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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자녀 생명뺏고 30대주부 또 자살

    지난달 31일 오후 9시55분쯤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일신파크맨션 101동 13층 장모(41·회사원)씨 집에서 장씨의 부인 오모(37)씨가 화단으로 뛰어내려 숨졌다.오씨의 투신사실을 신고받은 경찰이 오씨 집 안으로 들어가보니 오씨의 딸(12·초등학교 6년)은 거실에서,아들(9·초등학교 2년)은 안방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검안 결과 이들 남매는 숨이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경비원 윤모(65)씨는 “순찰을 돌고 있는데 화단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가보니 오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오씨의 남편 장씨는 경찰에서 “회사 퇴직금 중간정산분 9500여만원과 은행에서 빌린 돈 등 모두 1억 5000여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모두 날린 사실을 최근 아내가 안 뒤 ‘희망이 없으니 애들하고 같이 죽자.’라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고 밝혔다.장씨는 “이날 휴무일이라 오전 9시쯤 집을 나가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이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울먹였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
  • 고용허가제 도입 의미 문제점 / 3D업종 구인난 ‘숨통’

    송출비리 등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고용허가제 관련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당장 이달말까지 출국이 재유예됐던 불법체류 외국인 20만여명에 대한 합법화 조치가 가능해져 불법체류자 일시출국으로 인한 산업현장의 인력공백 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됐다.또 그동안 산업연수생제 실시로 인한 불법체류자 양산 및 인권유린을 막을 수 있어 반한(反韓) 감정을 없애고 인권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법안 주요 내용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은 국무조정실 외국인력정책심의위원회가 외국인 근로자 고용이 가능한 업종과 규모를 결정토록 규정하고 있다.송출비리를 없애기 위해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정부와 공공기관이 외국에서 직접 근로자를 선정,입국시킨다. 그러나 내국인 고용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직업안정기관을 통해 내국인을 채용하려고 1개월 이상 노력한 사업주만 외국인들을 고용할 수 있다. 사업주는 외국인 고용전산망에 올라있는 외국인 구직자 명단을 보고 직접 고용할 수 있다.이 경우 사업주와 외국인 근로자는 근로계약서를 체결해야 한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연수생 신분이 아닌 노동자로 인정받아 내국인과 똑같이 노동관계법에 의해 보호를 받게 된다.1년씩 3년간 취업할 수 있다. ●문제점은 없나 정부의 당초 계획과는 달리 기존의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실시되기 때문에 혼선이 예상된다.정부는 ‘1사업장 1제도’ 원칙을 세워 한 사업장에서 한 제도만 도입토록 해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그러나 양대 노총은 “산업연수생제도를 당장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전면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의 우려처럼 외국인 근로자 인건비가 상승할 가능성도 높다. 노동관계법 보호 아래 퇴직금과 연월차 수당 등을 추가로 지급받기 때문이다.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 노사분규도 우려된다. 실제로 외국인 노동자들은 강제출국반대,이라크 파병반대 등의 시위를 벌이는 등 여러차례 집단행동으로 당국을 긴장시켜 왔다.이와 함께 내국인의 실업률이 증가하고외국인 정주화 현상이 빚어질 우려도 있다. ●앞으로 일정 국회를 통과한 법률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달 중순에 공포될 예정이다.이 법은 공포 1년 뒤인 내년 8월부터 시행된다. 김용수기자 dragon@
  • 편집자에게/ 끝내 연락않는 아이 부모 이해할 수 없어

    -‘철도원 살신성인’기사(대한매일 7월26일자 1면)를 읽고 무엇보다 철도공무원 김행균씨의 빠른 쾌유를 바란다.김씨의 용기있는 행동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는 기사를 읽고 솔직히 만감이 교차했다.두 아이의 부모이자 같은 가장의 입장에서 묘한 동질감을 느꼈고,“나라면 저럴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경외감도 들었다. 한편으론 끝내 연락을 하지 않고 사라져 버린 아이나 부모의 행동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더욱이 열차안에서 여러차례 목격자를 찾는 안내방송이 흘렀고 언론에서 기사를 비중있게 다룬 점을 고려한다면 아이의 부모는 ‘은인’의 소식을 모를 리 없다.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우리 아이가 다음날 아침 “아빠 그런데 왜 아이 부모님은 고맙다고도 안 해요.”라고 물었을 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어떤 사정으로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다만 ‘이 세상이 아직은 살 만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또 다름 아닌 자식을 위해서라도 부모의 연락을 바란다. 아이들에게 읽어 주는 동화는 좋은 일을 한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적어도 우리 아이들에겐 ‘좋은 행동을 해봐야 자기 손해’라는 일부 어른의 비뚤어진 생각을 심어주지 않았으면 한다. 유중희 미술학원 원장·경기 광명시 철산3동
  • 요트·스케이트·음악회 동네서“夏夏夏”

    25일 오후 2시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요트장.장맛비가 그치고 모처럼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가운데 10여명의 청소년들이 윈드서핑 강사 김승석(38·영등포구 요트부 코치겸 선수)씨의 목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은 영등포구가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들에게 학교수업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한강을 무대로 시원하게 피서하도록 개설한 ‘요트·윈드서핑교실’의 참가자들.전국대회에서 여러차례 우승경험이 있는 영등포구 요트부 선수단의 도움으로 서툴고 생소하지만 한강에서 요트와 윈드서핑을 즐겼다. 이 업무를 맡은 최영범(영등포구 문화체육과)씨는 “교육 이틀째만 되면 청소년들이 한강에서 요트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빨리 배운다.”면서 “탁트인 한강에서 피서와 함께 스트레스를 확 날려보내는 걸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구는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이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다음 달 5일부터는 3기 과정을 시작한다.지금 신청해도 참가할 수 있다. 여름 피서철을 맞아 서울 자치구에서 마련한 ‘이색 여름나기 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음악회부터 휴가지 제공 등 다양하다.성북구가 강원도 삼척시에서 운영 중인 ‘성북구 하계수련원’은 지원자가 너무 몰려 아우성이다.구는 삼척시 근덕면 한재밑해수욕장에 방갈로·텐트 등 숙박시설 45개 동을 설치해 놓고 주민에게 무상으로 개방했다.성수기인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중순까지는 지원자가 몰려 동별로 1개씩 할당을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9월10일까지 운영하는데,다음 달 중순 이후는 아직 여유가 있다.총무과나 동사무소로 문의하면 이용할 수 있다.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각종 책을 빌려주는 이동문고도 운영 중이다. 송파구는 한강시민공원 잠실지구 야외수영장에 오는 29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4일간 아동도서와 만화책 등을 무료로 빌려주는 이색행사를 마련,주민들을 유혹하고 있다.노원구는 어린이와 엄마가 함께 체력을 단련하고 빙판 위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해주려고 ‘여름철 어린이·주부 스케이트교실’을 30일부터 다음 달 9일까지 광운대 아이스링크에서 개설한다.신청마감은 29일. 음악회로 무더위를 달래는 행사도 풍성하다.도봉구는 29일 오후 7시 창동역 부근 창동문화마당에서 ‘한여름밤의 추억,골든팝 명곡콘서트’를 계획,주민들의 발길을 기다린다. 조덕현기자 hyoun@
  • MBC ‘다모’ 28일 첫방송 / 영화같은 블록버스터 사극

    MBC 새 월·화극 ‘조선여형사,다모(茶母)’(극본 정형수,연출 이재규)는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로 제작 초기단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무협활극과 수사극,멜로가 결합된 퓨전 사극의 외형 자체는 별로 새로울 것 없지만,역사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다모’란 직업의 여성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 구조는 흥미를 끄는 요소이다.여기에 철저한 전작 시스템으로 방송 전 이미 90% 이상 제작을 마쳐 완성도를 담보했고,미니시리즈로는 드물게 고화질(HD)로 촬영해 영상미를 높인 점 등도 돋보인다. 1년여의 제작기간,편당 2억원의 제작비 등 다른 드라마에 비해 파격적인 ‘대우’를 받아온 14부작 ‘다모’는 첫 방송(28일 오후 9시55분)을 앞두고 지난 23일 시청자 700명을 초청해 공개 시사회를 갖기도 했다. ‘다모’는 방학기의 동명 만화를 각색했다.역모죄에 휘말려 집안이 풍비박산되는 바람에 관비로 전락,다모가 된 채옥(하지원)과 서자 출신의 포도청 종사관 황보윤(이서진),혁명을 꿈꾸는 화적 두목 장성백(김민준)이 중심인물이다. 드라마는 세 남녀의비극적인 운명을 씨줄로,차 심부름하는 관비이면서 여형사 역할을 하는 ‘다모’와 포도청 포교들이 펼치는 조선시대 형사의 활약상을 날줄 삼아 촘촘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첫회부터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들이 여러차례 등장한다.‘와호장룡’을 연상케 하는 대나무숲 결투장면,대관령 눈밭에서의 검술 대결,그리고 벚꽃 흩날리는 봄밤의 낭만적인 장면 등은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30대 초반의 이재규 프로듀서는 정통 무협활극의 문법을 답습하는 대신 젊은 세대의 감성에 맞춰 현대적인 기법들을 과감히 활용하고 있다.감각적인 영상과 현란한 편집,‘위풍당당 그녀’에서 보았던 유머러스한 애니메이션 기법 등을 감초처럼 끼워넣는다.30·40대는 물론 10·20대 시청자까지 끌어들이겠다는 포석이다. 무협극인 만큼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얼마나 화려한 액션을 보여줄 것인가.’에 쏠린다.그러나 이 PD는 “비극적인 멜로에 주목해서 봐달라.”고 주문했다. 이순녀기자 coral@
  • 편집자에게/ 자살 막으려면 주위의 관심 필요

    -‘명문대생 게임자살’기사(대한매일 7월24일자 1면)를 읽고 대한매일 기사를 계기로 한 명문대생의 자살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전도 유망한 청춘이었던 데다 그의 죽음이 인터넷과 모종의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그가 인터넷 마니아였으며,삶을 게임에 빗댄 표현을 유서에 남겼고,홈페이지에 죽음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글과 사진,동영상을 올렸다는 점 때문에 또 한번 인터넷의 역기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이번 사건을 통해 새롭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자살하는 사람들의 75% 이상이 그 전에 직·간접으로 자살하겠다는 신호를 주위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인터넷이 자살 신호를 보내는 새로운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실제 몇년 전 한 회원이 모 동호회에 남긴 유서를 보고 아이디를 추적해 주소지로 달려간 동호회 관리자의 설득 덕분에 자살 실행 직전 젊은 목숨을 건져낸 일이 있었다.정작 안타까운 점은 그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살 의사를 그렇게 여러차례 신호로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죽음에 진지하게 반응한 사람이 주위에 없었다는 사실일 것이다. 최정은정 사이버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 [김광림의 플레이볼]프로선수들의 몸관리

    LG가 김재현에게 프로야구 사상 유례가 없는 ‘각서’를 받아내며 올시즌 계약을 성사시켰다.지난해 고관절 부상으로 후반기에 출장을 하지 못한 김재현이 수술에 이어 기나긴 재활의 과정을 겪으며 올 후반기부터 팬들 앞에 모습을 보인다니 반가운 소리다. 현재 4위권인 LG는 이병규에 이어 김상현의 부상으로 라인업 구성도 어려운 처지라 김재현의 복귀로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일 것이다.LG는 올시즌 팀타율이 최하위로 처져 있어 김재현에게 거는 기대가 사뭇 크다. 김재현은 입단 첫해인 1994년에 ‘20(홈런)-20(도루)클럽’에 들 정도로 타격에 타고난 소질이 있다.최근 3년 연속 3할대를 기록했고,지난 시즌에는 부상 중임에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멋진 타격 솜씨를 보여 팬들로부터 갈채를 받은 바 있다. 김재현을 보고 있으면 팬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석수철이 생각난다.쌍방울에서 필자와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내야수 석수철은 국가대표 출신으로 성실하고 유망한 선수였다.그는 97년 일본 스프링캠프에서 골반에 통증을 느꼈지만 정신력으로 이겨내곤 했다.하지만 고된 훈련이 거듭되면서 밤마다 찾아오는 통증은 더욱 심해졌다.결국 검진 결과 골반 골수암으로 판명됐다.다행히 양성이라 수술을 받은 이후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선수생활은 더 이상 할 수 없었다.담당 의사는 “무리한 훈련이 병을 키웠다.”고 밝혔다. 또한 기아의 이대진은 팔꿈치 부상으로 여러차례 수술대에 오르는 시련과 고통을 겪은 뒤,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했으나 결국 투수의 꿈을 버리지 못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하지만 완전하지 않은 몸 상태로 마운드에 오른 이대진은 또다시 부상이 재발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김재현에게 하고픈 말이 있다.80%의 몸으로 실전에서 100%를 발휘하려면 분명히 남는 것은 부상 재발뿐이라는 사실이다.김재현이 완전한 몸이 아니면서도 다시 그라운드에 나서고 싶은 생각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정상적인 선수가 80%의 컨디션을 회복한 것과 부상으로 인해 재활한 선수의 80%는 엄연히 다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언제든지 불러만 주면 대타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밝힌 김재현.프로정신은 높이 살 만하지만 부상선수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팬들은 김재현의 반짝 재기를 보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도록 그라운드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광주방송 해설위원 kkl33@hanmail.net
  • 민주 대선자금 공개 / 지출 내역

    지난해 대선때 인터넷의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진 민주당은 실제 인터넷 선거운동에 극히 적은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나 인터넷이 ‘저비용·고효율’의 선거운동 방식으로 정착될지 주목된다. 23일 민주당이 발표한 대선자금 지출내역에 따르면,민주당은 인터넷TV방송국 프로그램 제작과 사이트개발 등에 모두 2억 1725만원을 썼다.이는 총 지출액 361억 4639만원의 0.6%에 불과하다.반면 TV·라디오 방송연설비와 방송광고 등에는 총 97억 2672만원이 소요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신문광고에는 72억 8235만원을 썼다. 나머지 지출내역은 대부분 인건비와 유세단 활동비가 차지했다.선거사무원 수당지원금으로 12월4일 23억7000만원이 지급되는 등 수천만원 단위로 여러차례 지출됐다.또 후보 연설은 물론 그린 유세단,희망어머니 유세단,국민참여운동본부 유세단,돼지꿈 유세단,청년 유세단 등 각종 유세단의 활동경비로 10여일간 매일 수백만원씩이 지출됐다.12월30일 선대위 야근당직자 식대로 5781만원이 빠져 나가는 등 야근자 밥값으로 모두 7632만원이나 지급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민주당 관계자는 “식대를 한꺼번에 정산하다보니 수천만원씩 지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운동원들이 두르는 어깨띠 제작비로도 3502만원이 들었다.어깨띠 1개의 가격이 35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최소한 1만여명의 운동원들이 활동했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김상연기자
  • 프로야구 / 정민태 선발 최다연승 타이

    정민태(현대)가 선발 최다연승 타이를 일궈냈다. 정민태는 23일 사직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6이닝동안 삼진 7개를 솎아내며 6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이로써 정민태는 올시즌 9연승을 포함해 지난해 7월30일 수원 두산전부터 파죽의 16연승을 질주,김태원(전 LG)이 94∼95년 세운 선발 최다연승과 타이를 이뤘다. 김현욱(삼성)과 김시진(전 삼성)도 97∼98년과 84∼85년 각각 16연승을 달렸으나 구원승이 포함돼 있다.최다 연승 기록은 프로야구 원년인 82년 ‘불사조’ 박철순(전 OB)이 수립한 22연승. 정민태는 그동안 여러차례 패전의 위기를 맞았으나 그때마다 타선의 도움으로 힘겹게 연승 행진을 이어가 ‘행운의 사나이’로 불린다. 현대는 정민태의 호투를 앞세워 롯데를 6-1로 꺾고 7연승을 내달렸다.현대는 선두를 굳게 지켰고 꼴찌 롯데는 5연패의 늪에서 허덕였다. 0-0이던 4회 이숭용의 2루타에 이은 심정수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현대는 5회 2사1루에서 박진만의 2루타와 전준호의 중전 안타로 2점을 보태승기를 잡았다.현대는 3-0으로 앞선 6회 1·3루에서 희생플라이와 브롬바의 2루타로 5-0으로 달아나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LG는 잠실에서 대타 장재중의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로 SK를 6-5로 눌렀다.4위 LG는 2연패를 끊고 5위 기아와의 승차를 2경기로 벌렸다. LG는 마르티네스의 2점포 2방에 힘입어 8회까지 5-3으로 앞서 무난히 승리하는 듯 했으나 9회초 믿었던 이상훈이 뼈아픈 동점 2점포를 얻어맞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러나 LG는 유지현의 안타에 이은 도루로 만든 2사3루에서 대타 장재중이 중견수 키를 넘기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값진 승리를 챙겼다. 한화는 대전에서 기아를 3-2로 제치고 이틀 연속 1점차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한화는 시즌 2번째 5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4위 LG에 3승차,5위 기아에 1승차로 다가서 포스트시즌 진출의 불씨를 키웠다. 한화는 0-2로 뒤진 5회 1사후 임재철의 몸에 맞는 공에 이어 이범호·김수연의 연속 안타로 맞은 만루 찬스에서 한상훈의 중전 적시타가 터져 동점을 만들고 계속된 1·3루에서 투수의폭투로 홈을 밟아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김민수기자 kimms@
  • 외환銀 팔린다 / 美론스타에 지분 51%… 매각가 막판 절충

    미국 론스타 펀드의 외환은행 인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22일 고위 당국자로서는 처음으로 이를 공식 확인했다.외환은행은 이에 대해 “노 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협상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서지 않겠다는 뜻일 뿐,대세는 굳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이미 금융권에서는 협상 당사자들이 다음달 초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대 관건은 매각가격 김 부총리는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 갖고 있는 외환은행 지분 32.5%의 전부,또는 일부를 론스타 펀드에 매각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외환은행 경영진과 주주는 은행 정상화를 위해 외국 투자자를 맞아들이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외환은행의 지분구조는 독일 코메르츠방크 32.55%,수출입은행 32.50%,한국은행 10.67% 등이다.정부와 외환은행은 수출입은행 지분과 코메르츠방크 지분을 합해 이 가운데 전체,또는 일부를 떼어내 51%(1억 7000만주·경영권 획득 가능선)를 마련,이를 론스타에 팔기로 하고 현재 주당 매각가격에 대해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는 조흥은행의 신한지주 매각이 마무리된 이후 외환은행 매각에 속도를 내왔다. 정부와 외환은행은 코메르츠방크가 1998년 외환은행 주식을 주당 8000원선에 인수한 데다 현재 외환은행의 재무구조가 하이닉스 문제 처리 등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고,영업 및 수익구조도 호전되고 있어 8000원 이상은 받아야 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반면 론스타는 SK글로벌 및 카드채 사태,가계대출 부실 등 국내 은행권에 닥친 악재때문에 그만큼을 인정할 수는 없다며 맞서왔다.이에따라 현재 협상가격은 주당 6000∼7000원대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그래도 현재 시장가격(22일 종가 3770원)보다는 훨씬 높은 액수다.금융권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에 1억달러 이상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규 외자유치?외환은행은 부인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올해 안에 5000억원의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방침을 여러차례에 걸쳐 밝혀왔다.하지만단순히 론스타에 지분의 51%를 매각하는 것은 ‘대주주’만 바꾸는 것일 뿐 실제 은행의 자본확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등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안까지 동시에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지분 매각 외에 자본금 확충 차원에서 3000억∼5000억원의 신주를 발행,이를 론스타가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도 협상 내용에 넣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이 외환은행장은 “외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 은행의 다른 고위 관계자도 “협상을 하면서 협상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난센스”라면서 “과거 일부 성급한 보도와 기밀유출 등으로 협상이 깨졌던 전례를 감안,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 (2)서민엔 ‘당당’ 권력엔 ‘굽실’

    최근 무기거래상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을 지켜본 국민들은 추문의 실체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청와대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 경찰의 수사라인은 엉망진창이 됐고,수사팀은 사설탐정처럼 피해자의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청와대와 연관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상부보고 절차마저 생략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한 지방경찰청장이 직위 해제됐고 퇴직한 고위간부의 명예가 깎이는 등 경찰의 위신이 큰 손상을 입었다.하지만 더 큰 상처는 힘없는 서민들의 가슴에 새겨진 불신과 박탈감이었다. ●강자에 약한 경찰 김영완씨 집 강도 사건은 정치권력의 입김에 취약한 경찰조직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청와대에 파견된 경위의 한마디에 경찰 수뇌부는 사건수사를 비밀리에 진행토록 수사팀에 지시하는 등 사건은폐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이 권력의 ‘사병집단’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들끓었다.4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관집 절도사건’도 경찰이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보다 권력자의 비리를 덮는 데만 급급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권력층에 약한 경찰이지만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관료적이고 권위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성균관대 행정대학원 문광식씨의 석사학위 논문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거주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5.2%가 경찰이 고압적이거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기관이라고 응답했다.또 서민들 상당수는 범죄 피해를 입더라도 경찰서 찾기를 꺼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1년 범죄 피해를 입은 가구 가운데 경찰에 신고한 가구는 31.5%에 머물렀다. ●중립 보장할 제도적 장치 취약 전문가들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경찰의 모습이 110년 역사를 통해 구조화된 태생적·제도적 문제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다. 백형조 전 경찰대학장은 “여러차례 개혁시도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제도적 장치가 취약하다.”면서 “인사에 민감한 고위간부들은 집권자나 정치적 실세를 의식하고 간섭에 순응하는 직무자세가 체질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으로 지난 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의 외청인 경찰청으로 전환되고,주요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경찰위원회가 설치됐다.하지만 위원회의 지위와 권한 미비,위원들의 신분적 한계 등으로 유명무실한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과장급 간부는 “초급간부가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청장과 독대할 수 있는 곳이 경찰조직”이라면서 “진급 심사에서 ‘물’을 먹지 않기 위해서는 ‘실세’나 상급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규제·단속 중심의 ‘관권경찰’ 국민을 봉사와 서비스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와 단속의 대상으로 간주하는 권위주의적 행태는 서민들의 가장 큰 불만 사항이다. 지난달 사기피해를 입고 서울 K경찰서를 찾아갔던 김모(34)씨는 수사관의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태도에 불쾌감만 느끼고 돌아와야 했다. 한 외국계 어린이 영어교재회사와 지역 총판 계약을 맺었던 김씨는 회사측이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바람에 10억원의 피해를 입고 회사 대표를 사기혐의로 고발했다. 김씨는 이 회사가 처음부터 고의적으로 속였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하지만 사건을 접수한 수사관은 자세한 설명없이 “형사처벌이 안된다.”며 당사자간 합의를 종용할 뿐이었다.김씨는 “경찰이 아니라 가해자의 변호인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친척 중에 국회의원 보좌관 한 명만 있었어도 그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식민지시대 경찰에서 유래된 권위주의적 치안행태가 군사정부 시기를 거치며 한국경찰을 서비스 중심의 민권경찰이 아닌 규제와 단속 중심의 관권경찰로 고착시켰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치안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이 2001년 실시한 ‘사회안전에 대한 인식도’ 조사에서 ‘범죄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응답이 56.6%로 ‘느끼지 않는다.’의 17.3%보다 3배 정도 높았다.또 ‘치안상태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10.5%에 그친 반면 ‘보통이다.’‘불안하다.’는 응답은 44.1%,45.4%에달했다.백형조 전 학장은 “한국보다 강력범죄 검거율이 훨씬 떨어지는 미국이나 영국·일본 등 치안 선진국에서는 ‘치안상태가 불안하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10∼30%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신임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외국에 비해 시국치안과 행정지원 부서의 인력이 과도하게 많다는 점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한국 경찰에서 정보·보안 등 이른바 ‘시국치안부서’의 인력배치 비율은 전체의 18% 수준으로 미국의 4%,캐나다의 6%에 비해 현저히 높다. ●“경찰·권력 연결고리 끊어야”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은 경찰조직의 ‘실질적’ 중립화다.그 첫 단계로 거론되는 것이 청와대,국회,국정원 등에 인원을 비공식적으로 파견 또는 담당토록 하는 관행을 없애는 것이다. 오 사무국장은 “비공식 경로로 권력기관에 파견된 경찰들이 권력층과 인적 유대를 맺고 사건 청탁과 인사에 개입해 왔다.”면서 “경찰에 대한 불신의 뿌리가 정치권과의 부당한 유착에 있는 만큼 그 고리가돼온 비공식적 파견을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리실 산하 경찰위원회에 정책심의기능과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인사와 정책결정에 대한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기 위해 유명무실화된 경찰위원회에 방송위원회 수준의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을 축소하고 민생치안 기능을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치안정책 자문기구인 경찰혁신위원회 관계자는 “식민지와 권위주의 정권 시기를 거치며 경비·정보·보안 등 시국치안 기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면서 “방범·수사 등 민생범죄 예방과 검거활동으로 중심역량을 이전하고,수요자 중심의 치안서비스 개념을 정립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이세영 박지연 이효연 기자 sylee@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1)사건해결 의지 없는 경찰

    살아가면서 국민들이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국가기관은 싫든 좋든 경찰이다.그런 점에서 국민은 경찰을 통해 국가의 치안 역량과 개혁 의지를 가늠할 수 있다.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거치면서 경찰은 국민에게 가장 두려운 권력기관으로 인식됐다.‘민중의 지팡이’는 종종 권력의 하수인이 됐고,국민으로부터 멀어져 갔다.민주화가 자리잡고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이 경찰에게 거는 변화의 기대치가 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경찰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갈길은 아직 멀다.강력 사건과 권력형 범죄의 틈바구니에서 서민생활과 밀접한 민생범죄 수사는 여전히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권위주의적인 경찰 문화는 국민과 경찰의 거리를 좁히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대한매일이 펼치고 있는 ‘수평사회를 만들자’캠페인의 일환으로 10회에 걸쳐 경찰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 이모(39·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경찰의 성의없는 수사 태도에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딸의 억울한 죽음을 수사해 달라고 경찰에고소한 지 1년이 넘도록 경찰은 아직 참고인 조사조차 하지 않는 등 사건 해결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 뒤 1년 넘도록 참고인조사 조차 안해 지난해 6월 6일 이씨는 서울 A병원에서 14세 외동딸을 잃었다.감기 증세로 입원한 딸이 불과 18시간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의료사고라고 생각한 이씨는 딸의 정확한 사인이라도 밝혀 억울함을 풀고 싶어 관할 경찰서로 찾아가 진료를 담당한 의사 2명을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몇달이 지나도록 피고소인을 조사하지 않는 등 수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화가 난 이씨가 경찰서를 여러차례 방문하고 수십차례 전화로 독촉했지만 경찰은 “의료사고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사라 참고 기다려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경찰은 고소 사건은 2개월 안에 수사를 마치도록 돼 있는 원칙을 무시하고 8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피고소인을 조사했다.의료사고 수사의 기본절차인 의사협회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대한 자문 의뢰도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 답답해진 이씨는 지난해 12월 A병원의 의무기록 차트를 직접 찾아 24개의 ‘질문쟁점사항’을 만든 뒤 경찰에 건네줬다.하지만 1년새 수사 담당자가 2번 바뀌면서 인수인계가 되지 않아 최근까지 서류철 안에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을 안 이씨는 이달 초부터 청와대와 검찰청·경찰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그러나 경찰쪽에서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이씨는 “이제는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면서 “내가 나서서 딸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내겠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민생사건 수사의지 없는 경찰에 신고할 필요 없다” 시민이 신고한 사건이 경찰에 의해 소홀히 취급된다는 사실은 자체 통계에서도 드러난다.경찰청이 발간한 ‘2002년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범죄자로 검찰에 송치한 197만 5930명 가운데 기소중지 처분이 1.5%인 2만 8614명이었다.그러나 주로 피해자 신고로 수사가 이뤄지는 ‘사기’,‘횡령’ 범죄의 경우 유난히 기소중지 처분이 많았다.사기는 기소중지 비율이 8.4%로 평균치보다 5배 이상 높았고,횡령도 4.2%로 3배 정도 높았다.경찰이 고소·고발 관계자에게 3∼4차례 소환 통보만 한 뒤 출두하지 않으면 기소중지로 사건을 덮어버린다는 것을 말해준다. 시민이 경찰을 불신하는 풍토에서는 범죄 신고도 꺼리게 된다.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신고된 범죄 건수는 모두 19만 5739건으로 전체 범죄 183만 3271건의 10.7%를 차지했다.미신고 이유 가운데 ‘기타’를 뺀 1만 2138건을 분석하면 ‘범인검거를 기대하기 어려워’가 10.2%인 1433건,‘피해품 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워’가 9.4%인 1142건,‘보복이 무서워’가 9.2%인 1113건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01년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조사한 결과 강도 39.0%,절도 45.9%,폭행·상해 28.9%가 ‘경찰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지난 96년 조사 때 강도 23.2%,절도 26.7%,폭행·상해 19.9%가 ‘경찰에 신고해도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답한 것보다 비율이 훨씬 높았다. ●작은 사건은 서로 떠넘기기 박모(23)씨는 경찰에 대한 불쾌한 기억을 잊지 못한다.박씨는 지난달 3일 서울지하철 7호선 태릉입구역에서 소형 오토바이를 도둑맞았다.인터넷에 올린 판매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이 “한 번 타보겠다.”며 오토바이를 건네받은 뒤 곧바로 달아난 것이다.박씨는 즉각 파출소에 신고했다.용의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있어 경찰이 쉽게 범인을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파출소에서는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된다.”며 딴청을 부렸다.이에 박씨가 지난 9일 경찰서에 신고하자 “석관동에 살고 있으니 관할인 종암경찰서에 진정을 내라.”,“사건이 일어난 곳이 태릉역이니 공릉 파출소로 가는 게 좋겠다.”며 떠넘기기에 바빴다.1주일 뒤 박씨는 처음 신고했던 파출소로부터 “전화번호 주인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확인 결과 휴대전화는 사건 직전 분실됐던 것으로 드러났다.경찰은 “다음에 함께 도둑을 잡자.전화를 주겠다.”며 변명했지만 이후 경찰로부터 아무 연락도 없었다. ●“주민 만족시키는 수사 시스템 구축해야” 전문가들은 경찰이 민생범죄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실적 위주의 평가 제도를 지적한다.실적 평가시 강력사건 처리 내역이 중요한 평가기준이 되기 때문에 일선 형사들로서는 사소한 민생범죄보다 강력범죄 처리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특진도 대부분 강력사건 해결에 따라 이뤄진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피해 신고를 한 시민의 처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찰의 자세 때문에 시민이 경찰을 믿지 못하고 신고를 꺼리게 된다.”면서 “사소한 사건이라도 시민들이 신고한 사건을 성의있게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민의 신고정신을 높여 제2,제3의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비해 경찰이 주민의 만족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찰에 대한 지역 주민의 만족도가 커지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범죄 신고율도 증가해 결국 수사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곽 교수는 “신고접수 단계에서 부터 처리·해결에 이르는 수사의 모든 과정에 피해자가 참여하는 ‘쌍방향 수사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경찰대 표창원 교수는 “현행 수사 시스템으로는 신고 접수번호 하나만 달랑 받고 수사 뒷전으로 밀려난 사람이 ‘경찰이 아무일도 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피해자가 수사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수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택동 이영표 기자 taecks@
  • 사스·이라크전 악재뚫고 순익 1조1300억/ 삼성전자의‘힘’

    삼성전자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북핵위기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 2·4분기에 9조 8400억원의 매출과 1조 1300억원의 세후 순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하락추세에 있지만 순이익이 6분기 연속 1조원을 돌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달러로 환산한 이익규모(9억 5000만달러)는 경쟁업체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2억 1000만달러)와 모토로라(1억 1900만달러)를 압도했다.또 네덜란드의 필립스(4956만달러),미국의 인텔(8억 9600만달러) 등에도 앞서는 것이어서 글로벌 IT기업 중 IBM,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톱3’에 안착했다는 평이다. ●TFT-LCD ‘선전’ 16일 공개된 삼성전자의 2·4분기 매출과 순익은 각각 전 분기보다 2.5%,0.2%씩 상승했다.반면 영업이익은 14.2%나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8% 감소했고,순익은 무려 41%나 줄었다.D램 가격 하락과 휴대전화 매출 부진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돋보이는 대목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가 새 ‘노다지’로 부상했다는 점.LCD는 2·4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전 분기보다 42% 성장했다.영업이익도 5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IR(기업설명회)를 진행한 차영수 상무는 “LCD가 이번 분기의 하이라이트”라면서 “지난 분기부터 생산과 수요가 크게 늘어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엄청난 영업이익을 안겨준 휴대전화는 매출이 지난 분기보다 8%나 줄고,영업이익도 1300억원이나 감소했다. 4대 사업부문별 매출은 반도체 3조 7600억원,정보통신 3조 1800억원,디지털미디어 1조 8500억원,생활가전 97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이한 점은 상반기 전체를 기준으로 국내 판매가 지난해보다 1조 2000억원 정도 줄어든 대신 수출이 그 자리를 메워 극심했던 내수 부진 현상을 실감케 했다. ●“바닥 찍고 상승할 것” 삼성전자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세계 IT 경기의 회복 조짐을 대형 거래선으로부터의 주문 증가 등을 근거로 들며 여러차례 강조했다.세계 IT 경기가 2·4분기에 바닥을 찍고,하반기부터 회복된다는 것이다.관계자는 “2·4분기의 마지막 달이었던 6월의 실적이 4,5월보다 향상되고 대형 IT 거래선의 주문 상황도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차 상무도 “LCD 투자확대,반도체 12라인 2단계 투자 등이 거론되는 것은 하반기 경기회복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회복의 중심축은 반도체와 휴대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IT경기 회복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메모리 반도체 생산체제가 톡톡히 한몫을 하고,휴대전화 역시 기존의 고가제품 위주에서 중저가 시장에도 진출,지난해 판매량(5250만대)을 웃도는 실적을 낸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D램만 생산하는 경쟁업체들과 달리 플래시메모리·S램 등도 함께 생산,IT경기 회복 국면에서 이익률이 높은 품목으로의 생산 전환이 훨씬 쉽다.휴대전화는 마진 폭이 큰 카메라폰 등의 다기능폰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스톡옵션 폐지 방침과 달리 경영성과를 독려하고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이 제도를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홍환기자 stinger@
  • “49년‘국회프락치사건’ 대표적 왜곡사건이지”/오늘 55주년 제헌절맞는 제헌의원 김인식 옹

    209명 가운데 단 둘만 남았다.제헌절 55돌을 맞는 제헌국회 의원은 김인식(金仁植)·정준(鄭濬) 옹뿐이다.그나마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제헌절 행사에는 김옹만 참석한다.정옹은 요즘 당뇨 증세 등으로 거동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헌절을 하루 앞둔 16일 국회에서 만난 김옹은 참으로 정정했다.1913년생이니 올해 만 90세다.160㎝ 가량의 땅땅한 체구였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나이를 가늠키 어려웠다. “감회가 어떠십니까.”하고 물으니 세상을 뜰 걱정을 먼저 했다.“죽고나서가 걱정이지.다들 돌아가시고….한 분은 병석에 있지.나마저 가면 어찌되나 몰라.또 어떤 왜곡된 말들이 나올지 말야.살아있어도 이렇게 말들이 많은데…” ●“어떤 일들이 왜곡될지…” 김옹은 ‘왜곡’의 대표적 사건으로 지난 1949년 ‘국회 프락치 사건’을 꼽았다.“반공주의자 아니면 당선이 안 되던 시절이야.그런데 무슨 빨갱이라고 몰아붙여.당시 한민당에서 무소속이나 다른 당 의원들이 말을 안 들으니까 만들어낸 사건이야.” 김옹도 이에 연루될 뻔했다고 한다.“나중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그만하자고 해서 흐지부지됐더랬지.나도 문턱까지 가지 않았드랬어.내래 황해도 해주 출신인데 무슨…” 그러고 보니 거센 이북 사투리가 더욱 강하게 들린다.“고향 땅에서 공산당들이 하는 짓거리를 두 눈으로 다 봤지 않았겠어.그래서 월남한 거이지.남로당 조종을 받았다는 게 말이 되나.” 그는 지금도 월북한 의원은 하나도 없다고 단정했다.모두 납북됐다는 주장이다. 제헌 국회의 총 의석수는 300석이었다.이 가운데 실제 선거가 치러진 곳은 198곳.북한 몫으로 100석을 남겨 놓았고,제주는 4·3사건으로 인해 3개 선거구 가운데 2곳에서 선거를 치르지 못했다.이후 제주와 기타 보궐선거 등으로 11명의 의원이 추가로 선출돼 209명을 제헌의원이라고 했다.공식적으로는 6·25 때 10명이 학살당하고,51명이 납북된 것으로 돼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이 국회 프락치 사건을 통해 ‘반민족행위특별위원회’가 와해된 것이 한스럽다고 했다. ‘소장파 전성시대’로 불린 제헌 국회에서 소장의원들은 김구·김규식 등과 함께 통일운동과 친일파 처단에 앞장섰으나 이 사건으로 소장세력이 무력화하고 친일파가 득세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국가보안법 발의 김옹은 국가보안법을 발의한 주인공이다.“정권을 절대로 공산당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법안을 발의했다.”고 한다.“국보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 없애면 안돼.햇볕정책? 김정일은 말을 듣지 않아.김대중 정권부터 북한에 말려드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질 않아.불안해.” 김옹은 여러차례 이 말을 강조했다.인터뷰 도중 제헌절을 앞두고 문안 인사차 찾아온 김두관 행자부장관에게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제를 돌렸다.“요즘 정치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던졌다.그랬더니 “오늘날 정치인들 물질 만능에 휩싸여서…”라고 했다.아마도 최근 여권의 대선자금 파문을 지칭하는 듯했다. ●적산가옥,국회 결의로 거절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헌의원들 집이 없어 되겠느냐고 했다는 거라.적산가옥을 하나씩 주라고 했어.국회 사무총장이 보고하더라고.그런데 우리가 반대했지.아,국민이 먼저 잘 살아야지.국회에서 결의해서 안 받았어.국방장관이 의원 개개인에 지프차를 준다고 했어도 그거 안 받고 걸어다녔어.제헌의원들은 그렇게 살았어.” 그가 소개한 제헌 국회의 또다른 사례.“제헌 의원의 임기는 2년이었잖아.그런데 5·10선거에 당선된 뒤 연장하자는 주장이 있었거든.그러나 ‘그래서야 되겠느냐.헌법 만들고는 물러나야 한다.’고들 했지.(의원을)정 또 하고 싶으면 선거해서 다시 들어오면 되지 않느냐고 말이야.” 그러면서도 정치 행태로 보면 그 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습도 금방 눈에 띄었다.“그 때도 한민당에서 다른 의원들 불러다 입당하라면서 술대접도 하고 춤도 추고 그랬다.”는 것이나,김옹 자신도 “고향사람에게서 5만환이라는 ‘거금’을 받아들고 선거를 치렀다.”는 사실이 그랬다.40년대 말에도 돈 없이 선거 치르기 어렵고,정치판에 술이 빠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마지막 제헌동지회장 국회수첩 뒷부분에 보면 ‘국회 유관단체’란에 ‘제헌동지회’가 등재돼 있다.김인식 옹이 회장이고,정준 옹이 감사로 돼 있다.이들이 세상을 뜨고 나면 제헌동지회는 아마 사라질 것이다.19대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옹은 이제 임기가 끝나면 20대 임기를 ‘무기한’으로 할 계획이다.더 맡을 사람이 없어서다. 김옹은 일본 와세다 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귀향한 뒤 45년 대동청년단 서북사무처장을 맡았고 인천 옹진을에서 당선됐다.와병 중인 정옹은 1915년 생으로 평양신학교를 졸업했으며,김포에서 당선된 뒤 3·4·5회 4선을 지낸 데 이어 MRA(세계도덕재무장)세계대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지운기자 jj@
  • “복날 음식 형편따라 즐겼지요”/서울 班家음식의 산증인 김숙년씨

    현대인들은 24절기를 대부분 잊고 지낸다.하지만 복날만큼은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여름 무더위가 지겨웠던 까닭일까,여름 보양식을 즐겁게 먹었던 기억 때문일까. 초복(16일)을 앞두고 전통요리연구가 김숙년(金淑年·69)씨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났다.마른 장마 속에 몹시 더웠던 이날 그는 2시간 남짓 계속된 인터뷰 동안 앉음새를 흩뜨리지 않았다.흰색 모시 저고리에 포도색 치마로 곱게 차려입고 단아하게 화장을 한 김씨는 일흔을 바라보지만 수줍어하는 듯한 소녀티가 가시지 않았다.목소리 또한 낭랑했다. ●혀끝의 기억으로 350가지 맛 찾아 김씨는 최근 100년간의 서울 토박이 반가(班家) 문화를 대변한다.그의 고조부 김석진(金奭鎭) 이전 11대가 서울 사대문 안에서 살았고 증조부 김영한(金寗漢) 이후 지금까지 서울에서 살고 있다. 더위를 화제로 삼은 김씨는 복날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옛날엔 초복은 여름을 맞이하는 기분으로,말복은 한여름을 넘겼다는 다소 허전한 느낌으로 맞았지요.제가 어릴 때만 해도 복날엔 ‘복놀이’가있었지요.학동들은 천렵을 나서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았고,어른들은 황구를 몰고 산등성이로 넘어 갔지요.” 복날 음식 이야기가 끝이 없다.복날 형편은 가세에 따라 다 달랐다.서민들은 보신탕과 추어탕을 즐겼고,반가에선 육개장이나 삼계탕으로 더위를 이겼다. “‘더 있는 집’에선 민어 잔치를 벌였지요.민어로 구이와 매운탕을 먹고,부레로 순대를,알로 어란을 만들었지요.” 인삼이 귀하던 옛날,서민들은 삼계탕 대신 닭곰탕을 먹었다. “장닭 몇 마리를 푹 고아 식구들이 한 그릇씩 먹으며 더위를 달랬지요.” “당시에도 음식 사치가 있었고 경제력이 있던 중인들은 궁궐 못지않게 먹었습니다.대표적으로 용봉탕을 들 수 있지요.” 용봉탕이란 잉어와 닭을 함께 고아 낸 다음 잣·호두 등으로 고명을 한 것으로 겉보기에도 화려하면서 먹음직한 것이다. 또 한겨울 동짓날의 팥죽도 복날 먹었다고 한다.붉은 팥을 액막이로 여겼기 때문이다. “참외와 수박도 빠지지 않았지요.” 그러면서 김씨는 참외와 증편(떡)을 살갑게 갖고 나왔다. 이렇게 당시의음식을 꿰뚫고 있는 김씨는 ‘김숙년의 600년 서울음식’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김씨는 어린시절 혀끝의 기억만으로 350가지나 되는 전통 서울음식의 맛을 찾아낸 것이다.이 책은 단순한 요리책의 차원을 넘어 서울 반가의 생활문화와 예의범절이 담긴 역사책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엄한 가풍… 4대 42명 한집서 살기도 음식 이야기로 바뀌면서 김씨는 추억속에 빠져드는 듯했다. “어릴 적의 가풍이 무척이나 엄했지요.” 그도 그럴 것이 김씨 집안은 조선 인조 때 예조판서를 지낸 김상헌(金尙憲)을 배출했고,순조의 둘째딸 복온(福溫)공주의 시댁이기 때문이다. 김씨 가문은 김상헌 이후 잣골(효자동) 등 서울 4대문 안에서만 살아왔으나 1910년 한일합방 당시 형조판서였던 고조부 오천(梧泉) 김석진이 “세상을 보고 듣지 않겠다.”며 두메산골이던 서울 도봉구 번동 드림랜드 자리의 한 부분인 오현(梧峴·당호)집으로 이사를 했다.오천은 결국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못이겨 자결했다. 고조부의 자결 이후 일본의 감시와 수탈이 한창이던 1934년 김씨는 오현집에서 5남매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린 김씨는 대가족의 울타리 속에 살았다.오현집에 증조부·조부모·부모·삼촌·고모·당숙·당고모·김씨의 5남매 등 4대 42명의 식구가 살았다고 회상했다.일제시대 가족은 엄했지만 언제나 따스하고 정겨웠다. 이런 대가족이자 일제를 거부하는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어머니의 손이 마를 날이 없었다.하루가 멀다하고 찾아오는 제사와 어르신들의 생신,세시풍속을 다 챙겼기 때문이다. 대신 집안에서는 구수한 음식 냄새 또한 가시질 않았다.댕기머리 소녀였던 김씨는 감히 음식을 먹지 못했지만 부엌에선 할머니와 어머니가 ‘숙아 맛좀 보렴.’하고 한 숟가락 떠준 덕분에 맛을 봤다.그 기억이 잊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음식은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해방과 더불어 김씨는 학교 교육을 받았다.일제 때 증조부가 신식교육은커녕 외출도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6·25 때 800평에 이르던 오현집은 인민군에게 빼앗겼고 유엔군에게 폭격됐다.현재 드림랜드에는 폭격에서 살아남은 사랑채만 남아 있다.안채는 수년 전에 복원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김씨는 1957년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합하고 성심여고에서 음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서예 교사로 교편생활을 시작했다.1959년 국전에서 입선하기도 했다.1973년 전근갔던 창문여고에선 가정 교사였지만 서예도 많이 가르쳤다.그동안 틈틈이 서예를 출품,국전에 입선한 적이 여러차례였다.한글 서예의 지평을 연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이 그의 숙부이다. 지난 1996년 교사를 그만둔 뒤 서예에서 멀어지는 대신 전통 음식에 가까워졌다.“감기 기운이 있다가도 부엌에만 들어가면 감기가 다 나았어요.” 그에겐 음식이 세대를 잇는 징검다리 같아 보였다.“언젠가 쇠골찜을 만들었는데,‘할아버지,숙이가 만들었어요.드셔보세요.’라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했지요.그리곤 즉시 전화를 걸어 7살 손자에게 ‘할아버지가 가장 좋아하시던 음식’이라며 먹으라고 했지요.” ‘…서울음식’ 발간 이후 김씨는 잡지와 방송에서 음식 코너를 맡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요리 연구가들이 가장 배우고 싶어하는 서울 반가음식의 산 증인인 김씨.그에게는 요즘 전통 음식과 생활문화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이언탁기자 utl@
  • “北 核재처리 완료 아닌 시작”/ 국정원 “소량 재처리 추정” NBC “크립톤85 포착됐다”

    북한이 8000여개의 사용후 핵 폐연료봉을 재처리 했는지,단지 시작만 했는지 헷갈린다. 그간 나온 보도 내용이나 한·미 당국자들의 언급으로 볼 때 북한이 핵 재처리를 완료했다는 것보다는 재처리를 본격 시작했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북한은 베이징 3자회담을 앞둔 지난 4월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8000여개의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이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3월 초 통보했다.”고 밝혔고,지난 6월 초 커트 웰던 의원 등이 방북했을 때도 “폐연료봉 재처리를 기본적으로 끝냈다.”고 밝혔다. 한국과 미국의 정부 당국자들은 공식적으로 확인을 꺼리고 있지만,논리상으로 보면,북한은 미국에 핵재처리를 완료했음을 공식 통보했을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실제 완료했는지는 별개 문제다. 정부 당국자는 13일 “북한이 핵재처리 완료단계에 있다는 말을 여러차례 밝혀왔지만 완료했다는 근거는 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당국자도 “8000여개의 폐연료봉을 모두 재처리하기 위해서는 재처리 시설 주변에 많은 차량과인력이 오가고 크립톤85도 다량으로 발견됐어야 한다.”며 “위성사진 등을 통해 본 북한의 영변 핵시설 주변에선 이런 광경이 목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영구 국정원장은 지난 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영변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지난 4월말과 5월초 연기가 나온 것을 근거로 북한이 소량재처리에 들어갔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미 CIA를 방문했을 때 미측으로부터 이같은 정보를 들었다는 관측도 있다. 미 NBC방송의 보도는 재처리 시작이 좀더 구체적이다.방사성 기체인 ‘크립톤85’가 포착됐다는 사실을 들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최근까지 재처리 시설 굴뚝에서 연기가 났지만 크립톤85라는 기체가 포착되지 않았다며 준비단계이거나,시험가동 수준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크립톤85는 핵연료를 재처리할 때 발생하는 물질로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핵 재처리 시작의 유력증거다.따라서 북한이 지난 4월 말 시험준비를 하다 자신들의 ‘위협’이 주목을 받지 못하자,핵 억지력을 내세우며 최근 본격 재처리시작에 들어갔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지하 핵시설에서 재처리를 완료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이 경우에도 인공위성을 통해 열감지가 된다는 게 정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핵 재처리란 사용후 핵연료에 남아 있는 플루토늄(Pu) 등 유효성분을 화학적으로 추출해내는 작업이다.우라늄(U238)이 중성자를 흡수하면 Pu239로 전화되는데 원자로를 일정기간 가동할 경우 이것이 축적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변 5㎿ 원자로에서 꺼낸 8000여개의 폐연료봉(50t)을 모두 재처리하면 순도 94∼98%의 플루토늄 28∼35㎏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핵탄 6∼1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재처리 완료“ 통보 파장/北 ‘레드라인’ 넘었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북한이 폐 연료봉을 이미 재처리했다고 미국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물론 확인된 것도 아니고 북한이 폐 연료봉 재처리 문제를 들고 나온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베이징 3자회담을 5일 앞둔 4월18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폐 연료봉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재처리 작업이 진행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그 의미는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이 폐 연료봉을 재처리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미 정보 당국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CNN은 북한이 재처리 작업을 시작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고 12일 보도했다. 북한은 최근 들어 ‘핵 억제력’이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썼다.지난 한달 동안 외무성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맞서 정당방위 차원에서 핵 억제력 확보는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10여 차례나 반복했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체제(PSI)를 구축,북한에 대한 봉쇄조치에 나서고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통해 외교적인 압박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점과 맞물려 북한의 반응도 점차 강경해지는 상황이다. 북한이 미국에 재처리 작업이 완료됐음을 통보했다면 핵 보유전략을 드러냄과 동시에 ‘벼랑 끝에 몰린 또 하나의 전술’이라는 점을 의도적으로 과시하려는 제스처일 수도 있다. 미국은 폐 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북한이 넘어선 안될 사실상의 ‘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상태다. 재처리 작업을 끝내면 6개월 이내에 6∼12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북한이 갖게 된다. 미 정보당국은 현재 북한이 1∼3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그러나 북한이 아직 핵 실험을 하지 않았기에 이 정도로의 수로는 실전배치될 가능성이 적다.따라서 현재의 핵 무기는 위협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이상 핵무기를 갖게 된다면 미국도 북한을 만만히 다룰 수가 없다.북한도 이 점을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폐 연료봉의 재처리 작업을 계속 ‘카드’로 꺼내고 있다.게다가북한이 작업을 완료했다고 말해도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는 나중의 문제다. 특히 다자회담을 위해 미국을 중심으로 한 물밑접촉이 활발히 이뤄지는 시점에서 북한이 자기 목소리를 내려면 ‘위기의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때문에 북한이 재처리 작업 완료를 통보했다면 역설적으로 대화의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론 사실로 입증될 경우 미국은 초강경수로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안보리 의장성명에 이어 대북 결의안에다 해상봉쇄 조치에 즉각 돌입할 것이라는 분석이다.그러나 ‘위기감이 한창 고조될 때 외교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는 격언처럼 다자간 협상 테이블이 곧 차려질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mip@
  • [씨줄날줄] 준법서약서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준법서약서라는 것을 쓰고라도 귀국할 작정으로 친구들에게 정부요로에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었다.한데 아버님께서 내가 그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는데 나 때문에 신념을 꺾느냐며 한사코 반대하셔서 결국 임종도 하지 못했다.이번에 귀국하면 맨 먼저 아버님 산소를 찾으려 했다.” 작년 가을 국내 한 민주화단체의 학술회의 참가 초청을 받고 35년만의 귀국 꿈에 부풀었던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뮌스터대·59)교수는 또다시 공안당국의 입국 불허 방침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한 신문 인터뷰에 이렇게 부친과의 피맺힌 일화를 털어놓았다.아직도 뿌리깊은 냉전적 사고에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종잇조각 하나로 ‘미래의 양심’까지 잡아 두려는 준법서약에는 절대 응할 수 없다며 결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송교수 뿐인가.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씨를 고국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한 채 끝내 이국에서 눈감게 했고 ‘종이 한장’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면을 안 해 국제사회에 ‘세계 최연소 장기수 보유 국가 한국’이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안겨주었던 ‘사상전향제도’의 또 다른 이름이 ‘준법서약’이다.일제시대의 유산으로 1998년부터 오늘의 이름으로 옷만 갈아 입었던 ‘준법서약서’가 이땅에서 퇴출된다.법무부가 규칙을 개정, 공안사범의 가석방 및 사면 복권 등 과정에서 이를 받지 않기로 한 것이다.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동의 등 최소한의 사회안전판’‘일반 형사범도 기소유예 때는 관행적으로 서약서를 받는다’는 주장과 함께 작년 헌재에서의 합헌 판결을 내세워 반대 여론도 있기는 하다.그러나 ‘사상의 굴종’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인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다른 가석방자들에게는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명백한 차별 및 인권침해란 해석이 의문사진상규명위 등 국가기관에서까지 나왔었고 유엔인권위,국제앰네스티위원회 등은 이의 폐지를 여러차례 요구해 왔다.정부는 이미 사상전향을 거부한 장기수를 북송한 바 있고 지난 4월 시국공안사범 사면 때도 준법서약서를 받지 않아 이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 과정을 밟아왔다고도 할 수 있다.그러나 정부의 이번 결정은 한국의 인권 수준을 한단계 높일 결단으로 평가된다.‘보안관찰법’을 비롯해 인권 논란의 원천인 국가보안법 개폐 등의 노력이 뒤따라 주길 기대한다. 신연숙 논설위원
  • “김운용씨 불출마요청 거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실패에 따른 ‘김운용 책임론’이 정치권 공방을 넘어서 정부내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청와대가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6일 “소위 김운용 책임론에 대한 경위 파악을 해야할 지를 놓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관련 부처가 있지 않느냐.”고 말해 해당 부처가 이미 경위파악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2·3면 체코 프라하에서 유치활동을 벌이고 귀국한 김덕봉 총리 공보수석은 “고건총리등이 김운용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에게 ‘평창이 후보지로 선정될 수 있도록 부위원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해 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으나 김 위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김 위원이 투표 당일 프리젠테이션 연설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더라면 평창이 1차 투표에서 후보지로 선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기업 관계자 상당수도 “김 위원이 유치활동에 도움을 주지않고,IOC부위원장이 되기 위해 방해한 측면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날 귀국한 김 위원은 인천공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평창이 선정되도록 최선을 다해왔다.”면서 “부위원장 선거 출마는 평창이 탈락한 뒤 결정한 것”이라고 의혹을 일축했다.그는 “한국,특히 일부 기업이 심할 정도로 유치활동을 벌인 사실은 IOC 내부에서 다 알고 있는 일로,IOC 내부실사를 통해 다 밝혀질 상황이었으나 내가 IOC 부위원장으로 나서 이를 다 막아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김 위원은 지난해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당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도둑맞았을 때도 주최측을 찬양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익과 동떨어진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면서 “이번에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진경호 유영규기자 jade@
  • “국민의 발 멈추게 한 대가는 혹독”김철도청장, 파업 가담자 최대한 공정히 처리

    “파업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아픔이 따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아픕니다.”. 6·28 철도파업으로 사상 최대규모 징계와 손해배상 청구 등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김세호 철도청장(사진)이 파업과 관련한 소회를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김 청장은 3일 철도청 내부통신망인 인트라넷에 ‘철도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올렸다. 그는 “(파업에 따른)국민 불편 초래로 국민과 언론에 질타를 받았고 안으로는 참가 여부를 놓고 직원간 대립과 반목이 쌓였다.”며 “청장으로서 파업 사태를 막지 못한 것을 애통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철도공사법 제정 전 파업은 명분과 실익을 모두 포기하는 것임을 누차 밝힌 바 있다.”면서 “경제가 어렵고 노정관계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시기에 ‘국민의 발’을 멈춘 대가는 부메랑이 돼 혹독하게 다가왔다.”며 징계사태로 겪을 철도청의 아픔을 나타냈다. 김 청장은 “파업종료후 마음에 자리잡은 공허함과 아픔을 잘 알고 있다.”며 “가담자는 최대한 공정하게 경중을 가리도록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철도구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이제 뜻을 모아 공사법 제정과 내년 4월로 다가온 고속철도 운영준비에 힘을 합치자”고 제안했다. 한편 김 청장은 파업기간내내 노조가 정부의 강경 대응이 예견된 파업을 강행한 점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차례 놓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간부들에게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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