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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 홍보처장 “나도 빨리 떠나고 싶다”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이 곧 공직을 떠난다. 지난 2003년 3월 국정홍보처 차장에 임명돼 지난해 2월 처장으로 승진했으니 1년 10개월간 참여정부 최일선에서 언론관계를 조율해 온 셈이다. 정 처장의 경질 소식은 최근 청와대로부터 흘러나왔으나 본인은 이미 오래 전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2∼3주 전에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 처장은 26일 기자와 만나 “나도 빨리 떠나고 싶다.”며 시원섭섭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지난 2주 동안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일하느라 고생했다. 비서들 모르게 책상을 정리해 왔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서는 “뭘 할지 모르지…”라고 말했다. 정 처장은 이달 초만 해도 다음 달 교체 예정인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의 후임으로 거명되기도 했었다. 때문에 국정홍보처 직원 대다수는 그의 청와대 행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그가 청와대로 가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과 관가에선 정 처장의 경질이 참여정부의 언론관계 변화와 맞물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 처장은 참여정부 초반 정부와 언론간 ‘건전한 긴장관계’의 ‘상징’이 돼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러나 새해 들어 ‘건강한 협력관계’를 언급하며 언론정책 기조의 변화를 예고했고, 그 상징적 조치로 정 처장의 일선 후퇴를 택했다는 분석이다. 정 처장 주변인사들은 그러나 그가 ‘매파’라는 분석에는 고개를 젓는다. 언론과 불편한 일이 터질 때마다 긴장 수위를 낮추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재·보선 출마를 점치기도 한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사설] 기대되는 여권의 실용주의 행보

    여권이 실용주의 정책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은 어제 여야, 기업·노조를 포함해 5개 분야별 사회협약 체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신임 정세균 원내대표·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출자총액제한 완화 등 친(親)기업 발언을 하고 있다.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정책협의회를 열어 경제위기 조기경보시스템을 전면도입하는 등 경제회생 총력체제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여당이 내놓은 선진사회협약 등 12대 대국민약속,25개 실행과제는 대체로 국민공감대가 이뤄진 내용들이다. 무정쟁선언, 신용불량자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해소, 지식기반산업 육성에 여야간 이견이 있을 리 없다. 심도있는 경제·민생 논의를 위해서는 정쟁자제가 중요하다. 당론 대 당론으로 극한대결을 벌이지 않겠다고 다짐해 놓고,2월 임시국회에서 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싼 극한대립이 빚어진다면 다른 약속도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국보법 대체입법 등은 의견접근이 되는 대로 처리하고, 일방처리·극력저지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지난해 말 과거 분식회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법을 고치려다가 하지 못한 예는 실용주의가 구현되기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정 합의에도 불구, 일부 원칙론자의 반대로 처리가 미뤄졌다. 때문에 이번 실행과제 추진에 앞서 관련 의원들에 대한 사전설득이 필수적이다. 사회협약만으로 가능한 부분은 기업, 노조, 시민단체의 호응이 있도록 정지작업이 있어야 한다. 새로 꾸려진 여당 지도부가 특단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2월 국회가 열리면 여야 모두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요즘 여당 당원협의회장 선거에서는 국민참여연대 등 강경한 목소리가 지분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의 개혁요구를 넘어 실용정책을 추진하려면 청와대와 여당, 내각의 3자간 견해가 벌어져선 안 된다. 분야별로 진행되는 과거사 정리는 명분상 옳으나, 이것으로 한나라당을 과도하게 자극해 판이 깨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 ‘왕특보’ 靑입성… 여권 역학구도 주목

    청와대 수석과 국가정보원 차장 등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이강철 열린우리당 집행위원이 시민사회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함에 따라 청와대와 여권 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경북대 재학시절인 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한 전력의 이강철 수석은 87년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노 대통령의 핵심 시니어 참모다. 90년대 초 국민통합추진회의 활동을 하면서 노 대통령에게 출마를 권유하기도 했으며, 당시 노 대통령은 “나 보고 대통령이 되라고 하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에 외부 인사를 ‘징발’하는 데 역할을 보여 ‘왕특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던 그가 청와대에 입성해 문재인 민정수석, 열린우리당의 염동연 의원과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 정문수 신임 경제보좌관은 ‘뜻밖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경제부처에서는 주목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 보좌관을 추천한 사람은 없으며, 인사추천위의 인물 DB에서 천거됐고 노 대통령이 면담을 거쳐 결정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병완 홍보수석에 이어 정순균 국정홍보처장을 교체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언론과의 관계를 긴장관계에서 협력관계로 전환하겠다는 제스처로 해석된다. 새 홍보수석은 현직 언론인 가운데서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청와대, 민주당 각개격파 시도”

    노무현 대통령은 왜 민주당 의원들한테 ‘러브콜’을 보내는 것일까. 노 대통령이 김효석 의원뿐 아니라 추미애 전 의원한테도 입각을 제의했고, 그밖에 다른 민주당 의원들과도 잇따라 면담했다는 주장이 24일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쯤 되면 일개 의원의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에 대한 ‘구애’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이날 “지난해 말 청와대측이 미국에 있는 추미애 전 의원에게 입각을 타진했고, 추 전 의원은 거절했다고 추 전 의원 본인이 오늘 내게 확인해 줬다.”고 밝혔다. 추 전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낙선한 이후 뉴욕 컬럼비아대 로스쿨에서 연수중이다. 특히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의원 8명 가운데 강경 반(反)합당주의자인 한화갑·이승희 의원을 뺀 나머지 의원 대부분은 한번 이상 청와대로 초청돼 식사를 했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그림’은 지난해 총선 직전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가리켜 “반(反)개혁 정당”이라고 비판했던 발언과 비교하면, 어리둥절할 정도로 차이가 크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열린우리당이 다음달 다수의 선거법 위반 유죄판결로 과반 의석을 잃을 것을 우려해서란 관측도 있으나, 그보다는 상황을 노 대통령 입장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노 대통령은 올해로 집권 3년차다. 뭔가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기다. 남북정상회담과 북핵문제 해결, 경제회생 등 대형 난제들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 만일 올해도 여야간 첨예한 정쟁으로 국론이 분열된다면 업적 달성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노 대통령으로서는 우군을 최대한 늘리고 반대세력은 가급적 최소화하고 싶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관측은 연초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총사퇴할 때 이미 제기됐었다. 국가보안법 등 4대 입법을 둘러싼 정쟁을 피하고자 지도부를 사실상 공백에 가까운 비상체제로 가져가기로 여권 전체가 공감했다는 분석이었다. 이렇게 보면, 노 대통령의 대(對)민주당 유화 제스처는 ‘합당’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주당과 호남지역의 반노(反盧)정서를 다독여서 지지기반을 넓히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지기반 확대를 겨냥한 노 대통령의 ‘희망’이 실제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당장 입각 제의 파문이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청와대 김종민 대변인이 “추 전 의원에게 입각을 제의한 적이 전혀 없다.”고 공식 부인했음에도 불구,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열린우리당 당적 이탈을 요구하고 한나라당은 정계개편 의도가 깔린 공작정치가 드러났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김상연 김준석기자 carlos@seoul.co.kr
  • 정세균·원혜영 체제 ‘우리’도 실용코드 맞춘다

    열린우리당 제3기 정세균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당·정·청 관계 변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표 취임 일성으로 범여권의 ‘하나된 목소리’를 강조했다. 지난해 연기금 사용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당·정·청이 힘을 모으기는커녕 서로 엇박자를 내 정책불신을 낳았다는 자기반성도 이런 변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선거 정견발표에서도 “정부와의 원활한 협력을 위해 당정협의체제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면서 “우리당은 참여정부와 공동운명체로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의 행사와 정책의 집행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당정협의를 부문별·수준별로 내실화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원의장, 노대통령과 각별한 사이 당내에서는 당·정·청의 긴밀한 협력관계 정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 원혜영 정책위의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국무총리와 각별한 사이다. 노 대통령과는 ‘꼬마 민주당’ 시절부터 시작해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에 이어 열린우리당까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했다.‘꼬마 민주당’ 시절인 15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하로동선(夏爐冬扇)’이라는 고깃집을 공동운영하며 불우한 시기를 함께 겪는 등 정서적 유대감을 돈독히 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직후 통추 모임에서 원 의장을 가리켜 “꼭 장관을 해야 할 사람”이라며 두터운 신임을 확인시켜주었다. 여러차례 행자부 장관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해찬 총리와도 가깝다. 지난 87년 평민당으로 제도정치권에 입문한 이 총리와 정치 입문 시기, 방법, 소속 정당 등은 달랐지만 이들은 같은 민청학련 세대로 학생운동을 함께 했다. 원 의장이 서울대 71학번으로 이 총리의 1년 선배다. 원 의장은 실제로 24일 정책위의장에 당선된 직후 곧바로 총리 공관을 찾아 현안에 대해 긴밀한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국보법폐지·형법보완 당론 유효” 한편 정 원내대표는 이날 새 원내사령탑으로 선출된 뒤 국가보안법 처리와 관련,“지난해 말 한나라당과 (2월 임시국회에서 다루기로)합의한 내용이 그대로 유효한 만큼 이를 기초로 야당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당론 변경과 관련해서는 “당론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당론은 유효한 것”이라면서 “국보법 폐지와 형법보완이라는 당론은 그대로 살아있고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위의 역할 강화도 언급했다. 정 원내대표는 “여당의 경우 정책위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 “독립성을 제고하고 기능을 보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빙산은 수면 위에 나와 있는 부분이 10분의1”이라면서 “10분의1이 원내대표를 정점으로 한 대표단의 대국민 활동이고, 몸통은 정책위가 떠받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세균 원내대표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쌍용그룹에 입사, 상무까지 18년간 한 우물을 판 뒤 1995년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16대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국가비전21위원회 본부장을 지냈다. 온화하면서 합리적인 성품. 부인 최혜경(53)씨와 1남1녀.▲전북 장수(55) ▲고려대 법대 ▲뉴욕대 행정대학원 ▲15·16·17대 의원 ▲연청중앙회장 ▲민주당 정책위의장 ▲국회 예결특위위원장 ■ 원혜영 정책위의장 재야파에 가깝지만 풀무원㈜ 창업자 출신답게 실물경제 감각이 뛰어나고, 두차례 부천시장직 수행으로 행정능력도 평가받았다.‘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에서 활동하며 노무현 대통령과 친분을 쌓았다. 부인 안정숙(53)씨와 2남.▲부천(54) ▲경복고, 서울대 사범대졸 ▲민주청년인권협의회 총무 ▲부천시장 ▲14·17대 의원 박준석 박록삼기자 pjs@seoul.co.kr
  • [김효석의원 입각제의 파문] 野 “黨파괴·합당음모” 집중공세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민주당 김효석 의원의 입각무산 파문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합당설과 관련, 사흘째 여권을 공격했다.“열린우리당은 존립이 불확실한 당”,“반인륜적인 정치적 음모”라는 등 거친 반응들이 반발의 강도를 그대로 반영한다. ●한대표 “열린우리당 현정권 끝나면 존립 불투명” 야권의 반발은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의석 붕괴를 앞두고 여권이 4월 재·보선은 물론 향후 과반 의석 유지를 위해 ‘합당 카드’라는 애드벌룬을 띄운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민주당 신낙균 대표 직무대행은 23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교육에 직접 관련이 없는 분에 입각을 제의한 것은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전당 대회에서 우리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한화갑 전 대표는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정권이 끝나면 존립을 확신할 수 없는 당”이라고 지적했다. 유종필 대변인은 논평에서 “노 대통령의 ‘민주당 파괴공작 미수사건’으로 규정한다.”면서 “대통령이 당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기용하고 싶다면 먼저 열린우리당 당적을 버리고 경제살리기에 전념하라.”고 촉구했다. ●“4월 재보선서 과반 붕괴 우려… 의원 빼가기”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효석 의원 파문과 합당설’에 대해 해명한 것 자체가 “구린 데가 있으니 서둘러 진화한 것”이라며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여옥 대변인은 전날 “민주당 의원 빼가기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어머니의 집을 허물어뜨리겠다는 반인륜적인 정치적 음모”라고 성토한 데 이어 이날도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합당설을 부인한 것 자체가 의혹이며 열린우리당의 과반수 붕괴 예고 속에 당청이 빠른 속도로 ‘합당 공작’을 시작했다는 복선깔기”라고 비판했다. 한편 여권과 민주당의 가파른 갈등은 오는 4월 30일 목포시장 보궐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고향 격인 목포는 ‘호남정치 1번지’로 불리고 있는 만큼 호남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이종수 박준석기자 vielee@seoul.co.kr
  • [여의도 in] 홍준표의원 홈피에 글 논란

    [여의도 in] 홍준표의원 홈피에 글 논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최근 정부의 잇따른 과거사 문건 공개를 박근혜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공작’으로 해석하며 박 대표의 ‘홀로서기’를 주문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홍 의원은 23일 개인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올려 여권이 과거사 들추기를 본격화했다고 주장하면서 “박 대표와 당이 과거사의 늪에 빠지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또 “박 대표 스스로 앞장서 당과 무관한 자신의 문제로 국한시켜 당당하게 맞서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 서야 한다.”는 요구도 곁들였다. 이어 “그래야만 박 대표가 이 땅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고 그들의 음습한 책동도 분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한나라당은 과거와의 전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지난 대선에서 연거푸 실패한 경험을 예로 들면서 “한국 보수의 최고 인물인 이회창을 내세우고도 패배한 것은 아들의 병역 기피의혹과 호화 빌라 문제 등이 터졌는데 정작 본인은 뒤로 빠지고 당이 대리전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김효석 민주의원 교육부총리 고사

    김효석 민주의원 교육부총리 고사

    노무현 대통령은 21일 민주당 김효석(56·전남 담양 곡성 장성)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맡아달라고 제안했으나 김 의원이 고사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 사표 수리 이후 교육부총리 자리는 2주일 넘게 비게 됐다. 김 의원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이던 지난 19일 김우식 비서실장으로부터 교육부총리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취임식 참석을 포기하고 20일 귀국한 뒤 고민을 거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21일 오전 주변 인사들과 거취를 논의한 뒤 곧바로 김우식 실장을 만나 고사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 관저 만찬장에서 노 대통령에게 이런 의사를 직접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김 의원의 설명을 듣고 “역량을 활용하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대변인실이 밝혔다. 김 의원은 “대통령께서 민주당 합당과 같은 정치적 포석을 깔고 부총리직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신뢰관계에 있기 때문에 내게 제안했을 것”이라면서 “부총리를 맡기에는 비경제부처인 점과 당과 협의가 없었다는 점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야당인 민주당 의원이고, 교육 전문가가 아닌 경제 전문가라는 점에서 김 의원에게 교육부총리 제의는 ‘깜짝 카드’로 받아들여진다.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은 “역량이 뛰어나면 당적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라도 인사 제의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김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타진한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첫째로 노 대통령은 김 의원과 매우 친밀한 관계로 알려진다. 여권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김 의원과 깊은 친분을 맺어 왔고 노 후보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맬 때도 경제정책 자문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둘째로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주장해 온 합당론자라는 점이다. 셋째로 열린우리당에 등을 돌리는 호남 민심을 추스리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김 의원이 같은 당 이낙연 의원에게 “교육분야에 전문가도 아니고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시기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면서 노 대통령의 제안 자체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지는 않은 점에 주목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지율스님, 초인적 단식 87일째 돌연 잠적

    지율스님, 초인적 단식 87일째 돌연 잠적

    ‘정부를 설득할 수도, 생명이 경각에 놓인 지율 스님을 설득할 수도 없다.’ 여권이 한 비구니의 생명을 건 초인적 단식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비상이 걸렸다. 87일째 단식하던 지율 스님은 21일 오후 돌연 서울 통의동에서 문규현 신부, 여동생 등과 함께 택시를 타고 마포구 망원동 마리아 수도회로 옮긴 뒤 행적이 묘연해졌다. 사실상 잠적한 것이다. 천성산 터널 공사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며 칩거중인 지율 스님의 목숨은 단식 87일째를 맞으며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환경영향 재평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이날 최종 확인한 데다 경찰이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해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0일 환경부와 당·정협의를 가진 데 이어 21일에도 6차 집행위를 갖고 지율 스님의 단식과 천성산 공사 관련 대책 등을 비공개리에 논의한 사실이 확인됐다. 여권으로선 지율 스님의 신변이 자칫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불어닥칠 엄청난 ‘정치적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뾰족한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날 낮까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단칸방에서 칩거했던 지율 스님은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거부했었다. 기자가 한참 문을 두드린 끝에 창문 틈으로 간신히 말문을 연 그는 잦아드는 목소리로 “인터뷰할 상태가 아니니 더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 한 측근은 “보건소 담당의사의 접근조차 허락하지 않아 먼 발치서 2차례 눈으로 관찰만 했을 뿐이며 최근 얼굴이 확연히 수척해졌다.”고 전했다. 열린우리당 집행위는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아무것도 없다.’는 결론 아닌 결론으로 끝났다는 후문이다. 이목희 5정조위원장은 “안타깝지만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말했다. 유기홍 집행위원은 “당 차원에서 정부도, 지율 스님도 설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이 3시간 30분 동안 가졌던 면담도 헛수고로 끝났고,20일 환경부 곽결호 장관은 문전박대 당했다. 지율 스님은 단식 해제조건으로 ▲토목공사는 진행하되 발파공사를 3개월 보류하고 ▲터널공사가 천성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3개월간 공동 조사할 것을 제시하며 이날까지 답변을 요구했다. 지율 스님은 “내일쯤 정리된 입장을 갖고 기자들과 만나겠다.”며 최종 심경을 밝힐 것임을 나타냈다. 박록삼 이효용기자 youngtan@seoul.co.kr
  •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당시 수사 맡은 김기춘의원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당시 수사 맡은 김기춘의원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혐의로 1974년 8월15일 낮 중앙정보부에 체포된 문세광은 다음날 오후까지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중정 요원들은 여권에 적힌 일본인 이름 말고는 문세광의 인적사항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이때 중정부장의 법률보좌관으로 파견 중이던 서른 다섯살 ‘김기춘 검사’가 투입됐다. 신직수 중정부장의 명이었다. 김 검사는 링거를 꽂은 채 누워 있던 문세광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자칼의 날(The day of the Jackal)’을 읽어 봤는가.” 하루 종일 묵비권만 행사하던 문세광이 그제서야 눈을 번쩍 뜨더니 “네. 혹시 센세(선생님)도 읽어 보셨습니까.”라고 되물었다. 김 검사는 빙그레 웃으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고 답한 뒤 “혁명을 하기 위해 왔다면서 이렇게 비겁하게 입을 다물면 되겠는가. 당당하게 밝힐 것은 밝히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문세광은 입을 열어 범행을 자백하기 시작했다. 검찰총장·법무부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20일 기자들과 만나 설명한 문세광 수사 뒷얘기다. 그는 “‘자칼의 날’은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 암살 미수사건을 담은 추리소설로 사건 보름 전쯤 대천 해수욕장에 휴가차 내려가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 수사에 응용해 봤다.”고 전했다. 또 “문세광은 38구경 권총을 분해한 뒤 라디오에 넣어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했는데, 소설 주인공도 장총의 총구를 라디오에 숨겨 들여왔다. 암살자에겐 교과서 같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문세광은 나중에 육 여사가 숨졌다는 말을 듣고 ‘정말 미안하다. 잘못했다.’고 참회했다.”면서 “젊은 나이에 포섭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것은 살인 사건일 뿐 정치적으로 악용할 소지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한편 당시 서울지검 공판부장으로 수사 실무책임자이던 정치근 변호사는 “문은 처음에는 ‘빨리 죽여 달라.’는 말만 하다가 나중에 ‘한국군에 입대하겠으니 살려만 달라.’며 삶의 집착 같은 것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박정희 저격사건’ 문서 공개] DJ납치사건과 거래 가능성?

    20일 공개된 ‘문세광 사건’ 외교문서에 따르면 조총련과 북한의 개입 혹은 배후조종 여부를 놓고 한국과 일본의 견해 차이가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측은 사건의 배후에 조총련과 북한이 있다고 밝혔고, 일본측은 문세광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국 특별수사본부는 1972년 9월5일께 조총련에 포섭돼 반정부 활동을 시작한 문세광이 1974년 5월5일 북한의 만경봉호에서 공작지도원으로부터 ‘대통령 저격’ 지령을 받고 범행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측은 문세광이 1973년 9월께 한국에서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박 대통령 암살을 결심한 뒤 범행했다는 것이다. 양국의 입장 차이는 범행 동기를 비롯해 준비 및 실행과정을 보는 데서도 확인된다. 한국측은 문세광이 조총련 오사카 이쿠노 서(西)지부의 김호룡 정치부장을 만나 공산 사상에 빠져든 뒤 김호룡의 선동으로 대통령 저격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반면 문세광이 순전히 개인적으로 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꿈꾸었다는 게 일본측 결론이다. 또 한국은 김호룡이 73년 1월과 74년 7월 각각 50만엔,80만엔의 자금을 문세광에게 건넸다고 보지만 일본은 문세광이 스스로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한국측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김호룡에 대해 강제수사를 하지 않았고 다른 공범으로 지목된 요시이 미키코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가 보석으로 풀어줬다. 양국은 한국의 김호룡 신병인도 요구를 놓고도 마찰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실무 부처인 외무부 동북아 1과는 김호룡의 신병인도 요구가 김대중 납치사건과 연계될 수 있음을 고심한 것으로 밝혀 졌다. 양국간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지 않아 특정인에 대한 법적·외교적 신병 인도가 불가능하고 신병 인도를 고집할 경우 일본이 1973년 8월8일 발생한 김대중 납치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의 김동운 1등 서기관의 신병인도를 요구할 경우 난감하다고 판단한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공개 문서와는 다른 시각도 있다. 김대중 납치사건을 수사하던 일본 정부가 이듬해 김동운 1등 서기관의 신병인도를 요구하자 박 정권이 문세광의 공범으로 김호룡을 지목하면서 ‘맞불작전’에 나섰다는 추측이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박근혜 대표 “민생 살리는 無정쟁의 해로”

    박근혜 대표 “민생 살리는 無정쟁의 해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9일 서울 염창동 당사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를 ‘민생을 살리는 무정쟁(無政爭)의 해’로 만들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방향의 일대전환과 정쟁없는 정치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용의가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경제 우선의 국정 운영 기조와 일치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혀 그동안 ‘무한 정쟁’으로 일관해온 여야 관계가 ‘상생 정치를 위한 파트너십’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여야 해빙 가능할까? 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금 상황은 ‘민생파탄의 비상사태’이며 이대로 가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나라를 살리기 위해 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며 “정치권은 어려운 서민의 입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정책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월 임시국회는 ‘비상민생국회’가 돼야 하며 지난해처럼 정쟁 법안으로 싸우기만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권에 ‘무정쟁 선언’을 제의했다. 박 대표의 ‘무정쟁 선언’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날로 고조되는 데 따른 위기감과 지난해 ‘4대 입법’ 협상과정에서 박 대표가 보여준 강경기조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발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4월 열린우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다음달 국회에서 여당내 강경파가 지난 연말 무산된 국보법 폐지 등 4대 입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정권이 역사 재단해선 안돼” 박 대표는 이어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원이 전날 연두기자회견에서 밝힌 ‘선진사회협약체결’ 제의에 대해 “지난해 10월 정기국회 대표연설에서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여야와 노사 그리고 국민들이 참여하는 ‘국민대협약’을 체결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 임채정 의장이 받아들인 것 같다.”면서 “기꺼이 수락하겠다.”고 말했다. ‘한·일 협정 외교문서’ 공개와 관련해서는 “협정 당시 우리나라가 가난하고 어려워 그 돈(청구권 자금)을 경제발전을 위해 썼으며 그 분들의 희생 위에 오늘의 우리나라가 있고 우리 모두 그들에게 빚을 진 것”이라며 “이제는 정부가 그분들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에 대해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한·일협정 외교문서 공개는 일본과의 외교문제뿐만 아니라 현재 제1야당 대표이자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책임하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으로 간주돼 왔다. 박 대표는 이어 한·일협정 논란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에 대해서는 “여야가 논의해 볼 수 있다.”며 사실관계의 객관적 규명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역사에 관한 일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 놓아야 하며, 어떤 경우든 정권이 역사를 재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정치적 악용은 반드시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한나라당은 국보법 7조(찬양고무)까지 양보했는데 여당이 끝내 폐지를 고집하는 바람에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여당의 입장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노원정보도서관’ 11월 완공

    서울 노원구(구청장 이기재)가 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갖춘 ‘노원정보도서관(조감도)’을 건립한다. 노원구는 19일 상계 10동 온수근린공원에 사업비 167억 9000만원을 들여 연면적 6526㎡(1977평), 지상 4층, 지하1층 규모의 도서관을 건립해 오는 11월 준공한다고 밝혔다. 정보도서관은 입실과 퇴실은 물론 5만여권의 장서에 대한 대출과 열람 등 도서관 이용의 전 과정이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각종 문화강좌와 어학교실 등 평생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첨단 기능의 전자정보 교육시스템도 함께 운영된다. 이 도서관은 총 700석 규모로 어린이열람실, 장애인열람실, 연속간행물실,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시청각실, 컴퓨터학습실, 문화교실, 일반열람실 등으로 구성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쓰나미지역 의료봉사 마친 서울대병원 서길준 교수

    “엄청난 재해의 실상에 가슴 아팠고, 우리 의료인들이 ‘한국인’의 이름으로 그곳에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습니다.”서울대병원 의료지원팀 단장으로 쓰나미가 덮친 스리랑카에 급파돼 봉사활동을 편 뒤 귀국한 서길준(46·응급의학과장) 교수는 아직 아쉬움이 가시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참혹한 재앙의 땅, 곳곳에서 주검이 수거되고, 그 악취 때문에 코를 내두를 곳이 없었다는 그곳에서 무사히 지원활동을 마치고 귀국한 그에게 무엇이 그렇게 아쉽느냐고 물었다. ●대책없는 보건복지부 “스리랑카 남부의 최대 피해지역인 마타라에 막상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치료 대상자가 많아 매일 장소를 바꿔야 했는데, 그 때문에 환자를 계속 관찰하며 치료해 주지 못한 일, 더 많은 환자를 돌봐주지 못한 일,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황당한 무대책’ 등이 어우러져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우리나라의 재난대책이 주먹구구라는 우려는 서 교수를 통해서도 확인됐다.“출발 전부터 문제가 불거지더군요. 긴급상황인데 인턴 3명이 여권 때문에 출국할 수 없다는 겁니다. 지난해 12월26일 재해가 발생해 29일 발대식 후 바로 출국하기로 했는데, 보건복지부가 맡기로 한 의료팀 여권과 비행기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거예요. 돈을 부담하라는 것도 아닌데, 답답하지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그런데도 복지부는 당일 공항에 취재기자들이 몰려들 테니 무조건 출국부터 하라는 겁니다. 할 수 없이 일행 중 5명을 싱가포르로 먼저 출국시켰습니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스리랑카행 비행기표가 또 없는 거예요. 황당하지요. 어쩔 수 없이 싱가포르에서 또 하루를 허송한 뒤 31일 새벽에야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현지 상황 파악과 6t에 이르는 장비 운송차량 임대며, 숙소와 진료 대상지역 선정까지 복지부가 도와 준 게 한 가지도 없습니다. 이게 우리 정부부처의 실상입니다.” ●참상 속의 ‘한국 인술’ 의료지원단은 현지에서 자체 선발대를 파견, 스리랑카 남부에서 가장 피해가 심한 마타라를 지원 대상지로 선정해 새해 1일 오후 천신만고 끝에 현지에 도착했다.“본격적인 진료는 2일부터 시작했는데, 그 참상은 형언하기 어렵지요. 대외적으로는 이곳에서 2만 7000명이 사망했다고 했지만 현지에 가보니 5만명을 넘는다는 겁니다. 동부의 최대 피해지역인 함바토타에서도 진료를 했는데, 이곳 인구 1만명 규모의 해변 마을이 아예 흔적도 없이 쓸려갔더군요. 이곳에서만 5000명이 숨졌다니 더 말할 게 있습니까.” 악조건 속에서도 혼신의 의료지원 활동은 계속됐다. 수술을 포함, 매일 500∼600명씩 연인원 4000명가량을 치료했는데, 전기공급 등 현지 여건이 너무 열악해 야간진료를 못한 게 아쉽다고 했다.“처음 4일 동안은 외상 환자, 이후에는 만성질환자와 감기, 중이염 환자가 많았는데, 안타까운 것은 진료가 낮시간에만 이뤄져 피해지역 복구사업에 동원된 남자들 상당수가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대신 이번 재난의 최대 피해층인 노약자와 여성, 어린이들은 기대보다 많이 치료할 수 있었습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땅 그는 외신 보도와 달리 콜레라 등 전염병은 발생하지 않아 가져간 수액 등 약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추측건대 담수가 아닌 바닷물이 덮친 데다 상수도시설이 온전했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지더군요.” 서 단장은 현지에서 우리의 가난했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무척 마음 아팠다고 돌이켰다.“우리 60년대와 비슷해요. 고속도로는 아예 없고, 사회 기반시설이 취약해 정말 딱하더군요. 기대했던 건 아니지만, 심지어는 화장실을 사용하기도 여간 고통스럽지 않더라고요. 그러니 의료시설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가 전하는 피해상은 한마디로 ‘참상’이었다.“다리에 심한 외상을 입은 환자를 수술해 돌려 보내려는데 보니 맨발인 거예요. 오염된 곳에서 맨발로 생활하니 수술을 한들 그게 잘 낫겠어요. 그렇지만 어떡합니까. 매일 진료 장소를 바꿔야 하는데….” 쓰나미로 매몰된 시체가 부패하면서 내뿜는 악취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냄새가 진동해 현지인들도 모두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고 생활하는데, 이게 수습이 안되더라고요. 주민들은 ‘바다로 휩쓸려간 시체는 흔적조차 못찾아 뭍에서 죽은 사람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거예요.” ●“19명의 팀원 모두에게 감사”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누구도 푸념 한마디 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이 그러더라고요.‘당신들 때문에 나았다는 것보다 우리와 아픔을 함께해 주는 점이 더 고맙다. 다른 구호팀도 봤지만 당신들처럼 친절하게 잘 치료해 주지는 않았다.’고. 그래선지 현지 국영방송에서 매일 우리를 취재, 보도해 국위는 좀 세우지 않았나 여겨집니다.” 그는 현지에서 헌신적으로 도와 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소속 젊은 대학생 봉사자들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이 단체 김병관 스리랑카 사무소장과 8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통역과 궂은 일을 도맡아 해줘 소임을 다할 수 있었다며 이들의 묵묵한 봉사가 보건복지부의 주먹구구식 지원행정보다 몇 배 값지고 낫더라고 했다. 서 단장은 우리의 재난 대비태세에 대한 고언도 덧붙였다.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따로, 단체 따로 나서면 그게 중구난방이지 일이 됩니까. 당연히 정부가 나서 합동지원단을 구성, 대상 지역과 경비, 장비 및 인력운송 등을 일괄 통제하고 방향을 잡아줘야 하는데, 이번에 보니 생색만 내더라고요. 그래서야 일이 되겠어요.” 모든 의료인들이 ‘인간존중·환자중심·사회봉사’의 가치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서 단장은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온다면 주저없이 현장으로 나가겠다.”며 같이 현장에서 땀흘린 곽영호·신상도·이영호 교수를 비롯한 19명의 팀원 모두에게 거듭 사의를 표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靑 이병완 홍보 사의 …후임 정순균처장등 거론

    靑 이병완 홍보 사의 …후임 정순균처장등 거론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이 18일 밤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수석은 이날 일신상의 이유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김종민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이면서, 후임이 임명될 때까지 업무를 계속 수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기문 전 교육부총리 인사 파문’의 여파로 박정규 전 민정수석, 정찬용 전 인사수석이 그만둔데 이어 이 수석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청와대 수석보좌관 가운데 문재인 시민사회수석을 제외한 모든 비서실 수석비서관들의 대폭 교체가 불가피해졌다. 이 수석은 오는 4월 재·보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해졌다. 후임 홍보수석에는 정순균 국정홍보처장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이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인 것은 새로운 언론관계 정립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 연말부터 언론과 ‘건전한 긴장관계’에서 ‘건전한 협력관계’로 전환을 선언한 바 있다. 앞으로 언론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조할 것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수석은 노 대통령이 가장 즐겨 찾는 참모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사의표명과, 수리는 다소 전격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에 그만두게 된 것은 정찬용 전 인사, 박정규 전 민정 수석이 문책성으로 경질되면서 청와대 비서실에서 수석비서관 가운데 가장 오래 근무하게 됐다는 점도 감안된 것 같다.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정 처장은 그러나 인수위 시절 언론과 파문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후임 홍보수석은 민정, 인사수석과 함께 다음주 쯤에나 결론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사회플러스] 교육관련 지식은행 문 연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8일 교육 관련 5개 유관기관에서 만든 교육 및 인적자원개발 자료를 한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지식은행 시스템 ‘케릭’(KERIC·www.keric.net)을 개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케릭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학술정보원, 한국직업능력개발원, 한국개발연구원 등이 참여한 한국교육연구정보센터로 이들 기관에서 만든 1만 2000여권의 자료를 원문까지 제공한다. 국내 450개 대학 소장 자료와 해외 박사학위 논문 등 64만 4000건을 통합 검색할 수도 있다.
  • 한일협정문서 공개 정치권 반응

    정치권은 한일협정 문서공개와 관련,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진실규명 계기 차원에서 환영을 표하면서 합리적인 후속대책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과거사 규명작업과 맞물려 묘한 신경전을 주고 받았다. 열린우리당은 17일 국민의 알 권리가 충족됐다고 평가했다. 임채정 의장은 “정부에서 피해자들에게 일괄 보상을 하기는 했지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관계 당사자(정부)와 이해 당사자들이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외교통상부 최영진 차관으로부터 보고를 듣고 후속 대책을 위해 고위 당정협의를 갖거나 별도의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고위 관계자는 “돈 일부가 당시 공화당 창당 자금으로 들어간 것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죠?”라면서 정치자금 유입설이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일협정을 다시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과거사법을 주도한 강창일 의원은 “피해자에 대한 응분의 보상과 함께 제대로 된 협정을 다시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피해자 개인의 권리 회복 측면에서 환영을 나타냈다. 한일협정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과거사 진상규명’을 주도하는 특정 세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여옥 대변인은 “역사적 진실을 모든 국민들이 알고, 불행했던 우리 역사를 바로잡는 교훈으로 이번 일을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정부 각 부처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것이 특정 정치세력이 어떤 의도를 갖고 국정을 이끌어가는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도 공개 환영하는 한편 피해자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책임 이행과 일본을 상대로 한 외교적 노력을 당부했다. 한편 한일협정 체결 당시 반대 시위을 주도했던 6·3세대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해방 60돌, 한일협정 40돌을 맞아 다시 한번 역사는 감출 수 없고 진실은 드러난다는 역사의 지혜를 확인했다.”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역시 6·3세대인 열린우리당 김덕규 국회부의장도 “역사의 진실은 언제든지 밝혀진다는 차원에서 문서공개는 당연한 일”이라며 “청산되지 못한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정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우편으로 ‘필리핀 신부’ 주문

    |마닐라 연합|마닐라에서 우편 접수를 받아 불법으로 신부를 알선해온 한국인 남성들이 체포됐다고 필리핀 당국이 17일 밝혔다. 이 업체를 통해 한국으로 시집간 필리핀 여성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진술이 확보됐다고 당국이 밝힘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마닐라에서 ‘우편주문신부(mail-order bride)’ 알선업체를 운영한 혐의로 최소 6명 이상의 한국인 남성과 5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체포됐다고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이 밝혔다. NBI 요원들은 16일 마닐라 근교 파라냐케시(市)에 있는 이들의 직업소개소를 급습, 필리핀 여권 수백개와 결혼서류, 비자, 필리핀인 예비 우편주문신부들의 사진 등을 압수했다. NBI의 인신매매 전담부서 책임자인 로물로 아시스는 “용의자들은 직업소개소로 위장해 예비신부들을 모집했다.”고 말했다. 아시스는 지난해 이 업체가 결혼을 알선한 한 필리핀 여성이 한국에서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성매매를 강요받았다고 당국에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우편주문신부 금지법과 인신매매 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전망이며 최고 4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 ‘교육 품앗이’ 학교교육 대안 부상

    ‘교육 품앗이’ 학교교육 대안 부상

    ‘교육 품앗이’가 학교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원 같은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부모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품앗이 모임이 늘고 있다.10년의 품앗이 역사를 갖고 있는 서울 도봉동의 한 품앗이 모임을 찾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둘러보았다. “자, 이건 뭐라고 부르죠?누가 발명했나요?”“측우기요. 장영실이 만들었어요.” 서울 도봉동의 교육품앗이 모임인 ‘매직키드 마수리’의 독서수업 시간. 미리 읽어온 장영실 위인전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는 아이들의 얼굴마다 즐거움과 진지함이 묻어난다. 이날의 선생님은 세미, 세윤 두 아이를 둔 강명순(44)씨다. 어떤 선생님보다 정성껏 수업에 임하는 그에게 10여명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돼 있다. 도봉동에 ‘교육 품앗이’가 생긴 것은 지난 96년. 엄마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뜻에서였다. 이후 많은 품앗이 모임이 탄생과 해산을 거쳤고 지금은 모두 6개 팀이 활동 중이다. ‘매직키드 마수리’는 지난해 2월 생긴 신생 품앗이팀. 독서모임을 갖던 엄마 6명이 “아이들을 우리 손으로 가르쳐보자.”고 의기투합해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리를 잡아 아이와 엄마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품앗이팀이 됐다. ●인성교육 효과도 커 초등학교 저학년 중심인 이 모임은 독서, 요리, 미술, 종이접기, 바깥놀이 등의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한다.6명의 엄마들 각자 자신있는 분야를 맡아 돌아가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수업을 ‘얼마나’ 하느냐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해요. 그래서 일단 매주 수요일, 일주일에 한번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횟수도 늘리고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해볼 생각입니다.”요리수업을 맡고 있는 이선화(40)씨의 말이다. 교육품앗이의 장점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사교육으로 아이를 혹사시키거나 가계에 부담되는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도 양질의 교육을 시킬 수 있다. 김미숙(36)씨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에 모든 엄마가 수업을 알차게 준비해 와서 교육 효과가 매우 크다.”고 자랑했다. 아이들 역시 학원보다는 품앗이 수업을 선호한다. 김씨는 “엄마들이 늘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그것을 수업에 최대한 반영하기 때문에 아이들도 좋아한다.”면서 “애들이 매주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할 때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인성교육 효과가 크다는 것이 엄마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경자(39)씨는 “아이가 혼자라 자기 중심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면서 “처음엔 품앗이 참여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점차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는 것을 보면서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씨는 “외동아이를 둔 부모들은 꼭 품앗이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모도 행복해지는 교육 교육품앗이를 꾸려가면서 가르치는 부모들도 즐거움과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준비하고 공부하는 것은 자기 발전의 기회도 됐다고 한다. ‘매직키드마수리’에서 독서지도를 맡고 있는 강명순씨는 품앗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자격증을 준비한 지난 6개월이 어느 때보다 행복했다고 말했다.“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품앗이에서 아이들 독서 지도를 맡았는데 좀더 잘 가르치고 싶은 욕심에 자격증을 준비했죠. 결혼 후 잊었던 배움의 기쁨을 다시 맛볼 수 있어서 오히려 이런 기회를 준 아이들한테 고마움을 느낍니다.” 강씨는 5개월 전 도봉동을 떠나 경기도 양주로 이사했지만 품앗이를 위해 매주 아이들과 이곳을 찾는다. 강씨는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오가는 것이 결코 힘들지 않다.”며 웃어보였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질 때까지 ‘매직키드 마수리’를 비롯한 도봉동 일대 교육품앗이들은 올해 또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 품앗이에 참여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가 없거나 품앗이를 꾸리기 어려운 애들까지도 가르쳐보자는 것이다. 우선 지난해 12월부터 주위에서 책을 기증받기 시작,‘마을 속 어린이 도서관’을 만들어 보려 한다. 인근 초등학교에서 책 1000여권을 기증할 예정이며 주위에서도 조금씩 정성을 모아주고 있다.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면 품앗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인근 모든 아이들의 공간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매주 화요일에는 품앗이 수업과는 별도로 ‘어린이 한자교실’을 열고 아이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하고 있다. 점차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이곳 품앗이팀들의 목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이렇게 시작하세요 교육 품앗이를 하고 싶다면 함께 팀을 꾸릴 사람들을 구하는 게 먼저다. 사정에 따라 2가구만으로도 가능하지만 보통 3∼6가구가 적당하다. 아이들의 나이 차이가 조금씩 나더라도 상관없지만 같은 나이면 프로그램을 짜기가 쉽다. 초창기에는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품앗이를 했지만 요즘은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들끼리 하는 품앗이도 있다. 최대한 사정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팀을 꾸리는 것이 좋다. 반상회 등 거주지역 모임이나 놀이터처럼 아이들과 부모들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장소에서 품앗이 결성을 모색해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는 경우도 많다.‘품앗이 공동체(www.pumasi.org)’의 ‘품앗이은행’이 있다. 함께 할 사람들이 모이면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 최대한 자주 만나 의견을 나눠야 한다. 품앗이는 학원이 아니다. 부모의 교육관, 즉 품앗이를 하는 목적이 서로 다를 경우 모임은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수업 방향 등을 제대로 조율해야한다. 모임을 가질 때는 반드시 모든 사람들이 의견을 내놓고 기록으로 남긴다. 수업 프로그램은 나중에 조금씩 조정하더라도 최소 한달치를 미리 짜야 한다.1시간 수업하더라도 준비 시간은 이보다 훨씬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교육 품앗이는 주로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들이 대상이다. 저학년의 경우 독서, 미술, 요리, 야외활동 등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면서 동시에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짠다. 고학년의 경우 필요에 따라 학과목을 품앗이 프로그램에 넣으면 된다. 어떤 경우든 아이들의 흥미를 고려해 계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업은 부모들이 가장 자신있는 과목을 정해 맡는다.‘부모가 가장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갖고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므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 부모들이 가르칠 수 없는 과목은 지도강사를 두거나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업 횟수는 처음에는 일주일에 1∼2회로 제한한다. 부모들 모임은 반드시 매주 한번씩 갖는다. 품앗이는 무리하게 진행하면 안된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부모들끼리도 의견을 자주 나눠 교육 방향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품앗이가 깨지는 경우는 대부분 아이가 아닌 부모간 갈등 때문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부모와 아이 소통 함께 꾸려가는 것” “다른 아이가 잘 자라야 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습니다.” ‘교육품앗이’이라는 말이 지금보다 훨씬 낯설었던 지난 96년 서울 도봉동에서 처음으로 품앗이를 시작한 이순임(41)씨. 이씨는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것에 단순한 경제 논리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한다. “품앗이를 하면 돈도 적게 들고 힘도 덜 수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 아이는 다른 아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모든 아이를 내 아이처럼 함께 키우자는 것이 품앗이의 진짜 목적입니다.” 이씨는 품앗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동안 여러 품앗이들을 지켜 보니 ‘내 자식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는 곳은 어김없이 깨졌다.”면서 “품앗이는 ‘함께 잘되자.’는 공동체 의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씨는 96년부터 3년간 품앗이를 운영한 뒤 해산시켰고 2001년부터 다시 3년간 ‘도봉산 품앗이’팀을 꾸렸다. 이렇게 아이 셋을 품앗이로 키웠다. 두번째 품앗이를 시작한 뒤 경험을 살려 도봉시민회의 교육 품앗이 모임 지도자로 일하며 다른 품앗이팀 결성을 돕고 있다. 최근 품앗이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실제 활동하는 모임은 많지 않다. 이씨는 “어떤 부모라도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면서 “아이에게 뭔가를 주입시킨다는 생각을 버리고 함께 수업을 꾸려간다는 마음으로 품앗이를 한다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품앗이의 의미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품앗이가 또다른 사교육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욕심 많은 엄마들은 학원도 보내고 품앗이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품앗이의 목적은 아이와 소통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자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주입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요즘 이씨는 교육 품앗이 자료집을 준비 중이다. 품앗이가 부모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생겨난 탓에 제대로된 가이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품앗이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아 하나의 품앗이만을 참고해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여러 형태의 품앗이를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품앗이를 계획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광장] 대체입법/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체입법/이목희 논설위원

    연말연초 국가보안법 논란 과정이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여야가 강경파에 휘둘리는 모양을 보면서 정계개편을 떠올렸다. 열린우리당에서 끝까지 국보법 완전폐지를 주장하는 인사는 민주노동당에 합류한다. 한나라당에서 국보법 손질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민련으로 간다. 민노당을 왼쪽, 자민련을 오른쪽으로 하고 열린우리당의 실용파와 한나라당의 개혁파를 묶어 중도개혁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정치권처럼 양보와 타협의 미덕이 없는 곳은 양당제가 맞지 않는다. 밀어붙이기와 강력저지는 신물난다. 중도파가 과반 정당이 되고, 좌우 양쪽에 중간 크기의 정당이 있는 게 낫다. 나라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좌우의 주장이 무시되지 않는 형태다. 지금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정당개편은 전혀 엉뚱한 방향이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는 정도로 중도개혁으로 탈바꿈했다는 주장을 할 태세다. 충청권에서는 자민련의 대표성이 약하다면서 새 정당의 필요성이 운위되고 있다. 호남표, 영남표, 충청표를 의식할 뿐이다. 이념의 잣대로 모이고 흩어지고 할 움직임은 아직 없다. 지난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집토끼론과 산토끼론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기존 지지층 유지에 주력하느냐, 다소 깨지더라도 중앙으로 보폭을 넓히느냐의 차이다. 새해 들어서는 여야 모두 산토끼론이 우세하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도파를 향한 손짓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당구조를 갖고는 중도쪽의 목소리가 실제 입법에 반영되기 힘들다. 국보법은 물론 주요 경제입법에서 다수의 산토끼론이 소수의 집토끼론에 밀리기 십상이다. 대통령까지 유연한 입장을 보인 마당에 여당이 국보법 폐지안을 강행처리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 대체입법이 안 된다면 연말과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폐지를 못하느니 때를 기다리자.”는 여권내 강경론과 “그냥 두는 게 백번 옳다.”는 야권내 강경론이 목표는 다르지만,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2월 임시국회에서 대체입법안을 어떡하든 통과시킴으로써 산토끼론이 대세임을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대체입법에 성공한다면 올해는 실용주의 중도개혁파가 확실히 힘을 얻게 된다. 경제·민생 입법이 같은 방향으로 가고, 국가경제를 살릴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멋진 경구가 있다.“나는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견해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당신의 편에서 싸우겠다.” 개인의 사상과 선택을 존중하는 자유주의 바탕위에 정치 민주화를 쟁취한 것이 서구의 역사다. 우리는 거꾸로다.1987년 6·10항쟁에 이은 직선제 개헌으로 민주주의는 수준급에 올랐다. 자유화는 아직도 게걸음이다. 국보법의 고무·찬양죄, 이적표현물 소지죄는 자유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대표적 법조항이다. 지난해 말 여야 협상파들은 이 부분을 없애는 데 잠정합의했다. 안보를 챙기는 부분은 남기고, 자유주의를 부정하는 규정을 없앤다면 나름대로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다. 대체입법만 되어도 국보법 기소자의 90%가 자유로워진다. 일반의 안보불안이 가시는 날, 완전폐지해도 된다.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확정되면 여야 지도부는 바로 내부 정지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리고 강경파를 설득할 수 있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국회 표결에서 이념 스펙트럼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보라. 당론을 미리 정하지 말고 자유투표에 맡겨보자. 의사당에서 중간세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표로써 알아보자. 전원위원회를 소집해 한번쯤 난상토론을 할 필요가 있다. 국보법 자유표결 결과는 정당재편의 궁극적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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