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복근무’ 김선아
날렵한 발차기와 웃기는 표정연기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을 만한 스타급 여배우에 김선아(30)가 아닌 다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을까. 영화 ‘잠복근무’(17일 개봉)에서 김선아는 코믹과 액션의 무늬가 어우러진, 자신에게 딱 맞는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전작 ‘S다이어리’에 이어 두 번째 ‘원톱’을 꿰찬 그녀는, 이제 한국영화계에서 뚜렷한 색깔을 드러내며 관객을 큰 힘으로 흡입하는 여배우로 자리잡았다.
●힘들지만 ‘액션 연기’ 한 번만 더∼
“‘S다이어리’가 관객 160만을 돌파한 뒤 여성 원톱이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어요. 부담감이 안 생길 수가 없죠.‘잠복근무’까지 잘 되면 여배우의 영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여성의 연애감정과 성장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S다이어리’이후 “감정적으로 죽을 만큼 힘들었다.”는 그녀. 그래서 좀 더 유쾌한 것을 찾다 보니 ‘잠복근무’로 눈길이 가게 됐단다.“액션이 가미됐기 때문에 코미디 안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라는 게 이 영화를 선택한 또다른 이유다.
영화 ‘잠복근무’에서 김선아는 조직폭력배 부두목의 딸을 감시하기 위해 고등학교에 위장잠입한 여형사역을 맡았다.“다른 세대끼리 부딪치는 상황이 빚는 코미디에 액션이 가미됐고, 혼자 돌아다니는 ‘원맨쇼’에 가까운 영화”라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코미디연기야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이다 보니, 그녀의 액션연기가 궁금했다.‘예스터데이’에서도 형사로 출연하기는 했지만, 그녀가 전면에 나선 액션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어땠냐고 물으니 솔직한 성격답게 바로 불만섞인 반응이 돌아왔다.
“두 달간 준비했다고 하라고 했는데 ‘뻥’은 못 치겠어요. 실제로 3주밖에 준비를 못했어요.” 그리고 이어지는 한국영화 제작환경에 대한 쓴소리들.“시나리오를 읽다가 ‘이 작품 언제 들어가?’라고 물으면 보통 한 달 뒤에 크랭크인하는 작품들이죠. 준비하려면 3∼6개월은 필요한데도 그럴 시간이 없어요. 한 달 만에 후닥닥 배워서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몸에 밴 연기를 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예스터데이’때 준비했던 것과 ‘S다이어리’를 찍기 전 절권도를 2개월간 배웠던 게 많은 도움이 됐다.“몸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그래도 짧은 기간에 액션연기를 소화하려다 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가 오기까지 생기는” 상황에 다다랐고 ‘다시는 액션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한 번은 더 해야겠어요. 근육으로 덮여 있는 몸이 아까워서요.”
●‘느낌’앞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하는 배우의 운명을 한탄하면서도,‘느낌’이 꽂히는 좋은 작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무너져버리는 그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어떻게 해야지라는 느낌이 오고 자신과 궁합이 맞는다고 생각되는 작품이 있으면 “무조건 해야 된다.”는 그녀는 천상 배우다.
다음 작품은 4월초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MBC ‘내 이름은 김삼순’.4년여 만의 안방극장 복귀다.“성격상 준비를 많이하는 영화와 어울리지만요. 드라마는 제 고향과 같은 곳이에요.” 우리시대의 삼순이와 같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드라마여서, 무리한 스케줄임에도 강행할 수밖에 없었단다.“소수라도 ‘내 얘기 같다.’며 공감하는 작품을 하고 싶거든요.”
물론 ‘또 코미디야?’라며 비슷한 캐릭터에 식상하는 관객이나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흘러왔고, 앞으로도 ‘느낌’에 맞춰 잘 흘러갈 테니까.“다른 사람들의 만족을 위해서 내 자신을 바꾸고 싶지는 않아요. 지금은 밝고 경쾌한 작품이 좋고, 하고싶으니까 하는 거예요.” 힘들지만, 좋고 즐거워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그녀가 바로 김선아였다.
● 선아셀카
짧은 인터뷰 시간 동안 한 인간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인간 김선아는 이랬다. 내숭 떠는 게 싫어서 시원시원하게 할 말 다하고, 꼼꼼하게 이것저것 다 챙기면서, 자기 일은 확실하게 처리하는….
그녀는 영화를 하는 동안 이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고 다녀야 직성이 풀린단다.“이 정도 선에서 어떤 기사가 나오고 반응은 어떤지 체크해봐요. 그래야 마케팅 방향도 잡을 수 있고요.” 이렇게 극성맞은 배우는 처음 봤다.“저와 관련된 게 다 마무리될 때까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는 성격이죠.”
적극적인 성격 때문에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허덕대면서도 악바리처럼 다 해낸다. 그녀는 최근 경희대 연극영화전공에 편입해 늦깎이 대학생이 됐다. 미국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다 휴학한 다음부터, 그녀는 내내 공부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정말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모두 제 재산일 걸요. 해보지도 않고 시기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해보자고요.”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