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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요 에세이]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새 정부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방안으로 하반기 공무원 추가 채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많은 수험생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공무원 시험에서 남녀 합격 비율은 어떻게 될까. 지난해 9급 공무원 시험의 여성 합격자 비율은 57.6%로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또 올해 지역인재 7급 합격자의 50.8%가 여성이다. 전체 공무원 중 여성 비율(2015년 기준)은 44.6%다. 하지만 직급 기준 성별 통계를 보면 여성의 대표성은 갈 길이 멀다. 고위공무원은 3.7%, 4급은 12.4%에 불과하다. 이런 낮은 여성 고위직 비율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 통계에서도 다르지 않다. 올봄의 일이다. 모 기관에서 여성정책 관련 강의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강의를 들은 여성 직원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 기관은 여성이 전체의 10%도 안 됐고 간부급 여성은 더욱 드물었다. 이메일 내용은 이랬다. “이렇게 뭐든 하나부터 열까지 남성 직원은 편히 받는 보직도 여성은 싸워서 쟁취해야 하고, 쟁취했으면 남성 직원보다 잘해야지만 인정받는 회사를 10여년을 다니면서 이젠 지쳤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두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살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10년 동안의 고단한 생활이 물씬 묻어나온다. 평가나 승진뿐만 아니라 남성 중심 네트워크에서 소외되는 느낌은 더 견디기 힘들 것이다. 여성 채용 및 관리자 확대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민간 기업에는 적극적 우대 조치를 도입했고 공공기관은 자발적으로 여성 관리직 목표치를 설정해 관리하도록 지침을 만들었다. 둘 다 강제 할당 조치는 아니지만 정책을 시작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직에서도 여성공무원 관리지침을 만들어 교육훈련이나 평가에서의 불이익 금지 등 차별금지조항이나 최소 1과 여성 과장 배정 등 적극적인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은 여성 인력 활용을 위한 정책이 최근 우리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 있다. 2015년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일정 목표이상의 여성 중간관리자를 임용하는 내용의 여성인력활용법을 통과시켰고 이달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여성 인력을 잘 활용하는 기업이 대상이 되는 ‘MSCI 일본주(株) 여성활약지수’에 연기금 자금을 우선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여성 신입 사원 비율, 직장 내 여성 근로자 비율, 여성과 남성 인력의 근무 연수 차이, 여성 임원 비율을 기준으로 여성활약지수를 만든다고 하니 앞으로 투자자들은 여성활약지수가 높은 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이런 순환구조는 여성 인력 활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GPIF 최고 투자책임자인 미즈노 히로미치는 이런 과감한 투자 결정은 2013년 아베 신조 총리가 많은 시간을 여성문제에 할애하며 ‘우머노믹스’(여성과 경제의 합성어)를 강조한 유엔총회의 연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인센티브 사례가 있기는 하다. 조달청 입찰에 가점부여 등 가족친화인증기업에 대한 인센티브가 그 예이다. 하지만 인센티브가 미약해 유인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들의 진입이 늘고 있으니 시간이 지나면 여성의 대표성이 저절로 확대되리라는 것은 근거 없는 환상에 불과하다. 30년 전 여성의 사회참여가 드물었던 시절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내 경험으로도 별로 나아진 것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 대표성 확대는 최근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 경제 발전 및 국가 경쟁력 강화를 이루기 위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공통 이슈가 됐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만들어 보다 강력하게 양성평등정책을 추진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설치될 위원회 활동을 통해 내실 있고 강한 여성정책을 기대하며 이참에 우리나라도 기관의 여성인력활용지수를 만들어서 정부에서 투자하고 있는 연기금이나 연구개발비 지원과 연계하는 인센티브 방안을 도입할 것을 제안해 본다.
  • 멜로 대신 추리 ‘마니아 열광’

    멜로 대신 추리 ‘마니아 열광’

    tvN 드라마 ‘비밀의 숲’은 호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4%대에 답보하던 시청률은 지난 주말 범인이 드러나면서 드디어 5%를 돌파했다. 지난 16일 방영된 12회 평균 시청률이 평균 5.5%, 순간 최고는 6.2%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작품성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 부정부패 등 사회 문제를 웃음기 뺀 정공법으로 다룬 극본과 연출에 더해 조승우·배두나 등 두 연기파 배우의 열연으로 조용히 마니아층을 양산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의 ‘비밀의숲’ 갤러리에는 진범에 대한 추리나 주인공의 표정을 놓고 다양한 해석들을 담은 2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 있다. 주인공뿐 아니라 시청자들 또한 상황을 진단하고, 범인을 추적하게 만드는 재미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 셈이다. 서울 서부지검 검사 황시목(조승우)은 어릴 적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어느 날, 로비에 능한 한 사업가가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그 집에서 또다시 성매매 여성이 죽기 직전 발견된 사건으로 시목은 용산경찰서 소속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조우하게 된다. 둘은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 간부들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비리와 적폐로 쌓아 올려진 거대한 권력 집단 속에서 사사로운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검사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여형사의 진실 파헤치기는 회를 거듭할수록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달달한 로맨스가 없다는 점은 그래서 미덕이 됐다. ‘의학 드라마건 법정 드라마건 의사나 검사가 나와서 연애하는 이야기’라는 오랜 조소가 있을 정도로 한국 드라마는 멜로 중심이다. 극 중 인물 가운데 누군가는 연애를 하거나 불륜을 감행하고, 출생의 비밀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밀의숲에선 사건을 캐는 검사와 여형사가 회차를 거듭하는 동안 숱하게 붙어다녔지만 아직 ‘눈이 맞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멜로의 강박을 집어던진 드라마는 추리하는 재미를 준다. 첫 ‘입봉’작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치밀한 전개를 보여준 이수연 작가가 시목을 처음부터 감정 없는 인물로 만든 이유다. 불필요한 로맨스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오직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도록 했다. 미드(미국드라마)처럼 고품격 드라마를 원했던 시청자들은 “로맨스 없이도 기다려지는 국내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반색한다. 적폐 청산이란 화두가 대세인 요즘 권력 기관의 부패 실상을 정면으로 다루고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시청자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는 상당하다.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력자들에게 굴하지 않고 주인공들이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부정한 권력이 민낯을 드러낼 때 시청자들은 안도와 해방감을 느낀다. 자백을 받아내려고 폭력을 서슴지 않는 동료들을 향해 “내가 매일 보는 동료가, 내 옆의 보통 사람들이 이러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여진의 토로는 울림이 컸다. 비밀의 숲은 사회적 메시지를 표면에 내세운 장르 드라마의 궤적을 밟고 있다. 뿌리 깊은 비정규직 차별 문제와 이른바 ‘삼포세대’ 직장인들의 애환을 그려낸 tvN ‘미생’(2014년), 시한부 검사의 삶을 통해 검찰 조직의 폐쇄성과 정경유착 등을 보여준 SBS ‘펀치’(2014~2015년), 부조리한 자본시장에 맞서 싸우는 대기업 사원의 고군분투를 그린 KBS 2TV ‘김과장’ 등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다뤘음에도 시청자들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비밀의숲에서 범인을 잡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다. 집단의 괴롭힘 속에서도 주인공이 끝까지 문제를 추적해 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면서 “잘 짜인 각본과 섬세한 연출력,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로맨스 없이도 웰메이드 드라마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관가 인사이드] ‘방탄’ 유리천장 뚫기…여성 쿼터제의 특명

    [관가 인사이드] ‘방탄’ 유리천장 뚫기…여성 쿼터제의 특명

    “남성 중심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아요.” “억지로 강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여성 비중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서로 역차별되지 않는 환경이 우선되어야죠.” 여성 장관 30% 공약을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의 첫걸음은 다소 아쉬울 전망이다. 16일 현재 17개 부처의 장관 중 네 명이 여성이다. 23.5%다. 신설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자리가 남아 있지만 최소 6명은 돼야 30%를 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약 이행은 난망이다.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중기부 장관이 여성으로 결정되고, 여성이 사상 첫 수장으로 취임한 보훈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물론 현재 수준만으로도 여러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역대 정부 1기 내각 중 여성 비율이 가장 높다. 또 외교부, 국토부 등 단 한 번도 여성이 장관으로 임명된 역사가 없는 부처에서 여성 장관이 탄생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대통령 등 새 정부 기조 때문인지 공직 곳곳에서 ‘우먼 파워’가 도드라지고 있다. 여야 갈등으로 임명동의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지만 역대 5번째 여성 대법관의 탄생에 이어 3명의 여성 대법관이 동시에 재직하는 초유의 일이 생긴다. 남성이 최종 후보자로 결정됐지만, 여성이 신임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되는 파격이 연출되기도 했다. # “여성 고위공직자 늘려 성평등 내실 다져야” 그렇다면 ‘여성 장관 30%’ 시대, 여성 공무원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장관을 비롯한 정무직에서 여성 비율을 늘리는 것도 상징성이 있다며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고위 공무원의 여성 비율을 늘려 성평등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2016년 말 기준 전체 국가직 고위 공무원(지방직 제외) 1051명 중 여성 비율은 4.9%(52명)에 불과했다. 고위 공무원으로 향하는 인력풀인 3급, 4급에서도 여성 비율은 각각 6.6%(52명), 14.1%(857명)에 그치고 있다. 이와 관련, 인사혁신처는 올해 말까지 4급 이상 국가직 공무원의 여성 비율을 지난해 말 13.5%에서 올해 말 15%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고위 공무원 쿼터제 도입은 큰 의미가 있다. 하부에서는 나날이 여성이 많아지고 있지만, 상부는 여전히 남성들이 압도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남성 중심 조직 문화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40대 초반 여성 서기관 A) “여성에 대한 선입견, 편견을 없애고 동등한 기회가 부여되는 데 효과가 있을 것 같다. 여성이라서 더 많은 기회를 달라는 말이 아니라 단지 여성이기에 차별받지 않는 공평함이 절실하다.”(20대 후반 여성 주무관 B) 일부 부처의 쏠림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교육부(69.9%), 여성가족부(68.0%), 보건복지부(57.6%) 등 여초 현상이 심화된 곳도 있지만, 국민안전처(9.5%), 경찰청(12.8%) 법무부(15.3%), 국토교통부(19.9%) 등 여성 비율이 20%가 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 #“부처별 쏠림현상 뚜렷…역차별 단초 가능성 ” 남녀 특성이 오랜 세월 반영돼 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나친 쏠림 현상은 성평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여성 비율에 대한 내부 지침이 있는데 여성 수 자체가 부족한 부처에서는 무리하게 맞추기 힘들어 다른 곳에서 파견을 받는 경우도 있다.”(30대 초반 여성 사무관 C) “복지 쪽은 남자 공무원이 특히 적지만, 험한 곳을 방문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상급자들이 상대적으로 남자 공무원과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역차별이 있기도 하다.”(20대 후반 여성 주무관 D) 궁극적으로는 남성도 육아 등 가사 분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가 보편화돼야 쌍방의 역차별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육아휴직을 하는 공무원 5명 중 4명이 여성인 현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 1월부터 육아휴직 시 근무 경력 인정 기간을 첫째와 둘째 각 1년, 셋째부터 3년에서 첫째 1년, 둘째부터 3년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승진을 위한 인사평가를 하다 보면 상급자 입장에선 육아휴직을 다녀온 여성과 연속적으로 근무해 온 남성을 놓고 고민할 수가 있다. 성별을 떠나 모두 자연스럽게 육아휴직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뿌리내린다면 서로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는 상황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 같다.”(40대 중반 여성 서기관 E) #“男중심 문화에 변화” vs “숫자 맞추기로 역풍” 모든 여성 공무원이 쿼터제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이 역대 최고치인 49.8%로 남녀 역전이 오늘내일하는 상황에서 쿼터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을 끌어와 맞췄다가 잘하지 못하면 ‘역시 여자는 안 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차피 자연스럽게 여성 고위직 비율이 올라갈 텐데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장기적으로 좋을 것 같다.”(30대 후반 여성 사무관 F)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여성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30대 초반 여성 사무관 G) “애초에 비율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은 일 못하고 배려해 준다는 시각이 깔린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20대 후반 여성 주무관 H)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과학적 조언’의 탈을 쓴 지독한 성차별

    ‘과학적 조언’의 탈을 쓴 지독한 성차별

    200년 동안의 거짓말/바버라 에런라이크·디어드러 잉글리시 지음/강세영·신영희·임현희 옮김/푸른길/500쪽/2만 8000원‘여성의 생리는 휴식과 격리가 필요한 병이고, 임신은 고질적이고 장애를 유발하는 상태이며, 폐경은 일종의 죽음이다. 여성의 성격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난소를 절제해야만 한다.’ 이 비뚤어진 생각은 누구로부터 비롯됐을까. 소위 과학적인 전문가라고 불리는 의사들의 생각이라면 믿을 수 있는지. 게다가 이 모든 것이 여성의 삶을 조작하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면. 미국의 역사적 전환기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산업화와 세계대전을 계기로 여성들이 노동인구로 편입되기 시작할 무렵, 여자들의 인생 계획을 마음대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남성적 관점에서 여성은 탐구되고 분석되어야 하는 대상이자 사회 문제였다. 이에 의사, 심리학자, 정신분석학자, 가정과학자, 육아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소위 전문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 삶의 일부 영역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하며 여성의 신체, 육아, 가사 등에 일일이 관여했다. 책은 지난 200여년 동안 전문직 종사자들이 여성들을 위하는 척 건넨 조언이라는 것이 사실은 과학이라는 허울을 쓴 성차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여성이 근본적으로 허약하다는 신화와 그 해법으로 제시된 ‘가정 중심적인 삶’은 여성이 경제적 인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1970년 상원의원 허버트 험프리의 주치의 에드가 버만은 ‘심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들이 제시한 출판물, 회고록, 잡지, 편지, 강연, 팸플릿 등 각종 문헌 자료에는 전문가들이 여성을 어떻게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이끌었는지 생생하게 드러난다. 책은 여성의 권리가 많이 향상되었지만 여전히 전문가로부터의 여성 해방은 미완의 혁명이라고 설명한다. 2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람들은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 성공하는 자녀를 키우는 법, 연애 잘하는 법, 몸무게 줄이는 법 등 다양한 조언을 텔레비전, 인터넷,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구한다. 이 같은 조언에는 여성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나 바람직한 여성상이 은연중 녹아있다. 21세기인 지금, 이 책이 독자들에게 전하는 교훈은 그래서 유효하다. “전문가가 아무리 많은 학위를 당신에게 보여 주더라도, 그들이 아무리 많은 연구를 인용할지라도, 당신 스스로 더 깊이 탐구하고 당신 자신의 실제 생활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 생각하라.”(27쪽)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이유없이 흑인 여성 차 세웠다가 당황한 백인 경찰

    이유없이 흑인 여성 차 세웠다가 당황한 백인 경찰

    이유없이 흑인 여성의 차를 멈춰 세웠다가 당황한 백인 경찰의 이야기가 화제가 되고 있다.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지역신문 템파베이 타임스와 마이애미 헤럴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저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교통 단속을 하던 경찰이 흰색 포드 세단 승용차를 멈춰 세웠다. 백인 경관 2명이 운전자에게 다가가 직업을 묻자 흑인 여성은 “저는 주 검사(state attorney)입니다”고 대답했다. 이 여성은 플로리다주의 유일한 흑인 여성 검사인 아라미스 아얄라였다. 경관은 당황하며 시원찮은 단속 이유를 대기 시작했다. 이 경관은 처음에 차량 조회판을 조회해봤는데 아무것도 뜨지 않아서 혹시나 도난차량이 있을까 봐 검문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경관은 “잠깐 보니까 창이 너무 진하게 선팅된 것 같네요. 그게 또 하나의 이유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얄라 검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살짝 웃고는 경관들에게 명함을 요구했다. 이 검문 영상은 해당 경관의 보디 캠에 찍혀 공개됐으며, 유튜브에서 30만회 넘게 조회됐다. 아얄라 검사는 플로리다 A&M 대학 로스쿨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경찰이 자신을 멈춰 세웠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백히 아무런 법규 위반을 하지 않았다“면서 ”번호판 역시 적법하게 부착된 것이며, 차량 창문 선팅은 플로리다 주 법에선 위반 행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탬파베이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아얄라 검사는 지난 3월에도 두 건의 인종차별 모욕과 협박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흑인 여성 운전자를 백인 경관이 멈춰 세웠다가 차 안에 탄 사람이 주 검사인 걸 알자 억지로 어색한 변명을 둘러댄 상황이라며 해당 경관을 꼬집는 비판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이 커지자 아얄라 검사의 번호판 인식에서 등록된 차량이 뜨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쇼아 기념관, 위안부 박물관/최광숙 논설위원

    [씨줄날줄] 쇼아 기념관, 위안부 박물관/최광숙 논설위원

    달팽이집 같은 나선형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두운 동굴로 안내된다.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촛불 세 개가 거울에 반사되면서 사람들은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이때 차분한 음성이 흘러나온다. 2차대전 때 나치에 희생된 어린이들의 이름, 거주지, 나이가 엄숙하게 낭독된다. 목숨을 잃은 150만명의 어린이들의 이름을 다 듣고 나면 마주하게 되는 햇빛.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이곳은 예루살렘 근교 야드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 내 어린이 희생자 추모지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할 때마다 이곳에 들른다. 평소 감정의 동요가 없는 그지만 이곳에서만큼은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독일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 600만명을 기리는 곳이다. 유대인 학살을 가리키는 홀로코스트는 구약성서에서 신에게 희생물을 통째로 태워 바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이스라엘에서는 유대인이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학살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대재앙’, ‘참사’를 뜻하는 히브리어 ‘쇼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유럽에서는 쇼아를 쓰지만 영미권에서는 여전히 홀로코스트를 쓴다. 이 기념관은 해외 정상들이 이스라엘 방문 때 반드시 찾는 장소다.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검은색의 유대교 전통 모자인 키파까지 쓰고 가족과 함께 이곳 추모의 홀에서 헌화를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홀로코스트를 “형언할 수 없는 악의 행동”이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최근 이곳을 찾았다. 놀랍게도 위안부 문제 등 아시아 주변국 침략에 대해 한마디의 반성도 없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5년 1월 이곳에서는 “특정 민족을 차별하고 증오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인간을 얼마나 잔혹하게 만드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고 연설했다. 유대인의 학살을 추모하는 기념관은 독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각지에 있다. 추모의 방식도 기념관, 유대인 수용소, 영화, 연극, 문학 등 인간이 창조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이뤄진다. 최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를 방문해 “일본군 위안부 박물관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쟁이 가져다준 인권 침해를 기억하고 환기하는 메카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좋은 서울 시내에 짓겠다고 한다. 쇼아 기념관과 비교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 박물관도 쇼아 기념관처럼 세계 지도자들이 꼭 들르는 역사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첫 방문자는 아베 총리였으면 한다.
  •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참여정부 때 인사비서관… “소수자 차별 없는 인사 구현”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참여정부 때 인사비서관… “소수자 차별 없는 인사 구현”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인사행정에 정통한 학자로 손꼽힌다. 공직 인사제도 발전에 이바지해 왔으며, 이론과 식견은 물론 풍부한 실무경험을 겸비한 인사행정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참여정부 시절 인사제도비서관을 지냈다.김 인사처장은 12일 열린 취임식에서 모범고용주로서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하며, 바람직한 공직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장애인, 이공계 출신 공무원 등 정부 내 소수자들이 차별 없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전체의 균형인사를 구현해야 한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부패 없는 깨끗한 공직사회를 구현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61) ▲중앙대 행정학과 ▲미국 플로리다국제대 행정학 석사 ▲아메리칸대 행정학 박사 ▲연세대 정경대학 학장 ▲한국인사행정학회장 ▲세계행정학회(IIAS) 회장 ▲연세대 정경대학 글로벌행정학과 교수
  • 이정미 정의당 새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이정미 정의당 새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

    ‘사람 사는 세상, 그 뜻 위에 노동이 당당한 나라, 세워가겠습니다.’이정미 정의당 신임 대표가 12일 경남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후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가치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전날 정의당의 동시당직선거에서 정의당을 이끌 새 대표로 뽑혔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의 민족민주열사 묘와 현충원을 참배하고, 경기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 들러 세월호 유족들과 면담했다. 이어 이 대표가 찾은 곳이 바로 노 전 대통령의 묘소다. 이 대표는 이날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노 전 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은 대한민국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라면서 “정의당이 우리 사회에 여전히 차별받는 많은 여성, 청년,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면서 차별받지 않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정의당이 제대로 보여줘 다른 야당들도 구태의연한 정치 공방에서 벗어나고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는 그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그는 전날 당 대표 선출 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 승리와 선거 제도 개혁이라는 중요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면서 “사력을 다하고 당원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정의당을 국민이 꼭 필요한 정당으로 발돋움시키고자 한다”고 당선 소감을 말한 적이 있다. 이 대표는 오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당 대표 이·취임식을 통해 정식으로 당 대표에 오른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통계청장 황수경은 누구?…KDI 출신 노동경제 전문가

    통계청장 황수경은 누구?…KDI 출신 노동경제 전문가

    황수경(54) 신임 통계청장은 개혁 성향이 강한 학자 출신이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노동경제 전문가다.황 청장은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울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뒤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노동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30여 년간 연구에 주로 매진한 분야는 노동경제다. 서울대 공대로 학사를 졸업한 직후 그는 1989년부터 2년간 주간 노동자신문에서 기자로 일했다. 이후 국책 노동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과 책임연구원, 노동시장연구본부 노동시장연구실 연구위원, 데이터센터 소장을 지냈고 경제학, 노동경제와 관련된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받으며 노동경제 쪽 진로를 다져나갔다. 정부 정책 자문도 활발히 했다. 황 청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약했고 같은 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을 지냈다. 2005년에는 노동부 정책평가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2007년부터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KDI로 옮긴 뒤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과 선임연구위원, 서비스 경제연구 태스크포스(TF)팀장을 지냈다. 노동시장에서의 차별, 장애인·여성 고용상황, 소득 불평등, 사회적 일자리 창출방안 등이 그의 주요 연구과제였다. 현 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에 방점을 두는 가운데 노동·소득과 관련된 통계를 구축하고 취약계층 고용상황을 살펴볼 정책 자료를 제공하도록 통계청을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전주(54) △서울대 화학공학과, 숭실대 노사관계대학원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노동패널(KLIPS) 팀장·데이터센터 소장 △일본노동연구·연수기구(JILPT) 초빙연구위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KDI 연구위원·선임연구위원 △노동부 정책평가위원회 위원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승무원 되려면 임신테스트부터” 이베리아항공 벌금형

    “승무원 되려면 임신테스트부터” 이베리아항공 벌금형

    여직원을 채용하면서 임신 여부를 밝히게 한 항공사가 벌금을 맞았다. 스페인 당국이 이베리아항공에 2만5000유로(약 3282만원) 벌금을 부과했다고 현지 언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여성승무원 등 여직원을 채용하면서 임신테스트 결과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스페인 당국은 이베리아항공을 감사하면서 여성 입사지원자들에게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변검사를 받고 결과를 제출하게 한 사실을 확인했다. 마약 중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도 이 항공사 입사지원자들에겐 필수절차였다. 스페인 당국은 “여성들에게 임신검사를 받도록 한 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벌금징계를 결정했다. 이 관계자는 “여성들에게 임신 여부를 확인 받도록 한 건 명백한 성차별로 남녀평등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아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하는 것 역시 차별로 징계의 사유가 된다는 게 스페인 당국의 설명이다. 항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벌금이 확정되자 이베리아항공은 보도자료를 내고 “임신한 여성의 안전을 위한 조치가 오해를 샀다”고 해명했다.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적용하기 위해 신경을 쓴 게 차별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을 채용하지 않으려는 뜻도 아니었다고 항공사는 항변했다. 이베리아항공은 보도자료에서 “임신을 이유로 여성을 채용하지 않은 경우는 결코 없었다”며 “회사는 임신한 여성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엄격한 안전규정을 두고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항공사는 “지난해 여성승무원 중 38%가 자녀양육을 이유로 단축근무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임신한 여직원 또는 아기를 둔 여직원에 대해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임신검사를 받게 한 데 대해선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이베리아항공은 “(차별 오해를 산 만큼) 앞으론 여성 입사지원자들에게 임신검사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스페인 국적항공사인 이베리아항공은 전체 직원의 46%가 여성이다. 특히 캐빈승무원의 경우 여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71%에 이른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서울광장]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목표가 아니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블라인드 채용, 방식은 목표가 아니다/김성곤 편집국 부국장

    2010년 독일 연방차별금지청은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독일 우체국(Deutsche Post), 독일 통신(Deutsche Telekom), 로레알(L’Oreal), 마이데이스(Mydays), 피앤드지(Procter&Gamble) 등 4개의 다국적 기업, 1개의 중소기업, 3개의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익명지원제도(Anonymisierte Bewerbungen)를 적용하는 프로젝트였다. 2010년 11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1년의 실험 기간 동안 8550명이 익명으로 지원을 해 1293명이 서류 전형을 통과해 시험이나 면접에 응시했다. 방식은 이렇다. 각사의 일정 서식이나 아니면 온라인 지원을 하도록 하되 서류에 처음부터 사진이나 이름, 주소, 생년월일, 나이, 성별, 가족 상황, 출신, 국적, 장애 유무 등을 일절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그 취지는 각 기관이 현재까지의 채용 문화를 돌아보고, 자발적으로 이들이 익명 지원 절차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었다.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칼럼 순서가 돼 부랴부랴 블라인드 채용을 주제로 정하고 자료 수집에 나섰다. 인사혁신처나 행정자치부, 서울시 등에 자료를 부탁하고, 공기업과 대기업 등에도 손을 내밀었다. 의외로 자료가 빈약했다. 다행히 국가인권위원회의 ‘고용영역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실태 모니터링’이라는 자료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독일의 실험 결과는 어땠을까. “익명 지원 절차의 이용만으로 차별을 금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차별을 줄여 나가는 데 도움이 됐다.” “서류전형-면접-채용 결정으로 이어지는 채용 절차 과정에서 지원자가 최초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독일 연방차별금지청의 평가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이 제도를 활용한 결과 여성이나 이민자의 취업이 유의미하게 나타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부터 공무원이나 공공 부문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이후 코레일이 하반기 605명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뽑기로 하는 등 공공기관들이 속속 이를 채택하고 있다. 민간에서도 동아쏘시오홀딩스와 GS리테일 등이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사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의 성패는 민간 기업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 인권위가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3567개 공공기관과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대상으로, 채용 과정에서 차별적인 요소를 분석한 결과 출신 지역 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전체의 32.5%나 됐고, 학력 관련 사항을 요구한 곳은 전체의 94.7%였다. 이 중 민간 기업은 99.7%, 공공기관은 90.8%였다. 실상이 이런 마당에 쉽게 블라인드 채용이 받아들여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할 수도 있다. 실제로 곳곳에서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체험 등 스펙을 쌓는 지원자들이 유리한 점을 감안하면 또 다른 ‘계층 사다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사람이 곧 경쟁력인데 이런 방식을 밀어붙이면 어떻게 변별력을 확보해 공공기관이나 기업이 경쟁력 있는 인재를 뽑을 수 있느냐”는 목소리까지 다양한 지적이 나온다. “극소수 차별 사례를 막기 위해 너무 큰 칼을 든 것 아니냐”는 항변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균등한 기회 제공을 통한 공정 경쟁과 공정 채용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어찌 보면 우리는 너무 늦었다. 공직사회가 이미 2005년에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지만 공무원들의 실력이 줄었다는 평가는 아직 없다. 촉박하긴 하지만 블라인드 채용은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부도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였으면 한다. 그리고 변별력 확보를 위한 방안도 같이 제시해야 한다. 화두만 던져 놓고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자칫 “채용 방식이 목표냐”는 비난과 마주할 수도 있다. 다행히 행정자치부가 12일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고 하니 여기에 보다 구체적이고도 채용 기관에 보탬이 되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sunggone@seoul.co.kr
  • 정의당 새 대표 이정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

    정의당 새 대표 이정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

    이정미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정의당을 이끌 새 대표로 선출됐다.이 원내수석부대표는 정의당의 동시당직선거에서 7172표(56.05%)를 획득해 5624표(43.95%)를 받은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을 꺾고 정의당을 이끌 새 대표로 뽑혔다. 이 신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 승리와 선거 제도 개혁이라는 중요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라면서 “사력을 다하고 당원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정의당을 국민이 꼭 필요한 정당으로 발돋움시키고자 한다”고 당선 소감을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날 전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의당에 많은 기대를 가진 시민사회, 노동계 등과 충분히 대화를 나누고 협력하면서 앞으로 정의당과 함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가는 데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5일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주류가 될 것이다. 우리가 대변하는 노동의 다른 이름은 여성이며 청년이고 비정규직이다. 격차와 차별에 시달리는 여성의 노동, 역사상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해진 청년세대의 노동, 나쁜 일자리의 늪에 빠진 비정규직의 노동을 대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적이 있다. 또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새 정당질서를 만드는 첫 시험대다. 우리 후보들이 정의당의 이름으로 당당히 선거를 치르게 하겠다”면서 “집권 정의당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의당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30분 국회에서 당 대표 이취임식을 열 계획이다. 정의당의 신임 대표단은 오는 12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의 민족민주열사 묘와 현충원을 참배하고, 경기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 들러 세월호 유족들과 면담하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손석희, 이언주 막말 관련 브리핑·배경음악은 GOD ‘어머님께’

    손석희, 이언주 막말 관련 브리핑·배경음악은 GOD ‘어머님께’

    국민의당 이언주 원내 수석 부대표가 파업을 강행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미친놈들’, 학교 조리사를 지칭하며 ‘밥하는 아줌마’라는 표현을 쓴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손석희 앵커는 10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 이에 대해 언급했다.손석희 앵커는 “사람들의 추억에도 교집합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도시락일 것이다. 추운 겨울 당번 학생의 핵심 임무는 난로 위에 쌓아둔 도시락이 타지 않도록 고루 위아래를 바꾸어 놓는 것이었고 허기진 친구들은 점심 시간이 오기 전에 쉬는 시간 간간이 모두 먹어 치웠던. 그렇게 도시락은 추억이 됐다”고 도시락에 얽힌 추억을 꺼냈다. 이어 도시락에 얽힌 노동과 계급, 사회학적 의미에 대해 짚었다. “그런가 하면 도시락은 또한 노동이었다. 매일 새벽이면 서둘러 일어나 챙겨야 했던 아이들의 먹을거리.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아이가 있으면 기본이 두개였고 아이가 서넛이라도 있다면 아침 식탁에는 정성스레 싸놓은 도시락통이 줄을 서 있었다. 그것은 반복되는 그림자 노동. 그래서 시머니들에게 학교급식 전면시행은 해방의 날이었고 혹자는 도시락에서 해방된 날을 일컬어 여성해방의 날이라고 하기도 한다. 도시락은 또한 계급이기도 했다. 형편이 좋은 집안과 그렇지 못한 집안당 아이들이 때로는 사실은 거의 매일 서로가 비교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옛날에는 그깟 계란이 있고 없고에 따라 아이들의 계층이 갈리고 남모를 열등감과 낭패감을 하루 한 번씩 겪어야 했던. 매일 노동하는 어머니의 마음들까지도 상처입게 했던.” 그는 “그러니 도시락이 없어지고 학교 급식이 시생됐다는 것은 그 모든 도시락의 추억과 어머니들의 끝없는 노동과 특히 교실에서 일어났던 계층의 갈등까지도 모두 공교육이 대신 책임져주었던 커다란 사건이었다”면서 “밥하는 동네 아줌마. 정치인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이 논란이 됐다”고 최근 이언주 의원의 발언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손 앵커는 “밥하는, 동네, 아줌마. 늘 하는 일이고 그것도 누구든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뭉쳐진 이 세 단어의 조합으로 인해서 상대를 업신 여긴다는 뜻이 필연적으로 강해지는 그 발언. 그러나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의 공교육은 도시락의 추억과 어머니의 노동과 교실에서의 차별을 대신 짊어질 수 없었다”면서 “그렇게 달랑 세 단어로 비하되기에는 그들이 대신해준 밥짓기에 사회학적 무게가 가볍지 않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브리핑이 후 배경음악으로는 GOD의 ‘어머님께’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방인… 노숙자… 소외된 아픔을 들춰내다

    이방인… 노숙자… 소외된 아픔을 들춰내다

    “아이를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요.…나는 무식한 아줌마여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어요. …제발, 사람이 소중한 나라, 사람 목숨이 소중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아들이 입고 뛰었던 운동복을 든 여인은 북받치는 울음을 삼키며 가슴속에 맺힌 한을 털어놓는다. 백범 선생의 좌상을 본뜬 거대한 조형물에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를 비롯해 탈북 예술가, 해고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귀화한 영화배우, 동성애 인권운동가, 20대 청년 등이 각자의 소원을 말하는 모습이 투사된다. 한결같이 억압과 차별을 견뎌 온 사람들, 심리적 외상과 박탈감에 고통받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어두운 공간을 가득 메우며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갖는 폴란드 출신의 공공미술 거장 크지슈토프 보디츠코(74)의 신작 ‘나의 소원’이다. 자주적인 문화대국을 꿈꿨던 백범의 ‘나의 소원’에서 강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지난해 5월부터 약 1년간의 조사를 거쳐 백범을 상징적인 인물로 선정한 데 대해 그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통일된 한국에 대한 비전을 기쁨의 국가,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민주적인 국가, 제국주의가 아니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문화에 초점을 맞춘 그런 국가를 꿈꿨다”면서 “이상적인 사회, 특히 민주주의를 향한 기대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결코 타인의 고통의 깊이에 가 닿을 수는 없지만 타인의 고통에 대해 귀 기울일 수 있으며 또한 귀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면서 “심리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이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변화를 이끌어 내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예술가도 사회의 고통과 문제를 극복하도록 예술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1943년 바르샤바에서 태어난 보디츠코는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다. 1968년부터 현미경을 디자인하는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실험적인 예술인과 지식인들이 운영하던 대안공간(갤러리 포크살)을 중심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1977년 캐나다의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1980년대 들어 미국 뉴욕과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카셀 등 여러 도시에서 사회비판적,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야외 프로젝션 작품을 잇달아 발표했다. 특히 그는 세계 각지에서 난민, 외국인, 노숙자, 가정폭력 희생자 등 상처받고 억압된 사람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발언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공공 프로젝션과 디자인 작품을 선보여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이번 전시는 ‘크지슈토프 보디츠코: 기구, 기념비, 프로젝션’이라는 제목으로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의 주요 작품 80여점이 총망라된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사회의 주요 담론을 선도해 온 보디츠코의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회고전 형식의 5전시실은 모두 4개 파트로 구성됐다. 폴란드에서의 초기작으로 최초의 퍼포먼스 작품인 ‘개인적 도구’와 바삐 움직이는 공공장소에서 혼자 느린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수레’, 사방으로 감시당하고 막막한 상황을 표현한 ‘자화상’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억압 간의 긴장을 다룬 작품들이 소개된다.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을 논의할 때 자주 언급되는 대표작 ‘노숙자 수레’도 눈길을 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폐타이어를 태운 열로 몸을 녹이는 노숙자, 쇼핑카트에 빈 캔을 모아 파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본 그가 쇼핑카트를 개조해 만든 복합기능의 수레는 사람들이 길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도록 내몰린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90년대 초에 발표한 ‘외국인 지팡이’와 마우스피스 모양의 ‘대변인’은 거리에 들고 나가면 누구라도 쳐다볼 기이한 모양이다. 보는 사람들이 말을 걸게 만듦으로써 발언과 소통의 기회를 내포한 작품들을 작가는 ‘문화적 보철기구’라고 부른다. 공공장소에서 건물 외벽 등을 스크린 삼아 영상작업을 투사하는 공공 프로젝션에서는 세계 각국의 도시에서 현지 공동체와 함께 진행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치료에서 차별을 받은 재일조선인 등 원폭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히로시마 프로젝션’(1999), 가정폭력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은 ‘티후아나 프로젝션’(2001) 등 10점의 영상이 소개된다. 보디츠코는 “프로젝션 프로젝트의 목표 중 하나가 많은 사람의 목소리와 경험을 다른 곳으로 확장하는 것”이라면서 “대규모 집회나 시위를 통해 공공장소가 활기를 띠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를 공공장소에서 보여 준다면 시위나 집회가 일어날 이유와 조건이 조금은 줄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 ‘나의 소원’은 7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법무부, 외국인 강사 에이즈 검사 의무 폐지…유엔권고 수용

    법무부, 외국인 강사 에이즈 검사 의무 폐지…유엔권고 수용

    외국인 회화 강사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기 위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제도가 폐지됐다. 다만 필로폰·코카인·대마 등 마약류 검사는 종전처럼 유지한다.법무부는 회화지도(E-2) 비자를 발급받은 외국인 강사들이 앞으로는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아도 사설 학원과 초·중·고교에 취업할 수 있다고 8일 밝혔다. 이전까진 취업하려면 국내 의료 기관에서 발급한 에이즈와 마약류 검사 결과서를 제출해야 했다. 3일부터 시행된 새 법무부 고시에 따르면 외국인 강사들은 이제 에이즈 검사는 제외하고 필로폰,코카인 등 마약류 검사만 의무적으로 받으면 된다. 외국인 회화 강사들은 에이즈 의무검사가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인정받지 못한 차별적 제도라면서 폐지를 촉구해왔는데, 이번에 정부가 논란 끝에 이런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 2012년 국내 한 초등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한 뉴질랜드 출신 A씨가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진정을 낸 것을 시작으로 에이즈 의무검사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는 2015년 5월 영어 강사 고용 조건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도록 요구한 것은 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이 여성에게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을 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9월 정부에 E-2 비자 대상 원어민 회화 강사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관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 버려야해” 막말한 사회복지관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 버려야해” 막말한 사회복지관

    사회복지관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기소된 전직 직원이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인천지법 형사12부(부장 이영광)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5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된 이 사건의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다. 경기 부천의 한 사회복지관을 다녔던 A씨는 2015년 5월~지난해 5월 관장 B씨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10여차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B씨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5년 4월 이 복지관의 한 직원이 여성 직원들에게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 버려야(해고해야)겠다”는 성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B씨와 복지관을 향해 사과를 요구했다. A씨는 이후에도 “임산부를 두 달 반 동안 공포 속에 가뒀다. 권력이 명예라고 생각하나 보다. 모성권을 짓밟아놓은 자가 명예를 운운하다니. 나쁜 놈을 나쁜 놈이라 부르지 말란다”는 등의 비판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후 복지관은 A씨에게 2015년 7월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복지관은 계약 만료에 따른 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A씨는 부당해고라며 맞섰다. B씨는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하고 모욕 혐의로만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비판적인 글을 인터넷에 올린 사실은 인정하지만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해당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게 된 동기, 글의 전체적인 취지, 표현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자신의 판단과 의견이 타당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해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자녀 출생신고서 성별 란에 ‘모름’ 적은 트랜스젠더

    자녀 출생신고서 성별 란에 ‘모름’ 적은 트랜스젠더

    캐나다의 싱글 트랜스젠더가 아이의 출생신고서를 작성할 때, 성별을 적는 란에 ‘모름’(unknown)이라고 기재한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사로잡았다. CBC 등 현지 언론의 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에 사는 코리 도티는 지난 11월 태어난 자신의 아이가 아직 정확한 성별을 결정하지 못했다며 ‘성별은 모름’이라고 신고했다. 성전환자인 도티는 자신 역시 남성도, 여성도 아닌 양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제3의 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지난 11월 친구의 집에서 아이를 직접 출산했지만, SNS에서는 덥수룩하게 턱수염을 기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도티는 “아이가 자라서 자신이 어떤 성별을 가졌는지 스스로 인지할 때까지 (각종 서류에) 성별을 등록하지 않을 것”이라며 브리티시콜롬비아 주 당국 측에 이 같은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국은 ‘성별은 모름’이라고 적힌 아기의 출생신고서 등록을 거부했다. CBS에 따르면 당국은 “제 3의 성을 가지면 오히려 혐오 범죄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도티는 당국으로부터 아이의 이름으로 된 의료카드를 받았다. 해당 카드에는 아이의 이름과 출생 연도, 발급일자, 유효기간과 성별 등이 기재돼 있는데, 성별에는 남성(M)이나 여성(F)을 뜻하는 글자 대신 ‘U’가 새겨져 있다. 도티는 이것이 ‘미결정’(undetermined), 혹은 ‘미지정’(unassigned)을 의미하며, 아이가 우선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당국이 조치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도티는 “‘제3의 성’ 혹은 ‘젠더 넌 바이너리’(gender non-binary·스스로를 남성 또는 여성으로 정의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 로 등록되는 것이 차별이나 혐오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동감한다”면서도 “나는 내 아이가 남자아이 혹은 여자아이로 규정되는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리티시콜롬비아 당국은 임시 출생 등록을 통해 의료카드만 발급했을 뿐 여전히 출생신고서의 정식 등록을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일부 언론은 도티의 자녀가 ‘알 수 없는 성별’로 기재된 의료카드를 받은 세계 최초의 신생아라고 소개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미국판 일베’ 탓 목숨 잃은 ‘개구리 페페’ 부활한다

    ‘미국판 일베’ 탓 목숨 잃은 ‘개구리 페페’ 부활한다

    원작자에 의해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던 개구리 캐릭터 ‘페페’(Pepe)가 부활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NBC뉴스는 원작자의 말을 인용해 개구리 페페가 세계적인 평화와 사랑의 상징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페페는 지난 2005년 원작자 맷 퓨리의 만화 ‘보이스 클럽’(Boy’s Club)에 처음 등장한 캐릭터다. 이후 페페의 다양한 표정이 해외 네티즌 사이에서 감정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페페는 전성기를 누렸다. 국내에서도 페페는 주로 슬픔이나 분노를 표현하는데 사용됐었다. 이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페페는 지난 5월 공식적으로 사망처리됐다. 원작자 퓨리가 페페의 장례식을 다룬 1페이지짜리 만화를 배포하면서 죽음을 공식화한 것. 안타깝게도 페페 죽음의 배경에는 가슴 아픈 속사정이 있다.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던 페페의 이미지가 처음 왜곡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 미국 커뮤니티 사이트 ‘4chan’의 일부 극우성향 네티즌들이 페페를 나치문양 등 극우주의 상징들과 혼용하면서다. 이후 페페의 ‘극우 이미지’는 같은 해 10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가 자신과 페페를 합성해 만든 그림을 트위터에 업로드 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또한 이듬해에는 백인우월주의, 반여성주의, 반유대주의, 네오나치즘 등 다양한 극우사상의 신봉자들이 페페를 적극 사용하면서 페페의 '명예'는 더욱 실추됐다.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자 원작자 퓨리는 꾸준히 반대의사를 표현하며 페페의 오용(誤用)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퓨리는 타임지 기고문을 통해 "여유로운 개구리인 페페가 인종차별주의자나 반유대주의자 등에 의해 혐오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호소에도 불구, 페페의 오용이 멈춰지지 않자 결국 원작자는 펜을 들어 자신이 가장 사랑한 캐릭터의 목숨을 끊었다. 곧 페페는 사실상 '미국판 일베'에 의한 타살을 당한 셈이다. 이렇게 가슴 아픈 기억 속으로 사라진 페페는 조만간 다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퓨리는 "앞으로 페페는 평화와 사랑, 수용의 상징으로 부활, 재정립될 것"이라면서 "다음 만화에 페페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인형보다 더 인형 같은…인종차별 극복 女모델 화제

    인형보다 더 인형 같은…인종차별 극복 女모델 화제

    많은 여자아이가 바비인형을 가지고 놀면서 그렇게 되길 꿈꾸고 있지만, 그중 대부분은 어른이 되면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런데 한 여성 모델은 많은 여성이 꿈꿔오던 바비인형 같은 외모를 지니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더선과 야후7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남수단 출신의 호주 모델 더키 토트(21)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한 장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그녀는 ‘덕스 애프터 다크’(Ducks after dark)라는 짧은 글과 함께 자신이 모델로 나와 있는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해당 사진에서 그녀의 흠잡을 데 없는 피부와 완벽하게 도툼한 입술, 그리고 늘씬한 기럭지는 많은 사람이 그녀를 실제로 바비인형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한 네티즌은 “말 그대로 당신이 바비인줄 알았다”고 전했고 또 다른 네티즌 역시 “난 정말 당신이 바비인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제 팬들은 그녀에게 자기만의 바비인형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그녀 역시 팬들의 생각에 동의한 듯 보인다. 그녀는 “그래요… 우리는 더키라는 바비인형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더키 토트는 지난 2013년 방영된 ‘도전 슈퍼모델 호주’(Australia’s Next Top Model) 시즌 8에 출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유튜브 스타였던 친언니가 오디션을 보러가는 것을 단지 따라갔다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띄여 출전하게 됐다고 한다. 당시 그녀는 경험이 부족한 스타일리스트 덕분에 머리를 밀어야 했고 그 모습이 방송에 나오자 “헤어 스타일이 별로다”, “피부색이 너무 까맣다”, “모델치고는 살이 쪘다” 등의 인종차별적인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는 최근 틴 보그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경험은 확실히 내가 자신감을 갖지 못하게 했다”면서 “17세 소녀였던 난 꽤 큰 충격을 받았고 왜 그런 얘기를 들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그녀는 방송 출연 뒤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진정한 모델이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되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호주는 물론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에 있는 에이전시들을 통해 모델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커버스토리] 쓸어 담고 싶은 차별… ‘공무직’ 40만명의 그늘

    [커버스토리] 쓸어 담고 싶은 차별… ‘공무직’ 40만명의 그늘

    “공무원 시켜달란 건 아닙니다. 공무원이 머리라면 우리는 손발인데 손이 머리를 할 순 없죠. 구분을 거부하진 않지만 차별은 없어야죠.”(정부청사 시설관리 근로자) “정규직 되면 좋죠. 그런데 용역업체 소속으론 69살까지 촉탁계약으로 일할 수 있는데 정규직되면 바로 잘리는 거 아닌가 몰라요. 내가 지금 65살이에요.”(정부청사 여성 청소 근로자) 공무직이라 불리는 무기계약직 공공근로자는 전국적으로 약 40만명에 이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면서 청소 아줌마나 인부로 불리던 이들의 가슴도 뛰고 있다. 서울신문 ‘퍼블릭IN’은 전국 10개 정부청사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2500여명을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또 전국에서 최초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공무직과 실무관이란 명칭을 부여하고 공채제도까지 도입한 서울시의 사례도 살펴보았다.# 공무원인 듯, 공무원 아닌… 공무직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접수된 ‘지방자치단체 공무직근로자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지자체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40만명에 이른다. 공무직으로 불리는 이들은 공적 업무를 하지만 공무원은 아니다. 이들은 비정규직을 거쳐 무기계약직이 됐다. 매년 쓰던 계약서가 사라졌지만 승진이나 보너스도 없는 ‘중규직’이다. 정규직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보다 나은 대우를 원한다. 그나마 이 경우는 용역업체를 통해 일하는 경우보다 낫다. 용역회사에 소속된 근로자들이 정부 건물의 시설·승강기 관리, 통신, 청소, 조경, 안내, 특수경비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용역계약이 2~3년마다 한 번씩 다시 체결되기 때문에 계속 근무해도 회사는 수시로 바뀐다. # 용역계약 2~3년에 한 번씩… 불안한 나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시설 관리를 맡고 있는 송준영(52)씨는 청사가 완공되기 전에 투입됐다. 고용승계를 통해 계속 세종청사에서 일하지만 소속 기관은 벌써 세 번째 바뀌었다. 송씨는 “상시 지속되는 업무나 생명 또는 안전과 관련되는 일은 용역이 해서는 안 됩니다. 정부청사도 건물 수명이 다할 때까지 시설 관리가 필요하지 않나요”라며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수경비 담당인 정주영(57)씨는 “3년 전 방호관들이 공무원으로 전환됐는데 우리도 잘 모르긴 하지만 가장 좋은 쪽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세종, 과천, 대전에 있는 정부청사와 광주, 제주, 대구, 마산, 춘천, 고양에 있는 합동청사까지 모두 10개 정부청사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은 2425명이다. 규모가 가장 큰 세종청사에서 1190명이 일하고 있다.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임인 공공비정규직노조는 지난달 20일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차별을 없애줄 것을 요구하는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서울시 용역계약 대신 직접고용 정규직화 정부에서 비정규직 직접고용에 나선 것은 서울시가 처음으로 ‘공무직 관리 규정’을 2012년 제정했다. 박원순 시장이 정규직 전환을 할 때 첫째 조건은 ‘임금이 줄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현재 서울시는 일반종사원, 환경정비원, 시설청소원, 도로보수원, 시설정비원, 시설경비원, 대민종사원, 청원경찰 등 모두 8개 직종으로 공무직을 구분하고 있다. 정원은 2196명이다. 정년은 60세지만 청소, 경비 등 고령화 적합 업종은 65세까지 일할 수 있다. 대표적인 3D 업종인 콜센터도 서울시는 민간위탁 대신 재단을 세워 다산콜센터 직원 400여명이 정규직이 됐다.” # 앞이 캄캄한데… 민노총 총파업도 불참 국회도 청소 노동자 200여명을 직접고용했다. 용역회사가 맡기 전에 국회 청소는 기능직 공무원이 맡았다. 예산 증액 없는 직접 고용으로 국회 청소 노동자는 임금이 전년보다 월 8만 5000원 인상됐고 공무원과 똑같이 복지포인트, 경조사금, 장례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연 136만원 수준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공무직도 연 180만원에 해당하는 복지포인트를 받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직접고용과 같은 정규직 전환으로 사측에 해당하는 정부는 오히려 용역회사에 지불하는 10~20%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용역계약은 사기업의 이익금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총사업비의 15% 정도가 용역회사에 돌아가게 된다. # ‘시장 훈령’… 불안한 공무직 법제화 추진 민주노총 소속 서울 지역 공무직지부는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의로 공무직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공무직 관리 규정’은 시장 훈령으로 박 시장이 떠나면 없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공무직지부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산하지만 아직 파업에 참여한 적은 없다. 민주노총에서 지난달 30일 벌인 사회적 총파업에도 불참했다. 공무직지부 관계자는 “처음 국회 청소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할 때 보수정당 의원 반응이 ‘툭하면 파업하려 할 텐데’였다”며 “민주노총의 지침이 노동3권 가운데 단결권밖에 없는 공무직과 맞지 않을 때가 많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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