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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제 소설, 문학으로 평가받고 싶죠…독자 앞에선 가슴이 두근두근 떨립니다”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제 소설, 문학으로 평가받고 싶죠…독자 앞에선 가슴이 두근두근 떨립니다”

    정치인서 소설가로 변신한 신기남 위원장의 ‘두브로브니크’“장편소설 첫 데뷔작이 서점가에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잘 팔려야 할 텐데…. 소설가를 선언했으니 문학작품 자체로 독자와 문단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유권자 심판을 기다리는 것과 같은 조마조마한 심정입니다.” 4선 국회의원과 집권 여당 대표를 지낸 신기남(66)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책정보위원장이 늦깎이 ‘신예’ 소설가로 변신했다. 198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TV에서도 한창 ‘주가를 올리던’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이젠 ‘배고픈 직업’인 소설가라니…. 이런 소식을 듣고 인터뷰를 하고자 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국립중앙도서관 7층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찾았다. 그의 첫 작품은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 필명은 ‘신영’. 큰 줄기는 유고슬라비아 전범재판소에서 재판관으로 일하는 법률가 출신 남성과 미술을 전공한 무대 미술가 여성이 만나서 발칸반도의 역사, 미술, 철학, 종교 등을 종횡으로 섭렵하는 소설이다. “정치 일찍 그만뒀다면 지금쯤 문학결실 볼 터늦게 데뷔…깊이 있는, 무게 있는 소설 가능케” “어떻게 지내느냐”고 묻자 신 위원장은 “목감기가 와서 목소리가 잠겼다”고 말했다. 사실, 이 때문에 인터뷰 날짜가 늦춰지기는 했지만 목소리는 선거 막판처럼 여전히 반쯤은 잠겨 있었다. “독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으니, 많이 떨립니다. 많이 팔려서 위축된 소설 시장에 작은 불쏘시개가 됐으면 합니다. 제 소설이 처음엔 출판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출판되고 나니 많이 좀 팔렸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기네요.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소설가로서 인정을 받고 또 불황인 출판계에 도움도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소설가가 소설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면 좋겠습니다.” - 소설가 데뷔가 너무 늦지 않나.☞ 사실, 정치를 10년쯤 더 일찍 그만뒀더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정치 10년 더 해 봤지만 크게 한 일이 없었거든요. 더 일찍 방향전환을 했다면 지금쯤 어떤 문학적 결실을 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법조인으로 또 정치인으로 그동안 보통 사람들이 잘 가보지 못한 세상을 가보고 인생의 달고 쓴 맛을 경험하고 느꼈으니, 이런 것이 제 소설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이미 저에겐 ‘선배’가 된 젊은 소설가들의 싱싱한 작품들도 좋지만, 인생 경험이 많은 저 같은 사람의 소설도 우리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할 것이라 봅니다. 어떤 면에서는 늦게 데뷔했기 때문에 한결 성숙하고 깊이 있는 소설을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첫 소설이 여러모로 상당히 특이하다.☞ 늦게 내는 만큼 이왕이면 좀 독특하게 써보자는 것이 제 생각이었습니다. 다양한 인생 경험을 했으니 재미있으면서도 독자들에게 유익한 소설을 쓰고자 했습니다. 소재, 무대, 스토리, 전개 방식 등 여러 면에서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소설을 쓰고 싶었거든요. 두브로브니크가 있는 아드리아 바다는 딱 맞는 얘깃거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1994년 영국 런던대학 유학시절부터 역사·민족·종교적으로 얽히고설킨 발칸지역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습니다. 주변 다른 민족의 침략에 시달리며 맞서 싸우고, 끝내 나라가 분단되어 같은 민족끼리 피를 흘리며 전쟁을 겪었던 험난한 역사가 우리나라 상황과 오버랩 되면서 아픔과 연민을 많이 느꼈습니다. 국회 한국-세르비아 의원 친선협의회 회장으로 세르비아를 방문했을 때 그쪽의 현실을 직접 보았고, 그 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몬테네그로를 여행하면서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고내전 전범재판 과정을 연구하면서 소설의 뼈대를 세웠습니다. “데뷔작 두브로브니크, 독특하다는 문단 평가발칸반도의 역사·종교·국제정세 얽히고설켜소재·무대·스토리 전개 신선하다는 평가받아” - 장편 소설을 쓰면서 느낀 점은.☞ 과거 단편소설은 여러 편 써 보았으나, 장편소설은 크게 달랐습니다. 마치 큰 건물을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건물의 설계도가 정교해야 하듯이 장편소설은 구조가 치밀해야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하더군요.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엄청나게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동시에 재미와 감동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무척 어려운 고통스러운 작업이었습니다. -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은 원고지 1200~1300장 분량인데 쓰는 데 1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독자들은 쉽게 읽고 넘길지 모르지만 어떤 페이지는 관련 서적 두 세권을 읽어야만 쓸 수 있었습니다. 전 유고 대통령 티토와 그의 정적 미하일로비치에 관한 부분은 12페이지 분량이지만 티토의 전기 3종을 읽고 완전히 소화해야만 했습니다. 유고의 내전 역사와 국제전범재판에 관련한 서술을 위해서는 외국 서적도 읽어야 했고요. 그렇게 해서 쓰인 이 소설에는 역사, 지리, 종교, 철학, 국제정치 등이 씨줄날줄로 얽혀 있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난해한 글은 아니고, 독자들이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읽다가 호흡을 멈추고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이 나이에 뒤늦게 작품을 내놓는 마당에 무게가 있는 글을 쓰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어서 나름대로 공을 들였습니다. “한 페이지 쓰는데 전기·외국 서적 읽고 소화한 것단숨에 읽기보다는 호흡 멈추고 생각 기회 바라”- 이 소설에 카메라 기법을 시도했다던데.☞ 작가가 등장인물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절대로 마음대로 들락거리지 않습니다. 영화의 카메라가 쫓아가듯 객관적 사실만을 표현하고, 등장인물의 행동과 대사를 통해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을 고집스럽게 추구했습니다. 상당히 실험적인 기법인데, 그렇게 하자니 표현의 한계도 많이 느꼈습니다만 나름대로 독특한 스타일을 보인 셈입니다. 서평을 쓴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 줬습니다. 앞으로도 이 카메라 기법을 더욱 발전시켜볼 생각입니다. - 해군을 소재로 한 소설도 썼다던데.☞ 사실은 이미 다 썼고, 출판사에 두 편의 소설을 같이 줬는데 ‘두브로브니크에서 만난 사람’을 먼저 출판하게 된 것이죠. 소설 한편만 쓰면 별로 평가를 안 해 줄 것 같아서 동시에 두 편을 썼지요. 해군장교로 전투함을 직접 탔던 경험을 살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 역시 사회성 있는 주제가 다분히 녹아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출판사는 두브로브니크를 먼저 선택했습니다. 문단에선 ‘문턱이 높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솔 출판사에 원고를 보내고 나서 과연 통과가 될 것인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출판하자고 연락이 왔던 겁니다. 굉장히 기뻤죠.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 행운을 놓치지 않고 이어가고 싶습니다. 두 편 외에도 3~4편의 소설 아이디어가 더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빨치산에 관한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민족의 비극적 현대사를 오늘의 상황과 연결시켜 되살려 보려 합니다. 일종의 판타지 소설로서 동화도 한번 써 보려고 합니다. “2년간 두문불출 ‘천신정’ 전화도 안받고 글만 써책 안 읽지 사회는 문제…정권차원 문화정책 필요” - 소설 쓰기에 대해 따로 공부했나.☞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썼던 편이죠. 고교 시절엔 문예반 반장을 하면서 교내외에서 상도 많이 탔습니다. 선생님의 권유도 있어서 국문과에 진학하려 했는데 어머님의 희망에 따라 법대에 가게 되었지요. 대학에서도 고시공부보다는 글 쓰는 데 관심이 많았고요. 제대 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정계에 들어와서도 ‘언젠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정치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러자 드디어 40년 만에 글을 제대로 쓸 기회가 왔습니다. 마지막 기회인거죠. 다부지게 결심했습니다. 2년간 두문불출하고 써내려갔습니다. 정치 쪽과는 일절 연락을 끊고 모임 초청에도 응하지 않았죠. ‘천신정(정치개혁을 주도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을 일컫는 머릿글자)’이라 불렸던 그 옛날 동지들과도 거의 교류가 없었습니다. 엊그제 천정배 의원이 뉴스를 보고 “소설 냈다며…”하고 전화를 걸어 왔더군요.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반갑긴 하더군요. - 출판계의 불황이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점점 책을 읽지 않는 사회가 되고 있어 정말 걱정이 큽니다. 도서관 이용자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상업주의가 깊어지면서 사회가 너무 향락적이랄까 편하게 사는 위주로 흘러가고, 서점에서 팔리는 책도 지극히 실용적인 책 위주입니다. 갈수록 문학 서적은 설 자리가 좁아집니다. 문학의 현실은 어둡습니다. 우리 경제는 어언 선진국에 진입했지만 문화는 그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습니다. 문화선진국이 진정한 선진국이잖아요. 시민들이 도서관과 서점을 많이 찾고 소설도 많이 읽도록 그런 분위기를 끌어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가 차원에서 대대적인 문화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현실 정치 안 돌아와…이젠 내 인생 살 터시민이 주인 시대…민족화합 절호의 기회”- 그러자면 현실 정치로 돌와와야 하는데.☞ 나름대로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인권변호사로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참여연대 창립 멤버로 활동했습니다. 1990~94년 KBS에서 ‘여의도 법정’, MBC의 ‘생방송 신변호사’ 등의 프로에서 변호사로는 처음으로 사회를 봤습니다. 정치에 들어와서는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적 정권교체에 힘을 보탰고 노무현 대통령 탄생에 앞장섰습니다. 당시 국회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저와 천정배 의원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죠. 개혁정당인 열린우리당 창당을 성사시켜 진보정권으로는 최초로 제1당을 만들고 여당 대표도 했습니다. 이제 60대 중반도 넘어섰고, 정치 20년 했으면 됐지요. 제가 안 해도 할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국회의원 한 번 더 한다고 무슨 큰 의미가 있겠어요. 그것보다는 이제 남은 시간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제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정치하는 동안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을 돌아보지 못했고 친지,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죠. 이제라도 정치를 그만두고 이쪽으로 넘어온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행복합니다. - 요즘 우리 정치는 어떻습니까.☞ 대체로 올바른 방향을 잡아서 잘 가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와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정치가 훨씬 깨끗해졌고, 동교동이니 상도동이니 하는 파벌정치도 없어졌습니다. 지역 색채도 많이 엷어졌고, 정치가 많이 선진화됐습니다. 법, 제도, 정치의식이 개혁된 결과입니다. 시민이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을 하고 시민이 주인이 되어 이끌어 가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미래를 매우 희망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련 끝에 열리는 값진 열매입니다. 특히 때 맞추어 민족화합의 기류가 감돌고 남북통일이 가시화되는 것은 우리민족에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처럼 같은 민족이 계속 서로 싸우기만 한다면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냉전이 소멸되고 국제정치도 우리의 통일을 허락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앞으로 갈등과 시련은 왜 없겠습니까마는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文대통령 신년회견] “경제·민생 최우선 회견” “수사 가이드라인 내려”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여당은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한 회견이었다고 호평한 반면 야당은 자화자찬 회견이었다고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회견문의 4분의3 이상이 경제와 관련된 내용이었고 초지일관 경제와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견이었다”며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극심해졌다는 문 대통령의 경제 진단에 뜻을 함께한다”고 했다. 이날 이해찬 대표, 홍영표 원내대표, 윤호중 사무총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함께 국회 당 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시청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윤영석 대변인은 “실체 없는 자화자찬”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부의 형평성을 위해 노력했고 마치 성과가 있는 듯 주장하지만 소득 불평등이 점차 심화하고 있다”며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 등 시급한 경제구조 개혁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방안 제시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김태우 검찰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을 향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내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도 “셀프 용비어천가를 불렀다”고 평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부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을 비난하고 나섰지만 정작 소득주도성장 이후 소득 양극화가 더 악화됐다는 사실은 숨겼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대변인은 “양극화 해소와 지역 격차 해소에 대한 분명한 의지와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정의당 최석 대변인도 “경제의 초점을 노동자보다는 기업에 두고 있다는 인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짓누르는 적폐 뿌리 뽑자… 세상을 바꾸면 내 삶도 바뀐다”

    # 1987년 1월 박종철 열사, 그해 6월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된 6월 항쟁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얻어냈지만 그 값진 승리를 노태우 정권이 가져가 ‘미완의 혁명’으로 불린다. 그러나 2016년 겨울~2017년 봄 사이 연 1700만명이 183일 동안 밝힌 촛불은 불의한 권력, 부패한 정치를 탄핵하고 기득권이 세운 낡은 체제를 바꿀 희망의 씨앗을 뿌렸다. 박종철·이한열 열사가 그 겨울 광장의 촛불을 봤다면 뭐라 말했을까. 두 열사의 가상 대담 형식을 빌려 촛불혁명이 바꾼, 그리고 바꿔 갈 민주주의의 모습을 그려 봤다.박종철 촛불의 함성에 눈을 뜨니 30년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혁명의 광장 한복판에 작은 촛불로 서 있었어요. 화염병도 아닌 촛불을 들었는데 전율이 흘렀죠. 촛불 시민들이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주권자의 존엄으로 증명하며 시대의 대반전을 이뤄내고 있었어요. 이한열 돌아보니 동학농민들이, 독립운동가들이, 4·19의 의인들이, 스무 살 거리에서 함께 싸운 젊은 동지들이 촛불과 한 몸이 돼 마주 걸어가고 있더군요. 3·1운동 이후 100년의 경험과 기억이 이 새로운 혁명을 끌고 가고 있었어요. 박종철 우린 그것을 공동체의 기억이라고 부르지요. 내면에 흐르던 좌절의 기억과 시대의 모순이 만든 상처가 위기의 순간 각자도생으로 분리된 개인을 견고하게 묶어 촛불연대를 만든 것이죠.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를 냈던 것은 아니에요. 평화집회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으니까요. 하지만 광장의 시민들은 그 ‘다름’과도 함께 했죠.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화음을 만들어냈어요. 비정규직, 해고당한 노동자, 장애인 등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해 겨울 촛불 광장은 민주주의의 현현이었어요. 이한열 박종철 열사의 형 박종부씨가 12차 촛불집회 때 연단에 올라 한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 곧 저는 살아오는 종철이를 만날 겁니다. 시퍼렇게 되살아오는, 살아서 돌아오는 민주주의를 만날 겁니다. 저는 종철이를 부둥켜안고 고맙다고,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고, 다시는 쓰러지지도 말자고 말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반드시 승리합시다.” 박종철 세월호 아이들, 공권력에 죽임당한 백남기 농민, 용산 철거민 등 작고 힘없는 이들의 혼백이 그날 광장에서 다시 살아난 듯했죠.이한열 30년 전 6월 항쟁 때도 우리는 ‘연대’했는데, 왜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을까요. 나와 내 친구들은 최루탄 앞에서도 꺾이지 않았고, 고향도 출신 학교도 제각각인 직장인들이 ‘넥타이 부대’라는 이름으로 직장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왔어요. 시민들은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손수건을 흔들었죠. 박종철 독재를 무너뜨리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확대된 민주주의의 공간을 채울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지 못해서였기 때문이 아닐까요. 민주화 이후에도 30년 가까이 박정희 시대의 ‘잘살아 보자’는 성장 담론이 한국사회를 지배했죠. ‘잘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물음과 성찰이 부족했어요. 그러다 보니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졌는데 삶의 내용은 빈약해지고 양극화의 고통이 줄기는커녕 더 커진 것이죠. 내일의 희망이 없는 청년들은 이를 ‘흙수저’, ‘헬조선’,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말로 표현한다지요? 이한열 정치권도 항쟁 정신을 받아안지 못했죠.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일화하지 못해 결국 대통령 자리가 신군부 출신 여당 후보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어요. 박종철 하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다 스러진 나의 죽음과 시위 도중 최루탄에 머리를 맞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이 헛된 것은 아니었어요. 6월 항쟁 때 혁명의 시간을 경험한 청년들이 2017년 어머니, 아버지가 되어 자녀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다시 한번 혁명을 이뤄냈으니까요. 이한열 확실히 6월 항쟁 때와 달리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온 이들이 다양했어요. 영국 로이터 통신도 ‘학생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군중 곳곳에서 보였다. 대규모의 평화적인 행진이었다. 이전 시대의 양상과는 달랐다’고 보도했어요. 외신도 연령대와 계층이 다양해진 새로운 형태의 시위에 관심을 보였죠. 박종철 저는 그것을 직장과 가정의 일상에서 시작된 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싶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삶을 망치는 것들과의 분투를 통해 일상에서 민주주의로 훈련된 것이죠. 결국 민주주의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인간답게 대접받는 세상을 위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없애 가는 과정이거든요. 이한열 예. 30년 전 우리가 독재 정권 하나 타도하자고 거리로 나선 게 아니듯 2017년의 촛불도 낡고 부패한 정권 퇴진을 넘어 새로운 삶, 새로운 시대정신을 원했기에 광장에 모인 것으로 생각해요. 박종철 저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촛불혁명의 도화선이 됐지만 광장을 메운 시민들이 외친 ‘이게 나라냐’라는 절규의 기저에는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폭발할 듯한 분노가 쌓여 있었다고 봐요. 최순실의 딸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로 가난해서 자식한테 미안한 부모의 마음에, 박탈당한 청춘의 울분에 불을 붙였죠. 이런 마음이 모여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이란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했어요. 이한열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은 민주주의를 일컫는 또 다른 말이기도 해요. 지난 역사가 증명했듯 내 삶의 주도권과 의사 결정권을 극소수 기득권에 빼앗긴다면 민주주의는 길을 잃고 말 거예요. 박종철 촛불혁명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잉태했다고는 하나 그것을 완성한 것은 아니에요. 얼마 전 태안화력발전소의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안전 매뉴얼마저 지켜지지 않은 일터에서 처참하게 숨졌어요. 2016년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고로 숨진 김모군의 가방에도, 김용균씨의 가방에도 컵라면이 들어 있었죠. 밥 한 끼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하청 노동자란 이유로 위험에 노출된 사업장에서 일해야 했어요.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며칠 전 겨우 국회를 통과했죠. 법 개정까지 28년이 걸렸어요. “우리 용균이와 같이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을 살려 달라”는 김용균씨 어머니의 호소가 법안 통과를 끌어냈어요. 이한열 너무나 참담한 일이에요. 우리 사회 곳곳에는 제2의 김군이, 또 다른 김용균씨가 있어요. 곳곳에서 낡은 구조가 개인의 삶을 짓누르고 무너뜨리고 있어요. 70년간 이 나라를 지배해 온 기득권 동맹체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단단해요. 3·1운동 이후 100년을 마감하고 촛불혁명으로 향후 100년을 열어젖힌 촛불 시민의 삶은 이 적폐의 뿌리를 뽑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나를 짓누르는 게 무엇인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무엇도 바꿀 수 없어요. 박종철 그런 면에서 향후 100년의 민주주의는 안과 밖 동시의 혁명으로 설계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바꾸는 것은 곧 내 삶을 바꾸는 것이니까요. 이한열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개인의 삶에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우린 촛불 혁명을 경험한 역사적 존재들이에요. 나라를 나라답게 세우는 개혁이 지난하더라도 전환의 계곡을 낙오자 없이 벗어나 함께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이 있다면 굽이치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혁명은 곧 끈질긴 저항이니까요.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野 ‘민간 사찰’ 공세에… 조국 “사실이라면 저는 즉시 파면돼야”

    野 ‘민간 사찰’ 공세에… 조국 “사실이라면 저는 즉시 파면돼야”

    조 수석 “어불성설” 격앙된 목소리로 반박 임종석 “범죄 혐의자의 일탈 행위가 본질” 나경원 “김태우 범법자 만들겠다는 의도 진실 밝혀질까 두려워 고발 못 하나” 공세 KT&G 사장 교체 개입설에 任 “금시초문”여야는 31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등을 규명하고자 소집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고성을 주고받는 등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직접 운영위에 참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번 사태를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출신 김태우 검찰 수사관의 개인 비위로 규정하며 관련 의혹을 적극 부인했다. 현안보고에 나선 임 실장은 자신과 관련한 ‘책임론’까지 언급하며 사실상 정면돌파 의지를 나타냈다. 임 실장은 “이번 사건은 비위로 곤경에 처한 범죄 혐의자가 자기 생존을 위해 국정을 뒤흔들어 보겠다고 벌인 삐뚤어진 일탈 행위가 본질”이라며 “지금 김 수사관은 자신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동료의 흠결을 들추고 직권을 남용해 수집한 부정확한 정보를 일방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실장 “더 엄하지 못했던 기강 질책 달게 받겠다” 그러면서도 임 실장은 “왜 김 수사관 같은 비위 혐의자를 애초에 걸러내지 못했는지, 왜 조금 더 엄하게 청와대 공직기강을 세우지 못했는지에 대한 따가운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조 수석도 “이번 일은 김 수사관의 비위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미 대검 감찰본부의 중징계 결정에 따라 김 수사관의 비위는 일부 드러났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통해 실체는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수석은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질의 과정에선 세부 쟁점을 놓고 충돌이 일어났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임 실장과 조 수석의 발언을 들어 보면 공익제보자인 김 수사관을 범법자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감찰로 탈탈 털어서 260만원 상당의 골프를 친 것 갖고 범법자라고 하는데 정작 명예훼손으로 고발을 못하는 건 사실이 밝혀질까 두려워서 그러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펼쳤다. 그러자 임 실장은 “필요하다면 김 수사관을 추가 고발할 것”이라며 “단 나 원내대표는 김 수사관을 탈탈 털어도 골프 향응 260만원이 전부라고 했는데 유착관계에 있는 건설업자 뇌물수수 사건에 개입하려다 업무에서 배제된 사람을 어떻게 범죄 혐의자가 아닌 공익제보자라고 하나”라고 맞받아쳤다. 나 원내대표가 이번 특감반 사태와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유감 표시가 있었느냐고 따져 묻자 임 실장은 “이건 대통령께서 유감을 표시할 상황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野 “조 수석 몰랐다는 건 文정부 내로남불 DNA” 같은 당의 이만희 의원은 330여개 공공기관장과 감사에 대한 세평 등을 담은 문서가 있다는 의혹에 대해 “이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지시하고 이인걸 전 특감반장이 주도해 캠코더 인사 자리를 만들어 주려고 작성한 것”이라며 “조 수석이 이 내용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건 이 정부에 내로남불 DNA가 뼛속까지 들어 있고 거짓과 위선이 판치고 있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조 수석은 “그건 비위 행위자인 김 수사관의 일방적 주장일 뿐 그런 문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는 없었다”며 “만약 그런 사실이 있다면 제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임 실장도 “부처별 기관장의 취임 시점을 다 알기는 어렵고 이걸 종합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도 없다”며 “김 수사관에게 보냈다는 문건을 근거로 한 블랙리스트 주장은 취소해 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정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여부를 묻자 임 실장은 “개입한 바도 없고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도읍 한국당 의원은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정권 실세 인사에 대한 첩보는 철저히 묵인하고 비문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엄격히 잣대를 들이대며 특별감찰 활용에 이중잣대를 들이댔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이 가짜뉴스 생산에 동조하고 있다며 반격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김태우 사건의 본질은 ‘3비 커넥션’인데 ‘비리 기업인’을 스폰서로 두고 정보 장사를 했던 ‘비리 공직자’가 쏟아내는 음해성 내용을 ‘비토 세력’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쏟아붓는 것”이라며 “몸통은 한국당”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수많은 국민이 모여 탄생시킨 문재인 정부가 가짜뉴스로 물들어 가고 있다”며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날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 가던 조 수석도 이 대목에선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뒤 국가정보원의 정보담당관(IO) 등을 철수시켰는데 10여명 남짓한 행정요원을 갖고 민간인 사찰을 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민간인을 사찰했다면 저는 즉시 파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與 “조 수석 존재 자체가 역모인 듯 몰아” 방어 이철희 의원은 “영화 사도를 보면 영조가 사도세자에 대해 ‘존재 자체가 역모’라고 한다”며 “오늘 얘기를 쭉 들어 보면 어떤 분들이나 세력에 조 수석은 그 존재 자체가 역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의 차분하고 치밀한 대응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감성적으로 ‘우리는 억울하다’ 이렇게 접근하면 사태의 본질을 짚지 못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리얼미터 “올해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취임 후 최저인 45.9%로 마감”

    리얼미터 “올해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취임 후 최저인 45.9%로 마감”

    올해 1월 첫주 71.6%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치인 40% 중반대로 올해를 마감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6~28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11명을 상대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2%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1.2%포인트 떨어져 취임 후 최저치인 45.9%(매우 잘함 21.6%,잘하는 편 24.3%)로 집계됐다. 반면 부정평가는 3.6%포인트 올라 취임 후 최고치인 49.7%(매우 잘못함 33.3%,잘못하는 편 16.4%)로 나타났다. ‘모름·무응답’은 2.4%포인트 감소한 4.4%였다. 이 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평가는 긍정평가보다 오차범위(±2.2%포인트) 내인 3.8%포인트 앞섰다. 보수층과 진보층, 대구·경북과 서울, 20대, 무직과 학생에서 국정 지지도가 상승한 반면 중도층, 경기·인천과 호남, 부산·울산·경남, 30대 이상, 노동직과 자영업, 사무직에서는 하락했다. 리얼미터는 “이런 하락세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김태우 사태’와 여당의원의 ‘공항 갑질’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올 1월 첫주 71.6%로 출발해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 77.4%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민생·경제지표 악화 소식과 소득주도성장 논란, 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상태 지속 등의 영향으로 국정지지도는 지난 9월 2주차 53.1%까지 떨어졌다가,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인 9월 4주차에는 65.3%까지 다시 상승했다. 그러나 올 10월 들어 경제정책 실패 논란과 공직기강 해이 논란 등으로 지난달 4주차 때 처음으로 40%대로 하락한 뒤 내림세를 이어왔다. 올 한해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도 31.5%포인트 하락(최고치 77.4%,최저치 45.9%)한 반면, 부정평가는 33.8%포인트 상승(최고치 49.7%,최저치 15.9%)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보다 1.2%포인트 내린 36.8%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 지지율 올해 최고치는 6·13 지방선거 압승 직후인 6월 2주차 57.0%다. 자유한국당은 0.3%포인트 오른 25.7%로 집계됐다. 자한당의 올해 최고치는 11월 4주차의 26.4%다. 정의당은 0.9%포인트 상승한 9.0%, 바른미래당은 1.5%포인트 오른 7.1%, 민주평화당은 지난주와 동일한 2.4%로 나타났다. 무당층은 1.4%포인트 줄어든 17.0%로 조사됐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철새 정치인들, 반성 한마디 없었다

    평화당 “與 입당, 정치적 신의 저버린 것” 與, 부정적 기류 불구 “입당 받아들일 듯” 겨울이면 따뜻한 남쪽을 향하는 철새처럼 연말 ‘철새 정치인’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 개혁을 기치로 이합집산을 반복했던 정치권에서 유불리에 따라 거대 양당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이학재 의원은 국회 정보위원장직까지 갖고 가려 했다가 빈축을 샀다. 무소속인 이용호, 손금주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두 의원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하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입당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의원은 “현 정부 집권 3년차를 앞두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갈등은 심화되고 있고 현 정부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지는 상황”이라며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정부·여당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자극이 되겠다”고 밝혔다. 손 의원도 “미력하나마 국민께 희망을 드리고 정부의 성공에 기여하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한다”며 “민주당 입당을 통해 책임있게 현실을 변화시키는 정치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 소속으로 호남 지역의 ‘반민주당 정서’를 배경으로 당선됐던 만큼 입당 신청에 앞서 과거 정치적 행보에 대한 반성이 한마디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용호, 손금주 두 의원의 민주당 입당 신청은 정치적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향후 선거에서의 유불리만을 따지며 유권자의 뜻 따위는 저버리고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것도 소탐대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해당 지역위원장의 반발과 민주평화당과의 협치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두 의원 입당에 부정적 견해를 보여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 지역구에는 판사 출신 박희승 지역위원장과 청와대 농어업비서관을 지낸 신정훈 전 의원이 각각 다음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30일 “당원자격 심사위원회 등 절차를 거쳐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두 의원의 입당은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현장에 답 있다”… 소통·혁신으로 ‘새바람 행복 경북’ 온 힘

    “현장에 답 있다”… 소통·혁신으로 ‘새바람 행복 경북’ 온 힘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현장행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한민국 광역 지자체 중 가장 넓은 경북 곳곳을 점퍼와 운동화 차림으로 돌아다니며 현장에서 답을 찾아왔고, 3선 국회의원 출신답게 중앙 무대도 밤낮없이 뛰어다녔다. 그런데도 요란하거나 거창함이 없다. 구시대적인 권위와 허례허식보다는 실사구시적인 과감한 개혁과 실천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지사 당선 당시 별도로 인수위원회를 만들지 않았고, 취임 후엔 단체 카톡방을 개설해 공무원들과 소통하고 피자 점심, 자전거 함께 타기 등 격식을 파괴하고 있다. 이 지사는 2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북은 광복 이후 우리나라를 일으키고 가꾸며 지킨 주역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졌다”면서 “이제는 300만 도민과 함께 경북 재도약을 위한 혁신의 새 바람으로 힘찬 도전과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지사와의 일문일답. →새해로 취임 6개월을 맞는다. 소감은. -취임 이후 여러 어려움 속에 숨 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도지사가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마음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해냈다. 민선 7기 경북도정의 슬로건을 ‘새 바람 행복 경북’으로 확정하고, 이를 구체화할 설계도를 완성한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준비는 마쳤다. 새해부터는 거센 새 바람으로 행복 경북을 실현해 나가겠다.→도지사가 새 바람 몰이의 선봉에 섰다는 평가다. 어떤 노력을 하나. -먼저 공직 내부의 변화를 위해 의전보다 일, 형식보다 실용, 권위보다 소통을 중시한다. 간부회의 방식도 보고와 지시 위주에서 주제별 토론장으로 과감히 바꿨다. 도지사 집무실을 줄여 ‘도민사랑방’을 만들었고, 경북도청 홈페이지에 ‘도지사에게 쓴소리’ 코너를 만들어 민원인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도청과 서울, 대구에 있던 도지사용 고급 세단을 모두 처분하도록 했다. 대신 국산 승합차 한 대만 사용하고 있다. →도정의 가장 힘든 부문을 든다면. -어느 것 하나 어렵지 않은 일이 없다. 구미와 포항으로 대표되는 경북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특히 구미공단은 가동률이 40%에도 못 미친다. 지난해 정권 교체로 ‘야당 도시’가 된 경북이 정부의 국비 예산에서 ‘패싱’ 당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청와대와 국회를 줄기차게 찾아 협조를 구했다. 내년 정부 예산에 경북도의 주요 핵심 사업들이 대거 반영됐다.→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경북은 일자리가 없어 인구가 감소한다. 앞으로 4년간 좋은 일자리 10만개를 만들고 투자유치 20조원을 달성하겠다. 이를 위해 최근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경북도 좋은 일자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경북도 투자유치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올 한 해 744건에 6조 2539억원에 달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경북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신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하고 대형 프로젝트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지방이 저출산 및 청년 유출 등으로 소멸 위험에 직면해 있다. 경북의 현실과 대책은. -경북은 1970년대 경기도보다 인구가 많았고 전국체전에서도 1등을 할 정도로 위상이 막강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23개 시·군 가운데 소멸 위기 시·군만 19개나 될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특히 청년 유출이 심각한 반면 출산율은 1.26명으로 전국에서 5위에 그친다. 인구 감소는 지방을 넘어 국가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만큼 필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우리 도는 ‘경상북도 저출생 극복위원회’를 출범시켜 총체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 청년커플 창업지원, 이웃사촌 청년 시범마을 조성 등 청년들이 농촌에서 새로운 인생을 꿈꿀 수 있도록 하는 사업도 적극 추진한다.→경북도청 신도시 2단계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2015년까지 경북도청과 교육청 등 각종 행정기관을 대구에서 안동으로 이전시키는 신도시 1단계 사업은 사실상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인구 유입이 목표인 2만 5000명의 절반 정도에 그치고 높은 분양가로 주거와 상업시설, 의료시설 등의 이전으로 도시기능을 활성화하는 2단계 사업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시일이 걸리더라도 사업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2단계 사업은 획일적인 아파트 중심 문화에서 탈피시켜 인근 세계유산인 하회마을과 연계하고 유럽형 모델을 참고해 관광자원화해야 한다. 개발 부지를 무상임대하거나 손해를 보고라도 조성원가보다 싸게 팔아야 한다. 명품도시 개발과 관광을 활성화시켜 생산과 일자리, 세금 등을 고려하면 득이 되는 셈이다. →새해 도정 구상은. -도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누구나 살고 싶은 경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사상 처음으로 당초 예산 8조원대를 기록한 새해 경북도 예산이 민선 7기 도정의 목표인 ‘새 바람 행복 경북’을 구현하는 데 집중 투자되도록 하겠다. 우선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 등 민생경제에 새 바람을 불어 놓고, 저출산 극복과 이웃사촌 복지 향상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세계인이 찾는 관광 경북을 실현하고, ‘2020년 대구 경북 방문의 해’를 앞두고 사전 준비도 철저히 하겠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이철우 경북지사는 교사·국정원·3선 의원 역임…영호남 ‘동서화합포럼’ 결성 대학을 졸업하고 시골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5년 만에 접은 뒤 지금의 국가정보원을 거쳐 2005년 12월 임기를 6개월 남겨둔 이의근 경북도지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아 경북도 정무부지사에 발탁됐다. 후임인 김관용 경북지사도 그의 역량을 인정해 결국 6개월이 아닌 2년간 부지사직을 수행했다. 2008년 4월 18대 총선 때는 당시 한나라당으로부터 고향 김천에 전략공천을 받아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후 내리 3선에 성공했다. 19대 총선에서는 83.5%를 얻어 전국 최대 득표율 당선자로 기록됐다. 국회 회기 중에도 밤차로 귀향했다가 다음날 아침 상경할 정도로 지역구 관리에 철저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정보위원장을 지내는 등 안보통으로 활약했다. 20여년의 국정원 생활이 핵심자산이 됐다. 특히 2016년 3월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의 9일간에 걸친 무제한 반대토론(필리버스터) 장벽을 뛰어넘어 자신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 ‘이철우법’이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19대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로 있을 때였다. 타인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화력을 지닌 그는 2014년 영호남 의원들이 참여하는 ‘동서화합포럼’ 결성을 주도했다. 처음으로 경북 국회의원들의 전남 신안 김대중 전 대통령 생가 방문, 전남 국회의원들의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을 성사시켰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사무총장을 역임했던 이 지사는 언제나 주인의식을 갖고 내 일처럼 일하라는 뜻의 ‘수처작주’(隨處作主), 평소 덕을 베풀면 따르는 이웃이 있어 외롭지 않다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 좌우명이다. 주요 저서로는 ‘출근하지 마라 답은 현장에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변해야 산다’ 등이 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집중 분석] 발목 잡는 野, 전략 없는 與…文정부 개혁 법안 줄줄이 표류

    [집중 분석] 발목 잡는 野, 전략 없는 與…文정부 개혁 법안 줄줄이 표류

    공수처 도입 등 개혁법안 野 반대에 막혀 유치원3법 한국당 제동에 연내 처리 난망문재인 정부가 내년이면 벌써 집권 3년차에 접어들지만 정부·여당이 공약했던 개혁법안들이 야당의 반대에 막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월 말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열고 ‘일자리 민생경제’, ‘정의로운 국가 완성’, ‘평화체제 구축’ 등 3대 국정과제를 설정한 뒤 구체적으로 52개 법안을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성과는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계약갱신 요구권 행사 기간을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 상가임대차보호법,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후속 법안인 여성폭력방지 기본법 등은 진통 끝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직장 내 갑질 방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26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립유치원 개혁 3법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 교육위원회는 7차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3법을 심사했지만 사립유치원의 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한국당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논의 자체가 진척되지 않았다. 유치원 3법을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6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침대축구로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아예 라커룸으로 불러들였다”고 비판하면서 바른미래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으로 작업 도중 사망한 김용균씨와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27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한국당에서 경영계의 입장을 더 들어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관련 법안도 당초 연내 처리를 목표로 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다. 공룡처럼 커진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분산하기 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이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도 고위공직자의 비리 혐의를 중점 수사하는 공수처 도입에 긍정적이다. 문제는 한국당이다. 한국당은 기존 특별감찰관법, 상설특검법 등을 통해서도 감시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공수처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공수처 설치 문제를 다루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활동 시한이 이달 말이지만 시한 연장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 관련 법안도 실적은 미미하다. 법사위는 26일 소득과 관계없이 만 6세 미만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아동수당법 개정안과 소득 하위 20% 이하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액수를 기존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각각 통과시켰다. 문제는 기초연금 인상 등을 담은 국민연금제도 개편안이다. 지난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개편안은 4가지 안으로 구성됐는데 이 중 2안인 기초연금 강화안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은 현행대로 두되 기초연금을 2021년 30만원, 2022년 40만원으로 인상하도록 했다. 한국당에서는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며 일찌감치 공세하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유재중 한국당 의원은 “2안을 채택하면 기초연금에만 올해(9조 1000억원)의 약 10배에 달하는 100조원을 써야 한다”며 “정부가 엄청난 재정 부담은 숨기고 혜택만 주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한다”고 말했다. 개혁 법안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한국당이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정부의 개혁에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반면 민주당이 과연 최선을 다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다중대표소송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대규모 유통업자의 보복 행위를 방지하는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법 등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은 ‘기업 옥죄기’라는 야당과 경영계의 비판이 나오자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이 대야 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야당의 발목 잡기만 탓하기에는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책임이 있다”며 “청와대만 바라볼 게 아니라 야당을 더 집중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여당에서는 비상등이 켜진 모양이다. 연일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몇몇 여당 의원들조차 중요한 문제라는 데 공감을 표한다. 정말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문제일까? 그들이 왜 이런 정치적 성향을 갖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20대 남성의 정치의식은 우리 사회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숙제’라고 이름 붙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20대 남성들이 대통령을 지지하거나 말거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사실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개별 정당이나 특정 정치세력들의 관심이지 사회 문제는 아니다. 대조적으로 20대 여성들의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그 역시 명확한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젊은 여성들의 처지가 그리 만족할 만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20대 남성들의 정치적 성향은 중요한 사회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집약적인 기표에 포함된 이들의 정치적 의식은 단지 개인이나 정당에 대한 선호를 넘어 이 시대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조건 속에서 20대 남성들이 처한 위기적 상황을 드러낸다.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에는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 두 개의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고 있다. 첫째는 군대다. 20대 남성들의 의식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주목할 만한 일종의 정동(情動, 사회에서 영향력을 갖는 집단적 정서)으로 형성됐다. 계기는 군복무가산점제도의 폐지다. 한국 남성에게 주어진 병역의 의무는 이제 갓 스물이 되어 성인으로서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로 인식돼 왔다. 청춘의 황금기를 군대라는 규율체제 속에서 보내야 하는 남성들은 실제 군대 생활이 어떠하든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피해의식을 공유해 왔다. 그리고 이런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 가산점제도가 폐지되자 분노를 여성에게 투사해 왔다. 여자는 군대도 가지 않으면서 권리 주장만 한다는 생각이다. 군복무에 대한 이들의 감정은 유명 연예인의 군복무 회피 사건이나 운동선수들의 입대 면제에 대한 폭발적인 분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성 혐오와 세월호 유가족 조롱 등 인권 침해적 행위로 비난을 받아온 인터넷 사이트 일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같은 맥락에서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내려진 사건은 이런 박탈감을 심화시켰을 것이다. 또 다른 맥락은 젠더다. 20대 남성들의 젠더 의식(남성으로서 갖는 정체성)에는 가부장적 권위주의, 남성 생계부양자 의식, 폭력적인 섹슈얼리티 등이 깔려 있다. 남자는 여자보다 지위가 높고 권한도 많아야 한다, 남자가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 남자는 성적으로 주도적이고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등의 오래된 의식이 젊은 남성들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제는 낡은 규범인데, 현실에서는 여성을 문제적 대상으로 설정한다. 남성만큼 여성도 지위와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 여성도 경제적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 여성이 누구와 섹스를 할 것인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귀를 닫고 마음을 닫는다. 역설적이지만 20대 남성들의 정치의식이 오히려 반가운 점도 없지 않다. 군복무 경험을 남성들만의 형제애로 미화하거나 여성은 아예 경쟁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연스레 배제해 왔던 기성세대에 비하면 이들은 솔직하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이 젊은이들이 민주적 변화에 마음을 열고 그것이 자신에게도 유익한 방향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 ‘경제 원톱’ 힘 실어준 與…탄력근로제 연장 외친 野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홍 부총리의 ‘원톱 체제’에 힘을 실어 준 반면 야권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현안과 관련한 주문을 쏟아냈다. 홍 부총리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만나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은 만큼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경제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주문했다. 야당과 만난 홍 부총리는 협력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홍 부총리는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해 “최저임금 인상이나 52시간 근무제 도입 속도가 빨랐다는 시장의 우려를 담아서 보완 작업을 하겠다”며 “김 비대위원장이 제시한 ‘i노믹스’도 밑줄 그어 가며 읽어봤는데 정부에서 하려는 것과 공통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보완 작업을 하겠다는 건 좋은 소식이고 우리도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며 “홍 부총리가 자율성을 갖고 소신껏 행동해 달라”고 답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가서 현장 체감도를 물은 건 듣는 국민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였다”며 “탄력근로제 기간연장 법안도 국회에서 합의한 대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제가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과도 접촉을 많이 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8일째 국회 로비에서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가 “목소리에 힘이 너무 빠졌는데 단식을 접으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단식을 하고 있지만 걱정되는 건 경제”라며 “소득주도성장을 버리고 경제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대표와 함께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지표로 압박은 있겠지만 지금 우리는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홍 부총리에게 “김동연 전 부총리와는 다르게 해 달라”며 “부총리가 현실만 잘 알아도 시장은 안정감을 갖게 된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나경원 “저도 간단치 않은 사람”… 여야 지도부 상견례서 ‘견제구’

    나경원 “저도 간단치 않은 사람”… 여야 지도부 상견례서 ‘견제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신임 인사차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찾아갔지만 선거제 개편 등 현안과 관련해 접점보다는 확연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이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야 3당이 요구하고 있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요구에 대해 내년 1월 중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제 개혁안에 합의하고 2월 임시국회 처리를 추진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이날 부정적 입장을 밝혀 선거제 개혁은 난항이 예상된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홍 원내대표와 만나 “선거하는 동안 홍 원내대표가 응원도 해줬는데 당에서는 저를 응원한 이유가 홍 원내대표 본인이 편해지기 위해서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며 “그래서 저도 간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고 기선 제압에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는 나 원내대표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여당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생산적 국회 운영을 위해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 믿는다”고 응수했다. 나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선거제도 개혁은 가장 큰 현안이라고 생각하고 이걸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의 큰 역사를 써 나가는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그런 차원에서 선거제도 개편 문제를 열린 마음으로 함께 풀어 가자”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7일째 국회 로비 바닥에서 단식농성 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찾아가 건강을 물으며 “앞으로 바른미래당과 많이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상황을 너무 오래 끌면 나를 못 보게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손 대표 옆에서 함께 단식 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도 “민주당 원내대표가 생각하는 선거제 개혁 방안이 나왔으니 의견을 나눠 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선거제 개혁 논의는 19대 국회 때부터 해왔기 때문에 상당 부분 얘기가 돼 있으니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게 민주당과 접점을 찾아 달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취임 축하난을 들고 찾아온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저희가 소득주도성장 우려를 표했는데 빨리 정치 기조를 바꿔 주길 바란다”고 했다. 한 수석은 “여야정 협의체에서 국정 운영에 대한 제언, 조언을 많이 해 달라”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은 그간 여야 간 논의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 기본 방안에 동의한다”며 “여야 5당 합의를 위해서는 한국당의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한국당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라디오에서 “선거제도는 권력 구조와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경우에는 의원정수 확대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워 국민 정서가 공감해 주실 수 있는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이준구 교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위기 본질 결코 아냐”

    이준구 교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위기 본질 결코 아냐”

    ‘쓴소리 경제학자’로도 알려진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우리 경제가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때문이라면서 “이런 본질적 측면을 무시하고 애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만 몰매를 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명예교수는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위기의 본질이 결코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전날 이 명예교수의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왔었다. 그는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은 때를 만난 듯 당장이라도 나라 경제가 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을 떨어댄다”면서 “당장 망하기라도 하는 듯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그리 되기를 원하느냐고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마치 악의 축(axis of evil)처럼 매도되는 것이 바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우선 “나도 현 정부가 너무 서둘렀고 그 결과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나 노동시간의 제한 같은 조치에 대해 시장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실책을 저지른 것은 분명하다”면서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가져온 부작용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고쳐야 할 점은 흔쾌히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위기의 본질이 그보다는 훨씬 더 근본적인 요인과 끈이 닿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모든 위기의 뿌리가 마치 그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있는 듯 몰아세우는 걸 본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때 우리를 먹여 살렸던 조선업, 철강업이 무너지기 시작하고 자동차 산업마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그나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마저 무너지면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나. 선진국은 멀리 도망가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국은 숨 가쁘게 따라오는데 우리는 지금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라면서 “바로 이런 우리 경제의 근본적 취약성이 우리가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수언론과 보수야당 말대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다면 최저임금을 현 정부 출범 이전의 수준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우리 경제는 즉각 위기에서 벗어날 것 아니겠나”라면서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적 측면에 이렇다 할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주력 기업이 눈에 띠지 않는다는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현 정부에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정부가 해놓은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해놓은 일 중 여러분들 기억에 남는 게 하나라도 있나”라면서 “그들은 단기적 부양에만 목을 매달고 있었을 뿐 우리 경제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환위기 이래 20여년 동안 우리 경제는 줄곧 투자 부진의 문제로 시달려 왔지만 이를 시원하게 해결한 정부는 하나도 없었다”면서 “내 기억에 기업들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정부가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이 명예교수는 글 말미에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차분하게 위기의 본질을 분석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으려 하는 자세다. 나라 경제가 곧 망한다는 식의 선동적인 발언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마녀사냥은 정부, 여당을 궁지로 모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지 몰라도 위기의 본질적 해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朴장관 “영리병원 수요는 많지 않을 듯” 일부 책임론엔 “이미 승인… 제재 한계” 불법의료행위 땐 국내법으로 엄벌 약속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영리병원 허가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어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다.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설 허가권자가 복지부로 돼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영리병원 신청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외에 현재 복지부로 들어온 승인 요청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내 의료진의 능력이 세계 최고이고 정부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한해 외국인 환자 40만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도 외국인에게 고급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영리병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해 조금의 희망도 가지지 않도록 비영리와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 과정에 대해 “제주도가 세 차례 문서상으로 조언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개설권자가 책임감 있게 결정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녹지국제병원은 사업계획이 이미 승인돼 있었고 허가권자가 제주도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위 위원들은 “복지부가 2015년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 영리병원 개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후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건강보험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영리병원의 과잉 진료, 의료 사고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영리병원의 의료상 불법행위는 국내법을 적용해 확실히 처벌하겠다”며 “환자가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시술받고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박능후 “제주 외 영리병원, 현 정부서 추진 안 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6일 제주도의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 영리병원을 추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영리병원 허가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 따라 병원 개설 허가권자가 제주도지사로 정해져 있어 발생한 특수한 경우”라고 밝혔다. 다른 경제자유구역에서도 설립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제주를 제외한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개설 허가권자가 복지부로 돼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박 장관은 영리병원 신청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외에 현재 복지부로 들어온 승인 요청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국내 의료진의 능력이 세계 최고이고 정부가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한해 외국인 환자 40만명이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며 “지금도 외국인에게 고급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과연 영리병원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이 영리병원에 대해 조금의 희망도 가지지 않도록 비영리와 공공성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제주도와의 사전 협의 과정에 대해 “제주도가 세 차례 문서상으로 조언을 요청했고 복지부는 ‘개설권자가 책임감 있게 결정하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녹지국제병원은 사업계획이 이미 승인돼 있었고 허가권자가 제주도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복지위 위원들은 “복지부가 2015년 사업계획을 승인하는 등 영리병원 개설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사후 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건강보험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영리병원의 과잉 진료, 의료 사고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영리병원의 의료상 불법행위는 국내법을 적용해 확실히 처벌하겠다”며 “환자가 외국인이라고 하더라도 안전하게 시술받고 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민주당과 한국당, 내년 예산안 처리 잠정 합의

    민주당과 한국당, 내년 예산안 처리 잠정 합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6일 내년도 예산안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선거제 개혁은 빠졌다. 선거제 개혁과 예산안의 연계 처리를 요구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거대 양당의 야합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2019년도 예산안에 대해 한국당과 민주당은 잠정적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야 3당이 요구한 선거제 개혁 문제가 합의 사항에 있느냐’는 물음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야 간 쟁점이었던 4조원 세수 부족 대책에 대해선 “(국채 발행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원내 1·2당인 두 정당의 주도로 7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그동안 협상에 참여한 바른미래당은 물론 평화당과 정의당이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 참석할지는 불투명하다. 민주당과 한국당 주도로 이뤄진 잠정 합의에 선거제 개혁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선거제 개혁 등에 대한 합의를 거부하고, 자기들끼리 합의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밝혔다. 야 3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기득권 양당의 기득권 동맹을 규탄한다”며 “민주당과 한국당의 기득권 욕심이 정치개혁의 꿈을 짓밟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양당은 야합을 멈춰야 할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배신 행위를 거두지 않으면 우리 3당은 보다 강력한 투쟁으로 정치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홍남기 “최저임금 결정 구조 바꿀 것… 탄력근로제 6개월 방점”

    홍남기 “최저임금 결정 구조 바꿀 것… 탄력근로제 6개월 방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4일 “2020년부터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최근 ‘고용 참사’와 최저임금 인상의 연관성을 놓고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홍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방식을 묻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이어 “2020년부터는 최저임금이 지불 능력이나 시장 수용성, 경제 파급 영향을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여러 지표와 지불 능력을 봐서 합리적인 인상 구간을 설정하면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구간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원적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10.9%)은 확정된 만큼 내후년부터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홍 후보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와 관련해서는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먼저 완화하는 게 수용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 의무화 문제에 대해 “사업자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등록을 의무화하면 가장 좋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지금 정부로서는 자율적으로 등록하도록 유도하고 의무제는 1∼2년 동향을 보고 검토할 대상이 아닌가 싶다”고 신중론을 폈다. 홍 후보자는 경제 상황이 불황이나 침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둔화 국면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최근 2분기 모두 플러스 성장을 한 만큼 침체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경제팀은 경제 위기라는 인식을 갖고 엄중하게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후보자는 혁신성장과 소득주도성장 중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조화를 이뤄서 가야 하지만 엄중한 경제 상황을 볼 때 혁신성장에 속도를 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성과가 지표에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여야는 홍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공방도 벌였다. 야당은 경제 위기에도 기존 정책 기조를 전환하려는 의지가 없다며 ‘예스맨’, ‘청와대 바지사장’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정책 기획력과 조정 능력이 뛰어나다”고 맞받아쳤다. 홍 후보자는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병역 면제도 도마에 올랐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홍 후보자는 재학생 신분을 이유로 신체검사를 4번 연기했고 1985년 폐결핵이 석회화된 음영으로 나타났지만 면제 요건이 안 돼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병역기피 시도가 실패한 것”이라면서 “1986년 만성간염으로 면제받았는데 진단서를 받은 절차도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홍 후보자는 “병역기피 시도가 실패했다고 한 것에 굉장히 모욕감을 느낀다”면서 “당시 간 치료약이 없었고 법정 전염병이어서 군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고위공직자가 병역 의무를 못 한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지만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10년 이상, 지금도 복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긴밀한 당정청 성과…지지율 추락 과제

    긴밀한 당정청 성과…지지율 추락 과제

    강한 리더십으로 할 말 하는 여당 ‘변신’ 野와 소통 부족… ‘협조 노력 안해’ 평가‘당 존재감은 높아졌는데 지지율은 매주 떨어지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강한 리더십’으로 청와대 거수기가 아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여당으로 바꿔 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 취임 후 당정청 협의가 활성화된 게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한 재선 의원은 “이 대표 체제 전까지만 해도 당정청 간 불협화음이 있다고 부각되는 게 우려돼 불만이 있어도 자제하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당 정책위의장,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 등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주도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민주당 내부 계파에 관계없이 이 대표에 대해 “식견이 높다”는 공통적인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월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문재인 정부가 집중 비판받았을 때 이 대표는 종합부동산세 강화, 공급 확대를 정부에 주도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 대표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최근 자영업자 대책으로 카드수수료율 인하 정책이 나올 수 있었다. 반면 야당과의 소통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소야대 국회 지형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이 대표가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설파하며 지지층의 응집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일단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주당 지지율 40%대가 붕괴된 것이다. 일자리 문제, 최저임금 인상, 탄력근로제 확대 등 경제 현안이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여론조사 지지율은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이라면서 “엄중히 받아들이고 훨씬 더 노력해 만회해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이 대표 취임 후 당청 관계가 긴밀해지긴 했지만 경제 문제와 대야 관계, 연동형 비례제 말 바꾸기 논란 등과 관련해 획기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비판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직설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총론은 좋은데 각론이 문제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드러내 놓고 “경제가 이 지경인데 무슨 놈의 포용성장이냐”는 비판은 직설적이다. 반면에 “포용성장은 좋은데 소득주도성장이나 주 52시간 근무 등의 과속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얼마 전 여권의 한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는 당신네 정책이 싫소’라는 직설적인 비판이 낫다. ‘포용성장은 찬성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비판적 지지’로 포장된 경우는 정말 얄밉다”고 털어놓았다.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기준으로 보면 필자는 욕먹어도 싼 후자에 속한다. 전 세계는 지금 소득 불평등 해소가 화두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게이브리얼 주크먼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 세계 저명한 경제학자 100인이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민소득(NI) 중 상위 10%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유럽 국가는 37%, 중국은 41%, 러시아는 46%, 미국과 캐나다는 47%, 중동은 61%라고 한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131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가 줄었지만, 상위 20%(973만 6000원)는 8.8%나 증가했다. 어느 나라나 불평등은 존재하고, 국가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경제학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숙제다. 그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도 세계적 흐름인 셈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기본이다. 누진세나 종합부동산세, 최근 거론되고 있는 국토보유세 등 자산세는 그 가운데 하나다. 진보학자들은 나아가 교육과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에 기회균등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효과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수십 년 쌓여 온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3축 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누차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공정과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포용성장만 눈에 띈다. 혁신성장은 그냥 구색 맞추기용으로 비쳐진다.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며 소득주도성장에 동참하라는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교체가 결정된 뒤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는 느낌이다. 현장 곳곳에서는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규제도 많고, 기업의 의욕을 꺾는 일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자기 소속 근로자를 고용하라고 공사장 통로를 막아 버리는가 하면, 회사 임원을 상대로 폭력도 휘두른다. 이런 판국에 전 정권 때부터 미뤄져 온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은 언감생심이다. 미국 GM처럼 미래차에 투자하기 위해 1만 7000명을 줄이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지역·노사·내외국인 간의 경제민주화와 소득불평등 해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일형 사회적 시장경제’와 흡사한데 기업 하기는 훨씬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성과물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두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4차 산업 관련 기업들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 규제완화도 목소리만 크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대중 정부 때 벤처 붐이 있었다. 신기술을 내세우며 희대의 사기극도 있었지만, 그때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오늘날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포용성장으로 가는 데 너무 원칙만 따져서 될 일은 아니다. 포용성장을 위해서라면 제3의 길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원칙만 고집하다가 포용성장 자체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놓고 하는 비판이든 에둘러 하는 비판이든 어떤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도 정부 각료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sunggone@seoul.co.kr
  • 美, 사우디 감싼 채 16兆 무기 수출계약 서명… 의회 ‘반발’

    상원은 예멘전쟁 美지원 중단 결의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와 16조원 규모의 무기 수출 계약에 서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직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언론인 살해 의혹을 진화하고 나섰지만 미 의회는 아랍 동맹군을 주도해 예멘 내전에 참전하고 있는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내며 트럼프 정부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간) “사우디가 록히드마틴의 사드를 150억 달러(약 16조 7900억 원)에 구매한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사우디 정부가 지난 26일 서명한 계약 내용에는 총 44대의 사드 발사대와 미사일 관련 장비 수출이 포함됐다. 국무부 관계자는 “2016년 12월부터 이뤄진 사드 수출 논의가 완료됐다. 이란 및 극단주의 단체들의 미사일 위협을 받고있는 사우디와 걸프 지역의 안보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 상원은 같은 날 예멘 내전과 관련한 지원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63대37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다음주에는 구체적인 조치를 놓고 최종 표결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가 중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우디를 군사적으로 지원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상당폭 제한될 수 있다. 특히 상원 다수이자 집권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반란(찬성)표가 예상보다 많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부담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의회가 사우디 인권 문제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날 상원 표결에 앞서 빈살만 왕세자를 적극 옹호했지만 의원들의 표심을 돌리지 못했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카슈끄지 피살 사건 조사 결과를 상원에 비공개로 보고한 뒤 기자들에게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를 명령한 것으로 연관 짓는 보고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사우디의 유대를 훼손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안보에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법관 탄핵 결의에 김명수 대법원장 ‘침묵 모드’

    법관 탄핵 결의에 김명수 대법원장 ‘침묵 모드’

    국회 고유권한·내부 반발 등 부담 커 입장표명 전례 없어… 사법개혁 ‘암초’ 징계절차 13명 탄핵대상에 추가될 듯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필요성을 제기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결의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은 일단 침묵했다. 1표 차이로 결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만큼 사법부 전체도 팽팽한 긴장감에 놓여 수뇌부의 고심 또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출근길에 각급 법원 대표판사들이 법관 탄핵소추 필요성에 의견을 모은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굳게 닫았다. 전날 법관대표회의 소속 판사들과의 만찬 뒤에도 별다른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의 ‘재판독립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의 의견’ 선언문은 이날 오후 김 대법원장에게 전자문서 형태로 공식 제출됐다. 그러나 김 대법원장이 당장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 고유 권한인 법관 탄핵소추에 대해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서 국회에 촉구하는 방식이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내부적으로도 탄핵에 반대하는 판사들의 반발을 사는 등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언문이 대법원장에 대한 건의가 아니라 의견표명 형식”이라면서 “법관대표회의의 논의 및 의결 과정은 알고 있지만 판사들의 의견 표명에 대법원장이 입장을 낸 전례는 없다”고 말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3차 특별조사단의 단장이었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도 이날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검찰 수사를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특정 판사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한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실재했던 것으로 속속 드러났다. 이는 특조단의 조사 결과를 뒤집는 것으로, 법관 탄핵 필요성에 공감대를 넓히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김 대법원장의 개혁 의지와는 별개로 잇따라 외부에 주도권을 넘기게 되는 사법부의 상황에 수뇌부 속내는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특히 사법농단 사건을 심리할 특별재판부와 법관 탄핵소추는 모두 국회가 ‘키’를 쥐고 있어 입장을 전달하기도 쉽지 않다. 여당은 전날 법관대표회의 결의를 토대로 본격적으로 법관 탄핵을 추진할 방침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부터 탄핵 대상 법관들을 가리기 위한 실무 검토에 돌입했다. 박주민 의원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론된 6명 외에 법원에서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13명 등 탄핵 대상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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