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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행 피해자 “가해자 이현주 감독, 사과는커녕 내 탓…섬뜩”

    성폭행 피해자 “가해자 이현주 감독, 사과는커녕 내 탓…섬뜩”

    동성 성폭행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연애담’ 이현주 감독은 6일 자신은 여전히 무죄라는 취지의 입장문을 공개했다. ‘동성 성폭행’ 이현주 감독 “여전히 무죄 주장” 이에 피해자 A씨는 이날 장문의 글을 통해 당시 사건을 통해 자신이 겪어야 했던 상황과 고통을 공개했다. 피해자 A씨는 “가해자 이현주의 ‘심경고백’ 글을 읽고 쓰는 글”이라면서 “그날 사건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어서 세세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또 하게 됐고, 가해자는 변명을 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놓고 뒤통수 친다고 믿고 있는 거로 보인다”고 말문을 열었다.피해자는 “가해자는 사건 이후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 달 뒤에 갑자기 신고했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저 통화 이후 두 차례 통화가 더 있었고 그 통화는 모두 녹취되어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 그 두 번의 통화 내내 가해자는 나에게 화를 내고 다그쳤으며 심지어 마지막 통화 후엔 동기를 통해 문자를 보내 ‘모텔비를 갚아라’고 까지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달 후에 갑자기 신고한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신고하기까지 약 한 달 동안, 사과를 받기 위해 두 차례 더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사과는커녕 내 잘못이라고 탓하는 얘기만 들었다”고 덧붙였다. 1신 판결문 중 일부도 공개했다. ‘이 사건 유사성행위 당시 피해자는 음주 등으로 인해 의식 내지 판단능력이 거의 없었고, 당시의 상황을 기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위와 같이 울었던 것은 만취 상태에서 이루어진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피해자는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 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라며 “내가 몹쓸 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고 분노했다. 아래는 피해자가 쓴 글의 전문.#가해자 이현주의 ‘심경고백’ 글을 읽고 쓰는 글. 아이고...한숨부터 나온다. 그날 사건에 대해 생각하기도 싫어서 세세하게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은 또 하게 되는구나. 그런데 이쯤 되니 가해자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내가 원해놓고 뒤통수친다고 믿고 있는 거로 보인다. 그렇다면 가해자 입장에서 “아니, 밥 먹고 차먹고 대화도 해놓고 한 달 뒤에 왜 경찰에 신고해? 나 진짜 억울해”라는 저 입장문의 요지가 이해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해놓고’를 재판 내내 반복하고 또 입장문에서까지 반복하느냔 말이다.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해놓고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해놓고~’ 외우겠다. 많은 사람들이 성폭행 피해자와 가해자를 떠올릴 때 그리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있다. 가해자는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며 피해자는 숨고 소극적인 이미지 말이다. 그런데 80% 이상 성범죄의 대부분이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고 그 때문에 성범죄 이후의 상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전형적이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사건이 있고 난 바로 직후 나는 가해자와 ‘밥 먹고 차먹고 대화했다.’ 맞다. 다시 떠올리기 끔찍하지만, 그날의 일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가해자가 먼저 그날의 일을 말해버렸으니 말이다. 사건 당일 나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수업을 오후 10시경 마치고 동기 오빠 2명과 가해자 이렇게 넷이서 학교 근처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2차로 다른 식당으로 가면서 동기 오빠 한 명의 친구분이 동석하며 총 다섯 명이 2차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다. 2차에 갔을 때가 3시경이었는데 갑자기 취기가 올라와 테이블에 엎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기억나는 것은 5시경에 남자친구에게 집에 가겠다고 전화를 한 것이고 그 이후로 다음날 오전 12시, 모텔에서 깼을 때까지의 기억이 없다. 당시 동기들의 진술에 의하면 내가 “집에 가야 한다. 대구 내려가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몸을 가누지 못해 이대로 대구로 내려보내면 위험하다고 판단이 들어 근처에서 잠깐 재우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때 가해자가 아는 모텔이 있었고 그곳으로 동기 오빠 둘은 나를 번갈아 업어 가며 모텔 방안까지 이동했다. 오빠 중 한 명이 나를 침대에 눕혔고 오빠 둘은 여자인 나를 혼자 모텔에 두기가 위험하니 역시 여자인 가해자에게 함께 있어 주라고 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때가 오전 7시 40분경이었다.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정오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눈을 뜨고 보니 천장이 보였고 나는 상의 브라탑을 제외한 채 하의 속옷까지 모두 벗겨져 있었다. 깜짝 놀라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을 때 가해자는 옷을 다 입은 채 침대 옆에서 기대어 있었다. “기억 안 나? 우리 잤어!”라고 말했고 나는 너무 당황했고 그때는 ‘잤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라 말문이 막혔다. 내가 질문할 새도 없이 가해자는 “야~너 그런 신음소리 내냐? 내가 널 (~) 할 줄이야”하며 웃으며 얘기했다. 너무도 원색적인 표현에 나는 더 듣고 싶지가 않았다. 그때 내 눈에 재떨이에 가득한 담배꽁초가 보였던 기억이 난다. 가해자가 피던 담배꽁초가 한가득 있던 재떨이가 말이다.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데스크에서 전화가 와서 퇴실 시간을 알렸다. 모텔 밖으로 나와 가해자가 “밥이나 먹자”라고 했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야 했기에 근처 식당으로 갔다. 만약 내가 모르는 사람이나 처음 보는 사람과 모텔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밥을 먹으러 갔을 리는 없을 것이다. 밥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 어찌 된 건지 더 묻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의 시끌벅적한 소음 사이에서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별말 없이 각자 밥을 먹고 나가려는데 “모텔비 내가 냈으니 밥값은 네가 내”라고 가해자가 말했다. 그때까지도 상황파악이 안 된 나는 시킨 대로 계산을 했다. 식당 앞에 나오자 가해자는 “내게 스타벅스 무료 쿠폰이 있으니 가자”고 했고 난 거기서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했다. 카페에 앉았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내가 물었다. 가해자는 그제서야 얘길 시작했다. “네가 먼저 키스를 했어”라고. “그리고는?” “잤지 뭐”였다. 머리가 안 돌아가고 멍했다. 믿기지 않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술 먹고 일어난 해프닝이니까 절대로 남자친구한테 얘기하지 마”라고 했고 “너 때문에 안 좋은 기억이 생겼다”라고 짜증을 냈다. 기억이 나지 않는 나로서는 “미안하다”고 대답했다. 바로 앞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준다기에 공항철도역까지 같이 갔고 헤어졌다. 대구로 내려오는 기차 안에서 계속 눈물이 났다. 내게 일어난 일이 무슨 일인지 도통 모르겠어서였다. 집으로 오자마자 남자친구에게 괜히 짜증을 내고는 안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그대로 잠이 들었고 잠에서 깼을 때 마음은 진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현주랑 잤대”라고 시작된 대화는 남자친구로 하여금 나와는 다르게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보게 했던 것 같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시간 이후 남자친구는 이것이 범죄일 수도 있겠다고 의심해서 가해자와의 모든 통화를 녹음해두고 있었다. 그날 저녁 남자친구는 더 자세한 상황을 듣기 위해 가해자에게 전화했다. 그 통화에서 알게 된 모텔 안에서의 상황은 가해자가 “답답해 보여서 팬티스타킹을 벗겨주었고 이후 먼저 가슴을 만지고 키스를 하기에 성관계가 시작됐다”는 것이었다. 남자친구는 일단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 아침 나에게 문자 한 통이 왔다. “네 남친한테 전화 왔더라? 너 내 눈앞에 띄면 죽여버린다” 살이 떨렸다. 너무 무서웠고 한참을 망설이다 가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가 사건 이후 나와 가해자가 나눈 첫 통화였다. 나는 다시 한번 모텔 안에서의 상황이 이해가 안 되어 물었고 그때 가해자가 새로운 사실을 말했다. “네가 울면서 레즈비언이라고 고백을 했어. 내가 달래줬고 그러는 가운데 그렇게 된 거야.” 분명히 말하지만, 이 말은 사건 당일 모텔에서가 아니라 사건 다음날 내가 전화했을 때 새롭게 덧붙여진 말이다. 그 통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내가 남자가 아니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였다. 가해자는 심경 고백 글에서 사건 이후 “밥 먹고 차먹고 대화하고 잘 헤어졌는데 한 달 뒤에 갑자기 신고했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거짓말이다. 저 통화 이후 두 차례 통화가 더 있었고 그 통화는 모두 녹취되어 재판부에 증거로 넘겨졌다. 그 두 번의 통화 내내 가해자는 나에게 화를 내고 다그쳤으며 심지어 마지막 통화 후엔 동기를 통해 문자를 보내 “모텔비를 갚아라”고 까지 했다. 한 달 후에 갑자기 신고한 것이 아니라 사건 이후 신고하기까지 약 한 달 동안, 사과를 받기 위해 두 차례 더 내가 먼저 전화를 했고 사과는커녕 내 잘못이라고 탓하는 얘기만 들었다. 또한 그 한 달 이란 시간은 내가 당시 동석했던 동기 오빠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 시간이기도 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동석자 오빠들은 “너는 그때 만취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잠든 너를 침대에 눕혀 놓고 나왔다” 등의 말을 해주었고 조금씩 그제서야 나는 이게 범죄라는 걸 깨달아간 시간이기도 했다. 신고를 결심하고 가해자에게 통보했다. 지금 신고하러 갈 계획이라고. 나는 너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고. 그러자 곧바로 가해자에게 전화가 왔다. 그때는 이미 마음을 정한 후라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이후 26통의 전화가 왔고 몇 시간 후 “지금 대구로 내려가고 있다. 만나서 얘기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나는 “지금 무턱대고 대구로 내려온다는 언니가 너무 폭력적으로 느껴진다”고 하며 만나주질 않았고 이후 가해자는 2박 3일을 더 만나달라며 대구에 머물다가 “네가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나도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는 문자를 끝으로 지금까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재판을 이어갔다.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는 가해자의 말해 대해 1심 판결문 중 일부를 발췌하여 대신한다. [1심 판결문 내용 중] ‘이 사건 당시 같이 술을 마신 F, G은 이 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 2차 술자리가 끝날 무렵 피해자가 만취하여 몸도 가누지 못하고 정상적인 대화도 불가능한 상태였고 모텔 방에 눕힐 때 의식이 없는 채로 잠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피고인 자신도 이 법정이나 수사기관에서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해 다리가 풀려 제대로 걷지 못하고 웅얼거릴 정도의 말을 하였을 뿐이고, 모텔 방에 들어간 직후 술 취한 사람이 잠든 모습이었다고 진술하였다. 또 피해자는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술을 마셨으므로 그 자체로도 상당히 피곤한 상태였다고 보아야 한다. 피해자가 모텔 방에 들어가 때로부터 이 사건 유사성행위가 이루어진 7:50 경까지의 시간 간격은 30~40분에 불과하여 만취했던 피해자가 의식을 차리기에는 짧은 시간이고, 그 사이에 구토를 하는 등 정신이 들 만한 특별한 계기도 없었다. 따라서, 이 사건 유사성행위 당시 피해자는 음주 등으로 인해 의식 내지 판단능력이 거의 없었고, 이에 따라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유사성행위 당시의 상황을 기억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해자가 위와 같이 울었던 것은 만취 상태에서 이루어진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일반적으로도 술에 만취하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우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에게는 위와 같이 결혼을 전제로 교제해 온 남자친구가 있었고, 영화아카데미 동기인 G, F이나 교수인 L 모두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피해자와 동성애적인 성적 접촉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 피해자가 만든 영화 시나리오 등에 성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있으나, 성적 문제는 영화나 소설 등에 자주 등장하는 보편적 주제 중 하나이므로 이를 들어 피해자에게 동성애적 성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해자가 먼저 자신이 레즈비언인 것 같다고 말하면서 키스를 하고 가슴을 만지거나 성행위를 요구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납득하기 어려운 반면, 피고인은 피해자가 만취한 나머지 울거나 피고인의 성적 접촉에 대하여 무의식적, 육체적 반응을 나타낸 것을 과장하여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성적 접촉을 요구하였다고 진술하는 데 불과하다고 보아야 한다.’ 끝으로. 당신의 그 길고 치졸한 변명 속에 나에 대한 사죄는 어디에 있는가? 순수한 마음으로 당신을 응원한 영화 팬들에 대한 사죄의 말은 어디에 있는가? 내가 몹쓸 짓을 당했던 그 여관이 당신의 영화에 나왔던 그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섬뜩함을, 당신의 입장문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 추신) 나의 모교인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진상조사위가 꾸려졌고 관계자분들은 이 사태에 대해 매우 분개하고 있으며 엄중하게 사건을 파헤치고 다룰 것이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한 가해자의 영화를 배급했던 배급사로부터도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 더 이상의 화살이 학교와 배급사로 가지 않기를 바라며 빠른 조치와 대처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김현의 세상 얼싸안기] 근시안적 법령이 화재 피해 키운다

    [김현의 세상 얼싸안기] 근시안적 법령이 화재 피해 키운다

    연이은 화재 참사로 우리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특히 전남 장흥에서 서울 구경을 하고 싶다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엄마가 값싼 여관에서 투숙하다가 함께 숨진 사연은 우리 국민의 가슴을 저미게 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39명이 또다시 목숨을 잃었다. 난방 수단으로 장작과 연탄을 많이 쓰던 어린 시절 화재가 자주 났던 기억이 나는데, 1960년대로 돌아온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다.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는데도 정치권에서는 그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는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책임감 있는 정당과 정치인이라면 이번 화재에 대해 자신의 책임을 국민에게 고백하고, 깊은 반성과 대책 마련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 아닌가. 이번 화재의 원인은 사회안전망에 관한 우리의 법체계가 정밀하게 완비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원인은 법제도적인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밀양 화재는 소방 당국이 화재 신고를 받고 5분 만에 현장 대응에 들어갔지만 1층 출입문으로 진입조차 하지 못했다. 소방 당국과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이후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장치가 없어 빠르게 불이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화재 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근린생활시설은 연면적과 수용 인원 기준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상 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된 세종병원은 연면적 기준과 수용 인원 기준이 모두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업종과 관계없이 11층 이상 건물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나, 세종병원은 5층 건물이어서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즉 세종병원은 현행법상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소방관의 개별 대응에 문제가 없었고 스프링클러 미설치가 불법이 아니라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스프링클러 설치를 강제하지 않은 법령의 결함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소방 규제는 처음부터 연면적, 수용 인원, 층수와 같은 획일적, 정량적 기준이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기준으로 했어야 한다. 병원은 종류를 막론하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있으므로 모두 의무적으로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옳았다. 그래야만 세종병원과 같은 규제의 공백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반성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2014년 장성 요양병원 화재 이후 기존 요양병원에 대해 법률을 소급 적용해 스프링클러 설치를 오는 6월 30일까지 완료하도록 했지만, 세종병원과 같은 일반병원은 이러한 소급적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사고가 발생한 요양병원만 소급해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를 부과한 것은 우리의 안전관리 법령 정비가 얼마나 근시안이며 즉흥적이고 체계적 검토가 미흡한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게다가 이번 화재들은 소방시설 자가 점검, 즉 셀프 점검이라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었다. 연면적이 일정 기준 이하일 경우 소방안전관리자 자격증 소지자라면 누구나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제천 스포츠센터는 건물주 아들이, 밀양 세종병원은 병원 총무과장이 셀프 점검을 했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러한 셀프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소한 법령에서 가족이나 직원과 같은 특수관계자는 안전관리자로 선임될 수 없도록 제한해야 했다. 이 역시 뼈아픈 법령의 흠결이었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만이라도 안전 관련 법령의 문제점을 검토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면, 그래서 법령의 흠결이 보완됐다면 이번 참사들이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아쉬움과 책임감을 떨치기 어렵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정부와 국회가 우리 사회의 안전 관련 법령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해 다시는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연구하고 재검토하길 바란다.
  • [시론] 화재, 최소화할 수 있다/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시론] 화재, 최소화할 수 있다/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최근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대형 화재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단계를 지나 공포 수준에 이르고 있다. 소화기나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 사망을 포함해 69명의 사상자가 났다. 서울 종로 여관 화재에서는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특히 서울 여행 중 여관 방화 참사로 희생된 세 모녀 이야기는 우리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번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벌써 200명 넘게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당했고 앞으로 사상자가 더 나올지도 모른다고 한다. 최근 발생한 화재 참사를 계기로 각각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교훈으로 삼고 재발 방지에 노력할 때다. 첫째, 제천 화재는 2층 여자 목욕탕에서만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자동문이 열리지 않았고 피난 계단이 장애물로 막혀 있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피난의 기본 원칙에서는 전기적 요소가 가미된 장치 외에 수동 조작이 가능한 단순한 장치를 이용하라고 권장한다. 전기장치를 이용한 자동문은 화재가 발생하면 정전으로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이번 경우처럼 닫힌 상태에서 열리지 않을 수 있다. 병원의 경우에는 자동문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화재 등 긴급한 상황에는 자동열림 장치 기능이 작동해 문이 우선 개방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요즘 지어지는 건물 대부분은 자동문 한두 개씩은 설치돼 있다. 이제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자동문의 자동열림 장치 기능을 모든 건물에 의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도나 계단은 중요한 피난 통로다. 시민 안전의식 향상의 일환으로 복도나 계단에 자전거, 물건 등을 방치하는 경우 소방서에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복도나 계단에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어떤 장애물도 놓아 두지 않도록 하자. 둘째, 종로 여관과 같은 쪽방촌은 대부분 노후화돼 있고 건물 재질이 목조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화재에 더 취약하다. 연소하기 쉬운 건축물의 실내장식물 또는 그 재료에 도료 등을 칠해 연소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염 처리는 소방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현행 법에 따르면 건축물의 벽, 반자, 지붕 등 내부 마감재료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커튼 등도 방염 처리 대상이다. 그러나 침대 매트리스는 제외돼 있고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방염 처리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건물 신축 당시 방염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방염 처리의 내구연한은 일반적으로 최대 3년 정도다. 하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므로 이를 지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방염 처리를 한다고 해서 건물의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화재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유독가스의 양의 줄인다는 측면에서 방염 처리 내구연한을 법으로 규정해 주기적으로 방염 처리를 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병원 화재는 병원 특성상 거동이 불편한 피난 약자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안전에 대해서는 어떤 건물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소방법에서는 다른 건물과 특별히 구별하지 않고 비슷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것 같다. 사용하기 복잡하고 피난 기구로서의 기능성이 다소 떨어지는 구조대를 설치해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일본 등 선진국처럼 침상환자 이송이 용이한 다수인 피난 장비나 미끄럼대를 설치해 피난의 신속성을 높여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구조대를 설치하는 주된 이유는 안전보다 경제적 논리가 앞선 탓이다. 정부에서 소방시설 설치 비용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신축 건물에 대해서는 미국 등 선진국처럼 가능한 한 저층구조로 만들고 수평 대피 원칙을 적용해 환자의 특성상 수직 대피가 어려운 문제점을 보강할 필요도 있다. 현재 의료시설 중 법이 가장 강화돼 있는 곳은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처럼 법을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안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경제적 논리가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잊지 말자.
  • 벤처기업 ‘확인제도’ 민간 중심 전면 개편

    벤처기업 ‘확인제도’ 민간 중심 전면 개편

    진입 금지 업종 23개도 폐지 투자 유형에 6개 투자자 추가그동안 정부 주도의 벤처 인증과 투자 제도가 ‘민간 중심’으로 전환된다. 벤처기업에 앞으로 매출 3000억원 미만 초기 중견기업도 포함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31일 스타트업 전문 공간인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홍 장관은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대책’의 목표는 민간 주도로 성장하는 활력 있는 벤처생태계 조성에 있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이 밝힌 3대 추진 원칙은 ▲민간 선도 ▲시장 친화 ▲자율과 책임 등이다. 홍 장관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후원해 민간과 정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수요자 맞춤형으로 제도를 운영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벤처확인 주체를 기술보증기금·중소기업진흥공단 등 공공기관 중심에서 벤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벤처확인위원회로 바꾼다. 또 벤처투자 유형에 기관투자자 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사), 크라우드펀드 등 6개 투자자를 추가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벤처기업 진입 금지 업종(23개)도 폐지한다. 단 사행·유흥업종 5개는 폐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여관업, 부동산업, 숙박업, 미용업 등의 업종도 신기술과 결합하면 벤처기업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열렸다. 그동안 ‘에어비앤비’와 같은 도시민박 공유서비스(주거용 임대업)는 벤처투자 금지 업종으로 분류됐지만, 앞으로 벤처 확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민간 자금이 벤처로 유입되도록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벤처펀드의 공동운용사 범위를 증권사 등으로 확대하고, 액셀러레이터의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허용하기로 했다. 민간이 투자 분야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모태펀드가 여기에 매칭 출자하는 ‘민간제안 펀드’도 올해 2000억원 규모로 조성된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여관 방화 참사로 희생된 세 모녀 장례…가족과 친구들 ‘눈물’

    여관 방화 참사로 희생된 세 모녀 장례…가족과 친구들 ‘눈물’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으로 숨진 세 모녀는 전남 장흥 집을 떠나 서울 여행 중이었다. 엄마와 중학생(14)과 초등학생(11)인 두 딸은 넉넉하지 않은 경비에 싼 숙소에 머무르며 여행을 하다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숨진 지 일주일만인 27일 장흥 장례식장에는 세 모녀의 가족과 친구들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첫째 딸의 친구인 한 중학생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했다. 노래하고 춤추는 것도 좋아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장흥군에는 이날까지 세 모녀의 영면을 기원하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전국에서 세 모녀 장례비용과 유가족 생계비로 써달라며 성금 1000여만원이 모였다. 장흥이 고향인 문주현 엠디엠그룹 회장은 향우회를 통해 1000만원을 기탁했다. 지역 공무원들로 구성된 한사랑모금회는 200만원을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장흥군청은 이렇게 쌓인 성금 2600여만원을 전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유가족을 돕기로 했다. 장례비용은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부담하고, 군청은 3개월간 남은 가족에게 긴급생계비를 지급한다. 세 모녀 영혼은 28일 오전 발인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어간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고려·조선 ‘왕들의 온천’ 병치료·사냥길에 찾아 세종때 온양 행궁 지어

    [서동철 논설위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고려·조선 ‘왕들의 온천’ 병치료·사냥길에 찾아 세종때 온양 행궁 지어

    고려시대 가장 각광받은 온천은 황해도 평주 온천이었다. 온정원(溫井院)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온천이다. 고려는 오늘날의 개성인 송악에 도읍했다. 자연스럽게 역대 임금은 가까운 평주 온천을 자주 찾았다. 고려를 무너뜨린 조선의 왕들도 이 온천을 즐긴 것은 다르지 않았다. 태조 이성계는 즉위한 바로 그해에도 평주 온천에 갔다. 태조는 이후에도 해마다 평주 온천을 찾았다. 그러다 즉위 5년째를 맞은 1396년에는 ‘충청도 온천’으로 행선지를 바꾸었다. 온양(溫陽) 온천이다. 그런데 온양은 평주보다 멀다. 왕이 도성을 비우는 기간이 늘어나고, 비용도 더 많이 든다.태조의 온양 온천 행차를 두고 조선왕조실록에는 ‘간관 이정견(李廷堅) 등이 중지하기를 청했으나, 윤허하지 않으므로 대간에서 다시 연명(連名)으로 상소하여 그만두기를 청했는데, 임금이 말하기를, “온천에 가고자 함은 병을 치료하기 위함인데, 대간에서 애써서 말리는 것은 무슨 뜻이냐” 하고 마침내 거둥했다’는 대목이 보인다. ‘임금의 건강’이란 모든 것에 앞서는 명분이었다. 이후 태조는 다시 평주 온천으로 간다. 정종도 평주에 갔다. 이번에도 간관들은 극력 말렸다. 정종은 “내가 작은 병이 있어서 목욕하러 가는 것이지, 사냥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하물며, 사시(四時)의 사냥은 고전(古典)에 있는데, 나는 다만 1년에 한 번 나가는 것뿐”이라며 듣지 않았다.정종이 말한 사시, 즉 네 계절의 사냥이란 ‘봄에는 새끼 배지 않은 짐승을 사냥하고, 여름에는 곡물의 싹을 해치는 조수를 사냥하고, 가을에는 추격하고 물러나는 것을 익히는 사냥을 하고, 겨울에는 땅을 지키듯 영역을 침범하는 짐승을 사냥하니 다 농한기에 일을 익히는 것’이라는 ‘춘추좌전’의 가르침을 말한다. 견강부회도 이런 견강부회가 없다. 실제로 정종이 평주 온천에 머물다 해주로 사냥을 가려고 하자 조정 곳곳에서 반대 상소가 잇따랐다. 하지만 정종은 사냥을 강행한다. 이렇듯 조선 초기 왕의 온천욕이란 신병 치료를 구실로 사냥을 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듯하다. 아버지 이성계를 닮아 무인(武人) 기질이 있던 태종 이방원은 좀더 노골적이었다. 1413년 태종실록에는 ‘임금이 풍해도로 가다가 광탄에서 머물렀다. 임금이 해주로 거둥하고자 하면서 핑계 삼아 평주 온천에서 목욕한다고 하였다’는 대목이 보인다. 황해도라는 이름은 1417년 풍해도에서 고친 것이다.그런데 풍질과 안질, 피부병에 시달렸던 세종은 온천수의 치료 효과에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세종이 온수현(溫水縣)의 온양 온천에 처음 간 것은 즉위 15년인 1433년이었다. 세종은 효험이 있었다고 생각한 듯하다. 이후 도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온천을 찾는 데 공력을 기울인다. 세종실록에는 ‘용비어천가’를 짓는 데도 참여했던 이사맹을 1434년 부평으로 보내 온천을 찾아보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1438년에는 ‘경기 지방에서 온천을 찾는 사람에게는 후한 상을 주고 해당 읍의 칭호를 승격시킬 것’이라고 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도성에서 가까운 온천을 찾는 세종의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다. 세종은 부평 사람들이 온천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신고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세종은 1438년 10월 4일 ‘번거롭고 소요스러운 폐단이 있을까 염려하여 감춘다면 고을의 명칭을 깎아내려 그 죄를 징계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만큼 임금 행차는 해당 고을 백성들에게는 환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세종은 11월 8일 부평부(府)를 부평현(縣)으로 강등했다. 그만큼 온천이 절실했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나타난 전국의 온천은 31개에 이르지만 경기도와 전라도에는 없다. 반면 온양현은 1442년 온양군으로 승격한다. 온양에 본격적인 행궁(行宮)을 지은 것은 세종이다. 행궁이란 궁궐 밖에 지은 임금의 거처다. 25칸의 행각은 1433년 정월 완성됐다. 정청(正廳)을 중심으로 동·서 침전과 목욕시설인 상탕자(上湯子)와 차탕자(次湯子)를 두었다. 상탕자는 왕와 가족, 하탕자는 고위 수행원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정유재란 때 파괴된 온양행궁이 100칸 규모로 복원된 것은 1665년(현종 6년)이다. 이후 숙종과 영조, 정조가 다녀가면서 시설이 조금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정조 때 그려진 ‘온양별궁전도’(溫陽別宮全圖)는 전성기의 모습을 보여준다. 고종시대에는 퇴락한 전각을 다시 세운 듯 함락당(涵堂) 16칸과 혜파정(惠波亭) 14칸을 신축한다.한말 일본인 자본인 온양온천주식회사는 온양행궁을 차지하고 1904년 일본식 온천여관인 온양관(溫陽館)을 짓는다. 행궁 시설의 상당 부분은 파괴했고, 상당 부분은 재활용했다. 장항선 철도를 부설한 경남철도로 주인이 바뀌어 온양관이 신정관(神井館)이라는 일종의 온천 리조트로 탈바꿈한 것은 1928년이다.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계기다. 1953년 당시 교통부는 6·25전쟁으로 불탄 신정관 자리에 온양철도호텔을 세웠다. 이것이 1967년 민영화에 따라 온양관광호텔로 이름을 바꾸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금 아산시는 현충사가 있는 이순신 장군의 고장이다. 퇴락하던 온양 온천은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옛 명성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다지만, 온양행궁의 역사는 잊혀지고 있다. 옛 행궁 건물은 이제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다. 다만 호텔 귀퉁이에 두 개의 석물(石物)이 초라하게나마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온양행궁의 흔적이라도 찾아보려면 온양관광호텔로 가야 한다. 온양온천역에서 내리면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호텔 정문으로 들어서면 왼쪽 주차장 너머에 작은 비각이 하나 보인다. 내부의 작은 비석이 신정비(神井碑)다. 세조가 온양에 머물 때 온천 옆에서 냉천을 발견하고 신정이라 이름 붙인 것을 기념해 1476년(성종 7년)에 세운 비석이라고 한다. 신정을 상징하는 그 왼쪽의 돌우물은 흙에 묻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호텔 오른쪽에는 영괴대(靈槐臺)가 있다. 사도세자가 1760년 영조를 따라왔을 때 무술을 연마하던 사장(射場)이다. 영조는 사도세자가 학문에 집중해 현명한 군주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하지만 사도세자는 무술에 더 흥미를 느꼈고, 마음껏 화살을 날리던 온양행궁 시절을 가장 행복하게 회상하곤 했다고 한다. 정조는 뒤주에 갇혀 불행하게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려 이곳에 회화나무 세 그루를 심고 단을 쌓아 영괴대라 이름했다. 그 옆에 친필로 ‘영괴대’라 쓴 비석을 세웠다. 아산 지역 사회는 온양행궁을 복원하는 것을 숙원 사업으로 여긴다. 행궁이 옛 모습을 찾으면 문화관광자원으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아직은 발굴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듯하다. 천문학적 예산이 필요한 호텔 이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호텔 측도 지금처럼 행궁 터를 무심하게 버려두기보다 일정 부분 정비하는 것이 영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오늘의 눈] 경계할 경, 살필 찰 ‘경찰’/이혜리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경계할 경, 살필 찰 ‘경찰’/이혜리 사회부 기자

    “○○ 다 꺼내고 싶으면 앞으로 그렇게 해.” 남성의 협박은 잔혹했다. 그의 호주머니에 흉기가 들어 있었기에 ‘장기 적출’을 뜻하는 이런 협박이 가능했다. 얼굴에는 취기가 가득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임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지난 1일 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홧김에 흉기를 들고 찾아와 협박한 이웃을 찍은 동영상 속 얘기다. 피해 가족은 공포에 떨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은 이웃 사이에 벌어지는 흔한 갈등으로 보고 남성을 ‘귀가 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흉기도 그대로 돌려주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최근 서울로 여행 온 세 모녀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여관 방화 사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화범 유모(53)씨가 휘발유를 사 들고 와 불을 붙이기 전 이미 경찰은 유씨와 함께 현장에 있었다. 경찰이 ‘설마’ 하는 생각으로 유씨를 귀가 조치한 뒤 철수해 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범행이 일어나지도 않았는데 일어날 것이라 가정하는 것이 무리일 순 있다. 하지만 범죄는 항상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다. 특히 음주자라면 보다 촘촘한 관리가 이뤄졌어야 했다. 이영학의 여중생 살해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실종 신고를 받고도 즉각 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몇 걸음만 더 빨랐더라면 여중생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가정법이 국민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많은 사건·사고를 경험하는 경찰은 ‘만시지탄’이 주는 아픔이 얼마나 쓰라린지 잘 인식하고 있다. 소중한 생명을 잃은 뒤 때늦은 후회를 해 봤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불과하다는 교훈이다. 문제는 항상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그 아픔과 교훈을 깨닫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혐의점이 있어야 살핀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다변화되면서 예측 불가능한 범죄가 많아지고 있다. 기존의 문법대로 범죄 가능성을 들여다보다가 자칫 대형 범죄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나마 힌트라면 ‘음주자’다. 하루 수십, 수백통씩 날아드는 음주자 신고를 모두 대처하기 힘들다는 고충 속에서도 ‘경계하고 살핀다’는 경찰 본연의 임무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 hyerily@seoul.co.kr
  • ‘종로 여관참사’ 방화범 검찰 송치

    ‘종로 여관참사’ 방화범 검찰 송치

    여관에 불을 질러 6명의 목숨을 빼앗은 50대 남성이 25일 검찰에 넘겨졌다.서울 혜화경찰서는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된 유 모(53) 씨를 기소의견으로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유 씨는 오전 7시 50분쯤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현재 심경이 어떠냐’ ‘왜 불을 질렀느냐’ ‘피해자에게 한마디 해달라’ 등 취재진 물음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유 씨는 지난 20일 오전 2시쯤 술을 마신 뒤 종로구 서울장여관에 들어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같은 날 오전 3시쯤 홧김에 여관에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박 모(34·여) 씨와 14세·11세 자녀를 비롯한 모두 6명이 숨졌으며 4명이 크게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피해자 6명을 부검한 결과 전형적인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유씨는 범행 직후 112에 신고해 자신의 범행임을 알려 현장에서 체포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홧김 방화’ 또 일어날 수 있다

    강력범죄 절반 음주 상태 발생 경찰, 주취자 귀가 조치 급급 휘발유 소량 구매 규제 없어 지난 20일 새벽 서울 종로의 한 여관에서 일어난 방화로 무고한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민들은 22일 잿더미로 변한 여관 앞에 국화꽃을 놓으며 세상을 떠난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이 사건으로 허술한 경찰의 음주 행인 관리와 주유소의 인화물 관리, 취약한 노후 건물 방화 시설 등 각종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사회적 시스템이 조금만 더 주의 깊게 작동했더라면 이런 참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때늦은 후회가 잇따르는 가운데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화 참극이 발생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방화범 유모(53)씨에게 있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특히 음주 상태에서 성적 욕구를 해소하려던 것이 제지당한 데서 비롯된 앙심이 화를 부른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방화·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 2건 중 1건이 음주 상태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음주범죄’에 대한 처벌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건 당시 유씨에 대한 경찰의 섣부른 ‘귀가 조치’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여관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유씨에게 “성매매 및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유씨를 설득한 뒤 귀가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씨가 여관 골목길에서 큰길 방향으로 걸어나가는 모습을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관 주인 김모(71)씨의 남편 등에 따르면 유씨는 경찰 앞에서도 욕설을 하고 출입문을 걷어차며 행패를 부리는 등 분노를 삭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4조에 따르면 경찰은 정신착란자, 주취자,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자에 대해 보건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기관에 긴급구호를 요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찰이 유씨에게 이런 조치를 내렸다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경찰이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음주 행인을 재빨리 귀가시키는 데에만 주력하다보니 귀가 조치됐던 음주자가 다시 사건 현장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적지 않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난동을 부리는 음주 행인을 술이 깰 때까지 특정 시설에 두거나 바로 입건하는 등 경찰의 대응이 보다 강화돼야 하는데 그랬다간 공권력 남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씨에게 인화 물질인 휘발유 10ℓ를 2만원에 판 주유소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택시를 타고 혜화로타리 인근 주유소로 간 유씨는 “친구 차에 기름이 떨어졌다”며 휘발유 10ℓ를 샀다. 현재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별도의 용기에 담아 소량으로 판매하는 것을 제한할 규정은 없는 상태다. 해당 주유소 관계자도 “유씨의 휘발유 구매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에서 휘발유를 위험 인화물질로 규정하고 소량 판매를 제한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50년도 더 된 노후 여관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방화 관리가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쏟아진다. 이 여관은 연면적이 좁아 스프링클러 등 소방 시설이 아예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비상구도 아예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관 방화’ 희생자들 ‘연기 질식사’…“세 모녀, 신원 확인 어려울 정도”

    ‘여관 방화’ 희생자들 ‘연기 질식사’…“세 모녀, 신원 확인 어려울 정도”

    서울 종로구 여관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희생자 6명 모두 연기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부검 소견이 나왔다.방화 피의자 유모(53)씨는 ‘왜 자수를 했느냐’는 질문에 “나도 모르게 112 신고를 했다”고 답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희생자 6명에 대한 부검을 한 결과 “전형적인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1층 객실에 투숙했다 숨진 세 모녀는 시신이 많이 훼손돼 신원 확인이 어려울 정도인 것으로 나왔다. 경찰은 박모(34·여)씨와 14세, 11세 두 딸의 신원에 대해 “정황상 인적사항은 맞지만, 신원 확인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시신이 훼손됐다”면서 “DNA 검사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전남 장흥을 떠나 여행 중이던 박씨 모녀 3명은 국내 다른 여행지를 거쳐 19일 서울에 도착, 서울장여관 105호에 묵었다가 참변을 당했다. 불이 난 시각이 새벽 시간인 점, 시신이 방 안에서 발견된 점 등을 토대로 경찰은 세 모녀가 잠을 자던 중 불길이 덮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박씨 세 모녀를 비롯해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이날 경찰은 전날 구속된 피의자 유씨를 상대로 2차 조사를 했다. 유씨는 ‘왜 자수를 했느냐’는 질문에 “‘펑’ 터지는 소리가 나서 도망가다가 나도 모르게 112 신고를 했다. 지금도 멍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유씨는 정신병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경찰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종로 서울장여관 방화] 돌아오지 못한 세모녀…홀로 남겨진 가장

    [종로 서울장여관 방화] 돌아오지 못한 세모녀…홀로 남겨진 가장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벌어진 방화사건으로 숨진 세 모녀는 전남 장흥 집을 떠나 서울 여행 중이었다. 엄마 박모(34·여)씨와 중학생과 초등학생인 14세, 11세 두 딸은 15일 장흥 집을 떠나 19일 서울에 도착했고, 서울장여관을 숙소로 정해 잠자리에 들었다가 이튿날 새벽에 화를 입었다.박씨의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인 이모(40)씨는 목공 일을 하며 네가족의 가장 노릇을 하느라 함께 하지 못했다. 80대 부모와 가까운 곳에 살며 변변치 않은 수입에 참 열심히 살았다고 이웃들은 전했다. 넉넉하지 않은 경비에 싼 숙소에 머무르며 여행을 하던 세 모녀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은지 50년이 넘은 서울장여관의 하루 숙박비는 2만~3만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아내와 딸의 사고 소식에 곧바로 상경해 신촌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이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자택이 있는 장흥으로 내려가지 않고 서울 모처에 사는 친인척의 집을 찾아가 머물고 있다. 목격자들은 이씨는 매우 참담한 표정이었으며, 최대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고 전했다.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장흥군은 이씨 가족에 대한 생계지원에 나섰다. 6개월간 생계비, 연료비 등 긴급복지지원비 300만원을 지급하고 우선 공직자들이 성금 200만원을 모았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한 모금도 추진 중이다. 한편 불을 낸 중식당 배달직원 유모(53)씨는 범행 뒤 112에 신고해 자수했다. 5명의 사망자를 낸 유씨는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유씨는 술을 마신 뒤 여관에 들어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인 뒤 앙심을 품고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10ℓ를 사들여 여관으로 돌아와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포토] 안타까운 세모녀 죽음 앞에 ‘수십 송이 국화만이’

    [포토] 안타까운 세모녀 죽음 앞에 ‘수십 송이 국화만이’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 방화사건으로 여행 중이던 세 모녀가 숨지는 등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22일 오전 시민들이 추모의 뜻을 드러내기 위해 놓은 것으로 보이는 국화 수십 송이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방화·살인범 절반 ‘음주’… 실수라고요?

    만취 상태에서 통제력을 잃고 홧김에 저지르는 ‘음주 범죄’로 무고한 시민들이 봉변을 당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음주범죄에 대해 너그러운 사회적 관행을 개선하고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서울장여관에서 중국집 배달원 유모(53)씨가 저지른 방화로 무고한 투숙객 6명이 참변을 당했다. 지난 19일 인천 남구에서는 25세 남성이 만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추돌사고를 일으켜 4명이 크게 다쳤다. 지난 18일 강원 강릉에선 술에 취해 도로 위에 누워 있던 이모(51)씨가 차에 치여 숨졌다. 모두 술이 원흉이 된 사건들이다. 21일 대검찰청 ‘범죄 분석’ 통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검거된 4대 강력범죄(살인·강도·성폭력·방화) 범죄자 가운데 음주자의 비율은 2013년 29.5%, 2014년 31.5%, 2015년 30.3%, 지난해 30.4%로 집계됐다. 강력범죄자 10명 가운데 3명은 음주 상태에서 범행했다는 의미다. 특히 방화와 살인은 범죄자 2명 가운데 1명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저지를 정도로 ‘음주범죄율’이 높았다. 지난해 검거된 방화범 1219명 가운데 47.5%인 579명이 음주 상태에서 불을 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 방화범은 2013년 46.7%, 2014년 47.0%, 2015년 45.4%로 매년 절반에 가까운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살인범 중에도 음주 범죄자가 45.3%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음주 범죄를 ‘술 먹고 하는 실수’로 보고 범행을 술 탓으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가 참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음주 범죄를 줄이려면 평소 음주 사고가 우발적이고 사소하다고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음주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으려면 별도의 치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경찰, 법조계, 의료계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음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미미한 편이다. 현재 음주 범죄자에 대한 강제 알코올 치료 명령과 같은 조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음주 범죄자 해소센터’ 등 검거된 범죄자들을 다루는 별도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미국 법원에선 음주범죄자가 AA(익명 알코올 중독자 치료 모임) 등의 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출구 2m 옆… 서울여행 온 세 모녀, 홧김 방화에 참변

    출구 2m 옆… 서울여행 온 세 모녀, 홧김 방화에 참변

    방학 맞아 함께 여행하던 모녀, 영세여관 ‘달방’에서 숨진 채 발견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새벽 시간에 여관에 불을 질러 방학을 맞아 서울로 여행을 온 세 모녀 등 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하나뿐인 출입구에 불을 지른 데다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많은 사람이 참변을 당했다. 21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새벽 3시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서울장여관에서 유모(53)씨가 불을 질러 6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 박모(34·여)씨와 박씨의 14세·11세 두 딸은 전남의 한 중소도시에 살던 모녀로, 지난 15일 집을 떠나 다른 여행지를 들렀다가 19일 서울에 도착해 서울장여관 105호를 숙소로 정했다. 잠을 자고 있던 세 모녀는 갑자기 덮친 화마에 입구에서 2m 남짓 떨어진 방에 있었는데도 미처 방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박씨의 남편과 친척 등 유족은 이날 날벼락을 맞은 듯 깊은 슬픔에 잠긴 채 경찰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세 모녀 외 투숙객 2명이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고,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다량 흡입한 채 구조된 김모(54)씨는 치료를 받다 이날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세 모녀와 투숙객 3명 등 사망자 6명에 대한 부검을 진행하기로 했다. 참극은 중국집 배달원인 유씨의 손에서 시작됐다. 유씨는 술에 취한 채 이 여관으로 찾아와 “여자를 불러 달라”며 성매매를 위한 투숙을 요청했다. 여관 주인 김모(71·여)씨는 “성매매를 하는 그런 곳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이 과정에서 유씨와 김씨는 말다툼을 벌였다. 유씨는 “여관에서 투숙을 거부한다”고, 김씨는 “술을 마시고 행패를 부린다”고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두 사람의 신고로 오전 2시 9분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유씨에게 “성매매를 요구하면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사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고 보고 철수했다. 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았던 유씨는 인근 주유소로 가 휘발유 10ℓ를 구입해 오전 3시 7분쯤 여관으로 돌아왔다. 이어 여관 1층 바닥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불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번졌다. 이웃 여관 주인은 “새벽에 ‘불이야’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소화기를 들고 달려나가 진화를 도왔지만 워낙 작은 여관이라 순식간에 불이 번졌고, 투숙객들은 빠져나올 시간조차 없었다”고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 불로 자고 있던 투숙객 10명 가운데 6명이 숨지고 4명이 심한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쳤다. 유씨는 범행 직후 112에 신고해 자신의 범행임을 밝혔고 사건 현장에서 체포됐다. 서울장 여관은 1964년에 사용 승인을 받은 노후화된 2층짜리 건물로 31평 남짓에 객실은 모두 8개에 불과했다. 벌이가 변변찮은 저소득층 장기 투숙자들이 한 달에 40만~45만원을 내고 지내는 속칭 ‘달방’이라 불리는 영세 여관이었다. 특히 면적이 좁아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물이 아니다 보니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옥상에는 창고 형태 가건물이 있어 탈출이 불가능했다. 경찰은 이날 유씨를 현주건조물 방화 치사 혐의로 구속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여관참사’ 부상자 1명 사망…사망자 총 6명

    ‘여관참사’ 부상자 1명 사망…사망자 총 6명

    추가 사망자 나올 가능성도 있어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일어난 방화 사건의 부상자 1명이 숨져, 사망자가 총 6명으로 늘었다.서울 혜화경찰서는 이번 사건으로 중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던 김모(54)씨가 21일 오후 숨졌다고 밝혔다. 김 씨는 불이 난 직후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연기를 흡입한 채 구조돼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김 씨 외에 다른 부상자 중에도 3도 전신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하는 등 상태가 위중한 이들이 있어 추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구체적인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자 앞선 사망자 5명과 함께 김씨에 대해서도 부검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날 오전 3시쯤 서울장 여관에서 난 불로 모두 6명이 숨지고 진모(51)씨 등 4명이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 3명은 방학을 맞아 서울을 여행하던 박모(34)씨와 14세, 11세 두 딸 등 모녀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방화 피의자 유모(53)씨는 여관 주인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홧김에 불을 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경찰은 이날 현존건조물방화 혐의로 유씨를 구속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포토] ‘여관 방화’ 현장 조사하는 경찰들

    [서울포토] ‘여관 방화’ 현장 조사하는 경찰들

    21일 새벽 방화로 화재가 발생해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화재현장에서 서울 혜화경찰서 수사 관계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종로 여관 방화’ 세 모녀, 방학 맞아 ‘서울 구경’ 왔다가 참변

    ‘종로 여관 방화’ 세 모녀, 방학 맞아 ‘서울 구경’ 왔다가 참변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벌어진 방화 사건으로 숨진 세 모녀는 방학을 맞아 ‘서울 구경’을 왔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21일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장여관 1층에서 투숙하던 중 화재로 인해 숨진 박 모(34)씨와 14세, 11세 두 딸은 이달 15일 전남 한 중소 도시에 있는 집을 떠나 여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모녀는 국내의 다른 여행지를 경유해 이달 19일 서울에 도착했고, 서울장여관을 숙소로 정해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화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이 난 시각이 20일 새벽 시간대인 오전 3시였던 점, 시신이 방 안에서 발견된 점 등에 미뤄 경찰은 화마가 잠을 자던 세 사람을 덮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씨의 남편과 남편의 친척 등 모녀의 유족은 이날 서울 혜화경찰서에 출석해 피해자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들은 사고 경위나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경찰서를 떠났다. 경찰은 이날 박 씨 모녀를 비롯해 사망자 5명 전원의 가족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사망자들에 대한 부검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전날 오전 3시쯤 투숙객 10명이 있던 서울장여관에서 난 불로 박씨 모녀를 비롯한 5명이 숨지고 진 모(51)씨 등 5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명은 사고 직후 창문으로 탈출했으나 다쳤다. 불을 낸 중식당 배달직원 유 모(53)씨는 범행 뒤 112에 신고해 자수했다. 경찰은 유씨를 체포해 현존건조물 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르면 이날 오후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유씨는 술을 마신 뒤 여관에 들어가 업주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말다툼을 벌인 뒤 앙심을 품고 근처 주유소에서 휘발유 10ℓ를 사들여 여관으로 돌아와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화 난다며 상습방화 60대 징역 3년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 이현우)는 만취 상태에서 화가 난다며 여관, 노래방, 식당 등에 불을 질러 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A(64)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정씨는 지난해 1월 30일 충남 천안의 한 여관에서 함께 잠을 잔 여성이 자신의 돈을 가지고 사라진 것에 화가 나자 침대시트에 불을 붙여 600여 만원의 재산피해를 입혔다. 정씨는 또 지난해 6월 6일 충북 청주의 한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파에 불을 질렀다. 이 불로 노래방 전체 내벽과 천장 등으로 불이 번져 1500여 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 13일 청주 한 식당에서는 식당 주인을 성추행한 뒤 방에 걸려있던 옷에 불을 붙였다. 주인이 서둘러 불을 꺼 큰 피해는 없었다. 정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당시 술을 마신 상태지만 사물 변별과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방화는 공공의 안전을 해치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세 모녀 숨진 종로 여관, 장기투숙객 큰 피해…월 1만 5000원 ‘달방’

    세 모녀 숨진 종로 여관, 장기투숙객 큰 피해…월 1만 5000원 ‘달방’

    종로 여관 방화에 숨진 5명 중 3명이 모녀로 밝혀졌다.서울 혜화경찰서는 지난 20일 방화로 불에 탄 서울 종로 서울장여관에 묵었던 10명의 신원을 모두 파악했다고 21일 밝혔다. 사망자 5명 중 105호에서 발견된 3명은 박모(34·여)씨와 이모양 등 각각 14살, 11살인 두 딸이었다. 서울장여관의 방은 총 8개로 방 하나의 크기가 6.6~10㎡(약 2~3) 정도다. 상당히 오래된 여관으로 장기 투숙비가 한달에 보통 45만원, 하루 1만 5000원 수준이다. 보증금 마련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여관이나 여인숙 등에 선불로 달마다 돈을 내고 묵는데 이를 이른바 ‘달방’이라고 한다. 주로 저소득층 남성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다. 서울장여관의 남성 투숙객 중 2명은 2년 전부터 묵고 있는 장기 투숙객이었다. 또 다른 남성은 3일 전 장기투숙을 하려고 이 여관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경찰에 따르면 중식당 배달원 유모(53)씨는 전날 새벽 2시쯤 서울장여관을 찾아 소란을 피웠다. 새벽 2시 7분쯤 유씨는 여관 주인 김모(71·여)씨가 숙박을 거절한다는 이유로, 여관 주인 김씨는 유씨가 주취소란을 피운다는 이유로 각각 112에 신고했다. 당시 유씨가 김씨에게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고 요구했고 김씨가 거절해 실랑이가 벌어졌다. 처음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경찰관이 유씨에게 성매매와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자 유씨는 알겠다며 돌아갔다. 그러나 집으로 향하지 않은 유씨는 택시를 타고 인근 주유소로 가 휘발유를 구입한 뒤 여관으로 돌아왔다.새벽 3시 8분쯤 유씨는 여관 1층 복도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고 도망갔다. 불은 순식간에 곤히 잠들어 있던 투숙객들을 덮쳤다. 투숙객 중 세 모녀를 포함한 5명이 숨졌고, 5명이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는 1층에서 4명, 2층에서 1명이 발견됐다. 방화 당시 유씨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 유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내가 불을 질렀다”고 자수했고 여관 인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유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여관 방화’ 사망자 중 3명은 30대 어머니에 10대 딸 2명

    ‘여관 방화’ 사망자 중 3명은 30대 어머니에 10대 딸 2명

    서울 종로구 서울장여관에서 벌어진 방화 사건 사망자 중 3명이 어머니와 10대 딸들로 확인됐다.서울 혜화경찰서는 사망자 5명 가운데 3명이 박모(34·여)씨와 박씨의 14세 딸, 11세 딸로 확인됐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5명 전원에 대해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지난 20일 새벽 3시쯤 서울장여관에서 난 불로 박씨 모녀를 비롯해 5명이 숨지고 진모(51)씨 등 5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불을 낸 유모(53)씨를 현존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유씨는 여관 주인이 성매매 여성을 불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을 낸 뒤 112에 자수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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