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세서리 꽃이 되다
꾸미기에서 액세서리는 늘 조연이었다. 말 그대로 부속품이니 언제나 받쳐주는 운명이었던 것. 그랬던 액세서리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요즘 진정한 멋쟁이를 가르는 기준으로 얼마나 액세서리를 잘 곁들였느냐가 새삼 손꼽히고 있다. 쫙 빼입고도 근사한 느낌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꽃미남·미녀가 주인공이면서도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맥빠진 드라마와 같다.‘패션 드라마’에서 성공하려면 감칠맛 나는 조연들, 즉 가방·신발·장신구를 잘 써야 한다.
●짧은 게 대세… 부티의 활약 쇼트팬츠가 미니스커트를 밀어낸 것처럼 롱부츠들은 올해 더욱 부티(목이 짧은 부츠) 앞에서 작아질 듯. 지난해 신인 여배우처럼 부끄럽게 등장한 부티는 올해 레드카펫 위의 여배우처럼 당당하게 거리를 장악할 전망이다. 금강제화는 이번 시즌 부티 출시 물량을 지난해보다 무려 10배나 늘렸다. 디자인도 5가지에서 30가지로 더욱 다양화시켰다. 반면 롱부츠·앵클부츠 물량은 30% 축소했다. 복사뼈가 살짝 드러나는 섹시함이 부티의 매력. 스키니진, 미니스커트 등 어떤 의상과도 두루 잘 어울리니 사랑받지 않을 수 없다. 남자 구두 트렌드는 전통적인 디자인과 브라운 색상으로 요약된다. 윙팁이나 펀칭 장식 등 전통적인 멋을 강조한 제품들이 두드러진다. 특히 갈색 구두의 대거 출시는 주목해야 할 부분. 검은색 정장에 갈색 구두가 새로운 공식으로 대두됐다.
●끼어야 제맛… 클러치의 강세 가방은 이제 옆구리에 끼어야 멋스러운 세상이다. 클러치백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각 브랜드마다 새로운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파티장을 떠났으니 넉넉한 품은 기본. 가방을 가로로 접을 수 있게 만들어 펼치면 토드백으로, 접으면 클러치로 활용할 수 있는 멀티 제품들도 많아져 더욱 알차졌다.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네모 반듯한 사각형 백의 부상이다. 남성의 서류가방을 연상시킬 정도로 각진 형태까지 등장했다. 또 한가지, 사람을 이동 광고판으로 만들어 버리는 ‘빅로고의 사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 가방이 아니라 쇼핑백을 들었나 하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브랜드의 로고를 큼지막하게 박은 핸드백들이 진열대를 뒤덮고 있다.
●존재감을 드러내다… 오버사이즈 장신구 차림새는 소박하게, 장신구는 과감하고 화려하게. 티셔츠와 청바지, 카디건에 큼지막한 목걸이나 뱅글 등을 필수로 곁들여야 멋 좀 안다는 소리를 듣는다는 얘기다. 심플한 의상에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굵고 큼지막한 장신구의 매치는 편안하지만 결코 막 입지 않았다는 분위기를 내게끔 한다.
이런 경향은 랑방, 지방시, 발렌시아가, 마크 제이콥스, 필립 림 등 유명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서 감지됐다. 미국의 한 패션 잡지는 이에 대해 “‘날 좀 봐줘요(Notice Me!)’형의 주얼리가 크게 유행할 것”이라고 했다. 크기가 커진 만큼 색깔도 화려해졌다. 다이아몬드 등 고급 보석이 아니라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크리스털 또는 유색 보석들의 활용이 많아졌다. 버버리프로섬, 지방시, 보테가 베네타 등 패션 명가들이 주얼리 시장에 진출해 크고 묵직한 주얼리들을 쏟아내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도움말 및 사진제공:스와로브스키,LG패션, 코치, 스텔라매카트니, 금강제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