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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이슈] 지구촌 여성정치인 시대 예고

    여성이 세상을 이끄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이후 15년 만에 탄생한 서방 선진국의 여성지도자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성취도가 남성을 앞지르면서 메르켈의 뒤를 잇는 여성 지도자가 속속 탄생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여성 대통령이 주인공인 TV드라마 ‘최고사령관’이 방영되면서 여성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고 있다. 여성이 장관은 될 수 있지만 대통령은 될 수 없다는 암묵적인 ‘유리천장’도 조만간 사라질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여성이 참정권을 획득한 것은 20세기 초반이며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것도 불과 30∼40년전부터다. 지난 수십년간 남녀평등에 주력했던 교육의 결과 교육부문에서 여성들의 성취도는 이미 남성을 능가했다. 유치원에서부터 소녀들은 소년보다 뛰어난 학습 능력을 발휘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교육이 성공의 발판이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대학에 진학한다. 미국에서는 1985년까지 대학을 졸업한 남성의 숫자가 여성보다 많았지만, 이후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올해는 133 대 100의 비율로 대학을 졸업하는 여성의 숫자가 남성을 앞질렀다. 미국 교육부는 10년 뒤에는 142 대 100로 대학 졸업자 숫자의 여성 대 남성의 간극이 더욱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흑인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2배나 많이 대학을 졸업하고 있다. 법대와 의대생의 절반 가량이 여학생이다. 경영대학원(MBA)에서도 여성파워는 무시 못할 정도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최근 20년새 능력있는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여성들이 사회·정치적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적 기반을 확보했다. 따라서 여성 지도자가 더 많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가지 부작용이 있다면 여성들이 비슷한 교육 수준의 배우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성이 세상을 다스린다면 총과 칼이 힘을 발휘하지 않는 훨씬 평화롭고 부드러우며 친절한 세상이 될 것이란 환상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여성 상원의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이라크전에 찬성 표를 던졌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도 정권의 위기를 타개하려는 시도로 포클랜드 전쟁을 일으켜 아르헨티나에 승리했다. 현재 지구상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여성지도자들은 남성 못지않은 카리스마를 발휘하고 있다. 이미 현직에서 뛰고 있는 여성 지도자들로는 아일랜드의 두번째 여성 대통령인 메리 매컬리스(54), 헬렌 클라크(56) 뉴질랜드 총리, 바이라 비케프레이베르가(68) 라트비아 대통령,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58) 필리핀 대통령, 찬드리카 반다라나이케 쿠마라퉁가(59) 스리랑카 대통령 등이 있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지지세력을 확대해 가며 대권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요즘 워싱턴 정가를 이끄는 ‘싱글 여성 3인방’의 핵심연결끈이자 유력한 또다른 첫 여성대통령 후보인 콘돌리자 라이스(51) 국무장관은 해리엇 마이어스(60) 대법관 지명자, 앤 베네먼(56) 유니세프 사무총장과 여성만의 끈끈한 유대관계를 과시한다. 이들의 돈독한 자매애는 여성들은 네트워크가 남성보다 부족하다는 선입관을 불식시킨다.TV드라마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여성 의사들이 등장하는 ‘그레이의 해부학’, 여성 CIA요원을 다룬 ‘앨리어스’ 등의 인기는 여성의 능력에 대한 회의를 없애고 있다. 한달전 총선에서 승리한 노르웨이의 남성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는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면서 10명의 남성과 9명의 여성을 장관으로 기용했다. 특히 재경부와 국방부 등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주요 장관직이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사회주의 좌파당의 당수 크리스틴 할보르센(45)은 노르웨이 최초의 재경부장관이 됐다. 노르웨이·스웨덴 등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여성 장관 기용에 선구적이었다. 스웨덴은 1998년부터 남녀 동수의 내각을 구성했다. 남미는 북미보다 여성 정치인 바람이 더 거세다. 오는 12월11일 치러지는 칠레 대선에서는 미셀 바첼레(53) 전 국방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내년 4월 있을 페루 대선에서도 로우르데스 플로레스(45) 변호사가 유력한 후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성공한 여성들의 특징 여전히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신호(24일자)에서 미국의 정치·경제·언론·예술·과학 등 각 분야에서 최고위층까지 올라간 여성 20명의 성공담을 실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 국무부 홍보담당 차관 카렌 휴즈, 의무군단 첫 여성 장성 실러 백스터 준장, 우주조종사 베라 루빈 등 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은 일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열정과 함께 자신감에다 흔들리지 않는 뚜렷한 목표 의식도 성공한 이들이 지닌 공통의 덕목이었다. 이들은 주변의 비판이나 부정적인 평가를 의식하기는 하되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결혼은 선택 사항이었다. 절반 이상이 결혼했고, 자녀를 두었다. 이들이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었던 것은 당사자들의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 못지않게 남편들의 ‘외조’가 절대적이었다. 또 딸과 아들을 평등하게 대한 가정·교육환경도 이들의 성공에 기여했다. 이들은 여성의 성공을 위해 각자의 경험에서 배어나온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프라 윈프리는 “주위에 베풀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채우라.”고 조언했다. 디자이너 베라 왕은 동료들과 많은 것을 나누라고 권한다. 카렌 휴즈는 일을 할 때 “자신의 원칙을 분명하게 밝히라.”고 말했다. 미 버나드대학 주디스 샤피로 총장은 “유머 감각을 잃지 말라.”면서 성공한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했다. 미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을 역임한 주디스 로딘 록펠러재단 사장은 “남성을 닮으려 하지 말고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라.”고 충고했다. 샤론 앨런 딜로이트 투시 회계법인 이사회 의장은 “경력 관리는 자신의 책임하에 하라.”고 말한다. 그런가하면 마리아 엘레나 라모마시노 전 JP모건 개인영업 담당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자신을 도와줄 지지그룹을 구축하라.”고 조언했다. 혼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이른바 ‘슈퍼 우먼(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중동여성 정치진출 시작 여성 차별이 보편화된 이슬람 국가에서도 최근 들어 미약하나마 여권이 싹트고 있다. 쿠웨이트가 독립 44년 만에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한 데 이어 탈레반 정권이 무너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27살의 여성 인권운동가가 의회에 진출했다.36년 만에 치러진 지난달 아프간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말랄라이 조야는 AP통신에 “군벌들의 총을 거둬들이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아프간은 전체 의석의 4분의 1을 여성에게 할당하고 있다. 총선에 출마한 335명의 여성 후보들도 부르카를 벗고 홍보 사진을 찍는 등 새 바람을 일으켰다. 쿠웨이트는 지난 5월 여성 참정권을 인정해 2007년 치러질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여성 참여가 보장된다. 높은 교육 수준에도 불구하고 여권 후진국의 오명을 받아온 쿠웨이트는 올초 여성들이 파란 머리띠를 두르고 시위를 벌였다. 1946년 팔레스타인이 아랍에서 처음 여성 참정권을 허용한 이후 이란(1963년), 오만(1997년), 카타르(1999년), 바레인(2002년) 등이 여성의 (피)선거권을 인정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선거법에 여성의 투표권이 규정돼 있지만 보수파들의 반대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바레인에서는 지난 4월 여성이 아랍권 최초로 국회의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남성 의장단의 개인 사정으로 최연장자인 여성 의원이 한 차례 회기를 맡았을 뿐이지만 언론은 ‘역사적 사건’으로 대서특필했다. 후세인 정권 붕괴 후 과도정부를 구성한 이라크는 여성 장관 7명을 배출했다. 그러나 새 헌법안에 종교를 강조, 여성의 결혼과 상속 등에 차별을 낳을 것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아파가 집권하면서 여성들 내부에서 균열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세속파’가 여성의 권익 신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시아파 일부 여성은 이슬람 율법 준수를 주장한다. 신정국가인 이란 역시 여성들에겐 정치 ‘지옥’이다. 여성의 지지를 받은 하타미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보수파가 지난해 총선과 올 대선에서 이겨 여성의 정치 진출에 암운을 드리웠다. 이란은 여성 후보 89명의 대통령 피선거권을 부정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청와대·문희상의장 “정부 매도 더 못참겠다”

    청와대·문희상의장 “정부 매도 더 못참겠다”

    “민주헌법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참여정부를 매도하는데 인내심의 한계에 왔다.”(김만수 청와대 대변인) 한나라당이 18일 ‘대여 구국운동’을 선언한데 대해 청와대와 여권이 야당의 과거를 들춰내면서 초강경 맞대응을 하고 나섰다. 한달여전까지만 해도 대연정의 파트너로 삼았던 제안이 무색할 정도로 야당 비난의 톤이 높았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정무관련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한나라당이 색깔론과 구국운동을 펴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오만불손한 일”,“박근혜 대표의 발언은 유신시대 구국봉사대가 연상된다. 소가 웃을 일”이라는 등의 비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청와대는 ‘역사의 시계추를 유신독재로 되돌리자는 것인가’란 제목으로 청와대 입장을 밝히는 글에서 “박 대표에게 묻는다.”라고 박 대표를 거론하면서 “냉전시대의 반공주의를 자유민주주의와 혼동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1975년 4월9일 새벽 간첩으로 몰린 8명의 지식인들이 대법원 판결 20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면서 인혁당 사건을 들면서 “이런 야만의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한나라당이 법무장관의 합법적인 수사지휘를 검찰권 훼손으로 몰아가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유신시대의 망령’을 거론하면서 박 대표와 유신시대를 연결지었다. 박 대표가 제기한 정체성 논란에 대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진정한 자유민주체제”라면서 “독재와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지난 역사에 뿌리박은 한나라당이 원하는 냉전수구체제가 아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희상 의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선언은 국민분열을 조장하는 분열주의 정당이자 헌정질서 파괴정당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생이 중요한 시기에 선거에만 올인하다가 엉뚱한 색깔 트집을 잡아 대규모 장외투쟁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협박하는 행위이자 제1야당으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라며 “한나라당의 민생은 정략형 민생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극우적 냉전체제를 부활시키려는 시대착오적 기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청와대의 시각은 앞으로 청와대-열린우리당과 야당의 전면전이 상당히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다. 박정현 이지운기자 jhpark@seoul.co.kr
  • [발언대] 자비군(慈悲軍)을 창설하자/김지수 전남대 법대 조교수

    최근 들어 여성의 병역의무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여권신장과 남녀평등의 흐름 속에 저출산·가족해체·고령화 추세가 가속화하면서 노인 요양복지 및 병역자원 감소가 국가의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시기나 주제가 따로 거론되지만 두 문제는 유기적으로 해결하는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남성 전투력 위주의 군대를 국토방위의 평화군(平和軍)으로 삼고, 여성보위력 중심의 자비군(慈悲軍)을 창설하자는 것이다. 자비군은 노인·장애인·난치병 환자 등의 보건요양 복지업무에 투입하도록 한다. 여성 중 조건이 맞는 자원자 일부는 군대수요와 여건에 따라 평화군에 종사할 기회를 준다. 남성 중에도 종교·양심의 이유로 병역 기피하거나 특히 간병 적임자는 인권보장 차원에서 자비군에 대체 복무할 권리를 준다. 아울러 심각한 이농과 고령화로 황폐화돼 가는 농지를 전통 병농일치(兵農一致)정신에 따라 여유 군 인력으로 직접 또는 대리 경작해 수입을 군비에 보태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율곡 선생께서 주창하신 십만양병설의 선견지명을 찬탄하며, 그 정신을 되살려 백만자비군 창설을 제안한다. 헌법상 ‘국방’의무란 단지 무력에 의한 ‘국토방위’에만 국한할 필요는 없다. 법 자체나 법의 해석 적용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남녀평등과 시대수요에 비춰 국방의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국가사회의 방위와 국민생존의 방호까지 포함한다. 국토는 국민 및 주권과 함께 국가를 이루는 한 요소에 불과하다. 국가가 잘 유지되려면 국토보전이 필수지만, 건강하고 평안한 국민생활과 사회질서 확보도 중요한 조건이다. 군 일부에서 씩씩한 여성의 복무능력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남성보다 여성(약 50%) 자신들이 병역의 평등부담을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부작용과 문제점도 적지 않다. 성에 따른 일반적성 및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면, 여성은 아직 자비군 위주로 하되 예외로 군의관·법무관·방위산업체 등 일부 영역에서 평화군을 허용하는 편이 좋다고 본다. 물질문명과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다. 산업화로 가족이 거의 해체된 마당에, 노병요양을 전통효도 윤리나 효도법으로 개별 가족에 떠맡길 때가 지났다. 발상을 과감히 바꿔 온고지신의 묘책을 꾀하자. 여성 특유의 온유한 자비심을 국민건강과 국가사회 방위에 적극 동참시키자. 첨단 정보산업과 함께 전통 군대·전투 개념도 크게 변해 여성의 병역복무 가능성과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평화군 참여기회도 점차 넓혀 나가는 게 낫겠다. 현재 보충역이 맡는 공익업무도 대개 여성이 더 잘할 수 있어 보여 함께 맡기자. 그러면 남녀 성에 따른 분업과 개인의 능력발휘로, 남성에 편중된 국방부담이 덜어져 균형을 이루고 여성의 자아성취도 실현될 것이다. 생산성 증대와 활력 강화로 사회적 비용절감과 건실한 재정유지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남성·무력위주 군대 문화가 여성의 온유한 자비심과 어우러져 음양조화를 잘 이루면,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계 제일의 지상낙원을 이룰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옛날 행주산성에서 아낙들이 돌을 날라 장정들의 전투력을 도와 대첩을 이루었듯이. 김지수 전남대 법대 조교수
  • [사설] 國基문란 논쟁 확대 경계한다

    이념성이 내포된 사건이 벌어지면 국가사회를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일부 지도층의 행태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분열의 골을 메우지는 못할망정 들쑤셔서 도지게 만들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 곳곳에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또 존폐 논란은 있지만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있다. 그를 기소해 실정법위반 여부를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데 검찰은 물론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같았다. 다만 그를 구속하진 말라고 청와대와 천정배 법무장관이 제동을 걸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청와대와 천 법무의 행위를 ‘국기(國基)문란’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을 갖고 대여(對與) 구국투쟁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 교수의 돌출발언을 처리하는 과정이 자유민주주의를 뒤흔든다는 주장은 비약이다. 공안사건에서도 인신구속에 신중을 기하자는 생각이 국가 정체성을 뒤집는 잘못이라는 비난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10·26 국회의원 재선거를 겨냥한 정략이 깔려 있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득표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들 마음을 이념으로 갈라 적개심이 가득 차게 한다면 언젠가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여권도 이념 논쟁 과열의 책임에서 비켜갈 수 없다. 현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이해시키지 못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반발하는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수구보수’,‘독극물’로 편가르기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오해살 부분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검찰개혁은 무리없게 진행시켜야 한다. 대부분 이념 논쟁의 근저에는 국보법이 걸려 있다. 강 교수에게 적용되는 죄목은 국보법상 찬양고무죄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단순 찬양고무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국보법개정안을 당론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한나라당 안대로 법이 고쳐지기만 했어도 강 교수 논란은 한층 수그러졌을 것이다. 국보법 폐지·유지 등 극단만을 주장하며 타협하지 못한 경직성이 지금까지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여야 모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 [고이즈미 참배 파장] ‘종전60돌’ 짓밟은 의도적 도발

    [고이즈미 참배 파장] ‘종전60돌’ 짓밟은 의도적 도발

    |도쿄 이춘규특파원|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강행은 충분히 예상되긴 했지만 그 파장은 의외로 심각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가 일본의 패전 60주년이라는 점을 음미해봐야 할 것 같다. 한국과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외면하고 참배를 강행한 것은 전후 60주년을 계기로 ‘일본의 보통국가화’ 행보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다시 말해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 그 다음 21세기 동반자 관계를 촉구했던 한국과 중국에는 이번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 참배는 개인문제가 아니라 일본측의 ‘마이웨이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후 60주년을 기해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보겠다는 한·중 양국의 선의를 무시한 만큼, 향후 두 나라와 일본의 관계에는 심각한 한랭전선이 드리워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장 청와대가 노 대통령의 연말 방일 정상회담은 물론 부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일 개별정상회담도 갖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강경 방침을 밝힐 정도다. 이처럼 한국, 중국과의 마찰이 격화되면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회담은 물론 일본이 패전 60주년을 맞아 갈망해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등 국제외교 무대에서도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은 외교적 부담이 예측 가능한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했다는 점이다. 왜 그랬을까. 향후 일본외교가 ‘패전국’의 멍에를 쓴 소극적·방어적 외교에서 적극적·공세적 외교로 전환하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이번 참배가 일본 여권 내에서 다각적으로 파장을 검토한 뒤 전격 이뤄졌다는 관측은 이같은 해석을 가능케 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측근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는 이미 “고이즈미 총리는 연내에 야스쿠니를 참배할 것 같다.”면서 여론을 타진해 왔다. 실제로 일본여론은 애매모호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는 높지만, 지난 4년반동안 참배를 단행하면 그때뿐이다. 특히 한국이나 중국이 반발하면 “싫다.”는 여론이 은연중 형성될 정도로 복잡미묘하다. 이런 분위기를 토대로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 같다. 즉, 임기 중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연례행사로 각인시켜 후임 총리들이 신사를 참배할 경우 한·중 양국의 반발 강도를 누그러뜨리려는 속셈이 배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고이즈미 총리가 예정대로 내년 9월 총리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일본의 보통국가화 시도가 약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장 군대 보유를 골자로 한 개헌 움직임은 착착 진행되고 있다. taein@seoul.co.kr
  • 靑 “檢개혁 사개추위서”

    법무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대한 검찰의 반발과 동요에 강력하게 경고하고 나섰던 청와대가 17일 갑자기 침묵을 지키고 있다.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검찰 관련 논의가 없었고, 노 대통령의 언급도 전혀 없었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여권 내부에서는 차제에 강력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열린우리당 법사위원들은 지난 16일 노 대통령이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사법개혁의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진다. 문재인 민정수석에 이어 이해찬 국무총리가 17일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를 강조한 점은 강도높은 검찰개혁을 예고한다. 노 대통령의 침묵은 ’폭풍 전야의 고요함’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일단 검찰개혁 추진설을 부인하면서 긴장도를 누그러뜨린다. 대신 사법개혁추진위원회로 공을 떠넘기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검찰개혁에 대해 “사개추위가 방향을 잡아가고 있고 그쪽으로 계속 해나가고 있다.”면서 조만간 사개추위의 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만수 대변인도 “검찰개혁은 사법개혁의 범위 내에서 추진될 것이고, 사개추위의 틀 내에서 마련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위관계자는 인적 청산과 조직쇄신 방안에 대해 “그런 것은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과 긴장은 청와대의 강력 경고 이후 소강상태에 들어간 듯하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만간 임명할 검찰총장의 색깔에 따라 재연될 소지가 많다. 청와대가 검찰개혁을 겨냥해 외부 인사를 임명할 경우에는 맞부닥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사개추위의 사법개혁 방안이 검찰에 개혁의 수위를 높인다면 검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독립에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도 주목된다. 결국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과 긴장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 잠복하고 있을 뿐이고, 언제든지 폭발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 같다.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千법무 “검찰 인적쇄신 없다”

    千법무 “검찰 인적쇄신 없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 행사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 파문을 둘러싸고 여권과 한나라당이 갈수록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7일 여권 핵심을 겨냥,“국가보안법 무력화와 검찰 길들이기에 이성을 잃었다.”며 ‘정체성’ 공세를 강화하자 여권에서는 박 대표에게 “유신 독재의 안경을 쓰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대표는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의 해명과 천 장관 해임을 촉구하고 장외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여권은 검찰개혁과 국보법 개정 작업을 서두르는 등 여·야간, 여·검(檢)간 대치와 갈등 국면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비롯한 온 정권이 총동원돼 대한민국의 체제에 도전하는 사람 구하기에 나섰다.”면서 “노 대통령은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서서히 파괴하려는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국법 수호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 검찰이 반발한다면 국가기강의 해이이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재정신청 확대 등 검찰개혁 관련 사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종빈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정치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검찰이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일선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자제되고 있는 가운데 천정배 법무장관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검찰총장 인사에 따른 후속인사가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문책인사나 인적쇄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인 이용주 검사는 16일 밤 천 장관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박찬구 박경호기자 ckpark@seoul.co.kr
  • ‘지휘권 대치’ 정국 전선확대

    ‘지휘권 대치’ 정국 전선확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행사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를 둘러싼 대치 정국이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정면 대결 구도로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박 대표는 현 사태가 ‘국가 존치’를 흔들 만큼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18일 기자회견을 갖고 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체제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공개 질의하기로 17일 상임운영위원회서 결정했다. 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국민과 함께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워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여옥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청와대 등 여권은 이번 사태의 핵심이 천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타당했는지 여부라면서 박 대표의 대통령 정체성 거론에 대해 ‘상투적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는 등 정국이 ‘폭풍 전야’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날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는 ‘비상 시국회의’를 연상케 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박 대표가 이례적으로 공세의 전면에 나섰다. 박 대표는 여권의 검찰 개혁 논의에 “한마디로 현 정권이 이성을 잃었다고 본다.”면서 “수많은 구속사건 중 유독 강정구 교수 건에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점을 주목한다.”고 강경 어조를 내보였다. 박 대표는 이어 “현 시점은 대한민국을 지키는가 아니면 붕괴시키는가의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며 “이것은 정권의 문제이기에 내일 회견을 열고 대통령에게 확실하게 묻겠다.”고 박 대표의 ‘화살’이 노 대통령을 겨냥함을 분명히 했다. 박 대표가 이날 예정된 부천 원미갑 재선거 지원유세를 갑자기 취소한 것이나 한나라당이 천 장관 해임건의안 논의를 유보한 것도 이런 상황 인식을 보여준다. 열린우리당은 천 장관의 검찰 지휘권 행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반이성적’ ‘유신 회귀 발상’이라고 맞섰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천 장관의 검찰 지휘는 검찰청법이라는 법률적 테두리 내에서 이뤄진 것이고 그 내용도 수사는 철저히 하되 과거보다 진전된 인권 의식으로 신체 자유를 보호하자는 논리”라면서 “한나라당이 체제부정이니, 장외투쟁이니 하는 것은 그야말로 유신독재로 돌아가자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은 “이번 사건은 앞으로도 구속수사를 남발할 것이냐, 아니면 인권보호를 강화할 것이냐가 핵심”이라면서 “이를 10·26 재선거에서 선동정치의 일환으로 써먹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 장윤석 법률지원단장은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와 관련,“천 장관이 16대 국회 때 검찰청 중립성 확보를 위해 지휘권 조항을 삭제하는 입법안을 지지해놓고 이제 와서 반대의 행동을 하는 자가당착적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정치적 변화보다 법률 따라야”

    김종빈 검찰총장은 17일 오후 퇴임식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아끼며 “눈앞에 안개를 거두니 가을단풍이 아름답다.”고 28년 검찰직을 떠나는 소회를 밝혔다. 이에 앞서 퇴임식장에 들어선 그의 표정은 평상시처럼 온화했다. 식장에 모인 검찰 간부 200여명의 굳은 표정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김 총장의 퇴임사는 첫마디부터 강한 어조였다. 김 총장은 “수사지휘는 검찰의 독립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부적절성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던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청와대가 검찰총장의 처신을 비난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구속수사 결정에 대해 김 총장은 “구체적인 사건 처리는 정치적인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사퇴와 검찰에 대한 여권의 비난을 의식한 듯 “검찰이 정치권력에 흔들려 신뢰가 떨어진 게 사실”이라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검찰조직의 이기주의에서 나온 게 아니라 국민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지켜야 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검찰의 현안인 사법개혁 논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떠나게 된 것은 짐으로 남는 듯했다. 그는 “논의들이 권력기관간 권한 배분이나 정치세력간 타협의 산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오전에 이용훈 대법원장과 천 장관을 잇달아 방문해 퇴임인사를 했다. 천 장관을 5분쯤 독대한 김 총장은 “이번 사태가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면서 “검찰 조직은 급속히 안정될 것이며, 일선 검사들도 자숙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검찰은 “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지키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김 총장의 퇴진은 ‘명예로운 퇴진’으로 검찰사에 남을 것”이라는 말로 김 총장을 배웅했다.홍희경 박경호기자 saloo@seoul.co.kr
  • [10·26 재보선 현장을 가다] 부천 원미갑

    [10·26 재보선 현장을 가다] 부천 원미갑

    “반응들이 없어요, 선거를 하는지 알기는 하는 건지….” 한 선거캠프의 사무국장이 늘어놓는 푸념이다. 부천역에서 후보들의 선거캠프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들었던 얘기도 마찬가지다. 손님들이 뭐라 하더냐고 물었다.“글쎄요, 그러고 보니 손님들이 선거 얘기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네….” 지난 주말 선거구 일부를 걸어서 돌아 보니, 늦은 오후임에도 거리는 한산하기 그지없다. 이따금 눈에 띄는 선관위의 홍보 깃발 정도가 이 곳이 재선거 지역임을 깨닫게 한다. 상가에 들러 선거 의사를 물어도 썰렁한 반응은 매한가지다. ●같은 건물, 같은 층 6명이 나선 가운데 열린우리당 이상수, 한나라당 임해규 후보가 선두 각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두 후보가 같은 건물 2층에 나란히 선거사무실을 냈다. 양쪽의 반응은 같다.“어찌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큰 현수막을 내걸 마땅한 곳이 없어요.” 혹 생길 수도 있는 충돌을 대비하려는지, 건물 입구에 화살표를 두 길로 내놓아 들어가는 길을 나누었다. 결국 2층에 올라가면 문을 이웃하고 있지만…. ●인물론 VS 심판론 ‘힘센 일꾼 이상수, 부천을 확 바꿉시다.’‘정치인이 깨끗해야 정치가 깨끗합니다.’ 두 사무실에 각각 걸려 있는 구호들은 양 캠프의 전략을 가늠케 한다. 이 후보는 여권 실세임을 강조한 듯하다. 임 후보측은 이 후보가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경력을 부각시키려는 것 같았다. “현 선거구도가 고착될 겁니다. 강정구 교수 파문 등 중앙무대에서의 정치 상황이 이 후보에게 지속적으로 감점 요인이 되고 있지요. 여권의 자체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거죠.”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고 있다는 임 후보쪽의 주장이다. “모든 선거공약이 같습니다. 뉴타운 건설, 지하철 연장, 학교 유치, 화장장 건설 반대까지…. 결국 중앙무대에서 공약을 실현할 후보에게 표심이 몰릴 겁니다.” 한 차례도 상승세를 잃지 않고 선두에 근접해 있다는 이 후보쪽의 반박이다. ●화장장 건립, 표심 가르나 이번 재선거에서 부천 원미갑이 다른 곳과 다른 점이 있다면 뚜렷한 ‘지역 현안’이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출신 홍건표 부천시장이 화장장 건립을 강력 추진 중인 가운데 이 후보는 반대에 가장 적극적이다.“화장장 건립을 저지할 후보는 이상수뿐이라는 걸 다들 알고 있지요. 민감한 이슈인 만큼 화장장을 반대하는 표가 결집할 겁니다.” 이 후보의 선대위원장이며 부천시장 출신인 원혜영 의원도 이 문제를 집중 부각할 뜻을 분명히했다. “부천 시민이 모두 화장장에 반대하는 게 아니에요. 동네별로 달라요. 역곡지역만 반대하지 나머진 오히려 찬성하는 편이에요.” 주민 김모(53)씨 등 지역 인사 몇몇도 같은 분석이다. ●민주당 강세지역 이곳은 지난 20년간 현 민주당 계열 정당이 거의 석권을 했던 곳이다. 기호 6번인 무소속 안동선 후보는 이곳에서 4선(選)을 했다. 이번에는 조용익 후보가 민주당 공천을 받았고 민노당은 이근선 후보를 공천했다. 또 다른 무소속으로 정인수 후보가 뛰고 있다.20년 전통이 유지될지, 새 기록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해외성매매 200명 중개 5명 구속

    국내 여성 200여명을 미국·일본 등지의 유흥업소에 보내고 알선료를 받아 챙긴 브로커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6일 현모(53·여)씨 등 인력송출 브로커와 모집책 5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또 해외취업자 이모(25·여)씨 등 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현씨는 올 4월 미국 뉴욕의 유흥업소 업주 김모(55·여)씨로부터 성매매 여성 알선을 부탁받고 공범 서모(64)씨 등을 통해 이씨 등 여성 200여명을 소개받아 해외에 내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현씨 등은 자기 친인척 명의로 관리하던 유령회사의 허위 재직증명서와 소득금액증명서 등을 만들어 불법으로 비자를 받았으며 취업 여성 1인당 800만원씩 모두 6억원을 받아 뉴욕의 김씨와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취업자 이씨는 이들을 통해 올 4월 미국에 취업했으나 업주에게 여권을 빼앗기고 마약 복용상태에서 성매매까지 강요당하다 두 달 만에 업소를 빠져나와 귀국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해외화제 2제]지문 증거 “100% 믿지마”

    ‘지문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진실에도 불구하고 지문을 범죄의 증거로 100% 확신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3일 미국 ABC뉴스에 따르면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의 사이먼 콜 교수는 “지문을 분석, 대조하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커 지문 증거의 오류 가능성을 배제한 수사 방식은 재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문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며, 그 모양이 평생 변하지 않기 때문에 범죄 증거와 출입통제 시스템 등에 적용되고 있다. 콜 교수는 “범죄의 증거로 채택된 지문은 부분적이거나 뭉개져서 왜곡된 형태를 띨 수 있지만, 법정에서 지문의 오류 가능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한해 1000명 이상이 잘못된 지문 대조로 억울한 처벌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콜 교수는 논문에서 지문 증거가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고 간 22건의 사례도 함께 제시했다. 이 중에는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일어난 열차역 폭파사고의 피의자로 지목됐던 ‘브랜든 메이필드 사건’도 포함됐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메이필드는 지난 10년간 해외에 나간 적도, 여권도 없었지만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 때문에 폭파범으로 지목됐다. 메이필드는 스페인 경찰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에 보다 정확하게 들어맞는 다른 사람을 찾아내 혐의를 벗기 전까지 범죄자의 누명을 써야만 했다는 것이다. 특히 메이필드를 지문의 주인공이라고 주장한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과거에도 2차례 지문의 주인공으로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콜 교수는 “지문 증거 때문에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난 뒤 누명을 벗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지문 증거의 잘못이 밝혀진 것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가 아니라 진범의 자백 등 예외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자치센터 탐방/서대문구 이진아도서관] 갤러리 같은 도서관 문화·정보 한자리에

    [자치센터 탐방/서대문구 이진아도서관] 갤러리 같은 도서관 문화·정보 한자리에

    “도서관 맞아?”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이진아 기념도서관’은 갤러리 같다.1층 현관에 들어서면 ‘ㅁ’자형 건물 가운데에 있는 작은 정원이 반긴다.4층까지 올라가면서 보이는 정원의 자작나무는 도서관의 딱딱한 느낌을 없애준다. 복층으로 된 3·4층 ‘종합자료실’은 명당으로 꼽힌다.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인왕산의 풍광 때문에 도저히 독서에만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다. ●아름다운 기부로 만들어지다. 지난 9월15일 개관한 이진아도서관은 한 중소기업 사장이 서대문구에 50억원을 쾌척해 지어졌다. 주인공은 현진어패럴 대표인 이상철(58)씨.2003년 6월 미국 보스턴에서 공부하던 둘째딸 이진아(당시 20세)양이 교통사고로 숨지자 소중한 딸의 이름을 기려 기금을 기탁한 것이다. 서대문구는 구비·시비를 더해 총 85억원을 들여 도서관을 지었다. 고(故) 이양의 생일에 맞춰 개관하기 위해 앞당겨 개관했으며 자료대출·반납 등 실질적인 도서관 이용은 10월말쯤부터 가능하다. 이진아도서관 이정수 관장은 “아름다운 기부로 지어진 도서관인만큼 다른 도서관보다 훨씬 값진 문화공간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바로 앞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사적 제324호)과 더불어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지역 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곳으로 꾸미겠다.”라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문화공간 이진아도서관은 지하1층·지상4층, 연면적 836평으로 총 열람석 300석 규모다. 칸막이가 빽빽하게 쳐있는 수험생 위주의 ‘독서실’의 개념을 벗어나 정보열람실의 개념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각 열람실별로는 이용 연령층별로 세분화해서 보다 주민들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1층의 모자(母子)열람실은 36개월 이상의 유아부터 미취학 아동과 어머니가 함께 이용할 수 있다.‘어린이전자정보열람실’(1층)은 초등학생이 CD 및 디지털 자료를 열람하거나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으며 ‘멀티문화 감상실’(2층)은 중학생 이상의 연령층이 영화·음악·어학 관련 CD나 DVD를 검색하고 비디오 테이프를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문화사랑방·도예방(2층)은 주부와 어린이들이 독서토론, 공예, 창의력 개발 학습, 논술 수업 등을 할 수 있다. 종합자료실(3·4층)에는 일반도서 3만여권과 연속간행물 100여종이 갖춰져 있다. 이진아도서관의 또다른 특징은 공공기관으로는 친환경적인 지열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다. 도서관 주변에 지하 150m까지 20여개의 구멍을 뚫어 만든 천공관을 통해 지열(地熱)을 모아서 심야전력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공해를 내뿜는 가스·기름을 사용하지 않을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도 절감되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으로도 공부해요” 주민들이 직접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도서 자가 대출·반납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독특하다. 책에 무선고주파(RF)칩을 부착해 대출·반납기에 대면 저절로 기록이 남는 것이다. 대형 레코드가게 등의 물품에 부착돼 있는 장치로 대출·반납기에 등록을 하지 않고 출입문을 나서면 ‘삑’하는 경고음이 들린다. 사서는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벗어나 책 선정작업 등 주민들을 위한 실질적인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의 위치를 파악해 도서관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 시스템에 미숙한 어린이·노인은 사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홈페이지(www.sdmljalib.or.kr)에도 별도의 ‘디지털도서관’이 갖춰져 있다. 구체적으로는 ▲영어·일어·중국어 등을 접할 수 있는 디지털 학습관 ▲1000권의 전자책(e-book)을 열람할 수 있는 전자책 도서관 ▲초등학생 수준의 한자 학습에 게임을 도입한 한자학습관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이진아도서관은 3호선 독립문역 4번출구로 나와 서대문독립공원 뒤 영천사 가는 방향에 있다. 간선버스는 471·701·702·703·704·720·752, 지선버스는 7019·7021·7023·7025·7712·7737·155·156·157·158·158-2·158-3, 광역버스는 9701·9703·9705·9709·9710·9711·9712번을 이용하면 된다. 문의 (02)360-8600∼3.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연암, 근대문명 기획자? 전근대적 지식인?

    종전 ‘실학’하면 단연 다산 정약용이 거론되던 것과는 달리 최근에는 연암 박지원이 더욱 각광받는 듯하다. 알려졌다시피 다산은 소수파 남인 출신이었기에 강렬한 개혁정치인으로 살았다. 정조 사후 18여년간 유배생활을 한 것이나 그 때 남긴,‘다산학’이라 불리는 500여권의 방대한 이론서가 그 증거다. 이에 반해 연암은 집권 노론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나 ‘엉뚱한’ 일에만 열을 올렸다. 신분에 걸맞지 않게 당시로서는 쓰레기 취급당하던 단편소설(양반전 등)이나 기행문(열하일기) 같은 것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서는 연암을 더 매력적인 인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고 있다. 어떤 문제에 대해 엄정한 논리를 들이댄 인물이 다산이었다면, 그 논리 자체를 비껴나간 사람은 연암이었기 때문이다. 후대 학자들에게 다산은 끼어들 틈이 없어 심심하다면, 연암은 풍부한 해석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비춰질 만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박지원 서거 20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실학학회, 한국한문학회, 경기문화재단 공동주관으로 열린 ‘18세기 조선, 새로운 문명기획’ 국제학술회의에서도 연암에 대한 폭넓은 해석이 포인트였다. ●연암은 전근대인? 근대인? 탈근대인? 가장 일반적인 해석은 ‘근대를 지향한’ 인물로서의 연암이었다. 기조발제에서 성균관대 송재소 교수는 “계몽의 시대 18세기 조선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고 물은 뒤 연암을 근대 문명의 기획자로 평가했다. 중국 옌볜대 김병민 총장 역시 ‘근대’에서 루쉰과 연암간의 유사성을 찾았다. 연암이 루신보다 더 빨랐던 것은 “중심부보다 주변부 지식인이었기에 더 유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에 반해 단국대 김문식 교수는 ‘여전히 전근대적인’ 지식인으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열하일기’를 꼼꼼히 읽어보면, 연암은 천하를 제패했다는 청나라가 사실은 동으로는 조선, 서로는 서장, 남으로는 한족(漢族), 북으로는 몽골을 둔 위험한 상태라고 결론지었다. 김 교수는 이를 통해 연암의 근대민족국가 지향성을 말하고 싶었겠지만, 도리어 전근대적 면모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주대 조성을 교수는 토론에서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가 “노론 출신이었던 연암에게 알게 모르게 대명(大明)의리론이나 북벌론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고 해석할 수는 없느냐.”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연암의 접근법과 관점 자체가 명이 아닌 청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느냐는 것.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고미숙씨는 저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에서 선보였던 ‘탈근대적인’ 연암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았다. 계명대 김영진 교수는 “그런 측면이 있다.”면서도 장자와 불교의 영향에 대한 언급이 없다보니 추상적인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명지대 문석윤 교수는 연암의 탈근대적 측면이 사실은 주자주의의 또 다른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실학을 즐기자 경기문화재단은 국제학술대회 외에도 13일부터 23일까지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유적지 일대에서 ‘실학축전’도 마련했다. 축전조직위원회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풍류(風流)’로 실학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연암의 청나라행을 따라가는 ‘열하일기 보드게임’, 실학에 대한 문제를 풀면서 미로를 통과하는 ‘실학공부 미로여행’, 다산이 고안한 ‘거중기(擧重機)’를 소형 모델로 제작해서 작동해보는 거중기 행사, 지금의 비닐하우스격인 ‘궁중 온실’체험, 벌집을 녹여 인조매화를 만드는 ‘윤회매 만들기’ 등의 행사가 준비됐다. 다도와 붓글씨, 풍물 등을 배울 수도 있다. 구경갈 사람은 제 손과 발을 놀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세한 행사일정 등은 홈페이지(www.silhakfestival.com)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031)236-173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조계종 총무원장 ‘합의추대’ 될까?

    오는 31일 열리는 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합의추대론’과 ‘인물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계파를 떠나 조계종을 제대로 이끌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지만 계파간 조율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2일 조계종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여권’계파가 구성한 ‘제32대 총무원장 추대위원회’는 지난 5일과 10일에 이어 이날 오후 회의를 갖고, 최종 후보 1명을 뽑았다. 이날 회의는 지난 5일 회의에서 압축된 후보들인 지관·설정·도영 스님 가운데 최종 후보를 논의한 자리. 가산불교문화원장인 지관 스님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이에 앞서 ‘야권’계파인 금강회·보림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권의 합의추대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명의 후보 중 자신들이 내세울 후보에 여권이 동의하지 않으면 별도의 후보를 선정,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야권측은 도영 스님을 선정할 것으로 알려져 결국 여·야의 합의추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소장파 스님들을 중심으로 그동안 총무원장 선거의 계파 폐해가 컸다는 반성에 따라 서로 편가르지 않고 종단의 행정수반에 적합한 인물을 뽑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법랍 20여년 안팎의 스님 38명으로 구성된 화합승가포럼은 이날 서울 견지동 조계사 설법전에서 ‘제32대 조계종 총무원장의 인물론과 역할’을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다.영원(전 한산사 주지) 스님은 기조발제를 통해 “책임감 있는 종무행정 능력과 제도개혁 의지, 사업 마인드 등을 갖춘 인물이 뽑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강교수파문 행정·검찰권 충돌 ‘초유사태’ 오나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서면상 수사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검찰 안팎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지휘권 발동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천 장관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한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에는 법무부 국감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지난 8월 “단호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지휘·감독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듯이 언젠가 사건에 개입하고 지휘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리자 ‘수용 불가’를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는 ‘강 교수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라며 구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청와대와 여권의 견해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지휘 요청을 받고 5일 동안 고심한 검찰의 선택은 결국 ‘구속’이었다. 국보법의 폐지 논의가 있었고 국보법 적용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엄연한 실정법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고심과 장고 끝에 중대한 국보법 위반 사례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휘권 발동은 천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인권 수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번 사건의 향방에 따라 공안 사건 등의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다른 미묘한 사건에서도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야당이 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있어 자칫하면 여당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는 한편 집단반발로 번질 수도 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은 법으로 보장돼있지만 발동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지난 49년 당시 임영신 상공장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구두로 발동된 적은 있다. 하지만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금기시됐다. 물론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은 사례는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 시절에는 송두율 교수 구속여부를 두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갈등이 생기며 지휘권 발동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와 법무부-검찰 조직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지난 54년 이른바 ‘조선(造船)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격인 법무상이 검사총장(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가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톡톡 한마디] “전시작전권 갖지 않았다고 자주군대 아니라는건 자학”

    [톡톡 한마디] “전시작전권 갖지 않았다고 자주군대 아니라는건 자학”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11일 국방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시 작전통제권이 연합군사령관에게 주어져 (이를 두고)자주군대가 아니라고 표현되는 것은 지나치게 ‘자학적인’ 국방인식”이라며 범여권의 도식적 자주국방론을 강력히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전시 작전통제권 행사를 통해 스스로 한반도 안보를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자주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겨냥한 셈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뉴스피플] 후지모리 “페루 대선 재출마”

    ‘무자비한 독재자인가, 경제성장의 아버지인가.’ 독재와 부패로 얼룩져 실각한 알베르토 후지모리(67) 전 페루 대통령이 최근 페루의 극심한 경제난을 틈타 재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 2000년 11월부터 일본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내년 4월 페루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지난 6일 도쿄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중순 도쿄 주재 페루 총영사관에서 페루 여권도 새로 발급받았다고 남미권 뉴스 전문 메르코프레스 통신이 전했다. 후지모리는 일본계 이민 1세인 부친이 자신의 유아기에 일본 국적을 신청해 현재 이중 국적을 갖고 있다. 페루 연방검찰청의 안토니오 말도나도 검사는 “자신의 일본 시민권을 이용, 여차하면 페루 법망을 벗어나 일본에 숨어 출마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페루는 그동안 인권유린과 불법 예산 전용, 부정축재 등 20여개 혐의를 받고 있는 후지모리의 신병을 넘겨 줄 것을 요구했으나 일본은 양국간 범죄인 인도협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해 왔다. 그러나 후지모리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실제로 출마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페루 의회는 그가 일본으로 도망간 직후 그의 공직 취임을 향후 10년간 금지했기 때문이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도청으로 政敵 견제… 믿기지 않는다”

    김대중(DJ)정부 시절 불법 도청 후폭풍이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 당시 국가정보원 국내담당 차장을 역임한 김은성씨가 2000년 12월 권노갑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퇴진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던 소장파 의원들의 전화를 불법 감청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나면서 정치권은 벌집을 쑤셔놓은 형국이다. 당시 민주당내 정풍운동을 주도한 소장파 의원들 이른바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그룹과 ‘새벽21’소속 의원들은 자신들이 도청대상이었다는 데 대해 “믿기지 않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측근을 통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신기남 전 의장은 “믿기지 않는다. 검찰 수사를 지켜 보겠다.”고 밝혔다. ‘새벽 21’의 장성민 전 의원은 “지난 2000년말 당시 권노갑 최고위원 등의 가신정치 청산을 위해 나를 포함한 소장파 그룹이 정풍운동을 벌일 때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과 자택 모든 곳을 도청한다는 얘기를 수차례 듣고 직접 경고도 받았다.”고 밝혔다. 같은 ‘새벽 21’소속 송영길 의원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고, 이호웅 의원은 “비밀리에 활동하지 않았는데 왜 도청까지…”라는 반응이었다. 옛 여권 의원들에 대한 도청과 관련된 사실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김은성 전 차장이 동교동 구파와의 친분이 매우 두터웠고 정풍운동 관계자들의 전언으로 볼 때 개연성은 높다는 분석이다. 장성민 전 의원은 “당시 김은성 차장이 서울 양재동에 안가를 두고 국내 정치사찰을 진두 지휘했다.”며 “정풍운동을 주도하던 당시 김은성씨 측에서 계속 만나자는 연락이 와 2000년 6월초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의 한 룸에서 김 차장을 만났다.”며 구체적 장소를 밝혔다. 당시 ‘정풍운동’은 소장ㆍ개혁파 의원들이 동교동계 가신들의 전횡을 비판한 데서 비롯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청와대 만찬에서 동교동계 맏형인 권 최고위원의 퇴진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을 계기로 동교동 구파와 소장·개혁파가 격렬하게 권력투쟁을 전개했었다. 한편 한나라당은 9일 검찰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박희태 국회부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보기관이 특정인의 권력비호를 위해 도청이라는 불법수단을 강구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논평에서 “집권당의 소장파 의원들마저 도청 대상이 됐는데 당시 힘없는 야당 의원들이라면 DJ정부의 촘촘하고 거대한 도청의 그물에 고스란히 포착됐을 것”이라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김 전 대통령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불법도청이 이뤄졌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 원죄론’으로 맞불을 놓았다. 전병헌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본말전도식 정치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한나라당 정권시절에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불법 도·감청을 해온 ‘미림팀’ 수사결과까지 마무리되면 불법도청에 관한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불법도청 수사에서 한나라당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내비쳤다.이종수 박지연기자 vielee@seoul.co.kr
  • “이명박시장 추진력이 일군 작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청계천 찬사’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정 장관은 9일 오후 일상복 차림으로 청계천을 찾아 “청계천은 이명박 서울시장과 서울시공무원의 추진력, 창의적 발상, 그리고 불편을 참아준 시민들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한 특강에서도 정 장관은 “이 시장이 발상을 전환해 좋은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군에 꼽히는 정 장관이, 야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 청계천 복원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 시장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배경이 주목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통일부의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직원 격려차 청사에 나오는 길에 들른 것”이라면서 직원 몇 명이 30여분간의 청계천 산책에 동행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정장 대신 점퍼에 운동화, 선글라스, 모자를 착용하는 등 ‘변복’ 에 가까웠기에 청계천을 보러 나온 시민들은 그를 거의 알아보지 못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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