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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극단 ‘간다’ 연출가 민준호·이재준

    젊은 극단 ‘간다’ 연출가 민준호·이재준

    극단 ‘간다’는 지난 4년간 쉴새없이 ‘갔다’. 관객이 있으면 어디든 공연하러 간다는 게 이 젊은 극단의 투철한 배달정신이다. 기획사가 점령한 요즘 공연판에 보기 드문 서비스정신이기도 하다. 2004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들이 모여 만든 ‘간다’는 재기발랄한 표현 방식에 일상의 속내를 건져올리는 공연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7개 공연을 퍼레이드로 펼칠 만큼 판도 키웠다. 상반기는 ‘사실적으로 간다’. 연극 네 편을 소개한다. 신작인 ‘우리 노래방에서…얘기 좀 할까’(4일∼4월 6일·대학로 나온씨어터)로 시작해 끝은 ‘끝 방’으로 맺는다. 하반기는 ‘노래부르며 간다’. 기존 뮤지컬 두 편과 신작 ‘옛날옛적에’를 공연할 예정이다. ●타이어가 터질 정도의 배달정신 27일 서울 정릉4동에 자리한 간다의 연습실에서 민준호(31) 상임연출과 이재준(30) 연출을 만났다. 둘다 배우도 겸한다. 말이 연습실이지, 민준호 연출의 부모님 집 차고다.“4년전에 2년만 있겠다고 아버지께 뻥치고….(웃음)지금은 아버지가 좋아하세요. 당신이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연습실 구해주는 일이라고 하시면서요.”(민) 관객만 있으면 배달하는 까닭에 우여곡절도 여러번이었다.“죽을 뻔한 적도 있었어요. 지난 여름에 지방 공연을 도는데 상주쯤이었나. 속도를 높여 달리는데 바퀴가 다 찢어질 정도로 펑크가 났어요.(이)재작년 말 중국 옌볜대학에 갔을 때는 간다의 무대 3분의1가격인 35만원 어치 고무판을 버려야 하는 충격(?)도 겪었다. 비행기에 못 싣게 했단다.“옛날에는 큰 재산이었는데요.”(민)“그걸로 여러 사람 먹여살렸는데….”(이)두 사람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못하면 깐다, 잔인하게 스물 다섯에서 서른 두살까지 포진한 멤버는 15명. 이제는 타학교 출신도 반반이다. 단원이 되려면 갖춰야 될 조건은 뭘까. 두 연출가가 읊었다. 오락을 잘한다?성격이 좋다?봉고차 운전을 잘한다? 정답은 ‘하다보니까’다. 그냥 ‘같이 할래?’하다가 함께 하게 됐다는 것. 헐겁고 자유로운 것 같지만 간다의 평가와 훈련 시스템은 철저하다. 연습실 게시판에 일주일간 세 개조로 나눈 청소조와 매일 훈련일정을 꼼꼼히 기록할 정도다.“정신은 체계적이지 않은데(웃음), 연기를 못하는 데 대해서는 잔인해요. 저희끼리도 평가해서 떨어뜨리고, 웃으면서 잔인하다고 하죠. 그걸 빨리 망각시켜야 돼요. 서로에게 배우다보니 긴장하게 되고 연기 잘하는 친구들에게 질투도 나고요.”(민) 간다의 꿈은 간결하다.‘창작하는 선수’들처럼 살아가는 것. 프로젝트에 따라 헤쳐모이는 기획공연이 판치는 요즘 ‘연극쟁이’로 살아가는 것.“저희도 배우한테 맨날 그래요.‘돈은 나가서 벌어와.’돈 벌어본 친구들은 우리 작업을 더 소중히 여겨요. 그런 공연은 깊숙이 공연에 ‘기여’한 것 같지 않고 ‘기능’만 하고 온 느낌이라고요.”(민)“얼마전 ‘벽속의 요정’을 보고 왔어요. 김성녀 선배님이 50년간 쌓아온 과정이 보이더라고요. 관객들은 ‘진짜’가 뭔지 다 알아요. 생활고에 연습량에 체력이 소진될 때도 많지만 우리가 직접 길을 내고 길들여놓은 길을 가고 싶어요.”(이) 글 사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이승배의 바다낚시 세상] 경북 감포 고등어 낚시

    경북 감포에서는 2월부터 고등어 시즌이 시작돼 8월까지 계속된다. 겨울시즌은 마릿수가 적은 대신 크기가 큰 편이고, 여름으로 갈수록 크기는 작아지고 마릿수는 많아진다. 손맛은 물론, 입맛 좋고 마릿수 조과로 쿨러까지 가득 채울 수 있는 고등어를 찾아 나섰다. 포인트는 전촌항에서 배로 15분 거리의 우럭양식장. 비교적 가까운 데다, 낚시방법이 어렵지 않아 가족낚시에 좋다. 수심은 20∼25m. 날씨나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바닥에서 2∼5m 정도 위에서 많은 입질이 들어온다. 상층보다 주로 바닥권에 고등어들이 몰려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찌낚시의 경우, 고부력찌에 무거운 봉돌을 사용해야 유리하다. 낚싯대는 8∼9피트 전후의 루어대(에깅, 농어대도 가능)를 사용한다. 던질찌 낚시도 가능하나 채비가 옆 사람과 많이 걸리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릴은 2500∼3500번대의 릴이면 무난하다. 라인은 합사·모노·카본 등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모노 라인을 기준으로 2.5∼5호 정도면 된다. 채비는 현지에서 상황에 맞게 구입한다.1인당 3만∼4만원 정도 소요된다. 열기, 고등어용 카드채비를 주로 사용한다. 현재 감포 인근에 학꽁치가 많이 붙어 있다. 학꽁치 채비를 준비하면 색다른 입맛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바닥권 루어채비는 전혀 반응이 없기 때문에 필요치 않다. 또 루어낚시와는 달리 카고에 밑밥용 크릴과 떡밥을 반죽해서 채우기 때문에 의류나 낚시장비가 지저분해 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선비는 오전·오후 각각 3만원, 종일 6만원이다. 서울에서 전촌항까지 스타렉스 12인승으로 유류대 15만원, 통행료 등 도로비 3만 5000원 정도 소요된다. 전촌항 주변은 숙박과 식사 시설이 열악한 편이다. 감포나 인근 지역에서 머무는 게 좋다. 아트피싱 (02)2602-4046. 라팔라 스탭
  •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밤과낮’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밤과낮’

    ‘홍상수의 남자’들은 대개 너절하다. 수컷의 더듬이로 여자를 탐색하고 빤히 보이는 수작을 벌여 실소를 자아낸다. 올해 제58회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그의 신작 ‘밤과 낮’(제작 영화사 봄·28일 개봉)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달라진 점이라면 이번엔 파리의 일상이라는 것.8월부터 10월까지 34일간의 일상은 90%가 프랑스 파리의 현지 촬영으로 채워졌다. 언제나 반복되는 홍 감독 영화의 음주 장면. 녹색 소주병과 불콰한 얼굴이 등장하는 것도 여전하다. 이번 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생활의 발견’‘오, 수정’등 홍감독의 7편의 전작 중 가장 밝은 외피를 입고 있다. 인물간의 대화는 겉돌지만 미묘한 웃음을 주고, 결말의 작은 거짓말은 관계와 사건을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한다. 2007년 여름, 화가 성남(김영호)은 생애 처음 대마초를 피웠다가 경찰에 걸려 파리로 줄행랑을 친 참이다. 낮이면 하릴없이 도시를 돌아다니며 파리의 한인들을 만나고, 밤이면 국제전화로 아내에게 징징댄다. 그러던 그는 어느날 유학생 현주를 통해 그의 룸메이트 유정(박은혜)을 알게 된다.“유부남과는 절대 상종하지 않는다.”는 유정의 앙칼진 다짐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성남의 ‘밤과 낮’은 점점 다채로워진다. 성남이 북한 유학생(이선균)과 벌이는 이념과 팔씨름 신경전은 살가운 웃음을 더한다. 그러나 짧은 도피생활은 곧 끝난다. 아내가 수화기 너머로 울기 시작한다.“임신을 했다.”고. 성남은 유정이 임신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파리의 생활을 접고 아내 곁으로 간다. 그러나 아내의 전화는 성남을 ‘귀향’시키기 위한 깜찍한 거짓말로 밝혀진다. 홍상수 감독은 이에 대해 “남자의 구원이 처의 거짓 임신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맘에 들었다.”고 말한다.“선한 의도가 거짓이란 틀을 통해 결과적으로 선을 이루어내는 형태가 가장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는 요즘의 신화”라는 게 감독의 시선이다. 지난 12일 서울과 베를린에서는 한 시간차를 두고 시사회가 열렸다. 외신들의 반응은 비교적 긍정적이다. 버라이어티의 영화평론가 데릭 앨리는 “‘밤과 낮’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밝고 관객이 소화하기 쉬운 작품”이라고 평가했다.“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하는 거짓말은 그의 작품에서 늘 있어왔던 주제지만 이 영화에서는 잘 캐스팅된 배우들을 통해 탁월하게 재활용됐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론가 덴 파이나루는 “한국 영화로 가능할 수 있는 가장 프랑스적인 작품”이라며 “사랑스러운 장난 같은 영화이자 경쟁 작품 중 가장 기분좋은 영화”라고 말했다. 현재 경쟁부문에는 21개의 작품이 올라 있다. 황금곰(최우수 작품상)이 누구의 품에 안길 지는 17일 결정된다.15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현장행정] 자치구 ‘생활 편의 살피기’ 경쟁

    [현장행정] 자치구 ‘생활 편의 살피기’ 경쟁

    ‘주부들의 생활불편을 해소하라.’ 주부의 입장에서 보지 않으면 찾아내기 힘든 ‘사소한 생활민원’ 해결에 자치단체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13일 서초구·서대문구·영등포구 등 자치단체에 따르면 섬세하게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일쑤인, 작지만 꼭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발로 여는 음식쓰레기 통에 방향제까지 서초구는 손으로 직접 여닫아야 했던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을 발로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올들어 페달을 달았다. 음식물을 모아 버리는 수거함이 지저분해 주민들이 만지기조차 꺼려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뚜껑을 여닫기 싫어 수거함 주변에는 비닐에 담긴 채 버려진 음식물쓰레기가 즐비한 실정이었다. 사정을 알고보면 주부들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아파트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덮개 손잡이에선 식중독의 주원인인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군 등이 무더기로 검출됐다. 특히 대장균군의 수치는 공중화장실 변기의자의 9배, 일반세균은 지하철 손잡이 세균수보다 770배나 많았다. 한 달여간 페달형으로 바꾼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은 모두 200여개. 앞으로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하는 쓰레기통은 모두 페달식 용기로 바꿔나간다는 방침이다. 양재동에 사는 주부 변재숙(53)씨는 “여름에 음식찌꺼기가 묻은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음식쓰레기를 버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라면서 “자치단체가 남편도 모르는 생활 속 불편함까지 세심하게 배려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쓰레기수거용기 정기 세척 서비스도 서대문구는 아파트나 공동주택 등에 비치된 대형 음식물 쓰레기 수거용기를 세척해주고 있다. 아예 용기에 탈취제를 추가로 부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1년 전부터 수거용기를 정기적으로 세척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악취를 모두 잡기엔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서대문구 청소행정과 이정우 팀장은 “4808곳에 놓인 1만 6185개의 수거용기를 정기적으로 세척하고 관리한 덕에 악취발생을 억제하는 등의 효과를 거뒀다.”면서 “탈취제를 부착하고 여름철 세척 횟수를 늘려나간다면 자연스레 만족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주부대상 교통사고 대처 교육도 영등포구는 오는 4월부터 여성운전자에게 교통사고 대처법 등을 가르치는 주부교실을 준비 중이다. 사고를 당하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인 상황에서 적어도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2차례(4월,9월)로 나눠 진행되는 강의에선 ▲사고를 당했을 때 대처법과 ▲쉬운 도로교통법 ▲보험상식 등을 일러준다. 강의에선 또 주부들이 취약한 자동차 구조나 정비 등도 일주일간 속성으로 강의한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교통사고가 난 후 여자라서 당한다는 기분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강의를 마련했다.”면서 “차 구조에 무지해 수리를 하고도 바가지요금을 의심하기 마련인 주부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오규원 유고 시집 ‘두두’

    오규원 유고 시집 ‘두두’

    ‘날 이미지’의 시로 널리 알려진 오규원 시인의 1주기를 맞아 유고시집 ‘두두’와 동시집 ‘나무 속의 자동차’(문학과지성사 펴냄)가 동시에 나왔다.‘두두’는 시인이 생전에 여러차례 언급한 ‘두두시도 물물전진(頭頭是道 物物全眞, 사물 하나하나가 전부 도이고 진리다)’이라는 선가(禪家)의 말에서 빌려온 것.1부 ‘두두’에는 짧은 형식의 시 33편,2부 ‘물물’에는 조금 긴 호흡의 작품 17편이 담겼다. 시인은 철저히 관념을 배제한 채 투명한 언어로 사물을 포착해낸다.“노오란 산수유꽃이/ 폭폭, 폭,/ 박히고 있다/ 자기 몸의 맨살에”(‘꽃과 꽃나무’에서) “길 위의 돌멩이 하나/ 무심하게 발이 차네/ 발에 차인 돌멩이/ 길 옆 풀들이/ 몸으로 가려 숨기네/ 그 순간/ 내 발 아프네”(‘풀과 돌멩이’에서)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사물들의 살아 있는 움직임을 묘사하는 일은 사물을 동원한 명사적 비유가 아니라 존재의 경험으로써 드러낸다.”면서 “이를 위해 시인의 언어는 한없이 간명했고 극도의 투명성을 추구하는 최소 언어가 될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6000원. ‘나무 속의 자동차’는 시인이 시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 되는 해(1995년)를 기념해 펴낸 것을 이번에 다시 출간한 것.1920∼30대 초반에 자신이 쓴 40편이 실렸다. 산과 들, 새와 나무 등 우리가 주변에서 늘상 보아온 자연을 그렸다. “좌악/ 금방 소나기가/ 쏟아질 것 같은/ 구름 낀 하늘/ 몽당 빗자루로/ 하늘을/ 싸악/ 쓸어버렸다/ 바다에서 파도와/ 놀다 온/ 바람의 장난/ 몽당 빗자루 끝을/(중략)”(‘여름 한나절’중에서) 얼핏 무의미해 보이는 일상도 얼마나 신비로워질 수 있는가. 그의 ‘어린이 시’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8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책꽂이]

    ●2008년도 제3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권여선 외 지음, 문학사상사 펴냄) 대상 수상작인 권여선의 단편 ‘사랑을 믿다’와 그가 뽑은 대표작 ‘내 정원의 붉은 열매’가 실렸다. 우수상 수상작 정영문의 ‘목신의 어떤 오후’, 하성란의 ‘그 여름의 수사(修辭)’, 천운영의 ‘내가 데려다줄게’ 등도 함께 묶었다.1만 1000원.●헤럴드 블룸 클래식(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지음, 헤럴드 블룸 엮음, 정정호 외 옮김) 서양 문학비평계의 거장 헤럴드 블룸이 엄선한 고전들로 엮은 책. 에밀 졸라, 오스카 와일드, 니콜라이 고골 등의 단편 41편과 이솝, 윌리엄 셰익스피어, 월리스 스티븐스 등의 시 83편을 만날 수 있다.2만 9500원.●뚜벅이 반추(장윤우 지음, 목훈문화사·현대시단사 펴냄) 196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의 12번째 시집. 표제작 ‘뚜벅이 반추’ 등 70여편이 실린 이 시집은 고희를 넘긴 시인이 자신의 이름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살아온 삶을 가감없이 고백하고 있다.9000원.●마교사전(전2권, 한소공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민음사 펴냄) 1968년 문화혁명 때 후난(湖南)성 미뤄(汨羅)현이라는 산골 마을에 하방(下放·지식인 정신개조 운동)됐던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 소설. 시골 마을 마차오(馬橋)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를 ‘사전’이라는 형식을 통해 언어 밑바탕에 깔린 인간 본연의 정신세계를 들여다본다. 각권 1만원.●임을 부르는 물소리 그 물소리(오세영 지음,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 투명한 시심이 돋보이는 시인의 17번째 시집. 지난해 출간된 ‘오세영 시전집’에 실었던 것을 단행본으로 묶었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압록에서 낙동까지 한반도 전역의 산하를 노래한 108편의 시가 실린 ‘국토시집’이다.8000원.●나는 고백한다(이재운 지음, 예담 펴냄) ‘소설 토정비결’로 친숙한 작가가 조선 초 권신 정도전을 소재로 쓴 역사소설. 정도전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의 죽음으로 결국 미완으로 남은 요동 정벌 계획의 역사적 의미를 재구성했다.9800원.●바람과 그림자의 책(마이클 그루버 지음, 박미영 옮김, 노블마인 펴냄) 해양생물학 교수와 록 밴드 매니저, 공무원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작가가 셰익스피어의 삶을 재조명하며 그의 미발표 희곡을 찾으려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그려낸 본격 팩션 스릴러소설.1만 3800원.
  • [현장 행정] 강서구 수요시네마데이

    [현장 행정] 강서구 수요시네마데이

    자치구의 홈페이지를 유심히 들여보다 보면 ‘횡재’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더욱이 문화생활에 목말랐다면 과자 한 봉지, 아니 아이스크림 하나 값밖에 되지 않는 단돈 ‘1000원’으로 옛 추억은 물론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 강서구는 1000원짜리 한 장으로 구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을 마련하고 있다. 강서구 우장산 중턱에 있는 강서구민회관 내 노을극장에서 여는 ‘수요시네마데이’가 그것이다. 최신 개봉작은 아니지만 계절에 어울리는 영화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했다. ●비디오가게에도 없는 희귀한 영화 상영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만 되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하나 둘 강서구민회관으로 모여든다. 김영수(61·내발산2동)씨는 “매주 수요일은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를 그려놓았어. 내가 깜빡깜빡하거든. 젊은 시절 보았던 영화들이라 그런지 옛 추억이 떠올라 좋아. 값도 싸고….” 지난해 말부터 동네 친구들과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다는 한영희(68·화곡7동)씨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때쯤 보았던 영화 ‘위대한 유산’을 우연히 여기서 다시 봤다.”면서 “집 근처 비디오가게에 가도 빌려볼 수 없는 귀중한 영화라 참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시작한 ‘수요시네마데이’가 1950년대에서 1970년대를 풍미했던 추억의 명화를 상영하면서 중장년층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매주 수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수십명의 ‘폐인’이 생겨날 정도다. ●2월에는 ‘영화로 보는 명작소설´이 테마 상영 영화는 계절별 테마를 정해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2월에는 ‘영화로 보는 명작 소설’을 주제로 폭풍의 언덕,80일간의 세계일주, 안나카레니나 등을 상영한다.3월에는 주옥 같은 영화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라스트 콘서트’,‘금지된 장난’ 등을 ‘영화음악과 함께 하는 명화’로 엮어 선보인다. 또한 가정의 달 5월에는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선정했으며, 호국의 달 6월은 ‘전쟁영화 특선’, 한여름에는 무더위를 식혀줄 수 있는 ‘공포영화 모음’을 마련하는 등 계절의 흐름이나 월별 특성을 고려해 골라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강서미디어센터 성윤경 수요시네마데이 담당은 “최신 개봉작은 아니지만 추억의 명화를 감상하는 것은 세월을 넘나드는 묘미가 있다”면서 “좀 더 다양한 주제로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상영작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한국인 주식= 쌀’ 시대 이젠 끝?

    ‘한국인 주식= 쌀’ 시대 이젠 끝?

    쌀을 먹지 않는 사람이 더욱 늘고 있다. 하루 2공기도 채 먹지 않는다. 반면 육류와 채소·과일류 소비는 증가하는 추세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6.9㎏으로 조사됐다.2006년 78.8㎏보다 2.4% 감소했다. 연간 쌀 소비량은 2002년 87㎏에서 매년 감소,2006년에는 처음 한 가마(80㎏) 밑으로 떨어졌다. 하루 쌀 소비량은 210.9g으로 2공기의 밥도 안 먹는 셈이다.1공기는 120∼130g 정도이다. 월별로는 설이 포함돼 제수용 떡 소비가 많은 2월의 하루 쌀 소비량이 228.1g으로 가장 많다. 여름 휴가철인 8월에는 203.6g으로 가장 적다. 통계청은 “웰빙 추세에다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채소류와 육류, 어류, 빵, 라면 등 쌀 대체식품의 소비가 늘어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1인당 연간 식료품 소비량 추이를 보면 쌀은 102.4㎏에서 78.8㎏으로 23%나 줄었다. 반면 ▲육류는 29.3㎏에서 33.6㎏으로 14.7% ▲채소류는 148.5㎏에서 154㎏으로 11.3% ▲과일류는 58㎏에서 62.2㎏으로 7.2%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다른 아시아권 나라들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쌀 소비는 높은 편이다.2006년 기준 일본과 타이완의 1인당 쌀 소비량은 각각 61㎏,48㎏에 불과하다. 다른 양곡의 소비도 쌀과 함께 주는 추세이다.1인당 연간 보리쌀 소비량은 1.1㎏으로 밀가루 1.3㎏에도 미치지 않는다. 감자 등의 서류는 2.3㎏, 콩 등의 두류는 2.7㎏ 정도 먹는다. 한편 우리 국민들이 끼니를 거르는 횟수는 한해 평균 17.6회로 2006년 19회보다 낮아졌다. 건강관리와 주 5일제 등으로 아침을 간편하게 먹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로 보인다. 연령별 결식 횟수는 20대가 한달에 3.7회로 가장 많고 30대 2.8회,10대 1.2회 등의 순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밤이 깊은 고궁에서 자알하는 짓이냐

    밤이 깊은 고궁에서 자알하는 짓이냐

    5월이 오면 싱숭 생숭 특히 젊은이들은 봄바람에 들뜨기 마련.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풍속 단속경찰관의 수를 늘려야 할판. 언제부터 인지 춘정(春情)을 발산하는 장소로 고궁(古宮)의 밤이 이용되고 있는데 고궁 경비원들의눈에 비친 춘심백태(春心百態)를 엮어 보면-. “비원·덕수궁이 참 좋아요” 소풍객 거의 반은「아베크」 벚꽃이 만발하는 3월중순부터 고궁이나 명소를 찾는 상춘객의 수는 서울의 경우만도 하루에 몇십만명. 제철을 만난 고궁은 이때부터 공개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연장, 톡톡이 재미를 보고 있는데, 고궁을 찾는 많은 사람중「아베크」족이 3분의1 정도로 차지하고 있다니 이들「아베크」족이 문화재관리국 살림에 기여하는 바 자못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아베크」족들은 구경하기위해 고궁을 찾는게 아니라 은밀한 산책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창경원 식물원의 최상호(崔相昊)씨의 얘기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식물원이나 동물원 근방엔 되도록 피하려는게 이들「아베크」족들의 공통된 심리라고. 『창경원엔「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이 많지않은 편입니다. 시골에서 모처럼 서울구경 온 사람과 어린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찾아오는 사람외엔 별로 없어요』 서울 생활 30년에 창경원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하는 얘기다. 창경원은 대중적이어서 모처럼「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사람들은 즐겨 찾지않는다고. 『뭐니 뭐니해도 젊은이들의「데이트」장소로 이용되기는 비원과 덕수궁이 제일일겁니다 』 서울의 고궁경비원 경력 8년이 된다는 비원 수위장 하동근(河東根)씨의 말인데, 하씨의 경험에 의하면 덕수궁과 비원은 20대와 30대의「아베크」족이 수위를 차지하고 종묘와 경복궁은 주로 10대가 즐겨 이용하더라고. 또하나 재미있는 일은 20대, 30대는 주로 연인을 동반하고 들어오는 반면 10대는 현지「헌팅」하는 예가 많다는 얘기. 마치 여관이나 안방처럼 불빛이 비쳐도 사랑에만 고궁의 공개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잡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밤 9시면 관람객은 다 빠져나가기 마련, 그런데 여기 경비원들이 골치를 싸매는 사태는 이때부터 벌어진다고. 창경원의 경우엔 주로 술취한 40대쯤의 남성이 세상 모르고 코를 골며 잠을 자고있어 이런 취객 색출이 주임무가 되지만 담 하나 건너 비원에서는 밤이 깊어가는 줄모르고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 색출작전이 경비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저희 비원의 경우 하루 아무리 적게 잡아도 2백쌍의 그렇고 그런 사이의 짝짜꿍들이 들어오는데 이 양반들 도통 시간 가는줄을 몰라요…』 대개 이 연인들은 상오보다 하오에 들어와「엔조이」하기에 바쁜데, 개중에는 경비원들이 비추는「플래시」불빛도 느끼지 못할정도로 오직 사랑에 도취된 선남 선녀가 수두룩하다는 얘기. 『물론 연애 하는것도 좋지만 우리 경비원들의 입장도 좀 생각해줘야 할텐데 이거 밤새는 줄도 모르고들 있으니…』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작전을 바꾸어 휴대용「마이크」를 들고 잠좀 자게해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비원의 한 경비원은 울상이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백이면 백이 다 사람눈에 잘띄지 않는 으슥한 수풀속을 택하기 때문에 문을 닫기위해 이들을 색출해야하는 경비원들의 노고는 이루 말 할수 없을 정도라고. 『고궁을 마치 자기집 안방이나 아니면 여관 정도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제 날이 좀 더 더워지면 별의별 사태가 다 벌어 집니다』 작년 여름 이곳 비원의 수위장 하씨가 경험한 예 한토막. 『대낮 2시쯤 이었을 겁니다. 수위실로 신고가 들어왔어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길 바로 옆 풀숲에서 남녀가 대담하게도 뒹굴고 있다지 뭡니까. 뛰어가보니, 나참… 헛 기침을 하며 다가서도 약간 술기가 있는 이 친구 일에만 열중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달려들어 잡아 끌수도 없고 난처하기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 “「키스」쯤이야” 청소부들 잔류품(殘留品)엔 질색 대낮에도 이러는 판이니 어두운 한밤중까지 붙어 앉아있는「데이트」족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는건 뻔한 일이 아니냐는 말투다. 이 말을 뒷받침하는 청소부의 얘기를 들어보자. 『새벽 한 5시께면 청소를 하게 되는데 쓰다버린 고무제품이 수두룩 해요. 간혹 돈이라도 떨어져있으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재수없게 고무제품만 주워들게 되니 나참…』 올해 나이 50이 된다는이 청소부는 씁쓸하게 웃는다. 비원의 경우 한여름일 경우 아침마다 쓸어 버리는 이 고무제품이 평균 30개가 넘을 정도라니 고궁을 정사장소로 이용하는 빈도수를 짐작할 수 있을 듯. 『요새 중고등학생들 깜찍하기 이루 말할수 없어요. 교복을 입은채 대낮에 술이 취해 비틀대는 일이 없나,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낚는데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하는데는…아뭏든 세상은 많이 변했어요』 들어 올땐 생판 모르던 이 남녀 학생들이 말 한마디로 어울려「고고」춤을 신나게 추는것 까지는 애교로 보아준다고 하겠지만, 간혹 뽀뽀까지도 공공연하게 하는 대담한 친구까지 있더라고 종묘의 어느 경비원은 한심한 표정. 『가만히 보면 성(性)문제는 확실히 계절과 관계가 있는것 같아요. 겨울엔 주로 조용히 팔짱을 끼고 걷는가 하면 기껏해야「키스」정도인데 이거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 행동적으로 나온다 이겁니다』 하기야 한겨울 알몸이 되어야하는 대담한 정사는 어려울거라는 주석을 달기까지 하는 덕수궁 한 경비원은 이제 수풀이 우거질 한 여륾이 오면 금년에도이곳을 이용하려는 연인들이 많아질거라고. 『요새 여자들도 상당히 대담해졌어요』 남자야 그럴수 있다고 하겠지만 여기에 응하는 여자들을 보면 한심해요. 이제는「키스」하는것 쯤은 하도 보아와서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면역이 되었다는게 경비원들의 공통된 대답. 사랑도 좋지만 민족의 얼이 서린 고궁에서의 지나친 행동만은 제발 삼가해 달라고 한 문화재관리국 직원은 들뜨기 쉬운 계절을 맞아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었다. [선데이서울 71년 5월 9일호 제4권 18호 통권 제 135호]
  • 뮤지컬 ‘싱글즈’로 2년만에 무대 서는 이종혁

    뮤지컬 ‘싱글즈’로 2년만에 무대 서는 이종혁

    재작년 여름 ‘드라큘라’로 관객들의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 들던 이종혁(34)이 ‘싱글즈’로 2년 만에 무대에 선다. 동명의 영화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싱글즈’(15일∼2월24일·호암아트홀)에서 god 출신 손호영과 나란히 증권맨 박수헌역에 캐스팅됐다. “여주인공 나난을 보며 작은 떨림을 갖고 귀엽게 작업을 거는, 어찌 보면 전형적인 캐릭터예요. 그러나 같은 역할도 전형적이지 않게 하는 배우가 있으니까요.” 연습 중인 듯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나타난 배우가 알듯 모를 듯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이종혁은 작년말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을 올리고 31일 ‘라듸오데이즈’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홍보에 새 영화 ‘홍당무’를 촬영하는 와중에도 연습실이 있는 충무아트홀에는 꼭꼭 발도장을 찍고 간다. “영화제에서 고 임성민씨가 턱시도를 입고 나오는 게 멋있어 연예인이 되고 싶었다.”는 이 배우가 첫 발을 내린 곳은 대학로.11년전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학동기들과 극단 ‘자세 레퍼토리’를 만들었다. 배우 11명이 30만원씩 ‘땡겨 오고’ 한 사람당 표 100장을 받아 50만원씩 만들어오며 꾸린 극단이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라이어’‘의형제’ 등에 출연하며 연극판 선배들에게 “무대에서 연기를 할 때는 꼭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길고 꾸준한 이력의 소유자가 됐다.11년 전 ‘서푼짜리 오페라’로 공연판에,10년 전 ‘쉬리’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2005년부터 드라마로도 보폭을 넓혔다.‘그린로즈’‘닥터깽’ 등 네 편을 거쳤다. 요즘에는 질긴 인연, 조연 대신 주연으로 돋아나고 있다. 그에게 공연과 영화, 드라마는 다른 화법이다.“공연은 완벽해질 때까지 연습·훈련해서 완성된 감정과 최고의 호흡을 보여 주죠. 그리고 나서 커튼콜 때 받는 관객들의 화합은 ‘에너지 교환’과도 같아요. 영화는 배우의 예술이기보다는 여러 여건이 좌우하는 종합예술이자, 감독의 예술이고요.” 배우는 그 사이에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면 기쁘겠다고 했다. “2006년 여름 ‘드라큘라’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했어요. 아드리아나가 죽고 떠나 보내는 노래를 부를 때, 드라큘라가 최후를 맞이할 때는 뇌가 짜여지는 느낌까지 들었죠. 그런 게 관객들에게도 분명 전달될 거라 믿어요.” 털털하게 말을 뱉어 내던 이종혁은 전혀 상반된 꿈도 꾸고 있었다. 거친 호흡의 남성들이 화면을 장악하는 느와르, 쓰레기처럼 사는 ‘루저’(loser)들의 이야기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연기, 하면 할수록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답이 없다.”는 말로 갈음했다.“각자 자기 맘 속에 있는 건 자기만 알잖아요. 캐릭터를 소화하는 건 결국 자기 안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종혁이가 갖고 있는 오감과 팔다리를 다 이용해 살아온 경험을 캐릭터로 투영해야죠. 그게 접목이 됐을 때 시너지 효과가 나요. 그래서 내공이든, 외공이든 일단 자기가 갖고 있는 걸 잘 소화해야겠죠.” 그리고 그는 관객을 지목했다.“요즘은 관객들 눈이 높아져서 연기 못하면 배우 소리 못 들어요∼.” 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스턴트맨 출신 영화감독 원신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스턴트맨 출신 영화감독 원신연

    흔히 ‘스턴트맨’으로 불린다. 온몸을 던져 각종 위험한 연기와 묘기를 직접 실연한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역 인생’이기 때문. 그래서 목숨 걸고 열연을 해도 빛을 보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영화계를 떠나간다. 하지만 여기 예외가 있다. 스턴트맨 출신 영화감독 원신연(40)씨가 바로 주인공. 그는 한국영화가 한참 침체 속에 빠져 있을 지난해 11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븐데이즈’라는 영화를 불쑥 내놓았다.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개봉 한 달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원신연’이라는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세븐데이즈 관객 200만 대박 그럴 것이 최근 네티즌들이 2007년 최고의 작품을 뽑은 결과 ‘화려한 휴가’(18.0%),‘디워’(12.2%),‘밀양’(10.2%)에 이어 ‘세븐데이즈’(8.3%)를 4위에 올려놓았다. 또 기대를 안 했으나 뜻밖에 재미있었던 영화로 ‘세븐데이즈’(5.9%)를 1위로 꼽았다. 아울러 2007년 말 시나리오작가들에 의해 ‘올해의 시나리오’에 뽑혀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평론가들은 ‘세븐데이즈’가 영화적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절묘하게 배합하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 스릴러 장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탄탄한 시나리오와 함께 침체일로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관심을 끄는 것은 야간 고등학교를 겨우 나온 스턴트맨 출신이 온갖 역경과 좌절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 해외 유학파들조차 여전히 감독 데뷔를 못하고 있을 정도로 고학력 인재들이 많은 충무로 바닥에서 촉망받는 감독으로 어엿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고졸출신이 해외파 제치고 충무로 우뚝 원 감독은 이에 대해 “그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단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세븐데이즈’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갈고 닦은 내공을 응집해 ‘발사대’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희망을 쏘아올리는 새로운 길, 즉 나이 마흔에 영화인생 제2막을 시작할 것이라고 새해 포부를 곁들인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지난 12월부터 강화도 마니산 자락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두문불출,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스턴트맨 생활을 해서인지 얼핏 보아도 단단한 몸매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선 새해를 맞는 소감이 어떤지 물었다. 새로 준비하는 작품이 간단치 않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그랬더니 “새해 첫날 마니산 정상에 올라 ‘삼고’를 목놓아 외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무슨 삼고? ‘목숨 걸고’‘(시나리오)쓰고’‘(영화를)만들고’ 등 세 가지란다. 준비 중인 영화는 어떤 것이냐고 하자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못지 않다. 한국적인 정서가 충분히 녹아 있는 그런 영화가 될 것”이라면서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아직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며 예산도 많이 투입되고 또 한국영화의 새로운 위상을 보여줄 것이라고만 했다. 아울러 올 여름에 크랭크인된다는 귀띔이다. ●“올여름 크랭크인… 한국영화 위상 보여줄 것” “관객들의 시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청각적으로 즐거움과 또 뭔가를 남겨줘야 합니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어떤 틀이나 공식에 얽매여 있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코미디 영화인 경우, 처음에는 웃기다가 나중에 감동을 주는 식이지요. 이제는 좀더 자유로운 의식으로, 자유로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우리 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별로 공들이지 않은 영화들이 400만∼500만 관객이 드는 것을 보고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창의적인 텃밭과 그 밑거름이 무너져 우리 영화계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또 여기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제작자들도 이런 것에 익숙지 않다는 것.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의성이 고갈되면서 홍콩영화처럼 아류작을 양산하다보니 우리 영화가 스스로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관객들이 변하는 것처럼 감독이나 제작자들도 변해야 한국영화가 살아나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제를 돌렸다. 왜 스턴트맨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다섯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1976년 부모를 따라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집이 워낙 가난해 서울에 가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딱히 갈 곳도 없던 식구들은 서울 중랑천 인근에 ‘방공 방첩’이라고 씌여진 빈 초소 등을 떠돌며 살았다. 이런 생활 때문인지 원신연은 초등학생 때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자주받았다. 하지만 원신연은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이겨냈다. 도봉중학에 진학하면서 그는 기계체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 무렵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면 포상이 푸짐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즉, 배고픔을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기계체조를 하게 됐던 것. 하지만 제대로 된 코치한테서 정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책 보고 응용하면서 철봉과 평행봉 등을 접했다. 마루운동 연습은 아스팔트나 땅바닥이었다. 넘어지고 깨어지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나중에 도봉중학의 대표선수에 뽑히기는 했지만 시합에는 나가지 못했다. 보성고교 야간에 입학하면서 체육관에 다니던 선배들한테 쿵후와 종합무술 등을 익혔다. 그러던 어느날 한 선배의 권유로 스턴트맨 역할을 하게 된다. 때마침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던 참이었다. 이때부터 낮에는 영화 촬영장에서, 밤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생활이 연속됐다. 시간이 지나자 공부하기가 싫어 결석하는 날도 많아졌다. 어쩌다가 학교에 가면 담임선생한테 호된 야단과 함께 매맞기 일쑤였다. 한때는 아예 가출까지 해버렸다. 공부도 싫고 충무로에서 스턴트맨 생활이 그저 좋았다. 주위 설득으로 3개월만에 퇴학을 각오하고 다시 학교에 갔지만 다행히 담임 선생의 배려 덕분에 ‘없었던 일’로 됐다. 원신연의 솔직한 대답과 어려운 생활환경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달려오는 자동차에 몸을 던지고 높은 다리에서 떨어졌을 때 다들 박수를 쳤지만 촬영이 끝나 뒤돌아섰을 때 밀려오는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요.” ●시나리오도 독학…100여편 탈고 그래서 마음 먹은 것이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었다. 독학으로 시나리오 작법을 터득하면서 낮에는 촬영현장에서 몸을 굴리고 밤에는 시나리오 작업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그러는 한편, 스턴트맨 일당으로 필름을 사고 카메라를 빌려가며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려 번 돈으로 필름 사고, 돈 떨어지면 다시 뛰어내려 영화를 찍고 또 찍었던 것. 이런 열정으로 각종 단편영화·독립영화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소외계층에서 자랐다고나 할까요. 가난과 질시, 여러 고난이 생길 때마다 제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감자 몇개 들고 도봉산으로 들어가 며칠 밤낮을 견디곤 했지요.” 2003년에 각본 쓰고 감독했던 영화 ‘빵과 우유’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소외계층을 다룬 작품이다. 원 감독은 감성이 여린 편이다. 어려서부터 소외되다보니 희로애락을 잘 흡수하게 됐으며 오히려 영화를 만드는 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 지금까지 100여편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2008년 ‘삼고’의 결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8년 경기도 여주 출생 ▲89년 보성고 졸업 ▲87∼98년 ‘49일의 남자’‘여고괴담’ 등 100여편의 영화에 스턴트 출연 ▲90년 ‘꼭지딴’ 단역출연 ▲91년 ‘밥풀데기 형사와 전봇대 형사’ 조연 출연 ▲97년 ‘넘버3’ 무술지도 ▲99년 ‘카라’ 무술감독 ▲2001년 ‘적’‘세탁기’ 감독 ▲02년 ‘자장가’ 감독 ▲03년 ‘빵과 우유’ 감독 각본 ▲05년 ‘가발’ 감독 각본 ▲06년 ‘구타유발자’ 감독 각본 ▲07년 ‘세븐데이즈’ 감독 각색 # 주요 수상 제29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상,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영화상,2004년 영화 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작품 ‘구타유발자’
  • 고학7년에 매머드·홀차린 학생사장

    고학7년에 매머드·홀차린 학생사장

    22살짜리 대학생이자 병아리 총각「스타」인 한정환(韓貞煥)이「매머드」술집을 차리고 사장님이 되었다. 고(高)1 때부터 시작한「아르바이트」수입이 대학 졸업반에 이르는 7년동안에 불어나서 약 5백만원짜리 자본주로 성장한것. 경희대(慶熙大) 신문방송학과 4년생, 응원단장, 신인배우의 세가지 얼굴로 이제는 사장님이 된 엉뚱한 젊은이의 치부론을 들어보면. 배우보다 돈에 관심더 커 졸업까지 1천만원 목표 「선데이 서울」독자중에는 한정환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것 같다. 그는 70년 8월2일자「선데이 서울」(제96호)에 한번 소개 됐었다. 그때 기사 제목이『해운대의 빨간지붕대학생 주점』. 대학생4명이 해운대 바닷가에 술집을 차리고 여름방학「아르바이트」를 했던 얘기다. 그 대학생 4명중 한 사람이 바로 한정환. 자기들이 지은 술집에서 술심부름을 하던 이 젊은이가 갑자기 사장이 됐다고 나타났다. 그가 차린 술집은 충무로 번화가에 있는「도원」이란 맥주「홀」. 좌석이 3백개 쯤 되고 무대시설이 돼있는 요즘 유행의「매머드」맥주집이다. 종업원이 40명(남자10·여자30)」이니까 어엿한사장님. 실제로 그집 종업원들의 입에서는「사장님」소리가 어색치 않게 튀어나왔다. 작년 여름 해운대 폭양에 그을었던 새까만 얼굴이 제법 환하게 틔어있다. 강렬한 눈모습과 얼굴 윤곽이 신인 배우답게 미남. 그는 70년4월 정진우(鄭鎭宇)감독에 의해『연인들아 벌판으로 가자』란 영화의 주연배우 모집에 뽑힌 이력을 갖고있다. 그런데 작년여름 해운대에 술집을 차렸을때 한정환은 자신이 신인배우란 사실을 구태여 밝히려 들지 않았었다. 햇볕에 그을어서 허물이 벗겨진 그의 얼굴이 신인배우의 그것이라고는 그때 기자도 미처 깨닫지 못했지만. 어쨌든 한정환은 배우보다 돈쪽에 더 관심이 큰것 같다. 맥주집을 차린 근본 목표가『내년 졸업때까지 1천만원을 확보하는거』라고 그는 서슴지 않고 말한다. 자본금은?『한 5백만원쯤 들었어요. 가지고있는거 다 털어 넣었죠. 7년만의 결실입니다』 그는 이 5백만원이 자신의 노력에 의해 얻어졌다고 밝혔다. 학생의 힘으로, 학업을 계속하면서 모은 돈으로는 놀랄만큼 많은 액수다. ”야채 장사서 술장사까지 거의 안해본 장사 없어요” 『솔직이 말해서 안해본 장사가 없읍니다. 야채장사, 얼음장사, 솜사탕장사, 술장사, 그리고 한때는 공장의 경비원 노릇도 해봤죠』맨처음 해본게 야채장사. 고등학교(인창(仁昌))1학년때란다. 그는 어머니가 주는 교통비를 저축해서「리어카」한대를 사가지고 여름방학동안 야채장사를 했단다. 아버지는 6·25때 괴뢰군한테 피살됐고 어머니등에 업혀 남하했다는 그는 이모집에서 국민학교와 중학교를 나왔다. 학자금은 이모집에서 궁색하지않게 대주었지만 이들 모자가 독립할 수 있는 형편은 못되었다고. 여름방학동안 최초의「아르바이트」에서 그는 돈버는 재미를 맛본것 같다. 그는 학교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기고 낮에는 돈벌이를 했다. 주로 야채, 과일장사. 그래서 번 돈은 어머니를 통해서 계를 들어 늘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할무렵 한정환의 손에는 이미 50여만원의 자본금이 들어왔다고. 술장사는 대학1학년때부터 했다. 1학년때는 수원(水原)에 동업으로 대폿집을 냈고 그해 여름방학은 대천(大川)해수욕장에서 통술집을 벌였다. 2학년, 3학년 여름방학은 해운대해수욕장. ”안쓰면 돈벌고 푼돈 깔보면 큰돈 못벌죠” 작년 여름 해운대서의 그는『실컷 놀고 돈버는 재미』를 역설했었다. 해수욕장에 놀러와서 돈만 쓰고 가는 학생들을 그는 한심하다는 말투로 공격했었다. 『처음 내려갈때 27만5천원을 들여서 장사를 시작했죠. 4명이 한달동안 벌어서 쓰고 남은 돈이 75만원이더군요』 비가 잦고 전염병이 유행하여 해수욕장 최대의 불경기였다는 작년 여름에도 그는 거뜬히 30여만원의 이득을 올린 것이다. -돈버는 비결이라도? 한정환은 이물음에『안쓰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물은 단단한 땅에 굅니다. 푼돈이라고 깔보면 큰돈 모일날이 없어요』 그래서 자신은 친구들에게『장아찌』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씩 웃는다. 술장사를 하면서도 자신은 술 한잔 마시지않고 담배는 물론「코피」도 별로 사먹지 않는단다. 『4, 5명이 다방에 가면 대표로 한잔만 마시죠. 돈은 물론 마신 사람이 내고』 -그래도 친구가 있는지? 그는 친구와 돈과는 전혀 상관없는거라고 말했다.『친구 많아요. 가난한집 친구에서부터 재벌·고관의 아들들까지 가리지 않고 사귑니다. 처음엔「장아찌」라고 이상하게 보지만 사귀고 나면 모두 내 의견에 찬성합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처음엔 돈 아까운줄 모르고 쓰기만 하던 친구도 나와 사귀고 나면 뭔가 돈벌이 궁리를 합니다. 내 친구중에는 졸업하기전에 기업체 하나씩 차리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해요』 돈과 실속만 찾는 이 학생이 영화배우를 지망했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 그런데 그의 말은『나라고 꿈이 없겠어요? 돈도 벌고 꿈도 살려야죠』 그러면서『꿈을 살리기위해 돈을 번다고 말할수도 있다』는 것. 그의 꿈은 영화제작·감독」을 겸할수있는 연기자가 되는것. 그리고 한국에 자동차공장을 세우는것. 이 두가지를『앞으로 10년안에 꼭 이뤄 놓겠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돈도 벌고 꿈도 키워가며 10년내 자동차 공장세워 그가 차린 술집은 주로 젊은층을 끌기에 알맞게 꾸며져있다. 술장사하면서 남의 술집엔 안가봤다는 그는 장사를 벌이기전에야 명동·무교동일대의 술집을 모조리 훑어봤다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젊은층의 술집 출입이 굉장히 많다』는 점. 그는 자기와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을 고객으로해서 자기 실속을 차려볼 심산이다. 학교에서는 대학신문의 기자, 응원단장을 하면서 대학생활도『비교적 실속있게 한편』. -「히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미국「히피」는 뭔가 생각이 있는것 같아요. 그런데 이쪽은 공연히 흉내만 내는것같아요』 -「해피·스모크」는? 『그런거 해볼 여가가 없어요』 -머리는 왜 길렀죠? 『이건 영화에 출연하려니까 어쩔수 없어요. 생각같아서는 박박 깎아버렸으면 좋겠지만- 이 대학생 술집사장은 곧『연인들아 벌판으로 가자』『신부는 방년18세』에 출연할예정. [선데이서울 71년 5월 2일호 제4권 17호 통권 제 134호]
  • 소설집 ‘라일락 향기’ 출간 앞둔 김영현

    소설집 ‘라일락 향기’ 출간 앞둔 김영현

    “문학이라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아서 박제화되면 끝입니다. 고정되고 낡은 것은 바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봐야죠.” 민중문학, 긴급조치 위반, 구속, 고문…. 늘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수식어가 붙어다니는 소설가 김영현(53·실천문학사 대표)이 독특한 형식의 창작소설집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3월 출간 예정인 ‘라일락 향기´(가제)가 그것이다. 작품집 ‘라일락 향기´에는 ‘개구리’‘여름에서 겨울까지’‘나는 몽유하리라’‘일영에서 나날들’‘낯선 사내와 술한잔’등 지난 5년 동안 발표된 단편 8편이 묶여진다.“21세기를 맞아 한 시대가 지나가고 패러다임이 바뀐 상황에서 지식인들의 고독한 내면의 독백을 통해 우리 시대의 성격, 우리가 처한 상황, 지식인의 불안한 미래 등에 대해 짚어 보는 실존적인 소설이 될 것입니다.” ●“내 후반기 문학의 새 출발점” 작가가 구상하는 소설은 철학적이고 시적인 내용이 적잖이 녹아 있는, 과거의 리얼리즘 성격과 실험적 소설이 뒤섞여 있는 사뭇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다. 그런 만큼 내용이 철학적이고 일정 부분 난해할 수도 있다는 작가는 “내 후반기 문학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자평한다. 창작소설집 출간과 함께 작가는 또 다른 ‘외도’도 꿈꾼다. 지난해 펴낸 그의 소설 ‘낯선 사람들’이 영화화된다.‘낯선 사람들’은 수도원 신학생 성연이 부친인 마을금고 이사장 최문술을 죽인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 형식의 작품. 작가는 “아직 기획단계에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가 어렵다.”면서 “보다 계획이 진전되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낭만주의적 책 득세 안타까워 “요즘은 너무 낭만주의적 색채가 짙은 책들이 득세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유·민주·통일·상호존중 등의 단어가 어느샌가 퇴색돼 버려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미시적 관점을 넘어 통시적으로 꿰뚫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가치가 병렬체계를 이뤄야 합니다.” 지금은 ‘글 기술자’‘엔터테인먼트 작가’만 횡행하다 보니 거시적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얽히고설켜 혼란스러운 시대인 만큼 중심을 바로잡는 진정한 의미의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수·진보의 내용이 큰 차가 없는데도 우리 속에는 대립과 증오심이 가득 차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나서서 이렇게 파인 골을 하루빨리 메워야 합니다.” 좌우를 대표하는 황석영씨와 이문열씨도 한자리에 모여 얘기를 나누면 다 통하게 돼 있는데, 우리 사회에 대립과 증오심이 가득한 것은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어투도 한몫한다고 작가는 지적한다.“나이가 들면 자기 확신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진리가 불변인 것은 아니죠. 변하지 않는 도그마는 있을 수 없습니다.” ●플라톤의 ‘조화´ 절실한 시점 1990년대 낭만적 색채가 짙은 작가의 리얼리즘이 민중문학의 발전이냐 퇴보냐를 놓고 ‘김영현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그였던 만큼 작가는 현 정치적 판도 변화에 마냥 ‘아웃사이더’일 수만은 없다.“플라톤의 ‘조화’가 가장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차피 모든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현 정부의 좋은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공언해 일단 안심이 됩니다.” 연륜만큼이나 세상을 더 넓게 관조하고 있는 작가는 “바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하지만 지나친 대립, 즉 ‘좌’에서 ‘우’로 확 돌아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며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의 정신을 강조한다.386세대의 경우 패배의식에 젖은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불안한 미래에 대한 목소리도 담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글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괴물 2’ 청계천에서 나온다

    ‘괴물 2’ 청계천에서 나온다

    영화 ‘괴물’의 속편이 청계천을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청계천에 기생하던 괴물들이 복원과정에서 인간세계로 튀어나오게 된다는 것이 기본 설정. 도시 노점상과 철거반장, 진압경찰 등이 이야기의 축을 이룬다. 시나리오는 인터넷 만화작가 강풀이 맡았다. 감독은 미정으로, 시나리오가 완성된 이후 결정할 계획이다. 1300여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한국영화 최고흥행작의 자리에 오른 ‘괴물’의 속편은 그 윤곽만으로도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끌 만하다. 특히 청계천을 배경으로 여러 마리의 괴물이 등장한다는 설정과 1편을 뛰어넘는 150억원의 제작비, 전편의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맡지 않는다는 점 등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청계천은 사회정치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고 도심 한가운데 있기 때문에 규모나 밀도면에서 영화화하기에 좋은 장점을 갖고 있다.”면서 “괴물에 맞서 싸우는 가족애 등 전작의 휴머니티를 잘 살리는 한편 괴수영화로서의 특수효과를 이용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괴물2’는 청계천에서 살 곳을 잃은 한 무리의 괴물과, 이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가족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축. 이를 통해 청계천 복원 과정 속에서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과 생태계 파괴 등 환경문제도 다룰 예정이다. 청어람의 황지현 마케팅팀장은 “청계천 복원작업이 막 이뤄지기 시작한 2003년이 시대 배경으로, 전편에서 다룬 2000년 주한 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과도 궤를 같이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나리오 초안 작업을 마친 ‘괴물2’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최대 치적으로 꼽히는 청계천 복원사업을 일정 부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용배 대표는 “‘괴물2’는 서울의 명소인 청계천이 갖는 의미를 다양한 각도에서 다루고자 한다.”면서 “시나리오가 완성될 시점이 우연히 대선 직후여서 그렇지 영화 이외의 다른 의도를 갖고 제작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괴물2’는 올해 중반 제작을 시작해 내년 여름 개봉할 예정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소설당선작] 우유의식/홍희정

    홈쇼핑 채널에서는 석류 즙에 대한 소개가 한창이었다. 쇼 호스트는 활기찬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의 장점을 연신 강조했다. 중년의 여자 탤런트가 과장된 몸짓으로 와인 잔에 석류 즙을 따라 부었다. 살포시 눈을 감은 채 석류 즙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며 텔레비전 화면에 가득 찼다. 고개까지 젖히며 잔을 비운 그녀는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거꾸로 든 빈 잔을 머리 위로 올리고 흔들어 보였다. 누군가가 입 꼬리를 옆으로 잡아당긴 것처럼 웃는 그녀의 얼굴은 의욕이 넘쳐 보였다. 활기찬 그녀와는 달리 나는 젖은 빨래처럼 팔, 다리를 늘어뜨린 채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판단력이 사라진 채 멍하니 텔레비전만 바라볼 뿐이었다. 내 머리는 우주를 떠받들고 있는 듯 무거웠다. 눈은 가물가물해서 자꾸만 시야가 흐려졌다. 나는 당장이라도 텔레비전을 끄고 깊은 잠을 자고 싶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끄고 나면 그나마 남아 있던 잠의 꼬리마저 도망쳐 버릴 것 같았다. 나는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꿈을 꾸는 것이 두려워 쉽게 잠들지 못했고, 그것이 불면증으로 이어진 케이스였다. 며칠 전에 들른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랬듯이 심리적인 문제일 거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나는 적정량의 수면제로만으로는 잠이 오지 않았고 그나마 처방 받은 수면제도 다 먹어 버린 지 오래였다. 철이 들면서부터 나는 늘 같은 꿈에 시달려 왔다. 사실 그것은 꿈이기 이전에 오래전 내가 겪은 일이었다. 나와 동생은 이불도 깔리지 않은 방에 함께 누워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낮에 비를 너무 많이 맞고 돌아다닌 우리는 온몸이 젖은 채였다. 동생은 어디가 아픈지 자꾸 기침을 했지만 나는 너무나 피곤해서 눈을 뜨지 못했다. 동생을 돌볼 사람이 나뿐이라는 사실도 버겁게만 느껴졌다. 한참 동안 계속되던 동생의 기침 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이내 작아졌다. 그제서야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어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방안은 너무 캄캄해서 동생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더듬거리며 동생의 얼굴을 만져 보았다. 손끝에 닿는 동생의 얼굴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동생이 죽은 뒤로 나는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방안 구석에 서 있는 지금의 내가, 동생의 얼굴을 더듬는 어린 나를 바라보는 꿈이었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에는 항상 어린 내가 지금의 나를 날카롭게 응시했다. 그때마다 나는 번뜩이는 어린 나의 시선에 몸이 굳어 버렸다. 잠에서 깨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여 보아도 온몸이 꽁꽁 묶인 듯 꼼짝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꿈속의 장면을 떠올리던 나는 늘어뜨린 팔, 다리가 굳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급하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화면에 나오는 홈쇼핑 주문 전화번호를 눌렀다. 자동주문 전화는 1번, 상담주문 전화는 2번이라는 안내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나는 2번 버튼을 힘껏 눌렀다. 버튼을 누르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상담원과 연결이 되자 나는 주저하지 않고 상품을 주문했다. 나의 신용카드 번호와 주소를 확인하는 상담원의 목소리에 나의 손은 떨림을 멈추었다. 하지만 주문을 마치고 휴대폰을 닫자 갑자기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웃음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껐다. 그리고 바닥에 있던 옷가지를 주워 입고 무언가에 도망치듯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 새벽 3시의 주택가 골목은 고요했다. 가로등 불빛을 제외하고는 모두 불이 꺼져 있었다. 건너편 동네의 아파트를 바라보니 드문드문 불이 켜 있는 창문들의 모양이 무표정한 이모티콘처럼 보였다. 나는 어디로 걸어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평소처럼 집 근처 편의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캄캄한 골목에 내가 신은 슬리퍼 소리가 타박타박 울렸다. 목적지도 없이, 그것도 새벽 3시란 시간에 동네를 어슬렁대는 것은 짝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나의 감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나는 문득 외롭기도 했다가 갑자기 서럽기도 했다가 느닷없이 의욕이 생기기도 했다가 결국엔 허무하기도 했다가 나중엔 내 자신이 우스워졌다. 괜히 나온 것 같아 후회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운 좋게 잠이 든다 해도 반복될 꿈이 두려웠다. 나는 항상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순간까지 가서야 눈을 뜨곤 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내 전화를 받아주던 친구들도 하나 둘 떨어져 나가 이젠 전화를 걸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홈쇼핑을 보며 상담전화를 걸어 물건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문하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깨어 있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었다. 열 평 남짓한 나의 원룸은 홈쇼핑으로 주문한 물건들이 뜯지도 않은 상자 채 쌓여 가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만치 불이 켜진 편의점 간판이 유난히 반짝거렸다. 갑자기 나는 깨어 있는 누군가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슬리퍼 바닥이 땅에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결국 나는 편의점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내가 편의점의 문을 힘주어 열자 전자음의 멜로디가 울려 퍼졌다. 높은 톤의 음악소리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웠다. 카운터 쪽을 바라보니 아르바이트 생인 듯한 남자가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졸고 있었다. 편의점에는 그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나는 냉장 코너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우유와 삼각 김밥과 오렌지주스를 차례로 한 번씩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놓았다. 식욕이 없어서인지 머릿속이 멍하기만 했다. 나는 결국 캔 커피를 집어 들고 카운터로 갔다. 잠을 자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지만 언제나처럼 그것밖에는 마시고 싶은 것이 없었다. 나는 계산대로 걸어가 캔 커피를 올려 놓았다. 그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캔 커피를 들었다가 조금 거칠게 카운터에 다시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가 자는 모습에 나는 자꾸만 불안해졌다. 그를 깨우고 싶은 마음을 참느라 캔 커피만 만지작거렸다. 차가운 캔 위에 맺힌 물방울이 나의 손을 적셨다. 당장이라도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싶었다.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의 어깨가 아닌 나의 가슴께로 젖은 손을 가져갔다. 평소에 나는 누군가가 잠든 모습을 보면 명치끝이 답답해지곤 했다.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숨마저 얕게 쉬고 죽은 듯이 잠을 잘 때면 동생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 뚜껑을 덮어 버린 커다란 항아리에 갇힌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였다. 때문에 장소에 상관없이 누군가가 자는 모습을 보면 참지 못하고 깨운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지하철에서도 도서관에서도 유독 미동도 하지 않고 잠든 사람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황급히 그들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잠에서 깬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거나 몹시 화를 냈다. 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자고 있는 사람을 보면 얼굴을 돌리고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아도 어느새 상대의 어깨를 흔드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이번에도 나는 혹시 그가 숨을 쉬지 않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에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다행이 그의 가슴은 호흡에 따라 규칙적으로 오르락내리락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에 나는 막혔던 숨이 터지듯 안도했다. 나는 그를 조금 더 가까이서 관찰했다.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그는 몹시 피곤해 보였다.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저절로 반쯤 벌어진 입주변이 하얗게 부르터 있었다. 하지만 유난히 힘차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그의 호흡만은 의욕이 넘치는 듯 활기차게 느껴졌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한 호흡이었다. 나는 캔 커피 따위는 잊어버린 채 한참 동안 그의 자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심각한 꿈을 꾸는지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로 잠꼬대를 하기도 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활기차고 부지런한 모습으로 자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카운터에 손을 집고 서서 그의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갔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의 코로 공기가 듬뿍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의 코끝에 천천히 손가락을 가져갔다. 들락날락하는 공기가 나의 손끝을 부드럽게 간지럼 태웠다. 그것은 새끼 고양이가 엉킨 실타래를 풀며 장난을 치듯 따뜻하고 평온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감긴 그의 눈꺼풀 안쪽에서 눈동자가 움직이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제서야 나는 그에게 너무 가까이 가 있던 자신에게 놀랐다. 그가 갑자기 깨기라도 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될 게 뻔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였다. 나는 황급히 편의점 문 쪽으로 걸어갔다. 편의점 문의 손잡이를 잡은 채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곤하게 자고 있는 그가 몹시 부러웠다. 그리고 언제까지나 그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를 잡은 나의 손끝에 미련이 남아 있었다. 나는 최대한 천천히 문을 밀었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전자음의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어. 어서 오세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인사말부터 한 그는 들어오는 게 아닌 나가려는 자세의 내 모습을 보고 의아스러워하는 듯했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 의심받을 행동을 한 건 없지만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망설이던 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 -들어오려던 게 아니라 막 나가려던 참인데…… 별로 살 게 없어서요. 새벽 3시에 일부러 편의점을 찾아온 사람이 하는 말로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잠에서 완전히 깨지 않은 듯 그는 나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말이 자꾸 나왔다. -캔 커피를 사려고 했는데 자는 모습이 너무 피곤해 보여서요. 그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더니 웃으며 말했다. -깨우셔도 되는데 그랬네요. 지금 계산해 드릴게요. 그제서야 나는 캔 커피를 카운터에 그대로 놔둔 것이 생각났다. 할 수 없이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에게 카운터에 올려져 있던 캔 커피를 건네었다. 그러자 바코드를 찍으며 그가 말했다. -밤에 이런 거 좋지 않아요. 그는 의자에 앉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담담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듯한 목소리는 그가 자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돈을 꺼낼 생각은 못하고 그의 정수리만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쑥스러운 듯 웃는 그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그가 캔 커피의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었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캔 커피를 가져다 넣고 우유 두 개를 꺼내 왔다. 그는 입구를 조금 연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 버튼을 눌렀다. 나는 그가 하는 행동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전자레인지가 멈추었고 그는 따끈해진 우유 팩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우리는 우유 팩을 손에 쥔 채 편의점에서 함께 아침을 맞았다. 그는 전에도 가끔 캔 커피를 사러 온 나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횟수가 반복될수록 늦은 새벽에 커피를 사는 내가 의아스러웠다고도 했다. 커피를 마시며 편의점을 나가는 내 뒷모습이 이상하게 마음에 쓰였었다며 웃는 그의 얼굴이 성실해 보였다.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그 웃음을 믿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웃는 얼굴 따위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힘차게 숨을 쉬며 자던 모습만 떠오를 뿐이었다. 그는 나에게 밤에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궁금한 것을 순수하게 물어볼 수 있는 그의 태도도 잠든 그의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나는 커피와 상관없이 어차피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내 말은 들은 그가 자신은 밤에 실컷 잘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밤에 일하고 낮에 잘 수밖에 없는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었다. 그가 야간에만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른 아침이나 저녁의 햇빛 정도야 괜찮았지만 그때를 제외한 시간에는 피부가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했다.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 빨간 반점이 생기며 참을 수 없이 따가워져서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주변에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본 적은 있었지만 그만큼 심한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살갗이 찢어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짐작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 뒤로 나는 새벽 3시면 매일 편의점에 들렀다. 그런 시간들이 한 달쯤 지나자 우리는 함께 잠드는 사이가 되었다. 아침 6시에 그는 퇴근을 하면서 항상 우유 두 개를 들고 내가 사는 원룸으로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편한 식사로 차가운 우유를 마시는 시간에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따뜻하게 데워진 우유를 마셨다. 매일 반복되는 행동은 우리에게 하나의 의식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것을 ‘우유 의식’이라고 부르며 웃곤 했다. 불면증이었던 나도 그와 함께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비록 보통 사람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런 건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죽은 듯이 자고 싶었던 때와 비교하면 호사스러운 시간이었다. 나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잠자리에 누우면 언제나 상대보다 늦게 잠이 들었었다. 그리고 상대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면 애정이 생기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곤 했다. 혼자 남겨진 것 같은 느낌에 가슴이 아려왔다. 상대도 언젠가는 사라질 사람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우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그는 언제나 내가 잠들 때까지 깨어 있어 주었다. 싱글 침대 위에서 그와 꼭 붙어 있으면 힘차게 뛰는 그의 심장소리가 나에게 전해졌다. 규칙적인 그의 심장박동과 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나는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잠에서 깬 내가 불안함에 황급히 그를 찾으면 그는 항상 씩씩한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그런 그의 곁에서는 신기하게도 나는 꿈을 꾸지 않고 잘 수 있었다. 가끔 미세한 불안함이 고개를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호흡에 따라 힘차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그의 가슴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힘차고도 부드럽고도 성실하게 숨을 쉬며 자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가 나의 원룸에 찾아오기 시작한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는 백화점에 가서 두 개의 머그잔을 구입했다. 우유팩도 나쁘진 않았지만 머그잔에 담아서 데운 우유는 온기가 더 지속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머그잔에 담긴 우유를 마시며 나는 그에게 아르바이트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는 웃으며 그러겠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중 네 번의 밤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엔 나와 데이트를 했다. 그와 함께 하는 데이트는 해가 없을 때만 가능했으므로 우리가 집을 나설 때는 언제나 밤이었다. 우리는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원을 걷기도 했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은 명동거리를 돌아다니기도 했다. 배가 고프면 24시간 문을 여는 기사식당에서 밥을 먹었고, 다리가 아프면 비디오 방에 가서 영화를 보았고, 때때로 PC방에서 서로에게 총을 쏘는 게임도 했고, 찜질 방에 가서 구운 계란을 먹기도 했다. 그와 데이트를 하며 나는 밤에도 깨어 있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예전에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나에게 추상적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밤에도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구체적인 느낌을 갖게 되었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 밤에는 예전에 홈쇼핑에서 주문했던 물건들을 함께 뜯어보며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껍질째 넣어도 무엇이든 주스가 된다던 주서기에 파인애플을 통째로 넣고 갈아보기도 하고, 소나기가 와도 완벽한 방수가 된다던 등산화를 신고 샤워를 하기도 했다. 한번은 하루에 한 포씩 먹으면 좋다는 석류 즙을 한꺼번에 누가 더 많이 먹나 내기를 한 적도 있었다. 그는 13포째 봉지를 뜯다가 포기를 했다. 그리고 26포의 석류 즙을 마시고 27번째 봉지를 뜯는 나를 필사적으로 말렸다. 말리는 그의 모습이 우스워서 나는 일부러 3포를 더 마셨다. 여름인데도 반팔 옷을 입지 못하는 그가 나를 말리며 진땀을 뺐다. 그는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언제나 긴 팔과 긴 바지를 입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녔다. 심지어 잠을 잘 때도 긴 옷을 벗지 않았다. 그런 그가 안쓰러워 나는 원룸에 있는 단 하나의 창문에 까만 도화지를 꼼꼼히 붙였다. 하지만 그는 긴 옷을 입는 게 습관이 되어서 피부를 내놓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그가 편하게 자는 걸 바랐으므로 그가 하고 싶어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피부끼리 닿는 부드러운 감촉도 좋을 테지만 뽀송한 면 티에서 느껴지는 감촉도 좋았다. 우리가 편히 잠들 수만 있다면 나는 어떤 감촉이라도 상관없었다. 매일매일이 한결같이 흘러갔다. 그가 퇴근을 하는 아침이면 나는 식탁 위에 두 개의 머그잔을 올려놓고 그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 있으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에게 처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우유 의식’을 하며 예전에 내가 잠들지 못했던 이유를 말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위해 더블 침대를 하나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편하게 자는 것을 바라면서도 미세하지만 집요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에 침대 구입을 망설이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자 그의 귀가가 더욱 기다려졌다. 그런데 평소 같으면 벌써 도착했을 그가 오지 않고 있었다. 시계는 6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불안했다. 그는 휴대폰이 없어서 내가 연락을 할 방법도 없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이 지속되자 주변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없어졌다고 했다. 나 역시 그와 지내는 동안 그에게 전화연락을 할 일 따위는 생긴 적이 없었다. 그는 성실했고 한결같았다. 그런 그가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편의점에 가볼까 생각도 해 보았지만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별 일 아닐 것이라고 밀려오는 불안감을 외면했다. 누구에게나 한 번쯤 사정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나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러나 습관이란 무서웠다.7시까지 깨어 있던 나는 불안함과 나른함에 결국 선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하지만 그것은 예전에 내가 꾸었던 꿈과는 달랐다. 그와 내가 함께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는 나에게 등을 보인 채 누워 있었다. 항상 내가 잠들 때까지 나를 안아주던 그였는데 이상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동그랗게 구부려진 그의 등에 몸을 꼭 붙이고 그의 겨드랑이 사이로 나의 팔을 집어 넣었다. 그리고 크고 단단한 그의 등에 귀를 대었다. 나는 숨을 쉴 때마다 커다랗게 부풀었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그의 등과 가슴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그의 등은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딱딱할 뿐이었다. 나는 팔을 좀 더 뻗어 그의 왼쪽 가슴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힘차게 뛰어야 할 그의 심장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당황스럽고 무서워 그를 깨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눈에 눈물이 차 올라 그의 모습이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뒤틀려 보였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그의 어깨를 잡아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몸이 내 쪽을 향하면서 창백하다 못해 투명해진 얼굴이 툭 하고 침대위로 떨어졌다. 아니 그것은 얼굴이 아니고 가면인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표정이 떨어져 버린 그의 얼굴로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그의 얼굴이 아닌 동생의 얼굴이 있었다. 나도 처음 들어보는 날카로운 괴성이 나의 뱃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잠에서 깬 나는 한참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감긴 눈이 뜨거웠고 목구멍이 찢어질 듯 아팠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릴 수도 소리를 지를 수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내가 겨우 눈을 떴을 때 여전히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식탁 위의 머그잔은 아까 내가 놓아둔 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몹시 불안해졌다. 편의점에 가보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물에 젖은 듯 무거워진 몸을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자꾸만 다리가 휘청거려서 신발을 신는 데 한참이 걸렸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가 디지털 키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평소처럼 그가 현관으로 들어섰다. 분명히 내 앞에 서 있었지만 나는 그가 유령처럼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그를 힘껏 밀어버렸다. 무방비 상태였던 그는 휘청거리더니 넘어지고 말았다. 반은 어리둥절하고 반은 미안한 듯한 표정으로 그가 몸을 일으켰다. 그는 많이 걱정했냐고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다. 아직 꿈의 잔상에서 깨지 못한 나는 그의 손길을 거칠게 쳐냈다. 교대할 아르바이트 생이 늦게 오는 바람에 편의점을 비울 수가 없어서 늦었다는 그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의심의 독이 내 몸을 가득 채웠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그의 머그잔을 밀쳐 버렸다. -당신 말 따위 믿지 않아. 그의 머그잔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면서 머그잔의 손잡이가 깨져 버렸다.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말하던 그도 주춤하는 듯했다. 그의 태도가 나를 더욱 동요하게 만들었다. 내 몸은 마비가 되는 것처럼 뻣뻣해져 왔다. -남겨진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당신이 알기나 해! 나도 모르는 말이 내게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이 그를 향해서 하는 말인지 오랫동안 꿈속에 나타난 동생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식탁을 집고 있는 내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때 그가 떨고 있는 나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려놓았다. 그의 손은 가을 단풍잎처럼 빨갛게 변해 있었다. 순간 나는 햇빛 알레르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머니에 넣고 달리려니까 빨리 달릴 수가 없어서…… 느릿한 그의 말에 나는 누군가의 농담에 받아칠 말을 찾지 못하는 사람처럼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는 손 때문에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그에게 살갗이 찢어지는 아픔은 물론이고 더 큰 상처까지 준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그 일이 있은 뒤에도 그의 생활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는 일주일의 네 번의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했고 세 번의 밤은 나와 함께 보냈다. 달라진 거라곤 아침 6시가 되어도 누워 있기만 하는 나를 대신해 그가 머그잔에 우유를 담아 데우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작은 침대에 그와 몸을 붙이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그의 면 티에서 더 이상 아무런 촉감도 느낄 수 없었다. 꼭 붙어 있는 우리의 몸 사이로 무언가가 비집고 들어오는 것만 같아 숨이 막혔다. 그가 나를 꼭 안을수록 내 마음은 줄을 놓쳐 버린 풍선처럼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의 품에서 잠을 이룰 수 없었고 그런 나 때문에 그도 잠을 자지 못했다. 그는 점점 야위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를 위해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새벽 3시의 골목과 같은 침묵이 우리 사이에 계속되고 있었다. 머그잔을 앞에 놓고 마주 보고 있어도 온몸이 땀에 젖도록 서로를 붙인 채 밤을 새 보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는 아르바이트가 없을 땐 예전에 갔던 밤의 장소에 나를 데리고 가기도 했지만 나는 어디를 가도 무표정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이번에는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하며 내 앞에 석류 즙이 가득 담긴 상자를 끌고 왔다. 나는 그가 내 손에 쥐여 주는 석류 즙 봉지를 멍청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시작, 이라고 힘차게 외친 그는 정말 누군가와 경쟁이라도 하듯 빠르게 봉지를 비워 가기 시작했다. 그는 봉지를 제대로 뜯을 새도 없이 허겁지겁 석류 즙을 마시기 시작했다. 거칠게 봉지를 뜯는 그의 손에 석류 즙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가 즐겨 입는 하얀 티 위로 석류 즙이 흘러내렸다. 주변에 쌓이는 빈 봉지가 늘어갈수록 그의 옷이 점점 더 붉어졌다. 나는 그가 쥐여 준 봉지를 손에 쥔 채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석류 즙을 마시던 그가 갑자기 ‘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마신 것을 토해 내기 시작했다. 석류 즙을 비운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모든 것이 쏟아져 나왔다. 방바닥은 물론이고 그의 얼굴과 몸 전체가 붉게 물들어 갔다. 그 모습은 마치 붉은 노을 앞에선 그를 연상하게 했다. 그는 언젠가 나에게 바깥에서 마지막으로 노을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두 팔을 벌린 채 저물어 가는 햇빛을 마음껏 받고 있는 그를 상상했다. 한 번도 본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내 앞에 있는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나는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봤을 때처럼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얼굴 위로 튄 석류 즙에 섞여 잔인하리만큼 아름답고 투명한 붉은색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그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계속해서 석류 즙을 토해 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는 더 이상 나를 위해 애쓰지 않았다. 며칠 뒤 출근을 한다고 나간 그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당연한 듯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어쩌면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라면 그가 내미는 손을 잡았어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는 모습이 성실하기만 한 그에게 차마 내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꺼내고 나면 이해 받고 싶어질까 봐 두려웠다. 나는 그에게 그럴 자격이 없었다. 매일 ‘우유 의식’을 함께해 준 그에게 조금도 마음을 열지 않았던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였다. 오늘도 같은 꿈이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잡으며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이 떨려 왔다. 할 수만 있다면 도망쳐 버리고 싶었다. 떠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결국 머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나는 그의 어깨를 힘껏 내 쪽으로 돌렸다. 수십 번도 넘게 반복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숨이 막혀 왔다. 그러자 그의 얼굴, 동생의 얼굴 그리고 어린 나의 얼굴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그것들을 껴안고 싶은 마음과는 다르게 필사적으로 피할 뿐이었다. 손을 내저으며 최대한 몸을 작게 웅크렸다. 모든 상황이 잔인했다. 하지만 그들이 잔인한 것인지 내가 잔인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잠에서 깼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방안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작은 창문 위 까만 도화지는 조금의 틈도 없이 꼼꼼하게 붙어 있었다. 마치 내 자신을 보는 것 같은 생각에 나는 다시 숨이 막혀 왔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여름 바람이 훅하고 방안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저녁 6시였다.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한때 이곳에는 머그잔에 담긴 우유처럼 온기가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없는 일주일간 홈쇼핑에서 주문한 상품들이 방안을 채우고 있을 뿐이었다. 뜯지도 않은 상자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공허함은 커지기만 했다. 나는 식탁으로 걸어가 나란히 놓인 두 개의 머그잔을 감싸 쥐었다. 손잡이가 없는 그의 머그잔에 담긴 우유가 찰랑거렸다. 아침에 따라놓은 우유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나는 그가 떠난 뒤에도 매일 ‘우유 의식’을 거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몫의 우유를 다 마신 뒤에도 여전히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 하는 ‘우유 의식’을 멈출 용기도 나에겐 없었다. 나는 ‘우유 의식’을 하고 나면 억지로라도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길 기다렸다. 그 기다림 끝에 잠이 들면 매일 같은 꿈을 꾸었다. 등을 보이고 누운 그를 꿈속에서 보았는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면서도 매번 두려웠다. 그와 지내는 동안의 ‘우유 의식’은 나의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버팀목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나의 삶을 조여 오는 올가미가 되어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방안의 공기마저 쌀쌀하게 느껴졌다. 황급히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전을 켰다. 화면에는 두 명의 쇼 호스트와 한 명의 여자 탤런트가 하이 톤의 목소리로 석류 즙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석류가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과 폴리페놀 성분이 피부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이 하는 말 중 몇 가지 반복되는 단어만이 띄엄띄엄 들릴 뿐이었다. 석류, 비타민C, 여성, 남성, 남녀노소, 온 가족, 활기찬, 여성,95%, 에스트로겐, 무이자 3개월, 온 가족, 활기찬, 하루 한 포, 석류, 매일 아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휴대폰을 열어 홈쇼핑의 상담 전화번호를 눌렀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었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수화기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음악은 내가 그의 자는 모습을 처음 보았던 날 편의점 문이 열리며 흐르던 음악소리를 떠올리게 했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홈쇼핑입니다. 나는 가슴이 먹먹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상담원은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에게 다시 말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방송중인 석류 즙을 구매하시겠습니까?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안녕하세요. 나의 인사에 그녀는 반복되는 말을 다시 건네었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잘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나는 그녀를 향해 질문했다. 석류 즙 한 포에 몇 개의 석류가 들어있나요? 네, 고객님. 한 포에 두 개 정도의 석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물었다. 석류는 국내산인가요? 그녀는 조금 당황하는 듯했지만 일관된 톤의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최고급 이란산 석류를 사용합니다. 나는 그녀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한참 동안 질문을 계속했다. 나의 질문이 계속될수록 그녀의 말투는 빨라졌고 대답은 짧아졌다. 나의 마지막 질문에 그녀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참조한 뒤 다시 전화를 달라고 말했다. 더 이상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내가 석류 즙을 주문하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매우 빠르고 강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흐르는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혹시 저 기억하세요? 여러 번 구매했었는데. 그러자 그녀가 상냥하지만 기계적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감사합니다.○○○ 고객님께서는 석류 즙 재구매 고객이시므로 만원의 할인혜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나는 상담원의 말에 휴대폰을 놓친 채 일주일간 참아 왔던 울음을 터트렸다.
  • [20&30] 2007년 당신을 뒤흔든 신드롬

    [20&30] 2007년 당신을 뒤흔든 신드롬

    젊은이들은 올해도 숱한 분야에서 신드롬을 생산하고 또 즐겼다. 체감 경기는 어려웠지만 주식·펀드 열풍이 불어 재테크 신드롬이 일었고, 사회적으로는 신정아씨에게서 촉발된 거짓학력 신드롬이 불었다. 또한 대선 정국에서는 주요 후보보다 오히려 황당한 공약을 내세운 허경영 후보에게 관심을 더 가졌다. 여성들은 레깅스와 미니스커트로 대표되는 패션트렌드를 2007년의 신드롬으로 꼽았다. 주몽, 대조영, 태왕사신기 등 사극과 좌충우돌 ‘무한도전’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젊은이들이 열광했던 2007년 7개의 신드롬을 짚어 본다. 류지영 이경주 신혜원 장형우기자 superryu@seoul.co.kr 1 미니스커트·윤은혜 머리… 패션 신드롬 그동안 다리가 통통해 치마를 입지 못했던 대학생 박모(22·여)씨는 올해 불어닥친 미니스커트 열풍과 함께 과감하게 치마를 입기 시작했다. 여름에는 일주일에 2∼3번씩이나 미니스커트를 입었다는 박씨는 레깅스의 ‘맛’을 알면서 미니스커트와 레깅스가 한국 패션 사상 최고의 ‘궁합’이라고 격찬한다. “스타킹은 조금만 날카로운 것에 긁혀도 바로 줄이 나가거든요. 그런데 레깅스는 두꺼우니까 못에 긁혀도 끄떡없어요. 또 미니스커트만 입으면 ‘너무 야해서 다른 남자들이 쳐다본다.’며 남친의 구박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레깅스와 함께 입기 시작한 뒤로는 아무 말이 없어요. 따뜻하기까기 하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어요. 미니스커트와 레깅스 조합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요.” 중학교 때부터 긴 머리만 고집하던 쇼핑몰 운영자 이모(26·여)씨도 올 패션 아이콘인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윤은혜에게 ‘꽂혔다.’여태껏 긴 머리로만 지내 짧은 머리는 상상도 못했던 이씨지만 드라마에 등장한 윤은혜의 모습에 강한 매력을 느껴 결단을 내렸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칭찬은 물론 머리 감기도 훨씬 편하고 강한 인상도 줄 수 있어 앞으로도 이 스타일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란다. “이제 대세는 전지현식 긴 머리가 아니라 윤은혜식 숏커트 머리예요. 긴 머리를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청순하고 여성스러운 옷을 입게 되는데 머리를 짧게 자르니까 옷도 자연스레 중성적으로 바뀌더군요.” 2 “내 친구도 ‘신정아’류?”… 학력위조 신드롬 대학생 김모(22·여)씨는 자신도 학력위조의 피해자(?)가 된 사실에 아직도 슬픔에 잠겨 있다.1년여 전 소개팅으로 만난 남친은 김씨에게 자신이 서울의 한 명문대 경영학과에 다닌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잘 생기고 매너 있는 데다 공부까지 잘하는 남친이 김씨는 자랑스러웠지만 남친은 늘 석연찮은 이유를 대며 김씨가 학교에 놀러 오는 것을 극구 막았다. 최근 우연히 한 모임에 나갔던 김씨는 남친과 같은 과에 다닌다는 친구를 만나 남친이 그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남친에게 캐물어 확인한 결과 그가 1년 넘게 학력을 속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돼 최근 헤어지게 됐다. “TV에서 학력을 속인 연예인들이 나올 때만 해도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는데, 세상에서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 저를 속였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누굴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대학원생 최모(32·무직)씨는 최근 국내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려던 계획을 접고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이다.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강타한 학력위조 파문을 보며 누가 뭐래도 한국에서는 미국 박사가 ‘킹왕짱’(젊은이들 사이에서 다소 비꼬는 의미를 담아 ‘최고’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라는 씁쓸한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훌륭한 실력을 갖춘 학생들도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받으면 교수임용이 잘 안되더라고요. 저야 그나마 형편이 나아 외국 유학을 준비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국내에서 공부해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3 “웃기지만 씁쓸하기도”… 허경영 신드롬 투표권을 갖게 된 스무살 때부터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선거에 참여했다며 ‘대한민국 유권자의 표본’이라 자부하는 대학원생 이모(29)씨. 그는 이번 대선에서 허경영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이씨의 선택을 다소 의아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이씨는 “다들 네거티브 선거에 빠져 대선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을 때 허 후보만이 유일하게 정책선거로 승부했기 때문”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물론 IQ가 430이라든가, 당선되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결혼하겠다든가 하는 주장은 어처구니 없지요. 하지만 사상 최악의 대선으로 기록될 이번 선거에서 허 후보는 유일하게 자신만의 독특한 목소리를 내 즐거움을 주었어요. 물론 다음에 또 나온다면 식상해서 안 찍겠지만요.” 대학생 최모(26)씨는 ‘허경영 신드롬’이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너무 씁쓸하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신혼부부에게 1억원을 주겠다는 현실성 없는 공약이 서민들에게 회자되는 것은 그만큼 한국에서 결혼해 집 장만하기가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지금까지 한국 정치가 제대로 된 서민정책을 구현한 적이 있기나 했나요? 재벌과 권력층의 이익을 대변하느라 서민들은 늘 등골만 휘었죠. 그나마 이번 선거에서는 “국민들을 섬기겠다.”고 호소하는 대선주자들의 최소한의 예의도 찾아보기 힘들었어요. 허 후보의 비정상적 인기는 우리 국민들이 정치를 얼마나 불신하는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요.” 4 “집 사려면 대학 때부터 시작해야”… 재테크 신드롬 대형 마트에서 일하는 김모(24)씨는 올해 전 세계에 불어닥친 ‘중국펀드’ 열풍에 편승했다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대학 졸업 뒤 마트에서 일하면서 모은 종자돈 400만원을 지난달 한 증권사의 ‘차이나 펀드’에 쏟아 부었다가 증시가 폭락하면서 한때 120만원 정도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중국 펀드로 자산을 몇 배로 늘렸다는 말에 앞뒤 재보지도 않고 뛰어든 것이 결정적인 화근이었다는 게 김씨의 후회다. “당시에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어떻게 단 며칠 사이에 그렇게 폭락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내 돈인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뭉칫돈을 ‘묻지마 투자’한 것이 잘못이었죠.”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최모(27)씨는 올해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 250만원을 ‘잘 굴려’ 만족스런 성과를 거뒀다. 증권사와 종금사의 자료를 주도면밀하게 살펴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한 금융사에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결과는 예상 밖 ‘대박’이었다. “투자금이 크지 않아 번 돈의 절대금액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좀 더 활발한 재테크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직장 다니는 친구들도 학생인 제게 ‘어떻게 투자했냐.’고 물어요. 이제는 근로소득만으로 집 장만하는 게 힘들잖아요. 최근 대학생들에게까지 재테크가 번진 것은 이런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아니겠어요.” 5 대조영에게 사로잡혔어요… 사극 신드롬 사극 마니아 김모(32)씨는 사극이 2007년 자신의 삶을 거의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월·화요일은 ‘이산’을 보고, 수·목요일에는 ‘태왕사신기’를 본 뒤, 토요일에는 ‘왕과 나’ 재방송을 보고, 토·일요일 밤에는 ‘대조영’을 봤다.”고 소개했다. 사극에 꽂혀(?) 살다 보니 말투도 변했다. 한 번은 “부인∼ 물 좀 떠오시오.”라고 했더니 아내가 “내시 주제에….”라고 맞불을 놓더라는 것. 그뿐이 아니다.“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발해를 세운 사람이 누구냐는 시험문제에 답을 ‘최수종’ 이라고 썼대요. 그런데 조카 친구는 더 웃겨요. 그 녀석은 ‘동명천제단’이라고 썼대요. 사극의 위력이 참 대단해요.” 사법연수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김모(30)씨는 “고시생시절 사극이 공부에 최고의 적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사극이 가장 큰 위로가 됐던 것 같다.”고 밝혔다. 남들은 미드(미국드라마)·일드(일본드라마)가 재미있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역시 ‘사드(사극 드라마)’가 최고라는 게 김씨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김씨가 요즘 가장 재미있게 보는 사극은 ‘이산’이다. 정조가 영조의 대를 이어 권력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이산’은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에 관심이 많은 김씨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했다. 6 복고 음악과 복고 댄스의 귀환… 텔미 신드롬 지난 8월에 입사한 새내기 직장인 양모(25·여)씨는 소녀 그룹 원더걸스가 부른 텔미가 신드롬을 넘어 광풍 수준이었다고 믿는다. 최근 송년회에서 양씨를 포함한 5명의 여성 신입사원은 텔미 춤으로 회사 전체의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전문적인 춤선생님까지 대동하고 매일 자정까지 안무실을 드나든 결과 송년회에서 남녀노소를 대동단결(?)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장기자랑 경연대회였지만 흥이 난 직원들이 무대로 난입해 ‘테테테테텔∼미!’에 열광했고, 나이가 지긋한 사장도 어색한 입을 연신 벙긋거렸다. “모두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뮤지컬’을 준비한 팀에 이어 아쉽게 2등을 했지만 사내에서 원더걸스만큼의 인기를 누렸어요. 뭇 남성들에게 데이트 신청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한 친구의 회사는 10개팀 중 7개팀이 텔미 공연을 해서 지겨웠다고 하네요. 신년회에는 새롭운 아이템을 구상해야겠어요.” 입사 2년차 민윤철(30·회사원)씨는 회사에서 ‘텔미 춤 강사’로 통한다. 대학시절 몸담았던 동아리에서 텔미춤을 배운 민씨는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동영상을 따라하는 등 끝없는 연습 끝에 송년회 때 노래방에서 성과를 얻었다. 민씨는 “광란의 노래방 공연 다음날 평소 지엄한 과장이 조용히 불러 강습을 요청했다.”면서 “최근에는 점심시간에 회사 옥상에서 남자 직원들을 대상으로 텔미 강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7 무모한 도전에 주말이 즐거워… 무한도전 신드롬 대학생인 배모(25·여)씨는 모 방송국의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만든 신드롬의 결정체는 단순한 웃음보다 ‘노력과 결실의 감동’에 있다고 믿는다. 배씨가 꼽은 무한도전의 명도전은 ‘셸위댄스’였다.“무한도전 출연 멤버들이 공식 경연대회에서 춤을 춘 뒤 어린아이처럼 우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유명 연예인들이 어렵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저들도 보통사람과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씨는 몸치인 유재석도 자이브를 거의 완벽하게 추는 것을 보고 그 다음날 스포츠 댄스 학원에 등록했다. 학원 선생님에 따르면 무한도전 셸위댄스편이 방송된 이후 수강생이 10% 정도 늘었단다. 배씨는 “2008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또 끈기있게 해내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27)씨의 무한도전 사랑도 끝이 없다. 그가 올해 초 3개월 동안 캄보디아에 있을 때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애인이 아니라 무한도전이었다. 그는 귀국한 날부터 3개월 동안 밀린 무한도전 프로그램을 하루 종일 시청했다. “내년에도 6개월을 캄보디아에서 보내야 하는데 무한도전을 못볼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서네요. 여자친구에게 CD로 만들어서 보내 달라고 해야겠어요.” 김씨는 토요일 밤에는 약속을 잡지 않고 일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무한도전을 보면서 푼다.“지난달 말 맥주에 안주까지 장만해 놓고 무한도전 시작을 기다리는데 재미가 전혀 없는 축구 중계를 하더라고요. 제발 토요일 저녁에는 스포츠 중계를 삼가 주세요. 무한도전은 재방송으로 보면 맛이 떨어져요.”
  •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1) 중인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인왕산 공동체

    [조선후기 신지식인 한양의 中人들] (51) 중인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인왕산 공동체

    중인들은 한 집안에서 같은 직업을 이어받으며 배타적인 기득권을 누렸다. 어려서부터 가정교사를 들여놓고 잡과 시험공부를 시켰으며, 자기네들끼리 추천하여 정원을 나눠 가졌다. 혼인도 같은 직업끼리 했다. 그렇지만 이웃과 어울려 즐길 줄도 알았다. 한 마을에서 자라며 같은 서당에서 공부하다보면 형제 이상의 우정이 생겨,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혼이 중심이었던 옥계사(玉溪社) 동인들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자고 계를 꾸렸으며, 장혼의 서당에서 글을 배웠던 장지완의 친구들도 형제처럼 밤낮 머리를 맞대고 지냈다. ●공동체의 규범인 사헌을 정하다 인왕산에서 태어난 장혼의 친구들이 1786년 7월16일에 옥계(玉溪) 청풍정사에 모여 시사(詩社)를 결성한 이야기는 제1회에 소개했는데, 이들은 옥계사의 정관이라고 할 수 있는 사헌(社憲)을 정해 공동체를 만들었다.22조 가운데 몇 조목만 살펴보아도, 이들이 꿈꾸었던 인왕산 공동체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1. 우리는 이 계()를 결상하면서, 문사(文詞)로써 모이고 신의(信義)로써 맺는다. 그러기에 세속 사람들이 말하는 계(契)와는 아주 다르다. 그러나 만약에 자본이 없다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기 한 꿰미씩의 동전을 내어서 일을 성취할 기반으로 삼는다. 이자돈을 불리는 것은 다섯 닢의 이율로 정한다. 1. 여러 동인들 가운데 우리의 맹약을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내어는다. 그래도 끝까지 뉘우치지 않으면 길이길이 외인(外人)으로 만든다. 1. 한 달에 한번씩 모여 노는데, 반드시 대보름, 봄과 가을의 사일(社日), 삼짇날, 초파일, 단오날, 유두(流頭), 칠석, 중양절, 오일(午日), 동지, 섣달 그믐으로 정하여 행한다. 낮과 밤을 정하는 것은 그때가 되어 여론에 따른다. 회계나 모임을 알리는 글은 다른 사람들이 보거나 듣지 못하게 한다. 1. 시회(詩會) 때마다 만약 시를 짓지 못하면 상벌(上罰)을 베푼다. 1. 우리 동인들이 정원에서 모이는 모습이나 산수(山水) 속에서 노니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내어, 이야깃거리로 삼는다. 1. 우리 동인들 가운데 만약 부모나 형제의 상을 당하게 되면 한 냥씩 부의(賻儀)하고, 종이와 초로 정을 표시한다. 자식이 어려서 죽게 되면 술로써 위로한다. 집안에 상을 당하게 되면 성 밖까지 나가서 위로하며, 반드시 만사(輓詞)를 짓되 그 정을 속이지 않아야 한다. 만장군은 각기 건장한 종 한명씩을 내어 놓는다. 1.(벼슬을 얻어) 출사례(出仕禮)를 치를 때에는 후박(厚薄)에 따라 세 등급으로 한다. 상등은 무명 3필, 중등은 2필, 하등은 1필로 한다. 돈으로 대신 바칠 때는 두 냥씩 바친다. 1. 여러 동인들 가운데 상을 당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날로 각기 비석 한씩을 내어 세운다. 장례 하루 전까지 여러 동인들이 각기 만사(輓詞) 한 수씩을 지어 상가로 보내며, 만장군을 그날 저녁밥 먹은 뒤에 보내되 각기 만장을 가지고 가게 한다. 상가 근처에서 명령을 기다리게 하되, 상여가 떠날 때에 검속하는 사람이 없어서는 안되니, 여러 동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무덤 아래까지 이끌고 간다. 장례가 끝난 뒤에 신주를 모시고 돌아올 때에도 따라오되, 마세전(馬貰錢)은 거리가 멀고 가까움에 따라 곗돈 가운데서 지급한다. 1. 여러 동인들 가운데 기복(朞服)이나 대공복(大功服)의 상복을 입게 되는 사람이 있으면, 상복을 처음 입는 날 모두 함께 찾아가서 위문한다. ●인왕산 기슭, 옥계와 필운대 사이에 모여 살다 천수경이 옥계로 먼저 이사오자, 장혼이 찾아와 시를 지었다. “예전 내 나이 열예닐곱 때에/이곳에 놀러오지 않은 날이 없었지./바윗돌 하나 시냇물 하나도 모두 내 것이었고/골짜기 터럭까지도 모두 눈에 익었었지./오며 가며 언제나 잊지 못해/시냇가 바위 위에다 몇 간 집을 지으려 했었지./그대는 젊은 나이로 세상에서 숨어 살 생각을 즐겨/나보다 먼저 좋은 곳을 골랐네그려./내 어찌 평생동안 허덕이며 사느라고/이제껏 먹을 것 따라다느니라 겨를이 없었나./싸리 울타리 서쪽에 남은 땅이 있으니/이제부턴 그대 가까이서 함께 살려네./이 다음에 세 오솔길을 마련하게 되면/구름 속에 누워서 솔방울과 밤톨로 배 불리세나.” 어릴 적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이웃에 살았는데, 이들의 서재 이름은 다음과 같다. 천수경:송석원(松石園) 장 혼:이이엄(而已), 다 허물어진 집 세 간뿐. 임득명:송월시헌(松月詩軒), 이웃에 지덕구가 살았다. 이경연:옥계정사(玉溪精舍). 적취원(積翠園)은 아들 이정린에게 물려주었다. 김낙서:일섭원(日涉園). 아들 김희령에게 물려주었다. 왕 태:옥경산방(玉磬山房). 뒷날 육각현으로 이사갔다. 이들은 인왕산 친구들끼리 모이면서,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은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 그랬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게 통문을 돌렸으며, 한때 동인이었더라도 일단 쫓겨나면 외인(外人)으로 취급했다. 이들의 계()는 진나라 시인 왕희지의 난정수계(蘭亭修)를 본뜬 문학적 모임이지만, 계(契)의 성격을 살려 기금을 모으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였다. 이들의 직업은 다양해서 만호(차좌일), 규장각 서리(김낙서, 임득명, 김의현, 박윤묵), 승정원 서리(이양필), 비변사 서리(서경창), 훈장(천수경, 장혼), 술집 중노미(왕태) 등이었는데, 시 짓기 좋아하고 술을 좋아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이들은 보고 싶을 때마다 이웃 집에 찾아가 시를 짓고 술을 마셨다. 그러나 직장 일에 얽매이다보니 자주 만날 수 없어, 일년에 며칠을 미리 정해 놓고 만났다. 친척들이 모이는 명절날마다 이들이 모여 시를 짓고 놀았던 것을 보면, 이들은 친척보다 옥계사 동인들과 더 친밀하게 지냈음을 알 수 있다. ●일년 열두달의 모임터 이들은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그날 할 일도 정했는데,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이들이 정한 ‘옥계사 십이승’은 다음과 같다. 7월. 단풍 든 산기슭의 수계(楓麓修) 8월. 국화 핀 뜨락의 단란한 모임(菊園團會) 2월. 높은 산에 올라가 꽃구경하기(登高賞華) 6월. 시냇가에서 갓끈 씻기(臨流濯纓) 1월. 한길에 나가 달구경하며 다리밟기(街橋步月) 4월. 성루에 올라가 초파일 등불 구경하기(城臺觀燈) 3월. 한강 정자에 나가 맑은 바람 쐬기(江淸遊) 9월. 산속 절간에서의 그윽한 약속(山寺幽約) 10월. 눈속에 마주앉아 술 데우기(雪裏對炙) 11월. 매화나무 아래에서 술항아리 열기(梅下開酌) 5월. 밤비에 더위 식히기(夜雨納凉) 12월. 섣닫 그믐날 밤새우기(臘寒守歲) 이들은 이따금 인왕산을 벗어나기도 했는데, 이들이 정한 우선 순위를 보면 역시 단풍 든 가을과 꽃 피는 봄의 모임을 좋아하고, 눈 내리는 겨울이나 더운 여름은 덜 좋아했다. 모일 때마다 자신들이 노니는 모습을 시로 짓고 그림으로 그렸는데,1786년 7월의 모임에서는 12승에 해당되는 달마다 동인들이 1수씩 시를 지었다. 이때 편집한 ‘옥계사(玉溪社)’ 수계첩에는 모두 156편의 시가 실리고, 겸재 정선의 제자인 임득명의 그림이 2월,1월,9월,10월의 시 앞에 실려 있다. ●인왕산 10경을 선정하고 그림 그려 즐기다 이들은 참석자 숫자만큼 수계첩을 만들어서 나누어 가졌는데,1786년 7월16일의 수계첩은 당시 가장 연장자였던 최창규의 소장본이 삼성출판박물관에 남아 있으며,1791년 유두(流頭)의 ‘옥계아집첩’은 김의현의 소장본이 한독의약박물관에 남아 있다. 갑자년(1804) 명단에 세상을 떠난 선배들 이름이 보이지 않더니, 무인년(1818) 수계첩에는 송석원 주인 천수경의 이름마저 명단에 보이지 않는다. 영국 대영도서관에 소장된 무인년 수계첩에는 임득명이 그린 옥계십경(玉溪十景)이 실려 있다. 경치가 아름답다는 것은 주관적인 평가인데, 아름다운 경치의 숫자를 정해놓고 하나하나 의미를 찾아내는 예술적 작업이 바로 팔경(八景), 또는 십경(十景)의 선정이다. 팔경이나 십경 앞에서 시인들은 시를 짓고, 화가는 그림을 그렸다. 그런데 이 경치에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까지 포함된다.‘아름다운 나무의 무성한 그늘(嘉木繁陰)’은 한여름의 인왕산 모습이고,‘깊은 눈속의 이웃집(數隣深雪)’은 겨울의 인왕산 모습이다. 인왕산은 하나이지만, 철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옥계 외나무다리를 건너 이웃 친구를 찾아가는 시인의 모습에서 인왕산의 문기(文氣)를 엿볼 수 있다. 허경진 연세대 국문과 교수
  • ‘만인보’ 24~26권 탈고한 고은

    ‘만인보’ 24~26권 탈고한 고은

    “새삼스럽지는 않아요. 이번에 시집을 냈다는 감회보다 어떻게 완결 작업을 잘 마무리할까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듭니다.” 한국 문학사상 최대의 연작시집인 ‘만인보(萬人譜)’(창비) 24,25,26권을 탈고한 고은(74) 시인은 “나머지 네 권도 이미 초고를 끝낸 상태”라며 “내년 3월쯤 완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내란 음모연루 옥중 착상 ‘만인보’에 대한 시인의 착상은 1980년 여름 육군교도소 특별감방 7호실에서 비롯됐다. 당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영어 생활 중 다양한 인간 군상을 시로 형상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는 것. 시인은 “만인보를 단순히 세상을 풍자한 시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시를 통해 수많은 인간상을 형상화하다 보니 예찬도 있고 비판도 있으며, 풍자도 때때로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펴낸 ‘만인보’ 24∼26권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삶의 행적을 좇는다.“큰 땅에서 지방관 종사관이 된” 신라의 최치원이 있는가 하면 “20년간 귀양살이 풀려/한강 가/소내 본가로 돌아온” 조선의 다산 정약용,“…백악관 레이건에게/소장(小將)이/한국의 워싱턴이 되겠나이다/사뢰었다”는 대한민국의 전두환까지. 시인은 종횡무진 그들의 삶의 속내에 해학과 비판, 풍자의 칼날을 들이댄다. ●삶의 편린들 해학과 비판, 풍자 시인은 지난 1986년 봄 3500편으로 완결하겠다는 공언과 함께 1∼3권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1∼23권을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 24∼26권을 펴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느냐 질문에 시인은 단호히 “없다.”고 했다.“쓰고 나면 다 잊어버립니다. 늘 잊어버리죠.”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추운 겨울, 따뜻한 잠자리가 너무 좋아~

    추운 겨울, 따뜻한 잠자리가 너무 좋아~

    초겨울 밤거리,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의 꿈꾸는 공간은 뭐니뭐니 해도 포근한 침실일 터. 무겁고 싸늘한 기운을 단숨에 몰아내고, 따뜻함과 포근함으로 온몸을 편안하게 감싸줄 잠자리야말로 추운 겨울 가장 신경 써주어야 할 부분이다. ●이불, 속부터 먼저 챙기세요 겨울 침구는 실상 커버의 스타일만큼이나 속의 소재가 중요하다. 자연 소재인 목화솜, 명주솜, 양모솜과 거위털이나 오리털, 저렴한 화학솜은 제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어머니들의 살림 1호인 목화솜은 보온성이 뛰어나고 인체에 가장 무해한 자연 소재이지만 너무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귀한 집에 시집갈 때 빼놓지 않고 챙겼던 명주솜은 가볍고 부드럽지만 가격이 만만찮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이불 속은 거위털이나 오리털이다.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긴 하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 사계절 사용할 수 있어 많은 주부들이 찾고 있다. ●편안함을 꿈꾸는 전원풍이 유행 침실 분위기를 옷 갈아 입듯이 가볍게 바꾸고 싶을 때 가장 손쉬운 시도는 침구 커버의 교환이다. 이번 겨울에 어울릴 만한 다양한 소재와 무늬의 제품들이 줄줄이 쏟아져 주부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홈앤드리빙 전문 쇼핑몰인 ‘하우올린(www.hauolin.co.kr)’에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낼 수 있는 체크 문양과 전원 느낌의 제품들을 추천한다. 체크 무늬는 어떤 스타일에나 잘 어울리고 쉽게 싫증나지 않아 꾸준히 인기있는 제품이다. 순면 뿐 아니라 울, 저지 등 촉감이 부드러운 자연 소재가 많아 겨울 아토피나 피부 건조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전원풍 침구에는 리넨 소재나 섬세한 레이스 장식, 손으로 하나하나 수를 놓은 퀼트 이불 등이 있다. 하우올린에서는 퀼트 문양을 프린트해 넣은 ‘퀼트 프린트’ 이불을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가격이 비싼 퀼트 이불을 보고 군침만 흘렸던 주부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친환경 기능 추가한 극세사 열풍 극세사는 머리카락의 200분의1 굵기인 매우 가는 섬유. 촉감이 부드럽고 보온성이 뛰어나 최근 들어 겨울 침구류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됐다. 웰빙 침구 업체인 ‘이브자리(www.evezary.co.kr)’에서는 진드기 침투와 서식을 막고 통기성, 흡습성이 뛰어난 극세사 침구류를 선보이고 있다. 극세사 침구는 차렵 이불, 이불, 이불 속으로 나뉘는데 이불 속 역시 같은 소재로 선택해야 효과와 기능이 배가된다. 올겨울을 위해 새롭게 출시한 크리스마스 제품의 경우 품질은 뛰어나면서 가격 또한 저렴해 마음에 쏙 들 만하다. 가격은 이불, 패드, 베개커버 등 3점 세트가 13만 2000원, 차렵 이불은 11만 5000원이다. ●오가닉, 자연 소재로 고급스러운 웰빙 스타일 극세사의 인기에 필적할 만한 상대는 바로 오가닉(유기농) 침구류다. 깊고 편안한 수면, 즉 ‘쾌면’을 위해 스타일보다는 소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오가닉 침구는 자연스러운 멋으로 다가온다. 유기농 면 전문 브랜드인 ‘더 오가닉 코튼(www.ocotton.co.kr)’의 침구류는 화학 비료를 3년 이상 쓰지 않은 건강한 토양에서 재배한 유기농 면화만을 사용한다. 어린아이나 아토피가 심한 가족들이 있다면 유심히 볼 만한 제품들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인위적인 표백이나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아 베이지, 옅은 브라운, 아이보리 등 자연 느낌의 색상을 사용해 쉽게 질리지 않는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래픽 문양과 경쾌한 색상이 트레이드 마크인 ‘마리메코(www.ihdesign.co.kr)’의 면과 리넨 소재로 된 침구 역시 원단 제작 단계에서부터 유해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유럽의 환경인증마크(Oko-Tex Standard 100)를 받은 제품이다. 격조 있으면서 장식적인 무늬, 기하학적인 무늬, 줄무늬 등 다채로운 문양과 색상이 즐비해 개성있는 침실을 연출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최은선 스타일 칼럼니스트 aleph@nate.com ■ 도움말 및 사진제공:더오가닉코튼, 마리메코,이브자리, 하우올린
  • 「미스·국제화학」이향자(李香子)양 - 5분데이트(125)

    「미스·국제화학」이향자(李香子)양 - 5분데이트(125)

    매끈하고 청결한 피부에 신비스러운 표정을 지닌 이향자(李香子·21)양. 왕자표 고무 국제화학의「타이피스트」로 근무한지 만 3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데레사」여고를 나온 그녀는 아직까지 별로 부산을 떠나본적이 없는 부산 토박이. 『집에서 회사가 있는 범일동을 하루 두번씩 왕복하는 일 외에는 거의 나돌아 다니는 법이 없어요』그만큼 그녀는 순진한 아가씨다. 홀어머니 김금임(金錦任·53)여사의 딸만 셋중 막내. 169cm의 늘씬한 키에 갸날픈 몸매가 매력적이다. 알고 보니 향자양의 세자매는 모두 키가 커서 둘째언니 향심(香心·25)씨는 국가대표급 배구선수로「멕시코·올림픽」에까지 출전했었다고. 그러나 향자양 자신은 운동에 별로 소질이 없다고 겸손해 한다. 여름엔 해수욕, 봄·가을철엔 등산을 즐기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취미. 『여자를 아낄줄 알고 생활력 강한 남성에게 호감이간다』고. 수예에는 솜씨가 있는 편이어서 액자, 벽걸이,「테이블·센터」병풍같은 작품을 손수 만들었고, 요리중에서는 생선회를 잘 만든다. [선데이서울 71년 3월 28일호 제4권 12호 통권 제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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