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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들이 만든 ‘페미’ 혐오… ‘낙인’ 지우고 물어보세요 “너는 어떤 페미니스트야?”

    남성들이 만든 ‘페미’ 혐오… ‘낙인’ 지우고 물어보세요 “너는 어떤 페미니스트야?”

    외신들은 ‘학대’라 말하고, 국내 언론들은 ‘논란’이라고 했던 도쿄올림픽 3관왕 양궁의 안산 선수를 향한 ‘쇼트커트 페미’ 공격. 최근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서울 시내 대학에서 유명무실해진 총여학생회의 존재와 야권 대선 주자들로부터 다시금 폐지 논란이 불거진 여성가족부. 이들 모두는 왜 하필 지금 터져 나오는 것이며 이전과는 양상이 어떻게 다를까. 페미니즘을 향한 백래시(반발 심리)를 조명하기 위해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 윤김진서 유니브페미 대표를 만났다. 권김 소장은 1997년 성균관대 총여학생회장을 지냈고 윤김 대표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도모했던 단체 ‘성성어디가’(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에서 시작해 2019년 탄생한 범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의 창립 멤버다. 이날 만남은 캠퍼스에서 시작해 여성주의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 페미’와 ‘영영 페미’의 만남이기도 했다.●온라인서 영글어져 나온 페미니즘 백래시 -대학 총여학생회 폐지는 시대적 수순인가요, 백래시의 결과인가요. 윤김진서 백래시의 결과인 한편으로 대학 내 여성 자치기구를 향한 반발은 탄생 때부터 계속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의 과정들 속에서는 안티페미니스트, 여성 혐오 무리가 세력화돼서 멋진 운동을 만들어 냈다고 착각하는 상황을 봐왔거든요. ‘우리는 총여학생회를 만들려는 저 페미니스트에게 대항하는, 지성 있고 객관적 판단을 할 줄 아는 연대’라는 게 만들어지는 과정이 신기했어요. 이전까지는 익명의 개인들이 학내에서 불만을 표출했다면, 그것이 서명이라는 총투표 형태로 세력화되는 과정이 이 시대의 특성일 순 있겠구나 싶어요. 특별히 이 시대에 성평등이 어느 정도 달성돼 총여를 폐지할 때가 됐다기보다, 계속해서 해 왔던 요구들이 온라인 공간을 통해서 영글어져서 나타난 거죠. 권김현영 제가 총여학생회장을 하던 당시 총학생회장이 집회에서 연행되면 다른 단과대학 회장이 집회 지도를 하던 것에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어요. “총학생회장이 없으면 총여학생회장이 2인자 아니야?” 했던 거죠(웃음). 그랬더니 총여 밑에는 단과대 단위의 여학생회가 없다는 공격을 받았어요. 막상 만들려고 하니 다른 어느 곳에서도 요구하지 않는 수준의 것들을 요구하다 결국 해당 단과대 총회에서 인준을 안 해 줬고요. 총여학생회는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공격을 받았어요. 자기네들 운동에 동원할 수 있는 여학생 조직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때 공격받는 거죠. 2000년대 중반쯤 되면 학생 사회에서 자치 활동에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한계가 오면서 총학생회도, 총여학생회도 세우기 힘들게 됐어요. 2016년 페미니즘 대중화 물결 속에서 몇 년 동안 공백 상태에 있던 대학 내 여성 운동이 다시 조직적인 모습을 갖추려는 시도가 있었고, 그걸 조직적으로 막은 게 현재의 백래시 행태라고 볼 수 있어요. ●제대로 안 하면 없앤다는 다수주의 -총여학생회 폐지와 여가부 폐지 논의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보시나요. 윤김 태어나는 순간부터 계속해서 의심받고 질문받는 여가부의 역사를 보고 총여학생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더 심한 건 ‘촛불(혁명)’이 민주주의의 폭발처럼 얘기가 됐잖아요. 그 결과 민주주의의 화신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나타났고요. 대학에서도 투표로 누군가를 끌어내리거나 다시 세우는 일들이 민주 시민의 권리처럼 얘기되기 시작했는데, 사실 그것보다는 소비자의 권리처럼 행사되거든요. ‘내가 대학에 이만큼 돈을 내고 있으니까 총여 끌어내리자’는 식이죠. 여기서 계속 누락되는 건 한 번이라도 총여학생회가 기능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기나 하고 폐지시키냐는 거죠. “너네 제대로 안 하니까 없애겠다”는 말이 총여학생회에도, 여가부에도 너무 쉽게 향하는 걸 느껴요. 거기 동원되는 언어들이 다수주의, 소비자중심주의 같은 거고요. 권김 굉장히 부정적인 의미의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해요. 다수결에 의거한 폭거를 민주주의로 착각하고 가장 약한 고리를 향한 공격이 일어나는 거죠. 우리가 가진 작은 목소리들을 늘릴 수 있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대표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보편성을 만들면서 오히려 모두를 소외시키는 거죠. 서로를 거울처럼 바라보면서 서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정치적 탈주체화가 빠른 속도로 일어나고, 거기에 포퓰리즘이 붙었다고 생각해요. 결국 남는 건 소수의 엘리트주의 또는 기존 운동권의 대안 세력이 나오는 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형태의 정치죠. 예를 들면 1000만 서울시민의 한 표, 4000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한 표, 이렇게 단일 조직 안에 일원으로서 카운트되는 방식으로만 존재하는 거죠. 사실 그 표는 성인 남성, 비장애인 이런 식으로 상상되는 한 표이지,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상상되는 방식이 아닌 거죠. 사람들이 “너와 내가 똑같이 한 표면 우리는 동등해”라는 식으로 얘기하다 보니까, 나의 차이를 말할 수 없게 되면서 정치적 효능감이 굉장히 떨어지게 돼요. 윤김 ‘한 표’라는 환상이 있잖아요. 매일 듣는 키워드 중의 하나가 공정인데요. ‘이대남들이 공정하지 못한 세상에 뿔났다’는 거죠. 총여학생회를 만들면 여학생은 두 표를 가지게 되고, 마찬가지로 장애인, 성소수자 학생회가 생기면 누군가는 최대 네 표를 갖는 게 불공정하다는 거예요. 총여학생회 관련 토론회를 열었을 때 폐지를 주장하는 남성분이 “총여가 필요하다면 게이·장애인 학생회도 필요하다는 것이냐”고 반문했어요. 우리가 말하는 게 바로 그것, 만들자는 거예요. 그분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돈도, 시간도 낭비된다”고 했는데요. 그걸 낭비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학생 자치 요구는 다 묻히는 거죠.●맥락 없이 기호만 짜맞춰 안산 선수 공격 -최근 안산 선수를 둘러싼 젠더 폭력을 떠올려 보면 어떤가요. 남초 커뮤니티는 안 선수가 쇼트커트 머리에 여대에 재학 중이라는 점, ‘웅앵웅’, ‘오조오억’ 같은 ‘남혐 용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들어 ‘페미’라고 지칭했어요. 권김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난 혐오의 맥락이에요.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전라도, 세월호, 페미니스트 같은 어떤 기호를 조합해서 공격할 만한 흐름이 되는 방향으로 한번 던져 본 거 같아요. 근데 안 선수 같은 경우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어그로’(관심 끌기)라서 본인들도 당황해서 열심히 치워 보려고 하지만 너무 ‘빵’ 터진 거죠. 지금 누가 봐도 안 선수 건에 대해서 펨코(남초 커뮤니티 ‘에펨코리아’)가 하는 말에 동의할 수 없잖아요. 이번 일을 중심으로 사실은 ‘집게손 논란’ 같은 것들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기도 해요. 한편으론 안 선수가 스무 살에 올림픽 3관왕이라는 점에서, 20대 여성들로선 그 정도로 올라서지 않으면 존중받을 수 없다는 걸 경험했다는 사실이 끔찍하다는 생각도 들고요. 안 선수를 둘러싼 이야기를 예외적으로 문제적인 사건으로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GS25 포스터를 비롯해서 여성들을 “페미냐”는 물음으로 공격하던 방식 전반을 문제 삼는 것으로 다시 얘기를 끌어와야 하는 거죠. 윤김 당시 트위터를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지점이 “안산을 욕하려면 금메달 4개 따고 와라”라는 표현이었어요. “그럼 우리는 모두 금메달리스트가 되기 전까지는 혐오로 공격받아도 되는 사람이냐”를 질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에브리타임(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안산’을 검색해 봤더니 제일 많이 나오는 얘기가 “우리는 안산을 욕하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이 왜 ‘웅앵웅’이라는 말을 썼는지가 궁금한 것이다”예요. 그걸 통해서 안 선수가 자신들을 혐오했고, 그래서 자신들은 ‘남혐’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말한다는 거죠. GS25 포스터 사태처럼 ‘집게손’ 같은 백래시가 먹힌 게 대부분 기업들이잖아요. 이 사람들이 철저히 소비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이렇게 하면 돈 안 쓴다”라고 말하고 있어요. 사실 인생에서 소비자로서만 승리를 해 본 거죠. 권김 굉장히 독특한 남성 정체성이에요. 한국에서 2010년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호구가 될 순 없다’는 생각과 ‘가성비’가 20대 남성 정체성의 중요한 언어로 등장하고 있거든요. 이들이 노동자나 정치적 주권자로서가 아니라 합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로서만 자신을 얘기하는 거죠.●페미니스트의 스펙트럼 넓혀야 할 때 -안 선수를 향한 ‘쇼트커트 페미’ 공격에서 보듯, ‘페미’라는 말 자체가 낙인이 된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 윤김 과거로 회귀한다고 느껴요. ‘#나는_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시태그가 2015년에 등장했는데 최근 다시 나오고 있으니까요. 기본적으로 ‘페미’라는 말을 구성하는 주체가 철저히 남성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거 같아요. 그래서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선언이 페미를 정의하고 호명하는 주체를 여성들 스스로에게로 가져오기 위한 노력들이었던 거죠. 그렇지 않으면 자꾸 뺏겨버리는 말이라 계속해서 낙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권김 페미니스트를 둘러싼 명명의 정치 역사가 있거든요.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언제나 사회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정성의 총합 같은 것으로 활용됐어요. “내가 싫으면 페미니스트, 빨갱이” 하는 식으로요. 한편 여성들이 가진 페미니스트에 대한 태도가 변한 게 있어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여자들이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성차별주의에 반대해”라고 얘기했거든요. 혹은 “성차별주의에 반대하지만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야”라든지, “페미니스트는 좀 무섭다”는 식의 태도, 거리두기를 했죠. 근데 페미니즘이 대중화되면서 2015년도부터는 “나는 페미니스트이지만 ‘메갈’은 아냐” 이렇게 얘기하기 시작한 거예요. “나는 어떤(which) 페미니스트야” 하는 식으로 바뀐 거죠. 윤김 대표 말대로 페미니스트라는 말을 남성들이 자기들 쪽으로 가져오려고 하지만 여성들은 이미 다른 단계로 갔어요. “너 페미냐” 하는 질문의 힘을 가지고 와서 “넌 어떤 페미니스트야”라는 형태로 질문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이념·국적·성별… 유령만큼 무서운 혐오

    이념·국적·성별… 유령만큼 무서운 혐오

    일제강점기와 분단, 6·25전쟁과 개발독재를 모두 거쳐 온 한국 현대사의 질곡엔 ‘한’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다. 좌익과 우익의 증오, 화교에 대한 혐오 등 세월의 광기를 업은 적개심은 때로는 귀신이나 유령의 형태로 나타나 우리 내면의 근원적 공포감을 자극하지 않을까. 여성주의 스릴러 소설 ‘음복’으로 지난해 젊은 작가상을 거머쥔 강화길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은 이처럼 우리 사회 원한과 혐오의 정서를 귀신 들린 건물을 배경으로 구현했다. 평소 악령에 시달리는 소설가인 ‘나’는 엄마 친구 아들 ‘진’이 들려준 국내 최초 서양식 호텔 ‘대불호텔’ 이야기에 끌려 터만 남은 그곳을 방문한다. 한 여성의 환영을 목격한 나는 이 호텔에 출몰하는 유령에 대한 소설을 쓰기로 한다. 이어지는 1955년 이야기는 대불호텔에 이끌리듯 찾아온 네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호텔 운영을 맡은 고연주와, 좌익에 연루된 부모의 존재를 숨긴 호텔 일을 하는 지영현, 호텔에 장기 투숙한 미국인 소설가 셜리 잭슨, 호텔 중식당에서 일하는 화교이자 진의 외할아버지 뢰이한이다. 이념 차이에 따른 증오, 화교에 대한 혐오, 젊은 여성에 대한 질의와 적개심에 시달리는 이들은 유령의 소행으로 보이는 환각에 시달리며 공포를 느낀다. 작가는 소외된 여성과 이방인이 품어야 했던 어둑한 마음을 심령현상으로 풀어냈다. ‘고딕 호러’ 소설 형식을 빌려 이방인에 대한 혐오가 주는 폐해를 공포라는 감정으로 전달하려는 의도다. 서로를 믿지 못한 끝에 해치게 하는 유구한 저주에 자신도 사로잡혀 있었는지 모른다는 서늘한 자각은 무더위를 잊을 만한 긴장감을 준다. 다만 작가는 혐오에 그치지 않고 혐오와 원한을 이겨 내는 ‘사랑의 힘’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뢰이한과 진의 외할머니 박지운, 그리고 나와 진 사이의 애틋한 감정은 악의와 내면화된 억압을 극복할 원동력은 사랑에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결국 사랑이 해법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책을 덮고도 곱씹게 된다.
  • 폭력 피해 여성과 함께한 33년… 이문자 전 여성의전화 대표 별세

    폭력 피해 여성과 함께한 33년… 이문자 전 여성의전화 대표 별세

    여성 폭력 없는 세상을 위해 앞장서 온 여성인권운동가 이문자 전 한국여성의전화 대표가 2일 별세했다. 78세. 이 전 대표는 이화여대 문리과대학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사회복지대학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 자원상담 활동을 시작해 1992년 피해자 쉼터 관장, 1998년 서울여성의전화 회장, 2000년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후 전국가정폭력상담소·보호시설협의회 공동대표(2001), 서울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소장(2003), 강북여성인권연대 대표(2006)을 역임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슈퍼바이저를 맡아 여성주의 상담을 관리·감독하기도 했다. 2003년 한국여성단체연합으로부터 진보적 여성운동을 위해 헌신해온 공로로 여성운동 지킴이상을 수상했다. 빈소는 서울 영등포구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5일 오전 8시로, 조문은 4일 오전 11시까지 가능하다. 코로나19 거리두기 4단계로 동시간대 조문 인원에 제한을 둘 예정이다. 3일 오후 8시에는 줌을 통해 온라인 추모식이 이뤄지며, 별도의 온라인 추모 공간도 마련돼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피해 여성들과 함께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온 선생님의 뜻 이어가겠습니다”며 “현장의 힘이 있었기에 살아갈 수 있었다던 선생님, 잊지 않겠습니다”고 전했다.
  • ‘사라져가는 총여학생회’ 경희대도 결국 폐지 수순

    ‘사라져가는 총여학생회’ 경희대도 결국 폐지 수순

    경희대 총여학생회가 이달 중으로 해산 절차를 밟는다. 이제 서울 지역 대학에서 총여 조직이 잔존해 있는 곳은 한양대, 총신대, 감리신학대, 한신대 정도뿐이다. 3일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 총학생회 등 학내 자치기구는 이달 초 확대운영회의를 열고 총여 해산 절차에 들어간다. 경희대 총여는 2017년 이후 대표자가 나오지 않고 뚜렷한 대내외 활동도 없어 사실상 유령조직이나 마찬가지였다. 학생들은 총여 활동을 꺼리는 이유로 학생자치가 점차 퇴조하는 대학가 분위기와 더불어 총여 회원들에 대한 온·오프라인 상 공격을 꼽는다. 총여 회원들은 신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단으로 공개되고, 페미니즘 활동을 비난하는 전화가 걸려오는 등의 협박을 일상적으로 마주해야 했다. 문제는 총여 활동이 위축되는 만큼 학내에서 발생하는 성평등 현안에도 대응 공백이 생긴다는 점이다. 이참에 유명무실한 총여를 폐지하고 지금까지 총여가 맡아온 역할을 다른 새로운 대안 기구가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16일 총여 존폐를 논하는 온라인 간담회에서 한 학생은 “대학 내에서 완전한 성평등이 이뤄져 해산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총여가 해산해야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사업을 다른 자치기구들이 분담하거나 (대안 기구에서) 새롭게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젠더 문제를 성평등 의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이 좌절되는 등 젠더 갈등이 다각도로 깊어지는 현실을 반영해 대학 내 ‘인권위원회’나 ‘성평등 위원회’ 등 대안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여 폐지가 성평등 문제의 축소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해산 방법도 고민이다. 학생들은 총여가 독립된 자치조직으로 출범한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여학생들의 투표로 자발적 해산을 결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남우석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타 대학에서 졸속으로 총투표를 해 구성원 간 견해차가 해소되기 전에 총여를 폐지한 점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대학에서는 여학생 회원들의 자치권을 존중하는 방안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희대 총여는 총학생회와는 별개 조직으로 1987년 출범했다. 1990년대까지 여성주의 논의를 주도하며 여학생들의 취업 대책 등을 위해 힘썼다. 그러나 2006년 ‘고 서정범 교수 무고 사건’ 등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2010년대 중반부터는 전반적인 총여 존폐 위기 속에서 그 힘을 잃었다.
  • 안산 선수 ‘페미 비난’ 정당화 논란에 대변인 옹호한 이준석

    안산 선수 ‘페미 비난’ 정당화 논란에 대변인 옹호한 이준석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안산 선수를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페미니스트 비난과 관련해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남혐 단어 사용’을 거론한 데 대해 정의당이 징계를 요구하자 이준석 대표가 옹호하고 나섰다. 앞서 일부 네티즌들은 안산의 짧은 머리 스타일과 여대 소속 등과 함께 안산이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웅앵웅’, ‘오조오억’ 등의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페미니스트 의혹을 제기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금메달과 연금 혜택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웅앵웅’이나 ‘오조오억’ 등의 표현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남성혐오 단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거세게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양준우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남성혐오) 용어 사용’과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것을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여성혐오)으로 치환하는 것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도 했다. ‘안산이 남혐 용어 사용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뜻으로도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곧바로 반박이 제기됐다.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안산이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면서 “양준우 대변인의 글에서는 ‘남혐 단어’를 쓴다면 이런 식의 공격도 괜찮다는 뉘앙스가 풍긴다”고 비판했다. 이에 양준우 대변인은 재차 글을 올려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산에게 있다’고 읽히나”라면서 “논쟁의 발생에서 ‘숏컷’만 취사선택해 ‘여성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라고 반박했다.이같은 논란에 대해 이준석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당을 향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논쟁을 정치로 비화시키려고 한 사람들은 아주 강한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굉장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올림픽 시즌 때마다 스포츠를 정치에 끌어들이려는 행태가 있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싶다”며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빙속 종목 김보름 선수 관련 논란을 정의당이 계속 언급해 정치화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팀워크 논란’에 휩싸인 김 선수를 향해 정치권이 개입해 잘잘못을 따진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MBC라디오에서도 이 대표는 “안산 선수에 대해 어떤 공격이 가해진다고 하더라도 저는 거기에 동조할 생각도 없다”면서 “(정의당이) 프레임 잡는 것 자체가 지금 젠더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 대변인이 만약 여성혐오라는 개념을 조금이라도 썼거나 부적절한 인식을 하고 있다면 징계하겠지만, 여성 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정의당은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CBS라디오에서 양준우 대변인이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에 대해서는 부적절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대녀(20대 여성)와 이대남(20대 남성)의 갈등 부분에 대해 정치권이 나서서 조장하거나 촉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양준우 대변인의 개인 입장을 이준석 대표의 입장과 연결짓는 것은 “극단적인 낙인찍기”라며 경계했다.
  • 여성 혐오를 편드는 국민의힘 [김유민의돋보기]

    여성 혐오를 편드는 국민의힘 [김유민의돋보기]

    “공당 대변인이 여성혐오의 폭력을 저지른 남초 커뮤니티를 변호해주고 있는 황당한 사태. 국민의힘이 아니라 남근의힘인가.” -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0·광주여대)을 향한 성차별 공격은 주요 외신에 보도되며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올림픽 첫 출전에 3관왕이라는 역대급 신기록을 세운 안산 선수에게 일부 남성들은 페미니스트라며 메달을 반납하라고 우기는 못난 행태를 보였다. 안산 선수가 쇼트커트를 했고, 여대를 나왔으며 SNS에서 ‘웅앵웅’ ‘오조오억’의 표현을 썼다는 것이 그들이 내세운 이유의 전부였다. BBC는 “양궁 3관왕에 오른 한국의 안산 선수가 온라인상에서 짧은 머리를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다. 이는 일부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기반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안산 선수는 침착했다. 그는 “(페미니스트) 이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최대한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다. 경기력 외에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다”라고 했다. 양궁협회 게시판에는 “안산 선수를 사이버테러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내용의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선수가 원인 제공했다는 대변인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안산 선수에게 쏟아진 혐오발언과 온라인폭력에 대해 “남성 혐오 용어를 사용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안 선수에 대한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과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말해 선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여혐을 옹호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안 선수가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 양 대변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0년대 미국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매카시즘의 공산주의자 몰이와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그러니까 애초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었다. 그게 핵심이다. 여혐을 공격한 남자들의 진의를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얘기죠?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안에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어오던 이준석 대표는 진중권 전 교수를 향해 “적당히 좀 하라”며 “대변인들에게 특정 의견을 주장하라는 지시는 안 한다”는 댓글을 달았다. 양 대변인은 재차 글을 올려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고 읽히나. 고의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곤란하다”며 “‘숏컷’만 취사선택해서 ‘여성에 대한 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었다”라고 반박했다.“사과로 안 끝나… 사퇴해야 할 일” 논란이 커지자 양 대변인은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안 선수의 사례를 들 때 남혐 용어로 ‘지목된’ 여러 용어를 사용한 적이 있었다고 한 것이지 이게 진짜 혐오 단어라곤 단정짓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장혜영 의원은 “양 대변인이 반성은 못할망정 ‘남혐 단어를 공식 인정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 이는 사과로 끝나지 않는다. 사퇴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권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는 “안 선수에 대한 국민의힘 논평이 엉뚱한 과녁을 향했다”며 “선수를 향한 성차별적 공격과 터무니없는 괴롭힘을 비판해야 할 공당이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렸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측 장경태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의힘이 젠더갈등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이 대표는 논란의 시작부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독재 정당에서 혐오 정당으로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양 대변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토론배틀로 직접 뽑은 ‘당의 입’이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의 왜곡된 주장을 변호하며 여성혐오를 옹호하는 행보는 제1야당 대변인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의 원인을 제공했다.
  •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양준우 “남혐 용어 사용이 문제” 비난與 ‘여혐 벽화’ 논란에 뒷북 비판 논평MZ 성별 표심만 따랐다간 역풍 우려정치권이 20대 대선 국면 초입에서 ‘젠더 이슈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이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와 관련한 페미니즘 논란을 정치권으로 가져와 파장을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를 비방한 ‘쥴리 벽화’가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지자 뒤늦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야의 ‘젠더민심 레이더’는 앞으로도 분주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서는 안산 선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안 선수의 쇼트커트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데없는 ‘페미 논란’이 일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성차별이 없다던 분들이 지금 안 선수가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이 논란의 핵심은 (안 선수의) ‘남혐(남성 혐오)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의)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고, 양 대변인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치부는 가리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갈등만 키워 왔다”고 재차 반박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캠프 권지웅 부대변인까지 “양 대변인의 발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행위”라며 합세했다. ‘쥴리 벽화’는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한 중고서점 외벽에 이 벽화가 등장하자 야권은 맹비난을 가했지만 민주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벽화의 양식이나 내용이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의견을 내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란이 되는 종로의 한 서점 벽화 문제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이들 이슈에 주목하는 이유는 젠더 문제가 소위 MZ세대(20·30대)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진보·보수 등 이념 차이나 세대·지역 갈등보다 젠더 갈등에 더욱 예민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젠더 이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성별에 따른 정당지지율이 확연하게 갈린다. 한국갤럽이 20대 남녀 734명을 자체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1~5주 합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보면 20대 남성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15%, 국민의힘 35%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이 11%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에 대해 서로 정반대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젠더 내로남불 대선판 흔든다

    정치권이 20대 대선 국면 초입에서 ‘젠더 이슈 소용돌이’로 빠져들었다. 국민의힘은 대변인이 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 선수와 관련한 페미니즘 논란을 정치권으로 가져와 파장을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를 비방한 ‘쥴리 벽화’가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지자 뒤늦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20대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여야의 ‘젠더민심 레이더’는 앞으로도 분주하게 작동할 전망이다. 1일 정치권에서는 안산 선수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앞서 안 선수의 쇼트커트를 두고 일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난데없는 ‘페미 논란’이 일자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성차별이 없다던 분들이 지금 안 선수가 겪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며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게 입장을 물었다. 여기에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이 논란의 핵심은 (안 선수의) ‘남혐(남성 혐오)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밝히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에 장 의원은 “(양 대변인의)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고, 양 대변인은 “래디컬 페미니즘의 치부는 가리고, 이상한 프레임으로 갈등만 키워 왔다”고 재차 반박했다. 여기에 이재명 경기지사 대선캠프 권지웅 부대변인까지 “양 대변인의 발언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정당화하고 옹호하는 행위”라며 논쟁에 합세했다. ‘쥴리 벽화’는 여성 혐오 논란으로 번졌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 한 중고서점 외벽에 이 벽화가 등장하자 야권은 맹비난을 가했지만 민주당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벽화의 양식이나 내용이 여성 혐오와 성차별적 시각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뒤늦게 의견을 내놨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논란이 되는 종로의 한 서점 벽화 문제와 관련해 송영길 대표와 지도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치권이 이들 이슈에 주목하는 이유는 젠더 문제가 소위 MZ세대(20·30대) 표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는 진보·보수 등 이념 차이나 세대·지역 갈등보다 젠더 갈등에 더욱 예민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특정 젠더 이슈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목소리를 낼 경우 ‘내로남불’, ‘선택적 정의’라는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는 성별에 따른 정당지지율이 확연하게 갈린다. 한국갤럽이 20대 남녀 734명을 자체조사해 지난달 30일 발표한 정당 지지율 조사(1~5주 합산·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보면 20대 남성의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15%, 국민의힘 35%였다. 반면 20대 여성은 민주당이 33%, 국민의힘이 11%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에 대해 서로 정반대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안산,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 “대형사고, 이준석이 시켰나” [이슈픽]

    “안산,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 “대형사고, 이준석이 시켰나” [이슈픽]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 페북 논란“안산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장혜영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려”진중권 “공당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이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0·광주여대) 선수에게 제기된 페미니즘 논란에 대해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과 래디컬 페미니즘(급진적 여성주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안 선수의 남혐 용어 사용이 자초한 것”이란 뜻으로도 읽힐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양 대변인은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선수에 대한 도 넘은 비이성적 공격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이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 사용’에 있고, 래디컬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에 있다. 이것을 여성 전체에 대한 공격이나 ‘여혐’으로 치환하는 것은 그 동안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재미 봐왔던 성역화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선수가 ‘남혐 단어’를 써서 그렇다는 말로 폭력의 원인을 선수에게 돌리고 있다”며 “양 대변인의 이번 사건에 대한 인식이 아주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1950년대 미국 정치를 엉망으로 만든 매카시즘의 공산주의자 몰이와 너무 닮았다”고 썼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러니까 애초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었다. 그게 핵심이다. 여혐을 공격한 남자들의 진의를 이해해줘야 한다. 이런 얘기죠?”라며 “이준석표 토론배틀로 뽑힌 대변인이 대형사고를 쳤다. 이게 공당의 대변인 입에서 나올 소리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이준석이 시킨 것”이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는 자들은 적어도 공적 영역에선 퇴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양 대변인도 페이스북에 재차 글을 올려 “어떻게 제 글이 ‘잘못은 안 선수에게 있다’고 읽히나. 고의로 보고 싶은 것만 보면 곤란하다”며 “‘숏컷’만 취사선택해서 ‘여성에 대한 혐오다’라고 치환하는 일부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이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진 교수님의 말씀에 제가 공감하는 건 딱 하나”라며 ‘여성혐오를 정치적 자양분 삼는 자들은 공적 영역에서 퇴출되어야 한다’는 진 전 교수의 지적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남성혐오를 자양분 삼아 커온 자들 역시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나를 일으켜 세운 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만든 시간들

    나를 일으켜 세운 힘… 엄마, 엄마의 엄마가 만든 시간들

    문득 부모의 지난 시간들이 궁금해질 때가 있다. 특히 인생의 변곡점을 하나씩 마주하게 됐을 때 딱 지금 내 나이의 엄마는 어땠을지, 어떻게 그 짐들을 다 이겨 냈는지 아려 온다. 어린 시절 이야기에 모든 무게를 내려놓은 듯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간 아버지의 얼굴은 늘 질문 욕구를 불태운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 서정적인 문장으로도 핵심을 뚫는 문제의식을 보여 준 최은영 작가가 오랫동안 함께 이야기를 나눈 할머니를 떠올리며 첫 장편소설을 냈다. 소설의 주인공 지연은 이혼하고 도망가듯 떠난 곳에서 할머니를 20년 만에 마주했다. 엄마의 엄마에게서 그의 엄마부터 자신의 엄마까지 100년 남짓 관통하는 시간들을 듣는다. 그 시간 안의 여성들은 저마다 짐을 짊어지고 안간힘을 다해 버틴다. 백정의 딸이라 천대받은 증조모와 그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내주고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눈 ‘새비 아주머니’가 온몸으로 겪어 낸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전쟁은 절절한 우리의 역사 그 자체다. 소설은 철저히 여성주의적 언어를 사용한다. 증조모와 할머니 앞의 ‘외’ 자를 뺐고 시절마다 아내이자 며느리, 엄마로서 아무렇지 않게 맞닥뜨려야만 했던 수많은 가시들을 담담히 옮긴다. 흥미로운 점은 4대에 걸친 여인들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고 반복됐다는 것이다. 매사에 호기심을 가진 증조모와 무엇을 보든 언니를 따라 ‘우와, 우와’ 감탄하던 지연은 얼굴까지 꼭 닮았다. 모녀들은 각자의 상처를 대물림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면서도 결국 또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러나 연결된 시간들이 마냥 따갑거나 고통스럽지만은 않다. 20년 만에 만난 할머니의 시간에 푹 빠지게 된 지연에게 작은 변화가 서서히 찾아오듯 아득한 시간 안에도 따뜻한 사랑과 애틋한 가슴이 오간다. 서로를 의지하며 뜨겁게 나눈 마음 때문에 책장 사이로 고스란히 온기가 전해진다. 지난 시간들은 그렇게 지금을 살아갈 힘을 준다.
  • 당권 주자 이준석의 ‘반(反)페미니즘 논쟁’, 독일까 약일까

    당권 주자 이준석의 ‘반(反)페미니즘 논쟁’, 독일까 약일까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초선·청년 그룹을 대표하며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오른 가운데, 젠더 이슈 관련 이 전 최고위원의 견해에 대한 뒷말이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2030 남심’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지만 지극히 논쟁적인 발언들을 이어가면서 역효과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실제 당대표가 될 경우 젠더 평등 이슈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 스탭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보선 계기로 ‘이대남’ 안티 페미니즘 여론 적극 대변 이 전 최고위원은 지난 재보궐선거를 계기로 젠더 이슈에 관련 ‘반(反)페미니즘’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왔다. 재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시장·부산시장 자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하자 그 패배 원인을 “2030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른바 ‘이대남’으로 불리는 20대 남성들이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을 적극 지지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페미니즘 정책이 민심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페미니즘 확산에 주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는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해선 “정당이나 정부에서 형사사건에 젠더 프레임을 적용한 게 믿을 수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각계의 보이지 않는 차별인 ‘유리천장’을 깨고 정책 결정 등에 여성들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여성 할당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일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청년, 여성, 호남 할당제를 하겠다는 공약에 여의도에 익숙하지 못한 어떤 보편적인 청년과 어떤 보편적인 여성, 어떤 보편적인 호남 출신 인사의 가슴이 뛰겠냐”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널리 경쟁 선발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실력만 있으면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공정함으로 모두의 가슴을 뛰게 만들자”고 제안했다. 여성, 청년 할당제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그러자 이 전 최고위원과 ‘페미니즘 논쟁’을 벌여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할당제 자체가 공정하다는 게임 규칙이 실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만들어진 제도”라면서 “이준석은 이 부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없다. 아예 공부를 안 하니 인식 수준이 천박할 수밖에”라고 저격했다.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들이 남성 위주 사이트 등에서 공유되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변화에 대한 반발)를 정치권으로 확산시킨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남성, 20대 지지율 높아 “정치공학적으론 똑똑한 선택” 하지만 이 전 최고위원의 발언들은 페미니즘을 ‘역차별’로 인식하는 적잖은 2030 남성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머니투데이 더300의 의뢰로 피플네트웍스가 지난 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 따르면 이 전 최고위원은 성별로는 남성, 세대별로는 20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전체 지지율은 20.4%였던 반면, 남성들의 지지율은 25.2%, 20대 지지율은 28.1%였다. 이 전 최고위원 SNS에는 ‘할당제 폐지’ 주장 등에 동조하는 댓글도 상당수 올라와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최고위원의 논쟁적 발언들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를 떠나 실제로 2030 남성들 사이에 반 페미니즘 정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목소리에 적극 호응하면서 자신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최고위원이 정치공학적으로는 왜 그러는지 이해가 간다. 어쩌면 똑똑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젠더 이슈에 대한 국민의힘 대응 어떡하나?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대표 선호도 1위를 달리면서 이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이 대표가 될 경우 주요 젠더 이슈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결정할 때 그의 목소리가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려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젠더 이슈를 그런 식으로 다루면 곤란하다”면서 “진짜 당대표가 되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건가”라고 지적했다. 대표와 함께 당 지도부를 구성하는 최고위원들과의 갈등도 예상된다. 22일 후보등록은 앞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초선·청년 그룹에서 최고위원 출마 선언이 이어졌다. 특히 이들 중 상당수 후보는 환경, 노동, 인권, 젠더 등 진보적 이슈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이 전 최고위원과 함께 지도부의 입성할 경우 잡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이동구 칼럼] 어쩌다 손가락이 혐오의 상징이 됐나

    [이동구 칼럼] 어쩌다 손가락이 혐오의 상징이 됐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논란이 되는 큰 사건 중 8할이 페미니스트에게서 나오는 사건들입니다. ~(중략)~. 여자판 n번방 사건, GS25 메갈 사건, 여성 징집 청원, 여성가족부 폐지 청원 등 원래 남자들은 크게 개입하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페미니스트들의 횡포가 심해지면서 남자들의 인권도 말이 아니게 심해졌습니다. 이들을 언제까지 두고봐야 합니까?” 지난 주말 청와대 개시판에 올라온 청원으로 페미니스트(여권신장론자)들의 과도한 권리주장으로 남성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해 젊은이 몇몇에게 물었더니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젠더 이슈가 가장 민감하다”면서 “토론장이나 사적인 자리조차 말하기가 극도로 조심스러워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또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는 물론이고 몸짓, 손짓, 눈짓 하나도 마음 편하게 못할 지경”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러다 유머와 위트마저 사라져 웃음을 찾기 어려운 무미건조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유통·식품업계가 최근 젠더 논란의 불똥을 뒤집어썼다. 편의점 GS25가 이달 초 이벤트 포스터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쟁에 불이 붙었다. 포스터의 손가락 모양과 소시지 등의 이미지가 급진적인 페미니즘 커뮤니티(매갈리아)와 연관성이 있다는 지적과 항의가 이어진 것. 엄지와 검지를 작게 펼친 손동작이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는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를 이유로 GS25의 불매 운동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급기야 GS25 측은 사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고 해당 포스터를 내렸다. 이 밖에도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는 페미니스트를 광고모델로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또 다른 업체들은 자사 상품을 든 손 모양이 급진적인 페미니즘 커뮤니티의 로고와 흡사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로부터 ‘남성 혐오’라는 지적을 받았다. 해당 업체들은 “남성 혐오 의도가 없었다”면서도 오해에 대한 사과와 함께 포스터 등 관련 이미지를 삭제하거나 교체했다. 과도한 논란이란 것을 알면서도 불매 운동에 나설 태세이니 어쩔 수 없이 빠른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잘 알려진 대로 서양인들은 상대방을 모욕할 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엄지를 치켜세우면 ‘만족한다, 당신 최고’ 등의 의미로 상대방에게 호감을 표시하는 게 된다.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미얀마 시민들과 태국 시민들은 ‘세 손가락’을 치켜들어 ‘권위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주고 있다. 이는 한 영화에서 민중들이 독재에 대한 저항의 사인으로 사용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세계인들은 검지와 중지를 펼쳐 ‘승리의 V’자로 사용한다. 그런데 한국 20대 남성은 집게 모양의 손가락을 남성을 비하, 조롱하는 혐오 표현으로 받아들인다니 의아하다. 양성평등을 추구해야 할 우리 젊은이들이 젠더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해져 있는 게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남초’, ‘여초’ 사이트 등 인터넷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무분별하게 분출되는 편가르기는 사라져야 한다. ‘된장녀’, ‘김치녀’ 등으로 시작됐던 반사회적인 특정인에 대한 비난성 단어들이 이제는 ‘한남충’(한국남자벌레) 등 남성이나 여성 전체를 일반화하는 의미로 사용되는 데 심각성이 있다. 여성과 남성이 각각의 권리 주장을 위해 상대를 비하한다면 ‘제 얼굴에 침뱉기’와 다를 바 없다. 더 큰 걱정은 젠더 갈등을 선거 등에 이용해 보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다. 여당은 4·7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 유권자의 지지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분석에 따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소위 ‘이대남 표심잡기’에 몰두하고 있다. 모병제 전환, 남녀평등복무제 제안을 비롯해 군 복무 기간을 승진 기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가 우수장학금과 채용할당제 등으로 여성을 우대하는 정책이 표심을 멀어지게 했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야당 인사는 여당이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했으니 ‘이대남’이 돌아선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여야가 표 계산에 젠더 갈등을 부채질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직장과 가정 등 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남녀 차별적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적인 언행은 그 어떤 이유로도 삼가야 한다. 그렇다고 해도 젊은이들이 젠더 갈등으로 서로를 비방하며 얼굴을 붉혀서야 어찌 공정사회를 만들 수 있겠나. yidonggu@seoul.co.kr
  • “이남자 잡으려 여성징병?… 정치공학적 접근은 안 돼”

    “이남자 잡으려 여성징병?… 정치공학적 접근은 안 돼”

    “20대女 15.1% 여성주의 표방 정당 찍어이념 대결보다 권위 향상 목소리 주목해야여성주의 탓 20대男 등 돌렸다는 與 분석페미니즘 몰이해, 젠더 갈등 해소 어려워조직문화 개선·여성할당제 도입 등 필요”“20대 젠더 갈등보다 20대 여성의 15.1%가 여성주의 등을 표방한 소수정당 후보에 표를 던진 것에 주목해야 한다. MZ세대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장은 1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남성의 72.5%가 여당에서 보수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에 대해 관심이 쏠렸지만 더 중요한 것은 20대 여성들이 여야 이념 대결을 넘어 여성 권위 향상을 지향하는 후보에 표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몇 년 전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 등을 체험하며 자신의 주장을 솔직히 표방하는 젊은 여성들이 정치권의 주요 변수로 등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대 여당과 야당 등이 아닌 기타 정당 후보 지지율을 보면 전 연령과 성별 중 20대 여성이 가장 높았다. 30여년 동안 여성의 정치 세력화를 위해 활동해 온 김 소장은 현재 국회의장 산하 성평등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김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녀의 투표 행태가 다르게 나타난 데 대해 “20대 남성이 20대 여성과는 달리 여당에 등을 돌린 것은 민주당이 여성주의에 올인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며 “소외되고 배제된 여성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주체로 등장하면서 젠더 갈등이든 안티페미니즘 논쟁이든 여성과 남성을 대결구도로 놓고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행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이와 관련해 20대의 젠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여권에서 제기되는 여성징병제나 남성의 군 가산제 재도입 등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남성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우리 조직문화와 사회를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본격적으로 대두된 2030 여성들의 목소리를 정치권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국회의원 지역구 여성할당제 의무화와 지방자치단체장 여성 할당제 도입을 꼽았다. 그는 “국회 및 지방의회 비례대표 50% 여성 할당을 넘어 앞으로 지역구 의원 30% 여성 할당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며 “내년 지자체장 선거에서 여성 할당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기성 정치권에서 하나의 정치적 세력임을 간과하고 무시했던 2030 여성들의 요구와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빛과 따뜻함 좇아간 여성의 삶…시공간 넘나드는 석유 이야기, 연극 ‘오일’

    빛과 따뜻함 좇아간 여성의 삶…시공간 넘나드는 석유 이야기, 연극 ‘오일’

    어둡고 춥고 배고픈 가족들의 날카로운 예민함이 객석까지 그대로 전달됐다. 너무나 당연히 함께하고 있는 ‘빛’이 없는 공간은 그 자체로 불안하고 불편함을 준다. 그렇다면 빛과 연료가 차고 넘치도록 충만하면 행복할까? 풍족하게 누리던 밝고 따뜻함을 다시 잃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난 1일 개막해 9일까지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오일(OiL)’은 석유의 탄생과 종말을 둘러싼 여러 질문을 객석에 던진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다소 독특하다. 그동안 남성들의 무대가 주를 이뤘던 석유라는 소재를 여성의 이야기로 그려낸다. 메이와 에이미라는 두 모녀가 인류가 본격적으로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 석유가 고갈되었을 것이라 가정한 21세기 중반까지 약 200년에 달하는 시공간을 넘나든다.1889년 영국 콘월의 한 농장을 배경으로 시작해 1908년 테헤란, 1970년 헴스테드, 2021년 바그다드를 거쳐 2051년 다시 콘월로 시간이 움직이는 동안 어두컴컴하고 차가웠던 무대에도 점점 빛이 더해진다. 그러나 환해지는 공간과 달리 모녀에게는 끊임없이 긴장과 갈등이 이어진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20세 임신부 메이는 낯선 방문객이 가지고 온 석유 램프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사랑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1889년). 영국 식민지 테헤란에서 딸을 데리고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인다(1908년). 다국적 석유회사 대표로 일하며 많은 부를 거두고 안락한 삶을 누리지만 탐욕에 사로잡힌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는 딸 에이미와 거듭 갈등한다(1970년). 그리고 엄마를 떠나 바그다드 사막에 머문 에이미(2021년)와 다시 빛을 잃고 어두워진 싱거 농장(2051년) 이야기가 이어진다.석유의 역사라는 방대한 흐름 속에 놓인 두 모녀는 그저 자신의 욕망과 안락,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존재들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와 대화, 주변 인물들과의 상황은 계급주의와 여성주의, 제국주의,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국내에서 초연된 영국 극작가 엘라 힉슨의 ‘오일’은 극단 풍경이 ‘작가-작품이 되다 장 주네’, ‘작가‘에 이어 3년간 펼친 ‘작가展’의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박정희 극단 풍경 대표와의 오랜 인연으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소리꾼 이자람이 메이로 처음 정극에 도전해 진중한 연기를 보여줬고, 그룹 이날치 프로듀서 겸 베이스 연주자 장영규가 음악을 맡아 극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 넣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대남 잡으려다 이대녀 놓칠라… 국민의힘, 이준석 여혐 논란 곤혹

    이대남 잡으려다 이대녀 놓칠라… 국민의힘, 이준석 여혐 논란 곤혹

    4·7 재보궐선거 이후 ‘20대 표심 잡기’에 나선 국민의힘이 젠더 이슈 앞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연일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젠더 갈등 발언을 쏟아내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는 가운데 당 차원의 정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사이 이 전 최고위원의 공격적 발언이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국민의힘 김재섭 비상대책위원은 6일 비대위 회의에서 최근 불거진 젠더 논쟁에 대해 “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해석을 달리해 일어난 일”이라면서 “국민의힘이 지금까지 20대 여성 생각을 들여다보지 못했고, 20대 남성 목소리를 경청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논쟁과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즉각 유감을 표명하며 “(이 전 최고위원의) 여혐 선동을 기회주의적으로 용인하는 것은 공당이 취할 수 있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 기사에 대해 “여혐한 적도,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자고 한 적이 없음에도 반여성주의자로 몰고 가려는 것은 전체주의적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맞서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이 전 최고위원의 적극적인 ‘이대남’ 대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대남’을 잡다가 ‘이대녀’(20대 여성)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에서는 적극적인 입장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여성할당제 비판 등에 김병민 비대위원이 “우리 당은 정강 정책 중 10대 기본 정책을 정해 양성평등을 주요 정책으로 채택했다”고 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를 두고 그간 젠더 이슈에 대해 당내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당내 50~60대가 주류다 보니 젠더 이슈를 쫓아가기 어려워하거나 무관심한 데다 젠더 이슈가 워낙 팽팽해 고민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청년 정치인들의 입에서만 젠더 이슈가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도 한계다. 당이 재보궐선거에서 어렵게 잡은 2030세대의 표심을 이어 가고,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기성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손’ 하나에 주가 출렁 기업 흔든 젠더갈등… 강연은 시작도 전에 공격당한 페미니즘

    ‘손’ 하나에 주가 출렁 기업 흔든 젠더갈등… 강연은 시작도 전에 공격당한 페미니즘

    엄지와 검지로 만든 손 모양, 월계수 잎, 초승달이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GS25 포스터 남혐 논란에 여성들 반박 ‘아수라장’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가 지난 1일 홍보용으로 만든 이벤트 포스터(위)가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물(아래)을 차용해 남성들을 조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브랜드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에 불똥이 튄 것이다. GS25 불매운동에 나선 남성들은 해당 회사 주가 끌어내리기에 동참했고 이에 대응한 여성들의 ‘방어 투자’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까지 젠더갈등에 휩싸인 모양새가 됐다.●주가 쥐락펴락·불매운동… 경찰 홍보물도 ‘불똥’ 3일 GS리테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0원(2.37%) 떨어진 3만 495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거래량은 전 거래일(34만 3401주)보다 66.6% 증가한 57만 2254주를 기록했다. 장이 열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 네이버 금융 GS리테일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만 1558개로 집계되는 등 남녀 투자자들의 기 싸움이 벌어졌다. “이번 기회에 ‘페미’(여성주의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남성들과 “꼬투리 잡고 우기지 마라”는 여성들의 글로 뒤범벅이었다. GS25 포스터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소시지를 집는 듯한 손 모양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 디자인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뜻을 담은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GS25는 논란이 터지자 포스터를 수정하고 사과문을 냈지만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런 마케팅을 남성 혐오로 규정하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GS리테일이 내부 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명했다는 글이 게시됐으나 남성들은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며 분노했다. 해당 논란은 서울경찰청 등이 배포한 개정 도로교통법 홍보물로 옮겨붙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홍보물을 제작한 A사는 “디자이너는 40대 남성”이라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확대하는 모양을 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감한 MZ세대 , 감정적 남녀 대치 경계해야 ” 이번 사태를 두고 이남자·이여자로 불리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젠더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MZ세대에서 여성과 남성이 감정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전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성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여성 인권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강연 중단은 물론 총여학생회 폐지까지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일부 남학생, 강연자 신상 털고 여총 공격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본명 박수연·24)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주의자인 하씨의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학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로 남성 혐오적인 강연을 열어 포항공대의 이미지를 실추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지원팀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유선 항의를 유도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하씨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여성단체 “명백한 사상검증…여학생 보호해야” 여성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리셋, 유니브페미 등 12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씨의 강연을 재개하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며 우려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강연은 시작도 전에 공격당한 페미니즘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여성 인권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강연 중단은 물론 총여학생회 폐지까지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일부 남학생, 강연자 신상 털고 여총 공격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본명 박수연·24)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주의자인 하씨의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학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로 남성 혐오적인 강연을 열어 포항공대의 이미지를 실추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지원팀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유선 항의를 유도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하씨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 여성단체 “명백한 사상검증…여학생 보호해야” 여성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리셋, 유니브페미 등 12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씨의 강연을 재개하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며 우려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메갈리아 손모양에 ‘허버허버’ 자막…1박2일 남성혐오 논란

    메갈리아 손모양에 ‘허버허버’ 자막…1박2일 남성혐오 논란

    지난 2일 방송된 KBS 간판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 남성혐오 논란에 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1박2일’의 제작진이 붙이는 자막에 페미니즘 사이트 메갈리아의 손 모양과 남성혐오 단어로 여겨지는 ‘허버허버’가 등장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메갈리아는 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 돌려준다는 ‘미러링’을 운동 전략으로 사용해 주목받았는데 극우 사이트 ‘일베’처럼 특정한 손가락 모양으로 이용자들끼리 인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박2일’의 자막에 대해 일부 네티즌은 손가락 모양이 메갈리아의 로고에 등장하는 모양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 손모양은 편의점 GS25의 광고포스터와 경찰의 홍보물에도 등장했다는 논란을 낳았다.GS25 측은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공식 사과에 나섰지만, 남성 소비자들 중심으로 불매운동 조짐까지 일고 있다. 경찰청도 취지와 다른 오해를 낳았다며 해당 포스터를 수정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1박2일’ 자막에 등장한 ‘허버허버’란 단어에 대해서는 남성 혐오적이냐 아니냐를 두고 여러 논란이 있다. 단어의 유래는 전라도 사투리인 ‘허벌나게’를 변형해서 급하게 먹는 소리나 허둥지둥 급하게 무엇인가를 하는 행위를 표현한 인터넷 신조어로 여겨진다. ‘1박2일’에서는 출연진들이 야외 바닷가에서 음식을 먹으려 하는데 갈매기가 날아들자 김종민씨가 갈매기를 급하게 쫓으며 음식을 먹으려는 상황을 묘사하는데 ‘허버허버’가 사용됐다.지난 4월 7일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20대 여성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인 이후 젠더 갈등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안티 페미니즘 논쟁을 벌이고 있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3일 “나보고 남성 페미니스트라 그러는데, 솔직히 페미니즘이 뭔지 잘 모르고 페미니스트란 명칭을 사양한다”면서 “내가 페미니스트의 편을 든다면, 그것은 그저 페미니스트와 안티페미니스트의 얘기를 각각 들어봤을 때 논리적으로 페미니즘 쪽의 주장이 합당하고, 안티페미니즘의 주장들은 형편없다는 판단에서 취하는 태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의 보궐선거 패배 이유를 “2030 남성의 표 결집력을 과소평가하고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하다 나온 결과”라고 진단했는데, 이에 대해 진 전 교수는 질 나쁜 포퓰리즘이자 안티 페미니즘이라고 비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반성폭력 활동가 강연 막은 포항공대 학생들

    반성폭력 활동가 강연 막은 포항공대 학생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가 추진한 여성 인권활동가 초청 강연이 일부 재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강연 중단은 물론 총여학생회 폐지까지 요구하며 온라인 시위에 나섰다. 여성 시민사회단체들은 3일 공동성명을 내고 여성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포항공대 총여학생회는 지난달 30일 반성폭력 활동가인 하예나(본명 박수연·24)씨를 초청해 ‘여성운동과 디지털 성폭력’을 주제로 온라인 강연을 열 예정이었다. 하씨는 2016년 한국 최대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인물로 2018년 BBC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주의자인 하씨의 강연이 예고되자 포항공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남성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학내외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우리가 낸 학생회비로 남성 혐오적인 강연을 열어 포항공대의 이미지를 실추한다”고 주장하면서 학생지원팀 전화번호를 게시하고 유선 항의를 유도했다. 이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하씨 강연 취소와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청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오고 실제 항의 전화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총여학생회 구성원에 대한 신상털이 위협도 확인됐다. 논란이 계속되자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강연을 연기하기로 했다. 여성의당 서울시당 대학생위원회, 리셋, 유니브페미 등 12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여성전진 공동행동은 이날 성명을 통해 하씨의 강연을 재개하고 여학생들을 보호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연사의 행적이 본인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부세력까지 끌어들여 탄압하는 것은 명백한 사상검증”이라면서 “이런 일이 반복해 용인되면 여성 폭력과 혐오가 정의로운 행동처럼 합리화된다”며 우려했다. 총여학생회에 대한 백래시(반발성 공격)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8년 5월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성소수자인 은하선 칼럼니스트 초청 강연을 열었다가 학내 반발에 직면했고 이 일이 계기가 돼 이듬해 1월 학생 투표를 거쳐 총여학생회가 폐지된 바 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편의점 홍보물에 등장한 손모양·월계수잎·초승달이 남성혐오?…주식시장까지 흔드는 젠더갈등

    편의점 홍보물에 등장한 손모양·월계수잎·초승달이 남성혐오?…주식시장까지 흔드는 젠더갈등

    엄지와 검지로 만든 손 모양, 월계수 잎, 초승달이 주식시장을 흔들고 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GS25가 지난 1일 홍보용으로 만든 이벤트 포스터가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상징물을 차용해 남성들을 조롱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당 브랜드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에 불똥이 튄 것이다. GS25 불매운동에 나선 남성들은 해당 회사 주가 끌어내리기에 동참했고 이에 대응한 여성들의 ‘방어 투자’가 이어지면서 금융시장까지 젠더갈등에 휩싸인 모양새가 됐다. 3일 GS리테일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850원(2.37%) 떨어진 3만 4950원으로 마감했다. 거래량은 전 거래일(34만 3401주)보다 65.6% 증가한 56만 8748주를 기록했다. 남녀 투자자들은 온종일 이 회사 주식을 놓고 기 싸움을 벌였다. 장이 열린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 사이 네이버 금융 GS리테일 종목토론방에 올라온 게시글만 1558개로 집계됐다. “이번 기회에 ‘페미’(여성주의자)들에게 본때를 보여 주겠다”는 남성들과 “꼬투리 잡고 우기지 마라”는 여성들의 글로 뒤범벅이었다. GS25 포스터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소시지를 집는 듯한 손 모양이다. 일부 네티즌은 이 디자인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조롱하는 뜻을 담은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GS25는 논란이 터지자 포스터를 수정하고 사과문을 냈지만 이번엔 수정본 역시 서울대의 한 여성주의 학회 상징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남초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런 마케팅을 남성 혐오로 규정하고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날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GS리테일이 내부 회의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명했다는 글이 게시됐으나 남성들은 진정성이 없는 사과라며 분노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이남자·이여자로 불리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젠더갈등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얼마 전 논란이 됐던 ‘허버허버’(급한 행동을 뜻하는 의성어로 일부는 남성혐오로 해석) 표현부터 이번 GS25 포스터 논란까지 MZ세대에서 여성과 남성이 감정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건전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않도록 이성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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