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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een 창간 30주년 기념식 개최...‘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리더 30인’ 대상 시상

    Queen 창간 30주년 기념식 개최...‘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리더 30인’ 대상 시상

    여성지 Queen(전재성 대표)이 창간 30주년 기념식을 8일 오후 6시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했다. 1990년 창간된 Queen은 이날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 30인’을 선정, 시상식을 진행했다. 정희선 한국여성과학총연합회 회장, 정호정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여에스더 대표,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전현정 변호사, 동양화가 오명희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교수, 김문정 음악감독 등 ‘과학, 교육, 기업, 사회, 예술·체육’ 분야에서 정상에 선 여성 리더 30인을 시상했다. Queen에 따르면, 변도윤 전 여성가족부 장관을 심사위원장으로 한 7인의 ‘대한민국을 이끄는 여성 리더 30인’ 심사위원회는 지난 5월 18일 추천 후보자를 대상으로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한민국 여성리더 30인을 선정했다. 이익선 방송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기념식은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그랜드볼룸의 300석 좌석을 꽉 채우며 행사 내내 축하의 열기로 뜨거웠다. 이날 기념식에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참석해 Queen의 30주년을 축하하고 응원해 박수를 받았다. 여성계 원로로서 신낙균 민주 평통 여성 부의장, 이배용 전 이화여대 총장, 김정숙 세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이 무대에 올라 퀸 30주년을 격려했다. 이어진 영상축사에서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여왕의 품격’ 여성지 퀸이 앞으로도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잘 담아주길 바란다. 대한민국 모든 여성을 응원한다”고 전했다. 정동만 의원(미래통합당)은 축배의 잔을 들어 건배사로 퀸의 30년을 축하했다. 변도윤 심사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7인의 심사위원회를 통한 심사과정을 전하고 여성가족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후원으로 수상자들에게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 되었다고 격려했다. Queen 발행인 전재성 대표는 지난 30년을 돌아보며 “Queen은 ‘대한민국의 대표 여성리더 30인’ 수상자들과 함께 가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감회를 밝혔다. 내빈으로 김재형 대법원 대법관, 나경원 전 의원, 최대석 이화여자대학교 부총장, 황영기 한미협회 회장, 심재철 고려대학교 교수, 안병준 서울신문 사우회장, 이대영 중앙대학교 교수, 김덕진 변호사, 이재만 변호사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한편 기념식 3부에서는 도예가 신경균 작가의 양구백자 달항아리와 약토 발이 자선경매로 나와 10여 차례 경합 속에 낙찰되었으며, 경매 낙찰금액은 전액 기부를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동참한다. 마지막 피날레 무대는 창립 25주년의 이영주 패션쇼로 장식했다. ‘Dreams come true’를 주제로 한 이날 무대에서 디자이너 이영주는 코로나19로 암울한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다음은 수상자 30인 명단이다. 김귀순 세무법인 부민 대표, 김문정 한세대학교 교수·음악감독, 김성옥 (사)글로벌미래환경협회 회장, 김재희 이화다이아몬드공업 대표이사, 김혜경 엔지켐생명과학 부회장, 김희정 하프시코드 연주자, 마은주 유엑스 디자인그룹 대표, 민은자 드림에듀 대표, 박재숙 라온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박지향 유앤젤보이스재단 이사장, 서혜란 국립중앙도서관장, 손정은 MBC 아나운서, 양영은 KBS 기자, 여예스더 에스더포뮬러 대표이사, 오명희 수원대학교 미술대학 학장·교수, 오숙영 오즈리서치 대표이사, 유은실 서울 아산병원 교수, 이명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성주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이영미 세미성 대표이사, 이영주 이영주콜렉션 대표, 이주희 중앙대학교 교수, 임계화 장안요 갤러리 관장, 임인경 아주대학교 명예교수, 전현정 법무법인 KCL 변호사, 정호정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정희선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 원장·교수, 조선영 학교법인 광운학원 이사장, 조수빈 방송인, 조향 한국융복합콘텐츠컴퍼니 대표이사 (가나다 순).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안 중하다”면서 오거돈 영장 기각한 재판부

    “사안 중하다”면서 오거돈 영장 기각한 재판부

    ‘인지부조화’ 첫 언급… 우발성 강조 여성계 “성인지 감수성 부족” 비판 직권남용 의혹 등 경찰 수사도 난항부하 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청구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영장 기각으로 향후 경찰의 추가 수사도 차질이 예상된다. 오 전 시장은 지난 4월 성추행을 실토하며 시장직을 내려놓은 지 40일 만인 2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으나 구속을 면했다. 오 전 시장 영장실질심사를 연 조현철 형사1단독 부장판사는 “사안이 중하지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돼 구속 필요성이 없다”면서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했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선 ‘인지부조화’가 처음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학 용어인 인지부조화란 태도와 행동에 모순이 있어 양립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오 전 시장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 말이 다 맞고 성추행 범행은 인정하나 구체적인 범행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전 시장의 변호인단은 이를 두고 “평생 성실하게 엘리트로 살아온 오 전 시장이 순간 무엇에 홀린 듯 그런 행동을 했고 이후 그런 행동이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와서 범행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통 피의자나 피고인이 주장하는 ‘심신미약’처럼 인지부조화 역시 우발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어 논리라는 해석이 있다. 오 전 시장의 영장 기각 소식에 부산 여성계와 시민단체는 법원과 경찰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규리 부산여성단체협의회장은 이날 “권력형 성추행은 지독한 범죄인데 사안의 중대성이 제대로 다뤄졌는지 의문”이라면서 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과 경찰 수사의 부실함을 꼬집었다. 이어 “여성계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정중한 사과를 받은 적도 없고 흐지부지 넘어가는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도 “오거돈 성폭력 사건이 법정에서 부산시민에게 엄청난 상처로 귀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의 신병을 확보해 구속 상태에서 추가 수사를 벌이려던 경찰은 영장 기각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자체 회의에서 향후 수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또 강제추행 외에 불거진 또다른 성추행 의혹, 총선 전 성추행 사건을 은폐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총선 전 사건 무마 시도(직권남용) 의혹 등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文, ‘여성 비하’ 논란 속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발탁

    文, ‘여성 비하’ 논란 속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발탁

    탁현민, ‘文 의중 잘 알고 능력 있다’ 판단한듯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왜곡된 성 인식과 ‘여성 비하’ 발언 논란으로 여성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 왔던 탁현민(47) 전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을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에 발탁했다. 지난해 1월 청와대에서 사직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교육비서관에는 박경미(55)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두 사람 외에도 홍보기획비서관에 한정우(49) 춘추관장을, 해외언론비서관에 이지수(56) 한국표준협회 산업표준원장을, 춘추관장에 김재준(49)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을, 시민참여비서관에 이기헌(52)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사회통합비서관에 조경호(54)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을 각각 내정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성공회대를 졸업한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캠프에서 토크콘서트 등 행사를 주도했고, 정부 출범 후에는 대규모 기념식과 회의 등 각종 대통령 행사의 기획을 맡았다. 이전에는 오마이뉴스 문화사업팀장과 다음기획 뮤직콘텐츠 사업본부장을 지냈다. 여성계 ‘탁현민 내정’ 당시 비판·철회 촉구“단톡방 성희롱·n번방 성착취 논란 와중에” 그러나 그동안 집필했던 글들에 성 인식 문제가 불거지면서 여성계의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탁 의전비서관은 과거 자신의 일부 저서에서 자신의 성 경험담과 함께 “콘돔은 섹스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임신한 여교사에 성적 판타지가 있다”, “여자는 예쁘면 어느 정도 선까지 다 용서된다. 예쁘기만 해서는 안 되고 가슴에 볼륨이 있어야 하고 가슴골을 적당히 과시할 줄 알아야 한다” 등의 글로 온·오프라인에서 논란이 일었다.여성계는 탁 의전비서관의 내정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청와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질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성명서에서 “단톡방 성희롱,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등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그를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여성 비하 논란에도 문 대통령은 대통령 행사 기획에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예정대로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참모들을 요직에 기용해 ‘포스트 코로나’ 국면에서 성과 창출의 역량을 보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前춘추관장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文 전 보좌관, 김재준 춘추관장으로 한정우 홍보기획비서관은 정부 출범 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부대변인을 거쳐 지난 2월부터 춘추관장으로 일하며 언론과 계속 소통해왔다. 김재준 춘추관장은 문 대통령이 19대 국회의원이던 시절 보좌관을 지냈고 2017년 대선 때 후보 수행팀장으로 일했다. 이지수 해외언론비서관은 2017년 대선 당시 캠프 외신대변인으로 일했고, 이기헌 시민참여비서관과 조경호 사회통합비서관은 당료와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지내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박경미 교육비서관은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 출신으로 교육 전문가 평가를 받는다. 2016년 총선 공천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20대 국회에 입성했으나 21대 총선에서는 서울 서초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靑은 왜 구설 많은 탁현민을 다시 불렀나

    靑은 왜 구설 많은 탁현민을 다시 불렀나

    文대통령, 남북정상회담 이벤트 흡족 관료·정치인에 없는 상상력 높게 평가 靑 첫 입성 때부터 여성비하 논란 파문 여성계 “내정하지 말아야” 강력 반발 내부 “고위 공직자답게 처신을” 지적#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순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 환송행사였다. 판문점 평화의 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쇼인 만큼 ‘암전’이 불가피해 경호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또 두 정상보다 한반도를 살아가는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부각되는 상황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의 봄’의 상징적 장면으로 흡족해했다고 한다. 탁현민(47)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이 회자된다. 2017년 청와대에 들어온 뒤 10년 전 책에 담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퇴 압력이 거셌던 터라 1년 4개월 만의 승진·복귀에 따른 여성계 비판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27일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논란을 감수하고도 그를 중용하는 배경으로 평판보다는 ‘검증된 능력·경험’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꼽았다. 청와대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연설뿐 아니라 공개 행사에서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데, 그는 대통령의 의중을 디테일까지 잘 살린다”며 4·27 정상회담 환송행사를 예로 들었다. 4·27 기획은 ‘집단지성’의 산물이지만, 연출을 총괄한 그를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매뉴얼대로 군 부대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그들만의 행사’로 열렸던 국군의날이나 경찰의날 행사를 광장으로 불러내고 스토리를 입힌 것도 그다. 여권 핵심인사는 “대통령의 ‘숨결’을 읽어 낸다. 대통령의 진정성과 따뜻함은 연출 불가한 영역이지만, 돋보이게 포착하는 건 기획자의 능력”이라고 했다. 이어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고, 도식화된 경호·의전 프로토콜에 구애받지 않는다. 외교관, 정치인 출신은 쉽지 않다”면서 “그 경험과 상상력을 높게 평가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관료나 참모 출신은 대통령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는 대면보고를 통해 퍼즐을 맞춰 간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이 말하는 중용 배경은 상당 부분 겹친다. 10여년의 인연이 있기에 가능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를 기획하면서 ‘야인’이던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2011년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했고,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 대선 베이스캠프 격인 ‘광흥창팀’에 합류했다. 2016년 6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문 대통령의 네팔 트레킹에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동행했다. 지난해 1월 사직 뒤 무보수 전문위원을 맡았던 때부터 그의 복귀는 예측가능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여성계에선 청와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지적한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성명서에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등 많은 여성들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부 우려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4년차 성과를 내기 위해 행정관 숫자를 대폭 줄여 효율적 조직으로 바꾸는 상황에서 그만큼 ‘의전 일머리’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고위공직자에 걸맞게 처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뉴스분석]또 탁현민이어야 했던 까닭은?

    [뉴스분석]또 탁현민이어야 했던 까닭은?

    10여년 인연… “대통령 숨결까지 읽어내는 기획력” 여성계 “‘페미니스트 대통령’ 거짓 아니라면, 철회”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당시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순간은 의외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 환송행사였다. 판문점 평화의 집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한 ‘하나의 봄’을 주제로 한 영상쇼인 만큼 ‘암전’이 불가피했지만, 경호 측면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 또한 두 정상보다 한반도를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부각되는 상황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상징적 장면으로 도보다리 회담과 더불어 흡족해했다고 한다. 탁현민(47)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1급)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왜,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이 회자된다. 2017년 5월 청와대에 들어온 뒤 10년 전 출간한 책에 담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사퇴 압력이 거셌던 터라 1년 4개월 만의 승진·복귀에 따른 여성계의 비판은 예정된 수순이기 때문이다. 27일 복수의 여권 인사들은 논란에도 그를 중용하려는 배경으로 세간의 평판보다는 ‘검증된 능력·경험’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력’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꼽았다. 청와대에 몸담았던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의 생각은 연설뿐 아니라 공개 행사에서 시각적으로도 전달되는데, 대통령이 염두에 둔 ‘포인트’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강점이 있다”며 4·27 정상회담 환송행사를 예로 들었다. 4·27 부대행사 기획은 ‘집단지성’의 산물이지만, 연출을 총괄한 그를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매뉴얼대로 군 부대나 세종문화회관 등에서 ‘그들만의 행사’로 열렸던 국군의 날이나 경찰의 날 행사를 광장으로 불러내고 스토리를 덧입힌 것도 그다. 그와 손발을 맞췄던 여권 인사는 “대통령의 ‘숨결’을 읽어 낸다. 대통령의 진정성과 따뜻함은 연출 불가한 영역이지만, 돋보이게 포착하는 기획자의 능력이 탁월한건 분명하다”고 했다. 이어 “레퍼런스를 참고하지 않고, 격식이나 의전·경호 프로토콜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외교관 출신이나 정치인들은 어렵다”면서 “그런 경험과 상상력을 높게 평가한 걸로 보인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관료나 참모 출신은 대통령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그는 중요 행사의 경우 대통령 대면보고를 통해 퍼즐을 맞춰 간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이 말하는 중용 배경은 이처럼 상당 부분 겹친다. 10여년 넘게 쌓아 온 인연이 있기에 가능해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를 기획하면서 ‘야인’이던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2011년 ‘운명’ 북콘서트를 기획했고, 2012년 대선 캠페인에 이어 2017년 대선 베이스캠프 격인 ‘광흥창팀’에 합류했다. 2016년 6월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문 대통령의 네팔 트레킹에도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과 동행했다. 지난해 1월 사직한 뒤 비급여 전문위원을 맡았던 때부터 복귀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여성계에선 청와대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성명서에서 “단톡방 성희롱,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등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위협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그를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부의 우려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집권 4년차를 맞아 청와대 행정관 숫자를 대폭 줄여 효율적이고,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바꿔가는 상황에서 그만큼 ‘의전 일머리’가 있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그도 고위공직자에 걸맞게 말과 행동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탁현민 다시 靑으로… 의전비서관 승진 내정

    탁현민 다시 靑으로… 의전비서관 승진 내정

    文정부 국정 성과 극대화위해 측근 중용 홍보기획 한정우·춘추관장 김재준 발탁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청와대 의전비서관에 내정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에도 문재인 대통령을 오랜 기간 보좌한 한정우 춘추관장과 김재준 제1부속실 선임행정관이 전진 배치된다. 집권 4년차를 맞아 국정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대통령의 속내를 잘 아는 참모들을 중용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탁 자문위원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월 사직한 뒤 1년 4개월 만에 승진·복귀한다. 의전비서관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내외 주요 행사의 콘셉트와 동선, 의전 등을 책임지는 요직이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그는 2009년 ‘노무현 추모 콘서트, 다시 바람이 분다’를 통해 문 대통령과 연을 맺었다. 2012년 대선에 이어 2017년에는 대선 준비 베이스캠프 격인 ‘광흥창팀’부터 함께했다. 5·18, 8·15, 3·1절 기념식에 ‘스토리텔링’을 덧입혔고 1차 남북 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봄’의 주요 행사들을 기획했다. 다만 10여년 전 출간한 책에 담긴 여성 비하 표현으로 입길에 올랐던 터라 야당과 여성계의 반발도 예상된다. 홍보기획비서관과 춘추관장은 대통령의 메시지가 국민에게 전달되는 ‘유통과정’의 요직이다. 한 관장은 한명숙 전 총리 보좌관 출신으로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부대변인을 거쳤고, 김 선임행정관은 19대 국회 문재인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오랜 기간 대통령을 현장에서 수행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단독] ‘n번방 분노’ 들끓는데 꿈쩍않는 플랫폼

    [단독] ‘n번방 분노’ 들끓는데 꿈쩍않는 플랫폼

    트위터·디스코드 2곳만 무관용 대처 n번방 사건 터진 텔레그램은 ‘무응답’ 수사기관 협조 요구엔 대부분 소극적 새 양형기준, 국민 감수성 못 따라가디지털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 법안들이 29일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성착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작업이 첫 단추를 뀄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올 초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 해결 청원’은 이른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구속되고 졸속 법안 처리가 국민적 논란이 되면서 관련 청원이 다시 등장했고 순식간에 1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야는 성착취물 제작·유포·소비에 대한 형량 강화 내용 등의 법안을 다시 내놨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판매·소지 등에 대한 형량을 기존 ‘10년 이하 징역’에서 ‘5년 이상 징역’으로 강화하는 내용 등이 골자다. 하지만 관련 입법이 현실에서 기대처럼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법원 양형기준이 국민의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 6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문위원 12명 중 8명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죄의 기본 형량으로 4~8년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음란물 제작·유통보다 강간 범죄가 더 무겁다고 인식되는 점을 감안했다지만 익명의 다수 가해자에 의해 무제한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수성은 간과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의 근거지인 해외 사업자에게는 실질적인 적용이 곤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계에서는 아동·청소년 피해에 초점을 맞춘 것을 한계로 짚는다. 여론의 분노는 디지털 플랫폼 전반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프로그램의 보안성에만 집착하는 정보통신(IT) 기업이 그에 따른 부작용으로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를 막는 데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서울신문이 이날 성범죄의 주무대가 된 해외 주요 메신저·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응 정책을 물었더니 형식적이거나 무성의한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 14일 디스코드, 위커, 와이어, 트위터 등 5개 업체에 n번방 관련 대응을 문의한 결과 회신이 온 곳은 4곳이었다. 디스코드와 트위터 등 2곳은 불법 성착취 영상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한다고 답했다. 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메신저별로 책임수사관서를 지정했다. 메신저 기업들은 한국 수사기관의 협조 요청에 대해서도 대부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스코드는 “한국 당국과 협력하고 있지만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진행 중인 조사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했고, 위커는 “합법 절차에 따른 경우나 생사가 갈리는 경우에만 법 집행기관과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 대표는 “해당 기업들이 메신저 내 계정 영구정지 외에도 수사기관에서 협조 요청 시 적극 응답해 수사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국회 통과 눈앞이지만… 갈 길 먼 ‘n번방 방지법’

    국회 통과 눈앞이지만… 갈 길 먼 ‘n번방 방지법’

    법사위 법안소위, ‘n번방 방지법’ 의결성착취물 소지·시청하면 3년 이하 징역 법원 양형기준은 국민 감수성 못 미쳐인터넷사업자들 “규제 현실성 떨어져”여성계 “아동·청소년에만 초점” 지적디지털 성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의 재발 방지 법안이 29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의결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성착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작업이 첫 단추를 뀄다. n번방 방지법은 특히 국민들의 목소리에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의결된 ‘n번방 방지법’은 이변이 없는 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n번방 방지법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의 결과물이다. 올 초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텔레그램 디지털성범죄 해결 청원’은 다른 4건의 개정안과 병합 심사되는 과정에서 ‘딥페이크(신체 합성 영상) 처벌’에 한정됐다. 이후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구속되고 졸속 법안 처리가 국민적 논란이 되면서 관련 청원이 다시 등장했고 순식간에 10만명 동의를 얻었다. 여야는 성착취물 제작·유포·소비에 대한 형량 강화 내용 등의 법안을 다시 내놨다. 이날 의결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별법) 개정안은 불법 성착취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규정 신설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는 불법 촬영물의 반포·판매·임대·제공 등만 처벌된다. 하지만 관련 입법이 현실에서 기대처럼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법원 양형기준이 국민의 감수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지난 6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전문위원 12명 중 8명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죄의 기본 형량으로 4~8년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음란물 제작·유통보다 강간 범죄가 더 무겁다고 인식되는 점을 감안했다지만 익명의 다수 가해자에 의해 무제한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수성은 간과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지난 28일 인터넷기업협회의 긴급 토론회에서는 관련 법이 “인터넷사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사업자의 디지털 성착취물 발견·삭제·전송방지 등 기술적 조치를 의무화한 법이 현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의 근거지인 해외 사업자에게는 실질적인 적용이 곤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성계에서는 아동·청소년 피해에 초점을 맞춘 것을 한계로 짚는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피해자 통계에서 80% 이상이 성인 여성”이라며 “피해자 연령과 상관없이 불법촬영물 시청·소지·구매를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인식의 전환이 관건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6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연루된 것에서 보듯 성착취물 단순 소비는 범죄라는 인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윤봉길 손녀’ 윤주경·‘4부자 의원’ 김홍걸·‘수요집회’ 윤미향 당선

    ‘윤봉길 손녀’ 윤주경·‘4부자 의원’ 김홍걸·‘수요집회’ 윤미향 당선

    미래한국당 경제전문가 윤창현 등 19명 탈북인권가 지성호… 정운천 재선 진기록 시민당, ‘부천 성고문 사건’ 권인숙 등 17명 소수정당 대표·여성계 활동가 대거 입성 정의당 ‘대리게임’ 논란 류호정 등 5명 열린민주당·국민의당 각각 3명 금배지21대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 수개표가 16일 완료되면서 47명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비례대표 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득표율 33.84%를 확보하며 19명을 당선시켰다. ‘친일 프레임’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영입한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주경(비례 1번) 전 독립기념관장이 미래한국당의 얼굴로 원내에 진입했다. 윤 당선자는 당초 당선권 밖인 21번으로 밀렸다가 미래한국당의 새 지도부가 1번으로 재배치하면서 21대 국회 입성에 성공할 수 있었다. 경제·경영 전문가인 윤창현(비례 2번) 전 한국금융연구원장과 한무경(비례 3번)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탈북인권운동가 지성호(비례 12번) 나우 대표도 금배지를 달게 됐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통합당) 당적을 가지고 전북 전주을에서 당선됐던 정운천(비례 16번) 의원은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해 재선에 성공하는 진기록을 갖게 됐다. ‘음주운전’ 논란 등이 있었던 허은아(비례 19번)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미래한국당의 마지막 선수로 국회에 입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후보 순번 11번부터 자당 후보들을 배치하는 배수진을 치면서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33.35%)의 비례 1번 신현영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등 17명 당선을 이끌었다. 김홍걸(비례 14번)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당선되면서 아버지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형인 김홍일·홍업 전 의원과 함께 ‘국회의원 4부자’ 기록을 세우게 됐다. 매달 전 국민 60만원 기본소득 지급 등을 주장하며 소수정당 몫으로 시민당에 들어온 용혜인(비례 5번) 전 기본소득당 대표, 조정훈(비례 6번) 전 시대전환 대표도 원내에 진입했다. 여성계·시민사회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인사들도 대거 금배지를 달았다. 6월 항쟁의 촉매제가 된 1986년 ‘부천 성고문 사건’ 피해자인 권인숙(비례 3번) 전 여성정책연구원장, 일본 대사관 앞 수요시위를 이어가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힘쓴 윤미향(비례 7번)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20년 넘게 환경운동을 하며 기후위기·탈원전에 목소리를 낸 양이원영(비례 9번) 전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도 국회에 입성한다. 정의당에서는 정당득표율 9.67%를 기록하며 ‘대리게임’ 논란을 낳은 류호정(비례 1번) 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부터 이은주(비례 5번) 전 서울지하철노조 정책실장 등 5명이 당선됐다. 국민의당(6.79%)은 안철수 대표의 대구 봉사활동 인연으로 추천된 비례 1번 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과 안 대표의 측근인 이태규(비례 2번), 권은희(비례 3번) 의원 등 3명이 21대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열린민주당(5.42%)은 최강욱(비례 2번) 전 공직기강비서관 등 3명이 금배지를 달면서 김의겸(비례 4번) 전 대변인은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임신중절 처벌 없애도 규제 그대로… 지역·상황별 여성권리 차별 없어야”

    “임신중절 처벌 없애도 규제 그대로… 지역·상황별 여성권리 차별 없어야”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1년간 우리 사회는 ‘몇 주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할 것인가’,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제한할 것인가’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했다. ‘낙태죄’가 사라진 자리를 채울 새로운 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낙태죄 폐지를 이끌어 낸 시민단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처벌 조항만 없앤다고 실질적인 규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여성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임신중절 허용 법안의 세세한 내용까지 세심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신중절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형법상 처벌 조항이 사라졌어도 병원과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임신중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수술과 약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임신중절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아름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중절 제도와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때인데 정부와 의료계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약자의 낙태권을 보장할 대책도 필요하다. 이유림 집행위원은 “미성년자나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은 블랙마켓(불법 암시장)이나 불완전한 시술에 내몰리기 쉽다”고 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의료서비스 낙후 지역에 살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주 여성들은 제때 안전한 임신중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지역별로, 상황별로 임신중절 서비스의 질이 차이 나지 않는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임신중절 전 상담·숙려기간 의무화 여부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성계는 의무 상담이 자칫하면 임신중절을 철회하도록 설득하거나 트라우마를 남기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름은 상담이지만 실제로는 낙태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은 “2010년 ‘낙태죄’ 처벌 강화를 거론하던 시점에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상담을 제공한다면서 ‘위기임신상담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다. 임신을 중단하려는 여성을 비정상이라고 낙인찍은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임신중절을 일부 여성의 일탈 행위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의무 상담의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상담이 임신중절을 말리기 위한 것이 아닌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여론이다. 박 위원장은 “대부분 임신중절을 결심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상담은 임신중절의 방법, 약물과 수술의 장단점, 사후 관리 등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고 말했다. ●임신중절 사유를 제한할 것인가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국회에서 유일하게 발의된 대체법안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여성이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증명해야 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해 논란이 됐다. 임신 14주까지는 여성의 요청만으로, 14주부터 22주까지는 기존 사유에 더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될 때 임신중절을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활동가들은 특정 허용 사유를 두어 낙태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위원장은 “지금도 성폭력 피해로 인한 임신인 경우 임신중절이 허용되지만 의사가 성폭력 피해에 의한 임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해자를 성폭력으로 고소하고 오라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유죄 판결을 받아 오라고 한 적도 있다”며 우려를 표현했다. 사유를 증명하는 동안 안전한 임신중절 시기를 놓칠 위험도 있다. 나영 위원장은 “임신중절은 이른 시일 안에 해야 하는데 허용 사유를 판단하고 검열하는 과정 때문에 괜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의 디테일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은 더 있다. ▲임신중절을 했을 때 유·사산휴가를 줄 것인지 ▲임신중절 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임신중절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이다. 다만 활동가들은 지지부진하던 논의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재생산권’의 패러다임을 차근차근 바꿔 온 여성들의 노력과 의지를 봤기 때문이다. 문 위원장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을 대립적으로 보던 지난 관점에서 벗어나 임신중절을 출산, 양육과 연결된 권리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법 개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디테일’ 3가지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법 개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디테일’ 3가지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1년간 사회는 ‘몇 주까지 임신중절을 허용할 것인가’,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제한할 것인가’와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되풀이했다. ‘낙태죄’가 사라진 자리를 채울 새로운 법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낙태죄 폐지를 이끌어 낸 시민단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모낙폐)은 “처벌 조항만 없앤다고 실질적인 규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라며 “여성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낙태 허용 법안의 디테일을 세심히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쟁점 1. 임신중절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형법상 처벌 조항이 사라졌어도 병원과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여성들이 실질적으로 임신중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가까운 의료기관에서 모든 여성이 수술과 약물 처방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임신중절 비용을 건강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박아름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중절 제도와 매뉴얼, 홍보물을 만들어야 할 때인데 정부와 의료계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약자의 낙태권을 보장할 대책도 필요하다. 이유림 모낙폐 집행위원은 “미성년자나 이주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은 블랙마켓(불법 암시장)이나 불완전한 시술에 내몰리기 쉽다”고 했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 역시 “의료서비스 낙후 지역에 살거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이주 여성들은 제 때 안전한 임신중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면서 “지역별로, 상황별로 임신중절 서비스의 질이 차이 나지 않는 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쟁점 2. 임신중절 전 상담·숙려기간 의무화 여부 헌재는 낙태죄 위헌판결을 내리면서 향후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 일정한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여성계는 의무 상담이 자칫하면 임신중절을 철회하도록 설득하고, 트라우마를 남기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름은 상담이지만 실제로는 낙태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설희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2010년 ‘낙태죄’ 처벌 강화를 거론하던 시점에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상담을 제공한다면서 ‘위기임신상담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다. 임신을 중단하려는 여성을 비정상이라고 낙인 찍은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가 임신중절을 일부 여성의 일탈 행위로 취급했다는 점에서 의무 상담의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임신중절 상담이 임신중절을 말리는 목적이 아닌 여성의 건강과 안전한 임신중절을 위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여성계의 여론이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낙태를 결심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다. 이들에게 필요한 상담은 낙태의 방법, 약물과 수술의 장단점, 사후 관리 등 정확한 정보 제공”이라고 말했다.쟁점 3. 임신중절 사유를 제한할 것인가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국회에서 유일하게 발의된 대체법안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의 형법 및 모자보건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여성이 자신이 처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증명해야 임신중절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해 논란이 됐다. 임신 14주까지는 여성의 요청만으로, 14주부터 22주까지는 기존 사유에 더해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회·경제적 사유에 해당될 때 임신중절이 허용된다는 내용이다. 활동가들은 사회·경제적 사유로 임신중절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박 공동집행위원장은 “지금도 성폭력 피해에 의한 임신인 경우 임신중절이 허용되지만 의사가 성폭력 피해에 의한 임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해자를 성폭력으로 고소하고 오라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유죄 판결을 받아 오라고 한 적도 있다”며 우려를 표현했다. 사유를 증명하는 동안 안전한 임신중절 시기를 놓칠 위험도 있다. 나영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중절은 이른 시일 안에 해야 하는데 허용 사유를 판단하고 검열하는 과정 때문에 괜한 시간을 허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밖의 디테일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대목은 더 있다. ▲임신중절을 했을 때 출산휴가처럼 유·사산휴가를 줄 것인지 ▲임신중절 성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지 ▲임신중절을 선택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등이다. 다만 모낙폐 활동가들은 지지부진하던 논의 속에서도 희망을 봤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재생산권’의 패러다임을 차근차근 바꿔 온 여성들의 노력과 의지를 봤기 때문이다. 문 공동집행위원장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결정권을 대립적으로 보던 지난 관점에서 벗어나 임신중절을 출산, 양육과 연결된 권리로 인정하는 사회적 인식이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법안 미적대는 사이 ‘불법 낙태유도제’ 횡행… 여성 안전은 부재

    법안 미적대는 사이 ‘불법 낙태유도제’ 횡행… 여성 안전은 부재

    사회적 논의는 멈춘 채 국회는 ‘나몰라라’ 발의 법안 계류 중… 연말까지 마련해야 작년 불법 낙태유도제 판매 적발 2365건 온라인엔 낙태약 복용 후 이상 증세 호소 진품 여부 모른 채 50만원대 암거래 급증 여성계 “유산유도제라도 먼저 도입해야” 전문가 “식약처 법 개정 전 준비 철저히”“‘미프진’을 구해 먹었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요.” “박스 포장은 완벽하게 돼 있는데 알약에 각인이 안 돼 있어요. 가품일까요?”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1년이 무색하게도 온라인에는 임신중절을 둘러싼 다양한 문의 글이 올라온다. 대부분 음성적인 경로로 유산유도제를 구해 생긴 문제들을 토로한다. 글 속엔 헌법불합치 이후 현장의 혼란과 여성들의 불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헌재의 결정으로 표면적으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현재 ‘낙태죄’를 대체할 법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해야 한다. 이제까지 발의돼 계류 중인 법안은 지난해 4월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있지만, 이 역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각계각층의 의견이 워낙 달라서다.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간이나 이유, 유산유도제의 유통 주체 등 여성계와 의료계, 종교계 등 입장이 전부 다르다. 정부는 일단 법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쟁점을 정리해 여러 의견을 수렴했고 법무부나 여성가족부 등과 논의 중”이라면서 “일단 법이 만들어져야 그 범위 내에서 무엇을 할지 구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하지만 정작 여성들의 안전은 뒷전인 모습이다. 대표적인 예가 성행하는 ‘낙태약 블랙마켓’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주기적으로 사이트를 차단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산유도제 광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 낙태유도제 판매 적발 건수는 지난해 기준 2365건이다. 2017년 1144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위민헬프위민’ 등 공익적 목적으로 유산유도제를 공급해 왔던 시민단체들로부터의 수입도 막혀 블랙마켓으로 수요가 더 몰릴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약물적 임신중절 방식은 임신 초기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임신 10~14주차까지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을 함께 사용할 경우 효과성이 있다고 본다. 문제는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약들이 진짜인지 확인할 길조차 없다는 점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포장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약을 거래하는 상황”, “여성들의 입장에선 건강과 생명을 운에 맡기고 약을 복용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비싼 가격도 문제다. 미성년자나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게 또 다른 장벽이 된다. 국내 암시장에서 유산유도제는 30만~50만원대에 거래된다. 그러나 유엔인구기금(UNFPA·2018)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미페프리스톤 200㎎ 1알은 약 1만원, 미소프로스톨은 0.2㎎에 약 400원 수준이다. 개개인마다 섭취해야 하는 유산유도제의 양은 전부 다르다. 통상 미소프로스톨은 경과에 따라 양을 조절하거나 단독 복용하기도 한다. 여성계에서는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하도록 유산유도제 도입이라도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예로, 특히 미소프로스톨이 포함된 싸이토텍이라는 약물은 현재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위장약으로 쓰이는데 이를 임신중절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림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정부가 법만 기다리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일단 법적인 부분이 해소돼야 한다고 판단해 하위 법령 개정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로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이동근 정책기획팀장은 “통상 제약회사가 먼저 약의 사용 범위를 늘리겠다는 요청을 해야 하지만 사용 주체인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만큼 식약처가 해외 임상 자료들을 자체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했다.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약물을 통한 임신중절이 가장 안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식약처에서 법 개정 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성폭력 가해자의 뻔뻔한 기부… 돈으로 ‘용서’ 살 수 있습니까

    성폭력 가해자의 뻔뻔한 기부… 돈으로 ‘용서’ 살 수 있습니까

    지난 2월 한국성폭력상담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성폭력 가해자를 변호하는 로펌에서 후원을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로펌은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됐다. 큰 액수를 후원하려고 하니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상담소 ‘닻별’ 활동가는 “당당하게 가해자 로펌임을 밝혀 깜짝 놀랐다”며 “즉각 거절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목적으로 피해자 지원 단체에 후원을 하는 ‘나쁜 기부’가 계속되고 있다. 가해자들이 반성의 근거로 삼는 ‘후원 영수증’이 법정에서 여전히 통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1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지난 2월까지 성범죄자로부터 기부·후원 제안을 받았거나 납부가 확인된 사례는 총 46건에 이른다. 올해 1~2월에만 11건이 적발됐다. 지난달에는 ‘n번방 사태’로 후원이 평소보다 3배가량 급증하면서 ‘숨은 가해자’를 걸러 내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닻별 활동가는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들은 주로 ‘지인이 추천해 줘서’, ‘인터넷 뉴스를 보고’ 등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후원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1000만원을 한꺼번에 내는 가해자가 있는 반면, “재정 상황이 어렵다”며 5만원, 10만원씩 후원하다가 재판이 끝나면 후원을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 매달 1만원씩 정기 후원을 하다 2심 재판 때 기부금 영수증을 떼 달라고 해서 적발된 사례도 있다. 여성계는 성폭력 가해자들의 나쁜 기부가 본격 시작된 계기로 2015년 서울동부지법 판결을 꼽는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여성 등을 몰래 촬영한 성범죄자에게 당시 재판부가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정기후원금을 납부하면서 다시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는 점 등을 참작해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해 전국 126개 상담소는 2017년 9월 법원행정처에 “가해자의 일방 후원을 감경 요인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후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2018년 8월 서울중앙지법도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대학생에게 벌금형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상담소에 100만원을 후원하는 등 사죄하고 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나쁜 기부가 사라지려면 재판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성범죄는 재산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후원을 양형 요인으로 고려해선 안 된다. 이를 인정하는 건 유전무죄나 마찬가지”라면서 “피해자 중심의 판결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軍가산점·여성복무제’ 발의… 젠더갈등 불붙을까

    ‘軍가산점·여성복무제’ 발의… 젠더갈등 불붙을까

    현역 군필자에 공무원시험 1% 가점 우대여성 자원복무 가능하게 ‘세트 법안’ 발의여성계 “가산폭 줄여도 여전히 위헌 소지”하태경 대표 ‘안티페미니즘’ 행보 우려도새로운보수당이 1호 법안으로 꺼내든 ‘군 복무 1% 가점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여성계 등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청년 장병 우대를 내세웠지만, 과거 위헌 판결난 ‘군가산점 부활’ 목소리와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서다. 갈수록 심화되는 젊은 세대 ‘젠더갈등’에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새보수당은 공식 창당 사흘째인 7일 ‘청년병사보상3법’으로 명명한 법안을 1호 법안으로 확정 발표했다. 하태경 책임대표가 창당 전 대표발의한 ‘병역보상금법’과 ‘군 제대 청년 입대주택가점법’에 전날 공개한 ‘군 복무 1% 가점법’을 묶은 것이다. ‘군 복무 1% 가점법’은 현역·상근예비역·사회복무요원을 마친 청년이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 단계에서 과목별로 1%(현역·상근예비역) 또는 0.5%(사회복무요원)의 가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의무복무 대상이 아닌 여성에 대한 불이익을 막기 위해 ‘여성희망복무제’도 ‘세트 법안’으로 발의된다. 여성도 자원해 군 복무를 한다면 동등한 가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가산 횟수와 가점 적용기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새보수당은 이번 주 내로 이런 내용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 2건을 동시 발의할 예정이다. 하 책임대표는 “‘청년병사보상3법’은 군 제대청년을 향한 감사의 표현이자 군 제대청년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는 새보수당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가 이뤄지면 군가산점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군필자에게 최대 5%까지 가산점을 부여했던 군가산점제도는 1999년 위헌 결정이 났고, 2001년 전면 폐지됐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여성과 신체장애자 등에 대한 평등권 침해와 과목별 2~5% 가산점은 과도하다는 이유 등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여성계에서는 벌써부터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장은 새보수당의 법안 발의와 관련해 “가산 폭을 줄여도 여전히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 선거공학적 접근으로 인해 결국 더 많은 사람을 군대에 보내겠다는 것처럼 돼버렸다”며 “어떤 정신도 보여주지 못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하 책임대표의 지속적인 ‘안티페미니즘’ 행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하 책임대표는 지난해 초 급진적 페미니즘을 표방한 커뮤니티인 워마드에 대해 “올해 내로 끝장을 내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진영과 대립해온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의 저자 오세라비(이영희) 작가를 새보수당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자문단장으로 영입했다. 반면 20대를 중심으로 한 청년 남성층에서는 표심을 얻고 있는 분위기다. 하 책임대표는 전날 대전에서 연 첫 당대표단회의에서 “20~30대 젊은 층과 여성후보를 합해 50% 이상 공천하겠다”면서 청년 후보에 선거기탁금 1500만원 지원 등 지원책을 발표했다. 하 책임대표는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차례로 예방하면서 1호 법안 지지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편 군가산점 제도는 위헌 결정 이후에도 가산점 비율을 낮춘 개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여성계 등의 거센 반발로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새보수당의 이번 법안을 두고도 현실성 없는 보여주기식 발의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판깨스트]18년 전 성폭력 ‘소멸시효 안 지났다’ 법원 판단····아동성폭력 손배 장벽 낮출까

    [판깨스트]18년 전 성폭력 ‘소멸시효 안 지났다’ 법원 판단····아동성폭력 손배 장벽 낮출까

    2012년 발생한 체육계 미투 1호 사건, 가해자에 손해배상 책임 인정법원 “정신적 피해를 뒤늦게 인지한 시점이 소멸시효 시작점 되어야”여성계 “성폭력 피해 구제와 인권 보호 위한 획기적 판결 계속 나와야”최근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일을 사건 당일이 아닌 장애 판정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기준으로 무려 18년 전에 있었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했는데요. ‘도가니’ 사건 이후 2012년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된 반면 민사소송에서는 소멸시효가 여전히 남아있어 성인이 되고 난 뒤 성폭력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막막했는데, 배상 가능성을 크게 넓힌 판단이 나온 것입니다.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이 사건의 판결이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장벽을 낮아지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의정부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조규설)는 테니스 선수 출신 김은희씨가 자신이 초등학생일 때 테니스 코치였던 A(41)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7일 판결했습니다. 김씨는 1심에서도 1억원을 배상받을 수 있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번 판결이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1심에서는 A씨가 재판에 응하지 않아 무변론 판결로 김씨가 승소했기 때문입니다. 소송에서 패소하자 A씨는 즉각 항소했고 항소심에서 본격적으로 재판이 이뤄지게 됐습니다. ●성폭력 가해자 “소멸시효 10년 지나” 주장…피해자 “성인 되고 PTSD 알게 돼” 항소심의 최대 쟁점은 소멸시효였습니다. 민법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 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단기), 불법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장기)까지 유효한 것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거죠. 김씨는 초등학생 때인 2001년 7월부터 2002년 8월까지 당시 테니스 코치였던 A씨에게 네 차례 성폭력을 당했습니다. 마지막 사건이 2002년 8월. A씨 측은 불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이미 지나 소멸시효가 끝났다고 항소심에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씨 측은 성인이 되어서야 A씨를 고소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던 상황을 설명하며 소멸시효 기산일을 다르게 봐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사건 당시 겨우 10살이었던 김씨는 성폭력 피해를 당했는지도 인지하지 못했고, 신체적·정신적 고통은 겪었지만 코치의 보복이 두려워 부모는커녕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버텼다고 합니다. 이런 모습은 많은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에게도 나타나는 양상이라고 하는데요. 김씨의 소송대리를 맡은 김재희 변호사는 “개인적 법률 상담 경험으로 아동 성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결심하고 수사기관이나 법률조력 기관 등을 찾는 시기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한 시기인 25세 이후가 가장 많았다”면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성년이 된 직후인 3년 이내에 민사소송을 결심해 진행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미투 사건 이후 법무부에서 미성년자가 성적 침해를 당한 경우에는 성년이 될 때까지 손해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를 유예하도록 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는데요. 그 역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입니다.어린시절의 고통을 묻어두고 성인이 된 김씨는 2016년 5월쯤 한 테니스 대회에서 A씨와 15년 만에 우연히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 순간 A씨에게 입은 성폭력 범죄의 기억이 떠올라 김씨는 30분을 경기장에서 소리내 울었다고 합니다. 그날부터 초등학교 시절로 되돌아 간 듯한 아주 극심한 충격에 휩싸였고 테니스대회부터 사흘간 기억마저 잃었다고 합니다. 매일 악몽과 위장장애, 두통, 수면장애, 불안, 분노, 무기력한 증상에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이 반복되자 김씨는 병원을 찾았고 그해 7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게 돼 처음으로 가해자의 15년 전 성폭력 범죄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김씨는 A씨가 여전히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까봐 두려워 A씨를 고소했습니다. 앞서 성인이 된 직후인 2012년(만 21세)에도 A씨를 고소하기 위해 방안을 찾았지만 여러 전문가들이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소송이 어렵다고 해 포기했다가 도가니 사건으로 아동 성폭력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2016년에는 고소를 할 수 있던 것입니다. 친구들을 찾아 힘겹게 증거를 모아 자신의 피해사실을 입증했고, A씨는 2017년 10월 1심에서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만13세 미만 강간치상)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7월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김씨는 형사재판 항소심 판결 직후인 지난해 6월 A씨에게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부 “손해가 현실화된 ‘장애 진단’ 시점을 기산일로 봐야” 민사소송의 2심 재판부는 이처럼 뒤늦게 A씨를 고소했던 김씨의 상황을 토대로 어린시절 성폭력 피해와 성인이 되어 확인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주목했습니다. 재판부는 “민법 766조 2항에 의한 장기 소멸시효의 기산점인 ‘불법 행위를 한 날’이란 객관적·구체적으로 손해가 발생한 때, 즉 손해의 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됐다고 할 수 있을 때를 의미하고 가해 행위와 이로 인한 현실적인 손해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불법 행위에 있어서는 단지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가 그 후 현실화됐다고 볼 수 있는 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의 손해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원고가 최초 외상후 스트레스 진단을 받은 2016월 6월 7일에 관념적이고 부동적인 상태에서 잠재하고 있던 손해가 현실화되었다고 봐야한다”면서 김씨가 진단을 받은 2016년 6월 7일을 장기 소멸시효(10년)의 기산일로 정했습니다. ‘불법 행위를 안 날’’인 단기소멸시효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범행 직후 자주 복통을 호소하고 급성 위염 치료를 받는 등 외상후 스트레스 증세가 있었던 점은 인정되지만, 피고에 대해 유죄 판결이 선고된 때에야 비로소의 불법 행위의 요건 사실에 대해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돼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했다고 보인다”며 A씨가 형사재판에서 처음 유죄 판결을 받은 2017년 10월 13일을 기산점으로 봤습니다.성폭력 범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처럼 오랜 시간이 지난 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받은 때를 소멸시효의 시작점으로 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피해자들도 1985년부터 2005년까지 일어난 성폭력으로 2011년 11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진단을 받고 2012년 1월 성폭력 가해자와 광주인화원을 설립·운영한 재단에 대해 성폭력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과 사용자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같은해 3월 국가와 광주시에 대해 관리감독 의무소홀, 수사상 과실 등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각각 냈습니다. 성폭력 가해자들은 2006년부터 2008년 7월 사이 유죄 판결이 확정돼 형사처벌을 받았고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일부 가해자들이 사실관계를 인정해 ‘자백간주’ 된 사건의 일부 피해자들에게 2000만원씩 지급하도록 하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피해자들과 이들이 국가와 광주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두 패소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조현욱)는 13일 성명을 내고 “김은희씨 사건 재판부의 판단은 지금까지 성폭력 범죄 사건에서 소멸시효로 인해 피해자들이 피해구제를 받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한 매우 획기적인 판결”이라면서 “앞으로는 ‘도가니’ 사건과 같은 피해자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이러한 법원의 판단이 계속되기를 기대하고 궁극적으로는 성폭력 범죄 관련 소멸시효 기간에 대한 법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생리대 파동으로 변한 건 비싼 제품으로 바꾼 것뿐”

    “생리대 파동으로 변한 건 비싼 제품으로 바꾼 것뿐”

    과거와 달리 구체적 성분 표기했지만 소비자는 위해성 여부 몰라 무용지물 유해성 논란 조사 뚜렷한 결론 안 나 “정부가 적극적으로 역학조사 나서야”“생리대 파동 이후 변한 것이요? 불안감에 전보다 더 비싼 제품을 사니 지출 비용이 늘어난 것밖에 없네요.” 2017년 ‘생리대 파동’ 이후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 생리대 대신 고급 유기농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는 직장인 이모(28)씨는 여전히 생리대 착용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씨는 “정확히 어떤 물질이 몸에 좋지 않은지 누구도 알려 주지 않으니 ‘비싼 제품은 낫겠지’라는 생각으로 바꿔 쓰고 있다”고 했다. 생리대에서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진 ‘생리대 파동’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생리대의 안전성에 대한 여성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일회용 생리대 대책으로 마련된 ‘전성분표시제’는 이미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이에 선행됐어야 할 각 성분 유해성 조사는 아직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소비자로선 표기된 성분이 무해한지 판단할 근거조차 없어 전성분표시제마저 무용지물인 상황이다. 7일 여성계에 따르면 생리대 파동 이후 일회용 생리대와 관련한 실질적인 제도 변화는 ‘전성분표시제’뿐이다. 여성환경연대는 전성분표시제 시행 1년을 맞아 지난 9~10월 시판 생리대 115개 제품을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과거와 달리 모든 제품에 구성 성분이 구체적으로 표기됐다. 과거에는 제품 뒷면에 ‘부직포’, ‘면상펄프’ 정도의 일부 성분만 기재됐지만 전성분표시제 도입 이후 부직포(폴리에틸렌·폴리프로필렌복합섬유·산화티탄표지), 면상펄프(펄프·흡수체) 등 성분을 상세히 표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서는 성분표기만으로 위해성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인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분석팀장은 “사실상 사용한 원재료를 그저 나열한 상황일 뿐이고, 구체적으로 각 원재료에 어떤 성분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더욱이 소비자로서는 각 성분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생리대 구성물질 유해성 논란은 아직도 뚜렷한 결론이 없다. 오히려 부처 간에 다른 조사 결과를 내놔 소비자 혼란만 가중한 상황이다. 식약처는 2017~2018년 세 차례 조사 후 “생리대에서 검출된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와 화학첨가물인 프탈레이트류 물질 위해평가 결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발표했지만,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피해자들의) 생리 관련 증상과 외음부 증상이 생리대 사용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올해 12월까지 기초 조사를 진행하고 내년부터 후속 조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발표에 이어 오는 12월 17종 다이옥신류 물질의 위해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생리대 파동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일상적인 생활화학제품의 안전 문제가 불거진 대표적 사건”이라면서 “과거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정부가 적극적으로 피해자 역학조사를 하는 등 하루빨리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美, 아동 음란물 받기만 해도 5년형…韓, 사이트 운영하고도 1년 6개월형

    美, 아동 음란물 받기만 해도 5년형…韓, 사이트 운영하고도 1년 6개월형

    “피해자 대부분 10대… 6개월 갓난아기도 3년간 7300여건 거래로 4억원 넘는 수익” 美 최대 20년형… 한국 집유→ 실형 그쳐 “합당한 처벌을” 청원에 2만 5000명 동의폐쇄형 비밀 사이트 ‘다크웹’에서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음란물 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손모(23)씨에게 국내 법원이 내린 형량을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손씨는 8TB(테라바이트) 분량의 아동 음란물 25만건을 사고파는 사이트를 운영하고도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는 데 그쳤는데 아동 음란물을 한 번 내려받기만 해도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하는 미국, 영국 등에 비하면 처벌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이트 운영자와 이용자들의 합당한 처벌을 원한다’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2만 5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걸음마도 떼지 않은 아이들이 성적으로 학대당했다”면서 “대한민국이 더이상 범죄자를 위한 나라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법무부가 지난 16일 공개한 손씨의 공소장(검사가 법원에 형사재판해 줄 것을 요구하며 혐의 등을 적어 제출하는 문서)을 보면 그가 얼마나 중한 혐의를 받는지 알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영국 등 32개 수사기관은 최근 다크웹에 개설된 아동음란물 사이트를 수사해 운영자와 이용자 300여명을 검거했는데 손씨는 운영자 중 1명이었다. 그는 지난해 같은 혐의로 우리 경찰에 체포돼 현재 수감 중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손씨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운영한 웰컴투비디오(W2V)는 아동 음란물 전문 사이트다. 영상에 나오는 피해자 대부분은 10대 청소년 또는 그보다 어린 아이들이었으며, 생후 6개월 된 갓난아기까지 등장한다.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는 소아성애자를 뜻하는 ‘페도’, ‘2살’, ‘4살’ 등이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한 전 세계 무료 회원은 120만명, 유료 회원도 40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용자는 100개가 넘는 영상을 올렸는데, 9살인 의붓딸을 성적으로 학대하며 찍은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또 아동의 다리를 묶거나 성행위를 강요하는 등 범행 수법이 잔인한 영상도 다수였다. 미 법무부는 공소장에서 “W2V에서 3년간 총 7300여건의 음란물 거래가 이뤄졌고, 운영자인 손씨는 4억원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공소 사실이 인정된다면 손씨는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미국에서는 주마다 다르지만 아동 음란물 제작은 15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으며 상업적 유통은 최소 5년에서 20년형을 받을 수 있다. 여성계 등에서는 우리 법원이 손씨에게 내린 판결을 두고 “중대 범죄를 상대적으로 가볍게 처벌했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가 어리고,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다. (자신이 직접 올린 게 아니라) 사이트 회원들이 직접 올린 음란물이 많다”면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1심 형이 너무 가볍다고 봤지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청법’을 검색하거나 여성가족부의 ‘성범죄 알림e’ 앱을 내려받는 등 이 사건 범행의 위법성을 잘 알고 있었다”면서도 “손씨가 어린 시절 정서적·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점이 있고, 최근 혼인신고를 해 부양할 가족이 생겼다”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단독] 최대 1200만원… ‘국제 매매혼’ 부추기는 지자체

    [단독] 최대 1200만원… ‘국제 매매혼’ 부추기는 지자체

    동남아 등 여성과 결혼 신청하면 지원금 신부 간택 원정비용·브로커 수수료 활용 광역단체 중 유일한 강원 포함 32곳 운영영양·구례·단양 등 300만~800만원 지급 “여성을 수단화… 정착지원으로 전환해야”한국인 남편이 외국인 아내를 소유물로 여기며 폭언·폭행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결혼 비용을 여전히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브로커를 통한 국제결혼은 시작 단계 때부터 돈이 오가는 탓에 남성이 아내를 외국에서 사 온 물건처럼 대하는 사례가 많은데, 그 종잣돈을 세금으로 대고 있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국 광역시도 17곳 및 시군구 226곳의 예산을 분석한 결과 남성에게 ‘국제결혼 장려금’을 현금으로 지원해 주는 지자체는 32곳이나 됐다. 특히 강원도는 광역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장려금 제도를 운영했다. 이 지역에 사는 남성이 동남아시아권 등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려고 신청하면 강원도와 지역 내 시군의 예산을 합쳐 1인당 최대 1200만원(자부담 10% 포함)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또 경북 영양·청도·봉화와 전남 구례·해남, 충남 보령·금산·서천, 충북 괴산·증평·단양, 인천 강화군 등도 1인당 300만~800만원의 국제결혼 지원금을 주고 있다. 단양군은 많은 지자체들이 인권 침해 등을 우려해 국제결혼 장려금을 없애는 상황에서 지난해 이 제도를 뒤늦게 도입했다. 국제결혼 장려금은 한국 남성이 외국 여성을 만나러 현지로 가는 ‘원정여행’의 항공료와 호텔비, 맞선비는 물론 중개업체(브로커) 수수료 등으로도 쓸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중개 국제결혼의 전 과정에 드는 비용은 1000만원대에 달한다. 청년 인구가 급감해 골머리를 앓는 농어촌에서 인위적 인구 유입을 위해 궁여지책까지 동원한 것이다. 하지만 인권 단체와 여성계에서는 “지방 정부가 예산까지 풀어 매매혼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비판한다. 청와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매매혼 장려금이 된 국제결혼 지원금을 폐지하라”는 관련 청원이 적지 않게 올라온다. 왕지연 한국이주여성연합회장은 “한국 정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남성에게 비용 지원까지 해 가며 외국 여성을 데려오게 해 놓고는 정작 이 여성이 한국 영주권을 신청하면 ‘남편 소득이 낮아 줄 수 없다’고 한다”면서 “한 나라의 제도끼리 충돌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부 지자체의 국제결혼 장려금 사업은 국제결혼과 여성을 하나의 수단으로 인식하게 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결혼 지원이 아닌 정착 지원으로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심리학의 세상 유람] 시험에 몰리는 여성들

    [심리학의 세상 유람] 시험에 몰리는 여성들

    편견은 원래 집요하다. 팩트체크를 해도 별 소용이 없다.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들이 서로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사실과 다르다고 밝혀져도 잘 변하지 않는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능력이 우월하다는 편견도 그렇다. 어느 사회심리학자가 하나의 글을 두 집단에게 보여주고, 얼마나 잘 쓴 글인가 평가하라고 했다. 한쪽은 저자 이름을 여자로, 한쪽은 남자로 표기했다. 저자가 여자라고 생각한 집단은 같은 글에 더 낮은 점수를 주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기가 객관적 평가를 했다고 생각했다. 그 후 수많은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대학원 다니면서 이 실험결과를 처음 읽었을 때 기가 막혔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중·고등학교에서 남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았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으레 그러려니 했고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벽은 의외로 가볍게 무너지는 것이었다. 요즘은 여학생들의 성적이 더 좋다는 것이 상식이다. 남자 중학생의 학부모들은 아들을 남자고등학교에 보내려고 이사도 불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남녀공학에서 남학생들의 내신성적이 여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대학 입시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남학생의 학부모들이 남녀의 반을 나눠달라, 내신성적을 따로 내어달라고 시위를 한 적도 있다. 그렇게 되니 한 학교에서는 이과반 여학생 전원이 항의의 뜻으로 집단 자퇴서를 내기도 했다. 세상 변하는 것 재미있다. 남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했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더 우수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이제 여학생들이 더 공부를 잘하는데, 여전히 어떤 이들은 그들이 더 우수하기보다는 그저 시험을 잘 본다, 성적을 더 잘 딴다고 생각한다. 이해와 추론이 필요한 과목보다 달달 암기하는 과목을 잘한다고도 한다. 여학생들이 더 “약아서, 바지런해서, 꼼꼼해서, 독해서” 성적을 잘 올린다고 여길 뿐, 능력이 우수하다고 인정해주는 데는 인색하다. 편견이 집요해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여학생들이 우수해요. 성실해서 그래요”라고 명쾌하게 설명해 주었다. 대학에서도 여학생의 성적이 일반적으로 남학생보다 높다는 것은 교수라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있던 대학에서는 어느 해 졸업식에서 여학생이 전체 수석과 12개 단과대학 중 10개 대학의 수석을 휩쓸었다. 남학생들이 더 우수할 것으로 대개 기대하는 공대, 의대로부터 법대, 경영대에 이르기까지 여학생들이 수석을 했다. 이런 현상은 다른 대학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삼군 사관학교가 여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이후, 소수 밖에 뽑지 않는데도 여학생이 수석 합격, 수석 졸업을 수시로 한다. 이젠 신기할 것도 없다. 졸업한 이후에는 어떤가. 정정당당한 모든 경쟁에서는 여성들이 능력을 증명해 가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이 몰려드는 공무원시험에서 2018년 여성합격자 비율은 53.9% 다. 모든 어려운 전문직 국가시험에서 “여풍”이 분지도 한참 되었다. 2018년 외무고시 여성합격자 비율은 60%이다. 사법시험, 의사시험, 교직시험 등 모든 국가고시에서도 여성 합격자 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성이 국가고시로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시험을 보면 일단 실력 순으로 취직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곳에는 아직도 차별이 만연하다. 사회적으로 성평등이 이루어진 정도를 평가하는 세계경제포럼의 성별격차지수에서 한국은 세계 144개국 중 115위(2018년)를 했다. 우리나라가 그런 성적을 받고도 분발하지 않은 분야가 또 있던가? 만약 축구 대표팀의 순위가 그랬다면, 감독을 교체하고 제대로 좀 하라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을 것이다. 능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시험이 없는 곳, 지명받거나 선출받아야 채용되는 모든 곳에서 성실하고 우수한 여성들은 고전한다. 그들이 꿈을 펼쳐보고 싶은 수많은 분야에는 시험이 없고 그들은 견고한 벽을 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사장을, 교수를, 국회의원을 시험 봐서 성적순으로 뽑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참고로 2013년 신규판사 임용에서 여성은 87.5%를 차지했다.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된 것이다. 그 몇 해 전부터 앞으로 우리나라 판사는 전부 여자가 할 거라고 탄식하는 소리가 나왔다. 그 해를 마지막으로 수십 년 간 유지되던 신규판사 임용제도가 바뀌었다. 왠지 의심을 떨칠 수 없는 내가 이상한 것일까? 근 20년 전에도 나는 어느 신문에 이런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오랜 세월의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시적으로 여성공무원 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여성계가 주장하던 시절인데, 당시 극심한 반대가 쏟아졌다. 이제 여성들이 실력으로 할당제가 필요 없게 만드니, 급기야 곳곳에서 여성의 비율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차별의 벽을 치고 있다. 딸들, 후배들이 당하는 좌절과 고통을 지켜보며, 입시, 취업 승진에서의 성차별이 라는 심각한 인권문제를 우리 사회는 언제나 해결하려나 안타깝다. 나의 편견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차별을 방관하거나 묵인하는 것도 차별이다. 앞의 심리학 실험에 지금 참가한다면 과연 저자 성별에 무관하게 글만 보고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을지, 우리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일이다. 정진경 전 충북대 심리학과 교수
  • “성차별 저임금”… 톨게이트 그녀들은 이겨도 돌아가지 못한다

    “성차별 저임금”… 톨게이트 그녀들은 이겨도 돌아가지 못한다

    특정 업무만 분리… 직업 따른 차별 존재 농성 초기 생리대 반입 금지 인권침해도 “성별 권력구조, 분업구조 안 되게 막아야”‘해고된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을 본사가 직접고용하라’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3주가 흘렀지만 수납원들은 여전히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측이 “톨게이트 수납 업무는 자회사에만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소 판결을 받고도 수납원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은 여성들을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로 내모는 노동시장의 성차별 구조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여성노동자회·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이번 사태 이후 연일 성명을 내고 “해고된 톨게이트 여성 노동자들은 부차적 노동력으로 취급되며 저임금과 고용 불안을 강요받아 왔다”고 정부와 도로공사를 규탄했다. 457개 여성·인권단체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직접고용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한다”며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수납원 농성을 지지했다. 정의당 여성본부도 10일 “대표적 여성 직종 중 하나인 수납원에 대해 자회사 전환이라는 꼼수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는 배경에는 이들의 업무를 단순 비숙련 업무로 여기고 여성 노동을 경시하는 인식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채 농성 중인 노조원들이 경찰과 회사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여성계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58개 인권단체는 18일 “농성 초기 생리대조차 들여보내지 않는 등 경찰과 사측이 여성인 점을 악용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뿐만 아니라 성별 분업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분석한다. 2006년 KTX 승무원 해고,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해고에서 보듯 낮은 임금만 주며 여성 노동자를 ‘저숙련 노동’에 투입하다가 빌미가 생기면 간접고용이나 해고로 내모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톨게이트 수납원뿐 아니라 대부분의 노동 영역에서 가장 늦게 고용하고 먼저 해고할 수 있는 업무에 여성이 배치된다”며 “남성은 핵심 업무에, 여성은 주변적 업무에 배치하는 성별 분업이 근본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 일부 노동자가 경찰에 저항하며 ‘속옷 시위’를 한 것을 두고도 “그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와의 협상력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없는 이들이 대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큰 절박함을 느꼈을 것”이라면서 “공공기관조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에 대한 절망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직접고용이 된 이후에도 여성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되는지 계속 지켜봐야 한다”면서 “성별 권력 구조가 성별 분업 구조로 이어지는 구조를 깨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톨게이트 수납원 대부분은 중년 여성이거나 장애인인데 가장 먼저 보호받아야 할 일자리를 정부가 어떻게 보호하는지가 사회의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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