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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與 ‘소득대체율 50% 명시 불가’ 확정

    새누리당이 연금개혁 협상 전략으로 ‘타협’ 대신 ‘원칙’을 선택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5월 국회의 최대 쟁점인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방침을 11일 확정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난 2일 여야 대표·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안을 바탕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즉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하되 국민연금은 별도의 사회적 기구를 구성해 향후 논의하자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률 50%를 국회 규칙에 명시해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국회 규칙에 50%를 넣지 않는 것이 지도부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연금개혁 협상 방향을 놓고 엇갈렸던 당내 의견들은 일단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별도의 의원총회 추인 절차를 밟지 않고 이날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앞으로의 협상 전략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소득대체율 50% 인상 명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향후 여야 간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될 경우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5월 국회 문턱마저 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아울러 전날 청와대의 ‘소득대체율 50% 땐 1702조원의 세금 폭탄이 우려된다’는 브리핑이 여당 내 의견 조율 과정에서 압박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록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은 “국회에 내린 지침이자 국민에 대한 협박”이라고 꼬집었다. 여권 내에서도 청와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당 지도부의 입지를 좁혔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인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앞두고 매우 적절치 못했던 처신”이라며 “유 원내대표에게 매우 큰 재량권을 줘야 하는데 카드 패를 먼저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 국민 입장에서 논하라/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데스크 시각] 국민연금, 국민 입장에서 논하라/박찬구 정책뉴스부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재원 조달 방법 가운데 하나인 ‘부과 방식’을 “세대 간 도적질”에 비유했다. 부과 방식이란 적립 기금이 소진됐을 때 매년 노인 세대(현재 부모 세대)에 연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후세대(현재 자식 세대)로부터 걷는 것이다. 세대 간 도적질을 막으려면 현재의 ‘부분 적립방식’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려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재원 소진과 부과 방식으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으니 폐기돼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당장 반론이 나왔다. 한 예로 현재 부모 세대의 노후 생활이 안정적일수록 이들을 부양하는 자식 세대의 부담과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시시비비는 둘째치고라도 공적 연금을 담당하는 부처 수장이 세대 간 타협과 공존이라는 공적 연금 본연의 취지에서 벗어나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언행을 일삼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문 장관의 태도는 2013년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맞서 ‘양심에 관련된 문제’라며 스스로 물러난 전임 진영 장관의 소신 행보와 뚜렷이 대비된다. 학자 출신으로서의 양심, 공인으로서의 책임감보다 자리 보전과 개인의 입신이 더한 가치라 할 수 있는지 자문할 일이다. 돌아보면 2007년 국민연금 2차 개혁에서는 명목소득대체율을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되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사실상 소득대체율을 50%로 맞추도록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제대로 지켰다면 이제 와서 소득대체율이 40%니 50%니 입씨름을 할 일도, 노후소득 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던 2차 개혁의 취지가 훼손되는 일도 없었을 테다. 이 점에서 청와대를 비롯한 현 여권은 국민연금제도를 이토록 혼란에 빠뜨린 원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정부와 청와대는 다양한 경우의 수와 상황별 시나리오를 배제한 채 ‘소득대체율 50%로 인상 시 1702조원 세금폭탄’을 공언하며 국민연금 가입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국민이 부담하는 보험료에 ‘증세 프레임’을 덧칠하면서 반대론자와 국민을 겁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공적 연금의 담론을 정부 입맛대로 좌지우지하고,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장하는 여론을 옥죄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민연금법 제4조 2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 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의 재정 전망과 연금보험료의 조정 및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계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수립해’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승인, 국회 통과 절차를 거쳐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2013년에 이어 5년 뒤인 2018년 열리게 된다. 이처럼 법에 정한 국민연금 논의의 틀에서 중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필요한 대안을 마련하는 게 정부의 책임이며 의무라 할 수 있다. 심의위에서 논의된 재정추계의 구체적이고 민감한 내용들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거두절미한 채 해석하거나 부각시키는 행위는 국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공적 연금의 토대를 허무는 일이나 다름없다. 공적 연금 제도는 합의의 산물이며 공존의 틀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 신뢰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사회적 타협의 논의 구조를 이끌어 가려 하는지 그 진정성을 묻고 싶다. ckpark@seoul.co.kr
  • ‘미뤄진 공무원연금법’에 정치 명운 갈림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2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청와대에 ‘할 말은 하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당 의원들의 요구가 그를 원내대표로 만들었다. 취임 당시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만나 소통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구시대 ‘정치꾼’ 같은 이미지보다 합리적이고 ‘스마트한’ 신진 정치인의 모습이 그를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지난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유 원내대표는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처리됐다면 유 원내대표는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4·29 재·보궐 선거 승리로 기세등등해진 김무성 대표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미묘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개혁안 처리는 미뤄졌고 두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놓고 당분간 밀월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당청 엇박자의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김 대표와의 협력관계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결국 5월 임시국회 결과에 따라 유 원내대표의 정치적 명운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그가 협상력,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뛰어넘어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이와 함께 유 원내대표가 당내 반발 세력의 저항까지 극복해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날 여권에서는 “유 원내대표가 이제 ‘SLBM(잠수함 탄도미사일) 의총’을 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유 원내대표가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 논의를 위한 ‘사드 의총’을 개최한 것을 비꼬는 말이다. 유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 많은 비중을 두는 편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의총주의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낸 그가 안보 이슈를 통해 지나치게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비판도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 이 또한 그가 넘어서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성완종 리스트 수사] 洪 “국회 대책비 중 일부 모은 돈”… 野 “명백한 공금 횡령”

    [성완종 리스트 수사] 洪 “국회 대책비 중 일부 모은 돈”… 野 “명백한 공금 횡령”

    홍준표(61) 경남도지사가 11일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고 있는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경선 당시 낸 기탁금 1억 2000만원을 “집사람이 마련한 비자금”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혹은 한층 더 커진 모양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를 더욱 궁지로 몰아갈 소지가 다분하다. 주요 쟁점을 문답 형식으로 짚어본다. ① 국회 대책비 유용, 공금 횡령은 아닌가? 홍 지사가 부인의 비자금에 대해 “변호사를 11년간이나 했고, 국회 대책비로 한 달에 수천만원씩 나오는 돈 가운데 일부를 모은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공금 횡령’ 논란이 일고 있다. 강희용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원내대표 당시 수령한 수천만원의 국회운영비를 생활비로 쓴 것은 명백한 공금 횡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대책비 중에는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직책수당 성격의 돈이 있는데 마치 이를 예산 횡령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다시 해명했다. 국회 관계자는 “운영위원장에게는 현금으로 특수활동비가 나오는데 그 돈을 통상 대책비라고 지칭한다”면서 “영수증 첨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빼돌렸다고 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겠지만 도덕적 문제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여권 관계자는 “세금으로 조성된 특수활동비를 전용했다면 국가재정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재산 신고에 부인의 비자금이 누락됐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적용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② 2011년 기탁금 출처를 몰랐을 수가 있나? 홍 지사는 기탁금 1억 2000만원에 대해 “이번에 (수사를 받으면서)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홍 지사의 말대로라면 아내로부터 1억 2000만원을 5만원짜리 2400장의 현금 다발로 받으면서도 당시에는 출처도 묻지 않았다가 4년이 지나 검찰 수사가 시작돼서야 겨우 확인했다는 것이다. 자금 관리를 투명하게 했다고 주장하는 홍 지사가 아내의 비자금을 정말 몰랐겠느냐라는 반문이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재경 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사 출신에다 정치를 오래 하신 분이 아무리 당내 경선이라지만 아내에게 거액을 받으면서 돈의 출처도 알아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③ 왜 대여금고에 현금을 보관했나? 홍 지사가 아내의 비자금을 언급하면서 이를 시중 대여금고에 보관해 왔다고 말한 부분도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어서 의문을 자아낸다. 대여금고는 은행에 설치된 금고로 주로 귀금속과 유가증권 등 귀중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인다. 이자가 붙지 않아 현금을 보관하는 경우는 드물다. 통상 불법 정치자금 수사에서 비자금 은닉처로 사용된 전례가 많은 보관수단이다. 지난해 8월 입법로비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신학용 새정치연합 의원의 은행 대여금고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수천만원을 확인한 바 있다. ④ 스스로 불리한 표현 왜 썼나? 홍 지사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면서 ‘비자금’과 ‘대여금고’ 등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표현을 쓴 점도 흥미롭다. 물론 자신의 비자금이 아닌 ‘아내의 비자금’이라고 해명했지만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는 동시에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하기 위해 아내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비난 여론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억원에 이르는 비자금의 존재를 스스로 인정한 것도 해마다 실시하는 ‘공직자 재산 등록·공개’를 엉터리로 했다는 비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검찰 측은 “공직자윤리법을 적용해도 형사처벌이 아닌 징계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잘 아는 홍 지사의 전술”이라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그만큼 홍 지사가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공공 아이핀 해외선 ‘산 넘어 산’… 재외국민엔 머나먼 IT 강국

    공공 아이핀 해외선 ‘산 넘어 산’… 재외국민엔 머나먼 IT 강국

    한때 한국을 일컬어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던 재외국민들이 이제는 한국 인터넷에는 접속조차 잘되지 않는다며 고개를 흔든다. 각종 액티브X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결제도 안 된다. 개인정보를 보호한다며 만든 아이핀(I-PIN)은 접근성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현실에 개탄한 한 블로거(www.deulpul.net)가 올린 글에 공감한다고 밝힌 댓글 130여건을 대상으로 ‘의미 연결망 분석’을 했다. 재외국민들이 제기하는 불만을 통해 한국 인터넷 제도의 실상을 짚어본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모씨와 스페인에 사는 김모씨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호소한다. 한국의 공공기관이 발급하는 서류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아이핀(I-PIN)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벽에 부딪혔다. 한씨는 아예 필요한 공공서류가 있으면 한국에 있는 부모가 우편으로 보내줘야 한다. 한씨는 “미국 휴대전화밖에 없는 내게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있어야 본인인증을 할 수 있다고 한다”며 황당해했다. 김씨는 아예 한국에 있는 가족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증번호를 받은 뒤에야 겨우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재외국민에게 한국 인터넷 환경은 ‘악몽’ 그 자체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로 인한 개인정보 유출이 심해지자 아이핀이라는 대체수단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아이핀 발급을 위해서는 본인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휴대전화나 공인인증서가 있거나 직접 국내 관공서를 방문해야 한다. 재외국민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미국 유학생인 블로거 ‘들풀’은 2013년 아이핀 발급을 위해 “연락하고 기다리고 씨름하면서 닷새째” 고생하다 결국 아이핀 발급받는 걸 포기하고 말았다. ‘들풀’은 ‘아이핀 발급 분투기’라는 경험담을 자기 블로그에 올렸다.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재외국민이 이 글을 보고 10일 현재 136건이나 되는 댓글을 꾸준히 올리며 공감을 표시했다. 댓글은 하나같이 아이핀 발급을 받느라 겪은 고생을 언급하면서 한국 인터넷 환경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지난 6일 댓글은 “정말 대한민국 답 없네요”라며 “우물 속에 들어가 하늘만 바라보는 개구리”라고 꼬집었다. 인터넷 환경에 대한 불만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난다. “재외국민을 위한 아이핀이라고 하면서 정작 해외에서는 접속조차 안 되는 현실”이라거나 “우리는 국민이 아닌 거죠?”라는 댓글도 있다. 일반 아이핀과 달리 행정자치부가 관리하는 공공 아이핀은 휴대전화인증을 요구하지 않고, 공인인증서나 주민등록증 확인, 방문신청 등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여권정보로 가입하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유학생, 주재원, 방문자 등이 소지한 방문(PM) 여권은 안 되고 영주권자 등에게 발급되는 거주(PR) 여권만 가능하다. 게다가 주민등록증이 있더라도 단독 세대원은 공공 아이핀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돼 있다. 남는 건 공인인증서밖에 없다. 결국 한국에서 직접 발급받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 인터넷 이용이 가장 활발하고 인터넷을 통한 한국 공공서비스 이용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유학생이나 직장 때문에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때문에 가장 큰 불편을 겪는 게 현실이다. 가령 한 유학생은 군대 입영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이핀 발급이 안 돼 며칠간 애를 먹었다고 했다. ‘들풀’은 이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터넷 활동을 실명제 방식으로 운영하려고 하는 정부의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댓글을 관통하는 핵심 맥락을 좀 더 정교하게 파악하기 위해 ‘의미 연결망 분석’을 한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의미 연결망 분석은 언어표현과 표현 사이에 존재하는 연결구조를 파악하는 분석방법이다. 텍스트 속에 감춰진 문맥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게 쓰인다. 의미 연결망 분석에선 어떤 단어가 중심 위치를 차지하는 지, 즉 문맥의 핵심에 어떤 단어가 자리잡고 있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분석 결과 아이핀으로 인한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단어들이 주목을 받았다. ‘포기하다’, ‘짜증나다’, ‘답답하다’, ‘불편하다’ 같은 단어가 두드러졌다. 의미 연결망 분석에 참여한 최정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원은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본인인증이 되질 않으니 고생만 하고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어 화가 나고 한국 정부와 한국 인터넷 환경에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재외국민들이 한국 인터넷 환경 자체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해외 거주자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원다연 인턴기자 panda@seoul.co.kr
  • 공무원연금 개혁안,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까

    공무원연금 개혁안,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까

    공무원연금 개혁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까 5월 임시국회가 11일 한 달간 일정으로 문을 연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지난 6일 종료된 4월 임시국회에서 불발돼 예정에 없던 임시국회가 소집된 것이다. 그만큼 이번 5월국회의 지상 과제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될 전망이다. 여야는 그러나 임시국회가 시작되기 전날인 10일 오전까지 5월국회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회기에 들어가기도 전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10일 오후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을 갖고 5월국회 의사일정을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해 조율할 예정이어서 첫 단추인 의사일정부터 순조롭게 합의를 도출할지 주목된다. 여야가 11일까지 의사일정을 정하지 못하면 5월 국회는 문만 열어놓은 채 당분간 공전하게 된다. 가장 큰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는 4월국회에서 합의 문턱까지 갔다고는 하지만 당장 임시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여야가 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날 본회의 통과가 좌절된 이후 새누리당에서는 막판에 새롭게 등장했던 국민연금 연계 합의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과, 적어도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부분만은 빼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선(先) 공무원연금 개혁 처리, 후(後) 국민연금 논의’를 공식화함으로써 강경해진 분위기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도 신임 이종걸 원내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와 약속 불이행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맞서 ‘강(强) 대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10일 “공무원연금 개혁은 하루라도 빨리 달성해야 국가 재정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당리당략을 버리고 초당적인 협력을 바란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 및 공적연금 강화에 대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버렸다”면서 “합의를 준수해 공무원연금 개혁법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여야간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5월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타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5월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안될 경우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이나 2017년 대선 등 향후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연금 개혁 추진동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대로 정치권 스스로 국가 재정절감을 위해 추진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이 좌초 위기에 빠진 데 대한 국민 여론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5월 중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난 임시국회에서 불발됐던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가장 우선 처리돼야 할 ‘발등의 불’로 꼽힌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법사위까지 통과했지만 공무원연금 개혁이 불발되면서 함께 멈춰 섰기 때문에 이번엔 통과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는 11일까지 소득세법 개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당초 목표로 삼았던 이번 달 환급이 어려워지고 연말정산 신고를 새로 해야 하는 등 국민에 엄청난 불편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하고 있다.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안이나 선거구 획정 위원회 독립을 규정한 공직선거법안도 통과 가능성이 큰 법안들이다. 무상보육 지원을 위한 지방재정법도 지난 연말부터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 법안들과 달리 여권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꼽은 법안들은 이번 국회에서도 여전히 처리가 불투명하다. 지난 2012년 7월 제출돼 여전히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다수의 소액 투자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해 창업 벤처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일명 크라우드펀딩법),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없는 관광호텔을 지을 수 있도록 한 관광진흥법 등이 대표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들 법안이 ‘가짜 민생법안’이라며 여전히 통과에 부정적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독설정치’ 어디까지…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독설정치’ 어디까지…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8일 정청래 최고위원과의 설전 끝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 최고위원의 ‘직설화법’에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당대포가 되겠다”면서 강력한 대여(對與) 공세 및 선명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강경한 발언, 또는 가벼운 언사로 ‘설화(舌禍)’를 빚어내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중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매일 SNS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공식 석상에서 하지 못했던 발언들을 쏟아낸다. 특히 대통령은 물론 여권 실세들을 향한 저격수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 가벼운 표현, 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에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잇따른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야당 의원 답게 거침 없는 발언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좀 더 정제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소통과 품격, 막말과 독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정 최고위원의 직격 발언들을 모아봤다.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 치는 것이 더 큰 문제” (5월 8일)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4·29 재보선 패배와 관련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를 지적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정면으로 부딪혔다.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지난 6일에도 트위터에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김무성 대표, 비겁하고 남자답지 못해” (5월 8일)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정 최고위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여야 합의 및 사회적 대타협기구,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학자들까지 합의한 것을 청와대 헛기침 한 방에 꼬리내렸다”면서 “그럼 여당 대표답게 잘못을 인정해야지 왜 야당 책임으로 덮어씌우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비겁하고 남자답지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굿바이~ 다음 타겟은?” (5월 4일) 정 최고위원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뒤부터 꾸준히 비판을 해왔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되자 더욱 더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그동안 홍 지사를 향해 남겼던 트위터를 모두 모아서 올렸는데 50여개에 달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저격수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이완구, 홍준표 저격을 마치고 다음 순번을 골라야겠다”면서 “다음은 누구를 타겟팅으로 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물타기하다 개망신 당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권 정치인들에게 불법 선거·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뒤 일주일 남짓 지나자 야권 인사들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 최고위원은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단군 이래 최악성 권력형 부패스캔들 쓰나미가 박근혜 정권을 덮치고 있다. 가히 쓰나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그 강렬함이 정권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는 기세”라면서 “이럴 때 흔히 권력은 여야 동반자살의 물타기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물타기 잘못하다 더 큰 개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 하루종일 여의도 정가에는 미확인 여야 동반 리스트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하다”면서 “허위 사실 유포자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개망신에 패가망신까지 각오들 하시라. 동료 의원들에 대한 부당하고 비열한 공격에 당대포로서 대신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 장난치십니까?”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관련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던 상황이라 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하자 정 최고위원은 “다녀와서 결정할 거면 다녀와서 만나지. 온 국민 귀 쫑긋하게 만들어 놓고 이게 뭡니까? 장난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전에도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늘 꼭 해외에 나가셔야 했습니까?”라면서 “해외순방이 아니라 해외도피처럼 느껴집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얼굴 참 두껍다” (2월 14일)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두 얼굴의 사나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 진정성 결핍증을 앓고 있는 양심불량자는 현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같은 편 박 대통령도 노여워하시고….”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얼굴 두껍다. 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고 지난 대선 때 반말로 ‘노무현이가 NLL을 포기했다’며 부산 유세장에서 저주와 증오의 허위사실 유포하고선…”이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닉슨 대통령은 하야…박근혜 대통령은?” (2월 1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정 최고위원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교하며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결국 닉슨 대통령은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겠다. 과연 어떻게 정치생명을 책임질 것인지 대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수 있느냐” (2월 10일) 정청래 의원은 지난 2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천황 묘소에 가 절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더니…” (2013년 8월) 지난 2013년 8월 국정원의 선거개입 관련 청문회에서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정 최고위원은 김태흠 새누리당을 향해 “막말 대마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당시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했던 경찰청 CCTV 동영상을 두고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만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고 반발했다.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 감빵” (2013년 7월)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7월 ‘정치공작 규탄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당원 보고대회’를 소개하며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으로”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바뀐 애’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인해 대선 결과가 바뀌었다는 뜻의 비하하는 말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용어로 쓰인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세계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숨죽여 아팠다

    세계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숨죽여 아팠다

    #1. 연합군 폭격 직후 독일 드레스덴의 한 방공호에 들어섰다. 수백 구의 시체가 어지러이 뒤엉켜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텅 비어 있었다. 사방이 꽉 막힌 방공호를 가득 채운 건 찜통 같은 열기와 역겨운 냄새뿐이었다. 수색해 보니 찐득하니 녹아 있는 뼈들, 녹색과 갈색이 묘하게 섞인 짙은 액체뿐이었다. 그랬다. 집중 폭격의 열기가 사람들을 통째로 녹여 버린 것이다. 녹갈색 액체가 사람이었다. 시내 쪽으로 접근하자 참상은 더 명백해졌다. 길거리에 나뒹구는 성인들 시신 크기는 열기 때문에 반으로 줄어들어 있었다. #2. 소련군이 베를린 시내로 진입했다. 소련 병사들이 벙커에 숨은 독일인들을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불러냈다. 독일어를 모르는 그들이 내뱉은 유일한 독일어는 이거였다. ‘프라우 콤!’(여자 나와!) 그 병사들의 표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다들 짐작하는 얼굴들이었다. 끌려나간 여자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비명은 이내 흐느낌으로 변했다. 방공호에 있던 사람들은 그 일에 대해서는 한사코 말하려 들지 않았다. 당시 열 살이던 나도 더이상 궁금해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길거리에 나가 말라비틀어진 빵 쪼가리 하나라도 더 주워 와야 했기 때문이다. #3. 어린 시절 나를 바라보는 가족의 눈빛에는 언제나 죄책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있었다. ‘다른 집에는 있는 아버지가 왜 없느냐’고 물을 때마다 가족은 늘 말을 흐렸다. 그때 이웃들은 엄마를 두고 ‘토미 호어’라고 쑥덕거렸다. 좀 커서야 비로소 ‘토미’는 나치가 영국군을 비하해서 부른 말이란 걸 알았다. 엄마는 그렇게 ‘영국군 창녀’라 불렸고, 나는 또래 친구들에게서 ‘원숭이’라 불리며 놀림받았다. 영국군 점령 당시 태어난 사생아였던 것이다. 1945년 4월 30일 아돌프 히틀러 자살, 5월 2일 베를린 함락에 이어 5월 8일. 마침내 각 지역에서 저항을 이어나가던 나치 잔당까지 완전히 소탕됐다. 해서 5월 8일은 유럽에서 2차대전이 끝난 지 70주년을 맞는 날이다. 독일은 9일을 승전기념일로 삼는다. 종전 70주년을 맞아 해외 언론들은 ‘독일 피해경험의 공론화’에 주목한다. ●연합군, 성폭행·약탈·방화 등 보복성 만행 사실 전범 국가의 피해 경험이란 피해 국가들엔 불편한 얘기다. 우리나라만 해도 그렇다. 총동원 체제로 인한 일본 내부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 패전 뒤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의 고단함을 그린 ‘요코 이야기’, 일제의 최후를 짐작한 일본군 장교의 고뇌를 다룬 영화 ‘이오시마에서 온 편지’ 따위의 작품에는 ‘왜 너희가 피해자인 척하느냐’는 비아냥과 ‘친일’ 딱지가 들러붙는다. 누구에게나 자기 고통이 제일 큰 게 인지상정이니 그 고통에 대한 공감에서 반전 평화로 가는 길을 다 함께 찾자는 일부 주장은 여전히 소수의 목소리일 뿐이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종전 직전 영국군 주도로 이뤄진 1945년 2월 드레스덴 폭격은 잔혹했다. 다량의 폭탄과 소이탄을 함께 쏟아부었다. 둘의 화학작용은 엄청났다. 폭탄이 터지며 산소가 일순간 다 소모되자 그 빈 공간을 메우기 위해 강풍이 불었다. 이 강풍을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휩쓴 것은 소이탄의 불길이었다. 섭씨 800도의 불기둥이 시속 240㎞로 도시를 강타한 것이다. 1943년 4만명을 죽이며 함부르크를 초토화시킨 ‘고모라 작전’ 이후 간헐적으로 선보인 연합군의 ‘구역 폭격’이었다. 일본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가 4만여명이었다면 드레스덴 폭격 사망자는 3만 7000여명이었다. 이 작전을 입안한 영국군 사령관에겐 영국군 내부에서조차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드레스덴에 6884t의 폭탄이 쏟아졌다면 라이프치히엔 1만 1428t의 폭탄이 떨어졌다. 융단폭격을 맞은 쾰른은 76만명이던 인구가 종전 직후 4만명으로 줄었다. 이런 식으로 독일 전역은 140만개의 폭탄을 맞았고, 40만명이 죽었고, 750만명이 집을 잃었다. 나중에 진주한 연합군 병사들조차 예상을 뛰어넘은 참혹한 풍경에 놀랐다고 한다. ‘후방을 쳐서 적의 사기를 꺾는다’는 명분이 붙어 있긴 했지만 이 작전이 오로지 군사적 목적이었다고만 생각하는 이들은 드물다. 1차대전에 이어 2차대전까지 일으킨 독일이다. 보복 성격이 짙었다. ●잇단 폭격에 40만명 사망·750만명 집 잃어 또 연합군 점령지에서 수많은 성폭행이 있었다. 특히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 나치 육군과 엄청난 혈전을 치렀던 소련군의 복수심은 하늘을 찔렀다. 히틀러는 자살하는 순간까지도 볼셰비즘에 대한 노골적 적개심을 드러냈을 정도니, 소련군이 독일을 보는 시각은 그 이상이었다. 소련군은 약탈, 방화를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침묵 속에 묻혀버렸다. 애초에 53개국을 전쟁에 끌어들여 6000만명을 죽게 만들고, 600만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것이 대체 누구냐는 질문이 되돌아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전 70주년을 맞아 독일 매체들이 먼저 이런 기억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가해자로서 그간 철저하게 봉인됐던 개인의 내밀한 경험들이 이번 70주년을 계기로 독일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시절을 살아냈고 기억하는 이들은 지금 모두 80대 이상으로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는 한 시대를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가 됐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獨, 가해자로서 봉인됐던 개인 피해에 귀 기울여 이런 분위기는 최근 코에르버재단의 싱크탱크 포르사서베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난다. 5월 8일을 해방의 날로 기억한다는 독일인 비중이 89%에 달했다. 연합국에 의한 패배로 기억하는 이들은 단지 9%에 그쳤다. 10년 전 35%에 비하자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2차대전의 패배가 억울한 일이라기보다 패전이 그 누구보다도 독일인 자신에게 좋은 일이었다는 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가령 기젤라 타이크만 할머니는 좀 더 커서 알게 된 2차대전의 진실 때문에 그간 해외여행이 괴로웠다. 국적이 독일로 찍혀 나오는 여권이 너무 수치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연합군의 만행에 대한 어릴 적 기억도 담담히 털어놓을 수 있게 됐다. 타이크만 할머니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얘기들은 아무에게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테 바우 팀머브링크는 아예 ‘우리, 점령지 아이들’이란 책을 냈다. 전승국 군인의 사생아 기록이다. 미군의 사생아인 팀머브링크는 자신과 같은 사람이 독일에만 25만명, 오스트리아에만 2만명에 이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미군 아버지를 찾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과거를 덮으려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막상 아버지를 찾는다 해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우가 적다”면서도 “오랫동안 고심해 온 문제를 해결한 이들은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고 말했다. 역사학자인 폴 놀테 베를린자유대학 교수는 “100% 가해자라고만 말하기에는 비어 있는, 어떤 기억에 대한 갈망이 있다”면서 “이제 거대한 이야기에서 개개인의 운명에 대한 얘기들로 사람들의 관심이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전승국 군인의 사생아 기록 ‘우리… ’ 책도 출간 물론 역사적 책임을 부인하거나 망각하는 건 아니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드레스덴 폭격 70주년 연설에서 “우리는 그 끔찍한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다”면서 “독일이 피해자인 척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 자리엔 폭격을 주도한 영국 측 사이먼 맥도널드 대사도 참석했다. 드레스덴 폭격 피해를 과장하려는 극우세력을 준엄하게 꾸짖은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모스크바 무명용사 묘를 찾아 헌화한다. 종전 뒤 가장 잔혹하게 독일인을 학살했으며, 동독의 공산 독재를 지원했고, 지금도 신냉전으로 갈등하고 있음에도 나치 때문에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은 잊지 않겠다는 명백한 의사표현이다. 종전 70주년, 독일은 엄살 부리거나 핑계 대지 않았다. 나직이 읊조렸을 뿐이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유승민·이종걸 기싸움?… ‘5월 국회’ 일정 조율부터 난관

    여야가 5월 임시국회를 오는 11일부터 열기로 했지만 정작 구체적인 논의는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둘러싼 입장 차도 여전해 4월에 이은 ‘도돌이표 정국’에 갇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 유승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8일 현재 5월 임시국회의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갖지 못했다. 전날 이 원내대표 선출 이후 상견례도 없었다. 당초 전날 오후에 만나기로 했으나 이 원내대표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만남을 취소했다. 여야 어느 한쪽에서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회동을 최우선 일정으로 잡았던 전례에 비춰 볼 때 이례적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연말정산 환급을 위한 소득세법 처리를 위해서라도 11일에는 무조건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여당의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 요구에 대해 “소득세법은 빨리하려고 한다”면서도 “아직은 답을 내놓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주말까지 여야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지 여부가 관심거리다. 만남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 소득세법 처리 등을 위한 본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특히 여야는 최대 쟁점인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을 비롯한 경제·민생법안 처리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여야 지도부의) 5·2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면서 야당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여당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 해소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며 50%를 명시한 실무기구 합의에 초점을 맞췄다. 여당의 공무원연금 개혁안 ‘우선 처리’ 요구와 야당의 공무원연금-국민연금 ‘연계 처리’ 주장이 5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정면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책임 공방도 잦아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김 대표는 “(소득대체율 50% 명시는) 갑자기 야당에서 들고 나왔고, 이것을 안 하면 협상이 깨지는 것이니까 우리는 50%를 목표치로 하자고 얘기한 것”이라며 “여야뿐만 아니라 국민대타협기구에서 어렵게 합의를 본 것은 살려야겠다는 데는 청와대와 뜻을 같이했지만 (야당이) 마지막에 또 별첨 부칙을 더 들고 나와서 (협상이) 깨진 것”이라면서 ‘당·청 갈등설’은 일축하고 ‘야당 책임론’을 내세웠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새누리당은 약속을 지켜라. 심각할 대로 심각해진 노후 빈곤의 현실에 언제까지 눈감을 건지 묻고 싶다”며 “여야 합의를 사전에 몰랐다는 청와대도 답답하다. 여당 내에서도 심하다는 말이 나온다”면서 ‘여권 책임론’을 거론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설화 어디까지…거침 없는 직격발언들

    막말과 독설 사이, ‘당대포’ 정청래 설화 어디까지…거침 없는 직격발언들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8일 정청래 최고위원과의 설전 끝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정 최고위원의 ‘직설화법’에 또 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 출마했을 당시 “당대포가 되겠다”면서 강력한 대여(對與) 공세 및 선명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때로는 너무 강경한 발언, 또는 가벼운 언사로 ‘설화(舌禍)’를 빚어내기도 했다. 그는 SNS에서 가장 활발하게 대중들과 소통하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매일 SNS를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공식 석상에서 하지 못했던 발언들을 쏟아낸다. 특히 대통령은 물론 여권 실세들을 향한 저격수 역할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 가벼운 표현, 과격하고 직설적인 발언에 정 최고위원의 지지자들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상반된 반응이 잇따른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야당 의원 답게 거침 없는 발언이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지만 “좀 더 정제된 표현을 썼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뒤따른다. 소통과 품격, 막말과 독설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는 모양새다. 정 최고위원의 직격 발언들을 모아봤다.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할 것처럼 공갈 치는 것이 더 큰 문제” (5월 8일)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지난 4·29 재보선 패배와 관련 친노 세력의 패권주의를 지적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사퇴하지도 않으면서 사퇴할 것처럼 공갈치는 게 더 문제”라며 정면으로 부딪혔다. 정 최고위원은 주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지난 6일에도 트위터에 “뭐 뀌고 성내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김무성 대표, 비겁하고 남자답지 못해” (5월 8일)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 대해 정 최고위원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향해 “여야 합의 및 사회적 대타협기구, 행정자치부, 인사혁신처 학자들까지 합의한 것을 청와대 헛기침 한 방에 꼬리내렸다”면서 “그럼 여당 대표답게 잘못을 인정해야지 왜 야당 책임으로 덮어씌우냐”고 반문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비겁하고 남자답지도 못하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굿바이~ 다음 타겟은?” (5월 4일) 정 최고위원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무상급식 중단을 선언한 뒤부터 꾸준히 비판을 해왔다. 특히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되자 더욱 더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그동안 홍 지사를 향해 남겼던 트위터를 모두 모아서 올렸는데 50여개에 달했다. 또 성완종 리스트 파문 관련,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저격수 역할을 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이제 이완구, 홍준표 저격을 마치고 다음 순번을 골라야겠다”면서 “다음은 누구를 타겟팅으로 할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물타기하다 개망신 당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여권 정치인들에게 불법 선거·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정황이 담긴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뒤 일주일 남짓 지나자 야권 인사들도 성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 최고위원은 ‘물타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단군 이래 최악성 권력형 부패스캔들 쓰나미가 박근혜 정권을 덮치고 있다. 가히 쓰나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그 강렬함이 정권을 통째로 집어 삼키려는 기세”라면서 “이럴 때 흔히 권력은 여야 동반자살의 물타기 유혹에 빠진다. 그러나 물타기 잘못하다 더 큰 개망신을 당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 하루종일 여의도 정가에는 미확인 여야 동반 리스트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 하다”면서 “허위 사실 유포자들은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개망신에 패가망신까지 각오들 하시라. 동료 의원들에 대한 부당하고 비열한 공격에 당대포로서 대신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지금 장난치십니까?” (지난달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관련됐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던 상황이라 회담 결과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 전 총리의 거취에 대해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말하자 정 최고위원은 “다녀와서 결정할 거면 다녀와서 만나지. 온 국민 귀 쫑긋하게 만들어 놓고 이게 뭡니까? 장난칩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오전에도 “하필이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오늘 꼭 해외에 나가셔야 했습니까?”라면서 “해외순방이 아니라 해외도피처럼 느껴집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얼굴 참 두껍다” (2월 14일) 지난 2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정 최고위원은 “두 얼굴의 사나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면서 “여기서는 이 말, 저기서는 저 말, 진정성 결핍증을 앓고 있는 양심불량자는 현직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같은 편 박 대통령도 노여워하시고….”라고 비판했다. 정 최고위원은 그러면서 “참 얼굴 두껍다. 노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으로 인정도 안 하고 지난 대선 때 반말로 ‘노무현이가 NLL을 포기했다’며 부산 유세장에서 저주와 증오의 허위사실 유포하고선…”이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닉슨 대통령은 하야…박근혜 대통령은?” (2월 13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대선 개입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정 최고위원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비교하며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결국 닉슨 대통령은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겠다. 과연 어떻게 정치생명을 책임질 것인지 대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수 있느냐” (2월 10일) 정청래 의원은 지난 2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립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것을 두고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히틀러 묘소를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천황 묘소에 가 절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더니…” (2013년 8월) 지난 2013년 8월 국정원의 선거개입 관련 청문회에서 당시 민주당 간사였던 정 최고위원은 김태흠 새누리당을 향해 “막말 대마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당시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했던 경찰청 CCTV 동영상을 두고 “민주당이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만날 조작하고 왜곡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는 줄 아느냐”고 반발했다.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 감빵” (2013년 7월)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7월 ‘정치공작 규탄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당원 보고대회’를 소개하며 “바뀐 애는 방 빼, 바꾼 애들은 감빵으로”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바뀐 애’는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인해 대선 결과가 바뀌었다는 뜻의 비하하는 말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용어로 쓰인 바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연금개혁 무산 후폭풍] 與 “개혁 약속 문재인 허언 의심” 野 “합의 파기한 靑·與 사과해야”

    여야가 지난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놓고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여야 지도부가 국민 앞에서 전원 서명을 한 합의가 무참히 깨졌음에도 여야 어디에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위원들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그간의 협상 과정을 설명하는 한편 처리가 무산된 책임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돌렸다. 특위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3개 공무원단체가 제시했던 ‘국민연금 개혁 관련 합의문’ 초안을 공개하며 “여기에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인상과 이와 연관된 보험료율의 조정’이라고만 돼 있을 뿐 50% 등 구체적인 수치는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소득대체율 50%는 야당이 들고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새정치연합의 몽니 부리기로 끝내 처리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약속했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발언이 허언이었는지 의심스럽다”고 날을 세웠다. 새정치연합도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대책회의를 열고 “합의를 파기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여권을 겨눴다. 문 대표는 “청와대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함께했던 약속이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면서 “(청와대는) 근거 없는 수치와 연금 괴담을 유포하며 국민을 호도하더니 여야 합의마저 뒤집었다”고 쏘아붙였다. 특위 위원인 김성주 의원은 “새누리당 김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를 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초유의 민주주의 성공 사례가 청와대의 몽니, 친박(친박근혜)계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친박과 비박 갈등에 영합한 일부 새누리당 최고의원의 손에 수개월간 논의를 거쳐 탄생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고 가세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등 당 공식 회의 일정을 취소했다. 8일 주요당직자회의도 열지 않기로 했다. 김 대표는 이날 아침 모임과 축사 일정 등에 모두 불참했다. 유 원내대표도 개인 일정만 소화할 뿐 공식 일정은 잡지 않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불발의 여파가 적지 않아 보인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대책회의를 여는 등 새누리당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레이디 액션(KBS2 밤 9시 15분) 남자 배우들이 나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동안 여배우들은 한정적인 장르와 역할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도 여자라는 한계를 넘어선 액션 여배우가 필요하다. 무술감독 정두홍의 지시에 따라 6인의 여배우들이 연기 인생을 걸고 액션 연기에 도전한다. 육체적인 한계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한 편의 드라마로 담아낸다. ■나 혼자 산다(MBC 밤 11시 10분) 방송인 전현무가 뜻하지 않은 휴가를 맞았다. 들뜬 마음으로 여행 준비에 나선다. 그런데 여권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현무는 무사히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한편 가수 강남이 생애 첫 자가용 구입에 나섰다. 하지만 비싼 가격이라는 넘을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하는 수 없이 중고차로 마음을 돌린 강남. 그는 과연 무사히 자신만의 차를 장만할 수 있을까. ■구여친클럽(tvN 밤 8시 30분) 수진은 영화 프로듀서로서 자기 영역을 쌓아 간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사에 큰 위기가 닥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녀가 준비하던 작품마저 엎어진다. 위기의 상황에서 요즘 웹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웹툰 ‘여친들소’를 가지고 영화 한 편을 만들어 영화사를 다시 일으키려 한다. 그런데 웹툰의 작가가 알고 보니 그녀가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구남친’ 방명수인데….
  • [구본영 칼럼] 교도소 담장 위의 ‘소용돌이 정치’

    [구본영 칼럼] 교도소 담장 위의 ‘소용돌이 정치’

    1960년대 초 주한 미 대사관 문정관 그레고리 핸더슨은 문제적 인물이었다. 동양미술 애호가라며 국보급 우리 문화재를 헐값에 미국으로 밀반출했다. 다만 ‘한국, 소용돌이 정치학’이란 책에서 격동기 한국 정치의 후진성은 잘 꼬집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정치권력을 좇아 소용돌이치듯 몰려드는 한국 사회에서는 어떤 이슈든 정쟁으로 비화한다는 요지였다. 핸더슨의 모멸적 진단이 아직도 유효한 건가. 자원개발 비리로 수사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정치판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그가 남긴 메모로 금권정치의 썩은 뿌리의 일단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이를 도려내야 할 당위성이 새로운 정쟁을 부르고 있다. 메모 속 8인에 수사를 국한하라는 야권과 물타기 논란과 함께 비리의 근원까지 거슬러 올라가자는 여권이 부딪치면서다. 자연인으로서 성 전 회장의 비극은 참 안타깝다. 물려받은 재산도, 변변한 학연도 없이 돈으로 엮은 인맥으로 기업을 키우고 살리려 발버둥쳤던 그다. 하지만 마지막 구명을 호소하는 순간 모두가 등을 돌렸다니….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 성완종 파문이 드리운 그늘은 짙다. 경남기업이 무너지면서 1조 3000억원 규모의 대출금을 회수할 길도 묘연해져 국민 혈세인 공적 자금으로 메워야 할 판이다. 당사자들이야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메모 속 8인이 성완종 로비 리스트의 전부라면 역설적으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2007년 한나라당 박근혜 후보 경선 캠프의 허태열 의원에게 줬다는 7억원을 포함해 16억~17억원 정도가 다라면 국민의 입장에선 그나마 위안 삼을 만하다는 뜻이다. 그가 미처 뿌리지 못한 비자금을 찾아낼 길이 있을 터이기에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애당초 빨아먹어도 탈 날 것 같지 않은 성 전 회장의 지갑으로 정치권 인사들이 진딧물처럼 꾄 게 성완종 게이트의 본질이라면.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세 정부에 걸쳐 모래성을 쌓아 온 그였다. 성 전 회장이 여야를 넘나들며 로비를 했을 것이라는 게 국민 일반의 인식이다. 금권정치의 촉수가 보수·진보를 가려서 뻗칠 리도 없다. 노무현 후보 캠프에 정치자금 3억원을 낸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경남기업을 인수하고 행담도 비리에 연루되는 걸 지켜보면서 얻은 학습 효과다. 새정치민주연합의 4·29 재·보선 전패도 보통 국민은 다 아는 이런 뻔한 사실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을 수 있다. 문재인 대표가 성완종 사건은 호재라고 여기면서 그가 참여정부에서 두 번이나 특별사면을 받은 걸 문제 삼자 ‘물타기’라고 간단히 무시하면서다. 목소리 큰 진영과 한쪽 편만 보는 ‘주창 저널리즘’에 취해 조용한 다수와 눈높이를 못 맞춘 참패였다. 돈이 전혀 안 드는 정치는 불가능한 탓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해 정치인들이 1급수 어종일 수는 없다. 서방의 한 얼치기 기자가 예수와 닮았다고 칭송한 ‘혁명가’ 체 게바라의 일화를 보라. 볼리비아 정글에서 체포된 후 그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롤렉스 시계 2개와 1만 5000달러였다. 이완구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에게 3000만원을 받은 혐의나 한명숙 전 총리가 정치자금 9억원을 받았다는 2심 재판 결과의 최종 결론은 속단키 어렵다. 분명한 건 돈 많이 드는 정치가 고질화했다는 사실이다. 수사 진전에 따라 이 땅의 정치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직업이라는 슬픈 현실을 확인할 듯싶다. 해당 인사들에겐 안 된 말이지만, ‘돈 많이 쓰는 정치’와 결별하려면 거기에 익숙한 정치인들이 죄다 바닥을 쳐야 한다. 이참에 정치권 부패 사슬을 뿌리 뽑을 수만 있다면 전화위복이다. 비리를 캐자면서도 ‘일부만 하자’, ‘전모를 밝히자’는 식으로 또 다른 정쟁만 벌인다면 한국 정치에 희망은 없다. 후진적 소용돌이 정치를 끝내려면 박근혜 대통령부터 남 말하듯 정치개혁만 주문할 게 아니다. 친박 실세들이 리스트에 오른 만큼 내 수족을 자를 각오로 공정한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 여야도 상대의 고름 흐르는 살만 도려내자며 수사에 선을 그어선 안 된다. 친박·친이든, 친노·비노든 정략을 버리고 썩어 가는 내 뼈부터 발라 내려는 자세라야 한국 정치는 나아진다.
  • “정권 따라 남용되는 특사… 회의록 즉시 공개를”

    “정권 따라 남용되는 특사… 회의록 즉시 공개를”

    특별사면(특사)이 있을 때마다 정치권과 학계 등에서 활발히 제기됐던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계기로 또다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에는 제도 개선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다음달까지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통령 권한 축소를 의미하는 특사 제도 개선 요구가 청와대와 여권에서 먼저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해묵은 논의가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특사는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하지만 특정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사는 일반사면과 달리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늘 논란을 일으켰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남용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특사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범 변호사는 “융통성이 다소 부족한 사법부 판단을 보완하고 국민적 화합을 이끌어 내는 차원에서 예외적으로 특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법부 판단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특사가 이뤄지는 것은 삼권분립 원칙에 반하는 일”이라며 “특사의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녕 변호사는 “특사에는 법치주의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요소가 있고 사면 대상에 대한 형평성도 문제가 된다”면서 “특히 대통령 측근들에게 기회를 주는 차원의 사면은 국민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008년 3월 사면심사위원회가 도입된 것이 사면법(1948년) 제정 이후 가장 큰 개선으로 꼽히지만 그마저 투명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이 즉각 공개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 역시 ‘국익을 위해 애썼다’는 등 근거 없는 사면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사면된 이 회장에 대한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최근에야 공개됐다. 현행법상 사면심사위 회의록은 사면 이후 5년간 공개되지 않는다. 이나마도 2011년 7월 법 개정을 통해 간신히 이뤄졌다. 사면심사위원회의 폐쇄적인 인적 구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위원 9명 중 5명이 장관, 차관,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 법무부 측 당연직 인사들로 채워져 공정성 논란을 빚다가 2010년에야 외부 위원이 5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법무부 중심의 구성이라는 평가다. 김 변호사는 “특사의 핵심은 사면 시기와 사면 대상”이라며 “이것을 청와대가 정하는 한 사면심사위원회는 형식 갖추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면심사위원회를 객관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여야 추천 위원을 포함시키고 사법부에서도 일부 추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박지만 쌍둥이 아빠됐다…부인 서향희 변호사 출산소식

    박지만 쌍둥이 아빠됐다…부인 서향희 변호사 출산소식

    박지만 쌍둥이 아빠됐다 부인 서향희 변호사 출산소식 박지만 쌍둥이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가 지난달 말 쌍둥이를 출산한 것으로 6일 전해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셋째, 넷째 조카를 얻게 됐다. 박지만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여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 변호사가 일주일 전쯤 아들 쌍둥이를 출산했다고 들었다”면서 “쌍둥이들은 건강한 상태”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 직후 건강문제로 인해 국정업무를 중단하고 치료를 받느라 아직 쌍둥이 조카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청, 정부 인사·對野 협상 ‘도 넘은 불통’

    #장면1 5월 2일 여야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문’ 발표 직전.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부랴부랴 국회를 찾아 각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만나 국민연금 명목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장면2 3월 2일 여야 ‘김영란법 2월 임시국회 처리’ 관련 합의문 발표 직후. 청와대는 합의문에 야당이 요구해 온 아시아문화중심도시지원특별법이 포함된 경위 등을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었다. #장면3 2월 27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및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인선 발표 직후.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발표) 1시간 전쯤 (전화로) 인선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주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되풀이되는 이러한 장면들은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정부 인선 과정에서는 여당 지도부가, 여야 협상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각각 의사 결정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권 관계자는 5일 “당청 간 이견이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이견에 대한 조정 과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는 당청이 주도권을 누가 쥐려 하느냐의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소통 부족에 기인한 문제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전협의를 통한 이견 조율보다는 사후통보에 따른 불협화음만 불거지는 모양새”라면서 “당의 입장에서는 청와대의 의견 제시를 ‘오더’로, 청와대는 당이 주도하는 협상을 ‘독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당청 간 소통의 윤활유도 부족하다. 오히려 손발이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여파로 고위급 당·정·청 회동은 올스톱됐다. 당청 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부특보단은 임명 당시부터 ‘겸직 논란’에 휘말리며 운신의 폭이 좁혀진 상태다. 정책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 ‘실무급 회의’와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고위급 회동’은 성격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청 간 물밑 조율을 담당할 대화 채널도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차기 총리 후보자 인선이 향후 당청 관계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선 의원은 “당청 관계만 놓고 보면 총리 후보자로 누구를 임명하느냐보다는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당청 ‘월권’ 갈등 이틀 만에 진화… 野 “잉크 마르기도 전에…”

    당청 ‘월권’ 갈등 이틀 만에 진화… 野 “잉크 마르기도 전에…”

    박근혜 대통령은 4일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아쉬움만 내비쳤을 뿐 새누리당 지도부에 ‘책임’을 묻지 않았다. 새누리당 역시 여권 내 불협화음을 우려하며 한발 물러섰다. 정부 측이 제기한 국회의 월권 논란은 이틀 만에 진화됐고, 당·청은 ‘국민연금 공조체제’로 돌아섰다. 여야는 지난 2일 ‘더 내고 덜 받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도출하며 국민연금 수령액을 높이는 내용의 공적연금 강화 방안에 합의했고, 정부 측은 ‘월권’ 논란을 제기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인상하기로 한 부분은 매끄럽지 못했다”며 “안 했을 경우 당 운영에 있어서 ‘지뢰를 밟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우려와 함께 강한 아쉬움을 표했다. 공적연금 강화 방안 합의를 계기로 불거진 당·청 갈등이 당내 계파전으로 번지는 듯했다. 김무성 대표는 비공개 회의에서 서 최고위원에게 “다 맞는 지적”이라며 비판을 겸허히 수용했다. 그런 뒤 합의 과정을 설명하고 미리 상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국민연금 제도 변경은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대원칙”이라며 청와대와 주파수를 맞췄다. 이어 “50%라는 숫자는 실무기구 합의안에 들어 있는 숫자이고 여야 대표 합의문에는 저희가 반대해서 50%라는 숫자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의 주장으로 관철된 공적연금 강화 방안이 합의 이틀 만에 여권의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당·청 갈등 기류가 수그러들자 전선은 여야 사이로 이동했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과 정부 측의 ‘사전교감설’을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공적연금 강화 방안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게 요지다. 그러면 이를 주장한 야당은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이에 반대한 여권은 책임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 추진으로 내년 총선에서 공무원표를 잃을까 우려했던 새누리당이 국민연금 개혁의 칼자루를 야당에 쥐어 줌으로써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한다는 정치공학적 논리가 완성된다. 공적연금 강화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구도가 점점 팽팽해지면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지도부가 합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의 완패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당 장악력이 느슨해진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의 반란표가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관계자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는 그 순간까지 진통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野, 호남 중심 신당보다 쇄신이 먼저다

    새정치민주연합이 4·29 재·보선 전패 이후 연일 시끌벅적하다. 호남 시·군·구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표는 어제 광주행에 나섰다. 지도부 사퇴론을 누그러뜨리려는 행보였다. 그의 이런 곤경은 자업자득일 수 있지만, 이를 기화로 호남 신당을 만들려는 야권 일각의 움직임도 민심을 오독하는 일이라고 본다.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주류의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에게 “물러나지 않겠다면, 친노 패권 청산이라도 약속하라”고 압박했다. 나름 설득력 있는 요구다. 텃밭인 광주 서을을 무소속 천정배 후보에게 내주고 호남 출신 유권자가 압도적인 서울 관악을에서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긴 원인을 되짚어 봤을 때다. 지역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들을 외면하고 친노 인사 위주로 공천한 게 패인의 일부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천 실패가 호남판 자민련을 만들 빌미가 돼서는 곤란하다. 얼마 전 광주 지역구의 박주선 의원은 “천 의원이 신당을 추진하면 합류 인사가 수십 명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호남 유권자를 주머니속 공깃돌인 양 여긴 새정치연합의 전철을 답습하는 신당의 태동은 정치 퇴행일 뿐이다.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연합이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원인을 공천 잘못으로만 돌리기도 어렵다. 여권의 실세급 8명이 연루된 ‘성완종 파문’으로 여당에 불리한 선거 지형이었음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에 대해 국민, 특히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크다는 얘기다. 천 의원이 “뉴DJ(김대중)를 키워 새정치연합의 호남 독점 구조를 깨고 야권의 수권 능력을 구축하겠다”고 한 건 이를 의식한 발언일 게다. 그러나 과거 친노 핵심이었던 천 의원이 ‘호남 정치’ 부활을 거론하는 건 정치 도의를 떠나 민심 역주행이다. 재·보선 전패의 핵심 요인은 ‘나만 옳고 깨끗하다’는 친노의 독선이나 근거 없는 선민주의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결과다. 그런데도 지역 당을 만든다면 수권 가능성을 더 엷게 해 호남 민심을 다시 실망시키는 일이다. 야권의 대주주 모두 재·보선 연패의 교훈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세월호 사태와 성완종 파문을 그저 정권심판론의 호재로만 여겼지만, 유권자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았다. 문 대표는 국민이 왜 자신이 이끄는 야당을 ‘안심하고 국정을 맡길 대안’으로 보지 않는지부터 곱씹어 봐야 한다. 혹여 지도부에 대한 불만으로 지역 신당을 꿈꾸는 인사가 있다면 이 또한 야당의 쇄신 방향을 가리키는 민심의 손가락 끝만 쳐다보는 꼴임을 인식하기 바란다.
  •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중국여행 가는 줄”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중국여행 가는 줄”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주원문씨 고교시절 육상·수학서 두각 ‘불법 입국’ 혐의로 북한에 억류된 주원문(21)씨는 미국 뉴저지 주 테너플라이고등학교 재학 중 수학과 육상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것으로 2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주 씨는 재학 시절에 뛰어난 육상선수였으며, 수학경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상을 받은 적도 있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이로 미뤄 보면 주씨는 학업뿐만 아니라 클럽활동도 열심히 한 것으로 짐작된다. 주 씨는 뉴욕대(NYU)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하고 있으나, 이번 학기는 등록하지 않았다고 대학 대변인인 존 베크먼이 전했다. 주 씨는 대학에 다니던 중 컴퓨터공학을 배우고 싶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3년 대학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을 고려하고 있다”고 짤막하게 밝혔다고 뉴욕데일리뉴스가 전했다. 하지만, 그가 현재 학교를 쉬는 이유가 전공에 대한 고민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농구와 비디오게임을 즐긴다는 사실도 밝혔다. 최근에는 주 씨가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 씨가 북한으로 입국한 이유 등과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알져지지 않고 있다. 주 씨의 부모도 아들이 중국여행을 가는 것으로만 알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아들이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는 사실도 뉴스를 본 한국의 지인이 전화를 한 뒤에야 안 것으로 알려졌다. 주 씨가 거주하는 테너플라이의 아파트는 이날도 겉으로는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조용한 모습을 유지했다. 일부 취재진이 가족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노렸으나 얼굴을 보지 못했으며, 전화 연결도 되지 않았다. 미국 영주권자인 주 씨는 한국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중국여행 간다고 했는데..” 압록강 왜 건넜나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중국여행 간다고 했는데..” 압록강 왜 건넜나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중국여행 간다고 했는데..” 압록강 왜 건넜나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의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2일 북한에 붙잡힌 한국계 뉴욕대 학생 주원문(21) 씨의 부모는 아들이 중국여행을 가는 것으로만 알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는 그가 북한 당국에 체포됐다는 사실도 뉴스를 본 한국 지인의 전화를 통해 알게 됐다. 북 억류 한인학생 주 씨 가족은 미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시의 한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주 씨는 한국 정부가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주 씨가 북한에 입국한 자세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언론은 북 억류 한인학생 주 씨에 대해 “뉴저지주 테너플라이고등학교 재학 중 수학과 육상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고 뉴욕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하고 있으나 이번 학기는 등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국계 미국 대학생인 21살 주원문 씨를 불법 입국 혐의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주 씨가 지난달 22일 중국 단둥에서 압록강을 건너 불법 입국을 하다 체포됐다며 주 씨에 대한 해당기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주 씨도 자신의 죄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주 씨가 대한민국 국적자인 것으로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이 억류 중인 우리 국민은 김정욱 선교사, 김국기 씨, 최춘길 씨에 이어 주 씨까지 포함해 4명으로 늘었다. 통일부는 “일단 주 씨의 구체적인 입북 경위 등을 파악한 다음 정부의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네티즌들은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마음이 어떨까”,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중국간다고 했는데 대체 왜 압록강 건넜나”, “북 억류 한인학생 부모, 걱정이 많겠다. 제발 무사히 풀려나길” 등의 반응을 보였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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