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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특검과 국익

    특검이 도입되면서도 많은 논란과 우려가 있었지만 수사결과가 공개된 현재 다시 논란과 함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특검이 길지 않은 수사기간 중에 자금조성과 송금과정에서의 불법성을 밝혀냈다. 하지만 특검의 수사와 결과를 보면서 국익이 걸린 부분마저 공개하여야 하였는지는 의문이 든다. 특검이 수사대상으로 삼았던 부분은 민족의 화해·협력과 통일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대부분의 국민들은 진실규명을 하되,큰 틀에서 남북관계에 손상이 되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하기를 바랐다.수사가 끝난 후 공개할 부분과 비공개할 부분을 구분하여,공개할 경우 국익에 손상이 갈 부분은 비공개로 하여 역사적 판단에 맡기기를 바랐다. 특검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정상회담자체는 특검의 수사대상이 아니다.그러나 수사결과를 보면 정상회담의 추진과정을 밝히면서 정부가 1억달러를 현금지원하기로 하였으며,이 자금은 정책적 차원의 대북지원금 성격을 가지고 있고,현대측의 송금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아니하였던 관계로 정상회담과의 관련성을 부인할 수 없으며,대북송금지연이 정상회담 연기사유는 아니라고 밝혔다.특검이 발표한 진상규명은 국회가 할 일이지 검사의 권한을 행사하는 특검이 할 일은 아니다.더구나 특검이 공개한 정상회담 관련 부분은 비공개로 하여 역사적 평가에 맡길 사항인 것이다.특별검사도 검사인 이상 실정법 위반에 대하여 수사할 권한만을 갖는 것이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 정치적·정책적·역사적 사안에 대하여 판단할 권한을 갖는 것이 아니다.특검이 이런 판단을 하게 되면 특검은 독립된 수사기관이라기보다는 정치과정으로 변하는 것이 된다.그런데 국익에 관한 사항이 여과 없이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국익마저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특별검사의 수사범위를 다른 사건으로 확대하려 하였고,한계를 넘어선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에서 도입되어 1978년부터 20여년간 시행된 바 있는 상설적 특검제의 경우 1999년 6월30일 그 효력을 연장하지 못하고 정지되었다.그 이유가 특별검사가 애초 가졌던 공정한 수사라는 메시지가 상실되었다는 점,국민들이 특별검사제를 하나의 정치과정으로 보게 되었다는 점,특별검사법은 중립성과 평등성을 침해한다는 점, 정파적인 공격에 취약하였다는 점 등 때문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특검은 무죄추정과 불구속수사의 원칙,피의자신문시 변호인의 참여권 보장,정신적·신체적 가혹행위에 해당하는 철야조사의 금지 등 적법절차원칙을 지켜야만 하였다.형법에는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하여 처벌하고 있으며,특별검사법에 의하면 특별검사는 1회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뿐 수사내용을 공포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안 된다.그런데 국익에 관련된 중대한 내용마저 수사과정에서 흘러나온 점은 국민의 알권리라는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긴급체포제도는 48시간 동안 검사에게 인신의 구속을 맡기는 것이어서 영장주의에 반하는 위헌의 소지마저 있다.체포영장은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거나 응하지 아니할 우려가 있는 때에 법관으로부터 발부받는 제도이다. 더구나 긴급체포는 피의자를 우연히 발견한 경우 등과 같이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때만가능하다.참고인으로 소환하여 조사를 하면서 긴급체포를 하는 것은 긴급체포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임의출석 후 48시간을 넘겨 조사하는 것이나 철야조사도 사라져야 할 수사관행이다.수사도 중요하지만 적법절차의 원칙과 인권보호는 더욱 중요한 것이다. 김 갑 배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이사
  • 편집자에게/ ‘흡연사진 신문서 추방’ 신선한 발상

    -‘흡연사진 쓰지 않겠습니다’ 사고(대한매일 6월11일자 1면)를 읽고 우리나라는 ‘담배천국’이다.선진국에 비해 담뱃값이 턱없이 싸다.가게는 물론 아이들이 자주 찾는 문방구나 심지어는 약국에서도 담배를 살 수 있다.청소년들이 쉽게 담배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매스미디어도 청소년흡연을 사실상 부추겨왔다.방송 드라마에서는 흡연장면이 여과없이 전파를 타고,신문에도 별다른 고려없이 흡연사진이 게재돼 왔다.상당수 청소년들에게 ‘흡연’에 대해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주는 데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잘 알다시피 담배는 백해무익하다.흡연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건강에까지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이런 점에서 흡연사진을 신문에 싣지 않겠다는 대한매일의 약속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신문에서 흡연사진을 점차 없애 나간다면 청소년 흡연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시급한 것은 청소년들이 아예 처음부터 담배에 빠지지 않도록 막는 것이다.지난해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사망한 뒤 전국적으로 ‘금연열풍’이 거세게 몰아쳤지만 요즘 들어 뜸해진 느낌이다.대한매일이 금연캠페인 사고를 통해 담배와 관련된 기획기사를 심층보도하겠다고 밝혔는데,담배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의 적나라한 얘기를 많이 소개해주기를 바란다.흡연자나 ‘예비흡연자’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타산지석’은 없을 것이다. 최염(주부·서울 용산구 이촌1동)
  • TV옴부즈맨 ‘화끈한 자아비판’

    요즘 TV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화두는 ‘자아비판’.드라마나 오락물의 선정성,폭력성을 문제삼던 그동안의 요식적 관행에서 벗어나 ‘성역’이었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을 비판한다. SBS ‘열린TV 시청자세상’(연출 이상오)의 ‘성한표의 뉴스비평’은 뉴스만을 비평하는 최초의 고정 코너다.최근 NEIS 논란을 보도하는 ‘SBS 8뉴스’가 “본질을 짚지 못했다.”며 통렬히 비판했다.국정원장 임명 파동 보도도 야당의 주장에 치우쳤다고 지적했다. MBC ‘TV속의 TV’(연출 김민호)의 ‘평가원 보고’에서는 오후 9시 ‘뉴스데스크’의 북한 관련 오보를 지적했다.‘시청자 의견’에서도 인터넷에 올라온 비난글을 여과없이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드라마 ‘인어아가씨’를 비판하는 글을 “일부 극렬 안티팬의 편향된 의견”이라고 폄하하던 태도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 KBS는 정연주 사장의 뜻에 따라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6월개편부터 신설한다.초반부에 5공시절 KBS의 보도태도 등 강력한 자아비판을 통한 참회부터 보여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주동황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언론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방송사들이 이제야 수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면서 “다른 매체뿐만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책임감 있는 비판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남아있다.시청률이 안정적으로 확보된 것만 비판하고 특별 기획물이나 신설 프로그램은 칭찬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강하다.또 뉴스를 비판할 때도 오보·실수 등에는 신랄하지만,뉴스 태도나 방향에 대한 총괄적인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적된 문제점들을 다음 방송에 반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적인 장치도 없다.이런 뉴스 비판들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실질적인 ‘피드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데 방송사 관계자들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참여과학기술인 대토론회

    한국과학기술인연합(공동대표 최성우)은 4일 오후 2시 한국과학기술원 태울관에서 ‘현장으로부터의 정책 제안-참여과학기술인 대토론회’를 연다.(02)884-4202.
  • [대한포럼] ‘好意’의 함정

    지난 정권에서 ‘실세’로 통했던 A씨.기업체 등에서 수십억원을 받은 혐의로 형을 치르고 있다.오랜 기간 그를 지켜본 한 주변 인사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사람이 너무 좋다 보니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한마디로 모질지 못했다는 것이다.상대방의 호의를 여과 없이 받아들이면서 본인도 모르게 비리의 수렁으로 빨려들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은 이렇게 정리된다.우선 문제가 많은 사람들로 ‘인의 장막’이 쳐지더라는 것이다.바른 말을 하는 사람들은 차츰 변방으로 밀려났다.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갖은 모략과 음해로 그들을 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A씨의 분별력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청탁성 ‘성의 표시’가 명백한데도 단순한 ‘호의’로 받아들이는 일이 잦아졌다.그러면서 나타난 부작용이 측근들의 불감증과 면역성이다.그들은 호가호위를 일삼으며 이권 챙기기에만 골몰했다.불법이든 부정이든 가리지를 않더라는 것이다.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이권의 규모는 커졌다. 그리고 종국에나타난 현상은 배반이다.측근들은 법망에 걸려들자 모든 책임을 A씨에게 떠넘겼다.자기들은 하수인일 뿐이고 시키는 대로만 했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하더라는 것이다. 또 다른 실세 B씨도 비슷한 사유로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차기정권에까지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무리수를 둔 것이 결정적 잘못이었다.여기에다 측근 관리를 잘못한 책임도 컸다.그 역시 측근들의 말에 너무 쉽게 현혹됐다.감언이설 속에 그 자신마저 몰락시키는 ‘독약’이 감춰진 사실을 간파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처럼 잘못 맺은 인간관계의 바탕에는 우리사회만의 독특한 온정주의가 깔려 있다.혈연과 지연 등 개인적 연고에 따라 어울리면서 봐주기식 ‘패거리 문화’가 형성됐다.이는 국가운영 시스템에도 지대한 악영향을 끼쳤다.온정주의적 리더십이 두드러지다 보니 합리적 판단은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고 비리를 견제하는 내부장치도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급기야는 사정기관 지휘부마저 부패에 연루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던 것이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의 의혹 해명기자회견에는 ‘호의(好意)’라는 말이 몇차례 나온다.개인적 친분관계에 따른 배려라는 의미인 듯싶다.일반적 거래와는 차이가 날 수도 있겠지만 특혜는 없었고 별도의 이득을 주고받지도 않았다고 노 대통령은 설명했다.기자회견 내용과 관련자료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의혹은 상당 부분 풀린다.적어도 노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불법·부정행위는 없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일반의 평가는 부정적이다.30일자 문화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대통령의 의혹해명이 불충분하다는 의견이 51.9%에 이르렀다.해명 이후 의혹은 후원회장인 이기명씨와의 ‘호의적 거래’로 집중되고 있다.이씨가 용인 땅을 매각하면서 ‘권력형 특혜’를 미끼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사실이라면 당초 의도야 어떠했든 ‘청탁성 호의’로 결론이 내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치대로 따진다면 노 대통령이 주변사람들의 호의에 어떻게 보답하느냐도 관심거리다.자신 때문에 주변사람이 큰 손해를 봤다면 적절히 보상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그렇더라도 그래선 안된다고 본다.대통령 재임 중에는 보답이니 보상이니 하는 것은 아예 잊기를 주문한다.각박하고 인정머리가 없다고 비난을 받더라도 참아야 할 것이다.단순한 호의 표명 정도라도 대통령이 하면 특혜시비를 일으킬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우리사회 풍토상 부정과 비리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권력세계의 도덕기준은 일반의 그것보다 엄격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생활 포기도 감수해야 한다. 김 명 서 논설위원 mouth@
  • 한국사회 톨레랑스 어디에 / “”보수와 진보는 敵이 아닌 친구다””

    ■‘이념의 어지럼증' 돌파구는 참여정부 출범 3개월,우리 사회는 ‘이념의 어지럼증’을 겪고 있다.진보와 보수,그 적과 동지의 이분법이 아직도 유령처럼 주위를 떠돌고 있다.우리는 어디서 양극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글로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는 정치이념 논쟁의 핵심을 파악하는 안목을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가 체계화한 ‘제3의 길’은 나름의 방식으로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시도다.이것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국정이념으로 실천되고 있으며 실제 정치에서 하나의 이념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좌파와 우파 양쪽 모두의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18년 보수당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은 블레어는 어쨌든 성공한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형 이념지평 모색할 때 우리에게 ‘제3의 길’은 없는가.‘그들의’ 제3의 길이 구식 사회주의의 실패와 신자유주의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회민주주의 길이라면,‘우리의’ 제3의 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지금이야말로 한국적인 혹은 한국형의 새로운 이념지형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그 핵심어는 수렴 또는 융합이 될 수밖에 없다.이를테면 ‘젊은’ 진보와 ‘늙은’ 보수의 융합,‘친미’와 ‘반미’의 융합,‘국가’와 ‘개인’의 융합 같은 것이다.제3의 길은 모순과 대립을 적당히 절충해 중간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모두를 아우르고 종합하는 개념이 돼야 한다. 급변하는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는 인식과 관행의 지체현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된다.그것은 진보나 보수세력 모두 마찬가지다.이른바 ‘국론분열’의 체감지수는 현대그룹의 대북비밀지원금 논란을 둘러싸고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진보와 보수를 자임하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수구 냉전집단,민족배반자로 도식화해 딱지를 붙이고 진리를 독점한 듯한 태도를 보인다.그러나 이같은 선악 이분법은 사회를 새로운 몽매주의로 퇴화시킬 뿐이다.한신대 윤평중(철학과) 교수는 “보수와 진보는 짝개념”이라고 전제,“그동안 보수가 부정한 기득권을 옹호 내지 정당화해온 측면이 있는만큼 이에 대응하는 진보적인 목소리 또한 전투적이고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고 말한다.그는 “보수나 진보라는 말은 더이상 총론 수준에서 ‘명사’로 남용돼서는 안 되며,각론 수준에서 살아 움직이는 ‘형용사’로 써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오늘의 다원적인 복합사회에서 진보와 보수의 단일 잣대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원사회 맞는 수렴,융합을 미군의 장갑차량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촉발된 민족주의적 자각은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표출됐고 극단적인 반미의식으로 이어졌다.이라크전 파병 문제 또한 첨예한 친미-반미 논쟁을 낳았다.서로의 비판에 대한 반박이 아닌,비판과의 ‘화해’를 이룰 길은 없는가.경성대 권용립(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미나 반미라는 개념은 우리 정치와 역사에 대한 피상적 관찰과 담론이 만들어낸 대결적 언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한·미 ‘대등외교’를 외치는 것 자체가 이미 대등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권 교수는 “단순한 친미-반미의 이분법을 넘어 한·미관계를 외교적 계산에 바탕을 둔 진정한 국제관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과 정신적으로 대등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는 양극단의 대립구도는 이제 지양,극복돼야 한다.이분법적인 인식의 구도에 갇혀 우리가 사고하지 못하는 것들,그 속에서 배제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건강한 보수와 합리적인 진보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종면 기자 jmkim@ ■대통령 이념·지지도 비교 역대 대통령의 이념·성향은 보수에서 개혁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형성하고 있다.그러나 정부 출범 초기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는 통치자의 이념·성향보다는 국정운영 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게 대다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통령이 어떤 리더십을 취하느냐가 이념·성향보다 국정운영에 더 빠르게 반영되고,그만큼 국민들의 반향도 즉시 나오기 때문이다.노무현 대통령도 이념적 측면보다는 리더십 부분을 보완하면 지지도 변화를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는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취임초 지지도보다 다소 떨어진다.지난달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노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지지를 보낸 국민은 59.6%였다.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DJ·YS에 비해 높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의 탈권위적 리더십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자유분방한,거침 없는 언행이 국민들에게는 불안한 국정운영으로 비쳐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그러나 DJ·YS의 인기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대북,한총련·전교조 문제 등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최근 보수적 행보가 기존 민주당·노무현 지지층의 지지도 이반으로 번질 수도 있으나 일부 보수계층이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면서 지지도 자체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권 초기 대통령이 대체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전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한반사이익을 얻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물’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방임형’ 성격이 강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도 집권 초기에는 국민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독재·권위주의 정치에 억압돼 있던 국민들에겐 ‘열린 정치’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하나회 정리 등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밀어붙이기식’ 통치스타일은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정권 초기 가장 높은 지지도를 가져왔다.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특유의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성격을 바탕으로 IMF(국제통화기금) 국가 대란을 해결,좋은 점수를 받았다.다른 관계자는 “경제극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도 지지도 상승에 일조했다.”고 해석했다. 홍원상 기자 wshong@ ■과거 혼란기와의 비교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찬반 투표 강행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청 정문 앞에는 ‘단체협약 쟁취’라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시청을 찾은 민원인들은 저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공무원들도 노조원인가?” “공무원이 파업하면 나라는 어떻게 되나?” ‘참여정부’ 출범 이래 온 나라가 혼란을 겪고 있다.이념적 혼란과 노사분규로 상처투성이다.과천시청 앞의 깃발은 참여정부의 혼란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건국 이래 최초의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국민의 정부’에서도 이 정도의 혼란은 없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각 집단마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이다.밀어붙이면 정부가 해결해준다는 기대감 때문이다.공무원도 노동3권을 요구하며 파업찬반 투표를 벌였고,‘서민의 발’인 지하철과 버스도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화물연대 파업으로 국가경제의 대동맥이 멈추기도 했다.‘NEIS’를 둘러싸고 정부와 전교조는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충돌하고 있다.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놓고 ‘굴욕적 외교’,‘실리외교’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북한 지원에 대해 ‘퍼주기 식’이라는 비난도 있다.새만금사업에 대한 찬반도 뜨겁다. 역대정권에서도 집단이기주의와 힘으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시도는 간단없이 이어졌지만,집권초기 지금처럼혼란스러웠던 때는 없었다.더욱이 사안마다 보혁 갈등이 잠재된 듯한 양상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금의 혼란상은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난도 있다.정부가 ‘친(親)노조’,진보 성향을 여과없이 드러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두산중공업 사태,철도노조 파업경고,화물연대 파업 등 경제문제에서 한총련 합법화 논란 등에 이르기까지 보혁 갈등이 첨예하게 노출되고 있다.뒤늦게 정부가 편향된 시각으로 접근하지 않았고,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지만 갈등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노사 갈등 부분과 관련,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은 “외환관리체제 이후 빈부격차가 커졌고 비정규직 등 살기 힘든 계층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하고 있는 것이 사회갈등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권기홍 노동 장관은 “지금의 혼란상은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과도기적 현상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편향되지 않은 시각을 갖고 각종갈등과 대립을 융화시키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수기자 dragon@
  • 독자의 소리/ 일본식 한자어 방송자막 삼가야

    며칠전 TV프로그램에 나온 자막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진행자들이 전문가에게 검도를 배우면서 볏단을 한칼에 자르는 모습에서 커다란 자막으로 ‘진검승부’라고 내보낸 것이다.‘진검승부’(眞劍勝負=しんけんしょうぶ)란 말은 일본어식 한자어로,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겨루어 이기고 짐을 판가름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일본의 막부시대에 사무라이들이 벌이던 대결에서 나왔기에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또 속뜻을 알고 나면 엄청나게 섬뜩한 의미를 지녀 일반적으로 사용할 단어가 못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미처 그 의미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이런 표현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그 왜곡의 정도가 깊숙이 각인되어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많다. 방송 등 언론매체 담당자들은 어휘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이런 말이 방송에서 여과 없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만약 이 자막이 적절한 표현이 되려면 대결자 가운데 하나는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때에는 ‘한판 승부’나 ‘한판 겨루기’ 정도로 표현해야 옳다. 박혁준(인천 부평구 부개1동)
  • [열린세상] 새로운 가치관 섭취하기

    민심의 동향이나 서민 여론의 추이를 알아내려면 비교적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택시 영업을 하는 운전기사들이 바로 그들이다.영업권에 속해있는 지역의 대체적인 민심 동향이나 서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나 생각을 택시 기사들은 별다른 여과 없이 속시원하게,지금 자신의 말을 듣고있는 상대에 거리낌을 두지 않고,그리고 솔직하게 대변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아무런 연고도 없는 낯선 고장에 뚝 떨어져 그 곳의 민심 동향을 알아보려면,택시를 여러 번 갈아타면서 기사와 대화를 나누어보는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더욱이나 선거 때가 되면,정치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입에서 어떤 말이 흘러나오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그들 자신이 진자리 마른자리 찾아가며 살 수 없는 애꿎은 서민생활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을 뿐더러 하루에도 여러 계층의 수많은 승객들을 태우고 한길과 골목길을 누비면서 세상살이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들을 격의 없이 나누는 직업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진력이 나서 정치나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선거 철에 택시를 타면,좋아하건 싫어하건 그 시각에 부상되어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승객이 요구한 목적지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며 운전하는 택시 기사는 요사이 이르러 찾아보기 힘들다.심지어 지난 정권의 정치 지도자들에게 맞대놓고 입에 담기 거북한 욕설을 퍼붓기도 하는데,그럴 땐 그 언행의 거칠 것 없음과 담대함에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두 사람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동차 안을 두리번거려야 할 때도 있었다. 아버지는 6·25 때 전사하고 자신도 혹독한 군대생활을 치렀다는 또 다른 운전 기사는 요즈음의 몇 년 동안에는 도대체 간첩이 잡혔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하였다. 택시 운전 기사에게 들었던 세상살이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아 있는 한가지가 있다.그것은 바로 자신의 집 옥탑방에 월세로 들어 살고 있는 젊은 신혼부부에 관한 이야기다.그들 부부가 옥탑방으로 처음 이사오던 날부터 그는 충격을 받고 말았다.단칸방이나마 채워줄 가재도구는 조촐하기 그지없는데,몰고 온 승용차가 수준이상이었기 때문이다.월세 단칸방이긴 하지만,신혼의 젊은 부부가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바라보기에 보기 좋았다 한다. 그런데 토요일이 다가오면 자신들이 지닌 경제적 분수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승용차를 몰고 교외의 소문난 맛집들을 찾아 두루 섭렵하거나 일요일까지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을 애면글면 연명하기에 급급했었던 것이 전부였던 그로선 아무리 바꾸어 생각을 해보아도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자동차를 운전한 지 30년의 고초를 겪은 나머지 이제서야 겨우 집 한 채를 마련할 수 있었던 그로선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라는 것이 솔직한 말일 것이다.그런데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밤낮으로 그들 젊은이들의 생활을 바라보는 아내의 시각이었다.고지식한 성품의 운전 기사와 결혼함으로써 쌓이기 시작하였던 고생살이 면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젊은 부부의 거칠 것 없는 씀씀이와 비교하면서 걸핏하면 그의 미련함을 공격한다는 것이었다.가치관이 언제부터 이렇게 돌변해 버린 것인지,택시를 몰고 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는 자신도 모를 일이라는 넋두리를 늘어놓았다.대다수의 사람들은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도 이런 사회적 괴리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중요한 것은 어느 것이 잘되고,어느 것이 잘못되어가고 있는 현상이라는 성급한 예단을 하지 않는 것이다.그것은 새로운 가치관을 섭취하는 과정이며 우리 사회가 진행되고 있는 방향의 차이뿐이기 때문이다.축이 흔들리고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지는 말자. 김 주 영 소설가
  • 고시촌 원룸 ‘소음과의 전쟁’

    “옆방에 누가 사는지,무엇을 하는지 속속들이 알 지경입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고시원들이 원룸으로 바뀌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룸의 방음시설이 고시생들 사이에 도마에 오르고 있다.수험생들이 주거공간으로 기존의 고시원 대신 원룸을 선호하면서 최근 고시촌에 원룸 건축 ‘붐’이 일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300여개의 고시원이 즐비했고 원룸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는 고시원은 250여개로 줄고 200여개의 원룸이 들어찼다.에어컨과 냉장고,TV 등의 편의시설을 갖춘 ‘고급형’ 원룸에서,고시원을 개축한 ‘무늬만 원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월세도 10만원대인 고시원에서부터 50만원대인 원룸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원룸 가운데 상당수는 경량 칸막이를 사용했거나,방음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공사를 서둘러 마친 탓에 수험생들은 소음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수험생 김모(27)씨는 “원룸이 고시원에 비해 비싼 대신 쾌적한 환경을 갖춰 학습효율에 뛰어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이사를 왔다.”면서 “하지만 방음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데 옆방에서 들리는 소음에 집중도가 확 떨어지곤 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다른 수험생 정모(29)씨는 “시험이 다가와 예민해지는 시기면 소음 때문에 수험생간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면서 “간혹 이성친구를 데려와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여과없이 전달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고시촌 원룸은 ‘개인 공간’이라는 의미가 아닌 ‘건물 전체가 하나의 공간’이라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수험생 이모(27)씨는 “농사짓는 부모님이 힘들게 보내주시는 생활비를 아끼려다 보면 값싼 곳을 선택하게 된다.”면서 “시설이 좋든 나쁘든 정신을 집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장세훈기자
  • “기사분류 보고지침은 언론 말살”/ 野, 새정부 언론정책 맹공

    11일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적개심’이 여과없이 표출됐다.이 장관의 언론관과 ‘국회경시’ 태도가 도마에 올랐고,청와대의 언론보도 분류보고 지침에 대해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문화장관 해임건의안 검토 이규택 총무는 “이 장관이 국회에서 특정 언론에 대한 피해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언론 주무장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 걱정”이라며 “해임건의안 제출을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 총무는 “특히 의원들의 질문을 비웃는 듯한 태도나 모욕감이 든다는 등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서 의원을 협박·교육시키려 하는 듯한 건방진 태도를 간과해선 안 된다.”고 분개했다. 이에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이 “잘 검토해 보라.안 될 것 같으면 조기에 자르는 게 낫다.”고 거들었다.임인배 수석부총무도 “안 되면 잘라야 돼.”라고 가세했고,이 총무는 “독버섯은 자라기 전에 싹을 잘라야 된다.”면서 “해임건의안을 4월달에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정권의 나팔수 의도 언론보도 분류보고 지침과 관련,김영일 사무총장은 “개별언론의 취향을 분석해 청와대 입맛대로 하겠다는 언론 말살정책”이라며 “비판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협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준엄한 국민적 저항을 받을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 대행은 “이 정권은 전 신문을 홍보지로,전 방송을 홍보방송으로 인식하는 데 문제가 있다.취재하는 기자는 필요없고 속기사,녹음사,녹화사만 있으면 된다는 언론관을 가졌다.”고 비꼬았다. 박종희 대변인은 “청와대가 대통령 지시라며 언론보도 성격을 초등학생 답안 고르듯 5지선다형으로 단순 평가해 매일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릴 수 있는지 그 우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jj@
  • 책 / 번역어 성립 사정

    야나부 아키라 지음 서혜영 옮김 / 일빛 펴냄 ‘문화적 주체성’이나 ‘민족 정체성’을 심각하게 따지는 독자에게 ‘번역어 성립 사정’(야나부 아키라 지음,서혜영 옮김,일빛 펴냄)은 다분히 충격적일 수 있다.일제시대를 거치며 우리말 번역이 일본식을 여과없이 그대로 따른 문제점은 널리 지적돼온 터.그러나 이 책은 ‘사회’‘개인’‘근대’‘미’‘연애’‘존재’ 등 우리가 거리낌 없이 순수국어로 알고 써온 단어들조차 일본 에도(江戶) 말기(1603∼1867)부터 메이지(明治·1868∼1912)시대에 번역용으로 만들어진 신조어란 사실을 알려준다.물론 책은 일본인의 관점에서 조명됐다.학문과 사상분야의 필수용어들이 당시 사회 구성원들의 어떠한 지적 투쟁을 거쳐 탄생했으며 일본인들의 사고틀을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추적하는 데 초점을 모았다.야나부 아키라는 번역 문제를 비교문화론의 쟁점으로 끌어올려 주목받는 일본인 학자.그러나 그는 단지 번역어의 ‘질’과 적합성을 따지고자 책을 쓰진 않았다.그는 번역어를 “‘근대’의 문제이자 ‘사상’의 문제로 다시 보자.”고 주장한다.그들을 무비판적으로 갖다쓴 한국도 당연히 같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예컨대 일본어 번역이 난감했던 대표적인 영어 ‘소사이어티(Society)’.개인단위의 인간집합을 뜻하는 단어가 원래 일본에는 없었다.1847년 ‘회(會)’와 ‘결사(結社)’로 옮겨지다,‘일정한 목적을 지닌 사람들의 모임’의 뜻으로 쓰이던 기존 일본어 ‘사(社)’자와 결합해 결국 ‘사회(社會)’로 굳어진 것.일본의 근대성을 그대로 반영해 탄생한 언어인 셈이다.1만원. 황수정기자
  • “×선촬영등 제한… 사스 조기진단 어려워”/ 의료계 ‘건보 진료지침’ 반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가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내놓은 급성호흡기감염증(ARIs)에 대한 진료비 지급기준 심사원칙에 대해 의료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진료거부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내과와 소아과·이비인후과·가정의학과 등 4개과 개원의협의회는 심평원이 최근 의료계에 설명한 급성호흡기감염증 심사원칙이 의료계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며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진료거부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개원의협의회측은 “심평원이 건강보험 재정절감을 목적으로 치료지침을 마련하면서 흉부 X-선 촬영이나 항생제 사용을 지나치게 제한했다.”면서 “이 지침대로 하면 환자가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쳐 위험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침은 환자가 기침을 시작한 지 2주가 지나야 X-선 촬영을 하도록 했는데 사스의 경우 심평원 지침대로하면 이미 위험한 상태가 된다.”면서 “결국 지침대로라면 사스가 국내에 상륙해도 환자를 제대로 진료할 수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 방안은 지침이 아니라 심사원칙을 담은 초안일 뿐이며 적용시기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복지부 임종규(任鍾奎) 보험급여과장도 “최근 이런 원칙을 논의했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어 확정짓지는 않았다.”면서 “공청회 등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더 들어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편집자문위원 칼럼] 알자지라와 역사의 기록

    철저하게 아랍의 시각으로 이번 미국의 대(對) 이라크전을 보도하는 알자지라는 그동안 미국 중심의 시각으로 전쟁을 읽어왔던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충격을 던져줬다.걸프전을 계기로 전쟁보도의 독자적인 위치를 굳힌 미국언론의 대표 CNN과,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아랍의 시각으로 여과 없이 보여주는 아랍언론의 대표 알자지라간의 또 하나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격이었던 하룻강아지 알자지라는 그들만의 새로운 시각과 접근으로 그 무서운 범들을 오히려 위협하고 있다.즉,미국 중심이었던 이라크전 보도판도를 크게 흔들어 놓은 것이다.이러한 알자지라의 부상과 활약은 미국의 일방적 보도에 의존하던 우리 언론들에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전쟁 발발 20일.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번 전쟁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분분하다.전쟁을 반대하는 시위가 꾸준히, 그리고 격렬하게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특히 우리사회는 이라크전 파병 문제로 더욱 뜨거운 일주일을 보내야만 했다.몇 번의 진통을 겪은 끝에 결국 지난 수요일 국회는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파병에 대한 찬반 의견은 그야말로 첨예한 대립을 보였다.언론들도 이 사안을 비중있게 다루었다.하지만 논쟁이 장기화되고 많은 진통을 겪으면서 언론들의 보도태도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즉,찬반논쟁의 본질을 짚어내고 의미를 해석하는 데 매우 소홀했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국회의원 몇 명이 이 사안에 대해 반대할 것인지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예를 들어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의 명단을 나누고,심지어는 의중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을 ‘유보’로 표기,이들이 국회 논의 직전까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추리하기에 급급한 보도태도를 보였다.파병이 우리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으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평가보다는 ‘어떤 의원은 이렇게 생각한다.’라는 식의 흥미 위주의 보도태도를 보인 것이다. 대한매일 역시,비록 타 언론보다 덜했다고는 하더라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하지만 오피니언면에서 파병문제에 관한 ‘찬성론’과 ‘반대론’의 두 입장을 실었던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이 사안이 어떠한 배경 속에서 대두됐으며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일지,왜 찬성 또는 반대하는지에 대해 찬성론자·반대론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앞으로도 우리사회의 중요 사안,특히 첨예하게 찬반의견이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더 깊이 있는 분석으로 독자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파병문제 보도에 있어 대한매일의 전체적인 입장이 약간 모호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사설에서 ‘전쟁을 반대하고 파병을 반대한다’,‘파병동의안 통과는 유감이다’라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파병에 대한 보도태도에 애매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언론은 그 자체가 역사의 기록이다.각기 자신들의 관점과 입장으로 역사를 서술해 나가는 것이다.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라크전 역시 커다란 역사의 한 부분이다.이 역사를 보도함에 있어서 어떠한 입장과 관점으로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이 대한매일의 색깔을 만들고 나아가 우리 언론의 위상을 바람직하게 세워주리라 믿는다. 제 윤 아 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 4년
  • [대한포럼] 언론개혁의 오조준

    언론개혁에 관한 새 정부의 시각은 정확하다.정부와 언론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제 역할에 충실하자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또 신문의 경우 이른바 족벌언론으로 일컬어지는 일부 신문들이 시장의 75%를 차지하면서 여론을 오도하는 그릇된 현실을 바로 잡겠다는 방향도 옳다.그러나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오히려 새 정부 출범 이후 내놓는 언론 관련 발언이나 시책마다 불필요한 마찰만 불러 일으키고 있을 뿐이다.준비가 제대로 안된 채 시행하고 있는 브리핑제와 기자실 개방,관공서 사무실 취재 제한 및 취재원 실명제 등이 그렇다.공평한 취재 기회를 제공하며 언론과 정부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하겠다는 취지인데도 언론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적절하지 못한 발언들도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적당히 소주 몇 잔 먹고 우리 기사 잘 써주면 고맙고,내 이름 한 번 내주면 더 고마운 시대는 끝내야 한다.”,“오보와의 전쟁을치러야 할 것”,“지난 날 TV를 보면서 부숴버리고 싶은 심정이 들 때가 있었다.”,“불리한 기사를 빼달라는 소주파티를 하지 않겠다.”,“국민의 정부 5년 동안 언론이 끊임없이 정부를 핍박하고 박해했으며,… 참여정부가 더 어려운 여건에 놓여있어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는 내용들이다. 이에 더해 지난 2일 국정연설 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는 “방송이라도 공정하게 해서 왜곡되고 편파적인 보도를 좀 상쇄해주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이것은 내 개인적 소망이다.”고까지 했다.지칭하진 않았지만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는 매체는 바로 신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신문 모두를 겨냥했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결국 신문 전체를 적으로 만든 격이 됐다.신문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나타낸 반면 방송에 대해서는 우군으로 여기고 있는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이 같은 노 대통령의 뜻은 이번 KBS사장 임명 파동에서 여과없이 반영됐다.대통령의 해명 과정에서 드러났지만 결과적으로 사장 인선과정에 개입하고 말았다.물론대통령이 임명권자이지만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그 누구보다 앞장서 지켜야 할 책임도 대통령에게 있다.공영방송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기 때문이다.공정 보도와 정치적 중립을 위해 권력의 간섭은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이번 사태는 권·언 유착을 끊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훼손한 셈이다.KBS사장 인선은 이사회가 가진 제청권에 따라 이사들의 자율적인 투표를 통한 선임과정에 맡기면 된다.그런 점에서 서동구 사장의 사표 수리는 때 늦은 감이 있지만 마땅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새 사장 추천은 현행법대로라면 한달 이내에 해야되기 때문에 오는 5월15일까지가 임기인 현 이사회에서 할 수밖에 없다.비록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사들이긴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이번과 같은 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언론개혁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큰 방향 또한 제대로 잡았으면서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국력 낭비다.무엇보다 노 대통령의 포용력이 요구된다 하겠다.재야 시절이나 장관과 대통령 후보 때와는 다르다.4700만 국민의 대통령이다.불공정 보도로 인한 피해를 그 누구보다 많이 입었다는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그런 잘못된 언론환경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이는 적대감의 표출이나 즉흥적이고 일방적인 시책으로는 안된다.이해 당사자들의 폭 넓은 의견을 들어 장기적인 개혁 프로그램을 만들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가능하다.왜곡된 신문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일 또한 반드시 관철해야 하는 개혁 핵심 과제의 하나다. 최 홍 운 수석논설위원 hwc77017@
  • [사설] 뒷북치는 환경부 대기오염 타령

    환경부가 서울 대기의 미세먼지 오염 수준이 세계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수도 중 최악이라는 자료를 내놓았다.각종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되는 공기 중 미세먼지 농도가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로 알려진 로마나 멕시코시티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만성기관지염,폐렴 등을 유발하는 이산화질소 농도도 3위로 나타났다.월드컵축구대회까지 개최한 수도 서울의 대기환경이 세계 꼴찌로 전락했다니 기가 찰 따름이다.주요 원인은 다목적 경유 승용차 등 경유차 운행이 증가한 데 있다고 한다.환경부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보완책도 없는 경유승용차 시판을 허용한 것인가.알고도 허용했다면 이제 와서 악화된 대기오염 수치를 공개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가 최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확정한 내용에 따르면 오는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인 ‘유로-3’과 ‘유로-4’ 수준의 경유승용차가 국내 시판된다.벌써부터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시장 진입 준비가 부산하다.당초 환경부는 민간 단체들과 진통 끝에 휘발유,경유의 상대가격 조정 등을 전제 조건으로 한 경유승용차 허용안을 마련했으나 조정회의에서 맥없이 후퇴하고 말았다.매연여과장치 부착 의무화 등 다른 보완책들도 없던 일로 됐다.이렇게 되면 시판 12년 안에 국내 승용차의 80%가 경유차로 바뀔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대기오염 악화는 뻔한 일이다. 환경부는 더이상 오염수치 타령이나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강력한 정책관철 의지를 보여야 한다.환경단체들은 법 제정이 지연되고 있는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법’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환경부는 미세먼지 기준 강화 등 시급한 경유차 대책을 추진하라.
  • 부시의 전쟁/아랍 위성방송, CNN독주 쐐기... 아랍 눈으로 전쟁 보도 反美성전 분위기 한몫

    ‘미국의 시각이 아닌 아랍의 시각으로 이라크 전쟁을 보도한다.’ 이번 이라크전에서 아랍권 매체들의 독자적인 보도가 안방으로 전파를 타면서 전쟁 보도 판도가 지난 걸프전 때와 크게 달라졌다.특히 알자리라·알아라비아·아부다비 TV 등 아랍계 위성방송들의 맹활약은 1991년 걸프전쟁에서 ‘전쟁 생중계’로 주가를 올렸던 미국 CNN방송의 독주에 쐐기를 박았다. ●CNN 명성 퇴조 지난 걸프전에서 유일하게 폭격장면을 생방송한 CNN은 이번 이라크전에 대비해 3000만달러라는 엄청난 예산과 25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CNN은 연합군 20개 부대에 종군기자를 대거파견해 시시각각 전황을 안방 시청자들에게 전달했지만 개전 이틀째인 21일 이라크 정부로부터 바그다드에서 축출되는 수난을 당했다.‘미국 위주의 일방적인 보도’를 이라크정부가 달가워할 리 없었다. 반면 알자지라 등 아랍계 위성방송들은 이라크내 현장 화면을 제공하면서 성가를 올리고 있다.특히 알자지라는 현장접근의 절대적인 우위 속에 미군 포로들의 모습을 독점보도함으로써 CNN의 독주에 일격을 가했다. 카이로대학 방송저널리즘 연구소 압둘라 슐레이퍼 교수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91년에는 아랍계 방송이 없었기 때문에 CNN의 독점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아랍계 방송들이 아랍민족의 대변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정보의 미국 편향도 자연스럽게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미·반전 분위기 가열에 일조 카타르에 본사를 둔 아랍계 위성방송 ‘알자지라’,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아부다비 텔레비전’과 ‘알 아라비아’가 아랍 방송의 대표 주자들이다.이들 3개 위성방송 채널의 가입자 수는 정확하게 집계가 안되지만 대략 1억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 방송들은 미군 측으로부터 전장 접근제한을 받고 있는 서방기자들과 달리 이라크 쪽에서 전장에 다가가 전황을 상세히 전하면서 반미 성전(聖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한몫하고 있다. 가장 선두에 선 방송은 알자지라.이 방송은 지난 23일 미군 포로 및 전사자 등 논란 많은 장면들을 여과없이 방영함으로써 전황을 중심으로 하던 세계 언론보도의 흐름을 바꾸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96년 창설된 이 방송은 테러조직인 알카에다에 의한 9·11테러 이후 오사마 빈라덴과의 회견을 처음 방영하면서 서방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다각화된 보도전쟁 이번 전쟁에는 CNN만이 유일하게 폭격장면을 생방송한 지난 91년의 걸프전과 달리 전세계 많은 국가들의 언론사 종군기자들이 참여하고 있다.세계 각국의 종군 기자들이 이라크전 취재에 나서면서 보도 기조는 단순한 전황보도보다는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 수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강조하는 관점의 기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국 언론마저 보도 과정에서 날카로운 톤을 유지하고 있다.영국 BBC는 이번 전쟁에 200명의 직원을 파견한 데 이어 알자지라 방송과 방송화면을 공유하는 협정을 맺었으며,미국 TV사들이 이미 떠났거나 쫓겨난 바그다드에 특파원들을 유지하면서 미국 의존도를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함혜리기자 lotus@
  • [대한포럼] 춤추는 또하나의 전쟁

    명분 없는 이라크전에선 또 하나의 전쟁이 춤을 추고 있다.미디어 전쟁이다.이번 침략전쟁을 주도한 미·영 연합군의 시각으로 전쟁을 보도하는 미 CNN,아랍권의 피해자 시각을 제공하는 카타르의 알 자지라 방송이 대표선수들이다.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라크편에 서서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까지 보여주고 있다. 전쟁 발발 10일째.지금까지의 결과는 알 자지라의 판정승이다.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알 자지라의 보도를 통해 처음으로 서방 매체의 시각에서 벗어나 중동 분쟁을 접하게 됐다.”며 알 자지라를 평가했다.“1991년의 걸프전이 CNN을 만들었다면 이번 이라크전은 CNN의 약점을 두드러지게 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알 자지라는 공습·진군 등 미군의 작전전개를 중심으로 전황을 보도하는 CNN과는 달리,피해상황 같은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전쟁의 생생한 현장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알 자지라는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설명에 앞서 현장을 소개하는 식으로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지난 23일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머리가 반쯤 없어진 12세 소년의 시신을 그대로 내보내 시청자와 네티즌을 경악하게 했다.공포에 질린 채 회견하는 미군 포로의 모습,미군 전사자의 시신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포로의 지위 등을 규정한 제네바협정을 위반했다는 미국의 비난을 불러오는 단초가 되기도 했다. CNN이 죽을 쑤는 데는 이라크에서 추방돼 현장접근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자국의 입맛을 반영하는 전쟁보도 태도 때문이다.편향적일 때가 많다.미군의 공격부대에 기자들을 배치한 종군기자제가 CNN의 약자편 보도 기회를 박탈한 측면도 있다.‘유혹의 덫’에 걸려 결과적으로 미군의 선전심리전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미군의 주장을 받아 쓴 기사가 오보로 판명되는 사례가 잇따랐다.전쟁 초기 미군의 ‘족집게 공격론’을 치켜세웠으나 민간인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머쓱해졌다.미군의 일방적 보도자료 제공에 당했다고나 할까. 알 자지라는 화물차에 실린 시신들,피 흘리며 응급실로 치닫는 민간인들,머리에 붕대를 감은 어린이,울부짖는 여자들,폐허된 건물·주택들도 보여주고 있다.‘선정적’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서방인들이 충격을 받는 것은 이런 처참한 전쟁의 뒷모습이다.반전 여론 확산에 모티브가 되는 것들이다. 미군은 바로 이래서 언론의 전쟁보도를 통제하려 하는 것이다.CNN만 통제하면 심리전에 승리해 조기 종전을 가져올 것으로 믿었던 미군에게 알 자지라의 생생한 화면은 이라크군보다 무서웠다.알 자지라의 리얼리즘은 ‘모래 폭풍’과도 같았다.이라크 국영TV를 폭격한 것도 그렇기 때문이다.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건재를 과시하며 ‘결사항전’을 독려하는 화면을 알 자지라에 넘겨준 데 대한 화풀이였다.알 자지라의 이브라힘 힐랄 보도국장은 CNN을 향해 “전쟁의 양측을 보여주지 않으면 전쟁을 보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우리의 안방에는 CNN의 보도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미국의 앵글로 이라크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전쟁의 이면을 알기 힘들다.하물며 침략전쟁의 진상이야 오죽 하겠는가.우리만의 독자적 보도관점이 필요하다.수십명의 취재진을 특파해 독자적 시야를 넓히려는 중국의 신화통신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쟁보도는 단지 ‘불꽃놀이’를 중계하는 것이 아니다.전쟁을 일으킨 패권주의에 대한 경각심도 함께 전달되어야 한다.전장에서 날아온 CNN의 ‘패배’는 어쩌면 일방적 보도의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이 건 영 seouling@
  • [정부정책 Q&A] 개인적으로 판문점견학 가능한지 통일부·남북회담사무국에 문의를

    ●판문점 견학을 하고 싶은데,개인적으로 방문이 가능한가요.가능하다면 신청절차는 어떻게 되나요.노용주(31·경기 과천시 별양동) 판문점은 유엔군사령부에서 관할하는 구역으로,회담업무 등은 통일부에서 맡고 있다. ‘판문점 견학에 관한 유엔사 규정’에 따르면 개인적인 판문점 견학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그러나 ‘판문점 방문(견학) 업무처리지침’에 의해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지면 판문점 방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판문점 견학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통일부 홈페이지(www.unikorea.go.kr)나 남북회담사무국 연락과(02-735-4845)로 문의하면 된다. ●우리나라 생활폐기물 중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어떠한 방법으로 산출하나.또 음식물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다. 김태강(24·서울 동작구 상도2동) 생활폐기물인 음식물쓰레기는 폐기물 관리법에 의해 시·군·구청장이 수집·운반·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관할 지방자치단체는 공동주택을 중심으로 음식물쓰레기를 분리 수거하여 사료·퇴비 등으로 재활용하는 사업들을 벌이고있다. 그러나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섞어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의 소각처리에 대해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음식물쓰레기의 발생량 산정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수거·처리량을 실제 측정한 것과 실측이 곤란한 것은 표본조사를 통하여 산출하고 있다.(환경부 생활폐기물과 (02)504-9260) ●병원에서 진료받고 낸 돈이 120만원을 초과하면 일정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상해 준다고 들었다.지난해 9월 병원에서 한달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고 120만원을 냈는데 어떻게 보상금을 받게 되나.보건복지부 인터넷홈페이지 본인부담액 보상금은 본인부담금이 매 30일간에 12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 지급하지만 그 지급액은 초과한 금액의 100분의50이다.본인부담금이란 보험금여가 안되는 비급여항목을 제외한 금액으로 퇴원진료비 계산서의 진료비총액이 아니라 보험급여의 ‘본인부담금’항목에 명시된 금액을 말한다. 건강보험가입자가 요양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요양기관은 통상적으로 1개월 치료분을 다음달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심사청구를 하게 되며,심사평가원에서는 심사결과를 공단으로 통보하고 공단에서는 전산작업을 거쳐 진료비지급 등 관련업무를 하게 된다. 통상 이같은 일련의 과정은 진료가 종료된 시점부터 대략 3개월 이상 걸린다.지급대상자로 결정되면(진료가 끝나고 3∼6개월 소요) 발송된 안내문을 갖고 공단 해당지사에 신청하면 신청일로부터 7일 이내에 받을 수 있다.(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02)503-7534,83)
  • [열린세상] 어머니들이 미워하는 전쟁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는 20세기 최고의 종교화가 가운데 한 명이다.그는 평생동안 그리스도교 신앙과 관련된 작품들을 많이 제작했다. 그러나 그는 그림을 통하여 예수의 삶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시대의 눈으로 예수 사건을 재해석하여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그에게 있어서 예수는 2000년 전에 십자가형을 당했을 뿐 아니라 이 시대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당하고 있다. 루오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미세레레’(miserere,1917∼1927)이다.이 작품은 총 58점으로 구성된 흑백의 연작 판화이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을 몸소 겪으면서 비참한 전쟁 속에서 고통 당하는 인간의 구원문제에 대해 깊이 고뇌한 끝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미세레레는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으로서 이스라엘의 다윗왕이 하느님 앞에서 죄를 범한 후 용서를 청하며 바친 기도 가운데 한 구절이다. ‘미세레레’연작 가운데는 ‘어머니들이 미워하는 전쟁’이 있다.전쟁을 소재로한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전장의 참상을 표현한다.그러나 루오는 이 작품에 제목과는 다르게 어머니가 아기를 안고 있는 따뜻한 느낌을 주는 모습을 그려 넣었다.낮은 지평선 위로 어머니와 아들이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처럼 표현되었다.가운데 있는 어머니는 아기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고 양손으로 다정스럽게 끌어안고 있다.눈을 감고 있는 이 모자는 앞으로 닥칠 전쟁에 대해서 깊이 묵상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배경의 먼 곳에는 작은 집이 한 채 고요히 그려져 있다. 루오는 이 작품을 통하여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과 사랑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이처럼 소중한 생명과 사랑의 가치를 철저하게 부정하고 파괴하는 것이 전쟁이다. 모든 전쟁은 인간의 역사 안에서 가장 비극적이며 야만적인 사건이다.전쟁으로 수없이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전쟁에서 희생되는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로부터 태어난 소중한 존재이다.적군이든 아군이든 간에 한결같이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아들이고딸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세상의 어머니들이 미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전쟁인 것이다. 그러나 며칠전 지구촌의 많은 사람이 전쟁을 반대하였지만 급기야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하였다.예전과는 달리 우리는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하여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보듯이 공습현장을 생생하게 보고 있다.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잔인한 폭력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의 모습을 아무런 여과도 없이 사무실과 식당에서 함께 바라보고 있다.우리의 안방조차도 홍보매체가 친절하게 전해 주는 전쟁소식으로 점령당하였고 어느새 우리의 의식조차도 전쟁의 참화로 병들어 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루오의 그림 ‘미세레레’에서가 아니라 각종 홍보매체를 통하여 지구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 대의명분도 약한 이번 전쟁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다.그들 대부분은 무고하거나 무죄한 이들,가난하거나 약한 이들,노약자나 어린이들일 것이다.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전쟁을 미워하는 사람이 어찌 어머니뿐이겠는가? 봄을 맞이하여 자연은 하루하루 생명력 가득한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그러나 지구촌의 인간 공동체 곳곳에는 전쟁과 죽음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다.모든 어머니가 미워하는 것이 전쟁이라면 어머니들이 사랑하는 것은 평화일 것이다.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상태만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가 충만히 실현된 상태이다.어머니들이 미워하는 전쟁,겨울 같은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고,어머니들이 사랑하는 봄날 같은 평화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 웅 모
  • [열린세상] 우리 시대의 과장법들

    중학교 국어 시간 때 비유법의 한 방법으로 은유와 직유외에도 과장법이 있다는 것을 배웠다.그러나 현재 소설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과장법이 비유법으로 그리 썩 좋은 방식은 아니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강하게 전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호소력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새삼스레 이 말을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야말로 자신의 목적을 교묘하게 감춘 과장법이 난무하는 시대가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오늘은 그 과장법에 기대어 우리시대에 난무하는 과장어법의 말들을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80년대 ‘말’지라는 잡지를 통해서 그때 정권을 잡고 있던 군사정부가 ‘보도지침’이라는 것을 무기삼아 언론을 통제한다는 말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전에도 대충 이러지 않았을까 짐작은 했지만 그 충격은 가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아하,바로 이래서 이 신문이나 저 신문이나 똑같은 신문사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제목을 달고 기사 안에 쓴 표현들도 거기에서 거기였구나,알게 되었던 것이다. 대통령이 미국을 순방할 때인가,그의 비행기 안 집무실에 다산의 목민심서가 있었다는 것도 어쩌면 신문마다,그리고 모든 신문의 취재기자의 눈에마다 똑같이 보였던 것인지 비로소 이해가 됐던 것이다.그러니 정권으로서 불리한 기사야 오죽 통제를 하고 한 목소리를 내게 하고 큰 것을 작게 만들고,또 이쪽에서 알려야 할 것은 기사의 가치로나 비중으로 볼 때 작은 것도 크게 써내라고 했을 것인가. 그런데 다시 요즘 그 시대의 ‘보도지침’이라는 말을 일부 신문도 여과없이 쓰고,야당도 그 말을 여과없이 대변인 성명서를 통해 뱉어낸다.‘출입기자제,기자실 폐지한다’ ‘문화부도 기자실 폐지’ ‘문화부 취재제한 파문’ ‘야,신보도지침 비판’ ‘기자실 폐쇄 언론 자유 침해’.이 말대로라면 정말 큰일이다.얼마전 문화관광부가 발표한 ‘홍보업무 운영방안’에 대한 일부 신문의 기사 제목들이다. 여기에 야당인 한나라당까지 강경한 목소리로 함께 나서고,그것이 연일 언론에 문제화되자 대통령까지 “정부 지침이 개입이라는 소지가 있다면 이는 적당치 않으며 그런 방향으로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과장법에 기대어 말하자면 ‘그렇게 거품을 무는’ 신문들 어디에도 정작 ‘기자실 대신 개방형 브리핑룸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제대로 제목을 뽑은 기사는 없다.이런 게 ‘신보도 지침’이라고 거품을 물어도 정작 본질적인 것은 축소해 말하지 않거나 뒤로 돌리는 것,이게 바로 언론이 파악하고 대응하는 ‘신보도 방식’인지. 정치권의 과장법이야 우리가 익히 들어온 바다.그래서 지난 김대중 정권 시절,‘이 정권이야말로 단군 이래 최악의 독재정권’이라는 말을 야당 국회의원이 전국민을 상대로 방영되는 텔레비전 토론에서까지 여과없이 뱉어내곤 했다.거기에 대해 시청자들은 저것이야말로 정치적 수사의 과장법이라고 받아들였고,그 토론에 함께 참여한 한 정치학자만 정색을 하고 거기에 반론을 제기했다.정말 그러냐고,그것이 정말 그런 것이라면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한국 정치사를 가르치는 우리들의 몫은 무엇이냐고. 그래,정치권의 과장법이야 지금도 충분히 들어줄 만하다.문학에서도 이젠 흔하게 쓰지 않는 말의 과장법을 끝까지 붙잡고 있는,우리나라에서 가장 미개화된 동네가 바로 그 동네니까.그러면서도 언제나 실상을 ‘잘 모르거나 무지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끝마다 거품을 무는 동네가 바로 그 동네니까. 그러나 언론의 과장법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그것이 신문사 중에서도 특정 신문사의 기득권을 위한 과장법의 말이라면 더욱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70년대와 80년대 위정자들이 흔하게 쓰던 말처럼 그것이 의도적인 ‘국론분열’을 위한 딴죽걸기의 과장법처럼 보인다면 이거야말로 정말 문제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이 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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