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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이스’ 이하나, 보이스 프로파일러로 완벽 변신...비결은 무엇?

    ‘보이스’ 이하나, 보이스 프로파일러로 완벽 변신...비결은 무엇?

    ‘보이스’ 이하나가 장르물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성 캐릭터의 탄생을 알렸다. 지난 14일 방송된 OCN 새 드라마 ‘보이스’에서 이하나는 자신의 절대 청감을 활용해 범죄의 단서를 찾아내는 112 신고센터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로 열연했다. 강권주는 채팅에서 만난 남성을 따라갔다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납치당한 여고생의 신고전화 받고 ‘공감 보이스 프로파일러’로 톡톡히 활약했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고생 신고자와 공감대를 만들며 믿음을 형성해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전화기 너머로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며 신고자를 지켜준 것.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아픔이 있는 강권주는 112 신고자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피해자의 마음을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이스’ 시사회 현장에서 이하나는 ‘보이스 프로파일러’로의 변신을 위해 본격적인 촬영 전 아나운서 친구로부터 정확한 발음과 속독을 배우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장르물에 본격 도전하는 배우 이하나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첫 회부터 비교할 수 없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장르물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캐릭터 탄생을 예고한 이하나의 활약상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OCN 새 드라마 ‘보이스’는 이날 오후 10시에 2회가 방송된다. 사진제공=CJ E&M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트럼프 취임식 보이콧 확산…불참선언 민주의원 14명

    트럼프 취임식 보이콧 확산…불참선언 민주의원 14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민주당 의원이 14명으로 늘어났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오는 20일 워싱턴DC에서 열릴 ‘트럼프 대관식’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민주당 하원의원은 현재 14명으로 집계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8명이던 인원이 하루 만에 14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 당선인의 인종·종교·여성차별 등 각종 분열적 발언에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으며 일부는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도 문제 삼고 있다.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 존 루이스 의원은 전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1987년 의원이 된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러시아가 이 사람(트럼프)이 대통령이 되도록 도왔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당선인을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법적 정통성에까지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의원들의 이탈과 관계없이 민주당 지도부는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직’을 존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일찌감치 취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불참을 공식 선언한 의원은 존 루이스(조지아), 라울 그리잘바(애리조나), 루이스 구티에레스(일리노이), 캐서린 클락(매사추세츠), 재러드 호프만(캘리포니아), 바버라 리(캘리포니아), 얼 블루메나우어(오리건), 니디아 벨라스케스(뉴욕), 호세 세라노(뉴욕), 커트 슈레이더(오리건), 레이시 클레이(미주리), 마크 다카노(캘리포니아), 마크 드사울니어(캘리포이나), 존 코니어스(미시간) 하원의원 등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보이스 첫방, 스릴 가득 스토리에 배우 열연 더했다 ‘완성도 UP’

    보이스 첫방, 스릴 가득 스토리에 배우 열연 더했다 ‘완성도 UP’

    OCN이 2017년 처음 선보인 소리 추격 스릴러 ‘보이스’가 베일을 벗었다. 지난 14일 방송된 ‘보이스’ 1회에서는 의도치 않은 악연으로 시작된 무진혁(장혁 분)과 강권주(이하나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잘 나가던 강력팀 형사 진혁은 괴한에게 아내가 살해당하고 이후 피폐해진 삶을 살게 됐다. 유력한 용의자의 재판 날, 사건 당시 아내의 112 신고 전화를 받았던 권주는 자신이 들은 목소리와 용의자가 일치하지 않다고 증언해 용의자는 풀려나고 만다. 3년이 흐르고 지구대 경사로 강등된 진혁은 남몰래 아내의 범인을 찾아 다니던 중 ‘112 신고센터장’으로 복귀한 권주를 만나게 되고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그러던 중 채팅에서 만난 남성을 따라갔다가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납치당한 여고생의 112 신고 전화를 받게 되는 것. 사건의 심각성을 느낀 권주는 골든타임팀과 진혁을 현장으로 긴급 출동 시킨다. 진혁은 형사 특유의 감각으로 신고자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권주는 귀로 들리는 소리로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집중한다. 이에 진혁과 권주가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신고자를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약 70분 동안 숨 돌릴 틈 없이 전개된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만들었다. 소리를 추격하기에 다른 범죄물보다 극대화된 몰입도가 눈과 귀를 사로잡은 것. 특히 범죄 해결률을 높이고자 골든 타임을 사수하려는 112 신고대원들의 노력과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적 있는 무진혁-강권주의 사람을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기가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위로와 공감을 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배우들의 열연도 빛났다. 장혁(무진혁 역)은 아내를 잃은 한 남편의 슬픔과 허망함, 이하나(강권주 역)를 향한 분노, 그리고 신고자를 찾기 위한 간절함까지 다양한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만들었다. 이하나는 절대 청감을 활용해 범죄의 단서를 활용하는 ‘보이스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선보이며 새로운 연기변신에 성공했다. 그간 장르물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유일무이한 여성 캐릭터의 등장을 예고하며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편, OCN ‘보이스’는 매주 토, 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사진제공=CJ E&M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성추행 논란 휩싸인 중국 IT기업의 연례 행사

    성추행 논란 휩싸인 중국 IT기업의 연례 행사

    중국 최대 규모의 IT기업 텐센트(腾讯)가 성추행 논란에 휩싸였다. 14일(현지시간) 중국 매체 상하이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7초짜리 영상에는 여성 사원 2명이 무릎을 꿇은 채 입으로 남성 사원들의 다리 사이에 있는 병뚜껑을 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영상은 지난 1일 텐센트의 인스턴트 메시징 부서가 새해를 맞아 연 연례행사에서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스트는 이 영상이 중국 기업 문화에 여전히 존재하는 성차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영상이 논란이 되자 12일 텐센트는 연례행사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고, 관리 감독을 강화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상하이스트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백인 딸의 ‘흑인 남친’…부모는 절연, 세상은 뜨거운 응원

    백인 딸의 ‘흑인 남친’…부모는 절연, 세상은 뜨거운 응원

    부모의 인종차별로 인해 학교를 그만둘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는 한 미국인 학생을 위해 현지 네티즌들이 온정을 모은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모금 사이트 ‘고 펀드 미’(Go Fund Me)에는 미국 테네시주에 살고 있는 19세 여성 앨리 도들의 사연이 올라왔다. 도들은 약 1년 전 흑인 남학생 마이클 스위프트와 연애를 시작했고, 이 사실을 부모에게 알렸으나 부모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도들은 “부모님은 내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내게 실망했다고 말했다”면서 “어떻게 피부색이 한 사람의 가치를 낮춰 보는 원인이 될 수 있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도들은 포기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연애를 이어나갔으며 약 한 달 전 다시 한 번 부모에게 두 사람의 관계를 알리고 허락을 받아보고자 했다. 그러나 부모는 도들의 예상보다 훨씬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도들은 “부모님은 내 미래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면서 개인 저축은 물론 자동차, 휴대폰, 교육비를 전부 빼앗겠다고 선언했으며 대학 등록금 또한 알아서 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도들은 장학금, 보조금, 학자금 대출,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통해 스스로 학비를 충당코자 노력했으나 1년 치 학비를 내기에는 1만 달러(약 1176만원) 정도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도들은 모금 사이트를 통해 본인의 사연을 알리고 네티즌의 도움을 얻기로 했다. 모금 페이지에서 도들은 “여러분의 건네는 시간과 돈이 내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이루 설명하기 힘들다”면서 “내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고 썼다. 도들이 설정한 본래 모금 목표액은 1만 달러였으나 하루 만에 목표액을 넘어섰고 현재는 1만7000달러(약 2000만원) 가량이 모인 상황이다. 네티즌은 도들의 사연에 다양한 의견을 내보이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나도 30년 전에 겪은 일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이런 수준에 머물러 있다니 놀랍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도들이 꿈을 포기하고 학비가 저렴한 학교를 나와 적당한 직장을 가지면 될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도들은 학비가 비교적 비싼 의료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싶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도들의 아버지 빌 도들은 현지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결정이 인종차별과는 상관이 없으며, 딸과 남자친구가 맨 처음 부모에게 사실을 숨긴 채 비밀연애를 한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당신은 아이, 나는 고양이… 행복은 모습만 다를 뿐

    당신은 아이, 나는 고양이… 행복은 모습만 다를 뿐

    아무래도 아이는 괜찮습니다/사카이 준코 지음/민경욱 옮김/아르테/220쪽/1만 5000원 자녀 유무 따라 행복 재단하는 편견 꼬집어 “각자의 삶·선택에 대한 다양성 존중해야” 일본 작가 사카이 준코는 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타입이다. 흙과 화분을 어디다 재활용하는 줄도 몰라 죽은 선인장 화분을 몇 년간 방치할 정도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이런 스스로에 대해 “화분이 인간이라면 사체 유기 사건”이라며 “이러니 누굴(뭘) 키우겠느냐”고 반문한다. 아이가 없는 삶, 즉 ‘누군가를 돌보지 않는’ 상태의 삶을 긍정하며 앞으로는 이런 삶이 더욱 많아질 거라 예견하는 그의 새 에세이가 나왔다. 2003년 ‘마케이누의 절규’(한국어판 ‘결혼의 재발견’)에서 여성들이 열광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앨리 맥빌’, ‘섹스 앤 더 시티’를 세계 3대 실패자들의 스토리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비혼을 즐기자”고 말해 결혼 강요하는 사회에 한 방 먹인 그가 이번엔 ‘아이’란 화두를 내세웠다. “아이를 가져야 어른이 된다”는 막무가내 신앙을 전도하고, 아이의 유무에 따라 타인의 성공과 행복 여부를 함부로 판가름 내는 사회를 조곤조곤 지르밟는 그의 이야기는 정부가 ‘가임기 여성인구 지도’란 모욕적인 발상을 떠올려 여성을 ‘애 낳는 기계’ 취급하는 우리 현실에선 특히 귀가 쫑긋해지는 목소리다. 그 역시 마흔 즈음엔 ‘아이 없이 이대로 좋은가’ 고민했다. 하지만 그 물음은 가임기의 끝에 섰다는 일시적인 위기감으로 판명됐다. ‘이대로 좋은가?’란 질문은 ‘이걸로도 충분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성별과 관계없이 노력하면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아이 갖는 일’은 다르다. 어쩌다가, 원하지 않아서, 원한다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경우 등 ‘아이 없음’의 배경은 저마다 다르다. 저자는 책 출간을 앞두고 우연히 아이 없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아베 총리 부인을 만나 ‘아이 갖는 일’에 대해 물었다. 불임 치료를 받다 중단한 그의 답은 이랬다. “좀 더 노력하면 아이가 생길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아이 없는 인생’을 하늘에서 받았다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담담한 결론은 ‘아이는?’이라는 무심코 던지는 질문 속에 뭉쳐진 편견과 책임 전가를 돌아보게 한다. ‘배경이 뭐든 아이 없는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지금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들여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더라도 ‘아이 없는 인생’도 있을 수 있다는 착지점에 우리는 이르렀습니다. 아이가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 되는 것 같습니다.’(211쪽) 저자는 2014년 평생 독신으로 산 일본 여성 정치인 도이 다카코의 죽음으로 ‘여성이 일과 결혼했던 시대’가 끝났다고도 단언한다. 비슷한 시기 2차 아베 내각 각료 소개 기사에 여성 각료들은 아이에 대한 내용까지 상세히 따라붙는 걸 보고서다. 여성이 오롯이 일만 잘해 인정받는 시대는 가고 일도 잘하면서 결혼과 출산까지 해내지 못하면 ‘유능한 여성’으로 보지 않는 ‘기이한 차별’까지 더해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장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들을 차별했지만 앞으로는 아이가 없는 여성들을 차별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즉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없는 여성은 뭔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아이가 없는 여성의 경우 아이를 키우지 않는 동안에 다양한 경험을 쌓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것만이 ‘인간성을 성장시키는 행위’는 아닙니다.’(100~101쪽) 그는 1980년대 이후에는 ‘어쩌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인구가 많아져 미래의 장례 문화는 개성 있는 방법으로 다양해질 것이라고도 예견한다. 3대가 같이 살던 과거엔 ‘며느리의 무료 노동력’이란 ‘숨겨진 복지 자산’으로 조부의 사후 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를 견딜 며느리도 없다는 것. 때문에 그는 “국가가 국민이 혼자 안심하고 죽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고언한다. 결국 “아이 없는 사람들과 있는 사람들이 같이 걷는 일은 아이가 있든 없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만 안다면 가능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 결여된 것은 한 사람의 오롯한 삶과 선택, 그 자체에 대한 존중임을 일깨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스웨덴 지성이 마지막 2년간 찾은 삶의 의미

    스웨덴 지성이 마지막 2년간 찾은 삶의 의미

    사람으로 산다는 것/헨닝 망켈 지음/이수연 옮김/뮤진트리/460쪽/2만 2000원 전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리고 40여개 언어로 번역된 ‘빌란드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화제작을 남긴 스웨덴의 대표 작가 헨닝 망켈. 그는 30년 동안 모잠비크를 오가며 지속적으로 연극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기아와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인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했던 연극 연출가로, 반핵 활동가로도 헌신적인 삶을 보냈다. 망켈은 2014년 불치의 암 진단을 받았고, 2년이 채 안 되는 투병 기간을 보낸 뒤 2015년 67세로 타계했다. 시한부 삶을 살았던 그는 마지막 시간 동안 몇 가지 큰 질문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지나온 기억들을 하나씩 떠올렸고 부단한 에너지로 가득했던 삶을 반추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그 결과물이다. 암투병 초기 망켈은 자신을 덮친 감정의 혼란 속에서 종종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돌아가곤 했다. 한 살 때 어머니가 가족을 떠난 후 평범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아홉 살이던 해의 추운 겨울날 아침 얼어붙은 호숫가에서 예기치 않은 통찰의 순간을 경험한다. “나는 나일 뿐 다른 누구도 아니다. 나는 나다.” 그는 모래알들이 사람을 삼키는 사막의 모래늪에 대한 어린 시절의 공포도 떠올렸다. 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그 공포는 다시 나타났다. 정체성에 눈떴던 순간의 기억으로 모래늪에 빠진 것 같은 공포를 극복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에 대해 기록하기 시작했다. 망켈은 판사였던 아버지의 부임지를 따라 이곳저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6세에 학교를 자퇴하고 화물선에서 노무자 생활을 하고 파리에 가서 보헤미안처럼 살다가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극장의 무대 담당 스태프로 일하며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 1973년 노동조합운동을 소재로 한 첫 소설 ‘바위 발파공’을 발표했고 그 즈음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많은 여행은 그에게 세상의 불평등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소설과 희곡을 집필하며 연극연출을 병행하던 망켈은 1986년 모잠비크 수도 마푸투에 있는 극단의 운영을 맡게 되면서부터 한 해의 절반을 아프리카에 머물렀다. 아프리카는 불평등에 대한 그의 분노를 더 깊고 날카롭게 만들었다. 인종 간의 차별, 사회적 불평등, 식민지배의 잔재, 여성의 희생, 불행한 거리의 아이들에 관한 인식은 그의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자 하는 희망을 동인으로 평생 활동해 온 행동하는 지식인의 삶의 기록이자 사람으로 태어나 제대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비호감’ 세션스 법무 내정자, 트럼프와 차별화로 청문회 돌파

    교수 1100명 인준거부 촉구 “대통령 도 넘을 땐 ‘노’ 할 것, 물고문 절대 위법… 부활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 내정자는 10일(현지시간) “대통령의 생각이라면 살피지도 않고 인가하는 ‘고무도장’이 되지 않겠다”며 “대통령이 도를 넘으면 과감히 ‘노’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세션스는 이날 상원 법사위원회가 이틀 일정으로 개최한 인준 청문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정치인과 정권 핵심의 외압을 버텨 내는 장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세션스는 공화당 상원의원 중에서 가장 먼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데다 대선 캠프에서 사실상 좌장 역할을 하면서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48개 주 170개 로스쿨 교수 1100여명이 이례적으로 지난 3일 상원 법사위원에게 세션스의 인준 거부를 촉구할 정도로 호감도는 낮다. 강경보수파로 분류된 그는 이민자나 동성애자, 여성 등 약자 인권 보호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세션스는 한껏 몸을 낮춘 채 의원들의 날카로운 추궁에 대답했다. 세션스는 물고문의 일종인 ‘워터보딩’을 부활하려는 트럼프의 입장에 “법이 절대적으로 워터보딩을 금지하고 있다. 법망을 피해 물고문을 부활시킬 수 있는 묘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보 당국의 결론도 인정했다. 그는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공약과 관련해 “트럼프 당선자도 테러를 자행한 적이 있는 국가에서 오는 개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특정 종교가 아닌 개인의 테러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31년 전인 1986년 연방판사 인준 청문회에서 인종차별 논란으로 낙마한 그는 “나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과 그들의 주장, 증오 이데올로기를 혐오한다”며 당시의 인종차별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이었다고 해명했다. CNN은 “공화당 청문위원 중 세션스 반대자가 없어 인준은 되겠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션스에 대한 청문회를 시작으로 11일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12일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개최된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X김선아, 극과 극 캐릭터 콘셉트 공개

    ‘품위있는 그녀’ 김희선X김선아, 극과 극 캐릭터 콘셉트 공개

    ‘품위있는 그녀’가 2017년 상반기 최고의 관심작으로 꼽히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제작 제이에스픽쳐스)는 상류사회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품위 넘치는 그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낼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배우, 김희선과 김선아의 귀환! ‘품위있는 그녀’는 준재벌가 미모의 전업주부 ‘우아진’ 역의 김희선과 미스터리한 충청도 출신 요양사 ‘박복자’ 역의 김선아의 만남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품 배우인 김희선과 김선아는 이름 그대로 ‘우아’하고 ‘박복’한 인생을 살아온 두 캐릭터를 완벽하게 흡수해 매 회 긴장감 넘치는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방심할 수 없는 전개 속에서 탄생할 우아진과 박복자의 팽팽한 줄다리기, 연기 호흡과 시너지에도 주목된다. 또한 매 회 그녀들의 패션과 소품 하나 하나에도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감독, ‘사랑하는 은동아’의 백미경 작가의 만남!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큰 사랑을 받은 김윤철 감독은 이후 드라마 ‘케세라세라’,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마담앙트완’ 등 대중과 마니아층까지 모두 사로잡으며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 여기에 드라마 ‘사랑하는 은동아’로 인물들의 감정을 진하게 담아내 감성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백미경 작가가 이번 작품 집필을 맡았다. 김윤철 감독은 대본리딩 당시 백미경 작가를 “천재 작가”라며 극찬해온 바 있어 신뢰로 똘똘 뭉친 두 사람의 만남이 어떤 작품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더해지고 있다. # 세상에 이런 파격적인 소재가? 정곡을 찌르는 전무후무 ‘풍자 코미디’! 이번 작품은 호화로운 삶을 즐기던 청담동 며느리가 준재벌 시아버지의 몰락, 그리고 남편의 배신으로 바닥을 내리찍게 되는 파격적인 설정을 아주 독특하게 그려낸다. 이 모든 스토리를 유쾌하고 코믹스럽게 펼쳐내는 점이 ‘품위있는 그녀’만의 차별점이다. 아주 위험하고 발칙한 이야기들은 방송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 해 방영을 앞두고 있는 ‘품위있는 그녀’는 김희선, 김선아, 정상훈(안재석 역), 이기우(강기호 역), 김용건(안태동 역) 등이 출연한다. 사진제공 = 제이에스픽쳐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자치광장] ‘아내 가뭄’의 해결책/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자치광장] ‘아내 가뭄’의 해결책/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이맘때면 누구나 지난해를 돌아보며 새해 계획을 세우곤 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연말엔 예산편성과 동시에 세부 계획을 세운다. 새해에 이를 다시 살피고 점검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 중 하나다. 양천구는 지난해 가족친화인증기관으로 선정되었다. 이를 발판으로 올해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사업’을 주요 역점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여성구청장이니 ‘여성’만 챙기는 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주민 모두’의 삶을 업그레이드하려는 정책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양천구 곳곳에선 삶의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경력단절 여성이던 우모(54·신정동)씨는 일자리 플러스센터를 통해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모(46·목1동)씨는 남성으로 태어난 덕분에 밥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아내가 우연히 등록해준 아버지 요리교실을 계기로, 퇴근한 아내를 위해 탕수육을 만드는 기적(?)을 선보였다. 누군가는 상담을 통해, 누군가는 프로그램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는 민원서비스를 통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 크지 않은 변화지만 이를 모으면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는 큰 흐름이 된다. 지난해 광화문광장의 촛불이 우리 사회를 일으켜 세웠듯 말이다. 그러니 양천구의 올해 여성친화도시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아기와 외출이 편하도록 길을 정비하고, 아빠들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모두의 참여를 통해 함께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이다. 양천구는 새해부터 우리 삶의 작은 변화를 위한 정책들을 이어 갈 생각이다. 올해는 더 많은 경력단절여성이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마을과 일자리 매칭에 나설 것이다. 요리뿐 아니라 ‘아빠’의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차별받는 여성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상담 창구와 권리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것이다. 얼마 전에 읽은 ‘아내 가뭄’이란 책에서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내가 필요하다’는 의미는 자신을 챙겨주고 배려하는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개개인에게 자신을 챙겨줄 아내가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이게 불가능하다면 정책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양천구가 올해 펴는 ‘여성친화도시 조성정책’이 양천구민 모두의 아내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을 펴겠다. 아내를 만들어주는 정책은 구민을 배려하고, 보살피는 정책이다.
  • 인기작 귀환·신작의 도전…뮤지컬, 지루할 틈 없네

    인기작 귀환·신작의 도전…뮤지컬, 지루할 틈 없네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 청탁금지법 시행,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 등 한파로 얼어붙은 공연계가 새해를 맞아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블록버스터급 규모의 대형 작품은 줄었지만 대신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작품들이 무대를 채울 예정이다. 첫선을 보이는 신작도 기대를 모은다. 신진 예술가들의 신선한 시도가 엿보이는 창작 뮤지컬도 풍성하다. 꽁꽁 닫힌 당신의 지갑과 마음을 절로 열게 할 뮤지컬들을 모아 봤다. 믿고 보는 인기 작품이 대거 귀환한다. 놓쳐서 아쉬워하고 있던 팬이라면 주목할 만하다.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빌리 엘리어트’가 7년 만에 국내 팬들을 다시 만난다. 전 연령층의 고른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미국 토니상, 영국 올리비에상, 한국 뮤지컬대상 등 전 세계적으로 80여개의 상을 휩쓸었다.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11세 소년 빌리의 성장 과정을 그렸다. 말이 필요 없는 스테디셀러 ‘캣츠’도 3년 만에 돌아온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젤리클 고양이들의 축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2007년 공연 당시 매회 100% 가까운 예매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한 국립극장 무대에 10년 만에 다시 오른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자존심 ‘시카고’ 오리지널팀도 2년 만에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쏟아지는 ‘흥행 보증수표’ 사이에서 처음 소개되는 작품도 적지 않다. 오는 4월 공연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가장 눈길을 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 빠져 있던 사진작가와 평범한 주부의 나흘간의 사랑을 그린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포스트 스티븐 손드하임’으로 꼽힐 만큼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토니상 수상 작곡가 제이슨 로버트 브라운이 맡은 작품으로, 젊은 관객층 위주인 우리나라에서 중년층을 타깃으로 새로운 관객몰이를 할지 주목된다”고 설명했다. 셰익스피어의 불멸의 걸작 ‘햄릿’도 초연된다. 인간의 본질적인 고뇌를 묵직한 선율을 통해 전할 예정이다. 2012년 창작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로 국내 팬들의 호평을 받은 에이드리언 오즈먼드가 연출을 맡았다. ‘나폴레옹’도 오는 7월 국내 관객과 처음 마주한다. 1994년 캐나다, 영국 등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위대한 황제 나폴레옹과 그를 조종하는 탈레랑의 질투와 배신을 담았다. 뮤지컬 배우 류정한의 프로듀서 데뷔작으로 화제를 모은 ‘시라노’도 기대작이다.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의 작품으로 프랑스 극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를 원작으로 했다.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더왕의 전설을 소재로 한 ‘엑스칼리버’와 1960년대 미국의 전설적인 흑인 R&B 여성그룹 ‘슈프림스’의 이야기를 그린 ‘드림걸즈’도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뮤지컬계에 신바람을 불러일으킬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 정신이 돋보이는 창작극도 눈에 띈다. 조선시대 서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던 7명의 젊은이의 활극 ‘칠서’(가제)가 11월 무대에 오른다.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장성희 작가, 민찬홍 작곡가 콤비가 의기투합한 두 번째 작업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꾼 젊은이들의 신명 넘치는 활극이다. 2015년 초연 당시 화제작으로 꼽힌 ‘신과 함께’는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재공연한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저승 최고의 변호사와 평범한 소시민의 저승 재판기를 다룬다. 그 밖에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의 시처럼 극적인 생애를 다룬 신작들도 무대에 오른다. 천재 시인 이상 서거 80주년을 기념한 ‘꾿빠이 이상’, 시인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동주, 달을 쏘다’도 재공연된다. 경기 침체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공연계가 흥행이 안정적인 인기작 위주로 라인업을 꾸린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주기마다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진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브로드웨이에서 대형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면 갑자기 소극장 뮤지컬이 등장하는 것처럼 대형 흥행작에 피로해진 뮤지컬 시장에 중소형 작품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면서 “젊은 연출진과 배우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면서 담금질을 하고, 소극장에서 훈련된 인력이 다시 대극장으로 옮겨가는 유기적인 구조를 구축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인도서 늦은 밤거리 젊은 여성 성추행 장면 포착

    인도서 늦은 밤거리 젊은 여성 성추행 장면 포착

    젊은 여성을 성추행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4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지난 1일 새벽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의 한 도로에서 늦은 밤 홀로 골목을 지나는 여성이 정체불명의 남성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CCTV에 포착된 영상에는 오전 2시 30분경 젊은 여성이 귀가하기 위해 골목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담겨 있다. 곧이어 여성을 따라 오토바이 한 대가 골목으로 진입한다. 스쿠터에서 하차한 남성이 해당 여성을 끌어안으며 강제로 입을 맞추며 성추행한다. 여성이 거칠게 반항하기 시작하자 남성은 여성을 스쿠터에 타 있는 친구에게 끌고 가 여성을 겁탈하려 한다.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는 여성을 남성은 땅에 패대기친 뒤 스쿠터를 타고 달아난다. 이날 벵갈루루 중심 도로에선 새해맞이를 위해 6만여 명의 인파가 모인 가운데 여성을 상대로 한 무차별적 성폭력이 대거 발생했다. 당시 도로엔 1600여 명의 경찰이 배치됐지만 밤거리를 걸어가는 성폭행 하거나 납치를 시도하는 등 여성들을 상대로 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카르나타카주 G. 파르메슈와라 내무장관은 “새해맞이 대규모 행사에서 여성들이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여성들이 서양인처럼 옷을 입고 다녀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인도 국가여성위원회 랄리타 쿠마라망갈람 의장은 “인도 남성들은 서양 옷을 입은 여성만 보면 자제심을 잃어버리느냐?”며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발언”이라며 주 장관의 사퇴와 사과를 요구했다. 인도 유명배우인 아미르 칸도 “벵갈루루에서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며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을 매우 슬프게 생각한다”면서 “우리와 주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간 대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인도에서는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3만 4천여 건이 넘는 강간 사건이 발생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성폭행 신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벵갈루루 경찰 측은 “경찰은 무차별적 성폭력에 대한 확실한 증거들을 갖고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범죄 혐의자들을 잡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영상= Hot Cloud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남순건의 과학의 눈] 과학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시작됐다. 새해를 맞아 우리나라의 장래를 짊어지고 있는 젊은이들, 특히 과학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과학 분야에서 조금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한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일반 독자들도 이런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과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여러 가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린다. 흔히 과학자가 되려면 몇 가지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수학, 과학 ‘성적’에 대한 선입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고 지식의 양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소양을 가진 사람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좋은 환경이 돼 있다. 부족한 소양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의 협업으로 메꿀 수도 있다. 성공한 과학자들의 모습을 흉내 내려고 하면 자신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는 20~30년 후에는 별로 쓰임이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 현재 많은 사람들이 이미 활발하게 연구하는 분야에 관심을 가진다면 공부는 많이 하게 되겠지만 독창적인 새로운 결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연구 주제를 찾을 때 명심할 것은 많은 사람이 몰려 있는 분야의 반대쪽에서 자신의 주제를 찾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용기의 버팀목이 되는 것은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이다. 열정은 크고 작은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한다.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우리의 유전자 속에 깊이 있고 이를 통해 인류가 발전해 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열정을 포기하게 만드는 사회 환경이라면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연구하는 분야는 재정적 지원이 많아 논문을 쓰기도 쉬울 뿐만 아니라 쓴 논문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용되기도 쉽다. 더군다나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평가 시스템에서는 논문 수를 강조하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진정한 선구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연구자들이 도태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스트 팔로어’로만 가득 찬 연구 생태계가 됐다. 또 몇 개의 거대 연구단에서는 좋아하는 주제를 마음껏 연구토록 하겠다는 원래의 취지는 좋지만 결국 전체 연구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연구비 독점도 그렇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젊은 연구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자유롭게 자신의 독창성을 계발할 시기에 군중의 일원이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젊은 과학자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분야를 개척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과학자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제도를 원점에서 따져 봐야 한다.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개혁을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된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간접적 증거를 발견한 천문학자 베라 루빈이 별세했다. 1970년대에 은하계의 회전 속도를 꼼꼼히 관찰해 속도가 보이는 물질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인 것이다. 그는 프린스턴대학원에 입학하고 싶었지만 여성 차별 분위기로 다른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암흑물질이 물리학과 천문학에 미친 영향은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의 업적이 노벨상을 받은 그래핀, 청색 LED, 중성미자, 힉스 입자에 못 미친다고 이야기하는 과학자는 거의 없다. 과학에서 외부 평가는 완전히 과학적이고 객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끝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쏠림 현상이 있는 연구 주제와 연구생태계에 쓴소리를 하는 필자의 이야기는 ‘통섭’이란 책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교수가 이미 2012년 ‘젊은 과학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강조한 것들이다. 많은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지 말고 ‘총소리 나는 반대 방향으로 진군하라’는 말이다.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게이 청년, 드레스와 하이힐 신고 졸업식 나타난 사연

    브라질의 한 청년이 여성들이 입는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대학 졸업식장에 참석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영국 메트로 등 해외언론은 브라질 최고의 명문 공대인 항공연구원(ITA)을 졸업한 달레스 디 올리베이라 파이라(24)의 사연을 전했다. 파이라는 지난해 연말 브라질 정부와 공군이 운영하는 ITA를 졸업했다. 흥미로운 점은 학교 특성상 남자들과 군인들이 넘쳐나는 졸업식장에 파이라가 핑크색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는 졸업식장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당당히 연단 위에 올라가 명예로운 학위를 받았다. 한편으로는 한 괴짜 학생의 장난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의 행동에는 사회와 학교를 향한 항의의 뜻이 숨어있다. 그는 성소수자인 게이다. 문제는 보수적인 ITA의 교수와 학생들이 그의 성정체성을 문제삼아 끊임없이 괴롭히고 조롱했다는 점이다. 파이라는 "교수와 동료들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다"면서 "오랜시간 조롱과 비웃음, 성차별을 받아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몇몇 사람들은 나에게 자살하라고 권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끊임없는 차별과 따돌림에도 그는 꿋꿋이 학교를 다녀 결국 소중한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자신이 학교에서 받아왔던 오랜 차별을 항의하고자 여성의 옷을 입고 졸업식장에 나타났다. 파이라는 "내가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고 졸업식장에 나타난 행동 자체로 항의 목적은 이뤘다"면서 "성소수자라는 이유 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브렉시트에서 트럼프 당선까지…2016년 세계 정치 이슈 5가지

    브렉시트에서 트럼프 당선까지…2016년 세계 정치 이슈 5가지

    대통령 탄핵과 촛불 정국에 휩싸인 2016년의 대한민국. 눈을 세계로 돌려보면 국내 상황 못지 않게 올 한해는 유난히 굵직한 국제 이슈가 많았다. 세계 정치·경제계를 뒤흔들었던 국제 이슈를 돌아봤다. ●영국, 유럽연합 탈퇴 지난 6월 영국에서 진행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반 국민투표가 찬성 51.89%, 반대 48.11%로 마무리되면서 국제사회에 파장을 일으켰다. 영국의 일부 보수 세력은 EU에서 영국에 부과하는 거액의 재정 분담금, 금융·안전에 관한 EU의 각종 규제, 이민자 및 난민 유입 등에 불만을 품고 EU탈퇴를 주장해왔었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5년 총선에 앞서 수년 내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브렉시트 찬성파 유권자의 표를 모았다. 그러나 막상 총선에 압승한 뒤 캐머런은 EU잔류로 노선을 변경했고, 브렉시트 논의가 다시 부상하자 영국의 EU 잔류를 위한 요구조건을 EU 상임의장에 전달했다. 영국이 건넨 요구는 금융규제나 이민자 문제 등 영국내 브렉시트 EU에 가지는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EU는 이들 대부분을 수용했으나 브렉시트 투표에 대한 영국국민들의 요구는 잦아들지 않았다. 결국 공약대로 진행된 투표는 잔류 측이 우세하리란 여러 예상을 뒤집고 탈퇴 쪽으로 기울었다. EU잔류에 노력하던 캐머런 총리는 이에 사의를 표명했으며 새로 임명된 테레사 메이 총리가 2년에 걸쳐 EU측과 탈퇴 협의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탈퇴 이후 영국이 EU시장과 거래하기 위해선 기존과 달리 신규 무역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영국의 EU시장 접근성이 이렇듯 약화됨에 따라 EU출신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감소 또한 예상된다. 더 나아가 영국 외 EU가입국들의 탈퇴여론이 형성돼 EU의 안정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부동산 재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11월 8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돼 세계 정계에 일대 파란이 일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숱한 도덕적·정치적 논란거리를 낳았던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으나, 트럼프는 이를 뒤엎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상대로 압승을 거뒀다. 부동산 재벌이자 사업가인 도널드 트럼프는 경선기간 내내 각종 정치 현안에 대한 무지, 여성비하, 외국인 차별, 막말 등 무수한 스캔들로 비난을 받았으며 대중국 보호무역, 난민 추방 등 국제 분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강경 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에도 이러한 결과를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으며, 대선 결과 발표 이후 각지에서 젊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트럼프 당선 무효화 시위가 펼쳐지기도 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는 대선 이후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 중 가장 논란이 될 만한 것들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드러내거나 아예 무효화시킬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소수자 차별을 조장하는 듯했던 태도 또한 철회하고 사과하고 있다. 그러나 핵무장 강화, TPP 폐기 등 다른 문제적 사안들에 있어서는 당초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의 검은 돈, 파나마 페이퍼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파나마에 위치한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 & Company)의 기밀 문건을 공개한 폭로 프로젝트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uddeutscheZeitung)은 익명 제보자로부터 모색 폰세카의 1977~2015년 자료를 입수한 분석을 위해 이를 ICIJ측에 건넸고, 한국 뉴스타파, 프랑스 르몽드, 영국 BBC와 가디언 등 세계 80여 국가의 107개 언론사가 함께 분석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 2016년 4월 3일(미국시간) 문서를 최초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는 이른바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파나마 및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지에 설립한 역외 회사 및 주주 리스트가 공개돼있으며 여기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 세계 각국 지도자를 포함해 정치인, 스포츠·연예계 유명인사, 무기상, 기업가 등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세계적인 충격파를 일으켰다. 역외회사 설립 자체가 항상 불법인 것은 아니며, ICIJ 측 역시 문서에 포함된 인물이 모두 절세나 탈세 등 비윤리적 행동에 연관된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등 일부 인사의 경우 명백한 자금 세탁의 정황이 포착됐으며 아이슬란드 귄뢰이그손 총리도 역외회사를 통해 은행채권을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한편 해당 문서에서 ‘Korea’를 키워드로 검색된 파일은 총 1만 5000여 건이며, 한국 주소를 기재한 한국인 195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작극 논란’ 실패한 터키 쿠데타 7월 15일(현지시간) 밤 터키군 일부 세력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에 반발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약 6시간 시간 만에 실패한 사건. 터키 군부는 역사적으로 세속주의(정교 분리)를 중시해 정부가 이슬람주의 회귀 조짐을 보일 때마다 이를 막기 위한 쿠데타를 일으켰던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이번 쿠테타 또한 군부 내 세속주의 세력인 전(前) 공군 사령관 아킨 외즈튀르크와 아뎀 후두티 육군 2군 사령관, 에르달 외즈튀르크 육군 3군 사령관 등이 에르도안의 친 이슬람 정책에 반발해 일으킨 것이다. 7월 15일 밤 쿠데타군은 탱크와 헬기 등을 동원해 이스탄불 국제공항과 앙카라의 방송국을 장악했다. 그러나 해외에서 휴가 중이었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SNS를 통해 국민들에게 쿠데타군에 대항해줄 것을 요청했고 수적으로 열세인 쿠데타군은 결국 정권 장악에 실패했다. 실패한 쿠데타 시도로 총 265명이 사망, 140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가담 군인 2839명이 체포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가 세속주의 옹호와는 관련이 없으며 터키 정치인 펫훌라흐 귈렌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슬람 학자이자 종교 지도자인 귈렌은 본래 에르도안의 동료였으나 에르도안과 대립 끝에 1999년 미국으로 망명한 정치인이다. 반면 귈렌은 당시 쿠데타를 반대파 숙청 및 통치권 강화를 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자작극’ 가능성을 제기했다. 귈렌은 쿠데타 발발 이후 영국 언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에 대해 제기하는 혐의를 세계가 믿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이번 쿠데타가 기획됐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나와 나의 추종자에 대한) 더 심한 탄압을 의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이후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뒤 4만 5000여 명의 법조인, 교육계 인사, 공무원, 경찰들에게 반란군 누명을 씌워 투옥 및 해고시키는 등 무차별적 반대파 숙청에 나서 국제적 비판을 받고 있다. ●6개월의 투쟁…프랑스 노동법 개정 반대 시위 프랑스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법 개정에 반대하는 프랑스 국민들의 시위가 올해 초부터 약 6개월 넘게 진행됐다. 지난 3월 경 중도 좌파인 프랑스 사회당 정부는 높은 실업률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기업의 해고 요건 완화 및 근무시간 35시간 근무제도를 주된 골자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에 3월부터 프랑스 노동자 조합과 학생단체들은 전국적으로 반발 시위에 나섰으며 공무원들도 파업을 벌였다. 4월부터 폭력 시위가 발생하면서 국민과 경찰이 물리적으로 대치했으며, 최루탄·물대포 등 강도 높은 진압 수단이 사용됐고 경찰과 시위대 양쪽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전국적인 반대 시위에 더불어, 프랑스 하원의 야당의원들은 물론 여당 일부 의원들 또한 개정에 반대해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자, 지난 5월 프랑스 정부는 헌법 제 49조 3항의 ‘긴급명령권’을 발동, 노동법 개정안을 하원 표결 없이 상원에 넘기기에 이른다. 프랑스 헌법 제 49조 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경우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의회 투표 없이 총리가 발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후 상원은 법안을 수정해 하원에 내려 보냈으나 하원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프랑스 정부는 상하원이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7월에 다시 한 번 긴급명령권을 발동해 노동법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가결시켰다. 국민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결정에 프랑스 국민들은 9월까지 시위를 이어나갔으나 결국 노동법 개정을 철회시키지는 못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임신·중절 수술·자살 시도…“등단해도 두려움에 떨었다”

    임신·중절 수술·자살 시도…“등단해도 두려움에 떨었다”

    “하루는 술에 취해 전깃줄로 올가미를 만들어 문고리와 내 목에 매달았다. 조여 오는 고통을 가까스로 뿌리쳤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쓸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자살 기도를 했던 그날에도 그는 다른 피해자에게 몹쓸 짓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던 이미라(가명)씨는 좋아하는 모 시인의 블로그를 찾아보다 그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습작생 당시 좋아하는 시집과 시인을 동일시했고, 시인과 직접 연락한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는 이씨는 그로 인해 몇 년간 고통에 휩싸였다. 한 달 뒤 시인에게 성관계를 요구받으면서 임신 뒤 중절 수술까지 한 것. 이후 문예지로 등단을 하며 시인의 꿈을 이뤘지만 이씨는 기쁘지 않았다. 늘 불안했다. ‘그가 나에 대해 문단에 소문내면 어쩌나,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문단 내 지위·친목 앞세워 성폭력” 지난 10월 중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폭로로 터져 나온 문단 내 성폭력 피해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28일 문학과지성사가 발행한 계간 ‘문학과사회’ 겨울호에 담겼다. 문학과지성사는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 상당수의 시집을 펴낸 출판사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받기도 했다. 지난여름 페미니즘 기획을 결정한 ‘문학과사회’는 “지면을 달라”는 SNS상 피해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등단 여부와 상관없이 ‘#문단_내_성폭력’ 기획을 마련해 이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시인으로 등단하기 전 모 시인의 성폭력 피해자였던 이미라씨와 또 다른 시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송섬별씨, 고양예고 피해자 연대 모임인 ‘탈선’, 출판사 쌤앤파커스 임원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인 책은탁 전 마케터 등이다. 자살 충동이나 공황 발작을 핑계로 여성들을 불러내 성폭력을 자행했던 A시인에게 피해를 입은 송섬별씨는 그의 행위에 대해 “전형적인 위력에 의한 성폭력이었다”고 했다. 송씨는 “A는 자신이 시인으로서 문단에서 받고 있는 좋은 평가를 강조하고 자신보다 더 유명한 시인들과의 친분을 과시했기에 연락을 끊은 이후에도 그가 화제에 오르거나 그와 관련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고발 이후 가해지목인 측은 피해고발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익명의 트위터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고발자에게 스트레스와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불법적인 공격을 일삼고 있다”고 밝혔다. ●가해자, 되레 익명 SNS 협박 등 보복 윤이형·박민정 소설가, 백은선 시인 등 여성 문인들도 함께 기고를 실어 피해자 보호와 문단 내 성폭력 재발 방지를 위한 연대, 동참을 다짐했다. 윤이형 작가는 “저에게 한국 문학계의 성별은 남성”이라면서 “한 명의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더이상 강간 문화에 가담하며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했다. 윤 작가는 “강단에서 성차별적인 발언을 수시로 내뱉고는 시정 요구가 들어오면 학생들을 ‘맥락맹’, ‘예술을 공부할 준비가 안 된 자들’로 비난하는 남성 작가들을 봤다. 비혼 여성 작가들은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기혼 여성 작가는 ‘유한부인’으로 비하하는 프레임의 존재도 알게 됐다”며 “지금껏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일을 평생 부끄러워하겠다”고 썼다. 백은선 시인은 “문단은 여성에게 열려 있는가? 내 생각에는 그렇지 않다”면서 “주요 문예지들을 살펴보면 편집위원은 대부분 남성이며, 문단 술자리에 가 봐도 중견 작가 이상은 거의 남성”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학과사회’ 편집위원인 조연정 문학평론가는 ‘펴내는 글’에서 “‘문학과사회’는 앞으로 문학을 둘러싼 수많은 여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비명이 모여 반란이 되고, 그 반란을 통해 진정으로 자유로운 문학이 생성될 때까지”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암흑물질 연구’ 개척 여성천문학자, 우주로 돌아가다

    ‘암흑물질 연구’ 개척 여성천문학자, 우주로 돌아가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는 천문학과 깊은 관련이 있는 날처럼 보인다. 1642년 12월 25일에는 아이작 뉴턴이 태어났고,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천문학계의 또 다른 영웅 베라 루빈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88세. 미국의 여성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현대 우주론의 한 분야인 암흑물질 연구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로, 그의 업적은 30년대 이후 주목받지 못하던 암흑물질 가설을 되살려 이론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천문학 발달사에 큰 분수령을 이루는 암흑물질에 대한 최초의 예측은 스위스 출신 물리학자인 프리츠 츠비키 칼텍 교수가 1933년에 '정체불명의 물질이 우주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발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우주 안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주장이었다. 우주론 역사상 가장 기이한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주장은 간단히 무시되었고, 세월과 함께 묻혀진 채 망각되었다. 오래 잊혀졌던 암흑물질을 다시 무대 위로 올린 주인공이 바로 베라 루빈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도움으로 천문학의 매력에 빠진 루빈은 1948년 배서대학을 졸업한 후, 프린스턴대학원에서 천문학을 공부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 이 대학원은 천문학 과정의 여성 입학을 허용하지 않아 그는 다른 대학원들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코널 대학에서는 리처드 파인만, 한스 베테 같은 거물들에게 배웠다. 츠비키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1962년, 베라 루빈은 1950년대 애리조나에 있는 키트피크 천문대에서 은하 내 별들의 회전 속도를 측정하면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발견했다. 은하 중심부에 가까운 별들이나 멀리 떨어진 별들의 공전속도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이것은 케플러의 법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처사였다. 이 법칙에 따르면, 바깥쪽 별들의 속도가 당연히 한참 느린 것으로 나와야 한다.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초당 공전속도를 보면, 수성은 47km, 지구는 30km, 해왕성은 수성의 10분의 1밖에 안되는 5km다. 만약 해왕성이 수성의 속도로 공전한다면 애시당초 태양계를 탈출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은하는 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가? 이미 한 세대 전 츠비키가 예언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루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학계에서 묵살당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여자라는 성(性)이 문제가 되었다. 당시 남녀차별은 천문학 동네의 뿌리 깊은 관습법이었다. 그러나 전세는 대역전되었다. 암흑물질 이론의 근거가 될 만한 관측 증거들이 잇달아 발견됨에 따라 현재는 암흑물질이 우리 우주의 운명을 결정할 거라는 데 반기를 드는 학자들은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가장 극적으로 증명한 것은 중력렌즈 현상의 발견이었다.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져 진행한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해 예측되었고, 1919년 영국의 천문학자 에딩턴의 일식 관측으로 증명되었다. 질량이 큰 천체는 주위의 시공간을 구부러지게 해서 빛의 경로를 휘게 함으로써 렌즈와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를 일컬어 중력렌즈 현상이라 한다. 이 중력렌즈를 통해 보면, 은하 뒤에 숨어 있는 별이나 은하의 상을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신 성과가 말해주는 암흑물질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우주 안에서 우리 눈에 보이는 은하나 별 등의 물질은 단 4%에 불과하고, 나머지 96%는 암흑물질과 암흑 에너지이다. 그중 암흑물질이 23%이고, 암흑 에너지는 73%를 차지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허블의 팽창 우주에 버금갈 만한 우주의 놀라운 현황일지도 모른다. 성차별에 시달리긴 했지만 루빈은 츠비키와는 달리 보상을 받았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뒤인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국가과학메달’을 받았으며, 이듬해인 1994년에는 암흑물질 연구에 관한 공로로 미국 천문학회가 주는 최고 상인 헨리 노리스 러셀(H-R그림표를 만든 천문학자) 상을 받았다. 그녀는 2000여 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앞에서 수상 강연을 한 후, 엉뚱스럽게도 '은하수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TV드라마 주제가를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은 그 많은 과학자들도 그녀의 노래에 맞춰 합창을 했다는 사실이다. 천문학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리라. 우주를 바라보는 인류의 시각을 크게 바꾸어놓은 베라 루빈.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우주로 돌아가 평화로이 영면하기를 기원한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한인 3세의 데뷔작, 日 문단을 뒤흔들다

    한인 3세의 데뷔작, 日 문단을 뒤흔들다

    유명 日문인들 물리치고 영예 “차별받은 어린 시절 경험 바탕” 재일 한인 3세 여성 작가인 최실(31)씨가 일본 내 유명작가들을 물리치고 데뷔작으로 일본 문학상을 받았다. 아사히신문은 27일 최씨의 첫 작품인 ‘지니의 퍼즐’(고단샤)이 최근 제33회 오다 사쿠노스케상 수상작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최종 후보 5명에 아쿠타가와상, 나오키상 수상 작가 3명도 포함됐으나 이들을 물리치고 최씨가 수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오사카시와 오사카문학진흥회 등이 주관하는 오다 사쿠노스케상은 쓰무라 기쿠코, 미우라 시온 등 일본 유명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최씨는 수상 소식에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저 놀랄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수상작은 재일 한인 소녀가 학교에서 또는 차별·폭력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장소를 찾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그렸다. 최씨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픽션”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한국 등으로 근거지를 옮겼고 10대 때는 집안 사정으로 이사를 거듭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게 된 시기는 일본으로 돌아가 영화 전문학교에 다니던 때였다. 최씨는 사회에 만연한 헤이트 스피치(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에 자신도 “정신적으로 힘들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피하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어린 시절의 나 자신에게 얘기하는 마음으로 썼고, 그때의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도 그것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수상작에는 차별과 폭력에 대한 분노와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고 평했다. 한 심사위원은 “전후 일본의 젊은 작가가 쓰지 못한 ‘호밀밭의 파수꾼’에 필적하는 청춘 소설”이라고까지 격찬했다. “언젠가 정말 그 정도의 작품을 쓰면 좋겠다”는 최씨는 잡화점에서 일하면서 차기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최씨는 ‘지니의 퍼즐’로 올해 아쿠타가와상 후보 5명 안에 들었지만, 수상자는 되지 못했었다. 앞서 제59회 군조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오다 사쿠노스케상 상금은 100만엔(약 1028만원)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구글, ‘홀로코스트는 거짓’ 극우사이트 검색창 영구 삭제

    구글, ‘홀로코스트는 거짓’ 극우사이트 검색창 영구 삭제

    구글 검색창에 '홀로코스트는 진짜 일어났나요?'(Did the Holocaust happen?)라는 문구는 자동생성될 정도로 빈번하게 묻는 검색 내용 중 하나다. 이것을 치면 극단적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사이트로 연결된다. 서구사회에서 구글을 집중적으로 비판해온 대목이다. 현지 디지털 전문매체인 디지털트렌드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최근 구글이 검색엔진의 새로운 알고리듬을 만들어 유대인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사이트를 지웠다고 보도했다.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는 사이트로 이동하는 구글의 기능은 최근 들어 급격히 비판을 초래해왔다. 실제 위와 같은 검색을 하면 '홀로코스트가 실제 일어나지 않는 이유 10가지' 등 관련 극우나치주의자들의 관련 글이 주루룩 연결돼서 노출된다. 이밖에도 '유대인은 사악한가?(are jews evil), '여성들은 사악한가?'(are women evil), '무슬림들은 못되먹은 이들인가?'(are muslims bad) 등 질문이 구글 검색창에서 자동완성되면서 극우 인종주의자들의 선전 수단으로 활용되어온 사례들이다. 구글 대변인은 디지털트렌드와 인터뷰에서 "구글의 알고리듬은 검색 질문에 대해 가장 권위 있으면서도 질 높은 답을 제공하기 위해 설계돼있다"면서도 "어떤 웹페이지가 가장 올바른 답인지는 우리 앞에 늘 놓여있는 과제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바르지 않거나 권위가 없는 답이 상위에 노출될 때 그것을 수동으로 하나씩 지우기보다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낫다"면서 "최근 한층 더 진보한 구글의 알고리듬처럼 숙명과도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구언론은 구글의 조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가디언은 '구글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권위 때문에 구글에서 찾은 정보는 쉽게 사실로 받아들여져 빠르게 퍼진다'면서 '일부 문제가 제기된 부분만 바뀌었을 뿐 유대인, 무슬림 등 여러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정보들이 권위있는 내용인양 확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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