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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얘들아~ 공연 보고 즐기자 엄마·아빠~ 신나게 놀아요

    얘들아~ 공연 보고 즐기자 엄마·아빠~ 신나게 놀아요

    어린이날에는 주변 곳곳이 가족 놀이터로 변신한다. 어디에 가야 할지 고민이라면, 집 가까운 곳 공연장을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아트센터는 5일 야외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가족 문화 이벤트를 펼친다. 오후 1시 아프리카 공연단체 ‘아닌카’의 민속춤과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매 시간 안애순무용단과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앙상블의 ‘동화의 나라’, 스윙댄스 ‘딴따라 땐스홀’, 저글링과 마임쇼 ‘붐헤드’가 이어진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에어바운스(공기를 넣은 놀이기구) 놀이터, 벽에 색칠하며 즐기는 드로잉월, 얼굴을 장식하는 페이스페인팅 등을 준비했다. 오후 4시에는 대극장에서 일반인 댄스 경연대회인 ‘누구나 댄스’ 결선 무대를 연다. 입장료는 1000원이다. (02)440-0500. 경기 고양시 성사동 고양어울림누리는 어린이날을 맞아 ‘어린이의 꿈’을 주제로 한 공연과 야외체험장을 마련했다. 별모래극장에서는 5일까지 관객 참여극 ‘달려라 달려 달달달’을 공연한다. 할머니 댁에 놀러온 어린이들이 함께 수수께끼를 풀어 가는 이야기로, 아이들이 무대소품과 배경음향을 만들고 연기를 하면서 공연을 채운다. 5일 어울림광장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고누놀이(전통말판놀이), 유객주놀이, 죽방울놀이, 버나놀이 등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우리 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마림바와 교육용 악기인 붐웨커를 이용해 유쾌한 타악 연주를 하는 ‘잼스틱’ 공연, 팝핀현준 크루의 ‘팝핀댄스’, 장애인 연희단 땀띠의 ‘삼도농악가락’, 전통판소리극 ‘흥보야 대박나라’ 등 야외 공연이 풍성하다. 1577-7766. 경기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어린이날을 가족 공연으로 알차게 꾸몄다. 4~5일 행복한대극장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발레 ‘백조의 호수’를 올린다. 발레 무용수들이 동물 인형옷을 입고 선보이는 인형 발레다. 이 기간에 아늑한소극장에서는 과학뮤지컬 ‘에디슨과 유령탐지기’를 공연한다. 할아버지의 거실, 침실, 현관을 돌며 에디슨의 발명 원리를 알려 준다. 5일에는 경기 용인시 보라동 경기도국악당 흥겨운극장에서 국악뮤지컬 ‘콩쥐 킥! 팥쥐 쇼크!’를 연다. 지혜로운 콩쥐와 코믹한 팥쥐가 꾸미는 신명 나는 마당극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는 5일 ‘어린이날 도서관 큰잔치’를 연다. 도서관이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회. 지식도 얻고 상상력도 키우는 ‘동화구연’과 ‘영어그림책 스토리 타임’, 가상현실에서 동화 속 주인공이 되는 ‘체험형 동화구연’, 영화 ‘안녕 자두야’ 상영, 어린이 뮤지컬 ‘리치마우스’와 클래식 연주회 ‘작은 음악회’ 공연 등을 준비했다. (02)3413-483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주연 마이클 리·음악감독 정재일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주연 마이클 리·음악감독 정재일

    21살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25살 팀 라이스는 1969년 전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인간으로서 예술의 고뇌와 예수를 사랑한 유다의 이야기를 다룬 ‘수퍼스타’ 싱글 음반 하나로 세계에 천재의 탄생을 알렸다. 이듬해 록 오페라 형식의 뮤지컬로 완성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수퍼스타)는 미국 브로드웨이에 올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유다의 ‘수퍼스타’를 비롯해 예수의 ‘겟세마네’, 마리아의 ‘어떻게 사랑하나’ 등 아름답고 난도 높은 음악을 쏟아내면서 지금까지 전 세계 42개국 1억 5000만명을 열광시켰다. 진기록, 스타캐스팅, 스타제조기 등 화제도 수두룩하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초연(1972) 후 무려 8년 동안 공연하면서 당시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웠다. 초대 예수인 영국 록밴드 딥 퍼플의 이언 길런을 비롯해 에어 서플라이 멤버 러셀 히치콕과 그레이엄 러셀(1972 호주), 테드 닐리(1973 할리우드 영화), 헤비메탈그룹 스키드 로의 멤버 세바스찬 바하(2002 미국 투어), 록스타 엘리스 쿠퍼(2000 음반), 영화배우 잭 블랙(2006 할리우드 공연) 등 스타들이 활약했다. 2004년 정식 라이선스 공연 이후 2007년 공연에 이어 6년 만에 한국 무대에 다시 오른 ‘수퍼스타’도 화젯거리가 다양하다. 박은태, 한지상, 정선아, 김태한 등 내로라하는 뮤지컬 배우가 총출동했다. 아이돌그룹 2AM 멤버 조권이 헤롯왕으로 출연해 단 5분 등장으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는다. 이들 가운데 마이클 리와 정재일을 ‘수퍼스타 중 수퍼스타’로 꼽는 데 이견이 없다. 브로드웨이에서 400회 이상 예수와 유다로 출연한 마이클 리(왼쪽·39)는 한국말이 서툴지만 가사 전달이 완벽하다. 예수의 마지막 말 “다 이루었다”를 내뱉는 순간 객석에는 눈물이 봇물처럼 터진다. 한상원, 윤상, 유희열, 김동률 등 난다 긴다 하는 음악인이 입을 모아 ‘천재 뮤지션’이라고 칭찬하는 정재일(오른쪽·31)은 이번 작품에서 음악 수퍼바이저를 맡고 지휘에도 참여했다. 이전 작품보다 음악이 더 촘촘해졌다는 후한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두 사람은 ‘수퍼스타’라는 말에 쑥스러워하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마이클 리는 “한국 공연은 정말 멋지다”는 극찬으로 입을 열었다. 2006년 ‘미스 사이공’으로 한국 공연을 했지만 완전히 한국 작품에 투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로드웨이와 작업 과정, 방식이 완전히 달라서 긴장했는데 점점 편해지고 있다”는 그는 “특히 한국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매우 헌신적으로 도와주고 있어서 점점 정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명확한 가사 전달력을 두고 그는 “제작진과 스태프의 도움이 정말 컸다”고 했다. “언제나 배역을 이해하고 노래하려면 더 많이, 더 광범위하게 공부해야 해요. 이번에는 200% 더 열심히 했어요. 영어 가사는 익숙하지만 한국 가사로 바뀔 때 어떤 의미인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다시 익혀야 하거든요.” 마이클 리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정재일은 “마이클 리는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 집중하며 모든 이야기를 강력하게 전달한다”고 힘을 보탰다.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오리지널 버전과 호주 버전, 최근 영국 아레나 투어 버전까지 거의 모든 ‘수퍼스타’를 다 봤지만 마이클 리의 예수는 가장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마이클 리가 부르는 ‘겟세마네’는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신이 준 의무와 고통을 두려워하는 인간적인 면모 사이에서 화내고 울부짖고 갈등하다가 결국 받아들이는 ‘인간’ 예수의 심경 변화가 제대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정재일은 “음악이 주가 된 무대 퍼포먼스는 많이 했지만 정식으로 뮤지컬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이 작품은 엄청난 고전이라 기가 눌리는 느낌을 받는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잘해도 본전이지만 반대로 굉장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원작의 강력한 에너지를 더 증폭시키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바탕은 록이지만 계속 들어 볼수록 리듬앤드블루스, 현대음악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그런 부분들은 더 극대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연기와 지휘, 무대 위에서 또는 아래에서, 다른 방식으로 공연에 참여하지만 두 사람의 의견은 한 곳으로 모아진다. 예수와 유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종교적 관점을 떠나 이 작품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는 예수에 대한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성경과 많은 책에서 예수를 ‘신의 인간 버전’이라고 말하지만 예수도 결국은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인간처럼 아프고, 울고, 질투하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눈길이 가는 인간이라는 것을요.” 글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6월 9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샤롯데씨어터. 5만~13만원. 1577-3363.
  • “무대에서 영화의 표현력 실현 도전”

    “무대에서 영화의 표현력 실현 도전”

    획기적인 작품 해석과 탁월한 연출력을 인정받는 루마니아 출신 미국 연극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70)이 자신의 2010년작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2~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이 작품은 세계적인 영화감독 잉마르 베리만(1918~2007)의 동명 영화(1972)를 소재로 하고 있다. 30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서반은 동명 영화를 연극으로 만든 것에 대해 “세상에서 매우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라고 운을 뗐다.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면서 “가족 간의 관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 등을 드러내면서 이런 것들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영화는 얼굴을 클로즈업하면서 심오한 감정을 포착해낼 수 있는데 연극은 그러기가 어렵다. 그것을 어떻게 연극으로 실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연극 배경을 영화 촬영 현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연극은 로비에서 시작한다. 이곳에 모인 관객에게 베리만(졸트 보그단)이 영화를 소개한다. 극장 안으로 이동하면 온통 붉은색의 촬영 현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배우들은 부유하지만 우울한 첫째 카린과 암으로 죽어 가는 둘째 아그네스, 내연남의 마음이 식어 가는 게 불안한 막내 마리아, 이들을 돌보는 하녀 안나를 연기한다. 이들은 감독과 조수의 지시에 따라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은밀한 내면을 외치고 속삭인다. “관객들은 촬영 현장을 구경하는 사람들 역할”이라는 게 서반의 설명이다. 이 작품은 루마니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유나이터 어워즈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서반은 최우수연출상을, 보그단은 남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동성애와 자해, 환각, 죽음 등 소재가 다소 자극적이고 강렬해 18세 이상 관람가가 됐다. 공연은 루마니아 클루지 헝가리어 극단(극단장 가보 톰파)이 함께 한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봄, 고궁마다 전통 음악 활짝 핀다

    봄, 고궁마다 전통 음악 활짝 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4일부터 10월 13일까지 주말마다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를 진행한다.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종묘에서 열리는 ‘고궁에서 우리 음악 듣기’는 궁중음악, 풍류음악, 창작음악 등 다양한 영역의 우리 음악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다. 5일부터 6월 9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와 11시에 서울 종로구 와룡동 창덕궁에 있는 후원과 낙선재에서 ‘풍류음악회’가 열린다. 제한적으로 개방되는 후원을 산책하면서 김문식 단국대 교수,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에게서 조선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낙선재에서는 궁중정재, 판소리 등 공연이 이어진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경복궁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4시에 국립국악원의 연주와 춤으로 선보이는 궁중음악이 펼쳐진다. 5일 어린이날에는 가족 관람객을 위한 ‘마술과 함께하는 전통음악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우리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유산의 하나인 종묘제례악을 이해하는 시간도 준비돼 있다. 11일부터 6월 22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 재궁에서 ‘해설이 있는 종묘제례악’을 열고 종묘제례악의 역사와 가치, 구성 악기, 문묘제례악과의 차이점 등을 소개한다. 11일부터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함녕전에서는 매주 토·일요일 오후 7시 30분에 창작 국악과 동화가 어우러지는 공연이 열린다. 주관사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고궁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무대 제작과 음향, 조명은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입장료만 내고 들어오면 관람료 없이 모든 공연을 즐길 수 있다. (02)580-3275.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올여름 에든버러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놀이터

    올여름 에든버러는 한국 미디어아트의 놀이터

    오는 8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영국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2013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든버러 축제)에 한국 현대예술을 대표하는 백남준아트센터, 와이맵(YMAP), 미디어아트 작가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초청됐다. 29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주한영국문화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에든버러 축제 예술감독 조너선 밀스는 “올해 축제의 주제로 삼은 ‘예술과 기술’(Art and Technology)에 가장 부합하는 작품을 선정했다”면서 “40여개 국가에서 온 예술가 30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 교류의 장에서 이들 세 작품은 한국 현대예술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대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947년 시작된 에든버러 축제는 연극, 오페라, 무용, 시각예술, 설치예술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세계 대표 예술축제로 꼽힌다. 밀스 예술감독은 “시각과 사고의 폭을 세계로 돌려 서로 이해하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한국 단체가 서구 먼 곳에 있는 관객과 함께할 수 있는 장이 되는 동시에 베토벤, 레오나르도 다빈치, 리처드 버턴(미국 배우) 등 몇십년 전, 길게는 몇백년 전의 예술가와 현재 예술가들이 어떤 관계를 정립해 나가는지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남준아트센터는 8월 9일부터 10월 19일까지 에든버러대 탤벗라이스갤러리 등에서 ‘백남준의 주파수로:스코틀랜드 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스코틀랜드에서 처음 열리는 백남준의 개인전이자 독일에서 가졌던 첫 개인전(1953, 독일 부퍼탈)의 50주년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전시는 ‘글로벌 그루브’(1974), ‘비디오 코뮨’(1970) 등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70여점으로 꾸민다. 8월 20~21일 킹스시어터에서는 와이맵의 ‘마담 프리덤’을 올린다. 와이맵은 ‘봄의 제전’(2009),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1) 등 다양한 미디어 퍼포먼스를 보여준 공연단체. 김효진 안무가는 이번 작품에 한국춤과 정비석 작가의 소설 ‘자유부인’(1954)을 영화화한 한형모 감독의 동명영화(1957), 1960년대 TV 프로그램을 접목했다. 김 교수는 이번 축제 동안 에든버러 중심지 어셔홀 광장과 페스티벌 극장에 대규모 ‘미디어 스킨’을 설치해 새로운 공공예술로서 미디어아트도 구현한다. “예술이 어떻게 생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 작업의 목적”이라는 김 교수는 “이번 작품을 에든버러에서 경험하는 한 여름밤의 꿈 같은 느낌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한국 신무용의 큰 어른 김백봉(상)

    [명사가 걸어온 길] 한국 신무용의 큰 어른 김백봉(상)

    그의 춤을 일컬어 “몸으로 만든 최고의 문명”이라고들 한다. 서 있기만 해도 무장(舞裝)한 위엄으로 무대가 꽉 찬다. 낮게 달린 풍경을 건드리는 사소한 손짓조차 춤이 된다. ‘한국 신무용의 대모’로 불리는 김백봉(86) 선생은 인생의 발자국 하나하나에 한국춤을 꾹꾹 새겨놓고 꽃을 피워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 운동회에서 추었을 법한 부채춤부터 화려무쌍한 화관무까지, 그가 만든 한국춤은 600개가 훨씬 넘는다. 한국무용계에 난다 긴다 하는 무용인들을 길러낸 대가 중의 대가로 추앙받는다. 하얀 피부에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작은 풍경을 건드리면서 “아이고, 소리가 참 좋다”고 하는 모습은 곱디고운 ‘뽕할머니’다. 전설적인 무용가 최승희(1911~1969)의 수제자로, 한국 신무용 80년사의 산증인으로 살아온 김백봉 선생의 삶과 예술세계를 상하로 나눠 들어본다. “어느 날 아버지가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는 거예요. ‘이 사람이 훌륭한 무용가이고 한국의 보배다’라고 하셨죠.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춤을 추는 모습인데, 참 아름다웠어요.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여섯 살 때였다. 춤을 본 적도 없고, 최승희가 누군지도 모르던 꼬마 충실은 잠결에 본 사진 하나로 한평생 한 길을 걷게 됐다. 얼마나 강렬했으면 옹근 80년 전에 본 그 사진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까. 평양 시내에 자동차라고는 도지사 전용차와 기업에서 운영하는 승용차, 두 대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운전을 할 줄 아는 것은 매우 귀한 능력이었다. 게다가 아버지는 기업에서 외국 관계자들이 타는 차를 운전하면서 큰 세상을 볼 기회가 많았다. 그 기회는 충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고, 충실을 춤의 길로 이끌었다. 사진을 접한 지 7년쯤 흘렀을까. 평남 진남포에서 ‘세계적 무희 최승희 귀국 서양무용공연’이 열렸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어린 충실을 데리고 트럭을 몰아 공연장에 갔다. 김 선생은 그 공연을 당시에는 매일신보였던 서울신문사가 주최한 공연이었다고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감히 만날 수 없는 존재였어요. 아버지께서 부탁을 하니까 신문 기자가 자리를 주선해줬어요. 대기실에서 아버지가 호적등본까지 보여줬던 기억이 나요. 선생님은 조선사람이라고 좋다고 했지. ‘키가 참 크네’라면서 이거 해봐라, 저거 해봐라 많이 시키셨어요.” 이후에 중국 공연을 다녀와서 만나자고 했는데, 소식이 없었다. 평양 명륜실업여학교에 진학해 공부하던 1941년 6월, 일본 도쿄 최승희무용연구소에서 연락이 왔다. 유학을 떠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무용이란 예술이 아니라, 그저 유희이던 시절이었어요. 당시 춤을 춘다고 하면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며 반대를 했죠. 혈혈단신 도쿄로 건너가야 한다는 말에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호통을 쳤어요. 그때 도쿄에 큰아버지가 유학을 하고 계셨거든. 조카가 가면 좋아하실 거 아니에요? 그런데 큰아버지도 ‘여기가 어디라고 춤을 배운다고 오느냐’면서 야단이셨죠.” 아버지가 든든한 지원군으로 버티고 있는데 문제될 것이 뭐가 있었을까. 그렇게 열네 살에 홀로 도쿄로 건너가 최승희무용연구소에 들어갔다. 드디어 최승희의 춤 세계에 빠지는가 했는데, 그건 고된 생활의 시작이었다. 김 선생은 ‘집제자’라는 표현을 썼다. “한 집에서 먹고 자고, 무용 이외의 것까지 다 배우는 제자였죠. 수건 하나 빨아본 적이 없는데 거기서는 큰 빨래를 다 했어요. 무대와 관련된 빨래는 다 제자들 몫이었지.” 김 선생은 대뜸 오른손을 펴보였다. “여기 손에 새카만 점, 보이죠. 이게 그때 남은 흔적이에요. 옛날에는 펌프로 물을 끌어올려서 빨래를 했는데, 겨울에 찬물로 빨래를 하니 동상에 걸리는 건 다반사야. 이 점을 보면 지금도 가끔 그때 일이 기억나요. 후배라도 있으면 이런 일을 넘길 수 있을 텐데, 어디 후배들이 들어와야지. 들어와도 오래 버티지도 못하고.” 최승희에게 춤을 배우고 싶어서 가출하는 소녀들이 많았던 시절이다. 춤에 대한 환상을 품고 보따리 하나 달랑 들고 도쿄까지 오는 아이들을 최승희는 다 받아줬다. 그런데 그냥 놔둬도 알아서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제자 생활이 워낙 고되다 보니 버티는 아이들이 몇 안됐던 것이다. “선생님은 빨래까지 직접 다 해봐야 공연에 대한 모든 것을 익힐 수 있다고 생각하셨어요. 특별히 개인 교습을 받는 게 아니라, 스승과 함께 무대에 서고 순회공연을 하면서 그 자체를 고스란히 전수받는 거죠.” 김 선생을 버티게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게 만든 건, “너 참 잘한다”라는 최승희 선생의 칭찬 한마디였다. 같은 집제자라도 언니와 동생의 구분이 분명하고 규율이 엄격해 감히 앞에 나서서 연습을 하거나 개인 교습을 받을 수는 없었다. 선생은 수업을 받을 때는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서 연습하고, 언니들이 동작을 익힐 때는 먼 발치에서 눈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사람에게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어릴 때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지요. 그러려면 실력이 먼저더군요. 손을 돌리는 동작을 한번 가르쳐주면 다 나갈 때까지 계속 연습했어요. 선생님처럼 하려고. 굉장한 연습벌레였죠.” 1년쯤 지나 뜻하지 않은 기회가 왔다. 1942년 도쿄 제국극장에서 열린 최승희무용단의 공연에서 김 선생은 ‘초립동’을 출 기회를 얻었다. 최승희가 1930년대에 만든 ‘초립동’은 어린아이가 장가 가는 것을 마냥 좋아하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두둑하게 용돈을 받아 넣은 주머니를 돌리기도 하고, 다리를 번쩍번쩍 들며 제기차기를 하는 발랄하고 경쾌한 모습을 그렸다. 무용수에게는 다소 과격한 동작이었다. 원래는 최승희가 추어야 했지만 담에 걸리는 바람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동작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궁여지책으로 제자 중 한 명을 대신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 “누가 할 수 있겠냐.” 모두 머뭇머뭇거렸다. 그때 김 선생이 용기를 내 손을 번쩍 들었다고 했다. 김 선생은 “현장에 같이 있던 안막(안필승, 1910~?) 선생이 ‘너 심장에 털났니?’라고 물을 정도로 대범한 도전이었다”고 떠올리며 잠시 말을 잊었다. “그때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방 안에서 해보라며 개인지도를 해주셨죠.” 김 선생은 그때를 생각하기만 해도 행복한 듯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공연이 끝난 뒤 당시 신문사에서 동행 취재를 온 기자가 “그렇게 잘 출 줄 몰랐다”고 칭찬할 정도로 잘해냈다. 최승희의 일본 지역 공연을 따라다니면서 무대 훈련은 꾸준히 했지만, 이 공연이 김 선생의 공식적인 데뷔무대가 됐다. 무엇보다도 김 선생을 벅차오르게 한 건 처음으로 아버지가 자신의 공연을 봤다는 사실이었다.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가리라” 다짐했던 터라 고향땅을 떠난 뒤 한 번도 밟아보질 못했다. 최승희무용단은 주로 일본에서 활동했으니 집 근처에 갈 일도 없었다. “일가친척이 돈을 모아 줘서 아버지가 도쿄로 오실 수 있었죠. 정말 오랜만에 뵈었는데, ‘무대에서 고개를 너무 쳐들지 마라’는 지적부터 하시는 거예요. 선생님도 그런 말을 하지 않으셨는데. 객석에 앉아서 무대를 올려다 보시니 그랬나봐요. 섭섭하면서도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이후 김 선생은 스승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조리 따라하고 무대 진행을 도맡아 하는 스승의 수족이 됐다. “수족은 제일 믿는 사람인 거죠. 집제자로서 생활하기도 했지만, 선생에게 옷을 챙겨주고 갈아입히고 모든 것을 함께하게 된 거예요. 스승과 지내는 시간을 마음껏 가질 수 있게 된 데다 예술의 완성을 함께 할 수도 있게 된 거죠.” 김 선생은 1944년 최승희의 시동생인 무용이론가 안제승(1922~1996, 전 경희대 교수)과 결혼하면서 가족의 일원이 됐다. 김 선생에게 공부를 가르치던 안씨가 학도병으로 군대에 가게 되면서 서둘러 백년가약을 맺었다. 1945년 중국 순회공연을 할 때 해방 소식을 듣고, 이듬해 7월에는 스승 최승희-안막 부부와 함께 월북했다. 6·25전쟁 후 김 선생은 스승과 갈 길을 달리해 1951년 1·4후퇴 때 아버지를 모시고 남편과 남쪽으로 내려왔다. 사실 친정이 평양인 김 선생에게는 ‘사상적 월북’이 아니라 집을 찾아간 것뿐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월북’ 무용가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나라가 둘로 쪼개지고 사상적으로도 등진 시기에 스승 최승희가 북한 정부로부터 무용연구소까지 하사받은 ‘인민’ 예술인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요시찰 인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김 선생은 당시 일에 대해서는 말을 극도로 아꼈다. 스승을 떠난 데 대해서는 “예술적 차이”라고만 했고, 당시 일에 대해서는 그저 “어려웠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 서슬 퍼런 감시와 고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예술에 대한 집념이었다. 1950년대 초 김 선생은 서울에서 박기홍의 승무와 이동안의 태평무·승무를 전수받았다. 1953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연구소를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하편에 계속).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김백봉은 1927년 2월 12일 4남 3녀 중 맏딸로 평남 기양에서 출생 1941년 일본 도쿄 최승희무용연구소 입소 1944년 안막의 동생 안제승과 결혼(스승 최승희와 동서 관계) 1946년 6월 평양 최승희무용연구소부소장 겸 상임안무가 1947년 평양 국립극장에서 제1회 김백봉작품발표회 1953년 서울 낙원동 김백봉무용연구소 설립 1954년 서울 시공관에서 김백봉 작품발표회(남한에서 창작활동 시작) 1965 ~ 1992년 경희대 무용과 교수 1981 ~ 현재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92 ~ 현재 경희대 명예교수 2005 ~ 2007년 서울시무용단 단장 2004년 최승희춤연구회 이사장 <수상> 서울시문화상(1953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1981년), 서울올림픽 공로 대통령상(1988년), 20세기를 빛낸 예술인(1999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2005년)
  • “전통 연희와 풍류음악 1년 내내 즐겨요”

    국립국악원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악원 안에 전통연희와 풍류음악을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연희풍류극장’을 개관했다. 2011년 9월에 착공해 17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낸 연희풍류극장은 야외 원형 공연장 ‘연희마당’(1300석)과 한옥을 본떠 만든 실내공연장 ‘풍류사랑방’(130석)으로 구성돼 있다. 국악원 측은 “연희풍류극장을 열면서 국립국악원은 실내공연장인 예악당(734석)과 우면당(348석), 풍류사랑방에 야외 공연장, 국악박물관, 국악연수관 등 대규모 복합문화시설을 완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관을 기념해 다양한 문화행사도 준비했다. 연희마당에서는 새달 18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팔도연희유람’을 펼친다. 강령탈춤, 남사당놀이, 하회별신굿탈놀이, 북청사자놀음 등 연희 공연을 즐길 수 있다. 5월 25일부터 10월 26일(7, 8월 제외)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연희마당 상설공연 별별연희’를 펼친다. 공모를 통해 선정한 ‘연희단 팔산대’, ‘연희컴퍼니 유희’, ‘천하제일탈공작소’ 등 15개 연희단체들과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연희부가 어우러지는 시간이다. 풍류사랑방에서는 5~7월과 9~12월 매주 수요일에 상설공연 ‘풍류산방’을 벌이고,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등 명인 54명이 ‘몽십야-열흘 밤의 꿈’을 공연한다. (02)580-33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5월, 그날 뒤 33년… 아직,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때가 되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 있다. 5월이라면 한국 현대사에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흔을 남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33주기를 맞는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유쾌하게 해석했지만 가볍지 않고, 마냥 엄숙하지 않으면서 가슴 찡한 감동과 메시지를 남긴다. 5·18민주화운동과 6·25전쟁을 먼 옛날의 사건쯤으로 여긴다는 어린 세대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먼저 관객을 만나는 ‘푸르른 날에’는 당시 광주를 살았던 남녀의 사랑과 30년 후 재회한 그들의 애달픈 인생을 이야기한다. 남산예술센터와 신시컴퍼니가 공동제작해 2011년에 첫선을 보였고 지난해에는 전회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경진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했다. 극은 고즈넉한 암자에서 시작한다. 이곳에서 수행 중인 여산 스님은 자신의 친딸이자 조카인 운화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서 30여년 전 전남대 학생 오민호였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호는 전통찻집 아르바이트생인 윤정혜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5월 18일 광주민주화 항쟁이 터지고, 그 소용돌이 속에서 둘은 헤어졌다. 가혹한 고문에 투항한 민호는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데다 고문 후유증으로 정신 이상까지 겪게 되면서 불가에 귀의했다. 정혜는 민호의 딸을 낳아 홀로 키우다가 그의 형인 진호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었다. 딸의 결혼식에서 만난 민호와 정혜는 상처의 시작이 된 그날의 기억을 담담하게 털어놓는다. 이 작품을 두고 “명랑하게 과장된 통속극”이라고 표현하는 고선웅 연출가는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의 특수성보다는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피어나는 ‘사랑’에 대한 가치가 이 작품의 주제”라고 설명한다. 고통이나 갈등이 고조되는 곳에서 엉뚱하고 유치한 대사와 동작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고 연출가의 특징이 녹아들어 있다. 가라앉으려는 분위기를 위트로 끌어올리다가 찡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게 작품의 매력이다. 서정주 시에 곡을 붙여 부른 송창식의 노래 ‘푸르른 날’이 들려오면 감동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새달 4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한다. 2만 5000원. (02)758-2150. 이어 10일부터 서울 종로구 명륜동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연극 ‘짬뽕’을 공연한다. 중국집 춘래원을 삶의 터전 삼아 사는 소시민들이 뜻하지 않게 5·18민주화운동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극단 산이 제작한 이 작품은 2004년 초연한 뒤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1980년 5월 17일 중국집 배달원 만식은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주인장에게 떠밀려 짬뽕 배달에 나섰다. 잠복근무 중인 군인 둘이 음식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고, 만식은 악착같이 거부하다가 빨갱이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군인들과 만식이 실랑이와 몸싸움을 벌이면서 총까지 발포되고, 만식은 줄행랑을 쳐서 위기를 모면했다. 다음날 TV에 ‘광주에 폭동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만식은 전날 사건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사랑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들, 힘없고 가난해도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빌려 현대사의 한 페이지를 전한다. 연극은 유쾌발랄한 포장지를 두르고 있지만 “오늘은 이 동네 곳곳이 제삿날이요. 이놈의 봄만 되면 미쳐 불겄어. 봄이 봄이 아니라 겨울이요”라는 독백을 마주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는, 진한 여운이 전해진다. 감정의 과잉 없이 담담하게 ‘그날’을 전하는 윤정환 연출가의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윤영걸, 김원해, 최재섭, 김준원, 이건영 등 10년 동안 공연을 함께 한 배우 18명이 각각의 색깔을 담은 인물을 보여준다. 6월 30일까지. 2만 5000원. (02)6414-792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고전, 무대 위를 거닐다

    고전, 무대 위를 거닐다

    “난데없기는. 당신 양친께서 당신처럼 재고만 앉아 있었으면 당신이야말로 난데도 없었겠지”라는 말장난이 있고, “그대가 지나온 밤바다의 별빛은 여전히 그대 머리 위에 빛나는구나”라는 닭살 돋는 대사도 있다. “왜 늘 우리만 당해야 하는데요? 왜 우리만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데? 왜 우리 애들만 죽어야 해?”라는 가슴이 먹먹한 통탄이 있다. 인생과 생존, 존재와 자유를 관조하면서 시대의 고민과 오늘의 삶을 이야기한다.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이다. ‘라오지앙후 최막심’은 명동예술극장이 ‘명작의 희곡화’ 첫 프로젝트로 선정한 작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장편소설 ‘그리스인 조르바’(1946)를 한국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변형했다. 배삼식 작가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 크레타섬을 1941년 연해주 얀코프스크 반도에 있는 바닷가 촌락 앵화촌으로 치환했다. 크레타는 그리스에 속해 있지만, 터키, 불가리아 등 주변국 사이에서 참혹한 분쟁을 겪던 지역이다. 배 작가는 그런 역사성을 떠올리면서 “일제강점기에 러시아나 일본의 국가 권력이 완전히 장악하거나 지배하지 못했던 지역, 경계와 변경의 공간을 찾다가 반도 언저리 촌락에 대한 기사를 봤고 번안 작품의 공간으로 선택했다”고 소개했다. 소설 속 화자인 ‘나’는 ‘김이문’이, 조르바는 ‘최막심’이 됐다. ‘막심’이라니 막심 고리키 같은 러시아인인가 하고 갸우뚱할 테지만 중요하지 않다. 출생의 단서는 “일생에 한 일 중에는 최고로 후회막심한 일”이라 어머니가 이름을 그리 지었다는 것 정도인데, 어차피 ‘라오지앙후’(떠돌아다녀 세상 물정에 밝은 사람) 아닌가. 일제강점기에 러시아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이 사는 곳이 배경이니 당연한 이름일 수도 있다. 500쪽 가까이 되는 소설은 그야말로 철학의 성찬이요, 명문의 행렬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추천 목록에 넣지만 읽기가 수월하지 않다. ‘라오지앙후 최막심’을 무대화한 양정웅 연출가는 그 점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양 연출가는 “원작은 현란하고 아름다운 언어가 많지만 그것을 말로 하게 되면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기가 어렵다. 관념과 철학을 덜어내고 인물 각자의 삶에 더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인과 조선인 사이에서 태어난 귀여운 여각 주인 ‘오르땅스’, 일본인과 결혼했던 과부 ‘로사’, 로사를 사랑하는 ‘이차만’, 늙은 무당 ‘진펄댁’, 지능이 떨어지는 ‘춘보’ 등 주변인물의 비중이 원작보다 커졌다. 조르바가 ‘독점’하던 잠언들을 골고루 나누어 부여했다. 시대상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장치도 많다. 박향림이 노래한 ‘코스모스 향기’와 ‘오빠는 풍각쟁이야’, 최성희의 ‘이태리의 정원’ 등 옛노래가 흘러나오고, 우쿨렐레와 아코디언의 생생한 음악이 퍼진다. 의상 고증도 충실하다. 한복 바지에 양복 정장, 중국인 모자를 쓴 인물들의 행색이 이상해 보이지만, 없는 일도 아니었다. 반가운 얼굴도 보인다. 최막심은 뮤지컬 배우 남경읍(55)이 맡았다. ‘자유롭지만 상처가 있는 영혼’ 최막심을 표현하기 위해 남경읍은 턱수염을 기르고 아코디언을 배우고 있다. 오르땅스는 방송 데뷔 40년을 맞은 오미연(60)이 열연한다. “영화를 보면서 저 오르땅스보다 더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돼야지 노력한다”는 오미연은 연습실에서도 살랑살랑 치마를 흔들고 우아한 스텝을 밟고 있다. 1960~1970년대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섰던 배우 유순철(76·조선달 역), 이용이(55·진펄댁 역)도 만날 수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온몸으로 고민한” 최막심의 이야기는 새달 8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2만~5만원. 1644-200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춤, 바람이 분다

    춤, 바람이 분다

    강동아트센터가 주최하는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이 26~27일 개막공연 ‘통’(通)을 시작으로 춤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강동아트센터는 현대무용, 한국무용, 발레 등 다양한 무용 장르를 망라한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을 지난해 처음 열면서 무용전문공연장으로서 기반을 다졌다. 24일 동안 22개에 이르는 무용 관련 공연·전시를 펼친 첫 축제에는 관객 1만 3000여명이 다녀가면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올해는 19개 공연을 준비했다. ‘경계를 넘어서 춤으로 소통한다’는 주제에 걸맞게 개막공연 ‘통’에서는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가 어우러진다. 국수호 디딤무용단이 북의 장단과 고저에 따라 달라지는 춤사위를 표현한 ‘북의 대합주’(天鼓大合奏)를 비롯해 유니버설발레단과 허용순 안무가의 ‘디스 이즈 유어 라이프’, 안성수 픽업그룹의 ‘몸의 협주곡’으로 구성했다. 오는 28일에는 한국무용 거장들의 원숙한 기량으로 채운 명인 무대 ‘거인’(巨人)을 공연한다. 서영님(장고춤), 이명자(태평무), 임이조(살풀이), 조흥동(한량무), 채상묵(승무), 황희연(진도 북춤) 등 명인 6명이 한국무용의 진수를 전한다. 이번 축제의 초청작은 4개다. 안무가 송범의 대표작이자 국립무용단의 레퍼토리인 ‘도미부인’은 새달 1일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조주현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가 지난해 선보여 호평을 받은 조주현댄스컴퍼니의 ‘셰이킹 더 몰’(5월 4일), 강동아트센터와 서울발레시어터의 합작 발레극 ‘비잉’(5월 11~12일), 강동아트센터 상주단체 안애순무용단의 신작 ‘인 굿 아웃’(In Gut Out, 5월 18~19일)이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난다. 올해 ‘GDF안무가 초대전’을 신설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을 대표하는 중견 안무가의 작품을 한 회에 묶어 보는 시간이다. 5월 7일에는 김형남의 ‘디 엠프티 셸’(현대무용), 김혜림의 ‘자여행’(한국무용), 정형일의 ‘무게로부터의 자유’(발레)를 준비했다. 14일에는 박소연의 ‘점선면의 괘적’(한국무용), 이고은의 ‘푸른피’(발레), 차진엽의 ‘트루리, 매들리, 디플리’(현대무용)가 이어진다. 이 밖에 ‘GDF 춤작가전’이 전통무용(30일), 한국무용(5월 2일), 현대무용(5월 9일), 발레(5월 16일)로 나뉘어 소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소극장에서는 27일부터 매주 일요일 비보이댄스, 탭댄스, 재즈댄스, 살사댄스 등 ‘월드댄스 이벤트’가 진행된다. (02)440-05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춤의 날’을 세운다

    ‘춤의 날’을 세운다

    LIG문화재단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공연장 ‘LIG아트홀·합정’을 개관하고, 기념 공연으로 ‘댄스 엣지’ 시리즈를 준비했다. ‘댄스 엣지’는 춤의 ‘날’(edge)을 세운다는 의미. 개성 강한 현대무용가의 작품 7개를 3개 묶음으로 구성해 서울과 부산 동구 범일동 ‘LIG아트홀·부산’에서 번갈아 올린다. 독특한 개념과 움직임을 작품에 녹이는 예효승, 류장현, 금배섭, 정영두가 첫 번째 공연을 한다. 예효승·류장현·금배섭의 ‘나는 사람입니다’는 춤으로 보는 법정재판이다. 남편을 살해하고 목숨을 끊은 여인의 사후(死後) 재판을 그리면서 종교와 신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질문을 던진다. 정영두와 두 댄스 시어터의 ‘시간은 두 자매가 사는 서쪽 마을에서 멈추었다’는 이집트 신화 속 여신 하토르의 이야기와 한국 전통 제례의식, 라벨의 현악 4중주를 접목했다. 27~28일에는 서울에서, 5월 1일에는 부산에서 공연한다. 두 번째 공연은 밝넝쿨·이은경의 ‘하드 듀오’(Hard Duo)와 신승민·엠노트현대무용단의 ‘차리다’로 꾸민다. ‘하드 듀오’는 한국과 벨기에라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 사는 두 안무가가 춤과 감성의 공유를 시도한다. ‘차리다’는 ‘차를 마시다’와 ‘알아차리다’의 중의적 표현이다. 차를 마시는 평범한 움직임을 미세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관찰자로서 재미를 끌어낸다. 서울 공연은 30일과 5월 1일, 부산 공연은 5월 4일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은 이선아의 ‘터치!’와 장정희의 ‘평행-선 線’, 전혁진의 ‘동행’이 장식한다. ‘터치’는 현대무용과 사운드 디자이너가 만났다면, ‘평행-선 線’은 현대무용과 천자문 구음, 한국적 춤사위가 어우러진다. ‘동행’은 동행의 의미를 움직임으로 표현했다. 5월 3~4일 서울, 7일 부산에서 공연을 연다. 2만~3만원. 1544-3922.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긴급출동 24시(KBS1 밤 10시 55분) 2013년 3월 1일. 고(故) 정옥성 경위는 자살 기도자를 막고자 바닷속으로 주저 없이 몸을 던진다. 하지만 강화도의 밤바다는 끝내 그를 다시 돌려보내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시신 없는 영결식이 거행됐다. 프로그램은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여준 정 경위를 추모한다. ■위기탈출 넘버원(KBS2 밤 8시 50분) MC로 맹활약 중인 가수 김종국이 개편을 맞아 데뷔 18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봄철 나들이를 떠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사고와 관련해 낚시 여행을 가는 한 남자로 출연한다. 한편 새로운 안방마님이 된 장윤정은 여경으로 변신하고 새신랑 김준현이 직접 실험에 참여해 각각의 개성을 선보인다. ■MBC 다큐스페셜(MBC 밤 11시 20분) 축구 선수 이천수와 정대세가 있어 K리그는 뜨겁다. 악동과 인간 불도저라는 별명답게 그라운드에서 무서운 승부욕으로 거침없이 공을 차는 이들. 최고 스트라이커들의 골을 향한 강한 집념의 승부가 펼쳐진다. 또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 감춰져 있던 두 스타 플레이어의 일상을 낱낱이 파헤쳐본다. ■문화가중계(SBS 밤 4시) 뛰어난 통찰력과 한계 없는 테크닉,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첫 리사이틀이 시작된다. 뛰어난 테크닉이 돋보일 만한 쇼팽의 발라드 2번을 비롯해 마주르카, 스케르초 왈츠 등과 샤를 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12번 ‘이솝의 향연’을 감상해본다. ■다큐 프라임(EBS 밤 9시 50분) 식물과 동물, 사람에 이르기까지 유전정보가 없는 생명체는 없다. 모든 생명체에 돌연변이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중 왜소증인 라론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암이나 당뇨 등의 질환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어떤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암이나 당뇨 등의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일까. ■경찰 25시(OBS 밤 11시 5분) 분당의 한 상가 건물에서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전날 밤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하고 퇴근했다는 피해자. 하지만 출근해보니 현금만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파손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에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다른 직원과 지인들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예상 밖의 인물이 포착된다.
  • 뮤지컬 두 남자의 매력에 푹 빠지자~

    뮤지컬 두 남자의 매력에 푹 빠지자~

    무대 위에는 단 두 명뿐이다. 화려한 앙상블이나 엄청난 무대장치가 없어도 공연시간 100분이 지루하지 않다. 탄탄한 이야기에 귀에 쏙 꽂히는 노래를 얹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멋진 두 남자가 있다. 여기 관객의 혼을 빼놓는 ‘두 남자’ 뮤지컬 세 편이 있다. 천재 물리학자가 뱀파이어의 유혹에 빠져 파멸해가는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연일 유료 객석 점유율 70% 이상을 보이면서 흥행몰이 중이다. 지난달 9일 개막 이후 지금까지 재관람 관객이 400여명에 이른다. 프로페서 브이 역할을 맡은 배우(허규·송용진·임병근)가 사랑에 빠지는 것이 두려운 순진한 남자에서 뱀파이어에게 물려 야수처럼 변해 가는 연기 변신이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뱀파이어 역할을 맡은 고영빈과 장현덕의 관능적인 몸짓과 손짓도 여성 관객이 반할 만하다. 관객이 공연에 직접 참여토록 한 형식도 독특하다. 초연에서 ‘멀티맨’ 역할을 하던 극중 여자 역할을 이번 공연에서는 관객이 대신 한다. 프로페서 브이는 무대에서 내려가 객석에 있는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고백을 하며 목걸이를 주는 등 즉흥연기를 펼친다.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5월 26일까지 공연한다. 2만 5000~5만원. 1577-3363.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하는 ‘트레이스 유’는 몸이 들썩이는 록 음악과 재미있으면서도 심오한 이야기가 뒤섞이며 매력을 발산한다. 록 클럽 ‘드바이’를 운영하는 이우빈(최재웅·이창용·김대현)과 인디록밴드의 보컬리스트 구본하(이율·손승원·윤소호)가 주인공이다. 매일 클럽을 찾아오는 한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본하의 심리 상태를 따라가면서 두 남자의 미묘한 갈등을 드러낸다. 배틀을 하듯 노래하고 객석을 누비는 배우, 노래에 열광하는 관객의 모습 등을 무대 좌우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보여 주면서 극은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 형식을 띠기도 한다. 커튼콜까지 록콘서트를 펼치는 출연진의 열정이 관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28일까지 이어진다. 3만 5000~5만 5000원. 070-7519-9734. ‘두 남자의 이야기’라면 가장 먼저 떠오를 법한 뮤지컬 ‘쓰릴 미’는 새달 17일부터 넉 달 동안 관객을 만난다. 2007년 초연 이후 매 공연마다 객석 점유율을 90% 이상 유지하는 스테디셀러 뮤지컬이다. 1924년 미국 시카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두 남성의 관계를 깊숙이 조명했다. 섬세한 내면 연기가 필수라 배우에게는 스타 등용문으로 인식되기도 하는 작품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신촌 더 스테이지. 4만 4000~5만 5000원. (02)744-4033.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뮤지컬로 옮겨온 영화 ‘고스트’

    뮤지컬로 옮겨온 영화 ‘고스트’

    패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눈물을 뽑고, 우피 골드버그의 코믹함으로 박장대소하게 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Ghost, 1990)이 오는 11월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고스트’는 2011년 3월 영국 맨체스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첫선을 보인 뒤 그해 6월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했다. 작품은 브루스 조엘 루빈의 원작을 그대로 따르면서, 데이브 스튜어트와 글렌 발라드가 음악을 넣어 완성했다. 초연 이후 1년이 채 안 된 지난해 3월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영화가 매우 깊은 인상을 안긴 히트작이었던 터라 드라마 자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특수효과 면에서는 “감각적인 즐거움이 넘쳤다”(인디펜던트, 영국) “화려하고 멋진 비주얼, 눈으로 보는 강한 뮤지컬”(더 가디언, 영국), “연극무대와 첨단기술의 놀라운 결혼”(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미국) 등 칭찬이 이어졌다. 제작발표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오리지널 프로듀서 콜린 잉그램은 “샘과 몰리의 사랑, 복수를 하는 샘, 친구를 배신하는 칼, 과장된 몸짓으로 웃겨주는 오다메 등 많은 이야기가 있어 뮤지컬로 만들기 좋은 소재”라고 소개했다. 영화는 샘과 몰리의 ‘도자기 장면’뿐만 아니라 영혼이 된 샘이 지하철을 넘나드는 장면, 극 마지막에 샘이 사방에 빛을 흩뿌리면서 천상으로 올라가는 장면 등의 명장면을 남겼다. 잉그램은 “영화 ‘해리 포터’ 등에 참여한 폴 키에브 등을 초빙해서 특수효과 구현에 노력을 기울였다”면서 “혼자 접히는 편지, 샘의 몸에서 나는 불빛, 샘이 지하철 문을 통과하는 장면 등을 보면 현실과 비현실 구분이 모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는 4년 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는 탤런트 주원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은다. 주원은 뮤지컬 ‘아이다’의 김준현, ‘레미제라블’의 김우형과 함께 스웨이즈가 맡았던 샘 역에 캐스팅됐다. “뮤지컬은 고향 같은 곳”이라는 주원은 “드라마나 영화와는 다른 무대만의 매력이 있다. 많은 러브콜을 많이 받았지만 좋은 작품을 기다렸다. 출연하게 돼 기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짧은 머리 붐을 일으켰던 몰리는 가수 아이비와 ‘레미제라블’로 주목받은 신예 박지연이 연기한다. ‘시카고’, ‘키스 미 케이트’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만난 아이비는 “청순하고 진지한 역할인 줄 알았는데 유튜브에서 동영상을 봤더니 키스신, 베드신 등 나름 섹시한 장면이 나오더라. 내 장점을 잘 살려보겠다”며 웃었다. 샘과 몰리만큼 강렬한 캐릭터인 강령술사 오다메에는 관록 있는 뮤지컬배우 최정원과 정영주가 열연한다. 샘을 배신한 친구 칼은 이창희·이경수, 병원 유령에는 성기윤이 각각 캐스팅됐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고스트’ 라이선스를 딴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뮤지컬 시장이 많이 어려운데 활로를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대형뮤지컬에 도전했다”면서 “현란한 매지컬(magic+musical, 마술과 뮤지컬)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스트’는 11월 24일부터 내년 6월까지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6만~13만원. (02)577-1987.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공연리뷰] 연극 ‘안티고네’

    [공연리뷰] 연극 ‘안티고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은 한결같이 이런 반응이다. “한태숙스럽다.” 예술사전의 연극 분야에 등재될 법한 표현이다. 뜻이라면 ‘간결한 무대 위에 강렬한 이미지를 올려놓는다’이거나 ‘어둡고 암울하며 잔혹하며 처절하다’가 될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 ‘안티고네’는 처음부터 ‘한태숙 연극’이라고 강렬하게 전달했다. 무대 바닥은 객석 쪽으로 오르막을 이룬다. 천장과 좌우도 안쪽으로 좁아지니,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커다란 액자 같은데, 사람들이 끝에 몰려 있으니 낭떠러지 같기도 하다. 오르막 경사는 9도라는데, 굉장히 가파른 느낌이다. 배우들이 오르내릴 때면 힘겹고 위태로워 보인다. 테베의 새로운 통치자가 됐지만, 적통이 아니라는 불안감에 휘둘리는 크레온, 아버지이자 오빠인 오이디푸스와 두 오빠까지 잃은 안티고네, 가혹한 운명의 두려움에 휩싸인 동생 이스메네, 폭정 속에 살아 남아야 하는 시민들, 어디에도 평온한 사람이 없는 상황을 표현하기에 매우 효과적인 무대다. 극은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빗소리, 사람들의 속삭임, 흉조의 울음소리가 뒤섞이는 가운데 목소리가 들려온다. “반역자, 반역자!” 격렬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시체가 굴러 내려온다. 몸 한가운데가 짓이겨져 피범벅이 된 시체는 안티고네의 오빠 폴리니케스다. 크레온은 폴리니케스에 대한 애도와 매장을 금지하라는 칙령을 내리고 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내버려두었다. 안티고네는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를 다하고 죽는 것은 아름다운 것”이라면서 시신을 수습하려다가 붙잡혔다. 극은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이 중추다. 크레온이 인간의 법을 주창하는 인물이라면, 안티고네는 신의 뜻을 받든다. 두 인물에게서 절충은 없다. 뜻을 굽히지 않는 안티고네는 동굴에 감금된 채 자결하고, 고집스럽게 신념과 통수권을 지키려던 크레온은 아들과 부인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스스로 붕괴된다. ‘안티고네’와 엮이는 소포클레스의 두 작품 ‘오이디푸스’와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를 읽고 이 작품을 접하면, 관계에서 오는 갈등이나 긴장감을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통치자로서 살다가 죽음에 이른 아버지를 끝까지 지킨 안티고네에게서 ‘누군가’를 투영할 수도 있겠다. 2500년 전 이야기가 현대에서도 깨달음을 던지게끔 하는 고전의 힘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한태숙 연출가와 전작 ‘오이디푸스’(2011)를 함께했던 김창기 조명 디자이너, 이경은 안무가, 김우성 의상 디자이너 등 대부분 스태프가 이번에도 참여했다. 비탈 무대, 부분 조명, 현대적인 의상 등을 비슷하게 가지고 왔다. 달라진 것은 가운데가 갈라지는 무대. 안티고네의 어두운 내면이자 그를 옥죄는 감옥이다. 먼저 노장의 열연에 박수를. 하지만 TV 속 모습이 너무 익숙한 탓일까. 신구(크레온)의 독특한 억양이 가끔 무대 위에서 어색하게 들린다. 김호정(안티고네), 손진환(파수꾼) 등 많은 배우가 제 역할을 해냈지만, 무엇보다도 눈에 띈 건 역시 박정자였다. ‘오이디푸스’에 이어 다시 예언자 티레시아스 역을 맡은 그는 신의 뜻을 읽는 영험함과 만사가 귀찮은 노인네의 괴팍함, 크레온에게 경고하는 섬뜩함을 단 두 번 출연하면서 제대로 뿜어냈다. 흑백의 조명 아래서 격렬한 움직임, 불길한 기운을 전하는 흉조의 날갯짓 등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몸짓과 연기가 암울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국립극단과 예술의전당이 함께 제작한 ‘안티고네’는 CJ토월극장에서 28일까지 공연한 뒤 5월 24~26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6월 21~23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앙상블홀로 이어진다. 2만~5만원. 1688-5966.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궁금하던 국악, 입문 강좌 열려

    궁금하던 국악, 입문 강좌 열려

    국립국악원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소극장 풍류사랑방을 새로 개관하고 국악 전문 강좌 ‘국악 아카데미’를 신설했다. 국악 아카데미는 ‘진짜 재미있는 국악 이야기’를 주제로, 국악과 인문, 생애사, 무용, 치유 등 다양한 소재와 결합한 융복합 국악 강좌로 꾸몄다. 일반 강좌는 5월 7일부터 7월 9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2시간 정도 국립국악원 소극장 풍류사랑방에서 분야별 전문가의 집중 강의와 토론 형식으로 열린다. 유은선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의 ‘국악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감상 에티켓’으로 입문 강좌를 시작한다. 김영운 한양대 교수의 ‘전통음악의 바른 이해’(인문),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자연을 담은, 자연이 만든 한국의 악기’(국악기), 원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의 ‘시간과 공간의 소리 매듭, 장단’(장단), 임미선 전북대 교수의 ‘세계가 인정한 왕가의 음악’(정악)이 이어진다. 최상일 MBC PD의 ‘삶의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우리 소리’(토속민요), 이용식 전남대 교수의 ‘서민의 한과 흥이 담긴 기악과 성악’(민속음악), 김영동 서울예대 교수의 ‘생명의 소리, 힐링 국악’(국악치유),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장의 ‘명인의 인생과 예술의 뒤안길’(생애사), 김삼진 한예종 교수의 ‘나를 춤추게 하는 이유’(무용)를 들을 수 있다. 7월 9일 마지막 강의 뒤에는 수료식을 열고 수강생을 위한 작은 음악회도 열 계획이다. 30일 오전 10시 30분에는 특별강좌 ‘박칼린의 국악 이야기’를 준비했다. 수강 신청과 운영에 대한 사항은 국립국악원 누리집(www.gugak.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별강좌(130명)와 일반강좌(50명) 수강생은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수강료는 10만원(10개 강좌). (02)580-3351.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은밀한 곳에 숨기다니…” 민망한 마약 반입 미수 사건

    마약의 운반방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남미 베네수엘라에서 여자들이 은밀한 곳에 마약을 숨겨 로데오 교도소로 들어가다가 검문에 걸렸다. 여자경찰들이 확인한 결과 두 사람은 생각만 해도 민망한 방법으로 마약을 숨겨 검문을 통과하려 했다. 붙잡힌 여자들이 교도소에 몰래 갖고 들어가려 한 건 코카인이다. 두 사람은 이를 위해 성인용품으로 판매되는 남자의 성기 모형을 이용했다. 모형에 코카인을 집어넣은 뒤 은밀한 곳에 설치(?)하고 교도소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엉기적 엉기적 불편하게 걷는 모습은 의심을 살만 했다. 교도관들은 여경을 통해 두 사람을 검색하게 했다. 두 여자의 은밀한 곳에서 발견된 남성 모형에는 코카인이 들어 있었다. 베네수엘라 경찰은 “여자 중 한 명은 별로로 포장한 3개의 코카인을, 또 다른 한 명은 205g 코카인을 숨겨 소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매우 민망한 방법으로 코카인을 반입하려 한 시도가 적발되면서 날로 진화(?)하는 반입 수법에 경찰이 당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DB를 열다] 1963년 무작정 상경한 시골 소녀들

    [DB를 열다] 1963년 무작정 상경한 시골 소녀들

    사람들은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었다. 덜 익은 보리를 먹으며 배고픔을 이겨야 했던 농촌에서는 미래가 없었기에 시골 사람들에게 수도 서울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가족을 버리고 아버지가 홀로 오기도 했고 가출한 사춘기 학생들이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기도 했다. 일가족이 가산을 정리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서울에 도착하기도 했다. 단지 먹고살기 위한 무작정 상경이었다. 서울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상경한 사람들이 할 일이란 날품팔이나 하층 노동자, 식모, 버스 안내양 같은 것이었다. ‘흙에 살리라’ ‘고향초’같이 무작정 상경을 비판하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대중가요들이 나왔다. 박노식이 주연한 ‘무작정 상경(1970)’이라는 영화도 만들어졌다. 우직한 곰팔이가 돈을 벌려고 서울로 올라와서 웃지 못할 실수들을 연발하고 짝사랑하던 여인을 잃게 되자 봇짐을 싸서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이호철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는 상경한 길녀가 결국은 창녀로 전락하고 마는 과정을 그렸다. 무작정 상경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내렸다. 상경 소녀들은 시골티가 나서 단박에 알아차린 인신매매꾼들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서울역에 안내소를 설치하고 상경하는 소녀들을 타일러서 돌려보냈는데, 그 수가 하루에 20여명이나 된 적도 있다. 사진은 1963년 4월 4일 서울역 광장에서 여경이 상경 소녀들과 대화하는 모습이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부고] 자기계발 전문가 ‘익숙한 것과의 결별’ 저자 구본형씨

    자기계발 전문가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대표가 13일 폐암으로 별세했다. 59세. 변화경영전문가와 베스트셀러 작가, 직장인이 가장 만나고 싶은 강연가 1위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고인은 인문학과 경영학을 접목시켜 새로운 경영비전을 제시하는 ‘변화경영’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1998년 낸 첫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개인과 조직의 혁명적 변화를 통해 위기 극복의 길을 찾으라고 강조하면서 국내 서점가에 자기계발서 돌풍을 일으켰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서강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고인은 한국IBM에서 20여년간 근무하고 IBM 아시아 태평양 지역 맬컴 볼드리지 평가관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윤희씨와 두딸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6일 오전. (02)2258-594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싸우기 싫은 무사가 싸워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싸우기 싫은 무사가 싸워야 하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 간극을 어떻게 좁혀나갈지…”

    무사(武士)다. 손에 칼을 쥐었다. 복수를 숙명처럼 여기고, 목소리를 낮게 깐 채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해야 마땅한 처지다. 그런데 이 무사, 싸우는 게 싫다. 용맹함으로 이름 떨치던 아버지 ‘찬솔아비’는 살아있을 때 싸우라고 강요했고, 아비가 죽자 어머니 ‘아란부인’은 복수를 간청한다. 그를 만나는 무사마다 칼을 뽑아들고, 마을처녀 ‘초희’는 지상의 왕 ‘검은등’에게서 자신을 해방시켜달라고 요구한다. “내가 아닌 다른 것 때문에 변하고 싶지 않다”는 ‘갈매’에게 무사의 길은 운명이면서 짐이자 압박이다. 국립극단의 올해 첫 창작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칼싸움하는 무사가 되고 싶지 않은 갈매의 여정을 따라가며 사회적 억압과 극복을 이야기한다. 갈매만 맘고생이 심한 줄 알았더니, 배우의 몸고생도 만만치 않다.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판에서 만난 김영민(42)은 손가락마다 상처투성이다.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끝나고 보면 까져 있다. 어제는 어디에 부딪혔는지 가슴 쪽에 통증이 있다”면서 배시시 웃었다. 찬솔아비(김정호)와는 몸싸움을 하면서 바닥을 구르기 일쑤다. 흑룡강(윤상화), 백호(박완규)와 칼싸움을 하면서는 머리 위로, 발 아래로, 배를 향해 날아드는 칼을 날렵하게 막고 피한다. 배우들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져 관객들은 굉장히 흥미진진하겠지만, 배우는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지쳐 쓰러질 지경이다. ‘햄릿’, ‘에쿠우스’, ‘에이미’, ‘M버터플라이’…. 다양한 작품을 한 김영민은 별별 경험을 다했지만, 이렇게 과격한 칼싸움·몸싸움은 처음이다. ‘연극계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여전히 어울리는 잘생긴 얼굴로 그는 “이젠 40대라 몸 쓰는 게 힘들다”는 농을 던지면서도 꽤 즐겁다고 했다. “고연옥 작가가 쓴 극본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강량원 연출과는 처음 만난 건데, 작업 과정이 좀 달랐죠. 보통은 연습 전에 대본 리딩을 어느 정도 하는데 강 연출은 바로 연습에 들어가더라고요. 배우들과 연습을 하면서 인물과 상황을 함께 만들어가고, 느끼면서 체득하는 식이죠.” 싸우기 싫은 무사가 싸워야 하는 운명에 놓인, 갈매의 딜레마는 김영민에게도 고민을 던졌다. “저 역시 부딪히거나 싸우길 원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어쩔 수 없이 싫은 소리를 하게 되면 뒤돌아서 무척 후회하죠. 갈매처럼 당혹한 상황에 맞닥뜨린 것은 아니지만,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도 싸우고 투쟁하고, 때론 피비린내날 정도로 잔인하잖아요. 그런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싸워야 하나, 등져야 하나. 계속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그는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간극, 그 틈을 어떻게 좁혀갈 것인가가 갈매의 숙제이자 내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했다. 복수는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어쩌면 극이 하염없이 무거워지고, 갈매의 처지가 너무 처절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꽤 코믹한 설정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동작만큼 날쌔게 입을 나불대는 흑룡강과 제 입을 슉슉 소리를 내며 칼싸움을 하는 엉뚱한 백호는 진지한데 웃긴다. “배가 불렀다”고 꾸짖는 찬솔아비에게 “먹고는 살겠죠”라고 받아치거나, 연인에게 안긴 듯한 자세로 “날 좀 죽여주시오”라고 어울리지 않는 말을 내뱉는 갈매가 또 그렇다. 꽤 진중한 역할을 많이 했던 그에게서 엿보이는 장난기 어린 표정 변화가 색다른 느낌이다. 그는 “재미있고 쉽게 풀어내면서 관객에게 충분히 즐기고 판단할 여지를 준다는 게 공연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판단의 시작점은 ‘칼’이다. 칼이란 무엇인가. 싸움이나 투쟁 그 자체가 될 수도 있고, 세상과 맞설 수 있는 무기라는 상징일 수도 있다. “나 이제야 돌아왔어요”라는 갈매의 마지막 대사 역시 판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 아버지에게 하는 말인지, 갈매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이제 무사로서 살겠다는 것인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인지. “공연이 끝나면 많은 관객은 이렇게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무사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라고.” 연극 ‘칼집 속에 아버지’는 26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 오른다. 26·27일 공연은 프리뷰. 글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사진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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