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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완구 이임식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

    이완구 이임식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

    이완구 이임식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 이완구 이임식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임식을 하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이 총리는 이임사에서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짧은 기간 최선을 다했으나 주어진 소임을 다하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아쉽게 생각하며 해야 할 일들을 여러분께 남겨두고 가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면서 “다시 한 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한 이 총리의 사표를 이날 오후 수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성완종 리스트 파문] 업무 끝난 시간에 퇴임식… 李 총리 “진실은 밝혀질 것”

    [성완종 리스트 파문] 업무 끝난 시간에 퇴임식… 李 총리 “진실은 밝혀질 것”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공무원들의 업무 종료 시간 이후인 오후 6시 1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제43대 총리 이임식을 갖고 70일간의 짧은 총리직을 마감했다. 제6대 허정 총리(재임 65일) 이후 두 번째로 단명한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로써 이 총리는 삼청동 총리공관을 떠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자택에 머물며 국회의원 신분으로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한 검찰 조사와 소환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 총리는 이날 이임사에서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안정시키며 소통, 공직기강 확립, 부패 척결 등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이루려 했으나 소임을 다하지 못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일(성완종 사건)과 관련해 공인으로서 다해야 할 엄중한 책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면서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고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며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짧은 메시지를 던졌지만, 국민을 향해 사과의 뜻을 전함으로써 국민과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의 수사를 의식한 듯 자신의 결백도 끝까지 내세웠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20일부터 일주일 남짓 총리공관에 칩거하다 피로 누적과 정신적 중압감에 지병까지 악화돼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난주 하루 중 잠깐 병원에서 지병 상태를 검진받으며 링거액을 투여받았다.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성골수종’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많이 호전됐으나 다시 적혈구 수치가 떨어지면서 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이임식을 끝내자마자 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마치 검찰 수사를 피하려 한다는 추측을 낳을 수 있어 피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운 전문기자 kkwoon@seoul.co.kr
  • 朴대통령 위경련 인두염 증세…이완구 퇴임식 7분 만에 끝, 눈물 글썽 “진실은 꼭…”

    朴대통령 위경련 인두염 증세…이완구 퇴임식 7분 만에 끝, 눈물 글썽 “진실은 꼭…”

    朴대통령 위경련 인두염 증세…이완구 퇴임식 7분 만에 끝, 눈물 글썽 “진실은 꼭…” 朴대통령 이총리 사의 수용, 이완구 퇴임식, 朴대통령 위경련 인두염,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의를 표명했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퇴임식을 갖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면서 취임한 지 7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는 만큼 퇴임식은 7분 만에 끝이 났다.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이 총리는 퇴임식(이임식)이 열리기 직전인 오후 6시 5분 정부 서울청사로 들어갔다. 지난 20일 밤 사의 표명을 한 뒤 일주일 만에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이 총리는 청사 정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과 추경호 국무조정 실장과 굳은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이어 기자들에 “한 말씀 부탁드린다”고 요청하자 “이임사에서 말하겠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또 “건강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저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오전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이야기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박 대통령은 오랜 순방 일정으로 피로가 누적돼 위경련 인두염 증세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총리의 사표 수리도 늦어질 것이라 점쳐졌지만 사표 수리는 귀국 당일 처리했다. 한편 이 총리의 이임사는 오후 6시 7분부터 시작해 단 7분 만에 끝이 났다. 이 총리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이번 사태에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총리는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 황교안 법무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 이임식에 참석한 16명의 장관 또는 장관급 인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했고, 직원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다. 이어 청사 본관으로 이동해 총리실 직원들과 마지막 기념사진을 촬영했고 이 총리는 끝내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으며,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차에 올라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로써 지난 2월17일 총리직에 오른 이 총리는 70일만에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지난 1980년 대통령 단임제가 시행된 이후 최단명 총리라는 오점도 남기게 됐다. 이 총리는 이임식을 마친 직후 곧바로 서울 시내 모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70일 총리’ 이완구 퇴장

    ‘70일 총리’ 이완구 퇴장

    박근혜 대통령은 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27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를 수용하고 사표 수리 절차를 재가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이 총리가 지난 20일 사의를 표명한 지 일주일 만에 사표 수리가 이뤄졌다. 행정부는 총리 부재 상태에 따라 새 총리 취임 때까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직을 대행하는 체제로 가동된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 사표에 재가 사인을 하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진 않았다고 민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21일 중남미 순방 기간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을 보고받은 뒤 “매우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고 밝혔었다. 박 대통령은 순방 직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전격 회동을 갖고 이 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며, 앞서 민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었다. 청와대는 인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후임 총리 인선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내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호남 총리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편 이 총리는 사표가 수리된 뒤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개최했다. 지난 2월 17일 취임한 이 총리는 70일 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이 총리는 이임사에서 “최근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질 것으로 믿으며 오늘은 여백을 남기고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선명하게 잡아낸 詩語의 단선들

    선명하게 잡아낸 詩語의 단선들

    우리 문단의 대표적인 서정시인 문태준(45)이 돌아왔다. 관계, 죽음, 불교적 사유 등 등단 이후 20여년간 천착해오던 주제들을 더 짧고 선명한 시적 언어로 담아냈다. 불교적 사유가 도드라졌던 ‘먼 곳’ 이후 3년 만에 낸 여섯 번째 시집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창비)에서다. 지난해 서정시학작품상을 받은 ‘봄바람이 불어서’를 비롯해 64편이 실렸다. ‘드로잉 연작’ 14편은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추구한 ‘짧고 선명한 시적 언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를 떠나려네//야위어서/흰 뼈처럼/야위어서//이젠 됐어요/이젠 됐어요//보잘것없는/나/툭툭 내던지는/비’(가을비·드로잉 6) “드로잉은 사물의 움직임이나 특징을 잡아내 단선으로 그린 그림이다. 드로잉처럼 사물이나 사건, 마음을 움직인 것들을 선명한 이미지로 쓰고 싶었다. 선명한 언어로 쓰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독자들에게도 의도가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 언어를 아껴 여백도 생기고 비교적 단일한 걸 이야기하기 때문이 시가 조금 쉬워진 측면도 있다.” 시인에게 ‘관계’는 여전히 제일 화두다. 이번에도 대상과 대상, 존재와 존재, 생명과 생명 사이의 수평적 관계를 탐구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를 ‘수평적 상상력’이라고 했다. ‘노랗게 잘 익은 오렌지가 떨어져 있네/붉고 새콤한 자두가 떨어져 있네/자줏빛 아이리스 꽃이 활짝 피어 있네/나는 곤충으로 변해 설탕을 탐하고 싶네/누가 이걸 발견하랴,/몸을 굽히지 않는다면/태양이 몸을 굽힌, 미지근한 어스름도 때마침 좋네/누가 이걸, 또 자신을 주우랴,/몸을 굽혀 균형을 맞추지 않는다면’(몸을 굽히지 않는다면) ‘귀휴’(歸休)에선 인간 중심의 생각을 벗어나 ‘닭에게 마당을 꾸어 쓰는’ 데까지 시적 상상력이 미친다. 마당 주인을 집주인이 아니라 마당에서 사는 닭으로 설정, 서로가 서로에게 존엄한 관계임을 역설했다. 시인은 “우열이 없는 대등한 관계는 내 눈높이와 지위를 상대와 같은 위치에 두고 권위나 선입관을 버리고 상대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죽음·이별도 파고들었다. 고정돼 있지 않고 계속 변화하다 어느 시점엔 사그라지는 존재의 속성을 들여다봤다. 임종을 앞둔 친척 병문안 때 보고 느꼈던 걸 쓴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이 대표적이다. ‘당신은 나조차 알아보지 못하네/요를 깔고 아주 가벼운 이불을 덮고 있네/한층의 재가 당신의 몸을 덮은 듯하네/눈도 입도 코도 가늘어지고 작아지고 낮아졌네/(중략) 나는 이 세상에서 혼자의 몸이 된 당신을 보네/오래 잊지 말자는 말은 못하겠네/당신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을 보네’(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친척께선 호흡을 겨우 하고 계셨다. 그 모습에서 태어나는 순간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가 있는 생명의 끝자락을 봤다. 몸이 갖고 있던 욕망의 불도 다 꺼지고 세속적 기준으로 가치 있다고 봤던 것들도 다 내려놓고 오롯이 하나의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 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생의 삶이 지나치게 물질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 같다.” 등단 초기의 불교적인 시선도 여전히 예리하다. ‘밝은 곳과 어둔 곳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눈두덩과 눈, 콧부리와 볼, 입술과 인중, 목과 턱선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안면의 윤곽이 얇은 미소처럼 넓적하게 퍼져 돌 위에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여시·如是) 마애불을 보고 돌아와서 쓴 여시에선 자신의 본래 면목에 대해 물음을 던졌다. 여시는 여시아문(如是我聞·나는 이렇게 들었다)의 여시로, ‘있는 그대로를 보면 그러하다’라는 의미다. “비바람에 깎이면서 모든 경계가 흐릿해진 마애불을 보면서 마애불의 불성을 떠올렸다. 형체는 사라지더라도 마애불이 본래 갖고 있는 면목, 이를테면 자비나 사랑의 마음이 내게도 있는지, 내 본래 면목은 무엇인지를 생각했다.”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처서 외 9편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은 등단 21년을 돌아보며 “시 쓰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면서도 늘 두렵고 조심스럽다”고 했다. “시를 쓸 수 있는 조건들이 예민한 것 같다. 아무 때나 시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가 태어나는 조건들을 생활 속에서 유지해 가는 게 여전히 어려운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길섶에서] 여백/문소영 논설위원

    시인 최영미의 아파트는 책도 가구도 없이 텅 비었는데 그 빈자리에 추상표현주의 작가 마크 로스코의 포스터가 스카치테이프로 네 귀를 대충 붙인 채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7년 초여름이다. 최 시인이 전해에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보고서 산문집 ‘시대의 우울’을 막 냈다. 수십 개의 미술관에서 수많은 명화를 봤을 터인데 그는 미술관 아트숍에서 딱 한 장의 포스터를 샀고, 그것이 로스코의 작품이라고 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나와 홍대 대학원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뒤 석사 논문은 ‘정육점의 화가’라는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는데, 그는 사실 로스코를 더 사랑했던 것일까. 그는 첫 시집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표지에 로스코의 작품을 썼다.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 전시가 6월 28일까지 열린다. ‘스티브 잡스가 사랑한 화가’라고 보도되고 있다. 유명인이 사랑한다고 해야 더 좋은 그림은 아닌데 그 마케팅이 촌스럽다고 생각하면서도 ‘잡스빠’로서 괜히 흐뭇하다. 오랜만에 주말 이틀 모두 휴무라 구경이나 가야겠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당진 농기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당진 농기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농기(農旗)란 농촌에서 한 마을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깃발이다. 풍년을 빌기 위해 동제를 지내거나 두레 때 마을의 상징으로 농기를 세워두며, 이웃 마을과 화합 또는 싸울 때에도 농기를 내세운다. 두렛일을 할 때는 깃발을 옮겨 가며 풍물을 치고 모심기와 논매기를 한다. 농기는 흰색의 천에다 먹 글씨로 ‘農者天下之大本’(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쓰거나 용(龍)만 기폭에 가득 차도록 그리기도 한다. 농기는 너비 2m, 길이 4m 정도의 장방형으로, 제작의 연간지(年干支)와 월일(月日)을 쓴다. 깃발의 깃대에 닿는 부분을 제외한 세 면에는 지네발이라 하여 하얗거나 까만 헝겊을 삼각형으로 만들어 마치 톱니처럼 여러 개 붙인다. 그러나 지네발이 아니라 용의 지느러미로 깃발 자체가 용임을 나타낸 것이다. 깃대는 길이 10m가량의 대나무이다. 농기의 수명은 대체로 15년 내외여서 남아 있는 농기가 거의 없다. 동제나 두레 때 벌어지는 성대한 놀음판에 농기를 들고 갔는데, 이때 제일 앞에 세웠다. 농업을 천하의 근본이라 여겨온 우리 오랜 역사에 기념비적인 농기가 사라져 간 것은 슬픈 일이다. 그러고 보니 농기를 실제로 본 사람이 없다. 농업박물관에 몇 폭 있지만 너무 커서 전시를 할 수 없다. 5년 전 농업박물관에서 농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깃발의 크기도 엄청나게 컸지만 깃발에 그려진 용의 모습이 가지각색이어서 흥미를 느끼며 농업박물관 강당에서 농기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농기에 대한 최초의 강연이었으리라. 그러니 논문이 있었을 리 없다. 필자는 ‘월간 민화’ 2015년 1월호와 2월호에 농기 두 점을 분석한 논문을 실은 적이 있다. 농기를 다룬 최초의 글이라 생각한다. KBS가 발굴한 당진 농기를 입수하여 보니 용 그림이 압권이었다. 이 글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①) 흔히 농기에는 용을 그리고 나머지 여백을 영기문으로 채우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모두가 구름이라고 말하지만 용 한 분을 크게 그리고 영기문으로 가득 채워 우주에 충만한 대생명력을 나타내려 했던 것 같다. 즉, 용의 영기화생이다. 용의 입에서 나온 여의보주는 무량보주로 나타냈으며 길게 영기문이 뻗어 나오고 있다.(②) 용의 얼굴과 등 바로 주변에 제1영기싹을 붕긋붕긋하게 만든 영기문에서 엄청난 용의 위용이 나타난다. 눈동자는 보주이며 눈썹은 제1영기싹으로 절묘하게 만들었다. 얼굴 전면을 무량보주로 가득 채우고, 눈 바로 옆에서는 제3영기싹 영기문이 갈래 치며 길게 뻗쳐 나가고 있는데 처음 보는 영기문이다.(③, ④) 머리 뒤로는 수없는 날카로운 가시 같은 것들이 뻗쳐 나가고 있는데 그 기세가 무서울 정도다. 무량보주란 것은, 큰 보주가 있고 둘레에 작은 보주들이 둘러 있는 조형을 말하는데 이것이 ‘무량한 보주’가 아닌 ‘무량보주’임을 필자가 처음 증명해 밝혔다. 큰 보주 둘레에 비록 한 줄의 작은 보주들이 연이어 있으나, 실은 얼마든지 무한히 둘레에 보주를 표현할 수 있으나 그렇게 하면 혼란스러우므로 도안화한 것이다.(⑤) 그것을 한 단위로 해 여러 개 배치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용의 얼굴에 얼룩이 져 있다고 반점(斑點)이라 쓰고 있다. 보주의 본질을 알지 못한 까닭이다. 각 마을을 대표하는 깃발, 그 농기에 그려진 용의 역동적 위용은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게다가 용의 본질마저 망각하였으니 민족문화가 갈 길은 뻔하다. 용을 보고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니 앞으로도 용과 관련된 무한한 조형들을 잘못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스마트폰으로 문서 위·변조 즉시 식별

    스마트폰으로 현장에서 곧장 문서 위·변조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아날로그 문서에 디지털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식별하는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국내 특허를 출원했다고 9일 밝혔다. 기법은 QR코드와 스테가노그래피(투명인쇄) 부분으로 나뉜다. 문서의 여백에 문서 내용을 128비트로 암호화한 QR코드를 새기고, 가장자리엔 QR코드의 암호를 푸는 키를 눈에 보이지 않는 점으로 인쇄하는 것이다. QR코드와 스테가노그래피를 인식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받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 부분을 촬영하면 해당 문서에 기재된 내용과 QR코드에 담긴 내용이 일치하는지 여부로 진위를 그 자리에서 즉시 확인할 수 있다. 앱이 QR코드 암호를 못 풀거나, QR코드에 담긴 내용이 문서에 기재된 사항과 다르면 위·변조됐다는 뜻이다. 홀로그램이나 은화(숨은 그림)와 같은 기존 기법은 갈수록 교묘해지는 위·변조 기술 때문에 효과를 보기는커녕 악용되기 십상이다. 또 위·변조가 의심되는 문서를 국과수 등 전문기관에 감정을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보는 데 오래 걸려 일선 수사관이나 금융기관 직원, 일반인이 실시간으로 위·변조 문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보통 사람들도 스마트폰만 있다면 진위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각종 증명서, 신분증, 수표, 성적서 등 보안과 진위 확인이 필수인 문서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국과수는 이날 한국조폐공사와 공동 연구 및 활용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기술 도입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중석 국과수 원장은 “국내의 다양한 문서발급 기관뿐 아니라 문서 위·변조가 만연한 해외에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노벨 유언장 공개 임박…13일 노벨박물관 전시

    노벨 유언장 공개 임박…13일 노벨박물관 전시

    스웨덴 출신 학자이자 실업가인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자신의 이름을 딴 노벨상을 만들어달라는 유지를 담은 유언장이 대중에 공개를 앞두고 있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있는 노벨박물관은 오는 13일부터 ‘레거시’(유산)라고 명명한 전시회를 통해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한다고 밝혔다. 1895년 작성된 노벨의 유언장은 지금까지 반으로 접힌 채 금고에 보관됐다고 노벨 재단 측은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 유언장은 극소수의 관계자들만 볼 수 있었다. 유서는 4장의 누르스름한 종이에 검은색 잉크로 예스러운 소용돌이 형태의 장식 체로 기록돼 있다. 곳곳에 얼룩이 있고 페이지의 상하좌우 여백에는 추가 메모가 남겨져 있다. 노벨은 생전 유언장을 통해 자신의 재산을 세계 평화와 문학, 물리학, 화학, 의학 등 5개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거둔 이에게 전해달라고 밝혔다. 숨질 당시 그의 재산은 현재 가치로 환산해 20억 크로나(약 2530억 2000만 원)에 달했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들은 800만 크로나의 상금을 받고 그해 12월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수상자 연회에 참석한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 사후 5년이 지난 1901년에 처음 열렸다. 이는 노벨이 유언장에 시상 주관단체를 언급하면서도 시상 방법은 언급하지 않아 이를 정하는데 시간이 소요됐던 것. 1968년부터 수여된 노벨 경제학상은 그해 스웨덴 중앙은행이 제정한 것으로 논란이 됐지만 매년 10월 다른 분야 노벨상과 함께 수상자를 발표한다. 한편 이번 레거시 전시회는 최소 5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사진=ⓒAFPBBNEWS=NEWS1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한류 초석’ KBS안무가 홍경희 “현대안무는 시대성과 개인의 철학을 미적으로 투영하는 예술”

    ‘한류 초석’ KBS안무가 홍경희 “현대안무는 시대성과 개인의 철학을 미적으로 투영하는 예술”

    홍경희는 누구? 1994년 KBS무용단에 특채로 입사했다. 처음엔 단원으로 시작했고, 2005년부터 안무를 맡아 지금까지 안무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한 직장에서만 어느새 20년을 넘어 섰는데, 이직 경험이 없다 보니 약아빠지지 못한, 세상물정에 다소 어수룩하다는 느낌도 스스로 받지만 오히려 깊이 있는 안무철학이 생성되기도 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거창하진 않으나 나름의 안무철학은 후학양성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0년부터 약 2년 동안 대불대학교 뮤지컬학과에서 강의를 맡았는데, 후배들에게 안무의 정의와 가치, 실습 노하우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는 하나에만 집중했던 생활이 내 스스로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학생들 역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수에 의한 강의에 만족도가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전공이 무용이었나? 본래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이후 방송무용으로 바꾸었다. 순수 쪽은 예술성 중심으로, 하나의 퍼포먼스나 해프닝처럼 손끝하나 발끝하나 시선하나 까지도 마음을 몸에 담아 느낌을 표현해야 한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감동이 있다. 하지만 여타 예술장르가 그러하듯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기는 어렵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쉽게 공감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안무를 하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방송무용이라 하면, 방송에서 대중가요와 함께 시연되는 춤이라고 해석하는데, 결코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다. 예술적인 여백도 있으면서 소통도 중시해야 한다. 예술성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일반 무용 대비 현장중심의 공연을 통한 호흡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난이도가 낮지 않다. 전문가로써의 입지가 탄탄하다. 최근 맡고 있는 프로그램은? 요즘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은 <가요무대>를 비롯해, <열린음악회>. <7080>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안무가로 참여하고 있다. 한류의 일환으로 대중문화산업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밖에도 해마다 가요대축제, 청룡영화제, 연기대상, 트로트대축제 등의 공연에도 안무를 맡는다. 이 가운데 <KBS 가요대축제>는 매년 12월 개최하는 연말 가요 프로그램이다. 1965년 신설된 <TBC 방송가요대상>이 모태인데, 2006년부터 <KBS 가요대축제>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연례행사이긴 해도 KBS무용단에 있어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축제이다. 그러고 보니 명칭이 변경된 이후인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안무를 맡고 있구나 싶다. 큰 공연에 있어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트로트대축제이다. 청룡영화제나 연기대상도 중요도가 낮지 않지만 아무래도 음악이 주를 이루는 트로트대축제가 안무의 필요성이 높은 편이다. 중장년층으로부터 특히 인기가 많은 연말 트로트 가요 프로그램인 트로트대축제는 많은 가수들과 각각의 안무가 별도로 접목되는 관계로 어려움이 따르지만 안무가 개입함으로써 보다 흥미를 덧댈 수 있고, 현장 분위기를 남다르게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주요 행사로 주목받아 왔다. 안무가로써의 삶에 어려운 건 없었나? 매 주마다 짧은 시간 내 여러 곡의 안무를 창작하는 것이 어렵다면 어려운 일이다. 특히 kbs무용단은 다른 어떤 단체의 무용단과는 달리 어느 한 장르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음악부터 전통가요, 재즈, 현대발레, 고전무용, 클래식, 힙합, 라틴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르를 소화해야 한다. 더구나 아이돌 같은 경우 한 곡을 준비해서 방송 나오기 까지 최소한 3.4 개월은 연습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kbs무용단의 경우는 일주일에 두 세 프로를 준비해야하고 이틀 안에 3곡이나 4곡을 안무해야하므로 구상에서 연습, 실연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이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또한 누적되면 대처방법이 생기고 평소 틈틈이 안무구상과 표현법을 머릿속에 그려 놓는다. 반대로, 안무가라는 직업에 보람을 느꼈을 때는 없었나? 왜 없었겠나. 힘들다는 생각보단 오히려 보람 있을 때가 더 많았다. 특히 언젠가 해외공연을 갔을 때 교민들이 공연을 보고 다 같이 행복해하고 기뻐하면서 눈물을 흘렸을 때는 가슴이 벅차기도 했다. 실제로 이국타향에서 그리운 고국의 노래와 안무를 접한 교포들이 무척 즐거워했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뿌듯하다. 안무가라는 직업에 행복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렇다. 작던 크던 대중문화산업 발달과 문화예술향유에 힘을 보태고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예상되는 어려움은 잠시에 머물고 만다. 사실 난 이 일에서 행복함을 느낀다. 창작부터 실연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으로 허락하는 시간은 많지 않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고, 박수를 받으며 무대 뒤로 조용히 퇴장한다. 비록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분명히 우리의 존재감은 배어들고 있음을 인식한다. 그리고 이 모든 프로세스가 kbs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자 kbs만의 색깔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도 난 그 고유한 색깔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혹시 영향을 준 안무가가 있었나? 보통 롤 모델이 누구였냐고 물어보면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 상임안무가인 ‘나초 두아토(Juan Ignacio Duato Barcia)’나 이스라엘의 안무가 ‘이디트 헤르만(Idit Herman)’, 영국의 메튜 본(Matthew Bourne), 체코의 모던 발레 안무가 이리 킬리안(Jiri Kylian) 등을 말해야 하지만, 사실 내게 영향을 준 건 외국의 유명한 안무가도 아니고 세계적인 무용수도 아니었다. 어쩌면 지극히 소박할 수 있는데, 20년 전 어느 날 kbs 쇼프로에서 가수와 무용수가 나와 노래와 춤을 추는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은 매우 평범하고 일반적인 이들이었지만 어린 시절 당시만 해도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안무가의 꿈을 꾸기 시작했고, kbs에 입사했다. 입사 후 텐츠테아터의 독일의 ‘피나 바우쉬(Pina Bausch)’나 파격적인 안무로 유명한 스웨덴의 마츠 에크(Mats Ek) 등에 대해 연구한 적은 있지만 어쨌든 젊은 날 내게 영향을 준 인물들은 평범함 속에서 자신의 삶에 열정을 다하는 그 누군가였다. 안무에서 중요시하는 건 무엇인가? 다양한 예술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려한다. 예를 들면, 동작자체에 중점을 둔 안무를 개발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극적 표현성에 접근한 경향의 안무를 고민하기도 한다. 때론 음악에 따라 추상표현주의적이거나 미니멀리즘 요소의 집합적인 전개를 가지려 하며, 가끔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표현 영역의 확대에 중점을 두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하나하나 동작에 포괄된 상징성이 하나의 동세와 결합되어 이미지를 창조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한 무대에서 이러한 다양한 양식을 교집합시켜 총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다. 물론 관객은 그 동세와 이미지에 쉽게 동화되고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개성이 두드러지고 표현형식이 난해하더라도 알 수 없는 공명이 생성될 수 있도록 탐구하고 있다. 안무를 간단하게 정의한다면? 이리 킬리안의 말을 빌리자면 안무는 순간이고, 순간은 삶이다. 몸짓을 통해 삶의 다양한 텍스트를 녹여내고 하나의 거푸집 아래 맥락화 하는 것이 안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때로 희로애락의 기표이자 때로는 혼잡한 삶의 여로를 여는 창과 같다. 그러나 안무란 무엇보다 사회 모든 인간사의 재해석이라는 것에 방점이 있다. 그것은 내가 지향하는 일종의 기의이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안무는 나에게 자아의 투영이고 정체성의 연장이기도 하지만 거시적으론 당대 문화와 그 문화의 알고리즘을 반영한다. 내게 안무는 나와 타자의 삶을 축복할 수 있는 넓은 길을 보여주며, 무대의 간결함 속, 감동을 이끄는 훌륭한 매개로 작용한다. 특히 창작에서 발화된 무형의 이미지가 성공적으로 실연될 때 몸의 고귀함, 삶의 깊은 울림은 보다 증폭되고 확장된다. 그렇기에 나의 계획은 이것이 더욱 확장되고 심도 있게 전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에 있다. 앞으로 바라는 점 또한 오늘의 연장에서, 그리고 kbs무용단 안무가로서 이것의 완성을 위한 경주가 스스로에게 주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안무가를 지원하는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다양한 학습과 연습, 사유의 체계를 갖추길 바란다. 안무가는 단순히 몸짓을 시각화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논리를 갖춘 이론가이자 예술가여야 한다. 어떤 행위를 한다는 건 다양한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에 언어적이며, 기호로도 존재한다. 그리고 이것이 실제 실연될 때 하나의 동작을 넘어선 변별력 가능한 그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기초를 다지고 전달하는 것이 안무기술법이기도 하지만 이를 처음부터 마음속에 담아두고 시작한다면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현대안무는 시대성과 개인의 철학을 미적으로 투영하는 예술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고려백자 용 영기화생문 투각 사발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세계의 조형예술 龍으로 읽다] 고려백자 용 영기화생문 투각 사발 /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2010년 가을 ‘고려왕실의 고려청자’ 기획전을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 강당에서 ‘고려청자의 화려한 탄생’이란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강연이 끝나자 청중은 열광했으나, 도자기 학자들은 대거 참가했으면서도 침묵을 지켰다. 불상 전공자로 알려진 필자가 도자기에 관한 논문이나 저서를 전혀 읽지 않고 갑자기 도자기의 본질에 대해 어느 도자기 학자도 말하지 않았던 내용을 3시간 동안 강연한다는 것은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그것은 작품 자체에서 찾아낸 원리로 도자기의 본질을 파악했기에 가능했다. 그즈음 필자는 깜짝 놀랄 만한 도자기 작품을 보았다. 입 부분만 금속으로 씌운 이른바 금구(金口)자발이라는 것이 중국에는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오로지 청자 한 점만 있어서 그 희귀성 때문에 국보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고려백자는 성격이 다르다. 고려백자 바깥 전면(全面)을 영기문으로 투각해 씌운 작품으로 중국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해 보지 않은 작품이다. 아름다우며 고귀하고 압도하는 도자기 작품, 우리나라의 국보가 아니라 세계적 미증유의 걸작품이다. 세계 도자기 역사 전개의 중요한 실마리를 보여 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임을 직감하고, 필자는 ‘세계도자사’(世界陶瓷史)를 집필할 결심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 작품이 우리나라 도자기 전공자들 사이에 ‘이상한 도자기’로 알려져 발을 못 붙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려백자는 틀림없는데 겉을 씌운 투각 무늬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위작이라고까지 의심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이 지구는 10억개의 별로 이뤄진 은하수가 10억개 존재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무한히 광활한 대우주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유일하게 생명이 존재하는 별이다. 그 지구에는 신(神)이 창조한 자연, 혹은 ‘자연’이 스스로 창조한 자연이 있다. 한편 지구상에는 인간(人間)이 창조한 건축-조각-회화-공예-복식 등 조형예술품이 공간을 점유하며 지구를 장엄하고 있다. 인간이 역사와 사상을 본격적으로 문자언어로 기록한 것은 그리스의 헤로도토스의 ‘역사’와 철학서와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저서들과 사마천이 지은 ‘사기’(史記)로, 지금으로부터 불과 2000~2500년 전이다. 문자언어로 기록하기 전 수십만년 동안 인류의 생각이나 느낌은 어떻게 표현했을까? 바로 조형예술이다. 그런데 필자는 수십만년 동안의 조형언어를 고군분투 끝에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 필자가 말하는 조형언어란 말 그대로 문자언어에 대응하는 조형언어를 처음으로 해독한 것이므로 매우 낯설 것이다. 조형언어를 해독하는 방법이 바로 채색분석법이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 조형예술품 5000여점을 채색분석하는 동안 필자가 찾아낸 조형언어의 문법에 한 작품도 어긋난 사례가 없었다. 우리에게 보이지 않았던 조형, 보았으되 잘못 알고 있는 조형은 보이는 조형보다 훨씬 많다. 놀랍게도 눈에 보이는 빙산의 일각 아래 거대한 부분이 그동안 보이지 않았을 뿐 동서고금의 수많은 조형은 똑같은 영기문 전개 과정의 원리를 갖고 있었다. 그러니 동양과 서양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고려자기를 감싼 투각 영기문을 해독해 보기로 한다. 감싼 영기문을 펼쳐서 그린 다음 영기문이라는 생명이 생성하는 과정을 단계적으로 채색해 보지만, 오늘은 마지막 완성의 단계만 볼 수밖에 없다. 문자언어를 읽듯이 조형언어도 한 자도 빠짐없이 읽어야 한다. 실제로 조형언어의 모든 글자를 해독해 읽는 것은 물론 뜻풀이도 할 수 있다. 순금으로 용이나 봉황을 투각한 것은 왕실에서 사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금색 한 가지 색이므로 필자도 조형의 파악이 불가능해 채색분석해 봐야 한다. 우선 첫눈에 보이는 것은 용 두 분이 사발 표면을 한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채색분석에서 용의 네 다리에 빨간색을 칠한 영기문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 된다. 즉 네 다리의 빨간색 영기문이 다리를 화생시키고 어깨 부분 양옆에서 길게 뻗은 두 줄기 빨간 영기문이 합세해 용 전체를 화생시킨다. 등의 것은 지느러미가 아니고 연이은 제1영기싹으로 물을 상징하는 물결무늬, 비늘과 배의 긴 줄도 연이은 보주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용의 실체가 제1영기싹이나 보주 등 다양한 조형으로 구성된 것을 살펴본 바 있다. 영기문과 물결과 보주들에서 화생한 용의 자태! 바로 그 용에서 강력한 제1영기싹 영기문이 네 다리 외에 곳곳에서 여백에 따라 짧게 길게 연이어 뻗어 나간다. 용1에서는 가슴에서 뻗어 나간 제1영기싹 영기문이 가장 길다. 단순화시킨 그림을 보면 더욱 쉽게 알 수 있다. 용의 각 부분에서 뻗어 나오는 영기문을 이해하기 쉽게 색을 달리해서 칠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 영기문에서 만물이 화생하나 여백이 없고 혼잡해 생략한 것뿐이다. 즉 영기에서 용이 화생하고 화생한 용에서 영기문이 발산해 만물이 생성한다는 것이 영기화생론의 골자다. 다음 용2도 약간 다를 뿐 같다. 바로 이러한 영기문에서 신성한 도자기가 화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 추구해 보면 근원적인 조형은 맨 밑의 연이은 보주와 연이은 복숭아 모양 영기문(제2영기싹을 면으로 만든 것)에서 신성한 도자기는 화생하는 것이다. 초기 고려자기의 굽은 ‘해무리굽’이라 하는데, 이 작품은 대개 10세기에서 11세기 초에 걸쳐 만들어졌을 것이다. 도자기라는 신성한 그릇이 만물생성의 근원인 만병(滿甁) 혹은 만호(滿壺)라는 개념을 필자가 이미 ‘수월관음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다룬 바 있다. 즉 도자기라는 모든 형태의 그릇은 대우주의 공간을 압축한 형이상학적 조형이다. 그러므로 두 용으로 대우주에 가득 찬 대생명력의 순환인 도(道)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21세기에 이르러 세계의 조형언어를 처음으로 읽기 시작했으니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 아닌가.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 나를 지운다 나를 비운다

    나를 지운다 나를 비운다

    작품 자체가 큰 울림을 주고 삶에 대한 묵직한 가르침을 주는 한국 현대미술 원로들의 작품전이 새봄을 맞아 열린다. 한국 현대미술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박서보(왼쪽·84) 화백의 ‘묘법: 에스키스-드로잉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박 화백이 평생 천착해 온 대표작이자 단색화의 주요 축을 이루는 작품 ‘묘법’(ecriture) 시리즈의 진정한 속살을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전시다.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여는 최병소(오른쪽·72) 작가는 신문지를 볼펜으로 반복적으로 긋는 수행적인 작업으로 재료의 물성을 바꾸는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사한다. 마치 수행하듯이 그림으로써 비우고 지움으로써 비우는 무념무상의 반복적인 행위들이 시간과 함께 쌓여 만들어진 작품들을 통해 이들은 말한다. 예술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박서보 화백 ‘묘법… ’展 -인사동 노화랑 박 화백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선보여 온 대표작 ‘묘법’ 시리즈로 국내외에 한국 단색화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작가다. 그의 작업은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957년 ‘회화 No.1’을 출발로 1960년대 중후반에 이르는 앵포르멜과 관련된 ‘원형질 시리즈’의 추상표현적인 작업, 1967년 ‘묘법 No.1-67’로 시작돼 1980년대 후반까지 계속되는 ‘전기 묘법’과 한지 묘법, 1997년부터 최근까지 무채색뿐 아니라 색채를 사용하는 후기 묘법이 그것이다. 초기의 묘법은 화면을 가로로 이등분하고 그 직사각형 안에서 자유럽지만 엄숙하게 사선으로 그어 내린 연필 선의 움직임이 주를 이룬다. 이후 그는 캔버스를 물감으로 덮은 뒤 물감이 마르기 전에 연필로 선을 긋고, 그것을 물감으로 지우고 다시 그 위에 선을 긋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지우고 비우는 행위의 반복 자체가 남긴 결과물이 부조와 같은 느낌을 주는 마티에르가 그의 작품이다. 전시 개막에 앞서 만난 박 화백은 ‘묘법’이 우연한 발견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67년이었어요. 정체성을 찾는 과정에서 비워야 한다는 건 깨달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리 책을 읽어도 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세살 난 아들이 자기 형이 글씨 쓰는 것을 따라 하다가 잘 안 되니까 연필을 마구 그어서 지워 버리는 거예요. ‘바로 이것이로구나!’ 여기서 방법론을 찾았지요. 체념에 이르는 방법은 지우는 거였습니다.” ●에스키스·드로잉 중심 35점의 ‘후기 묘법’ 선봬 그렇게 시작된 비움의 미학은 표현 방식과 재료만 달라졌을 뿐 그의 삶과 예술을 관통한다. 이번 전시는 후기 묘법의 출발 시기와 맞물려 시작된 에스키스와 드로잉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흔히 아이디어 스케치라고 하지만 마치 건축 도면처럼 mm 단위로 표시한 작품의 에스키스는 소문난 완벽주의자인 박 화백이 얼마나 예민하고 섬세하게 작품을 구상하고 완성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의 드로잉은 스케치 단계만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작업이자 완성된 작품과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번 전시에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작업한 35점의 에스키스와 드로잉이 소개된다. 추상 회화지만 아파트 8층에서 바라본 한강 다리와 제주도 해변가에서 자동차를 타고 본 수평선 등의 풍경을 재해석한 것이다. 주관적으로 느낀 예술적 영감은 에스키스-드로잉으로 구체화되고 그것이 재료와 행위를 만나 작품이 된다. 후기 묘법에서는 엄격해진 구도 속에 작품에 트임이 등장한다.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물어요. 저는 말합니다. 그건 정신이 코를 박고 숨 쉬는 창이라고요.” ●“그림에서 비운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지” 국내외에서 단색화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는 것에 무척 고무된 박 화백은 “서양의 모노크롬은 다색주의에 대한 안티로 나타난 것이지만 단색화는 모든 것을 비워내고 자연을 살자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단색화는 억제돼 몸부림치는 자기 절제의 결과이기 때문에 색이 없는 것이고, 자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어서 정신적 깊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상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담아 놓았다가 돌려서 때는 빼고 걸러내 정제된 작품을 보여주는 게 마치 드럼세탁기 같다”고 자신의 작업 방식을 설명한다. “그림에서 비운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경지”라고 말하는 그는 2009년 뇌졸중으로 한번 쓰러진 뒤 비움의 인생관이 더 확고해졌다고 했다. “이제 저는 탐욕이나 잡스러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아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한쪽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 버려요. 어떤 자극적인 얘기에도 흥분하지 않고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살아요. 다 해 봤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부질없어요.” 전시는 11~31일. (02)732-3558 최병소 작가 개인전 -삼청동 아라리오갤러리 신문을 지우다, 나를 지우다 최병소는 신문을 볼펜으로 지우는 고유한 방법론을 구사하며 정신성과 행위성이 뚜렷이 각인된 작품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작가다. 활자도, 여백도 보이지 않는 작품은 원재료가 신문이었다고 하지만 더이상 신문이 아니다. 차라리 얇은 펄프지에 잉크를 먹인 것 같다. 볼펜의 잉크로 무수히 그어진 선들이 면을 이루면서 야릇한 광택을 낸다. 도대체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걸렸을까. 이걸 다 지우는 데 볼펜을 몇 자루나 썼을까.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작업을 하는 것일까.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작가는 멋쩍은 듯 답한다. “몰라요. 그냥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몸을 움직여 지워 나가다 보면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지요.” ●신문을 볼펜으로 지워낸 작품 ‘전쟁의 상흔’ 담아 작가의 손을 들여다봤다. 볼펜을 쥐는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 마디 자리에 딱딱한 못이 박였다. 그의 작업은 전쟁의 상흔을 담고 있다. 1943년 대구에서 태어난 작가는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전쟁으로 산업시설이 초토화되고 물자가 부족하던 때였기에 교과서는 유네스코의 인쇄 기계 지원을 받아 신문용지에 인쇄해 배포했다. 어린 최병소는 신문지 교과서를 접어 꼬깃꼬깃해지고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그 접힌 자국과 해지고 찢긴 모습은 1970년대 신문 작업으로 되살아났다. 서라벌예대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내려가 젊은 작가들과 전위미술그룹인 ‘35/128’(대구의 위도와 경도를 의미하는 숫자)에 속해 뭔가 창의적인 표현 방식을 찾고 있을 때였다. 1975년 노점의 할머니에게서 우연히 구입한 엘피판 천수다라니경을 들으면서 눈앞에 놓였던 볼펜을 들고 신문을 무심히 지우기 시작했던 게 그의 신문 작업이다. 당시 작가의 그림을 본 사람들은 군부독재 시절 사회 현실에 저항한 게 아니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작가는 “관람객들은 그리 생각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일간지가 매일 쌓이고 책상 위에는 필기구가 있으니까 그야말로 그냥 칠한 것”이라고 진솔하게 설명했다.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 시간과 노동이 집약된 작업을 한 지 어느덧 40년이다. 신문지를 접어 그리드를 만든 후 신문지 위에 볼펜으로 선을 긋고 다시 연필로 지우는 반복적인 행위는 고도의 인내를 요구한다. “사람들은 날마다 반복되는 작업이 지루하지 않으냐고 묻곤 하는데 그 지루함을 몸으로 견뎌내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온종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하염없이 지운다. 신문을 지우는 행위는 곧 나를 지우는 것이다.” 그래도 약간의 변화는 있었다. 1970년대에는 신문지의 한면을 지웠고, 80년대에 약간의 휴지기를 거쳐 다시 지우기를 시작해 1990년대 들어선 신문지 양면을 지웠다. 2000년대에는 절단된 신문지가 아니라 원하는 길이를 무한히 쓸 수 있는 신문용지를 지우기에 이른다. 아라리오갤러리에서는 1973년 독서신문에 한 작업과 1978년 대구에서 제작된 비디오 영상, 최근의 주식시세표 작업과 15m, 7m짜리 대형 설치작업 등 20여점이 선을 보이고 있다. 영상물은 1978년 김영진, 고(故) 박현기, 이강소 등과 함께 사진작가 권중인 소유의 대구 동성로 K스튜디오에 모여 촬영한 것으로 흰색 분필로 선을 그어 가며 칠판의 전면을 지우는 행위를 통해 작가의 몸과 작품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세상살이에 지친 당신, 돌아온 ‘원스’의 선율에 기대요

    세상살이에 지친 당신, 돌아온 ‘원스’의 선율에 기대요

    생생한 라이브 공연을 안방에서 즐길 수 있는 EBS ‘스페이스 공감’은 12일 밤 12시 10분 뮤지컬 ‘원스’의 주인공들과 함께 찾아온다. 2006년 개봉한 음악영화 ‘원스’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원스’에서는 가수 윤도현과 배우 이창희가 ‘가이’ 역, 배우 전미도와 박지연이 ‘걸’ 역을 각각 맡았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허름한 펍을 재현한 뮤지컬 ‘원스’의 세트를 ‘스페이스 공감’ 무대에 그대로 옮겨 왔다. ‘폴링 슬롤리’, ‘이프 유 원트 미’, ‘세이 잇 투 미 나우’ 등 듣기만 해도 영화의 감동이 떠오르는 음악들을 배우들의 연주와 노래로 들려준다. 이어 1시 5분에는 ‘2014 올해의 헬로루키’가 발굴한 인디팝 밴드 크랜필드와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기타리스트 준 킴의 공연이 펼쳐진다. 마치 꿈을 음악 위에 수놓은 듯 가슴 한 구석을 아릿하게 만드는 몽환적인 인디 팝의 주인공 크랜필드는 ‘스페이스 공감’이 주최하는 신인 발굴 프로젝트 ‘2014 올해의 헬로루키’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소년처럼 가녀린 목소리로 노래하는 크랜필드만의 환상적이고도 몽환적인 무대를 만나 볼 수 있다. 또 한국적인 정서가 충만한 감성적인 곡들로 돌아온 실력파 뮤지션 준 킴의 무대가 이어진다. 새 앨범 ‘준 킴 감성주의’를 중심으로 여백의 미가 느껴지는 공연이 펼쳐진다. 특히 김오키의 색소폰와 윤문희의 피아노가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준 킴의 연주와 어우러져 한국의 정서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사운드를 완성해 냈다.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위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오롯이 담겼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실화·소설에 매달리는 영화계… 창작 시나리오의 가뭄

    실화·소설에 매달리는 영화계… 창작 시나리오의 가뭄

    영화 ‘제보자’ ‘쎄시봉’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강남 1970’ ‘남영동1985’ ‘변호인’ 등을 꿰뚫는 공통점이 있다.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영화들은 어떤가. ‘아메리칸 스나이퍼’ ‘와일드’ ‘폭스캐처’ ‘언브로큰’ ‘빅아이즈’…. 슬슬 감이 올 것이다. 실화에 근거한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들이다. 또 이런 영화들도 있다. 이들 역시 최근 개봉했거나 개봉을 앞두고 있다. ‘허삼관’ ‘내 심장을 쏴라’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기생수 파트1’ ‘주피터 어센딩’ ‘백설공주 살인사건’ 등이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과 같은 범주에서 맞은편 대척점에 있다. 바로 원작 소설(만화)을 각색해 시나리오로 만든 작품들이다. 영화의 핵심 콘텐츠, 즉 시나리오의 원류를 따진 구분이다. 최근 극장가에는 이 같은 두 가지 방식의 영화가 대세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거나 인기 원작을 근거로 한 영화다. 먼저 실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에는 어떤 창작 시나리오 못지않은 진실의 힘과 감동이 있다. 다큐영화의 강점을 상업영화가 차용하는 식이다. 그럼에도 흔히 ‘이 영화는 실재 사건에 기반했지만 영화 속 인물과 행위는 허구다’라고 일부러 거리를 두곤 한다. 그러나 알 사람은 다 안다. ‘강남 1970’ 속 남서울개발계획을 총지휘한 인물이 허구가 아니라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이고, ‘남영동1985’에서 잔혹한 고문을 가하는 이가 고문기술자 이근안이며, ‘제보자’에 황우석 박사와 한학수 PD가 등장함을 말이다. ‘쎄시봉’이나 ‘아메리칸 스나이퍼’ ‘와일드’처럼 실명을 명시한 작품은 말할 것도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영화 속의 극적인 사건들이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다는 점이 관객과의 공감대를 더욱 깊게 형성한다”면서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구성하고, 여백에는 다양한 영화적 장치들을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이 제작자들에게 인기 있는 배경은 명료하다. 짜임새 있는 이야기의 얼개 및 대중적 인지도 측면에서 검증을 거쳤다는 점이다. ‘내 심장을 쏴라’의 정유정, ‘허삼관’의 위화 등은 물론 ‘은교’를 쓴 박범신, ‘도가니’의 공지영 등은 탄탄한 고정 독자층을 보유한 스타 작가들이다. 하지만 흥행 성적은 실화에 기반한 시나리오보다 뒤처진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70억원을 들인 ‘허삼관’은 관객 95만명에 그쳤고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25만명, ‘내 심장을 쏴라’는 32만명 선에 서 주춤거리고 있다. “원작 소설이 담고 있는 개성 넘치는 문체와 정치한 상황 묘사 등의 미덕이 2시간 안팎의 스크린 위에 제대로 구현되기 힘든 탓”이라는 해석이 많다. 그나마 2011년 ‘도가니’가 466만명, 2012년 ‘은교’가 134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비교적 성공한 작품으로 꼽힌다. 문제는 영화 흥행의 성패가 아니다. 창작 시나리오가 발붙일 여지가 없는 영화계 생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영화 콘텐츠의 다수가 외부에 기반하면서 영화계가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구조적으로 조성하지 못한다는 지적들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미국에서는 시나리오 작가가 감독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시나리오가 중요하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하면서도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는 수준”이라면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소설 등의 콘텐츠를 중심으로 영화 제작이 이뤄지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제작사들 역시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창작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작가를 발굴할 여력이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한 메이저 제작사의 관계자는 “몇억원씩 원고료를 떼이는 시나리오 작가들도 비일비재할 정도로 열악하다. 하지만 조금 주목받는다 싶으면 드라마 쪽으로 빠져나가는 시나리오 작가들이 많아 제작사들 입장에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시적이고 몽환적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

    시적이고 몽환적인… 마술적 리얼리즘의 세계

    시인 김경주(39)가 시극(詩劇) ‘내가 가장 아름다울 때 내 곁엔 사랑하는 이가 없었다’(열림원)를 펴냈다. 그는 “가난하고 낮은 자들, 우리 시대 바닥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경은 눈 내리는 밤, 폐기된 해수욕장의 작은 파출소. 잃어버린 하반신을 고무 튜브로 가린 40대 ‘앵벌이’ 김씨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60대 파출소 직원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삶의 의지를 잃고 죽으려는 김씨와 삶의 의미는 잃었지만 희망은 존재한다고 믿는 파출소 직원이 하룻밤 동안 나누는 이야기다. 극은 파출소 직원이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하려는 김씨를 구하며 시작된다. “등장인물들은 비정상이 아니라 지극히 일상적인 사람들이다. 우리 안의 상실한 내면을 보여준다. 서로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지만 자신들의 과거를 다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 상실을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비극이라기보다는 따뜻한 온도가 숨어 있는 연극이다.” 흔히 말하는 ‘사실주의극’이라기보다는 ‘마술적 리얼리즘’에 가까운 작품이다. 어떤 현상을 시적이고 몽환적인 방식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작품 중간 파출소 직원의 아들이나 김씨의 아내가 환상처럼 등장하기도 한다. 10여년 전 초안을 썼다. 대학 시절 학교 인근 문고 앞에서 자주 마주쳤던 ‘하반신에 고무 달고 다니는 사람’이 모티브가 됐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서 ‘그는 사람들 틈에 끼어 건널목을 기어가다가 신호등이 바뀌는 바람에 미처 길을 다 건너지 못했다. 겁을 먹은 채 중앙선 위에 배를 깔고 있던 그의 검은 지느러미가 위태로워 보였다. 그때 목격한 조수간만의 차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초고를 쓴 이후 퇴고를 거듭했다. 이 원고는 연출가 오세혁이 오는 5~6월 ‘그런 말 말어’라는 제목으로 각색해 연극 무대에 올린다. ‘그런 말 말어’는 작품 속 주인공들이 여러 번 반복해서 쓰는 말이다. 다그치거나 물러설 자리가 없게 만들 때도 쓰이지만 나를 코너로 몰지 말라는 뜻을 전할 때도 사용된다. “고향 전주에서 자라며 ‘그런 말 말어’를 많이 들었다. 그 말이 주는 따뜻함과 사랑스러움이 고향의 언어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제목이 인상적이다.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에서 장만위가 흘러간 사랑을 회상하며 애잔하게 읊던 대사다. “작품 속엔 숨겨진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 부분을 부각시키고 싶어 연극 제목과 차별화해 제목을 달았다.” 시인은 10년 넘게 시극 운동을 해오고 있다. “현대연극이나 다양한 서사 방식들은 스토리텔링에 몰입돼 속도를 좇는다. 사람들이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건 이야기의 촘촘함도 있지만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시극은 속도를 늦추고 행간이나 상징을 만들고 언어를 비우는 게 특징이다.” 이번 작품도 일반적인 서사 방식보다는 시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속도에서 벗어나 느림과 여백의 미를 추구했다. 시극은 모국어의 소중함도 일깨운다. “한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 중 하나가 모국어의 감수성이다. 수궁가, 심청가 등 판소리나 마당놀이는 당시 언어의 맛을 살렸기 때문에 묘한 마력이 있다. 시극은 단어 하나하나가 중요하고, 모국어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시인은 “보통 공연됐던 작품을 책으로 내는데 이 작품은 무대를 염두에 두고 책으로 먼저 냈다”며 “앞으로 무대 언어로 어떻게 변화하는지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자아’는 없고 ‘목표’만 있는…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묻다

    ‘자아’는 없고 ‘목표’만 있는…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묻다

    시인 정영효(36)가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했다.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등단 이후 6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문학동네)에서다. 시인은 “리얼리즘 계열의 시를 추구하진 않지만 최근 대형 사건이나 사고를 많이 접하면서 개인의 존재란 무엇일까, 나와 공동으로 묶이는 사람들의 역할은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시인의 눈에 비친 공동체 속 개인은 ‘나’라는 자아가 없다. ‘하나의 길만 믿었다 하나의 출구를 찾았다 고요함도 시선도 하나뿐인 게 이상했다 여태 우리가 모으지 못했던, 하나라는 것은 모두 평화로울까.’(해결책) ‘폭설에 오랫동안 고립되었다 길이 막혔고 음식은 모자랐고//지금 필요 없는 사람은 누구일까//(중략) 예외 없이 주저하다 예외 없는 암묵에 동의했다 여기서 꼭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반대로 묻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가장 가까워지고 있었다.’(같은 질문들) “믿음은 불완전하다. 분명한 듯 보이지만 분명하지 않은 믿음들도 많다. 허상이나 거짓, 혹인 진실처럼 보이는 다른 것일 수도 있다. 허상, 거짓을 믿음으로 알고 계속 쫓아간다. ‘우리’라는 이름으로 같이 가니까 어쩔 수 없이 같이 쫓아간다.” ‘우리의 목표’를 따라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하나씩 준비해서 하나로 끝내는 일을 시작하였다 너는 탑을 쌓아올리고 나는 돌을 나른다 탑을 완성하면 소원을 빌기로 했지만 그건 아직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때문에(중략).’(이미 시작하였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떤 목표가 설정되면 그 목표를 함께하는 사람들끼리 관계를 형성, 유지한다. 사람들은 목표에만 집중하고 목표만 바라본다. 목표가 사라지면 개인도 붕괴될 것이라는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공동체 속 개인은 ‘극장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 섞여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한쪽으로 바라보며’(관람) ‘싸움이 시작됐는데도 말리지 않는다.’(관객)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 늘 바라보면서 타자로 존재한다. 한쪽에 있으면서 한쪽만 생각한다. 저쪽 일이니까 상관없다며 서로 미루고 방심한다.” 시 제목으로 추상명사를 많이 붙이는 점이 특이하다. “머릿속에 떠오른 걸 쓰다 보면 내용들을 한데 모을 수 있는 제목으로 추상명사가 주로 떠오른다. 시와 제목이 완전히 부합하지도 않지만 전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제목과 내용 사이의 여백을 독자들이 메워 주면 좋겠다.” 시집에는 시 51편이 실렸다. 초기작보다는 등단 3년 이후 작품 위주로 선별됐다. 작품 가운데 80%가 최근 2년 안에 쓴 것들이고, 나머지는 기존 것들을 완전히 새로 다듬었다. “등단한 지 3년쯤 지나니까 앞서 썼던 시들에 대해 고민이 들었다. 더 새로운 지점을 모색해야 하는 건 아닐까, 내 스타일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 그런 고민들이 시를 다시 쓰게 했다.” 시인은 등단 당시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로 상상력을 끌어와 자연스럽게 전개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화려한 등단과 달리 삶은 고단했다. 고교 문창반 강의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마다하지 않았다. “신춘문예 등단 시인들은 청탁 원고는 물론 아르바이트 들어오는 것들을 가리지 않고 다 해야 생계가 가능하다. 시들을 읽으며 어떤 생각의 지점들을 함께 공유하거나 시들이 어떤 생각의 지점들을 던져줄 수 있다면 큰 의미가 될 것 같다. 그런 의미가 된다면 삶이 힘들어도, 독자가 많든 적든 시를 쓴 보람이 있을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소통의 청와대 위한 조직개편 되기를

    어제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국민들이 제기한 질문의 절반만 채운 ‘미완의 답변서’라고 평가된다. 한마디로 소통 증진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내보인 회견인 셈이다. 120여명의 내외신 기자와 마주한 가운데 90분 남짓 진행된 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임기 3년차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남북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정책에서부터 경제정책 방향, 공공부문 개혁, 그리고 최근 논란을 빚은 비선(秘線) 의혹과 청와대 인적 쇄신 문제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현안이 두루 언급됐고 국민들로서는 박 대통령의 구상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고 여겨진다. 기자들의 질문을 미리 제출받았던 지난해와 달리 아무런 사전 조율 없이 16명의 기자들과 즉문즉답 형태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밝힌 것 역시 좀 더 진솔한 자세로 국민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모습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어제 제시한 청와대 개편 구상이 과연 다수 국민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적지 않다고 본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비선 실세 논란과 관련해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교체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논란을 야기한 ‘정윤회 문건’이 날조된 허위임이 검찰 수사로 드러난 마당에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했다. 총체적 책임을 진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거취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 두기는 했으나 변함 없는 신뢰의 뜻을 내보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청와대 조직 개편과 정부 개각에 대해 ‘필요한 수준’의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대통령 특보단을 새로 구성하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정치권과도 좀 더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도 밝혔다. 한마디로 지난 2년에 대한 평가의 의미를 담은 문책성 인사가 아니라 집권 3년차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새롭게 확보하는 차원에서의 인적 쇄신을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치권과의 소통도 강화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자세엔 야권과 국민 일각의 요구는 일정 부분 수용하겠지만, 결코 끌려가는 국정 운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권력 누수가 우려되는 집권 3년차를 시작하는 마당에 자칫 야권 요구에 밀리면 국정을 힘있게 밀고 나가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도 담긴 듯하다. 통일시대의 기반을 닦고,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의 디딤돌을 마련하겠다는 절박감을 감안하면 이런 입장을 헤아리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 2년 박근혜 정부에 가해진 가장 큰 비판이 소통 부재이고, ‘허위문건’ 하나에 정국이 흔들릴 정도로 불통이 낳은 불신이 임계선에 이른 상황임을 생각한다면 과연 이만 한 정도의 자세로 정국의 숨통을 트고 소통의 한 해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과 박근혜 정부를 위한 과감한 쇄신이 필요하다. 답변서의 여백을 보다 과감한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으로 채우기 바란다.
  • 여백에 사람 얼굴이?…3D 프린터로 만든 ‘루빈의 꽃병’

    여백에 사람 얼굴이?…3D 프린터로 만든 ‘루빈의 꽃병’

    덴마크의 행태주의 심리학자 에드가 루빈이 고안했다는 ‘루빈의 꽃병’을 아는가. 좌우 대칭으로 사람 얼굴의 그림자를 마주함으로써 마치 꽃병 같은 모양이 되는 트릭 아트 같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 디자이너가 3D 프린터로 구체화해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디자이너 닉 데스비안스가 사람의 옆모습을 본떠 이를 360도 회전하는 3D 모델링을 통해 설계한 대로 루빈의 꽃병을 완성했다. 3D 프린터로 정교하게 구현된 이 꽃병은 정면에서 보면, 좌우 공간이 사람의 얼굴처럼 보인다. 이 모습은 이를 만든 디자이너 자신(오른쪽)과 그의 아내(왼쪽)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꽃병을 둘러싼 공간을 통해 사람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인데 이는 네거티브 스페이스(음의 공간)라는 예술의 일종이다. 또 그는 자신의 자녀 얼굴 사진을 가지고 또 다른 루빈의 꽃병을 만들어 동영상을 통해 공개하고 있는 데 어떤 과정으로 제작됐는지 쉽게 보여준다. 한편 이 디자이너는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루빈의 꽃병과 같은 네거티브 스페이스 예술을 구현할 수 있게 더 많은 3D 프린터를 제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심심할 권리, 멍 때릴 권리/황수정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심심할 권리, 멍 때릴 권리/황수정 문화부장

    경기도 버스 안에는 텔레비전이 붙어 있다. 하루 평균 423만명이 그 버스들에 설치된 TV를 본다는 집계를 본 적 있다. 그러나 그건 온전한 진실이 아니다. 승객들은 TV를 보고 싶어 보는 게 아니라 보기를 ‘강요’당한다. 앞뒤 출입구와 운전석 뒤까지, 어디 한번 안 볼 재간 있거든 해 보라는 태세로 TV 화면들이 버티고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강렬한 전자파의 자극을 무시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대면하는 화면에는 역시나, 쓴 입맛이 다셔진다. 온라인 화제 영상, 공중파에서 방영된 오락 프로그램 재탕 장면 등이 맥락 없이 스팟 광고처럼 스쳐가기를 무한 반복한다. 그럴 때마다 승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화면에 의미 있는 시선을 던지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눈먼 예산을 얼마나 밀어넣었을까, 어쩌자고 저런 요령부득의 아이디어를 냈을까. 경기도의 의도는 앞으로도 계속 궁금할 것 같다. 경기도의 씀씀이를 타박하자고 꺼낸 얘기는 아니다. 잠시 잠깐이라도 머릿속을 비워 내고 싶을 때가 하루에도 몇 번씩이다. 그래서 작정하고 휴대전화를 무음 모드로 돌려놨을 때라면 경기도 버스는 ‘최악’이다. 얼마 전 서울시청 앞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려 화제였다. 백주대로 옆 잔디밭에 매트를 깔고 앉아 누가 더 멍해질 수 있는지를 겨룬 별난 게임이었다. 최연소 참가자였던 9세 꼬마의 압도적인 승리는 어쩌면 당연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트로피를 받아든 꼬마는 “힘들 때면 저절로 멍해진다”고 했다. 하지만 이 시대 평균치의 성인들이라면 힘들고 복잡한 일 앞에서 머리가 비워지지 않는다. 속도전에 과잉 노출된 우리에게 뇌의 여백을 조절하는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회를 제안한 30대 예술가는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다가 뇌가 피곤해져 자신도 모르게 멍해지는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다”고 취지를 말했다. 그러나 수정돼야 할 얘기다. 스마트폰을 떼어 놓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언제부턴가 멍해질 여유 자체가 없다. 24시간 분초를 다퉈 제 존재를 확인시키는 스마트폰의 위력에 멍해질 수 있는 자기조절 능력을 빼앗겼다. 뾰족한 대안이 없음에도 그런 위기를 경고하는 책들은 쉼 없이 쏟아져 나온다. 경고의 요지는 한결같다. 지나친 휴대전화 사용으로 뇌가 고주파 신호 자극에 노출되면 전두엽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전두엽의 발달이 누구보다 중요한 청소년들에게 그 치명성이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모두가 얼마나 ‘멍 때리기’에 갈증나 있는지는 텔레비전 앞에서 확인된다. 요즘 한창 인기몰이 중인 tvN의 화제작 ‘삼시세끼’는 심심함이 최고의 미덕으로 연결된 프로그램이다. 고정 출연 배우 이서진은 시골집 마당에 가마솥 뚜껑을 뒤집어 달걀을 부쳐 먹고, 텃밭에다 푸성귀를 가꾸고, 거친 밥상을 차린다. 속도전에 가담하지 않아도 탈없이 세상을 살아낼 수 있다는 사실에 시청자들은 위안을 찾는다. 수다 없이 심심하고 느린 화면 앞에서 모처럼 멍 때릴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것이다. 우리 뇌는 무언가를 생각할 때 1초에 10만 회의 화학작용을 한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1분만 들여다봐도 뇌가 600만 회의 노동을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순간에도 노트북 옆의 스마트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들어오고 뉴스 속보가 날아온다. 심심해지고 싶다. 당장 내일이라도 서울을 오가는 경기도 버스에서 TV가 치워졌으면 좋겠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sjh@seoul.co.kr
  • [차동엽 희망찬가] 가을 사색

    [차동엽 희망찬가] 가을 사색

    굳이 단풍놀이를 가지 않아도 오고 갈 때 눈에 들어오는 것이 색색의 진풍경이다. “아, 올가을도 이제 가는구나!” 아름답다는 찬사는 잠시일 뿐 이내 아쉬움이 밀려온다. 그러고는 어느새 사색의 무드에 잠긴다. 대수로운 생각거리가 아니라도 좋다. 그저 폼으로라도 괜찮다. 사색! 얼마나 귀한 것인가. 요즈음 같은 시대에 얼마나 반가운 것인가. 고맙게도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근교 좀 외진 곳이어서 사색의 여건치곤 괜찮은 편이다. 그 바쁜 일정에도 가쁜 숨을 돌릴 수 있게 해 준 것이 짧은 산책과 사색이다. 특히나 종교인인 나는 습관화된 사색에서 산소를 공급받는다. 사색이 결핍되면 ‘경박’이 판을 친다. 그런데 사회문화적으로 경박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는 말이다. 사회문화의 경박화 현상은 정보기술(IT)의 비약적인 발전과 동시에 진행돼 왔다. 첨단 디지털 기기가 최강점으로 삼는 ‘경박단소’(輕薄短小), 곧 ‘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의 지향은 이제 우리 문화 전반을 흐르는 주류가 돼 가고 있는 것이다. 변화된 삶의 방식 또한 여기에 맞장구를 친다.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 400만 시대(전체 가구의 25.9%)를 사는 오늘의 우리는 ‘인스턴트’, ‘1회용’, ‘테이크 아웃’ 등의 신제품 마니아들이 돼 가고 있다. 자연스레 무엇이든 ‘한 번 쓰고’ 내지 ‘잠깐 쓰고’ 버리는 ‘일시성의 문화’가 점점 가벼움을 재촉하고 있는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의 일상은 말초적, 피상적, 오락적 선정물들로 빼곡히 포위돼 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듯이 우리 사회의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돼 가고 있는 ‘경박화’ 추세는 침묵, 사색, 깊이, 무게 등으로 상징되는 ‘인간스러움’을 저해 또는 퇴행시키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결국 ‘경박화’는 신본주의적 ‘영성’에 반할 뿐 아니라 인본주의적 ‘고뇌’에도 장애가 된다. 첨단 문명의 이기가 역설적으로 의식의 원시화를 초래하는 비극인 셈이다.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원시화돼 가고 있는지 그 편린을 보기로 하자. 한때 ‘앵그리 버드’라는 게임이 유행하더니 얼마 전에는 ‘앵그리 맘’이 우리 사회의 단편을 드러내는 시대어로 급속히 번졌다. ‘앵그리’는 어떤 현상에 대한 1차적 감정이다. 이는 좋게 해석하면 ‘사회적 공분’의 양태로 봐줄 수 있지만, 깊이 성찰해 보면 불행한 사태에 대한 원초적 반응일 뿐이다. 성찰, 치유, 계도, 혁신, 전략 등의 차가운 지혜가 더 요청되는 대목에서 ‘앵그리’ 하나에만 방점을 찍는 오늘의 현상은 사회학자들이 지적하는 ‘경박화’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나는 아날로그 독서를 꼽는다. 요즈음 서점가는 심각한 불황에 속수무책이다. 정보 수집과 독서가 대부분 디지털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경박화의 공범 가운데 하나가 디지털화임을 앞서 확인했다. 아날로그 독서가 담보해 주는 침묵과 사색은 우리를 정화하고, 성찰로 이끌며,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도록 돕는다. 게다가 종이 책을 읽는 재미는 얼마나 큰가. 밑줄을 쳐 가며 뜻을 새기다가, 때로는 행간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여백에 메모도 남겨 가며 그야말로 독서의 과정을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남겨 둔다. 훗날 어쩌다가 다시 들게 되는 순간 추억되는 그 새로운 발견의 기쁨이란!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또 하나 떠오르는 해법은 불편한 삶으로의 복귀다. 권위 있는 건축상을 받은 어느 수도원 건물에서 얻은 영감이다. 이 수도원 건물은 동선이며 실용성 면에서 최대한의 불편을 지향하며 설계됐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사색과 기도에는 편리함이 오히려 방해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버튼 하나 누르면 모든 것이 한 방에 처리되는 주방설비, 최첨단 자동차 등등. 이들의 편의성을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미래로 갈수록 얻은 것에 비할 때 잃는 것들이 너무 많아지지 않나, 슬쩍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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