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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서 맞는 겨울속 여름

    |코타키나발루 이기철특파원| 말레이시아의 휴양지 코타키나발루와 팡코르는 에메랄드빛 바다,잔잔한 파도,축 늘어진 야자수 등으로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겼다.1년 내내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간간이 비가 오는 여름 날씨를 보이는 곳이다.가족끼리,연인끼리,친구끼리 누구와 함께 해도 좋은 휴양지다. ●코타키나발루 콸라룸푸르에서 남중국해를 건너 항공편으로 2시간가량 걸리는 코타키나발루.세계에서 3번째 큰 섬인 보르네오섬 북쪽에 있다.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코타키나발루는 휴양형 여행지로 손꼽힌다. 코타키나발루의 마젤란수트라하버의 선착장 제티에서 보트를 20여분 타고 나간 사피섬.유리알처럼 맑은 바다 속에서 시워킹(Sea Walking)을 즐길 수 있다.사피섬 앞바다 수심 5m의 산호밭에 마련된 시워킹 코스에 들어서면 환상의 열대 바다가 열린다.입술처럼 생긴 회색 산호,벙거지 모양의 우윳빛 산호,형형색색의 산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어른 손보다 큰 조개,앙증맞은 빨간색 불가사리,만지면 쏙 오므라드는 말미잘….준비해 온 식빵 한조각을 꺼내자 열대어 무리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었다.황금색,빨간색,보라색 등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순식간에 식빵 한 조각이 없어졌다.몇 놈은 식빵이 부족했는지 손바닥을 간지럽히듯 깨물었다. 사피섬 해변가에서 시워킹의 여운을 간직할 수 있는 스노클링(snorkeling)도 권할 만하다.바다 표면에서 유영하는 진귀한 열대어들을 관찰할 수 있다.시워킹이나 스노클링은 간단한 안전교육만 받으면 수영을 못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낚시를 비롯해 스릴 넘치는 수상스키와 바나나보트,다이빙,윈드서핑,뗏목타기 등 듣던 대로 해양 레포츠의 천국이었다. 코타키나발루는 또한 등산과 트레킹으로 유명하다.말레이시아의 첫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키나발루산(해발 4095m)은 동남아에서 가장 높다.키나발루 국립공원에 사는 원주민 카다잔족은 이 산을 성스럽게 여긴다.죽은 자의 영혼이 키나발루에서 안식을 취한다고 믿고 있다. 키나발루 산은 초보 등산가들도 비교적 쉽게 등정할 수 있다.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3㎞ 남짓하지만 오르는 데는 17시간 정도 걸린다.방한복과 두꺼운 옷이 별도로 필요하다.정상은 바람이 거세 체감온도가 영하 10도까지 내려간다.오를수록 산소도 부족하다.등산 장비와 복장이 갖춰지지 않으면 입산을 허락하지 않는다. 코타키나발루의 대표적인 리조트는 샹그릴라 탄중아루(www.shangri-la.com)와 마젤란수트라하버(www.suteraharbour.com).두 곳 모두 해변가에 붙어 있어 남중국해의 일몰 광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팡코르 서부해안 페락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면 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의 팡코르에 도착하게 된다.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든 황홀한 섬이다.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아늑함을 주는 휴양지로 주목받고 있다.원래 팡코르섬은 말라카 해협을 항해하는 어부들이 큰 파도를 만났을 때 피신하는 곳이었다.한때는 해적들의 은신처이기도 했고 유럽의 정복자들이 통치하기도 했으나 요즘은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부르고 있다. 해양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황금빛 백사장 판타이 푸테리 데위,첫 방문자도 서슴없이 환상의 섬으로 부르는팡코르라우.그 명성답게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말라카 콸라룸푸르에서 해안선을 따라 남쪽을 향해 버스로 2시간가량,말레이반도 남쪽끝 조흐바루에서 북쪽으로 3시간쯤 되는 곳에 있다.말레이시아의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역사적인 유물이 많아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면이 많다.수마트라에서 추방된 힌두 왕자 파라매스파라가 1400년대에 정착한 곳이다.말라카란 지명은 그가 앉아 쉬었던 나무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이후 1511년 포르투갈 식민지가 된 이래 네덜란드,영국,일본,다시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57년에 독립했다. 당시 대규모 무역 시장으로 발전한 이곳은 중국·인도·아라비아 등의 선박과 상인들이 모여드는 기항지로 한동안 최고의 번영기를 누렸다.독립 이후 영국이 기항지와 투자처를 싱가포르로 바꾸는 바람에 쇠락했다. 말레이인·중국인·인도인·포르투갈 후예들이 모여 사는 말라카에는 각국의 유물들이 다 있다.서울 인사동거리와 비슷한 ‘종커(jonker)스트리트’에서 골동품과 민예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또불교·기독교·힌두교·회교 사원이 조금씩 떨어져 나란히 공존하고 있다.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치열하게 싸웠던 전장 아파모사,술탄 궁전,빅토리아 여왕 분수 등이 있다.시내를 둘러보는 데는 트라이포드쇼(세발 자전거)도 괜찮다. 말라카 강을 따라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것도 괜찮다.강물은 흙탕물이지만 이구아나와 망둥어처럼 생긴 물고기들이 뛰는 모습도 볼 수 있다.강 양쪽으로 200∼300년 된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하다.다만 국내에선 말라카 패키지 상품이 없는 게 흠이다. chuli@ 가이드 ●음식 국교인 이슬람의 주요 행사로,해뜰 때부터 해질 때까지 금식해야 하는 라마단 기간이 지난 24일 끝남에 따라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으론 찐계란·오이 등을 바나나잎에 싸놓은 나시레막,가장 흔한 말레이식 볶음밥 나시고랭,볶음국수 미고랭,꼬치에 꿴 닭·쇠고기 등을 숯불에 구워 땅콩 소스에 찍어 먹는 사테 등이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향이 독특한 인도 요리도 많다. ●입국절차 입국시 비자는 필요없다.하지만 여권의 유효기간이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된다.6개월 미만일 경우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미리 체크해야 한다. ●항공편 대한항공과 말레이시아항공이 콸라룸푸르까지 매일 1편씩 주 7회 운항된다.인천∼콸라룸푸르는 6시간 40분이 걸린다.인천∼코타키나발루 직항(말레이시아 항공)편도 있다.금·토요일 주 2회 출발하며,5시간가량 소요된다.자유여행사(3455-8888),한화투어몰(311-4304),모두투어(318-6442),테마피아(391-0918) 등이 코타키나발루 패키지를 판매한다. ●기타 체항 시간은 길지만 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화폐단위는 링기트(RM).미화 1달러당 3.5링기트 정도여서 1링기트는 우리 돈으로 350원쯤 된다. 현지에서만 환전이 가능하다.전기는 240볼트,50㎐로 전기에 예민한 기기는 어댑터를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전국민의 절반가량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까닭에 국제전화를 걸기 위한 공중전화 부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의사항 열대 기후이지만 호텔·택시·버스·쇼핑센터 등은 냉방이 잘 되어 있으므로 가벼운 긴팔 옷을 하나쯤 준비하는 것이좋다.회교 사원에 들어갈 때는 신을 벗어야 한다.반팔 여성들에겐 겉옷과 스카프가 제공된다.문의 말레이시아관광청(02-779-4422).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달라지는 日 장례문화

    236만 6000엔(약 2576만원).일본인이 장례 한 건에 들이는 평균 비용이다.놀랍게도 13년 가까운 장기불황인데도 일본의 장례비는 늘어나는 추세다.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탓에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간다. 그러나 큰 흐름은 ‘작은 장례’ 쪽이다.거품이 한창이던 시절,거창한 장례식을 치러야만 체면이 섰던 일본인들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한편에서는 개성을 좇아,고인에 어울리는 장례가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다른 한편에선 장례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소비자협회가 내놓은 장례에 관한 소비자동향(2003년)을 보자.거품경제 붕괴 직후(1992년) 208만엔이던 평균 장례비용은 11년새 28만엔 늘어난 236만엔이 됐다. 장례회사인 ‘코프 종합장제’의 야기 기획부장의 설명.“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이기도 하지만 장례에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장례를 소박하게 치르자는 ‘검소한 장례’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들인다.그래서 일본 전체로는 평균비용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와 이웃한 가나가와현의 22개 생활협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저렴한 장례를 제공하기 위해 공동설립한 이 회사의 이용자들의 상당수는 검소한 장례를 택한다.야기 부장은 “장례식을 하지 않고 화장만 하겠다는 사람도 있을 만큼 소박한 장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소박한 장례의 이유는 여러가지다.먼저 고령화.사망자의 45%가 80세 이상이라는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그 자식들은 60세 이상을 넘기 일쑤다.사회에서 퇴역한 상주(喪主)가 친족 이외의 문상객을 부르기 어렵게 된 사정은 짐작키 어렵지 않다. 아이를 덜 낳는 소자화(少子化),지역 공동체 붕괴로 ‘우리 집 장례는 우리 손으로'라는 의식이 퍼지면서 가까운 친족마저 부르지 않고 가족끼리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도 큰 변화다. 지난 여름 남편을 여읜 에쓰코(63)는 장례식을 치르지 않았다.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유해를 곧바로 화장했다.임종에서 화장에 이르기까지 자식 2명이 함께 했을 뿐이다.49일이 지난 뒤 친족과 고인의 친구들에게 ‘사망 보고’를 했다.가족끼리의 장례는 망자(亡者)의 뜻이었다. 반드시 금전적인 사정만은 아니지만 “돈을 많이 들이지 않겠다.”거나 “자식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의식의 변화도 적지 않다.미국의 장례회사인 ‘올 네이션스 소사이어티’가 이달 중순 도쿄 긴자에 사무실을 내고 장례시장에 뛰어든 것도 이런 흐름의 반영이다.이 회사는 자택이나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의 운구,화장에 이르기까지의 기본 장례에 25만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장례 규모가 작아지면서,문상객도 줄고 부의금이 줄어드니,장례의 규모를 축소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 ●다양화하는 장례,개성 추구 장례 벤처기업인 ‘니치료쿠’는 4년 전 합리적인 가격,편리한 교통을 내걸고 도쿄 한복판에 맨션식 빌딩 묘지를 내놓았다.6185명의 유골을 납골할 수 있는 이 묘지는 지금까지 4700명분이 팔렸다. 데라무라 사장은 “처음에는 팔릴까 조마조마했으나 교통이 편리하고,가격면에서 유리해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2호 묘지 빌딩을 오사카 시내 중심부에 구상하고 있다.”고말했다. 한 구좌당 70만엔으로 가격이 저렴하고,장의를 집행하는 스님이 상주하는데다 30만∼100만엔 하는 계명(戒名·죽은 사람에게 지어주는 법명)을 무료로 제공한다.도쿄 돔 운동장 맞은편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이 맨션형 묘지 구입자의 30%는 현재 살아있는 사람으로 사망하면 화장된 뒤 이 곳에 유골이 묻히게 된다. 이 묘지의 오우치 지점장은 “일본은 4년 뒤면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노인들이 더 많아지는 시대가 된다.”면서 “합리성을 추구하는 지금의 젊은이들이 부모 장례를 치르는 2030년대쯤이면 간소한 장례가 보다 보편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쿠호도 종합연구소가 지난해 12월 10∼70대의 수도권 남녀 3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장례 의식조사’에 따르면 남녀 모두 소박한 장례,개성있는 장례를 “지지한다.”는 의견이 76.2%를 차지했다. 그러나 소박한 장례의 반대편에서는 고급을 추구하는 브랜드 지향도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지난 8월19일 도쿄도청의 한 사무실.도쿄 시내의 도립 공원묘지인 ‘아오야마 레엔’의묘지 50기의 공개추첨식이 뜨거운 열기 속에 열렸다.3.65평짜리가 1030만엔(1억 1216만원)을 호가하는 이들 묘지에는 무려 2205명이 응모해 4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서민들로서는 엄두도 못낼 고가의 묘지에 ‘있는 사람’들이 사후의 사치를 위해 몰린 것이다.니치료쿠의 데라무라 사장은 “장례가 양극화되고 있다.”면서 “본사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평균 장례비용이 129만엔이지만 1000만엔씩을 들이는 손님들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사망 후 절차 대행 NPO 각광 가족 대신 장례를 치러주는 NPO(비영리활동법인)의 등장도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이다.‘리스 시스템’은 혼자 살거나 자식은 있지만 ‘사후처리는 내 손으로' 하겠다는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생겨난 단체다. 사망진단서 발급,장례 집행,화장장에서의 유골 처리에서부터 집 정리,공공요금 정산같은 자질구레한 일까지 도맡아 해준다.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사후에 희망하는 서비스 내용을 살아 있을 때 공증을 통한 유언을 통해 리스 시스템과 계약을 맺는다.사후 처리를 딱히맡길데가 없는 사람과 NPO,장례업자가 3각관계를 맺는 셈이다. 지난 10년간 공증 계약을 맺은 사람은 1420여명.이 중 120여명이 사망했다.일단 이곳에 입회금 5만엔을 내면 계약이 성립된다.사후 처리에 드는 기본비용은 50만엔 정도.이 돈은 계약을 맺고 1년 이내에 내면 되지만 죽은 뒤 사망보험 등을 통해 ‘납부’해도 된다. 리스 시스템은 이런 사후 처리 외에도 살아 있을 때의 수술 보증인,양로원의 신원 인수 보증도 대행하는 것은 물론 치매에 걸렸을 때 후견인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마쓰시마 대표는 “장례나 수술 보증인을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맡기는 일은 10년 전에는 거의 없었다.”면서 “가족이 있건 없건 가족을 대신해 생전,사후 처리를 부탁하는 사람이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arry01@ ■장의평론가 히몬야 하지메 |도쿄 황성기특파원|“일본의 거품경제 붕괴는 어떤 의미에서는 일본의 장례문화를 다양화시킨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례 잡지 ‘SOGI’의 편집장인 히몬야 하지메(57)는 “과거 큰규모만을 지향했던 일본 장례는 90년대 들어 개성화,간소화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개성화라면? -죽은 사람에 어울리는 장례다.국화만이 아닌 고인이 좋아했던 꽃을 장식한다든가,영정의 검은 리본을 없애는 것은 물론,웃는 얼굴을 쓰고 있다.이빨을 드러내거나 모자를 쓴 영정은 금기시됐으나 지금은 등산을 좋아했던 고인은 등산모를 쓴 영정도 쓴다.영정을 3개나 쓰는 장례식도 있다.얼마 전 참석했던 장례식에서는 고인이 가라오케에서 불렀던 노래를 틀기도 했다. 어떻게 간소화되고 있는가. -돈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가급적 고인과 친했던 사람들 중심의 장례이다.가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장례의 양극화 현상이란. -안 쓰는 사람은 돈을 안 쓰고,있는 사람들은 보다 질높은 장례를 추구하고 있다.세계적인 브랜드 명품점과 100엔숍이 일본에서 모두 장사가 잘되는 이치와 같다.돈 들이는 장례는 일류기업의 회사장이라면 1억엔도 들어가고,개인의 경우 1000만엔 정도를 쓴다. 소박한 장례가 인기를 끈다던데. -그렇다.‘가족끼리만'이라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다만 ‘소박한 장례를 하고 싶다.'는 희망과 실제 치르는 장례가 다르다.주변 사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소박한 장례라기보다 타인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끼리만 조촐히 치르는 가족장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지 모른다. 소박한 장례가 늘어나는 이유는. -과거 지역공동체의 장례였던 것이 지금은 개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도시화,근대화에 따른 것이다.그렇지만 소박한 장례,‘작은 장례’가 반드시 ‘싼 장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예전에는 ‘작은 장례’는 가난한 사람의 전유물이었으나 지금은 돈이 있어도 ‘작은 장례’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작지만 비싼 장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신문들의 부고란만 해도 사망하면 부고가 나가던 것이 요즘에는 게재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장례를 치른 뒤 부고를 내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도 재미있는 현상 중 하나이다. 일본의 화장률은 왜 높은가. -5세기 때 화장이 시작돼 에도(지금의 도쿄)나 교토 등 도시부를 중심으로 확산됐다.1900년경 30%이던 화장은고도성장기에 접어든 1960년 60%를 넘었다.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화장장 건설비를 지원했다. 지자체는 조례를 만들어서 새 묘지에는 화장한 유골만을 넣도록 했다.묘지 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의 조례에 일본인들의 저항이 없었다.지금은 99%로 세계 제1위이다.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 올 보졸레 누보 애주가 설레게하는 ‘세기의 맛’

    올해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가 11월 셋째주 목요일인 20일 0시 전세계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전날인 19일 오후 5시부터 보졸레 지방의 수도인 보주에서는 햇 포도주의 출시를 기념하는 각종 축제가 열린다.하지만 보졸레 누보가 담긴 와인 통의 개봉은 자정을 기다려야 한다.자정이 되면 와인을 개봉해 즉석에서 시음하고 포도넝쿨을 불에 태우는 전통적인 ‘레 사르망텔’ 축제가 절정을 이룬다.주말인 23일까지 보졸레 지역에서는 ‘보졸레 포도주 살롱’,‘보졸레 식도락’ 등 120여개의 크고 작은 축제들이 열려 전국 각지와 전세계에서 새 술을 맛보기 위해 찾아온 포도주 애호가들을 즐겁게 한다.올해는 포도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여름의 폭염으로 당도가 높아져 보졸레 역사상 가장 과일 향이 풍부하고 질이 좋은 포도주가 생산됐다고 현지 재배업자들은 흥분하고 있다.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은 일 년에 한 번쯤 실컷 포도주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보졸레 누보가 올해에는 어느 해보다 훌륭할 것이라는 소식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보졸레 지방에선 품질관리를 위해 생산연도별로 품질 등급을 매기는데 올해 보졸레 누보는 가장 높은 등급인 별 다섯 개를 받았다.별 다섯 개면 세기에 한 번,혹은 몇십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경이로운 수확연도에 해당한다. 올 보졸레 누보가 어느 해보다 더욱 기대가 되는 것은 유럽을 강타했던 지난 여름의 폭염 덕분이다. 보졸레 지방은 공식수확일보다 15일 이른 8월14일에 포도를 따기 시작해 8월 말에 수확을 끝냈다.지금까지 기록된 가장 이른 포도 수확일은 1893년 8월25일이었다. 우박과 바람,가뭄 등 기후조건이 좋지 않아 12개 주요 산지의 수확량은 평균 40%가 줄었다.하지만 1월부터 8월까지 평균 일조시간은 300시간 늘어나면서 포도주는 붉은빛이 강해지고 과일 향과 꽃 향이 진해졌다. ●기대되는 ‘세기의 맛’ 보졸레 지역에서 포도원을 운영하고 있는 니콜 드 루시는 “고온과 충분한 햇빛,적은 수확량으로 요약되는 올해 보졸레 누보는 아름다운 보라색과 조화를 이룬 석류빛을 띤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빛깔과 함께 포도주를 감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향기에 대해서는 “잘 익은 붉은 과일과 검은 과일,제비꽃과 붓꽃의 향기를 섞어 놓은 듯한 향을 지니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최고로 치는 1978년 보졸레 누보 이후 맛보지 못했던 강한 과일향을 올해 보졸레 누보에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은빛이 돌고 알이 작은 ‘갸메(Gamay)’ 품종을 주원료로 하는 보졸레 지역의 포도주는 원래 신맛이 적고 부드러운 편이다.올해 보졸레 누보의 경우 그 부드러움이 어느 해보다 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처음 입맛은 신선하고,갈수록 뒷맛이 넉넉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서민들을 위한 축제의 술 보졸레 누보의 유래는 아주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예전에는 아무나 포도주를 마실 수 없었기 때문에 포도따기를 마친 뒤 지친 농부들을 위해 갓 수확한 포도의 즙을 내서 급하게 술을 빚어 마시게 했다.때문에 ‘노예의 음료’라고 불리기도 했던 햇 포도주는 13세기경부터 대중화돼 보졸레와 리용 지방 서민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와인에 굶주린 보졸레 지방 사람들이 그 해에 생산된 포도로 즉석에서 포도주를 만들어 마시고,여분을 시장에 내다팔기 시작했고 1951년 11월13일 발효된 포도주 판매와 관련한 간접세 문서에 의해 다른 포도주보다 이르게 출하하도록 허가받으면서 보졸레 누보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세월이 바뀌어 전 세계인이 즐겨 찾고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여전히 ‘서민의 술’로 인식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올해는 지난해보다 포도 수확량이 줄어 가격도 10% 정도 올라 한 병에 4∼5유로 정도가 되지만 30∼40유로는 줘야 살 수 있는 보르도나 부르고뉴 지방의 질 좋은 포도주에 비해서는 무척 싼 편이다.노동자 등 저소득층도 일 년에 한 번쯤은 부담없이 실컷 마실 수 있는 포도주가 바로 보졸레 누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의 성공사례 보졸레 누보는 탄소를 섞어 만드는 독특한 양조법으로 빠른 숙성기간을 거쳐 만들어진 만큼 오래 보관하는 포도주가 아니다. 깊은 맛도 보르도나 부르고뉴 등 다른 프랑스산 포도주에 비해 덜하고 그다지 긴 역사를 지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세계적인 유통에 성공한 이유는 다분히 ‘전세계 동시 출하’라는 공격적인 포도주 마케팅의 결과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지역 특유의 포도주였던 관계로 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보졸레 누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50년대 파리에 입성해 부담없는 가격으로 파리의 비스트로에서 젊은 손님들에게 사랑받는 포도주로 자리잡았을 당시에도 출하일은 매년 유동적이었다.그러다 67년부터 11월15일 0시로 고정됐다.보졸레 누보의 출하와 동시에 각 식당과 바,판매점에 나붙은 ‘보졸레 누보 도착(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e)’이라는 알림판도 이때부터 사용됐다. 1985년부터는 전세계 동시 출하일을 11월 셋째주 목요일로 정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올해에도 여름의 폭염 때문에 포도수확 시작이 다른 해보다 15일이나 앞당겨지면서 출하일을 2주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일부에서 제시되기도 했으나 보졸레 지역의 포도주 재배 관련 단체들은 예외를 두지 않고 전통을 지켜 11월 셋째주 목요일에 출하하기로 했다. ●판매신장세 지속 ‘포도주의 여왕’ 보르도나 ‘포도주의 왕’ 부르고뉴 포도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졸레 누보를 ‘상업적인 술’이라고 곱지 않은 시선을 주기도 하지만 이같은 마케팅 전략을 고수해 온 결과 보졸레 누보의 인기는 계속 치솟고 있다.정해진 때가 아니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는 희소가치도 애주가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6300만병(48만 헥토리터)이 생산돼 총 매출 8600만유로를 기록했다. 이중 28%(2550만병·19만 헥토리터)가 150개국에 수출됐다.가장 많이 수입한 나라는 일본으로 710만병을 수입했고 이어 독일(700만병),미국(400만병),네덜란드(150만병)가 뒤를 이었다.한국과 러시아는 최근 수입량이 급속히 늘고 있는 신흥시장으로 꼽힌다. lotus@ 보졸레는 중동부산 포도주의 통칭 누보는 새롭다는 뜻의 프랑스어 보졸레 누보의 누보(nouveau)는 새롭다는 뜻으로 영어의 ‘new’에 해당하는 프랑스어. 프랑스 중동부에 있는 부르고뉴 지방과 론 지방에 걸쳐 있는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주 12종을 통틀어 보졸레로 부르는데 이 가운데 ‘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주’에서 그해 수확한 포도를 원료로 빠르게 숙성시켜 일찍 출하하기 때문에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보졸레’는 남쪽과 서쪽의 72개 마을에서 나오는 포도주를 일컬으며 보졸레 누보의 3분의2가 이곳에서 생산된다.좀더 질이 좋은 평을 듣는 ‘보졸레 빌라주’는 대부분 언덕 위에 위치한 38개 마을의 포도원에서 생산된다.보졸레와 보졸레 빌라주에서 생산되는 포도주의 50%(평균 45만 헥토리터)가 보졸레 누보이며 이중 절반은 외국에 수출된다. ‘갸메 느와르 아 쥐 블랑’은 보졸레 지방의 유일한 품종이다.프랑스나 다른 국가에서도 아주 드물게 생산하며 모방할 수 없을 정도로 과일 향이 풍부한 햇포도주를 생산하기에 가장 적합한 포도 품종이다. 제조법도 일반 포도주와 다르다.과일 향을 잘 보존하기 위해 포도를 일일이 손으로 수확해 포도송이째 탱크에 넣고 봉인한다.보통의 포도주가 4∼10개월 이상 숙성시킨 후 병에 담아서 팔기 시작하는 데 비해 보졸레 누보는 4∼5일간의 짧은 탄산가스 침용기간을 거쳐 통에 담아 2∼3개월 정도만 숙성시킨 것이다. 포도주 양조에서 품질관리,도매상들의 구매,국내외 운송을 위한 출하까지 일정이 주간 단위로 짜여져 일사불란하게 진행된다. 포도원의 관계자로 구성된 인증 위원회는 시음 단계에서 포도 나무의 크기부터 포도주 제조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조건들을 준수한 포도주만을 가리고 알코올 함유량(13% 이하)과 산도(5g 미만) 등에서 합격한 것에만 이름을 부여한다. 보졸레 누보는 매우 선명한 붉은 빛을 띠고 있으며 과일 향이 풍부하고 상큼한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다른 적포도주에 비해 약간 차갑게 12도 정도에 보관했다 마시는 것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는 비결이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맛이 무겁지 않기 때문에 생선,육류 등 어느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그러나 가벼운 감칠맛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야 2∼3개월에 불과해 일반 포도주처럼 장기간 보관해 봐야 오히려 맛이 떨어진다.
  • 25년후 당뇨환자 4명중 1명

    평생 관리해야 하는 당뇨지만 겨울로 접어드는 이때가 특히 관리에 중요하다.여름,가을을 나느라 체력이 고갈된 데다 과식과 맵고 짠 음식,불규칙한 생활에 길들여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최근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여 경각심을 더해 주는 당뇨병 예방법과 질환자의 겨울나기를 짚어보자. ●최근의 발병 추이 국제당뇨연맹은 최근 ‘아시아권의 당뇨병 증가추세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우리나라의 경우 60년대까지 1%대에도 못미치던 당뇨병 발병률이 최근에는 선진국의 2배에 육박하는 7%대까지 높아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거 40대 이후에 많던 것이 최근에는 20∼30대는 물론 청소년과 중년 여성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연대의대 내과학교실 차봉수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당뇨병 발병의 특이한 경향은 젊은 연령층과 중년 여성에게서 당뇨질환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여성의 경우 근육 양이 남자의 3분의 2에 불과해 똑같이 체중이 늘어도 대사질환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더 높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안 걸릴 수 있다 최근 한국을 찾은 국제당뇨연맹 조지 알베르티 총재(66·영국 임페리얼컬리지 대사내과 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인도 등 아시아권의 당뇨병 발생률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향후 25년 내에 지금의 2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전 국민의 7%대,350만명으로 추정되는 당뇨병 유병률이 25년 후에는 무려 1000만명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놀라운 예시다. 그는 이어 “내 경우 젊어서 비만했던 데다 당뇨에 취약한 체질이어서 40대를 전후해서는 매주 4∼5일을 회당 5∼8㎞씩 달리고 있으며,식단도 육류 대신 야채와 생선 위주로 바꿨다.또 빵도 갈색 빵을 먹는 등 가능한 한 양질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려는 노력 덕분에 지금은 당뇨병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당뇨병은 누구나 의지만 가지면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국제당뇨연맹은 아시아에서 당뇨병 발병률이 증가하는 주요 이유로 식생활의 서구화에 따른 음식 섭취량의 증가와 상대적인 운동 부족,고령화 등을 들었다.이런문제제기에서 보듯 당뇨병은 육류 중심의 지나친 열량 섭취와 운동부족이 주요 발병 원인이다. ●질환 관리 당뇨환자는 과식하면 고혈당,적게 먹으면 저혈당이 되기 쉽다.따라서 편·과식을 피하되,일정 양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섭생법이 중요하다.보통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60대20대20으로 배분하는 것이 적당하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혈당조절이 안되면 합병증이나 지방·단백질 대사장애를 초래,고혈압이나 관상동맥질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일단 합병증이 발생하면 치료가 힘들고 진행을 막기도 어렵다.특히 당뇨질환자는 신장합병증을 조심해야 한다.신장질환자의 40% 이상이 당뇨를 동반하고 있을 만큼 신장질환은 당뇨환자에게 흔하고 심각한 합병증이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성은 간과하고 있다.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신장질환은 오랜 기간을 두고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자각증상을 느꼈을 때는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우리 나라의 경우 현재 신장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한 중증 신장질환자 3만5000명 가운데 40%가 당뇨성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체중관리도 중요하다.일반적인 표준체중은 자신의 키(㎝)에 100을 곱한 값에 0.9를 곱한 것이다.자신의 체중이 표준체중의 110∼119%면 과체중,120이 넘으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체질량 지수(BMI)의 경우 23 이하면 정상,23∼25면 과체중,25가 넘으면 비만으로 본다.허리 둘레(㎝)는 남자 90,여자 80을 넘지 않아야 한다. ●운동 및 혈당관리 적당한 운동은 혈당을 조절해 합병증을 예방하며,예방 효과도 뛰어나다.당뇨질환자에게는 빨리 걷기,자전거타기,수영 등이 좋으며,식후 1∼2시간이 지난 뒤 40∼60분 정도가 적당하다.강도는 ‘약간 힘들다.’고 느낄 정도면 된다.운동 전 혈당이 300㎎/㎗ 이상이면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하며,100㎎/㎗ 이하이면 저혈당이 올 수 있으므로 적당히 간식을 먹고 시작한다.너무 덥거나 추울 때는 혈당 조절이 어려우므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사실,운동으로 소모되는 열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지만 운동이 체질을 건강하게 바꿔주기 때문에 권장된다.나쁜 체질을 가진 사람은 규칙적인 운동으로 유전적 소인을바꾸거나 당뇨 관련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와 작용을 개선할 수 있다. ■ 도움말 연대의대 내과학교실 차봉수 교수.고대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백세현 교수. 심재억기자 jeshim@
  • 낙엽천국/늦가을 경남 함양 上林나들이

    낙엽만큼 상반된 느낌을 주는 게 있을까.낙엽을 밟으며 사랑을 키우는 연인이 있는가 하면,흩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실연의 아픔을 삭이는 사람도 있다.이파리를 떨군 나뭇가지는 앙상하기 이를데 없지만 그 아래 수북하게 쌓인 낙엽더미는 푸근함을 준다.그래서 감성이 풍부한 사람치고,젊었을 적 지는 낙엽을 보고 시인 흉내 한번 안내본 사람 없을 것이리라. ●통일신라시대 조성된 인공 활엽수림 2만여평 지는 가을을 만나러 경남 함양 상림(上林)에 갔다.누군가 상림을 ‘낙엽의 천국’이라고 했었지.그래,기왕 낙엽을 밟으려면 천년이 넘는 연륜이 쌓인 활엽수림에 가보자.놀랍게도 상림은 1100여년전 조성된 인공활엽수림이다.통일신라 말 진성여왕 때의 대학자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이름) 태수 부임후 조성했다고 한다.마을을 가로지르던 위천(渭川) 범람을 막기 위한 호안림(護岸林)이다.당시 심은 나무들이야 모두 늙어 죽었지만 그들은 대를 이어 씨앗을 뿌렸고,10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귀중한 활엽수림으로 남았다.상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활엽수림이다.당시엔 상림과 하림을 합쳐 6만여평이었으나,지금은 길이 1.4㎞,폭 200m,2만7000여평만 남아 있다. 크고 작은 활엽수들이 가득 들어찬 상림.여름이면 하늘을 덮어 한 줌 햇살도 허용치 않을 만큼 무성했던 이파리들이 지금은 반쯤 졌다.숲 가운데 난 큰 길은 물론,사이사이 오솔길은 온통 낙엽 천지.길이 아닌 숲속으로 들어가니 발목까지 빠지는 낙엽더미가 부스럭거리며 낯선 손님을 경계한다. 상림엔 수십년에서 수백년 수령의 110여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졸참나무,느티나무,팥배나무,사람주나무,감나무 등이 주요 수종.나무의 종류가 다양하고 나무 굵기도 제각각이어서 통일신라 때 조성됐던 숲이라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낙엽색깔도 조금씩 다르다.참나무 계통은 떨어질 때부터 갈색이지만,느티나무나 감나무 이파리는 떨어진 뒤에도 완전히 마르기 전까지는 붉거나 노란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낙엽더미 속 아이들 천진함에 웃음 절로 상림 이곳저곳엔 사진작가들이 삼각대를 받쳐놓고 가을이 내려앉는그림을 잡고 있다.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찍으며 이들은,화려함을 뒤로하고 거름으로 썩고자하는 자연의 겸허함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마침 인근 유치원에서 소풍을 나왔다.어른들에겐 사색의 대상인 낙엽도 아이들에겐 그저 놀이의 수단일 뿐.두 손 가득 낙엽을 집어 뿌려대는 아이들 표정에 천진함이 넘친다.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까르르 까르르’ 내는 웃음소리에 심각한 척 고독을 ‘씹던’ 어른들도 슬며시 미소를 머금는다. 상림엔 숲을 가로지르는 실개울과 군데군데 세워진 함화루,초선정,화수정 등 정자들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숲 한편엔 최치원 신도비와 척화비 등 함양에서 선정을 베푼 위정관들을 기리는 비석들을 모아놓았다.또 최치원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김종직 등 함양에서 태어났거나 살았던 대학자 11명의 흉상을 세워놓은 인물공원이 조성돼 있다. ●지리산 북부 한신계곡 수려함 일품 들판 한 가운데 조성된 상림의 평탄함이 아쉽다면 지리산 북부 한신계곡으로 발길을 돌려보자.마천면 백무동에서 세석고원까지의 험준하면서도수려한 계곡미가 일품. 맑고 고운 물줄기가 10㎞ 정도 이어지는 이곳은 원래 한여름철 피서지로 유명하지만 늦가을 풍치도 그만이다.특히 백무동부터 첫나들이 폭포까지 계곡과 절벽을 사이에 두고 평탄한 오솔길이 2㎞ 정도 이어지는데,어지러이 나뒹구는 낙엽과 아직 색깔을 잃지 않은 단풍 물결이 만추의 서정을 빚어낸다.이 오솔길은 어린 아이들도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잘 닦여져 있다.1960년대 초 한 벌채업체가 목재 운반을 위해 조성한 도로였다고 한다.숲속 길을 한참 걸어가면 등산로와 계곡이 만나게 되는데,그 지점에 첫나들이 폭포가 있다.20여개의 물줄기를 자랑하는 이 폭포는 바람폭포로도 불린다.폭포수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철제 다리 아래로 쏟아지는데,다리 위에서보다는 아래서 위로 보는 풍광이 더욱 장관이다.한신계곡의 등반 기점인 백무동까지는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용추 자연휴양림선 숙박도 가능 안의면에 위치한 용추계곡도 가벼운 산행을 즐기며 가을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곳.계곡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10분 정도 올라가자 용추사가 나오고,그 아래 15m 높이의 용추폭포가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낸다. 폭포를 지나 소로에 접어드니 바람에 쓸린 낙엽이 수정처럼 맑은 계곡물에 쏟아져 내린다.용추계곡 끝에는 함양군에서 조성한 용추 자연휴양림(055-963-9611)이 있어 산책과 산림욕을 즐기기에 좋다.예약하면 휴양림내 산막에서 묵을 수도 있다.숙박료는 2.7평형(4인용) 3만원,4.5평형(6인용) 4만원. 글·사진 함양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88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함양IC 표지판이 보이면 빠져나와 우회전해 5분쯤 가면 함양읍이다.가던 길로 직진해 읍내를 지나가면 위천이 나온다.위천을 건너기전 우회전해 천변 도로를 5분쯤 달리면 상림과 만난다.한신계곡은 함양읍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용추계곡은 북쪽으로 각각 이정표를 따라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동서울터미널에서 함양까지 고속버스가 5회 출발한다.함양읍에서 택시를 타면 상림까지 기본요금에 갈 수 있다. ●숙박 상림 주변 및 함양읍내에 별궁장여관(055-963-9241∼3),상림장여관(055-963-1170) 등 여관이 많다.함양읍 죽림리 가재골관광농원(055-963-9952),인산동천관광농원(055-963-8793) 등을 찾으면 전원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정여창 고택 함양 지곡면엔 조선 전기의 유학자 정여창의 후손인 하동 정씨들의 집성촌이 있다.정여창 고택은 하동 정씨의 종갓집.3000여평의 대지에 총 17동의 건물을 지었으나 지금은 12동만 남아 있다.경북지역의 폐쇄적 공간구조와 달리 안채와 사랑채 등이 개방식 구조로 분할되어 집이 밝고 화사하다.솟을대문을 통해 마당에 들어서면 ㄱ자 사랑채가 자리잡고 있다.정원 한편의 굽은 소나무와 배롱나무 등이 선비의 은은한 멋을 풍긴다. 건축 당시의 모습을 상당부분 유지하고 있어 남도 고건축 연구의 중요한 사료로 평가되는 양반가옥이다.문의 함양군청 문화관광과(055-960-5555). 식후경 예나 지금이나 귀한 손님상에 빠지지 않는 요리중 하나가 소갈비찜이다.함양 안의는 갈비찜,그중에서도 안의고추갈비찜(사진)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체인점이들어서 있지만 어디 본고장의 맛을 따라가랴.상림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거창 방면으로 가다보면 안의면사무소 소재지가 나온다.갈비찜 간판을 단 식당이 꽤 많다.토박이인 듯한 할아버지가 맛있다고 가리키는대로 들어간 곳이 ‘옛날할머니 갈비식당’. 메뉴는 안의고추갈비찜과 갈비탕 딱 두가지.갈비찜은 1접시에 2만5000(2인)∼3만5000원(3인),갈비탕은 5000원이다.혼자 왔으니 1만5000원짜리로 만들어달라며 떼를 쓰다시피해 갈비찜을 시켰다. 붉은 빛이 도는 고기와 몇가지 야채,갖가지 고명이 어우러진 갈비찜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인근 거창이나 산청에서 기른 한우고기에 매콤한 청양고추와 풋고추,붉은 고추로 맛을 내 매콤달콤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난다.육질이 참 부드럽고 쫄깃하다.찬 물에 핏물제거 5시간,갈비 삶는데 8시간,양념에 재어 다시 조리는데 1시간 반 등 총 15시간의 공이 든다는 주인의 자랑 때문인지,맛이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055)962-0163.
  • 우리농수산물 日서 ‘흔들’

    우리나라 농수산물이 일본시장에서 중국산에 떠밀려 설 땅을 잃고 있다. 중국산 농수산물의 저가(低價) 공세로 최근 수출량이 크게 줄면서 우리나라의 몇 안되는 농수산물 수출시장마저 중국에 내 줄 처지에 놓였다.중국은 허술한 수출 검역체계 때문에 수입이 금지된 일부 채소·과일류에 대해서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내세워 일본에 시장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농수산물유통공사와 KOTRA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말까지 우리나라가 일본에 수출한 농수산물 규모는 1016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전략 수출품목인 김치와 인삼,표고버섯 등을 제외한 나머지 신선야채류와 과일류,축산물의 수출량이 대부분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일본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산 밤이 올 여름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수출 단가가 오르자,그 틈새를 값싼 중국산 밤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국내산 수출은 1550t에 그쳤다.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7%나 감소했다. 또 신선도와 품질이 중국산에 비해 나은 편인 국내산 딸기(-53.4%),가지(-46.7%),오이(-46.9%) 등도 수출량이 50% 안팎으로 줄었다. 특히 닭고기는 국내의 돼지콜레라 파동으로 돼지고기에 대해 수출 중단 조치가 내려진 뒤 상대적으로 수출이 늘었으나 중국산과 시장다툼 끝에 2.8% 증가에 그쳤다.그나마 일본 정부가 중국산 가금육에 대해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수입정지 조치를 취해 수출 감소폭이 적었다. 일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국내산 농수산물도 중국산에 밀리고 있다.올들어 9월말까지 일본은 국내산 인삼 408t을 수입했으나 같은 기간 중국산은 750t을 들여왔다.김치는 상당수가 중국에 진출한 한국 업체들의 수출품이긴 하지만,국내산이 2만 3061여t에 그친 데 반해 중국산은 4만 2906t에 달했다. 김은 일본 정부가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한해 2억 5000만매(1매는 4.3㎡)의 수출쿼터를 배정하고 있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이에 항의,수입시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산 김은 연간 14억매가 일본을 제외한 미국,타이완,홍콩 등에 수출된다.일본 해태도매상연합회는 지난 5월 모임을 갖고 가격·물량면에서 안정적인 중국산 김에 대한 수입허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수산업 분야의 약소국인 우리나라는 일부 전략 품목을 중심으로 미국·중국·일본 등에 소량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대한 수출액은 151억 4300만달러로 2000년 이후 수출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농수산물유통공사 유명근 대리는 “일본은 일부 농산물의 기준 등급을 13등급으로 분류할 정도로 품질관리가 엄격하다.”면서 “수출시장에서 중국산을 제치고 살아남는 길은 규격화와 표준화,고급화뿐”이라고 강조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책 /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더

    법전 지음 조계종출판사 펴냄 “산은 본래 산이라는 모습을 말한 바 없고,물은 본래 물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산이 언제 스스로 산이라고 말했습니까? 물이 언제 스스로 물이라고 말했습니까? 다만 미혹한 중생이 산과 물을 구별짓고 부처와 중생을 차별짓고 있을 뿐입니다.” 조계종 종정 법전(속명 김향봉·해인총림 방장) 스님의 사상과 수행 역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행기와 법문을 묶은 책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더’(조계종출판사 펴냄)가 출간됐다. 전남 함평 출신인 법전 스님은 24살의 나이에 만행 중 문경 봉암사에서 성철,청담 스님 등과 함께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는 이른바 봉암사 결사(結社)에 동참한 뒤 줄곧 참선수행으로 일관한 한국의 대표적인 선승. 별로 말이 없고 한번 수행에 들었다 하면 3개월 이상 두문불출 용맹정진을 계속해 불교계에선 ‘절구통 수좌’로 통하며 평소 제자들에게 지독한 수행을 강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법전 스님과 성철 스님의 인연은 각별한 것으로,한국전쟁으로 봉암사 결사가 와해된뒤스님은 성철스님을 따라 통영 천제굴로 들어가 시봉하면서 도림이라는 법호를 받았다.성철 스님이 대구 파계사 성전암에서 10년간 문 밖에 나오지 않은 그 유명한 ‘10년 동구불출(洞口不出)’을 시작할 때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친 일화는 유명하다. 1986년부터 8년간 해인사 주지를 맡다가 1996년 해인사 제7대 방장으로 추대됐고 지난해 10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으로 선임된데 이어 지난해 4월 제11대 조계종 종정으로 추대됐다.현재 해인사 퇴설당에 주석하고 있다. 책에는 뼈를 깎는 수행담과 함께 성철 스님을 비롯한 선승들과 교유한 이야기들이 상세히 실렸으며 1996년부터 지난 여름까지 하안거·동안거 기간에 설법한 90여편의 법문이 수록돼 있다.2만원. 김성호기자 kimus@
  • 제주 늦가을은 은빛세상

    ●제주 서남부로 떠나는 가을 스케치 산록이나 들판,발 닿는 곳마다 일렁이는 은빛 억새물결.새파란 가을하늘 아래 비친 산호 빛 바다.노랗게 익어가는 감귤. 이맘때 제주는 특별한 계획 없이 천천히 드라이브만 즐겨도 심심함이 느껴지지 않는다.육지에선 이미 두어달 전에 져버린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가 하면,한라산 능선엔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이색 풍광을 선사한다. 잠시 차를 세운 나들이객들은 지천으로 깔린 귤밭에 들어가 귤을 따고,말을 타고 억새꽃 날리는 들판을 달리며 제주 가을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제주 서남부를 중심으로 깊어가는 가을 스케치에 나섰다. 남제주군 안덕면 1115번 산록도로변.천천히 차를 몰아 억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던 드라이버의 코끝이 갑자기 가렵다.차창을 통해 몰려오는 알싸한 향기.눈앞에 펼쳐진 것은 새하얀 메밀밭이다. 3000평,아니 5000평쯤 될까.누가,왜 이렇게 메밀을 많이 심었는지 모르겠다.지난 늦여름 강원도 봉평에서 보았던 메밀꽃이 가을을 넘어 겨울을 향해가는 지금 이렇게 곱게 제주의 가을을수놓을 수 있다니. ●하얀 메밀밭·은빛 억새밭 눈이 부시다 투명한 가을 하늘 아래 일렁이는 메밀꽃 물결은 혼탁한 늦여름 하늘 아래 펼쳐진 것보다 아름다움에선 한 수 위다. 메밀꽃은 이곳뿐만 아니라 북제주군 애월읍 16번 도로 인근 항몽유적지 앞에도 물결을 이루고 있다.항몽유적지에서 나온 사람들은 앞다투어 꽃밭에 뛰어들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 몇 군데 안되지만 메밀밭이 하나둘씩 늘어가면,유채꽃이 제주의 이른 봄을 화사하게 단장하듯,메밀꽃은 제주의 늦가을을 온통 하얗게 장식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메밀밭이 있는 1115번 산록도로 및 이곳과 이어진 95번 서부관광도로 주변은 제주에서도 억새가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히는 곳.산굼부리 분화구처럼 한 군데 대규모로 억새밭이 펼쳐져 있지는 않지만,차로와 오솔길,또는 오름 기슭을 따라 촘촘히 핀 억새가 오히려 운치를 더한다. 특히 1115번 도로 주변엔 잠깐 차를 세우고,산책을 즐길 만한 오솔길이 군데군데 있어 연인들이 데이트를 즐기기에 그만이다.95번 도로와 한라산사이엔 크고 작은 수십개의 오름들이 마치 키를 재듯 튀어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조랑말공연장이 있는 그린리조트 앞은 샛별오름을 비롯한 10여개의 봉우리 밑으로 일렁이는 억새물결이 장관이다. 가을의 정취는 한라산으로 이어진다.한라산에 오르는 여러 코스 중 서쪽에선 영실코스로 오를 수 있다.코스 길이(3.7㎞)가 비교적 짧으면서도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울긋불긋 한라산 단풍에 마음 뺏기고 1115번 산록도로에서 99번(1100도로)을 갈아타고 제주시 쪽으로 가다 보면 영실입구가 나온다.여기서 우회전해 가파른 길을 10분쯤 올라가면 산행기점인 영실휴게소를 만난다. 휴게소부터 1시간쯤 오를 때까지는 키 큰 활엽수들이 하늘을 덮고 있다.울긋불긋 물이 들기 시작한 단풍에 취해 걷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때부터는 허리 높이 정도의 관목,억새가 산을 뒤덮고 있다.시야가 탁 트인다.투명한 날씨 덕에 제주 서남쪽으로 펼쳐진 해안풍광이 손에 잡힐 듯하다. 등산로 오른쪽으론 계곡 건너 기암절벽이 위용을 뽐낸다.절벽 꼭대기엔 뾰족한 바위들이 수없이 줄지어 있는데,이름하여 ‘오백나한’ 바위다.산행은 윗세오름 대피소(해발 1700m)까지.정상인 백록담은 자연휴식년제가 실시중이어서 더이상 올라갈 수 없다.대피소에 서면 서쪽으로 대정·고산, 남쪽으로 서귀포·중문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렁주렁 황금 귤 따기, 또다른 재미 제주 곳곳엔 승마장이 많다.말은 언제나 탈 수 있지만 억새 만발한 들판에서 즐기는 운치 만점의 승마는 이맘때만 가능하다.영실에서 99번 도로를 따라 되짚어 내려오다 보면 길 오른쪽에 에덴승마장(064-738-9247)이 있다.렌터카 업소를 통해 예약하면 8000원에 탈 수 있다. 이색 레포츠인 ATV(All-Terrain Vehicle)도 타보자.ATV는 바퀴가 4개인 오토바이로,서부관광도로 서광사거리 인근에 체험장(064-794-5577)이 있다.기본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너른 제주의 들판을 달리며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30분 기준 1인승 1만 5000원,2인승 2만원. 10월 말부터는 제주 어디를 가도 노랗게 익어가는 귤 천지다.도심을 벗어나면 어느 집이나 들어가도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귤나무와 귤이 담긴 박스가 가득하다.대부분의 농장에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1인당 3000원만 내면 마음껏 귤을 골라 따먹고,구입도 할 수 있다.제주 감귤 농업협동조합(064-739-5401). 제주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렌터카 렌터카 여행은 이제 제주 나들이의 기본.제주도는 12번 순환도로를 중심으로 섬 횡단도로 및 산록도로 등이 잘 정비돼 있어 지도 한 장만 있으면 불편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공항 대합실을 나서면 왼쪽에 렌터카 업체들이 모여 있는 구역이 따로 있다.요즘은 여행 비수기를 맞아 대부분의 업체들이 렌트료를 할인해준다.대장정여행사(064-711-8288)의 경우 LPG 차량을 빌리면 요금은 50% 할인해 주고,어린이용 조랑말 승마체험권 2장을 선물로 준다. 공항 주차장을 나서면 가장 먼저 12번 순환도로를 만나게 된다.한라산 영실코스로 가려면 99번(1100도로)도로로 갈아타면 된다.시내를 나와 대정으로 향하는 서부관광도로를 타면,메밀밭이 펼쳐진 항몽유적지,억새와 오름이 잘 어우러진 그린리조트 주변,메밀꽃과 억새를 함께 볼 수 있는 1115번 산록도로로 이어진다. ●숙박 편리함,쾌적함을 내세워 5년 전부터 제주에 생기기 시작한 펜션이 지금은 600여개에 달한다.호텔 못지않은 시설과 수려한 전망을 갖춘 곳도 많지만 일반 여관 수준에 주방시설만 갖춘 이름뿐인 펜션도 적지 않은 게 현실.숙소 안내 전문 사이트인 숙소닷컴은 제주의 아름다운 펜션 20곳을 선정해 펜션사이트(www.jejudopension.co.kr)로 바로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이용 고객을 위한 항공료 할인 구매 및 렌터카 할인 예약 대행 서비스도 실시한다. ●마라도 여행 시간이 난다면 마라도에 가보자.한반도 최남단 섬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무척 멀게 느껴지지만 송악산 아래 산수이동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면 왕복 뱃시간 및 섬 관람까지 2시간 30분밖에 안걸린다.얼핏 돌아보면 밋밋하게 느껴지는 섬이지만,오랜 해풍의 영향으로 형성된 기암절벽과 거친 파도에 깎여 생긴 해식동굴 등이 볼 만하다.해안선 길이가 총 4.2㎞에 불과해 넉넉잡고 1시간이면 돌아볼수 있다.유양해상관광(064-794-6661)이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1시간 간격으로 유람선을 띄운다. 식후경 요즘엔 시원한 갈칫국과 갈치회,흑돼지 바비큐가 먹을만 하다.제주에서 갈치는 10∼11월에 가장 많이 잡히고 맛도 좋다.하얀 살이 쫄깃쫄깃 씹히는 갈치회는 고소한 뒷맛이 일품. 갈칫국은 갈치를 넣어 끓은 뒤 호박과 야채,마늘 등을 넣어 맛을 내는데,뜨거울 때 먹으면 전혀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서귀포항에서 정방폭포 방향으로 200m 정도 가면 나오는 갈치요리 전문집 ‘칠십리’(064-762-2366)의 음식 맛이 유명하다.회는 1접시 2만원,갈칫국 백반은 1인분 7000원. 털이 검어 흑돼지라고 하는 제주 토종돼지는 방목하기 때문에 육질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것이 특징.갖은양념에 버무려 구운 불고기와 생고기 구이가 인기다.제주 서쪽 협재해수욕장 앞의 ‘상록가든’(064-796-8700),남원 해안의 통나무집 레스토랑인 ‘별주부전’(064-764-8899)이 잘하는 편이다.상록가든은 특히 생고기 구이를,별주부전은 양념구이를 맛있게 한다.각각1인분 8000원.
  • 영화단신

    서울 상암동 CGV 홍콩영화제 ‘영화로 홍콩 문화를 만끽’. 26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상암동 CGV상영관에서 ‘2003 홍콩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처음 마련된 이 영화축제는 ‘무간도’와 이소룡의 ‘맹룡과강’ 등 70년대부터 최근까지 국내 상영돼 호평을 받은 8편의 작품을 골랐다. 개막작인 ‘쌍웅’의 주연을 맡은 리밍(黎明)이 한국을 방문해 팬들과 만남의 자리도 갖는다.홍콩특별행정구정부가 주최하는 영화제 참가작은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www.cgv.co.kr 한국영화 여름극장가서 선전 한국 작품들이 지난 7∼9월 ‘할리우드의 텃밭’인 여름 영화시장에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영화진흥위원회와 맥스무비가 서울지역 박스 오피스를 집계한 결과 한국영화는 이 기간 47.9%의 관객 점유율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P 늘어났다. 반면 미국영화의 점유율은 44.5%로 4.6%P 줄었다.또 한국영화 관객점유율이 9월 추석대목을 맞아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9월에 상영된 영화는 모두 33편으로 ‘오!브라더스’가 1위에올랐고,‘캐리비안의 해적:블랙펄의 저주’와 ‘조폭 마누라2:돌아온 전설’이 뒤를 이었다.
  • 바다가 내집 같은 ‘해양생태 파수꾼’/수중촬영 전문가 신승구 씨

    “바다는 어린 아기와 같습니다.잘 돌봐주면 무럭무럭 자라고 내버려두면 금방 죽고 맙니다.” 서남해안의 ‘환경 지킴이’ 신승구(辛承九·37·광주시 북구 임동)씨는 바다를 살아 숨쉬는 ‘생명’이라고 강조한다. 스킨스쿠버 다이버이자 수중촬영 전문가인 그는 우리나라 남서해안은 물론 외국의 물 밑을 내집 드나들 듯한다.그는 “죽은 바다를 살리려면 원상태를 보존하는 것보다 수백 수천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천혜의 물고기 산란장인 전남 득량만을 자주 찾는다.2001년 방영된 모 방송의 환경스페셜 ‘득량만’ 프로그램에도 수차례 참여했다.이와 관련,일본 도쿄만 인근의 미가현의 바다도 함께 촬영했다. 대규모 간척사업 등으로 죽어버린 바다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일본사람들의 피나는 노력도 눈으로 봤다. ●득량만은 수중 생태계의 보고(寶庫) 그가 직접 탐사하고 전하는 득량만의 바다 속 사정은 이렇다.현지 어민들이 ‘진지리’라 부르는 ‘잘피’(해초의 일종)의 군락지다.진해만,고흥만,여자만 등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잘피는 바다 속 용존 산소량을 풍부하게 해줘 각종 플랑크톤의 서식지가 된다.이곳에서는 감성돔,농어,참돔 등이 산란하고 바지락,꼬막 등의 유충이 유년기를 보낸다.부화한 치어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먼바다로 나갈 채비를 한다.남해안 일대에 서식하는 어패류의 ‘자궁’인 셈이다. ●어패류 서식처 파괴 주범은 오폐수와 간척사업 “그런 득량만의 잘피 군락이 해마다 줄고 있어 안타깝다.”는 그는 “육지에서 유입되는 축산 오폐수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연안의 김 양식장 등에서 흘러든 염산도 해양 생태계를 바닥층부터 뒤흔든다.수온이 섭씨 20도 이상 오르는 여름∼가을철이면 영양염류가 부영양화를 일으키고 물 속에 ‘빈산소층’을 형성,어린 물고기들이 살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해마다 몇 차례 득량만 밑바닥을 촬영하는 그의 말은 남해안 일대 어부들의 ‘어로 부진’에서도 확인된다. 김모(고흥군 금산면 연홍리)씨는 “최근들어 물고기가 잡히지도 않고 씨알이 작아져 어업을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또 무리한 간척사업도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고 한다.그는 “금호방조제가 들어선 고흥만 일대에도 잘피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예전의 모래와 펄 대신 굵직한 자갈만 나뒹군다.”고 귀띔했다. ●특수부대에서 배운 수중촬영 그가 바다와 인연을 맺게 된 이력은 특이하다.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하고 지난 86년 육군 첩보부대(HID)에 자원입대했다.당시 수중폭파·수중침투 등의 훈련을 마치고 88년 전역했으나 적당한 취직자리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그는 군에서 배운 경험을 바탕으로 거문도·백도·홍도·추자도 등 먼바다 섬들을 뒤졌다.바다 속을 드나들며 전복도 채취하고 물고기도 잡았다. 당시 해양레저나 동호회 활동을 즐겼던 그는 건장한 체구와 뛰어난 물질로 자연스레 ‘광주시 수중협회’ 강사직을 맡게 된다. 그런 경력을 살려 지난 91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중 촬영에 도전했다.군에서 단련된 몸이지만 급물살을 헤치고 각종 오염물질로 시야를 가린 바다 밑을 촬영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았다. ●환경보호의식 깨달아 그는 촬영을 시작하면서 바다를 단순히 즐기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생명’이고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한 것도 이맘 때쯤이다. ‘광주시 수중협회’ 전무직을 맡고 있는 그는 최근들어 해마다 청소년을 위한 ‘수중생태 환경 캠프’를 연다.직접 스노클과 수경을 씌워 섬진강이나 연안 앞바다를 둘러보게 한 뒤 이를 촬영해 비디오로 다시 보여준다. 스킨스쿠버를 인연으로 알게 된 여수 소리도 일대에서 해마다 회원들을 동원,불가사리 퇴치활동도 편다.한번의 잠수로 수십t의 불가사리와 폐어구,어망 등을 건져올리면 현지 어민들도 놀란다고 한다.“무심코 버린 물건들이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황폐화시킨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지난 4월과 5월 광주와 완도에서 ‘수중사진 전시회’도 열었다.연근해에서 직접 촬영한 갯민숭달팽이,끄덕새우,쏠베감팽 등 각종 해양생물을 전시했다. “겉으로 보기엔 푸르고 깨끗한 바다도 막상 사람의 발길이 닿은 곳을 들여다 보면 각종 퇴적물로 가득차 있다.”며 “어민,낚시꾼,다이버 등 관련 직업이나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사려깊은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오늘도 묵직한 산소통을 메고 남해안으로 향한다. 글·사진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책 / 부처, 통곡하다

    “경주박물관 앞마당,봉숭아도 맨드라미도 피어있는 화단가,목잘린 부처들이 나란히 앉아…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자기 머리를 얹어본다….” 시인 정호승은 국립경주박물관 마당에 앉아계시는 목 없는 부처님들을 보고 이런 시상(詩想)을 떠올렸다. 반면 소설가 정동주는 같은 장소의 같은 부처님들을 친견(親見)하고는 ‘섬뜩한 전율’을 느꼈다.경주박물관 마당의 안내판에는 지금도 이렇게 씌어있다고 한다.“조선시대 성리학을 받드는 유생들이 불상의 목을 베고 불상의 몸을 훼손하여 우물 속에 던져넣어 버렸는데 뒷날 이를 발굴했다고….” 정동주가 쓴 ‘부처,통곡하다’(이룸 펴냄)는 글자 그대로 조선왕조 오백년의 불교탄압사(史)이다. 그는 전국 어디를 가나 찾아볼 수 있는 ‘망가진 불상’들을 보면서 누가,왜 이런 짓을 했는지 궁금했다.의문을 풀고자 ‘조선왕조실록’을 반년 넘게 읽었고,산중 스님들의 도움을 받아 귀중한 문헌과 증언들도 모았다. 길고 긴 박해의 역사 가운데서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대목만 가려 정리한 것이 이 책이라는 것이다.말미에는 조선 불교 박해를 위해 유생들이 올린 107편의 상소문도 실었다. 지은이는 충남 금산군 금성면 의총리에 있는 사적 제105호 칠백의총(七百義塚)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한다.1592년 8월1일 의병장 조헌이 지휘하는 의병 700명과 승려 영규가 이끄는 승병 800명이 연합전선을 구축하여 청주성을 수복한 뒤 8월18일 금산으로 진격하여 처절한 혈전을 벌인 끝에 전원이 장렬하게 전사했다.그럼에도 역사는,800명의 의승군은 간데 없이 조헌의 뒤를 따른 700명의 의병만을 추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명종대의 고승 보우는 제주로 유배된 뒤 참살됐다.그가 주석하던 경기도 양주의 회암사는 유생들의 방화로 잿더미가 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최근의 발굴조사에서도 화재로 폐사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나아가 한 유생은 회암사의 부도와 비석을 파괴하고,그곳에 죽은 아버지를 묻었다. 훗날 대원군이 경기도 연천에 있던 아버지 남연군의 묘를 충남 예산군 덕산에 이장하는 과정과도 비슷하다.대원군은 “2대에 걸쳐 황제가 나올 자리”라는 말에 가야산 자락에 있던 가야사에 불을 지르고,그 자리에 묘를 썼다.오페르트가 분묘 도굴사건을 일으킨 바로 그 무덤이다. 조선시대 내내 종이를 만들어 정부 및 지방 기관에 바치는 것은 사찰과 승려들이 감당해야 할 가장 어려운 부역이었다.그러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왕실의 친인척은 물론이고 지방의 호족과 탐관오리들까지 사찰에 종이부역을 가중시켰다.그 결과 승려가 한 사람도 남지 않고 떠나는 절들이 속출했다. 그럼에도 1790년의 한 장계는 뜻밖에도 “승려를 머물러 살게 할 대책과 사찰을 소생시킨 방도”를 논의하고 있다.불교에 가한 박해를 참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부역을 부과하기 위하여 속된 말로 ‘키워서 잡아먹자.’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정동주는 “사찰출입을 금지한 법률이 서슬 퍼렇게 존재했음에도 사찰은 종교적 위엄을 더하고 숫자를 늘려갔다.”면서 “조선 유교정치의 불교 탄압 정책이 유생들의 주장을 대변했는지는 몰라도,국민들에게 필요한 정치는 아니었다는 역사의 교훈이며,좋은 정치란 어떤 것인지를깨닫게 해주는 역사의 교훈”이라고 말했다. 서동철기자 dcsuh@
  • 영화 단신

    ‘봄 여름…' 아카데미 출품작에 뽑혀 지난 19일 개봉한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제작 LJ필름)이 내년 2월 열릴 제76회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진출하는 한국영화로 25일 최종 선정됐다. 아카데미 위원회로부터 추천권을 위임받은 영화진흥위원회는 “작품성 외에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의 성격 및 수상 경향,미국내 배급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품작을 결정했다.”고 선정배경을 밝혔다. 지난 15일 마감된 후보작 공모에는 ‘바람난 가족’‘살인의 추억’‘선생 김봉두’ 등 8편이 참여했다. 수해복구 자원봉사자 영화관람행사 멀티플렉스 극장 CJ CGV는 새달 1·2일 이틀동안 수해복구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화관람행사를 마련한다.이 행사는 태풍 ‘매미’ 피해 선포지역에서 수해복구를 지원한 자원봉사자와 해당지역의 공무원,군인,경찰,소방서 직원을 대상으로 CGV 체인극장 중 부산의 서면,대한,남포 및 경북의 김천과 서울의 강변,명동,구로,목동,상암 등 9개점에서 열린다.
  • 말못한 사랑 못내 그리워 저리 붉은가

    ●불갑사·용천사등 사찰 주변에 많아 가을 산야의 진객은 단연 꽃무릇이 아닐까.무성했던 수풀이 점차 힘을 다하며 제 빛깔을 잃어갈 때 맑은 가을 하늘을 향해 이파리 하나 없이 빳빳하게 고개를 세운 꽃무릇은 튀고도 남음이 있다. 새파란 하늘빛에 대비되어서인지 유난히 새빨간 꽃무릇은 애틋하면서도 서러운 사랑의 아픔을 담고 있는 듯하다. 꽃무릇을 만나러 남녘으로 달렸다.전남 영광 불갑사,함평 용천사,전북 고창 선운사로. 왜 꽃무릇은 대개 절 주변에 사는 걸까? 아마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꽃무릇의 특이한 생태 때문일 것이다.금욕을 실천하며 수행하는 스님에게 잘 어울리는 꽃이라고 여겨 사찰에서 심은 것이 주변으로 퍼져나갔을 것이다. 수국이나 산수국,불두화,백당나무 등 사찰에 심은 꽃들이 대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식물들인 것을 보면 이같은 설명은 분명 일리가 있다.탱화를 그릴 때 꽃무릇 뿌리를 짜낸 즙을 바르면 좀이 슬지 않아 사찰 주변에 많이 심었다는 설도 있다. 불갑산 자락에 자리잡은 불갑사 가는 길.듬성듬성 난 억새며,떼지어 날아다니는 잠자리며,이미 가을색이 완연하다.사찰을 10여리 남겨놓고부터는 길가의 꽃무릇이 손님을 반긴다.코스모스 길에 익숙한 나들이객들에게 빨간 꽃무릇 길은 제법 이색적이다. ●상사병 스님의 애틋한 전설 간직 사찰 아래에 이르자 길 오른쪽 벌판이 온통 꽃무릇이다.안내판에 꽃무릇의 생태와 유래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석산이라고도 불리는 꽃무릇은 일본 원산으로 관상용으로 들여왔다가 퍼진 가을꽃.가을에 핀 꽃이 모두 지면 그제야 초록 잎이 나서 이듬해 봄에 진다.잎과 꽃이 서로 볼 기회가 없다고 하여 많은 사람들은 ‘상사화’(相思花)로 부르기도 하지만 진짜 상사화는 아니다. 연보랏빛 꽃이 피는 진짜 상사화는 대규모 자생지를 찾아보기 어렵다.상사화는 꽃무릇과 달리 여름에 잎이 모두 진후 가을에 꽃이 핀다.순서야 어떻든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꽃무릇도 상사화의 자격은 갖춘 셈이다.옛날 한 스님이 속세의 미인을 연모하다가 상사병으로 죽어 묻힌 자리에서 피어났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불갑사 뒤 자그마한 저수지 왼편 산자락엔 꽃무릇이 붉은 물결을 이루고 있다.꽃무릇에 파묻혀 저수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는 데이트족들의 표정에서 ‘소박한 행복’이 읽힌다. 불갑사 뒤쪽은 불갑산(525m)이다.군데군데 군락을 이룬 꽃무릇과 연꽃을 닮았다는 기암괴석 봉우리 ‘연실봉’이 아름답다.이곳에 서면 동쪽으로 무등산이,서쪽으로 서해 칠산 앞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불갑산과 인접한 모악산(348m) 아래로는 함평 용천사가 자리잡고 있다.불갑사 주차장에서 차로 20분쯤 걸린다.용천사 아래의 꽃무릇은 양적으로는 불갑사의 꽃무릇보다 한 수 위.함평군이 조성한 공원 옆 산자락 40만여평이 온통 꽃무릇이다.멀리서 보면 산자락이 마치 불타는 듯하다.산자락엔 꽃무릇 사이로 산책로가 꾸며져 있다.산책로 중간중간 초가와 구름다리 등을 조성해놓아 아이들과 함께 가벼운 산행을 즐기기에 좋다.특히 산책로에서 붉은 물결 너머로 보이는 용천사의 자태가 그림같다. ●붉은 물결 너머 그림 같은 용천사 용천사는 신라 때 행은존자에 의해 창건된 사찰.사찰앞으로 흐르는 작은 천에서 용이 승천했다고 해 용천이라고 부르는데,용천사란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사찰 건물은 모두 현대에 지은 것이라서 특별히 눈길을 끌 만한 것은 없다.다만 조선 숙종 때 만들었다는 대웅전 옆 석등이 고찰의 흔적을 말해준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 꽃무릇은 한 줌씩,한 아름씩 듬성듬성 꽃을 피운 것이 오히려 운치가 있다.선운사 입구에서부터 절 앞으로 흐르는 도솔천을 따라 도솔암까지 난 3㎞ 숲길엔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앉은 꽃무릇이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그래서 도솔암 가는 길은 마냥 정겹다.꼿꼿한 꽃대,둥글게 굽은 꽃잎,꽃입보다 두 배나 긴 황금빛 꽃술….길가에 솟아난 하나하나의 꽃무릇은 참 독특하고도 귀하게 생겼다. 도솔암 부근엔 수령 600년의 장사송이 있다.마치 암자의 미륵불을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우산처럼 가지를 펼치고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게 보인다.나무 옆으로 진흥굴이 있는데,신라 진흥왕이 왕위를 버리고 왕비와 공주를 데리고 출가한 곳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영광 함평 글·사진 임창용기자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에서 빠져 22번 국도를 타고 영광읍쪽으로 가야 한다.읍내를 지나 23번 국도로 갈아타고 10분쯤 가면 불갑사로 빠지는 군도가 나온다.군도를 따라 5분쯤 가면 오른쪽으로 불갑사 진입로가 보인다.용천사는 불갑사 들어간 길을 되짚어 나와 다시 23번 국도를 타고 함평 방향으로 가야 한다.5분쯤 가다가 나오는 838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조금만 가면 해보면 광암리에 이르러 용천사 진입로가 나온다.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산IC에서 빠져 22번 국도를 타면 바로 닿는다. ●숙박 불갑사나 용천사 인근에서 묵으려면 함평군 해보면 금덕리 관광농원(061-323-3663)이 추천할 만하다.구계동 골짜기에 자리잡고 있어 쾌적하면서도 넓다.방갈로와 낚시터도 갖추고 있으며,밤 줍기도 할 수 있다.요금은 방 크기에 따라 2만원부터 5만원까지. 선운사 인근엔 동방호텔(061-563-7070) 등 호텔과 전원산장민박(061-561-3120) 등 민박집이 많다. ●함평 해수찜 함평군 손불면 신흥마을은 해수찜으로 유명한 곳.함평해수찜은 1800년대부터 민간요법으로 널리 이용돼온 치료법이라고 한다.도자기 가마를 이용한 한증법을 발전시킨 것으로,해수(海水)탕에 유황 성분이 많은 돌과 삼못초 같은 약초를 넣고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 데워진 물로 찜질을 한다. 온천과 약찜의 효능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어 피부염,산후통,신경통 등 만성질환에 치료효과가 뛰어나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자랑이다.주포함평해수찜(061-322-9489),함평신흥해수찜(061-322-9487),신흥해수찜(061-322-9900) 등이 있다.입욕료 6000원.문의 함평군 문화관광과(061-320-3224),영광군 문화관광과(061-350-5224),고창군 문화관광과(063-560-2230). 식후경 영광의 첫째 먹거리는 뭐니뭐니해도 법성포에서 말린 굴비.법성포는 습도와 일조량,해풍이 조기를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어 최상의 맛을 낸다고 알려져 있다.2년 이상 간수가 빠져 쓴맛이 없어진 소금으로 싱싱한 생조기를 정성껏 간을 해 15∼40시간 정도 재워두었다가 깨끗한 염수에 4∼5회 세척한 후 10∼20마리씩 짚으로 엮어 해변가에서 7∼14일 동안 말린다.법성포와 영광읍내엔 굴비를 중심으로한 한정식집이 많다.법성포 포구 바로 앞 ‘1번지식당’의 음식 맛이 유명하다.값은 1인 1만 5000원부터 3만원까지.1만 5000원짜리의 경우 굴비 구이와 조기 찌개를 중심으로 병어,갈치,전어 등 요즘 나는 생선 10여가지와 나물 무침 등을 포함해 30여가지의 반찬이 나온다.3만원짜리엔 굴비찜과 삼합,생선회,홍어회,자린고비,육회,갈비 등이 추가된다.(061)356-2268.영광읍내에선 동락식당(061-351-3363),한아름식당(353-7757)에 손님들이 몰리는 편이다.
  • 게임·드라마·영화 손에 손잡고 / 드라마속 간접광고등 공동마케팅 아바타 제작·DVD 게임까지 확대

    게임과 텔레비전의 ‘밀월관계’ 언제까지 지속될까.드라마 속 게임 PPL(제품 끼워넣기)광고 마케팅은 물론 드라마 주인공의 아바타 제작판매,드라마의 주문형 비디오(VOD),DVD 속 보너스게임 등 양 분야를 넘나드는 교류가 확대되면서 관련 업계와 매체의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게임업체들,TV마케팅 활발 SBS 드라마 ‘요조숙녀’를 보다보면 제작 지원업체 중 하나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이하 SCEK)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가 자주 등장한다. 비록 극중에서는 소니(SONY)가 아닌 ‘서니(SUNY)’로 바뀌지만,게임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게 해놓았다.극중 주인공들도 이 ‘서니’사에 근무하도록 설정,브랜드 노출빈도가 높다. 게임빌(gamevil.com)은 최근 자사 게임포털을 통해 KBS의 드라마 ‘보디가드’‘여름향기’ 등장인물들을 아바타로 제작·판매하고 있다.게임빌은 지난해 이미 SBS ‘야인시대’와 KBS2 ‘개그콘서트’를 각각 모바일게임과 아바타로 만들어 판매해 재미를 보았다. 더 나아가 넷마블(netmarble.net)은아예 MBC 드라마 ‘좋은 사람’의 VOD를,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에게 유료서비스하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을 통신망으로 연결된 컴퓨터나 TV를 통해 받아볼 수 있는 VOD 말고도 틀린그림찾기·아바타 등 드라마와 관련된 여러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트라이글로우픽쳐스의 온라인 게임 ‘프리스톤테일’은 오는 22일 MBC TV ‘다모’의 여주인공 하지원과 함께 ‘스타퀘스트’ 행사를 벌인다.스타퀘스트는 스타가 직접 게임에 접속해 유저들과 채팅,사냥을 하는 이벤트.이번에는 게임 속에 숨어있는 하지원 캐릭터를 유저들이 직접 찾아내도록 해 흥미를 더할 계획이다. ●DVD “영화도 보고 게임도 하고” 최근에는 TV와 DVD 플레이어가 단순한 영화 감상의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게임기 없이도 리모컨 등으로 간단한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보너스 게임을 수록한 DVD가 늘고 있는 것.‘미녀와 야수’의 ‘마법풀기 게임’,‘몬스터주식회사’의 ‘부의 벽장문게임’,‘정글북2’의 ‘모글리의 정글미로게임’,‘라이온킹’의 ‘티몬과품바의 버추얼 사파리’ 등등…. ‘정글북2’ DVD의 ‘모글리의 정글미로게임’ 예를 보자.주인공 모글리가 여자친구 샨티의 마을로 갈 수 있게 리모컨 방향키 등을 사용해 길을 찾고 정글 속 미로에서 길을 찾아야만 한다.길목 곳곳에는 동물퀴즈가 등장,재미를 돋운다. 예전에도 ‘해리포터’시리즈 ‘마법사의 돌’에서 보너스영상을 보기 위해 푸는 간단한 퍼즐처럼 DVD속 영화 퀴즈,퍼즐 류의 단순한 게임들은 찾아볼 수 있었다.그러나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영화,특히 어린이 대상의 DVD에서 이러한 게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해리포터’2편 ‘비밀의 방’에선 제공되는 게임이 자동차를 타고 ‘어둠의 숲’을 탈출하는 3D게임으로 본격화된다.주인공들의 사진을 찍어 포토앨범을 꾸미는 ‘콜린의 암실’코너도 추가되었다.새달 1일 출시되는 ‘라이온킹 플래티넘판’ DVD에는 ‘티몬과 품바의 버추얼 사파리’ 등 무려 4가지 게임이 들어있다. 미국에서 발매된 ‘메멘토 한정판(LE)’에서는 게임을 넘어 ‘노동’의 수준까지 닿았다.영화 ‘메멘토’의 보너스 영상을 보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심리검사 게임을 통과해야 하는데,자칫 잘못하면 원하는 장면을 아예 볼 수 없다.다행히(?) 국내판에는 이 게임이 생략됐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같은 경향이 훨씬 심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올해 상반기 SBS ‘올인’의 소품과 의상을 아바타로 제작해 막대한 수익을 기록한 NHN 관계자는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인데다,무엇보다 대상 고객 타깃이 서로 비슷하다.”면서 “공동 마케팅을 통해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한가위 특집 / 한가위 이벤트-문화공연

    악극 뮤지컬 연극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공연 레퍼토리중 하나가 바로 악극.1970년대 KBS인기드라마를 무대화한 악극 ‘아씨(사진)’가 11∼14일 오후6시30분 서울 어린이대공원 아트홀(02-3141-1345) 무대에 올려진다.남편의 냉대와 시어머니,시누이의 구박을 받으며 모진 삶을 사는 ‘아씨’의 한많은 인생이 구구절절 펼쳐진다.국악인 오정해와 여운계,전양자,선우용녀 등 낯익은 탤런트들이 대거 출연한다. 20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명성황후’도 온가족이 함께 보기에 적당하다.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 8년간의 성과를 집약한 완결편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복잡한 임오군란 장면을 삭제하고,대원군의 재집권 장면을 새로 구성해 극적 재미를 최대한 살렸다.연휴기간 65세이상 관객에게 30%,모든 관객에 입장료의 10%를 할인해준다.(02)471-6272.우리 전래의 도깨비 캐릭터와 사물놀이를 활용한 퍼포먼스 도깨비스톰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기에 제격이다.가족 3대가 오면 관람료를 30% 할인해주고,사진도 찍어준다.정동 도깨비극장.(02)3675-7777. 이밖에 이산가족을 소재로 한 연극 ‘강택구’는 9일부터 14일까지 매회 실향민,탈북자 40명씩을 초청해 무료로 관람토록 하는 행사를 마련한다.누구나 신청가능하다.대학로 소극장축제.(02)741-3934. 한편 국립극장은 추석당일인 11일 오후 2시30분부터 8시까지 문화광장에서 가을축제 ‘가을빛 은빛 신나라’를 개최한다.70년 전통의 동춘서커스,풍물굿패 살판의 호남 우도 풍물판굿,국립창극단의 마당 창극 ‘흥보전’,국립무용단의 ‘천고’등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진다.해질 무렵에는 남사당패와 관객이 함께 하는 강강술래,남사당 놀이도 진행된다.마당 한쪽에서는 윷놀이,제기차기,줄다리기 등 전통민속놀이도 즐길 수 있다.참가비는 무료.비가 올 경우에는 행사가 취소된다.(02)2274-1173. 이순녀기자 coral@ 국립국악원 여름 동안 지친 얼굴이 회복이 되었느냐.팔월 보름 밝은 달에 마음껏 펴고 놀고 오소….(‘농가월령가’의 8월령에서) 국립국악원이 추석인 11일 오후 7시30분 별맞이터 야외무대에서 ‘달 부르기’공연을 펼친다.온 가족이 팔월 한가위 둥근 보름달을 바라보며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다.사회는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최종민 전 국립창극단장.국악원의 정악단과 민속단·무용단이 모두 참여한다. 1부 ‘달은 이야기꾼’은 위풍당당한 행진음악 대취타로 시작하여 한가위 노래 ‘팔월이라 중추되니’와 젊은 소리꾼 유미리와 조주선이 꾸미는 입체 소리판 ‘흥보네 둥근 박’,궁중무용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화평지무(和平之舞)’로 이루어진다.2부 ‘한가위 웃는 달’은 교육극단 달팽이가 마을빈터에서 벌이던 탈놀이 ‘달 축제’를 재현한다.한가위 축제에 빠질 수 없는 판굿 ‘풍년굿’으로 분위기를 돋우면 출연진과 관객이 모두 광장으로 나가 ‘강강술래’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한편 국악원은 햅쌀로 빚은 신도주(新稻酒)잔치도 준비한다.선착순 입장.(02)580-3042. 서동철기자 dcsuh@ 콘서트 추석연휴의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띄워주는 대중음악 공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이 트로트 가수 현철·태진아가 13일 오후 4시·7시 장충체육관에서 함께 마련하는 ‘孝 콘서트-형님 먼저,아우 먼저’. 호형호제하며 우정이 돈독하기로 소문난 두사람이 히트곡들을 불러주는 것은 물론이고 인생을 주제로 구수하고도 진솔한 입담도 자랑할 예정이다.(02)2214-5150.부산 관객들도 섭섭지 않을 것 같다.연휴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3시·6시30분 부산KBS홀에서 ‘소리꾼’ 김영임(사진)이 ‘효 콘서트’를 연다.한(恨)의 정서가 뚝뚝 묻어나는 구성진 가락의 향연이 될 듯.(051)626-4499. 80년대 통기타 가수 장필순도 연휴에 무대를 마련한다.12·13일 이틀동안 정동극장에서 오후 10시30분에 공연을 시작하는 심야콘서트다.30,40대 포크송 팬들에게 아주 반가울 자리.1960년 이전 출생자가 청바지를 입고 가거나 가수의 LP음반 2장을 갖고 가면,입장료를 20% 깎아준다.(02)751-1500. 황수정기자 sjh@
  • [21세기 한국을 읽는다]방민호 교수가 만난 문학지성(8) 신경림-새로운 국가 독점과 민중의 위상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중에서) 세상에는 높아서 높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낮아서 높은 사람도 있다.아니 이렇게 낮아서 높은 사람이 정말로 높은 사람이다.키도 작고 얼굴에는 굵은 주름,잔주름 골이 패어 뙤약볕 쐬며 이 장 저 장 돌아다니는 나이든 장꾼처럼 보이는 신경림 시인.그러나 그는 스스로 높이지 않는데도 가장 높은 시인의 한 사람이다.이런 일도 세상의 묘한 이치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신경림 선생은 정릉의 한 아파트에 홀로 산다.혼자 지내시기 적적하지 않으시냐고 했더니 워낙 습관이 되어 괜찮다고 하신다. 손자가 가끔 놀러 온다는데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여간 귀여워하지 않으시는가 보다. 한 마디를 해도 속에 있는 마음이 다 보이는 것처럼 투명하게 하시기 때문에 사실은 그 안에 더 많은 것이 있는 줄 잠시 잊을때가 많다. “선생님 여름이 다 지나갔네요.어떻게 지내셨습니까?” “금년이 덜 더웠던 것 같아요.비가 많이 오고.그래도 여름이라고 섬에도 한번 갔다 오고 시골도 며칠 걸려서 갔다 왔어요.” “어디로……?” “전라도로 해서 경상도,강원도,충청도로 돌아왔지.버스 타고 다니는 재미로 한바퀴 빙 돌았어요.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다녔어요.” ●겉으론 소탈…속으론 깔끔 나는 선생의 서재를 다시 한번 둘러본다.책이 많은데 참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다.선생은 이사온 지 1년 반쯤 되었다며 다른 사람 많이 주고 꼭 필요한 것만 들고 왔는데 그래도 찾기 힘들다고 하신다.역시 겉으로 소탈하고 속으로 깔끔한 분이다. “얼마 전에 내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가 MBC의 ‘느낌표’ 도서로 선정되면서 사람들이 무척 관심을 가졌던 모양인데요.시는 많이 쓰시는지요?” “가능하면 시 이외의 글은 안 쓰고 시만 쓰고 싶어요.시를 쓸 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으니까.” “시집은 언제쯤?” “당장은 못 내지만 내년에 전집을 낼 계획을 세우고있어요.” 나는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선생께서 펴내신 책도 많더라고 했는데,선생께서는 인터넷 정보가 엉터리가 많더라고 하신다.당신이 직접 내신 책은 스무 권 정도라나.그러나 나는 선생의 취향이 겉보기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지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터다.예를 들어 요즘 인구에 회자하는 작가 황석영씨의 ‘삼국지’ 이야기가 나오자 선생은 우리나라에 번역된 삼국지 판본들을 비교하면서 내심 다 평가를 하고 있지만 표현은 안 하시려는 태도다. 나는 선생께 드릴 짓궂은 질문을 준비해온 참이다.나는 웃으면서 말씀을 드렸다. “대통령 선거가 되면 후보들에게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그런 거 물어보잖아요? 시내버스 요금은 얼마고,전철은 얼마고,물어보지 않습니까? 저도 선생님께…” “시내버스는 700원이고 전철도 700원이지? 나이 먹으면 공짜로 타는데 나는 돈 내고 타요.카드 사가지고서.나까지 그럴 거 없지 않으냐는 생각 때문에.이번에 돌아다녀보니까 참 문제가 많아요.지방(시골)에 가보니까 한 70%가 결손가정이에요.부모 중에 하나가 없거나 부모가 둘 다 없어서 할머니 밑에서 크거나.굉장한 사회문제였어요.돈벌이가 없으니까 서울에 나가는데 서울에서 돈벌이 하다 보면 안 돌아와요.그러다 보면 아녀자들도 남편 따라서 도시로 나가는 거죠.아이들만 남아서 할머니 밑에서 크고.가난이 아직도 문제라는 거지.빈부격차가 엄청나게 심해서,과장된 표현을 하면 이러다가 우리도 남미나 필리핀처럼 사회의 깊은 갈등으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IMF사태 이후로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없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게 문학 “선생님 책이 많이 팔리는데요.그런 선생님께 서민들이나 민중의 삶에 관해서 여쭤보는 것이 아직도 유효한지 모르겠습니다.”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 문학이 아닌가 생각해요.잘 살고 돈 많은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게 문학이 아니라.문학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피해자일 수도 있고,소외 계층일 수도 있고,그런 사람들과 생각을 함께 할 때 문학이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생각해요.또 어떤 면에서는 삶의 진실을 추구하는 문학,그런 게 위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감상벽이 있는 나는 이 대목에서 잠깐 숙연해졌다.짓궂은 질문으로 대화를 주제와 다르게 즐겁게 끌어나가려고 생각했건만 선생의 한 마디,문학은 없이 사는 사람들 편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그만 다 잊어버린 듯했던,지나간 시대가 생각났던 것이다.요즘은 문학하는 마당에서 이런 말씀 듣기가 얼마나 어렵던가.‘삼국지’도 좋지만 문학이 문학하는 사람들만의 놀이가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할 만한 때인 것이다. “지금도 서민이라든지 민중이라는 개념이 유효하다고 보시는지요?” “글쎄,옛날 같은 개념으로 똑같이 취급해서 서민이나 민중이라고 하면 안 되겠지요.그러나 오늘날에도 틀림없이 소외된 사람들이 많고 어떻게 보면 점점 더 이 빈부격차가 굳어지면서 옛날 같은 신분 상승은 더 힘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이 체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민중이라고 봅니다.” ●전지구화는 ‘빈익빈 부익부’ 조장 “저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이 세계가 자유롭게 통행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 구획이 되어서 계층이 다른 사람들끼리는 서로 잘 만나지도 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오히려 그런 기제가 더 정교하게 발달해 가고 있다는.” “지금 전지구화라고 하지만 전지구화라는 것이 정말로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하게 만들고 돈 많은 사람은 더 돈 많게 만들고 힘 있는 사람은 더 힘 있게 만드는 거죠.미국이라는 나라는 더 거대해지고 약한 나라들은 더 조그맣게 되고.신자유주의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얼마 전만 해도 자살자가 속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는 간접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만.그래도 뭔가 삶의 태도 같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우리나라의 경우 사람들이 뭘 너무 급하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빨리 모든 걸 다 하려고 하지요.천천히 하려는 생각을 잘 안 해요.전지구화가 되어서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죠.그런 엄청난 경쟁사회 속에서 느리게 사는 것,천천히 사는 것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될 것 같아요.그런 것이 적어도 아름답게 사는 것이라는 인식 같은 걸 환기할 필요가 있어요.천천히 살고,낮게 보면서 살고,마주보면서 살고,그래야 되죠.요즘 다들 목소리 높여 사는 것도 너무 급하게 살기 때문에 그래요.이거 아니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죠.” “신문이나 방송에서 워낙 큰 돈이 문제가 되다 보니 가치관의 혼란도 심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사회에서 진실하고 성실하게 살아라,이렇게 말하면 너 바보 돼라 하는 소리로 알아듣는다고 해요.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언젠가는 가장 잘 사는 것으로 통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된 거지요.그러나 세상이 불합리한 것은 그것대로 고쳐나가면서도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면 잘 될 거라는 인식이 중요하게 여겨져야 합니다.부패해서 불안한 마음으로 사는 것보다는 돈 많이 못 벌어도 늙어서까지 편하게 사는 게 좋지 않겠어요? 모든 전직 대통령이 다 발을 못 뻗고 자지 않아요? 긍정적으로 보면 이런 상황을 과도기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이런 과정을 겪고 나서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로 가야지요.” “뭔가 다르게 사는 사람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사실은 많이 있습니다.남들이 생각하지 않고 돌보지 않는 농사에 매달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고.내 주변에도 상당히 높은 공직에 있다가 나와서 사업을 했는데 그 재산을 다 나눠주는 사람이 있어요.그런 사람들 보면 또 우리 사회가 그렇게 잘못됐다 하는 생각은 안 하게 되죠.아직 사람들이 이웃을 생각하고 하는 걸 많이 봐요.” ●시민운동도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 주장해야 선생은 날카롭게 보시면서도 중용적인 데가 있다.말씀을 이어 요즘의 상황에 대해서도 옛날처럼 노동자는 선,기업가는 악이라는 식으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면서,특히 대기업 노동자들은 자기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밝히신다. 또한 시민운동도 큰 목소리만 낼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주장하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러나 선생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이다.젊은 날에 못 가본해외여행을 요즘에 다녀보면 우리나라만큼 사는 나라도 드물고 이렇게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도 많지 않단다.그런 선생께 나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 시(詩)가 살아갈 수 있다고 보시느냐는 우문(愚問)을 던진다. “시를 읽는 것이 삶의 전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시는 우리의 정신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지요.또 우리나라는 아직도 갈등이 심하니까 시의 역할이 아직도 있다고 봐야겠어요.” 말씀을 마치시는데 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이 눈에 들어왔다.여쭈어 보니,나이가 들어가면서 옛날에 읽어봤던 감동적인 책들,읽고 싶었는데 다 못 읽은 책들을 읽으려고 하신단다.나는 잔주름 맺힌 선생의 두 눈이 오래 저렇게 맑게 빛나기를 속으로 빌었다. 문학평론가·국민대교수 방교수가 본 시인 신경림 ●가장 낮춰서 가장 높은… 내가 재직하는 곳이 정릉동에 있는데 새삼스럽게 생각나는 것이 신경림 선생이 바로 정릉동에 사신다는 것이었다.친근하고도 단단한 말씀으로 집으로 오라신다.선생은 그렇게 소박하실 수가 없는데 정작 집을 찾아 들어가니 웬걸,선생 서재에 책이 너무나 정갈하게 꽂혀 있어 놀랐다.그런데도 선생의 연륜을 보여줄 만한 오래된 책은 정작 많지 않아서 궁금해 했더니,옛날에 군사정권 때 세 번씩이나 가택 수색을 당하고 좋은 책을 다 뺏기고 나서는 정나미가 떨어져서 새로 모으질 않으셨단다.그러고도 생겨나는 좋은 책들이나 서화들은 취미가 없어서 남들 다 주어버렸다고 하시는데,선생께서 무욕(無慾)하시다는 것은 알았지만 또 새삼스럽다. 작년인가 선생께서 내게 당신이 쓰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보내주시면서 “방 선생,꼭 읽어 보시오.”라고 쓴 것이 우스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져 안 읽을 수 없었는데,늘 선생은 가장 낮아서 가장 높은 어른이다.인터뷰 마치고 선생께서 젊은 사람들 왔으니 고기라도 사주겠다고,어디 맛있는 고깃집 보아둔 데가 있으시다고,어딘가로 끌고 가서는 우리를 자꾸 먹이신다.덕분에 취재에 동행했던 시골 태생의 자취생인 작가 김신우씨가 배가 불렀다. ●사색으로 다스린 곡절 많은 삶 신경림은 길의 시인이다.한국을 대표하는 몇 사람의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1936년 충청북도 중원 출생,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초등학교 교사,출판사 직원 등 젊은 시절은 세상을 널리 익히기 위한 나날이었다.그가 나루터에서,장터에서,산 위에서 한 말들은 다 시가 되었다.시집 ‘농무’(1973)로 세상에 널리 알려졌지만 그는 세상을 낮게 살아오면서 많은 주옥 같은 시집과 산문집을 냈고 ‘민요기행’(1985),‘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1998) 등 사람들에게 공감과 배울 것을 주는 책들을 엮어냈다.시집으로 ‘새재’(1979),‘달넘세’(1985),‘길’(1990) 등이 있고 1990년대 이후에도 꾸준히 시 창작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그를 가난과 농민의 애환을 그린 시인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 바탕에는 꾸준한 독서와 곡절 많은 삶을 다스리는 사색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 [이경형 칼럼] ‘연극촌’에서 본 지방화

    지난 주말 때 이른 추석(?)성묘를 마치고 귀경길에 경남 밀양시 부북면의 ‘밀양연극촌’에 들러 두 편의 연극을 잇따라 관람했다.4년전 월산초등학교 폐교 건물을 개조하여 연극공동체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이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 마을로 자리잡아 가고있다. 교실 2개를 튼 소극장에선 아동극 ‘토끼와 자라’가 공연됐다.관객은 창원에서 버스 두 대로 온 어린이와 학부모가 대부분이었고,나머지는 인근 주민이거나 일부러 찾아 온 사람들이었다. 공연에 앞서 관객들은 출연배우들의 선창과 몸짓에 따라 노래와 춤을 배우면서 장내는 흥겨움으로 가득했다.1시간여 공연이 끝난 후 관객들은 축제가 파할 때처럼 자리 뜨기를 아쉬워했다.두 번째 공연은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교사 뒤쪽의 천막 극장에서 저녁 8시부터 시작된 ‘서툰 사람들’이었다.객석엔 연극캠프에 참여중인 어린이들과 일반 관객이 채 100석도 채우지 못했지만,연극이 끝난 후 출연자들에게 보내는 여러 차례의 뜨거운 박수는 대형 공연 못지않게 장내를 달구었다. 지난 7월17일부터 보름 동안 이곳에서 열렸던 제3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기간엔 개막 첫날 야외 ‘숲의 극장’등 4개 극장의 좌석이 매진되는 등 피서를 겸한 전국의 관객들로 대성황을 이뤘다고 한다.연극촌 촌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연출가 이윤택씨는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이끌고 매주말 연극 공연으로 이곳을 일궈왔다.그는 “밀양시민들과 호흡을 함께하면서 자리를 잡아왔다.”면서 “인근 부산,울산은 물론 서울 관객도 심심찮게 온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밀양 하면 주변의 뛰어난 풍광과 함께 조선 후기 대표적 건축물인 영남루가 먼저 떠올랐지만 앞으로는 연극촌이 될 법하다.지난 90년대 이후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지방화’가 강조돼왔고,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도 지방 분권을 역설하고 있다. 중앙집권적 국가경영시스템을 분권형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개혁은 지방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마찬가지로 지방 주민들이 그 지역의 특화된 문화적 요소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중앙 정부나 해당 지자체가 적극 지원하는 일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금 전국적으로 매년 1000여 건의 기초자치단체 단위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다고 한다.각 지방은 특산물,유적지,유·무형문화재,온천,기타 관광자원과 연관된 지역 축제를 개최하고,이 과정에서 지역문화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축제 숫자만큼 내실을 거둔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그래도 지방화의 소중한 촉진제가 되고 있다. 언젠가 독일 뮌헨 지방을 여행했을 때 우연히 어울렸던 맥주 축제, 일본 홋카이도 노보리벳쓰 지역에 갔을 때 ‘도깨비 결혼’ 마쓰리(축제)행렬에 끼어 놀았던 문화 체험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영국의 웨일스 지방의 헤이온와이는 1960년대 초만 해도 퇴락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다.그러나 리처드 부스라는 한 청년의 헌책 사랑으로 세계 최초의 ‘책 마을’로 자리잡은 뒤 지금은 세계고서전시회 개최 등으로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청계천 복원공사로 존폐 위기에 처한 청계천6가 일대의 헌책방들도 한국의 헤이온와이로 재탄생할 수는 없을까.고서점 호산방 박대헌 대표는 강원도영월의 한 폐교에 책박물관을 세우면서 책마을을 건설하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파주 통일동산 인근에 건설되고 있는 예술문화인들의 창작,전시,거주 공간을 겸한 ‘헤이리 마을’도 헤이온와이의 아이디어를 벤치마킹했다. 진정한 지방화 시대는 권력 구조나 경제력의 분권 못지않게 그 지방의 문화적 차별화,독자성이 꽃을 피울 때 제대로 열리는 것이다. 본사 이사 khlee@
  • 우포늪 / 가을 문턱서 만나는 초록 숨결

    “선생님,개구리는 개구리밥만 먹구 살아요? 벌레도 잡아먹는다고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반딧불이는 어떻게 빛을 내나요?” 우포늪을 찾은 아이들의 궁금증은 끝이 없다.도시의 아이들에게 늪의 풀과 꽃,벌레 등은 온통 신기함의 대상.예전부터 ‘늪’하면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운 위험한 곳’으로 알고 있던 어른들에게 이같은 모습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쓸모 없는 땅’‘위험한 곳’ 등 부정적 인식의 대상이었던 늪은 산업화에 따른 개발의 여파로 생태계가 위협받으면서 수많은 동·식물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아침저녁으로 선선함이 느껴지는 초가을의 문턱에 ‘살아 있는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경남 창녕의 우포늪을 찾았다. 우포늪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자연습지.창녕군 열왕산에서 발원한 토평천이 낙동강으로 흘러들기전 거치는 중간 기착지로 보면 된다.70만여평에 달하는 이곳은 약 1억만년 전엔 거대한 호수였으나 이후 화산 활동과 육지의 침식 등을 거치면서 퇴적물이 쌓이고 호수 주변부에 수초가 무성하게 나면서 점차 늪으로 변모하였을 것으로 지질학자들은 추정한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 서식 여름 끝에 찾은 우포늪은 음습하지만 깨끗했다.광활한 수면 위로 물풀이 깔린 모양이 마치 초록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개구리밥,마름,생이가래,자라풀,네가래,노랑어리연이 물 위를 빈틈없이 덮고 있다.이들 물풀은 곤충과 물고기에게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물을 정화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맘때면 희귀식물인 가시연이 꽃을 피워 볼 만한데 올핸 없어요.비가 많이 와 수위가 너무 높아진 탓인 것 같아요.”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선자(44)씨의 설명이다.그러나 가시연은 우포늪에 사는 수백종의 식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우포늪에선 지금까지 430여종의 식물이 발견되었는 데,이는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고 김씨가 덧붙인다. 우포늪엔 다양한 식물이 군락을 이루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펼친다.장재마을 앞과 토평 쪽의 자운영 군락,대대둑과 목포제방의 억새·갈대 군락,사지포의 내버들 및 물옥잠 군락,장재마을 앞의 왕버들 군락 등이 유명한데,지금은 왕버들 및 내버들 군락,물옥잠 군락이 볼 만하다. 수초와 개구리밥을 헤치고 물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이름도 모르는 곤충들이 쉴새없이 헤엄쳐 달아난다.장구애비,애소금쟁이,물무당,송장헤엄치개,물자라,물방개,물땡땡이….김씨가 일일이 이름을 가르쳐준다.어렸을적 냇가에서 물방개를 잡아서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곤충과 물풀은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이다.그러니 물고기가 많을 수밖에.우포늪에선 42종의 물고기가 발견됐다고 한다.그중 쉽게 볼 수 있는 게 참붕어와 붕어,각시붕어,송사리 등이다.늪 보존을 위해 일반인은 낚시를 할 수 없다.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이들은 늪 주변에서 살아온 몇몇 주민들 뿐이다.이들은 늪 주변 개발 억제에 따른 피해보상 차원에서 정부로부터 어로 작업권을 얻었다.기다란 장대로 나뭇배를 저어가면서 미리 쳐놓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거두는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사람도 자연의 일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물 위는 잠자리와나비,새들의 세상이다.이맘때면 늪 주변 어디에나 물풀 주위를 덮고 있는 잠자리떼를 볼 수 있다.사지포둑에 서면 내버들 군락지에서 백로와 왜가리들이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여름철새로 유명한 왜가리는 아예 이곳에 눌러앉아 겨울철에도 심심찮게 발견된다고 한다.이들 말고도 우포늪에선 지금까지 고니와 해오라기,도요새,쇠물닭,노랑때까치,덤불해오라기,쇠백로,원앙,수리부엉이 등 텃새와 여름철새,겨울철새 등 145종의 조류가 발견됐다. 늪 주변의 숲에선 너구리와 다람쥐,뱀,개구리 등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다.예전엔 수달도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90년대 이후 밀렵이 극성을 부리면서 점차 줄어들어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고 한다. ●생태프로그램 신청하면 상세한 가이드도 우포늪은 우포와 사지포,목포,쪽지벌 등 4개의 늪으로 이루어져 있다.따라서 접근로도 여러 군데 있다.유어면 세진리 또는 이방면 소목마을,닭개마을을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체계적인 생태학습을 원하면 우포늪 보존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는게 좋다.이방면 안리의 ‘푸른우포사람들’(055-532-8989,www.woopoman.co.kr),유어면 회룡마을 창녕환경연합(055-532-7856,www.woopoi.com) 등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두 곳을 방문하면 생태탐방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두 단체 모두 사무실 앞에 우포늪을 축소한 인공 습지를 조성해 자연학습장을 운영하고 있으므로,미리 인터넷사이트로 신청하면 생태학습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참가비는 푸른우포사람들 2000원,창녕환경연합 1000원. 우포늪(창녕)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 나들목에서 빠진 후 크게 세 갈래로 우포늪에 접근할 수 있다.먼저 나들목에서 빠져 24번도로를 타고 창녕읍쪽으로 가다가 첫번째 신호등에서 죄회전하면 우포늪 이정표가 보인다.여기서 1080번 도로를 타고 15분쯤 달리다가 소목마을 버스정류소 앞에서 좌회전해 좁은 길로 5분쯤 들어가면 이방면 안리 우포 북쪽 물가에 닿는다.사지포로 접근하려면 소목정류장에 이르기 전에 나오는 ‘우포늪쉼터’ 앞에서 좌회전해야 한다.농로를 타고 마을을 지나 사지포 둑에 오르면 왕버들과 물풀이 깔려있는 사지포가 한 눈에 들어온다.우포 남쪽의 세진리로 접근하려면 창녕나들목에서 빠져 창녕읍 반대 편으로 우회전하면 된다.24번 도로를 타고 유어면 쪽으로 5㎞쯤 가면 회룡마을에 이르러 옛 회룡초등학교 자리에 창녕환경연합이 있다.여기서 우회전해 1㎞쯤 가면 우포늪 입구에 널찍한 세진리주차장이 있다. ●우포8경 푸른우포사람들이 선정한 ‘우포8경’을 참조하면 생태 나들이에 더해 우포늪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요즘 볼 수 있는 왕버들 수림과 물풀의 융단,반딧불이,장대나뭇배,가시연꽃과 함께 가을·겨울에 볼 수 있는 기러기떼와 백조,사계절 관찰이 가능한 별자리 등이 우포8경으로 꼽힌다.우포8경 이외에도 광활한 늪을 붉게 물들이는 일몰,10월 이후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클 때 나타나는 물안개는 우포늪 나들이를 풍요롭게 해주는 덤이다. ●숙박 우포늪 인근에 숙박할 곳이 마땅치 않아 창녕읍내 여관이나 부곡온천 인근 호텔을 이용하는 게 좋다.온천 주변에 부곡하와이 관광호텔(055-536-6331),레이크힐스호텔 부곡(055-536-5181),부곡파크호텔(055-536-6511) 등 10여개 호텔이 있다.창녕읍엔 세림장(055-533-8176),창동여관(055-532-7017) 등 여관이 많다.문의 창녕군 문화공보과(055-530-2236∼9). [식후경] 무공해 붕어찜에 반딧불이 쇼는 덤 이방면 안리 푸른우포사람들 사무소 옆엔 식당을 겸한 민박집 ‘우포민박’이 있다.우포늪 바로 앞에서 숙박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식당 주인 노기열씨가 우포늪에서 그물로 잡은 물고기로 음식을 만든다.직접 물고기를 잡기 때문에 음식 값이 싸다.가물치회는 1㎏에 1만 5000원,붕어찜 1인분 1만원,가물치·붕어곰탕 5000원,,빠가사리 매운탕 1만원이다. 늪에서 나는 무공해 재료로 만든 음식을 우포늪을 지척에 둔 곳에서 먹는 것 만으로도 입맛이 절로 나지만,꼭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음식 맛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다. 특히 가물치와 붕어를 푹 고아 만든 가물치·붕어곰탕은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메뉴.진하게 우러난 국물이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낸다.숙박료는 3만원.이맘때 늪 곳곳에서 불꽃놀이를 펼치는 반딧불이를 보려면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을 듯 싶다.(055) 532-6202.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옷은 무거운 짐… 자연으로 돌아가자”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베크쉬르메르는 관광지라기보다는 프랑스인들이 즐겨 찾는 해변이다.결이 고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데다 파도가 그다지 세지 않고 물도 깨끗한 편이어서 주말이면 근처에 있는 도시 사람들에게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해 준다.하지만 이곳이 유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다시 말해 나체주의자들에게 베크쉬르메르는 반드시 한번쯤 가봐야 할 곳으로 통한다.사람들이 북적대는 일반적인 해변에서 벗어나 바닷가를 끼고 북쪽으로 약 30분 걸어가면 또 다른 해변이 나오는데 이곳이 자연주의자들을 위한 이른바 ‘나체 해변’이다. |베크쉬르메르(프랑스) 함혜리특파원|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후반의 일요일. 베크쉬르메르의 ‘플라주 나튀르’(자연주의자를 위한 해변)는 바캉스의 막바지에서 일광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는 나체족들로 가득했다.낮은 풀이 아무렇게나 자라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모래언덕이 해변 위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다.검게 그을은 알몸에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모래 언덕을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이곳은 자연주의자를 위한 해변입니다.서로의 안전을 지키고,문제가 발생하면 소방서로 연락하십시오.’라는 팻말이 해변을 따라 군데군데 박혀 있다. ●자연스러운 가족 나들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꼬마들과 함께 온 젊은 부부,나이 지긋한 노부부,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온 사람들,연인들…어른들은 파라솔 아래서 돗자리나 대형 타월을 깔아놓고 책을 보거나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아이부터 할머니,할아버지까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태양 아래서 아무 부끄럼없이 자연으로 돌아가 있다. 두 아이와 부인을 동반한 프랑수아(38)는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는 것보다 맨몸으로 해변에서 뛰어노는 것을 더 좋아해서 이곳을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그는 “3년 전부터 휴가철이면 자연주의자를 위한 캠핑장에서 휴가를 보내고 여름이면 주말마다 이곳을 찾는다.이곳을 찾으면서 가족간에 정이 훨씬 두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자연주의를 예찬했다.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니 당연히 화장실도 없다.하지만 이들에게 화장실이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모래 언덕에서 만난 40대의 남자는 화장실이 어디에 있느냐는 이방인의 질문에 “자연이 부르면 자연스럽게 모래나 바다에서 해결하면 된다.”고 태연스레 대답했다. 여자들의 근사한 벗은 몸매를 감상하기 위해 나체 해변에 관심을 갖는다면 오산이다.실제 이곳에 온 사람들을 보면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70대30 정도 된다.여자들이래야 꼬마아이들이거나 할머니,중년부인이 대부분이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이유는 이곳이 동성애자들의 주말 데이트 장소로 잘 알려져 있는 탓이다.남자들끼리 손을 잡고 파라솔 아래 누워 일광욕을 하거나 서로 지긋한 눈빛을 보내며 조용히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남자 혼자서 온 사람들도 꽤 눈에 띄는데 이들은 십중팔구 ‘애인’을 구하러 온 사람들이다. 프랑스에서 자연주의자들은 자연스러운 사회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프랑스 나체주의자협회가 지난해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절반 이상이 나체주의자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또 71%는 나체주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18%는 “기회가 되면 나체촌을 찾고 싶다.”고 응답했다.“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스트레스 해소에 최고” 프랑스에 자연주의자들이 등장한 것은 1920년대부터라고 한다.하지만 대중화되고 사회운동처럼 번진 것은 2차대전 후부터다.현재 전국에는 산,바닷가 등에 45개 정도의 상업 나체촌(자연주의 마을)이 운영되고 유명한 해변에는 자연주의자를 위한 해변이 따로 있을 정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다. 자연주의자 마을이나 캠핑장을 운영하려면 허가를 얻어야 하고,철저한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어 어디든 안전하고 청결하다. 자연주의자이거나 잠시 휴가를 이용해 자연주의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더욱 더 자연과 가까운 상태로 다양한 스포츠와 오락거리를 즐기며 휴가를 보낸다.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도 제공된다.다른 방식으로 자연을 즐기도록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갈수록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파리의 경우 1953년 설립된 파리 자연주의자협회(ANP)가 운영하는 자연주의자 수상스포츠센터가 있다.각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누릴 수 있도록 인권존중 차원에서 설립된 이곳은 모든 이들에게 개방돼 있는데 일년 회비 45유로를 내면 마음껏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일주일에 두번씩 회원의 날도 운영된다. 자연주의자들은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주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파리 자연주의자협회 관계자는 “옷은 거추장스러운 것이며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온몸을 자연에 드러내는 것은 건강에도 무척 좋고 가족,친구간 맨몸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 복잡한 인간 관계는 단순 명료해지며 더욱 진지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베크쉬르메르에서 만난 뱅상(33)은 “지난주 회사에서 파면을 당해 우울했는데 이곳에서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걱정근심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처음에는 좀 쑥스러웠지만 아무것도걸치지 않고 해수욕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다른 (일반)해변에는 가지 않는다.”는 그는 “도시 생활의 스트레스를 푸는 데 자연주의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lotus@ ■나체촌 에티켓-허가없는 사진촬영 금지 반드시 알몸으로 지낼 것 |베크쉬르메르 함혜리특파원|해변이든,캠핑장이든 자연주의자를 위한 시설에서는 모두가 내부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다. 엄격하게 규정을 정해 놓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당장 퇴장시키는 곳이 많다.하지만 대부분 에티켓처럼 되어 있는 사항들을 지키면서 서로를 존중해 주는 가운데 자연주의를 만끽하도록 하고 있다.당연한 말이지만 가장 우선시되는 규칙은 모두가 다 알몸으로 지내야 한다는 것.옷을 입는다는 것은 자연주의자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또 자연주의자들은 자유와 관용,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자연에 대한 존중도 중요시한다. 자연주의자들이 가장 싫어 하는 것은 자기들이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다.따라서 시설 내에서는 남들을 힐끗힐끗 훔쳐보거나 허가없이 사진을 찍는것도 금지돼 있다.서로 기념사진을 찍는 것은 예외지만 외부인이 와서 촬영하는 것은 무척 싫어한다.자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인 만큼 시끄럽게 떠들거나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금기사항이다.모든 사람들이 문명의 소리에서 벗어나 바람소리,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조용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주차장도 될 수 있는 대로 멀리 만들어 기계문명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그래서 나체촌 내의 주 교통수단은 자전거다. 프랑스 나체주의자 연합은 프랑스 전역의 자연주의자를 위한 시설물에서 다음과 같은 규칙을 준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예컨대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중시하고 ▲가족적이고 순수하며 자연스러운 자연주의를 지향할 것 ▲다른 사람들의 개성을 존중할 것 ▲벗은 채로 있는 것에 대한 우려와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을 이해시키도록 관심을 가질 것 ▲항상 정숙할 것 ▲남을 훔쳐 보거나 과시하지 말 것 ▲어린이들이나 성인들이 충격을 받을 만한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 것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 ▲물과 에너지를 아껴 쓸 것 등이다. 파리 자연주의자협회는 보다 엄격한 규율을 정해 놓고 있다.첫번째 규정은 모두 옷을 벗어야 하고,두번째는 어떤 형식으로든 성적인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것.적발시 당장 퇴장시키며 회원 자격도 상실한다.허가를 받지 않은 시설 내 사진 촬영도 절대금지다.
  • ‘봄 여름‘ 로카르노 영화제 수상/‘청년비평가상’등 4개부문

    22일 개막될 광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제작 LJ필름)이 지난 17일(한국시간) 스위스에서 폐막된 제56회 로카르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서 청년비평가상 1등상 등 4개 상을 받았다. 17개국 20편과 경합한 ‘봄 여름…’은 본상 수상은 못했지만 박광수 감독의 ‘칠수와 만수’(1989년) ‘이재수의 난’(99년)과 문승욱 감독의 ‘나비’(2001년)가 수상한 적이 있는 청년비평가상과 함께 국제시네마클럽연맹이 수여하는 돈키호테상,국제예술영화관연맹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도 차지했다. 이 작품은 동자승의 성장과 구도과정을 사계절을 배경으로 담은 것으로 새달 19일 개봉될 예정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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