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여성 비하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왕은 없다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날치기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연천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 종료
    2026-03-1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092
  • [단독] “게이바는 돈 뺏으려는 이상한 장사”...고려대 강사의 발언 논란

    [단독] “게이바는 돈 뺏으려는 이상한 장사”...고려대 강사의 발언 논란

    고려대 학생들이 교내의 한 강사가 강의 중에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혐오 발언을 했다며 공개적인 사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학교 측에 제출했다. 13일 고려대 장애인권위원회, 문과대학 학생회 등(이하 학생들)의 명의로 작성된 탄원서에 따르면, 고려대 철학과 전공 강의를 맡은 강사 A씨는 지난 3월 11일 강의 중에 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언급하던 중 “예전에 에스키모인들은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자기 마누라하고 동침을 시켰다 그래요”라면서 “가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손님과 배우자를 동침시켜주는 문화에 가보고 싶다는 농담은 공적 공간인 강의실에서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면서 “관습이라는 이유로 동의 없이 성관계할 것을 강요하는 여성혐오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A씨는 또 지난 5월 20일 “사회적 가치의 대표가 되는 것은 돈·명예·권력, 이 세 가지”라면서 “딸이 셋이 있으면 하나는 권력자한테로 보내고, 둘째는 돈 있는 사람한테 보내고, 셋째는 명예가 있는 사람한테 보내는 거죠”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발언이 “여성은 스스로 권력, 돈, 명예와 같은 사회적 가치들을 획득할 수 없는 존재로 규정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을 차별하는 듯한 발언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같은 날 “세상에 아무리 좋은 이론이라고 해도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할 수 있어요?”라고 말한 뒤 “말을 못 하는 사람도 들어가고, 정신병자도 들어가고 (중략) 걔들이 다 들어올 수가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그래서 대표자 회의를 소집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지난 3일 “전국에서 생활 수준이 제일 높은 것이 아마 울산일 거예요. (중략)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요? 옛날에 소위 말하던 ‘게이바’(gay bar)도 울산에 제일 먼저 생겼어. (중략) 돈을 뺏으려고 막 그 이상한 장사를 시작한 거야”라면서 “고급 범죄 내지 그런 걸로 봐야 되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지난 10일 A씨에게 이의 제기를 했다. 이에 A씨는 “부적절한 예를 들었다면 사과합니다”라면서도 “지나가면서 하는 얘긴데, 수업 내용에 대한 얘기를 질문하세요. 쓸데없는 데다 시간을 쓰게 하지 말고”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강의 중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A씨의 공개적인 사과와 차후 학내 교수자 채용 및 재임용 심사에 있어 교원의 윤리적 의무와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탄원서를 이날 학교 측에 제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부릅뜬 시민의 눈 ‘제4의 판사들’

    부릅뜬 시민의 눈 ‘제4의 판사들’

    9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의 559호 법정. 합의부 판사 3명이 앉을 법대에 평소와 달리 한 명이 더 있다. 네 번째 판사는 하루 명예법관에 선정된 배우 박진희(38)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 최기상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법정에서 박씨는 원고와 피고 측 변호인이 벌이는 공방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민사합의재판부 2개(기업, 건설)와 형사합의재판부 1개(부패), 형사단독재판부 3개(경제·지재, 마약·환경)에서는 법복을 입은 ‘제4의 판사’들이 각각 오전 재판을 참관했다. 박씨와 이정민(39) MBC 아나운서, 선승연(50)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고계현(51)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이영옥(54)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유택형(57) 연합뉴스 콘텐츠총괄본부장 등 6명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시민과 법관이 서로의 시각차를 해소해 같은 눈높이에서 재판을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이들 명예법관을 위촉했다. 기업 사건을 전담하는 민사합의21부에 배치된 고 사무총장은 “법원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시민 활동을 하면서 법원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갖춘 건전한 비판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직 판사가 남편인 박씨는 “법관이 재판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에게 잘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명예법관이 법원과 국민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동료 죽인 ‘트로피 사냥꾼’에 복수하는 사자

    동료 죽인 ‘트로피 사냥꾼’에 복수하는 사자

    사자 한 마리가 동료를 죽인 사냥꾼들을 덮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유튜브에는 제이든 테너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트로피 사냥’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영상을 공개했다. 트로피 사냥은 거액의 돈을 내는 사람에 한해서 사냥을 허용하고 그 전리품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된 영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사자를 사냥한 한 쌍의 남녀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보여준다. 총을 든 여성은 죽은 사자 옆에 앉고 이어 남성도 그 옆에 앉아 함께 자세를 잡는다. 이후 남성이 화면 쪽으로 다가와 카메라를 조작하는 사이 갑자기 다른 사자 한 마리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와 화면 밖으로 도망친 이들을 향해 달려든다. 이어 여성의 비명과 함께 두 발의 총성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영상을 공개한 남성은 “두 달 전 아프리카에서 이 영상을 입수했다. 한 사냥꾼이 내게 보여줬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이 영상은 세계가 봐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매년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 수천 마리가 트로피 사냥꾼들에게 죽고 있으며, 이는 밀렵과 함께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멸종위기종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트로피 사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자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3만5000달러(한화 약 4000만 원)라는 거액을 내는 이들이 많아 오직 사냥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이 많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영상을 올린 제이든을 보는 일부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은 해당 영상이 인기를 끌어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두 남녀에 반응하는 사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살고 싶은 매력 제공이 ‘느슨한 이주’ 성공 열쇠

    살고 싶은 매력 제공이 ‘느슨한 이주’ 성공 열쇠

    “사바에의 실험인 ‘느슨한 이주’의 성공 열쇠는 외지에서 온 이들이 죽 살고 싶은 매력을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월 17일 후쿠이현의 사바에 시청에서 만난 마키노 햐쿠오(74)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3월까지 진행된 사바에의 이색적인 실험에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실험은 2년 전 어느 시민의 제안으로 ‘젊은이가 살고 싶고, 계속 살고 싶은 지역 만들기’의 하나로 계획됐다. 먼저 후쿠이현 출신이 아닌 외지의 20~40대를 대상으로 6개월간 비어 있는 시영주택에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되, 어떠한 조건도 없이 무엇을 하든 자유롭게 생활하게 했다. “도쿄, 오사카, 삿포로 등 일본 각지에서 30명이 사전 설명회에 왔는데 그중 15명이 실험에 참가했고 지금은 남성 6명, 여성 1명이 사바에에 남아서 살고 있습니다.” 6개월간 시에서 지원한 것은 거주뿐. 시영주택의 빈집을 제공했기 때문에 시에서 들어간 돈은 전기료를 비롯한 광열, 수도비밖에 없다. 생활비는 이들이 직접 부담케 했으며 현재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사바에에서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논밭의 잡초 베기나 시민들의 각종 활동에도 참가해 얼굴을 익히며 지역문화를 배우는 등 ‘느슨한 이주’에 녹아들고 있다. 물론 사바에시의 목표는 이들이 사바에 시민으로 눌러앉는 것이다. “이주 체험자들을 상대로 한 앙케트 결과를 바탕으로 시영주택은 물론 시민의 빈집을 셰어하우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주거 지원을 하는 것과,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정주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사바에 황성기 기자 marry04@seoul.co.kr
  • [글로벌 시대] 대만 첫 여성 총통을 맞는 베이징의 고민/원동욱 동아대 중국일본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대만 첫 여성 총통을 맞는 베이징의 고민/원동욱 동아대 중국일본학부 교수

    중화권 첫 여성지도자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취임식이 지난 5월 20일에 개최됐다. 그녀의 총통 취임식에서는 대만 독립과 민주화의 상징이기도 한 ‘메이리다오’(美麗島)가 1만명의 합창으로 울려 퍼졌다. ‘대만을 밝혀라’(点亮臺灣), 대선 기간 차이잉원 캠프에서 지속적으로 외친 구호다. 강력한 대만 민심에 의해 선출된 차이잉원 총통은 취임식 연설에서 중국이 강조하는 ‘92공식(共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 정부가 합의한 양안 관계의 기본 원칙으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그 표기는 서로 다르게 한다(一中各表)는 내용이다. 중국은 차이잉원의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압박 수단을 가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은 차이 총통 취임 전부터 대만으로 가는 단체관광 승인 숫자를 줄이고, 대만산 농수산물에 대한 검역 강화 등을 통해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 이렇듯 양안 교류를 위축시키고 대만의 국제적 생존 공간을 옥죄고 있는 중국의 대응과 행동, 그것이 노리는 것은 이른바 ‘선발제인’(先發制人)이다. 즉 대만의 기선을 제압해 실력행사를 통해 새로이 출범한 차이잉원 정권을 통제하려는 의도다. 물론 채찍과 함께 당근도 존재한다. 중국 내 대만 기업에 대한 특혜 확대와 1만여 대만 유학생에게 대륙 학생과 동일한 학비와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우군으로 대만 내 친중국 세력의 확대를 꾀함으로써 차이잉원 정권의 대만 독립주의 경향을 내부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중국의 압박에 맞서 차이 총통이 보이는 독자적 태도는 ‘대만인’으로서의 깊은 뿌리 의식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국민당 집권 기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나타난 대만인들의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고 과거 천수이볜 집권 시기처럼 급격한 독립 행보로 나아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5월 26일 입법원 보고서에서 ‘중화민국 대만’을 새로운 국호로 선보인 것은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지지층의 여론을 수렴하면서도 중국의 반발을 사지 않도록 일종의 ‘절충형 국호’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선 시기 민심 획득을 위한 구호가 실제 대만 독립과 같은 급진적 태도로 나아가기에는 현재의 양안 구도는 물론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유하고 있는 미·중 관계의 측면에서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차이잉원 정권에 대한 중국의 당근과 채찍이 제대로 된 효과를 거둘 수 있는가는 무엇보다 미·중 관계의 앞날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중국과 적당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비현실적 대만 독립 주장을 자제하는 차이잉원 정권의 노선은 중국의 팽창에 맞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와 봉쇄를 위한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것으로, 미국의 유용한 전략적 자산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차이 총통이 중국과의 지속적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5월 30일 취임 후 처음으로 공군기지 시찰을 통해 중국의 무력시위 가능성에 대한 경계 강화를 주문한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관영통신을 통해 차이 총통에 대한 여성 비하 발언까지 해대며 공격의 화살을 쏘아 대던 중국이 다소 주춤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이 출범한 대만 차이잉원 정권의 스마트한 대응에 압박만이 능사가 아닌 베이징의 고민은 더욱 깊어만 간다.
  • 묻지마 범죄 자극적 보도… 유사한 범죄 자극할 수도

    묻지마 범죄 자극적 보도… 유사한 범죄 자극할 수도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이후 범행 의도를 이해할 수 없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묻지마 범죄’가 집중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 범죄의 경우 ‘촉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언론 보도가 또 다른 유사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폐쇄회로(CC)TV를 추가로 설치하고 화장실이나 등산로를 정비하는 것 외에 근본적으로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 양극화 등이 완화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경찰은 지난달 17일 강남역 인근의 한 주점 건물 화장실에서 A(23·여)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모(34)씨 사건에 대해 피해망상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지었다. 또 지난달 29일 서울 수락산 등산로 초입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김학봉(61)씨에 대해 경찰은 강도살인 혐의를 적용했지만 김씨가 범행 직전에 조현병 약을 처방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병력으로 발생한 묻지마 범죄가 아니라고만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사건 말고도 지난달 25일 부산에서는 정신장애를 앓아 온 50대 남성이 별다른 이유 없이 도심 대로변에서 가로수 버팀목으로 70대와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3일에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40대 남성이 부산 지하철에서 난동을 부려 승객들이 피신하는 사건도 있었다. 같은 날 낮 서울 종로구에서는 정신병이 있는 최모(33·여)씨가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망치로 가격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자살과 마찬가지로 강한 추종성을 띠는 대표적 사회현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면 비슷한 사건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연예인 등 유명인이 자살하면 일반인이 뒤따라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묻지마 범죄에 대한 보도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당국의 기민한 대응을 촉구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모방 범죄를 부추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도 너무 자세한 묘사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도 같은 부분을 우려한다. 서울의 한 강력계 형사는 “시민들은 범죄 발생 직후 범행 동기를 알고 싶어 하지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피해자일 경우 조사도 하기 전에 묻지마 범죄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다”며 “묻지마 범죄는 범죄자의 범행 책임을 부정하고 범죄를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또 모방 범죄도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묻지마 범죄에 대해 수사기관과 일반 시민의 인식이 다른 것은 공식적인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2014년 발간한 ‘묻지마 범죄 분석’ 보고서에서 ‘묻지마 범죄는 법률적·학술적 용어가 아니라 명확한 동기 없이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무작위로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살인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범죄에 대하여 언론이나 사회 일각에서 사용하는 용어’라고 정의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 발생한 묻지마 범죄 55건 중 25%가 8월에 몰렸다. 전체의 51%는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또 전체의 51%는 길거리에서 일어났다. 살인 사건은 2012년 1027건에서 2014년 941건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묻지마 범죄는 55건에서 54건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여성 피해자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88명 피해자 가운데 남성이 146명(51%), 여성이 142명(49%)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대부분 경제적 취약계층이 저질렀다는 것도 큰 특징이다. 피의자는 무직이 101명(62%), 일용노동자가 31명(19%)이었다. 범행 직전에 술을 마신 경우도 84건(52%)으로 절반을 넘었다. 또 정신질환자는 59명(36%)이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는 이미 분노가 만연해 있는데 이 분노가 정신적으로 취약한 사람을 통해 먼저 터져 나온 것이 묻지마 범죄”라며 “정신적 취약계층 다음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분노를 터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가 구성원의 분노를 해소할 중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지 못하면 묻지마 범죄 증가는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특파원 칼럼]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냐구요?/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냐구요?/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여성 특파원’으로 생활한 지 2년이 넘었다.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성이다. 최근 남성들과의 한 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여성이니 힐러리를 지지합니까, 아니면 싫어합니까?” 대답을 하기도 전에 질문자는 “여자의 적은 여자 아닌가요? 힐러리가 그래서 불리하다니까…”라고 말했다. 동석한 남성들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는 “이건 남녀 문제가 아니지요. 힐러리가 국무장관으로 두 번 방한했을 때 외교부 풀기자로 지근거리에서 봤는데, 외교 경험이 풍부하고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할 만했다”고 말했다. 질문자는 이에 “한국에 두 번이나 갔었나요?”라며 멋쩍어한 뒤 서둘러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미국은 능력 있는 ‘여성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는가. 2008년에 이어 대권에 재도전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로 굳어지고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지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은 아닌 것 같다”로 해야겠다. 2008년 클린턴이 패배한 이유를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밝힌 워싱턴DC의 한 싱크탱크 전문가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노동자층 백인 남성들은 여성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시골에 가면 여성들도 힐러리를 싫어한다. 너무 잘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성이기 때문에 미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여성 비하 등 ‘막말의 달인’ 트럼프는 클린턴이 TV 토론에서 보인 행동뿐 아니라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스캔들까지 끄집어내 클린턴의 여성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특히 지난 4월 말 경선 승리 연설에서 “힐러리가 ‘여성 후보 카드’를 쓰고 있는데 그가 남성이라면 득표율 5%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성 후보이기 때문에 높은 ‘동정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철저한 여성 무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소속 존 히켄루퍼 콜로라도 주지사는 지난달 29일 한 인터뷰에서 클린턴의 ‘개인 이메일 스캔들’에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힐러리가 남성이었다면 다르게 다뤄졌을 것”이라며 클린턴이 여성이기 때문에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 높은 지지율을 받고 있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더 많은 공격을 받는다는 것이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강남역 10번 출구 살인 사건이 ‘여성 혐오 살인’인지, ‘묻지마 살인’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이 한국 화장실부터 미 대선까지 퍼져 있는 것이 2016년 오늘날의 현실이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조차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을 검증받은 클린턴 대신 여성과 히스패닉, 무슬림 등을 무시하는 성·인종 차별주의자 트럼프의 손을 들어 주는 날이 온다면 남녀평등과 공존은 돌이킬 수 없이 후퇴할 것이다. 문뜩 최근 기사에 많이 나오는 첫 여성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재닛 옐런과 첫 여성 국제통화기금 총재 크리스틴 라가르드, 차기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하는 여성 후보 5명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chaplin7@seoul.co.kr
  •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시간에 모두 지워졌다… DNA만 빼고

    이름도 얼굴도 기억도 시간에 모두 지워졌다… DNA만 빼고

    #1 “아이고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노…. 같은 부산 하늘 아래에 살았는데 어째 이리 몰랐노.” 지난달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간신히 부산 북구 평화의 집을 찾은 이모(59·여)씨는 울기만 했다. 34년 전 장을 보러 간 자갈치시장에서 계산하려고 잠깐 아들의 손을 놓은 것이 화근이었다. 두 살이었던 아이는 물건을 사는 동안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밤새 아들을 찾아 자갈치시장을 돌아다니고 몇 날 며칠을 찾아다녔지만 다시는 그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인근 파출소마다 들러 아이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그렇게 아들을 가슴에 묻은 채 수십년을 살아왔다. 이씨가 잃어버린 아들을 찾겠다며 딸(32)과 함께 부산 서부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해 12월이었다. ‘잃어버린 지 오래된 가족도 이제는 유전자(DNA) 검사를 통해 경찰이 다 찾아 준다더라’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시도라도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부산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유성탁 경장은 아이를 잃을 당시에 나이가 워낙 어렸던 데다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개명을 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유 경장은 이씨의 유전자를 채취한 후 실종 아동전문기관에 동일한 유전자가 있는지 감정을 의뢰했다. 3개월 후 가족으로 추정되는 유전자가 있다는 답변을 받은 뒤 정확성을 위해 재검사를 했다. 그리고 또 석 달 뒤 전기수(가명)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아들을 찾을 수 있었다. 상봉한 날은 기쁨과 행복, 미안함과 서글픔으로 범벅이 됐다. 아장아장 걷던 아들은 장성했지만, 지적장애 탓에 어머니 이씨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이씨는 “어렸을 때는 장애가 없었는데…. 미안하고 안쓰럽다”고 말하고는 또 한참을 울었다. 이씨도 기초생활수급자인 데다가 건강이 안 좋아 당장 함께 살기는 힘들다. 유 경장은 “아들이 물 한 잔도 혼자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장애가 심해 돌볼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선은 지속적으로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2 “아버지 만나니까 좋지 않아?” “네, 뭐….” 14년 만에 만난 부자(父子)는 서로 말이 없었다. 아들(16)은 담담하게 아버지 허모(45)씨를 바라봤다. 허씨는 반가움이 밀려왔지만, 미안한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와 아들을 제대로 껴안지도 못했다. 허씨는 2002년 아내와 이혼했다. 큰아들은 허씨가, 막내아들은 전 부인이 키우기로 했다. 두 살배기 막내아들에게는 엄마 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막내아들은 실종됐다. 허씨는 전 부인과 연락을 끊고 목포로 떠난 터라 실종 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다. 지난해 12월, 우연히 부산에 살던 지인과 전화를 하다가 막내의 실종 사실을 뒤늦게 들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추스르고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했다. 아들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던 허씨는 지난 3월 온라인 실종 아동 찾기 사이트에서 엄지 손에 멍처럼 생긴 점이 있는 아이를 봤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전남지방경찰청 박광균 경위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박 경위는 아이가 지내는 부산의 한 보육원을 찾았고 사진을 찍어 허씨에게 보여 주었다. 박 경위는 “(허씨가)바로 자신의 아이라고 말하는데, 같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이후 유전자 감식을 진행했고 둘이 친자 관계인 것을 확인했다. 상봉은 목포에서 이루어졌다. 고등학교에 잘 다니는 아들이 마냥 대견한 허씨는 “더 열심히 일해 형편이 조금 나아지면 빨리 아이를 데려오겠다”는 다짐을 거듭했다. ●실종 대비 18세 미만 청소년 지문 등록해야 경찰은 유전자 및 지문 분석을 통해 실종 가족을 찾아준다. 2011년 4만 3080건 발생했던 실종 아동은 지난해 3만 6785건으로 4년 만에 14.6% 감소했다. 경찰은 실종 아동이 매해 조금씩 줄어드는 것에 대해 유전자 및 지문 분석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18세 미만 청소년은 지문을 등록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실종 같은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8세 미만 아동 896만 1805명 중 264만 333명(29.5%)이, 8세 미만 아동은 총 365만 6264명 중 237만 1844명(64.9%)이 지문을 등록한 상태다. 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찾아 지문을 등록해 두면 아이를 잃어버렸을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대구 서구에서 길을 잃은 후 아무 말도 없이 울기만 하던 3세 아이는 인근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인계됐고 지문을 이용해 30분 만에 부모를 찾았다. 경찰청은 오는 11월까지 전국 어린이집, 유치원, 특수학교, 장애인·노인요양시설 등을 방문해 사전 신청자에 대해 지문 등록을 해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의 실종 시간이 길어질수록 찾기가 어려워져 최대한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지문만 등록돼 있으면 잃어버린 자녀가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훨씬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문 등록에 대해 개인정보가 남을까 간혹 망설이는 경우가 있는데, 언제든 요청하면 폐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0년간 유전자 분석으로 349명 찾아 유전자 분석으로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2005년부터 지금까지 349명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성과를 거뒀다. 유전자 분석은 실종자를 찾으려는 가족과 경찰이 만들어 놓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DB는 실종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 등이 있는 보호시설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확보해 놨다. 실종자를 찾는 가족이 경찰서를 방문하면 유전자 채취용 키트로 구강 세포를 채취한다. 시료는 실종 아동 전문기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서 분석하고 DB를 확인해 가족을 찾아 준다. 만일 가족을 찾았거나 본인이 원한다면 채취한 유전자도 폐기할 수 있다.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의 유전자 채취 건수가 2만 9113건에 달하는 데 비해 보호자 유전자 채취 건수는 2588건에 불과하다. 경찰 관계자는 “시설에 일제 점검을 나가면 부모를 찾고 싶다며 먼저 유전자를 채취해 달라는 아이도 있다”며 “아동이 원하는 경우, 지적장애인은 동의 없이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전자를 채취해 가족을 찾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 실종아동 성장 예측 몽타주도 만들어 유전자 분석으로 지난해 8월에는 미국으로 이민 간 아버지가 40년 전에 실종됐던 딸과 상봉하는 기적 같은 일도 벌어졌다. 1974년 3월 지적장애인이었던 딸을 잃어버렸던 정모(71)씨는 지난해 3월 전남 순천의 동생집을 방문하기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 정씨는 경찰서를 찾아 ‘죽기 전에 딸 얼굴을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라고 읍소했고, 그는 유전자 분석으로 딸을 찾을 수 있었다. 경찰은 또 10년 이상 된 장기 실종 아동 가족을 위해 ‘성장 예측 몽타주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공동 연구해 개발한 성장예측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종 당시 사진을 바탕으로 성인이 된 현재 얼굴을 예측해 몽타주를 그린다. 지난달 시범 사업으로 장기 실종 아동을 둔 가족 12명에게 몽타주를 주었다. 현재 경찰청, 서울지방경찰청, 부산지방경찰청,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 4곳에 관련 프로그램이 설치돼 있으며 향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킴 카다시안, “비밀 프로젝트” 역대급 파격 노출 ‘아찔’

    킴 카다시안, “비밀 프로젝트” 역대급 파격 노출 ‘아찔’

    할리우드 모델 겸 배우 킴 카다시안이 아찔한 뒤태 노출로 팬심을 저격했다.2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킴 카다시안은 팬들이 이른 아침 그녀에게 집중하도록 하는 방법을 잘 아는 사람이다”라며 사진 두 장을 공개했다.해당 사진은 킴 카다시안이 직접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으로, 흑백 사진 속 킴 카다시안은 막 일어나 침대에 앉은 듯한 모습으로 파격적인 뒤태를 선보였다. 특히 사진에서 킴 카다시안은 하의를 입지 않은 채 바디 라인을 그대로 드러내 시선을 강탈했다.이어 데일리메일은 킴 카다시안이 태그한 유명 포토그래퍼 듀오 mertalas(머트 알라스)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함께 올렸다. 해당 사진에는 가슴을 자신의 손으로 감싸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데일리메일은 킴 카다시안이 머트 알라스와 프로젝트 화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했다.이에 네티즌들은 “너무 많이 보여줬다”, “완전 핫 하네”, “킴 당신은 엄마잖아요”등 반응을 보였다.한편 킴 카다시안은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 할리우드 이슈메이커로 자리매김 했으며, 지난 2014년 래퍼 칸예 웨스트와 3번째 결혼식을 올렸다.이선목 인턴기자 tjsahr@seoul.co.kr
  • 50여일 만에 與 두 달짜리 지도부 출범… ‘복당’ 첫 숙제

    50여일 만에 與 두 달짜리 지도부 출범… ‘복당’ 첫 숙제

    최고위 역할 겸해 오늘 첫 회의 새누리당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2일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4·13 총선 참패 이후 50일 넘게 이어온 당 지도부 ‘공백 사태’가 일단락됐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최고의결기구인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잇따라 열어 혁신비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17일 ‘정진석 비대위원장 및 김용태 혁신위원장 체제’ 구성안이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발로 무산된 이후 보름여 만이다. ●김 위원장 “당명만 빼고 다 바꿔야” 김 위원장은 수락 인사말에서 “당명만 빼고는 모두 다 바꿔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쇄신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3일 상견례를 겸한 첫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다. 혁신비대위는 오는 7∼8월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개최를 준비하고 총선 패배에 따른 당 쇄신안 등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대 전까지는 혁신비대위가 최고위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 탈당파의 복당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복당 여부를 놓고 계파 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라져 난항도 우려된다. 지난달 24일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 최경환 의원 간 3자 회동에서 논의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의 전환 문제도 다뤄질지 주목된다. 당 대표의 권한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차기 전대에서 당권 경쟁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정진석 비대위원’ 7명 중 6명 교체 김 위원장은 전국위 개최에 앞서 비대위원 10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당내 인사로는 당연직 위원 3명(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권성동 신임 사무총장) 외에 수도권 3선인 김영우·이학재 의원이 선임됐다. 김 의원은 김무성 대표 시절 수석대변인, 이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 당시 비서실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각각 비박계와 친박계를 배려한 ‘화합형 인선’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은 총선 직후 당의 개혁을 요구했던 ‘새누리당 혁신모임’에도 나란히 참여하기도 했다. 당초 정진석 비대위 체제에서 비대위원으로 내정됐던 7명 중 김 의원만 재발탁됐고 나머지는 제외됐다. 외부 위원으로는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 유병곤 전 국회 사무차장, 정승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민세진 동국대 교수, 임윤선 변호사 등 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각각 경제계와 정계, 관계, 여성계, 법조계를 대표하는 정책 전문가로 평가된다. ●김무성 “다시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김 위원장은 이날 당직 인선도 마무리했다. 권 신임 사무총장 외에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 지상욱·김현아 대변인, 김선동 혁신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최교일 법률지원단장 등으로 꾸려졌다. 당의 정상화를 계기로 비박계 좌장인 김 전 대표와 친박계 핵심인 최 의원이 ‘자중 모드’에서 탈피해 정치 일선에 재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을 향해 각각 대권, 당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변의 요구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김 전 대표는 이날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상월원각대조사 제42주기 열반대재에서 추모사를 통해 “마음을 비우고 총선을 치렀는데도 패배했다”며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내놨다. 최 의원 역시 전날 경북 지역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에 이어 이날은 대구 지역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최 의원은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 순수하게 밥 먹는 자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사실상 정치 활동 재개로 받아들여진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新국토기행] 여덟 봉우리서 다도해 굽어보니… 절로 흥이 난당께

    [新국토기행] 여덟 봉우리서 다도해 굽어보니… 절로 흥이 난당께

    전남 고흥은 예로부터 기름진 땅과 청정 바다, 따사로운 햇살, 바닷바람으로 상징되는 곳이다. 세계 일류 상품이 된 고흥유자를 비롯해 깨끗한 바다에서 나오는 김, 미역 등의 농수산물, 전국 최대 일조량과 연평균 13~14도를 보이는 온화한 기후, 수려한 경관 등으로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농수산물 지리적 표시 8종을 보유했을 정도로 친환경과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2013년 1월 30일 세계가 주목한 가운데 두 번의 실패와 열 번의 연기 끝에 우리 국민의 염원을 담은 최초의 우주선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지역이기도 하다. 나로우주센터와 우주과학관,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 우주천문과학관 등이 집적화되면서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우주항공 수도 고흥’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져 가고 있다. 발사전망대 등 전국에서 유일한 체류 테마형 우주 체험 관광지 및 교육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첨단 시설과 천혜의 자연경관이 공존하는 문화 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저렴한 땅값과 사통팔달의 고속도로 등 편한 교통망, 잇따른 산업단지 조성 등으로 기업 투자의 최적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산행·해안·낚시·문화유적 코스 등 테마별 관광과 특색 있는 계절별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풍광이 아름다워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고흥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볼거리 ●구름도 쉬어 가는 팔영산 오르면 대마도까지 보여 고흥을 상징하는 명산이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하나로 국내 최대 규모인 416㏊ 편백림이 조성돼 있다. 높이 608m로 전남에서는 보기 드물게 스릴 넘치는 산행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산자락 아래 징검다리처럼 솟은 섬들이 펼쳐진 다도해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옛날 중국의 위왕이 세수를 하다 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에 감탄해 신하들에게 찾게 했으나 중국에는 없어 우리나라로 와 발견했고, 위왕이 몸소 이 산을 찾아와 제를 올리고 팔영산(②)이라 이름 지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8개의 봉우리가 남쪽을 향해 일직선으로 솟아 있고 암봉으로 이뤄진 팔영산은 1봉에서 8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종주 산행의 묘미가 특별하다. 산세가 험하고 기암괴석이 많다. 정상에 오르면 일본 대마도까지 보이는 등 눈앞에 다도해의 절경이 펼쳐진다. 남동쪽 능선 계곡에는 자연휴양림이 있다. 산행 시간은 4시간 정도로 잡으면 된다.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테라피센터(2460㎡), 치유의 숲길, 에코 물놀이터, 기 채움 타워, 전망대 쉼터 등 다양한 산림 치유 시설 등이 만들어지고 있다. ●어느덧 100년… 아픔 딛고 도약하는 소록도 한센병(나병) 환자를 위한 국립소록도병원이 있는 곳이다.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과 닮았다고 해 소록도(③)라고 불린다. 2007년 연륙교가 완공돼 승용차로 쉽게 갈 수 있다. 1916년 조선총독부가 한센병 환자 100명을 강제로 이주시켜 자혜의원(현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한 ‘한센병의 섬’ 소록도는 많을 때는 6000명까지 모여 살았던 격리의 섬이었다. 지금은 병동과 한센인 마을 7곳에 539명의 환자와 직원, 가족 등 700여명이 살아가고 있다. 지난달 17일은 국립소록도병원이 생긴 지 100년 된 날이다. 한센병 환자들을 불법 감금하고 강제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감금실과 검시실이 있는 등 역사기념물들이 잘 보존돼 있다. ‘한센병은 낫는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는 구라탑 등 환자들의 애환과 박애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물이 곳곳에 있다. 중앙공원은 1936년 12월부터 3년 4개월 동안 연인원 6만여명의 환자가 강제 동원돼 1만 9800㎡(6000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공원 안에 들어서면 환자들이 직접 가꿔 놓은 갖가지 모양의 나무들과 함께 전체적으로 잘 정돈돼 빼어난 조경이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울창한 송림과 백사장이 잘 어우러진 소록도해수욕장도 있다. ●금강산 옮겨 온 듯 나로도 해상 경관 동일면과 봉래면을 이루는 섬으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다. 기암절벽이 금강산을 그대로 옮긴 듯한 느낌을 준다.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로 이뤄져 있다. 깨끗한 바다, 소나무숲, 유자나무, 계단식 논밭과 사철 따뜻한 날씨 등이 특징이다. 1994년 포두면과 내나로도를 연결하는 380m의 연륙교인 나로대교가 놓이고, 이듬해 내나로도와 외나로도를 잇는 450m의 나로2대교가 완공되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바다에서 보면 바람에 날리는 비단 같다고 해 나로도(老島)라 불렸다고 하며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는 목장이 여러 군데 있어 ‘나라섬’으로 불렸다는 설도 있다. 섬 전체가 관광지라고 할 만큼 곳곳에 기암괴석이 즐비하고 나로도·덕흥·염포해수욕장 등 수심이 얕고 깨끗한 해수욕장이 많다. 이들 해수욕장에서는 간조 때면 백사장에서 조개를 주울 수도 있고, 주변 바다에는 어족이 풍부해 연중 낚시꾼들로 붐빈다. 봉래면 하반마을 일원에는 나로우주센터가 건립돼 있다. 나로도항에는 2대의 유람선이 운행되는데 뛰어난 해안 절경, 나로우주센터, 봉래산 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거금대교 개통… 학습·휴양 공간 인기 2011년 국내 최초로 차량과 자전거·보행 도로의 2층 복합 워런트러스 교량으로 건립된 길이 2028m의 거금대교가 개통되면서 섬에 있는 생태숲과 해양낚시공원 등이 자연 학습과 휴양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금대교는 중앙 부분에 167m에 이르는 다이아몬드 모양의 주탑 2개가 케이블로 연결된 번들형 5경관 연속 사장교로 만들어져 독특한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름다리, 자생식물 군락지, 전시관 등을 갖춘 생태숲은 주요 난대 수종인 후박, 이팝 등 11종의 자생군락지가 있는 등 동식물 자원의 식생 특이성과 식물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숲환영소 1동(386㎡), 숲관찰로(3.2㎞), 계곡관찰로(147m), 캐노피하이웨이(230m), 숲놀이체험원(1곳) 등이 있다. 거금 해양낚시공원은 해상 레저활동과 어촌 체험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해양레저시설이다. 해상 낚시터와 해상 펜션, 황토방 등이 있다. 또 거금도 인근 연홍도는 연홍미술관이 있는 곳으로, 2019년 완공을 목표로 40억원이 투입돼 국내 유일의 미술섬 조성이 진행되고 있다. 둘레길과 미술관 구조 변경, 예술 조형물 설치 등을 통해 남도의 작은 ‘예술의 섬’으로 만들고 있다. ●나로호 발사·다도해 볼 수 있는 우주발사전망대 영남면에 있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지하 1층, 지상 7층, 해발 100m 높이로 2012년 만들어졌다. 전망대 7층에는 광주·전남권역 최초로 턴테이블을 설치했고 2층에서는 다도해 절경을 볼 수 있다. 1층에는 우주도서관과 우주 체험 공간, 지하 1층에는 가족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다. 나로우주센터와는 해상으로 17㎞ 직선거리에 있어 나로호 발사(①) 장면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건축미와 실용성을 겸비한 우주선 모양의 전망대다. 인근의 남열 해돋이해수욕장과 우미산, 다랑이논, 사자바위, 몽돌해변, 용바위 등과 연결돼 있다. ●별자리 여행 떠나는 고흥우주천문과학관 최첨단 800㎜ 주 망원경을 비롯해 6개의 보조 망원경을 보유하고 있다. 60석 규모의 천체투영실(10m, 돔스크린), 전시실, 시청각실, 야외 전망대 등을 갖췄다. 밤에는 성운·성단 등 각종 별자리를 볼 수 있고, 낮에는 태양 흑점을 관측할 수 있다. 천체투영실에서는 가상 별자리 여행도 즐길 수 있다. ●청소년들 꿈 키우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봉래면의 우주과학관은 나로우주센터 방문자센터로서의 기능을 수행함과 동시에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 우주과학 전시 및 교육을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우주과학에 관한 기본 원리, 로켓, 인공위성, 우주 탐사 등을 주제로 한 90여종의 전시품이 있다. 또 4차원(4D) 돔영상관과 야외 로켓 전시장, 정보 검색존, 별자리 관측 체험존, 로켓 발사 체험존 등 다채로운 시설이 준비돼 있어 우주과학 관련 교육과 체험 학습이 가능하다. 손쉽게 만지고 즐기면서 최첨단 우주과학의 원리를 직접 실험해 보고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장소다.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하는 우주과학교실,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특별전시회와 같은 다양한 기획 행사를 마련하는 등 명실상부한 체험 학습의 장으로 자리 매김해 가고 있다.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2016년 고흥우주항공축제’가 열린다. >> 먹거리 ●해풍·햇볕 가득 품은 유자 고흥의 대표적인 특산물로 2006년 지리적 표시제 14호로 등록됐다. 오염되지 않은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과 최적의 기후 및 토양에서 재배돼 맛과 향이 뛰어나다. 유자의 빛깔이 좋으며 해안의 적당한 해풍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향기가 진하다. 394㏊의 재배 면적에서 4000t이 생산된다. 전국 생산량의 25%, 전남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고흥은 유자의 고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얇게 저며 차를 만들거나 소금이나 설탕에 절임을 해 먹는다. 과육은 잼, 젤리, 양갱 등을 만들고 즙으로는 식초나 음료수를 만든다. 비타민C가 레몬보다 3배나 많이 들어 있어 감기와 피부 미용에 좋고, 노화와 피로를 방지하는 유기산이 많이 들어 있다. ●여성에게 특히 좋은 석류 생산 전국 80% 따뜻한 기후와 기름진 토질이 석류 재배에 적합해 53㏊의 면적에서 195t의 석류가 생산된다. 다른 작물에 비해 소득이 높아 점차 재배 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석류주, 석류차, 식초, 음료 등 제품이 다양하고 환경 친화적인 방법으로 재배돼 웰빙 과일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고흥의 석류 생과 생산량은 전국의 80%를 차지한다. 열매와 껍질 모두 고혈압, 동맥경화 예방에 좋으며 부인병, 부스럼에 효과가 있다. ●황토에서 자라 맛·향 뛰어난 마늘 풍양·도덕·점암·두원면 등을 중심으로 고흥군 전역에서 재배한다. 2645㏊의 재배 면적에서 3만 1000t을 생산한다. 황토 땅에서 생산된 마늘은 굵고 품질이 뛰어나 전국에서 최고로 친다. 맛과 향이 뛰어나며 위장병, 변비, 고혈압, 암 예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군은 마늘의 품질 향상을 위해 굴, 꼬막, 조개껍데기를 분쇄해 만든 패화석 비료를 농가에 지원하고 있다. ●3년 발효액에 한약재 더한 유자향주 유자향주는 3년간 발효시킨 유자액 및 5종의 각종 한약재를 섞어 만든다. 고흥 유자와 감초, 당귀 등의 한약재 및 간척지 쌀을 주원료로 3주간 숙성시켜 만든 전통주로 부드럽고 그윽한 유자향이 그만이다. 일반 탁주와는 달리 부드럽고 단맛이 강하며 숙취가 거의 없는 깨끗한 청주다. 유자향이 은은하게 배어 나와 술이라는 부담감도 없다. 유자술은 예로부터 호흡기 질환을 다스리거나 위 속의 악취를 제거하는 약술로 여겨져 왔다.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神·인간의 만남 승화시키는 1000년 축제… 강릉이 들썩인다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神·인간의 만남 승화시키는 1000년 축제… 강릉이 들썩인다

    ‘신과 인간의 만남’ 1000년 축제 강릉단오제(중요무형문화재 13호)가 화려하게 막이 오른다. 음력 5월 5일을 전후한 이달 5~ 12일(양력) 8일간 강원 강릉 남대천 단오장 등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다. 백두대간 대관령에서 시작한 신(神)과의 교감이 강릉 단오장으로 이어져 신명 나는 한바탕 축제로 승화된다. 올 단오제는 작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열리지 못했던 아픔을 달래고자 더욱 다채롭고 풍성하게 마련됐다. 모두 12개 분야 75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때도 열리며 1000년 동안 면면히 맥을 이어 온 단오제가 지난해 간단한 행사로 끝나 아쉬움이 컸던 탓이다. 2005년 유네스코 인류 구전 및 세계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된 강릉단오제가 더이상 멈춰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도 있다. ‘단오와 몸짓’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단오제는 신을 향한 몸짓, 나와 당신을 위한 몸짓, 세상의 모든 몸짓으로 의미를 나누었다. ‘신을 향한 몸짓’은 산세가 험하고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하는 강릉지역 주민이 예부터 신에게 정성껏 제례를 지내던 풍습이 단오제의 태동이라 보고 있다. 지금도 신주를 빚고, 단오굿을 펼치는 것은 신에게 나와 가족의 안녕을 비는 몸짓이다. ‘나와 당신을 위한 몸짓’은 농사를 끝내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오기 전 단오(수릿날)를 맞아 서로 한바탕 즐기며 또다시 힘을 얻는다는 의미가 있다. 어울림의 문화답게 신통대길 길놀이와 국내 유일의 무언 가면극인 관노가면극, 단오제 체험촌이 있다. ‘세상의 모든 몸짓’은 민속놀이 등으로 잊히는 전통을 만나고, 전국 최대 규모의 난장과 국내외 무형문화재 공연·전시를 통해 세상 모두가 하나가 되자는 취지다. 이렇듯 강릉단오제는 신과 인간의 교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단오제의 시작이 되는 신주빚기부터 단오제의 마지막 행사인 송신제까지 이어지는 33일 동안의 모든 행사는 신과 인간의 한바탕 신명 나는 한판 놀이다. 산신제에 등장하는 대관령산신은 신라 김유신 장군을 모델로 하고 있다. 김유신 장군이 화랑시절 대관령에서 무예를 닦은 것이 인연이 돼 강릉지역 주민들에게 ‘대관령 산신’으로 추앙받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고승 범일이 당나라에 유학하여 불법을 전수받고 나서 귀국해 강릉 구정면 굴산사지에 머물며 강원 영동지역의 불교중흥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계기가 돼 강릉단오제의 주신인 대관령국사성황으로 모시고 있다. 홍제동 대관령국사여성황사도 범일 국사와 사랑을 나누었던 정씨를 모델로 하고 있다. 이런 신들을 사람들 세상으로 모셔와 축제로 승화한 것이 강릉단오제다. 단오제는 단오날 꼭 한 달 전에 신주빚기로 시작된다. 주민에게 십시일반 거둔 신성한 쌀을 갖고 지금의 강릉대도호부관아 칠사당에서 단오제보존회 제례부 회원들이 모여 단오제에 사용할 술을 담근다. 올해 단오제는 지난달 11일 이미 신주 빚기를 끝냈다. 이후 열흘 뒤 대관령 산신제와 함께 대관령국사성황제, 봉안제가 이뤄진다. 봉안제는 대관령국사성황을 모셔와 홍제동 국사여성황사와 합방하는 행사다. 이때 대관령국사성황은 대관령에 자생하는 단풍나무를 신목으로 정해 신목잡이가 베어 들고 국사여성황사까지 이동하게 된다. 모든 행사는 지난달 21일 있었다. 이렇게 모신 국사성황과 국사여성황사는 보통 보름 안팎의 합방을 끝내고 영신제를 시작으로 강릉 단오장 굿당으로 옮겨진다. 8일간의 굿판과 함께 본격 단오제가 시작되는 신호이다. 올해 단오제 영신제는 이달 7일 펼쳐진다. 영신제를 끝내고 국사성황신 부부의 위패와 신목을 굿당으로 모시는 영신행차는 강릉지역 시민들이 청사초롱(단오등)을 들고 행사에 함께 참석하며 축제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신을 맞이하려고 단오등을 들고 영신행차를 뒤따르는 강릉 주민들의 길놀이 퍼포먼스 ‘신통대길 길놀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마을마다 보통 1년을 준비하며 참석해 한국 길놀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행사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강릉의 몸짓이라는 주제로 좀더 역동적이고 풍성하게 치를 예정이다. 굿당으로 모셔진 국사성황과 국사여성황사는 단오제가 끝날 때까지 유교식 제사인 조전제를 통해 아침마다 사람들의 알현을 받게 된다. 또 이 기간 굿과 관노가면극 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져 신과 인간들의 한판 어울림이 매일 펼쳐진다. 강릉단오제를 찾은 관광객들은 축제 기간 다양한 행사를 보고, 즐기고, 체험하고, 맛볼 수 있다. 신주빚기· 대관령산신제· 영신제· 조전제 등 지정문화재 행사를 비롯해 ‘단오의 몸짓 날개를 달다’를 주제로 펼쳐질 기획공연, 사물놀이· 관노가면극 등 중요무형문화제 공연이 알차게 선보이는 전통연희 한마당이 행사기간 내내 거방지게 열린다. 특히 ‘춤· 단오 그리고 신명’을 주제로 역동적이고 활기찬 강릉단오제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굿 위드어스’ 기획공연이 추천 볼거리다. 굿이 가진 여러 예술적 요소를 춤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단오제는 몸짓이라는 주제에 맞게 중요무형문화재 공연, 교류와 초청공연도 몸짓이나 춤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청소년가요제 등 청소년어울림한마당, 중국 길림성· 몽골 튜브도· 프랑스 공연단의 해외 초청공연도 선보인다. 프랑스 가나 지역의 전통음악과 민속춤을 볼 수 있는 가나 페스티벌, 몽골의 전통음악 ‘흐미’를 선보이는 몽골 튜브도, 중국 지린성, 일본 지치부시 등의 전통공연을 비롯해 다문화 체험촌과 가요제 등 세계와 소통하는 강릉단오제를 선보인다. 단오체험 행사로는 수리취떡 맛보기, 단오신주 맛보기, 창포 머리감기, 관노탈 그리기, 단오 캐릭터 탁본하기, 단오부채 그리기, 단오차(茶)체험, 한복입기 체험, 단오 컬러링체험, 오륜주머니 체험, 신주교환, 관노탈 목걸이 만들기 등이 다채롭게 열려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 한복 체험을 통해 우리 전통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복 입기 체험, 한복 사진 콘테스트, 신통대길 길놀이에 한복 입은 시민과 단체의 참여, 한복 풍류단의 한복 퍼레이드와 한복인 팸투어 등을 진행한다. 그네와 씨름 등 다채로운 전통놀이도 빼놓을 수 없다.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신주미 봉정행사, 신주빚기 체험행사, 단오 소원등(燈) 행사, 주민자치센터 발표회도 열린다. 특히 강릉단오제의 영원한 볼거리인 군웅 장수굿, 관노가면극, 신통대길 길놀이, 불꽃놀이, 강릉사투리경연대회도 인기 프로그램이다. 전주 세계소리축제, 정선 아리랑제, 인천 부평풍물대축제, 제주 탐라문화제 등 강릉단오제에서 또 다른 축제를 만날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송파산대놀이, 양주소놀이굿, 평택농악, 수영야류, 은율탈춤 등 국가무형문화재를 한곳에서 볼 수 있다. 임상술 강릉시 홍보계장은 “청소년에게 강릉 DNA를 심을 수 있는 단오 골든벨, 아세안 스쿨투어, 청소년가요제, 관노가면극 인형극, 한·중·일 세계시민교육 페스티벌 등 젊어진 강릉단오제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연정 강릉시 단오문화계장은 “강릉단오제에서 강릉의 전통문화와 생태환경, 관광산업의 창조적 연계를 찾아 2018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인 문화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예술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면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창조적 콘텐츠를 발굴해 세계인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장애인 바가지요금 미용실 경찰 수사

    장애인 바가지요금 미용실 경찰 수사

    충북 충주의 한 미용실이 장애인들에게 바가지요금을 받아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31일 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경찰 등에 따르면 뇌병변장애 1급인 이모(35·여)씨는 지난 26일 집 부근인 연수동 모 아파트 상가 미용실에서 머리 염색을 했다. 이 미용실을 이용한 적이 있는 이씨는 예전대로 10만원 선에서 염색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미용실 원장은 이씨의 머리를 손질하면서 “오늘은 비싼 약품이 많이 들어갔다”는 말을 여러 번 하더니 이씨의 카드를 받아 52만원을 결제했다. 터무니없는 요금에 깜짝 놀란 이씨는 “52만원은 한 달 생활비”라며 원장에게 매달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씨는 억울한 마음에 경찰과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후 경찰과 장애인단체가 나서 설득에 나서자 원장은 이씨에게 32만원을 돌려줬다. 원장은 “비싼 약품을 쓴데다 커트, 염색, 코팅 등 여러 가지 시술을 했다”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충주 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미용실에서 피해를 본 장애인들이 더 있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센터 관계자는 “한 지적장애인 여성이 커트비로 10만원을 냈고, 또 다른 지적장애인은 머리손질과 염색에 4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원장이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미용실은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미용실이 있는 아파트는 저소득층과 장애인, 새터민 가족이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애인들의 피해가 사실로 확인되면 미용실 원장에 대해 사기 또는 준사기 혐의를 적용할 계획이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식당서 나가” “한국서 나가” “징그럽다”…삶이 차별받는 弱者들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식당서 나가” “한국서 나가” “징그럽다”…삶이 차별받는 弱者들

    “휠체어를 탄 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식당에서 무조건 나가라는 겁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모(55·여·지체장애 1급)씨는 지난 1월 서울 강동구의 한 돈가스 음식점에 식사를 하러 들어가려다 문전박대를 당했다. “가게 주인이 휠체어는 공간을 많이 차지해 통행에 방해가 된다더군요. 휠체어가 탁자 하나 정도 크기라고 따졌더니 가게 주인도 목소리를 높였어요. 결국 장애인들이 식당에 있으면 일반 손님들이 안 들어온다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김씨가 혐오 발언을 들은 것은 이때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지하철 왕십리역 복도를 지날 때는 한 시민에게서 ‘왜 걸리적거리게 돌아다니냐. 집구석에나 있지’라는 말을 들었고, 한 노인은 그를 보고 ‘요즘엔 안락사도 있던데…’라며 혀를 찼다.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내재됐던 혐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약자가 강자에게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고 오히려 약자끼리 혐오하는 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 장애인, 이주 노동자, 난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차별이 없어야 하는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위협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30일 “혐오는 개인의 기호 또는 주관적 감정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생기는 사회적 현상”이라며 “계층 이동이 힘들어지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면서 생긴 피해의식이 위협적 표현, 조롱 등의 형태로 사회적 약자에게 표출되는 것이 ‘혐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접수된 장애인의 ‘정서적 학대’ 상담 건수 389건 가운데는 ‘비하 발언 등 언어폭력’과 관련한 것이 138건(35.5%)으로 가장 많았다. ‘모욕’ 관련 상담이 46건(11.8%), ‘사이버상의 언어폭력’과 ‘불친절 및 무시’ 관련 상담이 각각 42건(10.8%)이었다. 지난해 일부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은 ‘장애인에게 사람 대접을 해 줘야 합니까’, ‘한국 기업에 찾아가 민폐네(민폐를 끼치는) 이런 애들 있잖아. (중략) 자폐아들이 많은 것 같아’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외국인 혐오증(제노포비아) 문제도 심각하다. 동남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을 ‘똥남아’라고 비하하거나 파키스탄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파퀴’(파키스탄+바퀴벌레)라는 표현으로 부르기도 한다. 중국인은 ‘짱깨’ ‘짱꼴라’라고 낮잡아 부른다. 네팔 출신인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슈퍼마켓에 가면 가게 주인이 처음에는 한국 사람인 줄 알고 존댓말을 하다가 외국인인 걸 알면 반말을 한다”며 “직장에서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도 ‘한국에서 나가라’는 식의 얘기를 듣는다”고 전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소수자도 혐오 발언으로 고통받는다. 13~18세 성소수자 200명 중 80%(160명)가 학교 교사에게서 “(성소수자는) 더럽다”, “역겹다”, “징그럽다” 등의 혐오 발언을 들었다고 답했다. 혐오 발언이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자 이를 규제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독일은 특정 민족, 인종, 종교적 집단을 모욕하고 악의적으로 비방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처한다. 영국, 프랑스 등도 혐오 발언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박기령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인종, 성별, 민족, 연령, 지역,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차별금지법령을 제정하고, 혐오 발언도 차별 사유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오 발언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폭력과 다름없기 때문에 증오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며 “우선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혐오 발언을 차별 행위로 간주한 뒤 무엇을 혐오 발언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정신분열증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

    정신분열증 환자는 잠재적 범죄자?

    “요즘 병원을 찾는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너무 불안해해요. ‘나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의 범인처럼 아무한테나 갑자기 폭력을 휘두르게 되는 건 아닌가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서울 강남역 인근 화장실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 이후 싸늘해진 시선에 더 위축된 환자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고 29일 말했다. 경찰이 이 사건을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린 이후 ‘조현병 환자가 언제 어디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됐으며, 10만여명의 조현병 환자들은 순식간에 잠재적 범죄자가 됐다. ●살인 등 강력범 중 정신질환자 2.6% 하지만 조현병 환자와 항상 마주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정신질환자의 공격성과 잠재적 범죄 성향이 일반 인구보다 절대 높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4년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총범죄자 171만 2435명 가운데 정신질환 범죄자는 6265명으로 0.4% 정도에 불과하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2만 5065명 중 정신질환자는 654명(2.6%), 폭력 범죄를 저지른 35만 8275명 가운데 정신질환자는 1982명(0.6%)이다. 전체 범죄자 중 정신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년째 0.3~0.4%로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대검찰청의 2011년 범죄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비질환자 범죄율의 10%에도 못 미친다.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거나 증상 조절이 안 되면 충동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지만, 약을 잘 복용하고 증상이 안정되면 일반 사람들과 생활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2월 배포한 ‘정신질환의 오해와 진실’이란 자료에서 “정신질환은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은 충동성 때문에 자·타해 위험성을 보일 경우가 있지만 이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마저도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00분의1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격성과 잠재적 범죄 성향이 ‘일반적인 증상’인 정신질환은 흔히 ‘사이코패스’로 불리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뿐이다. 조현병은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란 물질의 신경 전달 과정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으로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공격성’이 아니라 환각과 망상이다. 조현병 환자는 흔히 환각을 경험하는데, 누군가 말하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리거나 실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이 보이기도 한다. 환청의 내용은 주로 환자에게 무언가 지시하거나 비판·간섭하고,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소리다. 어떤 환자들은 이런 환청과 대화하기도 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기도 한다.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과 연관지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관계망상, 나를 감시하고 있다거나 누군가가 나를 조종하고 있다는 피해망상과 과대망상, 내가 구세주이거나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는 종교망상도 나타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보통 조현병 환자들은 공격성을 보이기보다 위축돼 다른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거나 조용히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제입원은 유례없는 후진적인 제도” 조현병 환자의 궁극적인 치료 목적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즉 한 인간으로서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다. 가족,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재활을 통해 홀로 서는 법을 익혀야 병이 재발하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황재욱 순천향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는 조기 치료가 중요한데, 사회적 낙인을 찍으면 적극적으로 진단받기를 꺼려 치료하기가 더 어렵다”며 “행정 입원, 응급 입원으로 무조건 가두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당정협의에서 조현병 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렇게 강제 입원하면 결국 장기 입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권침해 소지를 막고자 강제 입원 절차를 까다롭게 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법률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의학적 판단에 따라 꼭 입원해야 하는 환자는 본인의 동의 없이 입원시키되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원하는 일은 막자는 게 이 법의 개정 취지다. 정부가 개정한 이 법은 불과 열흘 전인 지난 19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당시 복지부는 기자들에게 배포한 참고자료에서 “강제입원 제도는 의료적 판단만으로 인신을 구속하는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후진적인 제도”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정신질환자를 본인의 동의 없이 사실상 ‘감금’하고 있으며, 2013년 말 기준 강제입원자는 전체 정신질환 입원자 8만 462명의 73.1%에 이른다. ●저소득층 약제비 지원 하루 2770원뿐 장애인 단체들은 환자를 낙인찍고 손쉽게 격리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이들이 잘 치료받고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 생활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만성 정신질환자가 회복 후 병원에서 나와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사회복귀시설’은 전국에 317곳뿐이며, 이마저 52.1%는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다. 정신요양시설은 지난해 국고보조금 사업으로 전환됐지만, 사회복귀시설은 여전히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고 있어 열악하다. 의료급여를 받는 저소득층 정신질환자가 하루에 진료비·약제비로 쓸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은 각 2770원이다. 예산 문제로 지난 8년간 단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 1986년 권인숙 성고문, 여성주의운동 확산…1999년 군 가산점 폐지로 여성혐오 본격화

    “강남역 살해 사건에 대한 젊은 여성들의 추모 열기를 보면 삶에서 남녀평등을 자연스레 체험하고 배우는 새로운 유형의 ‘페미니스트 세대’가 탄생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부르지 않지만 그건 페미니즘이 너무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생각이 됐기 때문입니다.”(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추모 포스트잇 게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피해 경험 고백 등 강남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20·30 여성들의 추모 열기가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이를 ‘3차 여성주의 운동’(The Third Wave)으로 규정했다. 남성을 적으로 규정하기보다 ‘함께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전 여성주의 운동과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29일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젊은 여성들의 움직임을 ‘공감하는 청중의 탄생’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1980년대 진보운동에서 파생된 성폭력 예방 운동이 1차 여성주의 운동(The First Wave), 1990년대 PC통신과 맞물려 전개된 성폭력 방지 운동이 2차 여성주의 운동(The Second Wave)이라면, 지금은 운동권이 아닌 일반 여성들이 스스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형식”이라며 “남성에게도 현재의 어려움이 여성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 때문이라고 말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우리나라의 여성주의 운동은 여성 혐오 사건의 반작용으로 확산됐다. 1986년 서울대 의류학과 4학년 권인숙씨가 위장 취업 등의 혐의로 문귀동 부천경찰서 경장에게 조사받던 중 성 고문을 당한 사건이 여성주의 운동 확산의 계기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여성의 전화 등 주류 여성 단체들이 설립됐다. 2000년 여성부가 생겼고, 같은 해 군산 개복동 화재 사건 등으로 성매매 종사 여성들의 현실이 드러나면서 성매매방지법 제정운동이 전개됐다.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됐다. 여성 혐오 문제는 군 가산점이 폐지되면서 본격화됐다. 이화여대 졸업생과 연세대 남성 장애인의 헌법소원에 대해 1999년 12월 헌법재판소는 군필자 채용 시 만점의 5% 내에서 가산점을 주도록 한 ‘제대군인 지원에 관한 법률 8조 1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일부 남성들은 여성에게 화살을 돌렸다. 여성 혐오 정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녀(女)’라는 단어로 표출됐다. 2005년 6월 서울 지하철 2호선에 탑승한 한 여성이 애완견의 설사를 치우지 않고 내렸다. 인터넷에는 ‘개똥녀’라는 표현과 함께 이 여성의 사진이 빠르게 퍼졌다. 이후 된장녀, 신상녀, 루저녀, 김여사 등 여성 비하 발언이 일상화됐고 2010년대에는 ‘김치녀’가 널리 쓰였다. 2010년대에는 자기 자식만 귀하게 여기는 엄마를 일컫는 ‘맘충(蟲)’이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여성 혐오를 주도하는 ‘일베’(인터넷카페 일간베스트)에 대항하기 위해 ‘메갈리아’가 등장했고, 미러링(남자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기)을 통해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성), ‘씹치남’(찌질한 남성) 등의 여성 혐오 행동에 반격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 男들의 실패, 여자에게 돌리다… “오! 빠따 뽑았다 널 때리러가”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 男들의 실패, 여자에게 돌리다… “오! 빠따 뽑았다 널 때리러가”

    지난 17일 벌어진 강남역 살해사건과 관련으로 촉발된 여성 혐오 논란에 대한 담론을 묻기 위해 29일 서울신문이 만난 10명의 교수들은 여성 폄하 유머, 외모 평가, 악성 댓글 등 일상의 여성 혐오를 우선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이 일상화돼 있는 상황을 자연스레 경험하게 되는 우리의 사회화 과정이 역설적으로 여성 혐오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딸이니까 참아야 하고, 누나는 남동생의 밥을 챙겨줘야 하고, 딸이나 여동생은 절대 짧은 치마를 입고 다녀서는 안 되고, 여성 부하는 으레 직장 상사에게 술을 따르거나 행사 음식을 하는 것과 같은 성적 차별과 폭력에 우리 사회가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이 여성 혐오의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여성 혐오 갈등의 창구로 인터넷과 미디어를 들었다. 그는 “여성을 혐오하는 메시지들이 오랜 기간 ‘유머’로서 유통됐다”며 “‘오빠 차 뽑았다. 널 데리러 가’라 같은 노래 가사를 ‘오! 빠따 뽑았다. 널 때리러 가’라는 식의 유머로 둔갑시키는 등의 문화는 여성에 대한 공격과 폭력을 정당화하고 사소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허성우 성공회대 여성학과 교수는 ‘여성 혐오 발언도 표현의 자유’라는 일부 남성의 주장에 대해 “서로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표현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이며 비난과 조롱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적으로 부유하고 교육받은 여성들이 고위직에 진출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취업률도 낮고 직장의 질도 높지 않다”며 “남성의 역차별론은 한두 가지 현상을 마치 전체의 것인 양 일반화하는 대표적 오류”라고 말했다. 강남역 살해 사건 자체에 대한 시각은 다양했다. 양윤 이화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빈부 격차에 따라 부적응 집단을 중심으로 분노와 불만이 쌓이는데 사회적 약자는 그 욕구와 분노를 직접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으로 볼 수 있다”며 “동네 단위의 상담 및 복지기관을 만들어 부적응자들이 상시적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 서울과학기술대 사회학과 교수는 “강남역 사건과 여성 혐오가 딱 떨어지지 않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추모에 참여한 것은 일상적인 여성들의 두려움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남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공포를 보여주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경찰은 조현병을 원인으로 지목했는데 이 병은 방어적인 특성이 있어 다른 정신적 상태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현병 환자가 위험하다거나 여성 혐오를 품은 사람이라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대부분이 여성 혐오의 원인을 가부장적 사회에서 찾았다.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가부장적인 시대처럼 여자는 약자여야 하는데 약자가 아닌 것에 대한 분노가 있다”며 “직업도 없고 어려움을 겪는 남자들이 권력자에게 분노를 표시하기보다 힘이 없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남녀, 혹은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보다 산업, 경제 발전, 경쟁, 경제적 위기에 대한 담론이 늘 먼저였다”며 “공감의 능력, 보살핌을 더 중요한 가치로 만드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양윤 교수는 “일부 남성들이 실패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리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고 있다”며 “남성 역차별론의 대표적 대상인 군필자 가산점 논란도 취직이 안 됐을 경우 본인 안에서 책임을 찾지 않고 타인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빚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해자를 병리화, 악마화시켜서 예외적인 사건으로 치부하고 축소하려는 시도, 진단, 대책들은 기존의 차별적 성 질서를 강화할 뿐”이라며 “여성들에게 이 사건은 남성 중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재한 일상적 비하, 차별, 폭력 등의 표출”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대책에 대해서 장필화 교수는 민감성 훈련과 성 인지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색안경, 장갑, 모래주머니 등을 지고 노인의 상태를 겪으면서 노인을 이해하는 것처럼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의 시선을 느껴 보는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문조 고려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성차별 편견 등 의식적으로는 남녀가 많이 동등해졌는데 문제는 여권을 신장시킬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이라며 “면접을 보면 제대로 된 남자가 없다는 식의 남성 쿼터제 얘기가 많은데, 그보다는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에도 고위직이 적은 상황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광장]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할 목표가 아니다/강동형 논설위원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고귀한 즐거움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라고 했지만 ‘고귀한 즐거움’부터 머리를 아프게 한다. 사전에는 행복을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모호하기만 하다. 행복이란 단어가 추상적이면서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개념인 탓이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책을 찾아봤다. 이 책의 주인공이 여행을 통해 찾아낸 행복의 조건은 모두 23가지다. 행복조건의 첫 번째 비밀은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몇 개를 더 소개하면 ‘아름다운 산길을 걷는 것’, ‘집과 채소밭을 갖는 것’,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 등 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좋지 않은 사람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에서는 행복한 삶을 살기가 어렵다’는 것과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라는 것도 행복의 조건이다. 행복의 조건들은 모두가 공감하는 내용이며, 대부분 비물질적이고 마음먹기에 달렸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발표하는 각종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행복 관련 지수는 대체로 낮다. 낮다는 표현보다는 꼴찌 수준이라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유엔에서 지난 3월 내놓은 ‘2016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 157개국 가운데 58위였다. 전체적으로는 중상위 그룹이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서는 29위였다. 전체 순위에서 2015년 47위였던 것이 11위나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로 수출 규모 세계 6위,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는 GDP가 증가한다고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정치학자 로널드 잉글하트는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이하일 때는 행복지수도 올라가지만 그 이상이 되면 정체 상태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경제성장 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조사하고 있는 OECD의 ‘보다 나은 삶의 지수’에서도 만년 꼴찌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평균 72%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초등학교 졸업자(53%)와 대졸자(83%)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이 조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우리 국민의 약 28%가 고립무원의 상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람이 어려움에 부닥쳐 도움을 청할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없다는 건 불행이 아닐 수 없다.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의 삶의 질도 매한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복지포럼 5월호에 게재된 OECD 아동복지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이들은 학업 성취는 뛰어나지만 아동의 권리인 삶의 질은 최하위였다. 아동이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48분으로 OECD 국가 평균 2시간 30분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1시간 이하인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한다. 아동 교육이 현재의 삶의 질 개선에 있지 않고 아동 발달 교육에 치우쳐 있는 게 문제다. 아동들이 나이가 들면 삶의 질이 나아질 수 있을까. 한국노동연구원의 우리나라 연령별 행복도를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연령별 행복도는 보통 청소년기에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다가 40대나 은퇴 시기가 다가오는 50대 후반에 가장 낮고, 65세 이상 노년층이 되면 높아지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노인 빈곤율 1위와 노인 자살률 1위라는 우울한 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각종 국내외 지표는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지만 국민은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헬조선이나 흑수저니, 양극화니 하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우리의 자화상이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은 물론이고 모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종합적인 처방전이 나와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행복은 먼 훗날 달성해야 할 개인적인 목표가 아니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 목표가 돼야 할 것이다. yunbin@seoul.co.kr
  • 흑인을 하얗게 세탁?…中세제 광고 ‘인종차별’ 파문

    흑인을 하얗게 세탁?…中세제 광고 ‘인종차별’ 파문

    중국의 한 세제회사가 이달 초부터 TV를 통해 공개한 광고가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6일 중국 영자매체 상하이스트는 차오비(俏比)의 세탁기용 세제인 차오비 홍보 광고가 심각한 인종차별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TV와 극장에서 상영 중인 논란의 이 광고는 차오비의 품질을 홍보하려다 도리어 화를 부른 경우다. 영상의 내용(영상 참고)은 이렇다. 더러운 티셔츠를 입은 한 흑인 남성을 중국 여성이 차오비와 함께 세탁기에 집어넣는다. 세탁이 끝난 후 세탁기에서 나온 남성은 다름아닌 깨끗한 피부를 가진 꽃미남 중국 남성. 자사 제품의 강한 세정력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흑인의 검은 피부까지 하얗게 만든다는 설정은 누가 봐도 심하다는 평가. 이 광고 내용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을 통해 퍼져나갔고 급기야 서구언론도 크게 보도하며 비판에 가세했다. 미국 워싱턴 타임스는 '올해 최악의 인종차별 광고'로, 호주의 뉴스사이트 뉴스닷컴은 한 술 더 떠 '역대 최악의 광고'라고 비판했다. SNS 등 온라인 상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네티즌들은 "상식을 벗어난 최악의 상업 광고"라면서 "흑인 배우가 이 광고를 알고 촬영했는지도 의문"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특히나 이 광고는 지난 2007년 방영된 논란의 이탈리아 세제 회사 광고를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광고 역시 여성이 남성을 세탁기에 집어넣는 설정은 똑같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는 볼품없는 백인이 근육질의 흑인으로 바뀌는 내용으로 '색깔옷이 더 선명해진다'는 의미를 담고있다. 상하이스트는 "흰 피부는 중국의 전통적인 미(美)의 가치에서 표준"이라면서 "이 때문에 검은색을 싫어해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태도를 낳는다"고 보도했다. 이어 "지난해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포스터에서도 할리우드판과는 다르게 흑인배우인 존 보예가의 크기가 확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씨줄날줄] 정동 야행과 밤 축제/강동형 논설위원

    [씨줄날줄] 정동 야행과 밤 축제/강동형 논설위원

    서울 중구 정동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정동(貞洞)의 ‘정’은 ‘정숙하다’는 뜻을 지녔다. 정숙하다는 말은 여성에게 그것도 나이가 지긋한 부인에게 주로 사용한다. 조선시대 당상관의 부인을 높여 정경부인(貞敬夫人)이라 부른 것도 정숙함을 부인의 덕목으로 삼았던 그 시대의 유물일 것이다. 이것만 봐도 ‘정동’이라는 지명의 ‘정’이 여인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동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계비인 신덕왕후의 무덤인 ‘정숙한 부인의 무덤’이라는 의미의 정릉(貞陵)에서 유래했다. 원래 이곳에 정릉이 있었지만 태종이 즉위하면서 정릉을 도성 밖인 현재의 성북구 정릉으로 옮겼다.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처음에는 대정동과 소정동으로 분리했다가 1914년 정동이라는 이름으로 통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덕수궁을 품고 있는 정동은 왕가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미국공사관과 러시아공사관, 배재학당, 경성방송국, 손탁호텔, 정동 제일교회 등 각종 유서 깊은 문화재들이 즐비하다. 정동 일대에서 오늘부터 이틀 동안 ‘정동 야행’ 행사가 열린다. 지난해 시작한 정동 야행은 봄, 가을 두 차례 열리며 지난가을 정동 야행 때는 10만명이 다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밤 행사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올해도 덕수궁 고궁음악회, 성공회수녀원 관람, 영국대사관 관람, 버스킹, 길거리 퍼포먼스 등 다양한 행사가 야행객을 기다린다. 계절의 여왕 5월의 밤을 즐길 좋은 기회다. ‘00 야행’은 올해 들어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으며 정동 야행이 원조격이다. 정동 야행의 인기몰이에 힘입어 문화재청은 올해 야행 프로그램 10개를 선정했다. 정동 야행은 밤 잔치의 시작을 알리는 첫 행사다. 야행 프로그램 10선의 이름도 재미있다. 정동 야행을 시작으로 부산에서 6월 3일부터 이틀 동안 개최되는 야행의 이름은 ‘피란수도 부산 야행’이다. 6·25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부산 서구 일대에서 개최된다. 이어 7월 2일부터는 ‘사비 야행 백제의 밤, 세계 문화유산을 깨우다’, 8월 5일과 6일에는 ‘오색달빛 강릉 야행’, 8월 12일부터 사흘 동안 ‘순천문화읍성 달빛야행’, 8월13일부터 ‘군산 야행, 여름밤 군산 근대문화유산 거리를 걷다’가 잇달아 개최된다. 8월19일부터 열리는 야행은 ‘전주 야행, 천년벗담’, 8월 26일부터 사흘 동안 대구 중구에서 열리는 야행의 이름은 ‘근대로의 밤, 7야로(野路) 시간여행’, 9월 23일 시작되는 야행은 ‘청주 야행, 밤드리 노니다가’이다. 7월 29일과 9월 30일 두 차례 개최되는 ‘천년 야행, 경주의 밤을 열다’는 야행 프로그램의 종착역이다. 야행 행사가 열리는 지역의 공통점은 문화재가 밀집돼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한 정동 야행을 포함한 야행 프로그램이 새 관광자원의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