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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면 쓴 여성혐오, 분노보다 공감 이끌어야

    가면 쓴 여성혐오, 분노보다 공감 이끌어야

    거리에 선 페미니즘/고등어 외 41인 지음/한국여성민우회 엮음/궁리/212쪽/1만 2000원 지난 5월 서울 강남역에서 한 남성이 자신과 아무 연관이 없는 여성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며칠 뒤 신촌의 거리 한복판에서 추모와 담론의 장이 펼쳐졌다. 발언자 40여명은 차례로 성폭력 경험, 가족 내 차별 이야기 등을 힘겹게 고백했다. 새 책 ‘거리에 선 페미니즘’은 당시 8시간 동안 이어졌던 여러 발언들을 담고 있다. 여성을 옥죄고 억압하는 것엔 동서와 고금이 따로 없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은 들로 산으로 놀러다닌 부녀자들을 곤장 100대로 다스리라고 규정하고 있고, 2008년 나온 소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보면 세계 최고의 복지국가로 꼽히는 스웨덴에서조차 여성의 18%가 한 번 이상 남성의 위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인류가 여러 가치들에서 큰 성과를 내고 발전도 거듭했지만, 성차별이나 여성혐오 등에 대해서는 창, 칼로 사냥하던 시대나 우주의 기운과 소통하는 현재나 별반 달라진 게 없는 듯하다. 그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 책은 내용으로만 보자면 새로울 게 없다. 워낙 언론 등에 많이 오르내렸던 사회문제들의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그 탓에 다소 답답한 느낌도 갖게 된다. 한 발표자의 말을 요약해 보자. 자신은 지금 신촌의 유흥가에 있다. 그것도 짧은 치마를 입고. 그렇다고 자신이 여기서 강간당할 책임이 있는 건 아니잖나라고 그는 외친다. 어디 하나 틀린 데가 없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는 당위론의 영역에 속한다. 발표자의 절규처럼 이 사회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건 많은 이들이 안다. 중요한 건 원시의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는 거다. 그러자면 분노의 담론보다 방법론을 찾는 게 더 중요하지 싶다.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 혐오, 페미니즘 등은 말하기 힘든 주제다. 보다 정확히는 말해서 득 볼 게 없다. 한 개그맨의 표현처럼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해도 어느 대목에선가 살짝 삐딱하면 여론의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그러니 옳은 말, 부합하는 말만 하게 된다. 그건 민낯이 아니다. 견고한 가면 위로 페미니즘의 창을 찌른다 한들 달라지는 건 많지 않다. 이럴 때 유효한 건 논리보다 공감이다. 책은 그래서 늘 절반의 인류를 향해 담론을 펼치고 외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자들, 약자들,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기득권자들이, 사회 시스템이 알아서 바꾼 예는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 폭력 중단을 위해서 작은 목소리나마 끊임없이 떠들고 소리 지르고 외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참석자의 말이 책이 나온 이유이자 가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도시는 분노… 민주는 반발

    도시는 분노… 민주는 반발

    뉴욕 등 미국 대도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초강경 반(反)이민정책에 반기를 들며 불법체류자 보호를 선언했다. 민주당도 전날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에 임명된 스티븐 배넌(62)의 인종주의 성향을 비난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트럼프가 첫 행보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1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시애틀,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대도시와 인근 소도시들은 트럼프가 내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해도 불법체류자를 추방하거나 차별하지 않는 ‘피난처 도시’ 정책을 지켜 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가 CBS 시사프로 ‘60분’에 출연해 “1100만명으로 추정되는 불법체류자 가운데 200만∼300만명의 전과자부터 우선 추방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대응 조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1기 내각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지난 8일에 일어난 일(트럼프 대통령 당선) 때문에 불안에 떠는 아이와 가족 모두에게 전하고 싶다”면서 “여러분이 시카고에 있는 한 언제나 안전하며 학교도 계속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도 11일 이민자 단체 대표와 만나 “LA는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민자 정책에 어떤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도 “트럼프가 뉴욕의 불법체류자 문제에 간섭하려 한다면 정면으로 부딪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피난처 도시 정책은 1980년대 내전을 피해 미국에 넘어온 중남미 출신 불법체류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작됐다. 이곳에선 불심검문 등을 통한 이민자 단속이나 체포가 금지된다. 현재 미 전역에서 200개 이상 도시들이 채택하고 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이 되면 불법체류자를 보호하는 도시에 대해 연방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정식 취임하면 이민자 처리를 놓고 이들 대도시와 한바탕 ‘전쟁’을 치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으로 배넌을 임명한 데 대한 반대 여론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국내 정책과 세계 전략의 큰 틀을 짜는 요직에 반(反)유대주의자이자 ‘정치 모사꾼’을 앉히면 전 세계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가 백인 우월주의자 가운데 한 명을 특보에 임명하는 것을 보면 왜 큐클럭스클랜(KKK·백인우월주의단체)이 트럼프를 자신의 대변자로 보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애덤 시프 의원도 “배넌을 선택한 것은 놀랍지는 않지만 걱정스러운 일”이라면서 “그의 극우, 반(反)유대인, 여성혐오 시각은 백악관과 맞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그간 트럼프를 강력하게 지지해 온 이스라엘에서도 배넌의 지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력 일간 하레츠는 “트럼프가 유대계 미국인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생활을 산산조각 냈다”고 맹비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힐러리 지지했던 르브론 제임스 “우리가 믿음을 잃지 않으면…”

    힐러리 지지했던 르브론 제임스 “우리가 믿음을 잃지 않으면…”

     미국프로농구(NBA)를 대표하는 현역 스타 르브론 제임스(클리블랜드)는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고향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행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힐러리가 진 이유에 대한 답을 9일에도 찾고 있다고 ESPN이 전했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에 “우리가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렇게 하는 게 어렵겠지만) 괜찮을 것(BE ALRIGHT)!!”이란 글을 올렸다. 그는 켄드릭 라마르의 노래 ´Alright´ 링크를 걸어놓았다. 이어 “우리 아이들의 부모와 지도자들이 여전히 세계를 더 나은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음을 알도록 합시다! 많은 믿음을 잃지는 맙시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며 지금까지보다 강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요 우리 모두 신발 끈을 질끈 매고 투쟁에 나서고 싶겠지만 그건 답이 아닙니다. 사랑, 진정한 사랑과 믿음이야말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소수인종과 여성들도 이것이 끝이 아니며 우리가 극복할 장애물에 불과하다는 점을 기쁘게 깨닫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들에게 일생에 걸쳐 할 수 있는 최고로 모범적인 시민이 되도록 교육시키고 인도해야 할 때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넘어 유산을 계속 후세에 넘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의 팀 동료 J.R. 스미스는 딸이 백악관 앞에 서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고는 딸이 이번 대선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얻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받은 여성들이 여자와 흑인이란 이유로 자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어떻게 최선을 다하라고 얘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스탠 반 건디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감독은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들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하느라 의아할 만큼 조용하다며 트럼프 당선자는 “공공연하고 뻔뻔스러운 인종차별주의자이며 여성혐오주의자”라고 공박했다. 이어 “한 나라로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를 생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팀으로서) 가혹한 일”이라며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마이너리티에게 해온 일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이걸 다루는 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우리 모두 앞으로 나아갈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포워드 데이비드 웨스트는 이번 선거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스포츠 구단도 경험 없는 이가 팀을 이끌도록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NBA 구단과 미국프로풋볼(NFL) 구단들도 스스로를 지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고교나 대학의 책임자들도 풋볼에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을 코치로 기용하지는 않을 것인데 우리는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개탄한 뒤 “미쳤다. 완전히 미쳤다. 그러나 내가 말한 대로 트럼프는 사람들의 마음에 딱 드는 말들을 했고 지금 우리는 최소한 존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내가 이러려고…” 美 ‘퍼스트도터’ 이반카 첫 출근길

    “내가 이러려고…” 美 ‘퍼스트도터’ 이반카 첫 출근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인 딸 이반카(35)의 출근길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9일(현지시간) 미 언론과 현지 파파라치들은 아버지의 대통령 당선 후 첫 날 아침 출근길에 나선 이반카의 모습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현재 뉴욕에 위치한 파크 애비뉴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녀는 간 밤의 감동이 그대로 남아있는 듯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많은 취재진의 등장을 예상한듯 흐뭇한 미소를 만면에 띄운 채 그녀는 현재 기업 개발·인수 부문 부회장으로 근무 중인 아버지의 회사 트럼프 그룹으로 향했다. 세간의 관심이 이반카에게 쏠리는 이유는 사실상 이번 선거운동을 지휘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에 퍼스트레이디를 능가하는 ‘퍼스트 도터’라는 호사가들의 평도 과하지는 않은 셈. 예상을 뒤엎고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는 3번의 결혼을 해 가족 구성이 복잡하다. 먼저 트럼프는 1977년 체코 출신 모델 이바나와 결혼한 후 1992년 이혼했으며 이듬해 미인대회 출신인 메이플스와 결혼했다. 그러나 6년 후인 1999년 메이플스와 이혼한 트럼프는 현재 멜라니아(45)와 살고 있다. 미국의 새 퍼스트레이디가 된 부인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모델로 미국 역사상 외국에서 태어난 두 번째 퍼스트레이디다. 첫 번째는 지난 1825년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의 아내인 루이자 애덤스(영국 출신). 이처럼 3번의 결혼을 통해 트럼프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롯해 총 다섯 명의 자녀(3남 2녀)를 두고있다. 이중 미디어의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이 바로 첫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영애'(令愛) 이반카다. 빼어난 외모와 몸매로 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 이반카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와튼스쿨을 졸업해 그야말로 미모와 지성을 겸비했다. 이 때문에 미 언론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면 이반카가 전방위적으로 활동하는 특별보좌관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초기 힐러리가 의료보험 개혁을 진두지휘했던 것처럼 여성혐오 이미지등 트럼프의 약점을 채우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이반카는 대선 기간 중 “우리 아빠는 페미니스트”(My father is a feminist)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거나 트럼프가 음담패설 녹음파일로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을 때에는 아버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받아달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한 바 있다.    한편 이반카는 유대계 출신 사업가 재러드 쿠시너(35)와 2009년 10월 결혼해 슬하에 3명의 자녀를 두고있다.   사진=TOPIC / SPLASH NEWS(www.topicimages.com)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백인 하층민 분노와 좌절이 만든 ‘대통령 트럼프’

    백인 하층민 분노와 좌절이 만든 ‘대통령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8일(현지시간)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승리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으로는 ‘백인 중하층의 분노’가 꼽힌다. 1990년대 자유무역과 기술발전이 가져온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미국 백인 중하층은 기존 정치권이 자신들의 경제적 고통을 외면하자 좌절하고 분노했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과는 다른 화법으로 타 인종과 타국이 강탈한 경제적 기회를 되찾아 오겠다고 공언해 백인 중하층의 분노와 혐오를 자극했고, 이들의 몰표로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플로리다는 물론이고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 또는 박빙 지역으로 분류됐던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중서부 지역의 낙후된 공업도시)를 휩쓸면서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 러스트 벨트는 백인 노동자층의 비율이 높아 노조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민주당의 보루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 지역의 경제를 떠받치던 제조업체가 값싼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백인 노동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백인 노동자층의 경제적 몰락은 미국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졌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 5월 미국 중산층의 비율이 지난해 사상 최초로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산층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진행돼 지난해 중산층 소득 중간값은 2000년에 비해 4% 감소했다. 중산층이 소유한 순자산은 28% 가까이 줄었다. 중산층이 붕괴하면서 지역·산업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과 소외감은 증폭됐다. 2000년 이후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몰락한 계층은 제조업이 경제 기반인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일리노이 등 러스트 벨트에 집중됐다. 반면 중산층에서 고소득층으로 상승한 계층은 정보통신기술 및 고숙련 서비스업체가 밀집한 동·서부 해안 주에 몰려 있었다. 생계가 어려워지자 중산층, 특히 백인 노동자층은 자유무역과 정보기술(IT)·금융 등 서비스산업이 중심이 된 미국의 기존 경제 체제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퓨리서치센터의 지난 4월 여론조사에서는 미국민의 49%가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고 임금을 낮추고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관대한 정책과 소수인종 우대 정책이 강화되면서 백인 중하층은 자신의 경제적 기회를 빼앗기고 있다고 느끼게 됐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은 백인 중하층의 불만을 해소해 주지 못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자유무역을 추진했고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 재벌들의 이익만 옹호했다. 민주당은 총기 소유, 낙태 금지 등 백인의 가치를 조소했고 공화당은 백인 노동자층의 생계를 위한 복지에 무관심했다. 컬럼비아대 로버트 샤피로 교수는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아닌 트럼프를 보고 지지한다”며 “유권자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에 분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공화당 지도부가 그에게서 고개를 돌렸고, 이게 백인 노동자층에게 먹혀들었다. 트럼프는 백인 중하층의 이런 심리와 상황을 제대로 읽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그들의 논리와 언어로 풀어냈다. 트럼프는 출마 이후 줄곧 중국, 멕시코 등이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뺏아간다고 주장하며 모든 자유무역협정을 재검토하거나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클린턴에 대해서는 그의 남편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했고 클린턴 역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찬성했다고 비판하며 그를 ‘노동자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 무슬림, 소수인종,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노골적으로 폄하한 것 역시 백인 노동자층이 막연히 갖고 있던 이방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에 기대 그들의 지지를 얻기 위함이었다. 트럼프는 기존 정치권에서 금기시돼 온 정치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거침없이 하며 백인 노동자층을 결집시켰다. 하지만 트럼프의 혐오에 기댄 승리전략은 미국 정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조지타운대의 E J 디온 주니어 교수는 ‘트럼프뿐 아니라 트럼피즘도 물리쳐야 한다’는 칼럼에서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언행과 여성혐오, 탐욕, 복수심이 남아선 안 된다”며 “트럼피즘은 백인 우월주의와 극우주의가 활개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여혐범죄’, 가족도 예외 없다? 피살女 4명 모두 친족

    ‘여혐범죄’, 가족도 예외 없다? 피살女 4명 모두 친족

    영아를 포함해 가족과 친척여성 4명을 한꺼번에 살해한 살인마가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의 동기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독한 여성 혐오가 배경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되지 않고 있다. 아르헨티나 지방 대도시 멘도사에서 23일(현지시간) 벌어진 사건이다. 멘도사 경찰은 7개월 된 딸과 부인(30), 처형(45), 아내의 할머니(90)를 살해한 용의자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살라사르라는 성을 가진 용의자는 이날 아침 칼과 총기로 가족과 아내의 친척 등 여성 4명을 한꺼번에 살해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끔찍한 살인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자는 이미 도주한 뒤였다. 남자는 완전범죄를 꿈꾼 듯 가스벨브를 열고 초에 불을 붙여놓은 상태였다. 남자의 범행을 알린 건 11살 아들이다. 아들은 아빠가 엄마와 증조할머니 등을 차례로 살해하는 걸 목격하고 겁에 질려 바로 집을 뛰쳐나왔다. 남자는 잔뜩 피가 묻은 상태로 유일한 목격자인 아들의 뒤를 쫓았지만 자동차 사이에 몸을 숨긴 아들을 찾지 못했다. 아들은 아빠가 다시 집으로 들어간 뒤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엄마를 죽였다"고 알렸다. 경찰의 이 친척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경찰은 "현장엔 처참하게 피가 낭자해 있었다"면서 "남자가 아들을 찾아나섰던 곳에도 혈흔이 많았다"고 말했다. 가스폭발로 살인현장을 날려버리려 한 남자는 범행 과정에서 다친 손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위험한 살인사건용의자가 검거 작전에서 인질극 등 추가범죄가 없도록 테러진압에 가까운 검거작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남자가 여성 4명을 한꺼번에 죽인 이유는 아직 미스테리다. 경찰은 여성혐오 범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르헨티나에서 여성살해사건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민간단체 '만남의 집'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 10월까지 아르헨티나 전국에서 남편이나 애인 등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2041명에 이른다. 30시간마다 1명꼴로 여성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박범신, 여성 팬·작가 신체 접촉…늙은 은교·젊은 은교라 불러”

    “박범신, 여성 팬·작가 신체 접촉…늙은 은교·젊은 은교라 불러”

    “박진성 시인, 10대 女에 남자 알아야” 문인들 성추행·희롱 폭로 잇따라 문인들로부터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당했다는 폭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잇따라 터져나오고 있다. 김현 시인이 지난달 문예지에서 문단의 여성혐오 행태를 비판한데 이어 추문에 연루된 문인들의 실명이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언급되며 파문이 확산할 조짐이다. 전직 출판 편집자라고 밝힌 A씨는 21일 트위터에 박범신(70) 작가가 출판사 편집자와 방송작가 등을 추행·희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작가의 수필집을 편집할 당시 자신을 포함한 편집팀과 방송작가·팬 2명 등 여성 7명이 박 작가의 강권으로 술자리를 가졌는데 박 작가가 옆자리에 앉은 방송작가와 팬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적 농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작가는 이들을 “늙은 은교”, “젊은 은교” 등으로 불렀다고 A씨는 덧붙였다. 이에 앞서 B씨는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박진성(38) 시인에게 성희롱당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자신이 미성년자였던 지난해 시를 배우기 위해 연락을 주고받던 중 박 시인에게 “여자는 남자 맛을 알아야 한다”라는 등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B씨의 폭로 이후 ‘#문단_내_성폭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박 시인 등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박범신 작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억이 확실하지 않지만 팩트를 놓고 다투고 싶지는 않다. 나이 든 내가 마음을 일일이 헤아리지 못했다. 나의 말과 행동 때문에 상처받았다면 나이 많은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박 시인이 언론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재작년 박 시인의 시집 ‘식물의 밤’을 낸 문학과지성사는 이날 오후 홈페이지 사고를 통해 “피해자분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며 참담한 마음으로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사실을 조속히 조사하고 확인해 조만간 사회적 정의와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정식으로 밝히고 조치하겠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마돈나 “힐러리 찍는 사람에게 ‘유사성행위’ 해주겠다”

    마돈나 “힐러리 찍는 사람에게 ‘유사성행위’ 해주겠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적극 지지하고 있는 팝스타 마돈나(58)가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마돈나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약 당신이 클린턴에게 투표한다면 유사성행위를 해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공약은 사실 이루어질 가능성 없는 농담으로 보이지만 마돈나가 얼마나 클린턴을 열렬히 지지하는지를 한 마디로 보여준다. 그녀의 '섹시한' 공개 지지는 지난달에도 있었다. 9월 말 마돈나는 자신의 SNS계정을 통해 상의를 모두 벗어던진 사진을 올렸다. 곧 삭제되기는 했으나 이 사진에서 그녀는 클린턴을 지지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또한 3주 전 인스타그램에 그녀는 클린턴과 함께 한 사진을 올리며 역시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이 게시물에서 마돈나는 "힐러리를 위한 삶. 나는 지성, 여성과 소수자의 평등한 권리를 위해 투표하겠다. 여성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 더이상의 여성혐오는 없다. 우리를 위해 투표하자"고 적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野, 한선교 당 차원 윤리위 제소…“유은혜와 격리시켜야”

    野, 한선교 당 차원 윤리위 제소…“유은혜와 격리시켜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14일 전날 국정감사장에서 더민주 유은혜 의원에 대해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을 당 차원에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더불어 한 의원의 교문위 사퇴를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더민주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한 의원의 성희롱 발언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면서 “당 차원에서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상 성희롱 사건이 발생한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를 격리하는 조치가 시급하다”며 “한 의원의 교문위 사임조치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같은당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있던 기업에서 한 의원 수준의 말을 하면 바로 인사조치다. 임원은 바로 해직조치를 당하고 옷 벗고 쫓겨난다”며 “선을 넘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둘 만큼 국민은 관대하지 않다. 한 의원의 즉각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과 만나 “한 의원의 윤리위 제소안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의원들도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열린 교문위 회의에서는 상임위 좌석 배치상 유 의원과 마주 앉는 한 의원의 자리가 논란이 됐다. 더민주 간사인 도종환 의원은 “제일 나쁜 상황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 두는 것”이라며 “유 의원이 힘들어하는 만큼 한 의원의 상임위 이동이 어렵다면 자리라도 옮겨달라”고 했다. 김병욱 의원은 한 의원과 유 의원이 상임위 좌석 배치상 맞은 편 자리에 얼굴을 맞대는 점을 감안해 “제가 자진해 유 의원과 자리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 1심 징역 30년…“여성 폄하보다 남성을 무서워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 1심 징역 30년…“여성 폄하보다 남성을 무서워해”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의 범인 김모(34)씨에게 1심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유남근)는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의 선고공판에서 “사회 공동체 전체에 대한 범행으로 불안감을 안겼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자신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는 범행은 생명 경시 태도가 매우 심각한 범죄”라며 “그런데도 김씨는 피해자의 명복을 빌거나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당시 조현병 증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불완전한 책임능력을 보이는 김씨의 형량을 정함에 있어 부득이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이런 판단에는 김씨의 정신병력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김씨가 1999년 처음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뒤 2009년 입원치료를 받으며 미분화형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올해 1월 이후 약을 먹지 않아 평소에도 피해망상 증상을 보였다. 재판부는 또 “정신감정인은 김씨가 여성을 폄하하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며 “김씨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과 피해의식 때문에 남자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법정에 굳은 표정으로 입장해 재판 내내 안경을 고쳐 쓰거나 선 채로 다리를 떠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재판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가운데 피해자의 어머니는 말없이 흐느꼈다. 재판부는 징역형과 함께 치료감호,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김씨는 5월 17일 오전 1시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 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여성혐오’ 범죄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김씨의 정신상태 등을 감정한 끝에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내러티브 리포트] 이별 살인에 딸 잃은 날… 아빠 엄마는 삶을 잃었다

    [내러티브 리포트] 이별 살인에 딸 잃은 날… 아빠 엄마는 삶을 잃었다

    지난 4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30대 여성이 헤어진 애인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6개월이 흘렀고, 이 가해자는 6일 1심 법원의 단죄를 받았다. 무기징역. 7일 아침 대부분의 조간신문엔 그가 응분의 죗값을 받은 사실이 짤막하게 보도될 것이다. 사건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아예 세간의 관심에서 지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건은 잊혀도, 피해자 가족들이 안고 가야 할 고통은 그 어떤 응징에도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비극이 시작돼 법의 심판이 내려진 6일까지 피해자 가족들이 겪은 고통의 궤적을 되짚어 본다. 셀 수 없이 터지는 강력 사건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뎌져 있는지, 이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실은 우리가 보듬어야 할 비극과 상처가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 되돌아보며…. ●7월 4일 “4월 19일 아침,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는 이유로 내 딸 정은(31)이가 살해됐습니다. 주민과 경비원이 보고 있었지만 180㎝를 훌쩍 넘는 거구의 ‘악마’를 막지 못했습니다. 9개월 정도 정은이와 만났다는 그 스토커는 출근하려는 애를 문밖에서 기다렸다가 흉기로 배를 수차례 찔렀습니다. 시신은 아파트 야외 주차장에 있었습니다. 믿을 수 없었어요. 아파트 복도 폐쇄회로(CC)TV에 그놈을 피해 황급히 도망가는 딸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맨발이었어요.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그놈의 가방 속에서 흉기들을 찾았다고 말하더군요. 혀가 바싹 마르고 가슴에 지옥 불이 일었습니다. 그날 우리 가족도 모두 같이 죽었습니다.” 피해자의 부모가 심리치료를 받는다는 서울 광진구 아차산역의 한 병원 인근에서 만난 어머니 조모(58)씨는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보며 말했다. 그의 심리 상태는 매우 불안정했다. 스토킹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기자에게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아무리 얘기해도 응어리진 가슴이 풀리지 않는 듯 한 얘기를 또 하고 또 했다. “딸이 죽고 두 달이 지난 6월 23일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미어터지는 가슴을 부여잡고 법정에 나갔습니다. 한데 그 악마가 로펌 소속 변호사를 무려 4명이나 불러 세웠더라고요. 미국에 있는 부모가 잘산다더니 변호사를 4명이나 산 거예요. 우린 고통 속에 아무 일도 못하고, 미용실 월세도 못 내 파산하기 직전인데 말이죠.” ●7월 18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2차 공판. ‘악마’ 한모씨의 변호사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신 병력에 의한 우발적 살인’…. 변호사는 그가 미국에서 보낸 학창 시절 때 자해를 한 적도 있다며 정신질환에 따른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어머니 조씨는 피가 솟구쳤다. “그놈이 딸은 물론 우리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한 녹취가 (딸의) 휴대전화에 생생하게 남아 있고, 현장에서 발견된 그놈 가방에서 염산과 로프까지 발견됐는데 우발적이라니요. 아무리 돈 받고 하는 변호사라지만 그게 말이 되나요.” 조씨는 그날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오른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공판이 끝난 뒤 아버지 김모(58)씨는 “스토커를 엄벌해 달라고 탄원서를 만들어 돌렸다”며 “딸이 죽었는데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안’(스토킹 처벌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을 무작정 찾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5월 여성혐오 논란을 낳았던 강남역 살인 사건 때문에 반짝 주목을 받았다가 이내 흐지부지됐다. ●8월 9일 3차 공판이 끝나고 만난 아버지 김씨는 당시의 악몽을 고통스럽게 얘기했다. 지난 3월 초 딸이 이별을 통보한 이유는 무직이었던 한씨가 증권사에 다닌다고 했다가 동대문 옷시장에서 일한다고 말을 바꾸는 등 결혼 상대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미쳤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한씨를 정은씨는 되도록 차분하게 달래며 이별을 진행했다. 당시 정은씨는 강남의 한 대형 치과에서 총괄실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악마’는 집요했다. 병원과 집 근처에서 스토킹을 했다. 정은씨의 집 맞은편 교회 옥상에서 감시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정체도 모를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3월 중순에는 빌린 돈 340만원을 갚겠다고 정은씨를 잠실대교 위로 불러내더니 “전 여자친구는 다리를 부러뜨렸다. 다시 만나자. 죽겠느냐 나를 택하겠느냐”며 협박했다. 김씨는 “딸이 실어증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몇 주 내에 5kg 이상 살이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씨도 딸에게서 스토킹 사실을 전해 듣고 1개월간 직접 차를 태워 출퇴근을 시켰다. “하루는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며 운동에 나선 게…. 그날 딸과 함께 있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자신을 원망하고 또 원망했다. ●9월 5일 4차 공판. 부부는 사건 이후 하루도 제대로 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쪽잠을 자다가 딸이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에 놀라 깬다고 했다. 어머니 조씨는 “수면제도 소용이 없다”며 “(한씨가 수용된) 성동구치소를 길 하나 건너에 두고 사는데 언제 우리 가족을 죽이러 올까 무섭다”고 말했다. 괴로운 마음에 이사도 생각했지만 살인 사건이 난 집이라는 소문이 돌아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딸의 방은 정리도 못 한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조씨는 “차마 정리할 엄두가 안 난다”고 밝혔다. ●9월 20일 다섯 번째 공판, 검사가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의 표정은 담담했다. “화도 내고 울어도 보고 어디 분풀이라도 하고 싶어요. 머릿속에선 이미 가해자를 수차례 죽여 봤죠. 하지만 내 딸은 돌아오지 않아요. 죽은 애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무능력한 가장이고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아빠예요. 내가 좀 더 잘났으면, 내가 좀 더 힘이 있었으면…. 생계비를 벌면서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면서도 불평 없이 부모 생각부터 했던 나의 작은 아가. 우리 딸 정은아. 아빠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렀다. 가해자 한씨 측은 여전히 ‘너무 사랑해서 너무 좋아해서 벌어진 실수’라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10월 6일 오후 2시 동부지법 1호 법정에서 이동욱 재판장이 선고를 했다. 무기징역. 이 재판장은 “몇 차례 기회를 줬지만 피고인이 단 한 번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했으나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밝혔다. 부부는 온몸에 힘이 빠져 버린 것처럼 어깨를 늘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형이 나올 때까지 항소하고 싶어요.” 아버지 김씨는 신음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인 간 범죄는 7692건이었고 이 중 살인은 102건이었다. 2011년부터 5년간 평균 108.4명이 연인에게 살해당했다. 어머니 조씨가 말했다. “‘엄마는 지금 행복한데 너는 행복하니’라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몰랐어요. 먼저 간 자식이 계속 부모를 걱정하고 있으면 안 되잖아요. 언젠가 저도 우리 딸에게 가서 걱정하지 말라고 엄마도 잘 살았다고 꼭 얘기해 주고 싶어요.”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대한적십자사 공익광고 성차별 논란 “어머니는 데려오고 아버지는?”

    대한적십자사 공익광고 성차별 논란 “어머니는 데려오고 아버지는?”

    대한적십자사의 한 공익 광고 포스터가 ‘여자의 빨간색은 입술을 살릴 때, 기분을 살릴 때, 스타일을 살릴 때, 라인을 살릴 때, 자신의 겉모습을 살릴 때보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때 더 빛이 납니다’라는 문구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포스터는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주최로 열린 헌혈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여자의 빨간색’이란 제목으로 남성에 비해 낮은 여성의 헌혈률을 독려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대한적십자사 헌혈공모전 2015년 수상작 갤러리) 국민신문고에는 이같은 광고가 여성을 ‘헌혈에 관심이 없고, 겉모습만 신경쓰는’으로 규정하고 있어 ‘여성혐오’ 광고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모전의 대상 수상작은 ‘고령자도 헌혈이 가능하니 어머니를 모시고 오라’는 내용의 도안이 포함됐다. 포스터 속 도안은 3개, 아버지를 데려오라는 말은 찾아볼 수 없다. 글쓴이는 “우리 사회에 고령자는 여성뿐입니까?”라면서 ①대한적십자사 홈페이지에 사과문 개제 ②수상작 선정 기준에 젠더적 관점을 도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남자의 멋은 술을 마실 때, 담배를 필 때, 오피에 갈 때, 차를 몰 때가 아니라, 생명을 살릴 때 나온다고 말해보십시오. 불편해 하지 않을 남자는 없을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반응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헌혈 제도의 문제점 을 지적하면서 현재 수혈량이 남성의 기준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여성 헌혈부적격자를 줄이려면 헌혈량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눈에 띄었다. 트위터 아이디 @e******는 “저거 만든 사람은 헌혈 하러 갔다가 세 번 연속 거절받아본 경험이 있는가? 여자가 정말 립스틱을 사느라, 힐을 신느라 헌혈을 안하는 걸까?”라고 꼬집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왜 이게 여혐이지?”…남녀간 논쟁 벌어지는 까닭은

    “왜 이게 여혐이지?”…남녀간 논쟁 벌어지는 까닭은

      “데이트 비용 반반 안 내는 여자 김치녀 맞죠? (?)그런 여자들이 다른 여자들까지 욕 먹이는 김치X 맞죠?”  “한국 여성의 단점을 말해줄까? ‘자립심’이 없다는 거다. (?)1만날 회사에서 카톡질이나 하다가 여차여차 힘든 일 있으면 툭하면 운다. (?)드라마와 현실도 구분 못 해서 눈만 높음.”  여성이 남성보다 이런 여성혐오 발언에 대해 ‘반여성적 시각’을 더 분명하게 읽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쉽게 말해 여혐 발언의 강도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 강하게 느낀다는 의미다. 여혐발언에 대해 남녀 간의 사회적 합의보다 갈등이 더 많은 이유다.  3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은주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여성 외모, 연애관 및 여성의 성, 여성의 능력, 물리적 폭력에 대한 발언들에 대해 사람들에게 얼마나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 7점 척도로 답하게 한 결과 여성은 평균 5.28∼6.02점을 부여해 남성 평균(4.37∼4.91점)보다 훨씬 높았다. 설문 대상은 20~40대 남녀 323명이었다.  여성혐오 발언이 어떤 성별집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하는 순서도 성별로 차이가 났다. 여성은 다른 남성, 다른 사람, 다른 여성 순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인식했지만 남성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은 극단적인 발언유형에 대해서는 성별이 뒤바뀌었다. 남성들은 이 발언으로 여성들이 일반 성인이나 다른 남성들에 비해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인식했으나 여성들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여성혐오 발언 규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는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진단에 개인 간, 집단 간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집단 차별적 표현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법적·제도적 논의와 함께 현상에 대한 체계적 분석과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강남역 살인범 “내 얼굴 못난 편도 아니고, 여자들과도 잘 지냈다”

    강남역 살인범 “내 얼굴 못난 편도 아니고, 여자들과도 잘 지냈다”

    강남역 살인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34)씨가 결심공판에서 “내 얼굴이 못난 편도 아니고 여자들과도 잘 지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유남근 부장)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집을 나와 일자리를 구한 뒤로 내 옆으로 와서 담배꽁초를 버리고 가거나 (내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는 등 신경을 건드리는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고 말했다. 또 자신의 조현병과 여성혐오 의혹을 부인하듯 “나는 건강하다”, “(내가) 얼굴이 못난 편도 아니고 여자들하고 술도 마시고 잘 지내왔다”고 말했다. 앞서 김씨는 5월 17일 오전 1시께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에 있는 한 주점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A(23·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 기소됐다. 당초 김씨가 여성 피해자를 노려 범행한 사실이 알려져 ‘여성혐오’ 범죄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김씨의 정신상태 등을 감정한 끝에 여성혐오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자 28살에 결혼하는 게 금메달, 31살 지나면 동메달”…한양대 성차별 논란

    “여자 28살에 결혼하는 게 금메달, 31살 지나면 동메달”…한양대 성차별 논란

    “여자는 28살에는 결혼을 하는 게 금메달이고, 31살이 지나면 누가 서른 살 먹은 여자와 결혼하겠나? 그건 동메달이다.” “대학원 가는 여자는 결혼 못 한다. 한양대에도 결혼 못 한 노처녀 교수들이 많다.” 한양대학교에서 올해 1학기 개설된 필수 비즈니스 한자 강의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성차별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6일 한양대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인 ‘월담’은 해당 교수의 발언을 공개한 대자보를 학교 사회대 건물 1층과 한양대역 2번출구 앞 게시판에 붙였다. 이 대자보를 보면 해당 교수는 “여학생들은 3학년 즈음해서 복학한 예비군 오빠 잡아서 결혼할 생각을 해야 한다”, “여자가 화장하고 엄마 가방 빌려서 남자 만나면 남자들은 결혼하고 싶지 않아한다. 결혼할 여자가 아니라 애인이라는 거다. 청바지에 화장 하지 않는 여자를 볼 때 남자는 여자랑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등의 발언을 지난 1학기 수업 중에 했다. 이번 2학기에는 “요즘 사회는 여성 우위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여성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몇백만 원 상당의 명품백을 선물해야 한다. 여성들은 ‘내 친구는 프로포즈 받을 때 비싸고 좋은 뭘 받았다더라’라며 요구한다. 아주 잘못됐다. 남자가 밖에서 사업하고 일하면 술도 좀 마실 수 있는 걸 집에서 부인이 엄청 뭐라고 한다.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밖에서 돈을 벌어와도 마음대로 쓰지도 못하고 찬밥 신세다. 여성 우위가 너무 심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월담은 “8월부터 제보를 받은 이후, 지금까지 많은 수의 제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제보가 들어오면 해당 교수에게 항의 메일을 보내고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받아왔다”면서 “해당 내용을 공개할 경우 교수(강사)들의 생업 및 경력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을 우려했기에 공개하지 않고 마무리해왔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지난 학기 이미 한번 제보가 들어왔고 해당 교수께서 사과도 했던 수업에서 또 다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면서 “따라서 이번엔 해당 수업명을 지난 학기 발언과 함께 공개한다. 현재 제보자는 해당 교수의 수업 중 공개사과와 재발방지약속 그리고 스스로 해당 발언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성할 것을 원하고 있다”고 대자보를 붙인 배경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강의실에서 여성혐오, 성차별, 성희롱 발언이 없어질때까지 월담의 ‘강의실 안에서 숨은 혐오찾기! 2016’ 사업은 계속 진행된다”면서 “‘강의실 안에서 숨은 혐오찾기’를 통해 학우들의 ‘귀’와 ‘멘탈’을 지키고, 성평등한 강의실을 함께 만듭시다”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강남패치 운영자 “여성혐오 아닌 흥미위주…무지 반성”

    강남패치 운영자 “여성혐오 아닌 흥미위주…무지 반성”

    ‘강남패치’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 일반인의 신상과 허위사실 등을 유포한 운영자 정모 씨(24)가 현재 심경을 밝혔다. 19일 SBS funE에 따르면 정씨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월 27일 계정폭파로 사라진 이후 등장한 모든 SNS유사계정과 인터넷 사이트와 관련이 없다”면서 “게시물을 내리는 대가로 금전을 요구했다는 일화의 당사자 역시 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 씨는 “‘훼손될 명예가 있다면 나를 고소해라’ 발언은 다양한 자의적 해석을 낳았지만 당시 받았던 관심과 지지에 도취되어 오만한 마음으로 실언을 한 것”이라면서 “단지 흥미를 위해서 여과 없이 제보내용을 올려 피드 내용의 당사자들에게 갈 피해를 예상치 못했던 무지를 반성한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정 씨는 “실제로 ‘잡아서 죽이겠다’, ‘가족에게 위해를 가하겠다’ 등 법적 처벌이 아닌 살해나 폭력 등을 협박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악감정이나 공격, 비난의 의도를 갖고 행한 일이 아니며, 일부 보도된 것처럼 여성혐오가 계정 운영의 계기가 된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여자 시인에게 ‘몸 팔아 시 쓰는 X’…김현 시인,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 폭로

    여자 시인에게 ‘몸 팔아 시 쓰는 X’…김현 시인,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 폭로

    김현(36) 시인이 한국 문단의 여성혐오 행태를 폭로하고 문제를 제기한 글을 문예지에 기고했다. 이에 다른 젊은 작가들이 공감을 표하며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최근 발간된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질문 있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남성 문인들이 여성 문인들을 비하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한 사례를 열거했다. 글에서는 남성 시인들이 여자 시인들을 같은 테이블로 끌고 오라고 시키거나 여자 시인에게 맥주를 따라보라고 명령한 뒤 맥주가 컵에 꽉 차지 않자 자신의 바지 앞섶에 컵을 가져가 오줌 싸는 시늉을 하는 등의 행적이 밝혀졌다. 또 어떤 시인은 술에 취하면 여자 시인들에게 ‘걸레 같은 X’, ‘남자들한테 몸 팔아서 시 쓰는 X’등의 언행을 일삼았으며, 다른 남자 시인 몇몇은 젊은 여자 후배 시인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성적 선호도 순위를 매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김현 시인은 “문단 사람이라면 대개 다 알고 있는 사실”이고 “우리는 여전히 ‘잠재적 방관자’”라며 “그런데 문단의 이런 사람들은 왜 아직도 처벌받지 않고 반성하지 않고 여전히, 그곳에, 버젓이 살아남아 가해자로 사는 삶을 이어가고 있을까요?”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글은 공감을 표하는 다른 젊은 시인들을 통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로 공유되고 있다. 문학평론가인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학, 문단 그리고 여성혐오’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단’이라는 곳에서는 종종 ‘시민 이하’의 일들이 많이 벌어져 왔고 대체로 관대하게 보호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라며 “그러나 이젠 그런 곳을 문단이라고 보호해 줄 어떤 언턱거리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주 성당 피습, 중국인 용의자 검거…경찰서장 “여성혐오범죄라고 생각”

    제주 성당 피습, 중국인 용의자 검거…경찰서장 “여성혐오범죄라고 생각”

    제주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살인미수)를 받는 중국인 피의자 첸모(50)씨가 붙잡힌 가운데 경찰이 ‘여성혐오범죄’라는 의견을 내놨다. 관광 목적으로 나흘 전 제주에 입국한 첸씨는 회개하기 위해 자신이 묵던 숙소 부근의 성당에 갔는데 거기에서 여성 한 명이 기도하는 것을 보자 전 부인 생각이 나서 화가 나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다음은 박기남 제주서부경찰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범행 경위는. ▲ 17일 오전 8시 45∼48분쯤 제주시 연동 모 성당에서 혼자 기도하던 피해자 김모(61·여)씨를 흉기로 수차례,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네 차례 찌르고 달아난 혐의(살인미수)로 중국인 첸모씨를 붙잡았다. 피해자가 119로 피해를 신고했고, 119에서 112로 연락해왔다. 체포된 뒤 첸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찌른 사실을 인정했다. -- 검거 경위는. ▲ 사건 접수 직후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용의자 사진을 확보하고 현장의 유류물을 분석, 탐문수사하고 CCTV관제센터에도 공조를 요청했다. 이날 오후 3시 51분쯤 CCTV관제센터로부터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배회하는 용의자의 모습이 범행현장 주변 CCTV 사진과 유사한 부분을 발견해 112에 신고했고, 가까운 서귀포경찰서 중동지구대에서 출동해 사건 발생 7시간여 만인 오후 4시 5분께 첸씨를 긴급체포했다. -- 피의자 입국 목적은. ▲ 관광하러 왔다고 한다. 지난 13일 중국에서 무사증 입국했고, 이전에는 우리나라에 입국한 기록이 없다. 22일에 출국할 예정이었다. -- 범행 동기는. ▲ 아직 정확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피의자가 진술하기로는 본인이 중국에 있을 때 첫째, 둘째 부인이 바람이 나서 도망갔다고 한다. 피의자가 이날 아침에 회개를 위해 자신이 묵던 숙소 부근의 성당을 찾아갔는데, 마침 거기에 여성 한 분이 혼자 기도하고 있는 것을 보자 갑자기 전 부인 생각이 나서 화가 나서 범행했노라고 진술했다. 여자에 대한 반감과 원한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혐오범죄라고 생각한다. -- 여성혐오범죄라고 보는 이유는. ▲ 진술이 사실이라면 전 부인과 다른 여성들을 동일시해서 범행했다는 것이다. 전 부인에 대한 반감을 다른 여성에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한다. -- 피의자와 피해자 연관성은. ▲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사 계획은. ▲ 조사 후 구속영장 신청할 예정이다. 흉기를 소지하고 성당에 갔기 때문에 범행이 우발적인지 계획적인지 등도 조사해봐야 한다. 피해자에 대한 지원책도 적극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세대 ‘단톡방 성희롱’ 제보한 남학생 학교에 붙힌 대자보 (전문)

    연세대 ‘단톡방 성희롱’ 제보한 남학생 학교에 붙힌 대자보 (전문)

    최근 연세대에서 일어난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를 제보한 남학생이 단톡방을 폭로하게 된 이유와 바라는 것에 대해 장문의 글을 쓴 뒤, 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이 남학생은 “우리과 남자 단톡방이 만들어진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진지하게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반성했다. 이어 “단톡방 문제가 공론화 됐을 때 동기 남학생들의 반응은 ‘단톡방이 불편해서 큰일이네‘라는 반응이었다”면서 “단톡방에서 드러난 여성혐오와 삶 속에서도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우리가) 예민해지고 불편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누군가 단톡방의 문제에 대해서, 주변의 여형 혐오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익명이든 실명이든 많은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단톡방을 제보한 남학생의 대자보 전문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습니다.‘ 우리 과 ‘남자 단톡방’은 만들어진 지 1년이 넘었다. 15학번 신입생으로 입학하면서 생긴 톡방이다. 처음엔 단톡방을 보면서 단톡방에서 말할 만한 수위를 넘을 때가 있다고만 여겼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시 톡방을 돌이켜보면서 왜 그때는 진지하게 문제로 인지하지 못했을까 생각해 본다. 기숙사 여학생 층에 가서 단체로 “자위하고 사정하자고” 이야기하고, 여자가 옆에 있으면 “꼬추도 넣어”와 같은 말을 단톡방에서 하며 웃을 수 있고 ‘ㅋㅋㅋㅋ’로 화답하며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나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었을까.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 살아간다. 어릴 때는 ‘남자가 여자를 지키고 배려해야 된다’가 매너라는 말을 어른들에게 듣고, 남자가 여자를 괴롭히면 ‘너를 좋아해서 그래’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에서 떠다니는 수많은 리벤지 포르노를 접하게 되고, “남자는 짐승 그리고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듣고. 고등학교 때도 남톡방에 야한 사진을 올리고, 여성에 대한 외모품평을 하고, 주변 여자들을 시선강간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하던 환경. 대학에 와서는 과행사에서 선배들이 예쁜 후배를 옆에 앉혀 달라는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후배들은 그에 태클을 걸지 않거나 못하는 분위기. 어떤 사람, 어떤 분위기인지에 따라 정도는 달랐으나 결국엔 ‘그래도 되니까’. 그 당연시 되는 분위기는 이런 언어 성폭력이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고, 인식하더라도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당연하게 여겨지니까. 신입생 초기까지 나는 일베와 소라넷에서 벌어지는 범죄나 행동들에 대해 ‘쓰레기’라 이름 붙였으며, 나는 그들과는 다르게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가졌고, 사회비판 좀 한다고 스스로를 진보적인 사람이라 믿었고 성평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오히려 나와 주변에 대해 성찰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나의 삶과 내 주변에서 여성혐오로 둘러싸인 언행 그리고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는 행동들을 돌아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친구들의 이야기로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고, 평소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문제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과 글로 접할 수 있었다. 그런 후에야 범죄를 쓰레기라고 이름 붙이는 것을 넘어 이 사회에서 문제시하지 않았던 것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었다. 예민해질 수 있었다. 사람이 사회에서 집단에서 개인과의 관계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여성혐오 그리고 그로 인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예민해질 수 있었다. 불편해질 수 있었다. 사람이 사람으로 온전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모로 평가되고 ‘김치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함부로 성적대상화되는 현상에 대해 불편해질 수 있었다. 여러 곳에서 남톡방들이 공론화 될 때 과남학생 동기들이 톡방에서 보여준 반응은 “단톡방을 불편해하는데 불편해서 큰일이네”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그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람을 사람으로 존중하기 위해 필요한 건 불편함과 예민함이라고. 사람을 함부로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대상화하는 언행들과 그런 언행들을 당연시 해오던 관계에 불편해야만 한다고. 그리고 단톡방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기에 갈등이 생기지만 불편해하는 사람이 없다면 더 문제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라는 사람이기에 불편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불편해야만 하는 문제이니까. 단톡방 사람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여성혐오 그리고 삶 속에서 공공연하게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해 예민해지고 불편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온전히 사람으로 존중받고, 서로 존중하기 위해서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나부터 성찰하고자 이 글을 쓴다. 나 또한 당연시 해온 문제들 중에 아직까지 예민하게 살피지 못한 것들도 많을 것이고 인지하지 못한 것도 많을 것이다. 이런 성찰 하나하나로 좀 더 나아질 거라 믿는다. 누군가 단톡방의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주변의 여성혐오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익명이든 실명이든 많은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 비겁하게 꼰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 행동이 사람을 아끼는 당신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추가로 이 톡방의 내용을 보고 분노하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단톡방의 일부가 폭로되고도 자보를 보며 지나가면서 ‘남녀갈등 조장마라’ 혹은 ‘우리 톡방은 잘 숨기자’고 말하거나 댓글로 작성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실 수 있는 수많은 학우들 덕분에 남톡방의 구성원들 또한 자신이 해왔던 발언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자각하기 시작하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남톡방을 폭로하며 원하는 것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째. 단톡방의 구성원들이 자기가 한 말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둘째. 이러한 언어들이 저희 과뿐만 아니라 모든 단톡방에서 사라지고 온라인을 넘어서 실제 삶 속에서도 이런 언행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톡방 구성원들이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추가적인 폭로와 공론화에 있어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답하지 않는 이상 가해자들의 신상을 밝히지 않을 것입니다. 수많은 단톡방들이 폭로되고 공론화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 카톡방이 어느 학과의 것이며, 가해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것에 몰두하고 그 사람들에게 직접 ‘인간쓰레기’라 낙인찍고 있습니다. 더불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의 신상이 파헤쳐지기도 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단죄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과정으로 인해 관련 없는 사람들이 오해를 받거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 매몰될수록 ‘그런 언행들이 사라져야 한다는 궁극적인 목표’는 묻히고 맙니다. 그러한 언행들은 몇몇 ‘인간쓰레기’로 인해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크게는 사회구조적으로 구체적으로는 삶에서, 미디어에서, 집단에서 우리가 불편하다고 받아들이고 예민하게 인지해야했던 말과 행동들을 ‘남자는 원래 그래’ ‘웃자고 한 얘기인데 뭐가 문제야’라는 말로 넘겨 왔기 때문에 유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가해자의 죄를 따져 묻더라도 ‘수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수많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의 언어들이 우리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분노하신 많은 사람들 그리고 특히 남성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언행들에 대한 경각심을 삶 속에서 놓지 마시고 주변을 계속 바라봐 주시길 바랍니다. 특히 남성만으로 구성된 톡방, 남성들만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 이런 공간에서 내가 했던 문제적 발언, 내가 아니더라도 옆 사람이 행하는 문제적 발언과 행동을 한 순간이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시 과에서 남톡방문제에 대해 폭로하는 것을 넘어서 그런 문화를 없애기 위한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특정 학과라고 소문이 나거나 추측을 할 수 있겠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가해자를 찾고 그들을 응징하는 것에만 집중하지 말아주세요. 범죄행위에 돌을 던지는 행위를 넘어 차별과 폭력의 언어에 자신과 주변 사람이 더 이상 동조하지 않기 위해 성찰하고 경각심을 놓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커버스토리] 열등감이 낳고 관음증이 키웠다… 분노의 사생아 ‘패치’

    [커버스토리] 열등감이 낳고 관음증이 키웠다… 분노의 사생아 ‘패치’

    경찰이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을 무대로 특정인들의 신상을 마구잡이로 공개하며 음해해 논란이 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를 입건하면서 이른바 ‘○○패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상 ‘○○패치’는 운영자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공개한 글을 올리고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관련 제보를 댓글로 올리는 식으로 운영된다. 조직적이고 노골적인 뒷담화의 소셜미디어 버전으로 불리는데, 그 와중에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생활 공개·조직적 뒷담화 ‘강남패치’ 원조 강남패치 홈페이지에는 ‘금수저와 신분 세탁이 판치는 헬조선 속 오아시스’라는 자평이 올라 있다. 이렇게 보면 네티즌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 곳곳에서 ‘쓰레기를 까발리는 또 다른 쓰레기’라는 평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의 비뚤어진 분노와 불만이 표출되고 이 결과물이 네티즌들의 관음 심리를 충족시키며 ‘패치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런 분노의 원인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주목했다. ‘○○패치’의 원조는 지난 5월부터 6월 말까지 운영하며 8만명의 팔로어를 끌어 모았던 강남패치다. 연예인의 파파라치 사진으로 유명한 ‘디스패치’를 모방했다는 강남패치는 강남 유흥업소 출신이라는 여성들의 사생활을 인스타그램에 폭로했다. 입건된 운영자 정모(24·여)씨는 수십개의 계정을 이용하며 경찰을 따돌리려 하고 ‘고소할 테면 고소해봐 ’라는 식의 글도 남겼지만 피해자의 고소로 경찰이 수사에 나선 지 2개월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은 “인스타그램에서 여혐(여성혐오) 현상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IP를 전달해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정씨는 “자주 가던 강남의 클럽에서 한 기업 회장의 외손녀를 보고 박탈감을 느꼈고, 질투심이 일어 강남패치를 만들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소할테면 해보라”던 운영자 두 달만에 잡혀 강남패치에 신상이 공개돼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우울 증세와 수치심을 호소했다. 하지만 운영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피해 여성과의 대화를 다시 강남패치에 공개하고 ‘혼이 덜 났다’고 조롱했다. 대학 시절 유흥업소에 드나든 것으로 지목된 한 쇼핑몰 모델은 “그런 곳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데 왜 마녀사냥을 당해야 하는지 화만 난다”고 토로했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여성 연예인이나 모델 등의 과거도 여과 없이 게시됐다. 강남패치의 남성 버전으로 불리는 한남패치는 6월 24일부터 29일까지 단 6일간 운영됐다.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하는 남성의 신상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다. 운영자 양모(28·여)씨는 지난달 30일 강남패치 운영자와 함께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는 성형수술 피해자로 우울증 약을 복용 중이었다. 이에 대해 양씨는 어린 시절 성폭행 경험을 주장했고, 지난달 31일 오후 9시쯤에는 자살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이 양씨가 머물던 속초의 한 리조텔에 출동하는 소동도 있었다. ●‘성병패치’‘창놈패치’‘홍대패치’ 유사 패치 확산 강남패치와 한남패치가 각각 여혐, 남혐을 표방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이외에도 각종 ‘○○패치’가 존재한다. 지하철·버스의 임신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이나 ‘쩍벌남’(다리를 넓게 벌리고 앉아 옆좌석 승객에게 피해를 주는 남성)의 얼굴을 공개하는 ‘오메가패치’, 성병에 걸린 남성의 신상정보·병명 등을 알린 ‘성병패치’, 성매매업소 등을 출입하는 성매수 남성 신상을 공개하는 ‘창놈패치’, 홍대 유명 클럽에서 문란하게 유흥을 즐기는 남녀의 신상을 알리는 ‘홍대패치’ 등이다. 전문가들은 가수 타블로의 학력에 의혹을 제기했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를 ‘패치’의 원형으로 본다. 연예인의 인터넷 안티 카페에서 나온 뒷담화가 특권층의 편법, 반칙에 대한 불신, 학벌 중시 풍조 등과 변주되며 발생한 사건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패치 열풍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타블로 측의 사실확인 노력에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고, 사건의 주범 6명은 실형을 받았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여전히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대화로 옮겨지던 뒷담화가 ‘패치’라는 기록으로 축적되고, 명예훼손의 증거가 되면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명예 훼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운영자뿐 아니라 제보자도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된 타진요는 이례적인 사례이며 사이버 명예훼손은 대부분 벌금에 그친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의 발생 건수는 2012년 5684건에서 지난해 2015년 1만 5043건으로 164.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8371건이 발생해 산술적으로 볼 때 올해 말에는 1만 6000건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우울한 청춘 탈출구 못 찾아”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세대에게 삶은 팍팍하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우울한데, 이런 것들을 해소할 통로가 우리 사회에 없다”며 “긍정적인 배출구가 없다 보니 소셜미디어가 유일한 창구가 됐고, 이곳에서 자신의 억눌린 감정들을 잘못 해소하다 보니 패치 신드롬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적으로 볼 때 공적 영역인 소셜미디어를 사적인 공간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노기영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일수록 정보 노출에 대해 관대하며 노출 자체를 즐기기도 하는데, 그에 비례해 사적 정보의 노출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둔감해지기도 쉽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명예훼손까지 모두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책임의식과 윤리의식이 강조되는 규범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 불이익이나 비난이 뒤따른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 이면 폭로 제대로 못한 기성언론 책임론도 최승원 덕성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터넷의 정보 홍수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서는 원초적 흥미를 자극하는 은밀한 폭로나 선정적인 콘텐츠를 제시해야 하는 구조가 조성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상의 자극적인 폭로나 사생활 침해가 반복되는 현상을 볼 때 언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성 언론이 사회 이면의 실체를 폭로하지 못한다는 불신을 불식시켜야 한다”며 “특히 여성 혐오나 금수저와 같은 사회적인 대립각을 지나치게 이용해 주목도를 높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정신과적으로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운영자들은 마음속에 피해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며 “소셜미디어에 남의 뒷담화를 늘어놓아 주목을 끈 것을 볼 때 낮은 자존감을 다른 이의 관심으로 보상받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는 누구나 볼 수 있고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파급 효과도 엄청나다”며 “성숙한 토론 문화와 자정 노력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김희리 기자 hihit@seoul.co.kr 그래픽 강미란 기자 mr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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