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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가 무섭다고? 에어워셔가 대세야!

    가습기가 무섭다고? 에어워셔가 대세야!

    공기정화와 가습 기능을 갖춘 에어워셔가 겨울철 가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살균제 파동’으로 주춤했던 가습기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는 모양새다. 가전업계는 지난여름 제습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에어워셔도 올겨울 필수가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이 가세해 쓰기 편하고 청소가 쉬운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에어워셔의 판매량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급증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27일 에어워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시장은 2010년까지 연평균 100%씩 성장했으나 2011년 가습기에 넣는 살균제가 임산부와 영·유아의 폐 손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2011년부터 가습기 판매량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에어워셔는 상승세다. 롯데하이마트에서 2010년 전체 가습기 판매량의 10%에 그쳤던 에어워셔 매출은 2011년 25%, 지난해 35%, 올 들어 45%로 꾸준히 비중이 늘고 있다. 올해 25만~30만대, 내년에 40만대의 에어워셔가 팔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에어워셔는 내부에 물받이와 빙글빙글 돌아가는 디스크가 있다. 물을 채우면 디스크의 아랫부분이 물에 잠긴다. 외부의 오염된 공기가 흡입구를 통해 들어오면 디스크가 회전하면서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준 뒤 미세한 물 입자를 밖으로 내보내 습도를 유지한다.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는 원리의 일반 가습기는 배출되는 물방울이 눈에 보이지만, 에어워셔가 만드는 물방울은 일반 가습기 대비 5만분의1 크기여서 보이지 않는다. 물 분자가 작고 가벼워서 멀리까지 퍼진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워셔는 일반 가습기보다 습도 유지 효율이 2배 이상 좋고 물 분자가 작아서 먼지나 세균이 달라붙지 않는다. 따라서 별도의 살균제가 필요 없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에는 물때가 껴서 자주 청소해야 하는 반면 에어워셔의 디스크는 일주일에 한 번 전용 솔을 이용해서 닦아 주면 된다. 기존 제품은 디스크를 한 장씩 분리해 따로 닦아야 했지만 최근에는 나선형으로 만들거나 청소용 솔을 빗처럼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에어워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위니아만도, LG전자 등 대기업과 제습기로 유명한 위닉스, 쿠첸 등 중견업체들이 에어워셔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2007년 에어워셔를 처음 선보인 위니아만도는 대용량 수조로 가습시간이 길고, 향균과 탈취력이 좋은 숯 성분을 포함한 디스크를 장착했다. LG전자는 이온을 방출해 공기 중 세균을 없애주는 기능과 46장의 대용량 디스크를 적용했다. 위닉스는 물 보충이 간편한 서랍식 수조형 제품을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버튼만 누르면 3분간 자동으로 디스크를 청소해 주는 기능도 갖췄다. 탁월한 기능을 갖췄지만 비싼 가격은 흠이다. 만원짜리 몇 장으로 살 수 있는 가습기와 달리 에어워셔의 가격대는 15만원부터 비싼 프리미엄급 모델은 70만원이 넘기도 한다. 에어워셔의 기능이 부풀려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60주 이상 연속 상승… 브레이크 없는 전셋값

    60주 이상 연속 상승… 브레이크 없는 전셋값

    전셋값이 60주 이상 연속 상승했다. 정부가 잇따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름값을 못 하고 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전셋값은 안정은커녕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시장 논리에 맞지 않아 정부는 고민이 깊다. 심리적으로 전셋값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전월세 통계를 만들고 수입에 따른 과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전국 주택 평균 전셋값 상승률은 3.02%이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전셋값 상승률 4.45%와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전셋값이 많이 오른 수도권만 따져 봐도 같은 기간 3.7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역시 최근 5년치 수도권 주택 전셋값 상승률 5.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방 광역시도 대체적으로 예년보다 상승률이 낮았으나 대구(7.6%)만 평균치를 웃돌았을 뿐이다. 하지만 통계와 달리 피부로 느끼는 전셋값 상승은 거의 폭등 수준이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다른 해와 달리 비수기에 전셋값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심리적 요인을 들었다. 그동안 전세 수요는 봄·여름 이사철로 대변되는 2~4월과 9~10월에 주로 몰렸다. 여름·겨울철에는 주택 거래는 물론 전세 수요도 뜸했다. 그런데 올해는 예년과 달랐다. 지난해 겨울부터 상승세를 탄 전셋값이 봄 이사철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들어서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았다. 7~8월에는 예년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1년 전세대란 때와 비교해도 올봄 이사철에만 해도 주간 아파트 전셋값 증감률은 훨씬 낮았다. 최근 5년 평균보다도 낮았다. 하지만 7~8월에는 2011년 전세대란 수준으로 상승 증감률이 가팔랐다. 비수기에도 전셋값 상승률이 꺾이지 않았던 것이 통계상 60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린 것이다. 굳이 통계를 따진다면 2010~2011년에는 100주 연속 이상 상승한 때도 있었다. 전반적인 주택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전셋값이 상승한 원인은 집값과 무관하지 않다. 집값 상승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하고 은행 금리가 떨어지면서 주택 구매 수요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집값 상승 기대가 사라지면서 구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난을 불러온 것이다. ‘8·28대책’에서 손익·수익공유형 저리 모기지 대출을 내놓으면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를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조금 살아났지만 이 정도의 매매시장 활성화로는 심각한 전세대란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집값을 떠받쳐 주택매매를 활성화한다고 ‘미친 전세’가 잡히냐”며 “임대시장 중심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어떠한 대책도 전세의 매매 전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주장했다. 월세 선호도 전세난을 부채질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바람에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금융 비용이 높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면서 내년 봄 이사철 전세계약까지 이뤄지고 있다. 주택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전세대란을 불러온 것이다. 하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매매 시장에서는 투기 조짐이 보이면 시세차익에 대한 세제 강화 등의 대책을 내놓을 수 있지만 전세 시장은 정책을 내놓기도 어렵다. 급기야 국토부는 전세 가격 추이에서 중요한 점은 얼마나 오랫동안 상승세를 기록했느냐보다는 상승폭이 얼마나 되는지에 있다고 밝혔다. 도태호 주택토지실장은 “전월세 시장은 투기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개입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예비력 527만㎾… 전력수급 방어선 ‘아슬아슬’

    예비력 527만㎾… 전력수급 방어선 ‘아슬아슬’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고리 원전 3, 4호기 제어케이블을 전면 교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 여름철 전력난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냉방영업 과태료 부과와 대기업 조업시간 단축 등 ‘쥐어짜기 전력정책’을 통해 올여름 전력 대란 위기를 간신히 넘긴 전력 당국은 내년에는 신고리 원전 3호기 가동을 통해 이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신고리 원전 3호기가 생산할 전력 140만㎾가 빠지면서 내년 여름은 물론 겨울철 전력 공급도 힘겨울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초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내년 여름철 설비용량은 8699만㎾로 최대전력수요는 8032만㎾, 예비력이 667만㎾가량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신고리 3호기 140만㎾를 빼면 예비력은 527만㎾까지 떨어진다. 전력당국은 예비력 500만㎾ 유지를 전력수급의 방어선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철 원전이나 화력발전기 한두 대만 고장나도 당장 수급경보 1단계인 ‘준비’(예비력 400만∼500만㎾) 단계로 떨어지게 된다. 원전업계에서는 업체 선정, 기기검증, 제작 등을 고려하면 1~2년 원전 준공이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교체가 결정된 신고리 3, 4호기 제어케이블은 2010년부터 설치가 시작돼 마무리 작업까지 1~2년이 걸렸다. 산업부와 한수원이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만 할 뿐 구체적인 시기는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김재남 의원은 “빨라야 2017년 이후에나 준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력 공급 차질 말고도 휘발성을 담고 있는 화약고는 또 있다. 신고리 원전 3, 4호기 준공 지연에 따라 거세지는 밀양 송전선로 건설 반대 여론도 당국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는 한수원의 긴급 브리핑이 끝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시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와 한전은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 하며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부는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는 신고리 원전과 관계없이 계속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원전보다는 송변전 시설이 먼저 설치돼 있어야 한다”며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은 없으며 예정대로 차질 없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보호근무를 하는 경찰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공사가 재개된 지난 2일부터 경찰 25개 중대 3000여명이 투입됐다. 경남은 물론 서울·부산·대구에 있는 경력이 소속 중대와 밀양을 오가며 1주일씩 근무한다. 산속 철야 근무가 보름째 이어지면서 피곤이 쌓인 것은 물론 근무지를 오가는 경비도 만만찮다. 공권력 투입으로 주민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철수를 요구하는 주민, 시민단체 등의 움직임도 관건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당분간 공사현장 주변에서 근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언제까지 대규모 경력을 투입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밀양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서울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원전 2035년까지 20%선 유지

    원전 2035년까지 20%선 유지

    이명박 정부에서 수립된 원자력 발전소 증설과 공급 확대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전면 수정된다. 원전 비중을 지금과 비슷한 20% 선에서 관리하고, 에너지원 세제 개편과 수요관리 등을 통해 전력 수요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수요가 많은 여름과 겨울철 ‘전기료 폭탄’이 우려된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민관워킹그룹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2013∼2035년)’안을 마련해 정부에 권고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20년을 계획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시행하는 국가 최상위 에너지계획이다. 워킹그룹은 2035년 원전 비중(설비용량 기준)을 22∼29% 범위에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제1차 계획(2008~2030년)에서 제시한 목표치 41%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원전이 가진 높은 경제성과 온실가스 감축 효과에도 불구하고 원전 확대 정책의 폐기를 의미한다. 김창섭(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 민관워킹그룹 위원장은 “원전 비중 목표를 설정할 때 경제성·환경성 못지않게 안전성과 국민 수용성을 고려했다”면서 “원전 확대 정책이 더는 국민적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노후 원전 폐쇄 또는 이미 계획된 원전 건설 여부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향후 수립될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워킹그룹은 또 전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유류·액화천연가스(LNG) 등 비(非)전기 가격은 내리는 방식의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도 권고했다. 이와 관련, 전기 대체재 성격이 강한 LNG와 등유에 대한 세제를 완화하고 환경오염 우려가 큰 발전용 유연탄은 과세를 신설해 활용도를 낮추도록 하는 세제 개편안도 제안했다. 2035년에는 적극적인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수요의 15% 이상을 감축하고, 전체 발전량의 15%를 자가용 발전설비·집단 에너지 등 분산형 전원으로 충당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자원개발률은 1차계획 수준인 11%와 40%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10) 필리핀 산업 기반 다지는 대림산업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2부] (10) 필리핀 산업 기반 다지는 대림산업

    건설업계에서는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가 찾아온 2008년을 국내 건설산업의 장기 불황이 시작된 해로 꼽는다. 그 이후 지금까지 건설업과 관련한 언론 보도와 전망은 어두운 내용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국내 건설사들이 먹을거리를 찾아 눈을 돌리고 있는 곳이 국외 시장이다. 하지만 국외 시장 역시 이미 세계 정상급 실력을 보유한 한국 건설사들과 국외 건설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레드오션’이 된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기업이 대림산업이다. 국외 시장 중 특히 필리핀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대림산업의 필리핀 프로젝트 현장을 찾아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동남아 최대 규모 RMP2] 지난 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의 국제공항. 상공에서 내려다본 마닐라 인근 지역 곳곳이 누런 흙탕물에 잠겨 있었다. 지난여름 내내 반복된 폭우와 열악한 배수시설 탓에 발생한 국가적인 홍수 사태가 복구되지 않은 상태였다. 건설업은 날씨가 공사 기간과 예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필리핀 현지 건설 공사 난도가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마닐라에서 자동차로 세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이 대림산업의 대형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바탄주 라마이 지역. 평소 두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지만 가는 길 곳곳이 불어난 물에 잠겨 이동이 어려웠다. 이렇듯 건설 프로젝트 수행이 어려운 곳이 필리핀이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8시 비행기로 출발해 현지시간(한국보다 한 시간 늦음) 오후 5시쯤 대림산업 필리핀 페트론 리파이너리(정제공장) 마스터플랜2(RMP2)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도착하기에 앞서 한글 간판의 부품·자재점과 ‘서울 함바식당’ 등 한식당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국 기업이 필리핀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이곳에 모여들었다. “저희 대림산업에도 큰 프로젝트지만 현지 지역경제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에 처음 왔을 때에는 주변에 민가는커녕 수풀만 무성했는데 지금은 인구 8만명의 소도시 형태를 갖춰 가고 있습니다.” RMP2 프로젝트가 대림산업과 한국 협력사들의 일자리와 수익창출 외에 필리핀의 경제 기반을 다지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는 게 한광수 대림산업 현장 부장의 설명이다. 리마이시는 대림산업이 현지에 낸 세금과 거주 주민과 상점 증가 등에 따른 세원 확대에 힘입어 턱없이 부족했던 학교와 병원 등을 확충하고 부분적인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니 대림 측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선 프로젝트 규모가 압도적이다. 현장 면적만 축구장 52개 넓이와 맞먹는 37만 2252㎡다. 2011년 필리핀 최대 정유사 페트론이 발주한 사업으로 기존의 낡은 정유공장을 2014년 4월까지 현대식 설비로 신·증설하는 대규모 공사다. 총사업비는 20억 달러(약 2조 2500억원)에 달한다. 이 공사가 끝나면 RMP2는 고부가가치 정유제품을 만들 수 있는 대규모 정유공장으로 거듭나게 된다. 발주처뿐만 아니라 필리핀 정부도 이곳을 중심으로 대규모 석유화학 복합단지를 조성해 국가 경제 발전의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기본’과 ‘신뢰’를 꼽았다. 유재호 RMP2 현장 상무는 “발주처는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공개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림을 선택했다”면서 “대림의 시공능력과 책임감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 국내 건설업체 중에서는 선제적으로 필리핀에 진출한 이후 20년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든 건설 과정에서 기본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이 페트론 등 현지 대기업들과 정부에 “대림이라면 믿고 사업을 맡길 수 있다”는 신뢰를 주게 됐다는 게 대림 측의 설명이다. 유 상무는 한국 경제·산업계의 화두인 ‘창조경제’에 대해서도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창조경제라는 개념이 모호해 전혀 없거나 거창한 것을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모든 일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 창조경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대림산업의 슬로건인 ‘기본이 혁신이다’와도 맞닿아 있다. 프로젝트 수행 때 계약 조건을 충실히 따르고 공사 과정에서도 기본을 지키면 고객의 만족도를 극대화할 수 있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만 차기 프로젝트 수주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유 상무가 말하는 창조경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인력은 모두 1만 3296명으로 이 가운데 대림산업의 한국 직원은 135명이다. 국외 프로젝트 현장 관리 수요로 국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또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32개 협력사 중 19개가 한국 기업이다. 그만큼 국내 중소형 건설사의 일자리 및 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RMP2 프로젝트 공사가 갖는 또 다른 의미는 대림산업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때 설계에서 구매, 시공까지 책임지는 일괄도급방식(EPC)뿐 아니라 라이선서들의 기술을 통합하는 작업인 ‘프로세스 통합서비스’와 기본설계 등 EPC 선행 작업(Soft Work)에도 참여한 점이다. 그동안 EPC 선행 단계에 해당하는 선행 작업은 높은 기술 진입장벽 때문에 세계적인 선진 EPC 업체들만 경쟁하는 고부가가치 사업 분야로 평가받아 왔다. 대림산업은 현지에서 20여년간 쌓은 신뢰와 높은 수준의 설계·시공 능력 등을 바탕으로 RMP2 프로젝트 이후 추가로 나올 프로젝트까지 지속적으로 수주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첫 에틸렌 공장 JG서밋NCC] 이튿날 도착한 곳은 필리핀 남부의 항구 도시 바탄가스. 이곳 역시 민가를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지만 오전 7시가 넘어가자 전날 밤에는 보이지 않았던 사람과 차량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통근버스로 보이는 작은 버스가 줄지어 서더니 미리 나와 있던 현지 주민들이 차량에 올랐다. 이 차량 행렬이 향한 곳은 대림산업이 짓고 있는 필리핀의 첫 에틸렌 공장 ‘JG서밋 NCC’ 현장이다.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에 강점을 지닌 대림산업은 다음 달 말까지 이곳에 에틸렌 공장을 완공해 필리핀 석유화학 산업의 기틀을 다지게 된다. 현재는 공장 시험 운전만을 남겨둔 막바지 단계로 현장 인력은 3500명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현장 노동자의 하루는 ‘국민체조’로 시작됐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울려 퍼졌던 “국민체조~시작~!”이라는 구령에 현장 노동자 모두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공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언제든지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건설 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다. 대림산업은 2008년 2월 이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전체 프로젝트 규모는 4860억원으로 필리핀 석유화학 업계 4위 기업인 JG서밋사가 발주했다. 대림은 이 프로젝트도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JG서밋은 필리핀 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에틸렌 공장을 짓는 만큼 사업 개시를 놓고 7~8년간 사업 타당성과 수익성을 따져 보는 등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사업을 놓고 오랜 시간을 고민하는 동안에도 사업 파트너로는 대림산업을 최우선에 올렸다. 그만큼 대림산업이 지난 20여년간 필리핀에서 쌓은 명성과 신뢰가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김병곤 현장 소장은 “이 공장의 시스템을 간단히 설명하면 원유를 정제할 때 발생하는 나프타 가스를 1200도 이상의 고열로 분해해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재료가 되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것으로 이를 기반으로 플라스틱과 비닐 등을 만들게 된다”면서 “경제·산업 기반이 열악한 필리핀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물인데 발주처도 대림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이 사업에 착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협력사는 모두 9곳으로 이 가운데 4곳이 한국 업체다. 이들은 현지 세부 공정별로 관리·감독을 담당하면서 인력은 현지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에 따른 수익을 한국 기업들이 나눠 가지는 동시에 국민소득이 한국의 10분의1 수준인 필리핀 경제에도 기여하는 형태다. 대림산업은 이번 프로젝트 종료 이후도 내다보고 있다. 발주처가 본 공장 가동 이후에 대비해 추가 공장 증설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의 핵심 공장을 대림산업이 지은 만큼 추가 발주 사업에서도 대림산업이 가장 가까이 다가선 상태다. 박희열 대림산업 JG서밋NCC 현장 상무는 “건설사에 있어 기본이란 계약 내용과 공기 준수, 안전관리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런 기본을 지키려 노력한 결과가 추가 사업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끊임없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동력인 ‘기본’이 바로 창조경제의 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박 상무는 이어 “창조경제라는 단어에만 빠져 새로운 것만 찾다 보면 정작 중요한 흐름과 가치를 놓칠 수 있다”며 “기본, 신뢰, 소통을 모든 일에 핵심 가치로 둔다면 기업의 성장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사진 바탄·바탄가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사설] 밀양 송전탑 공사 주민설득 병행해야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가 주민들과의 충돌 속에 어제 재개됐다. 지난 5월 공사 시작과 함께 중단된 이후 넉달여 만이다. 한전이 2007년 정부로부터 건설 공사 승인을 받은 후 6년 동안 11차례나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밀양 송전탑 문제는 이미 전국적 이슈가 됐다. 마침내 대규모 경찰병력까지 투입해 공사를 강행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주민의 안전이다. 일부 주민은 쇠사슬로 목을 감고 농성을 벌이고, 공사 현장에 대형 구덩이까지 파놓고 결사 저지에 나서고 있다. 극단적인 대치로 말미암아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사태는 급속히 악화될 것이 뻔하다. 공사현장 관리에 한층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공권력까지 동원하면서 공사를 강행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반대세력은 여전히 송전탑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TV토론회를 개최하고 사회적 공론화기구를 구성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적 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위력’이 아니라 ‘공론’으로 풀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같은 국책사업이라고 해도 건강권·재산권 등 직접적인 이해가 걸려 있는 해당 지역 주민과 ‘제3자로서의 국민’의 시각은 현격한 차이가 있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주민의 절대 다수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많은 국민은 송전선로 공사는 국가전력 인프라 확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국가기반사업이라고 여긴다. 전력 사정의 긴박함은 올여름 블랙아웃 공포의 터널을 지나며 우리 국민 모두 확인한 바다. 어렵게 생산한 전력을 제대로 송·배전하지 못해 버리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밀양 주민으로서는 삶의 터전이 훼손되는 현실이 야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송전탑 건설을 무작정 막아선다면 지역이기주의로 비치기 십상이다. 한전은 내년 여름 전력 수요 피크기에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선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말한다. 정부는 ‘신고리 3호기 내년 3월 상업운전’을 강조한다. 지금 공사를 시작해도 최소 8개월 이상 공기가 소요돼 내년 5월에나 완공할 수 있다니 이미 늦은 셈이다. 늦은 만큼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가 이처럼 극단으로 내몰린 데는 정부의 초기 대응 미숙과 한전의 안이한 대처도 한몫했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주민이 진정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계속 설득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 [열린세상] 산림탄소 상쇄제도, 기후변화 막는 울타리로/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산림탄소 상쇄제도, 기후변화 막는 울타리로/윤영균 국립산림과학원장

    올여름 날씨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예측불허’이다. 6월부터 더위가 일찍 시작된 것은 물론, 장마 기간엔 한동안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마’가 지속돼 의아함을 자아냈다. 제주도는 90년 만의 가뭄과 폭염, 50일 이상의 열대야 현상을 겪기도 했다. 기후변화로 생긴 눈에 띄는 환경적 변화라고 할 수 있다. 1992년 세계 정상들은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맺었다. 현재 195개 국가가 기후변화협약의 회원국이며 우리나라도 1993년에 47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2005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부여했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 간의 탄소배출권 거래를 허용한다. 선진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감축 실적을 자국의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기후변화 완화라는 환경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탄소시장이라는 경제적 수단을 활용한 것이다. 그 결과, 탄소시장은 2011년 총 거래액이 약 140조원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2011년 우리나라 총 예산의 45%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우리는 올해 탄소시장 및 기후변화와 관련된 두 가지 소식을 접했다. 먼저 교토의정서 제2차 공약기간이 시작된 올해 탄소시장 전망이 이전과 달리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세계 탄소시장에서 약 80%를 차지했던 유럽 배출권 거래소(EU-ETS)의 올해 배출권 가격은 전년보다 반 이상 하락했다. EU-ETS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과 연동하는 청정개발체제(CDM) 배출권 역시 80% 이상 폭락한 CO₂t당 3달러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다른 소식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5차 보고서 초안에 담긴 기후변화 영향에 대한 비관적인 미래 전망이다. 이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지금 추세대로 진행되면 2100년에는 해수면이 91㎝ 이상 상승해 뉴욕과 상하이, 시드니 등 세계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4차 보고서의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예방을 위해 더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는 부문이 산림 활용이다. 교토의정서는 의무감축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 수단에 나무를 심거나 산림경영활동을 함으로써 얻게 되는 온실가스 흡수량을 포함했다. 선진국은 개도국에서의 조림 사업을 통해 얻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자국의 감축 목표를 상쇄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조림뿐 아니라 산림경영, 산림전용 방지 대응도 온실가스 감축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책으로서 산림을 활용하고자 지난해 2월 ‘탄소흡수원 유지 및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이 법률은 산림탄소 상쇄제도를 포함해 참여 기업 혹은 개인이 조림, 산림전용 방지,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 등으로 얻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사회공헌에 쓸 수 있다. 산림청도 이와 흐름을 같이해 올해 5월 사회공헌형 산림탄소 상쇄 운영표준을 개발했다. 7월에 각계 이해당사자를 대상으로 산림탄소 상쇄제도 설명회를 열었고, 8월에는 사회공헌형 산림탄소 상쇄사업 1호(강원도)가 등록됐다. 이런 진척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도 민간기업과 산주들의 사회공헌형 산림탄소 상쇄제도 참여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산림탄소 상쇄제도의 가장 큰 걸림돌은 산림탄소 배출권의 수요에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에서는 산림탄소 배출권의 안정적인 수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산림탄소 상쇄제도에 참여하고 싶은 기업이나 산주는 산림탄소 상쇄제도가 2015년 시작될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제와 연계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두 제도가 연계된다면 온실가스 의무감축 할당업체는 더 저렴하게 감축 목표를 달성하고, 산주는 효율적인 산림 관리로 추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추후 수립될 배출권 거래제는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 가능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두 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 “기업 절전보조금 5년간 8060억”

    기업이 절전보조금 명목으로 정부에서 지급받은 돈이 최근 5년간 8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경태 민주당 의원이 9일 한국전력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절전보조금 명목으로 기업에 23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며, 올해를 포함해 최근 5년간 절전보조금 명목으로 기업에 8060억원을 지원했다. 절전보조금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할 때 절전을 하는 기업에 지급하는 것으로 2009년 380억원, 2010년 670억원, 2011년 940억원, 2012년 3700억원 등으로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절전보조금 지급 내역을 보면 여름철 휴가 때도 지정기간 수요 명목으로 기업에 절전보조금을 판매 단가의 최대 7배 수준으로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주간예고 수요조정 명목으로는 판매단가의 약 9배 수준으로 지원했다. 특히 절전보조금 혜택을 받는 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 의원은 “정부가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을 원가 이하로 지급하고 있고 원가를 기준으로 보면 사실상 기업들이 15조원 이상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매년 여름 반복되는 ‘대정전’ 공포… 가정용 배터리가 구원투수 될까

    매년 여름 반복되는 ‘대정전’ 공포… 가정용 배터리가 구원투수 될까

    여름철 블랙아웃 등의 공포가 반복되면서 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차전지 업계에 따르면 가정용 ESS(4.5㎾/7.2㎾h 기준)를 1만 1000가구에 보급하면 50㎿급 화력 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전력예비율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강남의 아파트 2개 단지에 ESS를 보급하는 일만으로 만만찮은 전력 안정성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정용 ESS는 남는 전력이 있을 때 저장했다가 부족할 때 다시 사용하는 일종의 ‘가정용 대형 배터리’를 말한다. 가정용 ESS의 평균 판매가격은 2500만원 정도. 가격이 만만치 않아 아직 국내에선 건축 단계부터 태양광 전기시설을 고려한 단독주택이나 아파트 등에만 설치된다. 전문가들은 가정용 ESS의 보급이 우리나라 전력 수요의 불확실성을 해결해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상치 못한 기상변수 등으로 전력 수요가 높아질 때 각 가정이 스스로 전력의 저수지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과 독일은 정부 차원에서 가정용 ESS에 대한 지원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일본 정부 경제산업성이 ESS 구축 비용의 33%를, 지자체가 추가로 10~20%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덕분에 일본에선 가정용 ESS을 1000만원 초중반에 살 수 있다. 특히 원전사태 이후 정전에 대한 공포 때문에 일반 시민까지 가정용 ESS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독일도 주택용 ESS 설치비를 최대 30%까지 지원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술력 1위라는 우리나라의 ESS 보급률은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ESS 시장에서 삼성SDI는 시장점유율 60%를 자랑하지만 국내 가정용 시장에선 판로 찾기조차 힘들다. 정부 보조금도 없는 데다 전세가 많은 국내 주택시장의 특수성도 걸림돌이다. 세입자의 전기세를 아낄 수 있게 주인이 ESS를 설치할 지 만무하다. 삼성 SDI 관계자는 “아직 국내는 설치에 걸림돌이 많지만 앞으로 전기자동차 시장 등을 고려하면 가정용 ESS는 어떤 분야보다 장래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찜통도시’ 울산 부채로 2300만원 절약

    ‘찜통도시’ 울산 부채로 2300만원 절약

    선풍기, 부채, 얼음팩으로 버틴 울산시 공무원들이 올여름 전기료 2300만원을 아꼈다. 특히 울산은 올여름 낮 최고기온 40도 이상을 두 차례 갈아치우는 전국 최고의 ‘찜통 도시’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전기사용량을 12%나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시는 지난 7~8월 에너지 절약을 강도 높게 추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 전기사용량의 12%(15만㎾h)를 줄였다고 3일 밝혔다. 시는 올여름 전력수요 급증과 원전 가동 정지로 전력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실내온도 28도 유지와 개별 냉방기 및 항온항습기 축소 가동, 전력피크 시간(오후 2~5시) 냉방 중단, 실내 조명등 전체 소등 등의 에너지 절약을 벌였다. 전력수급 위기 관심단계 발령(3회)에 따라 비상발전기 가동과 전등 소등, 승강기 50% 운행 축소 등도 실천했다. 전력피크 시간에는 모든 사무실의 냉방을 중단하고 본관과 의사당 복도의 냉방 취출구 164개를 모두 막아 8640㎾h의 전기를 절감했다. 또 근무시간에 실내 조명등 99%를 끈 것은 물론 문서고·전산실·홍보관 등의 개별 냉방기도 20대에서 13대로 줄이고, 항온항습기도 17대에서 14대로 축소 운영했다. 이 기간에 시청 공무원들은 간편한 복장에 선풍기와 부채로 가마솥더위를 이겨 냈다. 일부는 목에 착용하는 얼음팩으로 한여름 흐르는 땀을 식히기도 했다. 박계완 회계과장은 “마른 수건도 다시 짜서 사용하겠다는 직원들의 자세가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졌다”면서 “직원들의 노력으로 올여름은 지난해보다 많은 전기를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배추값 급등

    올여름 긴 장마와 폭염 등으로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좋지 않아 배추값이 뛰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경보 발령을 미루고 있어 안일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배추값이 8월 하순 도매가격 기준으로 10kg당(3포기) 1만 3263원까지 급등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30일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심각 경보’ 발령은 유보했다. 개학 등으로 단체급식 수요가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수급불균형이 발생했고 9월 이후에는 고랭지 배추의 공급물량이 충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8월의 경우 배추값이 10kg당 9988원 이상이면 심각 단계로 경보를 발령해야 한다. 7월 중순만 해도 10kg당 4717원이던 배추값은 8월 초 8520원, 중순 1만 410원 등으로 가파르게 올라 지난달 17일부터 ‘심각’ 단계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9월에는 공급량이 충분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고 심각 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며 “도매가격이 10kg당 1만 5000원 이상으로 오르면 정가수의매매로 전환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열린세상] 에덴동산의 바비큐 존/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에덴동산의 바비큐 존/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야외에 쓰레기가 쌓이는 여름 휴가철이 지나면 추석연휴가 온다. 가을에도 전국 지자체들의 볼거리, 먹거리 프로그램은 풍성해 여가소비행태로 인한 환경오염이 지레 걱정된다. 정부는 지난 7월 ‘서비스산업 정책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도시공원 내 바비큐 허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레저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관할 도시공원법 시행규칙을 통해 휴양시설에 바비큐 설치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앞으로는 지자체의 결정에 따라 설치가 적합한 근린·체육공원 등에 바비큐 시설이 허용된다. 올여름 서울시는 도심 속 피서 프로그램인 ‘한강행복 몽땅 프로젝트’로 여의도와 뚝섬한강공원에 400동 규모의 간이 캠프장을 마련했다. 저비용의 가족 중심 한강 캠핑장을 총 4만 3000여명이 이용했고, 취사금지 공간인 한강공원에서 바비큐 존 이용도 가능했다. 강변영화제 등 좋은 뜻에서 기획된 행사도 야간소음, 쓰레기 배출, 음주 등 무질서로 야영 및 취사 허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 6~7월 한강공원 11곳에서 수거한 쓰레기는 892t으로, 1월에서 7월까지 쓰레기의 44%에 달한다 하니, 정부의 공원 내 바비큐 허용방침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가 친환경성을 절대조건으로 삼는 ‘생태관광’과 ‘책임여행’을 강조하는 마당에, 한국 지자체들의 야외 프로그램 기획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프랑스 파리시는 2002년부터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해 센 강변에 ‘파리해변’(Paris Plage)을 조성해 오고 있다. 파리해변은 프렌치 블루의 파라솔이 설치된 모래사장과 체육 및 놀이공간, 식수시설, 정보 및 안전시설 등 행정서비스 공간만으로 구성된다. 설치된 시설 외에는 개인이 가져온 텐트나 장비를 일절 허용하지 않고, 음식가판대, 바비큐 존도 불허한다. 소방법이 엄격한 프랑스는 공공장소는 물론, 일부 도심에서는 개인 정원에서조차 화기 사용을 허가하지 않는다. 파리해변 이용자들은 바게트, 샌드위치로 간단히 식사를 하거나 주변 식당을 이용한다. 취사 및 야영 금지로 시민들은 냄새 없는 쾌적한 휴식과 놀이를 즐긴다. 수년에 걸쳐 진화해온 이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지역상권을 활성화시켰고, 관광객까지 끌어들여 세계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풍성한 먹거리보다 자연 속 ‘단순한 즐기기’가 바로 파리시의 기획력이자 비법인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전국의 행락객, 야영객, 축제 참가자들이 버린 쓰레기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19개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쓰레기만도 1520t에 이른다. 시민사회의 행락수칙이 정립돼야 할 판이다. 쓰레기 되가져가기를 의무화하고 일회용품 반입 자체를 원천 차단하자. 바비큐 존 허용에 앞서 ‘옥외취사 화재방지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소화시설을 구비하며, 취사 허용 장소·시간·규모·유형, 오폐물 처리 등 관련 규정을 더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계절과 화재 빈도가 높은 공원, 유원지, 캠핑장은 옥외용 화기를 금지해야 한다. 금지구역이 아닌 곳은 ‘취사 사전실명예약제도’를 도입하여 발생 가능한 사고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고, 친환경 세척용제 사용을 의무화하는 등 환경보호의 실행력을 높이자. 등산, 캠핑, 야외행락 수요가 많아지면서 아웃도어 패션 열풍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웃도어 푸드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생분해되는 도시락 디자인과 친환경 포장 개발을 서두르고, 화기를 전혀 쓰지 않고 바비큐하는 기술을 개발하자. 아무리 많은 제도와 시설을 구비해도 시민의식의 변화 없이는 무용하다. 공원도 이제는 먹거리 행락에서 벗어나 풋풋한 건강공간으로 새롭게 디자인돼야 한다. 풍광 좋은 곳에 먹거리까지 있다면 더욱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지상낙원 에덴동산에서도 인간의 금기된 욕망을 먹거리로 상징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날은 먹거리가 넘쳐나 문제되는 세상이다. 음식이 풍족하지 않던 옛 시절, 자연을 벗하며 음풍농월하던 선조들의 격(格)이 새삼 떠오른다. 단풍 행락 철을 앞둔 지금 음식물쓰레기로 얼룩질 전국의 공원을 떠올리며, 우리의 여가소비행태를 함께 생각해 보자.
  • 상수원 고갈 울산 낙동강 물 사용 확대

    여름 가뭄으로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울산시가 상수원 고갈로 낙동강 원수 사용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원 고갈로 지난 13일부터 대암댐에 하루 6만t의 낙동강 물을 공급받고 있는 가운데 29일부터는 하루 10만t의 낙동강 원수를 추가로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상수도사업본부는 대암댐(하루 6만t)과 회야댐(하루 10만t) 두 곳에서 하루 16만t의 낙동강 원수를 받아 정수한 뒤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다. 시는 낙동강 원수 사용료 t당 160원을 수자원공사에 내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또 울산지역 4개 상수원의 원수 균형을 맞추려고 사연댐과 대곡댐의 하루 정수량을 12만t에서 10만t으로 줄이는 대신 회야댐의 정수량을 하루 18만t에서 20만t으로 늘렸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낙동강 원수 사용량 확대로 당분간 물 걱정을 덜 수 있게 됐다”면서 “앞으로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태풍 등으로 충분한 비가 내리면 낙동강 원수를 받아 쓰는 것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울산의 청정수원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의 ‘2025년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울산의 2020년 용수 수요량은 1일 평균 39만t으로, 12만t의 청정수원이 부족해진다. 여기에다 우정혁신도시와 역세권, 강동권 개발 등 지역의 용수 공급 수요가 갈수록 늘어 현재 자체 상수시설을 갖춘 공단지역의 상수도 전환이 이뤄지면 수요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기고] 스마트플러그와 창조경제/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기고] 스마트플러그와 창조경제/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최근 몇 년간 여름이면 전력수급 때문에 정부뿐 아니라 국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예비전력이 어떻고 전력수급 경보가 곧 발효될 것이라면서 언론이 법석대면 국민은 ‘정부는 뭐하다 해마다 같은 소리를 하는가’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하기야 작년의 절전사태로 큰 피해를 경험한 터라 여름의 전력난 소식은 단순 스트레스를 넘어 불안감마저 몰고 오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원전이나 다른 발전소를 몇 개씩 지을 수도 없고, 또 여름철 전력 피크시간대의 전력 부하에 발전량을 맞추려면 그 이외의 시간대에는 비효율적인 전력이 생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정보기술을 활용한 전력 효율화 방식은 이런 면에서 좋은 해결책이 될 만하다. 정부 발표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스마트플러그’ 방식 등이 포함되어 있다. 스마트플러그란 기존의 전기플러그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사용하지 않는 전자제품의 전력을 자동차단해 주거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전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원격 온·오프가 가능해 대기전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한 개념이다. 스마트플러그는 정부의 전력위기를 타개할 좋은 아이디어일 뿐 아니라 창조경제의 좋은 모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창조경제를 얘기하면서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다 보니 실체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하여야 좋은지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창조경제에는 하드웨어 측면보다 소프트웨어를 통한 지식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력위기의 문제에서 발전소를 짓는 것은 하드웨어 방식이고, 간단히 플러그를 이용해 소프트웨어에 연결한 뒤 앱을 통해 실시간 전력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활용의 좋은 사례이다. 또한 창조경제에서는 ICT를 활용한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주체가 있어야 하고, 중소기업 등 많은 참여 객체가 충분한 인센티브를 갖고 들어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야 한다. 스마트플러그의 경우, 정부가 직접 스마트플러그를 국민에게 보급하며, 시스템과 파생되는 데이터를 개방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해 주고 누구나 여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연계 산업의 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나 간단한 원격조종 소프트웨어에서부터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 월평균 전력사용량 비교,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실시간 차별 전력요금체계 서비스, 전력수요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업 출현 등 다양한 연계산업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창조경제에서는 기존의 위계질서에 의한 통제보다 창의성에 바탕을 둔 다양한 계층의 참여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다. 스마트플러그는 정부가 직접 공급을 조절하는 공급위주 정책이 아니라 개인에게 정보를 주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스스로 관리토록 하는 참여 정책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처럼 스마트플러그 등 ICT를 이용한 전력 효율화 정책사례는 창조경제가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모델로, 향후 창조경제 하에서 좋은 표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옴부즈맨 칼럼] 한여름 날의 전기 쇼/안혜련 주부

    [옴부즈맨 칼럼] 한여름 날의 전기 쇼/안혜련 주부

    블랙아웃이니 순환단전이니 하는 생소한 용어들을 알아듣는 유식한 사람이 된 지 2, 3년쯤 된 것 같다. 처음에는 여름에만 들리던 전력난 뉴스가 겨울에도 심심찮게 들리더니 올여름에는 관심이니 주의니 하는 경고 메시지를 수시로 듣게 되었다. 급기야 컴퓨터 화면만 스산하게 밝혀진 불 꺼진 사무실의 모습을 방송 뉴스에서 접하고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이 2013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는다는 대한민국 정부 종합청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쟁도, 테러도, 금융위기도, 심각한 발전소 사고도 일어나지 않은 매우 평화로운 2013년 8월 오늘이기 때문이다. 그 하루인 8월 22일 서울신문의 전기 관련 기사들은 1, 2, 5, 14, 18, 19, 31면 사설까지 7개 면에 걸쳐 있다. 이 같은 전력난의 원인은 어디 있을까? 가전제품 용량은 점점 커지고 냉난방을 전기에 의존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수요의 80%는 산업용과 공·상업용이며 가정용은 16%에 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전기를 많이 써서 전력난이 심각해졌다는 식의 위협 내지 읍소 끝에, 정부와 여당이 전력수급 방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기껏해야 가정용 전기료 인상이라니 참으로 어설프고 안타까운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의 전기 수요 예측이 잘못되었다면, 지금이라도 거시적 관점에서 장기·중기·단기 대책을 세우고 국민에게 동의와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서울신문은 요즈음 ‘2013 공직열전’ 시리즈를 싣고 있다. 22일자 10면에도 기획재정부 국장들의 면면이 소개돼 있는데, 전력을 관리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이 나라의 그 많은 유능한(?) 공무원들, 아니 그들이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서울신문이 좀 더 관심을 기울여 업무를 확인하고 채근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전력난에 엘리베이터와 냉방기 가동도 못하는 환경에서 공무원부터 희생양이자 피해자가 된다는 불평 이전에, 이 상황에 누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24일 사설 “툭 하면 멈춰서는 원전 근본 대책 세워라” 역시 고대하던 의견이었지만 늦은 감이 있고, 원전을 넘어 전력의 근본 대책에 대한 주문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6월 18일 페이스북 창업자 저커버그가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 청와대는 절전을 위해 냉방을 끈 상태였고, 양복을 차려 입은 저커버그는 연신 물을 들이켜며 더위를 참아야 했다. 8월 12일 전등을 절반만 켠 채 컴퓨터 화면만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정부종합청사의 모습은 납량특집에서나 볼 수 있을 장면이었다. 지난 정부들이 손에 잡히는 통계를 갖고도 전력 수요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현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자료와 통계를 바탕으로 확실하게 대안과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절전’ ‘우선 전기료 인상’ 식의 대책은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9월 초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있는지 아니면 신흥국 지위를 벗어났는지 모르겠으나 애국심에 호소하여 전력난을 넘긴 것에 안도하는 한, 한여름 낮의 전기 쇼나 한겨울 밤의 전기 쇼를 걱정하는 한, G7 진입이니 선진국 편입 지수인 20-50클럽 회원이니 하는 이야기들은 숫자놀음에 불과할 것이다.
  • 백발들의 100℃ 향학열 공자님도 맹자님도 깜짝?

    백발들의 100℃ 향학열 공자님도 맹자님도 깜짝?

    “인일능지(人一能之)어든 기백지(己百之)하며, 인십능지(人十能之)어든 기천지(己千之)니라. 남이 한 번에 능하거든 나는 백 번에 능하도록 하며 남이 열 번에 능하거든 나는 천 번에 능하도록 할 것이니라. 매사에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1일 오전 11시 동대문구 전농2동 주민자치센터 4층에선 단정한 유생복을 한 백발 선생님과 또래 학생들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건너간 듯한 풍경을 연출했다. 윤렬상(76) 성균관유학대학원 교수가 고문과 한시 등 열띤 강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수강생 40여명이 중용(中庸)을 익히며 만학의 열정을 태우고 있었다. 수강생이 해당 부분을 음독과 함께 읽으면 윤 교수가 쉽게 풀이한 후 한 줄씩 흥취나 리듬을 넣고 다시 읽었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 30분~ 오후 1시 맹자와 논어 등 고문과 한시 기초이론 강의가 단계별로 이루어진다. 숙제로 주어진 5자의 운(韻)과 시제로 지은 한시를 칠판에 적고 발표도 한다. 이를 윤 교수가 함께 감상하고 부족한 부분을 고쳐준다. 지영선(67) 할머니는 “처음에는 아는 한자가 몇 자 안 됐다. 3년째 수업을 받다 보니 전국 한시 백일장에서 가작이나 장려상도 받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겨우 졸업했고 나이 먹어서 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역시 배움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구의회 초대 사무국장을 지낸 윤철환(82) 할아버지도 “옛 문헌들의 고문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사고의 깊이가 더해짐을 느낀다. 신기독(?其獨·아무도 보지 않고 혼자 있을 때조차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하도록 항상 갈고 닦는다”고 말했다. 수강생 대부분은 시문학 동인 ‘선농정사’ 회원으로 ▲선농대제 백일장 재연 ▲성년례의식 행사 주관 ▲청소년 예절 교실 운영 등 우리 전통 유교문화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매년 음력 4월 열리는 ‘선농제 백일장’은 동대문구와 한국 한시협회가 함께 주최하며 장원과 차상, 차하, 가작을 뽑아 ‘선농제’ 당일 임금(동대문구청장)과 선농대제보존위원장이 각각 시상 후 책으로 펴낸다. 또 매년 5월 셋째 주 월요일인 성년의 날에 성년례의식을 주관하면서 청소년들이 어른으로서의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재능기부의 하나로 올 여름방학 동안 중·고등학생 20여명에게 한자와 서예, 예절 등 ‘청소년예절 교실’을 운영하기도 했다. 김영석 선농정사 사무총장은 “장소 제공뿐 아니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유덕열 구청장과 직원들이 없었다면 동대문구에서 고문과 한시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소중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데 더 애쓰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뮤직 페스티벌 3개, 콘서트 예매 톱10에… 공연계 큰손으로 떠오른 이유는

    뮤직 페스티벌 3개, 콘서트 예매 톱10에… 공연계 큰손으로 떠오른 이유는

    지난 18일 오후 대한민국의 ‘록덕’(록 마니아)들이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모였다. 이들은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의 헤드라이너(주요 출연자)인 ‘메탈의 신’ 메탈리카의 거친 사운드에 헤드뱅잉과 슬램(록 공연에서의 격렬한 움직임), ‘떼창’으로 화답했다. 이들의 뒤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잔디밭에 삼삼오오 앉아 밤바람을 쐬며 멀리서 공연을 바라보는 ‘레저족’들도 적지 않았던 것. 침체된 공연시장에서도 올해 뮤직 페스티벌은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관계자들은 “다양한 공연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레저가 결합됐다는 점이 음악 마니아를 넘어 대중 전반에 어필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실제로 여름에만 록 페스티벌 5개가 맞붙은 올해는 뮤직 페스티벌이 전체 콘서트 시장을 단박에 치고 들어왔다. 25일 인터넷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연간 콘서트 예매 순위 50위권에 진입한 페스티벌은 모두 10개다. 특히 서울재즈페스티벌(2위)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19 시티브레이크(5위), 그린플러그드 서울(8위) 등 10위권 안에 3개나 이름을 올렸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50위권에 진입한 페스티벌은 많아야 5개였고, 2011년의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6위)을 제외하면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적도 없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시티브레이크의 흥행에는 메탈리카와 뮤즈의 내한이 큰 기여를 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해마다 꾸준히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서울재즈페스티벌과 해외 뮤지션 없이 국내 인디음악을 중심으로 꾸며지는 그린플러그드 서울의 흥행은 음악 페스티벌 자체에 대한 수요가 상당함을 보여 준다. 안산밸리록페스티벌 등 각종 콘서트를 주최하는 CJ E&M의 이재향 음악사업부문 과장은 “전체 콘서트 시장에서 음악 페스티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20% 이내지만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황’을 입에 달고 사는 공연계에서 콘서트 시장 전반의 성장세는 주춤한 상황이다. 2011년 ‘나가수 열풍’으로 콘서트 시장이 1000억원에서 1500억원 정도로 커졌지만 공연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고 판단한다. 그럼에도 뮤직 페스티벌에 관객들이 들어차는 배경에는 우선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들의 경제적 판단에 있다. 이 과장은 “뮤직 페스티벌의 1일권 티켓이 보통의 대형 콘서트 티켓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데, 여러 가수들의 개인 콘서트 못지않은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짚었다. 또 올해 200만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는 레저 인구의 증가도 큰 몫을 한다고 공연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굳이 공연을 즐기지 않더라도 ‘여름에는 록페’(록페스티벌)를 외치며 소풍이나 캠핑을 가듯 페스티벌을 찾는다는 것이다. 차경모 현대카드 홍보대리는 “주 5일제의 정착으로 레저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 일반화된 가운데 사람들이 야외나 도심의 쾌적한 환경에서 음악을 즐길 기회를 페스티벌을 통해 충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여름 록페스티벌은 과열 양상이 심화됐지만, 여기서 눈을 돌리면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음악 페스티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음악 못지않게 레저를 중시하는 관객들에 맞춰 레저와 캠핑, 힐링 등을 강조한 페스티벌, 힙합, 어쿠스틱, 일렉트로닉, 발라드 등 록 이외의 장르를 새롭게 개척한 페스티벌이 늘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건강한 양적 성장으로 평가된다.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는 “여름 록페스티벌은 과포화 상태지만 그 외에 장르별·지역별로 다양한 페스티벌이 생겨나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말했다. 음악 페스티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여름 록페’로의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즐길 거리를 갖추는 게 우선 과제다.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주관하는 예스컴엔터테인먼트의 윤한나 팀장은 “티켓 구매력이 높다고 20~30대만 겨냥할 게 아니라 공연과 그 밖의 요소에서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관객들이 음악뿐 아니라 즐거운 레저 경험을 하고 돌아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라인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페스티벌 각각의 전통을 쌓고 고유한 브랜드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살림살이 더 팍팍해졌다

    살림살이 더 팍팍해졌다

     소득은 정체돼 있는데 세금 및 사회보험 지출 부담은 증가해 국민의 살림살이가 한층 더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비 둔화로 지출 증가폭이 소득 증가폭을 따라잡지 못해 가계의 ‘불황형 흑자’는 사상 최대로 커졌다. 다만 소비지출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지난 1분기보다는 약간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가계동향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민들의 월 평균소득은 404만 1000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2.5% 증가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소득은 1.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1분기 0.3%보다 약간 개선됐지만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지난 1분기에 전년 대비 1.0% 감소를 기록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소비지출은 올 2분기에는 240만 3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늘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은 -0.4%로 1년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게다가 2분기 소비지출의 증가는 마트나 백화점에서 지출이 증가해서 그랬다기보다는 세금·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이 크게 뛰면서 생긴 현상이다.  세금 등 비소비지출은 가구당 월평균 75만 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나 늘었다. 소득세 및 자동차세 등을 포함하는 조세 지출이 11만 3000원으로 1.6% 늘었고,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 지출이 11만 9000원으로 5.3% 증가했다. 긴 장마로 에어컨과 제습기 등 가전 수요가 늘면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이 9.1%로 가장 크게 증가했다. 여름 휴가로 캠핑 및 운동 관련 지출이 늘어나면서 오락·문화 지출도 3.2% 늘었다. 반면 저성장이 계속되면서 가계의 고정 지출인 의료비 등 보건 지출(-0.8%), 정규교육비(-20.2%), 통신비(-1.4%) 등은 감소했다.  소득은 제자리지만 지출이 더 크게 줄면서 처분가능소득 중 흑자액이 차지하는 흑자율은 26.9%로 전국단위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적자가구 비중도 22.1%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였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 수출이 호전되면서 소득은 약간 늘어나겠지만 가계부채 부담, 전세가격 상승, 고령층 소비 저하 등 문제들이 있어 소득과 소비지출이 빠르게 늘어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늦여름 밤 서울 고궁에 발자국 소리 요란하다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입추, 말복도 훌쩍 지나 처서를 넘어선 늦여름의 서울 도심 궁궐. 땅거미가 내려앉을 즈음, 궁궐의 전각은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어스름 달빛에 물든 창경궁 통명전에서 사람들은 ‘한중록’을 읽고, 깊어가는 그 달빛을 벗 삼아 수런수런 창덕궁 곳곳을 완상하는 발자국 소리가 고아하다. 궁궐은 더 이상 역사 속의 장소가 아니다. 소리 소문 없이 시민들의 참여 열기로 달아오른 ‘창경궁 통명전 인문학 강좌’와, 번번이 매진행렬에 못 가봐서 더 안타까울 ‘창덕궁 달빛기행’ 현장을 가봤다. ■ ‘보름달’에 취한 창덕궁 궁녀 해설사와 함께하는 ‘달빛기행’ “저기 보이는 달 속 토끼가 무얼 만들고 있는지 아세요? 불로초입니다. 선녀 ‘항아’를 돕기 위해서라죠. 항아는 옥황상제의 아들을 죽인 죄로 땅으로 귀양 온 남편 ‘예’를 배신했다가 달로 쫓겨납니다…. 그런데 이런 전설들은 1969년 싹 자취를 감췄다죠? 아폴로 11호의 달착륙 때문이랍니다.” 궁녀 ‘방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문화유산해설사 김지애(31)씨의 나지막한 해설에 관람객의 귀가 쏠린다. 고즈넉한 궁궐의 낮은 소나무 가지 위로 살짝 걸린 보름달. 달빛 아래서 만나는 궁궐의 풍광은 낮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달빛과 청사초롱에 의지해 밤길을 걷던 관람객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터진다. 지난 21일 저녁 8시 서울 창덕궁. “문을 열어라”는 우렁찬 수문장의 외침에 돈화문이 활짝 열렸다. 기다리던 궁녀와 차비(差備·특별한 사무를 맡은 임시 벼슬) 차림의 직원들이 관람객을 살갑게 맞았다. 100여명의 관람객은 20여명씩 무리지어 궁에 들어섰고, 이들의 손에는 청사초롱이 들렸다. 이렇게 ‘달빛기행’은 시작됐다. 현존하는 궁궐 다리 중 가장 오래됐다는 금천교를 지나 진선문에 이르니 ‘궁녀’가 나직이 이른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왕족이 돼 구중궁궐을 돌아볼 것입니다. 문을 지나 돌길이 나오면 꼭 가운데 길로 걸으셔야 합니다. 가운데는 왕족, 갓길은 문무백관이 걷던 길입니다.” 어둠에 잠긴 궁궐의 침묵을 헤쳐 닿은 곳은 인정전. 8명의 조선왕이 즉위했던 이곳에선 ‘건달불’ ‘물불’이라 불리던 구한말 전깃불과 드라마 ‘해품달’에서 보던 ‘일월오봉도’를 만난다. 해설사의 목소리는 들릴 듯 말 듯 낮아진다. “달빛기행이란 달빛 아래서 소원을 빌며 명상을 즐기기 위한 행사이기 때문”이란다. 헌종이 중전을 마다하고 짝사랑했던 김씨 여인을 후궁으로 맞아, 처소로 선물했던 낙선재를 지나 함양문을 건너자 왕의 휴식처인 후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덕궁 면적의 60%를 차지하지만 평소에는 단체 예약객에게만 공개되는 비밀 공간이다. 문에 들어서면 늙지 않는다는 불로문을 건너 연경당에 닿으면 다과와 판소리, 춘앵전 등의 공연이 기다린다. 연경당은 창덕궁을 재건한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양반가 집을 본떠 궁궐 안에 지은 120여 칸의 집이다. 두 시간의 달빛기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올해로 4년째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입소문을 탈대로 탔다. 해마다 3~5월, 8~10월 보름달이 뜰 무렵 매달 4~5회씩 이어진다. 연간 내국인 대상 18회, 외국인 대상 10회로 1회 입장객은 100여명으로 제한된다. 3만원의 적지 않은 참가비에도 지난 6일 시작된 하반기 온라인 예매(인터파크)는 발매 개시 2분여 만에 1500여장의 입장권이 동났다. 쌍쌍의 연인들이 점령하다시피 한 관람객들 사이에 멀리서 걸음한 가족을 만났다. 두 딸, 남편과 함께 온 최지은(60·경주시 성건동)씨는 “밤의 고궁이 이렇게 운치 있고 색다를지 미처 몰랐다”며 환한 미소로 답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창경궁에 물든 ‘인문학’ 밤바람과 함께하는 통명전 강의 “효명세자가 태어나자 순조는 크게 기뻐하며 ‘고금에 드문 경사’라는 교지를 반포합니다. 숙종 이후 150년 만에 왕후의 몸에서 난 적통 왕자였기 때문입니다.”(심승구 한국체육대 교수)지난 21일 밤 서울 창경궁의 통명전. 내전의 으뜸 건물인 이곳은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60여명의 남녀노소로 가득 찼다. 한적한 밤 고궁에 홀로 불 밝힌 통명전에서는 역사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를 듣기 위해 홍화문을 지나 행각을 건너온 이들은 불과 5분여의 짧은 시간에 수백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온 셈이다. 이날의 주제는 ‘효명세자의 삶과 예술’. 심 교수는 조선 순조의 장남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에 관한 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갔다. 19세기 초 세도정치의 풍파 속에서 영·정조를 따라 탕평정치를 꾀했던 효명세자가 22세 젊은 나이에 절명했다는 대목에선 사람들의 한숨이 절로 터졌다. 심 교수의 목소리는 통명전을 밝힌 6개의 한지등 불빛을 타고 잔잔히 퍼져 나갔다. 건물 앞 ‘월대’(돌마당)는 달빛을 머금고, 건물 뒤 ‘화계’(꽃과 돌로 만든 계단)는 늦더위를 식히는 청명한 바람을 몰고 와 천장에 매달린 들문을 들썩거렸다. 통명전이 어떤 곳인가. 장희빈은 인현왕후가 죽기를 바라며 죽은 쥐와 붕어, 인형 따위를 통명전 일대에 묻었고 그 일로 사약을 받았다.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는 이곳에서 첫날밤 술잔을 기울이는 예를 치렀다. 효명세자가 원대한 꿈을 꾸던 곳도 통명전이다. 강의는 문화재청이 마련한 ‘2013 인문학으로 배우는 궁궐’ 프로그램. 이날부터 오는 10월 2일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6시 30분)마다 6회에 걸쳐 이어진다. 지난해 시작된 강의는 참석자들의 호응이 좋아 올해부터 1회 90분에서 180분으로 시간을 늘렸다. 창경궁 입장료 1000원만 내면 강의와 교재, 음료까지 제공받는다. 지난 7일 오후 1시, 문화재청이 홈페이지에서 강의신청을 개시하자 불과 5시간 만에 예약이 마감됐다. 홍화문, 조선후기 창경궁에 얽힌 정치·사회 이야기 등 녹록지 않은 주제로 채워졌기에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인문학 열풍으로 봐야 할까. 이곳을 찾은 공기업 직원 안정란(44)씨는 “통명전 문을 활짝 열고 밤바람을 맞으며 듣는 강의가 색다르다”면서 “퇴직 후 문화유산해설사로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를 전공하는 김유나(19·인하대)씨는 “이곳 강의를 들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김대환 창경궁 관리소 주무관은 “참석자 10명 중 7명이 여성과 20, 30대”라며 “의외로 전문적인 역사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2000년대 이후 중요한 역사자료가 많이 공개되면서 우리 사회에 역사학(인문학) 강의가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며 “역사인식을 갖춘 이들이 강의를 통해 진지하게 자기성찰을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사설] 전기요금 현실화 선결 과제 잘 챙겨야

    새누리당 에너지특위가 어제 전기요금 현실화 방안을 내놓았다. 현행 요금 체계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 주택용 누진제를 축소하는 것이 골자다. 전력부족 사태가 낮은 요금으로 인한 과도한 사용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개편안은 동·하절기 ‘요금 폭탄’으로 서민층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을 받아온 현행 6단계인 주택용 누진제를 3단계로 줄이고, 원가와 괴리가 큰 현행 누진율을 완화하는 것이다. 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주로 사용하는 구간(200kWh 이하)은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소비가 많은 구간(200~600kWh)은 단일요율을 적용했다. 900kWh 이상 구간은 요금을 더 많이 부담케 했다. 전력 소비 피크시간대의 수요를 억제해 한국전력의 전력 구입비 부담을 완화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방안이다. 우리의 가정용 요금은 프랑스의 47.6%, 독일의 25.3%, 일본의 34.1%, 영국의 42.2%에 불과하다. 하지만 개편안이 연료비 연동제 등으로 저소득층 등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에너지특위는 전체 가구의 62%가 사용하는 구간(200∼600kWh)의 경우 단일요율을 적용해 부담이 완화된다고 설명하지만 적잖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연구원 등의 보고서에서도 누진제 구간을 줄이면 저소득층 가정의 부담이 늘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실제로 최근의 전기 소비구조가 다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요금체계를 바꿔야 하는 당위성은 있겠지만 10월에 있을 정부의 종합개편안에서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개편안에서는 산업용 요금체계 현실화 방안이 빠졌다. 그동안 논란이 컸던 사안이라 종합개편안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요금을 올리든 내리든 가정용과의 형평성 측면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이낙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전력 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에 준 요금 할인으로 한전의 손실이 7552억원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또한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구축이나 원전을 대체할 신재생에너지 강화 방안도 더 나와야 한다. 이번 여름 전력난은 ‘절전 애국심’으로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은 다시 올해와 같은 위태한 전력수급 상황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전기요금 개편안이 세제 개편안처럼 역풍을 맞지 않으려면 원전 비리 척결 등 선결 과제들부터 잘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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