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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당, 당정협의 물먹고…정책주도 정부에

    열린우리당 새 지도부가 출범한 지 40여일을 넘겼지만,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확고한 리더십으로 당내 이견을 수습하지 못해 여당으로서 안정적으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정책 주도권도 정부에 내줬다는 평가다. 문희상 의장은 4·2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직후 “국정을 책임지는 강력한 여당”,“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선 투쟁에 날새는 지도부 그러나 지난 2일 처리된 과거사법 투표에서 여당 지도부의 과반 이상인 4명이 기권 및 반대표를 던져 당에 충격을 던져 주었다. 유인태 의원은 “투표결과를 며칠째 살펴봐도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당론으로 결정된 사안을 지도부에서 기권하고 반대하는 정당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유 의원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상임위원인 염동연 의원도 “당론과 다르게 투표하는 것은 초선의원들이나 가능하지, 지도부가 뒤집는다면 앞으로 원내대책을 어떻게 짜나갈 것이냐.”고 한탄했다. 실용파와 개혁파간의 노선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4·30재보선에서 ‘23:0’으로 전패한 원인을 개혁파는 실용파 때문에, 실용파는 개혁파 때문이라는 상호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혁신위를 꾸렸으나 ‘난닝구(실용)’와 ‘빽바지(개혁)’ 논쟁 등 감정 싸움으로 비화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23.2%로 하락해 한나라당(30.7%)에 역전당한 것도 고민거리다. 한 의원은 “재보선의 전패가 역으로 민심을 떠나가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음에 따라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 복지부 장관의 ‘조기복귀론’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당으로서 정책을 발굴하고 순발력있게 이슈화하는 능력이 정부에 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정협의도 주도적으로 하기보다는 정부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정동영·김근태 당 복귀론 힘 실려 ‘5·4 대책’으로 불리는 1가구2주택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방침이 발표된데 이어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12일 2007년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방침을 발표했다. 부동산 문제와 세제 개편은 국민 실생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국회의 입법사항이므로 긴밀한 당정협의가 필요했지만, 불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정부의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방침으로 국민의 조세저항 및 경기 위축 효과가 우려된다며 16일 오후 당정간담회에서 보완책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리 언론을 통해 공론화를 시켜놓은 정부측에 비해 한박자 늦은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공공기관 이전과 수도권 발전대책에 대해서도 여당은 야당을 국회로 끌어들이지 못해 정부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다. 법조계 최대현안으로 떠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정부가 논의를 주도하면서 당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법사위 소속의 한 초선의원은 “정부가 모든 걸 결정하면 당은 그냥 따라야만 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野 ‘3대 大選과거사’ 특검 추진

    한나라당이 13일 ‘가까운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나섰다. 대상은 2002년 대선 때 제기된 이회창 전 총재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 이른바 ‘병풍(兵風)사건’을 비롯해 이 전 총재의 부인 한인옥 여사의 기양건설 10억원 수수설, 설훈 전 의원이 제기한 이 전 총재 20만달러 수수설 등이다. ●盧대통령 사과·최재천의원 사퇴요구 한나라당은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이 사건을 ‘3대 정치공작사건’으로 규정한 뒤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제기한 모든 의혹이 거짓임이 판명됐고 관련자들이 유죄로 형사처벌됐다.”며 “정치공작의 최대 수혜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공작에 관련된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 등은 공직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 대변인 상대 명예훼손 고소 이에 대해 최재천 의원이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정현 부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최 의원은 “본인이 김대업을 사주해 이른바 ‘병풍’ 공작을 주도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신문, 라디오에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장남의 불법 병역면제를 은폐하기 위해 병무청 수뇌부와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내용의 ‘병풍공작’으로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10% 이상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또 2002년 대선 한달여 전에 ‘한인옥 여사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의 검은 돈을 수수했다.’는 허위 사실로 이 후보의 지지도가 5% 이상 떨어졌다고 비난했다.‘이 전 총재의 20만달러 수수설’은 2002년 4월 설훈 민주당 의원이 “이회창 후보가 최규선씨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朴대표 “정치공작관련법 검토” 한나라당의 공세는 진상을 규명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재발 방지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정치발전을 위해서나 대선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필요하면 법까지 제정해 강력 대처할 것”이라며 그런 취지를 밝혔다. 김무성 사무총장도 “앞으로도 국민의 뜻이 왜곡되고 나라가 불행해지는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정치공작 근절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여소야대 정국 두가지 표정] “민주와 통합 논의 때 됐다”

    [여소야대 정국 두가지 표정] “민주와 통합 논의 때 됐다”

    4·30 재·보선 참패로 책임론에 몰린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난국 타개의 해법으로 평소 소신인 ‘민주당과의 통합’을 거듭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이 즉각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서는 등 양당 통합을 축으로 한 정계개편 논의가 열매를 맺을지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출생 같고 대통령도 함께 만들어” 문 의장은 2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과의 통합을 실질적으로 거론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출생이 같고, 대통령도 같이 만든 것 이상의 대의명분은 없다.”면서 “원래 헤어지는 것보다 재결합이 더 어렵지만, 이념상 가장 개혁적인 정당들이고, 대통령을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합당)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문 의장은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분 사이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통합이 되면 기뻐하실 분들이지, 왜 했냐고 할 분들은 아니다.”며 민주당측에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문 의장은 “상대방은 전당대회까지 열어 통합하지 않는다고 의결했는데 지금 우리가 말하면 엇박자가 아니냐.”면서 “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한발을 뺐다. ●민주당 “여당은 스토커 수준” 문 의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의 태도는 스토커 수준”이라고 힐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문 의장은 여러 차례 “참담”,“실망”,“허탈”이라는 표현으로 선거 참패에 따른 심경을 털어놨다. 그는 “총체적 국정운영과 선거전략에 실패하고, 당 의장의 대중성이 상대(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보다 떨어지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당헌에 규정된 공천과 맞았는지를 따져야지, 무조건 상향식 공천이 맞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건 옳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의중을 잘 헤아린다는 평을 받는 문 의장은 “여쭤보진 않았지만, 대통령도 선거 결과에 무척 서운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는 50% 정도인데 이번 선거가 집권 자체만을 평가한 것이었다면 국회의원 6석 가운데 3곳은 (당선)됐어야 한다.”며 선거 결과를 국정 운영 평가와 결부시키는 시각을 경계했다. 향후 국회 운영과 관련, 문 의장은 원내 과반 의석은 놓쳤지만, 한나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야당이 6석 가운데 5석을 확보한 것을 완벽한 정국 주도로 오판해 (여권에)브레이크를 걸면 국민은 한 순간에 돌아설 것”이라면서 “우리도 주눅들어 아무 일도 못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보법 개폐 여야 합의가 가장 중요” 다만 국보법 개폐 논의는 “여야 합의 원칙이 가장 중요하고, 대체입법에 합의할 수 있다면, 그때쯤엔 (폐지)당론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될 것”이라며 유연성을 보였다. 대권에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날 모든 꿈을 이뤘고 모든 꿈을 접었기 때문에 큰 꿈이 없고 아등바등할 뜻이 없다.”며 부인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단체장선거 ‘영남 쟁탈전’

    단체장선거 ‘영남 쟁탈전’

    오는 4·30 기초단체장 재·보선이 치러지는 7곳의 혼전 정도는 국회의원 재선거를 능가한다. 정치색이 덜한 단체장 선거를 반영하듯 각 후보들은 ‘행정을 통한 지역발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선거를 3일 앞두고 이들 지역 판세를 점검해 본다. ●영천시 한나라당 손이목(56)·무소속 김준영(64)·조영건(69) 후보 등 3파전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3차례에 걸친 지원유세로 이미 대세가 굳어졌다.”며 압승을 자신했다. 그러나 지역기반이 만만찮은 무소속 김준영 후보측은 “한나라당의 금품선거 등에 식상한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산시 한나라당 최병국(49) 후보의 박빙 우세 속에 열린우리당 이천우(66)·무소속 서정환(59) 후보가 맹추격한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 이 후보측은 “유권자들의 대세가 힘있는 여당 시장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무소속 서 후보측은 “초반 낮은 지명도를 TV토론회 등으로 만회했다.”는 반응이다. ●청도군 한나라당 장경곤(60)·무소속 이원동(56) 후보가 대혼전이다. 한나라당 장 후보가 간발의 차로 앞서고 있으나 투표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두 후보는 상대후보 공약의 문제점과 허구성을 적극 부각시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영덕군 그야말로 시계(視界) 제로다. 한나라당 김병목(52) 후보측은 겉으로는 “당선을 확신한다.”고 공언하지만 박 대표의 막판 지원유세를 거듭 요청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열린우리당 김수광(63) 후보측은 “최근 한나라당 후보를 근소한 차로 따돌렸다.”고 자체 분석했다. ●부산 강서구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승기를 잡았다고 공언한다. 열린우리당 배응기(70) 후보는 “적지(敵地)에서의 강공 드라이브에 성공했다.”며 당선을 자신했다. 한나라당 강인길(47) 후보측은 초반 열세였으나 최근 ‘박근혜 효과’로 분위기가 상승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남 목포시 투표율이 당락을 좌우할 전망이다. 높으면 열린우리당이 유리, 낮으면 민주당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 정영득(64) 후보는 ‘민주당 대세론’에, 열린우리당 정영식(58) 후보는 20∼30대 유권자들의 투표 참가에 희망을 걸고 있다. ●경기 화성시 백대식 열린우리당 후보와 최영근 한나라당 후보가 백중세다. 백 후보는 토박이가 많은 화성지역의 표심을 잡았다고 강조한다. 최영근 한나라당 후보는 높은 당 지지도를 내세워 승리는 무난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국종합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동성결혼’ 美·유럽 또 시끌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즉위 미사가 24일 예정된 가운데 새 교황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거론돼온 동성애자 결혼 허용 논란이 미국과 유럽에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BBC인터넷판이 22일 특집에서 지적했다. 동성애자들을 어느 범위까지 포용해야 하는가를 둘러싼 논쟁은 여성 사제 등록, 낙태 인정, 콘돔 사용 권고, 유전자 복제 등과 맞물려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스페인 하원은 21일 사회당 정부가 제출한 동성애자 결혼 허용 법안을 투표에 부쳐 통과시켰다. 상원은 몇주 후 표결할 예정인데 여당 의원이 과반수를 넘어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 국민의 80%가 자신을 가톨릭 신도라고 생각하는 스페인이 가톨릭계의 맹렬한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동성애자 결혼을 허용할 경우 벨기에와 네덜란드에 이어 유럽에서 세번째 나라가 된다. 그러나 지난 19일 프랑스 보르도 고등법원은 이 나라 최초로 동성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낳은 ‘남자 부부’가 1심에 불복해 낸 항소를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프랑스는 시민연대협약(PACS) 제도를 도입, 동성 커플에게도 보통 부부에 준하는 법적,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들 커플의 결혼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1988년 동성애를 합법화한 이스라엘도 아직 동성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유대교도들과 충돌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조디 렐 미 코네티컷 주지사는 20일 사실상 부부관계로 인정되는 ‘세속 결합(civil union)’을 동성 커플에도 적용하는 법안에 서명, 오는 10월 발효된다. 지난 14일 오리건주 대법원이 주정부로부터 1년 전에 결혼 허가를 받은 3000쌍 이상 커플의 결혼을 무효화한 것과 정반대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오리건 등 10개 주에서 동성 결혼에 관한 주민 찬반투표가 실시, 반대한다는 표가 더 많이 나왔다. 현재 세속결합이나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는 주는 오리건,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매사추세츠, 버몬트 등 5곳이다. 세속 결합을 인정받은 동성 커플은 조세감면 혜택과 보험 적용, 자녀 양육권 등 모든 권리를 이성 부부와 동등하게 누린다. 그러나 조지 부시 행정부와 37개 주에서 동성 결혼을 거부하는 입법화가 진행 중이다. 뉴멕시코주 상원은 지난달 결혼을 이성간 결합에 국한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새 교황은 지난 86년 한 가톨릭 잡지와 회견에서 “동성애는 그 자체로 죄악은 아니지만 내재적인 악의 요소를 갖고 있으므로 이상 증상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법적으로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는 것과 같은 일은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도 도움이 안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교황은 전임 요한 바오로 2세가 주도했던 2차 바티칸공의회(1962∼65년)의 성과를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함으로써 교계 안팎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새 교황은 동성애 인정과 같은 진보적 이슈들에 관해 최소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일보 진전으로 해석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산과 강 다시 나누자” 행정구역 개편 급물살

    “산과 강 다시 나누자” 행정구역 개편 급물살

    지방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 같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16개 시·도와 234개 시·군·구로 된 행정구역을 인구수에 따라 재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정치권이 개편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과거 전례를 들어 실행에 의문을 다는 사람도 많다. 각계 움직임과 그동안의 경과를 살펴본다. 정부는 원론적 입장에서는 지방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워낙 민감한 문제인데다 국회의원 선거구 개편도 맞물려 있어 극도로 조심하는 분위기다. 몸을 바짝 낮추는 형국이다.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앞장서는 모습은 절대 보이려 하지 않고 있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1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론은 누구나 동의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현재까지 정부에서 발의를 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적이 없다.”면서 “국회의 논의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 주쯤 여야 정책위의장을 만나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라고 소개했다. 또 다른 행자부 관계자는 21일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2001년 외부기관에 용역을 맡겼으며, 현재 외부 유출을 막은 채 보관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비공식적으로 정치권에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용역은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토연구원, 지방행정연구원에 맡겼으며, 현재 정부는 자료만 갖고 있는 상태이고, 정부가 나서 추진할 입장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이 질의한 데 대한 답변서에서는 “규모의 경제 확보로 효율성이 제고되고, 행정기능의 중첩에 따른 폐해 방지, 광역행정 수행 원활 등의 장점이 있지만, 지역특성에 맞는 행정 수행이 곤란하고, 중앙정부의 업무 과부하 등 단점도 예상된다.”며 “행정구역 개편이 더욱 효율적인지 여부는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애매한 의견을 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주용학 전문위원은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여 민감한 사안임에도 협의회 차원에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행정구역 개편은 행정수도 이전보다 더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익섭(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차피 한번은 정리를 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시행 전에 먼저 정리를 했어야 하는데 늦은 감이 있다.”면서 “지금도 늦었지만 더 늦어지면 정말 못한다.”고 찬성입장을 폈다. 그는 또 “여러가지 안에 대해 제시를 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정치권에서 일방적으로 100만명으로 단위를 정했다.”면서 “기준을 인구수로 하는 것보다 권역별 거점도시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만약 전국을 50∼60개에 달하는 행정구역으로 세분화할 경우 자치정부로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일정 규모에 이르지 못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중앙정부에 종속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어 지방자치를 퇴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행법상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한데 이런 절차를 통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도 재·보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이슈화한 점을 들어 정치적 노림수라고 깎아내린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6~7월경 주민투표로 결정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를 추진하면서 행정구역도 개편하려 한다. 제주는 전 지역이 1시간 이내에 왕래가 가능하고 전체 인구가 50만명밖에 되지 않아 현재의 3계층 구조가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4개 기초 자치단체로 돼 있는 행정체계를 바꾸는 ‘혁신적인 방안’과 도와 자치단체의 기능만을 재편하는 ‘점진적인 방안’을 놓고 현재 주민의견을 듣고 있다.5월까지 의견을 수렴해 6∼7월쯤 주민투표를 해 최종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는 혁신적인 방안이 다소 앞선다고 한다. 혁신적인 방안은 제주도와 제주시, 북제주군, 서귀포시, 남제주군 등 4개 기초자치단체로 돼 있는 것을 제주도 외에는 자치단체를 없애는 것이 골자다. 또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을 통합하는 것이다. 더불어 기초의회를 없애고, 현재 기초단체장을 임명제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이 문제는 제주도의 가장 큰 현안이다. 도에서는 주민설명회를 갖는 등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면 시·군의회와 시장·군수 등은 개편논의 중단을 강하게 요구한다. 민주노동당과 전교조 등 20여개 시민단체도 반대운동을 편다. 주민을 상대로 한 선호도 조사에선 1차(3월 17∼19일)는 혁신안이 56.9%, 점진안이 37.6%를 차지했다.2차(4월 9∼11일)는 혁신안이 54.2%, 점진안이 41.3%였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인구 100만명 기준으로 재편 정치권이 내놓은 행정구역 개편안은 인구 100만명을 기준으로 전국의 행정구역을 재편하자는 것이 골자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다음 주중 정책협의회를 열어 논의 절차와 시기, 방법 등 행정구역 개편 문제에 대한 협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드러난 여야의 구상을 볼 때 큰 틀은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약간씩 다르다. 열린우리당은 도를 폐지하고 현행 시·군·구를 통·폐합해 인구 100만명 이하의 광역단체 60여개와 1개 특별시로 재편하고, 광역단체 하부에 실무행정단위를 둔다는 구상이다. 광역자치단체의 자치구를 폐지하고 임명직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개편 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우선 도를 폐지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시·군·구 통폐합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어차피 행정구역을 개편하려면 주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하는 것보다 해당 자치단체가 스스로 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전국을 1개 특별시와 6개 광역시를 포함한 60∼70개의 광역단체로 재편하고, 이후 특별시와 광역시도 단계적으로 폐지를 검토한다는 수순이다. 현재 ‘시·도-시·군·구-읍·면·동’의 3단계로 돼있는 행정체계를 ‘특별시·광역단체-실무행정단위’의 2단계로 개편하고, 광역단체의 인구는 30만∼100만명으로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 개편안의 골자다. 한나라당 방안 역시 광역시의 자치단체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개편안은 전국을 인구 100만∼200만명 규모의 광역단체 30여개로 재편한다는 당초의 구상보다 여당안에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행시기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도입논의를 시작해 차차기 지방선거전까지 도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내년부터 도입키로 했던 자치경찰제를 유보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개편 움직임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그러나 행정구역 개편은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제도 개편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어 정치권 내에서도 난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시·군통합’ 가장 많이 거론 그동안 제기됐던 행정체계 개편방안은 크게 5가지이다.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이 ‘시·군통합방안’이다. 인구·면적·재정규모가 취약한 시·군을 통합해 경쟁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이미 적용된 곳도 몇 군데 있다. 도시면적이 협소한 곳은 시와 시, 시와 군을 통합하고, 인구와 재정규모가 빈약한 곳은 군과 군을 통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 동질성이 다르면 통합이 어렵고, 시·군 통합으로 인구가 100만명을 넘을 경우 광역시 승격 요구 등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두번째 제기되는 것은 ‘특례시나 지정시 도입방안’이다. 인구와 면적 기준에 따라 특례시나 지정시 제도를 도입해 행정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대하자는 것이다. 현재 수원시 인구 103만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50만명 이상이 12곳인데, 이들 대도시에서 주로 요구한다. 세번째는 ‘도-시·군의 기능 분리방안’이다. 상호 중복기능이 없도록 조정을 하고 시·군의 사무처리 능력과 중앙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시·군을 적정규모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도의 사무는 광역적·한정적·예시적 사무로 제한하고, 시·군의 사무는 도가 수행하지 않는 모든 업무를 보도록 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현재 특별지방행정기관이 수행하는 통계·농림·항만·병무·환경·노동·건설 등의 업무를 도에 넘기자는 이야기다. 외형상 현행체계를 유지하나, 독립적 사무배분으로 단층화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도의 기능을 전환하는 방안’이다. 도의 자치기능을 없애 국가기관으로 하되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일부를 도에 통합하는 방안이다. 도의 업무를 국가의 종합하부행정기관으로 하고, 자치사무는 시·군에서 전담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것이 ‘도-시·군 기능통합방안’이다. 도와 시·군의 기능을 합쳐 전국을 적정규모의 1계층 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하자는 것이다. 도시 중심의 세계화와 정보화 추세에 맞춰 예산절감 및 체계적인 지역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하는 방안과 가장 유사하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민노총 “노동장관 물러나라”

    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한 이견으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특히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인권위의 안은 ‘최소한의 기준점’이라며 무조건 수용할 것을 정부측에 요구, 노정간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18일 과천 그레이스호텔에서 열린 양 노총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인사문제를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 생각으로는 김대환 장관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김 장관이 지난 14일 인권위 의견표명이 있은 직후 “잘 모르면 용감하다.” “비전문가들의 월권 행위” “단세포적인 기준” 등 인권위에 대한 원색적 비난 이후 나온 노동계 입장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위원장은 “인권위가 노동계의 입장과 유사한 의견을 냈다고 해서 소신껏 자신의 역할을 이행한 국가기관에 그런 모독적인 언사를 할 수 있는 것이냐.”면서 “장관에 대한 신뢰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대화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지적, 김 장관의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이 위원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와 함께 노무현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다. 양 노총 위원장은 “인권위의 결정에 대한 정부여당 일부 인사들의 모독적 처사와 발언이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인지, 인권위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어떠한지 명확하게 밝혀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양 노총은 또 국가기관(노동부, 인권위)간 의견불일치가 국민을 혼란케 하고 있다며 정부 단일안 마련을 촉구했다. 양 노총은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 현재까지 노사정 대화가 기준점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바람에 소득도 없었다며 인권위의 안을 받아들일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노동계가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해 공세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하나의 의견에 불과하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인권위 “동일노동 동일임금”] 화해무드 노사정 재충돌 위기

    [인권위 “동일노동 동일임금”] 화해무드 노사정 재충돌 위기

    국가인권위원회의 비정규직법안 ‘의견표명’으로 모처럼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던 노사정 대화가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이에 따라 노사정 협상의 논의대상인 비정규직법안도 노사정의 충돌로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정규직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단순한 의견표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깊은 우려감을 나타내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정부는 일단 정치권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 대화를 통해 비정규직법안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노동계는 벌써부터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적어도 인권위의 의견표명으로 노사정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정부·여당과 사용자단체를 최대한 압박, 실리를 챙기려 들 게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와 달리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의 스탠스는 종전과 달라진 게 없다.”면서 비정규직법안 논의를 계속 진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의 관심사는 ‘최대한 인권보장’에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이와 똑같을 수 없다는 시각도 나타냈다. 전적으로 인권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기업이 고용을 하겠냐는 불만도 내비쳤다. 비정규직 보호를 근간으로 고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현 임금체계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지금처럼 연공서열, 생활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직무급 중심으로 완전히 개편되지 않는 한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인권위 의견표명에 대해 불만이다. 현재 비정규직 법안과 관련, 노사정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는데 인권위의 의견표명이 되레 협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노동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인권위 권고안은 그동안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족했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일정도 순항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인권위의 의견표명은 비정규직법안 폐기를 주장해왔던 노동계를 자극, 강성으로 흐르게 할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가 의견을 내자마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일제히 환영의 논평을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노총은 ‘인권위의 결정을 전면수용해 비정규직법안을 즉각 개정하라.”고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인권위의 의견이 정부나 여당에 의해 묵살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메시지도 담겨 있다. 하지만 노동계가 인권위의 의견표명을 계기로 강성기류를 고집한다면 비정규직법안을 둘러싼 노사정 대화와 협상은 국민의 기대와 달리 공전될 가능성이 크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백영서 연세대교수 3國 공동 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분석

    백영서 연세대교수 3國 공동 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 분석

    일본의 역사·공민교과서 왜곡이 도마에 오르면서 역사왜곡의 탈출구를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탈출구 모색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2001년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이후 한·중·일 3국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거사를 서술해보자는 움직임이 일었기 때문이다. 대구 전교조와 히로시마 교원노조, 한·일교과서연구회, 한·일역사교육교류회도 나섰고 한·중·일 3국의 공동 역사부교재 사업도 있었다. 분노하는 것만이 아니라 대안을 내기 위한 작업이다. 이 작업의 공통점은 ‘일국사’가 아닌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 접근해보자는 아이디어다. 이들 작업의 의미와 노력은 인정하면서도 ‘동아시아사’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6일 일본 도쿄대에서 열린 ‘역사교과서에 관한 한·일학술대회’에서 연세대 백영서 교수가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백 교수는 ‘동아시아 담론’을 주도해온 대표적 학자 가운데 한명으로 꼽힌다. 한·중·일 공동 역사부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를 분석한 백 교수의 비판 논리는 ‘동아시아사로서의 관점이 불명확하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각국 역사 병렬적 나열에 그쳐 동아시아적 관점으로 동아시아사를 서술한다는 것은 한·중·일 3국 역사서술을 단순히 ‘합친다.’는 뜻이 아니다.“동아시아 지역 전체를 구조적으로 연관시켜 파악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동 부교재는 ‘일제의 수탈과 피식민지의 피해’를 비교적 상세히 다룬 것 외에는 한·중·일 3국사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삼국지’라는 인상을 받는 이유는 동아시아사를 지향한다는 공동부교재 역시 여전히 “국가중심의 역사서술”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비판은 공동 역사부교재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예견됐었다. 역사부교재 사업을 두고 길게 봐서는 어차피 3국 민족주의자들간의 싸움으로 끝날 것이라는 노골적인 비아냥도 있었고 “과거에 대해 ‘동일한 기억’을 갖는다는 것이 가능한가.” 혹은 “역사 서술에 있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는 무슨 의미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있었다. ●국가중심 역사서술 고집 여전 그렇다면 일본 역사·공민교과서 왜곡으로 벌어진 역사전쟁을 뛰어넘는, 동아시아사를 가능케 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백 교수는 한국의 발전, 중국의 발전, 일본의 발전이라는 ‘일국사’의 관점을 유지하는 한 “휴전은 이뤄져도 평화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우리 사회에 본질적인 성찰을 가능케 하는 사건으로 ‘한승조 파문’을 꼽았다. 역설적이게도 이 사건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일본의 노선을 따라 ‘선진조국’ 건설에 매진해온 한국사회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이는 ‘야생초편지’의 저자 황대권씨가 한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현 정부에 답을 요구한 질문과 일맥상통한다.“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선진한국’ 건설과 ‘친일진상규명’을 동시에 이루려는 집권여당은 일본의 길을 따라 ‘선진조국’ 건설에 앞장서 온 친일파들과 과연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명박 시장 홈페이지 글 전문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 -수도분할을 중지하고 통일을 대비해야 합니다.- 대통령께서 인터넷에 띄우신 “행정수도 건설을 결심하게 된 사연”은 잘 읽어보았습니다.그 글에서 “행정수도 건설을 반대하는 사람도 꿈이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그렇습니다.저 이명박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저의 꿈은 통일수도입니다.대통령께서는 ‘분할된 수도’를 꿈꾸고 계시지만,저는 ‘통합 된 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충청권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온나라가 함께 잘사는 나라,남한과 북한이 하나 되고 함께 잘사는 나라,남북한 7천만 겨레가 합의하는 통일수도를 꿈꾸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개혁과 국가발전을 위해 애쓰고 계신 것에는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하지만 수도분할은 아닙니다.개혁도 아니고,균형발전도 아닙니다. 사실 수도이전 논의는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나온 것이어서,저는 선거가 끝나면 당연히 국민의 의사를 물어 재고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통령께서는 ‘수도이전 공약으로 재미 좀 봤다.’,‘한나라당에서도 재미좀 보라.’,‘정권의 명운을 건다.’,‘지배세력 교체를 위해 천도해야 한다.’,‘수도이전에 반대하는 것은 정권 흔들기다.’라고 말씀하시는 등 국가대사를 극단적으로 정치쟁점화하는 것을 보고,국가의 중대사인 수도이전을 오직 정치적 계산에서 추진한 것이지,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발전을 위해 오래전부터 심각하게 고민하여 추진한 것이 아님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신행정수도 예정지를 발표하고 후속 조치를 일사천리로 진행시켰습니다.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은 성공한 예가 없다고 역사는 가르치고 있습니다.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도이전은 지난해 대다수 국민의 반대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결국 무산되었습니다.저는 그때 국민과 함께 ‘국력낭비를 막았다.’면서 안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도이전이 수도분할의 망령으로 되살아나 또다시 정치에 남용되고 있고,국민을 괴롭히고 있습니다.수도이전보다 더 나쁜 수도분할에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은 성난 민심을 의식하여 “수도권 후속대책”을 쏟아내고 있고,국무총리는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를 만들어 수도분할을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습니다.수도분할로 충청권 주민을 현혹하더니,이제는 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주민을 현혹하려 하고 있습니다.정말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수도분할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제17대 국회는 2005년 3월 2일 수도를 분할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대통령과 6부는 서울에 남고,국무총리와 12부4처는 충청남도 연기·공주로 이전한다고 합니다.대통령은 3월 18일 이 법률을 공포했습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도를,그것도 행정부를 갈라 나누어 놓은 예는 없습니다.수도분할은 국정운영의 비효율과 국력 낭비,그리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 요즘은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입니다.국정운영의 효율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입니다.대통령과 국무총리,장관들이 서로 120km나 떨어진 장소에서 근무해서는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원만한 부처간 협의도,신속한 위기관리도 어려워집니다.수도분할은 국가정체성과 통치의 근본을 쪼개는 것으로서,수도이전보다 더 나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에 정략적으로 담합한 정치권은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16대 국회는 2003년 12월 ‘신행정수도건설을위한특별법’을 통과시켰습니다.그때 저는 이 법률의 통과를 막기 위해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국민과 함께 사방으로 뛰어 다녔으나,여·야 정치권은 저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다행하게도 우리의 입헌민주주의는 살아있었습니다.헌법재판소가 2004년 10월 21일 수도이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었습니다.대의민주주의의 타락에 경종을 울리는 역사적 순간이었고,대한민국 헌정사에 한 획을 긋는 잊지 못할 사건이었습니다. 그때 한나라당은 위헌 결정을 환영하면서,수도이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그러나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또다시 수도분할에 동조했습니다.수도를 두 동강내는 결정에 동조했던 정치권은 역사에 공동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중앙정부는 서울시와 단 한번의 사전·사후협의 없이 수도이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수도이전은 건국 이후 최대의 국책사업입니다.그런데도 중앙정부는 사전에도,사후에도 서울특별시장의 의견을 구하거나,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작은 프로젝트의 경우에도,이해당사자나 전문가와 오랜 기간 기술적·경제적으로 치밀한 사전 검토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추진합니다.이것은 최소한의 예의이며,필수적인 절차입니다.수도이전은 작은 프로젝트가 아니라 국가 대사입니다.그럼에도 정부에서는 이러한 최소한의 예의와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정치적 담합으로 수도분할을 기정사실화 해놓고,“후속대책을 마련한다.”는 빌미로 사후적으로 지방정부를 불러 무조건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가 아닙니다.민주주의가 아니라 권위주의의 부활이며,참여를 가장하여 지방자치를 억누르는 ‘참여권위주의’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지방자치의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해야 합니다.시대에 역행하는 ‘권위주의’ 방식의 모양 갖추기에는 결코 승복할 수 없습니다. 수도분할 반대는 수도권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지역이기주의가 아니라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제가 수도분할에 반대하는 것은 수도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대가 아닙니다.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위한 충정에서 비롯된 것입니다.국가균형발전은 충청권으로의 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로 이룰 수 없습니다.만일 제가 충청권 시·도지사였을지라도,수도이전의 문제점을 똑같이 지적했을 것입니다. 수도이전 문제는 통일을 대비해서 국민의 뜻에 따라 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믿음입니다. ●해양수산부 이전 반대 이유는 지금도 타당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장관 재직 시에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지금 보아도 아주 잘하신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는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가면 서울에 따로 사무소를 두어야 하고,장관은 거의 서울에 있어야 한다.”,“장·차관이 매주 국무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국회에도 출석해야 하는데,서울에서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지방으로 이전하면 결재 등 업무효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부처이전보다는 실질적인 업무와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참으로 올바른 지적이며,지금도 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때나,지금이나 사정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그런데도 대통령께서는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정부의 “수도권 후속대책”은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수도권 후속대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서울시가 이미 계획했거나 추진하는 사업을 자신들이 새롭게 수립한 것인 양 발표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아무런 사전상의도 없이 서울시의 정책을 복사하여 발표한 것은 명백한 표절입니다. 중앙정부의 뚜렷한 역할이나 예산지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여당에서는 “서울시 청사를 광화문네거리에 대형 건물로 짓겠다.”고 하고,정부에서는 “대학로 발전방안”까지 발표했습니다. 대학로를 꾸미는 일은 기초자치단체인 종로구가 추진하고 있는 고유 업무이며,“청계천 역사문화벨트 조성”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점사업입니다.그런데도 이러한 사업들을 마치 중앙정부가 마련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어이가 없는 일이며,그간 준비가 안 되어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여당에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촉구합니다. 정부·여당은 수도분할로 텅 비게 될 정부청사에 “벤처단지 조성”과 “초고층 업무빌딩 유치”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수도권과밀 해소를 위해 수도분할을 한다면서,그 후속대책으로는 오히려 수도권과밀을 부추긴다면,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입니다.정부부처가 떠난 자리에 기업을 유치하겠다면,처음부터 연기·공주에 유치하는 게 훨씬 더 낫습니다. 수도이전과 수도분할은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과밀 해소’를 이유로 추진되어 왔습니다.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저의와 진실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선거 때마다 이용하려는 정치책략임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되었습니다.그래서 국민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심 쓰듯이 “후속대책”을 급조하고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수도분할을 더욱 잘못되게 하는 일이며,충청권과 수도권,나아가 국민을 두 번 속이는 일입니다.국민을 두려워한다면,국가균형발전을 원한다면,이제는 진정으로 지방을 도와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수도분할과 “수도권 후속대책”은 바른 길(正道)이 아닙니다.국민의 행복보다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는 그릇된 길(邪道)입니다.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의 앞날을 걱정하는 바른 길로 돌아와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길로 가기를 호소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진정한 지방분권과 재정지원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고 한다면,중앙정부에 집중되어 있는 권한과 재원을 과감히 지방으로 이양해야 합니다. 정부와 여당은 서울집중을 막기 위해 백약을 다 썼으나 무효였다고 하고 그래서 수도이전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실은 백약 중 가장 효험이 있을 약은 제쳐두고 있었습니다.그것은 대통령과 중앙정부의 권한과 재원을 지방에 나누어 넘겨주는 일,즉 진정한 ‘분권’입니다. 중앙집권의 낡은 틀을 그대로 둔 채,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을 한다고 해서 지방이 잘 살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균형발전의 길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지방에 실질적인 결정 권한과 재원을 주면,지방정부는 지역특성에 맞는 발전을 이뤄 나갈 능력이 있습니다.세원이 많은 곳에서 세금을 더 거두어,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에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수도분할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의 일부를 지방에 지원해야 합니다.그러면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발전을 이루어 지역균형발전은 빨라질 것입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을 인위적으로 강제 배분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며,지방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서울의 과밀은 해소되고 있습니다.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수도이전 또는 수도분할의 가장 큰 이유는 수도권 과밀 해소 및 국가균형발전입니다.수도이전으로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경제·산업·교육의 기능을 분산시키고,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은 세계화와 개방화의 시대입니다.수도권의 기능을 억제한다고 해서,이것이 곧 비수도권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왜냐하면 자본과 시설,사람이 외국으로 나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지난날 수도권정책이 수없이 반복되었어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시대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도권 집중을 인위적으로 억제해서 그 반사이익이 상해,동경 등 다른 경쟁도시의 몫으로 돌아간다면,그것은 오히려 서울과 지방을 공멸시키고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하겠습니다.수도권 집중을 억제해도 비수도권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비수도권의 발전은 그 지역 스스로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는 수도분할의 이유를 들면서 국가균형발전보다 수도권 과밀을 걱정하셨는데,이것은 인식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합니다.현재 수도권은 과밀화 진행 단계를 지났습니다.서울의 인구는 줄고 있고,서울의 교통,환경,주거 여건은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1970∼80년대에는 인구과밀을 걱정했으나,1990∼2000년대에는 인구의 과소를 걱정할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서울시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실제로 구체적인 성과를 착실히 이뤄가고 있습니다.서울에 세계의 첨단기업이 모여들고 있는 것은 그 증거입니다. ●공장의 위치보다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합니다. 정부는 지금 수도권규제완화를 거론하고 있습니다.그렇습니다.일부 규제는 필요하겠지만,수도권의 경쟁력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는 없애야 할 것입니다.그간 서울시는 수차례에 걸쳐 지나친 수도권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반영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요즘은 세계화 시대입니다.세계 각국이 자본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수도권에 공장을 짓지 못하게 하면,지방으로 가는 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갑니다. 공장의 위치가 수도권에 있느냐,지방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일자리 창출이 중요하고,청년실업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흥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는 별개의 사안입니다.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참여정부는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공장총량제 등 수도권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대통령께서는 “행정수도이전 정책과 수도권규제 개선은 수도권과 지방의 정치적 빅딜로서 함께 윈-윈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하셨습니다. 이는 수도이전과 수도권규제 완화를 “맞교환하자.”는 주장인데,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근본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수도이전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국가대사로서,수도권규제 완화와는 그 성격과 비중이 다릅니다. 수도이전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도권의 규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것은,마치 ‘정치적 흥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습니다.수도이전을 해도,지금의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합리적이라면 그 자세를 일관되게 유지해야 옳을 것입니다.마찬가지로 수도이전을 하지 않더라도,수도권 규제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이를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그간 서울시가 수도권규제 완화와 수도권발전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중앙정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수도분할에 대한 수도권주민의 분노가 들끓자,이를 달래려는 ‘사탕발림’ 식으로 수도권발전을 거론하고 있습니다.국가경영에는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시류에 따라,정치 분위기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됩니다.중앙정부가 진정으로 수도권발전을 원한다면,서울시가 꾸준히 건의해 온 방안을 검토하기를 바랍니다. ●서울은 지방이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동북아중심국가’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서울의 경쟁력은 필수입니다.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시대입니다.대도시의 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은 주변 강대국의 주요 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동경,북경,상해,싱가포르 등 경쟁도시들과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하고,이겨야 합니다.그래야 대한민국의 국력이 커질 것입니다.그런데 멀쩡한 수도를 두 동강낸다면,서울과 대한민국의 경쟁력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일본 도쿄도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적이 있습니다.오랜 세월 검토하다가,지난 2003년에 수도이전 논의를 중단했습니다.오히려 도쿄의 도시경쟁력을 키워주고 있습니다.2002년 7월 “수도권·기성시가지의 공업 및 제한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여 동경의 경쟁력이 곧 일본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유럽의 국가들도 20세기에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분산정책을 취했습니다.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대도시의 경쟁력을 육성하는 새로운 국가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런던,파리,로마,프랑크푸르트,베를린,그리고 브뤼셀 등 유럽 각국의 수도들은 유럽연합(EU)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강력한 집중전략을 다시 펴고 있습니다. ‘수도이전이 국가균형발전과 무관하다’는 사실은 대통령께서도 잘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서울은 부산,대구,대전,광주 등 지방도시와 경쟁하지 않습니다.동북아시아의 주도권을 놓고,도쿄,상하이,베이징,홍콩,싱가포르 등 대도시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아시아 주요 도시와의 경쟁에서 서울이 이겨야 중앙정부가 표방하는 ‘동북아중심국가’도 성공할 것입니다. ●서울과 지방은 상호보완 속에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은 획일적인 형평성을 지향하는 ‘하향평준화’가 아닙니다.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향일류화’가 되어야 합니다.그러자면,수도권과 지방이 상호보완을 이루어,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길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부는 서울과 지방을 분열시키지 않아야 합니다.서울과 지방은 서로 돕는 보완관계에 있습니다.예를 들어,전라남도의 관광단지가 발전하면 서울의 시민들이 가서 보고,지방의 무공해 농산물은 수도권시민이 이를 소비합니다. 수도를 약화시켜 다른 지방을 발전시킨다는 전략은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수도를 여러 개 만들어서는 안 되며,서울·대구·광주는 각자 특색 있게 발전시켜 상호보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해야 합니다. ●수도이전에 쓸 재정이 있다면 통일비용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수도이전은 ‘평화통일’이라는 민족의 염원과 통일한국의 장래를 염두에 두고 구상되어야 합니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고립되어 있고,경제난이 겹쳐 체제가 내구력을 상실해 가고 있습니다.이러한 정세를 감안할 때,통일이 언제 실현될 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그러나,정부가 수도를 분할하여,새로운 행정도시를 완성하는 시기 이전에 통일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도를 온전히 지키는 일은 “통일 다음으로 중요한 이 시대의 애국과제”라고 생각합니다.그 이유는 수도가 국정수행의 중심이자,국가정통성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통일한국과 7천만 겨레,그리고 후손들의 행복을 생각한다면,수도를 두 동강내서는 안 됩니다. 국가경영에는 우선순위가 있습니다.수도분할은 시급하지 않습니다.지금은 수도분할이 아니라,민족통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수도이전이나 수도분할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됩니다.남·북한이 통일 후 공동 번영을 이루려면 엄청난 규모의 재정이 필요할 것인데,이렇게 한가하게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닙니다.수도분할에 사용할 재정이 있다면,통일시대를 대비하는 재원으로 아껴 두어야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100만 명에 이르는 젊은 실업자가 있습니다.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젊은이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입니다.수도이전에 쓸 돈이 있다면,차라리 그 비용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더 현명합니다. ●국익을 위해 결심을 바꾸는 것은 지도자의 진정한 용기입니다. 국가지도자는 결심을 하고 집행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때로는 결정을 취소하고 결심을 바꾸는 용기도 필요합니다.개인적인 차원의 명분보다 국가의 명운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노 대통령께서 지도자로 높이 평가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0년대 말에 추진했던 ‘행정수도이전계획’은 수도의 영구이전이 아닌 임시 행정수도로의 이전계획이었습니다. 이는 당시 미국의 카터 대통령이 미군 철수를 언급하여 한미관계가 어려워지고 안보불안이 커진 상황에서,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나기 위한 국가안보상의 필요에서 추진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현재는 그 때와 모든 국내외 상황과 여건이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동서냉전 시대가 가고 남·북 긴장이 완화되었으며,이제 세계는 경제적으로 국경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북한의 기습공격을 대비해야 했던 30년 전에는 수도이전이 논의될 만 했을지라도,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 세계와의 경쟁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6년에 ‘제6회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가,경제여력이 없다는 이유로,그리고 소요 재원을 국가적으로 더 시급했던 산업발전에 쓰기 위해 이를 반납했던 적이 있습니다. 행정중심도시는 어차피 성공하지 못할 일입니다.저는 젊어서부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부터 동토의 시베리아까지 전 세계를 누비며 일해 왔습니다.그러나,세계 어느 곳에서도 수도를 분할한 사례를 본적이 없고,브라질·호주·말레이지아 등 수도이전을 추진했던 나라의 경우에도 수도이전에 성공한 사례를 본적이 없습니다.결국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수도분할도 국력낭비로 이어질 것이 명백합니다.사정이 이런데도 꼭 해야겠다고 고집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습니다. 국가지도자는 단순히 정책을 수립했다는 사실만으로 평가받는 것은 아닙니다.때로는 국익을 위해 기존의 정책을 바꾸거나 포기하는 지도자가 더 높은 평가를 받을 때도 있습니다.자신보다 나라를 먼저 걱정하는 혜안과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지도자의 결단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대통령께서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수도분할을 재고해 주시기를 바랍니다.만약 생각을 바꾸신다면,우리국민들은 은퇴 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라 믿습니다. 2005년 3월 24일 서울특별시장 이명박
  • [사설] 한나라 TK투톱 거꾸로 간다

    한나라당이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 데 이어 당직개편을 하는 등 체제를 정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당대표와 강재섭 원내대표 투톱에게 주어진 과제는 야당다운 야당으로 당을 개혁하고, 책임정당,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라는 것이다. 박 대표와 강 원내대표는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선출직을 놓고 지역편중이라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지도부의 지역적 기반이 겹침으로 해서 당의 노선이 일방통행식 보수화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벌써 그런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상생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여당의 양보를 전제로 내세웠고,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여야합의나 지금까지 수렴된 한나라당의 당론보다 후퇴한 발언을 쏟아놓고 있다. 강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의 기본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개정해야 한다면서 대체입법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국가보안법은 여야가 지난해말 대체입법쪽으로 의견이 접근했고, 사립학교법도 합의처리키로 약속한 사안이다. 벌써 이런다면 당론결정이나 여야협상에서 상생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협상대표가 바뀌었다고 그동안의 협의나 진전을 부정하는 것은 공당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행정도시법만 해도 한나라당은 합의해 놓고 뒤늦게 나자빠지는 행태를 보이지 않았는가. ‘개혁적 보수’라는 한나라당의 노선은 누가 봐도 어느 쪽인지 애매모호하다. 시대 흐름을 주도하지 못할 바에는 따라가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이 해야 할 일은 먼저 양보하면 상생하겠다는 투가 아니라, 우리는 합심해서 이런저런 정책을 밀고나가겠다고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한나라당 ‘박·강 투톱체제’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당을 대표할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
  • [낮은소리] “産災 진료비 심사 현행대로”

    [낮은소리] “産災 진료비 심사 현행대로”

    ■ 산재근로자들 ‘3大 의료비 심사 일원화’ 반발 지난 2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쌀쌀한 날씨 속에 휠체어를 탄 100여명의 산재근로자와 그 보호자들이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산업재해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쑤시고 저려오는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 여당 의원들이 입법을 추진 중인 ‘국민의료비 심사 일원화’에 반대하며 시위에 나선 것이다. 그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절실한 문제였지만 사회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입법화 저지를 위해 길거리에 나선 산재근로자와 가족들의 주장을 들어봤다. ●여당의 입법 추진에 산재근로자 강력 반발 여당이 입법을 추진 중인 국민의료비 심사 일원화란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등의 진료비 심사기능을 하나로 묶어 통합심사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속칭 ‘나이롱’ 환자 때문에 진료비가 심각하게 누수되는 것이 입법화 이유 중 하나다. 동일 질병과 부상에는 동일 의료를 적용하겠다는 원칙이다. 현재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의 진료비 심사기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자동차보험회사, 근로복지공단 등이 각각 나눠서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가칭 ‘의료심사평가원’을 만들어 산재 심사팀과 자동차사고 심사팀을 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심사 일원화에 산재환자와 보호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 등이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 입법화 공청회를 개최하려 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공청회를 막았다. 시위를 주도한 한국산재노동자협회 권수명 회장은 “심사기구를 하나로 통합하면 산재노동자들은 엄청난 피해를 본다.”며 통합기구 입법화를 결사 반대했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이해 당사자를 제쳐놓고 공청회를 하려는 데 대해 극도로 분노했다. 산재노동자협회 김형돈 사무총장은 “과잉진료와 의료비 누수를 차단하기 위해 심사기구 통합을 시도한다고 하지만 산재환자는 건강보험 환자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산재환자,“심사 일원화는 도움 안된다” 산재환자들은 심사일원화가 이루어졌을 경우 본인부담 증가 등으로 지속적인 치료가 불가능해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심사일원화가 이뤄지면 진료비 등이 건강보험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심사일원화 입법화를 ‘하향 평준화’ 정책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재신문 이호 편집부장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은 제도의 취지가 다르다.”면서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직장에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일터에서 다치면 치료·요양·재활까지 모두 책임진다. 또 재발하거나 악화되면 다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노동 능력이 회복돼야 병원문을 나선다. 또 산재로 판정되면 치료비는 물론 간병료, 교통비 등이 산재보험에서 지급된다. 일시불 또는 연금형식으로 장애급여도 받을 수 있고 치료 중 사망하면 유족급여도 나온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되면 돈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게 이 부장의 주장이다. 이 부장은 선진국의 경우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보험적용 범위가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큰 차이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산재보험의 적용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산재환자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총장은 산재보험 환자와 자동차보험 환자들이 고무줄처럼 입원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의료비가 심각하게 누수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했다. 김 총장은 “여당이 입법화를 고집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목숨과 직결된 만큼 100만여명의 산재환자가 투쟁대열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의료비 통합심사 입법화 나선 장복심의원 열린우리당 장복심의원은 ‘국민의료비 심사일원화 입법안’ 주제발표문에서 심사일원화의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장 의원은 “심사기능이 일원화되면 진료비 심사가 통합된 기구로 단일화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사고나 질병 발생시 보험종류에 관계없이 의료기관 어디에서나 차별 없는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요양기관도 단일 창구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어 행정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심사평가 기능 승계 바람직 장 의원은 심사일원화 방법과 관련, 현재 우리나라 진료비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건강보험의 심사평가 기능을 원칙적으로 승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특히 진료비 심사가 건강보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중 어느 한쪽의 심사논리에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별도의 통합심사기구(가칭 의료심사평가원)를 설립, 모든 보험의 진료비 심사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심사일원화의 장점과 관련, 장 의원은 먼저 환자의 진료권 보장을 꼽았다. 질병이나 사고 발생시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 어느 보험이든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치료받고자 하는 병원 어느 곳이나 방문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가입한 보험 종류에 상관없이 의학적으로 적정하기만 하면 질병이나 사고가 발생한 때부터 후유증 치료에 이르기까지 치료기간을 사전 승인받지 않고도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자 보상 늘고 보험료는 줄것 이밖에 산재환자나 자동차보험환자의 보상이 확대되고 보험료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장 의원은 “현행 보험제도는 산재환자나 자동차보험환자의 입원기간이 보상금과 연계돼 있어 불필요하게 입원기간을 늘리는 바람에 진료비의 누수를 가져온다.”면서 “이렇게 낭비되는 진료비를 막으면 사고 후 받게 되는 보상액을 늘리거나 보험료를 절감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또 심사일원화가 제도화되면 의료기관은 환자의 보험종류와 관계없이 한곳의 통합심사기구에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어 진료비 청구절차가 간소화되고, 진료비 지급 처리기간도 짧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롱 환자’ 줄어 병상 회전율 증가 또 “심사일원화로 환자의 총체적인 관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불필요한 환자가 병상을 차지하는 일이 줄어들고 그 병상을 신규 환자로 채울 수 있어 병상회전율이 증가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심사일원화의 추진방안에 대해 장 의원은 “기존의 건강보험심사기구에 위탁하는 방안보다는 별도의 법에 근거한 통합심사기관에서 수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심사일원화의 요체는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의 제도적인 일원화가 아니라 진료비의 심사 부분에 한정된 일원화일 뿐” 이라고 강조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외국에서는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심사일원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태선 연구기획팀장은 “일반적으로 선진국들은 건강보험에서 모든 의료비를 심사해 비용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라며 “적어도 심사기구는 전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나, 건강보험에서 산재보험의 심사나 진료비 지불을 일괄 담당한다. 스웨덴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구별없이 통합된 사회보험체계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산재보험과 관련해 대부분의 나라는 의료수가나 진료비 지불이 일원화돼 있다. 이 팀장은 “지금보다 제대로된 기준에서 심사를 하게 되면 관리해이를 막을 수 있다.”면서 “‘나이롱’ 환자가 아닌 진짜 환자는 훨씬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외국의 자동차보험은 대체로 자동차에 대한 보상, 즉 대물손실만을 담당한다. 대인손실 부문, 즉 사고로 인한 신체적 상해에 대한 진료비 부분은 원칙적으로 건강보험에서 처리하고 있다. 진료비 부담방식의 경우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는 모든 비용을 건강보험에서 지불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은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을 별도 운영하지만 건강보험에서 진료비를 먼저 지급한 후 자동차보험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닻 올린 행정도시] 정부 부담 8조5000억…실제론 ‘눈덩이’ 우려

    [닻 올린 행정도시] 정부 부담 8조5000억…실제론 ‘눈덩이’ 우려

    ■ 남은 문제점 여야가 행정도시 이전 후속 조치에 합의함으로써 정부 부처의 3분의2 이상이 공주·연기로 옮겨갈 대역사가 가시권에 든 인상이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행정도시 건설은 공사기간과 부처 이전기간이 길어 비용과 착공시기 등이 잠복변수로 남아 있다. ●정부 부담 비용 늘어나면? 여야는 행정도시 건설을 위해 정부가 직접 지출할 비용의 상한선을 8조 5000억원으로 합의했다. 신행정수도 후속대책특위는 중앙행정기관 건축비와 부지매입비 등 2조 8000억원, 지방자치단체의 공공 건축비와 공공용지 비용 등이 3조 6000억여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초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법안의 상한선은 10조원이었고 한나라당은 5조원이 넘으면 곤란하다고 맞서다가 1조 5000억원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으로 광역기반시설 사업비 2조9000억여원 가운데 1조 5000억원을 줄이되 건설사업비 일부는 민자유치사업으로 돌리고 모자라는 비용은 개발이익부담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비용은 2003년 물가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어서 실제 공사 시행 과정에서 정부 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행정수도대책특위 한나라당 간사인 김학송 의원은 “4∼5년 지나면 물가상승 등 상황이 변해서 정부 부담비 상한선이 늘어나 여당이 개정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증가폭을 최대로 줄여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 시기도 남은 뇌관 여야가 합의해 건설교통위를 통과한 특별법안에 착공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신행정수도대책특위는 “2007년에 차기 대선이 있어 정쟁소지를 없애기 위해 착공시기는 못박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2007년 말 건설공사를 시작하자는 입장이었고, 한나라당은 2008년 착공을 주장했다. 김한길 신행정수도대책특위 위원장도 사안의 민감함을 감안한 듯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착공 시점에 여야간 이견이 없다.”면서 “특별법안에 따른 후속 절차가 한두 해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착공시점을 못박기 어렵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겉으로는 공사시기는 유동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이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뇌관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정치권의 합의 일정에 따른다는 원칙이지만 일단 착공은 2007년, 부처 이전은 2012년부터 시작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착공 전까지의 후속 절차를 놓고 여야가 해석을 달리할 경우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높다. 이종수 박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수도권·충청권 연담화 가능성 행정수도 위헌 결정이 나기 전인 지난해 후보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 가운데 하나는 후보지와 수도권, 후보지와 인근 도시간의 연담화 가능성이었다. 연담화는 담이 길게 이어지듯 도시와 도시가 길게 연결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후보지가 수도권과 가까우면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수도권 확산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연기·공주가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것도 서울과의 직선거리가 120㎞에 달해 연담화의 가능성이 작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서울∼천안∼연기·공주∼대전·청주 이어지나 그러나 연기·공주 역시 연담화의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과의 거리가 120㎞에 달하지만 중간중간에 여러 도시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도권과 연기·공주 사이에는 천안과 아산시가 있다. 서울에서 천안·아산까지는 고속철이 이어지고, 또 경부선2복선도 연결된다. 전철을 타면 서울에서 천안까지 79분이면 갈 수 있을 정도로 천안과 서울은 가까워졌다. 천안에서 연기·공주까지의 거리도 45㎞에 불과하다. 또 연기·공주에서 청주까지는 20여㎞ 거리다.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에서 만난 신모씨는 “청주 오송지역이 자전거로 통학하는 거리”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청주와 오송, 조치원, 공주가 너무 가까워 자연스레 도시들이 이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에서 용인∼화성∼평택∼천안까지 이어지는 수도권 서해안 도시벨트와 행정도시가 거대한 연담화 권역이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불균형 우려도 정부는 연기·공주에 행정도시가 들어서게 되면 지방의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인근 지역과의 또 다른 차원의 불균형을 우려하는 소리도 만만찮다. 연기·공주의 흡인력 때문에 인근 중소도시가 제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북 청주나 전북지역 도시의 경우 대전과 행정도시의 흡인력으로 인해 활력을 잃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부산·광주지역은 행정도시와 떨어져 있어 나름의 구심력을 가질 수 있지만 전주나 청주는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한나라당 거센 후폭풍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여야 합의를 둘러싸고 한나라당이 극심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24일 대여 강경파인 이재오·김문수·배일도 의원 등이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을 점거한 채 이틀째 ‘무기한 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맹형규·박진·임태희·정병국·공성진·정두언 의원 등 중도·개혁성향의 수도권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심재철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안에 대한 여야 합의에 반발, 기획위원장 자리를 내놓는 등 당직자 사퇴로 번지고 있다. 맹 의원 등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는 국리민복이 아닌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며 “여야를 막론하고 기형적인 수도 이전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뜻을 모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농성파 의원들은 전날 의총에서 실시된 표결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참 의원들을 대상으로 추인 반대 서명을 벌이는 한편 본회의 처리도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재오 의원은 “앞으로 본회의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는 만큼 뜻이 있다면 길이 있을 것”이라며 “오는 3월2일 본회의 통과를 막을 수 있는 비책을 세워놓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울시의회,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등 시민단체 등과도 연대해 ‘이전반대 범국민운동’을 전개하고, 특별법 통과시 헌재에 다시 위헌 제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대표는 “소수당으로서 정부 여당이 정치적으로 마음대로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협상에 나서야 했지만 우리가 지킬 것은 지켰다.”며 협상과정에서 수도 서울의 상징적 위상을 지켜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번 갈등은 특히 여야 합의를 주도한 박 대표와 이에 반대하는 이명박 서울시장, 수도 이전은 수용하되 수도권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손학규 경기지사 등 ‘3룡(龍)’으로 불리는 차기 대선주자의 당내 세력판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춘희 기획단 부단장 정부 신행정수도후속대책기획단 이춘희 부단장은 24일 “여야의 12부,4처,2청 이전 합의로 행정도시 규모는 당초 청와대를 포함한 전 부처 이전계획과 비교해 55% 선으로 줄었다.”면서 “인구 50만명의 복합도시 기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대학유치 등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여야의 이전규모 합의로도 당초 목표한 행정수도 이전의 효과를 거둘 수 있나. -물론 줄어든 만큼 처음 계획과는 차이가 있다. 다만 행정도시가 복합기능을 갖도록 한다는 데는 여야가 이견이 없는 만큼 국가 균형발전의 목표는 충분히 거둘 수 있다. 여야 합의에 따른 공무원 이전 규모는. -모두 49개 기관에서 대략 1만명 선이 될 듯하다. 법무부와 행자부 등이 포함된 이전계획에는 1만 4000명이었다. 당초의 청와대를 포함한 이전계획(18부,4처,3청 이전)과 비교하면 55% 규모다. 행정도시의 명칭과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되나. -명칭과 법적 지위, 행정구역 등은 따로 정하기로 특별법에 돼 있다. 도시 이름 등은 국민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 행정도시에 경제기능도 포함되나.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기능이 중심이다. 새로운 경제권을 형성하는 방안은 특별히 검토되고 있지 않다. 정부과천청사는 어떻게 활용되나. -일반에 매각해 벤처타운을 건설하거나 특별행정기관·지방행정기관 등을 이전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정부와 경기도·과천시 등이 지역여론 등을 수렴해 심도 있게 검토한 뒤 과천 도시개발계획을 수립하면서 결정하게 될 것이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집단소송

    [논술이 술술] 시사 키워드 / 집단소송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가 올해부터 시행돼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기업의 분식회계, 주가조작 등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 그 중 1명 또는 몇명이 대표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판결의 효력이 피해자 전체에 미치게 하는 제도다.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에 이어 우리가 세계 두 번째다. 분식회계나 허위공시로 주주가 손해를 보면 그 기업에서 손해를 보상해 주도록 하는 소액투자자 보호책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 제도의 시행이 경영을 위축시키고 남용될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시행 연기나 보완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기업의 과거분식을 2년간 집단소송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곧 통과시킬 계획이다. 이해찬 국무총리도 지난 15일 이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일부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집단소송은 증권관련 소송뿐만 아니라 소비자 집단소송, 식품보건 집단소송, 환경 집단소송 등이 있을 수 있고 관련 정부부처에서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이란 기업의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으로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았을 경우 이를 법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피해를 본 소액주주 가운데 한 명이 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똑같은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는 별도의 소송 없이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이 제도는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 실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재판의 효과가 소송을 낸 사람에게만 미쳐 증권 관련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개인 또는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은 우선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인 82개 상장·등록기업이다. 소송은 피해집단 구성원이 50명 이상이며, 동시에 소송 대상기업이 발행한 유가증권 총수의 1만분의1 이상을 보유한 경우 낼 수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 배경과 찬성론 정부가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개별 기업 대주주의 횡포에 대해 상대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내부자거래, 분식 결산, 부실 공시 등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심증은 있지만 소송비용이 너무 커 소송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집단소송제 시행으로 기업 경영에 대한 견제장치가 확보돼 투명경영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의 한국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재계의 반발 그러나 재계의 생각은 다르다. 제도 도입 전부터 지금까지 재계는 집단소송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미국에서 지난 2002년 집단소송제 남발로 국내총생산(GDP)의 2.2%인 2334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집단소송이 손해배상 능력이 있는 우량기업에 집중됐고 주주들은 주가급락으로 손실을 보고 배상 때문에 기업가치가 하락해 또 피해를 봐 집단소송제가 주주이익을 보호하기보다는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의는 미국의 집단소송 발생건수가 90년 922건에서 2002년에 2916건으로 10여년만에 3배 이상으로 급증, 월마트와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 글로벌 초우량기업들도 다양한 이유로 곤욕을 치렀다고 지적했다. 상의는 “이런 폐해 때문에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지고 있으나 우리의 경우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며 집단소송을 제조물과 환경 등의 분야로 확대 시행하려는 법안과 식품분야에 도입하려는 식품안전기본법안의 입법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재계는 현행 회계기준에 모호한 구석이 많은 데다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회계처리 실수나 오류까지 분식회계로 분류해 집단소송을 당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며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법 개정 최근 미국 상원은 집단소송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소송액 500만달러 이상의 대규모 집단소송은 기존의 주 법원에서 연방 법원으로 옮기고, 변호사보다 원고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명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연초 국정 연설에서 “미국 경제가 무책임한 집단소송 등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면서 “소송으로부터 정직한 중소기업인들을 보호하고 이들이 불필요한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이번 집단소송제 개정안이 전국적 규모의 집단 소송을 대부분 없앨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편 미국 변호사들의 과도한 수임료도 문제가 됐다. 미국에서 1991∼1999년 제기된 집단 소송 1571건의 평균 배상액은 원고들이 처음 주장한 피해금액의 3.3%에 그쳤다. 또한 이중 3분의1은 변호사에게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단체 소송도 곧 시행 소비자 단체소송제는 말 그대로 소액의 제품을 구매한 뒤 피해를 본 다수의 소비자들 개개인이 직접 해당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묶어 일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안전 거래 표시 광고 개인정보 등과 관련된 기업의 위법한 행위나 부당한 행위로 많은 소비자들이 생명과 신체, 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일정 요건을 갖춘 소비자단체 등이 대표로 법원에 이를 중지하도록 청구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포함한 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 제출했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단체소송제는 3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시행된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김덕룡대표 “무정쟁 실천… 경제 살리자”

    김덕룡대표 “무정쟁 실천… 경제 살리자”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2일 국가보안법 등 ‘3대 쟁점법안’에 대해 “민생을 살리기보다는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초래하고 정쟁의 불씨가 될지도 모른다.”며 “일정 기간만이라도 처리를 유보하자.”고 제의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쟁을 지양할 것을 거듭 여당에 촉구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당론이란 ‘밭’에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라는 ‘씨앗’을 뿌리는 방식을 취했다. 먼저 김 원내대표는 당 선진화비전에서 지속적으로 발표한 시장경제와 공동체자유주의,‘촘촘한 복지’ 등의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른 각론으로 ▲정부 규제 혁파 ▲법인세 인하 ▲자립형 사립고·공립고교의 육성 ▲1인 연금제도 ▲자원봉사활동지원법 제정 등을 연설 목록에 올렸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 김 원내대표는 “결코 논의를 회피하지 않을 것이며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해 갈 것”이라면서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당론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주도한 6·3세대로서 한·일협정에 대해서는 “부정한 정치자금이 오고갔다면 그것 또한 밝혀져야 한다.”면서 “개인청구권 부분에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소신을 더했다. 또 ‘세계한민족공동체재단’ 운영의 체험을 실어 해외동포 참정권 부여 등도 주장했다. 여권에 대해서는 간접화법으로 차별성을 시도했다. 신행정수도 이전 후속대책과 관련, 헌법재판소 결정문의 취지를 강조함으로써 여권이 합의한 대규모의 부처 이전을 반대한 대목이 전형적이다. 또 이해찬 국무총리가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 면책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모처럼 잘한 일”이라고 호응을 곁들인 뒤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출자총액제한제도도 종국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정치 소신은 주로 ‘상생’과 의회주의 강화에 실렸다. 여야 지도부가 앞다퉈 선언한 ‘무정쟁’을 적극 실천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불신과 과격한 표현만은 삼가자.”는 취지의 국회의원 명예헌장 제정과 ‘새정치협약’ 구체화, 국회예산정책처 기능 확대, 입법조사기구 신설 등을 제안했다. 이어 “당리당략을 떠나 개헌 문제에 연구도 진척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모처럼 조성된 ‘민생·화합 강조 모드’에 찬물을 끼얹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레 언급했지만 논의의 물꼬는 터놓았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信不구제 혈세 쓰나’ 논란

    ‘信不구제 혈세 쓰나’ 논란

    정부가 다음달 신용불량자들에 대한 추가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여당이 국민세금을 신용불량자 부채탕감에 동원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원자금 마련방안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는 정부 안에서조차 ‘모럴 해저드’(여력이 있는데도 돈을 갚지 않는 등의 도덕적 해이) 확산과 세금 전용(轉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납세자들로부터 “혈세(血稅)를 쓰는 것은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정에서 1조원 마련해 신용회복 지원 열린우리당은 지난 25일 비전2005위원회를 열어 스스로 회생할 능력을 상실한 한계 신용불량자의 빚을 금융기관이 손비(損費)처리 하는 방식으로 탕감해 주고, 그 손실분을 금융기관과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정부쪽 재원은 각 부처의 경상비 예산을 5%(1조원 추정) 삭감해 마련키로 했다. 이 방안은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 정책위 수석부의장의 아이디어로 추진됐다. 강 부의장은 “외환위기 때에도 공무원 임금 등 정부재정을 10% 절감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신용불량자 지원을 금융기관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부의 공동부담이 불가피하다.”면서 “공무원 봉급 등 필수경비를 손대는 게 아니라 재정의 비효율성을 줄여 충당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상비 예산은 기관의 유지·운영에 쓰는 것을 통칭하는 말로 관서운영비, 여비, 업무추진비 등이 대표적이다. ●재경부 “국가가 너무 깊이 간여하면…” 이 방안의 현실성에 대해 정부 안에서 먼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정치권이 앞장서 정책집행의 ‘실탄’을 마련해주겠다는 데 대해서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과정에서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와 채무자의 상호계약에 정부가 재정을 동원하면서까지 개입하는 것 자체가 부자연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방안대로라면 상당수준의 부채 원금탕감이 불가피해 정부정책의 골간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여당의 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단 원금탕감까지 고려하는 구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여러차례에 걸쳐 “원금을 깎아주면 신용질서가 무너지게 되므로 모럴해저드 방지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혀왔다. ●가구당 6만원…사실상 공적자금 투입? 사실상의 공적자금 투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공공부문의 경상비라는 것이 어차피 세금에서 나오는 돈이기 때문에 절감을 통해 생겨나는 돈 역시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국민의 세금”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이 생각하는 규모 1조원을 우리나라 가구 수(2003년 말 주민등록 기준 1700만)로 나눌 경우 한 가구당 거의 6만원의 세금을 낯모르는 신용불량자 지원에 쓰는 꼴이 된다. 또 오는 4월 재·보궐선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대표적인 민생정책을 정치권이 주도할 경우 ‘선심’으로 흐를 가능성도 우려된다. 취약계층과 생계형 이외에 좀더 사정이 나은 신용불량자들로 수혜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재욱 경희대 교수는 “경상비는 국민세금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곳에 쓸 경우 결국 다음 회계연도에 국민부담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특히 정부가 일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와 안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의 방안은 당장이야 신용불량자 수를 줄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나 금융기관 모두의 모럴해저드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균 전경하기자 windsea@seoul.co.kr
  • [광복 60년-국민여론조사] ⑤ 전문가 좌담

    [광복 60년-국민여론조사] ⑤ 전문가 좌담

    광복 60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와 공동으로 기획해 정치·경제·역사·통일 등 4개 분야로 나눠 보도한 국민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의 현 주소를 다시금 확인케 했다. 우리 사회의 성숙함에 기반한 북한 포용의 필요성,5·16를 평가하는 인식, 경제 회복에 대한 낙관적 기대, 정치적 무당(無黨)층의 확산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토대로 학계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지나간 6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조명해봤다. ●경제 재도약과 강한 리더십 갈망 김형준 KSDC 부소장 근현대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으로 예상과 다르게 5·16을 꼽은 것은 정치심리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추구가 작용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명진 국민대 사회과학부 교수 5·16이 가져온 메시지는 경제적인 함의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경제가 어렵다보니, 경제 재도약에 대한 갈망이 담긴 것 같다. 노재봉 한국태평양경제협력위 사무국장 최근 경기가 침체돼 있고, 어렵다보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중요한 계기로 5·16을 꼽은 것 같은데 이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연결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68%가 장래가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은 우리가 앞으로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지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듯해도 이런 긍정적 평가를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김 부소장 현재 우리 사회는 리더십의 위기다. 열심히 일하면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치를 높일 수 있는 변혁적 리더십의 출현이 절실하다. 이 교수 국민들은 현재 ‘사자형 정치 지도자’를 원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 맥락에서 5·16을 꼽은 것으로 보인다. 노 국장 국민들이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의 기능이 사회에서 원활하게 작용해야 다른 모든 사회 부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다양성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싸움의 긍정적 측면’을 살펴보는 고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장·분배의 조화로운 병행 필요 노 국장 경제는 심리적 요소가 크다. 낙관하면 낙관적 결과가, 비관하면 비관적 결과가 나오곤 한다. 미래에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의 비율이 높게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기업가들이 수익을 내면서도 투자하지 않은 채 뭔가 리스크를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중산층의 붕괴가 가장 큰 걱정이다. 이렇게 되면 경제가 회복되고 국가 경제는 그럭저럭 갈지 몰라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 교수 중산층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경제 기반이 옅어졌기 때문이다. 안정된 중산층을 키우는 문제에 소홀하게 되면 모든 상황이 극단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김 부소장 빈부 격차 문제와 함께 반부패 문제가 중요하다. 얼마전 시민사회단체 주요 인사 150여명이 모여서 반부패사회협약을 발표했다. 선진한국의 지향점도 ‘강소국’인데, 강소국으로 가기 위한 전제로서 ‘부패 없는 사회’로 가는 게 중요하다. 이 교수 우리 사회 부패도가 그리 나쁜 정도는 아니지만 너무 절대적인 기준만을 생각하며 칭찬에 인색한 것 아닌가. 노 국장 투명하게 돈을 벌고 그렇게 쌓은 재산을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본주의에서 성취한 것에 대해 인정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기업가가 먼저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부소장 작년 경제 키워드는 ‘성장과 분배’였고 정치권에서 갑론을박했지만 국민들은 병행 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이 이러한 국민적 인식을 끌어안아 달라고 주문하고 싶다. 이 교수 국가 정책이란 것이 실질적으로 성장만 할 수도 없고, 분배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두 가지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김 부소장 성장과 분배의 필요성과 문제점이 동시에 나타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성의 강화가 필요하다. 사회적 책임성이 함께 병행되어야지 성장과 분배의 동시 추구가 가능할 것이다. 노 국장 삼성의 이재용씨가 백몇십 억을 상속받으며 세금을 제대로 물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하기 이전에 원래 해야 할 최소한의 상식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필요하다. 이후에 사회적 책임까지 덧붙여진다면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북한, 위협 아닌 지원의 대상 노 국장 한·미관계 설정에서 잘 하고 있다는 평가와 잘못 하고 있다는 평가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평가의 세부적인 원인이 궁금하다. 이 교수 젊은층은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평등한 관계로 인식하고 싶어한다. 그 심리가 현실과 관계없이 긍정적 평가로 나타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우려스럽다.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보는 것 같다. 김 부소장 친미도 반미도 아닌 용미(用美)로 가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잘·잘못 평가가 비슷하게 나온 점은 실용적 노선과 자주적 노선을 병행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외교에 대한 평가다. 이는 여야가 따로 없는 부분인 만큼 초당적으로 대처해주기를 주문하고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마저도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이다. 유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점은 북한에 대한 인식이다. 위협으로 느낀다는 평가보다는 지원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평가가 훨씬 많았다. 노 국장 더 이상 친북에 대한 거부감이 우리 사회에서 없어야 할 것이다. 통일 방식에 있어서는 남측이 주도권을 갖고서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친북을 과거와 같이 용공의 인식으로 볼 필요가 없다. 서로 평화롭게 살고 통일 시대에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져야 할 것이며, 국제사회에 편입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일종의 친북 아니겠는가. ●대선 후보 검증 과정 개선 필요 이 교수 인기투표 방식이 아니라 어젠다, 정책 내용 등 정치지도자에 대한 검증 과정을 강화하면서 일반 국민의 참여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는 있다. 관훈토론, 여론조사 등은 첫 단계다. 더 나아가서 정책을 명확히 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검증이 필요하다. 김 부소장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 과정을 통해 정치적 리더십도 강화될 수 있다. 정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는 점에서 볼 때 잠재성 및 실현 능력에 대해 검증을 위한 검증이 아니라 내용 있는 검증이 필요하다. 노 국장 여론조사를 보니 정책 등 구체적 사안에서 보수적 사고를 하면서도 진보적이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김 부소장 이념은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네 개의 이슈를 놓고 두 개는 진보고, 두 개는 보수일 경우 이는 중도가 아니라 이념이 없는 무정향이다. 지난 대선 때 보면 일관성 있는 진보가 일관성 있는 보수보다 많았다. 최근에 보니 일관성 있는 진보의 비율이 더 많아졌다. 우선은 이념 정당이 구체화되어야 한다. 이후 정책정당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념이 바탕이 되지 않는 정책은 공허하다. ●2005년 우리 사회는 이렇게 김 부소장 정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자기방어적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과 같이 갈 수 있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여당은 야당의 기능을, 야당은 여당의 기능을 인정해야 한다. 선진화의 요체는 인물과 우연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시스템에 의해 지배될 때 선진화라고 한다. 이를 위해서 관용과 화해가 필요하다. 노 국장 모든 경제 정책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지속적 성장과 함께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상위 20% 계층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소비진작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이 교수 이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인식은 자기방어적이었다. 집권 3년차에 어떤 세력이나 정당의 리더가 아니라 국민의 지도자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권으로부터 소외된 집단 계층을 감싸안는 것은 어느 정도 해왔고, 이제는 국민 전체를 통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리 전광삼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이종원기자 jongwon@seoul.co.kr
  • 중국·일본 연초부터 신경전

    |도쿄 이춘규특파원|아시아지역 주도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신경전이 연초부터 뜨겁다. 남아시아 지진 해일(쓰나미) 피해 복구 지원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데다, 리덩후이(李登輝) 전 타이완 총통의 방일을 놓고도 일진일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오는 9일부터 베이징(北京)에서 처음 열릴 예정이던 중국 공산당과 일본 연립여당의 ‘중ㆍ일 여당 교류협의회’를 돌연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일본 언론이 5일 전했다. 중국측은 담당기관과 조정이 충분치 않아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지난해 1월 일본 자민당의 누카가 후쿠시로 당시 정조회장 등의 중국 방문시 중국측이 제안, 이 협의회가 설치됐던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약하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타이완 독립주의자들의 상징인 리덩후이 전 총통의 방일을 받아들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해 12월27일 중국 외교부가 리 전 총통의 방일과 관련,“중국은 향후 사태전개를 주시하겠으며 보다 강력한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사실을 들어 사실상 ‘보복조치’에 나선 것이 아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양국은 쓰나미 피해복구 지원에서도 경쟁적이다. 일본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카르타 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담 전격 참석 및 5억달러 제공, 자위대 800명 복구지원 파견 등 지원계획을 표명한 것은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을 크게 의식한 결과로, 지역 맹주를 둘러싼 경쟁이 가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은 분석했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자카르타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역대 최고액의 지원금을 내놓기로 한 것도 지역 주도권을 일본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taein@seoul.co.kr
  • 유시첸코, 티모셴코 총리지명 지지 야누코비치 “총리직 고수” 반발

    |키예프·도네츠크 연합|우크라이나 대선 결선 재투표에 패배한 뒤 아직 총리직에 머물고 있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여당 후보는 29일(현지시간) 현재 직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결코 총리직을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후보이자 대통령 당선자 빅토르 유시첸코의 지지자들에 의해 이날 총리실 출근을 저지당한 야누코비치는 “지난 26일 재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총리)자리를 내놓지도 않을 것”이라며 선거무효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야누코비치는 의회의 불신임 결정으로 총리직이 사실상 박탈됐지만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는 포고령에 서명하지 않고 있어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유시첸코는 이날 자신을 승리로 이끈 ‘오렌지혁명’을 주도한 여성 정치인 율리아 티모셴코의 총리 지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티모셴코가 총리로 지명될 경우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회에 제출할 총리 후보 1호가 티모셴코라는 뜻은 아니며 최종 결정은 아직 협의 대상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티모셴코는 일찌감치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돼 왔으나 야누코비치 지지세력이 극도로 혐오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는 29일 오후 야누코비치의 텃밭 동부 도네츠크를 방문, 생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주민들에게 유화적 제스처를 보냈지만 적대적 질문들이 이어지면서 곤욕을 치렀다.
  • [서울광장] 자주의 조건/이기동 논설위원

    [서울광장] 자주의 조건/이기동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가장 최근 발언은 미국에 대한, 그리고 한·미 관계에 대한 그의 생각이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양국관계는 불평등관계이고, 따라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이를 바로잡으려는 자신의 노력을 보고 놀라는 것도 과거의 낡은 생각에 사로잡혔기 때문이라고 했다. 홍석현씨의 주미대사 내정 또한 대미(對美)저자세 인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새로운 대화채널 구축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북한핵 문제는 결국 북·미가 풀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국이 변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인식 또한 일리있다. 하지만 우리가 한·미관계에 매달려온 사이, 한반도 주변에서는 여러 께름칙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을사보호조약 100년, 광복 60년, 한·일수교 40년…. 새해는 여러 모로 크게 꺾어지는 해다. 숫자상 구분에 굳이 별스러운 의미부여를 하지 않더라도, 주변의 움직임을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치졸한 부정선거로 패했던 야당후보가 재선거에서 여당후보를 물리친 우크라이나대선의 역전 파노라마는 감동적이다. 하지만 우리를 진짜 긴장하게 만드는 것은 감동의 드라마 뒤에 모습을 숨긴 구체제의 망령이다. 이번 선거는 십수년만에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무대로 신냉전식 대리전을 치른 격이 됐다. 제국주의, 민주, 국유화 등 살벌한 냉전식 개념들이 양진영의 설전과 시위대의 구호속에 등장했다. 막대한 자금으로 야당을 지원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입을 추진할 태세다. 이에 맞서 러시아는 미국의 포위전략을 분쇄하기 위한 법적, 정치적 대응을 다할 것임을 천명했다.9·11테러 이후 반테러 공동전선을 구축했던 양진영의 밀월은 어느덧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미국은 러시아의 구체제 복귀를 용납 않겠다는 결의다. 이런 태세면 두나라가 새해 6자회담에 함께 앉은들 북한핵 해법에서 전처럼 한목소리를 낸다는 보장이 없다. 러시아가 북한의 핵개발을 미국의 팽창주의 저지에 유용한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고, 북한이 새 변화의 틈새를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6자회담에 관한 한 미국은 북한을 상대로 한국과 미·일·중·러 5개국이 협력하는 5+1의 구도를 추구해왔다. 미국과 러시아의 불화로 이 구도는 이제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더 큰 변수는 중국이다. 지난 10여년간 평균 10%이상의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중국은 이제, 그들의 주 경쟁국이 미국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19세기말 서세동점기때 식민시대의 아픔을 겪은 중국은 체질적으로 부국강병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 미국내에 고조되는 중국위협론을 의식해 화평굴기(和平起)의 평화론을 내세우나, 실상은 발톱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전략이다. 중국이 패권 저지를 앞세워 미국과 충돌할 경우, 북한핵에 두나라가 전처럼 한목소리를 낸다는 보장은 없다. 북·일관계도 무시 못할 변수다. 가짜 유골문제로 일본의 대북 감정은 지금 최악이다. 아직 경제제재에 신중하겠다는 고이즈미 총리지만, 여론에 계속 맞서기는 힘들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이 되겠다는 일본이 중·러와 충돌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LA방문과 유럽순방을 통해,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에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누누이 강조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예외없이 미국이었다. 친미를 경계하겠다는 의욕이 지나친 나머지 중·일·러, 유럽을 당연히 우리와 한목소리를 내는 우군으로 간주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없다. 그들은 그들나름의 국익 계산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자주외교에 반대할 국민이 누가 있을까마는, 심정적(emotional)자주로는 나라를 지킬 수 없다는 게 길지 않은 우리 근현대사의 교훈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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