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여성들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이성수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양하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이븐파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 상담실
    2026-08-11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1,736
  • [취중생]중국 여성의 일기가 보여준 봉쇄된 우한 일주일

    [취중생]중국 여성의 일기가 보여준 봉쇄된 우한 일주일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 전쟁에서 대부분의 개인은 자기 자신 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 국가 체제의 보호는 없다. 나는 다행히 어린 편이지만,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이번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궈징(29)은 봉쇄된 우한에서 홀로 사는 여성입니다. 그는 중국의 미투 운동에 참여했고, 직장에서 성차별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법률 지원을 도왔습니다. 우한이 봉쇄된 지난 23일부터는 일기를 써서 페이스북 등에 올리고 있습니다. 우한 사람들에게 보낼 마스크를 전달받는 일도 했습니다. 2019년 11월부터 우한에서 지낸 그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도시가 봉쇄되는 일은 전례가 없고,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 아니다”라면서 “사회활동가로서 봉쇄된 도시를 기록하고 싶었고, 나의 삶의 일부분도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우한의 생생한 모습을 담은 그의 일기 일부를 소개합니다. ● 1월 23일 나는 꽤 침착하고 냉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1월 20일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수가 100명이 넘고, 다른 성에서도 확진자가 생겨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머리가 혼란스러웠다. 그전까지 공표된 내용에서 은폐된 정황이 엿보였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한 거리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여러 약국의 의료용 마스크는 몽땅 팔렸으며, 많은 사람은 감기약을 사들였다. 마침 이때 조금 감기 기운이 있었다. 평소였으면 약 없이 그냥 지나갔겠지만,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섰다. 앞 사람이 감기약 4통 사서 나도 1통을 샀다. 1통에 62위안(약 1만원). 조금 비쌌다. 요 며칠 새 나는 계속 마음을 졸인다. 각지에서 들리는 확진 소식을 보면 대부분 15일 전에 우한을 방문했던 사람이었다. 우한은 전국에서 대학생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다. 1월 중순이면 대학생들이 방학을 맞는다. 게다가 지금은 춘제를 앞두고 역을 오가는 인원이 많다. 그런데도 우한기차역은 엄격히 관리·감독 되지 않았다. 나는 춘절에 집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지내던 곳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우한이 봉쇄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봉쇄를 얼마나 이어질까. 무슨 준비를 해야 할까. 모두 알 수 없었다. 최근 화가 나는 소식을 많이 들었다. 많은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입원할 병원은 모자랐다. 열이 나는 환자들은 치료를 받지 못했다. 후베이성의 고위 관료들은 1월 21일 함께 춘제 공연을 관람했다. 친구들은 내게 빨리 물건을 쟁여두라고 했다. 집 밖으로 나가기 싫기도 했고 아직 배달 주문을 할 수 있었다. 배달이 언제 갑자기 끊길지 모른다는 겁도 들었다. 밖이 어떤지 한번 보자는 마음을 안고 문을 나섰다. 거리에는 대부분 중장년층이 있었고, 젊은 사람들은 드물었다. 근처 마트에 가니 계산대 줄이 길었다. 쌀은 이미 거의 동나있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나도 집어 들었다. 어떤 남자는 소금을 많이 샀다. 누군가 왜 그렇게 소금을 많이 사냐고 물었다. 그는 말했다. 혹시 1년 가까이 도시를 폐쇄하면 어떡하냐고. 난 별생각 없이 가방도 없이 나와서 물건을 많이 사지 못했다. 다시 집 밖으로 나오자 조금 전 물건를 사기 위해 경쟁할 때 웃음과 좌절이 떠올랐다. 조금 두려워졌다. 길거리에 보이는 노인들은 이런 상황에서 더 힘겹지 않을까 싶어졌다. 일상용품은 도시가 봉쇄돼도 공급이 되겠지 싶기도 했다. 두 번째로 마트에 가서는 요구르트나 꿀을 사는 약간의 사치를 부렸다. 집에 가는 길에서는 약국에 들렀다. 약국은 출입 인원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약국에서 마스크와 알코올은 이미 다 팔린 뒤였다. 감기약도 부족했다. 내가 약국에서 나갈 때가 되자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시작했다. 한 중년여성은 나를 붙잡고 알코올을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말투에는 생명줄을 찾는 것 같은 절박함이 묻어있었다. 길거리에서 차와 행인은 점점 더 줄었다. 도시 전체가 멈춘 듯했다. 이 도시는 언제쯤 살아날까. ● 1월 24일온 세상이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다. 혼자 사는 나는 이따금 건물 복도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며 다른 사람의 존재를 확인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오랜 시간을 고민했다. 나는 별다른 돈도 인맥도 없다. 나는 아파도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치료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목표 중 하나는 내가 아프지 않도록 하는 게 됐다. 꾸준히 운동해야 했다. 살기 위해 음식도 필요했다. 생활필수품이 잘 공급되는지 알아야 했다. 정부는 도시 봉쇄가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러나 봉쇄한 뒤 도시가 어떻게 정상적으로 작동할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봉쇄가 5월까지 갈 거라고 예상했다. 생존을 위해서나는 내가 생활하는 주변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오늘은 외출을 했는데, 근처 약국과 편의점은 문을 모두 닫았다. 1km 거리의 마트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직 음식을 배달하는 오토바이를 봤다. 조금 위안이 됐다. 마트에는 여전히 음식 쟁탈전이 벌어졌다. 거의 모든 게 팔렸다. 쌀은 조금 남아 있었다. 야채는 무게를 재기 위해 20, 30명씩 줄을 서 있었다. 소시지나 만두, 고기만 샀다.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와 알코올이 없었다. 대신 비타민과 요오드 소독약을 샀다. 평소에 아픈 적이 거의 없어서 집에는 상비약을 두지 않았다. 비타민을 꼬박꼬박 먹기로 했다. 계산하는 줄에서 보니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쓰고 있었다. 다음에 나도 두 겹으로 마스크를 쓰겠다고 결심했다. 앞에 선 부부는 뭘 더 사야 할지 한참 얘기를 하더니 일회용 의료용 장갑을 샀다. 외출할 때 끼겠다고 한다. 좋은 아이디어 같아서 나도 한 상자 샀다. 조금 뒤에 의료용 마스크 재고가 왔다. 1상자에 100개. 2상자를 집었다가 1상자에 198위안(약 3만 5천원)이라는 말에 조용히 1상자를 내려놓았다. 계산할 때 보니 1상자에 99위안(1만 7천원)이어서 조금 후회가 됐다. 그래도 더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 솟았다. 결핍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특히 이렇게 생사가 갈리는 순간에서 말이다. 시장에 또 가니 매대가 절반으로 줄어있었다. 파는 야채도 줄었다. 몇몇 채소와 계란을 샀다. 가게는 드문드문 열었는데, 국숫집은 오늘 안에 문을 닫겠다 했다. 꽃집이 문을 열어서 의아했다. 다음에도 꽃집이 문을 열면 화분을 사기로 했다. 집에 와서는 입었던 옷을 몽땅 빨고, 목욕했다. 깨끗이 생활하는 게 지금은 너무도 중요하다. 하루에 손을 20, 30번씩 씻는다. 반나절이 이렇게 지나갔고 점심밥을 지었다. 한번 외출을 하니 그래도 혼자가 아니란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의 생존 팁도 배웠다. 이 전쟁에서 대부분 개인은 자기 자신 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 시스템의 보호는 없다. 나는 다행히 어린 편이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개인들은 이번 전쟁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 1월 25일우한의 날씨는 지금의 우한처럼 음울하다. 오늘은 춘제다. 원래 명절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지금 명절은 나와 더 상관없는 일이 됐다. 어제 이틀 동안의 경험과 느낌을 인터넷에 올렸는데 예상외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졌다. 내가 아직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친구에게서 우한에서 경험을 기록하라는 제안을 들었을 때 조금 망설였다. 나는 비극의 피해자로 여겨지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 너무 안됐다’라는 인상만 남기고 싶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은 내가 우한에 지난해 11월에 이사 왔다는 걸 몰랐다. 너무 많은 질문을 듣고 싶지도 않았다. 어쩌면 더 근본적인 이유는 내가 비참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성평등을 외쳐온 사회운동가인 나는 잘 알고 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들이 나서서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 기록을 시작하고 많은 도움과 지지를 받았다. 매일 발포 비타민을 먹지 말라는 조언을 받았다.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끼는 방법부터 감기약을 아무 때나 먹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마스크와 알코올을 보내줬고, 친구들은 돈을 보내줬다. 최근 이틀부터 나는 식사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평소의 절반 정도 양만 요리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라는 화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다른 지역 사람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우한 근처 도시에 사는 친구도 있다. 다른 지역에 사는 친구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 어떤 친구는 ‘죽음을 무릅쓰고’ 가족과 만났다. 어떤 친구가 통화 중에 기침을 하자, ‘나가라’고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거의 3시간 동안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나니 밤 11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행복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눈을 감으니 최근 일들이 뇌를 스쳤다. “나는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각을 하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눈물이 쏟아졌다. 무기력했고, 화가 났고, 슬펐다. 죽음도 떠올랐다.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삶에 큰 미련은 없다. 페미니스트로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서로 도왔다. 인생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일이다. 그래도 내 삶이 끝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도시 봉쇄가 풀리면 무슨 일을 하지 생각했다. 그건 어떤 행복일까. 이 시기가 지나면 내 인생도 한 단계 나아갈 것이다. 아침 7시에 잠이 깼다. 병에 대한 공포가 나를 짓누른다. 아침에 코를 풀었는데 약간 피가 나왔다. 무서웠다. 휴지는 버렸지만, 병에 대한 걱정은 지워지지 않았다. 12월 말에 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는 12월 30일에 안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고, 1월 9일에 구이린으로 여행을 갔다. 그때 친구에게 감기가 옮았다. 1월 13일에 우한에 돌아왔다. 약은 먹지 않았지만, 감기는 호전되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친구가 내 집에 며칠 머물렀고, 친구들은 아직 다 괜찮다. 집에서 나가야 하나 고민했다. 열은 나지 않았고 배가 고팠다. 운동을 하고 집 밖을 나섰다. 밖은 조용했다. 마스크를 두 겹으로 썼다. 소용이 없다고 하지만 마스크가 가짜일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국수집이 문을 열었는데, 들어가려고 하자 사장님은 손을 흔들며 영업이 끝났다고 알렸다. 꽃집은 문을 열었는데, 문밖에 국화가 있었다. 조의를 표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꽃집과 5m 떨어진 골목 어귀에도 똑같은 국화가 놓여 있었다. 시장에는 야채는 거의 떨어졌고 만두와 국수도 얼마 없었다. 줄 선 사람도 적었다. 가게에 갈 때마다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집에 쌀이 7kg이나 있는데 2.5kg을 더 샀다. 참지 못하고 만두, 고구마, 소시지, 녹두, 팥을 샀다. 소금에 절인 오리알은 좋아하지 않지만, 만일을 대비해 샀다. 봉쇄가 풀리고도 오리알이 남으면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이다. 문득 병적으로 먹을 거리를 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있는 음식만으로 한 달은 족히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자책할 수 없었다. 똑같은 약국에 갔다. 알코올은 없다고 했다. 직원은 내게 어제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맞아요.” 나는 어쩌면 매일 올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강가를 걸었다. 내 생활은 너무 단조로워지고 있었다. 길에는 개와 산책하는 사람도 보였고, 강가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었다. 갇혀있기 싫었을 것이다. 매일 마트에만 갈 수는 없다. 해가 나면 강가를 걸어야겠다.   ● 1월 26일갇힌 것은 도시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목소리도 갇혀있다. 첫날 웨이보에 일기를 올릴 때 사진이 올라가지 않았다. 글도 쓸 수 없었다. 어제는 글을 사진으로 찍은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내려고 하는데, 이것도 보낼 수 없었다. 1월 24일 쓴 일기는 웨이보에서 5000명이 공유했는데 어제는 45명만 공유했다. 잠깐 나는 내가 글을 잘 못 썼나 고민했다. 인터넷 검열과 제한은 그전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더욱 잔인하다. 많은 사람은 도시가 봉쇄된 뒤 집에 갇혀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의지해 정보를 얻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연락을 한다. 스스로가 고립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일상을 유지하는 일 자체가 큰 도전인 나날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집중할 수 없었다. 오늘도 날이 추웠다. 길 양쪽의 가게는 모두 닫았다. 길에서 3명만 보였다. 1명은 환경미화원, 1명은 수위, 1명은 행인이었다. 국수 가게 앞까지 걸어가면서 8명을 만났다. ● 1월 27일 어제 저녁에는 국수를 먹고, 친구들과 3시간 동안 영상 통화를 했다. 다른 도시에 사는 친구는 아버지가 덤덤하다고 했다. 어쩌면 그가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재난은 인류가 피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2003년에 우리는 사스를 겪었고, 2008년에는 쓰촨 원촨 지진을 겪었다. 어떤 친구는 내년 춘제는 사람들이 별로 모이지 않고, 잘 모르는 친척들과 어색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고 했다. 다들 그렇지 않을 거라고 했다. 어쩌면 한을 풀듯이 사람들을 만나고, 결혼도 재촉할 거라고. 올해는 신종 코로나 때문에 친척들과 만나지 못할 테니 내년에는 더 많이 만날 거라고. 오늘 우한 날씨는 조금 풀렸지만, 여전히 흐렸다. 마트의 야채나 쌀은 거의 텅텅 비었고, 소금도 없었다. 줄 선 사람도 많았다. 나는 그동안 너무 많은 물건을 샀고, 오늘은 잘 참아냈다.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와 알코올이 없었다. 정부청사 앞까지 걸어갔는데 자전거를 탄 중년 여성이 문 앞에서 크게 외치는 걸 봤다. 우한 말이어서 나는 “지도자를 만나게 해 달라”, “20년이다” 정도만 알아들었다. 그는 여러 번 반복해서 외쳤다. 차 몇 대가 들어갔고, 경찰도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동안 그는 계속 외쳤다. 아마 이날이 처음도,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마음이 무거워졌다. 100m 이상 떨어져도 내 뒤에서는 여전히 “지도자를 만나게 해달라”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경찰서 앞에서는 “힘을 합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과 방역 전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방송이 울려퍼졌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방송은 계속됐다. ● 1월 28일봉쇄는 공포를 가져왔고, 사람 사이의 거리도 벌어졌다. 많은 도시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요구한다. 이 조치는 폐렴의 전파를 막기 위해서였지만, 권력 남용도 가져왔다. 어제 광저우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지하철에서 끌어내려졌고, 최루액을 맞았다. 그들이 왜 마스크를 쓰지 않았는지 우리는 모른다. 어쩌면 살 수 없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안내를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떤 이유더라도 외출할 권리까지 빼앗아서는 안 된다. 정부에게는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독려할 수 있는 많은 다른 선택지가 있다. 예를 들면 모든 시민에게 마스크를 줄 수도 있다. 인터넷에서 자가격리된 사람의 집 문을 막는 영상을 봤다. 후베이성 사람들은 외지에서 쫓겨나 갈 곳이 없다. 끔찍한 일이다. 폐렴 예방이 사람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외지에 있는 후베이성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살 곳을 마련해준다. 봉쇄된 상황에서 신뢰를 구축하고 연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제 어떤 기자는 내게 다른 사람들과 만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나는 모르겠다고 했다. 도시 전체는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지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봉쇄는 사람들의 삶을 원자 상태로 만들었다. 다른 사람과 관계는 사라진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어젯밤 8시쯤 창문 밖으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모두가 함께 “우한 힘내라”를 외쳤다. 함께 외치는 일은 개인에게 힘을 준다. 사람들은 연대를 갈망하고, 그 속에서 힘을 얻는다. 생존에 대한 불안도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매일 더 멀리 걷고 있지만, 이곳 사람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많이 걷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회적 참여는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다. 사회적 역할을 맡으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해야 삶은 의미가 있다. 오늘의 우한은 마침내 해가 보였다. 마치 나의 마음처럼. 길가에는 사람들이 좀 늘었는데, 2, 3명의 지역 사회복지사가 조사를 하는 듯 했다. 여성 복지사에게 마스크가 있는지 묻자, 없다고 했다. 다른 남자가 급하게 와서 마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8명의 환경미화원을 인터뷰했다. 6명은 여성이고 2명은 남성이었다. 그들은 매일 6, 7시간을 일한다. 월급은 2300, 2400위안이다. 세금을 떼면 2000위안(약 3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나는 폐렴이 퍼진 뒤 월급은 그대로인지 물었다. 누군가는 춘제 3일 동안은 두 배를 받았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모르겠다고 했다. 그들은 매일 소독약을 받고, 보호장갑을 계속 쓴다. 일회용 장갑은 없고, 대부분 마스크가 부족했다. 사정이 나으면 마스크 20개를 받고, 다 쓰면 다시 받을 수 있었다. 봉쇄 이후 2개의 마스크만 받은 최악의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친절했다. 어떤 사람은 일회용 의료용 마스크가 없어서 스카프로 입을 감쌌다. 나는 가지고 나온 3개의 의료용 마스크를 건넸다. 억양 때문에 내가 잘 알아듣지 못하자, 어떤 이는 잠시 마스크를 뗐다가 곧바로 다시 썼다. 어떤 이는 스스로 마스크를 준비한다. 가족과 다른 이들, 국가를 위해서.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떤 여성은 걱정이 돼서 아들과 며느리는 따로 산다고 했다. 그들은 집 밖을 나가지 않고, 대신 그가 물건을 사서 문 앞으로 가져다준다. 자신도 두렵고 마음이 무겁다고 한다. 그들은 적은 월급을 받고, 기본적인 보호 장구도 받지 못한다. 그런데도 아직 일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노력을 받을 자격이 있을까. 나는 3명의 남성 배달원도 만났다. 그들의 근무 시간은 유동적이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받았다. 적어도 하루에 1, 2개를 받았고, 매일 배달 상자를 소독했다. 손 세정제를 받는 업체도 있었다. 월급이 늘었냐고 묻자, 배달업체나 배달량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어떤 곳은 배달 1건에 평소보다 3.5위안(약 600원)을 더 주고, 어떤 곳은 평소보다 1건당 4위안(약 700원)을 더 준다. 다른 배달 업체는 그대로였다. 편의점 한 곳은 오전 5시에 열고 밤 11시에 닫는데, N95 마스크를 하나 준다고 했다. 알코올은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내가 사람들을 연결하는 포인트가 되기로 했다. 내 위챗 코드를 공개했다. 연락을 환영한다. 당신이 우한에 있고 봉쇄를 끝내는 데 힘을 보내고 싶다면, 함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다. 외지에 있다면 마스크나 필요한 물건을 보내줘도 된다. 받으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겠다. ● 1월 29일2017년 말, 나는 직장에서 성차별을 당한 여성에게 법률지원을 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어제 오후 임신으로 인해 받는 차별에 대한 전화 문의를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남성이었고, 그의 부인은 국가기업의 행정직원이었다. 임신 3개월째인 부인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사가 휴식을 권했다. 휴가를 몇 번 쓰니 회사는 그에게 이 일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가 직접 휴직을 권하지는 않아서, 나는 그에게 일을 계속하면서 증거를 모으라고만 말했다. 마침 그들은 우한에 있는데 먹을거리를 쌓아뒀다고 했다. 봉쇄가 풀린 뒤 그들을 만날지도 모른다. 일자리는 많은 사람에게 걱정거리가 됐다. 춘제 연휴가 2월 2일까지로 늘어났지만, 만약 병이 계속 확산한다면 어떻게 안심하고 출근을 할 수 있을까. 큰 기업은 계속 운영할 여력이 있지만, 작은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는 휴일이 길어지면 입는 타격이 심각하다. 남는 이익은 많지 않고, 월세나 월급의 부담도 있다. 그럼 해고를 택할 수 있다. 여성은 보통 가장 먼저 해고된다. 개인들도 위험을 감수하고 출근을 해야 할지 다들 고민 중이다. 집세를 내야 하고, 돌봐야 할 가정이 있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감세 정책을 펴고, 개인들에게 기본적인 생계 지원을 할 수 있다. 어제는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간호사다. 그는 “너의 일기를 모두 보고 있어. 어떤 말로 너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이 무거워. 나는 오늘 (발병지역에 가겠다는) 신청서를 냈어. 갈 수 있다면 네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함께 싸우고 싶다. 네가 외롭지 않게. 국가의 지원이 부족한 지역도 있지만,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네가 희망과 사랑을 잃지 않길 바라. 네가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는다.” 다 읽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다. 어젯밤에도 친구들과 영상통화를 했다. 어떤 친구는 광저우나 북경에서 식료품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우리는 환경미화원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토론했다. 마스크를 쓰는 법을 소개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는데, 어떤 사람들은 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인터넷에서 어떤 이들은 내게 돈을 환경미화원에게 보내 달라며 돈을 부쳐왔다. 환경미화원을 위한 기부를 받을지 의견을 나눴다. 나는 개인일 뿐이고, 투명성과 공신력을 보장하기 쉽지 않다. 기부를 관리할 시스템도 갖추지 않았다. 일단 이미 받은 돈은 기부하겠지만, 더는 환경미화원을 위한 기부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기부가 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기부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그들의 삶에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 더 어려운 일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환경미화원들과 더 많이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아들과 며느리에게 물건을 사다 준다는 여성을 다시 만났다. 그는 이 일을 한 지는 1년이 넘었다. 이전에 일하던 공장에서 45살에 퇴직했다. 남편은 몇 년 전 세상을 떠났고 아들은 심장병으로 2년 전 수술을 받았다. 아들은 아직 몸이 좋지 않아서 며칠 일하면 며칠은 쉬어야 한다. 그녀는 월급으로 자신의 생계를 유지하면서 아들도 돌봐야 한다. 우한이 봉쇄된 뒤에도 그는 생계를 위해 계속 일을 한다. 아침 11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을 한다. 그는 198위안(약 3만 4000원)을 주고 마스크 100개를 샀는데, 쉬는 시간에 도둑맞았다. 나는 지나가면서 마스크 몇 개를 그에게 건넸다. 그는 내게 고맙다 했지만, 나는 감사 인사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 2월 1일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데 닫힌 국수 가게 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2월 13일 자정까지 후베이성 각 기업은 영업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공고도 붙어 있었다. 믿을 수 없어 한참을 서성였다. 옆 가게는 ‘한 달 동안 쉽니다’는 안내가 붙었다. 마트가 오늘부터 입구에서 사람들의 체온을 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고, 야채가 조금 늘었다. 약국 2곳을 갔는데, 마스크와 알코올은 없었다. 약국에서 사람들은 어떤 감기약을 찾았다. 약은 다 팔린 뒤였다. 어떤 사람들은 대중들이 판단력 없이 감기약을 찾는다고 비판한다. 그런데 인민일보도 웨이보에서 이 약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고 썼다. 사람들은 매일 끊임없이 늘어가는 확진 환자 수를 본다. 만약 특정 약물이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물론 인민일보는 나중에 억제가 예방이나 치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우한 정부도 치료된 환자가 있다고 하면서, 어떻게 완치됐는지는 자세히 밝히지 않았다. 결국 이는 대중들이 특정 약이 있으면 치료가 된다고 믿게 했다. 알고 보니 완치됐다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연스레 나아진 것이었다. 어쩌면 그 사람들의 면역력이 강했을 수도 있다. 마음이 복잡해져서 강가로 갔다. 날이 흐렸다. 어제의 햇빛이 그리웠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국가대표 넘어 미국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 우승하는 게 꿈”

    “국가대표 넘어 미국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 우승하는 게 꿈”

    “이젠 국가대표를 넘어 다가오는 미국 세계주짓수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게 꿈입니다.” 지난해 12월 최연소 한국여자 주짓수(Jiu-jitsu) 국가대표 상비군에 선발된 김시은(21) 선수는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새해 소망을 말했다. 김 선수는 자그만 체구에 앳된 외모로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전국 초중고교 백일장대회에서 여러번 상을 받은 평범한 소녀였다. 우연히 경기 김포시 사우동길을 걷다가 눈에 띈 도장간판을 보고 찾아간 게 주짓수와의 첫 인연이었다. 입문 3개월 만에 전국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어 1·2회 도네이션컵대회를 비롯해 경기도회장배와 세계주짓수협회 IBJJF 주관 국제아시안컵에서 잇따라 우승하고, 지난해 12월에는 주짓수 국가대표 48kg급에 선발됐다. 주짓수협회의 한 관계자는 “시은이는 운동신경이 다른 선수보다 뛰어나고 일반여성보다 힘과 체력이 좋다. 시합할 때 승부욕이 좋고 투지가 넘친다”며, “김포에서 시은이가 최초로 국가대표선수가 됐으며 이처럼 훌륭한 선수가 나와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현재 여성 국가대표는 4명으로 김 선수가 최연소다. 김 선수는 세계대회에 대비해 김포에서 이동해 지난해 아디다스주짓수팀에 합류했다.-주짓수는 어떤 운동인가. “주짓수는 일본의 전통 무예인 유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격투기다. 유도보다 실전 격투 성향이 강해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하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한다. 일본의 전통 무예인 유술(柔術)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주짓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전파된 유러피언 주짓수와 브라질 전통 격투기인 발리 투두와 결합한 브라질리언 주짓수로 나뉜다. 주짓수 경기는 등을 바닥에 대는 경우가 많고 기본적인 움직임이 그라운드기술이 많다. 때문에 처음엔 엉덩이를 떼면서 상대를 미는 동작이라든지, 상대가 내몸 위로 올라왔을 때 튕겨내는 기술 등을 배운다. 3개월가량 기초동작을 배운다. 주짓수는 무기없는 맨손 무기 중 최강이다. 이 중에서 저는 암바가 주특인데 한번 이 기술을 구사하면 끝까지 구렁이처럼 따라가며 집요하게 파고들어, 늪에 빠지는 느낌으로 걸리면 빠져 나오기 어렵다.” -여성으로서 과격한 운동인데 주짓수를 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김포 사우동 거리길을 가다 ‘000주짓수’ 간판이 눈에 쏙 들어왔다. ‘왠지 이거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 간판을 보고 흥미가 생겨 바로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격투장면을 봤는데 정말 왜소한 남자선수가 스모선수처럼 덩치 큰 선수를 정말 갖고 놀더라. 작지만 저렇게 큰 사람을 넘어뜨리고 꼼짝못하게 하는 운동에 감동받았다. 이날 주짓수운동이 진짜 멋있게 보여 나도 배워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체구와 키가 작고 몸무게도 가벼운 나에게 주짓수라는 운동이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때 제나이가 17살인 고교 1학년때였다. 새해 21살이 됐으니까 입문한 지 어느새 4년이 흘렀다.”-초창기 수련시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우리 체육관에 100명의 수련생들이 있는데 이중 여성이 20명가량이다. 당연히 여성 훈련파트너가 부족하다 보니 남자 선수들하고 함께 훈련할 수밖에 없다. 처음엔 서툴러 마구 달려들다가 무릎이나 팔꿈치로 상대 남자선수들의 중요부위를 가격하기도 했다. 이럴 때면 남자선수들이 매우 당황해하더라.(웃음) 또 아빠가 어렸을 때 누워서 비행기 태워주는 놀이처럼 지렛대 원리로 하는 동작인데, 작은 동작으로도 툭 걸면 뒤로 발랑 날아가버린다. 이걸 초반에 많이 당했다. 처음 훈련할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입문 3개월 만에 전국대회 출전해 1등했다고. “맞다. 기초를 마친 입문 3개월 후부터 바로 전국대회에 출전했다. 띠별로 나눠서 대회를 치르는데 흰띠부터 시작하고 파란띠-보라띠-갈색띠-검은띠 순서로 올라간다. 띠 한 등급 올라가는데 보통 2년 걸리나 경기성적이 좋아서 다른 선수들보다 좀 빨리 올라가서 현재 보라띠급이다. 흰띠급 전국대회에 12명이 출전해 성인 여자부 우승을 했다. 이후 유망주로 부상해 한 달에 2경기씩 출전했다. 흰띠급에서는 출전하면 전부 1등을 했다. 일본에서 처음 경기를 했는데 국제대회라 기억에 남는다. 중국선수하고 맞붙어서 30초만에 암바로 KO를 시켜 우승해 너무 기분좋았다. 주특기는 배린보로 기술과 웨이터가드, 스파이더가드 나소 기술이다. 이 기술을 가드로 잡아 암바로 끝내는 기술이 장점이다.”-훈련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투기운동이라 선수들과 바짝 붙어서 하는 운동이다. 남자선수랑 하다보면 피부에 닿을때는 일종의 살기가 느껴진다. 남자선수하고 대면하면 맹수랑 싸우는 느낌인데 맨손으로 사자를 눈앞에 보는 그런 기분이다. 살아야 된다. 이겨야 된다는 생각뿐이다. 서로 봐주는 거라곤 눈꼽만큼도 없고 살기 위해 싸우는 식이다. 그래서 부상도 잦다. 무릎을 자주 다친다. 무릎 외측이랑 내측 인대들이 헐렁해지고 다양한 각도로 쓰다보니 탈구도 많다. 훈련중 탈구돼서 1시간 동안 옴싹달싹도 못한 채 가만히 있었다. 예전에 어깨근육이 찢어져 수술한 적도 있고 무릎이 탈구돼서 3개월간 재활치료를 했다. 그때가 고교생인 18살때였다.” -주짓수를 잘하려면. “‘주짓수는 체스’라는 유명한 말을 있다. 내가 기술을 구사하기 전에 상대의 수를 미리 읽지 못하면 함정에 빠질수 있다. 상대방 선수의 경기스타일이나 심리상태 등을 미리 파악해야 된다는 의미다. 제가 달리기 등 운동신경이 뛰어나지는 못한 편인데 연습만이 살길이다. 하루에 도장에서 세번 나눠 운동한다. 오전에는 9시부터 11시까지 기술연습을 한다. 점시후 쉬다가 기초체력운동을 한다. 헬스장에 가거나 달리기를 1~2시간 운동한다. 저녁에는 7시부터 11시까지 배운 기술을 다른사람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함께 연습 스파링을 한다. 총 하루에 총 12시간 가량 운동하고 있다.” -앞으로 꿈과 바람이 있다면. “주짓수는 옛날에 피겨나 리듬체조처럼 사람들이 잘 모르고 접할 수 없는 운동이었다. 이젠 유명해지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인기가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주짓수를 널리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최종 목표는 세계챔피언을 따는 것이고 25살 때까지 현역선수생활을 할 생각이다. 세계챔피언을 딴다면 후배 양성의 길을 걷고 싶다. 여성들끼리만 따로 운동할 수 있는 도장인 여성전용 주짓수 체육관을 만드는게 바람이다. 한국인 중 성기라 선수가 24살에 최초로 미국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3등을 차지했다. 제가 5월 미국대회에 나가서 2등 이상 수상하면 국내신기록이 된다.” ●김시은 선수 프로필 ▲2000년 1월 3일생, 전남 화순 출신, 김포고 졸업 ▲제1회 도네이션컵 53kg 체급 우승 ▲의정부 주짓수 협회장배 53kg 체급 우승 ▲경기도 회장배 주짓수 챔피온쉽 53.5kg·58.5kg 통합 우승 ▲경기도 주짓수협회 블루랭킹 1위 선정 ▲리그로얄 4 서울 53kg 체급 우승, 앱솔루트 우승 ▲리그로얄 2019 블루랭킹 1위 선정 ▲제2회 도네이션컵 53.5kg 체급 우승, 앱솔루트 우승 ▲제4회 브라질리언 주짓수 넘버원 챔피온쉽 53.5kg 체급 우승, 앱솔루트 우승 ▲니온밸리컵 제3회 53.5kg 체급 우승 ▲아디다스 엘리트 주짓수 선수 정식 계약 ▲마산회장배 주짓수 시합 48.5kg 체급 우승 ▲세계주짓수협회 IBJJF 주관 국제아시안컵 48.5kg 체급 우승 ▲2019년 12월 주짓수 국가대표 48kg급 선발.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칼칼한 국물에 부드러운 식감…인상 험악해도 애주가 녹이네

    칼칼한 국물에 부드러운 식감…인상 험악해도 애주가 녹이네

    뱃사람 쓰린 속 달래준 인기 해장국 흐물거리고 못생기기까지 한 ‘꼼치’ 칼슘·철분·비타민B 등 영양가 풍부 시원하고 얼큰하게 끓여내 술병 싹겨울철 동해안 별미로 꼼치탕(물곰탕)만 한 것도 드물다. 술 마신 다음날 숙취 해소와 겨울바람에 꽁꽁 언 몸을 녹여주는 데 제격이다. ‘시원하고 칼칼한 물곰탕 한 그릇에 모든 시름이 녹는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술꾼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인기 해장국으로 통했다. 조선시대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도 ‘맛이 싱겁지만, 술병을 곧잘 고친다’고 소개한 것을 보면 꼼치가 술병을 다스린 역사는 깊은가 보다. 살이 부드러워 후루룩 한 그릇 뚝딱 마실 수 있어 더 좋다. 청정 동해의 깊은 바다에서 사계절 잡히는 꼼치는 그래서 힘든 바닷일을 하는 뱃사람들이 배에서 시름을 달래는 음식으로도 자리잡았다. ●물곰·물텀벙… 이름도 지역마다 제각각 꼼치는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로 물곰, 곰치, 물텀벙, 미거지 등 여러 이름으로 혼용돼 불린다. 지역마다 어촌마다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다. 하지만 꼼치와 곰치는 엄연히 다른 어종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포스터까지 배포해 알려줄 정도다. 그러나 어민과 부둣가 식당, 심지어 지역 수협에서도 여전히 혼란스러울 정도로 혼용된다. 꼼치는 머리가 뭉툭하며 몸이 물렁물렁하고 눈이 작아서 매우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산란기는 겨울이다.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연안으로 몰려와서 산란한다. 알은 물체에 달라붙는 점착란으로 해조류나 어구 등에 알 덩어리가 잘 붙는 성질을 갖고 있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부화 후 만 1년만 되면 수컷은 40㎝, 암컷은 32㎝까지 자란다. 수명은 1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렇게 성장이 빠른 것은 체성분이 다른 어류에 비해 치밀하지 못하고 수분 성분이 많아서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사계절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어종이지만 주로 겨울철에 매운탕이나 맑은탕으로 많이 끓여 먹는다. 옛날에는 인기 어종이 아닌 탓에 잡히면 배에서 그냥 버려지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꼼치잡이만을 하는 어선이 있을 만큼 인기 어종으로 자라잡아 귀한 대접을 받는다. 꼼치는 현대인들에게는 지방이 없고 미네랄이 풍부한 건강 웰빙음식으로 알려지며 갈수록 인기다. 지역마다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간단한 양념과 손끝 맛으로만 탕을 끓여 내는 강원 속초지역의 담백하고 시원·칼칼한 꼼치탕이 원조격으로 꼽힌다. 꼼치탕은 단순히 술꾼들의 속풀이 해장국을 넘어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더 인기다. 칼슘·철분·비타민B 등이 풍부해 술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어 일찌감치 해장국으로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퇴행성관절염 예방 효과까지 알려지고 있다. 우선 지방이 적고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겨울철 가족들 영양 보충과 다이어트 음식으로 그만이다. 꼼치는 살이 부드러워 목 넘김이 좋다 보니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에게도 먹기 편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다. 각종 비타민과 필수아미노산 등 영양분이 풍부해 겨울철 감기 예방과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에는 여성들도 많이 찾고 있다. 여기에 꼼치의 껍질과 뼈 사이에는 교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퇴행성관절염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나이 드신 노인 손님들도 부쩍 늘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꼼치를 그릇째 마시는 술꾼들부터 건강을 위해 가족동반 여행객들까지 꼼치탕집을 찾는 이유다.●동해선 김치맛 강하게… 남해선 담백하게 다음달 4일 입춘을 나흘 앞둔 30일 강원 속초 앞바다는 여전히 겨울바람이 거셌다. 그래서인지 동명항 등 항구 주변 해장국집들은 이른 아침부터 속풀이 손님들로 북적인다. 경쟁하듯 이모집, 외가집, 사돈집 등 상호를 큼직하게 붙인 물곰탕집들이 성업 중이다. 속초에서는 꼼치를 물곰으로 불린다. 해장국집마다 곰치국, 물곰탕 등 속풀이용 국들을 대문짝만한 글씨로 붙여 놓고 유혹하지만 이들 가운데 물곰탕이 역시 으뜸이다. 특히 친정부모한테 요리법을 전수받은 사돈집이 속초지역 물곰탕의 전통과 맛을 대표한다. 26년째 끓여내며 속초지역 대표 물곰탕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손님이 원하면 맑은탕도 내지만 주로 매운탕을 끓여낸다. 잘 손질한 싱싱한 꼼치를 주 재료로 소금과 고춧가루, 대파, 마늘, 약간의 조미료만으로 맛을 낸다. 다른 재료 없이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내는 데는 어디서도 흉내 내지 못하는 수십년 노하우가 쌓인 손끝 맛이 살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돈집은 물곰탕을 냄비째 상에 올려 보글보글 가스불에 끓이며 국자로 떠먹을 수 있게 했다. 한 그릇씩 올리는 것보다 음식을 먹는 동안 항상 따끈한 국물 맛을 유지하도록 했다. 밑반찬도 간결하다. 고등어조림, 감자볶음, 오이초무침, 삭히지 않은 막 썰어 김치 외에 계절에 맞춰 매일 바뀌는 나물류가 상에 오른다. 이경희(59) 사돈집 주인은 “속초 먼바다에서 잡아 오는 싱싱한 꼼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시원한 맛을 내는 것 같다”며 “풍랑이 일어 배가 출항을 못 할 때에도 영업하지 않으면 안 했지 냉장하거나 2~3일을 넘긴 꼼치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리법은 지역마다 특색있다. 같은 강원도 내에서도 동해·삼척지역에서는 탕 요리를 만들 때 김치를 송송 썰어 넣어 김치맛이 강하다. 남해안에서는 강원도와 달리 무만 넣어서 담백한 하얀 국물을 우려낸다. 물곰, 미거지, 꼼치 모두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예쁘지는 않지만 술꾼들의 속을 달래주는 우리에게는 너무도 착한 어종이다. 주말 술자리가 있었다면 이튿날 해장으로 꼼치탕 한 그릇씩 후루룩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정문교 속초시 공보계장은 “물곰탕의 맛은 속초가 원조격이다”며 “속초를 찾아 막바지 겨울 바다를 즐기고 물곰탕 건강음식도 맛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속초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여성 한명 한명, 이야기 움트는 책방의 봄

    여성 한명 한명, 이야기 움트는 책방의 봄

    가족이지만 몰랐던 ‘엄마’의 역사 주목 여성 자서전 출판사 ‘허스토리’로 시작 더 자유롭게 생각 나눌 공간 ‘책방’ 꾸려 다양한 사람들 만나며 ‘이어진다’ 느껴 4월부터 회원제로 운영 ‘또다른 봄’으로 편하면서도 때론 급진적인 이야기 기대“모든 여성의 이야기는 역사다.” 시작은 세상 모든 여성들의 자서전을 만드는 거였다. 주변에서는 아버지의 자서전은 왜 안 만드냐고 했다. ‘시각이 협소하다’는 충고를 들었다. 답답했다. 남자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더 보탤 생각이었다면 출판사의 이름도 ‘허스토리’(herstory)라고 짓지는 않았을 거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기존 역사에서 배제돼 좀처럼 드러나지 않은 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은 단단해졌다.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내는 일을 하는 동안 여성의 서사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서점도 차리게 됐다.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워 주는 책방’, ‘지금과는 다른 봄이 움트는 책방’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달리, 봄’이라 지었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자리잡은 작은 책방 ‘달리, 봄’을 이끄는 류소연 대표와 주승리 팀장의 이야기다.두 사람은 같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 모두 거시적인 역사보다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의미를 찾는 쪽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학교에서 따로 구술사를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강좌를 듣고 직접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공부를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구술 인터뷰를 통해 기록한 자서전을 출판하거나 자서전 교육을 하는 ‘허스토리’는 2016년 그렇게 탄생했다. 이듬해 여성들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손으로 만지고 눈과 입으로 읽을 수 있도록 책방 ‘달리, 봄’의 문도 열었다. 두 사람의 표현에 따르면 출판사와 책방을 운영하는 건 “여성들의 각기 다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모으고 드러내는 일”이다. 두 사람이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봄을 기다리며 지난해와는 또 다른 새로운 ‘달리, 봄’을 꿈꾸고 있는 두 책방지기를 만났다. -‘페미니즘 서점’을 표방하고 책방 문을 열게 된 이유는요. 주승리 저희가 하던 일이 구술사와 관련한 자서전 작업이었으니까 처음엔 ‘생애사 서점’ 혹은 ‘구술사 서점’을 해볼까 했었어요. 류소연 ‘여성 생애사 서점’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어렵고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주승리 생각해 보면 저희가 하는 전반적인 일들이 페미니즘의 한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더군다나 저희가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다 보니 서점이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고요.-출판사 ‘허스토리’에서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류소연 초반에 집중적으로 하려고 했던 작업은 사람들의 신청을 받아 인터뷰를 통해 주로 어머니들의 생애사를 출판물로 제작하는 거였어요.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엄마가 될 것을 요구받잖아요. 사람들이 보통 나이든 여성을 보면 자연스럽게 ‘어머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문득 의문이 들었어요. 왜 여성들은 다 어머니라고 불려야 할까. 왜 어머니가 되기를 강요받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역사를 쓰는 일을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여성들의 역사가 좀더 구체적인 범위에서 쓰이기를 바랐는데, 사람들의 말을 기록하지 않으면 이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 수 없잖아요. 그게 매력적이더라고요. 류 대표와 주 팀장은 각각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여성의 생애를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지만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이야기를 마주한 순간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겪은 구체적인 감정이 와닿았다고. 특히 때를 놓치면 그 세세한 역사들이 공중으로 흩어진다는 사실에 자서전의 중요성을 남다르게 여기게 됐다. -여성의 생애사를 남기는 일은 어떤 점에서 중요한가요. 주승리 여성 어르신들을 인터뷰할 때 가장 먼저 듣는 말이 ‘나는 할 말이 없어’예요. 이 말이 이분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생각해요. 저희 어머니만 해도 제가 여쭤 보기 전에 누군가 어머니에게 어떻게 살아왔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을까 싶어요. 저는 저희 아버지의 역사는 이상하리만큼 다 알고 있거든요. 아버지가 어떤 일을 했고 어떻게 지냈는지도 다 아는데 어머니의 이야기는 왜 몰랐을까요. 그게 어떻게 보면 보편적으로 누가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그들에게 발언권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기록으로 남기는 게 언어의 권력을 갖게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류소연 저는 여성들의 경험이 언어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지금 페미니즘 운동에서는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많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여성들이 다 같지 않잖아요. 세대도 다르고 계층도 다르고요. 다른 것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한명 한명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많이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특히 자기가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장년층과 노년층의 여성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의 경험을 듣고 기록하는 일이 그분들의 경험을 언어화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과 2018년 ‘미투’ 운동 이후 사회가 여성의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할 때가 많다고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서사가 중요한 이유를 짚는다면요. 류소연 ‘여성의 서사가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 그동안 얼마나 여성이 부차적인 존재로 취급됐는지를 드러냅니다. 이전까지 ‘남성 서사’라는 말은 존재한 적이 없는데, 여성은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여성의 서사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기 이전에 이미 여성들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스스로 존재하고 말하기를 주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의 언어를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는 이미 터져 나오고 있고, 이미 세상에 나온 이야기를 없게 만들 수는 없어요. 그것이 더 많은 각기 다른 여성의 이야기가 드러나야 하는 이유입니다. 사실 ‘달리, 봄’은 책을 판매하는 일뿐 아니라 여성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드러내는 여러 모임을 기획하는 데도 노력을 쏟고 있다. 저자 특강을 비롯해 자신의 역사를 되짚어 보는 글쓰기 워크숍, 여성주의 교육, 여성 가수들의 공연까지 여성들이 연대할 수 있는 시간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다. 최근에는 2015년 페미니즘 붐이 일어난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달라진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메갈리아 비포 애프터 경연대회’를 열어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메갈리아 비포 애프터 경연대회’라는 행사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참석자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류소연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나’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생각하면 좌절감이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특히 지난해 설리씨와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난 뒤 더욱 그랬죠. 그래도 (페미니즘 붐이 일어난 지) 4년 정도 지났는데 길게 보면 그동안 많은 것이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서로 그 점에 대해 말해 보면서 다독이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눈물이 터지는 순간들도 있었는데 서로 위로하면서 뜻깊은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건 참석자 중 한 분이 ‘내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승리했다고 느낀 순간과 패배했다고 느낀 순간’에 대해 각각 ‘친구가 줄었다’, ‘친구가 줄었다’라고 답변하셨는데 그 말에 많이 공감했어요. 저도 책방을 한 이후로 내가 너무 소모된다고 느껴지거나 불편한 인연은 정리하게 됐거든요(웃음). 한편으로는 책방과 출판사를 통해 다시 연결되는 사람이 생겨났고요. -책방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여성 단체나 모임, 활동가들과 협업을 많이 할 것 같아요. 류소연 정말 기뻐요. 평소 존경하던 분들을 모시고 행사를 함께할 수 있어서 마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느낌이에요(웃음). 다른 페미니스트 여성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는 건 저희가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가장 큰 자산이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책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공간을 운영하고 있기에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구조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의미 있는 연대 활동과 협업을 해 나가고 싶어요. 주승리 그리고 새로운 분들을 만나면서 ‘이어진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요. 저희가 출판사를 처음 시작했을 땐 사무실에서만 저희들끼리 이야기하고 뭔가 갇혀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책방을 하고 나서는 연결된다고 느껴져요. 그럴 때마다 책방 잘했다는 생각 많이 들죠. ‘여성들이 그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 ‘내가 내 자신으로 온전히 설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달리, 봄’이 추구하는 목표다. 지난 2년간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선보여 온 두 사람은 그간의 여정을 체계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틀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는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달리, 봄’과 ‘허스토리’가 올해 기획하고 있는 주요 행사가 있다면요. 주승리 책방을 운영하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저희가 기획한 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런 자리를 많이 마련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같이 배우는 공간은 어떨까 싶어서 4월부터 회원제를 운영하려고요. 3개월 단위로 9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취미 활동이나 모임을 하면서 이 공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게 하려고요. 또 여성 뮤지션 다섯 명의 곡으로 구성된 컴필레이션 앨범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앨범 작업에 참여한 여성 뮤지션 다섯 명의 인터뷰가 담긴 책도 함께 내려고 해요. 류소연 싱어송라이터 이랑, 슬릭, 신승은, 이호, 성진영씨가 참여했어요. 앨범 주제가 ‘이 사람들 각각의 역사’예요.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을 만든 사람들의 음악이 어디에서 왔는지 파헤치는 일종의 생애사 인터뷰입니다. 매거진도 발행하려고 하는데요. 읽고 쓰고 사유하는 여성들의 글들을 모으는 페미니스트 큐레이션 잡지예요. 여성 명사의 서재에 대한 인터뷰도 함께 실리는데 이 명사가 추천한 책을 추려서 회원들한테 보내드리려고 해요. -‘달리, 봄’이 어떤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남길 바라나요. 주승리 이 책방은 저희가 만든 공간이지만 저희만의 공간은 아니에요. 누군가의 ‘달리, 봄’이 계속 이어지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달리, 봄’의 의미를 만드는 것보다 오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각각의 의미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류소연 저희가 ‘허스토리’도 운영하고 있지만 다들 ‘달리, 봄’을 더 많이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책방에 오시는 분들도 이 공간이 편안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구요. 그걸 보면서 공간이 갖는 힘이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도 편안하지만 급진적이고 한편으로 엄청 편파적인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긴급 상황 땐 안심버튼 눌러요…강동, 민간 화장실 비상벨 설치

    긴급 상황 땐 안심버튼 눌러요…강동, 민간 화장실 비상벨 설치

    서울 강동구가 민간 개방화장실 27곳에 안심비상벨 설치를 완료했다고 30일 밝혔다. 여성 화장실 범죄가 종종 일어나면서 여성들이 일반 화장실 이용을 꺼리는 현실을 반영해 범죄에 취약한 여성 등 주민이 안심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방화장실 비상벨 설치 사업은 민선 7기 공약 사항이다. 그동안 공중화장실에만 설치하던 비상벨을 2018년부터 민간 개방화장실까지 확대했다. 구는 예산 3000만원을 투입해 2018년에 12곳, 지난해 15곳 등 27곳에 비상벨을 설치했다.특히 남녀공용인 화장실 3곳에는 다른 곳보다 범죄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음성인식 비상벨을 설치했다. 비상벨을 터치하거나 비명 소리가 들리면 자동으로 감지해 경찰서 상황실로 연결된다. 둔촌동에 위치한 신상통상 건물의 지하 화장실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방영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고, 지하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면서 범죄예방 대비책이 필요했던 곳이다. 구는 이곳에 안심비상벨과 경광등을 설치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개방화장실 안심비상벨 설치로 각종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범죄 발생 시 신속한 대응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역 주민들이 어디서나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도시 강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달에 함께 갈 평생의 짝 찾던 日 억만장자 “그냥 혼자 가련다”

    달에 함께 갈 평생의 짝 찾던 日 억만장자 “그냥 혼자 가련다”

    달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미국 스페이스 X 사의 첫 탐사 비행에 ‘평생의 짝’과 함께 하고 싶다며 20세 이상 여성들의 응모를 받은 일본의 억만장자가 그냥 혼자 떠나겠다고 밝혔다. 화제의 주인공은 패션 브랜드 조조(ZOZO)의 창업자인 마에자와 유사쿠(44). 이달 초 2023년 떠나는 달 탐사 계획에 함께 하자고 제안해 2만 8000명에 가까운 미혼 여성들의 지원을 받았지만 30일 갑자기 “복잡한 감정”을 경험했다며 짝 찾기 이벤트를 취소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일련의 글을 통해 더 이상 우주 여행 동반자를 찾지 않겠다며 “부분적으로 내가 (탐사에) 참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복잡한 감정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만 7722명의 여성들이 귀중한 시간을 내 순수한 의도와 용기를 표했는데 이렇게 이기적으로 결정해 모두에게 알리게 된 것이 매우 후회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마에자와는 얼마 전에 여배우 고리키 아야메(27)와 헤어졌는데 이렇게 사람들 시선을 끄는떠들썩한 이벤트를 벌인 것이 처음은 아니다. 자신의 트윗 글을 공유하는 이들을 무작위로 뽑아 1억엔을 나눠주겠다고 약속해 지난해 1월 당첨자 통보를 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그가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 X의 달 처녀 탐사에 승객으로 초빙된 것은 2018년이었다. 애초에 그는 혼자 가는 것으로 알았으나 10명 정도 탐사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과학자, 가수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023년 달 탐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1972년 이후 무려 49년 만에 인류의 달 여행이 된다. 그가 부담해야 할 액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는데 머스크 회장은 “아주 많다”고만 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신창원, 하루 20분씩 실톱으로 쇠창살 그어 ‘감옥 탈출’

    신창원, 하루 20분씩 실톱으로 쇠창살 그어 ‘감옥 탈출’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이 재조명됐다. 1990년대 전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탈옥수 신창원. 신창원은 탈옥 사건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중에 회자되고 있다. 29일 화제가 된 신창원은 최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재조명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신정동 엽기토끼 살인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제보를 공개하고 피의자의 몽타주를 공개했다. 오랜 시간 잡히지 않은 범인에 대한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다른 범죄자들을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가운데 탈옥으로 유명세를 치른 신창원의 이름으로 대중의 눈길이 향하고 있다. 신창원은 1997년 1월 처음으로 탈옥을 감행했다. 4개월간 하루 20분씩 작은 실톱 날 조각으로 쇠창살을 조금씩 그어 탈출에 성공한 것. 도피 중에도 그는 필요한 돈과 차 등을 계속 훔쳤고, 여성들과 사귀면서 은신하는데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원 검거에 동원된 경찰 인력만 모두 97만명. 이후 그는 한 통의 신고 전화로 검거됐다. 신창원은 자신의 저서에 나쁜 길로 빠지게 된 계기를 적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당시 선생님으로부터 “돈 안 가져왔는데 뭐하러 학교 와”, “빨리 꺼져”라는 막말을 듣고 마음속 악마가 생겨났다는 것. 여기에 아버지의 폭행과 계모의 존재도 그가 범죄로 빠지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가출을 하던 신창원은 중학교 진학 3달 만에 퇴학당하고 14살 때 처음으로 경찰서에 끌려가게 됐다고 전해졌다. 한편 신창원은 현재 교도소에 수감 되어 있으며 2011년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학사 학위를 준비하는 등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2월 분양 중소형 신평면 ‘대연 삼정그린코아’

    2월 분양 중소형 신평면 ‘대연 삼정그린코아’

    아파트 가치는 위치가 좌우하지만 같은 위치에서는 평면에 따라 인기가 달라진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도 아파트를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복합적인 생활공간으로 보고 특화평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같은 평수라도 실사용면적이 넓은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어 선택의 대상이 된다. 특히 중소형의 경우 틈새면적을 극대화한 판상형 4-Bay 설계가 중형 이상의 쓰임새와 가치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판상형 4-Bay 설계는 거실 포함 모든 방을 전면에 배치하여 탁 트인 개방감을 준다. 방들이 전면으로 나옴에 따라 후면 공간은 요모조모 다채로운 아이디어들로 채워진다. 다용도 알파룸, 주방수납 및 동선 효율화, 현관 이중수납 등 실생활면적을 늘려주는 공간혁신이 이뤄진다. 대개 중형 이상의 아파트에 적용된 프리미엄 디자인이었으나 최근에는 중소형에서도 볼 수 있으며 부산에서는 남구 ‘대연 삼정그린코아 더베스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사업지는 남구 대연동이며 아파트 71㎡ 115세대, 59㎡ 222세대 합 337세대로 지어진다. 황령산 숲세권 입지로 쾌적함은 물론 부산 전역 어디라도 쉽게 연결되는 사통팔달 입지와 풍부한 생활인프라를 자랑한다. ‘대연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는 단지구성에서도 차별점이 느껴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상1~2층 데크형 주차장 설계다. 그간 지하주차장이 간혹 안전성에서 문제가 발생해 여성들이 꺼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아파트는 차도 사람도 더 안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주차장을 다시 위로 올렸다. 그 결과 안전한 주차, 저층 조망·일조권, 바깥이 보이는 개방감 등 1석3조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데크형 주차장 덕분에 1층도 타 아파트 3층 높이가 되어 선호층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부지 넓은 신도시에서나 가능했던 건폐율 14.92%, 용적률 227.55%의 단지설계 역시 도심단지로서는 보기 드문 쾌적성을 자랑한다. 한편, 중소형 새 아파트는 부산 분양시장에서도 귀하신 몸이 될 조짐을 보인다. 대연동 중소형 아파트는 최근 주변 해운대구, 수영구, 동래구의 규제해제에 따라 급속한 상승분위기를 타고 있다.‘대연 삼정그린코아더베스트’는 선호 입지에 59㎡·71㎡ 중소형 구성, 판상형 4-Bay 신평면 등 실수요자의 주거선택 요건을 최고로 갖춰 가장 눈여겨볼 만한 2020년 신규분양 단지로 벌써부터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는 2월 분양예정이며 견본주택은 사업지 바로앞 남구 대연동에 준비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나이트클럽서 만난 남성 모텔로 유인 강도짓…40대 여성 실형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술에 약을 타는 수법으로 강도 행각을 벌여온 40대 여성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27일 특수강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9) 씨와 B(48) 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A 씨 등은 지난해 7월 14일 새벽 경기 수원시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 2명과 근처 모텔로 들어가 투숙하면서 수면제를 술에 몰래 넣어 마시게 한 뒤 피해자들이 정신을 잃자 지갑을 강탈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말부터 같은 해 7월 중순까지 이런 수법으로 모두 6차례에 걸쳐 비슷한 범행을 통해 수백만원 상당의 재물을 강탈하고 신용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유흥주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몰래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해 죄질이 나쁘다”며 “피해자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인해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나이트클럽서 만난 남성에 수면제 먹여 강도짓 ‘실형’

    나이트클럽서 만난 남성에 수면제 먹여 강도짓 ‘실형’

    수면제 술에 타 정신 잃으면 지갑 훔쳐6차례에 걸쳐 수백만원 재물 빼앗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한 뒤 술에 약을 타는 수법으로 강도 행각을 벌인 40대 여성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27일 특수강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49) 씨와 B(48)씨에게 각각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 14일 새벽 경기 수원시 한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남성 2명과 근처 모텔로 들어가 투숙하면서 수면제를 술에 몰래 넣어 마시게 한 뒤 피해자들이 정신을 잃자 지갑을 훔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지난해 6월 말부터 같은 해 7월 중순까지 이런 수법으로 모두 6차례에 걸쳐 비슷한 범행을 통해 현금 등 수백만원 상당의 재물을 빼앗고 신용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흥주점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두 사람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남성들을 모텔로 유인해 향정신성 의약품을 몰래 먹여 의식을 잃게 한 뒤 항거불능 상태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범행해 죄질이 나쁘다”며 “피해자들은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인해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LG 류제국 검찰 송치 .. 도대체 왜?

    LG 류제국 검찰 송치 .. 도대체 왜?

    지난해 여러 명의 여성들로부터 고소·고발 .. 작년 8월 건강 이유로 은퇴 지난해 LG트윈스에서 은퇴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 류제국(37) 씨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2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동경찰서는 류씨가 피의자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사건을 지난주 초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혐의에 대해서는 말해줄 수 없다”면서 “다만 일각에 퍼진 소문과 달리 음란물 유포 혐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뒤 LG 트윈스에서 투수로 활약했던 류씨는 지난해 8월 건강 상태 악화를 이유로 은퇴했다. 이를 놓고 지난해 류씨의 사생활과 관련해 이어진 폭로가 은퇴 이유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류씨는 지난해 복수의 여성으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2차대전 참전 108세 할머니 앤 롭슨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2차대전 참전 108세 할머니 앤 롭슨

    옛적 로마에서는 승리를 거두고 개선하는 장군이 시가 행진을 할때 노예를 시켜 행렬 뒤에서 큰소리로 “메멘토 모리!”라고 외치게 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인데,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너무 우쭐대지 말라. 오늘은 개선 장군이지만, 너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아메리카 인디언 나바호족에게도 “네가 세상에 태어날 때 넌 울었지만 세상은 기뻐했으니, 네가 죽을 때 세상은 울어도 너는 기뻐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 전해진다. 죽음이 곧 삶이다. 의미있는 삶을 마치고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의 자취를 좇는다.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영국군 출신 가운데 가장 오래 생존한 여성으로 여겨지는 앤 롭슨이 10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다. 고인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저녁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의 한 요양원에서 눈을 감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BBC가 23일 보도했다. 다음달 말 추모식이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고 유족들은 밝혔다. 2018년 성탄 전야에 덤펌린에 주둔하고 있는 154 왕실 병참 대대에 초대돼 자신의 나이 ‘107’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제식 훈련을 받는 모습을 병사들과 함께 보여줄 정도로 정정했다. 1911년 9월 14일 스코티시 보더스의 던스에서 태어나 글래디스 앤 로건 맥와트로 불리던 그는 원래 물리치료사로 일하다 나중에 교사가 됐다. 1942년 여군 의용대(Auxiliary Territorial Service)에 입대해 체력훈련 조교로 소령까지 진급했다. 그는 2018년 12월 인터뷰를 통해 “전쟁이 시작된 뒤 곧바로 참전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한 몇 년 있다가 했다”며 “군에서도 이제 막 여성들의 체력훈련을 시작하고 있었다. 일등병으로 입대해 물밑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알 수 있는 장교가 됐더라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하지만 그는 재빨리 장교가 됐다. 첫 근무지는 런던 지구였다. 공습이 여전했고 ‘두들버그(doodlebug, 런던 시민들이 독일군의 V1 로켓에 붙인 별명)’가 떨어지는 것을 처음으로 봤다. “그게 뭔지 몰랐지만 창문 밖으로 쳐다봤다. 번쩍하자 갑자기 몸을 던져 엎드렸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2년을 더 복무하다 전역해 런던에 있는 애브리 힐 사범대학에서 일했다. 1953년 결혼해 뉴캐슬로 이사 와 롱벤튼 중등학교 교감을 맡았다. 남편 잭이 1972년 먼저 세상을 떠나자 세인트 앤드루스로 옮겨왔다가 다시 에딘버러 요양원으로 옮겼다. 롭슨의 여조카 캐서린 트로터는 이모가 전쟁 경험을 얘기하며 매우 행복해 했다면서도 “결코 뻐기지 않았다”고 했다. 힘을 북돋는 친척이었다며 오랜 세월 힘들게 살았지만 한 번도 불평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유머 감각도 유지하고 있었고, 내 생각에 그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영국 왕립여군단협회(WRACA)는 생전의 롭슨과 자선 활동을 많이 펼친 것이 아주 자랑스럽다고 애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 아스피린이 초산(初産) 임산부의 조산위험 낮춘다

    [달콤한 사이언스] 아스피린이 초산(初産) 임산부의 조산위험 낮춘다

    버드나무 껍질을 의학적으로 사용한 것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길다. 통증을 완화시키고 열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되고 이용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버드나무 껍질 주성분이 살리실산이며 이를 약으로 만든 것이 바로 ‘아스피린’이다. 아스피린은 20세기로 넘어오기 직전인 1897년 독일 바이엘사에서 처음 만들어진 최초의 합성의약품이다. 아스피린은 20세기 중반까지만해도 해열, 소염진통 효과만 강조돼 감기몸살 치료에 쓰여왔다. 이후 아스피린이 피를 묽게 해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에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그 효과가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국립암연구소 연구진은 65세 이상 남녀 14만 6152명을 대상으로 10년 넘는 장기 추적조사 연구를 실시한 결과 저용량 아스피린을 일주일에 3번 이상 복용하는 사람은 전혀 복용하지 않는 사람보다 암 사망위험은 15%, 그 밖의 사망 위험들도 19% 낮춘다는 결과를 미국 의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하기도 했다. 올 초에는 미국 시티오브호프연구소 연구팀이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아스피린이 대장암의 진행과 재발을 차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발암’(Carcinogenesis)에 발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왠만한 감기나 질병에도 약 먹는 것을 피하는 산모들에게도 아스피린은 출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델라웨어 크리스티아나 케어 헬스시스템, 미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NICHD)의 국제여성아동보건연구네트워크 연구팀은 임신 6주~36주의 임산부가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이 조기출산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세계적인 의학저널 ‘랜싯’ 24일자에 발표했다. 조산은 임신기간을 기준으로 20주부터 36주 6일까지의 분만을 이야기하며 전체 분만의 6~15%에 이르며 국내에서도 매년 약 5만 명의 조산아가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 사망의 80% 정도가 조산 때문이며 조산아에게서는 각종 신경계 발달장애나 호흡기 관련 합병증 등이 쉽게 나타날 수 있어서 의학계에서도 조산율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연구팀은 인도, 파키스탄, 잠비아, 콩고민주공화국, 과테말라, 케냐의 7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처음 임신한 1만 1976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임산부들은 조산의 기준이 되는 임신 20주가 넘은 이들로 선정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집단은 매일 81㎎의 아스피린을 먹도록 했고 다른 그룹은 일반 비타민제를 제공했다.그 결과 임신 37주 전에 조산하는 여성은 아스피린 복용 그룹에서는 11.6%, 비타민을 먹은 그룹에서는 13.1%로 나타났고, 임신 34주 전 조산하는 비율은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에서는 3.3%, 그렇지 않은 그룹에서는 4%로 나타났다. 또 생후 7일 이내에 사망하는 신생아의 비율도 아스피린을 복용한 그룹은 1000명당 45.7명, 그렇지 않은 그룹은 1000명당 53.6명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들보다 조산 가능성이 평균 11% 정도 낮다고 설명했다. NICHD 마리온 코소-토머스 박사(소아과학)는 “추가적인 임상연구가 더 필요하겠지만 저개발국가 임산부들의 조산율을 낮추는데 있어서 저용량 아스피린은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아스피린 복용으로 조산율을 낮출 수는 있겠지만 산모나 아이에게 또다른 건강상 위험을 유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아스피린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건강한 사람이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할 경우 건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위장출혈이나 위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심장학회와 심장병학회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 대상을 심장병이나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은 사람으로 제한 권고했으며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도 아스피린 복용은 개인 건강상태를 고려해 의사와 상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여성 장관들 약진…하지만 공직자들은 양성평등 채용 효과성 체감 못해

    문재인 정부 들어 여성 장관 등 고위직 여성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양성평등 채용과 관련해 공직자들은 그 효과성에 대해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정부조직법상 18개 부처 장관 중 여성 장관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모두 6명이다. 전직 여성 장관까지 합치면 10명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공직생활실태 조사’에 따르면 양성평등채용 목표제가 실제로 채용의 대표성을 제고하고 있는가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28.2%에 불과하다. 이는 2017년 30.3%보다 감소한 수치다. 양성평등채용 목표제란 여성과 남성의 평등한 공무원 임용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어느 한 성의 합격자가 30%에 ??미달할 경우 해당 성의 응시자를 목표 미달 인원만큼 추가합격 시키는 제도다.????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2017년 8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 일반직 공무원 4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번 조사에서 공무원 절반 가까운 47.4 %가 ‘보통이다’고 답변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2017년 46.7%보다 약간 늘어난 수치다. 응답자 중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 답변도 2017년 4.7%에서 6.4 %로 약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국행정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통계는 양성평등채용 목표제의 효과가 공직자들에게 체감되고 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고달픈 여성노동자…강력한 ‘유리천장’은 어떻게 생기나

    고달픈 여성노동자…강력한 ‘유리천장’은 어떻게 생기나

    경제활동을 하는 우리나라 여성들은 2018년 기준 52.9%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노동시장에서의 불안정한 지위는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슈페이퍼 ‘고용 성차별, 어떻게 깰 것인가‘를 통해 여성 비정규직이 지난해 8월 기준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55.1%에 달한다고 밝혔다. 남성만 놓고 보면 정규직 대 비정규직 비율이 70.6%대 29.4%이다. 하지만 여성은 55.0% 대 45.0%로 남성보다 1.5배 많다. 또 여성 노동자의 87.6%는 1~299인 규모 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며, 3.1%가 300~499인 기업, 9.4%가 50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노동자의 절대 비율이 중소영세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성별 임금 불평등도 심각했다. 2018년 기준 월 임금총액 격차를 살펴보면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월 임금총액 기준 여성 정규직 노동자 월 임금총액은 67.4%다.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월 임금총액은 47.9%,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월 임금총액은 31.6%로 성별과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차별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 정경윤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불안정한 지위가 굳어지고 있는 것은 여성에게 열려 있는 노동시장에 비정규직, 저임금, 중소영세기업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5년 19.4%, 2016년 20.1%, 2017년 20.4%, 2018년 20.6%로 꾸준히 늘고 있지만 큰 변화로 보긴 힘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성 관리자율과 성별 임금격차는 최하위다. 정 연구위원은 “2006년 여성 고용률과 관리자율을 높이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시행된 지 10년 이상 흐른 지금도 여성 고용률과 여성관리자비율이 큰 변화 없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채용과 승진에서 이 비율이 유지되는 인력 운영 틀이 작용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가령 채용 후 업무 배치에서도 핵심 업무에는 남성을, 핵심 업무를 보조하는 지원 업무에는 여성을 다수 배치하는 직무 분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민주노총은 지적했다. 승진과 관련한 인사규정이 존재하더라도 여성은 관리자 직급 이상 승진할 수 없는 관행이 적용되고 있어 여성 관리자 비율이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남녀 혼합형 산업인 금융 및 보험업의 경우 2018년 기준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적용 기업의 여성 고용률은 43.8%인데 반해 여성 관리자율은 14.7%로 고용된 여성 비율에 비해 여성 관리자율이 턱 없이 낮다. A손해보험의 경우 채용 요건은 학력으로 동일하지만 고졸·전문대졸 요건의 하위 직급 6·5급은 여성 100%로 성별 분리 채용하고, 대졸 이상의 4급 이상은 여성을 소수로 채용하고 있다. 직무도 분리되어 있어 여성 100%로 구성된 5·6급은 사무직군으로서 핵심 업무에 대한 주변 업무로 분리되어 있고, 직무순환제도도 잘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강력한 유리천장 때문에 구체적인 승진 규정도 없이 여성은 차장을 넘어선 고위직 승진이 힘들다. 정 연구위원은 “성별분리채용-직무분리-승진-임금차별이 분절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인 과정을 통해 누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그 결과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음란물 유포’ 전 LG투수 류제국 검찰 송치

    ‘음란물 유포’ 전 LG투수 류제국 검찰 송치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는 프로야구 전 LG 투수 류제국(37)이 검찰에 넘겨졌다. 23일 서울성동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지난주 류제국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류씨는 지난해 11월 음란물 유포 등의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들에게 피소됐다. 경찰은 류제국의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의 특성상 자세한 사항에 대해선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지하철 1호선과 페이스북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지하철 1호선과 페이스북

    의정부를 넘어 동두천으로 향하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을 오래 타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경로우대석에 앉은 노년층의 행동이다. 지하철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아는 사람이 아니면 조용히 혼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잠을 청하지,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이건 현대 도시사회의 불문율이다. 하지만 양주를 넘어 동두천까지 가는 열차, 혹은 그곳에서 오는 열차에 탄 노인들은 아주 쉽게 옆사람에게 말을 건다. “어디 가세요?” “짐이 많으시네요” 따위의 가벼운 인사로 시작했다가 말이 통한다 싶으면 손주 자랑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런 상냥한 대화는 대개 오전이나 낮시간에 일어난다. 저녁 8시 이후, 특히 주말 저녁 시간이면 얘기가 다르다. 이 시간대에는 남성 노인들이 술에 취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이상하게 한국 남성들은 술에 취하면 정치 얘기를 좋아해서 특정 정치인을 욕하고, 더 나아가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물론 그런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좀 조용하시라는 말이 나오고, 언성이 높아지고, 그러다가 서로의 출생연도를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면 주위 사람들이 참다 못해 다른 칸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습관이 없는,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40, 50대 도시직장인들은 술을 마신 채 지하철을 탔어도 옆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조용히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세대가 특별히 더 낫다는 게 아니라, 평소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지 않는 습관이 음주 후 행동을 어느 정도 바로잡아 주는 셈이다. 흥미로운 건 그렇게 지하철에서 남에게 말을 걸지 않는 사람들도 페이스북에서는 1호선 노인들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모르는 사람이 썼어도 공개적으로 쓴 포스트라는 이유로 다짜고짜 댓글로 지적질을 하고, 맨스플레인을 하고, 글쓴이를 조롱하고, 싸움을 건다. 왜 그럴까. 경기도에 사는 1호선 노인들에게 그 답이 있다. 그분들은 젊은 시절을 서울 같은 거대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이나 소도시에서 살았던 분들이다. 따라서 누구와 만나도 쉽게 말을 트고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다. 비록 그게 서울 지하철에서 낯설게 보여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30대 중반부터 50대까지는 소셜미디어가 확산되기 이전의 인터넷 포럼이나 토론방, 혹은 언론사 웹사이트 댓글란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싸우던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사람들이다. 1호선 노인들이 마을에서 아무나 하고 대화하던 습관을 지하철로 가져온 것과 똑같이, 이들은 과거 인터넷 포럼에서의 습관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에 가지고 온 것이다. 우리는 한때 인터넷의 댓글을 모두 실명으로 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신의 실명은 물론 직장정보까지 다 공개한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여성들에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는 건, 1호선 음주탑승 노인들이 남들 다 보는 현실공간에서 목청껏 싸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떤 문화에서 자랐느냐이지, 익명성의 여부가 아니다. 모든 것이 세대 문제로 환원될 수는 없지만 지금의 10대, 20대들은 40대, 50대와 또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들은 페이스북처럼 알고리즘으로 자신의 포스트가 확산되는 소셜미디어를 피해서 인스타그램처럼 조용한 소셜미디어를 선호하고, 그곳에서도 계정을 전체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페이스북은 술취한 노인들이 언성을 높이고 싸우는 주말 저녁 지하철 1호선과 다를 바 없는, 무섭고 피곤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1호선 노인들이 술 취해서 싸우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절대 다수의 노인들은 지하철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잘 알고 적응해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인터넷 포럼에서 단련되고, ‘댓글 워리어’로 자란 세대도 소셜미디어에 적응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셜미디어에 술 취한 꼰대들만 남을지도 모른다.
  • 판박이 랜드마크 말고 ‘문화 게하’ 어떨까요

    판박이 랜드마크 말고 ‘문화 게하’ 어떨까요

    “대중문화를 제외하고 우리 삶에서 문화를 누리고 사는 이들이 전체의 10%밖에 안 됩니다. 일상생활에 문화가 녹아들고 모두가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수도권은 인구 과밀에 시달리고, 지방은 인구 감소와 재정 부족에 허덕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가 해법을 줄 수 있을까. 신년을 맞아 만난 재단법인 지역문화진흥원의 김영현 원장은 “가능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정책을 펼치곤 하지만, 큰 건물 짓기와 같은 하드웨어에 주로 치중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렇게 빈집을 밀어버리고 랜드마크가 될 만한 큰 건물을 지으면 지역이 살아날까요. 차라리 지역 특유의 문화와 결합한 리모델링을 거쳐 게스트 하우스를 만드는 게 나을 겁니다.” 김 원장은 “지역을 살리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이고, 삶과 경제를 결합해야 지속가능성이 커진다”면서 ‘불도저’식 개발이 아닌 인문적·관계적 가치를 지닌 개발을 주장했다.●年 125억원 ‘문화가 있는 날’에 집중 투자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비영리재단인 지역문화진흥원은 2016년 5월 생활문화진흥원으로 출발해 2017년 12월 명칭을 변경했다. 기존 생활문화사업과 함께 기반시설 및 인력양성 사업에 2018년 1월부터 ‘문화가 있는 날’ 사업도 함께 운영한다. 한 해 전체 예산이 200억원 수준으로, 125억원이 문화가 있는 날 관련 사업이다. 문화가 있는 날은 문체부가 일상에서 문화를 쉽게 접하도록 정한 매달 마지막 수요일을 가리킨다. 각종 문화예술 행사를 무료, 혹은 할인받아 즐길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엔 한국의 젊은 예술가를 무대에 올리는 ‘청춘마이크’를 비롯해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예술인들이 일터를 찾아가 공연하는 ‘직장문화배달’도 반응이 좋다. 직원 호응도가 크니 회사가 자체적으로 초청 공연이나 강연을 하는 식으로도 확장되기도 한다. 나머지 예산은 생활문화센터 운영활성화, 지역문화전문인력 배치, 여가친화기업 선정, 유휴공간 문화재생 활성화를 지원하고 문화이모작, 생활문화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쓴다. 이 사업 모두 지역에 문화 뿌리를 내리고 활성화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문화를 통해 지역이 중심이 되고, 지역 주민이 과정을 즐기면서 서로 관계를 맺도록 한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문화로 사회문제 해결, 숫자로 보여 줄 것 예컨대 문화활동가와 상인공동체가 함께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의 하나로 2015년부터 시작한 경기 안산 대부도의 ‘섬자리’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을 청년들의 다양한 고민을 해결하고 문화를 공유하는 ‘청년쌀롱’, 이주여성과 마을 여성들이 공예를 매개로 커뮤니티를 꾸민 ‘포롱섬 이야기’, 원주민을 중심으로 구성한 커뮤니티 ‘그리다섬’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대부도는 일자리도 부족하고, 청년 수도 적은 지역입니다. 섬자리 프로그램은 청년들이 일자리뿐 아니라 마을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활동을 하도록 도왔습니다. 단순 지원을 벗어나 지역 주민이 서로 사회적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죠. 관계망이 달라지면 곧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거든요.” 김 원장은 문화예술 사업이 스쳐 가는 ‘미담’으로만 기록되길 원하지 않는다. 문화가 구체적이고 안정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문화의 힘을 데이터로 산출하는 걸 올해 주요 목표로 삼았다. “문화는 향유하는 데에서 한 발 나아가 우리 사회를 더 좋아지게 할 수 있습니다. 지역문화진흥원 사업들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얼마나 이바지하는지 숫자로 보여 주면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도 달라지겠죠.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어 가면 문화 소외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문화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다문화 도서관, 다양성의 중요함 품다

    다문화 도서관, 다양성의 중요함 품다

    6개국 언어 유아·아동 도서 2500권 갖춰 日 평균 250명 이용… 동네아이들도 참여 정원오 구청장 “다문화 자생력 지원할 것”“엄마 나라의 말로 된 동화책을 선생님이 읽어 주셔서 참 좋아요.” 서울 성동구 왕십리도선동 트윈빌(성동구 왕십리로24나길 10) 2층에 자리한 ‘다문화 어린이 작은 책마루 이음’은 성동구가 직접 세운 서울 25개구 최초의 다문화 어린이 도서관이다. 전용면적 61.35㎡ 규모의 아담한 열람 공간에는 6개국 언어로 된 그림책 등 유아·어린이 도서가 총 2500여권 비치돼 있다. 2018년 말 기준 성동구의 다문화 인구(1만 3555명)는 전체 주민(30만 6796명)의 4.4%로 25개구에서 12번째 수준이지만 다문화 아이들이 지역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도서관과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지역 내 다문화 가족 자녀는 모두 1084명이다. 성동구는 이 사업을 위해 1년여간 주민과 함께 개관을 준비했다. 몽골·베트남·일본·중국·필리핀 등 동네 이주 여성들이 주축이 돼 공간 디자인부터 도서 선정, 운영 방법까지 직접 계획했다.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어 책도 있지만 엄마가 원어로 책을 읽어 줄 수 있도록 외국어로 된 책도 대거 가져다 놓은 것이다. 도서관에서는 이중언어 코치 선생님이 학습 지원도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국인과 몽골인 선생님이 직접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달 들어 매일 평균 약 250명의 어린이와 부모들이 이용하는데 다문화뿐 아니라 조기 외국어 교육을 원하는 동네 아이들의 참여도 높다는 설명이다. 구에 거주하는 몽골 결혼이주여성 마르트(37)씨는 “다문화 가정에서는 아이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이 언어 문제”라면서 “지역에서 이중언어 아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이런 프로그램을 마련해 준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구는 국가별 자조 모임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자조 모임이란 먼저 한국에 온 이주민이 새로 한국에 온 이주민의 적응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2016년 일본, 베트남 2개국을 시작으로 현재 일본, 베트남, 필리핀, 몽골, 중국까지 포함해 7개국 모임이 활동 중이다. 아버지와 자녀가 함께하는 모임, 엄마들이 모여 각국의 음식을 만드는 모임, 공동육아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구는 이외에 동네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이중언어의 중요성 및 독서지도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다문화 포럼’도 개최하고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다문화 가족에 대한 정책이 국가적으로 수립되기 시작한 지 12년이 지났다”면서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정책으로 그들이 자생력을 갖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끊이지 않는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하신가요?”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왜?피해자 트라우마 되는 가해자의 말 한 마디전문가들 “우리 사회가 가벼이 여기지 않음을 보여줘야”“여러분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지난해 11월 청주교대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사회에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일부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들의 사진을 올리고 외모를 평가하거나 “엉덩이를 만지고 싶다” 등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뒤다. 단톡방에서는 돈을 걸고 외모 투표도 이뤄졌다.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뒤에서 자신들을 상대로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톡방 성희롱은 청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만 해도 경희대 의대, 충북대, 국군간호사관학교 등 여러 학교에서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터졌다. “외부로 알려지지만 않으면 된다. 사적인 이야기라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대화가 재미있는 농담이 아닌 주변 여성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범죄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단톡방 성희롱 사건을 멈추려면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은밀한 우리만의 대화?…단톡방 성희롱 왜 반복되나 “퇴폐업소 에이스 같다”, “XX 받아먹고 싶다” 같은 교양 수업을 듣는 여학생들을 상대로 일부 충북대 남학생들이 나눈 단톡방 대화 중 일부다. 지난해 12월 피해 학생이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가해 학생들은 “이거 알려지면 사망이다”, “우리 쓰레기다” 등 자신들의 성희롱적 발언들이 공개되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듯한 대화도 나눴다. 같은 동아리 동기들을 상대로 “핥고 싶다”거나 “OO랑 XX랑 모텔 가나봐” 등의 성희롱적 대화를 나눈 경희대 의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학내 학생 자치기구인 인권침해사건대응위원회(대응위)에 따르면 이들은 “(문제가 될 내용을) 다 같이 삭제하자”고 말하거나 실제로 주기적으로 증거인멸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단톡방 성희롱은 공공연히 이뤄졌다. ‘우리끼리’라는 단톡방의 은밀한 속성이 그들이 나누는 대화가 범죄라는 생각을 무뎌지게 한 탓이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대화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혹은 ‘우리끼리 이야기일 뿐인데 왜 문제 삼느냐’는 등의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친한 사람들끼리 뭉치는 단톡방의 속성상 또래 사이 이견을 제시하면 따돌림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휩쓸려 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속성 때문에 단톡방 성희롱은 외부로 드러나기 쉽지 않다. 2018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가 발표한 상담통계에 따르면, 단톡방 성희롱 사건에서 적용될 수 있는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와 관련된 상담은 전체의 19%에 달했다. 하지만 서승희 한사성 대표는 “단톡방 성희롱 중 밝혀진 것은 0.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사적 공간이라는 단톡방의 특성상 내부고발 없이는 외부로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된 경희대 의과대학 남학생들의 성희롱 대화 역시 해당 단톡방에 소속된 한 학생의 제보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가해 학생들과 다시 수업에서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과 폐쇄적인 의대 사회 내에서의 인식 등을 이유로 사건 신고 취하와 재접수를 반복했다고 한다. 여러 번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인식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서 대표는 “가수 정준영(31)씨의 단톡방 사건이 터졌을 때조차 일부 네티즌은 ‘사적 대화를 왜 검열하느냐. 사생활침해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나왔다”면서 “단톡방 성희롱을 폭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여성을 성적 도구화하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윤지영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을 “여성을 성적으로 품평하고 다른 남성에게 공공연히 전시하는 행위가 ‘센 남자’, ‘강한 남자’임을 입증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왜곡된 남성 문화”라고 설명했다.●피해자의 트라우마가 된 가해자의 ‘농담’ 자신이 성희롱 대화의 대상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안 피해자들은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일부 학생들이 동기 여생도를 상대로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은 단톡방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남생도들은 남자 연예인의 공연에 환호하는 여생도들을 보고 “회음부간호 X되게 하겠네” 등의 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 11명 중 1명은 퇴교 조치, 나머지는 4~7주의 근신 처분을 받았지만 상처는 여전히 남았다. 학교 측의 미흡한 대처와 공론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는 학내 분위기가 원인이 됐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생도들을 모아 두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음담패설은 성적 희롱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대처가 미흡했다”면서 “주변에서도 ‘이 정도 했으면 되지 않느냐’는 등의 반응을 보여 여생도들이 오히려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학내 징계 절차가 2차 가해가 되기도 한다. 피해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을 정도로 징계 수준이 낮거나 가해 학생과의 철저한 분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2018년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내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심층 인터뷰를 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 A씨는 “가해 학생 8명이 받은 징계 중 가장 높은 수위는 정학 5개월에 불과했다”고 토로했다. 군입대와 자발적 휴학 기간이 정학 기간에 포함된다는 사실은 A씨를 더욱 무력하게 만들었다. A씨는 “징계가 나오자마자 바로 다음 학기에 군대로, 해외로 가는 가해자들을 보며 ‘믿을 곳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미정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교에서는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의 징계 수위를 알리지 않는 등 징계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톡방 성희롱’은 성범죄가 아니다? 학내 징계를 넘어 법적 대응에 나서는 피해자들도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사례 대부분은 성범죄에 속하지는 않는다. 당사자가 없는 단톡방 내에서 성희롱이 이뤄지는 경우는 성폭력특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신진희 변호사는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단톡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보내 성적 수치심이나 불쾌감을 유발했다면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단톡방 내 사람들이 밖에 있는 특정 대상을 희롱하기 위해 일종의 ‘뒷담화’를 나눈 것은 명예훼손이나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청주교대 가해 학생들 2명 역시 최근 모욕 혐의를 받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피해자 측 변호인인 로펌 굿플랜의 강현 변호사는 “핵심은 모욕죄 구성요건 중 하나인 단톡방의 내용이 제삼자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지는 공연성”이라면서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볼 때 충분히 모욕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업을 가지 못하고 은둔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가해 학생들의 예비교사로서의 자질, 윤리의식 등에 대해 더 큰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법적으로 단톡방 성희롱도 새로운 성폭력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지영 교수는 “단톡방 성희롱 역시 변화된 플랫폼 문화 안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여성대상 성폭력으로 인정하고 성폭력특례법 안에서 처벌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들도 성폭력 피해자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에 대한 처벌수위도 높아질 수 있고 피해자들도 지원서비스를 더욱 더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 변호사 역시 “성희롱 사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고 있고 그 유형도 다양해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온라인 성희롱을 법적으로 성범죄의 영역으로 볼 지 등 입법론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무조건 처벌 규정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다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공론화를 통해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더는 우리 사회가 방관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인지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교육을 계속 해야 한다”면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사회가 이를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영 교수도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한 남성들을 새로운 남성성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학교에서도 피해자 관점에서 학교가 이 문제를 예의주시한다는 선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