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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盧대통령 탈당 선언] 노대통령 청와대 만찬 발언

    [盧대통령 탈당 선언] 노대통령 청와대 만찬 발언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탈당 의사를 밝힌 열린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장은 무거웠다. 정세균 당 의장은 만찬 자리에서 “비감하다.”,“안타깝다.”고 말했다. 만찬은 이날 오후 6시30분부터 2시간 5분 동안 진행됐다. 만찬에 참석했던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처음에는 침울했지만 나중에는 이제 각자의 길은 다르지만 잘해보자는 분위기로 끝났다.”고 전했다. ●“당적정리로 써달라” 수차례 강조 노 대통령은 “탈당보다는 당적 정리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또 “사실 임기 말에 과거처럼 당에서 밀려나는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았다.”면서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이기 때문”이라고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물론 “국민의 지지를 잃어버린 것도 큰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정치문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나쁜 선례를 끊지 못하고 네 번째 당적을 정리하는 대통령이 된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수용한다.”고 말했다.“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면서 “참여정부의 성공을 책임져야 한다는 책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탈당과 관련,“공식적으로 당적 정리를 요구한 적은 없지만 일부라도 대통령인 내가 부담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갈등 소재가 되는 것”이라면서 “정리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결심의 의중을 드러냈다. 특히 “다만 당이 순항하는 모습을 보고 정리하고 싶어 기다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당이 정상적인 길로 들어가게 된 것을 보니 기쁘다.”면서 “계속 성공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당에 애정을 보냈다. 노 대통령은 “비록 당적을 정리하지만 언론의 페이스(pace)로 날 공격하는 것은 대응하겠다.”면서 “진보 진영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했다. 노 대통령 자신과 참여정부에 대한 근거없는 비판에 대해서는 정면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처음에는 ‘침울´… 끝날땐 “잘해보자” 노 대통령은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 정도를 가겠다.”면서 “그렇게 하면 남은 1년 간의 임기 속에서도 국정과제나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명숙 총리께서는 최상의 총리였다.”면서 “내가 못 가진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고 빠르고 정확하게 일처리를 했고 많은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박홍기 황장석기자 hkpark@seoul.co.kr
  • ‘中 두뇌’ 고국 등진다

    ‘中 두뇌’ 고국 등진다

    최근 중국의 사회과학원은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두뇌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80년대 이후 해외로 나간 인력의 3분의 2가 귀국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2002년 이후 매년 10만명이 유학을 떠나지만 귀국자는 2만∼3만명에 불과하다. 중국은 해외 인력 유치를 위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타향의 삶’을 택한 유학파들이 쏟아놓는 고국에 대한 ‘소회’는, 현재 중국의 상황에서 인력 유출 흐름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해외체류를 택한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초강대국 부상을 앞둔 중국에 던지는 화두를 짚었다. ●“마오이즘 대체한 황금 만능주의…견딜 수 없었다.” 80년대 초반 유학 1세대로 싱가포르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딴 뒤 여러차례 고국행을 꿈꿨던 밍왕.2001년 자신의 ‘사업 보따리’를 들고 귀국했다. 엄청난 경제발전에 감동했지만, 좌절만 안은 채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그는 “마오이즘은 황금만능주의로 대체됐고, 나도 함께 부패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중국인의 도덕성은 파괴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사회의 부정에 대해 무감했다고 했다.13살 때인 2000년 산시성에서 아버지를 따라 캐나다로 이민온 대학생 멩지는 2004년 중국을 잠시 방문한 경험이 해외 체류의 삶을 택하게 된 계기였다고 전한다. 부모들이 조국을 떠나기 전 진저리친 관료주의와 부패상을 그대로 다시 목도했다는 것. 중국의 교수 월급이 2000위안(약 258달러)에 불과한 지식인 사회의 경제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친구들(중국인 대학생) 중 귀국하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고급 두뇌들의 귀국을 원한다면 “‘국민들을 억압에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된 기계’로 취급하는 대신, 비판적인 사고와 기업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결국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 것일 뿐이다” 영국에 유학온 펭리는 해외체류파에 대해 비판적이다. 상하이 인근 지역 출신으로 2004년 영국에 온 그는 석사학위를 수료한 뒤 지방의회의 정책 담당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펭리는 “80·90년대 해외체류를 선택한 이들은 중국의 가난 때문이었다.”면서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라이프 스타일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체류파들은 귀국후 실패에 대한 두려움, 성취물에 대한 집착 등 인간본성에 충실한 것일 뿐”이라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17년의 해외생활 끝에 2년 전 귀국한 왕리는 현실론을 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그는 “중국이 해외유학파들에게 환상적인 기회를 줄 수 없는 개발도상국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해외체류 인재들은 장기적으로는 중국을 위한 해외의 창(窓), 투자 유입세력, 새로운 아이디어의 제공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Book Review] 모건 하우스의 힘

    뉴욕의 J P 모건과 모건 스탠리, 런던의 모건 그렌펠. 그리고 파리의 모건 에 콤파니. 대서양을 넘나들며 금융제국을 건설한 ‘모건 하우스’는 이제 세계 금융시장의 대명사가 됐다.1970년대 시작된 모건 스탠리의 광고 카피는 ‘모건 하우스’의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다.“하나님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면 모건 스탠리에 의뢰할 것이다.”   미국 100대 기업 가운데 96개 기업이 J P 모건과 거래하고, 그나마 나머지 4개 기업 중 두 곳은 ‘고객으로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J P 모건으로부터 거래를 중단당했다. 경쟁이 치열한 요즘에도 고객이 직접 성지순례하듯이 은행을 찾아오도록 한다. “J P 모건의 역사를 알면 미국 금융과 경제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통설이다.하지만 과연 금융뿐일까. 일각에서는 ‘울트라 정치파워’라는 별칭을 J P 모건에 붙였다.J P 모건은 창업주인 존 피어폰트 모건1세의 이름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그와 그의 아들인 존 피어몬트 모건2세, 그리고 은행을 구분하지 않고 J P 모건으로 불린다.IMF 외환위기 이후 J P 모건은 우리 국민들에게도 익숙한 단어가 됐다.J P 모건은 정부와 국책은행의 채권발행 주간사로 여러차례 선정됐고,1998년 4월 국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생금융상품 사고’에 연루되기도 했다. ‘모건 하우스’의 역사를 조망하는 책 ‘금융제국 J P 모건’(론 처노 지음, 강남규 옮김, 플래닛 펴냄)은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교훈을 준다. 이 책은 J P 모건이 설립된 1838년부터 1989년까지 모건 하우스의 150년 역사를 조망하고 있다. 모건 하우스의 거대한 성장 속에 숨겨진 추악한 면까지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있다. 저자 론 처노는 1980년대 뉴욕의 명문 싱크탱크인 20세기 펀드에서 금융정책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이 책을 저술했다.일반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월스트리트에 관한 역사책을 구상하면서 모건 가문이 월스트리트의 장구한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프리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모건 하우스의 역사를 ▲창업에서부터 존 피어폰트 모건 1세가 사망하기까지의 시기인 ‘귀족자본가 시대’(1838∼1913) ▲J P 모건이 세계사에서 전무후무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제정치 시대’(1913∼1948) ▲투자은행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모건 스탠리를 중심으로 치열한 전장으로 변한 현대 금융시장을 그린 ‘카지노 시대’(1948∼1989)로 나눠 조망하고 있다. J P 모건은 1861년 남북전쟁 때 무기상인 듀폰과 손잡고 무기 중개업자로 나서면서 큰 돈을 벌었다. 전쟁 특수로 세계적인 금융기업으로 도약할 토대를 다진 J P 모건은 철도와 통신사업에 뛰어들면서 몸집을 불려나갔다.1913년까지 J P 모건은 사실상 미국의 중앙은행이나 다름없었다. ‘국제정치 시대’에 J P 모건은 미국의 대외정책에 깊숙이 개입했으며, 모건 하우스의 파트너들은 국제정치의 뒷무대에서 은밀한 작업을 수행했다.‘카지노 시대’에 모건 하우스는 인수합병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지만 반대급부로 ‘잔인한 포식자’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저자는 모건 하우스만큼 강력하고, 신비롭고, 막대한 부를 거머쥔 금융제국은 앞으로 결코 등장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점에서 칭송과 비판을 떠나 ‘모건 하우스’ 인물들의 자취는 더 커보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1권 820쪽 3만 2000원,2권 456쪽 2만원.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사과 할만큼 했다” 일부의원 日 두둔

    “내 이름은 이용수다. 위안부라는 더러운 이름을 내게서 떼어달라. 일본의 돈을 전부 긁어모아 준다 해도 나는 받지 않을 것이다.” 15일 열린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안부 청문회’에서 이용수(79) 할머니는 절규했다. 청문회에는 이 할머니와 김군자(81),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러프 오헤른(85) 할머니 등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로 끌려간 위안부 3명이 미 의회 사상 처음으로 증인으로 참석했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세 할머니는 위안부로 끌려가게 된 과정, 일본군으로부터 겪은 수모와 강간 등을 낱낱이 증언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역사 바로세우기, 위안부 결의안 처리 등을 요구했다. 청문회는 일본계인 민주당의 마이크 혼다(캘리포니아) 의원이 제출한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 사과 결의문을 미 하원이 채택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지원 성격도 가진 행사였다. 그러나 청문회에선 일본을 두둔하는 미 의원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위안부를 포함한 일제의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멀고 험한 길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화당의 다나 로라바허(캘리포니아) 의원은 “일본이 1994년 이후 여러차례 총리 발언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사과했다.”면서 “도대체 언제까지 사과를 하라는 것이냐.”고 위안부들을 힐난했다. 그는 “현재의 일본이 앞선 세대의 잘못으로 인해 처벌받아서는 안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일본을 두둔했다. 로라바허 의원은 혼다 의원이 제출한 결의안을 겨냥,“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과의 조건도 일본은 이미 충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극우적 성향으로 중국을 경계해 일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한국의 반미감정에 ‘분노감’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의 스티브 샤보트(오하이오) 의원도 이 문제를 물질적 보상 차원으로 접근했다. 샤보트 의원은 “위안부 가운데 283명이 아시아여성기금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면서 “나머지 위안부들에게 돈을 지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주재한 에니 팔레오마바에가 소위원장은 “일본이 역사를 되돌리려 한다.”고 비판하면서도 ‘미국이 다른 나라 정치에 얼마만큼 간섭할 수 있는가.’를 놓고 위원회 내부에 이견이 있다고 인정했다. 주미 일본대사관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가토 료조 주미 일본대사가 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여러차례 책임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했던 아시아폴리시포인트의 민디 코틀러 국장은 “일본의 사과는 총리의 개인적인 것이었으며, 정부 차원에서는 사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의 행태는 가부키(가면) 연극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묘하게 흐르자 이용수 할머니는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에게 로라바허 의원의 발언을 지목하며 “위안부들이 받지 못한 사과를 미국 의원이 대신 받았단 말이냐.”고 반문하면서 “문제를 감추려는 일본 행태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분을 삼켰다. 청문회 직후 일본 기자들은 청문회 주최에 앞장서고 직접 증인으로도 참석했던 혼다 의원에게 몰려가 “도대체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한 이유가 뭐냐.”고 힐난성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혼다 의원은 “그것이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응대했다. dawn@seoul.co.kr
  • [사설] 불법 체류자의 인권도 보호해야

    여수 출입국관리사무소 화재참사는 미등록 외국인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었다. 정부는 불법체류자라 할지라도 외국인의 인권보호에 앞장서겠다고 여러차례 다짐해 왔다. 그러나 이들을 감옥같은 보호소에 억류하다가 생명을 잃게 한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 정부와 일반 국민들이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을 보는 시각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불법체류자는 범죄인이 아니다. 출입국관리법상 강제퇴거요건에 해당되더라도 행정처분 대상일 뿐이다. 일반보호시설이 아닌, 감옥같은 곳에 구금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고용허가제를 전면 실시함으로써 불법체류자 수가 감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이 이주근로자의 노동력 활용을 요구하고 있고, 코리안 드림을 좇는 불법체류와 입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을 쫓아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순기능을 찾아야 한다. 불법체류자들이 우리 경제·사회에 기여한 점을 인정하고, 강제퇴거사유 축소와 방문취업제 확대로 이들을 제도권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얼마전 보도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국내체류 외국인 범죄건수에서 선진국 출신이 개발도상국 출신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동남아 출신 불법체류자를 예비 범죄인으로 보는 사회의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통계로 알려준다. 미등록 외국인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함께 사는 해법이 나온다. 화재참사 이후 쇠창살 감금, 폭행 등 외국인보호소의 인권유린 실태가 비판받고 있다. 산업현장의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까지 포함한 인권보호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인종충돌이 일어나고, 미국에선 이민법 개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리 대비해 불법체류자 문제를 연착륙시킨 모범국가가 되길 기대해본다.
  • [사설] 여수참사, 관리소홀이 부른 인재다

    전남 여수의 법무부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어제 불이 나 외국인 27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사상자는 불법체류나 밀입국 등의 혐의로 강제송환을 앞둔 사람들이었다. 새벽에 난 불은 바닥에 깔아 둔 우레탄 매트에 옮겨 붙어 유독가스를 내면서 인명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불이 나자 1층에서 당직근무하던 직원이 소화기를 들고 3층에 있는 유치장으로 올라갔으나 열쇠를 찾지 못해 허둥지둥하는 사이 불이 번졌다고 한다. 화재의 초동 진압에 실패해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는 예고된 것이었다. 사고 당시 유치장을 감시하는 폐쇄회로 TV의 카메라가 중국인에 의해 화장지로 가려진 직후 천장에서 연기가 났다. 전날 밤부터 이 중국인은 같은 행동을 해 여러차례 제지당했다고 한다. 순간의 감시 소홀로 인한 방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화재경보기를 눌렀으나 작동이 됐니 안됐니 말이 많다. 보온을 위해 깔아놓은 매트도 불이 나면 유독가스를 뿜는 우레탄 재질이었다. 이중 잠금장치였던 유치장의 화재시 대처요령을 직원들이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점도 인명피해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경찰이 화재원인을 조사 중이지만 단순 화재에 그칠 수 있었던 사고가 어이없는 대형 참사로 커진 책임은 막중하다. 불법을 저지른 외국인을 수용한 시설이라고 해서 인권 침해는 물론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점검을 하고 사상자에 대한 배상 등 사후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할 것이다.
  • 인원왕후가 직접 쓴 왕실예절

    “부친이 궁궐 안에 들어오셔서 내가 다과를 베풀면 사양하시며 ‘이렇게 귀한 음식을 어찌 천한 입에 먹겠습니까?’ 말씀하셨고 여러차례 그만두라 이르시고….” 숙종의 세번째 정비(正妃)인 인원왕후가 직접 저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문집 3권이 발견됐다. 발견된 책은 14쪽 분량의 ‘선군유사’와 17쪽 분량의 ‘선비유사’,39쪽 분량의 ‘륙아뉵장’이다. 이화여대 국문과 정하영 교수는 9일 이대 한국문화연구소가 발간하는 ‘한국문화연구’에 실릴 논문 ‘숙종 계비 인원왕후의 한글기록’에서 자신이 입수한 한글문집 3권이 인원왕후가 저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2006년 5월 충북 충주의 한 골동품 사업가로부터 선군유사 등을 입수했으며 장정의 우아함과 고풍스러움, 배접방식, 서체와 문장 등에서 인원왕후가 직접 지은 글로 확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군유사와 선비유사는 인원왕후가 부친인 김주신과 모친인 가림부부인 조씨와의 추억을 기록한 책이다. 륙아뉵장은 자신이 즐겨 읽던 문학작품을 옮겨 적은 문학선집으로 시경(詩經)의 소아(小雅)·곡풍지십(谷風之什) 등의 내용을 한글로 옮기고 뜻을 풀이했다. 인원왕후는 선군유사에서 “오랫동안 궁을 출입한 부친이 나막신의 목화부리만 쳐다보고 길을 걷다 보니 매일 보는 나인의 얼굴조차 알지 못했다.”고 적었다. 선비유사에는 어머니가 궁에서 몸가짐을 조심해 인원왕후가 하사품을 내리려고 하면 ‘과복한 재앙을 이루게 하지 마소서.’라며 사양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집필시기와 관련, 선군유사에 ‘노년에 이르러 오랜 병환으로 정신이 혼란한 때 이 글을 쓴다.’고 밝힌 점으로 미루어 세상을 떠난 영조 33년(1757) 무렵에 저술된 것으로 보인다고 정 교수는 설명했다. 조선왕실 여인의 한글문집은 선조의 정비인 인목대비의 ‘계축일기’와 사도세자비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등이 있다.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 충남예산 예당지 겨울물낚시

    [낚시사랑과 함께 월척 樂漁] 충남예산 예당지 겨울물낚시

    예년 같으면 노지 낚시터마다 결빙이 되어 얼음낚시를 즐기는 마니아들은 해가 오르기 전 어두운 얼음판에 올라 얼음구멍을 뚫어대는 소리로 새벽을 열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겨울답지 않은 날씨속에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요즈음, 얼음낚시뿐 아니라 살얼음 때문에 물낚시도 쉽지만 않다. 몇년전부터 많은 낚시인들이 겨울철 노지 물낚시터로 즐겨 찾는 곳이 충청남도 예산군에 위치한 예당저수지. 국내 제일의 민물낚시터란 명성답게 330여만평의 넓은 수면적은 어지간한 추위에도 결빙이 되지 않는다. 비교적 수심이 깊고 바람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후미진 곳이 겨울철에도 얼음이 얼지 않아 물낚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상류권인 동산교 주변과 하류권인 후사리 일대가 겨울철 물낚시의 대표적인 포인트다. 상류권 동산교 주변은 동산교를 중심으로 상류쪽으로 위치한 붕어나라 좌대 포인트를 들 수 있고, 노지 포인트로는 대회장 일대가 좋다. 하류권 후사리 일대는 한물좌대를 중심으로 포인트가 형성된다. 국민관광지 아래쪽도 좋은 노지 포인트. 동산교낚시 대표 이석규(50)씨는 “올해는 겨울을 잊은 날씨로 인해 얼음낚시가 불가능하고, 부분적으로 물낚시포인트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 순백의 눈속에서 즐기는 겨울철 물낚시에서 색다른 매력을 찾을 수 있다.”며 “겨울에 느끼는 물낚시 손맛은 가벼운 채비에 있다.”고 조언했다. 겨울철 활성도가 많이 떨어진 붕어의 입질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 이를 극복하고 좋은 조과를 올리는 방법은 예민한 찌맞춤에 있다. 즉 저부력의 찌와 작은 봉돌을 이용해 마이너스 찌맞춤해 주는 것. 원줄은 1.5∼1.7호, 목줄은 합사 1∼1.5호. 바늘은 붕어5호 외바늘로 가볍게 채비구성을 해야 이상적이다. 대편성은 노지 기준 3.0칸대 이상을 사용한다. 미끼는 수심에 따라 달리 사용한다. 깊은 수심은 섬유질 떡밥에 어분류 떡밥을 혼합해 여러차례 주물러 찰지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깊은 수심에 채비가 안착할 때까지 미끼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다. 팥알만한 크기로 바늘에 달아 사용한다. 낮은 수심의 노지낚시에는 섬유질떡밥과 집어제를 사용하는데, 부드럽게 반죽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낚시가 가능한 시간대는 오후부터 자정 즈음까지. 자정을 넘어가면서 얼기 시작한 살얼음이 오전에는 녹지 않기 때문이다. 수심 2m 내외에서는 씨알좋은 떡붕어 손맛을 볼 수 있으며,4m가 넘는 깊은 수심에서는 6∼7치급 씨알의 토종붕어를 만날 수 있다. 포인트마다 편차는 있지만, 주로 저녁나절 입질이 활발해 30㎝급 떡붕어를 비롯,20∼30여수의 조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1차 산란을 시작하는 대형급 떡붕어의 산란시기도 예년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점쳐진다. 예당지 입어료는 노지 5000원, 좌대이용료(1일기준) 5만∼6만원. 동산교낚시 (041)333-9904,(011)3126-341.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나들목→합덕→신례원→예산→예당지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아산→신례원→예산→예당지 글 사진 예산 김원기 낚시사랑 편집부장 (studozoom@naver.com)
  • “한·미관계 발전 주춧돌 역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워싱턴의 지한파(知韓派)도, 서울의 지미파(知美派)도 진정한 한·미관계 전문가는 아니다.” 김창준 전 미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한 워싱턴 지역의 교포 1세들이 ‘진정한 한반도 전문가 그룹’을 주창하며 ‘워싱턴 한·미 포럼’을 결성했다. 김 전 의원과 박윤식 조지워싱턴 대학 경영학과 교수가 공동의장을 맡았으며 기업인, 변호사, 미 정부 공무원 등 모두 13명이 참여했다. 김 전 의원은 1일(현지시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워싱턴 포럼이 한·미 양국의 정부와 여론 주도층에게 정확한 정보와 정책 방향을 조언, 양국관계 발전의 주춧돌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워싱턴의 지한파들은 태생적으로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한국정부가 들어서 거북할 만한 솔직한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서울의 지미파들도 미국에서 학위를 받은 뒤 곧 한국으로 돌아가 미국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를 여러차례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이 선진국이 되고 북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국은 우리에게 유일한 방파제”라며 “미국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한·미관계를 예전처럼 회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오는 3월 워싱턴지역 교포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열어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와 의견 등을 수렴한 뒤, 이를 토대로 이르면 5월쯤 미국 상·하원의 외교위원회 등 한국 관련 소관 상임위에서 한·미관계 청문회를 열도록 요청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미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한 포럼은 발족에 서명한 13명이 낸 기부금 수만달러를 기반으로 활동에 나섰으며, 한국 정부로부터는 금전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dawn@seoul.co.kr
  • [데스크시각] 검찰 수사의 한계/오승호 사회부장

    요즘처럼 검찰 수사가 지지부진한 적은 드문 것 같다. 사회의 이목을 끄는 굵직한 사건을 수사하고 있지만 어느 것 하나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법원과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갈등만 빚다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며칠 전엔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채무탕감 로비 의혹’과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변 전 국장을 론스타 사건의 핵심 인물로 여겼지만 혐의를 밝혀내지 못하자 다른 사건으로 옭아맨 뒤 계속 수사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그는 뇌물 사건에서마저 무죄 판결을 받아 론스타 수사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제 검찰이 기댈 곳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나 마이클 톰슨 법률고문 정도다. 그런데 이들은 여러차례 소환에 불응한데다 현재 미국에 체류하고 있다. 법원도 외환은행 헐값 매각 로비 의혹 재판에서 이들을 소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마이클 톰슨은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것을 보장해 주면 증인으로 나가겠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한다. 미국사회에서 범죄 혐의자나 변호인은 한국에선 체포가 곧 구속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한다. 결국 그동안 검찰에 숱하게 불려다닌 이들의 명예만 심하게 훼손하고 진실은 가려내지 못하는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에 직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피해자가 국가이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반 국민이나 기업이 피해자였다면 피해 사실을 적극 알리는 등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의 강도가 더 컸을 것이고, 그러면 수사도 탄력을 받았을 것이란 요지였다. 여론몰이식 수사나 포퓰리즘에 기대던 발상은 아닌지, 헷갈리게 했다. 인권을 소중히 여기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수사로 사회정의를 실현해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제이유 사건은 더 가관이다. 사건 피해자나 시민들은 정상명 검찰총장이 “사상 최대 사기 사건이 될 수 있다.”고 밝혔을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걸었다. 다단계 업체인 제이유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리는 바람에 현재까지 직업군인 출신을 포함해 4명이 투신 자살했다. 그런데다 경제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이 수십만명으로 추정될 정도로 파장이 큰 사건이다. 검찰은 다음주 2차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속된 주수도 제이유그룹 회장과 정치인, 전·현직 공직자와의 유착 관계를 속시원히 밝혀낼지 두고 볼 일이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검찰총장 발언이 나왔을 때 일각에선 론스타 수사가 어려움에 봉착하자 여론을 제이유로 쏠리게 하려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김흥주 로비의혹 사건 역시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소환 여부를 질문하면 “대검이 감찰 조사를 하고 있으니 그쪽에 물어보라.”는 짤막한 멘트만 한다고 일선기자들은 전한다.‘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검찰 수사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 왜 이렇게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일까. 일부 검찰 간부들은 “젊은 후배들이 옛날 같지 않다.”고 빗대기도 한다. 악착같이 달려들지 않는다는 얘기일 게다. 그러나 혹시 영화속의 장면처럼 진실을 파헤치려는 젊은 검사와 이런저런 눈치를 보느라고 이를 말리는 상사와의 갈등 때문인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정치권에선 제이유 사건에 대한 특검 추진도 제기되고 있다.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치우침 없는 수사를 다짐할 때다. 오승호 사회부장 osh@seoul.co.kr
  • 한총리 “보고절차 무시” 유복지 질책

    한명숙 총리가 최근 보고절차를 무시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22일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총리는 지난 16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유 장관에게 직접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 자리에서 전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비전 2030에 부응하는 건강투자 전략’과 관련,“왜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했느냐.”고 질책했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국가 2030 전략’은 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담합’의 사례로 언급하면서 기자실의 취재·보도 행태를 비판, 파문을 일으키게 했던 사안이다. 당시 복지부는 사회관계장관회의 등 부처간 협의나 총리 보고 등의 절차를 사전에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사려 깊지 못했던 것 같다.”며 사과했다는 후문이다. 한 총리는 지난해 10월 말 수도권 신도시 추가 건설계획을 발표할 때도 추병직 장관이 관련부처와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며 강하게 질책했었다. 이후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거나 국민에게 발표할 때 부처간 협의, 보고체계, 당정협의 등을 통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여러차례 강조해 왔다. 앞서 한 총리는 이달 초 북한을 탈출한 뒤 도움을 요청한 납북어부 최욱일씨를 박대해 물의를 빚은 중국 선양 총영사관 사건을 보고받은 뒤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후속조치와 제도개선책을 내놓으라.”며 외교통상부에 강도 높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의 지시는 당시 미국 출장중이던 송민순 외교부 장관에게 즉시 전달됐고, 외교부는 영사관 감사에 착수, 직원 징계, 기관경고 등 고강도 조치를 취했다. 한 총리의 내각 고삐죄기를 놓고 총리실 안팎에선 “내각의 중심에 서서 임기 말 국정을 흔들림 없이 이끌어 가겠다는 의지의 표출일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여권내 ‘잠룡’으로 분류되는 한 총리가 부드러운 이미지를 탈피, 강인한 카리스마 심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데스크시각] 영어가 ‘신분’이 되지 않게 하려면/이석우 국제부 부장급

    “우린 아이들을 한국대학에 다 보내요. 이제 아이들을 외국 대학에 유학시키는 동료들은 거의 없죠. 이전 선배 세대하고는 정반대예요.” 대사 등 해외공관장을 여러차례 지내고 퇴임을 앞둔 한 시니어 외교관이 최근 지인들 모임에서 유학열풍이 화제가 되자 “외교관들은 자녀를 도리어 한국 대학에 보내는 게 유행”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해외 사정에 밝은 외교부 사람들 입장에선, 자녀들이 미국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을 확률보다 한국대학을 나와 국내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훨씬 높다고 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교육 내용이나 학문 수준이 해외 명문들보다는 처지지만 취업 기회와 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 대학을 졸업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졸자가 연봉 수십만달러를 거머쥐는 예는 극소수예요.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는 명문대 졸업자들도 한국에 비해 많지 않은 연봉 4만∼5만달러 수준이지요.” 함께 자리했던 한 기업체 임원도 “세계 경제가 일체화되면서 교포 2세 등 영어에 능통한 ‘글로벌 인재’들의 국내 진출도 부쩍 늘고 있다.”고 거들었다. 이들 외교관 자녀들이 미국에서 백인들과 경쟁해서 일류 기업에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란 설명도 이어졌다. 대신 국내기업은 물론 한국이나 아시아에 나와 있는 다국적기업 자회사나 지점에서 일할 기회를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관 자녀들에게 한국에 “취업 기회가 널려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뛰어난 영어실력과 무관치 않다. 해외에서 외국학교를 다니며 어린시절의 상당 기간을 해외에서 보낸 그들에게 영어는 모국어나 다름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경을 무력화시키는 교류 확대의 급물살속에 세계화가 본격화되면서 영어는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이들,‘영어의 달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우리 경제가 더 개방되고 세계경제와 상호의존성이 두께를 더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두드러진다. 이런 속에 영어는 점점 더 신분같은 것이 되고 있다.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상류층과 그러지 못하는 ‘우수마발(牛馬勃)’이 양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차세대 경제대국으로 뜨고 있는 인도의 강점으로 영어가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인도에선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1억 5000만명과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회·경제적 차이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난다. 그곳에서 영어는 신분이며 계층이다. 한국이 설마 그렇게 돼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글로벌 인재 양성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발등의 불이다. 그런데도 공교육은 뒷짐진 채 시늉만 하고 가정과 개인에게 실제 책임을 다 지우는 것은 불평등 조장이나 다름없다. 서민들이 자녀의 조기 영어교육을 뒷받침하기도 어렵고 ‘강남사람들’처럼 외국인 과외에 방학때면 초·중학교 학생들을 해외 연수나 조기 유학을 내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회 균등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정책목표이고, 각오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정부 재원이 부족하다면 개인적인 교육열과 민간 자본력을 교육부문으로 흘러들게 하는 열린 자세가 아쉽다. 서울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회의가 이틀째 진통 중이다. 법률·의료 등 전문직 서비스 시장도 열라는 압력이 격렬한 반발마저 일으키고 있다. 지구촌 화두가 된 FTA 물결을 거스르기엔 우리에겐 부존자원도 적고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우리 젊은이들이 지구촌 전역에서 일자리를 ‘헌팅’하고 더 넓은 세계에서 춤추고 뛰놀며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하게 하기 위해선 영어 교육과 영어로 상징되는 공적 교육 서비스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때다. 이석우 국제부 부장급 jun88@seoul.co.kr
  • 공정위 고발기준 벌점제로 개량화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기업에 대해 위반행위·금액·기간 등에 따라 벌점을 부과, 기준치를 넘으면 검찰에 고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고발지침’ 개정안을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벌점이 부과되는 6가지 유형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경제력집중 위반행위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불공정거래 행위·재판매가격 유지행위·부당한 국제계약 체결행위 ▲부당한 표시·광고 행위 등이다. 벌점은 위반행위의 유형과 매출액(위반금액), 시장 점유율과 범위, 위반 기간 등에 따라 가중치를 둬 계산한 뒤 각각 합산토록 했다. 그 결과 3점 만점에 카르텔이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는 2.5점, 불공정거래 행위나 표시광고법 위반은 2.7점을 넘으면 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예컨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상품과 용역의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하면 위반기간이 ▲3년 이상이면 1.5점 ▲1년 이상∼3년 미만이면 1점 ▲1년 미만이면 0.5점이 부과된다. 동시에 시장 점유율에 따라 0.9∼0.3점, 영향을 미치는 지역에 따라 0.3∼0.1점 등이 별도로 적용된다. 카르텔 행위도 기간에 따라 1.2∼0.4점, 시장 점유율에 따라 0.3∼0.1점 등이 부과된다.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와 경제력집중 위반행위에 대한 벌점은 1.5∼0.5점이다. 위반금액과 기간에 따른 벌점이 추가돼 500억원 이상이고 3년을 넘으면 즉각 검찰에 고발된다. 공정위는 증거확보를 위한 수사권 발동이 필요하거나 검찰총장의 고발요청이 있으면 벌점과 관계없이 고발하기로 했다. 또 공정위가 내린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거나 관련법을 여러차례 어겨도 고발대상이 된다. 다만 위반행위를 스스로 고치거나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에는 고발을 유보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국악과 JAZZ의 절묘한 만남

    국악과 JAZZ의 절묘한 만남

    국악과 재즈의 묘합(妙合). 퓨전음악밴드 ‘우주낙타(宇宙樂打)’가 13일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첫번째 단독 콘서트를 펼친다.‘우주낙타’는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석연주자 등 한국 전통음악 연주자 4명과 예술대학 교수 등 재즈연주자 4명이 3년전 결성한 8인조 연주밴드. 시간과 공간을 뜻하는 우주(宇宙), 즐거움과 두드림을 의미하는 낙타(樂打)를 합쳐 ‘우주낙타’라 이름지었다. ‘우주낙타’가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을 아우르는 도구로 택한 것은 국악과 재즈의 크로스오버. 이전에도 여러차례 시도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음악적 지향을 단순히 ‘국악과 재즈의 만남’정도로 규정할 수는 없을 듯하다. 소설가 황석영씨의 아들로 팀의 리더인 황호준(35·작곡)씨는 “19세기 이전의 한국 전통음악과 20세기 미국에서 태동한 재즈는 연주자 중심의 음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연주자간의 즉흥적 연주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죠. 한음 한음 변화무쌍한 국악과 정확한 음계가 필요한 재즈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3년간의 무수한 실험과 치열한 음악적 고뇌를 통해 이제는 그 간극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라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우주낙타’의 앙상블은 바로 이 즉흥적 연주 호흡에 근거를 둔다. 풍부한 경험과 기량을 가진 연주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와 현재, 동서양의 음악적 경계를 넘나들며 국악과 재즈의 절묘한 합의점을 찾아 낸다. 일회성 프로젝트나 이벤트로서의 ‘퓨전’이 아닌, 새로운 음악 장르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국악과 재즈를 한그릇에 담아냈을 때 관객들은 어떤 감흥을 느끼게 될까. 황씨는 “3년동안 5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통해 일반관객들의 호응을 확인했습니다. 이번 단독공연에서는 새로운 곡들을 선보이기보다는, 이전 공연을 통해 검증된 곡들 위주로 연주할 계획입니다. 새로운 음의 세계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대되는 연주는 ‘몽금포타령’과 ‘창부타령’. 공연의 전체 연주곡 중에서 가장 한국적인 정서를 담은 곡이다. 아낙네들의 구성진 가락을 재즈로 편곡해 풀어낸다. 멤버 중 김유식 등이 결성한 재즈그룹 ‘애시드 레인’의 ‘추억도 사소해지고’ 등의 곡도 함께 연주한다. 드럼과 기타 사이로 국악기의 특색있는 음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청각을 일깨울 것 같다.(02)542-5903.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선생님! 전공과목이 여학생 성추행인가요”

    “선생님! 전공과목이 여학생 성추행인가요”

    “선생님이 우리반 여학생들의 가슴 등을 자꾸 만져요.” 중국 대륙에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시간에 공부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어린 여학생에게 성추행을 자행,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초등학교 컴퓨터 교사는 최근 자신이 가르치는 어린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자행한 혐의로 붙잡혀 충격을 주고 있다고 북경신보(北京晨報)가 8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양의 탈을 쓴 이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장본인은 올해 28살의 치훙보(祁洪波)씨.현재 베이징시 위위안(育園)초등학교 컴퓨터과목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지 교사의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 상반기 발생했다.당시 이 학교 여학생인 샤오쉐(小雪·가명)의 어머니 왕(王)모씨는 작년 6월 딸로부터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좀체로 말을 잘 하지 않는 샤오쉐가 느닷없이 “우리 학교 컴퓨터 선생님은 정말 미워”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것이다. 이를 이상히 여긴 왕씨는 딸을 상대로 집중 추궁했다.하지만 샤오쉐는 아무 일도 아니라며 쉽사리 털어놓지 않았다. 화가 난 왕씨는 “선생님은 존경받아야 하는 훌륭하신 분이신데,왜 그렇게 미워하느냐?”고 호통을 쳤다.그제사야 샤오쉐가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컴퓨터 선생의 성은 지씨이고 수업시간에 공부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여학생들의 가슴이나 엉덩이,음부 등을 상습적으로 만지고 다닌다는 충격적인 얘기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왕씨는 차근차근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학생들의 학부모와 통화를 해본 결과,성추행은 사실로 밝혀졌다.이를 바탕으로 피해 학부모의 진술을 듣고 의견을 모은 뒤 고대 파출소에 신고를 했다.그해 6월 26일 파출소는 치 교사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경찰은 조사를 벌인 뒤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경찰 조사결과 지 교사는 그해 4월 부임해와 3개월째 교사 생활을 해왔다.컴퓨터 수업 시간을 이용해 여러차례 14살 미만의 류(劉)모양 등을 포함해 어린 여학생 14명의 음부나 가슴,엉덩이 등을 마구 만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인 치훙보는 수업시간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이용해 공공장소에서 어린 여학생을 성추행해 그녀들에게 정신적 충격을 준 점이 인정된다며 아동 성추행죄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했다.하지만 뻔뻔스러운 치 교사는 이에 불복,항소할 예정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범죄 ‘인터넷 동업’ 기승

    ‘범죄 동업자를 모집합니다.’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범죄 동업자를 모집하는 카페와 블로그가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과거 은밀하게 이뤄지던 것과는 달리 아예 ‘범죄 동업자 모집합니다.’,‘기소중지자들의 모임’,‘한방 브라더스’,‘장물 카페’ 등 범죄 의도를 드러내놓고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5일에는 이들 카페에서 ‘강도 동료’를 구해 강도행각을 벌인 30대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인터넷서 만나 강도행각까지 서울 중랑경찰서는 이날 D포털사이트에 ‘범죄 동업자 모집합니다.’라는 카페를 개설해 동업자를 끌어 모은 뒤 강도행각을 벌인 김모(32)씨 등 3명에 대해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새벽 1시30분쯤 인천 계양구 모 아파트 앞에서 귀가하던 성인오락실 사장 박모(49·여)씨의 3400여만원이 든 가방을 빼앗으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박씨가 완강하게 저항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지만 첫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새 동료를 충원하려다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카페를 개설한 김씨는 지난해 박씨가 운영하는 성인오락실에서 1억여원을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여러차례 범행을 모의하고 현장 답사까지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범죄 의도 드러내놓고 회원모집 범죄 카페들의 게시판은 말 그대로 범죄의 온상이다. 게시판에는 ‘뭐든지 합니다.’,‘시켜만 주십시오.’,‘좋은 아이템 있습니다.’ 등 범죄를 예고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특히 범죄 카페들은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돼 있어 청소년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중랑경찰서 최동규 강력팀장은 “지난해 추석을 전후해 범죄 카페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면서 “인터넷에서는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생각들이 공유되고, 사람들이 겁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카페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려 하지 않는 사람들도 호기심에 끌려들어가게 되는 예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이찬에 폭행당해 유산”

    “이찬에 폭행당해 유산”

    동갑내기 탤런트 이찬(30)·이민영 부부의 파경과 관련,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민영측은 “이찬이 임신 15주였던 이민영을 폭행해 유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찬측은 이같은 이민영측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민영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백상의 김재철 변호사는 1일 “이민영 씨는 현재 폭행으로 인한 코뼈 접합수술을 받고 입원치료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이민영측은 2일 오전 서울 강동구 K병원 입원실을 언론에 공개키로 했다. 이민영측은 또 “지난해 12월19일 승용차 안에서 대화하던 중 이찬으로부터 배 등을 폭행당해 결국 유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찬측은 이날 연합뉴스에 보낸 해명서에서 “의견마찰로 서로 따귀를 7∼8차례 주고 받았을 뿐 그 이상은 없었다. 이민영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는 말은 완전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이찬측은 또 자신이 오히려 이민영의 오빠와 어머니로부터 얼굴 등을 폭행당했다며 금명간 변호사를 통해 법적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민영측이 신혼집 규모 등에 대해 여러차례 불만을 제기해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49평 전세 아파트를 구하기로 했다.”며 양측간 폭행이 혼수문제 등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했다. 이찬은 이민영의 유산과 관련해서는 “이민영이 지난해 12월21일 ‘1시에 수술을 하려고 한다. 이제 모든 게 끝났어.’라고 전화했다.”면서 “다만 유산인지, 중절수술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다산의 실사구시를 실천하자/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필자는 올해 초 한 칼럼에서 새해에는 용서와 화해를 하자고 한 적이 있다. 정권의 중심에 선 민주화세력은 가진 자와 보수세력에 대해, 보수세력은 386세대에 대해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자고 말이다. 그래야 외환위기 이후 멈춰버린 국가발전의 엔진이 다시 힘차게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용서와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대통령이 최근 쏟아낸 격정의 연설로 분노와 갈등만 더욱 커진 채 한해가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큰일이다. 지금의 갈등과 혼란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국가 위기가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년 경제는 더욱 안 좋아질 것이고 버블 붕괴나 제2의 외환위기 조짐이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조차 커지고 있으니 말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대선 때문에 경제가 묻히고 정치가 판을 치며 온 곳에 인기영합이 난무해서 경제를 살릴 진정성과 전문성이 묻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산 정약용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에 절실히 필요한 정치인이자 관료이자 학자이다. 다산은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차례 풀려날 기회가 있었지만 반대파의 저지로 무산되곤 했다. 이때 그는 분노하는 대신 도탄에 빠진 백성에 대한 걱정을 앞세우는 글을 아들, 그리고 친구에게 보내곤 했다. 이처럼 다산은 당쟁 탓에 수없이 많은 시기와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도 다산은 ‘여유당기’에서 ‘비방을 많이 받는 것은 내 성품 때문’이라고 쓸 정도로 초탈했다. 이같이 나라를 이끄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불의에는 참지 못하더라도 자신에 대한 비난에는 평상심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다산은 나이 서른셋에 암행어사로 경기도에 나가 보름동안 참혹한 민생을 직접 본 것이 그의 실학정신에 출발점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그가 평생을 ‘민생과 국법’을 보살피고 지키려고 노력한 것도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수원성을 건설할 때 기중기를 만들 정도의 물리 지식에서부터 지방행정을 맡아 내려갈 때마다 그 지역 역사적 유물을 발굴해 내는 역사지식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관통하는 실사구시 정신 또한 오늘날 정치인, 관료 그리고 학자들이 본받아야 한다. 특히 우리는 그의 업적이 대부분 나라살림을 아끼려는 뼈저린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기중기를 고안해 4만냥을 절약하는 등 백성의 세금부담을 줄여주려 한 수많은 사례에서 오늘날 우리 지도자가 최우선할 역할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이제는 서로를 용서하고 새 출발해 보자. 이념도 아니고 지역도 아니고 계층도 아닌 오직 ‘대한민국’ 하나를 위해 뭉쳐 보자.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우선 전문가를 믿어 보자. 전문가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없어지면 결국은 온갖 인기영합과 정치왜곡이 판을 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처럼 전문성을 국민정서로 무시하는 풍토가 계속되는 한 어떠한 위기도 극복하기 힘들다. 우리는 요즘 말대로 ‘쿨’해져야 한다.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이른바 냄비근성을 버리자는 거다.‘쿨’해져서 남은 임기동안 대통령에게도 지나친 비판은 삼가자. 너무나도 중요한 2007년 한해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반 이상 쥔 대통령이 ‘쿨’하게 국정운영을 할 수 있게 말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을 구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우리 기업을 믿자. 우리 경제는 돈 많이 버는 사람이나 돈 잘 버는 기업이 많아야 살아난다. 돈 많이 번 사람이 많이 쓰고, 돈 잘 버는 기업이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더 투자해야 경제가 성장하고 일자리가 생기는 거다. 부당하게 돈 버는 사람이나 기업을 가려내는 것은 이제 법에 맡기자. 이제는 적어도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가진 자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심어주어 이득을 취하는 어떠한 행위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모두를 용서하고 보듬어 안아서 오로지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보살피는 다산의 실사구시를 실천해 보자.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 정계개편 주도 ‘선전포고’

    정계개편 주도 ‘선전포고’

    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오전 “그동안 여러차례 제가 공격을 받았지만 참아왔다.”고 전제,“앞으로는 하나하나 해명하고 대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서다. 특히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이라면서 참여정부에 대한 ‘부당한 비판’에 그냥 넘어가지 않을 방침임을 확실히 했다.“귀찮고 힘든 만큼 저도 국정을 또박또박 챙겨 나가겠다.”고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잇따라 쏟아낸 ‘임기 중단 시사’,‘통합신당 반대’,‘고건 전 총리 공세’ 등을 통째로 아우르는 결정판 격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오늘도 한 말씀 드릴까요.”라며 말문을 연 뒤 중간에 쪽지까지 꺼내 봤다. 준비된 수순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발언 수위로 미뤄 노 대통령이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 서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 사수파 및 친노세력의 결집을 통해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쥐고, 흐름을 틀겠다는 정치적 노림수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더욱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고건 전 총리와의 갈등과 관련,“분하다.”며 다시 공격하고 나선 부분도 감정 차원으로 넘기기에는 그리 간단찮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감싸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것과 대비되는 까닭에서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그분(고 전 총리)을 비방하거나 비판해서 말하지 않았다.”면서 “두번 세번 해명을 했는데도 전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없어서 섭섭하다는 말씀을 꼭 좀 드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또 “장관 7개월만에 보도를 통해서 제 해임소식을 듣고 그만두었지만, 지금까지 그(김대중)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비판해서 말한 일이 없다.”고 소개했다. 이어 “차별화가 유행하던 시절 기자들이 매일 찾아와서 ‘차별화하지 않냐.’라고 부추기던 시절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고 전 총리에 대한 시각은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인 것이다. 고 전 총리 측은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 “말 안 한다고 하지 않았냐.”면서 “(고 전 총리도) 얘기는 들었지만 아무 언급 안 하셨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의 반응도 차가울 정도로 냉담했다. 문학진 의원은 “매우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면서 “그렇게 해서 대체 뭘 하자는 것이냐. 이제 의원들도 무시하는 만큼 통합신당 추진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했다. 박홍기 황장석기자 hkpark@seoul.co.kr
  • 괴도? 학생? 1억7000만원을 훔친 15살 소녀

    “어유,나이도 어린 것이 간도 크지. 어떻게 그 많은 돈을 털려고 생각했지!” 중국 대륙에 한 10대 소녀가 친구 집의 거액이 든 비밀 금고를 훔쳤다가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일약 ‘유명 인사’로 떠올랐다. ‘유명 인사’로 떠오른 소녀는 바로 실업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아직도 솜털이 보송보송한 샤오리(小莉·가명·15)양.중국 베이징(北京)시 팡산(房山)현에 살고 있는 그녀는 중학교 동창인 친구 집에서 거액이 든 비밀 금고를 몰래 후무렸다가 결국 붙잡혀 경악케 하고 있다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인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최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샤오리는 최근 중학교 동창인 샤오훙(小紅)의 집에 놀러갔다가 샤오훙이 한눈을 파는 틈을 타 거액이 든 비밀금고를 훔치는데 성공했으나 결국 덜미를 잡혔다.특히 무게가 15㎏이나 무거운 비밀 금고에는 14만 위안(元·약 1680만원)의 현금과 130만 위안(1억 5600만원)의 예금통장 등 모두 1억 7280만원의 돈이 들어 있었다. 그녀가 이같이 큰 돈을 훔친 것은 1주일 전인 지난 19일.샤오훙과 중학교 동창인 샤오리는 중학 입학 때부터 ‘서로 죽이 잘 맞아’ 샤오훙의 집에 자주 놀러갔다.중학교를 졸업한 샤오리는 샤오훙과는 달리 실업고교에 진학하는 바람에 그만 그녀와 헤어지게 됐다.하지만 그들의 친함은 변치 않았다. 오랫동안 샤오훙을 보지 못해 외로움을 느끼던 샤오리는 바로 1개월 전 시간을 내어 그녀의 집을 찾았다.이때 샤오훙의 집 안방 침대 옆에 큰 비밀 금고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그녀의 집 식구들은 비밀 금고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을 느꼈다.이에 도심(盜心)이 발동한 샤오리는 비밀 금고를 훔치려고 속으로 ‘찜’을 해뒀다. 그리고는 후무리기 위한 도상 연습도 해보고….드디어 사건 당일인 19일.샤오리는 일단 샤오훙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집에 사람이 있나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집에는 샤오훙의 어머니만 있었는데,샤오훙의 어머니는 집안 일을 하느라 너무 바쁘다며 빨리 전화를 끊어라고 했다.샤오리는 이때를 놓칠세라 조용히 샤오훙의 집에 들러 집안 동태를 몰래 살폈다.샤오훙의 어머니가 집 뒤뜰에 심어 놓은 나무의 월동 준비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샤오리는 발 뒤꿈치를 들고 몰래 집안 거실을 거쳐 안방으로 직행했다. 15㎏이나 되는 무거운 비밀 금고를 조용히 끌어내는데 성공한 그녀는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일단 안전한 곳에 쳐박아 뒀다.막상 훔쳐놓고 보니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조금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오리의 범죄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다.뒤뜰에서 월동준비를 끝내 샤오훙의 어머니가 안방에 들어와보니 비밀금고가 깜쪽같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고대 팡산 공안(경찰)당국에 절도 사실을 신고했다. 공안당국은 하루가 지난 20일 하오 샤오리를 붙잡았다.집에 사람이 있나 없나 확인하기 위해 건 전화가 오히려 화근이었다.샤오훙의 어머니가 자신의 딸은 찾는 샤오리의 전화를 받은 것을 기억해 공안에 말한 까닭이다. 공안당국에 붙잡힌 샤오리는 어린 나이임에도 속눈썹을 붙이고 화장을 아주 진하게 해 같은 연령보다 5∼6살은 더 성숙해보였다.특히 공안당국 조사결과 그녀는 비밀 금고를 훔치기 위해 여러차례 도상연습을 실시하는 등 치밀한 전략에 따라 움직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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