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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쿨까당’ 김숙 “제모 때문에 눈 돌아갈 뻔” 휴가철 속성 뷰티 꿀팁 공개

    ‘쿨까당’ 김숙 “제모 때문에 눈 돌아갈 뻔” 휴가철 속성 뷰티 꿀팁 공개

    개그우먼 김숙이 겨드랑이 제모에 대한 에피소드를 털어놓아 눈길을 끈다. 오늘(15일) 저녁 7시 20분 방송되는 tvN <곽승준의 쿨까당> ‘토탈 뷰티’ 편에서는 깔끔하고 매끈한 피부를 위한 여름철 필수 항목인 제모에 대해 꼼꼼하게 짚어줄 예정이다. 전문가들의 꿀팁 소개에 김숙은 “겨드랑이 제모 중 가장 확실한 방법은 족집게인데, 한쪽 겨드랑이를 오래 쳐다보면서 털을 뽑다 보면 눈이 돌아갈 것 같다. 그럴 때에는 반대 방향으로 눈을 돌려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밝혀 폭소를 선사한다. 이날 방송에는 피현정 뷰티 디렉터, 최홍림 JW성형외과 원장, 신은경 뷰티 전문가가 출연해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빠른 시간 안에 예뻐질 수 있는 속성 뷰티 팁을 공개한다. 전문가들은 허릿살, 허벅지살, 팔뚝살 등 오랜 기간 운동을 해도 좀처럼 빠지지 않는 부위들을 속성으로 날씬하게 가꿀 수 있는 특급 비법을 알려주고 비키니 라인, 인중, 겨드랑이 등 제모의 모든 것을 속 시원히 밝혀준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지방분해 주사에 대해서는 “시술 통증에 비해 효과가 드라마틱하지는 않다”고 조언해 관심을 모은다. 특히 고가의 젤 네일 아트를 손쉽게 따라하는 셀프 네일 요령 등 다양한 홈 뷰티 노하우를 소개해 유익함을 더할 전망이다. 노출의 계절 여름, 속성으로 예뻐질 수 있는 비결은 15일(수) 저녁 7시 20분 tvN <곽승준의 쿨까당>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지연 인턴기자 julie31080@seoul.co.kr
  • [열린세상] 개헌, 애시당초 글러 먹은 이슈?/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개헌, 애시당초 글러 먹은 이슈?/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우여곡절 끝에 20대 국회의 막이 오르자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의장이 된 정세균 의장의 첫마디는 뜻밖에도 수년 동안 정계의 뜨거운 감자였던 ‘개헌’이었다. 그는 개헌이 ‘결코 가볍게 꺼낼 얘기는 아니지만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천명함으로써 20대 국회 전반부에 개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개헌 문제를 들으면서 문득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첫머리가 생각났다. 1936년 조광(朝光)이라는 잡지에 발표된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여름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버려 놓은 전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농사로 한창 바쁜 여름 장날에 사람들이 북적거릴 수 없다는 것을 맛깔스럽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의 개헌 문제와 어쩌면 그리도 닮았을까.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탄생한 현행 헌법은 30년 가까운 세월을 거쳐 오면서 현실에 맞지 않는 문제들이 누적돼 왔다. 이에 따라 개헌 문제는 정치권에서 심심치 않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모두 그뿐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의제와 일정에 여념이 없는 정치권에 개헌이란 마치 메밀꽃 필 무렵의 여름장처럼 ‘애시당초’ 글러 먹은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소위 원포인트 개헌으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 정치 비용을 줄이자고 주장했지만 다음 대선을 떼 놓은 당상으로 여겼던 당시 한나라당으로서는 대꾸할 가치조차 없는 정략적 제안으로 치부됐다. 19대 국회 전반부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의 취임 일성도 역시 개헌이었다. 그는 재임 기간 내내 개헌특위와 자문위를 만들어 다양한 대안을 개발하고 퇴임 후에도 적극적으로 개헌 전도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정치 세력에 개헌이란 그저 적당히 입장을 유지하다가 정권을 잡으면 피하고 싶은 문제였다. 정권 초기부터 굳이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개헌을 공론화해 국정 과제 추진을 위한 동력을 약화시키는 일을 스스로 하겠는가 말이다. 가깝게는 2014년 김무성 대표가 중국 방문 때 개헌 문제를 꺼냈다가 청와대의 반발과 함께 꼬리를 내렸고, 2015년 11월 친박계 홍문종 의원이 꺼내자 야권이 친박발 장기 집권 음모라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흐지부지됐다. 그런가 하면 현재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문재인, 손학규 등 정치인들도 과거 한두 차례씩은 개헌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이처럼 개헌은 거론은 하되 굳이 추진할 이유가 없는 애시당초 글러 먹은 이슈였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거론한 개헌 문제는 수많은 이슈 중 단 하나, 권력 구조의 문제뿐이었다. 대통령제를 계속할 것인가,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분권형 대통령제로 바꿀 것인가, 또는 5년 단임제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4년 중임제로 갈 것인가 등을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논의를 반복해 왔다. 문제의 성격상 정답이 있을 수 없기도 했지만, 논의 당시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선택하다 보니 여야가 바뀌면서 서로 상대방의 주장을 반복하는 우스운 꼴도 보였다. 87년 체제로 불리는 현행 헌법은 권력 구조를 넘어선 많은 의제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 기본권의 확장과 복지국가화, 국민통제 강화와 투명성 제고, 의회의 대통령 및 행정부 견제 능력의 제고, 영토 규정과 통일에 대비한 헌법 체제, 검찰권의 독립을 위한 논의, 정보화에 따른 변화 등 많은 문제가 국민적 합의를 기다리고 있다. 문제는 이 수많은 의제는 고사하고 권력 구조 하나에 대하여도 정치권의 합의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시간도 개헌론자의 편이 아니다. 개헌 문제는 늘 정권 후반부에 논의되기 시작하다가 대선과 함께 절정에 이르고, 대선 후에는 새 정권에 의해 뒤로 미뤄지곤 했다. 정세균 의장이 개헌 카드를 꺼낸 것은 이를 통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는 의도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스스로 주장한 것처럼 수많은 사람이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루지 못했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다시 개헌이 한여름 장날처럼 애시당초 글러 먹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박승 前 한은 총재 ‘인생경제학’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박승 前 한은 총재 ‘인생경제학’

    나이를 무색하게 했던 10년 전의 ‘혈기방장’은 아직도 그대로일까. 팔순에 접어든 그가 어떤 모습으로 손님을 맞을지 그려보며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빌라의 초인종을 눌렀다. “아유, 많이 덥지? 어서 와, 어서 와.” 문을 여는 그의 말투와 표정. 10년 전의 그가 다시 보였다. 한국은행 총재 시절(2002~2006년) 어떤 전임자들보다 시장과의 소통을 강조했던 박승(80) 전 총재는 여전히 세상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이봐 학생, 기껏 어려운 시험 봐서 합격해 놓고 왜 포기하려는 거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54년 2월 어느 날, 해군 제복을 입은 군인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해군사관학교에 합격하고도 입교 절차를 밟지 않자 ‘등록을 서두르라’는 독촉장이 날아오더니 이마저도 반응이 없자 저 멀리 경남 진해에서 전북 김제의 깡촌까지 직접 사람이 달려온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대학에 가고 싶어요.” 이리공고 수석 졸업 예정자를 반드시 데려와 입교시키라는 해사 교장의 ‘특명’을 받은 그 군인은 나의 고집에 아주 난처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 그가 끝내 임무 완수를 못 하고 돌아간 그날은 나의 힘겨운 주경야독(晝耕夜讀)이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 -내가 태어난 1936년, 호남 벽촌 마을에서 어느 집이라고 여유가 있었겠냐마는 우리 집은 특히 더 어려웠다. 아버지는 원래 한의사였는데 그건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일이고, 나를 보셨던 44세 때의 아버지는 가족의 기초 생계도 감당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장일 뿐이었다. 치료하던 환자가 급사한 뒤 의술의 길을 포기했던 아버지는 그 후 평생을 한글 초서체 연구에 바치셨다. -194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7㎞ 떨어진 이리공업중·고에 진학했는데, 결석을 밥 먹듯이 했다. 어떤 때는 모심고 김매느라고, 어떤 때는 산에서 땔감을 구해야 해서 학교에 못 갔다. 어머니 혼자 새벽엔 보리방아 찧고 낮에는 논일하고 저녁엔 길쌈해서 생계를 꾸리시다 보니 중·고교 6년 동안 수업료 때문에 가슴 졸이지 않은 때가 없었다. 당시에는 교문 앞에서 선생님이 불시에 수업료 납부 영수증 검사를 해서 영수증이 없으면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잦았는데, 그런 일을 당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공부를 하고 싶은데 돈을 못 내서 공부를 못 한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일까.” 그렇게 터덜터덜 집에 와 보면 아버지는 어김없이 방 안에 틀어박혀 한글 서체와 씨름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깨, 콩, 닭, 토끼를 이고 지고 5㎞ 떨어진 읍내에 가서 고생을 하시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중3 때 6·25전쟁이 났다. 전쟁이 터지고 얼마 후 인민군이 우리 마을에 들어왔다. 인민군들은 학생단체를 만들어 고등학생들을 강제로 가입시켰다. 김일성 찬양 노래를 부르게 하고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다. 학생들 중 6명은 나와 같이 아침마다 기차로 통학하던 고2, 고3 형들이었다. 얼마 후 유엔군이 들어와 인민군이 퇴각했는데, 그 형들은 천생 ‘빨갱이 부역자’로 몰려 처형당할 판이었다. 결국 다들 산으로 도망쳤는데, 나중에 빨치산이 돼서 경찰서를 습격했다가 결국엔 몰살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몇 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이렇게 개죽음을 했겠구나.’ 좌우 이념 대결의 허망하고 참혹한 결과를 몸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이 집 아들 빨리 결혼해서 부모님 모시고 농사지어야 되겠네.” 동네 아낙이 무심결에 던진 말이지만 고3 졸업반인 내가 피해 갈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었다. 나 아니면 예순 넘긴 부모님과 여동생을 부양할 사람이 없었다. 우리 2남 4녀 중 형은 일찍 돌아가셨고 누나 3명은 출가한 상태였다. 하지만 농사꾼으로 남을 수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게 수업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군 사관학교였고 나는 그 중에서도 해사에 시험을 쳤다. -해사 입교를 포기하고 농사에 전념했던 그해, 가을 수확을 하니 먹고살 것 빼고 딱 쌀 다섯 가마가 남았다. ‘이 정도면 일단 대학에 등록할 수준의 돈은 되겠다.’ 이듬해 초 서울대 경제학과 입학시험을 봤다. 어머니가 싸 주신 찐 고구마 5개를 손에 들고 난생처음 서울행 기차를 탔다. 전쟁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는 서울역과 남대문 주변의 살풍경은 60년이 지난 현재도 머리에 또렷하다. 곰탕집 간판을 보고는 ‘곰고기를 파는 곳’, 복덕방 간판을 보고는 ‘떡 파는 곳’으로 오해했던 건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됐다. -55학번으로 서울대 합격을 했는데, 입학 때의 감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찢어지게 가난한, 그래서 고등교육받는 게 가당치도 않은 시골 출신의 고학생일 뿐이었다. 서울에서 가정교사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러자니 고향집의 농사가 문제였다. 수시로 서울과 김제를 농사 때문에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이어졌고, 중·고교 6년 동안 그랬듯 학비와의 전쟁이 대학 졸업 때까지 이어졌다. -대학 졸업이 다가올수록 입학 때 가졌던 경제학 교수에 대한 바람은 더 절실해져 갔다. 그러려면 대학원에 진학해야 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나의 선택은 돈을 벌면서도 배움을 이어 갈 수 있는 한국은행 조사부 근무였다. -1961년 한국은행 배지를 달았다. 만 25세였다. 양복 한 벌을 18개월 할부로 사 입으니 세상이 마치 내 것 같았다. 얼마 후 5·16 정변이 났다. 정권을 잡은 군부는 동국대 옆에 중앙공무원교육원을 만들고 여기에서 사무관 이상 공무원과 교사, 교수, 기업인들에게 소정의 교육을 받도록 했다. 지금으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인데 입행 첫해의 내가 여기에 강사로 위촉됐다. 매주 3~5시간씩 강의를 했는데, 모교의 교장 선생님과 대학 총장, 학장도 나의 강의를 듣는 상황이 됐다. 대학 은사 박희범 교수님께서 나를 추천했기 때문이란 건 강의를 시작하고 얼마가 지난 후에야 알았다. 경제기획론과 경제발전론을 가르치셨던 박 교수님은 비교적 진보적인 색채의 학자이셨는데, 혁명정부에서 새로운 경제의 틀을 짜는 역할을 맡으셨다. 교수님은 나중에 교육부 차관과 충남대 총장을 지내셨다. -운명을 바꾼 미국 유학은 뜻하지 않은 기회에 찾아왔다. 1968년 나는 남산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몇 날 며칠을 심하게 취조당했다. 일인즉슨 이랬다. 당시 우리나라는 무역적자가 대단히 심했는데 한국은행은 환율을 올려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해서 폈다. 그러나 정부는 환율이 오르면 물가도 같이 뛴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서봉균 재무장관을 초청해 환율 인상 정책을 펴도록 설득시키기 위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원고 작성과 발표를 대리급 조사역에 불과했던 내가 담당했다. 그런데 다음날 조간신문 1면 톱에 당장이라도 정부가 환율을 대폭 올리는 듯한 기사가 났다. 국민과 기업들 사이에 혼란이 왔다. 얼마 후 중앙정보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행원부터 부총재보까지 담당자들을 모조리 연행해 갔다. 중앙정보부 분실에서 조사를 받는 동안의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누가 멋대로 신문사에 원고를 넘겨줬느냐”는 추궁이 이어졌는데, 작성자인 내가 우선적으로 용의선상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후배 행원이 신문기자 친구에게 발설한 사실이 드러나 나의 혐의점은 벗겨졌지만, 어쨌든 나는 후배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으로 감봉 징계를 받았다. 이게 한국은행 간부들에게 마음의 빚을 안겼다. “자네 혼자 책임을 지게 해서 미안해. 다음에 확실히 보상해 줄게.” -보상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971년 한국은행 최초로 국외에 유학생 2명을 파견하게 됐다. 전체 행원을 대상으로 시험을 봤는데 나는 통계학에서 과락이 나와 탈락했다. 그런데 재시험 공고가 떴다. “어떻게든 박승 대리는 합격시키라”는 상부의 지시 때문이었다. -1972년 1월 미국 뉴욕주립대(올버니캠퍼스)로 유학을 떠났고 2년여가 흐른 1974년 4월 석사와 박사 학위를 동시에 받아 왔다. 유학을 마친 뒤 은행에 복귀하고 나서 얼마 지나 두 군데에서 제안이 들어왔다. 나중에 한국은행 총재를 하게 되는 이경식 당시 경제수석이 청와대에 들어와 함께 일을 하자고 했다. 이 수석은 한국은행 재직 때 나의 직속상관이었다. 또 하나는 남덕우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이 김재익 경제기획국장을 통해 타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 경제자문단’의 단장 역할이었다. 당시 사우디는 ‘1차 오일쇼크’로 막대한 달러를 벌게 됐지만 경제 개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우디 국왕은 경제 개발을 도와줄 자문단 파견을 한국에 요청했다. 나의 선택은 사우디였다. -사우디에서 1년 만에 돌아와 1976년 9월 한국은행에 사표를 내고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로 갔다. 교수 부임 직후에 쓴 ‘경제발전론’은 지금도 일부 대학에서 교재로 쓰고 있다. 교수가 되고 이듬해인 1977년부터 3년 동안은 서울신문 비상임 논설위원으로 경제 관련 사설을 썼다. 한 편 작성에 30분 정도밖에 안 걸렸는데 이게 소문이 나면서 다른 언론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다. 나와 함께 김학준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정치 관련 사설을 서울신문에 썼다. 교수로서 경력을 쌓아가며 학교 안에서는 정경대학장과 대학원장을, 학교 밖에서는 국제경제학회장과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냈는데 1988년 뜻하지 않은 인생의 전기가 찾아왔다. -“박 교수, 나랑 같이 한번 일해 봅시다.” 노태우 대통령이 그해 2월 취임을 앞두고 경제수석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만 52세였다. 노 대통령과는 이전에 일면식도 없었지만 다양한 언론 기고와 강연 활동 등으로 몇몇 경제단체에서 나를 천거했던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내가 맡았던 첫 번째 과제는 ‘200만호 주택 건설’ 공약의 실현이었다. 말이 200만호이지 엄청난 물량이었는데 막상 아파트를 지으려고 보니 서울 시내에는 땅이 없었고, 서울시 외곽은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다. “서울 시내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린벨트 밖으로 나가자.” 지도를 펴놓고 서울 세종로 사거리의 측량원표를 중심으로 반경 25㎞를 컴퍼스로 동그랗게 돌려 봤다. 25㎞ 이내로 한 것은 ‘지하철 1시간 이내’의 원칙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온 지역이 경기 분당, 산본, 평촌, 인천 중동 등 4곳이었다. 4대 신도시 추진이 확정되자 1988년 12월 노 대통령이 다시 나를 불렀다. “박 수석, 이제는 건설부 장관으로 고생 좀 해야겠습니다. 계획을 세웠으니 실행까지 맡아 주셔야지요.” -건설부 장관이 되고 나서 이듬해 서울 북쪽의 일산이 추가돼 5대 신도시 계획이 확정됐다. 그러나 그해 여름이 되면서 나는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심각한 마찰에 부딪치게 됐다. 당시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평균 130만원대였는데 건축비는 170만원, 시장 가격은 25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분양 당첨만 받으면 막대한 이익이 남는 구조였고, 건설회사는 낮은 분양가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날림 공사를 했다. 나는 대통령에게 분양가를 올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경제수석실의 반대가 심했다. 분양가를 올리면 집값이 더 뛴다고 했다. 대통령을 만나 건의했지만 “그 얘기는 이미 경제수석한테 들었다”고만 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구나.” 사표를 냈다. 다음날 사실상 경질 통보를 받았다. 그게 1989년 7월이었고 이듬해 3월 신학기부터 다시 강단으로 돌아갔다. -2001년 3월 정년퇴임을 하고 이듬해 초 김대중 대통령이 한국은행 총재로 임명했다. 숱한 공직을 거쳤지만 2006년 3월 퇴임할 때까지의 한국은행 총재 4년간이 내 생애에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성취를 이룬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한국은행을 가장 사랑한 총재, 한국은행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인 총재, 경제와 민생을 위해 고뇌한 총재’의 3가지 이미지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5남매를 결혼시키면서 4명을 청첩장 없이 보냈다. 첫째와 둘째 아이의 결혼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치렀더니 친구들이 “축의금 낼 기회를 좀 달라”고 해서 셋째 때는 200장을 찍었다. 그런데 역시 나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다시 넷째, 다섯째의 결혼은 순수 가족 행사로 치렀다. -내가 모은 재산은 언젠가는 전부 사회에 내놓고 갈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은행 총재 재임 시절부터 월급의 20%를 가난한 사람이나 소외된 사람을 위해 써 왔다. 모교인 백석초등학교에 도서관도 만들었다. 오래전에 장기 기증 서약도 마친 상태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된 데는 개인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의 이익을 중시하는 자세가 바탕이 됐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 본다. 김태균 경제정책부장 windsea@seoul.co.kr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박승 前 총재 중앙은행(한국은행)과 정부(청와대·건설부·공공기관)에서, 또 대학 강단(중앙대 경제학과)에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굽이굽이마다 굵직한 족적을 남겨 온 경제계의 원로다. 한국은행 총재 때 소신 있고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36년 전북 김제 출생 ▲김제 백석초, 이리공업중·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올버니) 경제학 석사·박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신문 논설위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청와대 경제수석, 건설부 장관, 주택공사·교통개발연구원 이사장, 공적자금관리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 [新국토기행] 산천어만 있다? 볼 것 많은 강원 화천

    [新국토기행] 산천어만 있다? 볼 것 많은 강원 화천

    휴전선을 지척에 둔 인구 2만 7000여명의 산골마을 강원 화천군이 감성 여행지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산천어와 수달이 있고, 문학과 청정 자연의 아름다운 고향 정취가 물씬한 고장으로 알려져 사계절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한겨울 산천어축제는 150만명 이상이 찾는 세계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한여름 북한강 상류에서 펼쳐지는 쪽배축제와 토마토축제는 피서객들을 화천으로 불러들인다. 긴장감 돌던 휴전선 일대 파로호와 평화의댐 일대는 힐링과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작가 이외수를 만날 수 있는 ‘감성마을’,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 ‘붕어섬’, 물 위를 걷는 낭만 ‘산소100리길’이 관광의 필수 코스다. 최근에는 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으로 호수변 등 외지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새로운 휴양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산천어회, 쏘가리 매운탕, 어죽탕, 초계탕, 다슬기 해장국이 지역 대표 먹거리로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화천의 숨은 명소를 찾아 초여름 여행을 떠나 보자. >>볼거리 ●청춘의 멘토 이외수가 사는 감성마을 100만 팔로어의 파워 트위터리안이자 청년들의 멘토 작가 이외수씨가 머무는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은 문학마을이다. 감성마을에는 이외수의 문학작품, 미술품 및 친필원고 등 소장품이 전시된 ‘이외수문학관’이 있다. 국내 최초의 생존 작가를 위한 문학관이다. 감성마을은 조용하지만, 이외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해마다 8월에 열리는 ‘감성마을 5일장’은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문학의 장이다. 5일장(場)은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지만, 5일장(章)은 글 장(章)을 쓴 만큼 5일간의 문학 축제를 말한다. 문학 강연과 음악회, 문학 기행, 독서 백일장, 밴드 공연 등 5일의 축제에 각기 다른 주제로 행사가 이루어지는 점도 재미있다. ●붕어를 닮은 섬 붕어섬 섬이 마치 붕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붕어섬은 북한강 상류인 화천강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지만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있어 걸어다닐 수 있다. 화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0분 거리에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섬에는 축구장, 족구장, 테니스장, 수변산책로, 공연장 등 레포츠와 자연휴양을 고루 즐길 수 있도록 휴양지로 꾸며 놓았다. 섬 주변은 배스 낚시터가 유명해 낚시꾼들도 많이 찾는다. 붕어섬 안에는 자연과 물이 어우러진 붕어섬 놀이 휴양소 ‘에어링 화천’이 운영되고 있다. 에어링 화천은 맑은 공기와 물이 살아있는 화천에서의 산책이라는 뜻으로 수상 자전거, 카약, 카누, 하늘가르기, 자전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사계절 색다른 모습 ‘산속의 바다’ 파로호 파로호는 화천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인공 호수이다. 호수는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상상 속의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대붕의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대붕호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북한지역에 속했던 호수는 6·25전쟁 때 되찾아 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이 파로호라고 이름을 새로 붙였다. 파로호는 10억t의 엄청난 담수량과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품고 있어 왜 ‘산속에서 만나는 바다’라 불리는지 실감 할 수 있다. 파로호를 제대로 둘러보는 방법으로는 물빛누리호가 있다.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뱃길이 친절한 선장의 설명과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겨울 파로호는 녹음으로 일렁이던 여름의 모습과는 또 다른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파로호의 모습을 보려고 계절마다 찾는 관광객이 점차 늘고 있다. ●물 위를 걷는 듯한 황홀함 ‘산소 100리길’ 산소 100리길은 자전거 마니아들과 이색적인 체험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을 위해 마련된 자전거 전용 길이다. 북한강 상류를 따라 이어져 있다. 길이는 총 100리(39.27㎞)로 완주하고 100세까지 장수하라는 의미가 담겼다. 산소 100리 길을 따라 돌아보면 화천의 명소를 모두 만날 수 있다. 길 중에는 물 위를 걸으며 아름다운 북한강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폰툰 길’이 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물 위를 걷는 낭만에 푹 빠질 수 있다. 특히 북한강 물안개의 아름다움은 몽환적이다.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자전거 마니아를 비롯해 트래킹을 나온 여행객들로 붐비는 길이다. 산소 100리길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 25곳’에 포함될 만큼 한 번 다녀간 사람들은 꼭 다시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화천 평화의 상징, 힐링의 공간 ‘평화의댐’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 찾는 곳이 ‘평화의댐’이다. 평화의댐으로 가는 길은 파로호 선착장에서 물빛누리호를 타고 수달연구센터와 비수구미를 지나 24㎞를 달려 이르는 종착점이다. 물빛누리호를 타고 푸른 물길을 1시간 남짓 호수를 미끄러져 가야 한다. 평화의댐은 북한의 금강산댐이 붕괴될 것을 염려해 국민의 성금으로 지어진 댐이다. 수달이 비무장지대(DMZ)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댐 옆으로는 ‘세계 평화의 종 공원’이 있다. 평화의 종은 실제로 전쟁에 사용되었던 탄피와 포탄, 무기류의 쇠붙이를 전 세계 30여 개국 분쟁 지역에서 모아 만든 종이다. 해마다 새해가 되는 날 화천에서는 ‘세계 평화의 종’에 사람들이 모여 타종식을 한다. 평화의댐과 세계 평화의 종 공원에서 광활하고 푸른 자연의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겨울 축제 산천어축제 눈·얼음으로 덮인 한겨울에 열리는 산천어축제는 해마다 1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겨울 축제로 자리잡았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의 슬로건 아래 2003년 처음 열린 산천어 축제는 갈수록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미국 뉴스 채널 CNN에서 ‘불가사의한 7대 겨울 축제’로 산천어축제를 꼽아 세계적인 화제로 발전했다. 30cm가 넘는 두꺼운 얼음을 뚫어 산천어를 잡는 얼음낚시와 얼음물에 뛰어들어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산천어맨손잡기가 대표적이다. 얼음 썰매, 봅슬레이, 스케이트, 눈썰매 등 30여 종이 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체험 프로그램 이외에도 창작썰매 콘테스트, 겨울문화촌, 산이와 진이가 만나는 날 등 문화이벤트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화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산천어 모양의 등(燈)이 화천읍의 밤하늘을 수놓는 ‘선등거리’도 장관이다. >>먹거리 겉은 섹시, 맛은 순수… 반전 매력 산천어회 술푼 내속 다스려줘!… 청정 다슬기 해장국 ●영양 풍부한데 칼로리는 낮은 산천어회 산천어는 송어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몸길이는 송어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산천어는 옆으로 납작하고 옆줄은 몸통 옆면 가운데를 지난다. 수온이 섭씨 20도를 넘지 않고, 산소량이 9을 넘는 강 상류의 맑은 물에서만 사는 청정 어종이다. 산천어회는 맛이 담백하고 영양이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속살이 불그스레한 빛깔을 지니고 쫀득쫀득한 식감과 고소한 맛 덕분에 산천어회를 자주 찾는다. 산천어회는 성인병 예방은 물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도 제격이다. 산천어회 맛집은 화천읍내에 있는 북한강횟집과 간동면에 있는 파로호횟집이 있다. ●민물계의 황제 쏘가리 매운탕 쏘가리 매운탕은 매운탕의 황제다. 육질이 단단한 쏘가리는 씹는 맛이 있어 회로 먹어도 좋지만 역시 매운탕이 제격이다. 쏘가리는 담수어로 머리가 길고 입이 큰 편이며 등에 회색 무늬가 있다. 맛이 담백하고 잡냄새가 없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운탕으로 으뜸이다. 쏘가리는 단백질, 칼슘, 인이 풍부하여 영양식으로도 매우 좋다. 쏘가리 매운탕 맛집으로는 재료를 아낌없이 푸짐하게 담아내는 화천읍내 명가, 동촌식당이 있다. ●한번 맛보면 잊지 못하는 마성의 어죽탕 어죽탕을 한번 맛본 사람들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여러 가지 물고기를 갈아 끓인 것으로 지역 나물이 곁들여진 밑반찬까지 더해지면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다. 매운탕을 못 먹는 사람도 어죽탕은 생선이 갈려져 나오기 때문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다이어트 음식으로 단백질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음식으로 추천할 만하다. 어죽탕 맛집으로는 북한강 자락에 위치한 ‘화천어죽탕’이 있다. ●쿨해서 더 매력적인 초계탕 뜨거운 삼계탕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초계탕은 화천에서 유명한 먹거리로 자리잡았다. 초계탕은 닭 육수를 차게 식혀 식초와 겨자로 간을 한 다음 기름기를 완전히 제거한 살코기만을 잘게 찢어서 넣어 먹는 전통 음식이다. 초계는 식초의 ‘초’(醋)와 겨자의 평안도 사투리인 ‘계’를 합친 이름이다. 초계탕 맛집으로는 화천읍 산소길 옆에 위치한 ‘평양막국수’가 있다. ‘평양막국수’는 살코기를 다 먹은 후 메밀면을 넣어주는데 이것이 이 집만의 별미이다. ●일급수에만 살아 몸값 높은 다슬기 해장국 계곡류와 평지하천 등 물 흐르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하는 다슬기는 화천의 또다른 명물이다. 자갈, 호박돌 등으로 이루어진 곳을 선호하고 돌 틈이나 모래 속에 숨어 있기도 한다. 다슬기는 청정 일급수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영양이 풍부하다. 숙취와 신경통, 시력과 간 기능을 도우며 철분이 많아 빈혈에도 좋다. 다슬기를 하나씩 모두 손질해서 끓여 나오는 해장국으로 화천을 찾는 사람들은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손꼽힌다. 다슬기해장국 맛집으로는 북한강이 한눈에 보이는 ‘월미 달팽이 해장국’이 있다.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송혜민의 월드why] 세계가 식량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무분별한 식습관으로 인한 비만이 감기만큼이나 흔한 질환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먹거리가 부족해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미래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다. 하지만 이미 수 년 전부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 지구에 식량부족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식량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엔 산하의 인도적 식량 원조 기구인 세계 식량 기구(WFP)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이르는 1억 2000만 명이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이 숫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다양한 기술개발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먹거리가 부족하게 된 상황에는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중 하나는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꼽힌다. 특히 올해 사상 최악의 슈퍼 엘니뇨 현상(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발생하는 기후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인도를 포함한 동남아는 물 부족난뿐만 아니라 쌀과 옥수수 등의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량부족현상이 심각해졌다. 해수면 온도의 비정상적인 상승은 태풍이나 폭우 혹은 극심한 가뭄을 야기하고, 이러한 이상기후가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동남아를 포함해 이미 세계 곡물시장에도 엘니뇨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홍수로 대두 수확량이 줄었고, 옥수수 최대 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옥수수 생산량이 급감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으로부터 옥수수를 수입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니뇨 직격탄 공습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기도 전에 전문가들은 올 여름 라니냐의 공습을 예보하고 나섰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달리 뜨거워졌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을 뜻하며, 마찬가지로 세계 농수산물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제 농산물 가격이 출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식량부족사태의 원인을 인류의 지나친 육류소비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쇠고기 1㎏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옥수수 10㎏을 먹여야 한다. 돼지와 닭 역시 해당 고기를 얻는 대가로 그만큼의 곡물을 소비해야 한다. 세계 식량 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먹거리를 위해 기르는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의 수는 500억 마리를 웃도는데, 이는 UN이 정한 ‘지구에서 기를 수 있는 가축 수’ 기준치의 2배가 넘는다.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에서 굶주리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식량을 부자들의 식탁에 오를 가축들이 먹어치운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인류의 ‘고기 사랑’이 곡물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식량부족사태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무분별한 삼림 개발 및 환경오염으로 인해 곤충 개체수가 급감하는 현상 역시 식량부족사태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교의 마크 윈스턴 박사는 자신의 저서인 ‘사라진 벌들의 경고’에서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벌의 개체 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면서 “독성물질이 함유된 농약이 벌의 생태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 2006년 미국 양봉장에서 벌의 25∼40%가 자취를 감추는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양봉의 규모가 커지고 기계화되면서 더 많은 농약을 사용한 결과로 보여진다”면서 “식량자원의 3분의 1은 곤충에 의해 수정이 이뤄지는데, 그중에서도 80~90%는 꿀벌이 담당하고 있다. 때문의 벌의 급감은 곧 작물 생산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식량 위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식량부족사태를 대비하는 방법 식량부족사태가 소행성 충돌이나 기후 변화, 핵전쟁 등과 함께 지구의 미래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인류는 이러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특정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씨앗을 보관한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다. 노르웨이의 북극권 스발바르 제도 스피츠베르겐 섬에 있는 스발바르 씨앗 저장소는 일종의 씨앗 금고다. 2004년 UN은 급변하는 세계 위기에서 후손과 자연을 위해 다양한 곡물 종자를 보존하기 위해 세계곡물다양성재단(GCDT)을 설립하고 씨앗 저장소를 운영해 왔다. 일명 ‘최후의 날 저장고’(doomsday vault)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총 120개국 이상이 이용 중이며, 식물 종자 총 42만종, 82만 5000개의 씨앗 샘플이 빼곡하게 저장돼 있다. 두께 1m의 콘크리트로 축조돼 있고 영하 18℃의 일정한 기온으로 유지되며 모든 알루미늄 상자는 방수 기능이 있어 씨앗을 보호한다. GCDT의 전문가인 메리 하가는 “다양한 종의 종자를 보존하는 것은 곡물의 생산 및 발전에도 도움이 되며 특히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 및 생산 중단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면서 “전 세계의 공통적인 이슈 중 하나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이다. 만약 이대로 계속 간다면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식량 생산 감소 빛 식량 가격 상승으로 전 세계가 기아에 신음하는 사태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과학기술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움직임도 있다. 2011년 영국의 한 연구소는 인류의 4대 주식 작물 중 하나인 감자의 게놈(한 생물이 가지는 모든 유전 정보를 말하며 유전체라고도 한다)지도를 완전히 해독하는데 성공했으며, 최근에는 미국 연구진 역시 당근의 게놈 해독에도 성공하면서 인류가 직면할 수 있는 먹거리 과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모든 인류는 연령과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식량을 공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부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조건인 식량이 충족되지 않아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러한 사태는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미래의 후손뿐만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위해서라도 식량위기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돈 몰리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 낮으면 재미 못 본다?

    돈 몰리는 공모주 청약, 경쟁률 낮으면 재미 못 본다?

    이번 여름 공모주 투자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 들어온 해태제과는 상장 직후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더니 공모가(1만 5100원)보다 4배 가까이 오르면서 ‘대박’을 쳤다. 워낙 저금리인 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상장 직후 상한가를 노리고 공모주 청약 신청을 하려는 개미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공모주 투자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직접 청약을 해 주식을 배정받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모주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쌈짓돈으로는 1주 배정받기도 쉽지 않다. 자신이 ‘돈이 좀 있는’ 개미라고 생각한다면 ①번으로, 그렇지 않다면 ②번으로 가라. ① 경쟁률 100대1 보고 들어가라 증권업계의 한 투자 고수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공모주가 뜰 때마다 청약을 신청한다. 증권사 리포트 같은 것은 별로 믿지 않는다. 상장되지 않았던 기업이 처음으로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리 분석을 잘한다고 해도 제대로 된 비교 분석이 됐을 리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신청 물량이나 수량을 조절하는 기준은 있다. 그는 “경쟁률이 100대1이 넘으면 할 만하고, 50대1 이하면 별로 재미가 없는 편”이라며 “잘 모를 땐 잘하는 놈이 많이 가는 곳으로 따라가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률이 높을수록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줄어든다. 예컨대 상장을 앞두고 있는 호텔롯데의 공모가가 주당 10만원으로 정해진다고 치자. 경쟁률이 100대1이라면 청약증거금(50%)으로 500만원을 넣고 100주를 신청한다고 해도 겨우 1주가 떨어진다. 물론 주식으로 배정받지 못한 돈은 2~3일 내에 환급되지만 개미들이 공모주 청약으로 큰돈을 끌어들여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이 투자 고수는 “대개는 하루이틀 만에 되파는데 1주일 수익률을 0.3~0.5% 수준으로 본다”면서 “공모주는 큰 손해 없이 괜찮은 수익을 얻는 정도로 보고 너무 욕심부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② 개미 투자자는 공모주 펀드가 안전 직접 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은 간접 투자 방식인 공모주 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펀드는 전문가들이 분석을 통해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 일반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로 채권 혼합형인 공모주 펀드는 주식형이 10~30%가량 포함돼 있다”면서 “금리보다 조금 높은 ‘플러스 알파’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공모주의 1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도 인기다. 특히 1인당 5000만원까지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율 대신 원천세율을 적용하는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하지만 회사채 등 채권을 투자 대상에 포함시킨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펀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감안해야 한다. 연초 이후 국내 공모주 펀드의 평균 수익률(3일 기준)은 1.00% 수준으로 높지는 않다. 1년 수익률은 평균 1.86%, 2년 수익률은 6.08%, 3년 수익률은 8.24%였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 차장은 “IPO가 주로 연말에 많기 때문에 수익률도 1분기에는 비수기일 수 있다”면서 “6월부터 하반기에 기대되는 IPO 물량이 있기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③ 일정 챙기고 펀드 가입 서둘러라 공모주 청약 일정과 방식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한국거래소 등을 통해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공모주 청약 정보 사이트 아이피오스탁(ipostock.co.kr) 등을 참고할 수도 있다. 공모주 펀드에 관심이 있다면 서두르는 게 좋다. 공모주 펀드로 자금이 몰리면서 ‘소프트 클로징’(잠정 판매 중단)에 들어가는 펀드들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운용사마다 청약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오면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더이상 신규 가입을 받지 않는다. 모든 주식 투자가 그러하듯 대박에 대한 신화는 접고 시작해야 한다. 공모가를 상회할 것이라는 투자자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해 공모주 절반 가까이는 연말 기준 종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에 처음 나오는 만큼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지난해의 경우 수요 예측 경쟁률이 높을수록 상장일 수익률도 높은 양상을 보여 수요 예측 결과를 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고객, 서비스 = 중국집 군만두… 시장질서 훼손·경쟁력 약화 원인

    [금융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고객, 서비스 = 중국집 군만두… 시장질서 훼손·경쟁력 약화 원인

    사례1. 서울 강남의 A은행 PB센터에 근무하는 이모 팀장. 이 팀장은 최근 한 자산가 고객의 해외 송금 서비스를 처리했다. 유학 중인 자녀에게 1만 달러를 송금한 이 고객은 전신료(8000원)와 해외송금수수료(2만 5000원)를 납부해야 했다. 그런데 이 고객은 이 팀장에게 대뜸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 해외 송금 수수료를 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고객이 PB센터에 맡겨 놓은 현금 자산만 50억원이 넘었다. 초부유층 고객인 셈이다. 이 팀장은 “PB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우대 혜택으로 대부분의 수수료가 면제되지만 가끔 수수료가 부과되는 경우엔 여지없이 수수료를 깎아 달라고 한다”며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럴 땐 군말 없이 수수료를 면제해 준다”고 털어놨다. 사례2. 김모씨는 2013년 여름 B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휴대폰 문자메시지(SMS) 알림 서비스(이용요금 한 달 1000원)를 신청했다. 계좌의 입출금 정보나 적금 만기, 연체 등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서비스다. 처음 몇 달은 김씨가 지정한 자동이체 계좌에서 서비스 이용 수수료가 꼬박꼬박 빠져나갔다. 그러다 계좌 잔고가 부족해 4개월 동안 수수료 연체가 발생했다. 이후 김씨 계좌에 목돈이 입금되자 은행은 그동안 연체된 수수료(4000원)를 곧바로 출금해 갔다. 이에 김씨는 A은행에 “허락 없이 수수료를 빼갔다”며 10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은행원들은 “우리나라 고객들은 은행 문턱만 들어서면 목소리가 커진다”고 하소연한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이지만 ‘서비스=공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워낙 만연해 있는 탓이다. 이로 인해 시장 질서가 훼손되고 산업 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게 금융권 종사자들의 항변이다. “우리나라 고객들은 은행 서비스를 중국집 군만두(공짜)쯤으로 생각한다”는 자조 섞인 불만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양원근 금융연구원 비상임연구위원은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으로 손쉽게 은행들이 돈을 번다는 인식이 강해 고객들이 수수료 자체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정서가 있다”고 지적했다. 수억원의 현금자산을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 맡기는 자산가 고객들조차 수수료는 지불하기 아까워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모습이 어제오늘만의 일은 아니지만 금융권에선 “이제는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주장한다. C은행 부행장은 “금융사는 서비스에 정당한 가격을 매기고, 고객은 서비스를 받은 만큼 제값(수수료)을 지불하는 시장경제 기본원칙을 금융시장 참여자(정부·금융사·고객) 모두 함께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수수료 현실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금융 서비스에 제값을 지불하지 않는 관행이 자리잡은 배경은 복합적이다. 윤석헌 전 금융학회장은 “우리 금융산업이 수십년째 제자리인 것은 시장 참여자 모두 그동안 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우선은 정부와 정치권의 무원칙이 가장 큰 문제다. 여론에 휘둘리거나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무분별하게 시장에 개입해 왔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1년 미국 월가의 ‘금융권 탐욕 규탄 시위’ 직후 국내에서도 금융사들이 자동화기기(ATM) 등 각종 수수료를 줄줄이 인하했다. 들끓는 ‘민심’을 의식한 금융 당국과 정치권의 압박 탓이었다. 2006년 6900억원이었던 시중은행 수수료 수익은 2014년 5000억원으로 27.5% 급감했다. 취임 초였던 지난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가격 통제는 금융권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누르는 대표 사례”라며 ‘수수료 자율화’를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같은 해 국정감사에서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자 임 위원장은 “적정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가격 개입에 나서겠다는 의미였다. 지난해 두 차례(0.5% 포인트)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수익이 급감했던 시중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결국 1.5% 수준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최고 0.8% 포인트까지 끌어내렸다. 종종 ‘표심’(票心)을 의식해 은행을 압박하기도 한다. 2007년 경기 판교 3400가구 입주 예정자들은 단체로 중도금대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처음에 완강히 버티던 시중은행 3곳은 ‘집단대출 입찰에서 제외하고 은행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에 결국 0.4~0.5% 포인트 금리를 깎아 줬다. 당시 입주 예정자 편에 서서 은행을 수 차례 항의 방문했던 지자체 의원은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금리를 깎아 준 것은 국내 최초”라고 자평하며 ‘지역민들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켜 준 사례’로 의정 홍보에 적극 이용하기도 했다. 국내에 진출한 한 외국계 은행장은 “고객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쓰고 이자를 내는 것은 모두 정상적인 계약에 기초한 것인데 고객들이 은행과의 계약은 쉽게 파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날렸다. 계약보다는 ‘떼법’이 우위에 있는 국내 풍토를 꼬집은 것이다. ‘민원에 죽고 사는’ 은행들이 스스로 시장 원칙을 내준 책임도 크다. 금융감독원은 2002년부터 금융사별 민원 평가를 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매월 민원접수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이는 지점 경영평가(KPI)와 직원 승진, 성과급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은행의 경우 영업점 KPI(1000점 만점)에서 민원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2%(20점)다. 민원 한 건이 발생할 때마다 1점이 감점된다. 금감원에 직접 접수되는 민원은 때에 따라 한 건에 5점 감점되기도 한다. D은행 직원은 “금감원 접수 민원으로 KPI 5점이 한 방에 감점되면 신규 카드 고객을 200명 넘게 유치한 실적이 없어지는 것과 맞먹는다”며 “악성 민원인(블랙컨슈머)이라도 일단 민원 접수를 못 하도록 ‘어거지’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민원 평가 방식을 ‘소비자보호실태평가’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처럼 비정상이 정상처럼 여겨지던 금융 시장에서 은행들이 이제 와 ‘비정상의 정상화’(수수료 현실화)를 외치고 있다. 위기감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역사상 최저 수준’인 1.5%까지 떨어지면서 은행들의 주요 수입원이었던 이자수익 역시 급감해서다. 지난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58%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1.98%)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줄어든 수익 벌충을 위해선 수수료 현실화가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고금리 과실을 누렸던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수료를 금리에 반영해 사실상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며 “최근엔 저금리 기조로 이자수익은 계속 줄어드는 데 반해 수수료를 이자에 얹을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환경도 크게 변했다. 과거 은행은 지급·결제·송금 등 금융 인프라망을 제공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했다. 서비스도 그만큼 단순했다. 반면 최근엔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외환업무 등 상업은행의 성격이 부각되고 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세분화되고 다양해졌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금융산업이 발전하려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인데 현재와 같은 수익 구조로는 투자도 혁신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객이 수수료 1000~2000원을 아까워하면 결국엔 서비스 질이 악화되고 고객이 그동안 당연시 여기던 혜택들이 축소된다”며 ‘악순환의 반복’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문만 열고 나가면 길거리에서 쉽게 눈에 띄던 은행 영업점(13개 은행 기준·2014년 6055개→2015년 5890개)이나 ATM(3만 9723개→3만 8254개)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도 ‘혜택 축소’인 셈이다.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수수료를 현실화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이뤄지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더이상 미뤄 두기도 힘들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개인금융팀장은 “은행이 주거래 고객에게 제공해 주고 있는 수수료 감면 혜택도 어떤 부분이 얼마나 면제되고 있는지 일일이 알려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 수수료 혜택이 사실은 공짜가 아님을 인지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구조화 상품(ELS, ELF 등)이나 맞춤형 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고객이 ‘이 정도 상품에는 지갑을 열어도 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은행의 차별화 노력을 주문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는 “금융 당국이 금리와 수수료는 시장 자율에 맡기고 정부 개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과 ‘약속한 범위’에서만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韓, 지카 안전지대 아냐… “유입위험 60%”

    韓, 지카 안전지대 아냐… “유입위험 60%”

    “올여름 기점 189개국에 퍼질 듯”국내 지역감염가능성 15% 낮은편정부, 발생국 다녀온 임산부 검사53國 입항 운송수단에 방제증명서 지난해 말 브라질을 중심으로 시작된 지카바이러스가 올여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본 도쿄대 의학대학원, 종합연구대학원, 홋카이도대 의학대학원 공동연구진이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모델을 개발해 분석한 결과 브라질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전 세계 240여개 국가 중 189개국으로 지카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번 예측 결과는 의학 및 바이오 분야 공개 국제학술지 ‘피어제이’ 최신호에 실렸다. 이집트숲모기에 의해 옮겨지는 지카바이러스는 감염될 경우 갑작스러운 발열과 근육통,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임신부가 감염될 경우에는 소두증에 걸린 신생아를 낳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내에서는 ‘4군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논문은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지카바이러스가 처음 보고된 이후 유입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 예상대로 브라질과 인접한 중남미 국가들의 유입과 확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브라질에서 첫 감염자 발생 이후 36~55주에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나타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국내 첫 지카바이러스 환자는 분석 범위 내인 지난 3월 말 발견됐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지역 내 확산보다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감염자로 인한 확산 가능성이 40~60%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지카바이러스가 유입된 뒤 지역감염 가능성은 15% 이하로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이웃한 중국의 지역 내 확산 가능성이 30~45%로 높은 편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진은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인 뎅기열과 치쿤구니야의 확산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존분석이라는 수학생물학 기법으로 지카바이러스의 확산 모델을 만들었다. 올해 1월 31일 데이터를 기준으로 한 이번 분석에 따르면 확산 가능성을 분석할 만한 의료 정보가 없는 나라들과 이미 발생한 나라들을 고려할 때 지카바이러스 확산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쿄대 니시우라 히로시 교수는 “수학적 분석을 통한 예측인 만큼 연구진이 고려하지 못한 변수들도 많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수치상 확산 위험이 낮은 나라에 사는 임신부들도 위험지역 여행을 피한다든지 예방조치를 충분히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지침’을 개정해 1일부터 지카바이러스가 발생한 국가에 다녀온 적이 있는 임산부는 증상 유무에 상관없이 진단검사를 받도록 조치했다. 이와 함께 여름이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도 지카바이러스를 옮기는 흰줄숲모기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발생국가 53개국’에서 입항하는 모든 운송수단에 대해 방제증명서를 받는 한편 공항과 항만의 검역구역 내 모기 방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해외여행 | 알래스카ALASKA - 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 시간이 없다

    해외여행 | 알래스카ALASKA - 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 시간이 없다

    ALASKA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시간이 없다 100년 전 알래스카를 여행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젊을 때 알래스카를 찾지 마라.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 알래스카를 찾아라.”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라 여겨지던 시련과 걱정은 사소한 기침 정도로 작아졌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알래스카에 갔다 타고 나길 추운 걸 견디지 못 한다. 지난 겨울 초입에도 두툼한 기능성 점퍼와 방한 부츠, 촘촘한 기모 스타킹을 한가득 구입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누군가는 장난스레 이렇게 말했다. “어머, 넌 알래스카에 가도 얼어 죽지는 않겠다!”그녀의 한마디는 예지몽과 같았던 걸까. 2월의 끝자락, 나는 봄을 코앞에 두고 다시 겨울왕국 알래스카로 떠났다. 알래스카에 대한 첫 이미지는 아프지 않은 주사와 같았다. 온몸이 경직된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건만 막상 바늘이 팔뚝을 쿡 찔렀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린 주사 한 방이랄까.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는 뜻이다. 앵커리지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한낮의 기온이 영상을 웃도는 수준이었으니 지난해 서울의 겨울을 생각하면 챙겨간 핫팩들이 무색해질 만했다. 그런데 이게 알래스카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예상했겠지만 알래스카는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지다. 알래스카는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된 이후 빙하는 무려 3조5,000억 톤이 녹았고 바다코끼리나 북극곰의 서식지(해빙)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단다. 몇몇 지역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위기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 대통령 최초로 알래스카 케나이 피오르드 국립공원을 찾아 이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빙하가 다 녹아 버리기 전 알래스카에 왔으니 다행이라던 일행의 한마디를 마냥 웃어넘길 게 아니었다.알래스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는 싱그러운 여름이다. 알래스카 여행의 ‘최성수기’는 여름.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4개월에 불과하지만 영상 15도를 웃도는 청량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길에는 다채로운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운행이 어려운 빙하 크루즈도, 알래스카 기차의 오픈 데크 서비스도 여름에는 한결 너그러워진다. 정규 직항이 없는 알래스카지만 이 시기만큼은 대한항공 전세기가 인천-앵커리지 구간을 2~3차례 오간다니 하늘길도 열리는 셈이다. 어슴푸레한 빛이 내려앉아 있는 백야 속에서 몽롱한 24시간을 보내는 것도 알래스카의 여름에만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다시 알래스카에 가야 하는 핑계가 생겼다. 물론 입김 퐁퐁 내뿜으며 만들고 온 겨울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군가의 생각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거드우드Girdwood바다로 가는 알리에스카 스키장 자동차 여행에 좀 취약한 편이다. 차에만 오르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놓친 풍경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앵커리지 다운타운을 벗어나 수어드 하이웨이Seward Highway 위를 달리는 동안 눈꺼풀은 마냥 가볍기만 했다. 길은 빙하를 덮은 키나이 산맥, 그리고 빙하를 걷는 사람들이 있는 조용한 항구 마을 수어드까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기찻길이 내내 동행하고 있으니 자동차 여행이든 기차 여행이든 무얼 선택해도 성공적일 것이라 확신해 본다. 추카츠 산맥과 키나이 산맥을 양쪽으로 끼고 2시간을 달리는 내내 창문 밖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같은 풍경에 지루하기보다 놀랍고 경이롭다.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도 가장 면적이 큰 곳. 알류트Aleut어(알래스카 원주민 언어의 일종)로 ‘위대한 땅’, ‘거대한 땅’이라는 뜻의 알래스카가 지명으로 굳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깨닫는다. 중간중간 뷰 포인트 지점에 서서 정지된 풍경을 감상할수록 자꾸만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참을 길이 없다. 사실 목적지는 수어드가 아니었다. 알리에스카 산Mt. Alyeska 기슭의 작은 마을 거드우드Girdwood다. 원래 작은 금광마을이었던 거드우드는 1930년대 후반 2차 세계대전 당시 금광을 폐쇄하면서 유령 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1949년 거드우드를 거치는 앵커리지~스워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도시는 재생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6년 후 알래스카 최대의 스키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다시 꽃을 피웠다. 무거운 부츠를 신고 뒤뚱뒤뚱 걸으면서도 한 손에는 스키나 보드를 쥔 스키어들이 생기 넘치는 얼굴로 활보하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알리에스카 스키 리조트의 인기는 단지 규모 때문은 아니다. 해발 800m 위, 짜릿한 코스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펼쳐진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자칫 방향 감각을 잃는 건 아닐지 다소 걱정스러웠다면 과한 걸까. 전 세계에서 모인 스키어들이 빠르게 내려가는 동안 나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알리에스카 스키 리조트에는 2,300피트까지 운행하는 트램이 있는데 종점에 1994년 오픈한 세븐 글래이셔스 레스토랑Seven Glaciers Restaurant이 자리한다. 통유리 밖을 찬찬히 살펴보니 결국 이곳은 빙하로 둘러싸인 레스토랑이다. 신선한 씨푸드 요리를 입 안 가득 음미하며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 알리에스카 피즈Alyeaska fizz 한 잔을 더하니 평소보다 더 빨리 알싸해진다. 그게 풍경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아직도 헛갈리기만 하다. 알리에스카 리조트Alyeska Resort 1000 Arlberg Ave, Girdwood, AK 99587 +1 907 754 2111 www.alyeskaresort.com ●알래스카 레일로드Alaska Railroad 촘촘한 바느질 따라 달리는 기찻길 밤잠을 좀 설쳤다. ‘기차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는데 ‘위대한 땅’을 가로질러 오를 생각에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었다. 희뿌옇게 내려앉은 어둠을 뚫고 이른 아침에 도착한 대합실에는 나만큼이나 들뜬 여행객들이 기차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을 지나자 짙은 파란색 위에 노란 띠를 둘러 맨 알래스카 레일로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탑승 전 승무원의 검표를 받는 것이 낭만 한 스푼을 더하는 느낌이다. 기차가 품고 있는 클래식함은 흘러간 세월을 반영했다. 알래스카 레일로드는 1914년 앵커리지를 기준으로 남쪽의 스워드에서 북쪽의 페어뱅크스를 잇는 철도 공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후 이듬해부터 지어지기 시작했다. 1923년 약 500마일 길이의 철도 공사가 최종 마무리되었다고 하니 시공부터 따지면 100살을 훌쩍 넘은 셈이다. 석탄이나 금을 실어 나르는 게 주목적이었던 것이 194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기차로 변신했다. 올해는 미국 국립공원 100주년을 맞아 드날리 국립공원, 키나이 국립공원, 카트마이 국립공원 등을 방문하는 특별한 여름상품도 준비했단다.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카메라로 찍어도, 눈으로 찍어도 공짜니 마음껏 담으세요! 운이 좋다면 무스Moose나 야생 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페어뱅크스Fairbanks까지 운행하는 기차는 도시에서 벗어나 거대한 자연의 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작은 산악마을 탈키트나Talkeetna에서 내릴 때까지 기차는 추카치 산맥Chugach national forest을 줄곧 끼고 달렸고 때로는 바다가, 때로는 빽빽한 숲이 창문을 채웠다. 하얀 설원 위에는 마치 촘촘하게 바느질을 해놓은 듯한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려도 양팔로 꼭 감싸 안은 자연뿐이다.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던 무스는 좌우로 연신 나타나 즐거움을 준다. 열차와 열차 사이에 서서 기차의 속도만큼이나 강한 바람을 맞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마음 속 꾹 담아 두었던 응어리가 찬바람에 눈발처럼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다. 여름에는 2층 야외 데크에서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골드스타 서비스Gold Star Service를 제공한다는데, 그땐 따뜻한 기운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알래스카 레일로드Alaska Railroad1 800 544 0552 www.AlaskaRailroad.com ●탈키트나Talkeetna언젠가 숨어들듯 쉬고 싶은 지친 몸을 이끌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싶을 때면 이 작고 평화로운 동네가 미친 듯이 그리워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돌고도 남을 만큼 소박한 마을, 드날리산을 오르려는 산악인들의 등산기지면서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동네인 탈키트나 이야기다.앵커리지에서 출발한 기차가 2시간을 달려 잠시 탈키트나에 멈췄다. 과거 골드러시가 일어났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골드러시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탈키트나를 지나는 알래스카 레일로드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지금도 인구 800여 명뿐인 작은 마을이지만 드날리산을 오르기 위한 산악인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4월 말부터 7월 초순까지 1,200여 명의 산악인들이 모이고 개인적으로 탈키트나를 방문하는 이들도 1,300여 명에 달한다. 경비행기 투어 및 액티비티 여행사는 물론, 빈티지한 롯지나 브루어리, 기프트 숍 등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이 마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환대 받는다는 느낌이다. 여름이면 제트 보트, 지프라인, 낚시,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더욱 활기를 띈다고. 작은 호스텔이나 롯지에 모인 여행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을 산책하는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진다. 잃어버렸던 이름을 찾아서 올해 미국 여행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국립공원 이야기다. 알래스카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도 바로 국립공원이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있는 59개의 국립공원 중 무려 10곳이 알래스카에 자리하니 그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이보다 더 반가운 것은 100여 년 만에 되찾은 이름이다. 해발 6,194m의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산Mt. Denali은 원주민어로 ‘높은 곳’, ‘위대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킨리산Mt. McKinley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 방문과 함께 공식 명칭이 다시 드날리산으로 바뀌었다. 1896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매킨리 이름에서 따온 산 이름이 본명을 되찾기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땅과 자원은 물론 역사마저도 빼앗겼던 원주민들의 아픈 손가락이 작으나마 위로받은 사건이다. 아이젠을 단단히 부착하고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 대신 경비행기 투어에 도전했다. 그 거대한 곳까지 직접 오르지 못해도 가까이서 보고픈 마음은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기상상태에 따라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고 했지만 다행히 하늘이 맑았다. 가볍게 떠오른 경비행기는 서서히 드날리산에 가까워졌고 아래는 온통 하얀 세상이 펼쳐졌다. 구름에 휩싸인 채 보일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산 정상은 뾰족한 겉모습보다 감촉이 궁금했다. 여름 시즌에는 베이스 캠프에 잠시 내려 눈밭에 푹 빠져 보는 경험도 가능하단다. 빙하와 빙하 사이를 거침없이 휘젓는 동안 하얀 세상에 비친 햇살이 눈부셨는지 눈가가 잠시 촉촉해졌다. 알래스카 겨울 액티비티 중 개썰매를 빼놓을 수 없다. 알래스카는 개썰매 분야에서 태릉선수촌 격이다. 매년 3월 초 열리는 아이디타로드 트레일 개썰매 경주Iditarod Trail Sled Dog Race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알래스카 전역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는다. 일행과 함께 찾은 개썰매 투어 업체에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약 90마리의 개들 중 40마리가 경주에 출전하는데 물고기나 고기 등을 먹기 좋게 잘라 요리해 영양을 챙기고 근육을 풀어 주기 위해 마사지까지 꼼꼼하게 받는다. 앵커리지에서 시작해 북쪽의 놈Nome까지 평균 12일을 달려야 하는 만큼 체력 관리를 충실하게 해야만 한다고.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개썰매 투어도 있다. 건강한 7~8마리의 개가 하얀 설원 위를 힘차게 내달린다. 시야에서 사라진 일행들의 경쾌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K2 항공K2 aviation탈키트나에는 드날리산을 돌아보는 경비행기 투어 업체가 몇 곳 있다. 그중 빨간색 간판이 돋보이는 K2 항공은 총 12대의 경비행기를 보유하고 있고 비행기마다 4명부터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인원도 다양하다. 4가지 루트 중 베이스 캠프까지 둘러보는 드날리 플라이어Denali Flyer가 가장 인기다. 약 1시간 20분 소요되며 베이스 캠프에 잠시 랜딩할 경우 30분이 더 필요하다. 545-14052 E. 2nd St. Talkeetna, AK 99676 +1 907 733 2291 www.flyk2.com 드날리 플라이어 루트 1인 기준 USD285, 랜딩 포함 가격은 USD370 ▶travel info ALASKAAirline한국에서 알래스카로 향하는 정규 직항은 없다.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 시즌 2~3차례 한시적으로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취재 때는 유나이티드항공으로 인천-샌프란시스코-시애틀-앵커리지 노선을 이용했다.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앵커리지 노선도 가능하다. SHOPPING앵커리지 쇼핑은 5번가앵커리지에서의 쇼핑은 뉴욕처럼 5번가5th Ave.로 통한다. 가장 큰 쇼핑몰이 5번가 몰5th Ave. mall이며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5번가 몰과 이어진 JCPenney는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엄청난 할인율을 자랑한다. 고급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5번가 몰 건너편에는 노드스트롬Nordstrom이 있다. 조용하면서도 한적한 쇼핑몰로 명품 브랜드도 입점해 있다. HOTEL쉐라톤 앵커리지Sheraton Anchorage 호텔앵커리지 다운타운에서도 최적의 위치를 자랑한다. 5번가 몰과는 도보 5분, 컨벤션 센터까지는 10분이면 이동 가능하다. 370개의 객실과 피트니스센터, 바, 스파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푹신한 침대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 준다. 401 East 6th Avenue Anchorage, AK 99501 +1 907 276 8700 www.sheratonanchorage.com 로드 하우스Road House탈키트나 다운타운에 있는 호스텔로 드날리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숙소로 삼는 곳이다. 1940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지만 아늑한 공간이다. 객실은 총 9개로 1층에는 세탁실과 공용화장실, 식사를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침 및 저녁식사와 베이커리도 판매하는데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들어 넉넉하게 제공한다. FOOD더 베이크 숍The Bake Shop알리에스카 데이 롯지 1층의 베이커리 숍이다. 천연발효 반죽으로 만든 빵이 유명하다. 발효시키는 데만 하루를 꼬박 보낸다. 시나몬 롤, 크렌베리빵, 당근 케이크, 쿠키, 샌드위치 등 종류가 다양하며 팬케이크가 특히 인기다. 오늘의 수프는 2~3가지 정도로 준비하는데 리필 가능하니 놓치지 말고 모두 맛보시길. 194 Olympic Mountain Loop, Girdwood, AK 99587 목~월요일 07:00~19:00 +1 907 783 2831 www.thebakeshop.com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알래스카관광청 www.travelalaska.com, 유나이티드항공 www.united.com
  •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④운젠시의 숨은 명소들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④운젠시의 숨은 명소들

    ●Temple & House 운젠시의 숨은 명소들 땅이 정해 준 삶의 방식 마지막 며칠은 온천과 화산을 벗어났다. 삶의 방식이 문화와 종교 속에 녹아 있으니 말이다. 운젠 사람들이 특별한 날마다 발길을 내려놓는 곳들을 찾았다. 기원하는 마음, 꽃피는 마음 땅이 정해 주는 삶의 방식은 불가항력에 가깝지만,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역시 위대한 힘을 지녔다. 운젠의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며 살아왔을까. 다치바나만이 내려다보이는 지지와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치바나신사가 있다. 1940년 전국민의 기부로 설립된, 나가사키현에서 두 번째로 큰 신사이자 공원인데 공원의 대부분을 벚나무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4월이 되어 800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면 밤낮으로 인파가 몰려들어 상춘객들의 성지가 된다. 높이가 9.7m나 되는 화강암 도리이(ㅠ자형 문)를 통과해 들어가면 양쪽에 벚나무가 도열한 호젓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꽃피는 4월뿐 아니라 다치바나신사로 수만명의 참배객이 모여드는 때가 한 번 더 있다. 높이가 14m나 되는 거대한 가도마쓰(소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설맞이 장식)가 세워지는 신년 때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운젠시 북부 구미니쵸의 아와시마신사도 특별하다. 아와시마신淡島神은 순산을 지켜 주는 신으로 일본 전역에 아와시마 계통의 신사가 1,000여 개나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구미니쵸의 신사가 특별한 이유는 작은 도리이를 통과하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 혹은 임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점점 크기가 작아지는 도리이를 차례대로 통과하면 순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산에 대한 기원이 이렇게 치열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망률이 높았다는 반증이다. 지금도 일본에는 ‘개의 날’이 있다. 개의 가죽을 배에 두르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도 개의 날이 되면 임산부들은 복대를 하고 신사를 참배한다. 그리고 아이를 순산하고 나면 복대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적어 다시 신사에 바친다. 가장 작은 도리이의 통과를 두고 망설이는 여자친구를 응원하는 남자의 표정도 진지했다. 최후의 관문이 되는 가장 작은 도리이는 성인 여성이 통과하기 어려운 난관이라 한쪽 팔을 들어 올리는 작은 기술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이런 간절한 기원 속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하니 사원 계단을 쪼르르 달려 내려가는 아이의 건강한 발걸음이 새삼 감사하다. 17세기 무사마을은 어땠을까? 부모의 간절한 기원 속에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 드디어 성년을 앞둔 두 꼬마아가씨를 아와시마신사에서 멀지 않은 코우지로쿠지神代小路에서 만났다. 내년에 성인식을 치루는 아유나양과 카호양은 화사한 기모노로 한껏 치장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나선 길이라고 했다. 특별한 날 기념촬영을 하기에도 좋은 코우지로쿠지 지구는 에도시대 나베시마 영주가 조성한 마을로 일본의 중요전통건조물군보존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코우지로쿠지가 위치한 현재 운젠시 구니미쵸는 시마바라 반도에 있지만 시마바라번의 영주가 아니라 당시 바다 건너(현재는 육지로 연결됨) 사가번에 소속되어 있었다. 무사들이 살던 마을임을 알려주는 징표는 낮은 돌담이다. 밖에서도 안을 감시할 수 있도록 담을 높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파견된 초대 번주는 나베시마 노부후사로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형이다. 이후 18대를 이어 온 나베시마 저택은 나베시마 가문의 병영터로 17세기 후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개보수를 마치고 2014년부터 내부를 공개하고 있는 나베시마 저택은 재미있는 건축 요소들을 품고 있다. 중정의 연못 정원은 비상시에 방화수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들보로 사용한 목재는 통나무를 껍질만 벗겨서 사용했기에 양끝의 굵기가 다르다. 옛기술로 만든 판유리의 두께가 균일하지 않아서 바깥 풍경이 마치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영주의 침실을 위해 유일하게 이엉지붕을 올려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든 인쿄토 건물(1860년 건축), 기와에 회반죽 접착제를 사용하여 지붕이 하얗게 보이는 일명 ‘하얀집’ 등이 일본 특유의 고산수 양식과 잘 어우러져 메이지 시대와 쇼와 시대의 건축 양식을 모두 보여 준다. 내부에도 수령 400년의 나무와 무사들의 갑옷 등등 흥미로운 것이 많지만 사람들은 역시 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겨우내 뜸했던 방문객들의 발길이 갑자기 불어나는 시기는 나베시마 저택 앞에 서 있는 수령 90년의 히칸자쿠라(타이완벚꽃)가 꽃을 피우는 2월 말부터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이제 막 피어나는 두 꼬마 아가씨만큼 예쁘지는 않았다. 발그스레한 볼에 봄이 벌써 와 있었다. 나베시마 저택雲仙市国見町神代丙103番地1 10: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300엔 +81 957 61 7778 *나베시마 나오시게 | 1583년 오키타나와테 전투 후 사가번주가 된 인물로, 임진왜란에도 참전했다. 귀국 길에 도공 이삼평 등을 사가번으로 납치하여 아리타야키, 이마리야키 등 오늘날의 일본 도자기 명산지를 만든 인물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코우지로쿠지를 영토로 부여받았다. ●Unzen People “운젠온천 센베는 바삭하고 예민해요”토오토미야 카토 류타씨 운젠 유센베온천수 전병가 왜 특별한지 이야기해 드릴까요? 밀가루에 계란, 설탕을 넣고 온천수로 반죽을 하거든요. 그러면 식감이 더 바삭바삭하답니다. 100여 년 전에 시마바라 성주가 좋아해서 만들기 시작한 거래요. 60년 전부터 가업으로 시작해 제가 3대를 잇고 있습니다. 보기보다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아요. 지금 보시는 옛 방식으로 만들면 유센베 1장을 굽는 데 15분이나 걸리거든요. 그래서 수제로 제작한 유센베는 하루에 300장만 한정 판매해요. 나머지는 2층의 공장에서 만든 것이죠. 유센베 만들기 체험도 있는데, 사실 이게 계절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질 정도로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불조절이 비교적 쉬운 봄과 가을에만 체험이 가능해요. 아, ‘미미’를 달라고요? 센베 먹을 줄 아시네요. 과자를 굽고 난 뒤 제거하는 자투리를 모아서 파는 것인데 하도 인기가 좋아서 일치감치 동이 나 버리죠. 여기 하나 남았네요. 맛있게 드세요! 토오토미야遠江屋 雲仙市小浜町雲仙317 +81 957 73 2155 08:30~22:00 센베 만들기 체험 1,000엔 “하야시라이스 소스만 1주일을 끊여요” 그린 테라스 시오미 마사히코 대표 료칸에서 먹는 가이세키 요리에 질리셨다고요? 그럼 운젠 온천마을의 별미인 하야시라이스*를 추천합니다. 운젠은 19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외국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했기에 그들의 입맛에 맞는 하야시라이스를 요리하는 집이 많았어요. 하야시라이스 맛집을 결정하는 기준은 당연히 데미글라스 소스죠. 제 경우에는 송아지뼈를 푹 고아내 육수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서, 소스 제조에 거의 1주일이 걸린답니다. 밥에는 노란 계란을 덮어 내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에 달달한 디저트류 메뉴도 다양하니 덮밥 한 그릇 하고 가시죠! 그린 테라스 운젠グリーンテラス雲仙 長崎県雲仙市小浜町雲仙320 +81 957 73 3277 11:00~17:00 하야시라이스 980엔(샐러드 스프 드링크 디저트가 포함된 세트메뉴 550엔 추가), 디저트류 600~700엔 *하야시라이스 | 한국에서는 ‘하이라이스’라고 부르는 바로 그 덮밥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일본 출판사겸 문구판매 업체 ‘마루젠’의 창업자 ‘하야시 유우테키’가 손님이 오면 데미글라스 소스에 고기와 야채를 함께 푹 익혀 밥과 함께 대접해서 그의 이름을 땄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달걀빵 먹고 온천욕도 하세요”카세야 카페 다카하시 카즈미씨 원래는 카세야란 이름의 작은 료칸을 운영했어요. 외국인 손님을 위해 아침식사용으로 빵을 구워냈는데, 그게 인기가 좋았죠. 그래서 아예 료칸을 접고 빵집을 차렸어요. 근처 료칸에 빵을 제공하기도 하죠. 제일 잘 나가는 빵은 ‘운젠 바쿠단’이예요. 온천수로 삶은 계란을 넣고 튀겨낸 빵이죠. 시마바라의 탄산수로 만든 운젠 레모네이드와 함께 먹으면 최고랍니다. 카레빵과 어묵빵도 좋아들 하세요. 료칸을 접긴 했지만 온천탕은 여전히 운영하고 있답니다. 3~4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욕장이라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대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카세야かせや 카페 雲仙市小浜町雲仙315 +81 957 73 3321 07:00~18:00, 수요일 휴무 커피 300엔, 운젠 바쿠단 1개 160엔 | 온천탕운영시간 7:00~17:00, 요금 50분 1,500엔 “자가짱은 짱짱맨입니다! “지지와관광센터 야마시타 나오키 대표 지지와전망대에서 구경 잘 하셨나요? 그럼 이제 자가짱을 만나실 차롑니다. 감자는 운젠시 최고의 특산물이죠. 봄, 겨울 두 번을 수확하니 생산량도 많아서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을 자랑합니다. 그 감자를 삶아서 막대에 꽂아 튀겨 낸 것이 자가짱이죠. 여기서는 최고의 군것질거리랍니다. 전망대에 위치한 지지와관광센터에 오시면 맛보실 수 있습니다. 참! 지지와관광센터는 치도리 카스텔라의 본점이기도 하답니다. 창업자이신 아버지가 아직도 판매대를 지키고 계시죠. 치도리는 ‘지지와의 닭’이라는 뜻인데, 카스텔라에 필요한 달걀을 공급하기 위해 직접 양계장을 만들어 2,000여 마리의 닭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1층에는 아늑한 카페테리아가, 2층에는 350명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개인여행자도, 단체도 환영합니다. 지지와관광센터千々石観光センター 長崎県雲仙市千々石町丙160 +81 957 37 2254 www.chidiwa.com 자가짱 1개 200엔, 카스텔라 1박스 1,050엔 부터 ▶travel info Japan UNZEN Navigation운젠시 찾아가기 후쿠오카를 관문으로 이용할 경우 하카타역에서 이사하야역까지 열차로 1시간 50분이 소요되고 나카사키를 관문으로 이용할 경우 나가사키역에서 특급열차를 타면 이사하야역까지 20분이 소요된다. 이사하야역에서 운젠시까지는 버스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구마모토에서 시마바라항까지 배로 이동하면 출발 항구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운젠온천관광협회 unzen.org Transportation시마테츠 원데이패스 시마바라 반도 내에서 이동은 시마바라 철도와 시마테츠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철도와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마테츠 원데이패스의 가격은 1,200엔. 이사하야역에서 시마바라외항까지 43.2km를 운행하고 있다. 나베시마 저택을 관람할 경우 해피트레인을 타고 코우지로마치역에서 하차하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버스의 경우 이사하야에서 출발해 오바마와 운젠을 경유해 시마바라까지 하루 15편이 운항된다. 오바마와 운젠 사이의 소요시간은 20분 정도다. 해피 트레인24개의 철도역 중에서 사이와이역, 아이노역, 아즈마역의 경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어로 ‘행복’을 뜻하는 ‘사이와이’, ‘사랑스러운’이란 뜻을 지닌 ‘아이노’, ‘우리 아내’를 뜻하는 ‘아즈마’가 이름이기 때문. 세 역의 입장권을 세트로 묶은 패키지 티켓은 연인이나 부부가 탐내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81 957 81 2277 500엔 www.shimatetsu.co.jp place 운젠 비도로미술관雲仙ビードロ美術館비로도는 유리의 포르투갈어다. 에도시대의 분유리와 19세기 보헤미안 유리 등 화려한 앤티크 유리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들어온 골동품과 이삼평의 제자들이 만든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81 957 73 3133 700엔 운젠 장난감박물관雲仙おもちゃ博物館일본의 옛과자와 장난감이라는데 어쩐지 낯익은 물건들이 많다. 1층은 장난감 가게이고 5,000여 점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2층에 있다. 추억 돋는 군것질 거리나 복고풍 기념품을 장만하기 좋은 곳. +81 957 73 3441 200엔 Accommodation 운젠 후쿠다야福田屋관광객들 대상으로 술이나 카메라 등을 팔던 상점이 커져 료칸이 됐다. 화실과 양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민예 모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4월부터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81 957 73 2151 www.fukudaya.co.jp 호텔 토요칸東洋館운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여관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이시다씨는 어린 시절부터 료칸 운영에 필요한 다방면의 소양을 익혔다고. 요즘은 염색에 심취해 있다. 오시도리 연못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노천탕뿐 아니라 장미탕 등 특색 있는 탕을 운영한다. +81 957 73 3243 www.toyokan.com 신유 호텔ゆやど雲仙新湯외부에서 온천수를 끌어 오지 않고 내부에 4개의 온천수가 나오는 료칸이다. 유카타의 치수가 맞지 않을 경우 게스트가 스스로 골라 입을 수 있도록 복도에 옷장을 비치하는 등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다. 노천탕이 딸린 객실도 4개가 있다. +81 957-73-3301 www.sinyuhotel.co.jp 운젠 미야자키 료칸雲仙宮崎旅館 황실 가족들이 묵어 갈 정도로 품격 있는 료칸이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만 봐도 그 격을 알 수 있다. 대지옥온천에서 분출되는 온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성분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숙박료도 높은 편이다. +81 957 73 3331 www.miyazaki-ryokan.co.jp 후키야富貴屋창문을 열면 운젠지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반대로 지옥순례 중에도 항상 후키야 여관의 모습이 보인다. 히노키탕이 있는 대욕장을 갖추고 있으며 장기 투숙자를 위한 공동 주방도 갖추고 있다. +81 957 73 3211 www.unzen-fukiya.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진혁 취재협조 운젠시 관광물산과 www.city.unzen.nagasak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성인 배우 뺨치는 명품 아역 배우들 스크린 점령

    성인 배우 뺨치는 명품 아역 배우들 스크린 점령

     아역 배우의 열연이 돋보이는 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성인 연기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아역 배우들의 등장이 한국 영화에 풍성함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객 6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는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흥행 열기는 촌뜨기 경찰 종구(곽도원)의 딸 효진으로 나오는 김환희(14)가 크게 거들고 있다. 초반에는 사랑스런 딸의 모습으로 미소짓게 하더니 중후반부에는 오컬트물의 원조격인 ‘엑소시스트’의 린다 블레어에 버금가는 귀신들린 연기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지난달 칸영화제 상영 당시 현지 관객들에게 출연진 중 가장 인상 깊은 배우로 손꼽혔을 정도다.  6개월간 네 차례 오디션을 거쳐 발탁된 김환희는 2008년 드라마 ‘불한당’을 통해 연기에 입문한 9년차 베테랑(?)이다. 2011년 KBS 연기대상 여자 청소년연기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연기력을 뽐냈다. 영화로는 ‘곡성’이 세 번째 작품. 아이 몸으로 감당하기 벅찬 장면들이 많아 프리프러덕션 단계에서부터 체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고 한다. ‘아역 배우가 아닌 그냥 배우’로 연기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는 나 감독은 “앞으로 반드시 지켜봐야할 놀라운 배우”라고 김환희를 치켜세웠다. 곽도원과 황정민도 “연기에서 환희에게 밀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5월 초 개봉한 조성희 감독의 ‘홍길동-사라진 마을’에서는 꼬마 소녀 말순 역의 김하나(7)가 선과 악이 공존하는 홍길동을 연기한 이제훈에 꿀리지 않는 입담을 과시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천진난만 하고 깜찍한 외모에 능청스런 대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무겁고 어두운 느와르 분위기에 숨통을 트이게 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첫 연기 경험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펼친다. 프로필 서류를 추리고 추린 끝에 200여명이 도전한 오디션 경쟁을 뚫었다고. 조 감독은 “처음에는 낯선 촬영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했고, 연기 경험도 없어 걱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말 다행이었다”고 돌이켰다. 올 여름에는 걸출한 아역 배우 한 명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7월 개봉 예정인 ‘부산행’의 김수안(10)이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고속열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좀비와 사투를 벌이는 공유의 딸 역할을 맡았다. 칸영화제에서 ‘부산행’이 세계 최초로 공개됐을 때 유머와 감동의 마초 연기를 펼친 마동석에 버금가게 박수를 받았다. 성인 배우 못지 않은 섬세한 감정 연기가 일품. 김수안은 ‘부산행’이 13번째 장편 영화 출연작일 정도로 충무로 감독들 사이에서 신동 중의 신동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 옴니버스 영화 ‘신촌좀비만화’의 피크닉 편에서 열연해 독립영화 축제인 들꽃영화상에서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신인여우상을 거머쥐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작품에서 김수안에게 반한 연상호 감독이 당초 남자였던 아역 캐릭터를 여자로 바꾸면서까지 ‘부산행’에 전격 캐스팅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4월 ‘해어화’에도 나왔던 김수안은 1일 스크린에 걸리는 ‘무서운 이야기3’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영화 홍보마케팅사 호호호비치의 이채현 대표는 “영상 콘텐츠에 익숙해지는 연령대가 낮아지며 성인 배우에 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치는 연기 영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요즘 한국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詩 사는 공간 아닌, 詩 얻는 공간 되길

    詩 사는 공간 아닌, 詩 얻는 공간 되길

    만남과 헤어짐, 도착과 떠남이 매일 교차하는 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시의 공간’이 움튼다. 시단의 현재를 이끄는 젊은 시인 유희경(36)이 차리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그가 시집 서점을 낸다는 소식은 문인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소문이 왁자하다. 새달 7일 오픈에 앞서 2일 열리는 김소연 시인의 시 낭독회는 유료지만 이미 매진이다. ‘어쩌자고 시집 서점을 차렸냐’는 질문에 시인은 공감의 웃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란 말을 되뇌었다. 착상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편집자 생활을 9년 했는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놀 순 없고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 했더니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더라구요. 박준 시인에게 처음 얘기했더니 ‘나는 시집 리어카를 해보고 싶었다’며 웃더라고요. ‘상업적으로 오래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성실히 잘 가꾸면 형한테 많은 게 남을 것 같다’고요. 빚만 남지는 않겠죠.”(웃음) 문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용기 있는 결정”, “편이 되어주겠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시인들이 좋다고 해서 용기는 많이 얻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인들이란 돈 셈을 못 하니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더라구요(웃음). 지금 워낙 관심이 많아서 한두 달은 잘될 것 같은데 저는 2년 정도 봐요. 회의적인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죠. 시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를 ‘얻어가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바람이에요. 안 망할 순 없을 것 같고(웃음) 신촌 향레코드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해요.” ‘위트 앤 시니컬’이란 서점 이름은 그가 대표로 있는 시 잡지 ‘눈치우기’ 멤버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위트 있는 시’라고 말했더니 하재연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 뭐야’라고 되물어서 우리끼리 깔깔대다 헤어졌죠. 명사와 형용사의 조합이라 문법적으로는 오류예요. 하지만 모든 시가 위트(재치)와 시니컬(냉소적)이라는 성정을 갖고 있잖아요. 마음에 들었죠.” 요즘 일부 시집이 잘 팔리는 추세를 미리 짚은 것일까. 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팔리는 시집만 눈에 띄는 매대에 나와 있고 오히려 서가에 꽂혀 있는 시집 권수는 대폭 줄었다”면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복합문화공간 카페 파스텔 안에 자리잡은 3평짜리 서점에는 2000여권의 시집이 채워진다. 매대의 주제는 외국시집 특별전, 시인의 첫 시집 등 늘 생동감 있게 바뀔 예정이다. 감각 있는 시인이자 눈 밝은 편집자가 그려주는 시의 지도, 시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만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읽었던 시는 선배들의 시거든요. 그래서 ‘시의 계보’를 큐레이팅 해보려고요. 나만 알고 있고 숨겨놓고 싶은 보석 같은 시집들,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같은 대형 문학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들이 펴낸 희소한 외국 시집들, 제대로 발굴 안 되거나 지금은 팬덤이 사그라져 찾지 않는 좋은 시집들…. 절판된 것도 많아서 중고책방을 열심히 뒤질 생각이에요. 제일 빨리 들여놓고 싶은 건 절판된 성석제 소설가의 시집 2권이에요. 매대를 보면 저뿐 아니라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들을 짚어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시 사는 공간 아닌 시 얻어가는 공간으로”

    “시 사는 공간 아닌 시 얻어가는 공간으로”

     만남과 헤어짐, 도착과 떠남이 매일 교차하는 서울 신촌 기차역 앞에 ‘시의 공간’이 움튼다. 시단의 현재를 이끄는 젊은 시인 유희경(36)이 차리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이다.  그가 시집 서점을 낸다는 소식은 문인들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미 소문이 왁자하다. 새달 7일 오픈에 앞서 2일 열리는 김소연 시인의 시 낭독회는 유료지만 이미 매진이다. ‘어쩌자고 시집 서점을 차렸냐’는 질문에 시인은 공감의 웃음을 터뜨리며 “어쩌자고”란 말을 되뇌었다. 착상은 지난해 여름부터였다.  “편집자 생활을 9년 했는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쉬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놀 순 없고 글을 쓰면서 재미있는 걸 해보자 했더니 할 줄 아는 게 시밖에 없더라구요. 박준 시인에게 처음 얘기했더니 ‘나는 시집 리어카를 해보고 싶었다’며 웃더라고요. ‘상업적으로 오래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성실히 잘 가꾸면 형한테 많은 게 남을 것 같다’고요. 빚만 남지는 않겠죠.”(웃음)  문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용기 있는 결정”, “편이 되어주겠다”는 격려가 쏟아졌다.  “시인들이 좋다고 해서 용기는 많이 얻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인들이란 돈 셈을 못 하니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사람들이더라구요(웃음). 지금 워낙 관심이 많아서 한두 달은 잘될 것 같은데 저는 2년 정도 봐요. 회의적인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붓겠다는 각오죠. 시를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시를 ‘얻어가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바람이에요. 안 망할 순 없을 것 같고(웃음) 신촌 향레코드처럼 누군가에게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됐으면 해요.”  ‘위트 앤 시니컬’이란 서점 이름은 그가 대표로 있는 시 잡지 ‘눈치우기’ 멤버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제가 발음이 좋지 않아요. 한번은 제가 ‘위트 있는 시’라고 말했더니 하재연 시인이 ‘위트 앤 시니컬이 뭐야’라고 되물어서 우리끼리 깔깔대다 헤어졌죠. 명사와 형용사의 조합이라 문법적으로는 오류예요. 하지만 모든 시가 위트(재치)와 시니컬(냉소적)이라는 성정을 갖고 있잖아요. 마음에 들었죠.”  요즘 일부 시집이 잘 팔리는 추세를 미리 짚은 것일까. 시인은 고개를 내저었다. “대형 서점에 가면 팔리는 시집만 눈에 띄는 매대에 나와 있고 오히려 서가에 꽂혀 있는 시집 권수는 대폭 줄었다”면서.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복합문화공간 카페 파스텔 안에 자리잡은 3평짜리 서점에는 2000여권의 시집이 채워진다. 매대의 주제는 외국시집 특별전, 시인의 첫 시집 등 늘 생동감 있게 바뀔 예정이다.  감각 있는 시인이자 눈 밝은 편집자가 그려주는 시의 지도, 시의 무늬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은 젊은 시인들의 시집만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이 읽었던 시는 선배들의 시거든요. 그래서 ‘시의 계보’를 큐레이팅 해보려고요. 나만 알고 있고 숨겨놓고 싶은 보석 같은 시집들,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같은 대형 문학 출판사뿐 아니라 작은 출판사들이 펴낸 희소한 외국 시집들, 제대로 발굴 안 되거나 지금은 팬덤이 사그라져 찾지 않는 좋은 시집들?. 절판된 것도 많아서 중고책방을 열심히 뒤질 생각이에요. 제일 빨리 들여놓고 싶은 건 절판된 성석제 소설가의 시집 2권이에요. 매대를 보면 저뿐 아니라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들을 짚어볼 수 있을 거예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서울포토] 새로 선보인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

    [서울포토] 새로 선보인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여름편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은 인근 직장인들이 여름을 맞아 새로 글귀가 바뀐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여름편 글귀로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 중 일부를 인용해 삶의 여유를 갖고 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서울포토] ‘광화문글판’ 여름편과 한 컷

    [서울포토] ‘광화문글판’ 여름편과 한 컷

    30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지나던 인근 직장인들이 여름을 맞아 새로 글귀를 바꾼 교보생명 광화문글판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고 있다. 교보생명은 이번 여름편 글귀로 이준관 시인의 구부러진 길 중 일부를 인용해 삶의 여유를 갖고 살자는 메시지를 담았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 작은 영화관, 강원도 문화의 힘 키운다

    작은 영화관, 강원도 문화의 힘 키운다

    5명 요청하면 열고 무료 상영도 양구·고성·영월·평창 문화 거점 첩첩산골 강원 산골 마을마다 들어선 작은 영화관들이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25일 강원도에 따르면 영화관이 없던 산골 마을마다 최근 작은 영화관(시네마)들이 건립돼 개봉 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구 2만 7000여명인 화천군에서는 2014년 화천읍 하리 산천어시네마(125석)와 지난해 말 사내면 사창리 토마토시네마(98석)가 각각 문을 열어 지금까지 연인원 11만여명이 관람하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이들 영화관은 하루에 5편의 개봉작을 상영하고 있다. 유료로 운영되며 4000~5000원을 받는다. 이 지역 영화관은 ‘작은 영화관 사회적 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화천 지역에는 두 영화관 외에 상서면에도 100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이 추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평화의댐 관리단이 운영하는 ‘평화영화관’(51석) 인기도 뜨겁다. 관리단은 2, 3개월에 한 차례 인접한 양구와 화천 주민, 군 장병들을 초청해 화제작을 무료 상영하기도 한다. 2012년 말 문을 연 양구군 국토정중앙영화관은 연간 2만여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 대표 문화 공간이다. 양구군은 CGV와 협약해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 최신 개봉작을 하루 3~4차례 상영하고 있다. 양구읍사무소 2층 청소년문화의집에도 15석의 초미니 영화관이 마련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규모는 작지만 음향·영상시설은 일반 영화관 못지않다. 지역 주민 5명 이상이 상영을 요청하면 문을 여는 비상설로 운영한다. 한겨울 농한기나 여름·겨울방학 때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6000원으로 CGV는 수익금 일부를 지역 학생들을 위한 ‘양록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특히 접경 지역 작은 영화관은 군 장병 면회를 온 가족들과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문화 공간을 제공하고 가족 중심의 여가 문화가 확산되는 등의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 고성군 현내면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찾아가는 작은 영화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현내면 16개 마을을 순회하며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인기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영월군 작은 영화관은 ‘지역 문화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노인회, 어린이집, 유치원 등 각계각층에서 단체 관람이 쇄도하고 충북 제천 등 강원도 밖의 주민들도 이용한다. 청소년 공연 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를 지원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평창 지역에는 작은 영화관 ‘HAPPY700 평창시네마’가, 홍천 지역에는 홍천시네마 등의 작은 영화관이 문을 열었고 삼척, 정선, 횡성 지역에서도 작은 영화관들이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태훈 화천군 홍보팀 주무관은 “작은 영화관은 지역 주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과 도심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적잖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대도시보다 싼 가격이지만 대형 영화관 못지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와 극장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강원 화천, 평창, 양구, 영월군 등 작은 영화관 인기 ‘대박’

    강원 화천, 평창, 양구, 영월군 등 작은 영화관 인기 ‘대박’

    첩첩 산골 강원 산골마을마다 들어선 작은 영화관들이 산골 주민들 문화공간으로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25일 강원도에 따르면 영화관이 없던 산골마을마다 최근 작은 영화관(시네마)들이 건립돼 개봉영화를 상영하기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인구 2만 7000여명 화천군에서는 2014년 화천읍 하리 산천어시네마(125석)와 지난해 말 사내면 사창리에 토마토시네마(98석)가 각각 문을 열어 지금까지 연인원 11만여 명이 관람하는 등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영화관은 하루에 5편의 개봉작을 상영하고 있다. 물론 유료로 4000~5000원이다. 이 지역 영화관은 ‘작은 영화관 사회적 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화천지역에는 두 영화관 외에 상서면에도 100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을 추가 조성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 평화의댐 관리단이 운영하는 ‘평화영화관’(51석) 인기도 뜨겁다. 관리단은 2, 3개월에 한 차례 인접한 양구와 화천 주민, 군 장병들을 초청해 화제작을 무료 상영도 한다. 2012년 말 문을 연 양구군 국토정중앙영화관는 연간 2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는 지역 대표 문화공간이다. 양구군은 CGV와 협약해 매주 토· 일· 공휴일, 최신 개봉작을 하루 3~ 4차례 상영하고 있다. 양구읍사무소 2층 청소년문화의집에도 15석의 초미니 영화관이 마련돼 인기를 끌고있다. 규모는 작지만, 음향 영상시설은 일반 영화관 못지않다. 지역 주민 5명 이상이 상영을 요청하면 문을 여는 비상설로 운영한다. 한겨울 농한기나 여름·겨울 방학 때 관람객이 많이 찾는다. 관람료는 성인 기준 6000원으로 CGV는 수익금 일부를 지역 학생들을 위한 ‘양록장학금’으로 기탁하고 있다. 특히 접경지역 작은 영화관은 군 장병 면회와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문화공간을 제공하고 가족중심의 여가 문화가 확산하는 등 시너지 효과까지 내고 있다. 고성군 현내면에서는 주민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찾아가는 작은 영화관’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현내면 16개 마을을 순회하며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인기 영화를 무료 상영하고 있다. 영월군 작은영화관은 ‘지역 문화거점'으로 자리 잡았다. 노인회·어린이집·유치원 등 각계각층에서 단체 관람이 쇄도하고 충북 제천 등 강원도 밖의 주민들도 이용한다. 청소년 공연장소로 활용하는 방안이 논의되면서 청소년들의 건전한 여가를 지원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평창지역에는 작은영화관 ‘HAPPY700 평창시네마’이, 홍천지역에는 홍천시네마 등 작은 영화관들이 문을 열었고 삼척, 정선, 횡성지역에서도 작은영화관들이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태훈 화천군 홍보팀 주무관은 “작은 영화관은 지역주민들의 문화욕구 충족과 도심 활성화에 기여하는 등 적잖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대도시 보다 싼 가격이지만 대형 영화관 못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자체와 극장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한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화성에도 미세먼지 존재? ‘화성 사계절’ 기록한 큐리오시티

    화성에도 미세먼지 존재? ‘화성 사계절’ 기록한 큐리오시티

    물론 지역에 따라서 큰 차이기 있지만, 지구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존재한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화성 역시 그렇다는 점이다. 화성에서 현재 활약 중인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로버(탐사로봇)는 큐리오시티와 오퍼튜니티 2대이다. 오퍼튜니티가 선배지만, 화성의 기후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이동 관측소를 탑재한 쪽은 덩치가 훨씬 큰 큐리오시티다. 최근 NASA는 큐리오시티가 2번의 ‘화성년’(Martian year, 지구 날짜로 687일)을 지났다고 발표했다. 다시 말해 화성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2번 보냈다는 의미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화성의 기후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 화성의 계절 지구에 사계절이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자전축이 공전 궤도면에 23.5도 정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화성 역시 25도 정도 기울어져 있어 지구처럼 사계절이 있을 뿐 아니라 남반구와 북반구의 계절이 반대다. 화성이 지구와 다른 점은 궤도가 화성보다 훨씬 타원이라서 그 영향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화성은 태양에 가장 가까울 때 2억670만km, 가장 멀 때 2억4920만km로 (대략 지구-태양 거리의 1.38배와 1.67배)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로 인해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꽤 차이가 있다. 당연히 이로 인해서 온도도 크게 변한다. 이런 공전 궤도와 자전축의 조합은 현재 큐리오시티 로버가 있는 게일 크레이터에서 겨울이 길고 여름이 짧아지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더 독특한 특징은 계절에 의한 온도 변화보다 오히려 밤낮의 기온 차이가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프 참조) 화성의 대기 밀도가 낮은 데다 지구처럼 열을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바다가 없으므로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극단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다. - 계절에 따라 기압이 변한다? 화성은 지구보다 춥고 건조하다. 큐리오시티가 있는 게일 크레이터는 낮에는 섭씨 15.9도까지 오르기도 하지만 밤에는 영하 100도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 화성의 수증기 압력은 지구 대기의 1/1000 이하에 불과하다. 물론 대기 밀도 자체도 지구의 해수면과 비교해서 1% 이하다. 그런데 춥고 건조한 것만이 화성 대기의 특징은 아니다. 화성 대기에서 더 흥미로운 사실은 계절에 따라 압력이 변한다는 것이다. 화성 대기 성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화성의 낮은 기온에서 드라이아이스로 존재한다. 그래서 화성이 추워지면 이산화탄소가 얼어서 대기압력이 감소하고 더워지면 드라이아이스가 기화되어 압력이 올라간다. 다행히 지구는 공전 궤도가 원에 가까워 1년 동안 받는 태양에너지의 양이 상대적으로 일정한 데다, 대기의 주성분인 산소와 질소가 계절에 따라 얼어붙을 정도로 기온이 낮지 않기 때문에 1년 내내 압력이 거의 일정하다. 이런 사실을 고마워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우리는 사실 지구 공전궤도의 혜택을 보면서 살고 있다. - 화성에도 미세 먼지가 있다? 화성의 대기 압력은 매우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바람이 분다. 그리고 이 바람에 미세한 먼지 입자와 모래가 날린다. 화성의 중력이 지구의 1/3에 불과한 데다 표면에는 고운 모래와 먼지 입자가 많기 때문이다. 큐리오시티가 있는 게일 크레이터의 경우 봄과 여름에는 먼지로 탁해져 가시거리가 30km까지 줄어들지만, 겨울철에는 130km에 달할 만큼 길어진다. 비록 우리가 화성의 공기를 직접 들이마실 가능성은 없지만, 화성의 공기는 주로 봄철과 여름철에 가장 나쁜 셈이다. 큐리오시티 로버에는 화성 기상관측소라고 할 수 있는 로버 환경 관측소 (Rover Environmental Monitoring Station (REMS))가 있어 화성의 기후를 끊임없이 관측한다. 덕분에 우리는 화성의 계절에 대해서 매우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될 것이다. 사진=ⓒ포토리아(맨위), NASA 고든 정 통신원 jjy0501@naver.com
  • 평창 만나러 가는 길 자연 곁에 멈춰 서다

    평창 만나러 가는 길 자연 곁에 멈춰 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글로컬 관광’이라는 색다른 개념을 내놨다. 글로컬이란 ‘세계화’(global)와 ‘지방’(local)의 합성어로, 지역적 특징을 살리면서 세계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표현이다. 예전부터 외래 관광객의 지역 분산과 다양한 방한 수요 충족을 위해 강조돼 왔던 개념이긴 하지만 이제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지역 고유의 관광 자원 개발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에 걸맞은 관광 상품도 마련했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공모를 벌여 5개의 지역 관광 대표 콘텐츠를 선정했다. 그중 하나가 강원도의 ‘헬로! 2018 평창!’이다. 지난주 문체부의 김종 제2차관과 함께 대표 프로그램 코스를 따라 평창 등을 돌아봤다. 교육·체험 시설도 잘 갖춰져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 맞춤하다. 봄은 늘 더딘 걸음으로 강원도를 찾는다. 아랫녘에선 벌써 여름의 기색이 역력하지만 강원에선 이제야 신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햇빛 받은 자작나무에선 연둣빛 알갱이들이 부서지고, 들꽃들의 아우성도 한창이다. 봄을 만끽하지 못한 이들이라면 강원도를 찾을 일이다. 강원도가 내놓은 대표 콘텐츠의 주제는 ‘미리 가보는 동계올림픽 개최지’다.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등 동계올림픽 주요 시설과 강릉, 정선의 관광지를 연계했다. 사실 동계올림픽까지는 아직 2년 남짓 남았다. 한데 정부에선 축제 분위기 조성을 서두르는 눈치다. 국내가 먼저 달궈져야 바깥쪽의 관심도 쏠리기 때문일 터다. 김종 차관이 부지런히 현지를 돌아보는 등 속도를 내는 것도 그런 이유겠다.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 입장료 단돈 2000원 사실 장삼이사들이 올림픽 경기 시설에 접근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도 문을 열어 둔 곳이 있다. 영화 ‘국가대표’ 촬영지였던 평창의 알펜시아 스키점프대다. 일종의 타워형 전망대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 평창의 빼어난 산하를 두루 굽어보고 내려온다. 건설 공사 당시 경기장 주변의 바람 세기를 잘못 예측하는 바람에 최근까지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야 그리 문제 될 건 없다. 스키점프대 프로그램은 입장료에 따라 달라진다. 입장료는 2000원(이하 어른 기준)과 6000원짜리 ‘스페셜’로 나뉜다. 둘 다 모노레일을 타고 4층 전망대까지 다녀오는 건 같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K98 점프대’를 다녀오느냐 여부다. ‘K98 점프대’는 실제 경기장이다. 선수 대기석까지 ‘하늘길’을 따라 다녀오는데, 이게 스릴 만점이다. 구멍 뚫린 철제 구조물을 딛고 오가기 때문이다. 숭숭 뚫린 구멍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보면 정말 한 발짝도 내딛기 어려울 만큼 오금이 저린다. 물론 ‘스페셜’ 프로그램이라야 ‘하늘길’을 디뎌 볼 수 있다. 초여름의 평창 하면 역시 계곡이다. 평창은 발왕산(1458m), 선자령(1157m) 등의 명산에 둘러싸였다. 산이 높으니 당연히 계곡도 깊을 터. 맑은 물 흐르는 계곡들이 즐비하다. 장전계곡은 흔히 ‘이끼계곡’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계곡미도 그에 못지않게 빼어나다. 수량도 늘 풍부하다. 과장 좀 보태면, 물길을 따라 수m에 하나씩 푸른 빛의 소(沼)가 형성된 듯하다. 막동계곡은 장전계곡에서 300m 정도 떨어져 있다. 계곡 초입의 아름다운 삼단폭포가 인상적이다. 계곡은 3㎞ 남짓 이어질 만큼 깊다. 인적 드문 곳을 찾는다면 원당계곡이 제격이다. 전체 길이는 6㎞ 남짓. 그 가운데 덕말~용소골 사이 약 2㎞ 구간이 일품이다. 원당계곡 아래는 뇌운계곡이다. 계곡이라고는 하나 사실상 평지를 흐르는 강과 다름없어 피라미 낚시 등 레저 활동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경포해변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전국 최고 강릉에선 ‘배다리집’ 선교장(船橋莊)을 먼저 찾는다.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이 1703년에 건립한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상류층 주택이다. 당호는 배(船)로 다리(橋)를 만들어 집 앞의 경포호까지 건너다녔다는 데서 비롯됐다. SBS 드라마 ‘사임당 허 스토리’의 사전 제작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늘고 있다. 행랑채가 길게 늘어선 ‘줄’행랑과 열화당, 동·서별당, 활래정 등 여러 채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열화당의 자태가 특히 빼어나다. 구한말 러시아 공사관 직원들이 선교장의 후한 대접에 대한 보답으로 남긴 철제 현관 지붕과 전통 양식의 건물이 이색적으로 어우러져 있다. 열화당 뒤 소나무의 기세도 장하다. 후손인 이강백 관장에 따르면 수령이 600년을 넘는다고 한다. 강릉에서 국내 해변의 ‘고전’ 경포해변을 빼놓을 수 없다. 워낙 이름값이 높아 낡은 관광지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시원한 풍경만큼은 국내 최고라 해도 좋을 만큼 빼어나다. 해변 앞 경포호는 달맞이하기 좋은 곳. 하늘의 달과 호수에 비친 달, 파도에 어른거리는 달, 술잔 속의 달, 그리고 연인의 눈동자에 비친 달 등 모두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호수다. 저물녘에 찾아도 서정적인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올림픽 홍보체험관 ‘온 가족 놀이터’로 제격 평창올림픽 홍보체험관은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올림픽 유치 과정의 자료와 경기장 시설 건립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종목별 선수들의 활약상을 보여주는 입체조형물 전시, 스키점프를 실감 나게 관람할 수 있는 4D체험관 등이 마련됐다. 건물들의 건축미도 빼어나다. 정선에선 삼탄아트마인이 주요 코스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최근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내방객이 부쩍 늘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송중기가 송혜교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장면, 송혜교가 테러범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장면 등이 촬영됐다. 송중기가 입었던 군복과 막사 침대 등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폐광 구조물과 예술 작품 전시 공간 등 볼거리도 많다. 입장료는 1만 3000원(어른)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사북석탄유물보존관서 느껴 보는 ‘광부의 삶’ 옛 광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사북석탄유물보존관을 권한다. 동양 최대의 민영 탄광이었던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의 흔적이다. 샤워실, 채탄 장비실, 세화실과 채광 장비 등 2004년 10월 31일 폐광 이후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 있다. 사북탄광은 폐광될 때까지 재직 광원이 6300명에 달했을 만큼 규모가 큰 탄광이었다. 그 덕에 여러 드라마와 영화의 배경이 됐다.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실제 폐광으로 입갱할 수 있는 ‘광부 인차’ 탑승 체험이다. 인차는 광부들이 타고 갱도를 오가던 궤도차량으로, 옛 인차를 안전시설만 보강해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체험시설은 오후 5시에 문을 닫는다. 최소한 오후 4시 이전에 가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사북 시내로 안내하지만 실제로는 강원랜드 안에 있다. 삼탄아트마인에서 멀지 않다. 입장료는 없다. 글 사진 평창·강릉·정선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맛집:평창 정강원(333-1011)은 전통음식을 맛보고 조리 체험까지 할 수 있는 곳이다. SBS 드라마 ‘식객’의 촬영지였던 곳으로, 정문 앞 장독대에 늘어선 300여개의 옹기가 눈길을 끈다. 평창군에서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올림픽 특선 메뉴 10개를 개발 중이다. 그 가운데 ‘눈대목’이라 불리는 황태칼국수(황태회관, 335-5795)와 ‘아라리’(한우불고기), ‘여심꽃밭’(비빔밥 샐러드) 등 세 가지는 현지에서 맛볼 수 있다. →가는 길:한국방문위원회는 외래 관광객들이 한류 관광지를 편하고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K트래블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노선은 대구, 강원, 전남, 경북, 동남권(부산, 울산, 경남), 한국관광공사 선정 올해의 관광도시(무주, 통영, 제천) 등 6개다. 지자체 운영 코스에 따라 1박 2일에 145~175달러(숙식 포함) 정도 받는다. 강원도의 경우 서울에서 출발해 평창 월정사와 알펜시아리조트(스키점프대 체험), 강릉 중앙시장, 안목카페거리, 오죽헌, 올림픽 홍보관(4D 체험), 정동진 등을 다녀온다. 원래 외국인 전용 상품이지만 여행주간 때 선보였던 내국인 친구 동행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 오는 6월까지 한시적으로 연장 운용할 계획이다. 내국인도 외국인과 같은 요금을 내면 된다. 공식 누리집(www.k-travelbus.com) 참조. 스키점프대(339-0410)는 알펜시아리조트 안에 있다. 평창올림픽 홍보체험관(651-1722)은 경포호 인근에 있다.
  • 상하이 고층빌딩 속… ‘세상에서 가장 비싼 폐허촌’

    상하이 고층빌딩 속… ‘세상에서 가장 비싼 폐허촌’

    화려한 상하이 시내 중심가 수십억 짜리 아파트 뒤편에는 세계 최고 금싸라기 땅에 위치한 '폐허촌'이 있다. 호화로운 고층빌딩 숲 속에 자리잡은 초라하기 그지 없는 고독한 섬과 같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폐허촌’이라는 불리는 이 곳은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눈독 들이는 ‘꿈의 땅’이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고,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부동산시장의 중심부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우닝루(武宁路) 근처의 광푸리(光复里), 이곳은 상하이 정부가 지난 16년 간 정비와 재건축을 끊임없이 시도해왔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부족한 보상금으로 갈 곳이 없어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땅에 살고 있는 폐허촌 사람들의 사연이 생겨난 배경이다. 현재 남은 20여 가구의 주민들은 기와벽돌과 쓰레기더미 사이에서 야채를 키우며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나고 있다. ‘집’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도 민망한 주택들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허름한 집 창문에는 유리도 없고, 벽에는 구멍이 숭숭 뚫렸다. 이곳에 사는 뤄(罗)씨는 부모님이 물려주신 3층짜리 건물에서 가족 및 형제들과 살고 있다. 그는 “부동산 개발상에게 집값으로 420만 위안(한화 7억5000만원)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한다. 현재 인근 지역의 집값은 1㎡ 당 8만 위안(한화 1445만원)을 웃돈다. 상하이의 집값 광풍으로 지난 3월에는 연초 대비 집값이 25%나 올랐다. 뤄씨의 요구 금액으로도 그 근처 50㎡(약 15평) 짜리 집을 겨우 구할 수 있을 정도다. 부동산개발상은 주민들에게 적정수준의 보상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철거민들과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부동산 개발상은 주민들에게 상하이 교외 북서쪽에 위치한 쟈딩(嘉定)지역에 집을 제공해 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고, 이조차 추가 부담금 없이는 들어갈 수 없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32년간 살아온 한 주민은 집문서를 잃어버려 아무 보상도 없이 쫓겨날 처지라 무작정 버티고 있다. 중국인들에게 ‘현금’과 ‘부동산’은 부의 상징이다. 유달리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5월 첫 주 상하이의 집값 평균 거래가격은 1㎡당 4만 위안(721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간 상하이 집값은 5배가 올랐고, 집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쪽 편은 20억 짜리 아파트에 살고, 이쪽 편은 월세 9만원의 폐허에 산다. ‘부’와 ‘가난’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상하이, 화려한 도시 이면에는 단절된 세계의 음영이 가리워져 있다. 사진= 东方IC 이종실 상하이(중국) 통신원 jongsil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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