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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더비, 킹 목사 유품 7000점 전시

    |뉴욕 연합|마틴 루터 킹(사진) 목사는 인종의 장벽을 깨뜨리고 수백만 대중에게 꿈을 불어넣었을 뿐 아니라 종이쪽지 하나도 그냥 내버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킹 목사는 책과 공책마다 설교와 서신,전보,초청장,색인카드와 심지어 교회재정관련 문서까지 알뜰히 아껴 빈공간과 여백에 진지하고 헌신적이며 목표의식이 뚜렷하고 천박끼가 전혀 없는 자신의 사상을 빼곡히 채워놓았다. 이러한 인상들은 다음 달 경매를 앞둔 맨해튼 소재 소더비경매소에서 지난 26일부터 공개전시되고 있는 킹의 서류모음에서 쉽사리 끌어낼 수 있다. 7000점가량의 유류품들 가운데는 대학초기에 시험을 치른 책들과 노벨상 연설원고,플레이보이 잡지와의 인터뷰를 손수 수정한 교정쇄,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암살에 관해 갈겨쓴 단상들과 그로부터 근 5년 후 테네시주 멤피스의 한 모텔에서 저격당한 뒤 그의 서류가방에서 발견된 서류들이 포함돼 있다. 가장 인기를 끌 품목이 있다면 1963년 8월28일 행한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란 주제의 가장 유명한 대중연설 원고다.소더비가 3000만달러로 감정한 킹의 유품모음은 9월8일까지 전시된 후 경매될 예정이다.
  • 독자의 소리/ 지폐훼손 부추기는 ‘마술’ 안돼 외

    지폐훼손 부추기는 ‘마술’ 안돼 최근 모 언론매체가 몇 차례에 걸쳐 지폐를 도구로 사용한 마술을 소개하면서 지폐를 심하게 접어 훼손하는 것을 보았다.‘펜으로 뚫은 지폐 구멍이 사라졌다’는 제목아래 지폐에 구멍을 내는 과정을 사진과 함께 설명하는 데 몹시 혐오감을 느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기관에 입금된 지폐를 대상으로 손상여부를 조사한 결과 화폐의 25.6%가 사용하기에 부적합할 정도로 훼손됐다고 발표했다.이는 현재 유통중인 지폐 4장 가운데 1장은 찢어지거나 심하게 닳아 사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것이다.한때 신세대들이 지폐의 여백에 편지를 써 보내거나 지폐로 반지나 하트,복주머니 모양 등을 접어 친구들에게 선물하는 유행이 번졌는데 이제는 청소년들이 따라하기 쉬운 마술을 보고 지폐를 훼손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매년 우리나라는 새 돈을 찍어내는 데 1000억원의 국고를 소요하는데,돈을 귀하게 다루지 않는 습관 때문에 훼손된 지폐의 폐기처분에 매년 수백억원의 국고를 낭비하고 있다.돈을 깨끗하고 소중히 다루는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 박승일(o72bak@yahoo.co.kr) 병원 영수증 발급 제도화 필요 연말이 되면 봉급생활자들은 흔히 연말정산 증빙서류 구비에 어려움을 겪는다.일반 병·의원의 진료비 영수증 발급제도상의 문제 때문이다.카드결제 또는 현금결제를 막론하고 진료비를 영수하였다면 현지에서 즉시 영수증을 발급해 주는 것은 상거래상의 관행이며 병·의원 측의 의무이다. 그럼에도 의료법상 영수증 발급은 임의조항으로, 영수증 미발급에 대한 벌칙조항이 없는 맹점을 이용하여 특별한 요구가 없는 한 발행치 않거나 연말에 한꺼번에 발행해준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1만원 이하의 진료비를 가지고 의료수혜자들이 다툴 수 없는 것도 의료보험 가입자 수혜자들의 불합리한 조건이며 현실이다. 2003년 7월부터 보험가입자 부담액이 명시된 영수증만 의료공제에서 인정한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영수증 발행을 임의로 시행하지 않는 병·의원이 너무나 많다. 병·의원의 서비스 개선과,제도화·생활화된 영수증발행을 간절히 촉구한다. 송영창(금산경찰서 정보보안과)
  • “눈물젖은 눈으론 미래 볼 수 없다”/ 세계 명사 108명의 인생을 바꾼 말들

    나를 바꾼 그때 그 한마디 네 살의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은 새로 이사한 동네의 이웃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했고,그럴 때마다 울면서 집으로 뛰어 들어왔다.여느 때처럼 의기소침해 집으로 들어오던 그녀를 어머니는 “우리 집엔 겁쟁이가 있을 자리가 없다.”며 밖으로 내쫓았다.힐러리의 아버지는 그녀가 좋은 점수를 받아 오면 “아무래도 너희 학교 아이들의 공부 수준이 좀 처지는 모양이구나.”라고 말했다.퍼스트 레이디를 거쳐 상원의원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에게 가장 소중한 충고이자 삶의 기준이 된 것은 용기와 겸손을 가르쳐준 부모님의 말씀이었다.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국 ABC 방송의 여성앵커 바버라 월터스는 NBC ‘투데이’쇼 진행을 그만두고 ABC로 옮겼을 때 온갖 비난을 받았다.주위의 냉대에 괴로워하던 그녀에게 배우 존 웨인이 보낸 다음의 전보 한 줄은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한심한 작자들이 절대 당신을 짓밟게 내버려두지 마십시오.” 그런가 하면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의류사업가인 랠프 로렌은 시내트라가 부른 ‘마이 웨이(My Way)’의 가사에서 삶의 자신감을 얻었다.“나는 이제 할 일을 모두 마쳤지.그리고 이제 있는 모습 그대로 내 삶을 되돌아본다네.”라는 구절이 그에게 독창적인 스타일과 취향을 지켜갈 수 있는 강한 의지를 심어준 것이다. 미국의 방송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말로 토머스가 쓴 ‘나를 바꾼 그때 그 한마디 1·2’(김소연 옮김,여백미디어 펴냄)에는 세계적인 명사 108명의 인생에 일대 반전을 가져다 준 결정적인 계기와 충고를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담겼다. 역경이나 좌절에 익숙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통과 도전에 직면하면 누구나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격려받기를 원한다.할리우드 최고의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야말로 그때 그 한마디가 인생의 진로를 결정한 대표적인 경우다.“젊은이,이곳 할리우드는 처음에 실패하면 두 번 다시 일거리를 얻을 수 없는 아주 매정란 곳이오.하지만 나는 당신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오.” 스필버그는 유니버설 텔레비전의 중역 샤인버거의 이 말을 듣고 대학을 중퇴,영화계에 뛰어들어 입신했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사들을 성공으로 이끈 제1요인은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다.체로키족 최고추장의 자리에 오른 윌머 맨킬러는 “눈물에 젖은 눈으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없다.”는 모호크족의 속담을 금과옥조로 여겼다.그는 교통사고로 인한 근육무력,신장이식 등의 병마를 극복하고 자기긍정의 정신으로 마침내 세계적인 여성 정치지도자,인디언운동가가 됐다.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로 명성을 떨친 척 클로스 또한 긍정적인 자기최면에서 돌파구를 찾은 인물이다.마흔여덟 살에 척추동맥이 파손돼 전신마비가 된 이 화가는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봐,그렇게 형편없는 건 아니잖아.”라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책은 이밖에 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도미니카 출신 홈런왕 새미 소사,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존 매케인 상원의원,영화 배우 잭 니컬슨·시드니 포이티어 등 유명 인사들이 인생의 전환점 또는 기준으로 삼는 말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소개한다.8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한국 건축예술의 美感 세계인에 펼쳐보일 터”파리 기메국립박물관서 회고전 여는 재일동포 이타미 준

    |파리 함혜리특파원|“한국은 내 마음 자체이며,나의 정신입니다.” 재일동포 건축가 이타미 준(66·한국명 유동용)은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현대적인 통찰력으로 담아내는 작가다. 도자기 가마 모양을 본뜬 조각가의 작업실,우리 민화에 나타난 포도넝쿨을 연상케 하는 호텔,조선시대 도자기의 모양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건축물 등.돌 나무 흙 벽돌 등 자연의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정서와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이룬 이타미 준의 건축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회고전이 파리의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에서 30일부터 오는 9월29일까지 열린다. 국 일본 중국 인도 태국 등 아시아 지역 14개국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아시아 예술 전문 국립박물관인 기메 미술관에서 현존하는 건축가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은 1899년 이 박물관 개관 이래 처음이다.물론 한국인으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33년 건축인생을 대변하는 도형과 스케치,건축 모형들과 사진,예술가로서의 미학이 담긴 회화작품,가구,그리고 그가 평소 ‘교재’로 사용하는 개인 소장 고미술품 등 17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회 개막을 앞두고 만난 그는 “한국 전통예술의 미감을 세계인들에게 펼쳐 보일 수 있게 된 것이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너무 영광스럽고 행복하다.”고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이번 전시회 포스터나 도록 표지에도 자신을 ‘일본에 있는 한국인 건축가’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할 정도로 그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데에 큰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다.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이주한 한국인 부모 사이에 1937년 도쿄에서 태어난 그는 일본식 이름 ‘이타미 준’을 사용하며,사고 방식 또한 일본 사회에 완전히 통합돼 있다.하지만 정신세계의 근원은 엄연히 한국이다. 목수였던 그의 선친이 그를 포함해 칠남매 모두에게 한국 국적을 자랑스러워하고 이를 지키도록 교육시켰던 덕분이다.그는 “태어나고 자란 일본은 고향이지만 예술의 근원은 한국의 토양”이라고 말했다. 자연과 전통의 조화,자연스러움과 여백의 미가 흐르는 동양적인 건축물로 대표되는 그의 작품들은 예술과 건축의 융화,자연 소재의 통찰을 제안하고 있다.이런 그의 작품들은 그가 30대 초반에 한반도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발견한 한국의 전통미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다. “학교(무사시 공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작품활동을 시작한 직후,유럽을 배낭여행했습니다.그곳의 역사적 건축물들을 보고 나서 느낀 것은 내가 조국인 한국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지요.” 1968년 처음 한국 땅을 밟은 그를 사로잡은 것은 자연스러움이 배어 있는 조선시대 대중예술의 미감(美感)이었다.투박한 흙벽돌과 초가지붕의 부드러운 곡선,보름달 모양의 도자기,선비의 절개를 연상시키는 기와지붕의 고고한 선,인간미가 배어 있는 부처의 얼굴,침묵처럼 조용한 아름다움을 지닌 차 그릇 등에서 그는 한국인의 고유한 감성을 발견했다.건축가인 그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소재의 발견이었다. 그후 그는 일본과 미국의 크리스티경매장 등에서 한국의 고미술품을 구입하며 조선시대 고미술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공부를 하면서 얻은 영감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시켰고 그의 작품은 독창성을 띠며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건축은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것입니다.한국적인 전통미를 어떻게 현대적인 건축과 조화시키느냐가 과제였지요.하늘 돌 나무 흙 등 자연의 소재를 인공적인 콘크리트와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기 위해 대비하고,대립도 시키고,조화를 시키면서 사물의 관계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됐습니다.관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면 좋은 조형물이 되는 것입니다.” 디아 잉크하우스(1975년·도쿄) 온양박물관(1982년·온양) 돌의 교회(1991년·홋카이도) 조각가의 스튜디오(1985년·가가와) M빌딩(1991년·도쿄) 레어나드 번슈타인 기념관(1996년·홋카이도)에서부터 최근의 포도호텔(2002년·제주)까지 자연의 소재를 현대적인 건축공간에 자연스럽게 접목시킨 그의 대표작들은 이렇게 완성됐다. 지난해 완공된 제주의 포도호텔은 그의 완성된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준다.부드럽게 흐르는 티타늄 소재의 은빛 지붕은 제주도의 넘실대는 물결,한라산의 능선과 오름,제주 민가의 초가 모양이 녹아들어 자연 친화적인 요소가 강조됐다. “그 지역의 특성과 재료가 어우러지는 건축물이 제가 만들고 싶은 건축물입니다.포도호텔은 유구한 세월이 흘러 폐허가 되더라도 티타늄 지붕은 제주의 풍광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남아 있을 것입니다.” 도쿄의 하네기 미술관에서 수년 동안 조선시대 미술품 소장전을 갖는가 하면 지난 5월에는 도쿄에 한국고미술컬렉션 박물관을 오픈할 정도로 고미술 전문가가 됐다는 그에게 조선의 민화와 도자기들은 ‘영원한 교과서’다.작품세계의 정신적,물질적 근간이 된 ‘한국 전통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의 소장품을 작품들과 함께 전시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해 한국적이다,일본적이다 라는 평가를 싫어한다는 그는 “동북아시아 공통의 정서인 동양적인 철학을 담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작품들을 역사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한국적인 전통미가 자연스럽게 녹아 든 독창적인 작품들을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로 우뚝 선 그는 지금도 일본으로부터 귀화할 것을 권유받고 있다.하지만 고집스럽게 한국 국적을 지키고 있다.오히려그의 두 딸과 아들을 한국에서 교육시키면서 자신보다 더 완벽한 한국인으로 자라도록 했다. lotus@
  • 딸이 부르는 프랑스판 思父曲 / 엘리에트 아베카시스 소설 ‘나의 아버지’

    “두 해 전,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더 이상 삶의 의욕을 느낄 수 없었다.”(5쪽) 아버지의 잔영이 짙게 드리운 여자 주인공이 아버지를 회상하는 프랑스판 사부곡 ‘나의 아버지’(여백)가 나왔다.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34)는 프랑스에서 최연소 철학교수자격시험(아그레가시옹)을 통과 하고 27세에 데뷔작 ‘쿰란’으로 프랑스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어느날 엘레나에게 아버지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다는 편지가 날아온다.이어 엘레나는 아버지의 빈 자리를 떠올린다.그러나 그 편지를 보낸 사람이 이복 남매라는 것을 알고서 그동안 아버지에 대해 갖고 있던 ‘광대한 제국’의 이미지는 흔들린다.더 기막힌 것은 헬레나가 이복남매의 어머니 이름을 딴 것이란 것. 하지만 이는 신화가 체화되기 위해서는 한번쯤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훼손된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는 이복남매인 폴 M과 이탈리아 여행,어머니의 친구 마들렌느 S의 증언 등의 과정을 거치며 아버지에 대한 신화는 오히려 더 굳건해진다. 작가는 이 단순한 줄거리에,엘렉트라콤플렉스와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묘사 등을 덧대 지적인 소설을 잉태했다.작품을 번역한 길해옥 경원대 교수는 “종교적이고 심리학적이며,철학적인 작품”이라며 “그 가운데 작가 자신에게 존재하고 있었던 무의식적인 원형이 총체적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종수기자
  • 이주일의 어린이책 /시리동동 거미동동

    권윤덕 글·그림 창작과비평사 펴냄 창작과비평사에서 펴낸 ‘시리동동 거미동동’(권윤덕 글·그림)은 제주도 꼬리따기 노래를 시와 그림으로 옮겨담은 책이다.꼬리따기 노래란,‘긴 것은 기차,기차는 빨라.’식으로 말꼬리를 이어가는 제주지방의 운율놀이.지은이는 꼬리따기 노래 몇개를 재료삼아 리듬과 이미지가 남실대는 동시그림책을 만들었다. 첫장을 펼치자,검은 돌무더기 틈새로 바다소녀의 눈망울이 반짝반짝.뭘 보고 있는 걸까.까만 거미 한마리.깜장 고무신을 신고 댓돌로 내려서는 어린 소녀가 꼬리따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엄마가 물질 떠나고 동그마니 혼자 남겨진 ‘섬집 아이’다. ‘시리동동 거미동동/왕거미 거미줄은 하얘/하얀 것은 토끼’ 왕거미를 뒤로 하고,토끼를 앞지르며 찐감자 한톨을 들고 아이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노래가 이어진다.‘토끼는 난다/나는 것은 까마귀…/검은 것은 바위…/바다는 깊다/깊은 것은…’ 아이도,아이를 따라간 까마귀도 토끼도 머얼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위 위에 사이좋게 걸터앉았다. 간결한 노랫말을 풀이해주는 건,밝고 맑은 색감에 단정한 선이 돋보이는 그림.넉넉한 여백이 때로 더 큰 울림을 던질 수 있음을 일러준다.물질 나간 해녀엄마를 기다리며 아이는 깨닫는다.바다처럼 깊은 것은…‘엄마의 마음’이라고.파도를 타듯 운율타기가 재미나면서도 어느결에 가슴 싸한 애상까지 던지는 책이다.8000원. 황수정기자 sjh@
  • 작가 20인 ‘문학의 젖줄’ 탐험 / 평론가 문혜원씨 ‘문학의 영감이 흐르는 여울’

    여성 문학평론가 문혜원(38)이 낸 ‘문학의 영감이 흐르는 여울’(문학사상사)은 작가 20인과의 인터뷰를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라 간단히 말하고 넘어가기엔 책의 문학적 향기가 너무 진하다.그가 89년 등단한 이후 문학이란 바다에서 낚아온 모든 정보를 키로 삼아 그리는 작가들의 내면 풍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다가온다. 먼저 그는 치밀한 준비로 탐험의 대상인 작가에게 몰입하게 한 뒤 여행을 안내한다.때론 의문부호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팽팽하게 당겼다가,때론 무릎을 치며 감탄사를 내게 한다.그가 작가 탐험을 이끄는 지도는 ‘작가들에게 영감을 준 다른 예술’이다.문혜원은 작가 20인의 세상을 여행하면서 그들에게 문학이란 젖줄을 댄 음악·영화·무용·사진 등 예술의 ‘상동(相同)기관’들을 보여준다.그의 진지한 물음에,소설가와 시인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낳은 탯줄이 무엇인지 고백한다. 무용평론가이자 시인 김영태는 “춤은 상상력이어서 시와 가깝고,시의 짧음은 무용의 ‘순간적으로 사라짐’을 닮았다.특히 둘은 ‘여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고 들려준다(40∼41쪽).또 시인 황동규는 “시에 장면을 주는 걸 좋아하는데,새로운 이야기를 하려면 똑같은 장면이어서는 안된다.”며 “처음에 좀 빨리 하다가 늦추고 다시 빨리하는 리듬의 장치를 음악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말한다(74쪽). 그뿐인가.지은이의 섬세한 안테나에는 “그림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에스프리를 만들어내 시의 영역을 확장”(119쪽)한다는 ‘산정묘지’의 시인 조정권,“화가나 음악가들이 터득한 노하우를 보면서 소설쓰기를 돌아본다.”는 서영은(262쪽) 등의 육성이 잡힌다.아울러 신경숙·김영하 등,비교적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 스며든 영화의 힘도 만날 수 있다. 문혜원의 작가 탐험의 결론은 무얼까.직접 언급은 않지만 ‘장르간 넘나들기’의 가능성을 찾고 있지는 않을까.시인 박상순의 “형태를 흐트러뜨리고 경계를 지우는 예술”이라는 말은 시사적이다.그런 의미에서 문혜원의 작가 기행도 단순히 인터뷰가 아니라 작품으로 읽힐 만하다. 이종수기자
  • 용틀임하고 술렁이는 산 / 전래식 개인전

    “나의 그림엔 원근법이 없는 것 같지만 산세의 중첩 속에 그것이 있고,준법(法)을 벗어난 것 같지만 붓질의 강약 속에 그것이 드러나 있습니다.” 산을 주제로 작업해온 화가 전래식(61·동아대 예술대 교수)은 자신만의 ‘산’ 표현을 얻기 위해 수없이 붓질을 거듭하고 화선지를 구겨 버렸다고 말한다.흔히 보는 전통산수와는 뭔가 다른 그의 산 그림,그것은 ‘조형산수’라고 부를 만하다. 구상과 비구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산 그림에 매달려온 그가 27일부터 6월10일까지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이번 출품작 ‘산’시리즈 또한 광목에 먹,아크릴 등을 사용한 것으로 재료의 동서를 뛰어넘는 실험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그림을 그릴 때 중국 고대의 화론에서 품평 기준이 됐던 사품론(四品論)을 염두에 둔다.그림은 신비롭고 묘하고 능숙하고 뛰어나야 한다는 것이다.이같은 화론에 입각해 그가 화면에 담아내려고 하는 것은 산의 웅혼한 기상과 서정적 정감.그렇게 탄생한 산은 실경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상상의 산이다.그는 동양화에서 중시하는 기운생동과 여백의 표현에 충실하되 면분할 등 서양화 기법도 즐겨 쓴다. “옛것의 반복은 무의미하며 새로운 조형언어로 우리 것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산이 그냥 산이면 안되고 용틀임을 하고 술렁이는 듯한 느낌을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02)549-3112. 김종면기자 jmkim@
  • “공초 자유정신 내 문학과 상통”/ 대한매일 제정 제11회 공초문학상 수상 김지하 시인

    공초문학상 수상작 ‘절,그 언저리’가 표제시로 수록된 수묵시화집은 시인으로 되돌아온 김지하(62)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의 작품이다. 지난해 시인이 사상의 숲에 젖어있다가 8년 만에 시집 ‘화개’를 들고 나오자 문단은 대산·만해문학상 등으로 반겼다.홀로 복잡한 사유의 강을 훌쩍 건너가 ‘시인’으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세인의 우려를 말끔히 가시게 했다.‘공초 문학상’에는 그에게 시인으로서 세상을 위해 더 노래해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겼다. “공초 선생은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훨훨 날아다니며 정신의 자유를 추구한 비범한 분이었습니다.그의 시는 허무에서 역설적인 힘을 발견하려는 의지를 노래한 것이어서 제 생각이랑 맥이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김 시인은 고교시절 고궁에서 열렸던 어느 백일장에 참가했다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하신 빡빡머리의 공초 선생을 본 기억담을 전해주며 “평생 자기를 바치듯 살다 간 공초의 삶은 제가 최근 소망하는 ‘모시는 태도’에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그런 분의 시정신을 기리는 상을 받게 됐으니 고맙고 좀더 ‘모심’의 마음으로 시를 쓰라는 격려의 뜻으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는 2001년부터 2년동안 절을 순례하면서 쓴 34편의 시에 수묵화를 덧붙인 것.개인적으로도 사상의 무게에 눌렸던 그에게 다시 ‘시의 소리’를 냈다는 확신을 준 작품집이다. “‘중심의 괴로움’이후 8년 동안 시를 못 쓰다 지난해 ‘화개’로 입을 열었지요.사실은 그동안 시를 안 쓴 게 아니라 매일 썼습니다.그런데 매일 2∼3줄만 쓰면 여백이 허옇게 텅 비었습니다.그렇게 빛만 남아서는 시가 안 됩니다.어두움도 있어야 합니다.그래서 절을 다니며 순간순간의 느낌을 휙휙 갈긴 것이 이번에 낸 ‘절,그 언저리’입니다.마음에 차지 않는 작품도 있지만 ‘삶의 소리’가 돌아와 개인적으로 무척 기쁜 시집입니다.” 수식어를 붙이는 게 번잡할 정도로 김지하 시인은 늘 세상의 중심에 있었다.70년 ‘사상계’에 시 ‘오적’을 발표하여 반독재 투쟁의 선봉이 된 뒤 민청학련을 배후조종한 혐의로 사형을 언도받았다.유신시대를 “죽음”이라 노래하고(시 ‘1974년 1월’),“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치면서(‘타는 목마름으로’) 70년대와 80년대를 투쟁과 감옥생활로 보냈다.세계 각국 지성인들의 구명운동으로 출옥한 뒤에는 사상가로서 개벽·동학·율려·생명운동 등을 천착하고 유불선의 통합을 모색하는 시기를 거쳐,민족주의와 세계 보편적 사상의 통합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박수를 받건,손가락질을 받건,늘 ‘중심’에 있었다. 늘 앞서간 길이어서 평탄하지 않았다.남보다 세상을 먼저 보고 맞이하려 했기에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그 모습은 길고 긴 겨울을 참은 뒤 막바지 추위가 절정에 이르는 2월에 첫 꽃을 피우며 봄을 알리는 ‘꽃의 예언자’ 매화를 닮았다.정서적으로 친화력을 느껴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최근 매화를 배우는 데 푹 빠져있다.(인터뷰를 한 18일 아침에도 매화 그림이 잘 되지 않아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수상작 ‘절,그 언저리’에는 시인의 사상 탐험이 고스란히 들어있다.“절,/그 언저리 무언가/내 삶이/있다”고 운을 뗀 시인은 자신의 삶을 “쓸쓸한 익살/달마 안에”(불교)서 찾거나,“외로운 예언을 하는 한매(寒梅)”나 “서너 촉 풍란(風蘭)”(유교)에서 그리기도 한다.이윽고 시인은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과 “살풋 숨어있는 풍류”(선도)를 발견한다.그러나 그의 자화상은 ‘절 언저리’에 있다.창대한 숲을 떠올리는 사유의 체계를 산책했지만 늘 그의 마음은 세상을 걱정하고 있기에 절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는지 모른다. “절에 가면 내가 숨쉬고 살 곳이 있습니다.그곳엔 불교(대웅전)라는 세계적 종교가 가진 보편성과 환인신화(환웅전·칠성각)라는 민족적 요소가 습합되어 있습니다.이 기가 막힌 결합에서 ‘뭔가’가 나오지요.” 그는 기독교·유교·주역의 숲을 보여준 뒤 들뢰즈와 가타리 등 현대 철학자의 이론으로 돌아오는 등 동서고금의 사상을 비교 분석하면서 불교와 선도의 통합에 대해 역설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빽빽한 숲을 연상케 하는 복잡한 사유체계를 듣다가,동서고금의 철학 미학 종교 문학을 아우르려는 그 창대한 숲을 가로지르는 공통의 정신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모심’(侍)이라고 할 수 있어요.사람과 사람,사람과 뭇 생명,사람과 자기 안에 있는 신령한 마음,심지어 컴퓨터 같은 기계와 인간의 관계도 모시는 태도가 있어야 합니다.한때 합리적 사유 이른바 운동권의 논리를 중요시한 적이 있는데 이는 세상에 좋은 영향만이 아니라 나쁜 흔적도 남겼지요.윤리적 태도의 모자람이나 폭력성 같은 것인데 그동안 싸우느라 잊었던 내면적인 평화,모심을 회복해야 합니다.” ‘모심’의 사상을 강조하면서 마지막 꿈도 그것을 주제로 한 시적인 산문 ‘모심’(그가 미리 정해놓은 제목)을 내는 것이라고 전했다.“얌전하고 알기 쉬운 글로만 채운 뒤 마지막 가는 길에 세상에 드리고 싶다.”며 “그 뒤 시골로 훌훌 내려가겠다”고 말했다.누가 뭐래도 문사철에 능한 전통적 의미의 ‘시인’일 수밖에 없는 그는 세상에 대해 갈수록 자신을 낮추고 있다.‘절,그 언저리’에서. 이종수 기자 vielee@ ■심사평 ‘황톳길’(1969)로 등단한 이후 김지하의 시력(詩歷) 34년은그 어느 영혼의 항구에도 정박하지 않고 사상사의 나침반에 시혼을 내맡긴 채 표류하는 미학적 항해사였다. 출항 때의 저 뜨거운 열정과 불굴의 투지로 다져진 저항시들이 받았던 지지와 갈채와 성원은 세계문학사상 희귀한 혁명시의 성공사례였다.그는 언어의 마술사로 군부독재에 단독자로 맞서,민주주의를 타는 목마름으로 견인해냈다.유신통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김지하 시인은 ‘저항시인’에서 ‘사상시인’으로의 변신을 시도했으며,이후 오늘까지도 그의 지적 편력의 허기증은 지속되고 있다.그는 변혁의 사상사적 원동력을 토착적인 민중신앙에서 탐구하면서 밥,생명사상,율려(律呂)사상 등등을 창출,전개해 왔다.그는 저항시를 뒤로 자리바꿈시키고도 끊임없이 변혁(개벽)에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세계사와 민족사를 응시하면서 간헐적인 발언으로 사회적인 관심을 유도해 냈다.그의 행동과 작품은 당대의 민중이 원하든 않든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파장을 일으키게 되어있다.설사 반역사적인 발언일지라도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야기되어 역사적인 진보에 도움을 주는 역기능까지 가진 이 미묘한 시인의 역할은 다른 누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김지하 시인의 몫이다. ‘절,그 언저리’는 시인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슬픔의 정치학”인 ‘화개’에 이은 “새로운 문화정치학의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인 방향전환의 시도이다.절에 가서도 절의 모습을 못 찾는 이 시인의 처절한 궁극적인 시대정신의 갈구 자세가 바로 이 시집을 이루고 있다.어쩌면 김지하의 긴 항해 앞에 곧 새 미학적 항구가 보일 듯한 예감이 든다.아마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시경(詩經)’의 세계로의 귀환일지 모른다. ●심사위원 임헌영(문학평론가) ‘절,그 언저리’ 절, 그 언저리 무언가 내 삶이 있다 쓸쓸한 익살 달마(達摩) 안에 한매(寒梅)의 외로운 예언 앞에 바람의 항구 서너 촉 풍란(風蘭) 곁에도 있다 맨끝엔 반드시 세 거룩한 빛과 일곱별 풍류가 살풋 숨어 있다 깊숙이 빛 우러러 절하며. ■김지하(본명 金英一)연보 ▲41년 전남 목포 출생 ▲59년 서울대 미학과 입학 ▲63년 필명 지하(芝河)로 시 ‘저녁이야기’ 발표 ▲64년 대일굴욕외교 반대투쟁으로 4개월간 투옥 ▲69년 ‘시인’지에 ‘황톳길’‘녹두꽃’등으로 등단 ▲70년 ‘사상계’에 담시 ‘오적’ 발표,첫 시집 ‘황토’ 간행 ▲73년 소설가 박경리의 외동딸 김영주와 결혼 ▲74년 ‘민청학련사건’ 배후조종 혐의로 사형선고 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 ▲75년 3월 출옥 한달뒤 재구속,옥중에서 ‘로터스 특별상’수상 ▲80년 12월 석방 ▲시선집 ‘타는 목마름으로’(82년),이야기모음집 ‘밥’(84년),‘남녘땅 뱃노래’(85년),시집 ‘애린’(86년),‘검은 산 하얀 방’(86년),‘화개’(2002년) ‘김지하전집’(2002년)‘김지하의 화두’(2002년) 수묵시화집 ‘절,그 언저리’(2003년) 등 출간
  • 매트릭스 2 / 보다 가벼워진 철학 더욱 현란해진 액션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포스터 카피)라고 큰소리치며 매트릭스가 돌아왔다.99년 1편이 선보인 후 4년만에 돌아온 ‘매트릭스2-리로디드’(Matrix Reloaded·23일 개봉)는 여러모로 한결 유연해졌다. 발레를 연상케 하는 정지상태의 공중 발차기,슬로 모션으로 날아오는 총알,이를 귀신처럼 피하는 주인공 네오의 액션….이런 이미지들로 숱한 패러디 영화를 낳으며 이미 전지구적 마니아를 거느렸다는 여유에서일까.사유의 꼬리를 물게 하던 철학은 다소 깊이가 얕아졌고,할리우드 액션블록버스터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한 현란한 볼거리가 그 여백을 메웠다. ●네오 위력 몰라보게 업그레이드 단단히 재장전(Reloaded)하고 나타난 ‘매트릭스2’는 1편의 연속선 상에서 이야기를 잇는다.앤디 워쇼스키,래리 워쇼스키 형제가 다시 각본과 감독을 맡았다.컴퓨터 해커였다가 인류를 해방시킬 구세주로서의 숙명을 받아들인 네오(키애누 리브스),그를 각성시킨 스승 모피어스(로렌스 피슈번),네오의 파트너이자 연인인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등 중심인물들도 변함없다.주변 캐릭터의 이름까지 그리스 신화에서 발췌하는 발상도 여전하다. 1편이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그 화두 중심에 네오라는 인류 구원의 인물을 세웠다면,2편은 기계군단으로부터 인류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네오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매트릭스란,기계가 오히려 인간을 사육하는 컴퓨터 시스템.매트릭스의 기계군단이 마지막 남은 인간도시 시온마저 공격하려 하자,네오 일행이 매트릭스의 심장부를 쳐들어가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구세주로서의 깨달음을 얻은 네오의 위력은 몰라보게 업그레이드됐다.손바닥 힘으로 악당을 종잇장처럼 날려버리는가 하면,위기상황에서는 슈퍼맨보다 더 날렵하게 구름 위로 치솟는다.네오에 맞서는 기계요원들의 힘 역시 더욱 강력해졌다.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가 보강되면서 볼거리는 초능력 인간을 그린 SF물 뺨치게 현란해졌다.검은 옷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인물들 틈새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로 감상의 묘미를 부추기는 대목도 적지 않다.네오와 트리니티가진한 연인 사이로 발전하고,매트릭스 정보브로커의 아내(모니카 벨루치)가 질투의 화신이 되어 네오에게 키스를 강요하는 장면 등은 오락영화의 양념으로 손색이 없다. 눈을 어지럽히는 화려함은 결국 깊은 사유를 방해하게 마련이다.무언의 철학적 메시지를 끊임없이 뿌렸던 1편과 똑같은 강도의 지적 자극을 기대한다면 맥이 빠질 것이다.세상만물은 철저한 목적론에 근거해 존재하며,인간의 모든 행동양식은 인과법칙에 의존한다는 등의 철학적 사유는 장황한 극중 대사를 빌려서야 버겁게 풀려나온다. ●완결편 11월 개봉 예정 워쇼스키 형제 감독은 당초 영화를 3편으로 나눠 구상했다.현재 후반작업중인 완결편은 오는 11월 개봉될 예정이다.그래서인지 전반적으로 2편은 쉬어가기 코너 같다.트리니티와 요원들의 고속도로 추격장면 등은 특히 그렇다.필요 이상으로 스피드액션 장면을 길게 편집한 것은 완결편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눈요기 보너스’를 준 게 아닌가 싶다.동서양의 종교와 철학,거기에 과학까지 결합된 SF무용담이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지는마지막 순간까지 예측불허로 남았다. 황수정기자 sjh@
  • 경제 플러스 / 만화우표2종 발행

    우정사업본부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신문수의 ‘도깨비 감투’와 김혜린의 ‘불의 검'(사진) 등 만화를 소재로 한 우표 2종을 2일 발행한다.우표 액면가는 190원이고,발행량은 우표 각 180만장,소형시트 50만장으로 전국 우체국에서 판매된다. 또 5월 한달동안 만화우표 여백에 숨어있는 그림의 명칭을 적어보내면 당첨자에게 상품을 주는 숨은 그림찾기 이벤트도 실시한다.
  • [편집자문위원 칼럼] 스크랩하는 신문을 만들자

    신문을 여러 가지 구독하거나 스크랩을 많이 하는 독자의 경우는 한 가지 이슈에 대해 어느 신문을 읽을 것인가 혹은 어느 신문을 스크랩해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때가 많다. 신문의 면수가 많아지면서 잘 계획을 해서 읽지 않으면 자칫 오전시간을 신문에 치여 진짜 해야 할 일은 못하고 말 때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또 욕심을 내서 이 신문 저 신문 다 스크랩을 하다보면 이내 수북이 쌓이게 되어 정작 필요할 때 찾지도 못하게 되는 휴지더미(?)만 양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그래서 ‘신문보기의 경제학’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요즘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대한매일의 지면혁신을 중간점검해 본다면 우선 시선을 끄는 측면에서 성공적이랄 수 있다.첫째 과감한 편집,둘째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제목,셋째 내용을 한 눈에 꿰뚫게 하는 그래픽과 일러스트 등 3박자의 절묘한 어우러짐 때문이다. ‘사람과 사회’ ‘경제와 e세상’ ‘라이프&스포츠’ 등 각 섹션 프런트페이지의 광고를 허문 과감한 편집은 여백의 미를 잘살리고 있다.특히 지난 21일자 ‘라이프&스포츠’에 실린 조순 전부총리의 요가 포즈 일러스트와 25일자의 미니스커트 모양 기사밑으로 곧게 뻗어나간 각선미를 살린 편집은 적당한 여백과의 조화를 이뤄냄으로써 “편집도 예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어 22일자 ‘사람과 사회’에 실린 해킹관련 기사에서 “정보 ‘술술’,신용 ‘줄줄’”,같은 날 ‘라이프&스포츠’에 실린 백조의 호수 기사에서 “근육질 남성백조,우아한 여성백조”,25일자 취미란의 주말농장 기사에서 “상추·쑥갓 ‘쑥쑥’,가족사랑 ‘솔솔’”,그리고 26일자 1면의 사스 전담 지정병원 취소 문제를 다룬 “주민은 ‘님비’,행정은 ‘혼선’” 등의 대비식 제목은 빠르게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도록 하는 압축미가 돋보인다. 또 21일자 ‘경제와 e세상’에 실린 지주회사 연결납세제 혜택이 ‘그림의 떡’임을 나타내는 고양이와 생선 그래픽,22일자 미국경제가 계단에 앉아 고뇌하는 모습 등과 25일자 1면 ‘소비자 지갑 여나’의 지갑 일러스트 등은 기사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있어 그래픽이나 일러스트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외식(外飾)만으로 신문의 선호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그러한 것들은 일단 독자의 눈을 끌어오기 위한 것에 불과한 것이지 그 다음의 문제 즉,최종 평가는 여전히 기사의 내용이나 질에 달려있는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현란한 제목에 이끌려 기사를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별 내용이 없을 때에는 일종의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대한매일은 기사의 질을 높이고 내용을 충실하게 하는 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흑백논리가 만연하고 언론계의 편가르기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는 작금의 언론풍토에서 신문이 살아남는 길은 충실한 정보제공과 문제제기에 있다고 생각한다.각 사안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독자에게 제공하고,문제를 제기하되 그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주에는 각계각층 인사들의 심층 인터뷰와 함께 공무원 행동강령,공무원 차등정년제 등에 대한 문제제기,인사청문회에서 집중공격을 받았던 인사에 대한 반론기회 제공 등이 눈에 띄었다.그리고 ‘미국 매파들의 실체’ ‘석유보고 카스피해’ ‘일본의 구조개혁특구’ 등 제법 스크랩거리도 많았던 한 주였다. 라 윤 도 겅양대 문학영상 정보학부 교수
  • 새만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J.M 바스콘셀로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만화로 재구성했다.이희재 글·그림.1만5000원.청년사. ●황토빛 이야기 1∼3 주인공 소녀 이화가 여자로 성숙해가는 이야기.여백의 미를 살린 공간처리,맛깔스러운 사투리,토속적인 캐릭터 등 작가의 실험정신이 돋보인다.김동화 글·그림,각권 8800원.행복한 만화가게. ●만화로 읽는 공자 1∼3 공자의 철학과 춘추전국시대의 상황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재미있게 설명했다.다케가와 고타로 글,모모나리 다카시 그림.장원철 옮김.각권 7500원,황금가지. ●수학마왕 2 고대 시간여행을 통해 수학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시리즈 2편.비원 스튜디오 글,김린 그림,김용운 감수.8500원.웅진. ●가루지기 옹녀와 변강쇠 이야기를 고우영 특유의 해학으로 재구성했다.80년대 스포츠 신문에 연재했던 동명 만화의 무삭제 완전판.고우영 글·그림.각권 7000원.자음과모음. ●투란도트의 공주 푸치니의 오페라로 유명한 페르시아 민담을 초등학생 대상으로 재구성한 만화.이규성 글·그림.8000원.가교출판.
  • 이런책 어때요 / 난세를 평정하는 중국통치학

    리쭝우 지음 신동준 옮김 / 효형출판 펴냄 조조가 여백사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무고하게 죽인 일이나,유비가 해결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무조건 대성통곡해 문제를 푼 것은 모두 면후흑심(面厚黑心)의 달인이었기 때문이다.‘후흑학(厚黑學)’이란 원제의 이 책은 이처럼 인의와 정의로 다스리는 것처럼 보이는 통치자들의 이면엔 후흑이 가득하다고 꼬집는다.‘후흑’은 ‘면후’와 ‘심흑’의 합성어.때문에 후흑학은 뻔뻔함과 음흉함을 토대로 한 처세학 쯤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저자는 ‘난세를 평정하는 통치학’임을 강조한다.구국의 차원에선 때로 후흑의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1만 9000원.
  • [열린세상] 개혁 - 성공으로 가는 길

    개혁은 소수자에 의해 추진되지만,성공여부는 다수자의 공감여부에 의해 결정된다.개혁이 아무리 부지런하고 역동적인 인물들에 의해 추진되어도 결국은 다수자가 감동하고 박수를 보내주지 않으면 실패나 절반의 성공에 그치게 된다.떡 줄 사람이 아무리 맛있는 떡이라고 주장해도,떡 받아먹을 사람이 아직 공감하지 못한다면 결코 맛있는 떡일 수 없는 것과 같다. 개혁은 왜 하는가.많은 사람들이 좀더 안녕하고 좋은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 한다.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개혁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누구를 위한 개혁이냐는 비난을 받게 된다.더 나아가 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거나 더 나빠졌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실패한 개혁으로 단정지을 수밖에 없게 된다. 개혁이 참된 성공을 보려면 몇몇 재주있는 소수자들의 반짝거리는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안 된다.다수자의 의견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즉 다수자의 공감을 얻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이는 곧 개혁에는 제도개혁과 함께 의식개혁이 동반해 주어야 성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우리가 지금 주목하는 것은 반짝거리는 소수자의 개혁아이디어가 아니라 다수자의 동참을 얻어내기 위한 공감프로그램이다.소수자의 의견을 다수자 의견으로 확산시키는 과정이 곧 의식개혁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개혁추진파가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 대목이다.소수의 창의적 발상을 다수자에게 전파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우선 개혁추진파는 성급해서는 안 된다.다수자들의 생각과 습관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또한 무리해서도 안 된다.아직 준비 안된 수요자들에겐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도 소화불량에 걸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단순한 소화불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저항과 불평불만까지 초래할 가능성도 생겨난다. 이런 뜻에서 개혁이란 곧 설득이다.설득 없는 개혁은 강요일 뿐이다.쿠데타가 그런 것이다.일종의 폭력이라고도 할 수 있다.개혁의 성공을 위한 설득프로그램으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홍보다.홍보는 자신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키는 방법이다.그러나 이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일방향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토론이다.토론은 쌍방향방식이라는 점에서 홍보보다 훨씬 훌륭한 방법이다.토론에는 우선 쌍방향간에 자신의 의사를 잘 표현할 줄 아는 연습이 필요하다.의사표현이 자유롭고 익숙하지 않으면 상대의 의사를 바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또 타자의 의사표현을 잘 경청할 수 있는 연습이 필요하다.잘 들을 줄 모른다면 쌍방향적 교환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그리고 화자(話者)들 사이에 ‘다름’을 인정하는 ‘여백’을 갖는 연습이 필요하다.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는 자세가 없으면 충돌밖에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이같은 표현과 경청과 여백에서 타협과 양보가 나온다.거기에서 개혁의 성공이 기대된다. 진보쪽이든 보수쪽이든 지금 이 시대의 화두는 개혁이다.짧은 시간에 너무나 많은 인류적 과제가 쌓여져 있는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개혁의 수요가 많다.개혁은 우리 사회에서 매우 좋은 상품이다.그러나 아주 깨지기 쉽고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할 상품이다.아름다운 크리스털 제품과 같다. 개혁은 소수의 추진자와 다수의 수요자 모두에게 열린 자세를 요구한다.그리고 인내심을 요구한다.또 서로에게 따뜻함을 요구한다.닫힌 자세는 독선과 오만을 낳는다.인내심의 부족은 졸속과 과격함을 가져온다.차가움은 적군과 아군을 갈라놓아 한쪽에 원한과 복수심을 유발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청와대 앞길을 개방했을 때,DJ(김대중 전 대통령)가 남북정상의 길을 열었을 때 다수는 박수를 쳤다.다수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렇지 못한 개혁들은 낱낱이 실패로 돌아갔다.그런 과거에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을 것인가 곰곰이 새겨 볼 일이다. 강 지 원 변호사
  • 7월2일 행시 2차시험부터 논술형 필기 답안지 바뀐다

    오는 7월2일 처러지는 행정고시 2차 시험부터 수험생들이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논술형 필기시험 답안지가 바뀐다. 행정자치부는 9일 행정·외무·기술·지방 고등고시 등에 사용하는 논술형 답안지 크기를 A4(가로 21.5㎝,세로 30.1㎝)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지금까지는 가로 25.2㎝,세로 17.1㎝여서 수험생들의 답안작성과 채점에도 불편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와함께 페이지당 행수가 16행에서 32행으로 바뀌고 답안지 분량은 10장에서 5장으로 줄어든다.문제지의 크기도 현행 B5에서 B4로 확대되고,여백이 늘어난다. 행자부 관계자는 “기존의 답안지가 불편하다는 지적에 수험생들의 의견수렴 등을 거쳐 답안지 크기를 확대했다.”며 “문제지를 문제풀이를 위한 여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고 덧붙였다. 행자부는 개정된 논술형 답안지 견본을 ‘사이버 국가고시센터’(mogaha.go.kr/gosi)에 게재,수험생들이 출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 샹하이 나이츠/쿵후·쌍권총이 엮는 ‘퓨전액션’

    14일 개봉 올해 마흔여덟살의 청룽(成龍).한국 영화판에서라면 거의 ‘환갑’의 나이지만,비디오 가게 주인들에겐 변함없이 인기있는 이름이다.할리우드에서 뒤늦게 스타대접을 받고 있는 그가 새 작품을 들고 나왔다.‘샹하이 나이츠’(Shanghai Knights·14일 개봉)는 그의 장기인 쿵후를 볼거리로 앞세우고 여백 곳곳을 자잘한 폭소 아이디어들로 채운 코믹액션.2000년 개봉한 ‘샹하이 눈’의 속편이다. 중국 황제의 딸을 구출하겠다며 댕기머리에 치마를 두르고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그곳의 카우보이가 된 전편의 장 웨인(청룽). ‘황야의 건맨’으로 자리잡고 사는 그가 상하이의 여동생으로부터 한통의 비보를 받는다.청나라 황실의 옥새를 지키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옥새까지 뺏겼다는 것.복수의 칼날을 세운 장 웨인이,여전히 얼치기 건맨으로 흥청망청 세월을 보내는 로이(오웬 윌슨)와 손잡으면서 영화는 액션 어드벤처의 신호탄을 쏜다. 옥새를 찾아간 영국 런던을 무대로 엎치락뒤치락 하는 두 남자의 모험담에 초점을 맞춘 영화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쿵후와 쌍권총이 엮는 ‘퓨전액션’의 성찬.회전문을 이용하거나 시계탑의 시계바늘에 매달려 벌이는 액션시퀀스 등이 때론 익숙하게,때론 짜릿한 흥분으로 시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청룽에게 할리우드 진출의 본격 시험장이었던 전편에 비하면 긴장도는 떨어진다. 달리는 열차에서 긴박감 있는 액션을 펼치던 전편의 선굵은 이미지도 이번엔 아기자기하게 쪼개졌다. 드라마의 묘미도 떨어진다.허풍선이 로이가 장 웨인의 여동생 린(판 웡)과 엮는 로맨스가 극의 한 축을 이룰 때까지 액션의 잔재미만 늘어놔 지루한 느낌마저 든다. 진득한 관객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청룽이 영어대사가 서툴러 고생한 촬영장면 등을 담은 NG모음이 덧붙었다. 황수정기자 sjh@
  • 전통의 틀 깬 조형서예 세계… 황석봉 ‘불립문자’전

    중국 청대의 승려화가 석도가 그린 화훼와 묵죽은 “법이 없으면서도 법이 있는(無法中有法)“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을 듣는다.옛 법도를 체득하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린 탓이다.“옛것을 빌려 현재를 연다(借古以開今)”는 그의 화론은 또한 후대의 회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오늘날 이른바 ‘조형서예’가 추구하는 세계는 바로 그런 석도의 예술의지와 통하는 것이 아닐까. 서예가 시몽(是夢) 황석봉(54)씨가 1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여는 ‘불립문자’전은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조형서예의 진경(眞境)에 들게 한다. 조형서예를 감상하면서 저것이 그림일까 글씨일까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이미 글씨도 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화가 석도가 마음 속의 산수를 그렸듯이,조형서예 작가들은 마음 속의 문자를 그릴 뿐이다.조형서예는 문자나 말로써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감흥을 전한다.그야말로 ‘불립문자의 예술’이다. 황씨가 지금과 같은 서예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90년대 초반.그는 철저한 전통서예로 출발했지만 관심은 늘 전통의 틀 밖에 있었다.전통서예의 획일적인 법도는 그에게는 극복 대상이었다.“서예정신과 회화양식을 접목시키려는 나의 작업은 선(禪)의 여백과 도가적 기(氣)의 생성 변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여백은 무가 아니고 빈 마음의 충만이지요.선화(禪)의 근원을 공(空)에서 찾듯이 나의 예술의 뿌리도 ‘공의 여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황씨는 서예의 기본인 지필묵을 사용하지 않는다.캔버스와 오동나무 상자가 종이를 대신하며,나이프가 붓을 대신한다.그럼에도 황씨는 서예행위를 강조한다.문자의 의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만 한자의 상형에서 빌려온 점과 선,그리고 획의 조형성과 정신성은 진정 서예라는 얘기다.그는 자신의 예술행위를,점으로 모아지고 획으로 거듭나며 기운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기(氣)예술’이라고 부른다. 황씨는 서예의 예술화·세계화·대중화를 기치로 1991년 창립된 한국현대서예협회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서예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협회의 주된 목표였다.그렇다면 조형서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흑백의 세계에서 벗어나 회화적 색채를 도입하고,어려운 한문중심의 문장을 버렸다고 해서 서예와 일반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문제는 아직까지 조형서예의 개념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형서예가 여전히 ‘서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전통서예의 문법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괜스레 혼란만 초래하는 이름을 거두고 ‘기 추상’회화 정도로 부르는 게 옳지 않을까.‘불립문자’전은 서예와 회화의 본령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자리다.(02)720-1524∼6. 김종면기자 jmkim@
  • 이능문 소설 ‘금붕어의 메시지’ 50대남자·40대여자 ‘특별한’ 사이버 만남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사이버세상’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 이런 일상적 의문에 문학적 리얼리티와 적절한 품격으로 응답해 주는 이능문(사진)의 좀 특별한 소설 ‘금붕어의 메시지’(도서출판 무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소설이면서도 편년체로 기술된 사서(史書)처럼 아귀가 딱 들어맞는 시간과 장소를 전제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의도는,흔히 이런 종류의 소설에 대해 독자들이 갖기 쉬운 부정적 선입견을 단번에 허문다.문단에서는 ‘너무 위험하다.’며 기피하는 이런 실험적 글쓰기가 오히려 문단의 기성복 같은 흐름에 맞서는 신선한 반란처럼 인식되는 탓이다. 50대 직장인 ‘줄리안’과 40대 여성 ‘크리스티’는 서로의 세계에 발을 딛고 서서 멀지만 가깝게,그리고 느슨하지만 집요하게 서로의 의식을 천착한다.서로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두 남녀가 시·청각이 차단된 온라인을 통해,그것도 자신의 정체성과는 무관한 아이디 하나를 통로삼아 서로의 삶을 고백하고,흉금을 들춰보이는 것. ‘채팅’이라는 방법이 그렇듯 그들은 서로에게 부담없는 편안함으로,그러나 결코 서로에게 소홀하지 않는 진지함으로 일상의 여백을 채워간다.작가는 자칫 농(弄)이 개입하기 쉬운 ‘사이버 커뮤니티’에 적절한 리얼리티의 소재를 삽입해 그들이 나누는 사유와 사고,체험이 가식이나 허위에 가려지지 않은 채 서로가 진실한 실체로 다가서도록 이끈다.‘충동적 돌발’보다는 일종의 ‘점층적 완성’이다. 이렇게 전개되는 ‘금붕어…’지만 우리 현실에서 부정적 사회현상으로 굳어져 버린 ‘사이버 일탈’의 속물성은 드러내지 않았다.작가는 이런 점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육욕으로 이해하는 평상성을 거부한 셈이다.오히려 지순한 인간심성의 본질을 작품에 투영시켜 세상을 정화하려는 듯한 교조성이 문학적 상상력의 제약으로 비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작가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해운회사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다 다시 무역회사로 자리를 옮겨 해외 현지법인 지점장까지 맡았는가 하면 건설관련 컨설팅 일을 하다 지금은 아시아경제연구원 해외분야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심재억기자
  • 젊음이 넘치는 무공해 연극 ‘비포장연극제’ 대학로서 바람

    상업연극만이 살아남는 시대에,외길을 고집하는 젊은 연극인들이 있다.제2회 비포장연극제를 열어 대학로에 작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이다.‘비포장’ 표현에는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고 연극성 본연을 강조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먼저 한성대 입구 원형무대 소극장.19일까지 극단 원형무대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연출 홍인표)가,21∼30일에는 극단 여백의 ‘살아간다는 것’(연출 임형수)이 오른다.‘어디서…’는 최인훈 원작으로 평강공주 이야기를 비틀었고,‘살아…’은 ‘진흙’으로 유명한 미국의 극작가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 작품으로 일그러진 가족을 다뤘다. 성신여대 입구 작은극장에서는 19일까지 서울연극앙상블의 ‘덤불 속 이야기’(연출 박찬진)를,21∼30일은 극단 오리사냥의 ‘존경하는 엘레나 세르게예브나’(연출 최범순)를 공연한다.‘덤불…’는 서로 다른 살인사건의 진술로 구성된 작품.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라쇼몬’으로도 유명하다.‘존경…’는 소통 불가능의 사제관계를 그렸다.평일 오후 8시,토·일오후 4시·7시30분(02)762-0810. 김소연기자 pur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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