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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몰카 범죄 ‘편파 수사’ 규탄 집회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몰카 범죄 ‘편파 수사’ 규탄 집회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여성들이 9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는 이날 오후 3시께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를 개최했다. 경찰 추산 1만 5000여명(주최측 추산 2만 2000여명)이 모여 여성들만의 집회로는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 경찰은 몰카를 신고해도 수사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이철성 경찰청장은 ‘홍대 몰카 사건’ 편파 수사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몰카 찍는 사람도, 올리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구속 수사해야 한다”면서 “피해자 죽이는 몰카 판매, 유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로 붉은색 의상을 입고 “불편한 용기가 세상을 바꾼다”,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화장실 몰카를 ‘미러링’(특정 대상의 말과 행동을 거울처럼 따라하는 행위)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집회 참가자가 남성 가면을 쓰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연기를 시작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한 집회 참가자 6명이 무대에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모델 안모(25)씨가 홍익대 회화과 실기수업 도중 남성 모델 A 씨의 나체 사진을 몰래 찍어 올린 바 있다. 집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홍대 몰카범에 대한 경찰 수사가 ‘성차별 편파 수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성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더 신속하고 엄중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동일범죄 동일처벌’로 같은 범죄라면 성과 상관없이 수사하고 처벌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그 남자의 위험성,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남자의 위험성, 당신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서늘한 신호/개빈 드 베커 지음/하현길 옮김/청림출판/456쪽/1만 8000원“브라이언은 친구 파티에서 처음 만났어요. 거기 있던 사람한테 내 전화번호를 물어봤나 봐요. 내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메시지를 3개나 남겼더라고요. 싫다 했는데도 너무 끈질기게 졸라서 데이트했어요. 일단 만나고 나니까 정말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어요. 내가 뭘 원하는지 항상 아는 것 같았죠. 내가 한 모든 말을 기억했어요. 그게 좀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쾌했어요.”캐서린은 파티에서 브라이언을 처음 만나 데이트까지 했다. 그가 딱히 좋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친절했기에 차마 그를 떼어내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위험 신호는 꽤 있었다.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을 조사해 전화번호를 허락 없이 알아낸 일, 메시지를 3개나 남기는 일 등이다. 특히 캐서린은 자신이 스스로 보낸 중요한 신호인 ‘불쾌감’을 그냥 넘겼다. 캐서린은 결국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브라이언의 친절은 점점 과해졌고, 캐서린이 이를 거부하자 그는 급기야 목숨까지 위협하는 스토커로 돌변했다. ‘서늘한 신호’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협박, 폭력, 강간, 살인과 같은 각종 범죄를 다룬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반드시 어떤 신호가 있으며, 누구나 이를 알아차릴 직관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명확한 이론이나 과학적인 실험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이 맡았던 사건이나 상담 사례를 분석했다. 학대받는 여성이 ‘다시 돌아가면 남편이 잘 대해 주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해 다시 돌아갔다가 살해당한 사례, 우연히 사업 제안을 받고 나서 단호히 거절하지 못해 협박을 받게 된 사례, 우편물 폭탄으로 의심되지만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가 참혹한 결말을 맞은 사례 등 생생한 사례들이 담겼다. 저자는 우리에게 범죄의 신호를 잘 살피고, 직관에 좀더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예컨대 브라이언처럼 스토커가 될 수 있는 남자들은 “아니요”라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여자를 먹잇감으로 고른다. 지나칠 정도로 자상함을 보이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도움을 베푸는 식으로 여성에게 ‘감정의 빚’을 만들어 거절하지 못하게 한 뒤, 고리대금업자처럼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성의 뜻과 상관없이 동거나 결혼 등을 요구하고, 여성이 두려움을 느껴 이를 거절했을 때에는 정신없이 몰아치고 잔혹한 범죄까지 저지른다. 이들에게 대처하는 실제 방안은 특히 눈여겨볼 부분이다. 캐서린은 브라이언이 33번째 걸었던 전화까지 참다 결국 받은 뒤 말싸움을 했는데, 이는 사건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전화를 피하려고 전화번호를 바꾸기보다 우선 새 전화번호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려주고, 브라이언이 지칠 때까지 이전 번호로 전화하게 하는 게 더 유용하다고 조언하는 식이다. 저자는 어머니가 자신의 아버지를 총으로 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동생이 잔혹하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등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다. 자신의 경험을 남들이 겪지 않도록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폭력 예측 및 관리에 관한 미국 최고 전문가가 됐다. 1980년 레이건 대통령팀의 초청인사를 경호하는 ‘특별서비스조직’ 책임자로 임명된 이후 미국 국무부에서 일하며 한국 대통령, 영국 총리, 스페인 왕 등의 공식적인 방문 경호를 담당했다. 미 법무부 대통령자문위원, 유명 인사들의 스토커를 연구하는 프로젝트의 수석자문관 등으로 일했다. 책은 2003년 출간한 ‘범죄신호’(황금가지)에서 삭제된 부분을 다시 보강하고 오역을 정리해 최근 새로이 출간했다. 출판사 측은 “책이 절판되고 나서도 책을 찾는 독자들이 많아 책을 다시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총기 사용이 합법인 데다 정서적으로 우리와 다른 점이 많아 우리 상황에 꼭 들어맞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15년이나 된 책을 좀더 많은 여성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성폭행 혐의’ 조상우, 피해 주장 여성 2명 ‘무고죄’ 맞고소

    ‘성폭행 혐의’ 조상우, 피해 주장 여성 2명 ‘무고죄’ 맞고소

    성폭행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소속 조상우(24)가 해당 피해를 주장한 여성들을 무고죄로 고소했다. 8일 검찰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등 혐의를 받는 조상우는 피해를 주장한 여성 2명을 이날 무고죄로 인천지검에 고소했다. 조상우는 고소장을 통해 “당시 성폭행이 아닌 합의에 따른 성관계였기 때문에 여성들이 신고한 내용은 사실과 다른 허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상우와 같은 혐의를 받는 박동원(28)은 이들 여성에 대한 무고죄 고소장을 검찰에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최근 개정된 ‘성폭력 수사매뉴얼’을 검토한 뒤 무고 혐의 수사 시점을 결정할 방침이다. 대검찰청이 지난달 말 개정해 전국 59개 검찰청 여성아동범죄조사부에 배포한 성폭력 수사매뉴얼에 따르면 성폭력 사건 수사가 끝날 때까지 무고 수사는 하지 않는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고소가 오늘 들어왔다”며 “수사 시점은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상우와 박동원은 지난달 23일 새벽에 넥센 선수단 원정 숙소인 인천의 한 호텔에서 술에 취한 여성 A씨를 성폭행하고 A씨 친구 B씨도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당일 오전 5시 21분께 B씨로부터 112 신고를 받고 닷새 만인 지난달 28일 이들을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이달 1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준강간 및 강간미수 혐의로 조상우와 박동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4일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보강 수사를 지휘했다. 두 선수는 경찰 조사에서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거나 먼저 술자리를 떴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비서’ 박서준♥박민영 밀당로맨스 케미 폭발..시청률 최고 6.5%

    ‘김비서’ 박서준♥박민영 밀당로맨스 케미 폭발..시청률 최고 6.5%

    ‘김비서가 왜 그럴까’가 단 2회만에 강력한 파급력을 선보이며 아찔한 밀당로맨스에 불을 붙였다. 지난 7일 방송된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이어가며 수목드라마 시장을 뒤흔들었다. 케이블, 위성, IPTV를 통합한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 평균 5.4%, 최고 6.5%를 기록하며 케이블-종편 포함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tvN 타깃 시청층인 2049 시청률은 평균 4.3%, 최고 5.4%를 기록, 지상파 포함 전 채널 1위를 차지하며 수목극 강자로 떠올라 앞으로의 상승세가 주목된다. (전국 가구 기준/ 유료플랫폼 / 닐슨코리아 제공) 2화에서는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퇴사를 선언한 김미소(박민영 분)에게 이제는 결혼이 아닌 연애를 제안하는 이영준(박서준 분)의 모습이 그려지며 시청자들을 완전히 홀렸다. 지난 방송에서 이영준은 퇴사하겠다는 김미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프러포즈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김미소에게 받은 대답은 “혹시 술 드셨어요?”라는 말 뿐. 생애 첫 거절을 당한 이영준은 멘붕에 빠지고 말았다. 이영준은 김미소라는 존재는 ‘나만을 위한 맞춤 슈트’같다며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김미소는 후임 신입비서 김지아(표예진 분)에게 차곡차곡 인수인계를 준비하면서도 빈틈없는 일처리로 이영준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에 이영준은 아무리 잡으려고 해도 잡혀지지 않는 김미소에 자꾸만 애가 닳고 급기야 부속실 직원들의 회식 자리까지 참여했다. 이영준은 김미소를 계속해서 주시하며 집까지 바래다주는 배려 아닌 배려를 보였다. 그러면서 김미소에게 “내가 김비서와 연애해주겠다는 뜻이야”라고 이번엔 결혼이 아닌 연애를 제안해 김미소를 당황케 했다. 김미소는 “부회장님. 제 스타일이 아니세요”라며 연애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이영준을 충격에 빠지게 했다. 특히 “평범한 남자와의 평범한 로맨스를 바랄 뿐”이라는 말에 이영준은 김미소의 퇴사를 받아들이는 듯 보였다. 다음날 넥타이를 매주려는 김미소에게 “됐어. 이제 그만 해도 돼”라며 냉정하게 거리를 두기 시작한 것. 갑작스럽게 차가워진 이영준의 태도에 김미소는 묘한 서운함을 느꼈다. 그러나 이는 모두가 이영준의 큰 그림이었을 뿐. 이영준은 신입비서 김지아에게는 인수 인계받는 ‘척’을 지시하는가 하면 김미소가 원하는 이성에 대한 설문조사까지 받아내 여심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이어 김미소가 호감 가는 이성과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알아낸 이영준이 김미소 앞에 멋있게 등장해 이영준의 연애 밀당이 과연 성공할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한편, 이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해 실수투성이 김미소가 ‘비서계 레전드’로 성장하기까지의 모습이 공개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9년 전, 김미소의 실수로 이영준이 중요한 디너 파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심한 질책을 당했다. 서러움에 눈물을 흘리던 김미소는 그만두겠다고 버럭 소리를 지르지만 이내 후회를 했다. 집안의 빚과 두 언니의 학비가 남아있던 것. 다행히도 “감히 나한테 대든 근성만은 인정해주지”라는 이영준의 용서로 김미소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9년동안 김미소가 자신의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으로 짠내를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퇴사를 원하는 자’ 김미소와 ‘퇴사를 막으려는 자’ 이영준이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해 꿀잼을 선사하고 있다. 결혼이니 연애니 하며 무턱대고 당기기를 시도하는 이영준을 깔끔하고 담백하게 밀어내는 김미소의 모습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여주인공의 걸크러시를 느끼게 한다. 반면, 김미소의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려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이영준의 귀여운 밀당이 여심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두 사람의 설렘 가득한 밀당이 어떻게 진행될지 다음 전개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박서준과 박민영의 연기 합이 상상을 뛰어넘는 케미를 발산하며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박서준은 자칫 오글거릴 수 있는 자기애 가득한 대사를 특유의 잔망매력으로 소화해 내며 진정한 ‘로코 장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머리부터 발 끝까지 김미소 캐릭터 그 자체인 박민영이 박서준의 대사를 가뿐히 받아 치자 시원한 사이다를 선사한다. 또한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치열한 모습은 20, 30대 직장인 여성들의 공감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어 시청자들의 무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여성 감독이 상업영화? 기회의 확장이죠”

    “여성 감독이 상업영화? 기회의 확장이죠”

    내몰린 여성들 다룬 ‘미씽’ 이후 프랜차이즈 영화 맡아 다들 갸웃 “다양한 영화 한다는 믿음 중요…현실 뿌리 둔 웃음에 또다른 쾌감”‘어벤져스’, ‘쥬라기 월드’, ‘미션 임파서블’ 등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영화(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시리즈로 기획되는 영화)는 늘 국내 극장가를 휩쓸지만 정작 우리 영화계에선 시리즈 영화 제작이 드물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장군의 아들’, ‘가문의 영광’, ‘조폭마누라’, ‘여고괴담’ 등의 시리즈 영화들이 명멸해 간 가운데 최근에는 지난 2월 3편을 내놓은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유일했다. 이런 가운데 2015년 개봉 당시 262만명의 관객을 모았던 ‘탐정: 더 비기닝’이 속편 ‘탐정: 리턴즈’를 선보여 프랜차이즈 영화로 입지를 굳힐지 관심을 모은다. 관객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추리극에 능청스럽고 지질한 캐릭터에 완연히 녹아든 권상우와 성동일의 코미디 연기 호흡이 어우러진 ‘탐정’은 대중의 평균 취향에 맞춤한 상업영화다. 이 영화를 ‘미씽: 사라진 여자’를 연출한 이언희 감독이 맡아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깜짝 관람해 화제를 모은 ‘미씽: 사라진 여자’(2016)는 사회에서 내몰린 여성들을 품고 이해하려는 진중한 통찰과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이 감독의 전작 ‘…ing’(2003), ‘어깨 너머의 연인’(2007) 역시 투톱 여성 주연을 내세워 ‘관계’를 탐구한 작품들이다. 때문에 그의 전작을 아는 이들이라면 이번 선택에 고개를 갸우뚱할 법하다. “저도 처음엔 제작사에서 제안을 받고 ‘저한테 왜 농담하시냐’, ‘저한테 왜 이러시냐’고 했어요(웃음). 1편이라는 분명한 비교 대상이 있는 상황이고 신인도 아니고 ‘미씽’도 많은 응원을 얻은 상황에서 속편을 한다는 건 본격적으로 비교되는 싸움에 뛰어드는 거잖아요. 하지만 목표가 생겼죠. 여성 감독에게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 상업영화를 함으로써 여성 감독에게 붙는 꼬리표에서 자유로워지고 ‘이 감독은 다양한 영화를 할 수 있구나’란 믿음이 생기게 해야겠다고요.”오는 13일 개봉하는 ‘탐정: 리턴즈’는 1편에서 미제 사건을 해결한 콤비, 만화방 주인 강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탐정 사무소를 열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경찰 2계급 특진도 마다하고 사무소를 개업한 노태수, 만화방을 닫으며 아내에게 갖은 구박을 받는 강대만은 손님이 없어 고전한다. 그러다 우연히 맡게 된 사건은 파헤칠수록 몸집과 무게를 불리며 유쾌한 코미디에 중심을 잡아 준다. 이 감독은 “전작 ‘미씽’이 불편하고 갈수록 긴장해서 등이 의자에서 떨어져 앞으로 나가는 얘기라면, ‘탐정’은 점점 등을 의자에 기대며 보는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미씽’을 보고 제게 기대가 생기신 관객도 있겠지만 이번 영화는 정반대의 반향을 목표로 한 영화예요. 범인이 누구인지, 사건의 실체가 뭔지 스릴감에 치중하기보다는 현실에 뿌리를 댄 웃음과 고민에 주력하며 캐릭터와 한껏 친해지는 과정을 보여 주려 했죠.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가 나오면 관객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다 친근함을 느끼고 그 안의 서사를 익혀 나가잖아요. 그와 마찬가지예요. ‘탐정’이라는 영화를 하나의 마을이라 보면 캐릭터와 친해질수록 속편이 나올 때마다 하나의 세계가 확장되는 거죠.” 때문에 이 감독은 사회적 메시지가 분명하고 감독의 철학을 드러내는 전작에서의 부담감을 내려놓고 ‘탐정’ 세계의 일원이 되기로 했다. “사람들이 함께 이해하고 울어 주고 공감해 주는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 소진된 면이 있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들에게 거는 기대가 전혀 달라요. 관객들이 웃어 주고 즐거워해 주길 바라요. 2시간 동안 웃을 수 있다는 건 이야기 자체에 관객들이 끌려들어가는 거잖아요.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웃음의 최종 선택자는 관객이기 때문에 감독으로서는 다른 종류의 쾌감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인 거죠.” 이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어깨 너머의 연인’과 ‘미씽’ 사이 9년의 공백기가 눈에 띈다. 그는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여성 감독의 작품, 여성 주인공 영화가 아직도 극소수인 우리 영화계의 현실이 투영된 공백기인 셈이다. “기회가 주어질 거라 생각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죠. 전작들이 크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고요. 공백기 때의 시간이 너무 아쉽고 앞으로의 시간도 아쉬워요. 이번 영화를 선택한 것도 기회의 폭을 넓히고 싶어서였어요. 하고 싶은 걸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할 수 있었죠.”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공동육아] 문화재였던 ‘종 공장’까지 개방… 공동육아 공간으로 활용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공동육아] 문화재였던 ‘종 공장’까지 개방… 공동육아 공간으로 활용

    독일은 영유아 보육에 있어 독일 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가 각자 역할을 나눠 맡는다. 아동 수당처럼 독일 시민이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보육 정책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독자적으로 운영한다. 지역 문제를 가장 잘 아는 공동체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지방정부가 공간이나 자금 등을 지원하는 식이다. 독일의 소도시 자르부르크에서는 공동육아를 실천하려던 주민들이 공간 문제를 겪자 문화재였던 공장 터를 내놓았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추진하는 우리에게 독일 사례는 정부가 각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독일 라인란트팔츠주의 자르부르크를 방문하면 우뚝 솟은 굴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과거 뜨거운 쇳물로 종(鐘)을 만들던 공장의 굴뚝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누구에게나 개방된 카페에 공동육아 공간이 있다. ‘사회문화센터’란 이름을 가진 이곳은 종 공장과 공동육아 시설을 결합해 문화와 돌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2004년부터 가족 가치 수호를 목표로 활동해 온 지역공동체 ‘가족을 위한 연합’은 2008년 본격적으로 돌봄과 문화를 결합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로 하고 마을에 있던 마빌리온 종 공장(1770~2002)의 터를 떠올렸다. 자르부르크 시는 후계자가 없어 문을 닫은 공장의 가치를 보존하고자 이곳을 문화재로 지정했다. 예술역사학을 전공한 사회문화센터 관리자 아네테 바르트는 여기를 마냥 문화재로만 남겨 두기보다는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랐다. 결국 시는 공간 운영을 맡는 조건으로 연합에 종 공장 터를 내줬다. 바르트는 “인구가 8000명 남짓한 자르부르크는 대도시에 비해 돌봄 인프라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아이와 노인 돌봄, 세대 간 결속 등을 위해 공동체를 결성하게 됐다”면서 “연합의 활동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 시의 결정이 더해져 지금의 사회문화센터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연방 정부는 이 센터를 여러 세대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다세대 하우스’로 인증해 지원금을 주고 있다. 지역공동체와 주정부, 연방 정부의 힘을 모두 모아 새 공간을 만들어 냈다.이처럼 시가 가진 공간에 민간의 돌봄·복지 서비스 기관이 들어선 건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슈투트가르트의 ‘남부가족센터’도 마찬가지다. 30년 전 작은 공간에서 공동육아를 시작한 남부가족센터는 2001년 10월 장애인복지시설과 노인요양시설 등과 함께 ‘게브루더 슈미트센터’에 들어왔다. 게브루더 슈미트센터는 보험업에 종사하던 헤르만, 루돌프 슈미트 형제가 사후에 회사 건물을 시에 기증하면서 탄생한 곳이다. 1층에 장애인을 위한 사회보장센터가 있고, 2·3층엔 요양시설, 4층엔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거실을 공유하는 주거시설이 있다. 남부가족센터는 요양시설이 있는 3층 한편에 정원을 끼고 있다. 2017년 연방 정부는 게브루더 슈미트센터 전체를 ‘다세대 하우스’로 등록했다.남부가족센터의 관리자인 아네테 룽에는 “센터는 자발적으로 꾸려졌지만 시와 연방 정부의 지원으로 부모와 아이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지원은 하되 ‘낮은 문턱’과 ‘열린 공간’ 등 우리 공동체의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독립성을 인정해 줬기 때문에 오랜 시간 운영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문화센터와 남부가족센터 모두 해당 지역의 실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회문화센터는 인근 룩셈부르크로 출퇴근하는 부모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아이들을 돌봐 준다. 문화나 예술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점을 고려해 영유아는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위한 연극, 음악 교실 등도 운영한다. 남부가족센터는 이민자와 다른 도시에 온 사람들이 많은 슈튜트가르트의 인구 특징을 반영해 돌봄 서비스와 함께 이들을 위한 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한 독일이지만 연방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보편적 보육 정책도 있다. ‘아동 수당’이 대표적이다. 독일 정부는 한 해 44조원(2015년 기준)에 달하는 예산을 아동 수당으로 지급한다. 예전에는 어머니 취업 여부와 가구 소득 등에 따라 차등을 두고 줬지만 1975년부터는 18세 미만 모든 아이들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올해 기준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는 한 달에 194유로(약 24만원), 셋째 아이는 200유로(약 25만원), 그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모두 225유로(약 28만원)씩 지급받는다. 자녀에게 장애가 있을 땐 수급 연령에 제한이 없으며 실업 상태면 21세까지, 교육을 받는 중이면 25세까지 받는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대되면서 독일 정부는 돌봄 사각지대인 3세 미만 영아에 대한 사회적 보육도 늘리려고 노력 중이다. 2013년부터 만 1세 이상 모든 아동이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했고 보육시설 확충을 위해 예산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미취학 아동에 대한 보육료는 소득에 따라 다를 뿐 아니라 주별로도 지원금 액수에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발생하는 지역 간 격차를 메우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몫이다. 자르부르크 사회문화센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 내 5개 초등학교에 ‘방과후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에 힘쓰고 있다. 3세 미만 영아 돌봄이 주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일이라면 방과후 보육은 아직까지 전방위로 확대되지 못한 정책이다. 바르트는 “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일할 수 있도록 사회문화센터 차원에서 돌봄 교사를 교육하는 과정을 만들고 있다”면서 “후에 시와 협력해 교사 인증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자르부르크·슈투트가르트(독일)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공동육아] “獨도 보육시설 부족 하지만…개선 희망에 30대 출산붐”

    [독박육아·저출산의 대안-공동육아] “獨도 보육시설 부족 하지만…개선 희망에 30대 출산붐”

    “독일도 저출산을 이겨내려고 지난 50년간 부단히 노력했어요.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이제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죠.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합니다.”지난달 11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독일 아동청소년정책연구소에서 아동 보육과 사회적 서비스를 연구하는 브리짓 리델 박사가 독일의 보육 현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사회적 보육을 확대하려는 정부와 지역공동체 덕분에 육아 환경이 크게 나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한 보육시설과 여성에게만 지워진 육아 부담 등은 독일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리델 박사에 따르면 독일 내 3세 미만 영아에 대한 보육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아이를 낳기 전부터 보육기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간신히 자리를 구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기관의 돌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우리나라로 치면 가정 어린이집과 유사한 ‘타게스 무터’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도 많다. 리델 박사는 “인맥이나 연줄 등을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보육기관에 일찍 등록하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독일 정부와 주정부, 지방정부가 이를 해결하려고 보육시설을 짓지만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면 대개 여성이 일을 그만두거나 시간제로 근무한다. 마더센터를 이용하는 부모도 대부분 육아휴직 중인 여성이나 주 30시간 미만 근무하는 여성들이었다. 실제 독일 아동청소년정책연구소가 2016년 발간한 ‘독일의 교육’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6세 이하 아이가 있는 가구 중 남성의 86%는 전일제로 근무했지만 여성은 단 18%만 이에 해당했고 38%는 시간제로 일했다. 리델 박사는 “노동의 유연화가 대개 여성에게만 적용되다 보니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육아휴직 관련 법제를 정비해 아빠의 육아휴직률이 8%에서 40%로 늘었지만 여전히 스웨덴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선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리델 박사는 독일의 보육 환경이 앞으로 개선될 거란 희망을 갖고 있다. “독일 정부와 주정부가 다양한 보육 정책을 합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사이 마더센터나 가족센터, 다세대 하우스와 같은 지역공동체가 제 역할을 해 주고 있다”면서 “최근 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부는 ‘출산붐’도 그러한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뮌헨(독일)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생각나눔] 안 꾸밀 권리 ‘탈코르셋’… 성평등 운동 기폭제 될까

    [생각나눔] 안 꾸밀 권리 ‘탈코르셋’… 성평등 운동 기폭제 될까

    최근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에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탈코르셋 인증’이 유행하고 있다. 긴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화장품을 버리는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여성에 대한 고정화된 사회적 시선에서 탈피하겠다는 시도다. 성평등 운동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탈코르셋 운동이란 보정 속옷을 뜻하는 코르셋을 벗어버린다는 의미로, 화장·브래지어 착용 등 여성에게 당연시되던 외모 관리를 줄이는 실천을 뜻한다.최근 화장품을 부순 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김혜원(21)씨는 7일 “탈코르셋을 인증하니 어떤 사회적 족쇄가 풀리는 기분이 들었고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됐다”면서 “내 삶과 시간을 더 즐기게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대학생 조소현(21)씨는 “하루에 화장하는 시간을 20분으로 계산하면 1년이면 4일이 넘는 시간”이라면서 “꾸밀 권리뿐만 아니라 꾸미지 않을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닉네임 ‘한국여자’로 활동하는 유튜버 차지원(24)씨의 ‘한국여자의 하루 탈코르셋’ 영상은 24만뷰를 초과했다. 이 영상에서 차씨는 1시간 이상 걸리던 꾸밈 시간을 절반으로 줄인 하루 일과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 준다. 차씨는 “다른 사람의 시선, 남성적 시선에서만 벗어나도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많이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화장법을 알려 주는 영상을 올리던 뷰티 유튜버 ‘우뇌’도 “더이상 메이크업 영상을 올리지 않겠다”며 ‘탈코르셋’을 선언했다. 탈코르셋을 결심하게 되는 순간도 다양하다. 대학생 조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여기저기서 “화장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원치 않는 화장 강요에 분노를 느낀 조씨는 일을 그만두고 말았다. 대학생 고예리(20)씨는 교회에서 만난 여중생들이 자신의 화장에 대해 ‘품평회’를 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탈코르셋 운동을 시작했다. 화장이 여성만의 전유물로 인식되며 어린 여중생들에게까지 대물림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탈코르셋 운동은 남성 중심적 사회 속 차별을 거부하는 여성들의 저항으로 인식된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의 취지와도 맥이 닿아 있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는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시장 권력에 대한 젊은이들의 저항이자 남녀 주체의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여자다워야 한다는 억압에 대해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우려의 시선도 만만찮다.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기에는 현실의 벽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이다.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활동가는 “탈코르셋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직제·복장 규정 등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와 관련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장 거부와 짧은 머리 등 단순한 ‘여성의 남성화’만이 탈코르셋의 본질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종갑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장은 “한 가지 여성적 특징만을 놓고 ‘여성적’이라 말하는 것은 과거지향적인 발상”이라면서 “개인 표현의 자유를 가부장제의 한 방향으로 해석하거나 생각의 선택지를 좁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패션 아이콘’ 케이트 스페이드 자살 왜?

    ‘패션 아이콘’ 케이트 스페이드 자살 왜?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패션 디자이너 케이트 스페이드는 6년 전부터 극심한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업 파트너이자 남편 앤디 스페이드와 10개월 전부터 별거에 들어가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앤디 스페이드는 6일 뉴욕타임스에 “부부 관계, 결혼생활에 대한 근심으로 그녀가 힘들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케이트는 49살 때부터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아왔다”면서 “하지만 그녀는 수년간 적극적으로 우울증을 극복하려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으며, 우리는 그날(사건 당일) 밤에도 연락을 했었는데 그녀는 행복해 보였다. 자살할 것 같은 징후는 전혀 없었기에 소식을 듣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 아파트를 구해 살았다. 딸 프랜시스는 번갈아가며 돌봤고 그날 딸은 나와 함께 있었다”면서 “프랜시스를 데리고 함께 휴가를 떠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케이트가 극도의 좌절에 부딪혔던 것은 남편인 자신이 이혼하길 원했기 때문이라는 추측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지난 35년을 함께한 우리는 법적 별거 상태도 아니었고 단 한번도 이혼을 논의한 적은 없었다. 가장 친한 친구로 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시도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케이트의 언니 레타 사포는 지역 언론인 캔자스시티스타 신문에 “그녀의 자살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 아니다”라면서 “케이트가 자신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줄까봐 우울증 치료를 거부했었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 현장에서는 케이트가 13살 된 딸 프랜시스 스페이드에게 남긴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뉴욕포스트에 (엄마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1993년 남편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핸드백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를 만든 케이트는 톡톡 튀는 색감과 프린트로 샤넬, 프라다에 이어 미국 여성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다른 피해자 위해 헌신하는 할머니 삶에서 위로 얻어”

    “다른 피해자 위해 헌신하는 할머니 삶에서 위로 얻어”

    “평생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견뎌 오며 이제는 다른 피해자를 위해 헌신하는 길원옥 할머니의 삶에서 위로를 얻습니다.”6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2회 길원옥 여성평화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선정된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조 대표는 성 인권 향상과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위해 힘써 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길원옥 할머니께서 인정하고 지지해 주시는 것이 굉장히 뜻깊다”면서 “값지고 명예로운 상을 받아 기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300만원이 수여됐다. 조 대표는 2001년 국내 성 산업에 유입된 외국인 여성과 위기 청소년에 대한 지원 활동을 시작으로 성매매 피해자 인권 보호 활동을 18년째 해 오고 있다. 성매매 반대운동 단체 연합인 ‘한소리회’ 사무국장과 성매매 피해자 자활지원 단체 ‘다시함께센터’ 소장도 역임했다. 최근에는 10대 가출·성매매 청소년을 위해 일하고 있다. ‘길원옥 여성평화상’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전 세계에 알린 길원옥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여성 인권과 평화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여성 활동가들의 공로를 기리고자 제정됐다. 지난해 길원옥 할머니가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 초대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100만원이 씨앗기금이 됐다. 시상식은 이날 열린 1338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와 함께 진행됐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미스 아메리카, 외모로 평가 않겠다”

    미투 영향 등 ‘문화적 혁명’ 평가 미국의 대표적 미인 선발대회 ‘미스 아메리카’가 97년 역사의 상징이었던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 이를 두고 양성 평등 시대에 ‘문화적 혁명’이라는 평가와 미인 선발대회의 목적에서 어긋난 결정이라는 주장이 엇갈렸다. 그레첸 칼슨(51)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수영복 심사 및 이브닝드레스 심사 등의 퇴출을 골자로 하는 ‘미스 아메리카 2.0’ 계획을 밝혔다. 칼슨은 “미스 아메리카는 더는 미녀 선발대회가 아니다. 출전자의 역량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면서 “모든 체형과 모든 체격의 여성에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슨에 따르면 미스 아메리카 2.0부터 출전자와 심사위원단의 대화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CNN은 미스 아메리카의 대대적 변화는 전 세계적인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칼슨은 “우리는 용기를 되찾은 여성들이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문화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미스 아메리카 2.0은 오는 9월 9일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개최된다. 영국의 유명 앵커 피어스 모건은 “미스 아메리카 참가자들이 외모가 아니라 지성으로 경쟁하고 싶었다면, 대회에 출전할 것이 아니라 신경과학을 연구했을 것”이라면서 “급진적인 페미니스트가 여성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관행을 관에 넣고 못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NYT, “케이트 스페이드 가방을 사는 것은 미 여성들에게 성년을 맞는 의식이었다” 애도 표해

    NYT, “케이트 스페이드 가방을 사는 것은 미 여성들에게 성년을 맞는 의식이었다” 애도 표해

    미국의 유명 핸드백 브랜드 ‘케이트 스페이드’의 공동 창업자인 케이트 스페이드(사진·본명 캐서린 브로스나한)가 5일(현지시간) 생을 마감했다. 55세. 스페이드는 이날 오전 미 뉴욕 파크 애비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침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현장에서 유서도 발견됐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인을 자살로 보고 조사 중이다.  패션 디자이너이자 사업가인 스페이드는 뉴욕에서 발간되는 패션잡지 ‘마드모아젤’ 기자로 일을 시작했다. 1993년 남편 앤디 스페이드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고, 핸드백뿐 아니라 액세서리, 옷 등 다양한 패션상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특유의 밝은 색감과 프린트로 인기를 얻었으나, 스페이드 부부는 1999년 브랜드의 지분 56%를 명품 백화점 운영 기업인 ‘니먼마커스그룹’에 매각한 데 이어 2007년 나머지 지분을 다른 패션업체 ‘리즈 클레이본’에 모두 넘긴 뒤 회사를 떠났다. 스페이드는 2016년 CNBC 인터뷰에서 가정 생활에 집중하기 위해 회사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스페이드 부부는 딸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프랜시스 발렌타인’을 만들어 활동을 이어 갔으나 케이트 스페이드 브랜드 관련 소송 등을 겪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NYT는 “케이트 스페이드 가방을 사는 것은 미 여성들에게 성년을 맞는 의식이었다”면서 “스페이드는 그녀가 만든 브랜드의 얼굴이자, 토리 버치(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 창업자)나 제나 라이언스(패션 브랜드 ‘J크루’ 대표)와 함께 현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개척한 디자이너”라며 애도를 표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미스 아메리카 수영복 심사 폐지 논란… “페미니스트가 아름다운 관행에 대못질”

    미스 아메리카 수영복 심사 폐지 논란… “페미니스트가 아름다운 관행에 대못질”

    미국의 대표적 미인 선발대회 ‘미스 아메리카’가 97년 역사의 상징이었던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 이를 두고 양성 평등 시대에 ‘문화적 혁명’이라는 평가와, 미인 선발대회의 목적에서 어긋난 결정이라는 주장이 충돌한다.그레첸 칼슨(51) 미스 아메리카 선발대회 조직위원장은 5일(현지시간) ABC방송 ‘굿모닝 아메리카’에 출연해 수영복 심사 및 이브닝 드레스 심사 등 퇴출을 골자로 하는 ‘미스 아메리카 2.0’ 계획을 밝혔다. 칼슨은 “미스 아메리카는 더는 미녀 선발대회가 아니다. 출전자 역량을 외모로 평가하지 않겠다”면서 “모든 체형과 모든 체격의 여성에 개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칼슨에 따르면 미스 아메리카 2.0부터 출전자와 심사위원단의 대화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미국 50개 주와 워싱턴DC를 각각 대표하는 출전자들은 각자의 열정과 지성, ‘미스 아메리카’의 사명에 대한 견해 등을 피력해야 한다. 또 대회의 또 다른 상징 이브닝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된다. 모든 출전자는 각자의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옷을 자유롭게 입으면 된다. CNN은 미스 아메리카의 대대적 변화는 전 세계적인 ‘미투’(#나도 피해자다) 운동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칼슨은 “우리는 용기를 되찾은 여성들이 여러 사회적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문화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미스 아메리카 2.0은 오는 9월 9일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에서 개최된다. 미스 아메리카는 1952년 시작한 미스 USA와 함께 미국 미인 선발대회의 양대 산맥이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스 USA는 참가자의 외형적 아름다움에 중점을 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쇼로, 참가자에게 더 많은 노출을 요구한다. 반면 미스 아메리카는 비영리 단체이며 자원 봉사 단체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 온라인 매체 슬레이트는 “단지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고 미스 아메리카가 진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미인대회라는 특성상 결국 심사위원단은 외모로 채점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유명 앵커 피어스 모건은 “미스 아메리카 참가자들이 외모가 아니라 지성으로 경쟁하고 싶었다면, 대회에 출전할 것이 아니라 신경과학을 연구했을 것”이라면서 “급진적인 페미니스트가 여성의 미모에 감탄하는 관행을 관에 넣고 못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참가자들의 꿈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왜 죄악시하는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트리뷴은 모건의 비판에 대해 “여성의 본질적인 가치가 그녀의 육체적인 모습이라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모건 등 남성주의자들은 전 세계로 방송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스피도(남성용 수영복)를 입고 등장해 신체 구석구석은 전 세계 수백만 시청자에게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숄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엔딩, 현실 속 ‘미투’처럼 싸움의 시작”

    “숄 두르고 거리로 나서는 엔딩, 현실 속 ‘미투’처럼 싸움의 시작”

    경찰에게 성폭행을 당한 여자가 밤거리를 내달린다. 강간범들을 신고하기 위해 밤새 병원과 경찰서를 전전하지만 피해자인 그는 외려 비난과 폭언, 공격의 대상이 된다. 영화 ‘미녀와 개자식들’(원제: 뷰티 앤 더 독스)은 이렇게 성폭행이란 사건 자체보다 무능과 무책임, 무감각으로 일관하는 폭압적인 관료제가 더 악몽일 수 있음을 고발한다. 끔찍한 시스템을 통과하고 난 여주인공은 흔들리던 마음에서 솟는 내면의 힘을 자각한다. 그가 숄을 목에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마지막 장면이 망토를 두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은 그래서다. 성폭행 피해자의 2차 가해를 다룬 이 영화로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던 튀니지의 사회파 감독 카우테르 벤 하니아(41)가 아랍영화제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최근 칸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받은 그의 작품 ‘튀니지의 샬라’(2014)와 ‘미녀와 개자식들’(2017)은 튀니지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한다. 하지만 여성 혐오, 성폭력, 성폭력 2차 가해, 여성들을 억압하는 남성 중심의 사회 등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이루고 있는 여성 인권, 페미니즘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며 국경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과 넓은 공감대를 이룬다. ‘미투 운동’을 경험한 국내 관객들에게도 그의 영화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지난 1일 개막한 아랍영화제에서 그의 영화 상영 및 감독과의 대화 시간은 모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4일 서울 홍대의 한 호텔에서 만난 벤 하니아 감독은 “지난 주말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이고 풍부한 피드백을 받고 정말 행복했다”며 “내 영화가 관객에게 인식의 변화를 심어 주고 삶에 새로운 영감을 줬다는 말을 들으니 감독으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미녀와 개자식들’은 실제 2012년 튀니지에서 경찰들에게 성폭행당한 여성이 하룻밤 새 5차례 경찰서를 전전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사건이 알려지고 튀니지에선 거리 시위가 일어났고 범죄를 저지른 경찰은 2년 만에 징역 14년의 처벌을 받게 됐다. 감독은 “절망적인 상황에도 끝까지 굴하지 않았던 실제 피해 여성의 용기에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뿐 아니라 성폭행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건에 무감한 경찰, 여성들에 대한 비뚤어진 고정관념과 폭력적 시선을 공고히 하는 평범한 남자들의 언행도 ‘폭력’이자 ‘범죄’라고 생각해 영화 속에서 ‘악의 평범성’을 드러냈다”고 했다. 여주인공이 숄을 목에 두르고 밖으로 뛰쳐나가는 마지막 장면은 망토를 두른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를 연상시킨다. 이에 대해 감독은 “그렇게 의도한 게 맞다”며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미묘하게 암시하려 했던 거니까 말하진 마세요(웃음). 영화 속 미리암은 성폭행 신고를 무마시키려는 관료 사회의 공포스러운 시스템을 경험하고 극복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고 내면의 힘을 찾게 돼요. 영화에서는 엔딩이지만 그 마지막 장면이 우리 현실에서는 싸움의 시작인 거죠.” 벤 하니아 감독은 주로 다큐멘터리로 영화를 직조하거나 극영화에 삶과 밀착된 이야기들을 들여보내는 작업을 해 왔다. 차기작에서도 시리아 난민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어떤 가공의 이야기보다 실제 우리 삶의 이야기가 더 놀라울 때가 많아 관객에게 더 많은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의 민낯을 보여 주는 게 흑백 논리로 세상을 보려는 이들에게 이면을 보여 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피해자를 돕는 남성 화자들의 입을 빌려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거듭 전한다. “영화 속 주인공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존중을 부정하는 사회와 정의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자신의 힘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걸 알게 되죠. 분노, 공포,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피해자의 감정을 공감하게 될 때 세상의 변화도 이뤄질 거라 믿습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금녀의 벽’ 또 깨졌다… 사우디, 24일부터 여성운전 허용

    ‘금녀의 벽’ 또 깨졌다… 사우디, 24일부터 여성운전 허용

    군입대 이어 또 하나의 새 역사 여성 인권운동가 구금에 비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의 운전 행위를 금지해 온 이슬람 수니파 원리주의 국가 사우디아라비아가 처음으로 여성 운전면허증을 발급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이 지난해 9월 여성의 운전을 허용하는 칙령을 내린 지 8개월 만이다. 사우디 국영 SPA통신 등은 4일(현지시간) 사우디 교통총국의 발표를 인용해 “여성들에게 사우디 운전면허증이 발급됐다”고 보도했다. 알아라비야는 “사우디에서 역사적인 순간이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운전면허를 손에 쥔 이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레바논 등지에서 국제면허증을 취득한 10명으로 사우디 각 지역의 교통총국에서 시험과 검사 등을 거쳤다. 사우디 문화정보부의 국제커뮤니케이션센터(CIC)는 “다음주에 약 2000명의 여성에게 운전면허를 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면허증으로 레바논, 스위스 등에서 운전을 했던 레마 자우다트는 사우디 당국의 운전면허증을 받고 “나에게 운전이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선택권을 뜻한다”며 감격했다. 그러나 아직 여성의 운전이 허용된 것은 아니다. 사우디는 면허 발급 절차를 일단락하는 오는 24일부터 여성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할 방침이다. 현재 면허 취득을 희망하는 여성들은 교육을 받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차량공유서비스 우버 등 취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왕국이 여성 운전을 허용한 결정에는 개혁 군주를 자처하는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뜻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왕세자로 책봉된 이후 여성 인권을 신장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지난 1월에는 여성의 축구경기장 입장을 허용했고 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군 입대를 할 수 있는 길을 터줬다. 그럼에도 사우디 사법당국은 여성의 운전할 권리를 위해 싸운 여성 운동가 등 17명을 사회 안정을 해친다는 이유로 체포했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2일 이들 중 8명을 임시로 석방했지만 9명에 대해서는 “위협의 증거가 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여전히 구금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 인권사무소는 “여성 인권 문제를 위한 활동 때문에 운동가들을 구금했다면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사우디의 인권 운동가들과 시민들이 체포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논평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와글와글+] 밤길 혼자 걷는 여성 뒤에 남성, 추월해야 할까?

    [와글와글+] 밤길 혼자 걷는 여성 뒤에 남성, 추월해야 할까?

    야근이나 회식 탓에 퇴근이 늦어져 밤길을 혼자 걸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 이때 만일 당신이 여성이고 뒤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면 불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 당신이 남성이라면 앞서가고 있는 여성을 추월해야 할지 아니면 속도를 늦춰 거리를 벌려야 할지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일본에서 이 문제를 두고 때아닌 남녀 분쟁으로 이어졌다. 4일 일본 매체 제이케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한 유명 익명 게시판에 한 남성 사용자가 최근 회식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공유했다. ‘야간에 여성의 뒤를 걷고 있는 남성은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일까’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이 게시글에서 글쓴이는 이와 같은 주제로 동료들과 대화할 때 “난 앞에 가는 여성을 따라가지 않도록 속도를 떨어뜨려 거리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식 자리에 있던 한 여성은 “계속 따라온다면 오히려 무섭다”고 말했고, 다른 여직원들도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래서 글쓴이는 여직원들에게 “그러면 앞서가는 게 좋은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여성은 “무서우니까 (옆으로) 10m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다른 여성들 역시 이 말에 동의했다. 그런데 술자리가 무르익으면서 “대화 주제는 점점 이상한 쪽으로 흘렀다”고 글쓴이는 주장했다. 최종적으로 위와 같이 거리를 두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남성은 여성보다 200m 떨어진 곳에서 천천히 따라오라”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이런 주장을 펼친 여직원은 “남자는 100m를 10초에 뛴다. 더 떨어질 필요가 있다”면서 “20초 정도 여유가 있으면 여성이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100m를 10초에 뛰는 사람은 올림픽에서나 볼 수 있다”면서 “그전에 나온 10m 거리를 두고 지나간다는 말도 만일 도로 폭이 좁다면 소용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 남성은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만일 같은 상황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게시물에는 80건이 넘는 댓글이 이어졌다. 남성 네티즌들은 “치한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길을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속도를 높여 추월했는데 싫었던 거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한 여성 네티즌은 “천천히 우회해서 추월하라. 차가 적으면 일단 차도로 나와도 좋을 것이다”면서 “인도에서 앞지를 수 없는 좁은 길이라면 되도록 가지 말고 돌아가라”고 조언했다. 이어 또 다른 여성 네티즌은 “난 경계심을 갖고 일단 상대방 얼굴을 확인한다. 오른손에는 언제든 경찰에 신고할 수 있게 휴대전화를 들고 왼손에는 방범용 벨을 든다”면서 “범죄자가 존재하는 한 경계를 할 수밖에 없지만 경계한다고 해서 당신을 범죄자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bialasiewicz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남녀유별+] 女가 男보다 혐오감 더 잘 느끼는 이유는?

    [남녀유별+] 女가 男보다 혐오감 더 잘 느끼는 이유는?

    여성이 남성보다 뭔가에 혐오감을 잘 느끼는 이유는 진화적 과정에서 생긴 차이 때문임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발 커티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인간의 혐오감은 질병 예방을 위한 진화 과정에서 발생했으며 크게 6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식품 부패와 성적 문란, 위생 불량, 전염병 매개동물, 이례적 생김새, 그리고 피부 병변이 들어간다.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남녀 참가자 약 2500명을 대상으로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시나리오 75가지를 제시했다. 그리고 ‘혐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부터 ‘혐오감이 극심하게 느껴진다’에 이르는 척도 중 선택해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연구팀이 제시한 모든 시나리오 중 고름이 생긴 상처 감염을 가장 혐오스럽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극심한 땀 냄새와 같은 위생 불량 역시 혐오스러운 것으로 확인됐다. 또 연구팀은 이와 같은 참가자들의 반응을 남녀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대체로 남성들보다 제시된 상황에서 혐오감을 더욱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들은 성적 문란에서 혐오감이 극심했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는 아이를 낳는 데 제한이 있는 여성들은 배우자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했다는 생물학적 사실에서 기인할 수 있지만, 남성이 자손을 남기는 것은 유혹할 여성의 수에 의해서만 제한되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남성은 여성보다 상대적으로 위험한 행동을 더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왕립사회회보’(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특별호(4일자)에 실렸다. 사진=elwynn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여기는 중국] 지하철 여성전용칸 이어 여성전용 수영장 레인 등장

    중국에서 여성들만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 레인이 등장해 논쟁이 일고있다. 4일 중국신문망 영문판(ECNS)에 따르면, 광동성 광저우에 있는 씨자오 수영장이 수영 초보 여성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여성 전용 레인을 만들었다. 여성들은 수영장 내 모든 레인을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성인 남성과 청소년은 여성 전용 레인에서 수영이 일절 금지된다. 여성 전용 레인의 수는 수영장에 오는 여성들의 비율을 근거로 주어진다. 여성을 우선시하는 이번 결정은 지난해 광저우시가 운영하기 시작한 ‘지하철 여성 전용칸’과 유사한 성격의 것으로, 일부 여성들의 불만이 반영됐다. 수영장 관리자 황 지아룬은 “일부 여성들이 종종 자신보다 더 빨리 수영하는 남성들에게 걷어차이거나 수영장이 매우 붐빌 때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진다고 말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여성 전용 레인은 해당 수영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한 여성은 “난 빠른 편이 아니라서 내 뒤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의 속도를 늦추게 했다. 그래서 이 조치가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반면 온라인상에서는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여성 전용 레인이 공정한가에 대해 반박이 제기됐다. 네티즌들은 “수영을 빠르게 하는 남성들을 위해서도 별도의 레인이 있어야 한다”라거나 “여성 전용레인은 성차별적인 조치”라고 주장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사설] 몰카 범죄 솜방망이 처벌, 남녀 갈등을 부추긴다

    여성 8명의 사진을 몰래 찍은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두 달 동안 여성들의 허벅지와 다리 사진을 12차례나 찍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출이 심한 짧은 치마로는 보이지 않고, 비정상적인 위치나 각도로 찍지 않았다”며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노출이 많든 적든 무방비 상태에서 자신도 모르게 신체 일부가 찍혔다는 사실 자체로 이미 인격 침해를 당한 피해 여성들로선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몰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데도 법원이 이처럼 솜방망이 처벌을 내놓는 건 몰카 범죄 처벌 대상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2008년 판례를 통해 피해자의 옷차림과 노출 정도, 촬영자의 의도와 경위,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런 느슨한 잣대가 노출이 심하지 않거나 전신 사진 등을 멀리서 찍은 몰카범이 무죄를 선고받는 근거가 된다. 또한 판사 성향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부위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인 현실도 시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몰카 범죄는 지난 10년간 전체 성폭력 범죄 중 가장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대검찰청의 범죄 분석 통계를 보면 몰카 범죄 발생 건수는 2007년 564건에서 지난해 6612건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그러나 처벌은 시늉에 그쳤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2년 10월부터 2015년 4월까지 몰카 범죄로 인해 형이 선고되거나 확정된 1심 판결 216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은 9%(20건)에 불과했다. 남성 가해자가 98%인 상황에서 나온 이런 온정적인 판결은 여성들에게 아직도 우리 사회가 남성 중심 사고의 견고한 벽에 갇혀 있다는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나아가 홍대 몰카사건에 대한 여성들의 집단 분노처럼 남녀 갈등을 부추길 뿐이다. 디지털 시대에 갈수록 교묘해지고 흉포해지는 몰카 범죄를 근절하려면 시대에 뒤처진 관련법을 시급히 개정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노출 부위가 어디냐가 아니라 피해 여성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처벌 기준으로 명확히 정립돼야 한다. 법이 정의를 구현하지 못하고,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 여성들은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페이스북의 여성 반라 사진 삭제에 반발해 일부 여성단체가 벌인 ‘상의 탈의’ 시위를 심상하게 봐서는 안 된다.
  • 정현백 여가부 장관 “몰카 범죄, 한 사람 영혼 파괴하는 것”

    정현백 여가부 장관 “몰카 범죄, 한 사람 영혼 파괴하는 것”

    “방심위, 신고된 300여건 삭제 가해자 엄벌·2차 피해 없애야 미투 이전과 다른 사회로 발전”“가해자를 엄벌하고 2차 피해를 없애지 않으면 ‘직장 내 성폭력’은 반복될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폭로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이전과 전혀 다른 사회로 나가려면 우리가 모두 힘을 모아야 합니다.” 4일 서울 서대문구 메가박스에서 열린 서울여성국제영화제 ‘위드유’(#With You) 토크 콘서트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미투 운동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날 정 장관을 포함한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원미경 ‘법무법인 원’ 변호사, 신희주 여성문화예술연합 감독, 배우 이영진 등은 토크 콘서트에 앞서 직장 내 성폭력을 다룬 영화 ‘아니타 힐’(감독 프리다 리 모크)을 함께 관람했다. 권 활동가는 “성차별적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2차 피해를 막으려면 독립적인 여성들의 연대, 그리고 여론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선 유럽처럼 노조를 강화하거나 북미처럼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 장관은 “미투 운동으로 대중의 요구도 늘었지만 제도나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가부를 비롯한 정부를 믿고 도움을 요청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촬영물(몰카)은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최근 여가부로 300여건의 신고가 들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삭제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 ‘아니타 힐’은 직장 내 성폭력이란 개념조차 생소하던 1991년 미국 연방대법관 인준 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이자 자신의 상사였던 클래런스 토머스의 성희롱을 고발한 변호사 아니타 힐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힐의 증언은 미국 페미니즘과 시민권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힐은 현재 할리우드의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폭로 후 ‘할리우드 성폭력 척결과 직장 성평등 진작을 위한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 사진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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