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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고의 자리? 욕심 없어요… 좌우로 연기폭 넓혀갈래요”

    “최고의 자리? 욕심 없어요… 좌우로 연기폭 넓혀갈래요”

    누비아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의 애절한 사랑,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큰 줄기다. 영국 팝스타 엘튼 존과 작사가 팀 라이스는 이 오페라에 ‘윤회’를 가미해 시공을 초월하는 사랑을 강조한 뮤지컬로 제작해 2000년 3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록과 가스펠, 발라드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화려한 의상, 조화로운 색감의 조명, 역동적인 안무가 어우러져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죽음도 함께한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은, 이집트 공주 암네리스로 인해 더욱 애절하고 위대해진다. 공주는 조연으로 느껴지기 십상이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다르다. 관객들은 치장하기 좋아하고, 결혼만을 꿈꾸는 철없는 공주의 성장기까지 경험하게 된다. 약혼자를 잃고 권력 암투를 겪으면서 파라오의 딸로 우뚝 서는 암네리스는, 그 어느 때보다 입체적이고 강렬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이번 작품을 뮤지컬 ‘암네리스’라고 바꿔 부르기도 한다. 그 동력은 연기력과 가창력을 모두 갖춘 배우 정선아(29)의 힘이었다. “1막에서 화려한 관능미를 뽐내던 암네리스가 2막에서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 흐름이 매끄럽지 않으면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요. 암네리스의 변화에 공감한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끼죠.” 뮤지컬 ‘아이다’ 공연이 한창인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난 정선아는 “아마도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성격이라 암네리스가 잘 맞는 듯하다”면서 “청순가련한 비련의 주인공도 해봤지만, 내게 잘 맞는 역할은 역시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샤방샤방’(화려하고 생기 넘치는)한 것”이라면서 생긋 웃었다. 그는 2010~2011년에도 암네리스로 뮤지컬 ‘아이다’ 공연을 했다. 원캐스트로 4개월 가까이 무대에 올랐다. 고음도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라 다른 일정을 거의 배제하고 목과 체력을 관리하면서 버텼다. “이때 정말 열심히 했고, 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은근히 상도 기대했었는데, 미끄러졌죠. 그런 실망감을 아니까, 주위 사람들이 이번 공연을 두고는 ‘뭘 또 해’, ‘지겹지 않으냐’고 물었어요. 그런데 포기할 수 없더라고요. 이 작품과 인물을 정말 사랑하거든요.”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을 쏟아낸 그는 이번 작품에서 다른 기대도 품고 있었다. 오리지널 협력연출가인 키스 배튼이 내한하기로 돼 있었던 터라 분명 뭔가 배울 게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년 전 암네리스는 화려하고 밝은 사랑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는 그는 “그러나 이제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암네리스의 쓰라린 심정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파라오를 배신한 라다메스와 아이다를 함께 지하 돌감방에 가두는 것으로 마지막 자비를 베푸는 암네리스야말로 이 작품을 마무리 짓는 역할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새치름히 입을 삐죽대기도 하고 자신은 ‘자뻑’(자신에게 홀딱 빠진) 캐릭터라면서 호탕하게 웃어 젖히는가 하면,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속내를 꺼내는 모습이 딱 암네리스다. 그런데 그가 이제 정반대의 역할에 도전한다. 새달 26일 개막하는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예수를 사랑하고 위로하는 마리아로 변신한다. 의미 있는 인물이지만 부르는 노래가 앙상블을 포함해 6곡 정도로, 비중은 크지 않다. “난 어디서든 빛나니까 괜찮다”는 농담을 던지며 깔깔댄 정선아는 “에너지가 가득하고 화려해 보이는 지금이야말로 어떤 역할이든 가장 멋있게 소화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주연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는 않아요. 무엇이든 내가 제일 멋있을 거라고 자기최면을 걸거든요.”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그는 뮤지컬 배우로서 10년을 꼬박 채우고, 이제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조연상과 인기스타상을 탔고, 티켓파워를 입증하는 골든티켓 여자배우상도 받았다. 꾸준한 상승세에 있는 ‘잘나가는 배우’인데도 정작 그는 “최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어디가 최고점일까요. 그럼 언젠가는 내려와야겠죠? 전 욕심 없어요. 그저 좌우로, 연기폭을 넓혀가는 게 바람입니다. 공연을 위해, 그 역할을 위해 사는 것, 그게 내 삶이니까요.” 글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日·조선 근대화 - 개항 성패 비교 선조들의 ‘실패한 정치’ 반면교사

    일본과 조선의 근대화와 개항이 성공과 실패라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 것을 두고 개항 시점이 차이가 나고 국제적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라고들 분석한다. 하지만 ‘조선의 못난 개항’(문소영 지음, 역사의아침 펴냄)은 “조선 개항의 실패가 외세만의 문제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원인을 나라 밖이 아닌 당시 조선과 일본의 내부 정세와 지배세력 등에서 찾고 있다. 서울신문 학술·문화재 담당기자인 저자는 전작 ‘못난 조선’에서 1910년 한일병합의 배경을 16세기부터 300년 동안 누적된 경제·문화·사회적 문제에서 찾은 바 있다. 이번 ‘…못난 개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집중한다. 일본은 1853년 미국 페리 제독에 의해 강제 개항했다. 1867년 도쿠가와 막부가 통치권을 일왕에게 돌려준 ‘대정봉환’부터 메이지 유신, 기득권층인 무사계급을 무너뜨리는 폐도령을 거쳐 1889년 메이지 헌법을 공포해 국체를 완전히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막부파와 존왕양이파가 충돌하고 실각과 암살이 잇따르면서 개항 이후 40년간 내부 혼란이 극심했지만, 메이지 일왕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저자는 “메이지 유신이 성공하는 과정을 들여다보며 개항 이후 34년간(1876년 강화도조약~1910년 한일병합) 허송세월을 했던 조선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욱 커졌다”고 했다. 물론 흥선대원군도 1863년에 봉작한 뒤 당파의 기반이 된 서원을 철폐하고, 외척들과 세도가가 장악한 비변사를 폐지하는 등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고종이 1873년 친정을 선포하고 흥선대원군을 하야시키면서 개혁정책은 수포로 돌아갔다. 일본에서는 하급무사 출신이 개화의 원동력이 됐다. 문명개화론의 선구자 후쿠자와 유키치, 메이지 유신의 영웅 사카모토 료마 등 하급 무사들은 봉건적 질서를 무너뜨리고 근대 국가로 변화시키는 동력이 됐다. 반면 조선은 초기 개화사상가인 박규수조차도 존명의식과 송시열의 화이론 같은 중화주의 세계관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국이 서양 열강의 침략으로 붕괴하는 것을 목격한 오경석은 서양을 배워야한다는 믿음을 펼쳤지만 중인이었던 탓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처럼 저자는 김옥균은 왜 사카모토 료마가 되지 못했는지, ‘조선판 료마’의 탄생이 왜 어려웠는지를 안타까워하며 원인을 들여다본다. 저자가 100여년전 개항 실패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은 세계화와 아시아 세력 재편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현재 국제정세와 무관치 않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면 다른 모양과 형태로 반복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실을 헤쳐나가고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힘을 얻지 못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더 큰 공감을 얻는다. 1만 4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시나위·당피리·아리랑·민속춤 … 얼쑤 좋다, 네가지 맛

    시나위·당피리·아리랑·민속춤 … 얼쑤 좋다, 네가지 맛

    국립국악원 소속 4개 예술단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악원 예악당에서 21일부터 새달 18일까지 전통예술 완주 시리즈를 이어간다. 민속악단이 21~22일 ‘수어지교(水魚之交)-풍류와 시나위’로 첫 문을 연다. 상류층과 전문 악사들이 어울려 곡을 연주하던 풍류방을 중심으로 전해온 민간 대풍류의 하나인 ‘취타풍류’와 ‘현악영상회상’의 민간 버전인 ‘줄풍류 중 뒷풍류’를 연주한다. 궁중의 정재 음악으로 주로 연주되는 대풍류나 현악영상회상을 민속음악 어법으로 연주해 자유롭고 경쾌하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과 뮌헨에서 공연해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린 ‘시나위’ 한바탕도 선사한다. 정악단은 27~28일 ‘당피리의 음악세계를 만나다’ 무대를 꾸민다. 전통악기 중 피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것은 향피리이지만, 고려시대부터 지금까지 궁중 연례·제례악에서는 당피리가 주요 선율을 담당했다. 이 공연에서는 당피리 음악 중 낙양춘, 보허자, 정동방곡, 유황곡, 여민락만, 본령, 해령 등 폭넓고 화려한 음색을 지닌 당피리 중심의 음악을 모두 만날 수 있다. 4월 4일에는 창작악단이 ‘아리랑, 비상하다’를 올린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아리랑을 조명한 초연곡을 연주한다. 40여 분에 이르는 장대한 국악관현악곡 ‘아리랑 환상곡’(박영란 작곡)을 비롯해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대금 협주곡 ‘판의 아리랑’, 김성국 중앙대 교수의 가야금 협주곡 ‘아리랑’을 선보인다. 완주시리즈 마지막은 지금까지 전해지는 민속춤을 총망라한, 무용단의 ‘춤, 마음의 지도-4도 4색’이 장식한다. 서울·경기, 충청, 영남, 호남의 특색 있는 춤과 음악으로 구성했다. 경기도 당굿을 원형으로 한 김숙자류 터벌림(본격적인 판을 벌이기 전에 재정비하는 부분)을 시작으로 태평무, 승무, 동래학춤, 삼천포 소고춤, 진도북춤, 진도 씻김굿 지전춤, 살풀이춤, 북 울림까지 이어진다.민속악단·정악단·창작악단 공연은 8000~1만원, 무용단 공연은 1만~2만원이다. (02)580-33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

    [공연리뷰] ‘광해, 왕이 된 남자’

    연극 ‘광해, 왕이 된 남자’(이하 광해)는 아주 잘 정제된 역사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했다. 배우들의 발성과 호흡, 감정 표현이 완벽하게 조화된 연기가 작품을 더 돋보이게 했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하는 연극 ‘광해’는 “소설과 영화, 모두와 다르다”고 했던 것들을 실현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물론 외압과 암살 시도에 폭군이 된 광해와 그와 닮은꼴인 탓에 ‘칼받이’로 궁에 불려온 하선(배수빈, 김도현), 개혁가 도승지 허균(박호산, 김대종)과 반대파인 이조판서 박충서(황만익)가 만드는 대립 구도는 같다. 조내관(손종학, 김왕근), 호위무사 도부장(강홍석), 중전(임화영), 궁녀 사월(김진아) 등 주요 인물들도 모두 불러냈다. 100분의 연극 ‘광해’는 사건을 선별하면서 270여 쪽의 소설, 130분의 영화와 차별점을 찾았다. 중전이 진짜 광해인지 의심하는 장면, 박충서와 안개시의 독살 음모, 돌아온 광해가 중전에게 하선의 손수건을 던지며 그의 죽음을 암시하는 내용을 걷어냈다. 핵심적인 에피소드는 변형을 시도했다. 하선이 저잣거리에서 하는 광대놀음은 가면극으로 바꾸어 극 흐름을 암시하는 대사를 넣었다. “때로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그럴싸할 때가 있네”라는 식이다. 하선이 대신의 얼굴을 구분하는 상황은, 컵을 뒤섞어 공이 들어 있는 것을 찾게 하는 야바위를 응용해 웃음을 끌어낸다. 무표정한 중전이 ‘가짜 광해’에게 마음을 터놓는 장면은 휘영청 밝은 달을 배경으로 꽤 로맨틱하게 그렸다. 진짜와 가짜의 만남은 비로소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성재준 연출은 똑같이 생긴 진짜와 가짜를 한 무대에 세울 수 없는 연극의 한계를 ‘꿈’으로 영리하게 처리했다. 하선의 꿈에 나타난 광해의 말 속에 연극의 메시지도 담았다. 짧은 시간에 인물 관계를 모두 담아내려고 한 바람에 죽은 사월을 끌어안고 하선이 오열하는 심정, 도부장이 하선을 위해 목숨 걸고 싸우는 것 등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내관에게 ‘신체의 비밀’을 묻거나 변기 사용법을 소개하는 어정쩡한 것들을 과감히 털고 허균과 하선의 관계에 집중했다면 “진짜 왕이 되라”는 허균의 제안이 더 설득력을 갖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기가 다들 훌륭해 캐스팅별로 비교해 가면서 봐도 좋을 것 같다. 기울어진 궁궐 기둥을 세운 세트(무대 박성민), 가슴을 울리는 북 소리(연주 이충우)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표현한다. 4월 21일까지. 3만 5000∼5만원. (02)3014-211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인내·끈기의 승리자 신데렐라 어떤 심성 가졌을까 궁금하네

    고난과 억압을 꿋꿋하게 버텨내면 훌륭한 인품의 왕자를 만나게 돼 영원히 행복하게 산다는 신데렐라 이야기는, 꿈과 희망의 종합체다. 이런 사람의 본질은 “불우한 처지에 있으면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으며, 바깥 세상의 억누르는 힘에 맞서 자신이 근원적으로 왕과 같은 운명을 지녔다는 꿈을 잃지 않는 데 있다”(14쪽)고 했다. 그런데 궁금하다. 대체 신데렐라는 어떤 심성을 가졌기에 이런 인내와 끈기의 승리자가 됐는가. 아버지가 재혼하면서 궁지에 몰린 소녀는 왜 반항하지 않았는지, 천박하고 못된 언니들에게 매일 부당한 일을 겪으면서도 참았는지,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왕자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은 없었는지, 많은 의문을 찾을 수 있을 터.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행동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오이겐 드레버만은 신데렐라의 원형인 ‘재투성이’에 심층심리학을 들이댄다. 그림 형제의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1857)에서 뽑아낸 ‘재투성이’ 속에 담긴 인물과 상황을 심리학적으로 조목조목 분석한 것이다. “부유한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병에 걸린 아내는…”이라는 첫 문장부터 재투성이 소녀의 감정적 피폐함을 짐작한다. ‘부유하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없는 삶’이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홀로 남겨진 충격을 경험한 소녀는 새어머니에게 ‘짐이 되지 않고 쓸모 있는 존재’가 돼야 한다는 책임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사랑을 얻으려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전형이다. 드레버만은 ‘라푼첼’에서 친모와 마녀를 동일인으로 전제하면서 인간의 이중적 본성을 끄집어내고, ‘가시장미 공주’에서는 아버지의 과시욕 때문에 100년 동안 잠에 빠져버린 ‘어긋난 부성애’를 풀어냈다. 이런 식으로 그가 1980년대 중반부터 그림 동화를 심층심리학으로 해체한 책은 지금까지 20여권에 달한다.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김태희 옮김, 교양인 펴냄)는 이 중 ‘재투성이’, ‘라푼첼’, ‘영리한 엘제’, ‘가시장미 공주’를 번역해 묶어낸 책이다. 프로이드와 융의 이론들이 툭툭 튀어나올 때는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현실에 빗대 볼 만한 부분도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2만 8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해외 현대예술 거장들의 ‘봄나들이’

    해외 현대예술 거장들의 ‘봄나들이’

    현대무용, 연극, 미술, 음악, 퍼포먼스 등 전 예술장르가 어우러진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이 오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 서울 중소형 극장과 경기 성남시 분당 성남아트센터 등에서 열린다. 작품 26편(해외 11편, 국내 10편, 공동제작 5편)에서 문화예술의 세계적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해외 거장의 작품을 묶은 ‘마스터 전(展)’이 역시 주목을 끈다. 세계 연극계의 거장 로메오 카스텔루치(이탈리아)의 ‘신의 아들을 바라보는 얼굴의 컨셉에 대하여’(23~24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로 관객을 만난다. 연극은 고통스러운 삶을 들여다보면서 인간이 금기에 대해 얼마나 여유로울 수 있는지, 자신의 나약함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 묻는다. 고전발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미국 출신의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는 ‘헤테로토피아’(4월 10~14일, 성남아트센터)를 들고 한국을 찾는다. 극단적이고 과장된 일본 연극의 조류를 ‘조용한 연극’으로 바꾼 연출가 히라타 오리자의 ‘사요나라’(4월 4~5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독일 실험 영화계의 중심에 있는 예술가이자 이론가 하룬 파로키의 ‘평행’(4월 10~17일,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아트하우스 모모)도 준비돼 있다. 국내외 작가들의 합작도 눈에 띈다. 홍성민의 ‘줄리엣’(30~31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은 ‘비엔나 페스티벌 주간’과 공동제작한 작품. 2010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서 로미오를 배제한 채 다섯명의 줄리엣을 꺼내들었다면, 이번 작품은 한국 작품 속의 줄리엣을 올린다. 서현석의 ‘무대공포’(4월 12~14일, 백성희장민호극장), 김황과 사라 마넨테, 마르코스 시모즈의 ‘x:나는 B가 좋던데, y:나도 스물아홉이야’(30~31일, 서강대 메리홀), 야마시타 잔과 안애순무용단이 협업한 ‘거기에 쓰여있다’(4월 8~9일, 백성희장민호극장), 오카다 도시키와 두산아트센터의 ‘현위치’(22~2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적 장애를 가진 배우 11명의 이야기를 통해 겸허와 관용, 차이에 대해 질문하는 제롬벨&극단 호라의 ‘장애극장’(4월 6~7일, 서강대 메리홀)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1만~11만원. 페스티벌 홈페이지(www.festivalbom.org) 참조.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은퇴 얘기가 아쉬운 발레리나 강예나 “애증의 ‘백조’… 모두 털어내고 ‘졸업’하니 홀가분”

    은퇴 얘기가 아쉬운 발레리나 강예나 “애증의 ‘백조’… 모두 털어내고 ‘졸업’하니 홀가분”

    머리에 깃털 장식을 하고 새하얀 튀튀를 입은 백조의 춤을 보면 숨이 멎을 듯한 황홀경을 맛보지만, 조명 속에서 춤추는 무용수에게는 희열과 함께 온몸에 가시를 두르고 춤추는 듯한 고통이 따른다. 발레 ‘백조의 호수’는 무용수들에게 참 혹독한 작품이다. 늘 어깨와 팔을 뒤로 젖힌 채로 움직이기 때문에 어깨 연골은 거의 닳아서 찾아보기 어렵다. 또 유연하게 맺고 끊는 동작을 만들려면 어깨와 팔, 등, 대퇴부 등 모든 근육을 다 사용해야 한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예나(38)는 ‘백조의 호수’를 두고 “애증의 관계에 놓인 작품”이라고 말한다. 처음 전막 주역을 맡은 작품이 ‘백조의 호수’였고, 이 작품 덕분에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최연소 수석무용수라는 영예를 얻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첫 미국 투어 때 이 작품으로 맨해튼 시티센터 극장에 올라 한국인 최초로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무용수가 되는 길이 열렸다. 20대 초반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하고 한동안 무대에 서질 못하는 아픔을 겪은 그에게, 다시 무대를 열어준 것도 ‘백조의 호수’였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백조로서는 마지막 공연을 끝낸 뒤 “백조의 모든 것을 다 털어버려서 이제는 정말 홀가분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은퇴 얘기가 나오던 터라 서운함이 더 클 줄 알았는데 그의 표정은 마치 자신에게 사랑을 약속한 지크프리트 왕자를 만난 오데트처럼 환했다. “십자인대 수술 후 줄곧 왼쪽 무릎이 문제였는데, 지난해 11월에는 골 부종(뼈 주위가 붓는 증상) 3기 진단을 받았어요. 이제 슬슬 ‘준비’할 때가 왔다고 느꼈죠. 여한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제 나이에는 근력이 약해지니까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달고 운동하고, 무거운 밸런스 보드(균형을 잡기 위한 기구)를 들고 다니면서 체력을 길렀죠.” 노력을 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공연 일주일 전 의사의 진단을 듣고 대성통곡을 했다. “저 이거 꼭 해야 한다고, 살려 달라고까지 했었는데 완치됐다는 말에 감정이 폭발해버린 거예요.” 공연 전날에는 긴장감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지난 11일 공연에서, 그의 백조는 정말 아름다웠다. 백조 오데트는 우아하고 가련했고, 32바퀴 푸에테(회전)를 소화해야 하는 매혹적인 흑조 오딜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쓰러진 지크프리트 왕자 곁에서 슬퍼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세상의 모든 비통함과 처절함이 객석까지 전달됐다. “다 쏟아내서 더는 아쉬운 것도 없다”는 그는 ‘은퇴’라는 말 대신 ‘졸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은퇴 시기를 아는 건 무용수로서는 시한부 삶을 사는 것과 같다”는 그는 “내가 섰던 무대를 하나씩 졸업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의미를 찾았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신체 비율과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그였지만 너무 이른 시기에 찾아온 부상으로 끊임없이 고통과 싸워야 했다. 그는 어느 무용단에 있을 때나 가장 먼저 연습실에 들어서고, 가장 늦게 나가는 무용수였다.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노력뿐이었고, 무용을 사랑하는 힘으로 버텨 왔다”고 되새겼다. 발레를 ‘완전히 졸업’하는 시기는 그의 마음속에만 있다. 5월엔 ‘심청’, 7월엔 ‘오네긴’ 무대에 선다. 인생 2막은 디자이너이자 사업가로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복 브랜드 ‘예나라인’을 선보였다. “무용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뭔지 알고 있기 때문에 가장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4개월 동안 재봉 기술을 배우고, 새벽에 동대문시장 다니면서 원단을 흥정하고 구청과 세무서에서 행정 절차도 척척 해내고 있다. “새로운 경험은 힘들지만, 매우 즐겁죠. 매번 도전을 해 왔기 때문에 두렵지는 않습니다. 발레나 인생이 괴로운 후배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지금 뭘 느끼든지 그게 결국 네가 갖게 되는 힘’이라고요. 그걸 바탕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믿으면 돼요.”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한·일 정체성 넘어… 소외된 자를 향한 위로

    한·일 정체성 넘어… 소외된 자를 향한 위로

    “정의신 연출가는 한국인입니까, 일본인입니까.” 연극인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다. 그에게는 ‘재일한국인’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른다. ‘야키니쿠 드래곤’(2008)을 비롯해서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2012), ‘나에게 불의 전차를’(2012)까지, 그의 대표작들은 일본과 한국을 함께 품고 있다. 답을 찾아보자면 극 배경과 인물의 흐름에서 단서를 얻을 수 있겠다. ‘야키니쿠 드래곤’은 일본 오사카에서 곱창집을 하는 용길이네 가족을 비췄고, ‘봄의 노래는’은 일제강점기 전라도 외딴섬에서 이발소를 하는 홍길이를 그렸다. ‘…불의 전차를’은 1924년 경성, 남사당패와 일본인 교사의 우정을 이야기한다. 점점 한국으로 흘러온다. 그러니 한국인이라고 해도 좋을까.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하는 그의 신작 ‘푸른배 이야기’를 보면 조금은 생각이 정리된다. 일단 일본을 걷어냈다. 모티브는 야마모토 슈고로의 소설 ‘아오베카 모노가타리’이지만, 온전히 한국화했다. 소설의 배경은 지바현 우라야스시의 가난한 어촌이다. 도쿄 디즈니랜드가 들어서면서 예전의 소박한 풍경을 잃었다. 연극은 이곳을 인천 남촌도림동으로 옮겼다. 송도 국제도시 개발의 영향으로 도시화가 진행되는 현상이 닮았다. 극장에 들어서면 남루한 삶이 엿보인다. 무대 한가운데에 넓은 대청을 펼쳤고, 양쪽에 빨래들이 서너줄씩 널려있다. “조개와 김, 낚시터로 알려져” 있고, “북쪽은 논밭, 서쪽은 바다, 동쪽은 소래강, 그리고 남쪽은 ‘백만 평 앞바다’라고 불리는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 어촌이다. 30년 전 여기서 3년 정도 살았던 ‘나’가 다시 이곳을 찾아 그때를 떠올리는 것이 연극의 큰 줄기다. ‘나’가 기억을 더듬으면서, 웃음을 팔고 음탕한 말을 뱉는 뚝방집 여인들, 담배와 술을 얻어먹고 망가진 파란 배를 파는 뻔뻔한 칠복 할아버지, 부모에게 버림받고 동생을 돌보는 소녀 말순이, 매일 도박판을 벌이고 투닥거리는 부부,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낡은배 하나 갖고 홀로 사는 늙은 선장 등 인물들의 호졸근한 삶이 옴니버스처럼 펼쳐진다. 이들은 애처롭고 무식하면서 과격하지만, 그 이면에는 순수함과 소박함이 있다. 옹심에게 이용당하는 춘식이는 옹심이의 처지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계속 세상에서 상처를 받아왔어요. …그래서 선생님, 어쩔 수 없어요. 뭐라 할 수 없어요.” 이런 식이다. 작품은 일인다역과 다인일역을 넘나든다. 해설자 역할을 하는 ‘나’가 여럿이다. 서상원, 박수영, 김문식, 이철희가 돌아가면서 ‘나’를 연기한다. 상황마다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 김정영, 장정애, 송태영 등 배우 14명이 40여명 역할을 해내지만 정신 사납다거나 번잡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다. 속도감 있는 대사와 움직임으로 140분(중간휴식 포함)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연극은 수미쌍관 구조다. 사람들이 마을에 대해 주거니 받거니 설명하면서 기념촬영하는 장면으로 시작해, 같은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연극처럼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정 연출은 일본인인가 한국인인가. ‘푸른배 이야기’를 보면 질문은 무의미해진다. 그의 정체성이 아니라, 그가 연극을 통해 전달하려는, 기억과 역사에서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가 더 큰 의미를 던진다. 공연은 오는 24일까지.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팬텀’ 110회 공연 비결요? 팬들이 보내준 ‘공진단’이죠!

    ‘팬텀’ 110회 공연 비결요? 팬들이 보내준 ‘공진단’이죠!

    “‘빵아저씨’요? 당연히 알죠. 하지만, 난 ‘작은빵’이라는 별명을 더 좋아해요. 한국에서 처음 얻은 별명이거든요.” 한국을 좋아하기로 해외 스타 가운데 단연 으뜸으로 꼽히는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Brad Little·49)은 ‘빵아저씨’, ‘작은빵’, ‘아기새’ 같은 한국어 단어를 꺼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이름 발음이 ‘빵’(bread)이라는 영어단어와 같아서 한국 팬들을 그에게 이런 별명을 붙였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공연을 보름 남짓 남긴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만난 브래드 리틀은 공연 막바지에 다다른 소감을 묻자 “매우 아쉽고 슬프다”고 답했다. 리틀은 지난해 12월 7일에 개막해 지금까지 목 상태가 나빠진 지난 1월 30일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매일 무대에 섰다. 지난 1일에는 이번 투어에서 100회 공연을 했고, 2일은 2005년 99회 공연을 포함해 한국에서 올린 ‘오페라의 유령’ 200회 공연을 달성했다. 1996년부터 팬텀이 됐으니 전 세계 공연 횟수를 따지면 무려 2300회를 훌쩍 넘긴다. 그의 감미롭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는 ‘지킬 앤 하이드’ 내한공연이나 창작뮤지컬 ‘천국의 눈물’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됐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팬텀 역할을 하는 리틀에게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바로 ‘손끝 연기’다. 사랑하는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에게 손을 건넬 때나 그녀를 뒤에서 살포시 안을 때, 화낼 때와 절규할 때, 그는 손끝으로 감정을 표현했다. “많은 사람이 ‘그 연기’ 얘기를 하더라”는 그는 “팬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기 때문에 몸동작, 특히 손끝을 이용해 표현하는 것은 내가 팬텀으로서 이야기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면서 여유와 흥분, 긴장, 행복을 갖가지 손동작으로 보여주었다. 쉽지 않은 역할을, 무려 100회나 연달아 공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무대에 오르기 전 편하게 마음먹고, 평소에 걱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너는 잘할 수 있다, 해낼 수 있다”고 자신에게 믿음을 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팬텀이라는 역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목 상태가 별로 좋지 않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면서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건강을 유지하라고 인삼이나 비타민 등을 챙겨주어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얼마 전 공진단을 받았다는 그는 “맛은 별로 없지만, 매우 효과적이라 매일 먹는다”면서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24일 마지막 공연을 끝내면 그는 미국 뉴욕으로 돌아간다. “지금은 공연 때문에 친구들과 모임을 자제하고 있지만, 공연이 끝나면 실컷 술을 마실 계획”이라면서 “이것 때문에 출국 날짜도 26일로 옮겼다”면서 설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는 이번 투어팀과 조만간 태국 방콕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방콕 공연은 처음”이라는 그는 “이 투어는 한국에서 2005년에서 첫선을 보인 그때를 떠올리게 해 굉장히 흥분된다”고 했다. 방콕 공연 후에도 그의 공연 스케줄은 내년까지 가득 찼다. 당분간 한국 무대에서 그를 볼 일이 없다. 하지만, 브래드 리틀을 사랑하는 한국 관객에게 반가운 소식 하나. 그는 한국에서 다시 공연을 한다면 자신이 직접 연출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이르면 내년, 늦어도 2년 후에는 새로운 작품을 들고 한국에 올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매우 신이 나는 표정으로 작품에 대해서는 “20년 넘게 해온 공연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올리지 않은, 매우 독특한 뮤지컬”이라는 정도만 알렸다. “2~3년 후에 한국에서 내 이름을 딴 뮤지컬 아카데미를 세우는 것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뮤지컬을 만드는 방식이 한국과 다른 나라가 무척 다르다. 나는 둘 다 경험했고, 각각의 장점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잘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지만, 일단은 한국 공연을 마무리하는 것이 먼저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항상 어디서나 매우 열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어서 힘이 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까다롭다”고 했다. “내게 기대하는 수준이 있고, 그것을 유지하길 바라는 마음을 잘 알고 있어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늘 긴장된다”는 그는 “이것이 내게서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남은 공연 동안 이 컨디션을 지키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면서 섬세한 손을 불끈 쥐어 보였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13년 만에 이룬 꿈 ‘마그리트’ 김주원

    13년 만에 이룬 꿈 ‘마그리트’ 김주원

    ‘목선이 아름다운 발레리나’ 김주원이 애절한 사랑을 그리는 여인으로 돌아온다. 김주원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홀로서기를 선언한 지 9개월 만에 오르는 무대는 ‘마그리트와 아르망’. 지난 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그는 이 작품에 대해 “13년 만에 이루어진 꿈”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품은 영국 로열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프레데릭 애쉬튼(1904~1988)이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춘희’와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했다. 애쉬튼은 신분이 다른 두 남녀의 처연한 사랑 이야기를, 그의 뮤즈이자 20세기 최고의 프리마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과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에게 헌정했다. 폰테인이 사망한 뒤 누구도 도전하지 못했다가 당대 최고의 무용수로 꼽힌 파리오페라발레 출신의 실비 길렘(48)이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2000년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길렘과 니콜라 르 리시가 올린 공연을 보고 빠져들었다”는 김주원은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에 맞춰 이야기를 전달하고 안무를 풀어내는 것이 정말 대단했다”고 떠올렸다. “35분짜리 단막작이지만 함께 올라간 다른 작품은 기억나지 않을 만큼 강렬했고, 길렘의 연기는 ‘난 영원히 마그리트를 못할 거야’라고 느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마그리트는 줄리 켄트(아메리칸발레시어터), 니나 아나니아쉬빌리(그루지아발레단) 등 세계적인 프리마 발레리나만 연기했다. ‘폰테인을 위한 헌정 공연’이라는 의미가 짙어 로열발레단이 쉽게 공연을 허락하지 않는 탓이다. 김주원은 지난해 말 프로필과 공연 영상, 함께 공연한 무용수들의 평가까지 발레단이 요구하는 자료를 만들어 보냈고, 결국 얻어냈다. 동양인 발레리나로서는 처음이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했던 김현웅(워싱턴발레단)은 아르망 역을 맡아 오랜만에 국내 팬을 만난다. 볼쇼이발레단과 로열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이렉 무하메도프를 비롯해 황혜민·엄재용·한상이(유니버설발레단), 윤전일(루마니아 국립오페라발레단), 이원철(전 국립발레단)이 무대에 오른다.공연은 4월 5~7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02)517-024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사회·정치 환경 바꾸는 21세기 여성의 영향력

    미국의 사유자산 중 51.3%를 여성이 소유한다(마티 바레타, 2006년 조사).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면서 재산을 상속한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여성의 수익력이 증가한 결과다. 개인 사업체 중 여성 경영 기업은 1997년에 26%였지만, 2007~2008년에 40%에 육박했다. 국제통화기금이 2009년에 발표한 세계 전망을 보면 미국 여성의 구매력은 4조 9000억 달러였다. 여성이 최초의 투표권을 갖게 된 것은 120년 전 뉴질랜드(1893년)였다. ‘3·8 여성의 날’을 만들었지만, 미국은 그로부터 30여 년 지난 1920년에야 여성 참정권을 인정했다. 쿠웨이트 여성들은 2005년에 투표권을 얻었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여전히 모든 성인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는 않고, 기혼여성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척박한 정치 환경에도 중동국가에서 정치력을 발휘하는 여성 의원들은 증가추세다. 여성을 중심으로 한 힘의 변화는 이미 여러 방식으로 많이 다루어졌다. 최근 번역돼 나온 ‘빅 보스가 된 여자들’(매디 디히트발트·크리스틴 라손 지음, 김세진 옮김, 북돋움 펴냄)은, 그 과정과 현재, 미래 전망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종합판이라고 할 만하다. 여성이 경제력을 발휘하는 단계를,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의 욕구설에 빗대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서 다음 단계 욕구를 충족한다는 이론이다. 여성의 성장 단계는 생존-독립-영향력 단계로 나뉜다. 남성에게 의존하던 때가 생존 단계라면, 교육을 받고 투표권과 직업을 가지면서 독립 단계에 이르렀다. 현재는 권력이나 재력 같은 자신의 자산을 이용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여성의 영향력은 작게는 가정과 직장에서부터 크게는 사회와 경제, 정치 환경을 다양한 방식으로 바꾸고 있다. 책은 영향력 단계에 올라선 여성의 이야기를 책은 생생한 사례와 자료로 소개한다. 아버지와 남편에 이어 워싱턴 포스트를 경영한 캐서린 그레이엄부터 여드름 예방에 초점을 맞춘 피부 관리법을 선보이고 정보성 의료광고를 처음 제작한 의사 케이티 로던까지, 다양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잘난 여성의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여성의 힘과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고 판단해야 하는지 남녀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1만 5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궁금하다, 현대무용

    궁금하다, 현대무용

    국립현대무용단은 색다른 시도가 돋보이는 두 작품을 나란히 선보이면서 올 시즌을 연다. 실험적인 현대무용에 친절한 해설을 곁들인 ‘홍승엽의 댄스살롱’이 오는 29일부터 4월 4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현대무용은 추상성이 강해 해설을 덧대는 경우가 거의 없다. 현대무용이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현대무용에 조금 더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젊은 안무가들로부터 창작 의미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공연에는 김정은, 박근태, 송주원, 안영준 등 안무가 4명이 각각 ‘숫자 3의 의미’, ‘짝사랑에 대한 고찰’, ‘기억을 바라보는 시선’, ‘카니발의 다의적 의미’를 선보인다. 공연 시간은 작품당 15~20분 정도로 한 작품을 마무리하면 홍승엽 예술감독과 안무가들의 대화가 이어져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공연장 로비는 문화 살롱으로 변신시켰다. 현대무용과 관련 있는 미술 작품과 연습 사진 등을 전시하고 음료를 준비해 공연 전후에 안무가와 관객이 자유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 4월 5~7일에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홍 예술감독의 대표작 ‘벽오금학’이 오른다. 현대무용을 문학에 접목해 창작 활동을 벌여 온 홍 예술감독의 레퍼토리 중 하나다. 홍 예술감독은 이상의 문학 세계를 소재로 한 ‘13 아해의 질주’(1995)를 시작으로,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에서 변형한 ‘다섯 번째 배역’(1998),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에쿠우스’에서 나온 ‘말들의 눈에는 피가’(1999), 중국 현대문학가 루쉰의 ‘아큐정전’이 바탕이 된 ‘아큐’(2006), 일본 근대문학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 ‘라쇼몽’을 해석한 ‘라쇼몽-어쩔 수 없다면’(2012)을 차례로 공연했다. 1996년에는 한국문인협회가 수여하는 ‘가장 문학적인 현대무용가상’을 받기도 했다. ‘벽오금학’은 소설가 이외수의 ‘벽오금학도’(1992)를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2010년에 첫선을 보였다. 인연을 주제로 땅, 하늘, 사람의 연을 섬세한 움직임으로 풀어낸다. 두 공연 모두 입장료는 1만 5000원이다. (02)3472-142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신춘문예가 선택한 신작 맛보기…서울신문 등단 ‘기막힌 동거’ 등 7편

    2013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희곡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신춘문예 단막극제’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다.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최하는 ‘신춘문예 단막극제’는 그해 희곡 부문에 당선된 신예 작가들의 데뷔를 축하하며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기회를 주고 관객에게는 신예 작가들을 알리는 의미 있는 기획이다. 서울신문을 비롯해 한국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경상일보, 부산일보 등의 신춘문예 당선작과 한국희곡작가협회의 신춘문예 당선작까지 모두 7개 작품이 공연된다. 이번 단막극제에서 ‘기막힌 동거’를 올리는 임은정 작가는 “배우들의 읽기에 참여하고 연출의 해석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면서 “기성 연출가의 풍부한 경험과 원숙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 작품에서 새로운 면을 끌어내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기막힌 동거’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단칸 월세방을 시간을 정해 놓고 나눠 사용하면서 월세도 분할하는 다섯 남녀를 이야기한다. 생존과 주거 문제를 타개하려는 인물들의 노력이 황당하면서도 코믹하다. 박원경 연출은 “그 즐거움을 맛보는 순간 마음 언저리에 아픈 눈물이 고이는 것을 인지하는 블랙 코미디를 만들려 한다”고 의도를 전했다. 동화 같은 설정 속에서 부조리한 세상의 근원과 고독을 그려낸 김성제 작가의 ‘동화동경’(한국일보)은 박정의 연출을 만나 아름답고도 잔혹한 연극으로 태어난다. 꿈을 이식한다는 참신한 소재로 쓴 민미정 작가의 ‘당신에게서 사라진 것’(한국희곡작가협회)은 송미숙 연출가와 함께 “당신이 잃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최준호 작가의 ‘일병 이윤근’(동아일보)은 군대를 배경으로 젊은 세대의 솔직한 자화상을 그렸다. 장경욱 연출은 이 작품에서 각자의 이해타산을 위해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모순을 들여다본다. 이미경 작가의 ‘우울군 슬픈읍 늙으면’(조선일보)은 노인들만 사는 시골의 풍경을 수사극 형식으로 풀었다. 최재오 연출은 노인들의 외로움, 추억과 기억, 욕망을 코믹하고 기묘하게 들춘다. 염지영 작가의 ‘나비에 대한 두 가지 욕망’(경상일보)은 산속에 숨어 사는 두 자매와 그들을 찾아온 언니의 10년 전 약혼자의 관계에서 인물의 욕망과 갈등을 조명한다. 박승원 연출은 이 작품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의 구원을 꺼내 든다. 현찬양 작가의 ‘401호 윤정이네’(부산일보)는 이기도 연출과 손잡고 평범한 이름을 가진 윤정을 통해 세상과 인물에 대한 시선과 생각을 드러낸다. 작품마다 공연 시간은 50분 정도다. 공연 기간 매일 오후 3시부터 7편을 차례로 공연한다. 편당 관람료는 5000원, 전 공연 관람권은 2만 5000원(한국공연예술센터 홈페이지에서만 예매)이다. (02)6402-632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맑고 깨끗한 울림, 봄을 깨운다

    맑고 깨끗한 울림, 봄을 깨운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12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올해 첫 연주회 ‘청연’을 연다. ‘맑고 깨끗한 인연’이라는 뜻을 둔 ‘청연’ 무대에서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곡가 4명의 초연곡을 최정상 연주가와 협연한다. 공연은 이강덕(1928~2007) 전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악장의 ‘송춘곡’(1965)으로 막을 올린다. 나른한 아지랑이, 움트는 신록, 간드러진 버들피리 등 짤막한 봄의 풍경을 모은 곡이다. 이어 KBS국악관현악단의 이준호 상임지휘자가 작곡한 피리 협주곡 ‘상령산’을 선보인다. 상령산은 영산회상, 평조회상 등의 첫머리에 연주되는 곡이다. 이 지휘자는 표정만방지곡(관악영산회상)과 유초신지곡(평조회상)의 상령산을 모아 화려함과 정적인 느낌을 넘나드는 피리 협주곡으로 창작했다. 강영근 이화여대 교수가 피리 협연에 나선다. 임준희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는 ‘혼불’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 ‘혼불 V-시김’을 초연한다. 이 시리즈는 최명희(1947~1998) 작가의 동명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 것으로, 1권부터 각 권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가야금과 거문고 협주곡으로 만들어 왔다. 이번 작품은 5권 ‘아소 님하’에서 받은 이미지를 해금 독주곡으로 풀었다. 정수년 한예종 교수가 협연한다. 김성경 추계예술대 교수는 남도소리의 신가악(新歌樂) ‘서녘·바람’을 연주한다. 김남조 시인의 시에 남도소리의 음악 어법과 국악관현악을 접목했다. ‘심청가’ 이수자인 조주선 한양대 교수가 무대에 올라 우리 소리를 싣는다. 조원행 충주시립우륵국악단 상임지휘자는 2006년 첫선을 보인 25현 가야금 독주곡 ‘비가(歌)’를 새롭게 가야금 협주곡으로 구성했다. 홍주희 수원대 교수가 가야금의 세련된 선율을 덧댄다. 2만 5000~3만 5000원. (02)399-1114~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사적인 감정 나올까봐 연습 따로 가요”

    “사적인 감정 나올까봐 연습 따로 가요”

    “무조건 (출연)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환희다.”(전혜진) “실제 부부로서 부부 역할을 한다는 게 부담이 된다. 무대에서 떨림이 있겠지만 즐기려고 한다.”(이선균) 5일 서울 중구 명동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연극 ‘러브, 러브, 러브’(이하 ‘러브’)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이선균(38)과 전혜진(37)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연극 ‘러브’는 영국 극작가 마이크 바틀릿의 2010년 작품으로, 베이비붐 세대 남녀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한 세대의 열정과 망상 등을 현실감 있게 다룬다. 이선균·전혜진 부부는 작품 속에서 케네스·산드라 부부를 연기하면서 19세부터 63세까지 폭넓은 나이대의 모습을 소화한다. 전혜진은 “산드라는 좋은 집에서 여유로운 삶을 살지만 뭔가 잃은 듯한 허전함을 느끼고, 자유와 구속이 공존하는 사랑을 찾는 사람”이라면서 “우리도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 안에 약간의 공허함이 있었다”면서 역할에 대한 공감을 에둘러 말했다. 이선균은 뮤지컬 ‘록키호러쇼’(2001)로 데뷔했지만 이후 방송과 영화에만 전념해왔다. 뮤지컬 ‘그리스’ 이후 10년 만에 오르는 연극무대라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한다. 실제 부부가 부부 연기를 하는데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선균은 “서로 견제가 심하다”면서 “실제 생활 속 감정을 갖고 무대에 오르면 관객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연습하러 나올 때조차 따로 나온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연출과 번역을 맡은 이상우 극단 차이무 대표는 “번역을 하면서 산드라 역할로 전혜진이 그냥 떠올랐다. 이선균은 전혜진과 함께 낚싯줄에 걸리듯 끌려 온 경우”라면서 “이 부부가 어떤 말투로 대화하고, 어떻게 싸우는지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극중 부부와 굉장히 잘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은 세대 간 갈등과 충돌의 해결점은 역시 사랑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 ”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27일부터 4월 21일까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우리 문화유산이 춤무대 오른다

    우리 문화유산이 춤무대 오른다

    국내 유일의 한국창작춤축제인 ‘한국무용제전’이 오는 1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린다. 27회째를 맞이한 한국무용제전은 올해 주제를 지난해와 같은 ‘세계 속의 한국문화유산을 춤추다’로 정하고, 종묘제례악부터 아리랑까지 우리 문화유산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준비했다. 축제를 준비한 한국춤협회의 백현순(한국체육대 무용과 교수) 회장은 “우리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기쁜 소식이 전해지지만 그런 뒤에는 관심이 사그라지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지난해의 연장선에서 주제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 참여한 안무가들이 다른 시각으로 풀어낸 신작들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13일 개막 축하공연은 문화유산의 원형과 창작이 어우러지는 공연으로 꾸며진다. 김영숙 정재연구회 예술감독이 진행하는 종묘제례악보존회의 ‘종묘제례악’, 법현 스님(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의 ‘영산재’, 국립국악원의 ‘강강술래’, 최정임 정동극장장의 ‘동백꽃 아리랑’, 윤덕경 서원대 교수가 강릉단오제를 바탕으로 안무한 ‘해가 뜨는 날’, 박재희 청주대 교수의 한영숙류 ‘태평무’, 한명옥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의 ‘소고춤’이 펼쳐진다. 15일 공연에서는 채향순 중앙대 교수가 안무하고,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한 ‘사당각시’가 오른다. 핍박 속에서도 처절한 예술혼을 피워낸 남사당패의 여정과 사랑을 그렸다. 정선혜 한예종 교수가 강강술래와 설화를 접목한 ‘문지기 문지기 문열어라~’, 최병규 서울예술단 지도위원이 안무한 ‘아리랑 수월래’가 이어진다. 17일에는 박시종 청주대 교수가 영산재 나비춤을 처연한 몸짓으로 표현한 ‘나비꽃 한 쌍’을 비롯해 김용복 얼몬무용단 예술감독이 판소리 춘향가를 몸의 언어로 변형한 ‘춘향’, 춤·전라북도 이경호 무용단이 ‘태조의 꿈’을 선보인다. 20일에는 김남용 한성대 무용과 교수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김은희무용단의 김은희 대표가 안무한 ‘처용’, 백정희 한국무용과학회장이 제주칠머리당굿에서 낯선 움직임을 끌어낸 ‘바람아래’를 펼친다. 2만~3만원. (02)410-6888.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거부 못할 작품의 매력, 대체 난 무슨 짓 한 건가”

    “거부 못할 작품의 매력, 대체 난 무슨 짓 한 건가”

    순수한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가 사랑을 갈구하다가 뱀파이어로 변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2010년 초연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소재와 구성이 독특했고, ‘콘서트형 록 뮤지컬’답게 100분 정도 되는 공연시간 동안 강렬한 비트의 음악 22곡이 이어졌다. 입소문이 퍼져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고, 공연기간을 연장했다. 공연은 단 한 사람이 이끌어간다. 상황에 따라 등장하는 멀티맨이 하나 있지만, 모노드라마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무시무시한 배역’을 뮤지컬 경력이라고는 고작 한 작품밖에 없던 배우가 맡았다. 원래는 더블캐스팅이었는데 공연을 2주 앞두고 성대 이상을 느낀 배우가 하차했다. 부랴부랴 다른 배우를 섭외했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이라 바로 무대에 투입할 수 없었다. 개막 후 2주 정도 한 회도 쉬지 않고 공연했다. 배우는 연습을 하면서, 공연 내내 끊임없이 되뇌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고, 어떻게 했나 싶다. 그래도 애착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배우는 그래서 다시 공연하기로 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또 이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초연에 이어 재공연에서도 프로페서V가 된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 허규(35)의 얘기다. 그는 검은색 셔츠에 바지, 가죽재킷을 입고 페도라를 쓴 차림으로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있는 한 카페에 나타났다. 밝은 갈색 곱슬머리와 뽀얀 얼굴, 여린 몸매가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캐릭터 같다. 그런데 무대에서는 돌변한다. 힘이 넘치는 가창력으로 무대를 장악한다. 그래서 ‘마마, 돈 크라이’에서 순수청년이 기괴한 매력을 뿜는 프로페서V로 옮겨 가는 역할이 그렇게 잘 어울렸던 건가 싶다. “지금까지 활동을 끌어온 발판은 이 한마디였을지도 몰라요. ‘네가 필요해’. 장점이자 단점이죠. 이 말에 선뜻 몸을 움직이고, 제안을 받아들이거든요.” 뮤지컬 ‘오디션’(2009) 무대에 올랐던 것도 ‘노래 잘하고 기타 잘 치는 배우가 필요하다’고 해서였다. ‘마마, 돈 크라이’ 초연에서도 같은 이유로 손을 내밀기에 덜컥 잡았다고 했다. 당시 김운기 연출가와의 대화를 재구성하면 이렇다.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노래만 잘하면 돼.”(김 연출) “춤이 안 되거든요.”(허규) “콘서트에서 하듯 흔들면 되지.”(김 연출) “저 연기도 못 해요.”(허규) “콘서트에서 노래 중간에 말하는 것처럼만 하면 되거든.”(김 연출) 그런데 웬걸. 무대에서 내내 혼자였다. 대본 두께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됐고, 전곡을 혼자 소화했다. 연습기간 40여일, 공연 기간 50여일을 거치면서 주변 사람들도 ‘강철성대’로 인정하던 목에 물혹이 생겼다. 그래도 그때 그 무대에서 공연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관객이 나만을 집중해서 봐주는 데에 희열을 느꼈죠. 대학 밴드 동아리 활동을 했을 때 10개월 동안 공연 준비를 하고 단 30분 무대에 오른 뒤에 무대 세트를 정리하면서 굉장한 공허감이 밀려왔거든요. 그 공허를 채워 주는 만족감이었습니다.” 그가 다시 ‘마마, 돈 크라이’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밴드 브릭의 멤버로서, 또 영화 ‘국가대표’와 ‘R2B: 리턴투베이스’ OST에 참여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광화문연가’, ‘파라다이스 티켓’ 등 뮤지컬 경력도 차곡차곡 쌓았다. 자신감이 붙을 법도 한데, 다시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초연 때와 많이 달라졌어요. 프로페서V가 소화할 곡은 한 곡 줄었지만, 뱀파이어가 실체를 드러내면서 부르는 노래가 5곡 추가돼 관객이 만나는 음악은 더 풍성해졌죠. 하지만 매혹적인 뱀파이어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체감 난이도는 더 커진 거예요. 게다가 뱀파이어(고영빈·장현덕)가 늘씬하고, 정말 매력적이거든요.” 그는 하고 싶은 작품으로 ‘모차르트 오페라 락’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꼽는다. 록이라는 음악이 있어서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표는 아직 세우지 못했어요.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배우라는 평가를 받고, 가수로서 확실한 색깔을 구축할 수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죠.”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마마, 돈 크라이 9일~5월 26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김운기 연출, 극·작사 이희준, 작곡 박정아. 5만원. 1577-3363.
  • [박근혜정부 국정과제 이렇게 풀자] ‘검찰·정치개혁’ 유사… 실행의지가 관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통 법안으로는 검찰개혁 법안들과 정치개혁 법안들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법안 통과를 놓고서는 양당이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어 국민이 개혁을 체감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이 담긴 법안은 ‘검찰청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본부를 폐지하고 감찰을 담당하는 대검찰청 검사를 외부에서 공모하게 되어 있다. 또 검사징계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검사의 징계사유에 인권침해행위, 금품수수와 향응 등 경제적 편의 제공 등을 추가했다. 이들 법안은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다만, 검찰개혁이 공통 공약이기는 하지만 양당의 온도 차이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중수부 폐지 등 양당 이견이 없는 공통 공약에 대해서는 추진에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등과 같은 공통 공약이 아닌 부분까지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변재일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가 실종된 것은 아닌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변 의장은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강력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고 공약집에 반영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한 국정과제는 상설특검제 등 핵심공약이 실종되거나 왜곡됐고 공약집보다 추상적인 표현으로 일관해 검찰개혁의지 실종을 바로 드러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 당은 정치개혁에 대한 인식도 비슷하다. 대통령 권한 축소, 국회 및 정당의 기득권 포기가 핵심이다. 우선 양당 모두 제왕적인 대통령 권력 분산 방안으로 총리 권한 강화를 공통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은 총리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주겠다고 약속했고, 민주당은 ‘책임총리제’를 들고 나왔다. 정당 개혁에 대해서는 여야 동시 국민참여경선 실시를 법제화해 공천개혁을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중앙당의 정치적 권한을 각 시·도당에 이양해 분권 정당을 만들자는 데도 생각이 일치한다. 또 기초단위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을 공통으로 제시했다. 국회 개혁과 관련해서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역할 강화와 예산결산위원회 상설화를 약속했다. 이런 공약의 상당수는 그동안 정치권 내에서 논의돼 온 과제들이다. 하지만 정치개혁 공약들은 대선 기간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측면도 적지 않다. 때문에 이를 이행하려면 정치권의 의지도 필요하다. 당장 새누리당 관계자는 “정당 분권화, 비례대표 확대 등은 정치권의 오랜 과제이지만 실제 시행되면 상당한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며 “막상 도입하려면 상당한 진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런 부정적 의견 등을 고려하면 정치개혁 공약에서는 국회의원 겸직 금지, 국회윤리특위 강화 등 상대적으로 쟁점이 덜한 공약들부터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그림에서 읽어낸 삐딱한 철학 이야기

    수백개 단어로 된 책 한 권보다 그림 한 장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을 때가 있다. “철학자의 지성은 미술가의 감각에 비해 느리고 철학자의 구상은 미술가의 상상력에 비해 공허하다. (중략)그래서 철학자는 미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철학자는 화가의 그림을 시대적 상황과 삶의 관점에서 사유하고, 자신들의 입을 통해 그림을 해석해낸다. 그 생각의 연결고리를 엮어 풀어낸 것이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김범수,·김성우 등 11명 지음, 알렙 펴냄)이다. 책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1844)에서 사마천과 공자를 떠올리면서 시작한다. ‘세한도’는 단정한 추사의 글씨와 거친 붓놀림, 나무 두 그루,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구도를 가진 집채가 어우러진 그림이다. 이것이 명작으로 손꼽히는 것은 추사의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주로 유배온 자신에게 귀한 책을 보내준 역관이자 제자인 이상적에게 감사와 칭찬을 담아 추사는 그림의 발문에 이렇게 썼다. “태사공(사마천)이 이르길 ‘권세와 이익으로 만난 관계는 권세와 이익을 다하고 나면 사귐 또한, 끝난다’라고 했다.(중략) 태사공의 말이 틀렸단 말인가?” 발문에서 또 “공자께서 이르시길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셨다. (중략)한갓 늦게 시드는 굳센 절개 때문만이 아니라 또한 날씨가 추워진 뒤에 감동한 점이 있어서일 것이다”라고 했다. 추사의 그림은 감내해야 할 곤궁하고 혹독한 ‘세한’이지만 “온 세상이 어지러워진 뒤에야 비로소 깨끗한 선비가 드러”난다는 속뜻을 품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영국 현대화가 베이컨의 왜곡된 얼굴(‘자화상’)에서 프랑스 현대 사상가 들뢰즈는 자신의 존재론을 완성했고, ‘구두 한 켤레’를 두고 반 고흐는 예술을 말하고 하이데거는 사물을 떠올리기도 했다. 화풍과 철학 사조에 따라 읽기 난이도에 차이가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재와 풀이가 흥미롭다. 1만 7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경계, 넘어야 예술이지

    경계, 넘어야 예술이지

    우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음악 발전에 대한 노력도 없이 예술가랍시고 잰 척하는 모습이 그렇게 싫었다. 국악계의 줄서기에 치가 떨렸다. 어떻게 우리 음악을 해 나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을 모아 연구 모임을 시작했다. 2006년, 아쟁 연주가 신현식(34)은 그렇게 친구들을 만났다. 추구할 음악 방향에 대해 어느 정도 가닥을 잡고 틀거리를 만들어 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출신 20대 연주자들이 의기투합해 프로젝트 국악그룹이 탄생했다. 신현식을 비롯해 하세라(가야금), 김진혁·김지혜(타악), 이봉근(소리), 정송희(피아노, 작·편곡)가 모인 ‘앙상블 시나위’다. 그게 2007년. 음악학원을 빌려 수업이 없는 새벽 시간에 연습을 하고, 근근이 음악을 만들며 공연하기를 2년. 눈여겨보던 공연기획자를 만나 음반을 내고 초청 무대도 조금씩 늘었다. 2011년 5월에는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의 상주예술단체로 지정됐다. 충무아트홀을 기반으로 다양한 시도를 한 공연을 올리면서 지난해에는 KBS국악대상에서 연주(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앙상블 시나위의 목표는 확고하다. “이 시대의 전통을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우리 음악이라는 양식을 바탕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새로운 전통을 쌓아 가야 한다. 우리 것을 지키면서 다른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하고 우리 음악의 현재와 변화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신현식) 연극, 무용, 재즈, 클래식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눈이 번쩍 뜨이고 귀가 뻥 뚫리는’ 공연을 만들어 왔다. 2일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여는 ‘시간 속으로-판소리, 통섭의 가능성’은 연극과 판소리 눈대목을 섞었다. 이미 지난 1월 서울 마포구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선보여 융합의 효과를 검증받았다. “우리 음악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내용을 익히 알고 있는 판소리로 감동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랐어요.”(이봉근) 바람은 객석으로 확실히 전달됐다. 심봉사가 눈을 뜨는 ‘심청가’의 눈대목에서는 배우 고수희가 심청을 애틋하게 표현하고 이봉근이 절절하게 받아치면서 객석에 나직한 흐느낌이 퍼졌다. 월북 작가 박기동이 죽은 누이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 ‘부용산’을 바탕으로 작곡한 음악과 앙상블 시나위의 새 음반 ‘시간 속으로’에 담긴 ‘하루 종일’을 엮어 선보이자 그립고도 짠한 마음이 밀려들어 왔다. 가야금과 피아노의 경쾌함과 아쟁의 묵직함, 장구와 북 등 타악의 박자감에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고수희와 김주완의 연기가 덧대어져 공연 내내 희로애락이 휘몰아쳤다. 이번 공연은 극단 골목길의 박근형 연출가와 함께 하는 다섯 번째 작업이다. 2011년 앙상블 시나위 공연을 본 박 연출가가 신현식에게 “한번 재미있게 놀아보자”고 제안했고 그해 8월 연극 ‘햄릿 업데이트’에 참여했다. 9월 김덕수 한예종 교수와 소리꾼 오정해가 합세해 ‘전통에서 길을 찾다’를 선보였고 이후 김시습과 단종, 세조의 이야기를 시적으로 구성한 ‘전통에서 말을 하다’(2012년 2월), 현대무용·발레·씻김굿 등을 접목한 ‘전통에서 춤을 추다’(2012년 3월)를 연달아 올렸다.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의 시도는 앙상블 시나위에게 존재의 이유이자 음악의 지향점이다. 지난해 10월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공연한 ‘영혼을 위한 카덴차’에서 전통음악과 서양음악의 결합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해는 일본 아오모리 예술원의 국제교류기금 지원을 받아 한국과 중국, 일본 7개 도시에서 공연할 계획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이 공연에서 음악감독을 맡았다. 매년 1~2월 전남 화순에서 충전 겸 음악 작업을 아우르는 ‘산공부’를 한다는 앙상블 시나위는 공연을 위해 지난 27일 서울에 도착했다. 오자마자 기자를 만났으니 피곤할 법도 한데 멤버들에게 생기가 돈다. 이 기간에 3집 음반에 들어갈 곡 일부를 준비했고 멤버들의 장기 계획까지 마무리했단다. 연습실에 들어가더니 주섬주섬 악기를 펼쳐놓고 또 연습이다. “앙상블 시나위는 즐거운 배움터이고 모든 것을 쏟아내는 삶”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서 20~30대 젊은 세대의 전통음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진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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