에 기초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관찰자망은 ‘넷플릭스 등 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된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서방 국가의 여성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한국인 남성의 섬세하고 로맨틱한 허구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그 이미지 덕분에 한국을 찾는 서방 국가 여성들의 사례가 급증한 반면 현실과의 괴리로 실망한 사례도 다수’라고 16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근 미국 매체 CNN의 보도 내용을 인용해 ‘한국 드라마 속 한국 남성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서방 국가 여성들을 매료시켰고, 이로 인해 서구 여성들이 한국을 찾게 하는 일종의 나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다수의 사례에서 실제로 한국 남성을 만나 교제했던 서양 국가 여성들이 만족하지 못했으며, 실제 한국 남성은 한국 드라마가 묘사한 것처럼 완벽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는 점에 주목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 매체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번지기 이전이었던 지난 2019년 기준, 약 1천만 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을 방문한 반면 외국인 남성의 한국 방문 건수는 단 670만 명으로 절반 수준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 2005년 약 230만 명의 외국인 여성이 한국을 찾았으며, 같은 해 290만 명의 외국인 남성들이 한국을 방문했던 것과 크게 달라진 분위기라는 것.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 드라마 속 한국인 남성들의 섬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가 외국인 여성들에게 한국을 찾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는 25세 영국 국적의 여성 S씨의 사례를 들었다.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시청한 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 여성은 “한국 남성들은 신사처럼 예의가 바르고 매력적이며 동화 속의 기사도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느낀다”면서 “한국 남성들이 옷차림 등 외모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외국인 여성들이 느끼는 한국 남성의 매력을 배가 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고 했다.  S씨는 이어 “영국에서는 (내가)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한국에 왔더니 달랐다”면서 “한국에서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각별히 더 신경 써주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지난해 부산을 찾았다는 모로코 출신의 20세 여성 M씨 역시 한류 문화를 접한 뒤 한국을 방문한 사례자 중 한 사람이다.  하지만 M씨는 “한국 드라마 속 한국인 남성의 모습은 외모도 우수하고 경제적으로도 넉넉해 여성을 기꺼이 보호하는 사람으로 묘사돼 있지만 여행 중 무례한 발언을 한 남성을 목격한 적이 있다”면서 “일부의 한국인 남성들은 외국인 여성이 개방적일 것이라 생각한 채 무례하게 접근했다. 일부는 내게 아프리카로 돌아가라고 발언하는 등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였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소식이 중국 현지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누리꾼들은 한국 드라마를 포함한 한류 문화에 대해 “한류는 거짓을 기반으로 발전했다”면서 “중국의 대중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파급력을 가지기 위해 더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한류처럼 거짓에 기초하지는 않았다”고 깎아내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몇 년 전 다수의 중국인들이 한국 드라마 속 한국인의 이미지를 상상하고 한국을 방문했지만, 드라마와 현실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한 사례가 대부분이었다”면서 “한국의 거리에서 마주친 한국인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전혀 다르다. 그들은 전세계를 기만하고 있다”고 비난 일색의 반응을 보였다.
  • ‘범 내려오고 대취타 울리는’ 한국음악의 저력 오롯이 돌아본 책

    ‘범 내려오고 대취타 울리는’ 한국음악의 저력 오롯이 돌아본 책

    문득 돌아보니 익숙한 듯 하면서도 낮선 우리 음악의 멜로디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판소리 수궁가의 ‘범 내려온다’ 대목이 대선 프로그램의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가 하면, 세계가 귀 기울이는 방탄소년단(BTS)의 멤버인 슈가는 조선 왕실의 행진음악인 대취타를 편곡해 지난 5월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에 오르고 영국 오피셜 차트에도 올랐다. 소수의 마니아층만 즐기던 국악이 영화, 드라마 음악에 사용되고, 이런 국악의 인기는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풍류대장’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펼쳐지는 전통음악의 의미 있는 변신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 출간됐다. 음악인류학 박사로 전통예술과 음악, 여행, 그리고 인문학에 대한 비평과 저술을 활발히 이어가는 음악평론가 현경채의 새 책 ‘오늘, 우리의 한국음악’이다. 평론가 겸 연출가 윤중강은 “음악인류학자의 시선과 음악평론가의 안목이 아름답게 공존하고 있다. 한국음악이 어떻게 ‘세계음악’이 되어 가고 있는지 그 해답을 행간에서 제시하는 책”이라고 반겼다. 사람들은 요즘 국악이 힙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어느날 젊은이들이 힙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전통음악의 뿌리에 힙한 구석이 있었음을 살펴본 책이다. 선입견 뒤에 놓인 국악 이야기를 당당하고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거문고 연주자이면서 서울대 교수, ACC월드뮤직축제 예술감독인 허윤정은 “현상으로 다가온 국악의 본질을 알게 해 주는 책”이라고 짚었다. 간략히 책을 들춰보자. <범 내려온다>는 판소리 수궁가에서 나오는 노래다. 토끼를 찾으러 차가운 물을 헤엄쳐 온 힘을 다 써버린 별주부 자라는 마침내 저 멀리에서 토끼를 발견한다. 그런데 ‘토 선생’하고 부른다는 게 그만 힘이 빠져 ‘호 선생’으로 발음이 새버린다. 자신을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은 호랑이가 몸에 좋다는 자라로 만든 용봉탕을 먹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 한달음에 산을 내달리는 모습이 노랫말에 담겼다. 17쪽 [조선 팔도가 들썩들썩,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 2015년부터 독자적으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나래는 철저하게 유교의식을 기반으로 한 음악 장르 ‘판소리’에서 여성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작품으로 만들었다. 전통 판소리에서도 스승에게 배운 것만을 노래하지는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장기를 잘 담아내는 부분을 직접 만들어 기존 판소리에 첨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판소리 소리꾼들의 작가주의 정신은 오랜 전통이다. 59쪽 [그때, 옹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이나래의 <옹녀>] 경기굿으로 판을 벌린 신승태의 <마이뇨 - 뒷전거리편> 공연으로 가보자. 마이-뇨Mi-nyo는 민요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소리꾼 신승태만의 장르이다. 여기서 말하는 ‘뒷전’은 시간상으로 본식인 열두거리의 굿이 끝난 후를 의미한다. 즉, 손님들이 다 돌아가고 나서 굿판에 놀러 온 사연 많은 각종 잡신을 위한 애프터 파티인 셈이다. 그래서 뒷전거리는 조금 더 사적이고 직설적이다. 109쪽 [경기굿으로 한판 놀아보자 신승태의 <마이뇨 ? 뒷전거리편>] 불 아니 땔지라도 저절로 익는 솥과 여물을 먹이지 않아도 잘 걷는 말과 길쌈 잘하는 기생첩과 술 샘솟는 주전자 등 이 다섯 가지를 가진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는 노랫말은 해파리의 몽환적인 보컬과 신시사이저가 만나 그루브를 낳으며 <부러울 것이 없어라>로 재탄생했다. ‘술 샘솟는 주전자와 명품 운동화가 가득 담긴 신발장을 갖고 싶다’는 혜원의 바람과 늙지 않았으면 하는 민희의 소원을 담은 현대적인 내용이 돋보인다. 173쪽 [정가의 새로운 변신 - 해파리의 <부러울 것이 없어라>] <종묘제례악> 전곡을 감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일단 <희문>에 집중해 보자. 보태평의 첫 번째 곡인 희문은 참으로 쓰임이 많은 곡이다. 조상의 혼백을 맞이하는 영신례에서도 연주되고, 폐백을 올리는 전폐례에서도 연주 되며,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초헌례에서도 연주된다. 2분 10초 길이의 <희문>을 네 배나 느린 템포로 연주하여 9분여 길이로 된 음악이 바로 <전폐희문>인데, 귀로 들었을 때는 원곡과 다른 음악으로 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느리게 연주되는 속도감 안에서 밀도와 장엄함이 더해져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204쪽 [<종묘제례악>은 누가 만들었을까?]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힙합과 국악이 만나 뜻밖의 조화를 이룬 경우가 있어 흥미롭다. 힙합과 국악이 만나 새로운 음악을 만든다는 시도의 차원을 넘어서 한국의 전통적인 곡조와 노랫말을 응용한 한국적인 힙합이 가요 순위 프로그램 의 차트에 오르기는 신기한 경험은 슈가의 <대취타>로 방점을 찍었지만, 힙합과 국악이 만난 첫 번째 시도는 황병기가 작곡한 <아이보개>의 가야금 선율을 샘플링해 자신의 힙합 음악 속으로 사용한 가수 원선OneSun의 <서사>라는 음악이다. 277~278쪽 [힙합hiphop과 국악]현경채 평론가는 여행을 통해 나라의 가치는 독창성으로 만들어지며, 특히 차별된 음악 문화는 그 나라의 경쟁력임을 길 위에서 체감했다. 한국음악의 변화 흐름을 공연 현장의 최전선에서 함께하며 대학에서는 한국음악과 아시아음악 전문가로 강의하고, 정부의 국악 정책 자문·심의위원으로 참여한다. 국악방송 FM국악당 진행자, 이데일리문화대상 심사위원, ACC월드뮤직축제 자문위원, 서울문화재단 기금심의 평가위원, 한양대학교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국립국악고등학교에서 가야금을 배웠고,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국악작곡과 이론을 전공했다. 대만 국립사범대학에서 민족음악학 석사학위를, 한양대학교에서 음악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장과 2장에서는 우리에게 친숙한 판소리와 아리랑을 마중물로 두고, 창극과 각 지방의 민요까지 들을거리를 확장한다. 3장에서는 무속음악, 시나위와 산조, 사물놀이를, 4장에서는 정가와 가사, 그리고 왕실 음악을 순서대로 담았다. 단어로만 접하던 한국음악의 큼직한 갈래를 마음 가는 곳부터 펼쳐 읽어보자. 책에 QR 코드가 있어 오늘을 대표하는 우리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판소리와 EDM의 만남, 무당의 굿 노래와 흑인노래의 콜라보레이션은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오늘날 국악판에서 이미 일어난 일이다. 차곡하게 쌓은 국악의 순수 예술 영역을 기반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일구며 판을 확장해온 이들이 꾸준히 고민하며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온 것이 이제 물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음악을 살피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한국음악이 품은 미래는 더욱 다채롭게 멀리 뻗어나갈 것”이라고 단언한다. 들어가는 말에 저자가 국악고에 진학하게 된 과정, 국악인이 아니라 우리 음악 평론가로 살아간 과정, 책을 쓰는 과정에 겪은 이들, 후배들에게 앞으로의 10년을 맡기는 심경 등도 흥미롭다.
  • “성범죄 처벌엔 관용 없다”…中당국, 100일 만에 3만 명 이상 체포

    “성범죄 처벌엔 관용 없다”…中당국, 100일 만에 3만 명 이상 체포

    중국이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처벌을 강화해 데이트 성폭력과 온라인 성범죄 등 성범죄와의 전쟁에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중국 공안부 당위원회 위원이자 부부장인 두항웨이는 최근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특별조치 추진회의를 개최해 일명 ‘100일 작전’으로 불리는 성범죄 방범 특별 강화 행동으로 총 2만 8000 건의 성폭력 범죄 사건을 해결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펑파이신원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지난 4월 시작된 약 100일간의 성폭력 범죄 집중 수사 기간 동안 검찰청, 법원, 교육기관, 여성연맹 등과 연계해 총 3만 2000명의 성범죄 용의자를 체포해 처벌하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중국 공안부는 성범죄 단서 발굴에 집중, 적시에 공안부 경찰 인력을 대규모로 투입하는 등 무관용 처벌 원칙을 고수했다.  특히 데이트 성폭력, 미성년자 성폭행, 온라인을 통한 성폭력 범죄 등에 대해 광범위한 단서 수집을 위해 대규모 경찰 수사 인력을 투입했고 그동안 중국 성범죄 수사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피해자 개인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2차 가해를 입혔던 피해자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피해자 정보 보호에 공안 당국이 개입해 철저한 보안 수사를 진행하는 등 사건 처리 절차를 표준화했다.  당국은 사건 수사 시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법률 지원과 심리 상담 등 연관 부서와 협력을 강화, 포괄적인 책임을 준수했다는 자체 평가도 내놓았다. 이번 중국 공안부의 대대적인 성범죄자 체포 작전은 중국 최고의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의 성폭력 범죄 무관용 처벌 원칙 선언의 일환에서 실행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월, 중국 장쑤성의 한 마을에서 목에 쇠사슬이 묶인 채 가축 헛간에서 발견된 여성 사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중국 당국과 공안부에 대한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진 바 있다.  당시 쇠사슬에 묶인 채 20년 동안 8명의 자녀를 강제 출산해야 했던 피해 여성이 과거 매매혼을 당한 성범죄 피해자라는 사실까지 추가 공개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특히 이 사건은 중국 내 뿌리 깊은 성범죄와 이를 부부 간의 사적인 영역으로 여겨 공안부의 개입을 꺼렸던 중국 사회의 고질적인 성차별 문제 등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내는 계기가 됐는 평가다.  2013년 유엔(UN)이 중국 중부의 한 지역에서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남성이 배우자에게 물리적 혹은 성적 폭력을 가한 적 있다고 시인했다.  또,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아내에게 폭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비슷했을 정도로 그간 중국에는 뿌리 깊은 성차별과 성폭력이 도사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더욱이 중국에서는 2016년이 돼서야 가정폭력을 범죄로 규정해 처벌을 법규화한 바 있다.  한편, 중국 당국은 매매혼 등이 잦은 지역을 대상으로 결혼 허가증을 철저히 관리해 인신매매 범죄를 단속하고, 야간 순찰 인력을 2배로 늘리는 등 구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여성보호법과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무관용 처벌 원칙을 강화해 여성 인권의 합법적인 권리 보호를 약속했다. 
  • [열린세상] 자연스럽고 당연한/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열린세상] 자연스럽고 당연한/조이한 아트에세이스트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19세기 말 북유럽 여성 예술가의 작품을 원화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시간강사이고 잘 팔리지 않는 책을 쓰는 작가로서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북유럽 여행을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 일이 가능하게 된 건 우연한 시도 덕분이다. 뭐라도 해 보자는 심정으로 북유럽 4개국의 대사관에 메일을 썼다. 목적을 설명하고 자료를 모아 책을 쓸 계획임을 밝히면서 작품을 보기 위해 여행을 해야겠는데 여행비를 보조해 줄 수 있겠느냐는 내용이었다. 메일에 답이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답이 왔다. 그들은 첨부한 지원 서류를 작성해서 보내라고 했다. 서류는 복잡했고 내용을 자세히 써야 했다. 남이 볼까 민망한 영어 실력으로 일주일에 걸쳐서 힘겹게 서류를 채워 나갔다. 공관 서류 언어는 한국어로도 힘든데 영어로 된 서류는 외계어 같았다. 번역기를 돌려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여러 사람에게 물어 가며 한 칸씩 채워 나갔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내가 하려는 내용과 계획에 대해서는 세세하게 적어야 했지만, 개인 신상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생년월일, 성별, 학력을 기재하는 칸이 아예 없었다.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나이나 젠더, 학력으로 사람을 차별하거나 평가하지 않겠다는 의도일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 대사관에 메일을 쓰기 전 한국에서 지원받을 곳을 먼저 찾았다. 몇 군데 가능한 기관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아예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다. 그간 내가 했던 연구나 저술 경력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원 자격에서 박사 학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사람을 걸러내는 일차 기준은 학위였다. 그렇게 몇 군데서 실망하고 포기하려던 차에 별 기대 없이 쓴 메일에 답을 받은 거였다. 비록 연구 여행 비용 전체는 아니지만, 여행 계획을 실현할 수 있는 결정적이고 중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40일간의 긴 일정을 짰고 올해 6월 26일부터 8월 4일까지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의 수도와 주요 도시 몇 곳의 커다란 미술관 대부분을 방문할 수 있었다. 보고 싶었던 미술 작품을 실제로 본 것이 가장 커다란 성과지만 성평등 부분에서 선두를 달린다는 그곳의 일상을 부분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는 점도 중요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우습게도 화장실이다. 대부분의 미술관과 도서관 화장실에 성별 구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스톡홀름의 국립 미술관 화장실이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아이콘으로 다양한 젠더를 표시해 놓은 표지판이 있다. 표시는 다섯 개지만 실은 그런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내가 서 있는 화장실에서 남자가 나오는 일이 드물지 않아 처음엔 놀랍고 어색했지만 곧 익숙해졌다. 그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남성이 서서 싸면서 화장실을 무참히 더럽히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인상적인 일은 공공장소에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을 본 일이다. 마치 누군가 내게 보여 주려고 계획이라도 한 것처럼 한 나라에 한 명씩, 한 번은 지하철 안에서, 두 번은 미술관, 또 한 번은 도서관 안에서였다. 아이가 칭얼대자 그들은 아이를 안고 자연스럽게 젖을 먹였다. 어떤 이는 손수건을 꺼내 가슴께를 가렸지만 아무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고, 딱히 시선을 의식하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여성이나 남성의 몸이 차별적인 시선에 놓이지 않는 사회, 엄마가 당당하게 아이에게 젖을 주는 사회, 화장실이 공포스럽지 않은 사회, 그건 자연스럽고 당연한 사회가 아닌가.
  • [단독]여성엔 화풀이, 다문화엔 욕설… 공포·편견에 쫓겨 신고도 못한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단독]여성엔 화풀이, 다문화엔 욕설… 공포·편견에 쫓겨 신고도 못한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혐오는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와 같다. 마음속에 잠복해 있다가 경제 위기나 전염병 유행, 사회 불만 등과 맞물려 불안감이 커지면 밖으로 터져 나온다. 원망할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혐오 감정은 그렇게 모욕이나 명예훼손, 폭행, 협박 등의 범죄로 이어진다. 김다은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혐오가 마음을 뚫고 나와 형사 처벌을 받는 수준의 언어나 물리적 폭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의 방역망을 제때 구축하지 않으면 관련 범죄가 더 늘어나고 과격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4회에서는 최근 2년간 발생한 국내 혐오(증오)범죄를 유형별로 나누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살펴봤다. 2020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경남 창원시의 성산·의창구 일대 여성들은 공포에 떨었다. 정체불명의 남성이 여성만 상대로 성추행과 폭행, 음란행위 등을 벌였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A(33)씨였다. 그는 2020년 8월 전혀 모르는 여성 4명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고, 이듬해 2월에는 길을 걷던 여성들에게 커피가 든 플라스틱 컵을 던지거나 침을 뱉었다. 3월에는 거리를 지나는 여성 앞에서 자위 행위를 했다. 피해 여성은 모두 23명이나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모두 젊은 여성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외에도 젊은 여성을 상대로 폭행·상해 범행을 저질러 벌금형을 받았다”면서 “여성에 대한 주관적 혐오나 적대감을 핑계로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반복적 범행을 한 만큼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처럼 혐오 가해자는 사회적 입지가 취약하거나 물리적 힘이 약한 이들을 범행 표적으로 삼는다. 종종 전문가들조차 묻지마 범죄와 혐오범죄를 같은 현상처럼 생각하지만 결이 다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혐오범죄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이 범행 동기지만, 묻지마 범죄는 사회를 향한 분노가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은 ‘보복형’ ‘사명감형’ 10일 서울신문 스콘랩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8월 현재까지 법원 판결문과 언론 보도 등에서 찾아낸 혐오범죄 24건의 피해자들이 어떤 심리를 가진 가해자들로부터 피해를 당했는지 분석했다. 우선 여성 피해자의 경우 남성 가해자의 보복 심리가 범행 원인이었던 사례가 많았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일면식조차 없었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이 됐다. 2021년 6월 발생한 서울 성북구 여성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인 B씨는 그해 5월 여자친구와 다투고 헤어진 뒤 여성에 대한 증오가 쌓였다. ‘아무 여성에게나 화풀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2주 뒤 전혀 모르는 20대 여성을 쫓아가 목을 조르며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간 뒤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자 얼굴도 수차례 때렸다. 2020년 10월 18일 새벽, 경남 김해에서는 남성 C씨가 여성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20대 여성 2명을 승용차로 들이받았다. 이후 넘어진 피해자에게 “괜찮으시냐. 병원에 데려다주겠다”며 다가가 수차례 때렸다. C씨는 같은 날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또 다른 20대 여성의 목을 감싼 뒤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성소수자는 잘못된 사명감을 가진 이들에게 범죄 피해를 주로 당했다. 이 가해자들은 ‘확신범’으로 외국에서는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본다. 2021년 4월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태양 미래당 후보의 벽보가 찢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현수막에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가해자 D씨는 수사 과정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공약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범행을 정당화했다. 종교적 신념에 기대어 다른 종교에 대한 혐오를 표출한 범죄도 있었다. 2020년 8월 경기 남양주의 사찰 수진사 종각에 불을 지른 기독교 전도사 E씨는 범행 도중 “할렐루야”라고 외쳤다. 그는 법정에서 복음(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하나님이 불을 지르라고 하면 또 지를 것”이라고 했다. E씨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외국인 노동자 등 이주민은 주로 가해자의 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범죄 표적이 된다. 홍 교수는 “혐오가 가장 불붙기 쉬운 상황은 가해자가 피해 대상 탓에 자신의 안전 또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받는다고 느낄 때”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이주민을 ‘바이러스 전파자’로 몰아붙인 일이 있었다. 안전을 위협받는다고 느껴 혐오한 사례다. 2020년 10월 김모씨가 겪은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는 한밤에 남편과 편의점 앞을 지나던 중 “야, 코로나!”라는 모욕적 발언을 들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주민 2세였다. 남편이 가해자인 50대 남성 2명에게 항의하자 가해자들은 “이런 싸가지들, 얘들 불법체류자 아냐?”라며 재차 멸시했다. 가해 남성들은 모욕죄로 각각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국내 혐오범죄는 암수범죄 많아 혐오범죄는 특성상 암수범죄(신고하지 않아 수사당국이 인지하지 못한 사건)가 많다. 실제 사건 수는 판결문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피해자 중에는 자신의 형편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이들도 있다. 예컨대 이주민은 말이 통하지 않아 피해 입증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고를 포기하기도 한다. 성소수자도 자신의 성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범죄 피해를 당했음에도 경찰서를 찾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현서 법무법인 화우 공익재단 변호사는 “이주민이 모멸적 발언을 정확히 알아듣지는 못해도 상대의 표정 등으로 자신이 혐오받고 있음을 느끼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국내 수사·사법 기관은 매년 혐오범죄가 몇 건이나 발생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수사 때 혐오가 범죄 동기로 작용했는지 조사할 의무도 없다. 2016년 이종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오범죄 통계법안을 발의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철회했다. 동성애를 비난하는 종교 단체가 “통계 수집 행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징검다리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서다. 반면 혐오범죄의 위험성을 인지한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범행 동기를 파악해 통계화한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과 통계청 등 두 기관이 혐오범죄 통계를 수집한다. 또 비영리단체인 ‘STOP AAPI HATE’는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광범위하게 퍼진 아시아인 혐오범죄의 실태를 파악했는데, 2년간(2020년 3월~2022년 3월) 1만 1467건에 달했다. 이런 통계를 바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법 집행 기관이 혐오범죄에 적극 대응하도록 하는 코로나19 혐오범죄 방지법에 서명했다. 우리 경찰청도 올해 여성 대상 폭력을 위주로 범죄 통계 고도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 동기에 혐오를 포함시키는 안은 빠졌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구제 등을 위해 혐오범죄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특히 혐오범죄는 다른 범죄와 비교해 심각한 부상을 가져올 확률이 약 3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집단에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동질감이나 공감을 느끼지 못하기에 가해자의 폭력성이 더 크게 터져 나온다”면서 “외국에서는 2명 이상의 가해자가 함께 혐오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많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도 외국처럼 집단 간 갈등이 매우 커지고 있기에 혐오범죄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 [단독]“돌팔이 조선족”… 혐오범죄, 판검사만 모른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단독]“돌팔이 조선족”… 혐오범죄, 판검사만 모른다[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사회]

    2020년 5월,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의 관광 명소인 ‘소원나무’에 난데없는 글귀가 적힌 액자가 걸렸다. ‘조선족 돌팔이한테 바가지 쓰지 마세요.’ 액자를 건 사람은 관광객을 상대로 사진을 찍어 주며 돈을 버는 A씨였다. 그는 같은 곳에서 일하는 사진사 B(72)씨 부녀를 겨냥해 혐오 발언을 했다. B씨 부녀는 중국 교포 출신으로 귀화한 한국인이었다. A씨는 지나가는 사람이 듣도록 “(B씨가) 오원춘 친구다. 조선족이 한국사람 행세를 한다”고 크게 말하고 심지어 상대 얼굴과 가슴을 폭행했다. 오원춘은 2012년 4월 한국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중국 교포다. A씨는 1심에서 폭행·모욕 등이 인정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았다. 명백한 혐오범죄지만 판결문에는 ‘혐오’, ‘차별’ 같은 범죄 동기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또 수사·사법기관의 통계 시스템에도 혐오를 동기로 한 범죄라고 기록되지 않았다. 한국은 혐오(증오)범죄를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아서다. 경찰은 모든 범죄의 동기를 이욕(생활비, 유흥비 등), 사행심, 보복, 가정불화, 우발적, 현실불만 등 11개 항목 중 하나로 파악한다. 통계만 보면 국내 혐오범죄는 0건인 셈이다. 하지만 10일 서울신문 스콘랩이 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 1월부터 이달 9일까지 약 32개월간 발생한 혐오범죄를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혐오범죄 청정국가가 아니었다. 이 기간 최소 24건의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스콘랩은 법원 판결문(1심 기준)과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다양한 키워드로 검색해 숨은 혐오범죄를 찾아냈다. 혐오가 범행의 일부 원인인 사건은 훨씬 많았다. 하지만 엄밀성을 기하기 위해 피해자의 소속 집단이나 정체성을 향한 뚜렷한 혐오감이 범행 동기였을 때만 혐오범죄로 봤다. 실제로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는 혐오범죄를 격발시키는 기점이 됐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0년 10월 성인 21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6%가 코로나19 이후 혐오범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성훈 정보통계연구센터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이들이 분노와 우울감을 느꼈고, 이를 쏟아낼 희생양을 찾으려 했다”면서 “국내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대구와 최초 발원지인 중국을 향한 혐오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나도 혐오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높아진 점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혐오범죄에 대한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졌다. 당시 경찰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범죄로 보지 않았다. 김다은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사회적 혐오 문제를 방치하면 심각한 범죄가 될 수 있음이 미국 등에서 확인된 만큼 통계 데이터를 구축해 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 클릭] 혐오범죄 피해자가 특정 집단에 속했거나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벌인 범죄. 가해자가 지닌 편견이 범행 동기다.
  • [단독]여친과 이별 후 여성에 증오심…모르는 여성의 뒤를 쫓았다

    [단독]여친과 이별 후 여성에 증오심…모르는 여성의 뒤를 쫓았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4회 스콘랩, 최근 2년간 혐오범죄 분석통계에 안 잡힌 혐오범죄 최소 24건“코로나19 기점으로 혐오범죄 증가”여성은 ‘보복형’ 혐오범죄 피해 많아성소수자는 ‘사명감형’ 가해자에 피해이주민은 ‘한국사람 안전 침해한다’ 혐오통계 없는 혐오범죄…대책 마련도 깜깜혐오는 전염력 강한 바이러스와 같다. 마음 속에 잠복해있다가 경제 위기나 전염병 유행, 사회 불만 등과 맞물려 불안감이 커지면 밖으로 터져 나온다. 원망할 대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혐오감정은 그렇게 모욕이나 명예훼손, 폭행, 협박 등 범죄로 이어진다. 김다은 상지대 경찰법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혐오가 마음을 뚫고 나와 형사처벌 받는 수준의 언어나 물리적 폭력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혐오의 방역망을 제때 치지 않으면 관련 범죄가 더 늘어나고 과격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의 사회’ 4회에서는 최근 2년간 발생한 국내 혐오(증오)범죄를 유형별로 나누고,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살펴봤다. 2020년 여름부터 이듬해 봄까지 경남 창원시의 성산·의창구 일대 여성들은 공포에 떨었다. 정체불명의 남성이 여성만 상대로 성추행과 폭행, 음란행위 등을 벌였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A(33)씨였다. 그는 2020년 8월 전혀 모르는 여성 4명의 가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고, 이듬해 2월에는 길을 걷던 여성들에게 커피가 든 플라스틱 컵을 던지거나 침을 뱉었다. 3월에는 거리를 지나는 여성 앞에서 자위행위를 했다. 피해여성은 모두 23명이나 됐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모두 젊은 여성이고 (피고인은) 이 사건 외에도 젊은 여성을 상대로 폭행·상해 범행을 저질러 벌금형을 받았었다”면서 “여성에 대한 주관적 혐오나 적대감을 핑계로 불특정 다수의 여성에게 반복적인 범행을 한 만큼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2년 6월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처럼 혐오 가해자는 사회적 입지가 취약하거나 물리적 힘이 약한 이들을 범행 표적으로 삼았다. 간혹 전문가들조차 묻지마 범죄와 혐오 범죄를 같은 현상처럼 생각하지만 결이 다르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혐오범죄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이 범행 동기지만, 묻지마 범죄는 사회 등에 대한 분노가 바탕이 된다”고 말했다.●여성 2명 차로 받은 뒤 “괜찮냐”며 폭행…성소수자에는 ‘확신범’에 피해 10일 서울신문 스콘랩은 법원 판결문(1심 기준)과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인 ‘빅카인즈’에서 다양한 키워드로 분석해 2020년 1월~2022년 8월 현재까지 국내에서 최소 24건의 혐오 범죄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 혐오가 범행을 저지른 일부 원인인 사건은 훨씬 많았다. 하지만, 엄밀성을 기하기 위해 피해자의 소속 집단이나 정체성을 향한 뚜렷한 혐오감이 범행 동기였을 때만 혐오범죄로 봤다. 실제로는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우리 수사·사법기관은 혐오 범죄를 따로 분류해 통계로 잡지 않는다. 따라서 통계만 보면 국내 혐오범죄는 0건인 셈이다. 혐오범죄 여부를 수사단계 때부터 철저히 확인해 관리하는 미국, 영국 등과는 다르다. 판결문 등을 바탕으로 혐오범죄 24건의 피해자들이 어떤 심리를 가진 가해자에게 범행당했는지 분석했다. 우선 여성은 남성 가해자의 보복심리 탓에 피해당한 사례가 많았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일면식조차 없었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행 대상이 됐다. 2021년 6월 발생한 서울 성북구 여성 폭행 사건이 대표적이다. 가해자인 B씨는 그해 5월 여자친구와 다투고 헤어진 뒤 여성에 대한 증오가 쌓였다. ‘아무 여성에게나 화풀이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2주 뒤 전혀 모르는 20대 여성을 200m가량 쫓아가 목을 조르며 지하주차장으로 끌고 가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자 얼굴도 수차례 때렸다. 2020년 10월 18일 새벽, 경남 김해에서는 남성 C씨가 여성이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20대 여성 2명을 승용차로 들이받았다. 이후 넘어진 피해자에게 “괜찮으시냐.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며 다가가 수차례 때렸다. C씨는 같은 날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에서 20대 여성의 목을 감싼 뒤 흉기로 위협하기도 했다. 성소수자는 잘못된 사명감을 가진 이들에게 범죄 피해를 주로 당했다. 이 가해자들은 ‘확신범’으로 외국에서는 가장 위험한 유형으로 본다. 지난해 4월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오태양 미래당 후보의 벽보가 찢어지는 사건이 있었다. 현수막에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붙잡힌 가해자 D씨는 수사 과정에서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공약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며 범행을 정당화했다.종교적 신념에 기대어 다른 종교에 대한 혐오를 표출한 범죄도 있었다. 2020년 8월 남양주의 사찰인 수진사 종각에 불을 지른 기독교 전도사 E씨는 범행 도중 “할렐루야”라고 외쳤다. 그는 법정에서 복음(기독교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하기 위해 범행했다며 “하나님이 불을 지르라고 하면 또 지를 것”이라고 했다. E씨는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외국인 노동자 등 이주민은 주로 가해자의 이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혐오범죄의 표적이 된다. 홍 교수는 “혐오가 가장 불붙기 쉬운 상황은 가해자가 피해 대상 탓에 자신의 안전 또는 경제적 이익을 침해받는다고 느낄 때”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이주민을 ‘바이러스 전파자’로 몰아붙인 일이 있었는데 안전을 위협받는다고 느껴 혐오한 사례다. 2020년 10월 27일 김모씨가 겪은 사건도 이와 비슷하다. 김씨는 한밤에 남편과 편의점 앞을 지나던 중 “야, 코로나!”라는 모욕적 발언을 들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주민 2세였다. 남편이 가해자인 50대 남성 2명에게 항의하자 가해자들은 “이런 싸가지들, 국내인들 상대로 태클 거는 족(속). 얘들 불법체류자 아냐?”라며 재차 멸시했다. 가해 남성들은 모욕죄로 각각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암수범죄 많은 혐오범죄…통계 없어 수사·사법당국도 실정 몰라 혐오범죄는 특성상 암수범죄(신고하지 않아 수사당국이 인지 못한 사건)가 많다. 실제 사건 수는 판결문이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확인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피해자 중에는 자신의 형편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이들도 있다. 예컨대 이주민은 말이 통하지 않아 피해 입증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신고를 포기하기도 한다. 성소수자도 자신의 성 정체성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범죄 피해를 당했음에도 경찰서를 찾지 않는 사례가 있다. 이현서 법무법인 화우 공익재단 변호사는 “이주민이 모멸적 발언을 정확히 알아 듣지는 못해도 상대 표정 등으로 자신이 혐오받고 있음을 느끼고 지나가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또, 소수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혐오 탓에 벌어진 ‘사회적 타살’이 적지 않다. 반복된 혐오는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2018년 9월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 이후 일부 참가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등 심각한 영향을 받은 사실이 보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축제에서는 동성애 반대 단체가 퀴어 행진을 막으며 깃발을 잡아당겨 빼앗는 등 방해했다. 이승현 연세대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당시 반대 집회 측이 만든 좁은 길 사이로 통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축제 참가자들은 심한 모욕감과 공포감을 느꼈다”면서 “외국처럼 살인 등 극단적 혐오범죄는 비교적 적어보이는데 지속적 괴롭힘으로 성소수자를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은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심각한데도 국내 수사·사법 기관은 매년 혐오범죄가 몇 건이나 발생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수사 때 혐오가 범죄 동기가 됐는지 조사할 의무도 없다. 2016년 이종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증오범죄 통계법안을 발의했지만 한 달도 안 돼 철회했다. 동성애를 비난하는 종교 단체가 “통계 수집 행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징검다리로 악용될 수 있다”며 반대해서다. ●“통계 관리부터 시작해야 적절한 피해자 대책 마련할 수 있어” 반면, 혐오범죄의 위험성을 인지한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은 수사 단계부터 범행 동기를 파악해 통계화한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과 통계청 등 두 기관이 혐오 범죄 통계를 수집한다. 또, 비영리단체인 ‘STOP AAPI HATE‘는 미국에서 코로나19 이후 광범위하게 퍼진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 실태를 파악했는데 2년 간(2020년 3월~2022년 3월) 1만 1467건에 달했다. 이런 통계 등을 바탕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법 집행기관이 혐오범죄에 적극 대응하도록 하는 코로나 혐오범죄 방지법에 서명했다. 우리 경찰청도 올해 여성 대상 폭력을 위주로 범죄통계 고도화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범죄 동기에서 혐오를 포함시키는 안은 빠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은 FBI 등이 혐오 통계를 집계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고 혐오 개념도 잘 정립돼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 걸 혐오범죄로 볼지 조차 합의되지 않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구제 등을 위해 혐오범죄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특히 혐오범죄는 타 범죄와 비교해 심각한 부상을 가져올 확률이 약 3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 번 겪으면 피해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면 동질감이나 공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의 폭력성이 더 크게 터져나온다”면서 “외국에서는 2명 이상의 가해자가 함께 혐오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많아 피해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 관리부터 시작해야 혐오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 치료 상담 등 적합한 피해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스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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