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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 여행가이드 활용하자/박덕규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

    국제 문화교류 차원에서 터키작가연맹과 함께 이스탄불에서 개최한 국제 창작 심포지엄에 공동 주최측인 한국문예창작학회 일원으로 참여했다.양국의 많은 문인들이 발제자로 나섰기 때문에 매우 빡빡한 심포지엄이 되었다.내 차례가 되었을 때 나는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부터 느낀 것을 먼저 얘기했다.“한국에서는 그리스 신화 열풍이 엄청나다. 그런데 그 신화의 중심에 터키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한국인은 못 봤다.이번 행사로 그걸 알게 되었다.” 터키 작가들은 인사삼아 한 이 말에 반색했다.심포지엄 때도 그랬고,식사 시간에도 그랬다.그들은 “그래서 이런 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의 히트 영화 ‘트로이’나 고전 명작 ‘일리아드’를 통해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의 유명한 무대인 트로이는 터키에 있다.현대 터키어로 트루바로 불리는 그곳은 ‘일리아드’의 작가로 알려진 호메로스의 고향이기도 하다.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연합해 에게해 건너 트로이를 공략하지만 난공불락,마지막 꾀를 낸 것이 저 유명한 ‘트로이 목마’다.호메로스의 또 하나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목마’의 기획자인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을 승리로 이끈 뒤,자기의 왕국인 이오니아(터키 남북부 해안 지방)의 이타카 섬으로 돌아가면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노여움에 십년 세월을 방랑한 이야기다. 우리가 아는 그리스 신화에는 이런 얘기 말고도 무수한 신과 영웅들이 나오지만,실제로 그들이 활약하는 무대는 주로 그리스와 현재 터키 땅을 넘나들고 있다.하지만 우리는 그 신화를 터키 신화라거나 터키 지방의 옛 이름을 따서 아나톨리아 신화,이오니아 신화 등으로 명명하지는 않는다.터키 작가들은,한국에서 온 문인들이 그리스 신화의 핵심에 터키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뿌듯해 했다.물론 나도 기뻤다.그러나 그뿐,나 역시 여느 터키 방문객처럼 터키를 떠나오면 ‘그리스 신화 속에 터키 얘기도 있다더라.’는 말밖에 달리 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다. 심포지엄 뒤 일주일 간의 터키 기행이 있었다.동남부 하란의 성터와 흙집에서부터,중부 내륙과 서부를 거치며 카파도키아의 지하동굴,셀죽의 에베소,트로이,다시 이스탄불을 잇는 여로는 힘들었지만 알찼다. 나는 이 기행을 통해 변방으로 소외된 터키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제법 이해하게 되었다.내가 터키에 대해 뭔가 할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은 특히 우리 기행단을 이끈 여행 가이드 덕분이랄 수 있다.이 젊은 한국인 여성은 불과 수년 동안의 터키 생활을 통해 누구보다 깊이,뿌리깊은 고대 왕국이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세의 대 제국이던 터키의 어제와 오늘을 그 현지의 유적 앞에서 실감나게 한국인에게 전하고 있었다.그녀의 ‘가이드’는 이번 심포지엄의 성과 못지않았다.그녀는 혼자서 터키와 한국을 잇고 있었다. 해외여행이 일상화되는 시대다.자칫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여행 가이드에게 어느새 국제 교류의 실제적 열쇠가 들려 있다는 사실을 알아두자.그의 역할은 교수와 학자들이 마련하는 국제행사 이상일 수 있다. 한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아는 외국인에게 우리 역사의 실체를 깨우쳐 줄 이도 바로 이런 사람이다. 박덕규 협성대 문예창작과 교수
  • ‘트로이’ 브래드피트 가상 인터뷰

    서사액션 ‘트로이’(Troy)가 21일 국내 개봉한다.올해 극장가에 가장 먼저 도전장을 던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 셈이다.호머의 ‘일리아드’를 할리우드식으로 재해석한 액션영화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주인공 브래드 피트의 개인기가 가장 돋보인다.언제 저렇게 근육을 키웠을까,여성팬들의 가슴이 두근두근 뛸 성싶다. “이렇게 고생고생하며 영화를 찍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었죠.스펙터클 시대극을 찍는 배우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했는데,역시나 장난이 아니더라고요.무쇠방패를 들고 창,칼을 다루는 기술을 익히는 것부터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었으니까.그래도 나중엔 목에 힘이 쫙 들어갈 만큼 위엄있는 작업이었던 건 분명해요.톰 크루즈는 벽안의 사무라이로도 변신(‘라스트 사무라이’)한 판에 신화속 고대전사쯤 저라고 못할 이유가 없었지요.여성팬들은 제 달라진 분위기에 뜨거운 박수를 날려줄 거라 믿습니다. 극중 캐릭터는 그리스 연합군의 최정예 전사 아킬레스.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아들로 태어나 싸움 하나는 끝내주는,그리스 신화의 저 유명한 불멸의 전사죠.여러분,아킬레스건의 유래 다들 아시죠? 어머니 여신이 아들을 불사신으로 만들려고 스틱스강에 몸을 담그다 그만 발뒤꿈치를 적시지 않는 바람에 그게 치명적인 급소가 되고만….전투 족족 승리로 이끌다 막판에 그 급소에 창을 맞아 비극적 최후를 맞는 캐릭터가 됐습니다. 이쯤되면 제가 쌈닭으로만 비쳐질 듯한데,천만의 말씀!(물론 ‘마초영웅’이긴 합니다.) 이 섹시가이가 어찌 러브스토리없는 영화를 찍었을라고요? 신들의 예언으로 ‘트로이 전쟁’에 나섰다가 전장에서 적국 트로이의 여사제와 그야말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져요.결국 그녀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되는 거죠. 아 참! 미리 알면 김샐지도 모르는데….베드신이 아주 멋있을 거란 자랑을 안할 수가 없네요.탄탄한 근육으로 다져진 제 몸매가 화려하게 노출되는 장면이 몇 있어요.‘몸짱’소리 들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니까요,하하. 고대 비극전사의 느낌을 살리려 치렁치렁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나온답니다.영화가 끝나고 이곳저곳 인터뷰에 나서면서 아예 머리를 싹싹 밀어버렸어요.참신해 보일 거예요. 성질들도 정말 급하시네∼.다음 작품은 또 언제 볼 수 있냐고요? 지금 ‘미스터&미세스,스미스’란 영화를 촬영중이고요,그 다음엔 ‘오션스 12’를 찍기로 돼있답니다.OK,그럼 오늘 가상인터뷰는 여기까지!” 황수정기자 ■트로이는 어떤 영화 ‘트로이’는 한마디로 ‘규모의 영화’다.제작비 2억달러.BC 120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호머의 서사시 ‘일리아드’를 최대한 원작에 가깝게 묘사한 액션블록버스터다.신화적인 분위기와 이야기 얼개를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전투장면의 스케일도 엄청나다.한꺼번에 7만 5000명이 넘는 엑스트라들이 대규모 전투장면을 연출할 때는 숨이 막힐 정도. 줄거리는 단순하다.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올란도 블룸)가 적국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다이앤 크루거)를 납치하면서 트로이 전쟁이 터진다.스파르타가 자랑하는 무소불위의 전사 아킬레스(브래드 피트)가 전쟁에 나서지만,트로이 왕족인 여사제 브리세이스(로즈 번)와 사랑에 빠지면서 영화는 비극과 멜로의 대조적인 색채를 비장감을 살려 덧입힌다.사랑과 분노,복수,암투 등이 복잡하게 얽혀 긴장과 이완을 반복한다. 입이 딱 벌어지는 규모는 나무랄 데 없다.그러나 화려한 ‘포장’에 지나치게 기대를 걸었다간 내용물에 다소 실망할 수도 있을 듯.컴퓨터그래픽 장난이 거의 없는 사실액션으로 화면이 채워진다.하지만 전쟁액션을 돋보이게 할 지략의 묘미는 보이지 않는다.화려한 캐스팅이 화젯거리다.아킬레스와 숙명적인 대결을 벌이는 트로이 헥토르 왕자 역에는 에릭 바나.원로스타 피터 오툴이 트로이 왕으로,줄리 크리스티가 아킬레스의 어머니 여신을 맡았다.‘퍼펙트 스톰’‘에어포스 원’ 등을 연출한 볼프강 페터슨 감독.˝
  • 무슨 영화 볼까

    ●트로이 장르/예매율 서사액션/78.2%(15세) 감독/배우는 볼프강 페터슨/브래드 피트·에릭 바나·올란도 블룸·다이안 크루거 어떤 줄거리 신화 속 트로이 전쟁을 멜로와 액션으로 포장. 이래서 좋아 ‘마초영웅’이 된 근육질의 브래드 피트. 이래서 별로 신화에 충실한데,스토리 압축미는 떨어지네. 홈피 반응은 “…” ●하류인생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8.6%(15세) 감독/배우는 임권택/조승우·김민선 어떤 줄거리 50년대 후반∼70년대초 한 건달의 삶을 통해 격동의 현대사 조명. 이래서 좋아 빠른 장면전환 속 액션을 보노라면 야성미가…. 이래서 별로 에피소드만 이어붙여 밋밋한 전개엔 어쩐지…. 홈피 반응은 “장면마다 군더더기 없이 엑기스만…” ●효자동 이발사 장르/예매율 휴먼드라마/7.1%(15세) 감독/배우는 임찬상/송강호·문소리·이재응 어떤 줄거리 대통령 이발사가 된 한 소시민의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 이래서 좋아 밀도있는 송강호의 부성애 연기. 이래서 별로 굴절된 현대사가 픽션에 애매하게 가려졌네∼ 홈피 반응은 “온국민이 봐야 할 영화같네요.” ●아라한 장풍대작전 장르/예매율 무협액션/2.6%(15세) 감독/배우는 류승완/류승범·윤소이·안성기·정두홍 어떤 줄거리 평범한 순경이 도(道)를 깨달아 도시를 구하는 이야기. 이래서 좋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사실액션. 이래서 별로 도대체 왜 득도(得道)해야 되지? 홈피 반응은 “윤소이 언니,포스터가 너무 멋져요.” ●클레멘타인 장르/예매율 액션드라마/1.2%(15세) 감독/배우는 김두영/이동준·김혜리·스티븐 시걸 어떤 줄거리 이종격투기 선수의 삶의 곡절과 가족이야기. 이래서 좋아 할리우드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이 ‘잠깐’ 나온다나? 이래서 별로 액션,멜로,신파의 짬뽕. 홈피 반응은 “…” ●범죄의 재구성 장르/예매율 범죄스릴러/0.9%(18세) 감독/배우는 최동훈/박신양·백윤식·염정아 어떤 줄거리 5명의 사기꾼들,한국은행을 털다. 이래서 좋아 치밀한 이야기 구성,흠잡을 데 없는 연기. 이래서 별로 화끈한 범죄스릴러가 되기엔 약한 반전. 홈피 반응은 “스피디한 전개,매혹적인 시나리오” ●킬 빌 2 장르/예매율 액션/0.8%(18세) 감독/배우는 쿠엔틴 타란티노/우마 서먼·데이비드 캐러딘·마이클 매드슨 어떤 줄거리 보스에게 버림받은 여성 킬러의 복수극. 이래서 좋아 마카로니 웨스턴과 홍콩 무협이 손잡은 액션. 이래서 별로 타란티노의 ‘발칙한 상상’은 대체 어디로 갔지? 홈피 반응은 “무엇보다 영화음악이 짱!”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장르/예매율 로맨틱 드라마/0.3%(18세) 감독/배우는 홍상수/김태우·유지태·성현아 어떤 줄거리 대학 선후배가 사랑한 한 여자의 과거와 현재. 이래서 좋아 일상적 대화에서 재미를 끄집어내는 유머와 재치. 이래서 별로 말을 다하지 못하고 끝내 버린 듯한 아쉬움. 홈피 반응은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홍 감독의 작품”˝
  • [책꽂이]

    ●소기호씨 부부의 집나들이(전혜성 지음,문학동네 펴냄) 97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첫 작품집.8편이 통일된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지만 심층에는 ‘가족과의 관계’라는 패턴이 존재한다.작가가 독창적으로 빚어낸 독특한 표현과 묘사가 작품집 전반에 빛난다.9000원 ●해체와 저항의 서사(김인호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최인훈과 그의 문학’이라는 부제가 말하듯 작가의 모든 작품을 분석한 뒤 작가론과 연계시킨다.최인훈의 문학세계를 ‘해체’와 ‘저항’으로 규정한 저자가 작가와 2002년 나눈 집중 대담도 처음 소개한다.1만 3000원 ●윤동주 평전(송우혜 지음,푸른역사 펴냄) 윤동주와 함께 옥사한 고종사촌 송몽규의 조카이자 작가인 저자가 자료를 수집해 낸 재개정판.윤동주의 일본인 대학 후배와 중학 후배 등의 증언을 보태 일본 유학시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1만 5000원 ●흰 비너스 검은 비너스(이가림 지음,문학수첩 펴냄) 시인·불문학자인 저자가 여성을 중심으로 살펴본 프랑스 천재 시인 7명의 문학과 사랑.흰 비너스(성녀·천사)와 검은 비너스(악마적·금지된 사랑)의 경우로 나눠서 사랑시 5편,그림자료 등을 곁들여 설명.8000원 ●은하철도의 밤(마야자와 겐지 지음,심종숙 옮김,북치는마을 펴냄)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된 소설.아동용으로 각색되지 않은 원본에 충실,시인·과학자·농촌운동가인 작가의 세계관을 잘 읽을 수 있다.7500원 ●밝은 모퉁이 집(헨리 제임스 지음,조애리 옮김,문학과지성사 펴냄) 소설에 내면적 독백의 형식을 도입한 작가의 대표 중·단편선.현실과 예술의 관계,미국·유럽 문화의 갈등,뒤늦은 깨달음 등의 주제를 다룬다.6000원˝
  • 과학이 몰랐던 과학/존 플라이슈만 등 지음

    지금부터 1900여년 전,로마제국의 작은 변방도시였던 영국 런던에서 행해진 검투사 경기의 주역 중에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고고학 증거가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런던박물관 고고학팀은 최근 런던 근교 그레이트 도버 스트리트에서 발견된 골반을 분석,검투사로 추정되는 두 명의 여성의 존재를 확인했다.발굴된 유적들은 여성 검투사들이 로마나 소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같은 지역에서도 광범위하게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여성 검투사 경기는 기원후 202년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황제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됐지만 그 후에도 상당기간 지속됐다.로마 사람들은 여성 검투사들의 경기를 매우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원후 1세기 초 로마 황제 네로는 원로원 의원의 부인들을 보석으로 치장시키고 칼을 들려 원형경기장으로 내몰았다는 기록도 전한다.‘글래디에이터 걸(Gladiator Girl)’의 진실은 무엇일까. ●20세기 과학적 진실을 뛰어넘는 획기적 발견 ‘과학이 몰랐던 과학’(존 플라이슈만 등 지음,최성범 등 옮김,들린아침 펴냄)에는 20세기의 과학적 진실을 뛰어넘는 획기적인 ‘발견’들이 한데 묶였다.이 새로운 과학의 퍼레이드는 자연의 세계,인류고고학,인간과 과학기술 등 세 가지 주제로 펼쳐진다. 책은 오늘날 과학은 어디까지 그 지평을 넓혔고,과학적 사고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미다스 왕의 향연’은 좋은 예다.미다스는 디오니소스로부터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힘을 얻었지만 딸마저 황금으로 바뀌게 만든 프리지아의 어리석은 왕.미다스 왕에 관한 이야기는 왕이 죽은 뒤에도 수천년에 걸쳐 트로이의 프리아모스 왕 이야기처럼 영원한 신화로 여겨져왔다.그러나 이 미다스 왕의 이야기는 미국의 분자생물 고고학자 맥거번(펜실베이니아대) 교수에 의해 베일을 벗게 됐다.그는 미다스 왕의 장례식에 사용된 음식 찌꺼기 성분을 연구해 당시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했으며,의식주 생활은 어떠했는가를 꼼꼼히 밝혀냈다. ●공룡은 지구환경 변화로 자연도태된 것 공룡의 멸종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뜨겁다.무려 1억 6000만년 동안 중생대 지구를 지배한 공룡이 6500만년 전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소행성의 지구충돌 때문이라는 게 고생물학계의 통설이다.이에 반하는 대표적인 학설이 소행성 충돌 이전부터 공룡의 멸종이 서서히 진행됐다는 ‘점진적 소멸론’이다.이 책에서는 공룡 멸종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만한 연구 성과를 소개한다.이른바 헬 크리크(Hell Creek) 프로젝트다.‘고생물학계의 금광’ 헬 크리크 지층은 미국 몬태나 주에 있는 후기 백악기 암석층으로 세계적인 공룡 화석 발굴지로 유명하다.연구팀은 공룡들이 거대 행성의 충돌에 의해 일시에 소멸된 것이 아니라 먹이사슬을 비롯한 지구환경 변화에 의해 자연 도태됐다는 데 무게를 둔다. ●일리아스·오디세이아 사실일 수도 있는데…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가 지었다는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과연 실존의 역사인가.책은 이 작품들이 오로지 상상에 의해 씌어진 픽션이라는 기존 학계의 평가를 완전히 뒤엎는다.21세기 고고학자들에게 호메로스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존재다.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과학을 혼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1970년대 중반까지 많은 고고학자들과 과학자들은 호메로스를 사기꾼 또는 유사 역사학자로 매도했고,호메로스의 작품은 그릇된 정보를 담은 단순 창작물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호메로스의 작품들은 서서히 역사의 옷을 갈아 입고 있다.이 책은 호메로스 이야기가 실제 역사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는다.호메로스가 작품들을 통해 일깨운 세상과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밝혀진 세상 사이에는 상당한 유사점이 있다는 것이다.한 예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동물희생 의식은 의식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고된 전투를 앞둔 병사들에게 고기를 마음껏 먹게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책은 이밖에 고대 이집트의 생활상과 피라미드 건설 의문,남미의 거대한 유물 ‘나스카 라인’의 수수께끼,사라진 이스터 섬의 문명,마다가스카르 섬에만 사는 전설의 동물 포사,비비원숭이의 노년 준비,인조모기 생산 등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룬다.‘과학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자신과는 무관한 일로 여기는 이들에게 이 책은 과학의 새로운 즐거움을 맛보게 한다.1만 4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프리랜서 기자천국 日

    “여자에게 금단(禁斷)의 세계라 할 수 있는 스모(일본 씨름)를 취재하다 보면 승부에 전력투구하는 ‘남자’를 가까이서 실감할 수 있어 매력을 느낀다.”사토(35·여)는 스모 전문기자이다.신문사나 방송국,잡지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 라이터’(프리랜서 기자의 일본식 표기)이다.프리 라이터의 길을 택한 것은 9년 전.대학을 졸업한 24살 때 사진 주간지인 ‘프라이데이’에 입사,스모를 맡게 된 것이 “평생의 운명을 결정한” 스모와의 만남이었다.2년 뒤 안정된 월급,이름있는 주간지의 명함을 버리고 사토는 ‘프리 선언’을 했다.“명령받고,쫓기는 생활이 싫었다.”는 것이 이유다.신문·방송의 스모 담당기자를 제외하고 스모계를 취재하는 프리 라이터는 10여명으로 그 가운데 여자는 2명이다.거물 스모선수를 연속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는 그녀는 “주위에서 ‘몸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시샘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그만큼 벽이 높고 보수적인 스모계에서 여성이 10년 가까이 프리 라이터로 ‘생존’하고 있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에는 득실거린다고 할 정도로 유난히 프리 라이터가 많다.숫자를 헤아릴 만큼 희소한 한국과는 딴판이다.어떤 프리 라이터는 “2만명 정도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별다른 자격이 필요없는 것이 프리 라이터인지라 그 숫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본 다나카 가쿠에이’란 책을 쓴 바 있는 쓰루(59)는 그 이유를 “뭔가 기록하고 남기고 싶어하는 활자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뿐만 아니라 웬만큼 글을 쓰면 글 하나로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 조건이 갖춰져 있는 점도 프리 라이터를 다량 배출하는 환경의 하나다.일단 글을 실어줄 매체가 많다. 수천종의 잡지가 쏟아져 나오는 일본은 프리랜서가 활동할 공간이 넓은 편이다.뭔가 쓰고 싶은 사람,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은 굳이 신문이나 방송사를 택하지 않아도 일정한 실력을 갖추면 프리 라이터가 될 수 있는 셈이다.출판·잡지사는 사원을 고용하는 부담보다는 프리 라이터를 그때그때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다양한 전력의 소유자들프리 라이터의 대부분은 어릴 때부터의 꿈이 뭔가를 쓰고 싶었던 사람들이다.그래서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도 오랜 시간에 걸쳐 꿈을 이루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간노(40·여)는 대학 졸업 후 은행에 들어가 “평범한 OL 생활을 하다,이게 아니다 싶어” 박차고 나와 A신문사 광고국에 계약직 사원으로 재입사했다.“기자로 가는 길에 가깝기 때문”이었다.신문사에 들어갔으나 광고국인 탓에 글을 쓸 수 없었던 그녀는 다시 경제전문 주간지로 옮겨 편집자의 길을 걷는다.결국은 2000년 한국 젊은이들의 반일 감정에 관한 책을 써 프리 라이터의 직함을 갖게 된다.14년 만에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재일교포 2세인 이택수(35·가명)씨는 조총련계 기관지에서 7년간 기자로 일하다 2001년 프리로 독립했다.기관지 기자 생활은 “프리 라이터를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지난 7월 ‘한국은 드라마틱-엔터테인먼트로 보는 한국 스타일’이라는 책을 쓴 다시로(37·여)는 방송국 아나운서 출신.게이오대 국문과를 나온 그녀는 대졸 여성들이 선망하는 아나운서 자리를 박차고 나온 뒤 홍콩 유학을 거쳐 4년 전부터 한국 연예계에 관한 기사를 취재하는 프리 라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프리여서 좋지만 수입은 불안정 자기가 취재하고 싶은 분야를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매력에 빠져 프리 라이터의 길에 들어섰지만 수입이 적어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다시로는 “아나운서 시절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치는 아슬아슬한 생활”이라고 털어놓는다.세무소에 신고한 2002년도 수입은 월 평균 20만엔을 넘지 않았다.올해는 좀 넉넉한 편이다.한국 드라마 ‘겨울 소나타’가 일본에서 크게 히트를 친 덕분에 한국 연예계에 갖는 일본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책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국을 드나드는 취재경비나 집 월세,생활비 등을 빼면 여유로운 생활은 꿈꾸기 힘들다. 이택수씨는 “작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이후 북한과 조총련 사정에 관한 원고 의뢰가 많이 들어와 올해 700만엔의 수입을 예상하고 있지만 프리로 전업한 첫해에는 월 5만엔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힘겨웠다.”고 말한다.우익계 잡지건 좌익계이건 “거절하지 않고” 원고를 쓰고 있는 그는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가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택수씨의 경우만 해도 행복한 편이다.상당수 프리 라이터는 살인적인 일본의 고물가 속에서 월 20만엔에도 못미치는 불안정한 원고 수입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그래서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되는 프리에서 조직의 룰이 지배하는 신문사나 공무원의 세계로 역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활고로 프리에서 재취업 주간지 기자로 활동하다 이름을 얻어 작년 프리 선언을 했던 마쓰모토(36·가명)는 얼마전 신문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중학생을 포함,세 아이를 둔 가장인 그는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신문사 정치부 기자로 변신했다.쓰루는 지방의 조그만 지방자치단체의 촉탁직원으로 일한다.도쿄의 출판사,잡지사의 인맥 관리가 힘든 지방에서 프리로 활동하기가 어려운 만큼 고정적 벌이를 확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뒤늦게 공무원이 된 것이다. 이씨는 다른 이유에서 전업을 궁리하고 있다.그는 “일본의 지방경제를 취재하고싶지만 프리 라이터의 신분이나 불안정한 수입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아 몇년간 신문사의 지방 지국에 입사해 취재를 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라고 귀띔했다.이름만으로도 통하는 초일류 프리 라이터가 되지 않는 한 ‘프리 라이터’라는 명함 한 장으로는 취재 장벽이 너무나도 높기 때문이다.간노는 “○○잡지의 기획을 취재하고 있는 기자 간노라고 소개하지 않으면 프리 라이터가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고 전한다. ●어둠의 세계 취재하다 봉변 지난 12일 도쿄항 해상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사체가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사체의 신원은 프리 라이터 소메야(38).조직폭력배 취재를 하고 있던 그는 “살해당할지 모르겠다.”고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말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그는 옴 진리교의 관련시설에 신자를 가장해 잠입취재를 하는 등 평소 접근이 힘든 조직폭력배,중국인 범죄조직,고리업 세계 등을 취재,기사를 쓰고 책도 펴냈다. 이처럼 프리 라이터 가운데는 신문·방송이 좀처럼 다루지 않는 분야에 목숨을 걸고 취재 활동을 펼치는 사람도 더러 있어,언론의 영역을 넓히는 데 언론사의 기자 못지않은 활약을 하기도 한다. marry01@ ■프리 라이터 스즈키 아키라 |도쿄 황성기특파원|스즈키 아키라(사진·57)는 이색 경력을 지닌 프리 라이터이다.거품경제 시절 일본 증권가인 가부토초에서 ‘시테카부(주가 조작)’로 이름을 떨친 마법의 손이었다. 일본 경제에 거품이 한창이던 1980년대 수천억엔대를 주물렀던 장본인.많았을 때에는 130억엔의 개인수익도 올려봤다는 그는 1990년 거품의 종언을 알리는 일본 정부의 ‘총량규제(總量規制)’ 발표와 함께 가부토초에서 바람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그는 수개월 뒤 프리 라이터로서 재기에 나선다.“마이니치신문사가 발행하는 주간지 ‘선데이 마이니치’로부터 주가 조작에 가담했던 사람들의 행적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4쪽짜리 원고를 15만엔에 써주었던 것이 출발이었다.” 그는 모두 15권의 책을 써냈다.올 3월에는 ‘뒷골목 비즈니스,어둠의 연금술’이라는 경제의 추한 이면에 관한 문고본을 출판했다.지금은 2차대전 패전 직후 일본 지하경제에 관한 문고본 출간을 같은 출판사에서 의뢰받고 자료를 수집 중이다. “국회도서관 같은 큰 도서관과 신문사를 돌며 몇십년 전 자료를 모으는 외에 알려지지 않은 비화를 증언해 줄 옛날 사람을 만나는 게 큰 일”이라는 그는 “이 나이에 다리품 팔아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것이 고충이라면 고충”이라고 말한다. 컴퓨터로도 집에서 자료 검색을 할 수 있으나 워낙 검색료가 비싸 엄두를 못낸다.“경기가 좋았을 때 같으면 출판사에서 경비를 다발로 주었을 테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다.”고 한다.그가 작년도 세무소에 신고한 수입총액은 500만엔쯤.“잘 나갈 때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입으로 ‘거지’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지금 자료수집 중인 책을 쓰게 되면 150만엔쯤의 인세 수입을 올려 “당분간 먹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빙긋 웃는다. “우리처럼 400자 원고지에 글을 써서 1장당 얼마에 팔아 살아가는 프리 라이터를 자학적으로 ‘100엔 라이터’라고 부른다.”는 스즈키는 “이 직업은 50살 넘으면 힘들어서사실상 생명이 끝난다.”고 손을 저었다.
  • 문학 / 어른동화 ‘바리공주’ 펴낸 김선우 시인

    20대에 낸 첫 시집 ‘내 혀가 입속에 갇혀있길 거부한다면’에서 세상의 비밀을 다 알아버린 듯 농익은 시선으로 독자를 놀라게 한 시인 김선우(33)가 어른을 위한 동화 ‘바리공주’(열림원 펴냄)를 냈다. 그의 ‘바리공주’ 발표는 어쩌면 예고된 것.첫시집의 시 ‘어미목의 자살 2’에서 바리공주를 노래했고,산문집 ‘물밑에 달이 열릴 때’에서 남다른 애정을 보인 여성성과 생태 등 두 요소가 바리에 다 녹아 있다. 그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여성성,생태 등 ‘김선우의 바리데기’를 소상히 그려주었다.그리고 탈고 뒤의 탈진한 몸과 맘을 눅이려 남쪽 작은 섬으로 ‘훌쩍’ 떠났다. 먼저 ‘바리공주’의 ‘잉태에서 출산’ 심정을 물었더니 거침없는 대답이 돌아왔다.“창작 제의를 받고 ‘내가 써야할 글’이라고 생각했다.그것은 내 무의식의 주요 원형 중 하나이고 어머니 등 내가 애정을 가진 다양한 여성의 근원이 포개져 있기 때문이다.또 바리가 시를 통해 종종 내게 왔지만 시로는 질곡많은 구비서사를 표현하기에 부족했다.” 의욕이 넘치면 창작이처질 수 있다.김선우도 예외가 아니었음을 경험을 통해 들려주었다.“제의받고 한달 동안 전전긍긍하면서 글을 진행하지 못했다.바리를 통해 세상에 말하고 싶은 것에 너무 욕심을 내느라 쓰기 힘들었다.그러다 마음을 비우자 바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산고를 겪은 바리에 대해 “사랑을 실천할 힘을 지닌 그녀를 신뢰하며 바라볼 뿐”이라며 “상처의 치유와 씻김을 자청한 그녀의 노래가 여전히 사랑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바리데기 신화에 관한 텍스트는 많은데 어느 판본을 중심으로 했고,해석의 강조점을 어디에 두었는지 물었다.작가는 “필사본까지 합치면 채록되어 정리된 판본만 47개에 달하는데 딸을 많이 나은 부모에게서 버림 받은 딸이 병든 부모를 구한다는 구성만 공통적이고 나머지는 거의 다르다.”며 “이야기 뼈대만 살리고 세부적 시공간이나 사건전개,에피소드 진행은 모두 창작했다.”고 말한다. 특히 김선우의 해석이 돋보이는 부분은 바리가 생명수를 얻고 무장승에게 대가를치르는 방식이다. 다른 판본들에서 바리는 주로 빨래 삼년,물 긷기 삼년,밥짓기 삼년,아들 셋 등 수동적인 측면이 강하다.반면 김선우의 바리는 “결혼하고 싶다.”며 고백하는 등 적극적이다.그 이유에 대해 “일방적 억압과 희생 속에 사랑없이 얻은 약수가 효험과 생명력이 있겠는가?”라고 되묻고 “바리공주와 무장승도 수직적 관계가 아닌 평등한 인격체로 서로를 존중하고 공경하도록 운명적 사랑의 주문을 걸었다.”며 자신의 철학을 강조했다. 계획을 묻는 말에 “80여편의 시를 모아 10월쯤 두번째 시집을 출간할 것”이라며 “이 땅에 존재하는 한 생태나 페미니즘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글쓰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
  • 하리수 이중 여성호적 적발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사진·27)씨가 2개의 여성호적을 갖고 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6일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호적을 이중 취득시켜준 행정서사 신모(71)씨를 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 및 행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동성애자들에게 신씨를 소개한 석모(50)씨를 수배했다.경찰은 이들의 도움으로 호적을 이중으로 얻은 하씨 등 트렌스젠더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6명을 수배했다. 신씨는 강원도 동해시청 근처에 행정서사 사무실을 차려놓고 99년 3월부터 여성 호적을 갖고 싶어하는 남성 동성애자 11명을 상대로 한사람에 350만∼800만원씩 모두 5000여만원을 받고 여성 주민등록증을 부정 발급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택동기자 taecks@
  • [나의 건강보감]영원한 ‘아침이슬’ 가수 양희은

    ‘짧고 고단하게 살다 갔지만 따뜻한 가슴을 간직했던 한 여자의 흔적을 꼭 남기고 싶었다.’ 양희은(52).문득 그가 그리웠다.적당히 지치고 또 낡아 너덜거리는 영혼의 귓전에서 그의 맑은 목소리가 잉잉거렸다.만나야 겠다고 맘먹고 연 그의 홈페이지(www.yangheeun.co.kr)에는 옛 친구의 은밀한 정담같은 이런 글귀가 돋을새김으로 꼭꼭 새겨져 있었다. 사람들,정말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그만큼 애잔하고 슬프게 침잠시키고 또 어기찬 함성으로 격발시킨 이가 또 있을까.우리들 가슴에 남은 그의 흔적이 이토록 간절한 것은 비록 더러는 잊고 살지라도 그의 낭랑한 노래가 한 시대 혹은 세대의 찬란하도록 슬픈 추억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그의 소리는 ‘앓는 영혼의 양지(陽地)’였다.‘병 깊은 사람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그의 품을 비집고 들었고,그때마다 그는 따뜻하게 그들을 껴안았다. ●단식과 산행 경기도 일산의 ‘하얀 저택’에서 그를 만났다.일주일간의 단식을 막 끝내고 보식(補食)중이었으나 ‘우람’은 여전했다.큰 맘 먹고 포항에서 전문가를 모셔다 치른 의식(儀式)같은 단식이었다.그냥 먹는 일만 멈추는 단식이 아니라 매일 된장을 이용한 복부찜질 4시간,관장과 1시간 15분의 정발산 타기,1시간 30분의 냉·온욕 등 단식 프로그램을 모두 소화했다.“생전 처음이다.살 빼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모든 찌꺼기를 말끔히 청소하고 싶었다.”는 단식이다.“하고 싶었던 일이어선지 심신이 날듯 가볍다.”며 웃었다. 단식중에도 매일 오전 6시30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MBC에서 2시간짜리 아침 생방송 ‘여성시대’를 끄떡없이 진행했다.이런 ‘고시생 일과’가 몸에 익어 이젠 쉬는 날에도 자리에서 비비적거리지 못한다.이내 머리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금세 털고 일어나 집 근처 정발산을 오른다.해발 87m의 동산이라 산책로가 짧아 일부러 지네처럼 여러번 길을 접어서 1시간이 넘게 걷는다.어두운 밤길이 싫어 해거름을 택한다. 지금이야 바빠 집 근처를 뱅뱅 돌지만 그는 타고난 산(山)체질이다.“바다에는 별 감흥이 없지만 산에만 가면 우꾼 힘이 난다.”는 그다.어릴 적 서울의 삼청공원 가까이있는 가회동에 살았던 덕분에 유달리 친근한 북한산을 자주 오른다.문득 생각나면 창경궁을 찾아 흙길을 밟기도 한다. ●그 모습 그대로 방송뿐 아니다.7년여의 미국 생활을 접고 귀국한 뒤 94년부터 10년째 대학로에서 개인콘서트를 계속해 왔다.요새야 잦은 콘서트지만 그게 만만치 않다.공연 날 잠 못드는 건 기본이고,두어시간을 장승처럼 서서 노래하다 보면 발가락부터 전신이 뻣뻣하게 굳기도 한다.그렇게 2∼3주쯤 공연을 하고 나면 아예 두어달 맥을 놓고 지내야 한다.어찌 스트레스가 없을까.89년,서른 여덟에 결혼해 두번의 암수술과 오랜 외국생활을 거치면서 ‘뼈대’ 굵은 그도 지친 것일까.쉬고 싶어했다.마흔 아홉을 넘기면서부터 좀 허우적거린단다.안되겠다 싶어 지난 봄부터 자선공연말고는 모든 콘서트를 건너뛰고 있다.6개월째다.“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야,남들은 2시간짜리 생방송만 갖고도 넘어가더라.’고.” 올해로 노래무대에 선지 서른 세해.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그 모습으로 서있다.그는 “변하지 않은 건 아닐텐데 더러는 실체보다 이미지를 보고 그렇게 여기기도 하는 것 같다.”고 했다.분명한 것은 노래에서 배어나는 ‘양희은 향기’,‘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나 ‘아침이슬’,‘늙은 군인의 노래’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등 그의 노래를 일관되게 관류하는 향기는 예전 그대로다.사람들은 이를 감성과 저항 혹은 서정과 서사 양대 축으로 읽는다.이를테면 이기일원론같은 것이다. ●힘겨워 더 소중했던 시절 돌이켜 보면 그의 성장기는 참 신간스러운 것이었다.부모의 이혼과 이어진 가난의 고통이 오죽했으면 “다시는 그 시절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할까.그러나 “힘든 가운데서도 우리 세 자매는 밝게 살았다.”고 돌이킨다.힘겨운 삶은 자매의 우애를 키웠으며,환난은 더 나은 삶에의 의지를 싹틔웠다.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8년 만에야 졸업한 대학시절 그의 별명은 ‘회수권’.누구든 만나면 회수권을 먼저 챙겨 얻은 별명이다.“그때 동생 희경이가 ‘언니,돈갖고 걷는 건 안그런데 차비없어 걷는 건 너무 슬프다.’고 하더라.”는 귀엣말을 전하며 허허롭게 웃는 그의 눈가에 언뜻 눈물이 어렸다. 그런 삶이었지만 그는 밝았다.가난이 곧 굴욕이기도 한 세상인데 어찌 가슴에 앙심과 슬픔이 자라지 않았을까.‘한계령’을 취입할 때다.음반회사에서 “허,돈될 노랠 좀 부르지.”라고 했을때는 정말 두렵더라고 했다.힘겹게 헤쳐온 가난의 진창 속으로 다시는 되돌아가고 싶지 않아서였다.동생들 시집보내고 손에 쥔게 없었던 그 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새엄마랑 사는데 왜 힘겹지 않았겠나.저녁이면 자매들이 넌 새엄마,난 아빠 하는 식으로 배역을 정해 뭐랄까,코믹극이나 사이코 뮤지컬쯤 될까.그걸로 깔깔거리며 묵은 앙금을 풀곤 했다.그렇게 웃음을 지켰고,그때 나를 지탱할 수 있었던 힘이 바로 노래였다.”고 추억했다.그런 자신을 “섬약한 바이올린 현보다는 차라리 고래심줄에 가깝다.”고 했다.그런 면모 때문이리라.어려워도 가슴에는 되레 평안이 깃들어 그는 한 순간도 희망의 끈을 놓고 살지는 않았다.지금도 밝고 맑다. ●40대 중추론 그가 말하는 음악론의 기저는 ‘건강’이다.노래하는 이의 몸과 마음이 제대로 뼈대를 세우지 못하면 제대로 된 노래가 불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런 그의 담론은 그들이 가진 감수성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는 신세대 음악인들의 ‘견딜 수 없는 가벼움’으로 넘어간다.“음반이든 시집이든 고작 기천장을 두고 일희일비해야 하는 풍토가 못내 아쉽다.”는 그는 “아무리 당대의 문화가 20대에 의해 형성되고 견인된다지만 온돌처럼 은근하고 생명력있는 음악을 도외시하고 말초적 재미와 과대포장,변칙에만 급급한 신세대 스타들이 이 시대 음악문화의 중추는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음악론은 중견중추론.이를테면 40대 정도의 완숙하고 열정있는 세대가 중심으로 곧게 서 곧잘 우우 떼지어 몰려다니는 신세대의 음악적 편향성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는 뜻이다.“음악도 식단이 비슷하다.먹을거리가 다양할 뿐 아니라 제철 음식을 제때 챙겨먹어야 건강한건데,요즘 음악이란 게 뒤죽박죽 기형이다.”‘봄이 지나도 다시 봄,여름 지나도 또 여름 빨리 어른이 됐으면…’하고 시작하는 그의 노래 ‘내 나이 마흔살에는’은이런 배경에서 만들어졌다. ●‘밥심' 이 노래의 힘 그는 본태적으로 소박하고 꾸밈이 없다.무대에서 보는 모습이 바로 그의 생활이다.노래에,방송에 바쁜 나날이지만 지금껏 부엌일 만큼은 남에게 맡기지 않았다.온 식구의 에너지가 주부의 손끝에서 나오는데 내가 품을 안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밥을 사먹는 일,특히나 저녁 외식은 끔찍이 싫어한다.알고보면 그의 노래도 ‘밥심’이다.나이가 들수록 뒷심이 딸려 밀가루 음식으로는 감당할 수가 없단다.전통차를 즐기는 기호도 담박하다.커피는 집에서 챙겨 아침방송 전에 한잔 하는 게 전부. 수지침과 부항뜨기도 그의 숨겨진 건강법.십수년 전부터 익힌 수지침은 교본이 너덜거릴 정도로 열성을 쏟아 미국에서도 제법 솜씨자랑을 했다.지금도 침실에는 수지침과 부항기가 준비돼 있어 어머니든 남편이든 필요하면 그의 손을 거친다. 요즘들어 그는 가끔 무대에서 눈시울을 적신다.예전엔 없었던 일이다.보기와 달리 심성이 여린 탓이기도 하지만 나이들수록 그와 함께 한 세대의 아픔과 추억에 쉽사리 연민의 가슴을 열기 때문이다. 오후의 햇살을 모로 받으며 문을 나서 흰 고무신을 신은 그와 작별했다.숨가쁘게 한 시대를 이끌어 어느덧 쉰 고개를 넘긴 그의 어깨 위로 고운 노래 하나 햇살처럼 내려앉고 있었다.‘열 아홉살 어린 아이 노래가 좋아 노래했네/슬프나 괴로우나 노래는 나의 친구였네/느티나무 그늘 아래 부르던 나의 노래///세상을 알고부터 노래는 나를 떠나갔네/가슴을 잃어버린 허무한 나의 노래였네/그리운 느티나무 그리운 나의 노래…’(나 떠난 후에라도). 글 심재억 기자 jeshim@ 사진 한준규기자 hihi@
  • EBS‘여성특강’이경덕씨 강연/ 神話작가의 신화궁금증 풀기

    ‘반지의 제왕’‘해리포터’등 신화적 모티브를 가진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도 2000년 처음 발간된 뒤 최근 14편까지 종합부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이 정도면 신화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화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지만 정작 신화의 정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오는 17~19일 오전10시 EBS ‘여성특강’에서 궁금증을 풀어준다.신화 전문 작가 이경덕씨가 ‘신화 새로 읽기’를 주제로 신화는 누구의 이야기이며,왜 우리가 신화에 매료되는지를 설명한다. 이씨는 ‘그리스 신화 100장면’‘신화를 읽어주는 남자’ 등 신화 관련 서적을 여럿 펴낸 작가이자 컬럼니스트다.그는 “사람이 살았던 곳에는 반드시 신화가 존재했다.”면서 “따라서 신화는 신들의 기록이 아니라 사람의 기록이며,신성을 지닌 인류 역사의 서사시”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신화는 북유럽에서 아프리카,아시아에 걸쳐 고루 분포한다.그리고 그속에 나오는 신들의 모습은 신화가태어난 땅의 풍토와 기후,그리고 사람의 모습을 빼어 닮았다.신화는 바로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이자,세계관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설명이다. 1편 ‘세계를 비추는 거울,신화’(17일)에서는 신화의 인기 비결을 분석한다.신화의 세계가 한국인에게 어필하는 이유는 신화와 21세기 디지털 문명에는 상상력이라는 공통 코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화를 새로 읽으면 21세기를 생명과 문화의 세기로 가꿀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2편 ‘신화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18일)에서는 신화 속 사람의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찾아본다.신화의 서사구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차용되고 복제되고 있는지,‘매트릭스’‘해리포터’‘반지의 제왕’을 통해 알아본다. 3편 ‘여성,신화의 중심에 서다!’(19일)에서는 신화에 숨어있는 여성의 세계를 분석한다.21세기라는 생명의 마당에서 신화 속의 여신들을 소개하고,신화라는 프리즘으로 월드컵과 대통령선거,촛불시위로 이어진 한반도 상황을 조망함으로써 21세기를 주도해갈 긍정적인 여성상을 제시한다. 주현진기자 jhj@
  • 책꽂이/청소년 토지 외

    ●청소년 토지(박경리 지음·사진) 작가의 대표 대하장편소설인 원고지 3만여장 분량의 ‘토지 ’원작을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5000장 분량으로 줄이고 동양화가 김옥재씨의 삽화를 곁들였다.연세대 최유찬 교수와 토지연구가 이상진 박사가 원본 속의 사상적 논제들을 빼고 서사 위주로 새롭게 구성,원작자인 박씨가 검증한 것.각권 말미에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사건이나 주요 인물,가계도 등을 정리해 청소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이룸 전 12권 각 8000원. ●작가수첩(알베르 카뮈 지음,김화영 옮김) 24권으로 기획된 ‘알베르 카뮈 전집’ 가운데 14권째.카뮈가 소설 ‘이방인’을 내놓았던 1941년부터 1951년까지의 기록을 모은 책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죽음에 대한 성찰,예술과 자연에 대한 감상,여행의 흔적 등을 담았다.책세상 1만 3000원. ●빌러비드(토니 모리슨 지음,김선형 옮김) 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 흑인 여성작가의 장편소설.흑인여성의 파괴적 모성애를 통해 비인간적인 노예제도를 고발,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들녘1만 3700원. ●첫사랑(사뮈엘 베케트 지음,전승화 옮김)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작가 베케트의 단편소설 4편을 묶었다.전통적 소설작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사기법,낡은 시제와 문법의 파괴,난해한 언어의 반복적 사용 등 실험성 짙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문학과지성사 5000원. ●타락한 중심을 향한 반역(하상일 지음) 비평집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의 필진으로 참여했던 소장 평론가 하씨의 첫 비평집.문학권력 논쟁의 의의,베스트셀러의 정치학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다.새움 1만 2000원.
  • 안해룡의 ‘침묵의 외침‘ 다큐전

    김씨 할머니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숨을 토해내듯 담배 연기를 길게 뿜어냈다.시선을 먼 데 고정시킨 할머니는 토막 말로 “우리 아버지는 명대로 살지도 못했어.내가 없어져 버렸으니까.”라고 털어놓는다.손을 모아쥐고 만지작거리던 할머니,술기운 없이는 차마 이야기할 용기를 내기 어려웠는지 소주 한 잔을 입에 급하게 털어넣고는 “연일 군인들 들어오면 상대하고…(군인들이)쭉 서 가지고 있을 때도 있고….그 고생하고 울긴 나 참 많이 울었어.”라며 쥐어짜내듯 이야기를 마친다. 할머니와 같은 일본군 ‘위안부’출신 할머니들의 삶은 더 이상 뉴스거리가 아니다.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막연하게나마 상식적으로 아는 이야기가 됐다.그래서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은 우선 관심사에서 밀려나 구석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낡은 스토리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전시가 있다.일주아트하우스에서 새달 10일까지 열리는 다큐멘터리 작가 안해룡의 ‘침묵의 외침-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목소리’전이다.전시는 다채널을 활용한 미디어 작업으로,비디오·사진·웹 등 세 공간에서 진행된다. 안씨는 여성부의 요청에 따라 위안부를 지낸 할머니 30명의 ‘비디오증원집’을 만들고 있다.그는 그 작업을 기초로 일본 정부의 전쟁관련 기록영화,그가 지난 10여년 찍어온 정신대 관련 영상과 사진을 믹스해 비디오 영상 작품을 만들었다.이 중에서 관심을 모을 만한 몇몇 영상을 정지화면으로 전환해,5장의 사진을 한 세트로 하는 사진 작품을 내놓았다.비디오 속의 음성은 사진 옆에 사진설명으로 덧붙였다.웹 영상 작품은 일종의 ‘슬라이드 쇼’로사진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여기에는 음악이 사진설명 구실을 한다. 안씨는 “비디오·사진·인터넷 등 매체가 가진 특성을 표현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인식하지 않고,표현을 위한 수단으로 자유롭게 사용했다.”고 밝혔다.이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이런 시도 덕분에 ‘증언집’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은,지루하고 평면적·서사적인 것이 아니라,입체적으로 다가온다.영상 이미지를 따라만 간다고 해서 이해되는 것이 아닌 만큼,사유하고 사색하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의 성적 노리개가 돼야 했던 어린 처녀들의 무너져버린 푸른 꿈과,쏟아지는 총알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온 뒤로 자신의 경험을 부모에게조차 숨기며 샛노랗게 응어리진 50년 한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추악한 일본의 전쟁과 식민지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용기가 전시장에서 파릇파릇하게 돋아나는 듯하다.그 용기가 일본 정부에 공식적 사과를 요구하는 시퍼런 힘이 되고 있는 것이다.(02)2002-7777. 문소영기자 symun@
  • 미혼 女사장 3인

    여성전문 포털사이트 마이클럽 이수영(李秀煐·37)사장이 30대 미혼 여성부호 대열에 합류한다. 소프트맥스 정영희(鄭暎喜·38)사장,버추얼텍 서지현(徐知賢·37)사장의 뒤를 이은 것이다. 이 사장이 지난 9월까지 CEO로 재직하던 온라인게임업체 웹젠이 23일 코스닥 등록을 위한 예비심사에 통과했다.내년 2월쯤 코스닥시장에 등록할 예정이다.공모가는 2만∼2만 5000원이지만 웹젠의 올해 실적을 감안할 때 주가는 3만∼4만원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웹젠의 올해 매출액은 290억원,순이익은 162억원이 예상된다.이사장은 지분 15%(38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주당 3만원으로 계산하면 재산이 114억원에 이른다. 대주주 지분정보 제공업체인 에퀴터블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50대 여성부호’에 따르면 소프트맥스 정사장은 140억원,버추얼텍 서사장은 67억원 가량의 자사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30대 여성 CEO들은 일반기업 사원에서 벤처기업 창업자로 변신,100억원대 자산을 모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서사장은 유·무선솔루션 전문업체 버추얼텍을 91년에 설립,2000년 여성기업인으로서는 처음 코스닥시장에 등록시켰다. 2000년 ‘아시아 경제리더’ 25인중 한명으로 뽑혔고 지난해 ‘아시아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정사장은 게임산업 성장 가능성에 매료돼 93년 소프트맥스를 설립했다.96년 ‘창세기전1’을 게임업계 최초로 일본에 수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사장이 창업한 웹젠은 국내 최초 3D 온라인게임 ‘뮤’를 선보여 한달만에 회원 20만명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그는 “일이 좋아 아직 결혼을 생각해보지 않았다.”면서 “내 손으로 만든 회사가 3년도 되지 않아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타임지 선정/올 최고의 영화 ‘그녀에게 말해봐’

    시사주간지 타임은 19일 인터넷판을 통해 올해 ‘최고의 영화’와 ‘최악의 영화’를 발표했다. 영화 평론가 리처드 시켈과 리처드 코얼리스가 각각 선정한 ‘최고의 영화10’은 모두 첫번째로 ‘그녀에게 말해봐’(Talk To Her·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를 꼽아 눈길을 끌었다.사랑과 죽음이란 장중한 주제를 숭고하고도 인간적으로 그렸다는 평이다. 이에 견줘 ‘디 아워스’는 여성의 희생에 대해 감상적으로 접근했다는 이유로 최악의 영화로 꼽혔다.다음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된 19편 중 주요 작품. ◆슈미트에 관하여- 연기파 잭 니컬슨이 퇴직한 보험회사 중역으로 열연,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 ◆로드 투 퍼디션- 마피아 중간보스인 톰 행크스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직과 맞서는 모습을 침묵과 절제된 연기로 그려냈다. ◆어바웃 어 보이- 휴 그랜트는 시종일관 코믹한 면을 잃지 않으면서도 따뜻함을 지닌 독신 남성을 잘 소화했다. ◆뉴욕의 갱들- 1863년 뉴욕을 배경으로 영국계 갱과 아일랜드 이민자의 사랑과 복수의 서사시를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 전편 ‘반지 원정대’에 견줘 웅장하고 박진감넘치는 전투 장면이 압도적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흥행 귀재 스티븐 스필버그가 범죄를 예측해 범인을체포해야 한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강박증을 해부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평범한 소녀가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담이 주된줄거리로 ‘알라딘’ 이래 최고의 전통 만화영화로 꼽힌다. ◆8마일- 백인 래퍼 에미넴의 전기를 커티스 핸슨 감독이 스크린에 옮겨 스타를 갈망하는 보통 소년의 열정과 꿈을 그렸다.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제자를 사랑하는 여자 스승의 열정과자기파괴적인 애정을 세밀화로 그려냈다. 임병선기자 bsnim@[ ]
  • 책꽂이/먼 저편 外

    ●먼 저편(이산하 엮음)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1928∼1967)의글을 엮은이가 시집으로 추려 묶었다.게바라는 생전에 시를 남기지는 않았으나 그의 일기 등에서 ‘시적인 것’을 가려 뽑은 것. 엮은이는 동인지 ‘시운동’을 통해 지난 82년 등단했으며,87년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 필화사건으로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문화산책 8500원. ●안도현의 아침엽서(안도현 지음) 시인 겸 동화작가인 저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여러 작품집에서 삶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도록 산문들을 가려뽑아 사진과 함께 엮었다.‘봄날,그리운 첫사랑’등 모두 4부로 구성됐다.늘푸른소나무 7500원. ●적당히 쓸쓸하게 바람부는(심재휘 지음) 올해 ‘현대시 동인상’을 수상한 저자의 첫 시집.평론가 이혜원씨는 “그의 시는 완성품을 지향하는 고전주의적 미학의 기율에 충실한 편”이라며 “균형과 절제의 감각으로 인해 그의 시는 감상이나 허무의 함정에 쉽사리 빠져들지 않는다.”고 평했다.문학세계사 5500원. ●중세의 연가(이형식 편역) 문학의암흑기였던 12∼13세기때 프랑스의 이름모를 시인들이 지은 사랑 이야기.‘라우스틱’‘요넥’‘랑발’‘데지레’등 중·단편 소설 분량의 작품 13편을 실었다.신비한 사랑을 꿈꾸거나 정염을 유일한 가치로 여기는 사람들의 몽상을 담고 있다.궁리 1만원. ●해저 2만리(쥘 베른 지음,김석희 옮김) ‘80일간의 세계일주’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의 공상과학 및 모험소설가 쥘 베른의 대표작.그의 작품은 그동안 아동용으로 국내에 소개됐을 뿐 초판본 삽화까지 살린 완역본은 이번이처음이다.열림원은 ‘해저 2만리’와 ‘지구속 여행’에 이어 오는 2005년까지 ‘2년 동안의 휴가’와 ‘지구에서 달까지’ 등 쥘 베른의 작품 15편을완역,출간할 계획이다.열림원 전2권 각 9000원. ●드라이빙 미스터 아인슈타인(마이클 패터니티 지음,최필원 옮김)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를 소재로 한 이야기로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미국의한 잡지에 연재했던 글을 엮었다.아인슈타인의 뇌를 통해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성찰하는 소설로 회고록,여행기,전기,명상록 등 다양한형태의 글이 어우러져 있다.문학세계사 8200원. ●난 여자들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이사벨 아옌데 외 지음,송병선 옮김) 라틴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엮었다.이사벨 아옌데를 비롯해 마갈리 가르시아 라미스,이사벨 가르마,클라리엘 알레그리아 등의 짧은 소설 13편이 실렸다.생각의 나무 8000원. ●아르센 뤼팡의 여인들(모리스 르블랑 지음,남윤지 외 옮김) 샘터사의 추리소설 문고판 출간 기획의 첫 작품으로 셜록 홈즈와 달리 언제나 작품 중에여성이 등장하는 뤼팡 시리즈의 또 다른 백미.뤼팡의 활약과 그를 둘러싼 여성들의 면모를 ‘로맨틱 소설’처럼 살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샘터사전5권 각 5000∼5500원.
  • 문학평론가 최성실씨 계간 ‘문학·판’서 비판

    왜 한국문학에서는 성적 상상력이 빈곤한가? 문학에서 포르노·에로티시즘·섹슈얼리티는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문학평론가 최성실(35·인하대 강사)이 이런 의문에 진지한 답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최씨는 최근 발간된 계간 문학전문지 ‘문학·판’ 겨울호에 실린 특집 ‘한국문학과 성적 상상력’에서 “한국문학이 성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로티시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거나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문학적 엄숙주의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성적 상상력과 섹슈얼리티 문제에 천착해 온 소설가 장정일·전경린·윤대녕을 거론하며,한국소설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르노적 상상력과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극단적이고 가학적인 나르시시즘,완전한 파멸과 죽음을 담보하지 못하는 성적 상상력과 현실환원주의,여성의 원형적 이미지를 신비화하고 강조하려는 인식 등을 들었다. 최씨는 장정일의 소설 ‘보트하우스’에 대해 “에로티시즘의 미학이나 포르노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성적 기제에 대한자의식없이,반복적 일탈과소모적 일상을 되풀이하는 인물들의 성행위”만 그렸을 뿐이라며 “여성의성적 욕망이 어떤 측면에서 왜곡된 형태로 역이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평했다. 전경린의 최근작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소녀의 멈추어버린 성장’에 대해 “정체성의 문제를 섹슈얼리티가 가진 다양한 기제로 전이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비판했다. ‘상춘곡’과 ‘에스키모 왕자’를 쓴 윤대녕의 작품과 관련해서는 “섹스행위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갈등과 고통이라기보다 지극히 존재론적인 것이며 합일에 이르는 어떤 것”이라며 “(윤대녕의 경우)세련된 문장과 수사에도 불구하고 섹슈얼리티 차원에서는 아직도 조용하고 다소곳하며,희고 순결한 여인에의 환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그는 “한국문학은 아직도 가부장적 논리와 계몽주의적인 서사틀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한가.”라고 반문하고 “‘포르노 속의 여성이 남성 관객의 쾌락을 담보로 하는 성적 대상일 뿐이며,여성의 성적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은 스스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공박했다. 최씨는 포르노그래피가 ‘창녀’라는 특징적이고 상징적 대상을 염두에 둔용어여서 적어도 포르노그래피의 범주에서는 성행위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것이 당연하다면서 “일부에서는 (포르노그래피가)대상을 성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제기하나 실상 포르노 본래의 취지에서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게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의 견해도 함께 소개했다.“창녀이기 때문에 아니,창녀라는 탈을 썼기 때문에 여성은 오히려 자신의 성적 욕망을 노출하고 노골적으로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보드리야르의 해석을 거론한 그는 “포르노는 주로 여성의 성기를 중심으로 촬영되는데,이때 여성은 어느 순간도 성적 불능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이는 여성이 성을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남성은 그것이 발기해 있건 수그러져 있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며 하찮은 역할만을 맡을 뿐이다.발기한 남근이 변화시킨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한 보드리야르의 발언을 거듭 환기했다. 최씨는 “한국문학에서의 섹슈얼리티나 에로티시즘의 문제는 푸코의 지적처럼 ‘가장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 것’일 뿐”이라며 “최근 들어 성 정체성,섹슈얼리티의 문제,에로티시즘에 대한 재해석,포르노의 새로운 평가가 본격화하고 있으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책꽂이/ 카프카의 편지 外

    ●카프카의 편지(프란츠 카프카 지음,변난수·권세훈 옮김)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545통을 모아 엮은 책.편지는 1912년부터 약 5년 동안 쓴 것이다.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작품 구상 등을 담고 있다.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으며,편지에는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일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등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중 한 권.3만원. ●냉소와 매혹(김동식 지음)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의 첫 비평집.데뷔작인 ‘글쓰기의 우울:신경숙론’을 비롯,김영현 윤대녕 이인화 은희경 함정임 배수아 백민석 이영유 등의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문과 작가론을 실었다.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이야기,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김민수 지음)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출강중인 저자가 학생들을 위해 쓴 현대 소설이론 입문서.서사문학의 역사와 소설의 형성,소설의 서사구조와 담론의 양상 등을 정리했다.거름 9500원. ●시 속에 꽃이 피었네(고형렬지음) 창작과 비평사의 시선 기획위원이자 계간 ‘시평’의 주간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50여편의 시를 묶었다.‘고형렬의 시로 읽는 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정읍사’부터 정약용 서산대사 김소월 한용운 백석 한하운 서정주 김수영 고은 김남주 박노해 등의 시세계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바다출판사 9800원. ●저 꽃이 불편하다(박영근 지음) 노동문학에 몰두해온 저자의 다섯번째 시집.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비애,자본주의 사회의 몰가치 등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창작과 비평사 5000원. ●달빛가난(김재진 지음) 소설가이자 명상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가난’과 ‘아버지’ ‘여행' 등을 주제로 기존 작품과 신작시를 엮은 시선집.숨쉬는돌 7000원. ●건건여록의 비밀(이태형 지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극우세력의 음모를 그린 소설.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제때 이토 히로부미 총독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상현 교수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편다.일송-북 전2권 각 8500원. ●시간의 여울(이우환 지음) 일본 모노파(物派) 창시자로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지난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94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것을 최근 다시 번역했다.디자인하우스 1만5000원.
  • 외래어심의위 개정·순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는 6일 47차 회의를 열고 남태평양에 있는 국가 ‘서(西)사모아’를 ‘사모아’로 고쳐 적기로 결정했다.이는 1997년 ‘서사모아’가 나라 이름을 ‘사모아’로 변경한 데 따른 것이다. 위원회는 또 우크라이나의 주 및 주도인 ‘리보프’를 ‘리비프’로,극동러시아 ‘콤소몰스크’의 정식 명칭을 ‘콤소몰스크나아무레’로 표기하기로 했다. 이밖에 심의위는 ‘섀도 캐비닛’을 ‘숨은 내각’,‘인트라넷’을 ‘내부전산망’,‘정신대’를 ‘일제 종군 피해 여성’ 등으로 순화하도록 하는 등 70여 순화용어를 결정했다.
  • 신바람몰고 다니는 ‘먹물소리꾼’ 전주세계소리축제 총감독 임진택

    전주에 있는 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사무실에서 임진택 총감독을 만나고 있을 때다.누군가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의 직함을 하나만 쓰자면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임진택은 잠시 생각하더니 “연출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하긴 그렇다.가극 ‘남한강’과 마당극 ‘밥’에 연극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완판창극 ‘춘향전’까지 온갖 장르를 연출가로 섭렵했다. 최근에는 과천 세계마당극큰잔치와 세계통과의례 페스티벌,남양주 세계야외공연축제 등을 연출했다.그것도 언제나 총감독이나 예술감독 같은 거창한 직함이 뒤따랐다.그러니 ‘연출가’로 써달라는 것도 그로서는 겸손함을 앞세운 자부심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화에다 그렇게 대답하는 그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어 혼자 웃었다.“연출가는 무슨 연출가,먹물소리꾼이지!” 그는 전북 김제 출신이다.훗날에야 전해들었다는 동학군 출신 외증조 할아버지의 존재가 지금도 자랑스럽지만,정작 자신은 초등학교 1학년때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경기고와 서울대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임진택(52)은 1980년대 ‘오적’과 ‘똥바다’‘오월광주’로 소리판을 휘저었다.창작판소리라지만 판소리를 위한 창작이 아니라,‘운동’을 위한 창작이었는지도 모른다.미성도 아닌 탁성으로,밝은 소리판보다 어두운 현장을 누빈 그는 당당한 ‘소리 운동가’였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전북 제2청사라는 ‘관청’한쪽에 앉아,나랏돈 써가며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그에게 80년대와 2000년대는,‘먹물소리꾼’과 ‘축제 총감독’이 주는 어감의 차이만큼이나 진폭이 큰 셈이다. 그에게 ‘전주 세계소리축제 2002’(8월24일∼9월1일)의 총감독을 맡은 감회를 묻자,돌아온 첫마디가 “PD를 하다 TBC(동양방송)가 80년 KBS에 통합돼 쫓겨난 뒤 정식급여를 받은 것이 처음”이라면서 “생활걱정이 없어 좋더라.”는 소박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단위 예술작품의 힘보다는 축제라는 대동적 방식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새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많은 이들이 참여하여 신바람을 스스로 솟구치게끔 돕는 일이 내게주어진 가장 중요한 몫”이라고 총감독다운 각오를 피력했다. 한편으론 “나이 들면서는 뭘 하든지 온화하고 원만하게 꾸려가고 싶다.”면서 “내가 만들어 하는 축제 같으면 빚져가면서라도 할 텐데….”라고 아쉬움을 내비쳐 축제 준비에 쉽지 않은 구석이 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왜 이론으로 ‘운동’을 하지 않고,소리로 운동을 했느냐.”고 옛날 얘기를 다시 꺼냈다.그는 “내가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문화예술에 탐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학생운동과 문화운동의 결합 같은 것이었다.“고 밝히고 “그런 점에서 나의 예술활동은 매우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정치적 예술활동’을 하는 먹물소리꾼으로 민주화운동에 공헌한 그에게는 당연히 정치판에서의 유혹도 적지 않았다.그는 “특히 정치적 전환기에는 권유가 많았다.”고 털어놓은 뒤 “그러나 당선 가능성이 높을 때는 찾아오지 않다가,개혁 성과가 미미하거나 새 인물로 수혈할 필요가 있을 때만 요청이 오더라.”면서 껄껄 웃었다. 그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 떨어지면 예술로도 복귀가 어려울 것 같았다고 했다.그렇게 몇차례 고심하다 보니 나이 50을 훌쩍 넘겼고,정치권은 이미 세대교체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런 경력을 가진 사람이 축제전문가로 자연스럽게 변신한 바탕은 무엇일까.그는 “좌우의 문제는 양면성과 균형성이 있어야 한다.”면서 “나는 마음은 왼쪽에 있지만 몸은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좋은 학력과 경제적 혜택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가 사상과 세계관을 결정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예술관 역시 ‘마음’에 해당하는 이론과 ‘몸’에 해당하는 실제를 분리하지 않는다.그동안 판소리를 하든,마당극을 하든 반드시 연출론을 남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그는 “조화와 균형으로 전체를 아우른다는 생각으로 이론과 실제를 분리시키지 않는 작업을 해왔다.”면서 “앞으로도 무슨 일이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전주 서동철기자 dcsuh@ ■소리축제 볼거리·들을거리 ‘2002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라도 한정식처럼 푸짐하다.24일부터 9일동안 43가지 ‘먹거리’를 펼쳐놓는다.공연단만 16개국 4500여명에 이른다. 축제는 ‘소리문화의 전당’권역과 ‘전통문화특구’권역으로 나눠 열린다.2100석의 모악당과 700석의 연지홀,7000석의 야외공연장으로 이루어진 소리문화의 전당은 최첨단 공연장이다.반면 풍남문과 경기전,전동성당,한옥체험관이 밀집한 전통문화특구는 고도(古都)의 분위기가 물씬하다.이 정취있는 공간들이 그대로 공연장으로 탈바꿈한다. 프로그램을 보면 ‘반찬’가짓수가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큰 접시에 화려하게 담아도 손이 가지 않을 음식이 있는가 하면,작은 종지에 담긴 젓갈 하나가 때론 ‘밥도둑’노릇을 톡톡히 하는 법.잘만 고르면 소리의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다.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24일∼9월1일,연지홀 정원마당)는 소리축제의 중심 프로그램.이누이트 에스키모,내몽고 합창단,벨라루스 여성합창인 그람니스키,코트디부아르 원주민합창,그루지야 남성합창인 라샤리앙상블,아제르바이잔 샤르그뷸뷸,몽골의 허메이 등 11개국 종족음악을 한자리에 모았다. 판소리 팬이라면 ‘과식’이 염려될 지경이다.중국의 설창과 일본의 가타리모노,몽골의 벤슨울게르,인도의 가타 등 아시아 지역의 1인 구비서사 노래를 초청한 것도 판소리와 맥이 닿는 음악형태를 찾아보자는 뜻이다. ‘명창등용문’(24∼30일,명인홀)은 왕기석과 조주선 등 맹렬한 기세로 자라는 신예 소리꾼들의 무대다.‘판소리 명창명가’(24∼25일,31∼9월1일,명인홀)는 김영자 홍정택 오정숙 최란수가 제자들과 꾸민다.‘득음의 경지 완창발표회’(26∼30일,명인홀)에서는 윤진철 이순단 이난초 김수연 민소완이 판소리 한바탕씩을 들려준다.그런가 하면 ‘판소리 다섯바탕의 멋’(26∼30일,전통문화센터)에서는 안숙선 김일구 전정민 이일주 조통달 등 최고 명창이 하루씩 출연한다. 경기전 안뜰에서는 ‘명상음악으로의 초대’가 있다.인도의 아유타와 가야금 백인영(24∼27일),티베트의 나왕케촉과 대금 신용문(28∼31일)이 각각 고유한 명상음악을 들려준다. 전동성당에서도 필리핀 산미겔합창단(24∼27일)과 체코 비발디 체임버 오케스트라(28∼31일)공연이 열린다. 이밖에 대서사음악극 ‘혼불’(24∼25일)과 창극 ‘비가비 명창 권삼득’(29∼30일),가무악극 ‘정읍사’(9월1일,이상 모악당)공연과 중국돈황예술극원이 당나라 시대의 음악과 춤을 복원한 ‘돈황악무’(27일,모악당)공연도 눈길을 끈다. 소리축제 조직위 홈페이지(www.jsf.or.kr)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서동철기자
  • [사설] 650만의 함성 한국을 바꾸었다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던 우리 축구대표팀이 아쉽게도 결승 문턱에서 좌초했다.며칠새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게임을 두 차례나 펼쳐 체력이 소진된 탓이다.그러나 우리가 이뤄낸 월드컵 4강은 그 자체로 이미 신화이고 기적이었다. 특히 붉은악마 650여만명이 펼쳐낸 거리응원은 한편의 웅장한 서사극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이들 붉은악마는 사실 이번 월드컵의 주역이었다.우리 민족이 이처럼 한마음 한뜻으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일이 언제 또 있었을까.붉은악마의 함성을 단순한 응원이 아닌,한국사회의 획기적인 변화를 호소하는 ‘일대 사건’으로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당장은 오는 29일 대구의 3,4위전을 잘 치르는 등 대회를 완벽하게 마무리짓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그 다음에는 억눌린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가져온 드라마,즉 거리응원의 붉은 해일에 담긴 뜻을 냉철하고 엄숙하게 헤아리는 일에 모두 매달려야한다고 본다.수많은 지식인들이 분석했다시피 붉은악마가 우리에게 선사한 소중한 자산은 무엇보다 자신감이다.유럽 열강에 대한 콤플렉스를 일거에 씻어내게 했다.게다가 이번 붉은 물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형성됐다.매스게임처럼 기계적인 것도,타율적으로 훈련된 것도 아니다.연령 성별 직업 빈부 국내외 등을 가리지 않고 붉은 티셔츠만 입으면 하나가 됐다.나아가 붉은악마가 응원하고 간 서울 시청앞 화단은 꽃잎하나 다치지 않았다.수십만명이 모였던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대∼한민국”과 태극기가 가까워진 것도 감동적이었고 축구를 외면했던 여성들이 열풍을 이끄는 모습도 새로웠다.이 모든 것은 우리 나라가 이미 자유롭고 평등하게 바뀌고 있으며,앞으로 더욱 바뀔 것임을 웅변해준다. 이제 거리응원의 흥분은 머지않아 수그러들 것이다.그러나 거리응원의 열광은 결코 신기루에 그쳐서는 안된다.민족발전의 자양분으로 승화시켜야 한다.그것이 제대로 안되면 우리는 깊은 허탈감에 빠져,발전은 커녕 퇴보의 길을 걸을 수 있다.따라서 각계의 지도자들은 거리응원에서 엿보인 민족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연구와 도전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이를 통해우리나라는 세계 경제와 평화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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