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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기 국정운영 정동영, 외교·안보 총괄

    2기 국정운영 정동영, 외교·안보 총괄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분담론이 구체화되고 있다.‘대통령-국가전략과제,총리-일상적 국정운영’ 방침을 선언한 데 이어 내각을 팀제로 효율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분권형 국정운영 체제’를 말한다. 팀제의 핵심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다.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외교·안보팀의 팀장을 통일부장관이 맡았지만 이번 팀제에서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겸직이기 때문이다. ●정동영장관 사실상 통일부총리 역할 정 장관은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 맡고 있던 NSC 상임위원장을 맡아 외교안보분야를 총괄 지휘하게 된다.상임위원장은 통일·외교·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중요한 결정을 하는 상임위 회의를 주재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NSC의 기능이 미미했던 국민의 정부 시절의 외교안보 팀장에 비하면 권한과 역할이 훨씬 커진 것이다.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정 장관은 통일·외교·안보분야에서 주요 현안을 협의·조정하면서 관장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장관이 사실상 통일부총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사회분야 팀장을 맡을 예정이나 시행은 유보적이다.사회분야 팀장은 지난 정부에서 치안을 맡고 있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맡았었다.이해찬 총리는 “복지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중심으로 호흡을 맞춰 나가자는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사회분야 팀장을 행자부 장관이 아니라 복지부 장관이 맡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권형 국정운영 형태가 차기 대권주자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여권 내 역학구도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대권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정동영·김근태 장관을 투톱으로 내세우겠다는 방침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근태 장관 측에서 정 장관에게 쏠리고 있는 파워에 마뜩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도 그래서다.하지만 이해찬 총리는 차기 대권주자 관리용이라는 관측을 부인했다. ●청와대 비서실 일부 기능 조정 팀제 도입에 따라 국정운영 시스템 변화가 예상된다.경제분야 팀장은 이헌재 경제부총리,외교안보분야 팀장은 정 통일장관,과학기술분야는 곧 승격될 오명 과학기술부총리가 맡게 된다.하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교육부총리가 맡았던 인재관련 부처 협의 조정기능은 없는 상태다. 역할분담과 팀제 도입으로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이 축소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국정을 팀제로 운영한다고 해도 청와대 비서실의 기능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부 기능조정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與 경제인에 혼나고 野는 민생회복 나섰다

    與 경제인에 혼나고 野는 민생회복 나섰다

    ■경제인에 혼난 與 정치권이 왜 정쟁이란 ‘마약’을 끊고 민생 경제에 전념해야 하는지를 13일 여당 지도부와 무역업계 대표들의 간담회는 여실히 보여줬다. 한푼의 이윤이라도 남기기 위해 험한 해외시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 노(老)사업가들은 고담준론이 체질화된 여당의 실력자들 앞에서 거침없이 ‘뼈있는 말’을 쏟아냈는데,사실상 훈계조로 들릴 만큼 날카로웠고 작심(作心)이 묻어 있었다.평소 여의도에서 온갖 비생산적인 정쟁의 담론에 빠져 ‘경제는 선택과목’ 정도로 치부해온 듯한 정치인들로서는 수치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서울 삼성동 무역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업계대표들은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의 의례적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쓴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먼저 남덕물산 용을식 회장이 답답하다는 듯 “이번에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왔으니 일본과 유럽 등 주요 국가 의원들과 협력관계를 빨리 구축해달라.”고 호소했다.이어 “요즘 장사가 안돼 죽겠다는 소리가 많은데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에서 기업인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격려해달라.”고 주문했다. 남영산업 문희정 사장은 “요즘 미국 사업가들을 만나면 ‘장사는 친구와 하는 법이다.’는 말을 수시로 듣는다.국가간에 우호가 돈독해야 사업도 된다는 뜻이다.”며 한·미 관계 개선을 당부,여당 의원들을 긴장시켰다.미래와사람 안군준 회장은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엄청난 피해를 봤는데,요즘 화물연대측이 다시 ‘정부가 타협안을 이행치 않고 있어 지켜보는 중’이라고 경고하고 있으니 의원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무역협회 한영수 전무는 “외국에 가보면 우리 정치권의 불협화음이나 노조의 과격한 모습 등 부정적 면만 클로즈업되고 있다.”면서 “외국이 신뢰할 만한 안정적인 모습을 여당이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무역협회 김재철 회장은 “수출이 잘 되려면 국회가 미래지향적이고 세계 흐름에 뒤지지 않아야 한다.”면서 “특히 크게 요동치고 있는 중국에 모든 의원들이 다만 2∼3일만이라도 가봤으면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민생회복 나선 野 한달 가까이 국가정체성 논란을 이끌어온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3일 ‘민생 회복’을 외치며 무게중심을 ‘경제’로 옮기기 시작했다.유승민·심재엽·윤건영·이혜훈 의원 등 당내 경제 전문가를 불러모아 ‘민생점검회의’를 열었다.경제 위기를 타파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박 대표는 회의 서두에서 민생경제 챙기기와 국가정체성 논란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그는 “국민과 기업가가 불안해 하는데 아무리 사정하고 협박을 한들 투자가 이뤄지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겠냐.”면서 “나라의 기본을 흔드는 문제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물은 것이 정쟁으로 치부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언론인 여러분도 과거 정치와 비교를 해봐라.장외 투쟁,국회 보이콧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엄청나게 인내하면서 여권의 답을 기다리는게 정쟁이냐.”고 쏘아붙였다.임태희 대변인은 이를 두고 “박 대표로서는 야당이 당연히 해야 할 질문을 던졌고,이를 정쟁으로 모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는 구체적인 정책을 따지고 여권의 정체성을 점검하자는 것이 박 대표의 의지”라고 전했다.박 대표의 이같은 언급은 외형상으로는 ‘외연 확대’로 비쳐졌지만 한편으론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겠다는,즉 방향 선회를 의미하는 측면도 있다.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2시간 넘게 격론을 벌여 현 경제 상황을 “여권이 추진 중인 수조원의 재정지출 확대나 콜금리 인하 등 단기 부양책으로 해결하기 힘든 국면”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방만한 재정 혁신 ▲선별적 감세정책 추진 ▲공공요금 동결 내지 인하 ▲공공부문 고용 확대 ▲부동산세제 완급 조절 등 9가지 정책을 정부 여당에 제안했다.국제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 대한 세금과 특소세,중소기업 법인세 추가 인하 등 서민생활에 도움을 주는 혜택도 포함시켰다.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이같은 회의를 정례화시키기로 했다.분기별로 경제 동향의 큰 흐름은 경제통인 윤건영 의원이 분석하고,당 정책위는 각종 정책을 마련해 지원 사격한다는 방침이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경제정책 축 ‘이정우→이헌재’

    경제정책 축 ‘이정우→이헌재’

    “경기부양책 자체는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취해야 마땅하나 다만 큰 부작용을 가져올 미봉적 부양책이 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12일 연세대에서 한국경제학회 주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한 발언이다.인위적인 경기부양 정책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이 위원장의 발언 수위가 상당히 낮아진 듯하다.물론 그는 “무리한 경기부양은 당장 한숨을 돌릴지 모르나 그 효과는 결코 오래 가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반드시 생긴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같은 날 같은 행사에 참석했던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재정확대 의지를 밝히면서 경기부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시장친화적인 정책에 대한 이 부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이상적인 경제정책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이 위원장이 현실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에게 쏠려 있던 경제정책 파워가 이 부총리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사실상 이 부총리의 손을 들어줬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부동산정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라.”면서 정책기획위원회가 맡던 부동산대책 창구를 국민경제자문회의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경제부총리가 부동산 세제·지방세·공급과 수요·금융 등의 부동산 관련 거시 대책을 맡도록 했다.종합부동산세제 보완도 지시했다.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인 ‘10·29 대책’을 주도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가졌던 이 위원장으로서는 맥이 빠졌을 것으로 청와대 안팎에서는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국민경제자문회의로 부동산 정책 창구를 바꾼 것은 종합적이고 균형된 시각으로 부동산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이 위원장의 정책이 단편적이고 균형되지 못했다는 얘기로도 들린다.민간위원들은 노 대통령 앞에서 “최근 부동산 대책이 가격안정에는 성공했지만 거래를 상당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문제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부동산 대책이 정부 부처 위주로 돌아가야 하는데 위원회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실에서는 부동산 대책을 지나치게 몰고 가다간 건설경기를 위축시켜 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노 대통령에게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때 이 위원장에게 파워가 집중되면서 이 부총리가 ‘못해 먹겠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입장이 반전됐다.하지만 아직 경제정책의 완전한 파워 이동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이 부총리는 시장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이 위원장의 뒤에는 여권내 386세력이 버티고 있다.시장주의자와 개혁주의자들의 힘겨루기라는 얘기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한·민노 ‘수도이전 반대’ 손잡나

    한·민노 ‘수도이전 반대’ 손잡나

    행정수도 최종 후보지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 여야는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특히 수도이전 공방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맞대결 양상으로 전개되어오다가 민주노동당이 이날 수도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정함에 따라 전선이 확대됐다.한나라당은 민노당·민주당·자민련 등과 ‘야4당 공조’를 통해 여권의 일방적인 강행을 저지키로 했다. 반면 여권은 이해찬 총리가 직접 나서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고,열린우리당도 수도 이전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서 여야간 정면충돌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민노당“최종 후보지 발표 연기” 촉구 한나라당은 10일 주요 당직자회의를 열어 신행정수도 최종 입지를 발표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이날 오후 이 총리를 항의 방문해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이강두 수도이전문제특위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과 국회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발표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다가 헌법재판소 등의 결정으로 무산될 경우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면서 “국회 토론회 등을 갖고 국민 여론을 수렴할 때까지 후보지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열린우리당이 국회 행정수도이전특위를 구성하자는 제안을 거부하자 9일 수도특위결의안을 단독으로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결의안 통과를 위해 야4당 공조를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원단 연석회의를 갖고 “현재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충청권으로의 행정수도 이전으로는 국토균형발전이 실현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다른 지역의 경제적 후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당론을 확정했다. ●당정,“누가 뭐래도 내 갈 길 간다” 여권은 행정수도 이전을 강행하려는 태세다.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국회 특위 구성 제안도 달갑지 않은 터에 민노당마저 반대 당론을 확정하자 다소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이해찬 총리는 이날 ‘행정 수도 최종 입지를 확정 발표하지 말라.’는 한나라당 요구에 대해 “예정대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안하면 법적으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 된다.”고 발표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총리는 “신행정수도 최종 입지 선정발표는 이미 입법화돼 있는 사항으로 정부 절차에 따라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도 한나라당의 문제 제기에 ‘무대응’방침으로 일관하면서 더이상 공방전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그러나 민노당마저 반대 당론을 정하자 적잖이 당혹스러운 눈치다.민주당이나 자민련마저 야 4당 공조에 가세할 경우,‘일방적 몰아붙이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보화기금 비리 수사 급물살

    정보화촉진기금 운용 비리와 관련해 소환에 불응한 채 잠적했던 정보통신부 국장급 간부 임모(3급)씨가 9일 검찰에 전격 자진출두함에 따라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는 임씨를 상대로 업체에 편의를 봐주고 해당업체의 주식을 싼 값에 샀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임씨는 2000년 2월 U사에 정보화촉진기금이 지원되는 사업계획을 미리 알려줘 U사가 광채널제어기칩 개발사업의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돼 14억여원을 지원받도록 도와준 뒤 자신의 형수를 통해 U사 주식 500주를 시세의 10% 수준인 2500만원에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002년 4월 정보화촉진기금 운용 비리 1차수사 당시 임씨의 혐의를 잡은 뒤 정통부에 임씨의 강제귀국을 여러차례 종용한 점을 중시,귀국이 늦어진 배경에 대해서도 집중조사하고 있다.임씨를 ‘보호’해야 했던 기금운용 비리의 핵심 인사를 밝혀내겠다는 것이다.99∼2001년 U사에 당시 여권 실세의 측근 2명이 잇따라 비등기이사로 등재됐던 점도 검찰이 풀어야 할 숙제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마포 웨딩 박람회

    서울 마포구(구청장 박홍섭)는 13일부터 16일까지 아현동 웨딩타운거리(이대전철역∼아현전철역)에서 ‘2004 마포 웨딩타운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결혼 관련 업체 47곳이 밀집해 있는 ‘마포 웨딩타운’에서는 예식장 예약부터 드레스·예복 맞춤,사진촬영에 이르기까지 결혼에 관한 모든 것을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마포구 지역경제과 김기석 과장은 “올 가을 이후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업체수가 많은 만큼 비교해 가며 더 저렴한 곳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사 첫날인 13일에는 오후 7시부터 개막식과 웨딩타운 조형물 제막식이 열리며 이어 웨딩 패션쇼도 펼쳐질 예정이다.14·15일에는 각각 메이크업쇼와 웨딩드레스·한복·파티복 패션쇼 등이 계획돼 있다. 구는 행사장을 찾은 예비 부부들에게 추첨을 통해 드레스 대여권,스튜디오 촬영권 등도 선사할 방침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서울지하철이 오는 15일로 개통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도심 대중교통수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30년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시민의 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때때로 경제난과 신병을 못이긴 서민들이 선로에 몸을 던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수천억원에 이르는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서울인서울’은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콩나물시루 출근길과 심야 승객들의 퇴근길 풍경은 물론 볼거리 많은 역사와 지하철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서울지하철 24시간을 집중취재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30년만에 총연장 36배…세계 4위로 민족의 잔칫날인 1974년 제29회 광복절 때 온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끌어모았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첫 궤도를 밟았던 지하철은 그 뒤 30년 동안 서울은 물론 수도권 도심의 대동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서울시내를 오간 교통인구는 2968만명이다.이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모두 1025만명이다.수송 분담률이 34.6%로 단연 1위다.반면 승용차는 26.9%,버스는 26%,택시는 7%에 머물고 있다.나머지는 오토바이,화물차,특수차 이용자로 5.1%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서울 지하철은 8개 노선에 263개 역사와 전동차 3508량,노선거리 286.9㎞,연간 수송인원 22억명을 자랑한다.운행거리로 따지면 영국 런던,미국 뉴욕,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수송인원으로는 브라질 상파울루,도쿄 다음으로 많다.고작 7.8㎞ 구간으로 첫 발을 뗀 지 반세기도 안돼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74년에 견줘 운행거리는 약 36배,역사 수는 29배로 늘어났다.하루 운행횟수도 296차례에서 4297차례로 15배 늘었으며 하루 수송인원은 23만명에서 5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땅 밑을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3000만 국민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던 지하철도 초기 몇년간의 수송 분담률은 3%대에 불과했다.노선이 짧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시민들은 최도심 일부 구간만 움직이는 지하철이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을 참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극심해졌다.서울시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하는 시내버스 등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호선 개통 10년만인 84년 5월 강남과 강북을 원형으로 잇는 2호선 54.2㎞가 마무리됐다.이듬해인 85년 10월엔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4호선 54.5㎞가 건설됐다.90년대 들어서도 3호선 지축역을 비롯해 양재∼수서간 연장구간,4호선 상계∼당고개와 사당∼남태령간 연장구간, 2호선 신정지선이 잇따라 개통됐다.이에 따라 20주년 때인 94년에는 총연장 131.5㎞에 114개의 역을 보유하는 위용을 뽐냈다. 96년 12월에는 방화∼상일·마천 52㎞를 잇는 5호선이,99년 7월엔 암사∼모란 구간의 8호선 17.6㎞에 지하철 길이 열렸다.이어 2000년 8월 장암∼온수구간의 7호선 42㎞,이듬해 3월에는 6호선 응암∼봉화산 31㎞가 개통됐다.마침내 2002년 4월엔 9호선 김포공항∼반포 25.5㎞가 착공됐다.바야흐로 3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기억도 많이 담겨 전동차도 처음에는 선풍기가 달린 전동차로 출발했으나 지속적인 투자로 냉방장치가 탑재된 최첨단 제어방식 ‘VVVF’ 전동차를 도입했다. 운임제도는 개통 초기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승차거리 만큼 부담하는 거리비례제였으나 3·4호선 개통 이후 지하철 규모가 커지면서 구역제로 개편됐다.역무자동화시스템(AFC)을 도입,승차권 발권에서 개·집표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몇 단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경제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하철마저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게다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 더미에 올라앉으면서 원래 목표인 분담률 50%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질적·양적 성장 뒤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82년 현저동 지하철건설 공사장 붕괴사고,84년 영등포구청역과 89년 교대역 침수피해,89년 지하철노조의 3·16파업 등이다. 더군다나 공공성을 띠었다는 점 등의 부담 때문에 요금을 올려받기 힘들어진 데다 노선연장 등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세이버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전력 사용량 ‘구리+의정부시’와 비슷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지하철 30년을 이끈 ‘개국 공신’임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신진 세력’의 등장으로 전동차 등 시설 노후화에 대한 세간의 ‘쓴소리’에 더욱 익숙하다.지하철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고물철’ 지적에 ‘벙어리 냉가슴’ 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1564량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것은 한 량도 없다. 그러나 1∼4호선에는 10년 이상 된 전동차가 지하철공사의 경우 1944량 중 75.4%인 1466량,철도청은 1213량 중 45.6%인 553량이다.특히 20년이 넘은 전동차가 14.8%(469량)로 이들 대부분은 1·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까닭에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도 볼 수 있는 3∼8호선과 달리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1·2호선의 승객들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철도청 관계자는 “도시철도법은 전동차 교체를 위한 내구연한을 25년으로 못박아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공사 관계자도 “2002년까지 신형 전동차의 70∼80% 수준이던 구형 전동차의 냉방기 용량을 높여 1·4호선에서는 5·6번째 전동차를 ‘약냉방 차량’으로 지정,운행할 정도”라면서 “또 2006년까지는 모든 차량의 실내인테리어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전기먹는 하마?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해 전동차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에 불도 밝혀야 하는 만큼 전력사용량도 엄청나다. 지하철공사는 한달 평균 7100만의 전력을 사용한다.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에 해당하며,구리시나 김포시의 전략사용량과 맞먹는다.도시철도공사의 전력사용량은 한달 평균 5500만로 의정부시의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연간 전기요금으로 지하철공사는 670억원,도시철도공사는 484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큰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체 사용량의 71%를 전동차 운행에 쓰고 있는 반면,최신식 역사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철도공사는 55%만을 전동차 운행에 들이고 있다. 또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땅 밑 가장 깊은 곳이다.이 중 경기 성남시에 있는 8호선 남한산성역이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건물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56m로 가장 깊다.서울시내에서는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이 46m로 가장 깊고,노선별로는 ▲1호선 종로3가역 13m ▲2호선 이화여대입구역 30m ▲3호선 충무로역 28m ▲4호선 회현역 23m 등이 깊다. ●전력공급·통행방식도 차이 양 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1500V의 직류(DC) 전기가 흐르는 반면,철도청 운영 구간은 2만 5000V의 교류(AC)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까닭에 1호선 서울역∼남영역과 청량리역∼회기역,4호선 남태령역∼선바위역 등 3곳은 전력 공급방식 전환을 위해 전기가 흐리지 않는 ‘절연구간’이 존재한다.철도청 관계자는 “전기의 특성상 지상에서는 교류가,지하에서는 직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순환운행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 전동차는 좌측 통행을,3∼8호선 전동차는 우측 통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승강장 길이는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에 이르는 9개역이 210m,나머지 1∼4호선의 역은 205m,5∼8호선은 165m 등이다.전동차 길이가 20m이기 때문에 1∼4호선은 10량,5∼8호선은 8량이 한 편성을 이루고 있다. 또 지하철에서 나는 ‘덜커덩’ 소리는 전동차 바퀴가 선로의 연결 부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로는 20m가 기본단위지만,용접을 통해 선로의 길이를 늘린다.”면서 “하지만 계절에 따른 선로 팽창률과 선로의 직선화 정도 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선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선로 한개의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은 구파발역∼연신내역 사이로 1360m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하철역엔 뭔가 숨었다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인 7일 오후 4시 4·7호선 이수역 지하 1층에서는 경복고 록밴드 ‘사육신’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이어 6시엔 ‘메트로 실버악단’이 트럼펫·기타·아코디언·하모니카 연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피아노까지 동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에서는 공짜로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다.역사 유리지붕으로부터 29m 아래까지 햇살이 들어오고 벽면은 갖가지 작품과 유리로 장식돼 황홀한 느낌마저 풍긴다.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지하 4층에 폐백실,지하 2층에 신랑·신부 대기실을 만들었다.청소·전기료도 받지 않는다.신랑·신부는 설레는 가슴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 전시장에 내려와 나란히 입장한다.피로연장도 갖췄다. 1·2호선 신도림역 열린 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이 달라진 ‘지하 세계’를 실감케 한다.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명의 변호사들이 상담을 해준다.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엔 세무,둘째 화요일 오후 2∼4시엔 의료,매일 오전 8시∼오후 6시엔 생활·결혼문제,매주 화요일 오후 2∼4시엔 청소년 상담이 펼쳐진다. 매일 역사 어딘가에서는 남다른 ‘끼’를 지닌 이들의 공연과 시범이 쏟아진다.예컨대 10일 오후 4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배명고 랩 동아리 ‘FMT’가 무대에 오른다.11일 오후 6시30분 공덕역에선 송학봉·남화선·이차석씨의 트럼펫·피아노·클라리넷 연주회가 손님을 맞는다. 4호선 충무로역엔 다섯가지 재미가 있는 곳이란 뜻인 ‘오! 재미동’이 있다.1동엔 영화·디자인 등 예술서적 400여권과 국내외 잡지 37종을 갖췄다.2동에서는 희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3동에서는 참가자 마음대로 영화도 만들어 보며 강의도 들을 수 있다.4동은 60석 규모의 무료 소극장,5동은 센터 바깥에 2개의 대형 스크린과 5대의 PDP로 영상물을 감상하도록 꾸민 휴식공간이다.월요일은 쉰다. 전동차 역시 메마른 지하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오는 31일까지 7호선 ‘달리는 문화예술관’에는 차량마다 여성작가들의 미술작품이 꾸며진다.7호선 온수∼도봉산 구간엔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강원도’라는 주제의 환경열차를 오는 10월14일까지 하루 왕복 3차례 운행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하철에선 무슨일들이… 한 비구니 스님이 울긋불긋한 초롱 모금함을 들고 전동차에 뛰어든다.이어 “제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자비사 ‘지우’입니다.여덟살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온다.(2004.6.8.오후 1시30분 3호선 수서행) 대중교통의 견인차인 지하철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평일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길게는 하루 19시간 손님을 실어나르는 전동차는 연인들의 사랑,떠나보내는 아픔,일터에서 언제 나왔는지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의 고달픔을 함께 실어나르고 있다. 주5일제 확산으로 사실상 주말인 6일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도곡행 3010호 전동차.러시아워를 한참 지난 탓인지 그다지 혼잡하지는 않은 가운데 초로의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경로석에 잠들어 누워 있었다.오른쪽 다리를 반으로 접어 좌석에 구겨넣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은 채 때때로 고르지 않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출근길인 같은 날 오전 8시15분쯤 2호선 순환 전동차에서는 몸빼 차림에 배낭을 멘 한 여성이 선반 위에 놓인 신문들을 거둬들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엄청나게 뿌려대는 무가지(無價紙)로 전동차가 어지럽혀지는 것도 최근 나타난 풍경이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지만 바쁘게 내리다 보니 애지중지 여겨온 물건을 깜빡 하고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다.서울지하철공사(1∼4호선)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습득신고가 들어오는 분실물은 액수로 따지면 연 2억 3000여만원이나 된다.서울시내 지하철 유실물 반입은 지난 6월 168건,7월엔 무려 200여건에 이른다.이에 따라 서울·경기지역에 유실물센터를 일곱군데 개설해놓고 있다.승객들이 분실한 물건을 합치면 자그마치 10억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언짢게 들릴 수도 있는 뒷얘기도 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고 3번은 나야 멈춘다.’는 표현이 통설처럼 전해지고 있다.자살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 기원제’를 열곤 한다.특히 승강장이 밝으면 사고가 줄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무관하게 늘 밝게 유지한다. 대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운행중단 사고가 나면 사고 지속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대체 교통비로 5000원,그 이상이면 1만원을 승객들에게 지불한다.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환불만 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1세대 기관사 정철영씨 “이름 정철영보다 비슷한 발음의 ‘전철역’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974년 지하철 개통 당시 30명의 ‘1세대’ 기관사 가운데 가장 신참이었지만,30년의 세월 앞에 현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기관사이자 지하철 역사의 산증인이 된 정철영(57) 신정승무사업소장의 지하철 사랑은 남다르다.“약관의 나이에 철도국(현 철도청) 직원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인연이 철도 기관사를 거쳐 지하철에 몸담은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지하철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지원한 선택과 이후 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생활에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하철 개통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개통행사를 치렀지만,당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행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개통 이후 아침부터 밀려든 시민들은 신기한 듯 지하철을 타면 내릴 생각은 않고 왔다갔다 했고,말끔히 단장된 역사에서는 구경나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사로 줄곧 근무하던 정 소장은 80년부터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로 근무지를 옮겼으며,8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개통을 앞두고 있던 3·4호선의 열차운행 자동화업무시스템 제작에 참여했다.이어 94년에는 다시 영국에 가서 2호선의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데 공헌했다.즉 전동차 하나하나,설비 여기저기에 정 소장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게다가 지난 99년부터는 기관사 등 승무원을 관리·양성하는 종로·성수·신정승무사무소 등에서 줄곧 근무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사소한 지하철 사고 소식에도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한다.”면서 “지하철 30년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터”라고 말했다. 기차나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는 정 소장도 내년이면 정년이다.정 소장은 “부부도 30년을 같이하면 최고로 느껴지는데,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소회가 달리 느껴지겠습니까.”라며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DJ역장’ 김만오씨 “작은 노력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DJ 역장’으로 더욱 유명한 김만오(56) 경복궁영업사무소장의 말이다.김 소장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1995년 ‘환승 지옥’으로 일컬어지던 신도림역무소장을 맡으면서부터다.“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뛰지 맙시다.’ 등의 딱딱한(?) 멘트로 시작한 역내 방송이 계기가 됐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시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선다는 취지에서 차츰 멘트에 위트를 섞고,노래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97년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역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랩댄스와 힙합 등 젊은이 취향의 노래를 선곡,신촌 대학가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방송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시민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면서 “98년 연·고전 당시에는 초청받아 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2001년부터는 김 소장의 책임 하에 있는 9개역(3호선 지축역∼경복궁역 구간)으로 방송 활동영역을 넓혔다.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의 특별지시로 지하철 1∼4호선 114개 모든 역사에서 김 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시스템상의 문제로 모든 역에 생방송을 할 수 없어 직접 녹음·편집한 90분짜리 테이프를 각 역에 나눠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비를 들여 편집·녹음장비들을 구입,한때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큰아들 정균(23)씨와 막내딸 덕교(20)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여전히 어눌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도 “저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하는 그날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어느 역사에서는 DJ 역장의 “탈법을 일삼는 사람,오늘도 큰소리 뻥뻥 칠거야?’라는 목소리 뒤에 흘러나오는 가수 송대관의 ‘큰소리 뻥뻥’에 환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성기관사 김현정씨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편하고 안전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한 지 1년 남짓 지난 ‘새내기’ 여성 기관사 김현정(30·서울도시철도공사 신풍승무사무소)씨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하철 개통 3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960여명의 기관사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50여명의 기관사 중 여성이 1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특히 김 기관사는 지난 2002년 말 기관사 채용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8명의 신참 기관사 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3개월의 이론과정과 6개월의 실습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7호선 운행 기관사로 정식 배치됐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놀랍다는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면 비로소 기관사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기관사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관사에 도전하게 된 데는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대학 재학 시절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성 기관사를 본 뒤 그 존재를 알게 됐고,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힘들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간단한 기계 조작만으로 수백t의 전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한다.“남녀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근무 여건이나 처우 등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좋은 편”이라면서 “다만 기관사는 전기·전자·기계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거나,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관사는 “다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동차 문을 여닫을 때 CCTV 등으로 확인하지만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에 끼이는 등 사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승하차하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22) 구조조정 전도사 김재우(주)벽산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22) 구조조정 전도사 김재우(주)벽산 사장

    ㈜벽산 김재우 사장은 영락없는 용장(勇將)의 이미지다.180㎝ 큰 키에 뚜렷한 이목구비,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가 삼국지 관운장의 풍모다.올해로 벽산 CEO(최고경영자)가 된 지 7년째.IMF(국제통화기금)사태 속 붕괴 직전에 놓였던 적자회사를 단단한 흑자회사로 돌려놓은 능력이 장수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매김시켰다.불황기를 맞아 회사 업무 외에도 ‘구조조정의 전도사’로 바쁜 강연 일정이 잡힌 그를 만나 36년 경영 이야기를 들어봤다. ●‘위기=위험+기회’ -1998년 1월3일 사장 취임식장은 바깥 날씨보다 더한 한기가 돌았다.정부가 IMF 관리체제를 선언한 지 딱 1개월 되던 시점.40년 된 회사와 1000명 직원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있었다. 97년 적자는 300억원에 달했고,부채는 1800억원이 넘었다.외상매출의 5분의1 정도는 대금을 못받는 악성채권들이었다.모든 사람들이 패닉상태였다.새 사장은 건축자재회사를 경영해 본 경험이 없었고,직원들은 극도의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를 합친 말 아닌가.”취임한 지 3개월째 들면서 지난 2개월동안의 구상을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우선 직원을 980명에서 450명으로 절반 이상 줄였다.하지만 사람들을 그냥 내보낸 것은 아니었다.150명에게 우리회사 제품의 총판점을 차릴 수 있도록 창업을 지원했다.건축자재 시장이 불황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넘어가면서 시장수요를 잘 예측·분석하는 최일선 전문가들이 필요했다.노련한 벽산의 직원들이야말로 우리 제품을 제대로 팔아줄 사람들이었다.당시 2∼3명씩 한 조가 돼 창업한 총판점 가운데는 현재 연 매출액이 100억원에 가까운 곳도 있다. -당시 금리는 살인적이었다.1개월짜리 CP(기업어음) 이자가 연 30%에 달했다.반면 회사매출의 60%는 외상거래여서 자금이 제대로 안돌았다.그나마 이 중 30%는 부도 등으로 대금을 고스란히 떼이는 판이었다.차라리 물건을 안 파는 게 나았다.거래처를 4000개에서 400개로 10%만 남기고 다 없앴다.판매목표는 전년의 60%로 낮췄다.목표를 무리하게 잡아 ‘부실판매’를 낳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대신에 거래조건은 강화해 반드시 담보가 있는 곳에만 납품하게 했다.그 외에는 100% 현금거래였다.얼마 안 지나 취임 때 16%에 달하던 부실채권 발생률이 0.1% 이하로 떨어졌다. -인력과 고객의 구조조정에 이어 그해 5월에는 의사결정의 슬림화에 착수했다.내가 가진 결정권을 10%로 줄이고 일선 책임자에게 90%를 넘겼다.조직원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려는 뜻도 있었지만 더 큰 것은 CEO가 바빠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미국의 경영학자 알프레드 스로운의 “1%를 경영하라.”는 말처럼 CEO가 바쁜 이유가 책상에 앉아 결재할 서류 때문이어서는 안된다.지금도 나는 “반드시 내 결재가 필요한 일인가.” 자문해 본 뒤 그렇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몇십억원이 집행되는 일이라도 직원들에게 맡긴다.CEO가 바쁘면 변화를 제대로 짚어낼 수 없다. ●“나한테 걸레면 남한테도 걸레” -그해 8월6일 워크아웃이 시작됐다.회사 전체매출의 40%를 차지하던 전남 여수와 경남 진해의 석고보드 공장을 프랑스 라파즈(유럽 최대의 시멘트 골조회사)에 매각했다.생산량의 절반은 우리가 판매권을 갖는다는 조건이었다.벽산의 대명사 ‘석고보드’를 매각하려는 데 임직원의 반대가 거셌지만 나는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일축했다.나에게 소중한 것을 팔아야 남이 사준다는 얘기였다.그 이면에는 내가 생각한 구상이 있었다.“글로벌화는 불가피하다.하지만 우리 업역의 특성이나 규모로 볼 때 글로벌화를 선도하기는 어렵다.그렇다면 글로벌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우리의 역할을 더 키워야 한다.”지금도 여수·진해 공장에서 생산된 석고보드는 각각 50%씩 ‘벽산 석고보드’와 ‘라파즈 석고보드’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워크아웃 조기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던 2001년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경영정상화 성공사례를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임직원 30여명과 함께 97년 300억원 적자회사에서 2000년 30억원 흑자회사로 전환시킨 과정을 책으로 만들어냈다.제목은 ‘누가 그래? 우리 회사 망한다고’.이어 2002년 워크아웃 공식졸업 이후에는 2탄으로 ‘거봐! 안망한다고 했지’를 출간했다.벽산이 금세라도 망할 것처럼 떠들던 사람들에게 보란듯이 던진 성공리포트였다. -70년대 중동에서 불모의 열사를 누볐던 일들은 두고두고 나에게 재산이 됐다.특히 75년 1억달러 수주기록은 김재우라는 이름 석자를 세상에 각인시킨 일로 남아 있다.73년 나는 30세에 삼성물산 영국 런던지사장으로 갔다.이제 막 산업화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선진국.하지만 그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이듬해 나는 레바논 베이루트지사장으로 발령났다.오일쇼크로 세계경제가 휘청거리던 당시는 거꾸로 중동 ‘오일달러’를 건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회사에서는 해결사로 나를 보냈지만 나의 상심은 대단했다.여유로운 생활은 물론이고 그룹내 최고의 영어전문가가 되겠다는 꿈도 물거품이 되는 듯 했다. ●“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다” -분노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나보다 열 살 정도 많은 아랍의 현자(賢者) 한사람을 만났다.그는 “사람의 운명은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당신은 경쟁자보다 무엇 하나라도 더 나았기에 원치않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장기적으로 더 나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뜨거운 모랫바람을 맞아가며 중동 각국의 정부와 기업 인사들을 만났다.어느날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방성 관료가 나를 찾았다.“군복,탄띠,요대 등 군대 비축물품을 300여가지 장만하려는데 삼성물산에서 공급할 수 있겠느냐.”그때 우리 회사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루지 않았지만 나는 자신있게 “예스”라고 했다. 수주금액은 무려 1억 100만달러.당시 삼성물산의 연간 전체 수출액이 2억달러였다.다행히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져서 나와 회사는 중동지역에서 커다란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81년 우리나라가 이라크와 국교수립을 하는 과정에서 민간교류단장으로 미력이나마 공헌한 것도 그때 인연이 컸다. -우리 직원들은 매월 한권씩 책을 돌려본다.같은 책을 150권 사서 서로 돌려보고 독후감을 작성한다.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50여권을 읽었다.책 한권을 고르기 위해 나는 두 세권을 읽는다.얼마 전에는 조난당한 남극탐험대원 27명을 2년 만에 무사히 생환시킨 어니스트 새클턴 함장의 이야기를 다룬 ‘인듀어런스’를 감명깊게 봤다.고등학교 때 읽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만큼 큰 감동이었다.둘 다 살아있는 한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마찬가지로 요기 베라(미국 프로야구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의 명언을 후배들에게 들려준다.‘끝날 때까지는 결코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회의시간에 고개 숙이고 자료 읽는 사람과는 얘기를 안한다.생각을 안해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나는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를 자주 인용한다.생각을 통해 실마리를 찾아내는 홈즈와 단서를 뻔히 눈앞에 보고서도 추리를 하지 않는 그의 친구 존 왓슨이 비교대상이다.내가 최고로 치는 가치도 의사결정의 속도다.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위기상황에서 리더가 내려야 할 의사결정은 ‘무엇’(What)이 아니라 ‘언제’(When)”라고 했다.빨리 내린 잘못된 결정이 늦게 내린 바른 결정보다 차라리 낫다는게 내 신조다.나는 회의를 마칠 때 반드시 논의된 사항들의 중간점검을 하게 한다.그래야 나중에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는 낭비를 줄일 수 있다.아무 것도 결정짓지 못하는 회의는 쓰레기다. -벽산은 98년 워크아웃 개시와 동시에 정보화 투자를 시작했다.전 사원이 상여금을 반납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추진한 게 ‘1인 1PC 갖기’였다.이를 ‘사치’라고 느낀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평생직장은 없다.이곳을 떠나 다른 조직에 가더라도 정보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앞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며 다독거렸다.우리가 빠르게 수렁에서 벗어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정보화를 통한 생산효율 향상이었다.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상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전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는 재임 중 업적으로 보면 실패한 인물로 평가받는다.하지만 그는 만 80이 된 지금도 대통령 특사로 세계 곳곳을 누비며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그는 ‘희망보다 후회가 많을 때 늙는다.’고 했다.나는 항상 ‘오늘은 내 여생의 첫 날’이라고 생각하라고 직원들과 아이들에게 말한다.그런 점에서 아침시간은 ‘황금을 물고 있는’ 귀한 시간이다.하루에 1시간만 일찍 움직이면 1년에 보름이 내 손에 들어온다. ■ 김재우 사장은 ㈜벽산 김재우(金在祐·61) 사장은 별명이 많다.삼성에 있을 때에는 ‘일공일’(101)로 통했다.197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1백만달러(1억 100만달러) 납품을 따낸 게 인연이 됐다.98년 벽산에 온 뒤에는 ‘구조조정 전도사’란 별명을 얻었다.요즘은 온갖 강연이나 세미나에 연사로 초청받는 ‘스타 강사’다.30년 삼성맨 생활을 마치고 벽산의 최고경영자로 와서 경영권한 이양,매출목표 감축,거래선 축소 등 역(逆)발상을 통해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시켰다.97년 1816억원(부채비율 297.1%)이던 부채는 현재 210억원(59.2%)에 불과하다.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이며 OA플로어,슬레이트,재래식 천장,미네랄 울,압출발포 폴리스틸렌 등에서 업계 1위다.그의 경영철학은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이다.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 지 알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얘기다.▲44년 경남 마산 출생 ▲경북사대부고·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삼성물산 특수사업본부장·정보산업 총괄전무,삼성항공·삼성물산·삼성중공업 부사장 ▲97년 벽산건설 사장 ▲98년 벽산 사장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여야, 경제해법 공방

    여야, 경제해법 공방

    ■ 與 “돈 풀어야” 1930년대 미국 루스벨트 행정부가 재정을 통한 시장 개입을 골간으로 하는 케인스주의를 채택해 대공황의 수렁을 빠져나온 이후 ‘재정 확대’는 불황에 직면한 자본주의 국가들 앞에 매혹적인 자태로 서성거려 왔다.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물가가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현상)이란 ‘기형아’가 나오면서 케인스의 복음은 장기적으로 한계를 드러냈지만,선거에 목을 맨 정치인들로서는 ‘단기적 효과’로도 감지덕지인지 모른다. 열린우리당도 집권 이후 경기가 좀처럼 ‘입원실’을 나올 기미가 안 보이자,급기야 정부에 적극적인 재정 확대를 촉구하고 나섰다.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9일 ‘경제관련 국회 3개 특별위원회 합동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 시안은 경기중립으로 보이는데,이를 통해서는 경기대응 기능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소득세 감면 등은 효과가 제한적인 만큼,가장 적극적인 경기대응책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이라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당 관계자는 “정부 안은 내년에 적자 국채 3조원을 찍어 전체 예산을 130조원으로 편성하자는 것인데 반해 우리당에선 적자 국채를 4조∼7조원 이상 발행해 131조∼135조원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천 대표는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중소기업 지원,연구개발(R&D) 투자,교육 투자 등에 재정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또 내년 예산에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적극 반영키로 하는 한편 연·기금을 증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이와 함께 공공 일자리를 늘려 소외계층의 고용을 증진하고 실업급여 증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하지만 이같은 당의 ‘압박’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실제 지난해 김진표 당시 경제부총리(현재 열린우리당 의원)가 ‘재정 확대’를 수차례 건의했지만,노 대통령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안된다.”며 거절했었다고 여권 핵심관계자가 전했다.노 대통령이 뒤늦게 케인스에게 ‘초대장’을 보낼지 주목된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野 “稅 줄여야” “IMF:단기 냉동,노무현 정권:장기 냉장” 한나라당은 9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만 모르는 노무현 경제위기’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IMF(국제통화기금) 때보다 더 나빠진 노무현 경제위기’라고 규정하면서 최근의 경제상황을 이같이 진단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이날 상임운영위에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과감한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를 통해 친(親)기업환경을 조성하고 민간 소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중소기업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3년간 소득세 및 세무조사를 면제하고,생산주체 우대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고무시켜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도 했다. 특히 “국가 재정 파탄이 우려되고,국민과 기업은 무소비·무투자·무기력 등 3무(無)에 빠져 경제공동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근거로는 ▲잠재성장률 4%대 추락 ▲총가계부채(3월 기준 450조원) 및 가구당 평균부채(2945만원) 사상 최대 ▲신용불량자 369만명(현정부 들어 110만명 폭증) ▲국민연금 체납액 4조 3000억원 등 각종 연체금 급증 ▲지난해 외국인 투자 65억달러(당해연도 신고기준)로 97년 이후 최저 ▲지난해 국가 채무 166조원,2008년 중앙정부 채무 최소 237조원 전망(금융연구원) 등을 제시했다.이 의장은 “‘노무현 경제위기’의 주 원인은 경제가 싫어하는 ‘5대 실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5대 실정’으로는 ▲과거 노동운동 또는 대학운동권 스타일의 국정운영 ▲과거 타령 및 조상 탓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국정운영 ▲엉터리 대형 국책사업으로 국력 낭비·통화 증발·예산 팽창 자초 ▲대중인기주의 및 사회주의 색깔의 정책집행 ▲국가정책의 우선순위에서 경제정책 뒷전 등을 꼽았다. 특히 “국가 재정과 국민 부담을 생각하지 않고 대형 국책사업을 무분별하게 쏟아내고 있다.”면서 “행정수도 이전,주한 미군 재배치와 자주국방,동북아 물류중심 건설,미니신도시 조성 등 국책사업에만 모두 650조원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외교부기획관리실장 송민순

    외교통상부는 9일 본부 기획관리실장에 송민순 경기도 국제관계 자문대사를 임명했다.외교부는 또 ▲주뉴욕 총영사에 문봉주 전 주미공사 ▲주오사카 총영사에 정화태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 ▲주홍콩 총영사에 조환복 전 주중공사 ▲주시카고 총영사에 김욱 재외국민영사국장 ▲주선양 총영사에 오갑렬 재외국민심의관 ▲주밴쿠버 총영사에 최충주 주벨기에 구주연합공사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에 김종해 외교안보연구원 연구관 ▲주상파울루 총영사에 권영욱 여권관리심의관 ▲주일 공사에 추규호 주시카고 총영사를 각각 임명했다.
  • 朴대표, 전직대통령 연쇄 예방나서

    朴대표, 전직대통령 연쇄 예방나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8일 시작된 전직 대통령 예방 일정을 재임 순서대로 짰다.따라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마지막 날에 만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연 주목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불을 댕긴 국가정체성 논란 등 현안과 관련해 DJ와 ‘공통분모’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 문제를 놓고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된 박 대표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어떤 의견을 나눌지도 관심거리다.박 대표로선 ‘호남과의 화해’를 시도하는 정치적 의미도 안는다. 박 대표는 이날 첫 순서로 서울대병원에 잠시 입원중인 최규하 전 대통령을 문병,홍기 여사의 별세를 위로하고 최근 논란이 된 국가정체성 논란 등 국정 현안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어 9일 전두환,10일 김영삼,1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차례로 예방할 계획이다. 외유 중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귀국하는 대로 방문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한다. 임태희 대변인은 “박 대표는 4·15 총선과 6·5 지방선거를 치르고 당을 추스르느라 전직 대통령들을 예방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서 “인사도 드리고 조언도 듣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전했다. 이번 연쇄회동은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 등으로 불거진 국가 정체성 논란과 여권이 추진중인 친일법 개정 등 ‘역사 바로세우기’,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따른 한·중 외교 마찰 등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 대표는 현 정부의 국가 정체성 및 친일진상규명과 관련한 갖가지 문제를 호소하고,변화된 대북정책과 호남 화해책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친일·유신 청산 등 박 대표를 겨냥한 당 안팎의 공세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지원’을 요청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그동안 여권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온 박 대표가 이제는 국가 원로들의 입을 통해 국가정체성 문제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게 아니겠느냐.”고 분석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서세원“서둘러 방송에도 복귀하고 싶다”

    “업그레이드된 서세원이 되고 싶습니다.”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두번째 영화 ‘도마 안중근’의 개봉을 앞둔 서세원(48)이 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 및 방송 복귀,자신이 연루됐던 ‘연예계 비리’와 관련한 얘기를 털어놨다. 유오성이 타이틀롤을 맡은 ‘도마 안중근’은 안 의사가 1909년 10월 중국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사살한 사건을 전후한 11일 동안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도마’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 의사의 세례명. 그동안 ‘조폭마누라’등에 투자하거나 제작에 관여한 적은 있지만 연출을 맡은 것은 1986년 ‘납자루떼’ 이후 18년 만의 일.영화는 지난 1∼3월 중국에서 촬영했으며 오는 27일 개봉한다.서씨는 “처음에는 제작과 투자만 계획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이 흘러간 데다 예전에 감독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메가폰을 잡게 됐다.”고 밝혔다.방송 복귀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을)세운 적은 없지만 돈을 떼어먹었다든가,누구를 폭행했다든가 하는 식의 잘못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복귀에 어려움이 없고 서두르고 싶다.”고 말했다. 소문이 무성했던 북한 시사회에 대해서는 “이미 7월초 평양에서 시사회를 진행한 바 있으며 8월말과 9월초 각각 금강산과 평양에서 다시 시사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방적으로 (언론에) 매도당해 섭섭했다.”고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으며 “보도와 달리 마카오에는 근처에도 안 가봤고,이는 여권 기록에 남아 있다.연예계 비리에 관련해서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지만 항소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합
  • 이란 외교관 피랍

    이라크 정국이 혼미상태다.이란 외교관이 납치됐고 사형제도가 부활됐으며 알자지라 방송 바그다드 지국은 폐쇄됐다.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며칠째 반군과 미군이 교전 중인 남부 나자프를 전격 방문,반군에게 무기를 버리고 나자프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나자프 외에도 바그다드 아마라 쿼나르 등 시아파 거주지 곳곳에서 무장세력과 연합군의 충돌이 잇따르고 있다. 아랍 위성방송인 알 아라비야는 8일 자신들을 ‘이라크 이슬람군’이라 부른 납치범들이 카르발라 주재 이란 영사를 납치했다고 주장하는 비디오를 방송했다.‘이라크 이슬람군’은 지난달 28일 파키스탄 인질 2명을 살해,이슬람교도도 살해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체다. 비디오에는 파리둔 지하니라는 남자가 카메라를 보고 말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으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화면에는 여권과 ‘카르발라 주재 이란 영사’임을 나타내는 명함 등 9가지 신분증이 공개됐다.납치범들은 지하니가 이라크에서 종파간 전쟁을 부추겼다며 이란에 이라크 문제에 간섭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알 아라비야는 요구사항은 없었다고 전했다. 최근 수주간 이라크에서 고위 외교관이 납치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지난달 23일 이집트 외교관인 모하메드 맘두 헬리 쿠틉이 납치됐다가 26일 무사히 풀려났다. ●임시정부, 사형제 부활 반면 이라크 임시정부는 8일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뒤 미군정이 폐지시켰던 사형제도를 부활시켰다.살인,마약거래,국가안보 위협 외에도 대량학살,주요 기간산업에 대한 공격,생물무기 공격 등도 사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법무차관인 부쇼 이브라힘이 밝혔다.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사형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일부 의혹도 있다. ●알자지라 지국 폐쇄 이에 앞서 7일 이라크 임정은 알자지라 방송의 바그다드지국을 폐쇄하고 경범죄에 대한 사면령을 발표했다. 알자지라 방송 바그다드 지국 폐쇄는 저항세력의 ‘입’을 막는 조치로 해석된다.그동안 알자지라 방송은 외국인에 대한 테러행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창구역할을 해왔다.폭력을 선동하고 이라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전파한다는 것이 이라크 임정이 밝힌 폐쇄이유다.이에 대해 알자지라는 유감성명을 발표하고 이라크내 취재활동은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꾸준히 논의됐던 사면 범위는 크게 축소됐다.지난해 5월1일부터 사면령 발표일인 7일까지 전후 15개월 동안의 소형무기와 폭약소지자,범죄행위 방조자 등이 대상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우린 수영하러 동사무소 가요”

    서울 종로구 교남동주민들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동사무소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4년여간의 공사 끝에 이달 완공된 교남동사무소 지하에 길이 20m,4개 레인 규모의 수영장이 마련된 것이다.별다른 체육시설이나 여가활용 장소가 없었던 교남동 주민들은 동사무소 완공을 크게 환영하고 있다. 종로구 자치행정과 정동식 팀장은 “9일부터 신청사에서 업무를 시작하며 수영장 시설은 안전요건을 확실하게 점검한 뒤 10월쯤 일반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의견 반영한 ‘웰빙’형 동사무소 종로구는 지난 2000년 7월 낡고 비좁은 교남동사무소를 61억 5000만원을 들여 새로 건설하기로 했다. 당시 교남·사직동 등 종로구 서부지역은 수영장은 물론 구민회관 하나없는 ‘여가활용 불모지’나 다름없었다.이에 비해 창신·혜화동 등 동부지역에는 약 600억원을 들여 만든 ‘구민회관’과 수준급 체력단련장을 보유한 ‘구민생활관’등이 들어서 있다.특히 이곳 모두에는 25m길이 6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이 있어서 서부지역 주민들의 큰 부러움을 샀다. 구는 교남동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남동사무소를 지하 3층 지상 5층의 매머드급 규모로 만들어 주민들의 여가 및 문화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로 했다.황의진 행정관리국장은 “서부와 동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교남동사무소는 수영장·체력단련장 등을 갖춘 웰빙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역 종합문화타운 역할 교남동사무소는 지하 3층 지상 5층(연면적 2431㎡)의 규모를 자랑한다.크기만큼이나 건물안에는 각종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우선 지하 2층에는 주민들의 숙원인 수영장이 만들어졌으며 지하 1층에는 수영장부속실이 딸려있다.1층에는 동사무소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민원실이 들어섰고 2층과 3층에는 독서실·요리교실·인터넷교실·체력단련실이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의 문화·체육시설에 대한 갈증을 단번에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4층에는 다목적회의실이, 5층에는 동대본부가 들어선다. 특히 수영장과 체력단련실은 주민자치위원회(위원장 최헌영)에서 직접 운영하게 돼 저렴한 이용료로 주민들에게 다양한 여가활용 프로그램이 제공될 예정이다.윤재민(56) 교남동장은 “동사무소라기보다는 복합문화센터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주민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동사무소의 작은 변신 주민들의 여가활동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한 교남동사무소의 변신은 주민들에게 ‘맞춤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교남동 외에도 서울시 자치구 동사무소 중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맞춤·틈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있다.용산구 효창동사무소에는 18평 규모의 독서마당이 마련돼 있다.17개 서고에 5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70∼80명의 동민이 열람하고 있다.회원카드를 만들 경우 4박5일 3권의 대여도 가능하다. 서빙고동사무소에는 체력단련실이 마련돼 주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러닝머신 10대,사이클 3대,계단 운동기구 2대,발마사지기 2대,전신마사지기 1대 등 다양한 기구를 보유,하루 평균 250여명이 이용한다. 이외에도 마포구 성산2동사무소나 노고산동사무소에도 주민들의 문화·여가 생활을 돕기 위해 ‘노래방’이나 유아방,체력단련실,독서방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정치권의 진단과 처방

    ■ 문희상 우리당의원 참여정부 초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6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이 학자들의 학술적 주장을 뛰어넘어선 만큼 ‘조용한 외교’로는 해결할 수 없다.”면서 “중국 정부의 조직적 왜곡에 대해 한국도 범정부적 차원에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응 태도 달라져야” 문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임하던 지난해 8월 중국 사회과학원이 고구려사가 포함된 ‘동북공정’ 국책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국무총리 주재로 고구려사 문제에 대한 학계 차원의 대책을 강구했었다.”면서 “당시 추진 주체가 중국 정부가 아니라 학술단체라서 우리도 ‘고구려 연구재단’으로 대응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그러나 “지난 7월 만주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이후 중국 외교부 인터넷 등에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등 태도가 완연히 달라졌다.”면서 왜곡 주체가 달라진 만큼 정부의 달라진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참여정부가 6자회담 성사 등을 위해 한·미 동맹보다 한·중 관계를 중요시하다가 중국 정부의 고구려사 왜곡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문 의원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힘을 쓰겠다고 나서서 우리 정부가 공조했던 것”이라며 “경제적 차원에서도 중국과의 무역 거래량이 미국을 앞서는 등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많다.”고 강조했다. ●‘親중국노선’ 부작용? 이 때문에 청와대는 지난 1월 외교부장관으로 반기문 외교보좌관이 승진하자 중국 전문가를 물색하기도 했다.당시 대미 의존적인 외교 지양과 외교라인 다각화가 명분이었다.참여정부의 ‘친(親)중국’ 노선은 그러나 정통적인 외교·안보라인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 왔다. 청와대의 전 고위 관계자는 “대북관계를 진전시키기 위해 미국 대신 중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끌어들이는 우를 범하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경제·안보에 위협적인 존재가 태평양 건너 미국인지,서해 건너 중국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박근혜 한나라대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6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한국 현대사 이전부분 삭제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그동안 이런 사태를 우려해 정부의 강력 대처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정부는 ‘조용한 외교’ 운운하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면서 정부의 소극적 대응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남북 공동대응 제의하라” 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민족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기가 막힌 일이 일어났다.”며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북한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정부는) 북한과 공동 대응하자고 제의해야 하지 않느냐.”며 남북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박 대표는 이어 “중국 외교부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사를 통째로 들어내고,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입국 비자를 갑자기 취소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고 있다.”면서 “그대로 방치한다면 고조선까지 올라가서 반만년 역사가 뽑히고 잘리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여당, 역사 지키기 의지 있나” 박 대표는 특히 “(현 정부와 여권이) 국내에선 동학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그런 노력의 반이라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을 바로잡는 데 쏟았다면 이렇게 됐겠느냐.”고 되물었다.또 “지난번에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를 만나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하고,앞으로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과연 우리 역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그는 “중국과 일본은 분명 동북아의 경제·문화공동체로서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나라들이지만,우리의 주권과 역사를 포기하면서까지 협력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중국이 우리 역사를 마음대로 왜곡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부분을 원상 회복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측이 한나라당 의원 10명에 대한 비자발급을 미룬 데는 리빈 주한 중국대사의 불참 요청에도 불구하고 일부 여야 의원들이 지난 5월20일 타이완 천수이볜 총통 취임식에 참석한 데 대한 보복조치라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주권 국가에서 국민의 대표가 하는 일에 대해 외국에서 간섭하는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굉장히 상처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노회찬 민노당의원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동은 굴욕적 대미 의존,저자세 대일 노선이 낳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6일 경기도 용인 태화산 ‘민주노동당 제2회 청소년 정치캠프-정치야 놀자’ 강연을 통해 정부의 외교노선을 비판했다. 노 의원은 특히 이라크 파병과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저자세 등을 언급하며 “주변국에 쩔쩔매며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궁극적으로 중국이 얕잡아 보게 하며 ‘고구려사 왜곡’까지 자행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50년 동안 존속된 냉전체제의 산물인 한·미동맹의 전면 재검토는 물론 장기적으로 21세기를 내다보는 새로운 동북아 평화체제 구상과 이에 기반한 대일,대중 외교노선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그는 아울러 “북한도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동에 대해 입을 열어야 한다.”며 남북 공동대응을 촉구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광장] 시장이 믿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시장이 믿게 하라/우득정 논설위원

    화가가 전시회를 가졌다.화가는 분명히 호랑이를 그렸는데 관람객들은 모두 고양이라고 한다.그러면 그 그림은 호랑이일까,고양이일까.화가로서는 환장할 노릇이지만 고양이가 정답이다. 지금의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나 정부내 기류와 언론을 통해 바깥으로 비치는 풍경은 전혀 딴판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건강한 자본주의,즉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신봉자임에도 오해와 불신이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다.그림의 사례처럼 노 대통령과 여권은 억울하더라도 시장의 시각을 수용해야 한다.그래야만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각종 실물지표가 곤두박질치고 고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쏟아진다고 해서 한국 경제가 처한 국면이 위기라는 뜻은 아니다.위기의 징후가 뚜렷한 만큼 경각심을 갖고 타개책을 강구해야 할 상황이라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이다.그런 맥락에서 볼 때 경제 위기냐 아니냐,스태그플레이션이냐 아니냐는 무의미한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그럼에도 논쟁이 논쟁을 낳고 의문이 꼬리를 무는 것은 시장과 당국 사이에 인식의 간극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경제전문가들은 대표적인 실례로 지난달 31일 전경련 주최로 제주에서 열린 포럼에서 홍재형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과 기업인들의 설전을 든다.문민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홍 의장은 “정부 정책의 혼선 내용이 무엇이냐.구체적으로 적시해달라.”고 되물었다.그러자 기업인들은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을 거명하며 분배 우선 시각을 질타했다.기업과 가진 자들은 성장 우선이라는 홍 의장이나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말보다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 구조 정착이라는 이 위원장의 말에 촉각을 더 곤두세운다. 말하자면 자신들의 몫을 빼앗아 나눠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그래서 나타난 현상이 자본과 인력의 해외 이탈이고 투자와 소비 유보다.이러한 기류는 3년 7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 심리에서도 확인된다.시장 심리가 이렇다면 ‘불확실성을 구체적으로 밝혀라.’라는 다그침은 허공에 대고 주먹질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어떻게 하면 막연한 불안심리를 해소하느냐를 놓고 고민해야 한다.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와 규제 완화를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하고,일부 민간경제연구소와 야당은 적극적인 감세정책을 통해 소비 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금리와 환율 등 전통적인 거시정책이 경기조절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마당에 남은 것이라곤 재정과 세제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극도로 위축된 시장 심리를 그대로 둔 채 경기진작책을 동원해봐야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올 상반기에 20여차례에 걸친 경기진작책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그렇다면 심리치료책이 선행돼야 한다.시장경제를 사수하겠다는 이벤트성 선포식이어도 좋고,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처럼 시장이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친시장,친자본 정책 추진이어도 좋다.선봉에는 노 대통령이 서야 한다.그래서 돈 가진 사람에게 마음대로 써도 된다,경영권은 절대 침해당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동북아 구상’ 등과 같은 장밋빛 구호보다는 시장 심리를 치유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대책을 담아야 한다.정치권과 우리 사회의 각종 갈등 현안에 대한 분명한 방향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노 대통령은 여권에서 시장경제와 역행하는 불협화음이 날 때 시장경제 쪽으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한다.우리 경제가 지금 난치병을 앓고 있다지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아직도 희망은 있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고구려유적답사 의원 中 비자 거부

    고구려유적답사 의원 中 비자 거부

    한나라당 국가발전연구회(발전연) 소속 의원 10명이 고구려사 유적지 답사를 위해 중국에 단체 입국하려던 계획이 중국측의 입국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 이는 한·중 양국간에 외교 쟁점으로 부상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중국측이 보복 조치를 단행한 것으로 향후 첨예한 외교분쟁으로 비화되게 됐다. 발전연측은 공성진의원을 제외한 소속 의원 11명을 포함해 보좌관, 발전연 실무자 등 모두 30명으로 고구려사 유적지 답사팀을 구성,1주일전 주한 중국 대사관측에 입국 비자를 신청했었다. 중국측은 그러나 보좌관과 실무자 등에 대해서는 비자를 발급해줬으나 개별적으로 입국 비자를 신청한 2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의원 10명에 대해서는 비자발급을 전면 거부했다. 송영선 의원은 따로 관광비자 신청을 해 발급받았으며 공성진 의원은 역시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이틀전 출국한 상태다. 고진화 의원은 이와 관련,“중국측이 외교 마찰을 빚고 있는 고구려사 왜곡문제에 따른 보복 조치로 관용 여권을 가진 한국 국회의원에 대해 입국을 거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들 의원들은 당초 6일 오전 8시30분발 대한항공편으로 상하이로 출발할 예정이었다. 중국 대사관측은 발전연측이 강력하게 항의하자 6일 오전 비자발급 문제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힌 채 5일 밤늦게까지 비자 발급 자체를 거부했다. 발전연측은 6일 외교통상부를 통해 비자발급을 다시 요청해 가능하면 이날 오후 또는 7일 중국으로 출발할 예정이지만 불투명한 실정이다. 중국측은 또한 지난 5월 20일 타이완 천수이볜 총통 취임식과 관련해 한국의 여야 의원들이 참석할 경우 보복조치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당시 리빈 주한 중국대사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에게 서신을 보내 “민감한 정치 행사인 만큼 소속 의원들이 행사 참가를 취소토록 권유해달라.”고 요청했었다.그러나 한나라당 이강두 당시 정책위의장과 최병국·김광원 의원,민주당 장성민 전 의원 등 야당측은 물론 열린우리당 정세균 당시 정책위의장 등도 참석을 강행했다. 한편 발전연은 6일부터 9일까지 일제 때 임시정부를 세운 상하이와 백두산,옌볜,지안 일대를 둘러본 뒤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의견을 모아 의정활동에 참고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정가 카페] 朴사모 “현정권과 전면전”

    “노무현 대통령이 이달 15일까지 정체성 과오의 고백 등 가시적인 변화가 없으면 전면전을 선포하겠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여권의 공세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대표를 맡고 있는 조철용씨는 5일 “박근혜 대표나 자유민주주의를 저해하는 게 있을 때는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활동을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온라인을 통해 활동해 온 박사모는 최근 여권과 ‘안티 박근혜 세력’의 공세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박사모는 9일 서울 종로에서 노무현 정권 타도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중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3월 결성된 박사모는 하루 평균 200명 이상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특히 청와대 홈페이지 패러디 사건 이후 확산 속도가 더 빨라졌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5일 TV하이라이트]

    ●대한민국 음악축제(MBC 오후 11시5분) ‘반항의 음악,저항의 역사’라고 일컬어지는 록에 대한 선입견을 깨버리자.국내의 최고의 록그룹과 로커들이 모여 ‘착하게 놀기’에 도전한다.전인권,NEXT,김경호,크래쉬,피아,스키조,내귀에 도청장치,트랜스픽션,클래지콰이 등 록 그룹들이 총 출동해 열광의 무대를 갖는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10분) 여야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과거사 진상규명과 국가 정체성 논란을 두고 토론한다.여권이 일제와 군사독재정권 때 일어난 과거사의 진상을 포괄적으로 규명하기로 하고 당내 기구를 출범시키자 야권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최재천 열린우리당 의원,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이 패널로 참석한다. ●일과 사람들(EBS 오후 8시20분) ‘생생 직업속으로’ 코너에서는 천연가스의 안전한 공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스산업 종사자들에 대해 알아본다.‘업그레이드 직장인’ 코너에서는 국내 유일의 가스 전문교육기관으로,철저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설 가스안전교육원을 찾아간다. ●강원래의 미스터리 헌터(iTV 오후 10시50분) 뺑소니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버지.그러나 뺑소니를 친 가해자를 찾지 못하고 장례를 치르게 된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묏자리를 팔 때마다 물이 고여 결국 무덤을 3개나 파게 된다.아버지를 묻기 위해 만든 3개의 무덤 속에 숨겨진 충격적인 이야기.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7시5분) 작년 1월,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중국의 왕가수 할머니.싸늘한 주검이 된지 4시간 후 할머니가 다시 살아났다.더 놀라운 사실은 죽었다 살아난 이후 점점 젊어지고 있다는 것.지붕 위 5층 목탑의 미스터리.의문의 5층 목탑과 괴짜 건축가 김흥령씨를 만나본다. ●달래네 집(KBS2 오후 9시20분) 기현 앞에 운계의 제자였던 이숙이 나타난다.숙은 기현이 학생이었던 시절,키 큰 남자가 좋다며 기현을 따라다니던 여자.여전히 숙은 기현을 좋아한다며 끊임없는 선물 공세와 사랑의 손길로 기현을 압박하고 급기야 흔들리는 기현.과연 그녀의 사랑을 받아줄 것인가? ●금쪽같은 내새끼(KBS1 오후 8시25분) 희수를 통해 영실오빠의 존재를 알게 된 진국은 은수와 함께 단서를 추적해 보기로 하고,이 대리를 통해 박 부장의 동태를 살핀다.정애는 은수를 만나러 온 희수를 반기면서도 시집살이를 걱정한다.민섭을 찾아간 희수는 진수에게 종이공예를 가르칠 선생님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 [이경형칼럼] 역사 되쓰기

    [이경형칼럼] 역사 되쓰기

    역사는 흔히들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영원한 승자는 없다.그래서 역사는 스스로 그 정직성을 나타내는 힘이 있다고 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과거사 규명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역사의 진실은 규명되어야 하고,왜곡된 역사는 바로잡아야 한다.“과거에 눈 감으면 현재의 장님이 된다.”는 바이츠제커 독일 전 대통령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과거를 제대로 밝히고 평가하는 것은 오늘의 좌표를 돌아보게 하고 내일의 지향점을 찾게 해준다. 여권은 일제하 친일 행위,6·25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희생,각종 의문사를 포함한 과거사의 포괄적인 진상 규명을 주장하고 있다.반면 야당은 민생이 캄캄한데 과거만 캐려든다면서 여권의 정체성이 뭐냐고 공박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는 그것대로 우선적으로 해야겠지만,과거의 진실을 되찾는 작업을 무조건 덮어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문제는 과거의 진실을 어떻게 찾고,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몇 가지의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과학적,실증적으로 과거의 진실을 찾아야 한다.정치권은 입법의 기본틀만 짜고,구체적인 사실 규명은 해당 분야 전문가나 학자들에게 맡겨야 한다.여권이 특정 사건 규명 기구를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인사들로만 구성하려 한다면 과거사 규명은커녕 엉뚱한 이념 논쟁만 확산시킬 것이다. 둘째,정략적 접근은 배제해야 한다.이 같은 주문은 ‘살을 베되 피를 흘려서는 안 된다.’는 조건과 마찬가지로 정치권 현실을 도외시한 말로 들릴지 모르나 그래도 최대한 노력은 해야 한다. 여권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본군 소위 시절을 캐고,조선일보 사주나 동아일보 창업자의 행적을 추적하려드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기반을 흔들고,현 정권에 비판적인 두 신문을 흠집내고자 하는 정략이 읽혀지기 때문이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청년 박정희가 실제 무슨 일을 했으며,입만 열면 민족지라고 말하는 두 신문의 설립 주역들이 과연 친일 행위를 한 적이 없는지,짚고는 넘어가야 한다.비록 산업화의 공이 크고,일제 아래서 민족 언론으로서 역할을 했다 해도 그들의 ‘굴절’부분까지 덮어두거나 미화하는 것은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 셋째,포괄적 과거사 규명은 정직한 역사를 되찾는 데 목표를 둬야지 감정적이고 급진적인 ‘역사 바로 세우기’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 작업의 하나로 일제 조선총독부 건물이었던 중앙청을 헐어냈다. YS는 회고록에서 “야당 의원 시절,일본의 한 의원 집에 초청받아 갔을 때,그가 중앙청을 배경으로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응접실에 걸려 있는 것을 보고,저 건물을 반드시 허물고야 말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당시 일제 식민 역사뿐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수도 서울 수복의 역사가 담긴 중앙청 건물을 헐더라도 부분적으로나마 다른 곳에 옮겨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하자는 의견이 비등했다.그러나 YS의 이러한 ‘결의’때문인지 그 같은 여론은 빛을 보지 못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으로서만 남을 수 없다.역사를 패자 혹은 민초(民草)의 눈으로 재조명하는 작업은 필요하다.권력이 살아있을 때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가 정답일지라도 ‘성공했던 쿠데타도 반드시 처벌된다.’는 것은 이미 교훈으로 돼있다.그래서 역사는 두려운 것이다. 편집제작 이사 k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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