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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없는 시골 고교 대입 성공기

    학원없는 시골 고교 대입 성공기

    학교 수업과 EBS 수능 강의만으로 학생 여럿을 명문대에 진학시킨 시골의 작은 고등학교가 있다.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송산고등학교(교장 이도상)가 그 주인공이다. 전교생이 210명인 이 학교는 54명이 수능시험에 응시한 2005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모두 27명을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를 포함한 4년제 대학에 진학시켰다. 송산고는 고액 과외와 입시 학원 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진정한 학교 교육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때 폐교 위기까지 갔었던 송산고의 눈물겨운 대입 성공기를 취재했다. 수원역전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한 시간을 달려 사강에 내리면 시골마을의 친숙한 재래시장이 보인다. 시장길을 따라 10분을 걸어가면 마을 한 가운데 송산고가 있다. 마도·서신·송산 3개면의 유일한 고교다. 지난 4일 찾은 학교는 새학년을 맞아 신입생들로 더욱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송산고는 1961년 개교해 1968년 송산종합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었다.1990대 초반까지 지역의 명문고로 인정받아 왔다. 모두 21학급에 학생수가 1150여명에 이르던 이 학교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2000년대 들어서서는 학생수가 눈에 띄게 감소해 급기야 지난해는 전교생이 210명까지 줄었다. 농·어촌 학교에 대한 꾸준한 지원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졌지만 막상 학교를 다닐 학생이 없었다. ●동문 중심 학교 살리기 전주민 합심 지역 주민의 70%는 쌀농사와 포도재배를 병행한다. 따라서 집집마다 일정한 수입이 있었고 시화 지역 보상이 이루어지면서 1990년대말부터 지역 경제가 조금씩 안정을 찾게 됐다. ‘내 자식만은 더 나은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학부모의 바람은 농·어촌 지역도 마찬가지. 학부모들의 최대 염원은 자식들이 고교 교육만은 수원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사강에서 수원을 잇는 도로의 확장은 지역 중학생들의 수원행을 더욱 부채질했다. 하지만 자식을 수원의 고등학교에 보내 3년동안 하숙비와 사교육비 등 4000만∼5000만원을 쏟아부어도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 어려웠다. 무언가 대책이 필요했다. 학교의 역사가 쌓이면서 마을의 지도층에는 송산고 출신이 많았다. 동문을 중심으로 하나뿐인 지역 명문고를 살리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학교 역시 주민들의 바람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송산종합고는 지난해 일반인문계 고교 송산고로 다시 출범했고, 첫해 대학 입시부터 뜻밖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연구부장 박영관(45)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데 무슨 비법이 있겠느냐.”면서 “교사·학생·학부모가 서로 믿고 충실히 공부한 것이 서울지역 고교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좋은 성과를 거둔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부는 학부모가 아닌 학생이 하는 것이며 학부모의 뒷바라지는 욕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식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며, 교사는 성적을 위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위해 가르쳐야 한다는 소박한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 송산고는 종합고 시절부터 인문계반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수능 시험을 준비시켰다. 최우인(47)교사는 “1학년은 기초실력을 다지고,2학년은 학습능력을 한단계 끌어올리며,3학년은 수능 시험에 적응하도록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는 대입 학원이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송산고에 입학하는 동시에 모든 학습 정보는 학교로 창구가 단일화되기 마련이다. 학습지 역시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전체 교사 16명이 과목별로 인터넷으로 취합한 자료를 학생들의 실력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 부교재가 된다. 인문계반 54명이 지난 한해 동안 학습한 부교재만 1.5t 트럭 분량이었다. ●학년별 체계적 준비·분기별 학습계획 설명 도시 학생들보다 취약한 수리영역은 EBS 방송을 적극 활용했다. 정규 수업이 끝나는 오후 5시부터 8∼10명씩 수준별로 팀을 이뤄 교실에서 2∼3시간씩 EBS를 시청했다. 이해가 어려운 대목은 여러차례 반복해서 EBS 교재를 풀었다. 방송 수업이 끝나면 전교생이 밤 11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한다. 과외받는 학생도 없고 사설 독서실도 없기 때문에 강요가 필요없다. 자율학습이 끝나면 학부모들이 야참을 해오거나 집이 같은 방향인 학생들을 함께 차에 태워 돌아간다. 송산고의 성공에는 교사와 학부모의 돈독한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학교를 살려야겠다는 동문들의 바람은 학교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교사와 학부모가 마을 이웃이고 송산중·고교 선·후배이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편한 마음으로 학교를 찾는다. 교사들도 이웃집 방문하듯 학생들 집에 찾아가 학생의 진로를 상담한다. 더 나은 교육환경을 찾아 타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심한 외로움을 경험하는 것과 달리 송산고 학생들은 교사·학부모의 유대관계 속에서 심리적인 안정을 찾고 스스로 학습의욕을 북돋울 수 있었다. 대입 지원 전략도 단일화했다. 고3 담임 교사들은 학생의 적성과 진로를 생각해 진학할 학과를 먼저 결정한 뒤 대학을 선택했다. 추가 합격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두 곳은 상향지원, 한 곳은 하향지원토록 했다. 수시 지원은 포기하고 정원외 3%를 선발하는 농어촌특별 전형만 공략했다. ●10년째 줄던 신입생 2배 가까이 늘어 그 결과 고3 학생 92명 가운데 수능 시험에 응시한 인문계반 54명의 85%에 이르는 46명이 4년제 및 2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서울대 2명, 연세대 1명, 이화여대 1명, 중앙대 2명, 한국외대 1명 등 14명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다. 농사를 짓는 학부모 김주우(47)씨는 “분기별 학부모회에서 계획을 설명해주어 학부모들은 전적으로 교사를 신뢰할 수 있었다.”면서 “학교가 발전해야 주민들이 도시로 떠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산고의 ‘성공’ 소식이 알려지면서 10년째 줄어들기만 했던 신입생 수가 올해 처음으로 늘었다. 올해 입학생은 87명으로 45명이 들어온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이 늘었다. 이도상 교장은 “올해 대학입시부터는 수시지원도 공략할 것”이라면서 “기숙사도 신축해 송산고를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명문고로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화성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송산고 졸업생들의 공부 비법 송산고는 2005학년도에 서울대에 2명을 진학시켰다. 개교 이래 서울대 진학은 그동안 단 1명뿐, 그것도 30년 전의 일이었다. 따라서 김상연(18·농생명과학대)군과 정태구(19·생활과학대)군의 합격 소식은 송산고 후배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전교생이 110명뿐인 송산중학교 재학시절 전교 30∼40등의 성적이었던 김군에게 4년제 대학 진학은 불가능한 꿈처럼만 보였다. 김군은 그러나 당시 송산종합고에 입학한 뒤 치른 첫번째 모의고사에서 중학교 때보다 다소 성적이 오르자 자신감을 얻었다. ●냉정한 자기실력 진단… 포기않고 차근차근 김군은 입학한 날부터 수능시험을 보기 전날까지 매일 밤 11시까지 공부했다. 학교에서 정규 수업을 듣고 방과후 특강 형태로 진행되는 그룹별 수업에 참여했다. 그룹별 수업에는 과목별 교사들이 1∼2시간 정도 심화학습을 진행했다.EBS교육 방송도 거르지 않았다.1학년 때는 기본을 다진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다. 자율학습 시간에 다음날 진도나갈 부교재를 미리 풀어보고 그날 배운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방법으로 실력을 다졌다. 언어영역은 시·소설·수필 등 작가 중심으로 작품을 읽고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인터넷으로 신문 칼럼을 꾸준히 읽어 논술과 심층면접에 대비했다. 외국어 영역은 독해를 중심으로 공부했다. 단어를 무작정 외우기보다 문장을 읽으면서 문장 속에서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유추했다. 2학년 때는 스스로의 실력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부족한 과목을 보충하는데 신경을 썼다. 언어·외국어 영역에 비해 수리영역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EBS 수리영역 강좌에 매달렸다. 학교에서 1∼2시간, 주말에 4∼5시간은 꼭 EBS강좌를 시청했다. 무료 인터넷 수학 강좌도 이용했다.3학년때 본격적인 수능준비를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겠다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김군은 지난해 수능 100일을 남겨두고 모의고사 성적이 계속 떨어지자 불안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그동안 진행해온 공부 패턴을 유지해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숙제 잘하고 선생님 지도 잘 따라 중앙대 경영학부에 들어간 김지혜(19)양은 송산중 시절부터 전교에서 10∼20등의 성적을 유지했다. 고교 1학년 때는 특별한 공부 방법 없이 선생님이 지도하는 대로 따라갔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듣고 숙제 잘 하고, 부교재 풀어보는 것이 전부였다.2학년때부터 모의고사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자 다소 방심하는 바람에 2학년말부터 다시 성적이 떨어졌다. 김양은 “담임 선생님이 자주 집에 들러 상담해주신 덕분에 쉽게 슬럼프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말썽꾸러기 다독여준 선생님 덕분 청주대 인문학부에 들어간 한승택(19)군은 2학년때까지도 대학 진학의 꿈을 접었던 학생이었다. 자율학습에 참석하지 않았고 주말에는 마을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오토바이를 구입해 친구들과 놀러다니기도 했다. 한군은 “말썽꾸러기를 한번도 혼내지 않고 다독여주신 담임선생님 때문에 2학년말부터 마음을 잡고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군은 수리 영역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다는 담임 선생님의 권고에 따라 근현대사·국사·한국지리 3과목에 목숨을 건다는 마음으로 사회탐구영역을 공부했다.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따로 준비하지 않고 학교 수업을 따라 갔다. 한군은 “공부하면서 역사에 흥미가 있고 소질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앞으로 한국사·세계사 과목을 중점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화성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

    기골이 장대하다.180㎝의 키, 몸무게가 80㎏이 넘는다. 얼핏 운동선수로 여겨진다. 처음에는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었다. 또 철학자가 되려고 데카르트와 칸트에 푹 빠지기도 했다. 대학 2학년 때, 미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했다. 이후 세상 보는 눈이 달라졌다. 문정인(55) 동북아시대위원장은 대표적 ‘미국통’이자 ‘북한통’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제적 인적 네트워크 강점 그래서인지 현 정부들어 개각 때마다 그는 요직 발탁의 하마평에 올랐다. 국정원장,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그리고 최근에는 주미대사와 대통령 안보보좌관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 가운데 실제로 인사권자가 직접 그에게 몇차례 제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마다 문 위원장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그가 하마평에 오른 이유에 대해 주위에서는 탁월한 친화력과 빠른 분석, 그리고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와 학자답지 않은 추진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그동안 평양에 수차례 다녀오면서 그곳 수뇌부들과 ‘스킨십’이 많았다. 또 미국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알게 된 많은 지인들이 현재 백악관 안팎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3·1절 낮이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문 위원장 자택 앞에서 전화를 걸었다. 곧 대문을 열고 나왔다. 등산용 모자에 검은 티셔츠, 운동화 차림이었다. 평소의 휴일 같으면 연세대학 연구실에서 밀린 ‘숙제’를 해야 할 시간이었다. 그는 동북아위원장으로 일하면서도 연세대학(국가정보론)과 대학원(동아시아국제관계론)에서 일주일에 두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안 그래도 인터뷰를 끝내면 연구실에 갈 예정”이라며 웃는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강아지 한 마리가 낯설게 짖어댔다. 이 소리에 놀랐는지 70대로 보이는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문 위원장은 “우리 장모님”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0년째 장모를 모시고 있다고 했다. 또 부인이 미국에 가 있어서 장모가 대신 집안일을 봐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잠시 2층의 서재를 둘러봤다. 책상 주변만 하더라도 국제관계 연구서적 등 책 수천권이 쌓여 있어 평소의 연구활동을 짐작케 했다. 마침 점심 때여서 동네 식당(복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하는 아주머니, 조기축구회 아저씨들이 그를 알아보고 “교수님, 오랜만에 오셨네요.”하면서 반갑게 맞이했다. 식사를 마친 뒤 인근 찻집으로 다시 자리를 옮겨 인터뷰를 시작했다. 문 위원장이 현직에 몸담고 있는지라 현안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북한이 ‘핵보유 선언’을 하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지체없이 “북한의 핵보유 선언의 배경에는 (미국과의)대화 용의에 대한 강력한 러브콜이 깔려 있다. 그러나 서방언론은 핵보유 선언만 집중보도해 6자회담의 판이 깨진 것처럼 되고 말았다.”면서 “북한은 언제든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또한 평소 미국의 성실한 대화자세를 요구해온 만큼 그 자세 여부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들맨은 고이즈미 총리가 적임자 이어 리비아의 핵폐기 선언 과정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블레어 영국 총리를 중재자(그는 ‘미들맨’이라고 표현했다.)로 내세워 9개월 동안 비밀리에 협상한 끝에 결국 리비아의 ‘비핵선언’을 이끌어냈다.”면서 “이는 협상과정에서 리비아의 체제 등에 대한 영국과 미국측의 보장 약속, 이에 따른 신뢰감을 리비아측에 심어주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선언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도 이같은 방법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자 “미들맨 카드는 살아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경우 평양에 몇차례 다녀와 적임자이기도 하다.(블레어 총리처럼)우리도 못할 일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가 북핵해법의 한 카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현재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것은 세가지로 압축된다고 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어야 하며, 둘째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주고, 셋째 내정간섭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등이다. 그는 “이 세가지 사항을 미국이 못 들어줄 이유도 없다.”며 미국측의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 부시정권에는 ‘인권’과 ‘핵’을 앞세운 기능적 북한 전문가들이 확산돼 있다보니 북한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완전히 무시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은 북한을 잘 아는 기술적 전문가가 (북한측에)접근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남북정상 회담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은 이미 약속된 것이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면서 “우리측은 6자회담이 잘 되든 깨지든 상관없이 북한당국이 원하면 언제든 정상끼리 만난다는 방침”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장소로 제주도가 우선 거론되고 있다고 하자 “제주도를 동북아의 제네바로 표방,‘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채널 가동에 대해 그는 “국정원은 국정원대로, 통일부는 통일부대로 관계당국에서 나름대로 채널을 두고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이밖에 현재 거론되고 있는 6자간 국방장관 및 외무장관 회담의 성사와 관련,“얼마전 외부강의에서 잠시 언급했다가 해당부처에서 자제요청을 받았다. 자신이 얘기할 사항이 아니다.”며 언급을 피했다. ●동북아 평화공동체 한국 주도로 “동북아시대를 맞아 개성공단은 제조, 인천은 물류, 서울은 금융허브가 될 것입니다. 개성공단의 경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동북아시대에 큰 역할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어려움이 뒤따르겠지요.” 그는 동북아시대위의 추진방향과 관련,“▲하나되는 동북아 ▲네트워크 동북아 ▲열린 동북아 ▲함께 하는 동북아 등 4가지 큰 틀”이라면서 평화번영의 공동체를 한국이 주도해나가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추진 중인 한·중·일 공동TV채널과 정기적인 프로축구 시합 등도 이를 실현하기 위한 것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제주 출신 고교때 투포환 수준급 문 위원장은 1951년 제주시에서 9대째 가문을 잇는 집에서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격조건과 특유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학창시절 운동과 문학활동에 많은 소질을 발휘한다. 씨름과 유도선수로 시합에 자주 나섰고, 특히 투포환 던지기 실력은 도내 최고를 자랑할 정도의 수준급. 또한 도내 백일장에서 시와 수필 등으로 여러차례 장원을 차지한다. 1970년 연세대 철학과에 진학한 그는 칸트와 유교철학을 원전으로 공부하며 철학세계에 푹 빠진다. 이때 ‘역사와 철학’이 접목된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또한 연세대학보 ‘연세춘추’ 기자 및 편집국장으로 활약하면서 몇차례의 시화전을 통해 끼를 발산한다. 그러던 72년 학보 편집국장의 자격으로 미 국무부에서 초청하는 아시아·태평양 10개국 학생지도자대회에 참석해 3개월 동안 미국의 주요한 몇 곳을 견학했다. 귀국 후 3학년 1학기 때 군입대를 했다. 훈련을 마친 뒤 정보사령부에 배치됐다. 이때 이수혁 외교통상부차관보와 사수-조수로 함께 근무했다.75년 군 제대 직후 친한 선배의 권유로 이슬람과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이슬람중앙연합회 국제담당 사무차장으로 일하면서 영어로 된 이슬람 관련서적 10여권을 번역했다.3년 뒤에는 미국으로 메릴랜드대로 건너가 5년만에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94년부터 연세대에 몸담아왔다. 문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현 참여정부에서는 동북아 평화번영 정책을 전도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장관급 자문기구여서 한 달에 고작 102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조찬 강연 및 각종 간담회 등에도 부지런히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 그가 걸어온 길 ▲1951년 3월 제주 출생 ▲69년 제주 오현고등학교 졸업 ▲77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 ▲78∼81년 미 메릴랜드대 조교 및 강사 ▲81년 메릴랜드대 정치학 석사 ▲84년 동 대학 정치학 박사 ▲85년 윌리엄스대 정치학과 조교수 ▲87년 켄터키대 정치학과 조교수, 게리하트 상원의원 자문위원 ▲87∼88년 인하대 정외과 조교수 및 학과장 ▲93년 미국 캘리포니아대 태평양국제대학원 초빙교수 ▲94년 한국정치학회 국제위원장 ▲94년 연세대 정외과 교수 ▲98년 국방부 자문위원 ▲99년 청와대국가안정보장회의 자문위원 ▲2002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2004년 6월 대통령 직속 동북아시대추진위원장(장관급) km@seoul.co.kr
  • 지자체 비인기 스포츠단의 현주소

    지자체 비인기 스포츠단의 현주소

    서울 동작구청 씨름단이 떴다. 동작구청 씨름단은 지난 2000년 12월 창단된 서울 유일의 아마추어 씨름팀으로 그동안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그러나 동작구청 씨름단은 일반 시민들에게는 물론 동작구민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추어 종목이다 보니 텔레비전 중계나 신문에 소개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다. 그러던 차에 올해 ‘2005설날장사 씨름대회’에 아마추어도 참가할 수 있게 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텔레비전을 통해 동작구청 소속 장성복(24)선수가 프로씨름의 간판 선수인 염원준(30·전 LG투자증권)을 넘어뜨리는 통쾌한 장면이 생중계됐고, 이것이 ‘안방관중’에게 주효했던 것이다. 동작구청 문화공보과 관계자는 “창단 후 지난 5년동안 아마추어 대회에서 여러차례 우승도 해 봤지만 지금처럼 관심의 대상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면서 “프로씨름계의 위기가 아마추어팀에는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동작구청 씨름단처럼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 5개 기관 그리고 15개 자치구에서는 각각 ‘비인기 종목’가운데 하나를 ‘서울 유일의 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른바 ‘직장운동부’다. ●요트, 체조, 조정 등 비인기 종목 육성 ‘직장체육의 진흥’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국민체육진흥법 제10조와 시행령 17조에서는 1000명 이상의 공무원이 일하는 국가기관과 공공단체는 반드시 1종목 이상의 운동경기부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법대로라면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를 제외하고 모두 운동경기부를 운영해야 한다. 아직까지 운동경기부가 없는 용산구청의 관계자는 “예산 부담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특별교부금 형식으로 시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자치구에서도 일부는 부담해야 되는 만큼 팀 창단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는 올해의 경우 운동경기부를 운영하고 있는 자치구에 총 44억 67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자치구의 재정능력과 운동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강남구의 남자 배드민턴팀과 노원구의 남자 사격팀을 제외하면 시가 절반 이상의 운영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서울시 문화국 체육과 관계자는 “시가 거의 모든 비용을 지원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치구에서는 ‘비인기 종목=예산 낭비’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운영의 묘 살려야” 그러나 비인기 운동 종목이라 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잘 운영한다면 동작구청 씨름단처럼 구를 홍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상배 동작구청 문화공보과장은 “씨름단 운영에 구청장을 비롯한 직원들의 관심이 크다.”면서 “우연한 기회를 얻어 하루아침에 ‘뜨긴’했지만 이것 역시 구청에서 운동경기부에 애정을 갖고 운영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자 체조와 배드민턴 등 2종목을 운영하고 있는 강남구 관계자도 “구에서 배드민턴 경기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구민들이 생활체육 배드민턴 분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면서 “실력도 다른 구에 비해 월등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남자 배드민턴 팀을 지난 1995년 4월에 창단했으며 6억원에 가까운 운영예산을 전액 구비에서 사용하고 있다. 시는 올해에도 여자 탁구와 여자 육상 등 2가지 종목의 운동경기부를 자치구에서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이미 5억 72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자치구를 선정 중이다. ●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는 독특한 운영방식 갖춰 서울시와 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시설관리공단 등 산하 6개 기관에서도 15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양궁(남)▲육상(남)▲복싱(남)▲사이클(남·여)▲역도(남)▲체조(남)▲수영(여) 등 8개 종목에 걸쳐 9개팀을 운영하면서 35억여원을 예산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각각 남자 펜싱팀과 남자 태권도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른 단체의 운동경기부 운영과는 방식이 다르다. 이 팀의 선수들은 모두 정식 직원으로 채용돼 있어서 선수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공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시나 구청의 선수들은 짧은 선수생활, 적은 연봉 때문에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그러나 우리 공사에 소속된 선수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정식 직원이기 때문에 그런 부담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프로선수에 비해 연봉 등이 현저히 적은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위해 연봉은 적지만 지하철공사나 도시철도공사처럼 은퇴 후 생활기반을 확보해 주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최지환 동작구청 씨름단 감독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돼 구청 홍보에는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대회에서 구청선수가 천하장사에 오르는 파란을 노렸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서울 동작구청 씨름단 최지환 감독은 ‘2005 설날장사 씨름대회’가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대회 백두급(105㎏이상)에 출전한 장성복(24)선수가 천하장사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장성복은 8강에서 자신을 꺾고 결국 천하장사까지 오른 신창건설 프로씨름단의 박영배를 아마추어 대회에서 여러차례 누른 경험이 있다. “아쉽죠. 성복이가 16강에서 프로씨름계의 간판 선수인 염원준을 쓰러뜨렸을 때만 해도 느낌이 좋았어요.8강에서도 이길 수 있었는데 순간적인 실수 때문에 졌습니다.” 설날장사 씨름대회 이야기를 한참 동안 이야기한 최 감독은 각 구청에서 운영하는 ‘직장운동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인기 종목이 있으면 비인기 종목도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인기 종목은 결국 국가기관에서 육성할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렇게 떠맡게 된 운동경기부를 자치단체가 ‘애물단지’취급하면 안 됩니다.” 최 감독은 “씨름은 그나마 프로가 있기 때문에 상황이 나은 편”이라면서 “생활체육 인구도 적은 비인기 종목 중에서도 진짜 비인기 종목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청에 소속된 비인기 종목 선수들이 선수생활 이후에 관내 체육센터나 학교 등에서 자신의 전문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비인기 종목 활성화에도 작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쓰레기와의 동침

    |상파울루 연합|한 노인이 엄청난 양의 쓰레기더미 속에서 ‘엽기적인 친구들’과 살아온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되고 있다고 일간 폴랴 데 상파울루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상파울루시 인근 히베이랑프레토시 보건관리국은 빌라 치베리오 구역에서 홀로 사는 올해 74세의 할머니 집에서 지난 17일 13t에 달하는 쓰레기와 250마리의 전갈,8마리의 뱀,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쥐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히베이랑프레토시 당국은 할머니의 집에서 쓰레기 냄새가 진동한다는 주민들의 진정서를 접수하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이날 가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 당국은 “그동안 뎅기 예방을 위해 여러차례 이 집을 찾아갔으나 할머니가 완강하게 거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할머니가 없는 사이 강제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집 안에 있던 쓰레기가 모두 없어지자 충격(?)을 받고 쓰러졌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 장애인 자살에 강서구청 곤혹

    지난 18일 저녁 1급 장애인 주모(52)씨가 강서구청 현관에서 목을 매 숨지자 강서구청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21일 “할 도리를 다했다고 변명하거나 유가족에게 누를 끼치려는 것은 아니며 다만 구청의 어려운 입장과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자 해명자료를 낸다.”면서 “고인은 지난 2003년부터 구청장과 공식적인 만남만 12차례를 가졌다.”며 외부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강서구는 또 “1995년 5월부터 숨진 주씨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지정하고 생계비 월 67만 6840원을 비롯, 장애수당 9만원과 교육급여, 긴급구조금 등 지난해에만 870여만원을 지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2003년부터 2년동안 645만원 상당을 별도로 지원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강서구 사회복지관에서 매일 도시락을 배달했다.”고 덧붙였다. 구 관계자는 “주씨가 구청에 상주하다시피 해서 공식적인 1대1 면담 등 구청장과도 자주 대화를 나눴다.”면서 “목욕비나 전기요금 감면 등 주로 경제적인 요구를 했으며 이를 안타깝게 여긴 구청 직원들이 여러차례 용돈을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서구에 따르면 주씨는 또 “면담과정에서 수시로 노끈으로 자살을 하겠다.”고 말했으며 이달 초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100만원을 받을 때는 “청사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겠다.”는 각서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는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무료영구차를 지원하고 장제급여 40만원과 긴급 후원금을 마련하고 있다. 원양어선 선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한 주씨는 아내가 가출하자 홀로 두 딸을 키웠으며 지난 1985년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인이 된 뒤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강·절도범 검거 급급…뺏긴 물품 회수 소홀

    강·절도범 검거 급급…뺏긴 물품 회수 소홀

    강도나 절도를 당한 피해자들은 빼앗기거나 도둑맞은 돈과 물건을 얼마나 돌려받고 있을까. 강·절도 피해품(금액기준)의 회수율은 2003년 4%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04년 10%정도로 쑥 올라갔다. 그래봤자 200만원어치를 털렸다면 20만원 밖에 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나마 서울에서의 통계로 경찰수뇌부가 지난 한해 일선 경찰관을 바싹 독려해 얻은 결과다. 경찰이 설 연휴를 앞두고 특별방범기간으로 잡은 지난달 27일부터 10일까지 강·절도는 지난해보다 9.6% 포인트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중 강·절도는 4845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9일 오전 1시쯤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모 아파트 3층 김모(41)씨 집에 도둑이 들어 300여만원 어치를 훔쳐 달아나는 등 올 설에도 여전히 빈집털이, 강도가 기승을 부렸다. 당한 시민들로서는 피해품을 제대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막막한 마음이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강·절도 피해품 회수 10%에 불과 경찰 잠정집계를 보면 강·절도 피해품 회수율은 10%를 밑돈다. 지난해 3월 서울경찰청이 관내 31개 경찰서에 강·절도 피해품 회수 강화를 지시한 이후 서울에서는 38억 9548만원 어치가 회수됐다. 전년의 12억 7438만원 어치에 비해 3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상부의 한마디 지시에 회수율이 올라갈 정도라면, 역설적으로 그 동안 얼마나 경찰이 피해품 회수에 무신경했는지 알 수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경찰은 피해품 회수율이 낮은 것은 용의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검거한 용의자를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은 10여일 정도로, 여죄 수사와 장물 사범 검거에 힘을 쏟다 보면, 피해품 회수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일선 경찰관들은 “강력·형사 요원들은 한 사람이 3∼4건의 사건을 맡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은 다르다. 경찰이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신경 쓸게 아니라 피해자 인권 보호 차원에서 ‘사후처리’에도 성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직장에 나가느라 집을 비운 사이 결혼예물과 혼수 500만원 어치를 털린 김모(28·여·광진구 중곡동)씨는 용의자가 잡힌 뒤에도 피해품을 돌려받지 못했다. 김씨는 “여러차례 경찰서를 들락날락 거렸지만, 끝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피해품 돌려주면 감량”대안도 경찰 일각에서는 훔친 물건을 돌려주는 고소사건처럼 피의자의 형량을 줄여주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강력계 정은주 경사는 “일반 고소사건에서는 합의나 피해 회복이 이뤄지면 실제 형량 등에 영향을 미치지만 강·절도 사범은 용의자가 피해품을 돌려준다고 해도 형량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훔치거나 빼앗은 물건을 자진해서 돌려주는 용의자에게는 형량을 다소 낮춰주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회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北 核무기 보유 공식선언] ‘北성명’ 의미·중요도 싸고 신경전

    정부는 10일 북한 외무성의 핵무기 보유 공식 성명에 대해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핵 보유는 북한이 수차례 언급했던 것으로 공식적 자리에서 한차례 더 했다는 정도”라는 얘기다.10일 저녁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나온 것이다. 정부 관계자의 이같은 발언은 성명의 의미, 중요도를 놓고 기자단과 미묘한 신경전을 유발했다. 하지만 이번 성명은 ‘성명’,‘대변인 성명’,‘대변인 담화’,‘대변인 대답’ 등 대체로 4가지로 나뉘는 외무성 발표형식 가운데 가장 격(格)이 높다. 특히 지난 2000년 9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방미(訪美) 취소와 관련한 성명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때문에 오랜만에 나온 성명의 의미와 중요도를 놓고 정부의 정밀한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이 집요하게 쏟아졌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성명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여러차례 반복하면서도 “내용 자체가 깜짝 놀랄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표현과 내용이 과거와 조금 다를 뿐이지 사실에 있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는 설명을 되풀이했다. 또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과거에) 공식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핵 보유국이라고 여러 기회에 말해왔다.”면서 “말 자체만으로 볼 때는 과거 내용과 같다. 근본적으로, 전체적 맥락에서 성명 내용을 봐달라.”고 부탁도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핵 보유’ 여부에 대한 정부의 시각을 묻자 “아직은 단지 북의 주장에 불과하다.”면서 판단을 유보했다. 옹색하기도 하고 이율배반적이기까지 한 이같은 답변에 대해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표현 정도가 상승하고 있는 중”이라는 주석을 달았다.“그동안 북한은 핵과 관련,‘핵억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수준으로 발언해 왔다. 북한이 핵과 관련해 언급하는 말의 수준으로 볼 때 그 다음 단계의 표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가 된다. 즉 북한의 표현으로 볼 때 6자회담의 협상을 위한 보다 상승된 표현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북 성명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 관계자들의 인식은 대체로 이와 대동소이했다. 이 당국자 역시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 우리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해, 끝내 성명의 심각성이나 중요도를 가늠하기 어렵게 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프로관료론’ 1년 ‘내수의 덫’ 벗나

    ‘경제회생의 해결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등장한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오는 11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청와대는 지난해 2월 나라 경제가 한없이 추락하자 ‘검증된 구관(舊官)’ 이헌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부총리는 “우리 경제는 학습기간을 가질 만큼 한가롭지 않고, 아마추어적 시행착오를 받아들일 만큼 여유롭지도 못하다.”며 ‘프로 관료론’을 취임일성으로 내세웠다. 현재 이 부총리의 발걸음은 1년 전에 비해 한결 가벼워졌다. 꿈쩍도 않던 내수경기가 조금씩 살아날 기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쏟아져나온 경기대책 지난 1년간 이 부총리는 무려 20여개의 각종 경기대책을 쏟아냈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경기대책이 발표된 것은 1997∼98년 외환위기 때를 빼고는 처음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일자리 창출 종합대책(2월) ▲신용불량자 종합대책(3월)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대책(3월) ▲토지규제 합리화 방안(6월) ▲건설경기 연착륙 방안(7월) ▲중소기업 지원 종합대책(7월)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12월) 등 굵직한 것만도 한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특히 지난해 11월 발표한 종합투자계획(한국형 뉴딜)은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이 부총리가 내놓은 회심의 카드. 올들어서도 이 부총리는 지역균형발전 대책, 고령화 대책, 금융시스템 선진화 대책 등을 준비하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경제총괄 수장으로서 역할도 원만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취임 한달째인 지난해 3월12일에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돼 국가 지도력이 흔들리는 위기가 발생하자 발빠르게 대처해 시장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난 연말 많은 법안들이 국회 통과에 실패했지만 부동산세제 개편, 연기금 투자활성화 등을 담은 경제법안들은 극심한 논란 속에서도 거의 모두 국회에서 마무리됐다.”면서 “이것이 바로 이헌재의 힘”이라고 말했다. ●비온 뒤 땅 굳어지나 이 부총리는 청와대, 국회, 정치인 출신 장관 등에 의해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지난해 말 1가구3주택 양도세 중과제도 시행 연기를 검토한다고 여러차례 언급했으나 청와대의 강한 반대에 부닥쳐 자신의 의견을 접어야 했다. 대통령의 386측근들과의 마찰이 심해지면서 지난해 한때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 7개월 만에 하차했던 2000년 사례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유임이 확정되면서 강력한 정책추진의 원동력을 얻게 됐다. 경기가 호전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에게 힘이 되고 있다. ●엇갈리는 평가 정책의 일관성 결여, 상호충돌, 나열식, 신선도 결여 등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부총리의 시장주의 색채가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단기적인 부양책과 함께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청와대, 여당 등도 경제총괄 수장으로서의 경제부총리 지위를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정책의 신뢰성이 훼손돼 경제전반에 타격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재경부 장관들의 평균 재임기간(10개월)을 넘어서 역대 3번째 ‘장수’를 하게 된 이 부총리가 이규성 전 장관(14개월20일)과 진념 전 장관(20개월8일)의 기록을 넘어설지도 주목된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공공의 적2’ 모델된 심재륜 전 고검장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공공의 적2’ 모델된 심재륜 전 고검장

    사건의 서곡은 ‘석양의 폭탄주’에서 시작됐다. 무림의 고수들이 만났다. 전직 고검장 출신의 검객(檢客)과 스크린의 마술사. 술잔을 거푸 들이킨다. 시계바늘을 돌린다. 고민에 빠진다. 마침내 생각의 나무, 그 뿌리에서 뭔가 나온다. 느낌표와 마침표. 마술사가 무릎을 탁 친다. 얼마후 영화 ‘실미도’가 개봉됐다.1000만 관객을 훌쩍 돌파했다. 아무도 예상못했다. 사람들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이라고 했다. 사건은 계속됐다.‘공공의 적’이라는 이름으로. 심재륜(61) 전 고검장. 늘 따라붙는 수식어만 해도 간단치 않다.‘항명파동1호 검사’‘조폭과의 전쟁’‘현직 대통령 아들 구속’‘한보사건’‘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또 있다.“검찰이 이 지경이 된 것은 대통령 책임이오.”라는 직격탄을 날린 통제불능의 사나이. 우리나라 검찰수사의 대표적 ‘강력통’이며 ‘특수통’이다. 별명은 ‘심통’이다. 고집이 센 데다 성이 ‘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다름아닌 대박을 조언하는 ‘영화 코치’라는 점이다. 그렇다. 강우석 감독작품인 ‘실미도’와 ‘공공의 적’ 시리즈에서 적극적인 자문역할로 대형사고(?)를 터뜨렸다. 영화 ‘실미도’에서는 실미도 사건 의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심 전 고검장은 사건 당시 인천시 부평의 특전사에서 군법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사건이 나던 날인 주말 오후, 외출을 나가던 중 불과 몇십미터 지근거리에서 실미도를 탈출한 병력의 차량을 목격하게 됐다. 아울러 군병력과의 총격전도 직접 지켜볼 수 있었다. 때문에 정래혁 국방장관이 발표한 ‘무장공비’ 운운은 믿지도 않았다. 최근에 개봉된 ‘공공의 적2’에서는 사실상 전편에 걸쳐 자문역할을 했다. 이 영화에는 꼴통검사(설경구)에서 검사장까지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이 검사라는 점도 최초이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부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도 심 전 고검장의 역할이 컸다. 특히 영화의 주된 흐름인 사학재단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과 조폭검거 등의 장면에서는 그의 냄새가 풀풀 난다. ●실미도 등 강우석감독 영화 자문 서울 서초동의 ‘심재륜 변호사 사무실’에서 심 전 고검장을 만났다. 최근 개봉된 영화 ‘공공의 적2’에 대한 얘기가 가장 먼저 나왔다. “원래 ‘공공의 적’이란 해방직후에 등장한 단어지요. 좌익쪽에서는 ‘인민의 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현대적 개념의 공공의 적은 사회전체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람, 즉 사회적으로 타도해야 할 대상을 말하지요. 영화 시사회를 봤는데 강우석 감독이 스토리구성을 잘한 것 같아요. 관객 500만명은 족히 넘지 않을까요.(웃음)” 강우석 감독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강 감독은 평소 “심 전 고검장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표현을 자주해왔다. 이에 심 전 고검장은 “항명파동 직후 (자신은) 정부와는 부정적 이미지였지만 강 감독은 (영화사의)고문을 맡아달라고 선뜻 제의해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폭탄주를 마시며 서로 더욱 친해졌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실미도 사건 때의 현장목격담,‘공의 적1,2’를 제작할 때 강력부장과 중수부장 시절의 경험담 등을 많이 들려주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공공의 적2’에 등장하는 꼴통검사와 강력부장은 심 전 고검장의 모델이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초대 강력부장 출신이다. 그렇게 봐도 틀린 것은 아니다.”며 웃었다. 또 강 감독뿐만 아니라 설경구 등 제작진들과도 여러차례 저녁자리를 가지면서 조언을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도 검사장의 태도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심 전 고검장은 술자리에서 강 감독을 ‘강간독’으로, 설경구를 ‘경구피임약’이라고 농이 섞인 별명을 지어주었다며 웃었다. 어느정도 친하게 지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폭탄주는 가득 채워야 부정부패가 없거든요. 칠부니 팔부니 하면 형평성이 어긋납니다. 술자리에선 선배와 후배를 평등하게 대접해야 합니다. 또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시기 때문에 탁자 밑에 쏟지 못하지요. 폭탄주는 투명하고 정직합니다.” 그는 “폭탄주를 마시고 2차 술자리를 하게 되면 주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후배들에게 1차에서 끝내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폭탄주가 널리 보급된 것은 85년 이후이며 원조는 박희태 의원이라고 귀띔했다. ●개혁은 기본과 근간 흔들지 말아야 이번에는 사법개혁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는 ‘개혁’이라는 말은 위정자들이 합리화하기 위한 단어에 불과하다고 전제했다. 아울러 개혁에는 ‘제도개혁’과 ‘인적개혁’이 있지만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개혁을 하려면 기본과 근간을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장기간 실험을 거치면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나라 사법시험은 소수의 합격자들만을 일생동안 편하게 지내게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지만 해방이후 오늘날까지 국가가 버틸 수 있는 지주대로써의 역할을 해온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최근들어 1년에 1000여명씩 법조인이 양산되다보니 선비정신이 갈수록 퇴색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가 사법시험을 치를 때는 달랑 5명만 뽑았다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플리바게닝 도입과 관련, 그는 “우리나라 법체계상 정당한 방법이 될 수는 없다.”면서 “배신논리가 법으로 보장받아서는 안 된다. 동양적 윤리로 볼 때 아들이 아버지를 배신하는 꼴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박종철고문 조작 등 대형사건 지휘 그는 1944년 1월 충북 옥천 읍내에서 4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가 두 살 때 세상을 떠났다. 선친은 교장으로 퇴임한 교육자였다. 그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대전에서 보냈다. 대전중학에서 3학년 1학기까지 다니다가 2학기때 보험회사에 취직한 형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상경후 그는 동성중학을 졸업한 뒤 서울고에 진학했다.5·16의 영향으로 62년 서울대 법대를 진학할 때 정원이 300명에서 160명으로 줄어들어 더욱 좁은문을 통과했다. 졸업 이듬해에 제7회 사법시험에 차석으로 합격했다. 연수과정인 서울대 사법대학원은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1972년 정식으로 서울지검 검사로 발령받아 1993년 검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우리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을 다뤘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은폐조작사건, 비행선 부정도입사건, 오대양집단자살사건, 부산 초원복집사건도 그가 진두지휘한 사건이었다. 이밖에도, 서방파의 두목 김태촌씨, 양은이파의 두목 조양은씨,OB파의 두목 이동재씨를 비롯한 폭력조직 3대 패밀리를 소탕한 것도 그였다. 그는 1978년 서른네살 때 결혼했다. 주례는 민복기 대법원장이 맡았다. 신부는 큰 누님 친구의 딸인 공혜경(55)씨.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며 10년간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심 전 고검장은 음악과 미술도 좋아하고 촌철살인의 농담실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 지난 2002년 33기 사법연수원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가장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그의 투명성과 인자함,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성격 등이 각인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소외되고 억울한 편린들을 많이 봅니다. 인간생명의 존중함, 신체의 자유 등에 대해 새삼 배우고 반성하고 있지요.” 검찰생활 30년, 그는 “수사는 한마디로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아울러 후배검사들에게 ▲피의자를 굴복시키지 말고 ▲조그마한 절차는 상사에게 양보하고 ▲외압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으며 ▲집착하거나 너무 서둘러서도 안된다는 등의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의 좌우명은 思無邪/德不孤必有隣/和而不同이다. 즉 생각함에 사악함이 없고, 덕을 베풀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 또한 화합하되 뇌동하지 않아야 한다의 뜻이다. ■ 그가 걸어온 길 ▲1944년 충북 옥천 출생 ▲1962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66년 서울대법대 졸업 ▲67년 제7회 사시합격(차석) ▲69년∼72년 육군법무관(대위) ▲69년 서울대법대 대학원 졸업 ▲72년 서울지검 검사 ▲82년 밀양지청장 ▲90년 서울지검 강력부장 ▲92년 서울지검 3차장 검사 ▲93년 대검 강력부장 ▲94년∼97년 대전·광주·인천지검 검사장 ▲97년 대검 중앙수사부장, 대구고검 검사장 ▲2001년 대검 고검장(본부근무) ▲2001년 부산고검 검사장▲2002년∼변호사심재륜법률사무소 ■ 저서=사법대학원제도와 운영 km@seoul.co.kr
  • [기고] ‘쓰나미’지역 아동보호 시급하다/차혜선 월드비전 국제협력실장

    지난달 26일 발생한 동남아 지진 해일 대참사가 한달여를 맞은 가운데 최근에는 언론보도마저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아직도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어린이들이다. 이번 참사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희생된 어린이들의 모습은 이미 여러차례 보도됐다.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수백만 명이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었거나 고아가 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어린이들은 가족과 떨어진 채, 질병과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는 유괴범의 검은 손길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 이번 대참사에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국가적으로, 또한 민간단체 차원에서 적극적인 구호의 손길을 펼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호 활동에도 불구하고 구호사업 초기 단계에 어린이 보호를 위한 특별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어린이들에게 가해지는 위험과 피해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유약한 어린이들은 긴급구호상황의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이제라도 아시아 쓰나미 긴급구호현장의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각국 정부와 각종 단체, 언론 등이 취해야 하는 보호 조치를 생각해 본다. 첫째, 이재민 수용소 내에 ‘어린이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피해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찾아와서 다른 아이들과 만나 놀기도 하고 공동체 활동도 하며 공부도 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말한다. 이곳에서 피해 어린이들은 점차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면서 재난으로 입은 참담한 경험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받게 된다. 둘째, 가족과 떨어진 어린이들을 등록시키고 가족찾기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가족과 떨어진 어린이들은 학대와 착취, 질병과 영양실조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가족과 떨어진 어린이들을 등록하고 가족 혹은 친척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가족을 찾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는 보호자에 의해 보호받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해야만 아동학대 및 착취를 막을 수 있다.‘어린이들에게 친화적인 공간’은 어린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적합한 장소이며, 또한 부모나 친척들에 의해 미아찾기 장소로도 사용될 수 있다. 셋째, 구호단체들의 아동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아시아 쓰나미 현장에 파견된 모든 구호단체들은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명시한 아동보호정책을 수립하고 준수해야 한다. 구호기관들이 아동보호정책을 준수하는 것은 구호활동의 조건이 되어야만 한다. 넷째,‘눈에 안 보이는’ 어린이들을 찾아내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구호활동의 대상에서 제외된 어린이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러한 어린이일수록 가장 열악한 경우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다. 이상의 조치를 통해 피해 어린이들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일상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월드비전은 지진해일 재난민 캠프에 3개의 아동센터(child friendly space)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 1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은 노래, 그림그리기,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한 심리치료를 받으며, 웃음을 찾아가고 있다. 이번 지진해일 대참사는 긴급 구호상황에서 어린이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과제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차혜선 월드비전 국제협력실장
  • ‘信不구제 혈세 쓰나’ 논란

    ‘信不구제 혈세 쓰나’ 논란

    정부가 다음달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여당이 국민세금을 신용불량자 부채탕감에 동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자금 마련방안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는 정부 안에서조차 ‘모럴 해저드’(여력이 있는데도 돈을 갚지 않는 등의 도덕적 해이) 확산과 세금 전용(轉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납세자들로부터 “혈세(血稅)를 쓰는 것은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에서 1조원 마련해 신용회복 지원 열린우리당은 지난 25일 비전2005위원회를 열어 스스로 회생할 능력을 상실한 한계 신용불량자의 빚을 금융기관이 손비(損費)처리 하는 방식으로 탕감해 주고, 그 손실분을 금융기관과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정부쪽 재원은 각 부처의 경상비 예산을 5%(1조원 추정) 삭감해 마련키로 했다. 이 방안은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 강 부의장은 “외환위기 때에도 공무원 임금 등 정부재정을 10% 절감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지원을 금융기관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의 공동부담이 불가피하다.”면서 “공무원 봉급 등 필수경비를 손대는 게 아니라 재정의 비효율성을 줄여 충당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비 예산은 기관의 유지·운영에 쓰는 것을 통칭하는 말로 관서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이 대표적이다. ●재경부 “국가가 너무 깊이 간여하면…” 이 방안의 현실성에 대해 정부 안에서 먼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앞장서 정책집행의 ‘실탄’을 마련해주겠다는 데 대해서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상호계약에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면서까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방안대로라면 상당수준의 부채 원금탕감이 불가피해 정부정책의 골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여당의 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단 원금탕감까지 고려하는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여러차례에 걸쳐 “원금을 깎아주면 신용질서가 무너지게 되므로 모럴해저드 방지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혀왔다. ●가구당 6만원…사실상 공적자금 투입?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경상비라는 것이 어차피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절감을 통해 생겨나는 돈 역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국민의 세금”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규모 1조원을 우리나라 가구 수(2003년 말 주민등록 기준 1700만)로 나눌 경우 한 가구당 거의 6만원의 세금을 낯모르는 신용불량자 지원에 쓰는 꼴이 된다. 또 오는 4월 재·보궐선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대표적인 민생정책을 정치권이 주도할 경우 ‘선심’으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된다. 취약계층과 생계형 이외에 좀더 사정이 나은 신용불량자들로 수혜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경상비는 국민세금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곳에 쓸 경우 결국 다음 회계연도에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일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 안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의 방안은 당장이야 신용불량자 수를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나 금융기관 모두의 모럴해저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균 전경하기자 windsea@seoul.co.kr
  • 정세균·원혜영 체제 ‘우리’도 실용코드 맞춘다

    열린우리당 제3기 정세균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정·청 관계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범여권의 ‘하나된 목소리’를 강조했다. 지난해 연기금 사용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당·정·청이 힘을 모으기는커녕 서로 엇박자를 내 정책불신을 낳았다는 자기반성도 이런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선거 정견발표에서도 “정부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당정협의체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당은 참여정부와 공동운명체로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의 행사와 정책의 집행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당정협의를 부문별·수준별로 내실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원의장, 노대통령과 각별한 사이 당내에서는 당·정·청의 긴밀한 협력관계 정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와 각별한 사이다. 노 대통령과는 ‘꼬마 민주당’ 시절부터 시작해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에 이어 열린우리당까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했다.‘꼬마 민주당’ 시절인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고깃집을 공동운영하며 불우한 시기를 함께 겪는 등 정서적 유대감을 돈독히 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직후 통추 모임에서 원 의장을 가리켜 “꼭 장관을 해야 할 사람”이라며 두터운 신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여러차례 행자부 장관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해찬 총리와도 가깝다. 지난 87년 평민당으로 제도정치권에 입문한 이 총리와 정치 입문 시기, 방법, 소속 정당 등은 달랐지만 이들은 같은 민청학련 세대로 학생운동을 함께 했다. 원 의장이 서울대 71학번으로 이 총리의 1년 선배다. 원 의장은 실제로 24일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직후 곧바로 총리 공관을 찾아 현안에 대해 긴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법폐지·형법보완 당론 유효”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국가보안법 처리와 관련,“지난해 말 한나라당과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합의한 내용이 그대로 유효한 만큼 이를 기초로 야당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당론 변경과 관련해서는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당론은 유효한 것”이라면서 “국보법 폐지와 형법보완이라는 당론은 그대로 살아있고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위의 역할 강화도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의 경우 정책위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독립성을 제고하고 기능을 보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빙산은 수면 위에 나와 있는 부분이 10분의1”이라면서 “10분의1이 원내대표를 정점으로 한 대표단의 대국민 활동이고, 몸통은 정책위가 떠받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세균 원내대표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쌍용그룹에 입사, 상무까지 18년간 한 우물을 판 뒤 1995년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을 지냈다. 온화하면서 합리적인 성품. 부인 최혜경(53)씨와 1남1녀.▲전북 장수(55) ▲고려대 법대 ▲뉴욕대 행정대학원 ▲15·16·17대 의원 ▲연청중앙회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 ■ 원혜영 정책위의장 재야파에 가깝지만 풀무원㈜ 창업자 출신답게 실물경제 감각이 뛰어나고, 두차례 부천시장직 수행으로 행정능력도 평가받았다.‘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에서 활동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부인 안정숙(53)씨와 2남.▲부천(54) ▲경복고, 서울대 사범대졸 ▲민주청년인권협의회 총무 ▲부천시장 ▲14·17대 의원 박준석 박록삼기자 pjs@seoul.co.kr
  • ‘승승장구’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승승장구’ 영화 말아톤의 조승우

    지난해 여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연습실에서 그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이미 여러차례 뮤지컬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였지만 워낙 까다로운 배역이라 주변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던 때였다. “한번 연습하고 나면 온몸에 진이 빠질 정도로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도 적당한 긴장감과 도전의식이 불러일으킨 엔돌핀으로 가득차 있던 그의 상기된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조승우(25). 지난 하반기 뮤지컬계에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그가 이번엔 영화 ‘말아톤’(감독 정윤철,27일 개봉)으로 스크린을 장악할 태세다. 기자시사회 다음날인 18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선 또 하나의 도전을 끝낸 자에게서 느껴지는 여유와 만족감이 묻어났다. ‘말아톤’에서 그는 자폐증세로 다섯살 아이의 지능수준을 가진 스무살 청년 ‘초원’으로 변신했다. 마라톤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까지 초원과 엄마(김미숙)가 겪는 힘든 여정을 그린 영화는 시사회내내 관객의 웃음과 눈물을 번갈아 이끌어냄으로써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하류인생’촬영 끝나고 보름 정도 몸이 아팠을 때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따뜻한 감동이 전해져오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 감독님에 대한 믿음도 컸고요.” 하지만 자폐아의 독특한 습관과 말투, 그리고 마라톤까지 모든 것이 그에겐 넘어야 할 산이었다. 자폐아 연기를 위해 실제 모델이 된 배형진씨를 수차례 만나고, 그가 다닌 자폐증 전문학교도 방문했다. 작은 몸동작 하나, 미세한 눈짓 하나까지 머리에 꼭꼭 담아두며 ‘내 모든 걸 쏟아 부으리라.’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촬영 첫날 그는 장애 연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눈 깜빡이는 순간까지 설정해놓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내 연기가 껍데기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게 아닌데 싶었죠. 촬영을 중단하고 감독님이랑 대화를 나눴어요. 그러면서 초원이 자폐아가 아니라 어린이처럼 순수하고 호기심많은 자개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순간부터 그는 연기한다는 생각을 버렸다. 대신 즉흥연기하듯 그때그때 상황에 녹아 들어갔다. 영화찍는 3개월 동안 일상생활에서도 초원이처럼 행동하는 그에게 감독은 “너처럼 칼같이 뾰족하고 예민한 배우에게 이런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영화라는 장르가 좀더 편해지고, 한발짝 나간 듯한 자신감이 든다.”는 말로 ‘말아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데뷔해 ‘와니와 준하’‘후아유’‘클래식’‘하류인생’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 이력은 남다른 데가 있다. 스타이면서도 마이너 같은 느낌을 주는 톡특한 행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걸까. “블록버스터 영화나 방송,CF에 출연하는 걸 나쁘게 보진 않아요. 하지만 내가 가진 걸 한꺼번에 소진하고 싶진 않아요. 맨날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다 관객이 식상해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휴대폰 배터리도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일견 나약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고집스러울 정도로 자기 주관이 뚜렷한 그다. 작품 선택 기준도 명확하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는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싶은 배역에 더 끌려요. 뭔가 부족한 부분을 느끼면 그걸 채워가는 쪽으로 변신을 꾀하는 편이죠. 내가 좋아하는 걸 관객들도 함께 좋아해주면 더 바랄 게 없고요.” ● 내사랑 혜정아 인터뷰 말미에 슬쩍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자 눈이 먼저 웃는다.‘올드보이’의 배우 강혜정(23)과 공개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한 지 4개월째. 둘다 영화 촬영에 바빠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여느 또래 연인들처럼 아기자기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여자친구가 생긴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뭘까.“자신감이 생기고 더 당당해지는 것 같아요. 마음속에 든든한 기둥이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누군가의 존재감이 이렇게 크게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자주 웃게 됐어요.” 눈빛을 반짝이며 조근조근 이야기하던 그가 문득 쑥쓰러워졌는지 “어휴, 민망하네요. 그만 하죠.” 라며 말끝을 흐린다. 수줍은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그의 얼굴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지킬박사’도, 순진무구한 ‘초원’의 모습도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스물다섯 청년의 꾸미지 않은 맨 얼굴만이 말갛게 떠올랐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절절한 절도범

    사찰에서 국보급 미술품을 훔치고 성폭행을 일삼은 가짜 승려가 쇠고랑을 찼다.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 12일 승려 행세를 하며 미술품 12점을 훔치고 여성 신도를 여러차례 성폭행한 김모(50)씨에 대해 절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부터 인천 강화군의 모 사찰에서 승려 행세를 해오다 같은해 9월 법당 2층의 뒷방에 보관 중인 만다라 탱화 등 시가 1억 5000만원어치의 미술품 12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같은해 8월 신병 요양차 사찰을 찾은 Y(50·여)씨를 상습으로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경기 성남에 있는 김씨의 집을 수색, 만다라 탱화 등 미술품 5점을 회수했지만 나머지 7점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라고 밝혔다.
  • 용산구청 ‘쪽방 철거’ 비난 빗발 “억울해요”

    “세입자들의 집을 철거한 것과 용산구청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용산구는 6일 용산동 5가 도시환경정비사업 구역내 세입자들의 집이 철거된 것과 관련, 비난의 화살이 용산구청에 집중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구는 “집을 철거한 근거가 되는 ‘명도집행’은 집주인과 세입자간의 재산상 분쟁 문제로, 집주인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 정당하게 집행하는 것”이라며 “법원에서 하는 일이므로 구청이 관여할 일은 아니다.”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네티즌들이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용산구청 홈페이지에 비난성 글을 연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대여섯 건에 불과하던 글은 사흘동안 200여건이 올랐다. 대부분이 박장규 구청장과 용산구청 공무원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 이재문 도심재개발팀장은 “구청에서 서울시에 여러차례 건의해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 40가구를 특별히 공급하기로 했다.”면서 “‘구가 가난한 세입자들을 외면했다.’는 주장은 옳지 않으며 오히려 ‘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떼를 쓰는 격이다.”고 항변했다. 서울시 도심재개발 관계자는 “용산동 5가 도시환경정비사업은 관계법상 세입자들을 위한 임대주택을 마련할 필요가 없는 곳”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산구에서는 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입자를 위한 임대주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현재 구청 앞에서 농성중인 세입자들이 요구하는 임시수용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에게 ‘법을 위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이 팀장은 이와관련,“이 지역 세입자들의 90%(379가구)는 이미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쳐 이주했는데 남아서 시위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2. 평생학습이 가져온 제2의 삶

    [이젠 사람입국이다] 2. 평생학습이 가져온 제2의 삶

    |프랑크푸르트 장택동특파원|“의지만 있다면 배움의 기회는 항상 열려 있습니다. 끊임없이 배우는 것만이 자신과 조직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 관리를 맡고 있는 프라포트(Fraport)의 화물통제센터에서 만난 페터 케른(43) 화물관리국장은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졸에 화물노동자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던 케른 국장이 600여명의 직원을 지휘하는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학습의 힘’ 때문이다. 케른 국장은 197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6년 동안 가게 점원 등으로 일하다 86년 화물창고 노동자로 프라포트에 입사했다. 그는 “사무직으로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었다.”면서 “일단 입사해서 기회를 찾아보려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점을 인정받았고, 직속 상사로부터 1대1 현장교육을 받으면서 회사의 운영시스템을 익힐 수 있었다. 급기야 그는 87년 수출문서를 다루는 부서에서 문서수발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사무직으로 직종을 바꾸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겨우 첫걸음을 떼었을 뿐. 고학력자들이 즐비한 사무직에서 승진은 쉽지 않았다. 그는 “대졸자들이 바로 수영을 시작한다면 나는 발장구를 치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고 비유했다. 그동안 그가 사내교육을 통해 배운 과목은 공항경영, 일반경영, 국제경영 등 경영과목을 비롯해 재정회계, 성인교육, 문화차이 인식,MS오피스를 비롯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사용법, 영어(토플) 등 20여개에 이르고, 국제경쟁력 강화 프로그램(KIM)을 이수했다. 이렇게 많은 양의 학습을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더욱이 회사업무를 집에까지 들고 가서 해야 할 때에는 일을 마치고 밤새 책과 씨름하기도 했다.‘어떻게 어려움을 이겨냈느냐.’고 묻자 그는 “나보다 많이 배운 다른 직원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뭔가를 배워야만 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이것이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90년에는 수출문서관리 및 화물창고의 담당관으로 승진했고,99년 수출입문서 및 위험화물관리 부장을 거쳐 지난 2003년 화물관리국장 자리에 올랐다. 16살짜리 딸을 둔 가장에다 중견간부 대열에 들어선 케른 국장이지만 그의 공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자기계발을 계속해야 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부하 직원들을 통솔하려면 나도 공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프라포트의 사내교육시스템은 독일 내에서도 우수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2002년에는 독일 상공회의소(DIHT)가 주관하고 대통령이 후원하는 ‘교육·훈련 솔선수범상’까지 받았다. 루츠 지베르트 조직발전국장은 “실직자 훈련프로그램부터 시작해 중견간부가 된 직원도 있고, 여러차례 직장을 옮겨다니다 직업안정성 교육을 받고 프라포트에 자리를 잡은 뒤 승승장구하는 간부도 있다.”고 귀띔했다. 프라포트는 ‘프라포트 아카데미’와 ‘프라포트 칼리지’ 등 2개의 사내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는 400여명의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며 위기상황 대처방법, 직원과의 관계 등을 중점 교육한다. 칼리지에서는 1만 2600여명의 일반직원을 가르치는데 신입 직원교육, 기술향상 및 자격증 획득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필요에 따라 외부교육기관과 연계한다. 다음해 실시할 교육을 기획하기 위해 해마다 9∼12월에는 철저한 평가과정을 거친다. 일괄적으로 전사원에게 같은 과목을 듣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 적성과 필요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또 칼리지에서는 외국어, 컴퓨터 등 직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의 교육도 실시한다.‘미래에 닥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고 직원들의 배우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프라포트측의 설명이다. 직원들은 ‘Q카드’라는 제도를 통해 교육비를 해결한다.2000년부터 운영 중인 이 제도는 회사에서 1년에 600유로(약 84만원)를 Q카드 계좌에 적립, 직원들에게 교육비로 제공하면 직원들은 Q카드를 이용해 과목별로 등록하는 것이다. 과목당 수강료가 150∼450유로 정도이기 때문에 가격에 맞춰 2,3개 코스를 수강해도 되고 남은 돈은 다음해로 이월해도 된다. 물론 교육비 외의 용도로는 쓸 수 없다. 지베르트 국장은 “회사는 돈을, 직원은 시간을 투자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을 강화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직률이 낮아지고 있다.”면서 “교육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등을 감안한다면 직접적인 이익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케른 국장은 욕심이 많다. 언제까지 직장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묻자 “앞으로도 20년은 문제없다.”고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어 KIM 과정에서 배운 국제감각과 토플 수업을 통해 익힌 영어를 바탕으로 언젠가는 해외지사에 나가서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프라포트는 중국, 페루, 벨기에 등 10여개국에 지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의 꿈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한국에 프라포트 지사가 생긴다면 한국에서도 꼭 한번 일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자기처럼 어렵게 회사 생활을 시작한 비슷한 처지의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이라고 한다. 케른 국장은 “더 나이가 들면 승진을 욕심내기보다는 인력개발 분야로 가서 후배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면서 “그동안 회사에서 배운 것을 그들에게 꼭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taecks@seoul.co.kr ■ 유럽의 평생학습은 평생교육’(Lifelong Learning)이란 단어는 유럽 사람들에게 좀 생소하지만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이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인 것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상들이 모여 ‘모두를 위한 평생학습(Lifelong Learning for All)’을 제창하고, 유네스코(UNESCO)가 삶의 내면적 가치를 가꿔가는 새로운 차원의 학습을 권고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생애 전반에 걸친 다양한 학습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평생학습이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유럽 평생교육의 기원은 루소가 1762년에 쓴 ‘에밀’에서 찾을 수 있다.‘교육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주입식 지육(知育)에 편중된 형식적 교육에 반기를 들며 자연주의적 전인교육을 중시했다. 틀에 짜여진 교육이 아니라 순수한 자연성을 추구하는 자유로운 교육, 열린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한 것이다.‘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유명한 말도 이런 취지에서 비롯됐다. 르네상스 자연주의·자유주의 사상을 계승·발전시켜 근대적인 인간교육의 이념을 제공한 루소는 칸트, 페스탈로치 등을 통해 근대 유럽 교육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21세기를 ‘네오 르네상스’의 시대라고도 한다.‘다시 인간중심으로 되돌아가자.’는 네오휴머니즘 운동,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휴먼테크 등의 추세도 이와 부합된다. 첨단기술의 시대에도 역시 사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중심의 사회는 결국 사람을 가꾸는 것으로 귀결된다. 일하는 것도 노동생산성 향상 차원이 아니라 삶의 가치실현이란 차원으로 바뀐다. 유럽에는 주어진 틀 속에서만이 아니라 일과 생활 속에서 학습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고, 자기 스스로를 끊임없이 계발하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벼룩시장에는 온갖 물품들이 나오지만 그곳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은 책 앞이다. 시대를 달리한 옛 서적들 앞에 중년 신사들이 모여들고, 추억을 더듬는 노부부와 한 권의 책을 들고 한껏 즐거워하는 주부, 할아버지 손을 잡고 따라나온 귀여운 손자. 벼룩시장도 자연스럽게 또 하나의 평생학습장이 된다. 점점 사라져가는 청계천의 헌책방들, 노령화사회라고 하면서도 노인들이 갈 곳은 탑골공원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과 대비된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세대가 교차하는 학습장이다. 유치원생부터 중년,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들이 이곳에서 뭔가 나름대로 배움과 깨달음의 느낌을 안고 간다. 런던 템스강 옆 벤치에 앉은 사람들도 책과 함께 있었고,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열차 안에서도 유럽 사람들은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셸 러닝 센터에서는 자유롭게 토론하며 문제를 찾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학습방법이 눈에 띄었다. 틀 속에 갇힌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 녹아 있는 교육과 자기 스스로를 가꾸는 것이 배움이고,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 이것이 유럽 평생학습의 정신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석철진 경희대 유럽통합연구소 부소장 아태국제대학원 교수 cjsuk@khu.ac.kr
  • [발언대] 공무원들이 법을 어겨야 하나/이재문 서울 용산구청 도심재개발팀장

    용산구 용산동 5가 19번지 일대 용산공원남측 도시환경정비사업구역 내 세입자들이 지난해 12월29일부터 용산구청 정문앞에서 비닐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4∼5명이 시작한 농성은 빈철연(빈민해방철거민연합회)·포이동철거민대책위원회 등이 개입하면서 그 세력이 점점 커지고, 확성기를 동원하는 등 과격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요구는 공무원들에게 ‘법을 위반하라.’고 요구하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밝히고자 한다. 당초 이 지역은 1996년 7월 주택재개발사업으로 사업시행인가가 됐으나 일부 조합원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1999년 4월 주택재개발사업 시행폐지인가가 이뤄진 지역이다. 그 후 2001년 7월7일 용산지구단위계획이 서울시에서 결정되면서 용산을 서울의 신부도심으로 개발하는 계획에 따라 도심재개발(현 도시환경정비사업)로 바뀌게 됐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주택재개발사업과는 달리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임대주택을 짓지 않아도 법적인 하자가 없다. 그런데 이 지역의 세입자들은 2003년 5월부터 임대주택의 건립을 요구하는 진정 및 농성을 계속해 왔다. 이에 용산구에서는 세입자들의 딱한 사정을 감안해 서울시에 임대주택을 공급해 줄 것을 여러차례 건의한 바 있다. 그 결과 세입자들이 요구한 40가구를 특별 공급받아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을 줄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일부 세입자들은 이번엔 임대보증금(주거이전비)이 없다며 구청에서 조합측에 압력을 넣어 임대보증금까지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관련법에는 세입자들이 임대주택이나 주거이전비 중 택일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 세입자들의 90%(379가구)는 이미 법절차에 따라 하나를 선택해 이주를 마쳤다. 그러나 현재 농성 중인 이들은(5가구) 두가지 모두를 요구하며 ‘투쟁을 하면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재개발현장에 만연된 풍조에 따라 외부세력인 빈철연 등과 연계해 위법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요구하는 가수용시설 건설도 관련규정에 따라 이 지역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미 확보된 임대주택에 들어가면 되는데 굳이 가수용시설 건설을 요구하는 세입자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세입자들의 주장처럼 임대보증금조차 없는 실정이라면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아 임대보증금이 더 저렴한 영구 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주거이전비는 보상받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이들은 합법적인 절차가 있는데도 더 큰 이익을 노리고 구청에 위법을 종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신문에서 지난해 12월29일부터 3일간 연속 보도한 김옥순씨의 경우 조회 결과 경기도 부천시(14.6평)및 서울시 용산구(5평)에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법에는 재개발 구역지정 3개월전부터 무주택자인 세입자에게만 임대주택 입주자격을 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김씨의 경우 법적으로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없다. 그런데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법을 집행한 공무원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다 보니 해당 공무원들은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개발 지역의 세입자들은 임대주택이나 주거이전비(4인가족 약 1200만원)를 받을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만약 이 세입자대책이 세입자들에게 불리한 것이라면 법제정을 맡고 있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청원해 세입자대책을 고치는 것이 올바른 절차다. 용산구에서는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며 조합측과 순수세입자간의 대화를 주선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법원에서 시행하는 명도집행도 동절기에는 자제해 줄 것을 조합측에 권유해 이 사업이 원만히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방침이다. 이재문 서울 용산구청 도심재개발팀장
  • 기관사 - 驛 ‘핫라인’ 사용 안해

    서울지하철 7호선에서 발생한 ‘불덩이’ 전동차의 질주는 지하철역과 종합사령실, 기관사 사이의 ‘동문서답’과 기존의 통신 시스템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않은 상황 오판의 합작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호 통신 내용을 자동녹음하는 ‘음성녹음장치’에 최소 6차례 이상 재생한 ‘마그네틱 릴 테이프’가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엇갈리고 잘못된 상황판단 경찰이 화재 당시 음성녹음 장치를 분석한 결과 종합사령실은 철산역의 화재발생 보고를 전동차가 아닌 승강장 화재로 착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산역측이 “빨리 열차를 빼야겠다.”고 보고하자 종합사령실은 “열차가 출발할 수 있는가.”라고 7017호 기관사 금창성(36)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금씨는 “할 수 있다.”고 응답한 뒤 전동차를 내달렸다. 화재 발생에 대한 종합사령실-철산역-기관사 간의 통신 내용이 따로 노는 ‘동문서답’이었던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도 종합사령실은 기관사에게 화재 사실을 알렸다고 주장한 반면 기관사는 이를 듣지 못했다며 엇갈리게 진술하고 있다. ●기존 통신체계도 활용 못해 또 기관사와 지하철역의 통신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현재 시스템에서도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종합사령실과 각 지하철역, 기관사의 통신은 C(커맨드)채널이 통상 사용된다. 이날 화재 당시에도 종합사령실과 기관사의 통신은 C채널로 이뤄졌다. 철산역과 기관사의 직접 통신이 불가능해 종합사령실을 거쳐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M(메인테넌스)채널을 사용하면 기관사가 지하철역과 직접 통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승객의 경보벨과 전동차 꼬리부분의 연기 등을 인지한 금씨가 철산역에서 정차할 당시 M채널을 가동했다면 역측과 직접 통신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긴급상황에서 사용되는 E(이머전시)채널도 가동되지 않았다. ●음성녹음 장치에 헌 테이프 사용 종합사령실과 지하철역, 기관사의 통신 내용이 자동 녹음되는 ‘음성녹음장치’는 항공기의 ‘블랙박스’에 해당한다. 전동차 사고의 전모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이 입수한 녹취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해야 할 정도로 잡음이 심했다. 여러차례 재생된 테이프인 탓이다. 현재 도시철도공사 5∼8호선은 한 노선에 60회선씩 통신이 이뤄진다.240회선의 통신 내용이 모두 자동 녹음되는 것이다. 하지만 6호선만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디지털 방식이며, 나머지 5·7·8호선은 구식 릴 테이프에 녹음하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특히 이 테이프는 여러차례 덮어쓰기를 하며 반복사용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릴 테이프 1개로 24시간 녹음할 수 있으며 한번 쓴 테이프는 보통 6차례 이상 반복 사용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 광명경찰서는 국과수 감식 결과 용의자 윤모(48)씨에 대한 물증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윤씨를 석방한 뒤 보강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또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의 사법처리를 검토하고 있다. 안동환 박지윤기자 sunstory@seoul.co.kr
  • [고시칼럼] “수험생 여러분, 희망 잃지 마세요”

    “30살의 수험생입니다.3년째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부모님은 이제 그만하고 취업준비를 하라고 성화십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몇 년째 계속되는 수험생활과 불안한 미래 때문에 초조함을 떨치지 못하던 수험생이 메일 한 통을 보내왔다. 불확실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모든 수험생들의 공통된 근심거리로 그 역시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새해가 밝았지만 합격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올해도 수험준비를 계속해야 할지, 이쯤해서 진로를 바꿔야 할지 꼬리를 무는 고민으로 수험생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주위의 기대로 인한 부담감도 수험생들을 짓누른다. 그래서인지 연초만 되면 수험가에서는 우울한 소식이 매년 끊이질 않는다. 극소수의 수험생들이 압박감과 좌절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초에도 7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2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맸는가 하면, 사법시험에서 여러차례 고배를 마신 수험생이 고시원에서 투신자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수험생들이 시험에 실패하게 되면 막다른 골목에 혼자 있다는 절망감과 좌절감으로 우울증에 빠진다고 한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최악의 선택도 불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만 뻗으면 쉽게 예방책을 찾을 수 있다. 굳이 전문가를 찾지 않더라도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좌절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 신림동에 마련된 고시생들의 쉼터인 ‘사랑샘’ 자원봉사자도 “몇 달씩 머뭇거리다 상담을 받은 한 고시생이 엉엉 울며 고민을 털어놓더니 그 후에는 마음의 안정을 찾아 공부에 전념하더라.”라고 주위의 도움을 구할 것을 권했다. 상담메일을 보내온 그 수험생도 “용기내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 한마디에 굳은 결심을 담은 답장을 보내왔다. 고민을 나눌 사람은 가까운 곳에 있기 마련이다. 강혜승 공공정책부 기자 1fineday@seoul.co.kr
  • 전관예우 2년간 감시

    전관예우 2년간 감시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1년2개월간의 항해를 마치고 닻을 내렸다. 사개위는 그동안 사법제도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과 배심·참심제 도입 등의 개혁방안을 내놓았다. 사개위가 합의한 개혁안은 내년 1월 초 대통령 산하 후속기구로 출범하는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넘겨받아 2년간의 관련 법률 제·개정 절차를 거쳐 구체화한다. ●주요 성과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사법개혁의 ‘로드맵’을 완성했다는 것이다.2007년부터 배심·참심제를 시범 실시하는 등 국민의 사법참여를 확대,2012년에 정착시키기로 했다. 또 법학교육 정상화와 이른바 ‘고시낭인’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2008년부터 로스쿨을 설치, 운영하고 2013년에는 사법시험을 완전히 폐지한다. 그 뒤에는 로스쿨 수료자만이 자격시험인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법조일원화 및 법관임용방식 개선도 주목할 만하다. 사개위는 모든 법관이 임용되기 전에 최소 5년 동안 변호사와 검사 등으로 활동한 경험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2012년까지 신규 판사의 50%를 검사나 변호사 출신으로 임용하기로 했다. 최종 회의에서는 중앙법조윤리협의회 설치 등 법조윤리 제고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앞으로 판·검사,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이른바 ‘전관’ 기간인 퇴직후 2년간 형사사건과 일부 민사사건은 물론 내사 또는 불기소 사건에 대한 수임자료를 새로 구성되는 중앙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법원과 검찰도 ‘전관’ 변호사의 수임사건 수사 및 재판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엇갈린 평가 노동계를 대표해 사개위원으로 참여한 김선수 변호사는 “사법개혁의 큰 그림을 그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 판사는 “지난 10년 동안 사법개혁이 여러차례 시도됐지만 대부분 부분적 점검에 그쳤다.”면서 “하지만 이번에는 후속기구를 통한 ‘실행’까지 준비,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사개위원은 “논의 과제에 비해 시간이 상당히 부족했다.”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후속기구로 검토 요청을 보낸 것도 상당하다.”고 아쉬워했다. 대법원 구성 등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다수의견·소수의견으로 개진, 후속기구에서도 여전히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후속기구 과제 사개위의 개혁안을 넘겨받아 2006년 12월까지 2년간 운영되는 후속기구 ‘사개추위’는 관련 법률의 제정 및 개정에 최대의 주안점을 두게 된다. 개혁안이 법률안 미비로 표류하도록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위촉한 인사와 국무총리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 교육부총리, 법무·국방·행자·노동·기획예산처장관, 법제처장,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등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에서도 후속기구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전체 위원회 밑에 차관급 실무위원회 및 추진기획단이 설치된다. 정은주 박경호기자 ej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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