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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요영화] 수집가

    ●수집가(EBS 일요시네마 오후 2시20분) 2006년 8월, 납치·감금됐다 8년 만에 탈출한 오스트리아 소녀의 이야기가 전세계를 경악케 했다. 소녀는 열 살 때 등교길에서 납치된 뒤 어느 주택의 지하실에 갇혀 있다가 납치범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극적으로 탈출했다. 43년 전, 작가 존 파울스가 소설 ‘컬렉터’에서 그려냈던 이상 심리의 납치범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컬렉터’는 발표 당시부터 실험성과 깊이로 문학계를 놀라게 했으며, 곧 이어 연극과 영화로 각색되며 파장을 불러 일으킨다. 윌리엄 와일러 감독의 1965년작 ‘수집가(The Collector)’는 원작의 끔찍한 ‘컬렉터적 감수성’을 실감나게 구현해 내며 수작 대열에 올라섰다. 주연을 맡았던 테렌스 스탬프와 사만다 에거는 뛰어난 연기로 칸 영화제에서 나란히 남녀 주연상을 수상했다. 내용은 이렇다. 은행 직원인 ‘프레드릭 클레그(테렌스 스탬프)’는 나비 채집이 취미다. 어느날 그는 미모의 여대생이자 미술학도인 ‘미란다(사만다 에거)’를 보고는 사랑에 빠지지만 사교성이 부족해 그녀와의 만남을 포기해 버린다. 그리고 축구도박으로 떼돈을 번 클레그는 일을 그만두고 외딴 교외에 집을 마련한다. 여전히 마음 속으로는 미란다를 사랑했던 그는 결국 그녀를 ‘수집’하기로 결심한다. 미란다는 클레그에게 납치되어 지하실에 감금당한다. 클레그는 그녀가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거라고 믿고 한 달 후에 풀어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미란다는 현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지 ‘수집’에만 빠져 있는 그에게 염증을 느끼고는 몇 번이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감금상태에서 자유와 예술에 대한 자신의 강렬한 의지를 깨달은 미란다는 마지막 저항을 시도해 보는데….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연극 ‘미란다’는 1994년 국내에서 초연된 이후 음란·외설시비에 휩싸이면서도 끊임없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현재는 ‘신이 내린 사랑’이란 제목으로 대학로에서 연극이 공연되고 있다. 영화 상영 시간은 119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美 여대생, 힐튼 옛 전화번호 인계후 놀라운 경험

    미국의 한 여대생이 ‘억만장자’ 상속녀 패리스 힐튼의 옛 휴대전화 번호를 우연히 넘겨받았다가 유명 연예인 등 온갖 부류에게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싫지않은 경험’을 하고 있다. 6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3학년에 재학중인 샤이라 발로우양은 지난 2월14일 저녁 화장실을 이용하던중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를 변기에 빠뜨리는 실수를 범했고 이튿날 수리를 위해 한 이동통신 회사 사무실에 들렀다. 당시 지역번호 ‘415’로 시작하는 휴대전화를 갖고 있던 발로우양은 특정지역 코드를 단일화하는 정책에 따라 ‘310’ 지역번호로 시작하는 새 번호를 사용해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따라 그동안 자신의 신분증과도 같았던 옛 번호를 버려야만 했다. 번호를 교체한지 이틀후부터 발로우양은 이제껏 알지 못하던 사람들로부터 쇄도하는 전화를 받아야 했고 대부분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에 걸려오는 전화의 대부분은 생일축하와 파티장의 위치를 묻거나 LA 지역 유명 나이트클럽의 초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2월 17일이 힐튼의 생일이어서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는 전화들이 특히 많았었다. 이 때만해도 전화를 건 이들이 ‘패리스’냐고 물을 때마다 주인공이 ‘패리스 힐튼’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발로우양은 지난 5월 힐튼이 불법 운전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는 사건을 계기로 숱한 문자메시지가 답지하고 전화가 걸려오면서 이 번호가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니는 ‘파티 걸’ 패리스 힐튼이 과거에 사용하던 것이었음을 확실히 알게 됐다. 타임스 취재기자의 전화를 받기도 했던 발로우양은 전화 상대가 힐튼인줄 알고 30분간 떠든 한 랩 아티스트와 친해져 파티가 있을 때마다 초대받는 등 힐튼의 옛 번호를 사용하면서 겪는 전혀 새로운 경험들이 결코 싫지만은 않다. 발로우양은 “요즘 받는 문자메시지의 대부분은 힐튼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들이 많다”며 “이 번호를 가짐으로 해서 혼란스럽기보다는 훨씬 흥미롭기 때문에 계속 갖고 있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한편 미시간주 랜싱의 여고생인 케이티 케이머는 올해 휴대전화를 개설하면서 부여받은 번호가 제니퍼 그랜홀름 미시건 주지사가 사용하던 것이어서 기업가와 정치인들로부터 하루에도 여러 통의 전화를 받는 곤욕을 치렀다. 또 뉴욕에 사는 로라 맥스웰은 3년 전 ‘베벌리힐스 캅 2’에 출연했던 영화배우 크리스 록의 옛 번호를 받았다가 스파이크 리 감독을 비롯한 할리우드의 정상급 명사들과 통화하는 ‘행운(?)’을 잡기도 했다. /연합뉴스@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로스쿨 시대] 비고시생·직장인“나도 한번” 밀물

    로스쿨법 통과 이후 직장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로스쿨 준비 열풍이 불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불과 이틀밖에 안됐지만 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 수가 하루 수백명씩 늘고 고시학원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5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최대 로스쿨 준비 관련 카페인 ‘로스쿨진학준비위원회’에 따르면 평소 5명 수준이던 회원수가 로스쿨 법 통과 이후 최고 70배나 늘었다. 운영자 박종필(33)씨는 “3년 전 카페를 만들었는데 로스쿨법 통과 다음날인 4일 가입자 수가 350명이나 됐다.”면서 “5일에도 오후 2시 현재 70명 정도 가입하는 등 관심이 무척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방문자수도 4일 1500명,5일 1300여명에 이른다.”고 말했다. 평소 가입자가 5∼6명이었던 카페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지난 3일 280명이나 새로 가입해 5일 현재 회원이 1300여명에 이른다. 카페에는 자신의 진학 가능성을 상담하거나 나름대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공대생’이라고 밝힌 한 카페 회원은 “영어성적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지만 언어 능력이 부족하다.”면서 “논리력·논증력 등을 기를 수 있는 기초적인 책을 소개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부 게시판에는 ‘로스쿨 가능성 높은 대학 명단’이라는 출처없는 글이 떠도는가 하면 “비법대생들에게 불리하다.”“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좋다.”는 등의 근거없는 정보성 글이 올라오고 있다. 고시학원가에는 ‘비고시생’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조대일 한림법학원 부원장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문의를 해 5일 오전에만 30통 넘는 전화 상담을 했다.”면서 “일과 로스쿨 준비를 병행하려는 직장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유완기 베리타스 원장은 “과거 고시를 준비하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법조인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인원 등 유동적인 것이 많아 구체적인 상담보다는 좀 기다려 보라는 쪽으로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에 다니며 로스쿨을 준비 중인 홍성환(32)씨는 “금융쪽에 밝아 변호사가 되면 금융관련 법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로스쿨을 지원하려 한다.”면서 “로스쿨을 기다리며 몇년째 영어학원까지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입학 정원이나 입시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김문현 법대 학장은 “현재 사시 정원을 고려해 로스쿨 정원을 정한다면 과거 사시와 같이 로스쿨 입학이 ‘또다른 고시’가 될 수 있다.”면서 “법학 적성시험과 학점, 면접, 영어 등이 기준이 될 텐데 학점이 대학마다 다르기 때문에 현 대학입시 내신반영률보다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종섭 법대 교무부학장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당장 10월까지 인가 신청을 하고 입시안을 만들어야 하지만 필수 반영요소인 법학 적성시험의 개념조차 불투명하다.”면서 “대학의 학원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비용 문제도 핵심이다. 회사원 양모(31)씨는 “로스쿨을 졸업하려면 수천만원이 든다고 하니 소수계층의 전유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지금도 일부 변호사들은 먹고살기조차 힘들다는데 고비용을 감당하며 로스쿨에 들어갔다가 본전도 못찾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양씨는 그러나 “그래도 법조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재희 이재훈 이경주 이경원기자 s123@seoul.co.kr ■ 법조인 준비 어떻게 3일 국회를 통과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로스쿨을 입학하기 위해서는 학부 성적, 법학적성시험(LEET), 외국어 능력 등 세가지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만 로스쿨법이 시행되더라도 로스쿨에서 졸업생이 처음 배출되는 2012년까지는 현행 사법시험제도가 유지된다. 또 로스쿨 졸업생이 나오더라도 1∼2년간은 정원을 줄인 상태에서 사법시험제도가 유지된다. 따라서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해서 모두 로스쿨 진학을 할 것이 아니라 나이와 전공 등에 따라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호사가 되고 싶은 고등학생 A군 현재 중·고생은 대학졸업 후 로스쿨을 가야 변호사 자격증을 딸 수 있다. 로스쿨 입학생 중 비법학과 및 타교출신자가 각각 3분의1 이상 되도록 의무화했지만 앞으로 로스쿨이 설치되는 대학에는 법학 대학이 폐지된다. 다만 교양수준의 법학과목 이수를 요구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향후 시행령에서 정한다. 현재 사법시험에서는 법학과목 35학점을 요구하고 있다. 로스쿨 입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LEET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능력은 현행 사법시험처럼 토익이나 텝스 등 공인영어시험의 일정 점수 이상을 갖추는 것으로 대신한다. 학부 성적은 학교간 성적차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크지 않다. 그외 학교에 따라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 경력을 입학전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비법학과 출신의 30대 직장인 B씨 LEET는 나이가 많은 수험생에게 유리한 시험은 아니기 때문에 노장생은 로스쿨보다는 현행 사법시험을 치르는 것이 유리하다.LEET는 법학과목없이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등 세과목으로 치러진다.LEET는 현재 공무원임용시험에 사용되는 PSAT(공직적격성평가)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도입 5년째를 맞은 PSAT의 선례에 비춰볼 때 노장생이 LEET에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법학과목에 강점이 있는 노장생이라면 로스쿨행을 피하고 사법시험에 매진하는 것이 좋다. ●비법학과 3학년 여대생 C씨 사법시험을 염두에 두고 2년 정도 공부를 해왔거나 법학과목 35학점을 이수했다면 현재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로스쿨 첫 졸업생이 나오는 2012년까지는 현행대로 사법시험 1000명 수준은 유지하기 때문이다. 이후 사법시험 합격자 인원을 줄이다가 2014년쯤 사법시험은 없어진다. 군입대를 미룬 채 사법시험에 매달려온 수험생들은 일단 내년 8월에 처음 치러지는 LEET를 보고 사법시험을 계속할지 로스쿨로 바꿔 탈지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법학적성시험 LEET는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뢰해 로스쿨 입학시험인 LEET(Legal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연구, 개발했다. 교육부는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정, 검토를 거친 후 늦어도 내년 5월 전까지 확정안을 만들 계획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LEET는 모두 3과목으로, 이 가운데 논술도 포함된다.LEET는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자질에 관한 적성을 측정하기 위한 검사 성격의 시험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의 기본 수학능력과 법조인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자질과 적성을 평가하게 된다. 출제는 문제은행식으로 출제될 예정이다. 과목은 언어이해, 추리논증으로 40문항씩이며 시험시간은 각각 90∼120분 동안 진행된다. 별도로 논술이 치러질 예정이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언어이해 과목은 장문의 텍스트를 지문으로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묻는다. 내용은 인문, 사회과학, 과학기술, 문학예술 등에서 골고루 출제된다. 추리논증은 문항별로 간단한 지문을 제시하거나 별도의 지문없이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문제에 포함시키는 형태로 출제된다. 미국의 로스쿨 입학시험인 LSAT는 총 175분 동안 5개 영역의 객관식 문제와 30분간의 작문시험으로 진행된다. 시험과목은 논리력(35분), 분석력(35분), 독해력(35분), 정보처리능력(35분), 작문(30분)이다. 일본의 법학적성시험은 대학입시센터(DNC)에서 실시하는 것과 일본 변호사연합회(일변련)에서 실시하는 것 두 가지가 있다.DNC의 시험은 추리 분석력(90분), 독해표현력(90분)이고 일변련이 주관하는 시험은 논리적판단력(40분), 분석력(40분)장문독해력(40분) 외에 표현력을 묻는 논술시험(40분)이 추가된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로스쿨 정원 적정규모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설치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입학 정원의 적정 규모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교육부가 당초 마련한 시행령에는 대학당 정원을 150명선으로 정했었지만 법원행정처와 법무부는 경제규모, 소송 사건 추이 및 변호사별 평균 수임건수 등 법률수요, 외국의 운영실태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9월말쯤까지 시행령를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법원행정처 등은 공식 입장을 마련하면서 문화가 비슷하고 최근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을 비교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02년을 기준으로 할때 국내총생산(GDP) 1억달러당 법조인 수가 한국의 경우 1.66명인데 반해 GDP규모에서 우리보다 8배 이상인 일본은 0.61명에 불과했다. 또 법조인 1인당 국민 수는 한국이 5783명인데 반해 일본은 5247명으로 비슷하지만, 판사 1인당 상대 국민은 한국이 2만 6350명, 일본이 5만 5033명으로 한국이 우위다. 검사 기준으로도 한국이 3만 5107명인데 비해 일본은 5만 5033명이나 됐다. 다만 변호사 기준에선 우리나라가 1인당 9391명인 반면 일본은 6752명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정부가 일본을 참고한다면 판·검사보다는 변호사 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대학이나 로스쿨 지원자들이 원하는 만큼 변호사 직역이 확대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한 일본인 유학생 사가와 준코가 ‘학점을 빌미로 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충격적인 발언은 우리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다. 우리 사회에 일상화된 성희롱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누구나 ‘성희롱’이라는 말에는 분노하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정작 현실은 다르다. 피해자는 소문이 날까 쉬쉬하고 가해자는 당당하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뒤틀린 현실은 우리네 직장과 학교 등에서 일상화된 지 오래다. 성희롱을 당했던 끔찍했던 경험담과 함께 성희롱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등 성희롱과 관련된 남성·여성들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 봤다. ●주관적인 성희롱 잣대 ‘대략난감’ 지난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취업 재수생 소모(34)씨는 전 직장에서의 기억에 몸서리가 쳤다. 부서 회식에서,‘킹카’라 불리던 회사 동기가 한 동료 여직원에게 지난해 인기를 모은 한 노래 제목을 인용하며 “가슴이 예뻐야 여자죠.”라고 말하자 “당근이죠.”라며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소씨가 분위기를 맞춘다며 “엉덩이까지 예쁘면 금상첨화 아닌가?”라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소씨는 “당시 그 여직원이 저를 성희롱으로 고소하겠다.”며 난리였죠. 그 친구가 다른 동료 직원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똑같은 상황에서 내가 한 말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에 모멸감을 느꼈어요.”라면서 “그 여직원이 ‘넌 못 생기고 매력도 없으니까 나한테 성적인 농담 따윈 꺼내지도 마라.’라며 비웃는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했다. 간접적이긴 해도 그 여직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 같다는 것이 소씨의 주장이다.“‘장동건이 뚫어져라 쳐다보면 ‘생유(고맙다는 뜻)’고 내가 쳐다보면 ‘소송’하겠다.’는 말인데…. 어떨 때 보면 여자들은 ‘주관’이라는 잣대를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들이대는 것 같아요.” 대학원생 최모(27)씨는 남자들의 성격을 걸고 넘어지는 일부 여자들을 볼 때마다 성희롱을 당한다는 느낌이 든다고.‘남자가 난쟁이 똥자루만 해가지고, 밴댕이 소갈딱지까지’ 등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끊임없이 주입하려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대학에서 여대생이 졸업 작품으로 성인 남성이 무릎을 꿇고 자위 행위를 하는 조각상을 만들어 화제가 됐었다죠. 만약 남학생이 여성이 자위하는 조각상을 만들었다면 여자들이 가만 있었을까요. 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성희롱일 텐데요.” ●남자들도 성희롱에 분노한다 오는 8월 미국 유학을 떠나는 문모(30)씨는 아직도 떠오르는 ‘아찔한(?)’ 기억이 있다.2002년 제대를 한 뒤 놀이공원에서 허드렛일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30대 초반 여성 두 명과 한 조가 됐는데 이미 결혼한 ‘아줌마’들이라 문씨는 누나처럼 따랐다. 이들도 “꼭 친동생 같다.”며 문씨를 살갑게 대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누나’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한 아줌마가 가끔씩 “허벅지가 진짜 굵은 걸 보니 힘 정말 잘 쓰겠네.”라며 문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움켜쥐면 다른 아줌마 역시 “그래? 나도 한번 만져 보자, 진짜 살결이 영계 같아 좋네.”라며 맞장구를 치곤 했다. 고민 끝에 문씨는 상사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야, 그 미시 언니들 예쁘기로 소문났는데 고맙다고 해야 되는 거 아냐? 그 언니들한테 내 것도 굵다고 전해 드려.”라는 상사의 어이없는 답변에 결국 ‘GG(젊은이들 사이에 ‘항복하겠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게임용어)’를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누나들은 원래 남동생 허벅지를 막 만지기도 하고 그러나요. 그때는 제가 어려서 참을 수밖에 없었지만 성희롱이 꼭 여자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어떤 남자들은 ‘남자가 여자한테 성희롱·성추행당했다.´고 하면 되레 부러워하던데 이런 안이한 태도가 남성을 피해자로 만드는 데 일조한다고 봐요.” 얼마 전 결혼한 회사원 한모(32)씨는 직장에서 들려오는 ‘새신랑’이라는 호칭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이제 결혼했으니 알 건 알아야 한다.”며 몇몇 여자 상사들이 한씨에게 들려주는 노골적인 성담론(?)이 무척 귀에 거슬리기 때문이다. “눈썹이 진한 게 밤에 일 잘하겠어.”라거나 “와이프를 위해 틈틈이 운동하고 마늘을 많이 먹으라.”는 얘기는 재미삼아 들어줄 만하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아내를 만족시키는 노하우’나 ‘밤에 차로 데이트하기 좋은 장소’ 같은 것까지 미주알고주알 설명할 때는 민망하다 못해 짜증이 날 정도라고. “아마 저도 결혼을 했으니 이른바 ‘한팀’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남자들한테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얘기를 나이 차가 많다고는 해도 여자들에게까지 들어야 하나요? 한국 사회가 직장 상사에게 싫은 내색 하기 쉽지 않다는 걸 잘 알텐데 알아서 자제해 주면 좋겠어요.” 회계사 박모(29)씨는 지난해 출근길에 실제 ‘성추행’을 당했다. 승객 많기로 유명한 지하철 2호선에서 박씨 바로 앞에 서 있던 여자가 자신의 팔에 가슴을 밀착시켰던 것. 흠칫 놀란 박씨가 혹시나 오해를 살까봐 재빨리 손을 치우려 했지만 오히려 여자가 몸을 더욱 심하게 밀착시켜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 결국 승객으로 가득 찬 지하철 안에서 박씨는 천장만 바라보며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당시 하도 화가 나서 인터넷에서 법조문을 찾아보았는데 성폭행의 경우 남자는 아예 대상이 안 되더군요. 여자는 남자를 강간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성범죄와 관련해선 때로는 남자가 역차별받는 부분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직장 그만두게 만드는 성희롱의 악몽 남자 동료들이 많은 회사에 다니는 6년차 김모(30·여)씨에게 성희롱은 일상이다. 회식 자리이나 노래방에서 술에 취한 듯하면서 손을 잡거나 은근슬쩍 어깨에 손을 얹는 ‘스킨십형’은 보통이고 허리에 팔을 쓰윽 감는 ‘노골적인 성희롱형’ 상사도 적지 않다. 김씨가 발끈하기라도 하면 상사들은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받아넘긴다. 언어 폭력도 견뎌야 한다. 지난달 부서 회식에서는 40대 중반의 상사가 빨간 블라우스를 입은 김씨를 보더니 “여자가 빨간 옷을 입는 것은 프로이트 심리학에서 볼 때 ‘(잠자리를) 하고 싶다.’는 의미라던데….”라며 농을 걸어왔다. 화기애애하던 회식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김씨는 “그런 건 아니고 아침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기분 전환할 겸 입었어요.”라고 받아넘겼다. 하지만 찜찜하고 분한 마음은 가슴 한켠에 고스란히 남았다. 김씨는 “사회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극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부분들도 이제는 웃어 넘기는 경우가 많아졌어요.”라면서 “물론 정도가 심할 땐 확실하게 선을 그어야죠. 아니면 좋아서 가만히 있는다고 생각하는 정신 못 차리는 남자들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원 송모(30·여)씨는 첫 직장에서 있었던 끔찍(?)했던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모 은행의 지점에서 일하던 송씨는 어느날 회식을 마친 뒤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마침 비슷한 방향에 사는 지점장이 “걱정되니 집까지 바래다주겠다.”며 택시에 동승했다. 지점장은 송씨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지만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다.“현관문에 들어가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인다.”면서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탄 지점장은 갑자기 송씨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송씨가 두 팔로 밀쳐내면서 “뭐 하시는 거예요.”라고 따지자 지점장은 능글맞게 “네가 너무 예뻐서….”라고 말했다. 송씨가 “지점장님 딸이 이런 일 겪는다고 생각해 보세요.”라며 화를 내자 지점장은 “난 딸 없으니까 괜찮아.”라며 뻔뻔하게 나왔다. 마침 엘리베이터에 다른 사람이 타서 위기를 넘겼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은행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지점장과 마주칠 때마다 소름이 끼쳤던 송씨는 결국 석 달 만에 힘들게 들어간 은행을 그만두고 직장을 옮겼다. ●‘준코형’ 성희롱도 대학가에 만연 대학생 박모(25·여)씨는 대학 강사가 학생을 노린 이른바 ‘준코형’ 성희롱에 시달렸다.2005년 ‘영국민중생활사‘란 과목을 듣다가 자신의 귀를 의심할 만한 내용을 듣곤 했다. 40대 중반의 강사는 틈나는 대로 “여러분도 다 성경험이 있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한국 여자들은 마늘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잠자리) 힘이 좋다.”는 등 수업과 전혀 관계없는 음담패설을 하곤 했다. 한 여학생이 강사가 보낸 메일을 확인하지 않자 “네가 그런 식으로 행동하니까 남자 친구가 없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기도 했다고. 당시 수업을 듣던 10여명의 여학생들뿐 아니라 일부 남학생도 “여기가 미국도 아닌데 강사가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기 일쑤였다. “대학 강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준코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어요.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학생에게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자격미달의 강사가 아직도 학생들에게 그런 이야기로 수업을 진행해 여학생들의 마음에 상처를 줄 거라고 생각하니 아찔해요.” 현재 전업 과외교사로 활동중인 조모(30·여)씨는 학생들의 성희롱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중·고교 남학생은 물론 초등생들까지도 자신을 ‘여자’로 보고 성적인 발언을 내뱉어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그룹과외 도중 한 학생이 “선생님 첫 경험 얘기해 주세요.”라고 말을 던지면 나머지 학생들이 박장대소하며 수업 ‘판’을 깨거나 쉬는 시간에 자기들끼리 조씨의 몸매 이야기로 열을 올리는 일도 있다고. “학생들이 나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긴다고 느껴질 때가 당황스럽죠. 특히 제가 못 듣는 줄 알고 자기들끼리 성적 농담을 하면 부끄러움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직장생활 10년차인 최모(36·여)씨는 우리 사회가 ‘성희롱 왕국´ 아니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편다. 섹시바 등 길거리만 나가도 여성을 상품화하는 업소가 즐비하고 ‘베트남 처녀는 도망가지 않습니다.’ 같은 현수막에 여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여자로 살면서 한두 번 성희롱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여자들이 직장에서 뭔가 적극적으로 활동하려고만 하면 곧 ‘그 여자 성적으로 문란하다더라.’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해요. 얼마 전 직장에서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았는데,‘서로 사랑하세요.’라는 어처구니없는 강사의 결론으로 끝을 맺었어요. 전문가·일반인 모두 진일보한 성 인식이 필요하다고 봐요.”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20&30] 사투리, 그들의 ‘이중생활’

    ‘니들이 사투리를 알어?’강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 사투리 등은 각종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 구수한 옛 정취를 풍겨낸다. 밋밋한 서울말보다는 거친 한마디 말이 더 감동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 만큼 녹록지 않다. 현실에서는 사투리로 인해 부끄러워하고 좌절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사투리로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기도 하기 때문이다.‘서울 사투리’는 ‘표준어’지만 지방 사투리는 ‘비표준’이라고 불리는 현실속에서 사투리와 ‘사투’를 벌이며 살았고, 살아가는 ‘20&30’들의 속내를 들어봤다. ●놀림받기 일쑤… 피나는 서울말 연습 회사원 손모(27·여)씨는 대구에서 20여년을 살다가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심한 ‘사투리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사투리 스트레스는 여자들한테 더 심합니다.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간혹 사투리가 귀엽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울말 우아하게 쓰는 사람들 보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풋풋한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대생들의 관심사인 ‘미용’ 말고도 손씨는 ‘말투’까지 관리해야 했다.“친구들이 저랑 얘기할 때 제 말투를 흉내 내더라고요. 처음엔 따라 웃었는데, 계속 그러니까 나중엔 솔직히 짜증이 났어요. 그래서 말투를 고치기 시작했죠.” 회사원 송모(26)씨도 대학시절 입만 열면 튀어나오는 심한 전라도 사투리 때문에 촌스러워지는 자신이 부끄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입생 때였어요. 미팅을 나갔는데 친구들에게 ‘화장실 가야쓰것다.’고 했더니 배꼽을 잡고 웃는 거예요.‘나도 서울말 쓸 줄 안다.’고 외치면서 ‘화장실 가야것다.’고 말했더니 애들이 뒤로 쓰러지며 웃더군요.” 송씨는 이후 사투리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열심히 서울말 연습을 했다. 지금은 오랜 친구가 아니면 다들 자신을 서울 사람으로 착각한다고 한다.“사투리에 얽힌 추억을 말하라면 며칠 밤도 모자랄 겁니다. 지금은 옛 친구를 만날 땐 전라도 말로, 대학 친구를 만날 때 서울말을 씁니다.2개 국어인 셈이죠.” 5년전 대구에서 올라온 전모(34)씨는 처음 두 달 정도는 자기도 모르게 위축돼 말을 제대로 못했다고 밝혔다.“내 말을 사람들이 자꾸 못 알아듣는다는 게 큰 스트레스였어요. 심지어 사람들이 이상한 눈길로 나를 쳐다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죠.”서울말이 익숙해진 지금은 고향에 갈 때가 문제다. 언어습관에 관한 한 완벽한 ‘경계인’이 돼버린 것. “이제는 고향에 가면 사람들이 나를 쳐다봐요. 대구가 원체 보수적인 곳이고 외지 사람들이 별로 없거든요. 가끔 대구에 가는 게 싫어질 정도예요. 한번은 대구에 있는 식당에 갔더니 주인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고향 친구들도 내 말투가 간지럽다며 놀립니다.” ●사투리 속에 감춰진 편견과 선입견 회사원 김모(28·여)씨는 강원도 강릉이 고향이다. 그는 자신이 서울 사람들 앞에서 사투리를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서울에 살면서 사투리를 쓴다는 건 촌스럽다, 순진하다, 멍청하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준다.”고 말한다. 경상도가 고향인 전모(34)씨와 그의 아내는 네 살 된 아들이 경상도 사투리를 배우지 않을까 싶어 아들 앞에서는 최대한 서울 말씨를 쓴다.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말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이다. 전씨는 “아들이 태어나서 두 살 때까지 대구에서 자랐기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사투리 속에는 편견과 선입견이 감춰져 있다. 과거 전라도 사람들은 “왜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악역은 전부 전라도 사람으로 나오느냐.”는 불만을 털어놓으며 지역 차별의 한 징표로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전라도 출신으로는 최초로 김대중씨가 대통령에 당선될 즈음에 방영된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에서는 주인공의 어머니를 괴롭히는 악당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장안의 화제가 됐을 정도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평소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지만 전화를 받을 때는 언제나 또박또박 서울말을 쓴다. 그는 “특히 항의전화가 왔을 때 사투리를 쓰면 ‘시민운동하고 데모하는 놈들은 전부 전라도 것들이지.’라는 황당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면서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 경우 지방 출신 시민운동가들은 말을 할때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고 귀띔한다. ●독특한 말투는 취업 방해꾼? 20년을 대구에서 살았던 회사원 주모(26·여)씨는 학창시절 꿈꿔 왔던 아나운서도 포기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말끝마다 배어나오는 경상도 억양이 화근이었다. 주씨에게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해야 하는 아나운서는 넘기 힘든 강이었다.“고등학교 방송반 활동을 했을 때에는 몰랐는데,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하면서 방송국 활동을 하다 보니 서울말이 어렵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더라고요.” 고등학교 때까지 전남 순천에서 나고 자란 서울 모대학 졸업반 윤모(26)씨는 취업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면접 볼 때에는 깔끔한 서울 말씨를 써야지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잖아요. 아무리 고치려 해도 특유의 억양은 고치기 힘들더군요. 행여나 면접관들이 ‘저 사람은 말투하나 못 고쳐서 어디다 쓰나.’하고 생각할까 걱정입니다.” 서울에 처음 와서 친구들이 장난으로 촌스럽다 놀려대도 가볍게 웃어 넘겼지만, 취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다. 얼마 전에는 존경하는 교수가 “요즘 취업 준비생들은 잘난 사람이 하도 많아서 조그만 약점이라도 눈에 띄면 감점요인이 된다.”면서 “사투리가 약점이 될 수 있으니 꼭 고쳐야 한다.”는 충고 아닌 충고를 하기도 했다. ●사투리? 뭐가 어때서! 사투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는 사람들도 있다. 대학생 이모(27)씨는 주변에서 뭐라 하든 상관 않고 꿋꿋이 정통 부산 사투리를 쓴다. 친구들이 그만 고치라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 이씨는 학원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고 말한다.“선생님은 왜 맨날 싸우는 말투에요?” “선생님 말 너무 빨라요.” 등 종종 학생들이 불만을 말하기도 한다. 그래도 이씨는 “원래 경상도 말이 이렇다. 이 기회에 경상도 말 한번 배워봐.”라고 당당하게 대답해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만 당당하면 된다는 게 이씨 생각이다.“사투리도 똑같은 언어입니다. 단지 문화 차이 때문에 쓰는 언어가 다소 달랐을 뿐입니다. 부산이 수도였으면 부산 말이 표준어 아니겠습니까. 뭐 문제될 게 있나요.” 강국진 이경원기자 betulo@seoul.co.kr ■ 오해를 부르는 사투리 “‘빠구리’치러갔는데요….” 경상도가 고향인 장모(38)씨는 10여년 전 광주에서 대학 시간강사를 맡았다가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밝히며 활짝 웃었다. 장씨는 “출석을 부르는데 ‘아무개 학생 안왔나?’하고 물으면 하나같이 ‘빠구리치러 갔다.’는 거예요. 내가 알기로는 ‘성교(性交)’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알고 있는데 한두명도 아니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나 싶기도 하고 내가 경상도 사람이라고 놀리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기분이 그렇게 나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그는 전라도 목포가 고향인 친구로부터 “학생들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너는 수업 빼먹고 빠구리쳐본 적 한 번도 없냐? 나도 대학 다닐 때 빠구리 꽤나 쳤는데.”라는 말을 듣고 전라도 사투리에서 ‘빠구리’는 ‘학교나 직장을 몰래 빠져나온다.’ 다시 말해 ‘땡땡이’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이제는 전라도에서도 그 말을 쓰지 않는다. 전라도가 고향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중학교 때 사투리 때문에 오해를 받아 봉변을 당할 뻔한 적이 있다. 서울로 전학온 그는 갑자기 선배로부터 ‘버릇이 없다.’며 학교 뒤편으로 끌려 갔다. 강씨는 한참이 지나서야 그 선배가 왜 그렇게 노발대발했는지 알았다. 강씨는 부모나 가까운 친척, 형이나 누나들에게 무언가를 물어볼 때 “누나, 밥 먹었능가.” “아버지, 진지 잡능가.” 등의 식으로 물어봤는데 그 선배는 그것을 자신에게 반말을 한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고등학교까지 서울에서 다니다가 경북지역 대학에 입학한 소모(25)씨는 경상도 사투리를 오해해 밤새 술을 마시게 된 적이 있다.“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과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는데 피곤하고 하숙집에서 해야 할 일도 있어서 같은 하숙집을 쓰는 선배에게 그만 가보겠다고 했지요.” 그 선배는 소씨에게 “그래. 들어가자.”라고 답했다. 소씨는 같이 하숙집으로 돌아가자는 말로 알아듣고 선배가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 선배는 일어날 기미가 없어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셔야만 했다. 소씨는 “그 선배가 말한 ‘들어가자.’는 나에게 ‘그래. 너 들어가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면서 “그 선배 입장에서는 ‘들어가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들어가진 않고 ‘들어가겠다.’는 말만 계속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인터넷 사투리 사전도 있다 말의 철자, 발음, 의미를 전달하는 책 ‘사전’에 사투리만 모아놓은 사투리 사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오픈 백과’라 불리는 인터넷 사투리 사전이다. 기존의 사전과의 차이라면 전문가에 의해 가나다 순으로 체계적으로 집필돼 있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업데이트’에 의해 이뤄지지고 있는데, 상세한 풀이를 담고 있다. 네티즌들은 생활 속 사투리를 직접 올리고, 공감 정도에 따라 평점을 매긴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에는 1만 3400여건의 사투리가 올라와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투리 가운데 가장 높은 평점을 받은 영예(?)의 1위는 뭘까. 바로 평점 134점을 받은 ‘천지빽가리’다. 이 말은 무엇이 정말 많을 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하늘과 땅을 의미하는 ‘천지’와 벽성의 준말인 ‘벽’, 곡식과 땔감을 쌓은 더미인 ‘가리’가 합쳐 ‘하늘과 땅 사이에 곡식 더미가 성처럼 쌓여 있다.’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분명하지 않다. 2위는 평점 105점을 얻은 ‘신찬하다.’.‘품질이나 상태가 좋지 않다.’를 의미하는 전라도 사투리로 표준어인 ‘시원찮다.’와 발음이 유사하다.‘총각무’를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 ‘꼬달무’가 평점 92점으로 3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오두방종’의 경상도 사투리인 ‘녹띠방정’,‘말해줘도 모른다.’는 뜻의 제주도 사투리 ‘고랑몰라.’,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일컫는 전라도 사투리 ‘떡애기’ 등이 순위에 올랐다.‘쭉담’,‘깻대’,‘갈부랭이’,‘왁왁 이우다.’등도 인기 목록이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의견에 리플을 달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이 말 우리 할머니한테 들어봤다.’,‘정말 재미있다.’는 공감어린 리플에서 ‘그것 외에도 다른 뜻으로 쓰인다.’,‘꼭 그런 의미는 아니다.’는 보충 설명까지 반응은 다양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해가 쉽도록 예문을 달아 놓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사투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나라 각 지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사투리 사전을 자주 이용하는 김모(26)씨는 “처음에는 재미로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를 보면서 문화 이해에도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진정한 팬 가리자”…日서 ‘한신타이거스’시험 눈길

    “일본 제일의 ‘한신 팬’은 바로 나!” 최근 일본에서 진정한 팬을 가리는 ‘제1회 한신 타이거스 검정시험’이 실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한신타이거스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더불어 오랜 전통을 지닌 구단으로 특히 연고지인 간사이(関西) 지방에서 인기가 대단하다. 24일 오사카의 한 대학에서 열린 검정시험에는 전국에서 온 ‘한신팬’ 500여명이 참가, 난이도(?) 높은 문제를 풀어나갔다. 검정시험에 출제된 문제는 총 100문제로 제한시간은 75분. 시험에는 한신타이거스의 역대 감독을 적는 주관식 문제와 소속선수들의 활약상을 가려내는 객관식 문제 등 다양한 질문들이 출제되었다. 한신의 ‘열혈팬’임을 자처한 한 여대생(21)은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 수험장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 무섭기도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또 한 회사원(35)은 “예상보다 어렵지 않았다. 90점 정도 나올 것”이라며 자신있게 말했다. 이번 한신타이거스 검정시험에서 80점이상을 득점한 수험생에게는 ‘팬 자격증’과 배지가 수여된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원조 ‘도시미인’ 유지인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원조 ‘도시미인’ 유지인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⑨] 60년대 남정임, 문희, 윤정희의 여배우 트로이카 전성시대가 있었다면 70년대 말엔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의 新트로이카 전성시대가 있었다. 이들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폭넓게 활동했고, 특히 유지인은 세련된 도시적 아름다움으로 시청자와 관객을 사로잡았다. 유지인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3년, 방송국 공채에 붙으면 대학 연극영화과에 진학하기 쉽다는 말에 동양방송(TBC) 14기 탤런트 공모에 응시해 선발됐다. 그리고 곧바로 대학생 대상 잡지에 표지모델로 실린 사진이 눈에 띄어 1974년 영화 <그대의 찬손>을 통해 데뷔한다. 인기여류작가였던 강신재씨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었는데, 유지인이라는 예명도 유치원 보모였던 주인공 ‘지인’의 이름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영화 몇 편 찍으면 세계일주를 보내주겠다.”는 영화제작진의 말에 혹해서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는데 끝내 세계일주는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 유지인이 두 아이의 강인한 엄마 역할을 소화해낸 <심봤다>는, 그녀에게 1979년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기기도 했다. 정치가 실종된 암울한 시대가 종점을 향해 치닫던 70년대의 마지막 해 호스티스 영화 역시 봇물을 이루며 정점을 향해 줄달음질 쳤다. 유지인은 <26×365=0, 1979>라는 영화에서 엄마의 병원비를 벌기위해 호스티스로 전락하는 여대생 주인공 역을 맡아 열연했다. 26살의 여주인공이 365일 술을 따르고 몸을 팔아도 남는 것은 없더라는 뜻을 가진 이 영화 제목은 수학 공식처럼 난해해 인상에 남았다. 묘한 제목으로 독자를 낚는 일이 인터넷 시대인 지금 횡행하고 있는데, 그 시절 영화제목에서도 이런 일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바람불어 좋은날, 1980>은 1976년 대마초 흡입혐의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장호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아 재기에 성공한 작품이다. 시골출신 총각과 처녀들의 희망 없는 고달픈 서울생활을 다뤘는데 유지인은 조연으로 출연하고, 안성기가 중국집 자장면배달부로 출연하여 아역배우 탈을 벗고 성인 배우로 데뷔한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의 포스터와 옥외광고에 유지인의 치마가 바람에 날리는 장면을 넣었다. 치마의 은밀한 곳에 ‘바람 불어 좋은 날’이라는 제목을 써넣고 ‘성기완전노출영화’라는 광고문안을 덧붙였다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장안이 들썩이기 시작했고 급기야 당시 문화공보부에서 해명을 요구했는데 “아역배우였던 안성기군이 성인으로 노출되는 첫 번째 영화”라는 뜻으로 붙인 것이라고 둘러대어 무사히 넘어갔다고 한다. 빠져나갈 구멍을 절묘하게 만들어 둔 낚시 제목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어쨌거나 <별들의 고향3 ,1981>, <도시로 간 처녀, 1981>, <그 해 겨울은 따뜻했네, 1984> 등으로 한창 잘 나가던 유지인은 1986년 평범한 내과의사와 결혼, 96년 KBS 드라마 ‘여울’을 끝으로 연기를 중단했다. 그러나 결혼 16년 만인 2002년 남편과 이혼을 발표해 잉꼬부부라고 부러워하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후 MBC 미니시리즈 ‘삼총사(2002)’를 통해 컴백, MBC 드라마 ‘회전목마(2003.8~2004.3)’ KBS 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2004.6~2005.2)’ 등으로 본격적으로 방송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방송 복귀 후 몇 년째 진행해오던 KBS3라디오 ‘유지인의 음악편지’를 최근 지승현 아나운서에게 마이크를 넘겨줬다. 외주제작사 프로시안미디어에서 준비 중인 시트콤 ‘국립수라원’에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유지인은 이 작품에서 궁중요리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기관인 국립수라원 원장 자리를 놓고 이계인과 경쟁하면서 서로 사랑의 불꽃을 피우게 되는 역할을 맡았다. 지난 79년 영화 <가시를 삼킨 장미>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두 사람이 28년 만에 다시 만나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으며 모교인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표지=통권 515호 (1978년 10월 1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육영수여사의 내조론(內助論) 사윗감론(論)

    육영수여사의 내조론(內助論) 사윗감론(論)

    가을이 익는 쾌청한 하오. 「퍼스트·레이디」 육영수여사가 대학가 나들이를 했다. 10월15일 하오 2시 중앙대학교 여학생회가 마련한 자리였다. 반가움과 친근감으로 충만한 1시간30분 동안 서로 주고받은 화제는 『여성과 내조』 그리고 사윗감… “딸이 미남을 좋아하는지 미처 알아보지 못했군요” 『딸이 미남을 좋아하는지 어떤지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왔군요. 사상이 건전하고 신체건강한 대한민국의 남성이면 누구든지 자격은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남이 많은 중앙대학교 학생들 중에서 사윗감을 고를 생각이 없느냐는 남학생의 질문에 대한 대답. - 계신 곳이 너무 고고해서 때로는 외로움 같은 것을 느끼지는 않으시는지? 학생대표들이 따로 마련한 다과회의 자리에서는 즉흥적인 질문들이 꼬리를 물었다. 『누가 함께 있지 않대서가 아니라 때때로 문득 그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스스로를 객관할 때 같은 때…』 묻는 얼굴의 당돌함이 이내 풀려 버리는 여린 미소를 담고 있었다. 청와대란 유일한 집의 주인이 언젠가는 한번 되고 싶다는 총학생회장 이인영군(법4)의 말에는, 『좋은 생각이어요. 택하고 있는 전공과목과도 맞는군요』 여학생회장 조범제양이 대행한 여학생의 질문이 좌담회에서는 우선권을 가졌다. - 집무에 바쁜 아버지대통령과 자녀간의 간격, 그리고 특히 따님 교육에 대해서… 『보통의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와 하듯이 저녁식탁은 자녀와 대화하는 자리로 힘쓰고 있어요. 그분이 워낙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시니까 짧지만 충실한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죠. 딸들에게는 언니도 되어주고 친구도 되어주죠. 아직도 고삐는 엄머가 쥐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자율적으로 잘들 해줘요』 -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해서… 『여성들이 남성보다 몇갑절 어렵다고 하지만 현재로는 만족할만한 상태라고 할 수 없겠어요. 좀더 여성능력이 개발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 지니신 인품과 명성을 존경합니다. 그런 인격을 갖추게 된 평소의 신조와 명언 같은 것은? 『…분에 안맞는 생활은 염두에 두지 않아 왔을 뿐이고….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는 신념은 옛날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거예요』 “유행에 민감한건 좋지만 대학생 지성으로 분별을” - 외국에 나가셨을 때의 내조방법은? 『나가서는 그분이나 나나 서로 바빠서 시간과 마음이 여유가 없어요. 여성은 또 시간이 더 걸리죠. 준비를 먼저 끝내고 대통령께서 오히려 도와 주시기까지 해요. 이런 일은 있어요. 저녁의 공식만찬은 늦기도 하고 기호에도 안 맞으셔서 못드시는 때가 많아 미리 마련해간 라면을 삶아 드려 본 적이 있어요. 냄새도 안나고 그분 든든해 하시고 괜찮은 방법이었거든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밖에 소분내지는 말아요』 - 여대생이 유행에 민감한 것 어떻게 보시는지? 『민감한 것은 젊음을 말하는 것 아녜요?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도를 지나친 것은 참았으면 싶죠. 대학생의 지성으로 분별한 정도를 권하고 싶어요. 지난번의 「미니」단속 때는 좀 유감스러웠어요. 스스로 재고할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의견을 나도 피력했었죠』 “내조라 자각해본적 없고 대화의 슬기찾으면 될듯” - 그토록 현명하신 내조자로서의 마음가짐은 어떤것인지? 『내 행동에서 이것이 내조라고 자각해 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다만 생각만으로 해본 현대의 내조란 옛날부터 내려오는 아내의 본분에 더해서 창의적인 지혜를 발휘하고 민주방식의 교육을 알고 남편과 더불어 나눌 대화의 슬기를 찾는 여성이어야 할것 같아요. 대답이 이정도로 되겠어요?』 - 어머니로서 자녀에게 주시는 말은? 『이 학교 교훈이 꼭 좋겠어요. 의롭고 참되면 안될 것이 없거든요. 특별한 연구는 못했지만 민주주의의 바탕도 그런 것 아녜요?』 - 청와대의 안주인이 되신 이후 가장 흐뭇하고 가장 괴로왔던 일을- 『괴로왔던 일 너무너무 많아요. 흐뭇했던 일은 그분이 대통령에 당선되셨을 때였을 거라고 여러분은 당연히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아요. 고사리 손으로 전달해 온 낙도어린이들의 책을 고마와하는 편지, 스스로의 손으로 그려주는 아이들의 엄마 생일 「카드」, 그런 일들이 늘 흐뭇해요. 국가일이 잘되어서 대통령께서 기뻐하시는 것 물론 같이 기쁘고…. 어저께 같은 참사(14일 경서중학생 소풍사고), 얼마나 괴로운지 몰라요. 또 가장 안타까운 일의 하나는 학생들이 민주방식이 아닌 방법으로 거리로 뛰어나오는 일이죠. 내게 이야기해 주면 그 뜻을 충실하게 전해줄 약속은 지금도 할수 있어요』 - 대통령의 괴로움을 위로할 때는? 『모든 해결은 그분이 하시니까 마음을 상해 드리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뿐이죠. 도움이 됐는지 모르지만 나쁜말 피하고 좋은 이야기 골라서 열심히 해보죠』 “견해차 생기면 양보해도 옳다고 믿으면 지구력을” - 사적인 생활에서 견해의 차이가 생기면 어느분이 먼저 양보하시는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체로 여성이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야 할 것 같아요. 나도 그래요. 하지만 부러지지 않는 정도의 지구력을 가지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뜻은 관철하는 것도 아내의 지혜예요. 남성은 보통 자신이 옳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여성이 맞서는 것을 꺾기 위해 고집을 피우기도 하니까요』 하오 3시30분 좌담회를 끝내고 총장실에 마련한 다과회로 들어갔다. 관상을 할 줄 아노라고 자처하는 한 남학생이 『가까이서 뵈니까 무척 복스린 얼굴이십니다』하자 『그건 틀렸어요. 내가 어디가 그래요?』 『임영신 개인과 임영신 산하에 있는 2천2백만(교련 7백만, 한국부인회 1천5백만)을 다 기울여 찬양하는 대통령이지만 특혜는 한번도 받은 적 없다』면서 맞아준 노총장의 영접을 받으며 개교 축하의 「케이크」를 잘랐다. 여학생들이 마련한 선물은 24인용 「테이블·커버」. 청와대 살림에 꼭 필요하다는 정보를 알아내어 여학생들이 직접 수놓아 만든 것. <송정숙(宋貞淑)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10월 25일호 제3권 43호 통권 제 108호]
  • ‘스폰서 카페’ 성매매 기승

    ‘스폰서 카페’ 성매매 기승

    성관계를 미끼로 부유층 남성과 젊은 여성을 연결해 주고 고액의 알선료를 챙기는 ‘스폰서카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에는 경찰 단속을 비웃듯 그 대상을 여대생과 가출 소녀들로까지 넓혀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여기에 ‘연예인을 알선해 주겠다.’며 고액의 계약금을 받아 가로채거나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뒤 돈을 주지 않고 달아나는 사기 사건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여대생, 가출 소녀까지 확산 12일 서울신문이 은밀하게 성행하고 있는 스폰서카페 실태를 취재한 결과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유명 포털사이트 등에는 공공연하게 1회성 만남이 아닌 3∼4개월 이상 장기간 만남을 전제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카페들이 수십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당수는 당국의 단속을 의식해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유명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A카페의 경우 조건에 맞는 여성을 소개해 주는 대가로 500만∼1000만원을 요구했다. 이들은 먼저 대상 여성의 사진과 프로필 등을 보낸 뒤 남성의 연락처와 재산 상태 등을 요구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후원 비용은 여성의 외모와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여대생의 경우 주 1회 만남(성관계)을 기준으로 월 300만∼500만원 정도”라면서 “1주일에 보통 2∼3명 정도의 남성이 여성 후원을 신청하고 있으며,82∼89년생 여자만 가입한다.”고 밝혔다. 회원 수가 300여명에 달하는 B카페 관리자는 “고가의 명품을 구입하고 싶어 하는 여대생들이 후원자를 찾는 예가 많으며, 장기간 관계를 맺는 것을 원치 않는 경우 남성의 단기 해외출장에 동행하는 ‘여행도우미’로 나서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미성년자는 원칙적으로 후원 대상이 아니지만 남성이 원할 경우 가출 청소년 카페를 통해 후원을 알선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연예인 주선해 주겠다” 사기도 남성들이 섣불리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점을 악용, 스폰서카페를 위장한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엔터테인먼트사의 경우 기자가 남성 후원자를 가장해 접근하자 신인 연기자 6명의 신상명세와 수영복 사진 등이 담긴 프로필을 보내왔다. 이 회사 K이사는 “1년에 2억∼3억원 정도면 신인 연기자와 스폰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주선하겠다.”면서 “후원 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먼저 입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프로필 속 배우들 모두 이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기자임을 밝히자 K씨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한 남성과 구두로 스폰서 계약을 했는데 성관계를 가진 뒤 잠적해 버려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여성들의 하소연을 어렵잖게 찾을 수 있다. 이에 상당수 카페들이 “남성 회원들의 경우 사기 방지 차원에서 1500만∼2000만원의 보증금을 내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실제 남성 회원이 보증금을 입금하면 곧바로 카페를 폐쇄하고 잠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 되레 큰소리…규제는 미온적 돈을 매개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스폰서 카페들은 그다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스폰서 카페 D사이트는 “성인 남녀간 자연스런 만남을 주선하는 것일 뿐 성관계를 강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 책임질 일은 없다고 본다.”고 발뺌했다. 한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불건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스폰서 카페는 곧바로 ‘블라인드’ 처리해 네티즌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지만 운영자를 규제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어 이들이 곧바로 새로운 스폰서 카페를 만들어도 대처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 등에서 지속적인 단속을 펴고 있지만 수법이 점차 교묘해지고 있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안녕하셔요] 10여편에 겹치기 시나리오 쓰는 최지희(崔智姬)양

    [안녕하셔요] 10여편에 겹치기 시나리오 쓰는 최지희(崔智姬)양

    「스크린」을 떠난지 4년만에 한국 여배우중 가장 멋장이가 되어 돌아온 최지희(崔智姬)양(30). 돌아오기가 바쁘게 10여편의 영화에 겹치기 출연하는가 하면 어느틈에 두편의 「시나리오」를 써 내놓고 제작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때마침 한국처음의 한(韓)·미(美)합작영화에서는 미국배우 「아니타·에크버그」와 공연할 한국쪽 주연여배우로 뽑혔고-. 컴·백 반년에 20여편 출연 한·미 합작영화에도 뽑혀 한마디로 맹렬 「스타」. 복이 터졌다는 주변의 찬사에 최지희는 일복이 터졌다고 그 나름의 해석. 「스크린」에 돌아온지 반년이 조금 지난 이제 그녀는 이미 20편이 넘는 영화를 해치웠다. 출연작품이『남대문 출신 용팔이』는 이른바 왈가닥「액션」영화들. 어쩌면 최지희의 셩격을 미리 작품 속에서 설정하고 나선 것같은 것들이다. 이 왈패「스타일」의 인상은 사실상 최지희가 지닌 특이한「개성」으로 평가되었고 그것이「컴·백」이후에도 계승되었다고 보는게 좋을 것 같다.「스크린」을 떠나기 전에 해낸 주요작품이『말띠 여대생』『7인의 난폭자』『회전의자』『김(金)약국집 딸들』- 대개가 억센 말같은 여자로 최지희는 소개되었다. 한·미합작영화『서울의 정사(情事)』에「픽·업」된 것은 그녀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할줄 안다는 점과 「액션」이 가능하다는 점이 무기가 된 것같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맡은 역은 여자첩보원. 「갱」의「아지트」를 수시로 드나들면서 기지와 솜씨를 자랑하는 역할이다. 이 영화가 제대로 성공해서 예정된 구미각국의 극장에 상영된다면 최지희는 일약 국제급 한국배우로「클로스·업」되는 셈. 최지희가 한국 여배우중에서는 거의 유일한 영어해독자라는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는 60년도에 미국에 가서 1년가량 영화공부를 하고 왔다. 가기 전에는 개인교사를 두고 영어회화를 익혔고 다녀온 뒤에도 영어공부는 계속했다. 남편 윤영세(尹英世)씨(사업가)가 일본에 있기때문에 일본 왕래가 잦은데 외국에서 그가 쓰는 말이 주로 영어. 공연하게 된 「아니타·에크버그」의「쇼핑」을 도와주며 서울 안내도 해주는등 최지희가 이『서울의 정사』에 쏟는 관심은 상당히 큰 것 같다. 그녀 정도의 발음이라면 영어 대사를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미국쪽 감독도 인정했다는 얘기. 짓밟히는 여인을 주제로 시나리오도 두편씩 쓰고 그럼「액션」영화『서울의-』에는 즐거히 출연하지만 최지희는 자신에게 붙은 그 「왈가닥」의 상표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같다. 그 이유는? 『이제는 좀 차분하고 깊이 있는 연기를 하고싶어요. 여성들의 애정심리, 내면세계를 깊이있는 연기로 표현해보려는 겁니다』 이 말을 뒷받침이나 하듯 최지희는 최근 몇개의 비「액션」영화에 주연을 하고있다. 『숲속의 여인』(김기덕(金基悳)감독)이 그렇고 최인훈(崔仁勳)소설이 원작인『웃음소리』의 주역이 그렇다. 『웃음소리』의 감독 최하원(崔夏園)은『최지희에게는 다른 배우에게서 찾을 수 없는 그늘이 있다. 그 짙은 음영을 개발하면 또다른 특이한 개성이 될 것이다』라고. 최지희가 「시나리오」에 손을 댄 것은『내가 생각하는 여인상을 스스로 해보고 싶은 생각』에서였단다. 2편의 제목은 『낙엽의 입술』과『처녀설(處女雪)』. 두개 모두 임시로 붙인 제목이고 요즘 직업「시나리오」작가에 의해 윤색되고있다. -최양이 생각하는 여인상이란? 『향락세계에 내던져진 노리개같은 여인입니다. 비밀요정 비밀도박장에서 남자들의 발길에 짓밟히는 여인, 육체를 물질과 교환하는 여인이지요. 그 여인들의 세계에도 허물어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과 윤리감을 지키는 여자가 있읍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이 사회가 잔인한 악의 소굴로 느껴질 것입니다. 한 여인이 그 비정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켜나가는가를 그린 것입니다』- 이것이『처녀설』(가제)이 담은 「테마」. 『낙엽의 입술』은 반대로 좌절당한 여인의 얘기란다. 기계문명에 휘말려서 자신도 모르게 떠돌다가 낙엽처럼 허망하게 떨어지는 여인, 여기서는『한 여인을 망쳐버린 사회를 풍자적으로 고발해보았다』는 것. -적지않은 영화에 출연하면서 언제 글 쓸 시간이 있는지? 『차속에서도 생각하고 식사 하면서도 생각해요. 그때마다 「메모」를 해뒀다가 시간 나는대로 정리를 했읍니다. 「아마추어」니까 그것이「시나리오」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작에 손댄다는 소문이던데? 『못할 것도 없잖아요? 나는 국산영화가 망하는 이유를 알고있어요. 순전히 지방장사돈으로 공짜로 만들려고 하니까 실패하는거죠. 제작비를 가지고 생활하고 용돈쓰고 하니까 자연 졸작이 나오고 졸작이니까 흥행도 안되는거죠』 작품쓰고 출연하고 제작도 하고 싶어 -돈은 많이 있읍니까? 『한두편 만들 정도는-』 1백65cm의 키에 스스로 「디자인」했다는 「맥시」차림. 흔들 흔들 걷는 뒷모습은 흡사 사내들의 걸음걸이 그 것이다. 걸음걸이뿐 아니라 일욕심도 남자 못지않는 성격. 그의 「매니저」격인 오(吳)모씨의 표현을 빌자면『치마 입었으니까 여자지 속은 남자 열몫지게 틔어 있다』 그러나 본인의 말은 조금 다르다. 『영화해본 사람은 죽을 때까지 미련을 못버려요. 멋진 작품을 쓰고 출연하고 제작하겠다는 생각이 생활의 전부거든요. 저로서는 인생의 전부를 마지막으로 걸어보는 겁니다』※ 부군 윤영세씨는 사업관계로 일본에 있을 때가 더 많고, 그래서 빈 방을 지키는 처지가 영화에의 욕심을 더욱 가열시키는거 아니겠느냐고 그녀나름의 편리한 해석을 내리고 있었다. 『잘 될지 못될지는 해보아야하는것이고 어쨌든 시시한건 딱 질색이니까요…』 『실력있고 의욕있는 젊은 감독이 마음대로 찍고싶은 영화가 있다면 밀어주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작자나 지방흥행사의 간섭을 전혀 받지않고 문제작을 내놓을 자신이 있는 감독이라면 얼마든지…』 외국물을 먹고와서 그런지 퍽 세련되고 멋장이가 되어서 돌아왔다는게 요즘 최지희를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꽤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성장한것만은 알수있다.[선데이서울 70년 10월 18일호 제3권 42호 통권 제 107호]
  • [막오른 美대선 경쟁] (중) 공화당 후보 뉴햄프셔 토론회

    [막오른 美대선 경쟁] (중) 공화당 후보 뉴햄프셔 토론회

    |맨체스터(미 뉴햄프셔 주) 이도운특파원|“존 매케인, 루디 줄리아니, 그리고 미트 롬니가 승리를 공유했다.” 5일(현지시간)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의 세인트 안셀름 대학에서 열린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는 세 명의 후보가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CNN은 보도했다.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이슈들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었고,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답변에 재치가 있었으며,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답변이 대통령스러웠다.”는 평가를 들었다. 토론장에 참석한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후보는 매케인이었다. CNN이 최근 공화당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줄리아니 후보가 25%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매케인 후보가 23%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또 롬니 후보도 10%를 차지, 앞선 두 후보를 추격 중이다. ●매케인 이슈 잘 파악… 가장 많은 박수 받아 주목할 만한 것은 같은 조사에서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지도 않은 영화배우 프레드 톰슨이 13%를 기록한 사실이다. 또 온라인 매체 라스무센리포트는 이달초 공화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톰슨이 줄리아니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상원의원(테네시 주)을 지낸 경력이 있는 톰슨은 지난달 출마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놓고 ‘제2의 로널드 레이건’이 될 수 있을지를 저울질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가했던 나머지 7명의 후보는 1∼2%의 낮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이름 알리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CNN과 뉴햄프셔 주의 현지 방송인 WMUR, 지역 신문 ‘유니온 리더’가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라크전과 함께 이란 핵, 이민법 개정, 지구 온난화, 낙태 등 주요 현안이 포괄적으로 거론됐다. 또 창조론·진화론 논쟁, 공화당과 거대 석유기업과의 관계,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보좌관의 사면 허용 여부 등 공화당에만 해당되는 정치 및 사회 이슈도 질문에 포함됐다. 가장 중요한 현안은 역시 이라크 전에 대한 평가와 해결책이었다. 줄리아니 후보는 이라크전 결정이 “절대적으로 옳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이 이라크를 장악하도록 내버려둔 상태에서 테러와 전쟁을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라크전에 대한 민주당 후보들의 입장에 반박했다. ●‘제2 레이건´ 톰슨 지지율 2위 돌풍 예고 매케인 후보는 이틀전 민주당 토론회에서 “이라크 전쟁은 부시의 전쟁”이라고 말한 힐러리 클린턴(뉴욕) 상원의원을 직접 겨냥,“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재직했을 때 보스니아와 코소보에서 치른 전쟁을 클린턴의 전쟁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서 “클린턴 의원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통령은 전쟁에서 패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롬니 후보도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지난달 이라크 전쟁은 패배했다고 규정한 것과 관련,“그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라크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았고 다만 후세인을 제거한 뒤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세 후보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제거 이후의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 등 이라크전을 수행해온 과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세 후보를 포함한 공화당의 대선 후보들은 부시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거리를 두려 했다고 CNN은 평가했다. ●이라크전 직접 비난 자제… 이란핵은 맹공 공화당 후보들은 이란이 핵 개발을 하면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토론회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 핵 문제는 의제가 되지 않았다. 던컨 헌터 후보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핵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강경입장을 보였다. 이민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최근 백악관과 상원이 공동합의한 법안의 제안자인 매케인 후보에게 비판이 가해지기도 했다. 매케인 후보와 브라운백 후보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보고서를 읽지 않고 개전에 동의했다고 털어 놓았다가 비판을 받자 “투표하기 전에 다른 브리핑을 많이 들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dawn@seoul.co.kr ■ 민주·공화 후보들 면면 |맨체스터 이도운특파원|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과 공화당의 후보들은 동질성과 이질성을 함께 갖고 있다. ●민주당 민주당은 공화당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다양성이 돋보인다. 연령별로는 60대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46세인 버락 오바마 후보가 최연소자이고,77세인 마이크 그라벨 후보가 최연장자이다. 출신지역은 다양하지만 대체로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한 동북 지역이 많다. 주요 경력은 상원의원이 압도적으로 많다. 토론에 나선 8명의 후보 가운데 6명이 전·현직 상원의원이다.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계속 후보로 거론되는 앨 고어 전 부총리도 상원의원(테네시 주)을 지낸 바 있다. 민주당 후보들은 대체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바이든 후보와 쿠치니치 후보가 이혼 경력을 갖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전 부인과 사별했다. 미국인들이 중요시하는 종교는 천주교가 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라벨 후보는 ‘삼위일체’론을 믿지 않는 유일신교 신자다. 출신학교는 법대 출신이 5명이나 돼 미국이 ‘변호사의 나라’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민주당의 후보들 가운데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는 인물이 많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며, 버락 오바마 후보는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노리고 있다. 또 빌 리처드슨 후보는 최초의 히스패닉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 ●공화당 공화당의 공식 후보 10명과 예비후보 2명은 모두가 ‘백인 남성’이다. 민주당보다 ‘동질성’이 강하다. 보수에서 중도에 가까운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그나마 다양성을 대표한다. 연령별로는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60대가 주류를 이룬다.72세인 론 폴(텍사스) 하원의원이 최연장자이고,51세인 샘 브라운백(캔자스) 의원이 최연소자이다.40대 후보는 없다. 출신지역은 다양하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해군제독이었던 부친의 근무지였던 파나마에서 태어났다. 주요 경력은 주지사가 4명, 하원의원 3명, 상원의원 4명, 시장 1명이다. 민주당에 비해 주지사 출신이 많다. 공화당은 보수세력을 대표하지만 의외로 이혼자가 많다. 줄리아니 전 시장과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결혼을 세번씩이나 했다. 매케인 상원의원과 영화배우인 프레드 톰슨(테네시) 전 상원의원은 재혼이다. 또 매케인 의원을 포함해 공화당 후보 가운데는 자녀를 입양한 사람이 많다. 종교는 기독교가 대부분이지만 종파는 다양했다. 단일 종파로는 천주교가 더 많았다.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모르몬교 신도이다. 일부다처제 허용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모르몬교 신도는 미국인의 8% 정도나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dawn@seoul.co.kr ■ 대학생 모린 칠드런이 본 토론회 |맨체스터 이도운특파원|5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들의 토론회가 열린 뉴햄프셔 주 세인트 안셀름 대학의 특별무대 방청석 맨 앞줄에는 앳된 얼굴의 여대생이 앉아 있었다. 이 학교 2학년인 모린 칠드런이었다. 칠드런은 “후보들의 교육 정책에 대해 듣고 싶어 오게 됐다.”면서 “특히 대학 학자금 융자에 대한 구체적인 후보들의 생각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칠드런은 이틀 전에 민주당 토론회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고 말했다. 뉴햄프셔 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칠드런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에 속하지 않은 무소속 유권자라고 밝혔다. 그녀는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치른 모든 선거에서 당이 아니라 후보를 보고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정치학을 전공하는 칠드런은 이라크 전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시했다. 그녀는 북한 핵 문제를 “국제 현안 가운데 하나”로서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이 하루빨리 핵을 포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성폭행 무죄’ 주병진씨 손배소도 승소

    개그맨 출신 사업가 주병진씨가 7년전 발생한 성폭행 혐의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고소했던 여성과 언론사로부터 1억 9000만원을 배상받게 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주씨가 당시 자신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여대생 강모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주씨가 당시 언론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주간지·월간지 등 3개 언론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언론사에게 9000만원의 배상 책임을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강간치상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것만으로 강씨가 허위사실을 고소했다거나 위증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씨가 합의금을 더 많이 받아내기 위한 일련의 행위로 인해 주씨가 큰 정신적 고통을 받은 만큼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핑크빛’ 국제 콜렉트콜 사기로 25억원 챙겨

    ‘핑크빛’ 국제 콜렉트콜 사기로 25억원 챙겨

    “중국에 유학중인 여대생입니다.22살이고요. 며칠 뒤 한국에 들어가는데 남자 친구도 없고 외로워요. 전화 요금은 제가 낼 테니 수신자 부담에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대학생 A씨는 유명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알게 된 여자로부터 걸려온 국제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 요금은 상대방에서 낼 것이라는 말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조만간 여자 친구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던 A씨는 한달 뒤 600만원짜리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고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동포 여성 등을 고용해 인터넷 채팅사이트로 남성들을 유혹한 뒤 ‘수신자 부담 국제전화(콜렉트 콜)’를 받게 하는 수법으로 수십억원을 챙긴 국제전화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국내 유명 통신업체는 이러한 사기 행각을 알고도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급급해 이를 방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일 국제전화 사기단 4개 조직을 적발, 박모(47)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33)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6명을 지명 수배하고 4명에 대한 공조 수사를 인터폴(국제 형사경찰 기구)에 요청했다. 또 이들의 사기 행각을 방조한 혐의로 기간통신업체 D사 영업부장 김모(48)씨와 별정통신업체 K사 서비스사업팀장 정모(35)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2005년 9월부터 올 4월까지 중국과 필리핀 등에서 동포 여성이나 국내 여성 수십명을 고용해 한국 남성들에게 콜렉트콜을 걸도록 한 뒤 통화료의 45∼65%를 수수료로 받아 25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속아 콜렉트콜을 받은 남성이 9만 5000여명이며 부과받은 통화료는 56억원에 달했다. 피해자들은 1분에 2000원가량의 통화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된 여성들은 채팅사이트의 남성 회원들에게 준비된 사진을 보여주며 “조만간 귀국할 테니 사귀자.”고 접근했고,“전화 요금은 내가 부담한다.”,“요금은 1분에 200원쯤 나오는데 반반씩 내면 된다.”며 전화 통화를 오래 끌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특히 D사는 2006년 9월쯤 소비자 피해 신고가 급증했는데도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3∼6개월가량 박씨 등과의 계약해지 등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D사의 영업부장 김씨는 경찰에서 “처음 통신망 계약을 할 때는 사기인 줄 몰랐고, 이후 고객 민원이 급증했지만 회사 수익과 영업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달 회사에 명예 퇴직을 신청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클레임(항의)이 집중되면서 D사 상무까지 보고가 올라갔지만, 부서간 책임을 미루다가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고 있다. 수익을 위해 기업 윤리를 저버린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D사 측은 “김 부장이 중국에서 통신서비스 유통망을 운영하는 사람과 계약했다.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 쉽지 않고 사실 확인도 필요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오늘은 세계 금연의 날] 흡연관련 사망 5명중 1명 간접흡연

    [오늘은 세계 금연의 날] 흡연관련 사망 5명중 1명 간접흡연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100% 금지해야 한다.”마거릿 찬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은 31일 제20회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이 같이 권고했다.193개 회원국에 보낸 메시지는 ‘소리없는 살인’인 간접흡연에 대한 경고였다. 실제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간접흡연은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키고,PC방·호프집 종사자의 체내 니코틴 농도를 흡연자보다 높이는 등 심각한 폐해를 일으키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흡연관련 사망자 5명중 1명이 간접흡연으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리없는 살인 충북대 의대 예방의학교실이 시행한 PC방 PAH노출실험에선 실험대상인 208명(15∼24세)의 남성 모두 혈장 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크게 떨어졌다.PAH는 담배연기 등에 포함된 발암물질이다. 이런 경향은 10대 후반에서 두드러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최근 부산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시한 ‘다중이용시설의 간접흡연 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부산지역 PC방, 오락실, 만화방은 물론 실외공원 등 만남의 장소에서도 다량의 니코틴이 검출됐다.2명의 비흡연자를 일정시간 머무르게 한 뒤 실시한 소변검사에선 최고 6.67㎍/ℓ의 니코틴이 나왔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비흡연자는 검출되지 않아야 정상”이라며 “보통 하루 한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사람수준으로 흡연관련 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PC방의 담배연기 농도 연구’에선 서울시내 상업지역 PC방 공기 중 평균 11.52㎍/㎥, 동일기관의 복지부 건강증진 연구사업보고서에서는 흡연이 허용된 사무실 공기 중 평균 11.96㎍/㎥의 니코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간접흡연에 노출된 PC방과 호프집 종사자(비흡연자)의 체내 니코틴 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공주대의 복지부 건강증진연구보고서는 이들의 타액에서 평균 57.3㎍/ℓ, 소변에선 22.4㎍/ℓ가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흡연배우자 둔 사람 폐암발생률 30·심장병 40% 증가 한국건강관리협회는 “한해 폐암으로 사망하는 국내 여성 2270여명 가운데 800여명은 남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면 더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흡연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폐암 발생률이 30%, 심장병 발생률이 40% 증가한다.”고 전했다.WHO도 올 4월 “매년 20만명 이상이 직장에서의 간접흡연으로 사망한다.”고 단정했다. 실제로 같은 달 스페인의 한 연구소는 “매년 흡연관련 질병으로 사망하는 4만 5000여명 가운데 9000여명이 비흡연자”라고 밝혔다. 또 미국 뉴욕주 정신의학연구소의 레니 굿윈 박사는 지난 3월 “성인 흡연이 늘며 어린이 천식이 유행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미 보건부는 흡연자 가족이 있을 경우, 천식발생률이 63%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점을 반영하듯 한국금연운동협의회 게시판은 간접흡연의 폐해를 고발하는 글로 채워지고 있다.24세 여대생은 “울며 겨자먹기로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목도 아프고 온몸에 냄새가 밴다.”고 호소했다. 임신한 채 생계 때문에 간접흡연을 감수하고 식당에서 일하는 임신부, 등의 글도 있다. 이복근 금연운동협의회 부장은 “간접흡연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 금연관련 법령 확대, 공공장소 금연구역 강화 등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흡연자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영화 ‘팩토리 걸’, 앤디 워홀과 그의 뮤즈 드라마틱한 일생 그려

    ‘패리스 힐튼은 40년 전 그녀의 환생일까?’ 조지 하이켄루퍼 감독의 영화 ‘팩토리 걸’(Factory Girl)은 미국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여배우 에디 세즈윅의 드라마틱한 파멸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앤디 워홀 역의 가이 피어스와 에디 세즈윅 역의 시에나 밀러는 1960년대 기존 권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했던 1960년대 ‘68세대’들로 넘쳐나던 뉴욕의 혼란스러운 풍경을 실감나는 연기로 멋지게 재현했다. 1965년 세계 대중문화의 중심지였던 뉴욕에서 캠벨수프를 이용한 파격적인 전시로 현대 예술의 개념을 뒤흔든 앤디 워홀(가이 피어스)은 사교파티에서 자유롭게 춤을 추고 있는 젊고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한다. 그는 바로 에디 세즈윅(시에나 밀러).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권위에 억눌려 살아온 에디는 ‘자유의 도시’ 뉴욕에서 패션모델로 성공하고 싶어한다. 앤디에게 에디는 지금껏 찾지 못한 독특한 스타일의 소유자. 앤디는 에디를 자신의 모든 작업이 이뤄지는 ‘팩토리’로 초대한다. 이곳에서 앤디의 영화 주연으로 발탁된 에디는 뛰어난 외모와 스타일로 금세 유명해진다. 하지만 그에게 록스타 빌리(헤이든 크리스텐슨)가 나타나 앤디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에디는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진정한 팩토리의 일원이 아니라는 소외감을 느낀다. 꿈 많고 아름다운 여대생이던 에디가 너무나 갑작스럽게 얻은 유명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섹스와 마약 등 기행을 일삼다 결국 파멸해가는 모습은 최근 교도소 수감 소식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미국의 패리스 힐튼과 닮은 면이 많다. 에디와 패리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에디는 패리스와 달리 그러한 기행을 돈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에디의 파멸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그런 그녀를 사랑했으면서도 파멸을 지켜만 보다 떠나버린 앤디의 모습에서 분노가 느껴지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앤디 워홀에게 에디는 그저 예술적 실험도구에 불과했던 것일까?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31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길섶에서] 백치 아다다/최태환 수석논설위원

    배우 김부선은 늘 위태롭게 느껴진다. 부평초 같다고 할까. 그녀에겐 대마초 이미지가 덧칠돼 있다. 몇차례 교도소를 드나들었다. 지금은 데카당스적 투쟁꾼이 됐다. 대마초 합법화 투쟁의 맨 앞줄에 서 있다. 대마초는 기호품이라고 주장한다. 그녀는 40대 중반이다. 하프마라톤을 즐긴다. 대마가 몸을 피폐하게 했다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녀는 한이 많다. 사랑도, 삶도 한이었다. 어머니한테 물려받았는지 모른다. 고향이 제주다. 어머니는 4·3사건때 첫 남편과 가족을 잃었다.20대 후반 처음 들었다고 했다. 어느 인터뷰에서 “털어놓지 못할 사연이 많다.”고 했다. 이따금 섬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단다.‘백치 아다다’는 그녀의 애창곡이다.‘꽃가마에 미소짓는/말못하는 아다다여/차라리 모를 것을/짧은 날의 그 행복’ 감방 후배한테 배웠다. 군사정권 시절 국가보안법으로 잡혀온 여대생이었다. 최근 대마초사건이 뜸하다. 하지만 경찰은 대마 수확기를 맞아 집중단속에 나섰다. 한숨짓던 그녀가 떠오른다. 대마초가 기호품으로 인정받는 날이 올까. 최태환 수석논설위원
  • “속옷사이즈는 얼마?” 일본서 면접 성추행 논란

    “속옷 사이즈 알려주면 일자리를 주겠다?” 최근 일본에서 취업 준비중인 여대생들에게 면접을 제의하며 성추행하는 사건이 빈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의 온라인 뉴스 ‘J-CAST’는 “기업 면접관들이 구직 활동 중인 여대생들의 애타는 마음을 이용해 악질적인 외설 행위나 성추행을 일삼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최근에도 한 유명은행의 직원 A씨가 채용 담당자라며 구직 중인 여대생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 해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수사를 맡은 오사카부(大阪府) 경찰서는 “A씨는 과거에도 신입사원 채용 시 여대생들의 연락처를 사전에 입수, 노래방에 불러들여 외설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지켜본 일본 네티즌들은 각종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이디 ‘jack-4558’은 “이런 일들이 일어나다니 정말로 문제 있는 사회”라고 적었으며 자신이 채용 담당자라 밝힌 네티즌은 “구직자들은 채용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면 기쁜 나머지 의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야마다 히데오(山田秀雄) 변호사는 “채용할 의사도 없는 구직자를 면접에 불러 속옷 사이즈나 성 경험을 묻는 일이 있다.” 며 “입사 후 뿐만이 아니라 입사 전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oe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안녕하셔요] 첫 딸 낳고 진짜 연기하겠다는 태현실(太賢實)양

    [안녕하셔요] 첫 딸 낳고 진짜 연기하겠다는 태현실(太賢實)양

    68년 10월 결혼과 함께 영화계를 떠났던 태현실(太賢實·30)양이 KBS-TV를 통해 연기자 생활로 되돌아왔다.『우선은 TV에만 나가고 좋은 영화 있으면 영화일도 해낼 생각』. 깡말랐던 체구가 몰라볼만큼 좋아졌는데『연기력도 전보다는 나아졌을거』라고 자신에 차있는 발언이다. ”멋을 아는 시아버지는 언제나 제편이랍니다” 태현실양의 연기생활 복귀가 TV 「드라머」에서 시작한다는 것은 퍽 재미있는 일이다. KBS-TV「탤런트」1기생이었던 그는 당초부터 TV가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2년전 연기생활을 중단할때의 최후 작품도 역시 TV극, TBC-TV의『부각하』였다. -다시 돌아온 기분은?(이 물음에 태현실은「컴·백」이란 단어가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이의를 달았다) 『제가 언제 은퇴했나요? 결혼당시엔 심신이 피로해서 출연을 못했을 뿐이지요. 이제 건강도 회복됐고 아기도 많이 자랐으니까 다시 해보는거죠』 아기는 3개월전에 첫돌을 지낸 첫 딸. 이름을 수연(修演)이라 했다. -부군께서는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결혼초엔 피차간에 가정생활에만 전념키로 약속을 했어요. 아기를 낳고 살림을 하려니 자연 그렇게 되더군요. 이제는 연기생활을 겸해도 집안일에 지장이 없으니까, 반대할 이유도 없어진거죠. 더구나 시아버님이 제편이거든요?』 태현실양의 부군은 청년실업가 김철환씨(金哲煥·31). 「플래스틱」계통의 공업사 삼도실업(三都實業)의 사장이다. 3남2녀의 맏이. 그러니까 태현실양은 이 김씨 집의 맏며느리. -시아버지께서 퍽 현대적이신가보죠? 『광산업을 하고계신데 해외에 자주 드나드시니까 젊은이들보다 멋을 아셔요』 후암동에 있는 태현실양의 집은 부자2대의 사장집답게 큼직했다. 2백평가량의 대지에 1백평의 일본식 저택. 정원에는 향나무와 등덩굴이 어울려 저택분위기를 한결 돋보이게 했다. -결혼생활은 예상했던것처럼 행복한 것인가요? (태현실양은 잠깐동안의 침묵끝에 입을 열었다) 『별 탈없이 평탄하게 지낼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는거 아녜요?』 -그렇게 행복한건 아니란 말인가요? 『천만에요. 저희들은 서로 오랫동안 교제하다가 결혼한걸요. 결혼전에 서로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있었어요』 시간적인 여유 충분해 연기에 전념 하겠다고 태현실양의 말대로 그녀는 영화계에「데뷔」한 다음해부터 교제를 시작했다.「데뷔」작『아름다운 수의』가 62연도에 나왔고, 68년 10월에 결혼했으니까 사실이라면 6년간의 연애. 6년간 커다란「스캔들」없이 배우생활을 했던 것도 이「스테디」가 있었기 때문일까? 어쨌든 6년간의「스타」역정에서 그녀는『새드·무비』『가짜여대생』『용서받기 싫다』『길잃은 철새』등 1백50편의 영화를 해냈다.「톱·스타」로 영화계에 군림했던 엄앵란(嚴鶯蘭)양이 결혼하고「스크린」과 멀어질때 태현실은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여배우 판도를 주름잡을수 있었다. 문희(文姬), 고은아(高銀兒), 남정임(南貞妊)의 세 배우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져나오지 않았던들 태현실의 위치는 좀 더 달라졌을게 분명했다. 사실상 68년 결혼할 무렵에 그녀는『도중 하차하는 기분』이라고 자의반, 타의반의 은퇴(?)를 아쉬워했었다. -「스크린」에 대한 그리움 같은건? 『사실상 집에 묻힌 2년동안 잠시도 잊을순 없었어요. 남편이나 가정에 대한 집념과 연기생활에 대한 애착은 전혀 별개의 것임을 깨달았어요』 -가정생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는 뜻인가요? 『그보다 항상 무엇인가 답답하고 허전한 것 같았어요. 제가 할 수 있고 몰두할수 있는게 있어야 했어요. 아이가 이만큼 자란 지금은 연기속에 파묻힐 수 있는 여유가 충분히 생길 것 같아요』그러면서 태현실양은 『진짜 연기는 이제부터 할것같다』고 덧붙였다. 처녀「스타」가 흔히 나타내는「여자로서의 행복론」에 그녀는 이미 불안해하지 않아도 좋은 때문일까? 『처녀때는 사실 시집간다는 문제도 연기 못지않게 마음을 불안케 해요. 저는 그런 일이 없으니까 한가지 일은 해치운 셈일까요?』 요즘의 국산영화는 거의가 좋지 않아요 -그동안 영화출연 교섭같은건 받아보지 않았는지? 『왜요, 어떤분이 각본을 가져왔어요. 읽어보니까 마음에 썩 들지 않아요. 좀 좋은 작품이 나오면 해보고 싶어요』 -좋은 작품이란? 『요즘의 국산영화는 거의가 좋지 않은 것같아요. 장난삼아 만드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헐렁할 수가 있어요? 영화의 질이 2년전보다 후퇴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그녀는 시간이 나는대로 새로 나오는 영화는 반드시 구경했다고 말한다. 재미를 찾기위해서가 아니라 영화와 멀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그리고 다시「카메라」앞에 설때를 대비한 공부였다고 다짐한다. 겹치기 출연 절대않고 작품다운 작품 골라서 -연기에 대한 자신은? 『건강이 좋아진 만큼 노력할 여유가 생겼다는 자신이죠』 단 겹치기 출연따위는 절대로 있을 수 없고, 하더라도 1년에 몇편 작품다운 작품에서 연기다운 연기를 하겠다고 못박는다. 『사실 겹치기에 쫓기는 연기자들, 한편으로 생각하면 불쌍해요. 한꺼번에 10여편씩 맡아가지고 밤잠 제대로 못자면서 이곳저곳으로 끌려다니며 중노동하듯 촬영을 하니 연기가 제대로 나올 수 있어요? 시간여유가 없으니까 공부도 못하고 건강은 자꾸 나빠지고』- 겹치기 얘기가 나오자 갑자기 말수가 많아진다. 『그렇게해서 큰 돈버느냐면 그렇지도 못해요. 받는 것은 연수표고 나가는 것은 현금. 그리고 쓰는데가 좀 많아요? 「스타」가 됐다면 몇십명씩 가족을 거느리게 되고 결국「스타」는 돈버는 기계가 되고 말지요』 -체중은 얼마나 늘었는지? 『결혼할때 45「킬로」였는데 지금 54「킬로」예요. 나이먹는 징조일까요?』 그러나 태현실의 얼굴은 2년전보다 훨씬 아름답게 가꾸어져있고 무르익은 여자다운 분위기를 풍겨주고 있었다. [선데이서울 70년 9월 27일호 제3권 39호 통권 제 104호]
  • 교민안전 뒷전인 러 한국영사

    1998년 국군포로 장무환씨는 탈북한 뒤 주중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한 여직원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들으며 거절당했다. 이 장면이 지난해 11월 한 프로그램에서 방영되면서 ‘대사관녀’ 논란이 일었다. 지난 3월9일 새벽 3시30분 러시아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성희(22)씨는 아파트 부근에서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사인은 심장병의 일종인 ‘심근부전’으로 인한 돌연사. 유족들은 시신에 마르지 않은 핏자국과 멍자국이 있다며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영사 당국은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9일 오후 11시15분 SBS ‘뉴스추적’에서는 ‘모스크바 여대생 의문의 죽음’ 편을 통해 이씨의 죽기 전 행적과 재외 국민의 사건·사고에 직무태만으로 일관하는 영사업무 실태를 살펴본다.‘뉴스추적’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씨는 지난 1월부터 사망 전까지 수차례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사망 한 달 전에는 대사관에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1년 넘게 함께 생활했다는 룸메이트의 사망 당일 진술이 계속 번복되는 등 의심되는 정황이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은 사망 현장에서 이씨의 가방을 분실하는 등 증거물 확보에 허점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씨의 친구가 담당 영사에게 시신의 상처를 언급하자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라.”며 다그치기도 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당한 사건·사고는 4500여건에 이른다. 영사 업무의 직무태만을 질타하는 사례가 잇따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과연 국민들은 언제나 제대로 된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을까.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DC마담’ 성매매에 女교수도 고용

    미국 워싱턴DC 정가를 발칵 뒤집은 ‘섹스 스캔들’의 주역 데버러 진 팰프리의 고객 명부가 곧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DC 마담’으로 불리는 팰프리를 통해 ‘성적 서비스’를 제공한 여성 132명 대부분이 고학력이며 전문직 여성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위크 등 미 언론들은 3일(이하 현지시간) 팰프리의 변호사 몽고메리 블레어 시블리를 인용,“팰프리가 고용한 여성들은 23∼55세로 최소 2년 이상 대학 교육을 받았거나 졸업자이며 한 사람은 하워드대학 교수”라고 전했다. 여성 상당수는 로펌 여직원 등 사무직 종사자였다.abc방송은 유명 로펌인 에이킨 검프의 한 여직원은 팰프리의 에스코트 회사인 ‘파멜라 마틴 앤드 어소시에이츠’에서 일한 사실이 드러나 정직 처분을 받았다고 전했다.40대 여성이 가장 많았고, 대부분 일주일에 3일 정도를 1시간30분씩 호텔 등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팰프리는 인터넷과 무료 주간지 등에 여성을 모집하는 광고를 했으며 심지어 메릴랜드 대학 신문에도 ‘시간에 200달러, 고수익 보장, 여대생, 사무직 여성 환영’ 등을 광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팰프리가 방송사에 넘긴 1만 5000명 분량의 고객 전화번호에는 백악관, 국방부 관리, 변호사, 학자, 군인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정치인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현재 이번 스캔들로 사임한 인사는 국무부의 랜들 토비아스 해외원조국장뿐이다.abc방송은 4일 ‘20/20’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 명단을 폭로할 예정이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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